노년 건강을 위해 읽어볼 만한 도서 by 김광일
100세인 이야기 (박상철 저)
세계적인 장수과학자 박상철 서울대학교 교수가 2001년부터 전국을 돌며 만난 우리나라 백세인들의 인터뷰를 담았다. 장수의 비결은 특별한 것이 아닌, 가족 간의 사랑과 인간 본연의 감정에 충실할 때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100세 건강 영양 가이드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분당서울대병원 각 분야 전문 의료진이 엮은 품격 있는 노후를 위한 건강지침서. 노화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신체 변화 및 생활 습관, 만성질환의 원인과 치료, 식사요법, 사회복지 등 건강한 노후를 위한 정보를 소개한다.
새로 만든 내몸 사용설명서 (마이클 로이젠 외 공저)
9년 연속 미국 최고 명의로 선정된 의사들의 안내로 몸속 구석구석을 여행하며 우리가 어떻게 움직이고 노화하는지 알 수 있다. 의학계가 주목하는 간과 췌장 분야는 물론, 젊음과 건강을 위한 운동 챕터도 마련돼 있다.
초고령사회일본에서 길을 찾다 (김웅철 저)
한국과 일본의 고령화가 비슷하게 진행되는 점에 착안해 6년간 취재해온 일본 고령화 트렌드와 정부, 기업의 대응을 정리했다. 노화를 혐오하고 부정하기보다는 늙음과 죽음을 존엄하게 받아들이는 시기로서의 노년을 이야기한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을 위해 잘 먹어야 한다고들 한다. 그러나 치아 손실이나 소화 장애 등으로 씹고 뜯는 게 맛이라는 갈비는 엄두도 못 낼뿐더러, 체력 저하와 미각, 후각의 노화로 요리도 자신이 없다. 이렇듯 ‘먹는 즐거움’을 잃어가는 이들을 위한 희소식. 맛과 영양을 모두 겸비한 케어푸드 시장이 활발해지고 있다.
‘케어푸드’는 영유아나 노인, 환자 등 맞춤형 식사가 필요한 이들을 위한 연화식, 치료식 등의 기능성 식품을 의미한다. 나이가 들면 아프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노화로 인한 음식 섭취 능력 저하 때문에 이러한 케어푸드를 가까이하게 된다. 앞서 고령사회를 맞이한 일본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역시 최근 노령인구 증가에 발맞춰 푸드케어 시장이 꾸준히 성장 중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그 규모가 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며, 케어푸드 관련 연구와 제품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물론 영양가 높은 식재료로 직접 먹기 좋은 케어푸드를 만들어도 되겠지만, 나이가 들수록 이 역시 힘들고 귀찮게 느껴질 수 있다. 또 막상 음식을 만들다가도 미각과 후각의 노화로 예전처럼 맛을 내기 어려워져 고충을 겪기도 한다. 이런 면에서 시중에 판매하는 케어푸드는, 먹기 좋은 맛과 식감은 물론 요리에 대한 번거로움까지 해소해준다는 점에서 실속 있다.
케어푸드 삼 대장 연화식·연하식·유동식
케어푸드 하면 자칫 환자들이 먹는 미음이나 죽 등만 떠올리기 쉬운데,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케어푸드의 종류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음식을 입에 넣고 씹는 저작기능 저하를 보완해주는 ‘연화식’(軟化食), 식도 근육이 약해 음식을 삼키기 어려운 이들을 위한 ‘연하식’(嚥下食), 그리고 원활한 수분 공급과 영양 보충을 함께할 수 있는 ‘유동식’(流動食)이다. 식품 기업에서 내놓은 케어푸드를 살펴보면 ‘불고기’, ‘등갈비’, ‘고등어조림’ 등의 메뉴가 눈에 띈다. 같은 메뉴라도 일반식으로 조리할 경우 치아나 소화기관이 약한 시니어가 먹기 불편하지만, 케어푸드라면 좀 더 수월하게 즐길 수 있다.
고령친화식품 또한 노인의 신체적 특성을 감안하고 기호에 적합한 맛과 영양을 고려해 가공한 식품이다. 제품 포장재 등을 살펴보면 ‘고령친화식품’ 심볼 마크와 섭취 단계 아이콘을 찾을 수 있다. 케어푸드 중에는 ‘고령친화식품’의 품질기준을 만족하는 제품이 많은데, 치아 상태에 따라 식품의 경도를 살펴 구입하는 게 좋다.
일본 케어푸드 시장은?
일본의 케어푸드는 한동안 ‘개호식품’이라 칭해왔지만, 단어가 주는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근래에는 ‘소프트식’, ‘스마일케어식’, ‘유니버설디자인푸드’ 등으로 불리고 있다. 2020년 고령식품시장 규모는 1462억6000만 엔(약 1조7000억 원)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아사히그룹, 오츠카제약 등 대기업에서도 ‘야사시콘’(몸에 좋은 식단), ‘쇼쿠지와타노시’(식사는 즐거워), ‘야와라카구락부’(부드러운클럽) 등의 브랜드를 내세워 다양한 케어푸드를 선보이고 있다. 한편 유단백 사용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자의 근감소증과 운동기능 저하 개선을 위해 의료 및 케어 분야에서 유단백의 우위성이 인식되는 상황이다. 아울러 직접 조리가 어려운 이들을 위한 배달 서비스 및 도시락 택배 서비스도 활기를 띠고 있다.
즐기는 취미가 있는가. 부자들의 좀 더 특별해 보이는 그것, 혹은 돈이 없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럭셔리 취미생활을 엿봤다.
브리지 게임에 빠진 슈퍼리치
한국 사람에게 가장 있기 있는 게임이 화투라면 외국에서는 트럼프 카드로 즐기는 브리지 게임(이하 브리지)이 인기다.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130여 개국 4000만 명이 이 게임에 열광한다.
‘인류가 만들어낸 최고의 지적인 두뇌 게임’이라는 찬사가 따라다니는데, 그 명성만큼이나 이 사교 게임을 즐기는 부호와 사회 지도자도 많다. 당장 부자의 대명사로 꼽히는 워런 버핏과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의 이름이 나온다. 두 사람이 함께 브리지를 즐기는 모습이 인터넷 상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들이 이 게임을 소위 광적으로 즐긴다는 소문이 나면서 브리지는 세계 최고 부자의 놀이로 인식됐다. 워런 버핏은 “브리지를 잘하는 사람 3명만 있으면 교도소에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할 정도로 빠져 있다. 버핏과 게이츠는 브리지의 장점 등을 알리며 미국의 중·고교 학생들에게 보급하기 위해 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두뇌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시니어 세대 치매 예방에도 좋은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브리지 하면 인도네시아 최고의 갑부 마이클 밤방 하르토노도 빼놓을 수 없다. 경제전문지 ‘포브스’ 선정 ‘인도네시아 최고 부자 50인’에 11년 동안 1위 자리에 올라 있는 인물. 하르토노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 정식 종목에 브리지를 넣기 위해 많은 힘을 기울였다. 특히 그는 당시 79세의 고령에 선수로 참가해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중국의 덩샤오핑 전 주석은 마오쩌둥 집권 당시 자본주의의 산물이라며 금지했던 브리지를 숨어서까지 했을 정도로 즐겼다. 이 열성적인 정치지도자로 인해 아시아권에서 중국이 브리지를 가장 많이 하는 국가가 됐다. 이외에도 미국의 아이젠하워, 케네디 대통령, 영국 윈스턴 처칠 수상 등이 즐겼으며, 조훈현 9단도 브리지 게임의 매력에 푹 빠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주를 품는 슈퍼리치 3인방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 회장은 2000년 항공우주회사 블루오리진(Blue Origin)을 설립했다. 테슬라모터스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2년 후인 2002년 민간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Space Exploration Technologies Corp.)를 만들었다. ‘괴짜 CEO’로 알려진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도 2004년 민간 우주탐사기업 버진갤럭틱(Virgin Galactic)을 설립해 우주여행의 꿈에 한 발짝 다가섰다. 그는 10억 달러(약 1조1825억 원) 이상의 개인 자금을 우주 사업에 투자했다.
버진갤럭틱의 경우 지난해 10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사가 되면서 우주여행 사업이 더 이상 공상과학이 아니고 투자가 가능한 분야임을 입증했다. 2000년대 초반 이들이 민간 우주항공사를 만들 때만 하더라도 ‘저게 과연 가능한 발상인가’ 하며 젊은 부호의 허세로 여겼다. 하지만 장난처럼 보였던 도전은 취미에 머물지 않았고 정부산업의 축으로 보던 우주 분야의 문을 열었다.
이들 중 후발주자인 버진갤러틱은 두 회사를 제치고 2018년 12월 민간기업 최초로 탑승객을 태운 우주선의 대기권 밖 여행을 성공시켰다. 성공이 있기까지 각종 사고와 실패가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우주여행의 꿈에 꾸준히 다가선 결과다. 특히 리처드 브랜슨 회장은 민간우주선을 타고 우주를 여행한 인류 최초의 여행자로서 원대한 꿈을 이루겠다고 다짐해왔다. 지난 1월 8일에는 비행기 모양의 차세대 유인 우주선 ‘버진 스페이스십 유니티’를 공개하며 차근차근 우주 정복의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 버진갤럭틱은 1인당 약 2억8000만 원을 내면 우주비행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저스틴 팀버레이크, 레이디 가가 등 유명 인물을 포함, 700명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관광객 우주 방문 프로그램인 로켓 시스템 ‘뉴셰퍼드’를 개발해온 블루오리진은 현재까지 11차례의 시험 비행을 마쳤는데, 6명까지 탑승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귀를 자극하고 마음을 열다
남자들이 특히 빠지면 안 된다고 입을 모으는 것 세 가지가 있다. 자동차와 카메라 그리고 오디오다. 이들 세계에 눈을 뜨는 순간 수천만 원을 쏟아 붓는 일이 어렵지 않게 벌어지기도 한다. 오디오필, 오디오파일 혹은 스테레오파일 등 오디오 애호가를 지칭하는 말이 있을 정도이니 전 세계에 하이파이(Hi-Fi), 하이엔드(High-End) 오디오라 부르는 고음질 음향을 추구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꼭 슈퍼리치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오디오 마니아로 소개된 이는 많지만 심취해온 구력(?)으로 봤을 때 공정곤 전 효성물산 부회장 이름이 가장 눈에 띈다. 그는 고가의 오디오 장비로 음악 감상실을 꾸며왔다. 스피커의 경우 1987년 생산된 골드문트사의 아폴로그. 이탈리아 유명 미술가 클라우디오 로타 로리아가 디자인해 세계 최초로 뉴욕 MoMA에 전시됐다. 이 제품의 25주년 특별 한정판 가격은 6억5000만 원이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고교 시절 오디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대학 때부터 빠져 살았다”고 말했다. 레코드판이 많을 때는 1000장이 넘을 정도였다고.
오일머니 축구 구단주, 이것이 돈의 맛
2006년, 군부 쿠데타로 태국 정치권력으로부터 추출됐던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가 2007년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의 맨체스터시티(맨시티)를 인수한 적이 있다. 그 소식이 들리기가 무섭게 다시 주인이 바뀌었다는 뉴스가 들려왔다. 아랍에미리트의 왕자인 셰이크 만수르 빈 자예드 알 나얀(이하 만수르)이 3000억 원에 샀다는 것. 당시만 해도 그저 그런 성적을 보이던 맨시티를 사는 데 들어간 비용 자체만으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만수르는 “진정한 부가 뭔지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말로 인수에 관한 언급을 대신했다. 사람들은 중동 부자가 인수한 맨시티가 과연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지 촉각을 세웠다.
그 후 12년 동안 맨시티의 분위기는 바뀌어도 너무 많이 바뀌었다. 2011-2012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시작으로 거의 매년 우승과 준우승을 오가며 고공행진 중이다. 만수르의 전폭적인 투자와 선수영입과 육성은 우승이 멀게만 느껴졌던 맨시티에게 기회를 제공한 셈. 2018년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만수르가 맨시티에 퍼부은 돈만 2조1000억 원이다. 그 뒤 2년의 시간이 더 흘렀으니 그보다 더 많은 돈을 투자했을 것이다. 그는 스타급 선수를 영입하는 것은 물론 소속 선수들에 대한 지원, 차원이 다른 팬 서비스, 유소년 축구클럽 후원에도 아낌없는 지원을 이어갔다.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산하 국제스포츠연구센터(CIES)가 선수들 몸값을 조사했을 때 맨시티가 가장 값비싼 선수들을 보유한 구단으로 나타난 바 있다. 맨시티 선수들 몸값 합산가는 10억1400만 유로(약 1조3350억 원). 특히 몸값으로 10억 유로를 넘긴 구단은 맨시티가 EPL 역사 이래 처음이다. 만수르가 맨시티 하나만 갖고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 지난해 말 만수르는 인도의 축구팀 뭄바이시티FC을 인수했다. 만수르가 운영하는 시티풋볼그룹(CFG)은 이 축구팀의 지분 65%를 인수했다. CFG는 맨시티를 비롯해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뉴욕시티FC, 호주 A리그 멜버른하트FC, 일본 J리그 요코하마 등을 소유하고 있다. 뭄바이시티FC는 만수르의 8번째 축구팀이다.
슈퍼리치의 특징 다섯 가지
미국의 경제전문지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미래 부자의 이웃: 부자가 되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쓴 작가인 사라 스텐리 팔라우의 연구를 통해, 미국의 600여 명 부자들이 뚜렷하게 가지고 있는 5가지 특징을 소개했다. 바로 독서, 운동, SNS 활동, 잠, 일이다. 그러면서 부자들은 이와 관련한 활동을 하루든 한 주든 한 달이든 평균적으로 고르게 시간을 할애한다고 강조했다. 취미도 잠도 운동도 성공에 있어 모두 중요한 요소라는 의미다. 특히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일수록 독서에 할애하는 시간이 많은 점에 주목하면서 워런 버핏의 경우 하루의 80%를 책 읽는 시간으로 쓴다고 언급했다.
마크 저커버그도 책읽기를 강조하며 책을 통해 다른 문화와 역사와 기술, 신념을 쌓아갈 수 있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말했다. 특히 운동 습관은 일반인들에 비해 철저했다. 일주일에 6시간 가까이 운동을 하는데 애플의 공동 창업자 팀 쿡은 매일 아침 4시 30분에 일어나 피트니스센터로 향한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실제 주인공 안나 윈투어 역시 아침 5시 45분에 일어나 테니스로 몸을 푼다고.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도 아침에 주로 테니스를 치는데 서핑보드, 수영, 자전거 등도 꾸준히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명 슈퍼리치의 취미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창업자) 히브리어 책 읽기
•피터 틸(페이팔 창업자) 체스 두기 (국가대표 출신)
•래리 앨리슨(오라클 CEO) 요트 타기(그의 팀은 아메리카스컵 대회에서 우승을 거뒀다)
•데이비드 록펠러(미국의 전 은행가, 사업가) 딱정벌레 수집(록펠러가 최초로 발견한 딱정벌레에는 그의 이름이 학명으로 붙었다)
•구본무(전 LG그룹 회장) 새 관찰(살아생전 집무실에 망원경이 있었고, 조류도감도도 발간하고 새 사랑 사이트도 있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인구 자연증가율은 지난해에 0%대까지 떨어졌으며(월간 기준) 12월에는 드디어 주민등록 인구가 5천184만9천861명으로 한 달 전보다 1566명 줄었다.
2029년부터는 연간 기준으로 인구 자연감소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증가율 0%는 두말할 필요 없이 저출산에 따른 것으로 그에 따라 우리나라의 고령화 추세는 세계에 유례가 없을 만큼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총인구 중 65세 이상(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14% 이상일 때 고령사회, 20% 이상일 때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2017년에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서면서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통계청은 우리나라의 초고령사회 진입을 2026년(20.8%)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국에서 하루 출생아 수가 20~30명에 불과, 지금까지는 귀화자 등이 겨우겨우 부족한 출생아 자리를 채워왔지만, 이제 그마저도 역부족인 상황이 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국방병력 자원 감소, 노동인구 감소가 빠르게 진행되는 중이다. 2006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경우, 인구 자연감소폭이 연 4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구 정책의 획기적 전환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이 됐다.
1960년대와 1970년대 우리나라 인구가 급증할 때 인구 억제정책을 정부시책으로 추진할 때는 저런 포스터와 표어들까지 나왔었다.
“하나씩 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
“아들 딸 구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예비군 훈련시에 정관 수술을 하면 예비군 훈련을 면제시켜 주는 정책도 있었다. 아파트 청약시에도, 이 정책을 이용하기도 했다. 금석지감을 느끼게 하는 일들이다.
출산율이 계속 떨어지는 원인은 취업률 저하에 따른 결혼 기피 또는 결혼 시기를 늦추는 추세, 그리고 맞벌이 부부의 증가 등으로 꼽히고 있다. 또 아이를 낳아도 유아를 맡기는 비용이나 유치원 등의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초등학교 이후에도 사교육비가 너무 많이 드는 것도 원인이다.
이런 원인을 근본적으로 타개하기 위한 내실있는 대안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정부가 시행 중인 대책은 신혼부부에 대한 임대주택 입주권 및 소형 아파트 우선 분양권 부여, 유아를 돌보는 탁아시설과 유치원 비용 일부 지원 등이다.
이제 사회단체나 기업 등에서도 출산 장려를 위해 정부정책에 협조하는 외에도 자체적인 대책을 마련,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때가 됐다.
신중년들의 재취업은 하늘의 별 따기. 수명은 길어지고 건강나이는 늘어 정년 후에도 뭔가 일거리를 찾아야 한다. 어떻게 찾을 것인가? 틈새나 새로운 시장을 창의적으로 개척해 성공한 신중년들의 경험담은 더없이 좋은 사례다. 이러한 점에 착안한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원장 이재흥)은 “창의와 도전으로 시작하는 인생 3모작” 신중년 창직 포럼을 9월 17일 aT센터(서울시 양재동)에서 개최했다.
꿈과 아이디어 그리고 도전정신으로 인생 3모작에 성공한 신중년 사례를 확산하기 위해 마련한 포럼이다, aT센터 세계로룸을 꽉 채운 방청객의 높은 관심 속에 진행됐다. 새로운 도전의 필요성과 의미 그리고 인생 3모작을 앞둔 신중년들이 준비해야 할 것에 대한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새롭게 경력개발을 시도한 신중년 4인의 사례 발표와 질의응답 토크쇼로 이어졌다.
기조 강연에 나선 백만기(67세) 인생학교 교장은 은퇴 후 행복한 삶을 위해 필요한 조건과 마음가짐, 일을 통해 가치를 추구하는 방안을 들려주었다. “30년 가까이 금융회사에서 일한 뒤, 지역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인생학교를 설립했다”며 “먹고 사는 일, 재미있는 일, 의미 있는 일, 이 세 가지가 부족함 없이 균형을 이뤄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첫 번째 사례발표는 수다나무협동조합 홍성화(58) 이사장은 “꿈과 사회적 가치를 함께 완성하는 인생 후반”을 주제로 취약계층 관련 시설과 학교 등 공공시설 환경 개선을 위해 협동조합을 운영하는 사례를 구체적으로 발표해 도움을 주었다. 창직은 “내게 필요하고 앞으로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것으로 나와 주변 사람들이 공감하고 의미 있는 것에 대한 자기성찰이 우선 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두 번째 발표는 더 쇼퍼(웨딩카운전) 노경환(68) 대표의 “경험과 역량을 살린 인생 3모작”를 주제로 이어졌다. 노 대표는 호텔리어, 대리운전 기사 경험 등을 살려 웨딩카 운전 전문 업체를 운영하고 호텔리어로 일하면서 익힌 고객 응대 노하우를 살려 결혼식 신랑신부의 웨딩카를 운전해주는 웨딩카운전원을 창직했다. “아들의 결혼식에서 신랑신부 이동 서비스에 영감을 받아 창직했다”며 “틈새시장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도전한다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세 번째 사례발표는 유품관리사 김석중(51) 대표가 나섰다. 고령화 및 1인 가구 증가에 대비한 유품관리사의 전망을 소개하고 신 직업에 진출하면서 겪은 어려움과 지속적 도전의 원동력을 들려주었다. 일본 NHK 방송 유품정리회사 다큐멘터리를 보고 회사대표를 직접 찾아가 노하우를 배웠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 등을 겪은 일본의 경험을 바탕으로 패키지 형식으로 유품 정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창업할 수 있었다”고 했다. “단순히 유품을 치우는 청소업이 아니라 지식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관점으로 접근한다면 관련 산업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끝으로 농업협동조합 정년 후 취미로 텃밭 가꾸기 시작해 도시농업전문가로 거듭난 오영기(66) 회장의 사례발표가 있었다. 신중년이 새롭게 출발하기 위해선 과거의 모습과 지위 등을 과감하게 떨쳐버리기를 권유하면서 새로운 분야의 틈새를 공략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일러주었다.
포럼을 주관한 한국고용정보원 관계자는 “신중년의 경력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미래직업, 창직 등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해 알리고 있다”고 했다. “새로운 인생 후반을 완성하고 싶은 신중년에게 다양한 경력개발 사례로 창직과 사회 가치 구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러한 포럼을 비롯하여 신중년을 위한 다양한 채널의 지원제도가 이어지기를 희망해본다.
은퇴한 시니어들의 화두는 뭐라해도 ‘일’이다. 300만 원 이상의 연금 수급자들도 돈을 떠나 ‘일’하고 싶어 한다. 재취업, 인생 2모작 등 현역으로 일하고 싶어 하는 시니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일까, 시니어들 사이에서는 노후 불안과 함께 65세 정년연장에 대한 얘기들이 뜨겁게 오가고 있다. 일하는 시니어가 많은 상황에서, 현재의 정년이 60세로 설정되어 있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된다는 반응도 있다. 그러나 정년을 연장하는 일은 일견 단순해 보여도 쉬이 풀기 힘든 무수한 문제들이 따른다. 대체 정년연장으로 어떤 변화들이 발생할 것인지 짚어봤다.
정년연장 논의 가속화에 팔 걷어붙인 정부
정년은 누구에게나 오게 된다. 현재 시니어의 생활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소위 ‘불이 붙은’ 이슈는 바로 ‘정년연장’일 것이다. 기존의 60세를 65세로 올려야 한다는 정년연장 화두는 올해 2월 대법원에서 본격적인 포문이 열렸다. 육체 노동자의 가동 연한을 60세로 산정한 원심을 깨고 65세로 늘려야 한다며 판례를 바꾼 것이다.
이어서 정부에서도 지속적으로 정년연장 문제를 건드리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월 23일에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정년연장의 사회적 논의가 필요함을 밝히고 6월 초에는 TV에 출연해 정부에서 현재 해당 문제를 집중 논의하고 있음을 알리는 등 거듭해서 정년연장 이슈를 제기하고 있다. 또한 6월 말에 발표된 60세 이상 고령자의 재고용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정부 시책은 이 문제에 기름을 부었다.
정년 60세, 어떻게 볼 것인가
우리나라의 고령자가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은퇴하는 연령은 남성은 72세, 여성은 72.2세로 알려져 있다. 이것도 2016년 기준이기에 2019년인 현재에는 더 높아졌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는 OECD 35개 회원국 중 가장 높은 나이대다. 그런데 한국고용정보원 추산에 따르면,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평균연령은 49.1세에 불과하다. 이는 첫 퇴직을 하는 평균 나이가 49.1세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한국인은 완전히 일에서 물러나는 72세까지 22년이라는 긴 시간을 재취업 혹은 계약직, 자영업의 세계에서 일하게 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그런데다 지난 5월에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35.2%로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65세 이상 인구의 3분의 1이 아직도 일하고 있는 대한민국 현실에서 60세 정년이라는 현재의 기준은 은퇴 시점을 앞당기는 주요한 원인이면서 현실성 없는 기준으로 보인다. 그래서 현실에 맞게 정년도 5년 늘려서 65세로 간단하게 바꾸면 되지 않겠느냐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그러나 이 간단한 해법 뒤에는 엄청나게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적 역학 작용들로 인한 갈등들이 시한폭탄처럼 숨겨져 있다. 올해 769만 명으로 집계된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2020년 813만 명, 2024년 995만 명 등으로 늘어 2025년이면 1000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청년 일자리와의 상충
100세 시대라는 명칭에 맞게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막대한 수의 베이비부머가 매년 80만 명이 은퇴하기 시작하는 근간에, 60세 정년이라는 기준은 터무니없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기준을 보다 현실적인 나이인 65세로 올리는 일의 발목을 잡는 문제는 바로 청년실업이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는 국내외의 문제들이 중첩되어 경제 침체와 함께 높은 청년실업률이 이어지며 사회적 갈등으로 연결되는 상황이다. 정년연장으로 가뜩이나 부족한 청년 일자리를 시니어들이 빼앗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이 있다.
정년연장의 실현을 통해 노동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사람들은 1차적으로 공무원이나 대기업 근로자 등 소위 ‘좋은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좋은 일자리’는 청년들에게도 ‘좋은 일자리’이며 수년간의 고시 공부를 해서라도 들어가려는 곳이다. 정년연장으로 인한 일자리 축소와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리라는 것을 예상하게 만드는 이유다.
그러나 정년연장이 청년 일자리를 줄인다는 주장에 대한 반론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OECD는 일찍이 1990년대에 청년실업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조기퇴직의 활성화를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세대 간 비교우위에 따른 고용분리로 인해 기존의 일자리 전쟁 가설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채택했다. 그래서 2005년부터는 양 세대 고용을 늘리는 정책 방향을 권고하고 있다.
이제 정부 입장을 보자. 현행 60세 정년을 유지하는 것은 국가 예산 정책을 위협하는 주원인이 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현행 60세 정년 기준은 대부분의 복지 우대 대상 나이를 65세로 묶어두는 근거이기 때문이다. 즉 60세 정년을 유지하면 복지혜택을 받는 ‘노인’의 기준 연령을 낮추게 돼서 대상자 수가 늘어나게 되고 복지 부문의 지출을 늘리는 이유가 되는 것이다. 더구나 복지혜택을 받지 않아도 되고 계속 일할 수 있는 건강한 시니어가 늘어나는 현재에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까지 겹치면 복지 지출의 단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청년실업 문제를 해소한다는 이유로 무조건 정년연장을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렇게 정년연장 정책은 연령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얽혀 있는 문제들이 서로의 급소를 죄고 있는 듯한 상황들이 이어지고 있다.
노동유연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들
다음은 기업의 입장을 살펴보자. 국내 기업들 다수는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는 연공급 임금 체계를 따르고 있다. 따라서 정년연장이 이뤄지면, 65세까지 늘어난 시간에 따라 연공급에 맞추는 기업의 인건비 지출 또한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면 60~65세 인구 내에서 정년연장을 보장받으며 일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그리고 젊은이들 사이의 양극화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기업들은 무조건적인 정년연장이 임금 지출 상승 및 전체 국민 경제에 피해를 줄 것이라며 반발부터 하는 상황이다.
이 문제의 해소를 위해 정년연장과 함께 노동유연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들이 있다. 60세 이상 직장인의 업무량을 점차적으로 줄여 65세에 은퇴 준비를 하게 함으로써 기업의 비용절감과 함께 청년층의 고용도 추구하자는 것이다. 그렇다. 이것은 임금피크제를 활성화하자는 주장이다. 임금피크제가 정착되기 위해선 시니어 당사자들 전반의 이해와 사회적 동의가 필요하지만 여전히 관련된 갈등들이 이곳저곳에서 펄펄 끓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국민연금도 함께 검토해봐야
정년연장 문제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은 국민연금이다. 현행 60세 정년을 계속 유지하면 소위 ‘소득 크레바스’라고 불리는 소득 단절시기에 대한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기존 60세였던 국민연금 수급시점이 2013년부터 5년마다 한 살씩 상향조정돼 2033년에는 65세로 늘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행 60세 정년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2033년에는 최대 5년 동안 국민연금을 받지 못해 금전적 리스크를 감내해야 하는 인구가 상당수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65세로 정년연장을 할 경우 국민연금 차원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을까? 지금까지 본 사례들처럼, 당연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발생한다. 우선 일을 하면서도 연금을 받는 사람들로 인해 소득격차 문제가 커질 수 있다. 연금공단 입장에서도 연금의 본래 취지와는 다른 성격의 지출이 발생함으로써 재정 부담과 함께 제도의 본질이 훼손되는 문제를 겪을 수 있다. 물론 2033년이 되면 65세로 수급 시점이 올라가니 65세 정년과 맞춰지겠지만, 그때까지 10여 년가량은 누수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즉 정년연장은 국민연금 제도의 근간도 검토해야 하는 일인 것이다.
선진국들의 대처
정년연장 문제는 전형적인 선진국형 이슈라고 할 수 있다. 사회 제도가 갖춰지고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노동인구 감소를 겪는 선진국의 사회 변화 추이와 맞물려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 사회를 맞이한 선진국들은 대부분 이 문제를 맞닥뜨려야 했다. 그렇다면 그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대처했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미국은 1980년대에 이미 정년 개념을 없앴다.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나이에 따라 차별한다는 것은 불가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영국은 이보다 늦은 2011년에 대부분의 직업에서 정년제를 없앴다. 단 영국은 고령자가 직무 역량을 완전히 충족시킬 수 없는 부분적인 일자리들에서는 아직 정년제를 유지하고 있다. 독일은 이미 65세 정년을 적용하고 있는데 곧 67세로 연장할 계획이다. 대표적 장수 국가인 일본은 70세까지 정년을 늘리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이렇듯 선진국들은 정년연장을 피할 수 없는 역사적 순서로 보고 발생할 문제를 해소하는 쪽에 집중해 대처하고 있다.
불가피한 득과 실, 사회적 합의로 풀어야
지금까지 열거된 것들만으로도 정년연장이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 사안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해당사자인 개인과 국가, 기관, 조직의 사정들이 얽히고설킨 상황이다. 그렇다고 마냥 손놓고 있을 수도 없다.
분명한 것은 정년연장의 적용이 이뤄지면 각 이해당사자들이 서로 잃고 얻는 것들이 있으며 그러한 결과를 회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사회적 논의로써 정년연장 이슈를 공론화해, 철저히 사회통합적인 가치 기준에서 조정해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본 서점가에서 책 ‘탈출노인(脱出老人)’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일본의 고령자들이 처해있는 상황 등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 이 책은 다양한 목적을 갖고 필리핀으로 이주해 살고 있는 일본의 노인들을 다루고 있다. 저자 미즈타니 다케히데(水谷竹秀)는 논픽션 작가로 태국과 필리핀 등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일본인의 삶을 주로 다뤄왔다. 이 책은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제작돼 후지TV를 통해 방영되기도 했다. 이 영화에는 제일교포 영화인으로 잘 알려진 최영일 감독이 참여했다.
지난 6월 일본 금융청은 충격적인 발표를 내놓았다. “60세에서 65세 사이의 직장이 없는 평범한 은퇴자 부부가 약 30년의 여생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연금 이외의 약 2000만 엔(한화 약 2억2000만 원)의 자산이 필요하다”라고 발표한 것. 연금에만 기대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고령자들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해외로 이주한 일본의 노인들을 다룬 책 ‘탈출노인’이 대중의 관심을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높은 생활비로 악명높은 일본의 고령자들이 낮은 연금만으로 살아가기엔 쉽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탈출구로 해외 생활을 고려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고령자의 해외이주 "만만치 않아"
이 책의 저자 미즈타니 다케히데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필리핀으로 이주한 고령자의 삶을 통해 바라본 행복론에 관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제 책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필리핀인 여성과 결혼한 남성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들은 대부분 일본에서 유행한 필리핀 술집에서 배우자를 만나 결혼한 사람들이죠. 그들이 이주를 선택했던 것은 따뜻한 기후와 낮은 물가로 대변되는 살기 좋은 환경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그들은 대부분 필리핀에서의 생활을 만족해하고 있었죠. 그리고 일본의 북쪽 지방에서 추위를 피해 오거나 치매 부모를 모시기 위해 온 사람들도 있었죠. 동일본 대지진 이후 방사능을 걱정해 이주한 사람은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필리핀 여성과 결혼한 일본 남성이 많았던 이유에 대해서는 일본사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일본의 거품경제가 급격히 꺼지면서 일본인의 해외여행 역시 함께 감소했고, 동시에 해외여행을 대체하는, 필리핀 여성을 고용한 ‘필리핀 술집(フィリピンパブ)’이 전국적으로 성행하게 된다. 이 유행이 가장 왕성했던 2004년에는 공연 등의 목적으로 입국을 허가하는 흥행(興行) 비자로 일본에 입국한 필리핀 여성이 8만 명에 달했다. 이런 술집은 젊은 여성이 부족한 지방에서도 성행했고, 자연스레 수많은 국제결혼으로 이어졌다.
연금에 의존한 생활, 희망 줄어
그렇다면 필리핀은 일본인에게 이상적인 노후 주거지였을까? 그는 “꼭 그렇지는 않다”라고 말한다.
“일부는 저렴한 가격으로 매일 골프를 즐기고, 친구들과 느긋하게 술을 마시면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언어에 대한 장벽과 문화적인 격차, 생활시설의 부족 등을 넘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죠. 아내와 아내의 가족들로 인한 문제, 생활비 부족 등도 그들이 힘들어하는 주요 문제였습니다. 그곳에서 만나본 일본인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필리핀 생활에 적응할 수 있는 확률은 50대 50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미즈타니 다케히데는 “해외이주만이 노후 생활의 정답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 책을 쓴 목적도 해외의 삶을 권하기 위해서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일본은 고령화 사회입니다. 일부는 연금만으로 일본에서 살아가는 것을 힘들어하고 있죠. 특히 일본 정부의 ‘2000만 엔 노후 자금 필요’ 발표 이후에 이들은 희망을 잃었습니다. 제가 이 책을 쓴 것은 고령화 사회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 행복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계기를 만들기 위함입니다. 물론 정답은 없습니다. 해외이주 역시 다양한 선택지 중 하나일 뿐입니다.”
노후에 중요한 것은 '가족'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노후를 위한 이상적인 삶의 터전은 무엇일까? 그는 중요한 요소로 ‘가족’을 꼽았다.
“대부분 노후 준비의 요소로 돈을 꼽을 텐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이죠. 가족 간의 유대가 긴밀하다면 그것보다 좋은 것은 없겠죠. 고령화된 일본사회의 특징 중 하나는 가족의 유대감이 약하다는 것입니다. 고령자들의 고독사가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죠. 만약 가족과 함께였다면 외로움을 느끼지 않을 것이고 행복하다고 생각할 겁니다. 노인을 위한 생활시설이나 요양시설의 문제점 중 하나도 그들이 느끼는 쓸쓸함을 어쩌지는 못한다는 것이죠. 결국, 노후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족입니다.”
노후에 어디서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낮아지는 소득 수준과 부담해야 할 집세, 건강으로 좁아지는 생활반경 등 고려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민은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연금삭감 논의와 함께 노후자금 부족에 대한 경고등까지 켜지면서 불안감도 생기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고소득층을 위한 실버타운이나 고령자를 위한 여행 방법에 대한 개선도 논의되고 있다.
서점가에선 ‘탈출노인’ 인기
최근 일본 서점가에서는 신간 ‘탈출노인(脱出老人)’이 인기를 얻고 있다. 논픽션 작가 미즈타니 다케히데(水谷竹秀)가 쓴 이 책은 집세도 내기 어려운 부족한 연금생활로부터의 탈출을 꿈꾸고 필리핀에 정착한 일본 중장년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대기업 샐러리맨 출신이지만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방사능 걱정이 없는 필리핀으로 이주한 부부에서부터, 90세 치매 어머니를 모시고 떠난 여교사, 필리핀에서 만난 24세 연하의 여성과 결혼해 살고 있는 전직 경찰관 등을 소개한다.
이 책은 지난 6월 일본 금융청이 “평균적인 무직 60~65세 노인 부부가 약 30년의 여생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연금 외에 약 2000만 엔(한화 약 2억2000만 원)의 자산이 필요하다”고 발표한 내용이 사회적으로 뜨거운 감자가 되면서 더욱 조명받았다. 이 논란은 소비세 인상과 맞물려 일본 국민의 시위까지 불러일으켰다.
필리핀은 물가가 낮고 체류가 쉬워 일본인들에게 노후를 보내는 곳으로 인기를 얻고 있고, 의료 인력도 풍부해 일본인 대상의 실버타운도 조성됐다. 일본 외교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필리핀 체류 일본인 수는 1만6570명에 달한다.
‘탈출노인’은 인기에 힘입어 다큐멘터리로 제작돼 후지TV에서 방영되기도 했다.
토쿄 한복판 실버타운 입주비용은?
일본의 고급 실버타운은 어떤 모습일까? 8월 1일 도쿄 시부야 한복판에 새 실버타운이 문을 열었다. 도쿄와 오사카를 중심으로 실버타운 사업을 펼치고 있는 참·케어(cham·care) 코퍼레이션의 ‘참 프리미어 그랑 쇼토(松濤)’다.
이 회사가 최초로 하이엔드 브랜드를 표방하며 건립한 이 실버타운은 모든 것을 최고급으로 갖췄다. 지상 3층 지하 1층에는 36개의 객실이 마련되어 있고, 입주자를 위해 직원이 24시간 대기하고 있다. 입주자와 직원 비율은 1.5대 1로 직원이 바빠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상황은 없는 셈이다. 의대 협조를 통해 치매 개선 프로젝트도 실시하고, 재활전문 의료법인과의 제휴로 다양한 재활 서비스도 이뤄진다. 식사는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일식과 양식 이외에도 먹고 싶은 요리가 있으면 주문해 먹을 수 있다. 매일 직원들이 입주자의 산책을 돕고, 각종 취미활동이나 야외 활동도 지원한다.
문제는 입주비용. 월 30만2400엔에서 95만2400엔에 달한다. 우리 돈으로 약 330만 원에서 1050만 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교통 약자 위한 ‘여행개조사’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를 눈앞에 두고 있는 일본 정부는 이를 계기로 국내 여행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꾀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장애인을 위한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말 그대로 교통 약자가 쉽게 여행을 다닐 수 있도록 각종 인프라를 개선하는 사업.
지난 6월 일본에서는 이와 관련한 심포지엄이 열렸다. 일본간호여행서포터즈협회가 주최한 이 행사에는 여행사, 대학, 의료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해 고령자나 장애인의 편안한 여행을 위한 방안 마련 논의를 했다. 이들은 노인과 장애인이 자유롭게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개선뿐만 아니라 ‘간호 여행’을 실현할 수 있도록 관련 인력이 양성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단체는 노인과 장애인의 여행을 돕는 도우미인 여행개조사(旅行介助士) 제도를 민간자격증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여행자의 보행 상태나 건강 등을 파악한 후 여행 기획부터 응급상황을 대비한 조사활동을 펼치고 몸이 불편한 고객의 여행 동행자 역할도 한다.
고령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는 고령화를 겪고 있는 사회가 갖는 공통적인 문제 중 하나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일부 지자체는 운전면허증을 반납하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교통비 지급 등 인센티브 제도까지 마련했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4월 도쿄에서는 88세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에 치어 모자가 사망했고, 6월에는 81세 운전자가 차량 5대를 들이받아 사망자까지 나온 사고가 있었다. 연이은 사고에 일본사회 각계각층에서는 대안을 내놓느라 여념이 없다.
고령운전자 사고 치매 관련성 커
일본 경시청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발생한 교통사고 중 사망사고 건수는 75세 미만 면허소지자의 경우 10만 명당 3.7건에 불과했지만, 75세 이상은 7.7건으로 2배가 넘었다. 사망사고를 낸 75세 이상 운전자 중 385명을 검사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49%가 치매가 의심되거나 인지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경시청은 이 자료를 통해 인지장애가 교통사고와 인과관계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75세 이상 면허소지자 수는 매년 증가해 2007년 283만 명에서 2017년엔 540만 명으로 증가했다. 물론 고령자의 사고 건수 역시 매년 증가하는 상황. 2007년에 8.2%였던 전체 사망사고 중 75세 이상 운전자의 사고 비중이 2017년에는 12.9%까지 높아졌다.
고령운전자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커지자 일본 정부는 지난 6월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에 나섰다. 가장 먼저 대두된 것은 감속 페달로 착각해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급가속을 방지하는 장치 등 안전장치를 갖춘 차량 소유자에게만 면허를 발급하는 제도 등을 논의 중이다. 또 앞 차량이나 보행자를 감지하면 자동으로 속도를 줄여주는 장비 탑재 의무화도 검토하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도 문제 해결에 나서
고령운전자 문제 해결을 위해 자동차 제조업체도 나섰다. 도요타자동차의 자회사 중 하나인 다이하쓰(ダイハツ)공업은 지난 4월 25일부터 지역 밀착 프로젝트 일환으로 고령운전자를 위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몇 살이든 이동의 자유가 있는 생활’을 목표로 진행되는 이 사업은 건강 안전 운전 강좌의 형태로 일본 전역 37개 판매점, 57개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 사업을 위한 고령운전자 교육은 일본자동차연맹(JAF)이 맡고 있다. 교육 대상은 신체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50세 이상의 운전자다. 이 교육을 통해 고령운전자는 스스로의 운전습관을 되돌아보고 안전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강화하고 있다. 교육은 시각기능과 인지능력을 점검하는 과정과 전문가의 운전 강습, 고령자의 면허갱신과 관련한 정보 등으로 이뤄진다.
운전졸업식 아시나요?
고령운전자의 면허증 반납을 유도하기 위한 방안으로 일본에선 ‘운전졸업식’이란 단어도 등장했다. 동일본 고속도로(NEXCO東日本)는 고속도로 역주행 사고의 과반수 이상(66%)이 65세가 넘은 고령운전자에게서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해 운전자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역주행 방지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동일본 고속도로는 지난 2월 이 캠페인을 위한 단편 웹 영화 ‘아버지와 어머니의 졸업여행 ~ The Last Long Drive’를 공개했다. 영화에선 ‘운전졸업식’이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이 영화는 면허증 반납을 놓고 딸과 논쟁을 벌이던 78세 아버지가 마지막 운전을 기념하기 위해 졸업여행을 떠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행 과정에서 아버지는 운전의 어려움과 가족의 걱정을 새삼 깨닫게 되고, 가족이 준비한 작은 졸업식에 감동받는다.
동일본 고속도로는 웹 영화 공개와 함께 고령운전자 대상 설문조사, 역주행 방지를 위한 3대 점검 방법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고령자로 인한 고속도로 사고 예방에 나서고 있다.
시니어에게는 ‘평범한 삶’을 유지하는 것도 숙제가 된다. 예전엔 일상처럼 해왔던 운전이나 일, 독서, 운동 등도 어느 날부터는 대단한 각오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초고령 국가 일본에선 최근 시니어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은 노인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
운전 능력 자가진단으로 해결
고령자에 의한 교통사고는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2014년 51건에 그쳤던 90세 이상 노인에 의한 교통사고는 2017년 131건으로 늘어나 큰 증가세를 보였다. 일본에서도 고령자 교통사고는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 3월 JAF(사단법인 일본자동차연맹)에서는 노인의 즐겁고 안전한 운전을 위한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연맹이 개설한 ‘고령 운전자 응원 사이트(jaf-senior.jp)’를 통해 공개된 이 프로그램은 안전운전과 면허갱신 등에 필요한 내용을 알려줄 뿐만 아니라 간단한 퀴즈를 통해 운전자의 시각과 인지능력을 테스트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자신의 운전 능력을 가늠해볼 수 있다.
연맹 측은 “게임 형식으로 제작돼 즐기면서 훈련을 반복할 수 있고, 운전에 필요한 인지기능 유지와 강화에 일조할 것”이라면서 “사회 문제인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방지를 위한 활동을 앞으로도 펼쳐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쿄도민의 제2인생 응원 사업
도쿄도(東京都)는 지난 3월 27일, 6개월간의 교육이 진행된 ‘도쿄 세컨드 커리어 학당’의 수료식을 진행했다. 도쿄 세컨드 커리어 학당은, 평생 현역을 위한 두 번째 경력(직업)을 원하는 희망자 중 도내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사업으로 지난해 10월 시작됐다. 총 112명의 1기 수료생은 두 곳 시설에서 커뮤니케이션 스킬, 기획 실습 강좌 등 51개 수업을 수강했다. 도쿄도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수강생 중 취업을 원하는 60명의 명단인 ‘시니어 인재 목록’을 기업을 대상으로 공개했다. 도쿄도 측은 “노인에게 취업은 단순히 수익 수단을 넘어 삶의 보람을 얻도록 하고, 사회와의 관계를 지속시켜주는 역할을 한다”면서 특히 “저출산 초고령 사회에서 발생하는 기업의 인력 부족에 시니어의 경험과 인맥은 도움이 되므로 앞으로도 노인이 활약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시니어 아지트 ‘탁구 카페’
최근 일본에선 지자체와 기업, NGO, 의료기관이 힘을 모아 시니어를 위한 아지트 ‘탁구 카페’를 만들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구와나(桑名) 시와 기업 네슬레 재팬, 구와나 시 종합의료센터, 탁구로 건강한 일본 만드는 모임 등이 참여한 이 프로젝트는, 탁구 카페를 거점으로 지역 시니어 등 다양한 계층에게 운동 등 건강에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모임 장소도 되고, 탁구대 등의 시설을 통해 운동 기회를 제공하는 헬스 공간도 된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또 필요에 따라 건강 강좌나 요리교실 등의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