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건강을 위해 잘 먹어야 한다고들 한다. 그러나 치아 손실이나 소화 장애 등으로 씹고 뜯는 게 맛이라는 갈비는 엄두도 못 낼뿐더러, 체력 저하와 미각, 후각의 노화로 요리도 자신이 없다. 이렇듯 ‘먹는 즐거움’을 잃어가는 이들을 위한 희소식. 맛과 영양을 모두 겸비한 케어푸드 시장이 활발해지고 있다.
‘케어푸드’는 영유아나 노인, 환자 등 맞춤형 식사가 필요한 이들을 위한 연화식, 치료식 등의 기능성 식품을 의미한다. 나이가 들면 아프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노화로 인한 음식 섭취 능력 저하 때문에 이러한 케어푸드를 가까이하게 된다. 앞서 고령사회를 맞이한 일본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역시 최근 노령인구 증가에 발맞춰 푸드케어 시장이 꾸준히 성장 중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그 규모가 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며, 케어푸드 관련 연구와 제품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물론 영양가 높은 식재료로 직접 먹기 좋은 케어푸드를 만들어도 되겠지만, 나이가 들수록 이 역시 힘들고 귀찮게 느껴질 수 있다. 또 막상 음식을 만들다가도 미각과 후각의 노화로 예전처럼 맛을 내기 어려워져 고충을 겪기도 한다. 이런 면에서 시중에 판매하는 케어푸드는, 먹기 좋은 맛과 식감은 물론 요리에 대한 번거로움까지 해소해준다는 점에서 실속 있다.
케어푸드 삼 대장 연화식·연하식·유동식
케어푸드 하면 자칫 환자들이 먹는 미음이나 죽 등만 떠올리기 쉬운데,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케어푸드의 종류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음식을 입에 넣고 씹는 저작기능 저하를 보완해주는 ‘연화식’(軟化食), 식도 근육이 약해 음식을 삼키기 어려운 이들을 위한 ‘연하식’(嚥下食), 그리고 원활한 수분 공급과 영양 보충을 함께할 수 있는 ‘유동식’(流動食)이다. 식품 기업에서 내놓은 케어푸드를 살펴보면 ‘불고기’, ‘등갈비’, ‘고등어조림’ 등의 메뉴가 눈에 띈다. 같은 메뉴라도 일반식으로 조리할 경우 치아나 소화기관이 약한 시니어가 먹기 불편하지만, 케어푸드라면 좀 더 수월하게 즐길 수 있다.
고령친화식품 또한 노인의 신체적 특성을 감안하고 기호에 적합한 맛과 영양을 고려해 가공한 식품이다. 제품 포장재 등을 살펴보면 ‘고령친화식품’ 심볼 마크와 섭취 단계 아이콘을 찾을 수 있다. 케어푸드 중에는 ‘고령친화식품’의 품질기준을 만족하는 제품이 많은데, 치아 상태에 따라 식품의 경도를 살펴 구입하는 게 좋다.
일본 케어푸드 시장은?
일본의 케어푸드는 한동안 ‘개호식품’이라 칭해왔지만, 단어가 주는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근래에는 ‘소프트식’, ‘스마일케어식’, ‘유니버설디자인푸드’ 등으로 불리고 있다. 2020년 고령식품시장 규모는 1462억6000만 엔(약 1조7000억 원)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아사히그룹, 오츠카제약 등 대기업에서도 ‘야사시콘’(몸에 좋은 식단), ‘쇼쿠지와타노시’(식사는 즐거워), ‘야와라카구락부’(부드러운클럽) 등의 브랜드를 내세워 다양한 케어푸드를 선보이고 있다. 한편 유단백 사용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자의 근감소증과 운동기능 저하 개선을 위해 의료 및 케어 분야에서 유단백의 우위성이 인식되는 상황이다. 아울러 직접 조리가 어려운 이들을 위한 배달 서비스 및 도시락 택배 서비스도 활기를 띠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