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직을 1년 남긴 시점에서 날아든 갑작스러운 희망퇴직 공고. 평생을 현대자동차의 성장을 기쁨으로 알고 일해온 홍노희(洪魯憙·59) 씨는 고민에 휩싸였다. 정년을 채우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후배들의 길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제는 떠나주는 것이 사랑하는 회사를 돕는 길일까. 37년을 상용차 제조 현장에서 품질관리를 담당해온 그의 고뇌는 오래가지 않았다. 한결같았던 이른 새벽 출근길 떠오른 확신은 결심으로 변했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2018년 2월의 일이다. 그 후의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
1981년.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아이콘 청계고가 위를 포니가 신나게 달리던 시절. 당시 현대자동차는 북미 수출의 꿈을 안고 포니2의 개발을 준비 중이었다. 홍노희 씨는 군복무를 마치고 갓 입사한 청년이었다. 그는 그 시절의 현대자동차를 이렇게 회고했다.
“포니가 인기를 얻으면서 공장은 활기로 넘쳤죠. 저는 특장차 조립 일을 했는데, 건설 붐을 타고 수요가 폭발했던 레미콘 같은 차량을 담당했죠. 컨베이어벨트에서 맡은 부분만 조립하는 소형차와 달리 대형 상용차들은 몇 명이 달라붙어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부품을 조립해 완성하는 방식이었어요. 그래서인지 ‘내가 만든 차’라는 자부심이 컸고, 소소한 부분까지 공을 들였죠.”
32년간 품질관리 매달려
그런 노력이 회사의 눈에 들었는지, 품질관리라는 개념이 생산현장에 도입되면서 담당자로 발탁된다. 입사 5년 차에 시작한 품질관리 업무는 그렇게 32년간 평생 직업이 됐다. 회사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그는 실력을 발휘해 2004년과 2006년에는 국가품질경영대회에서 우수분임조 은상을, 2010년에는 금상을 받았다.
“사실 품질관리라는 분야는 시어머니 같은 역할입니다. 협력업체에서 부품이 제대로 만들어져 왔는지, 그 부품들을 제대로 조립했는지 확인하는 일이니까요. 모든 수치를 암기하고 있어야 했죠. 검사할 때마다 자료를 찾아볼 순 없으니까요. 또 간혹 조립 담당자와 갈등도 있습니다. 조립자들은 할당된 생산량을 맞춰야 하는데, 품질관리자가 시간을 잡아먹는다 생각하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스펙에 미달하는 것을 용인할 순 없었죠.”
퇴직 후 예상과 다른 현실에 당황
그의 퇴직 스토리를 들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가족의 반응이었다. 만류는 없었을까?
“아내도 이제 쉴 때가 됐다며 응원해줬어요. 몇 년만 잘 버티면 연금도 나오니까 일찍 노년의 삶을 준비할 기회가 될 거라고 하더군요. 오히려 회사 후배들이 말렸지만 저는 퇴직하는 것이 좋겠다 싶었어요.”
그러나 덜컥 퇴직하고 나서 당황했다. 그는 “생각과는 달랐다”고 고백했다. 그가 예상했던 것과 현실은 큰 차이가 있었다.
“텃밭에서 과실수를 관리하고 닭 모이를 챙기는 것이 평생 생산 현장에서 일하던 사람에게 일다운 일로 느껴지지 않았어요. 돈 걱정 할 상황은 아니었지만, 고정적인 수입이 끊기니 심리적 압박도 있었죠.”
그래서 선택한 것이 재취업. 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에서 관련 교육도 받고,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작성 도움도 받았다.
그런 와중에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그의 퇴직 소식을 들은 한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품질관리를 맡아 개선해줄 수 없겠느냐는 제안을 해온 것. 그리고 국내 주요 자동차 기업의 우수 협력사로 꼽히는 중견기업 평안정공주식회사에 입사했다.
자동차 산업에 도움될 수 있어 보람
“긴 공백기 없이 일을 계속할 수 있어서, 특히 제가 그동안 해왔던 품질관리 일을 할 수 있어서 엄청난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또 고향 같은 전 직장에도 부품을 납품하는 회사에서 일하다 보니 더 즐겁습니다.”
물론 회사의 규모도 문화도 다른 조직에서의 적응이 쉬울 리는 없었다. 전국 각지에서 생산된 부품을 갖고 조립만 하다가, 직접 쇠를 깎고 다듬는 과정을 관리한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우리 회사는 상용차 후륜의 구동부(rear axle housing assembly)를 만들고 조립해 납품하는 일을 합니다. 100분의 1mm만 틀어져도 조립이 되지 않거나, 윤활유가 새어 나오기 때문에 높은 정밀도를 요구해요. 매일 생산되는 약 1000대분의 부품에 문제가 없게 하려면 품질관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출근 초기엔 이해하기 어려운 불량에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었다. 그는 “몽롱했다”고 표현했다. 사람 손에서 나는 오류는 확인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공정에서 다시 점검하는 ‘키퍼(keeper) 제도’를 도입하는 등 품질관리 과정을 보강하고, 경영진을 설득해 장비도 새로 들였다. 2억 원이 넘는 투자는 곧 품질로 나타났다. 입사 초기보다 10분의 1 이하로 불량이 줄었다.
“새로운 회사에서 제가 노력한 만큼의 성과들이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것 같아 너무 즐겁습니다. 저를 믿고 과감한 투자를 결정한 경영진을 만나게 된 것 역시 제겐 행운이죠. 평생의 보람이라 생각하는 이 일을 회사에 보탬이 되는 한 계속하고 싶습니다.”
로버트 드 니로 주연의 영화 ‘인턴’을 보고 시니어 인턴에 대한 로망을 갖는 이가 많다. 전문가들은 시니어의 경우 요즘 청년들처럼 온라인을 통해 채용 공고를 확인하고 스펙 쌓기에 열중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조언한다. 무엇부터 어떻게 준비해나가면 좋을지 단계별로 정리해봤다.
도움말 이희수 한국재취업코칭협회 대표(‘재취업 교과서’ 저자)
◇ STEP 1. 시니어 인턴, 어디서 어떻게 시작할까?
청년 구직자를 대상으로 한 취업 사이트나 앱 등을 통해서는 시니어 인턴 채용 정보를 구하기 어렵다. ‘시니어 인턴십’의 경우 한국노인인력개발원(보건복지부)에서 공모한 전국 80여 곳 운영기관을 통해 참여 가능하다. 중장년 여성이라면 경력단절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새일여성인턴제(여성가족부)를 살펴보는 것도 좋겠다(각 지역 여성새로일하기센터 방문). 각 운영기관에서는 개인의 경력과 역량에 맞는 기업과 일자리를 연계해주고, 관련 직무 교육 등을 진행한다. 기관 방문 전 자신의 경험이나 가치관 등을 되짚어보고, 어떤 일을 시작하면 좋을지 미리 정리하면 원활한 상담에 도움이 된다. 먼저 워크넷 ‘중·장년 직업역량검사’ 등을 통해 개인의 역량이나 선호 직업을 가늠해볼 것을 권한다.
Tip 내게 맞는 직무 찾으려면? 워크넷 ‘준·고령자 직업선호도검사’ & ‘중·장년 직업역량검사’
‘준·고령자 직업선호도검사’는 50대부터 80대 미만을 대상으로 흥미에 따른 고령자 적합 직업을 제시하고 분석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중·장년 직업역량검사’는 만 45세 이상을 대상으로 중·장년 근로자의 후기 경력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직업 역량을 진단해 15개 직종 중 재취업에 알맞은 3개 직종을 추천한다. 워크넷 홈페이지 로그인 후 검사 가능하다.
◇ STEP2. 이력서&자기소개서 작성하기
지원할 기업마다 제출할 서류나 양식은 다르겠지만, 구직활동을 하려면 기본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력서는 직무 관련 최근 경력 위주로 작성하고, 사진은 6개월 이내 찍은 것으로 포토샵이 과하지 않아야 한다. 자기소개서는 성장 과정을 연대기 순으로 기재하는 글이 아니다. 소중한 인생 경험을 토대로 한 자신의 가치관을 두괄식으로 작성한 뒤 각 항목마다 2매(400자) 이내로 쓰면 된다. 작성이 끝나면 소리 내어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문맥이 매끄러운지, 맞춤법에 어긋난 표현은 없는지, 연락처 등 인적 사항에 틀린 부분은 없는지 꼼꼼하게 확인한다.
항목별 작성 요령
❶ 지원 동기 지원 동기를 쓸 때는 자기 가치관과 경력이 지원하는 직무와 연관돼 있다는 것, 즉 자신이 적임자임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이를 위해 먼저 지원하는 회사와 직무를 탐색해봐야 한다. 먼저 회사 홈페이지 등을 방문해 연혁과 회사의 인재상 등을 분석하며 자기 가치관과 잘 맞는 회사인지 살펴본다.
❷ 경력 사항 경력 사항을 과거부터 일일이 작성하면 시각적으로 잘 들어오지 않는다. 최근 이력 순으로 적되 강점 위주의 경력을 최우선으로 기재한다. 만약 경력단절 기간이 있다면 그 이유를 자기소개서에서 밝힌다. 지원하는 직무와 관련 없는 경력은 과감히 배제한다. 가령 조각 경력이 많을 경우 공통된 직종이나 직무로 묶어 정리하자.
❸ 입사 후 포부 또는 직무 수행 계획 입사 후 포부를 얘기할 때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말(잘하겠다, 열심히 하겠다 등)은 삼가고, 그동안의 직무 성과를 수치로 정확하게 적는다. 직무 수행 계획은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면서 회사 입장에서 필요한 업무에 초점을 맞춰 작성한다.
❹ 추가 사항 국가 공인 자격증과 직종에 관련한 자격증을 빠짐없이 적는다. 이전 직장에서 받은 공로상, 우수사원상 등의 이력도 기록한다. 취업훈련센터 등에서 이수한 내용과 발령청 등도 함께 기재하면 도움이 된다.
Tip 시니어 스펙은 인턴 고용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지원하고자 하는 직무에 맞는 이력을 가려 쓸 용기가 필요하다.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자. 지나치게 화려한 과거의 이력이 오히려 취업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한다.
◇ STEP3 취업의 마지막 관문 ‘면접’
시니어의 경우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보다는 대면 면접 비중이 큰 편이다. 면접은 조직에 잘 융화가 될 만한 인재인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는 시간이다. 예상 질문을 몇 가지 추려보고 답변 연습을 해보자. 단, 암기하듯 답변을 준비하면 오히려 낭패를 보기 쉬우니 주의한다. 면접 당일에는 외모를 단정히 한다. 면접관이 자신보다 젊고 경력이 적어 보여도 가르치는 듯한 표현을 쓰거나 장황하게 자신을 설명하지 않는다.
시니어 면접 시 자주 나오는 질문
• 경력단절 기간이 긴데, 그동안 무엇을 하셨나요?
• 다른 직원보다 나이가 많으신데 조직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요?
• 연세가 있으신데 일을 하시기에 건강은 괜찮으신가요?
• 젊은 동료들과 의견 충돌이 나면 어떻게 해결하실 건가요?
• 필요로 하는 경력이 짧으신데 근무하시기 괜찮을까요?
• 지원하는 분야에 지식이나 기술이 부족하신데 대안이 있으신가요?
Tip 일하는 데는 지장이 없지만 지병이 있을 경우 ‘건강상의 문제’는 어떻게 대답하는 게 좋을까?
건강관리를 잘하고 있다는 것을 수치를 통해 설명한다. 가령 몇 개월 전에 발병이 되었고 현재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알려준다. “자신감과 정신적인 건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좋겠다. 이를 통해 자신이 긍정적인 사고를 지녔고, 정신적인 건강은 이상이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 STEP4 인턴 입사 후에는?
인턴으로 입사 후, 넘치는 의욕과 자신감은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한다. 업무 매뉴얼과 상황을 숙지하기도 전에 자기 판단으로 일을 처리하거나, 나이 어린 상사에게 이런저런 충고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최종 고용이 되기까지 인턴 기간에 다음 세 가지 조언을 잘 새겨두도록 하자.
❶ ‘왕년의 나’를 잊자 과거의 직위라든가 어설픈 사회 경험을 앞세우는 것은 동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한다. 왕년에 무엇을 했든 현재가 중요하다. 내 앞에 놓인 상황을 직시하자. 나이를 떠나 누구에게든 배우는 자세로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❷ 먼저 앞서가지 말자 너무 왕성한 행동도 금물이다. 도움 요청도 안 했는데 자꾸 나서면 자칫 간섭으로 비칠 수 있다. 회사의 매뉴얼을 따르지 않고 자기 경험을 믿고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행동도 주의한다.
❸ ‘인턴’ 기간을 잘 버티자 인턴 기간은 법적인 노동 수습 기간이다. 비굴하지 않은 낮은 자세로,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배우면 된다는 자존감으로, 바다 같은 넓은 이해심으로 잘 버티자. 강해서 버티는 것이 아니라 버티다 보면 강해진다.
◇ 이희수 대표의 Tip 'Q&A로 알아본 시니어 인턴'
Q ‘시니어 인턴’이라고 하면 영화 ‘인턴’의 주인공 로버트 드 니로의 모습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상과 현실,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로버트 드 니로의 역할은 참 매력적이죠. 미국 특유의 직장문화 덕분이기도 합니다. 한국의 직장문화와 비교해볼 때 같은 분위기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삶의 연륜을 통해 나오는 행동과 조언으로 세대 간 융화를 이끌어내는 시니어의 역할은 우리 현실에서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Q 막상 시니어 인턴의 직무를 보면 급여가 낮거나, 기대하던 업무 수준과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가요?
인턴을 포함한 재취업 과정에서 눈높이를 낮추지 않으면 자신만 더욱 초라해질 뿐입니다. 현실을 받아들여야 재취업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인턴 직무를 선택할 때는 다른 조건보다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 또는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일에 지원하길 권합니다.
Q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외에도 기업체에서 진행하는 인턴 채용이 있습니다. 중간 기관 없이 개인적으로 지원할 때 유의할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시니어 인턴 제도하에 정부지원금을 받는 기업이 아닌, 근로자 5인 미만인 업체에서 시니어 인턴을 모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간혹 단기간 저임금으로 중장년 인력을 부당하게 활용하는 업체들도 있어 문제가 생기곤 합니다. 워크넷, 지역 일자리센터 등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곳을 통해 신뢰할 만한 업체인지를 꼭 알아본 뒤 지원해야 합니다.
Q 인턴 활동 중 대인관계, 직무 관련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해결하나요?
쉽게 풀리지 않는 문제가 생겼을 때는 인턴 알선을 진행했던 운영기관을 통해 해결해나갈 것을 권합니다. 시니어의 ‘가르치려 드는 행동’이 종종 젊은 동료들과의 갈등을 일으키곤 합니다. 할 말이 있다면 조언 정도로 그치는 것이 좋습니다. 어설프게 아는 지식으로 고집을 부리는 것이 고충의 시작입니다. 아집을 버려야 합니다.
Q 인턴 종료 후 고용 연장이 되지 않았을 때는 어떻게 다음 계획을 준비해야 할까요?
인턴 기간이 종료된 후 고용 연장이 안 되는 이유가 본인의 능력 부족인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즉 회사의 이러저러한 여건 때문일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개인의 역량 문제라면 그 상황은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자신도 인식할 만큼 일처리의 부족함이 많았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나의 결함이나 문제 등을 분석해 개선해나가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별다른 사유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회사 사정으로 인한 결과이니 낙담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경력이 끊긴 중장년 여성의 재취업은 남성보다 훨씬 어렵다. 아니 어쩌면 ‘어렵다’는 표현보다 ‘서럽다’는 단어가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대구에서 만난 서기덕(徐基㥁·51) 씨도 그랬다. 수백 장의 이력서 제출과 수십 번의 면접 그리고 계속된 실망스러운 결과. 그래도 서 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어떤 기회도 놓치지 않고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내겠다는 결심을 했고, 이런 마음가짐은 주변까지 조금씩 변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재취업을 위해 낸 입사지원서는 100장이 넘을 거예요. 겨우겨우 면접까지 간 것은 세어보니 17번이더라고요. 몇 번 떨어져 보면 면접 대기실에 앉아만 있어도 대강 감이 와요. 특히 나란히 앉아 있는 젊은 친구들을 보면 이번엔 어렵겠다는 예상이 들기도 하죠. 그렇다고 억울하다는 생각은 안 해요. 오히려 젊은이들 일자리를 뺏는 건 아닌가 하는 마음도 있으니까요. 취업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우리 아이들 생각이 나더라고요.”
시어머니 뇌종양 수발 위해 퇴사
서 씨는 원래 대구의 한 지역 케이블방송사에서 12년 넘게 일한 커리어 우먼이었다. 방송 프로그램 제작을 지원하고, 지역 주민과의 꾸준한 교류를 유지하는 것이 그녀의 역할이었다. 자유학기제 수업을 위해 기자, PD, 캐스터 등의 직업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방송국 부설 문화센터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강사 관리도 했다.
그러다 사랑하는 직장을 떠나야 했다. 2015년 시어머니의 뇌종양 판정 때문이었다. 일찍 남편을 여의고 평생 자식만 바라보며 살아온 시어머니를 모르는 척할 수 없었다. 병수발 기간이 한 달이 될지 수년이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곁에서 모시는 것이 도리라 생각했다.
“돌아가시기 전날 씻겨드리는데 ‘고맙니요’ 하시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마지막 감사인사였던 것 같아요. 어른을 제대로 모시고 싶어도 가정 형편상 그러지 못하는 사람도 많은데, 그렇게 보내드릴 수 있었던 것 자체가 감사한 일 같아요.”
하지만 다시 취업전선에 나섰을 때의 현실은 냉혹했다. 다행히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있어 국민연금공단의 복지플래너로 일할 수 있었지만, 기간제 일자리라 업무기한이 금방 다가왔다. 그러고 나서 다시 수십 장의 이력서, 자기소개서와의 싸움을 해야 했다.
“사실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사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죠. 대부분의 일자리가 10년 이상 나이 차이가 나는 기존 구성원들과 일해야 하는 곳들뿐이었으니까요.”
서 씨가 힘을 낼 수 있었던 데에는 노사발전재단의 응원이 있었다. 지난 6월 노사발전재단의 대구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에서 진행한 재도약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현실을 직시하고, 용기를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재도약 프로그램 참여 전까지 계속 면접에서 미끄러져 기운이 빠진 상태였으니까요. 프로그램을 통해 나의 현재 위치가 어디인지, 내가 지원할 수 있는 분야가 얼마나 협소한지 깨닫게 됐어요. 또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제대로 쓸 수 있도록 상담을 받은 것도 도움이 됐죠.”
서 씨가 구직 활동을 통해 얻은 새 직장에 출근한 것은 지난 7월 2일 이다. 그야말로 17전 18기였다. 새로운 일터는 대구 동구에 위치한 아양아트센터. 이전 직장에서 획득해놓은 평생교육사 자격이 도움이 됐다. 그녀는 센터 시설 중 하나인 문화센터 안내데스크에서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접수하는 일을 하고 있다.
“내 전문 분야에서의 새 출발 기뻐”
아양아트센터는 대구에서 손꼽히는 대표적 문화시설 중 하나다. 대구 동구청이 출연해 설립된 곳으로 문화센터와 스포츠센터, 도서관, 전시장, 공연장 등을 갖춘 복합문화 시설이다. 스포츠센터 이용 인원은 월 3000명에 달하고, 문화센터 수강생도 1500명이 넘는다. 한 학기에 진행되는 강좌는 180개, 강사만 70명 정도 된다.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이전 직장에서 문화센터 운영 팀장으로 일하다 안내데스크 근무를 시작한 것은 일종의 ‘백의종군’이라 볼 수도 있다. 혹시 체면이나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냐 물었더니 “전혀 그렇지 않고, 오히려 좋다”고 단언한다.
“당연히 좋죠. 그동안 하지 않았던 낯선 일이 아니고 오래 해왔기 때문에 적응도 빨리 할 수 있었고, 그만큼 회사에 보탬이 될 수 있으니까요. 모르는 것이 많아 계속 물어가며 일을 배워야 한다면 부끄럽고 힘들었겠지요. 예전에 알고 지낸 강사님과의 재회도 즐거워요. 요즘 소확행이라는 말이 유행이잖아요. 재도약 프로그램을 통해 느낀 것 중 하나가 나를 내려놓고 작은 것에 기뻐하는 겸손한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이었어요. 맡은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했을 때의 성취감은 보람이 됩니다.”
늘 그랬던 일과였다. 저녁 종합뉴스가 끝나고 10분 남짓한 짧은 시간. 그날의 경기들을 정리해주는 스포츠 뉴스. 수십 년간 그랬듯이 그날도 놓치지 않고 TV 앞에 있었다. 무심코 바라보던 화면에서 머릿속을 번쩍이게 한 소식이 한 줄 지나갔다. 그는 그때 “인생의 마지막 승부를 걸어보자”라고 다짐했다고 한다. 푸른 잔디 위 다이아몬드에서 땀흘리는 선수들과 함께하는 일. 어쩌면 평생 기다려왔던 일인지도 모르겠다. 바로 국내 1세대 프로선수 공익에이전트 이창명(李昌明·55) 씨의 이야기다.
“프로야구가 없던 시절, 군산상고, 선린상고 같은 야구 명문 고교들이 최고 인기를 구가하던 시절부터 야구에 푹 빠져 있었죠. 낮 경기가 있는 날이면 수업 중에도 리시버(이어폰)를 한쪽 귀에 꽂고 라디오 중계방송을 들을 정도였으니까요. 고향과 모교가 경기가 열리던 서울 동대문운동장이나 부산 구덕야구장과는 멀어서 저의 유일한 낙은 중계방송을 듣는 것뿐이었죠.”
그렇게 야구에 빠져 있던 까까머리 소년. 하지만 야구와 관련한 일은 할 수 없었다. 운동도 곧잘 했고, 하고 싶은 열망은 컸지만 당장 먹고사는 일이 먼저였다. 다른 아이들처럼 대학에 진학하고 평범한 회사원이 되는 길을 걸었다. 그가 LG금속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야구와의 인연은 멀어지는 듯했다. 그래도 그는 야구를 향한 시선을 놓치 않았다. 마음은 늘 그라운드에 있었다.
“야구 중계는 가능한 한 놓치지 않고 봤어요. TV와 라디오 속 야구에 푹 빠져 살았죠. 생활이 바쁜 탓도 있었지만 리플레이를 통해 자세히 볼 수 있는 중계가 더 좋았어요. 신문도 3대 스포츠 신문으로 꼽히는 매체의 모든 기사를 봐야 직성이 풀렸죠. 지금이야 인터넷으로 관련 기록이나 경기장 소식을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신문에만 의존했던 시절도 있었으니까요.”
다시 시작된 야구와의 인연
시즌의 모든 경기를 이길 수 없는 것처럼 그의 인생에도 고비는 있었다. 대부분의 직장인이 그렇듯 새 직장을 구해야 하는 상황은 위기가 된다. 마지막 직장을 그만두고 그는 다른 퇴직자들처럼 자영업을 꿈꿨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았고, 취직을 하기도, 창업을 하기도 마땅치 않았다.
“그러다 스포츠 뉴스를 보는데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의 공인선수대리인을 최초로 모집한다는 기사가 떴어요. 이거다 싶었죠. 야구에 대한 상식이라면 다른 사람들에게 뒤지지 않을 자신도 있었고, 늘 동경했던 그라운드 주변에서 일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두근거리더라고요.”
공인선수대리인은 말 그대로 선수에게 필요한 여러 일들을 공인된 자격을 갖춰 대리하는 사람을 말한다. 연봉계약이나 이적협상 등 주요 계약뿐만 아니라 훈련이나 출전 등 구단 내 생활까지 도움을 주기도 한다. 또 미디어 노출이나 광고계약 등 경기 외 활동에 대한 관리도 맡는다.
“늦깎이 공부가 쉽지 않았죠. KBO의 규약과 리그 규정 등을 달달 외어야 했고, 민법과 도핑 관련 규정까지 숙지해야 했으니까요. 왜 나이 들어 하는 공부를 물 위에 글씨를 쓰는 것에 비유하는지 알겠더라고요.”
자신이 어려울 때 노사발전재단 서울 서부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가 도움이 됐다고 이 씨는 덧붙인다. 이전 직장에 취직이 될 때도, 어엿한 에이전트로 거듭나는 과정에서도 자기소개서나 명함을 준비하는 소소한 일까지 컨설턴트로부터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저연봉 프로선수 위한 대리인 되고파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바로 한국프로스포츠협회 공익에이전트 자격 획득에 도전한 것. KBO 공인선수대리인과 한국프로스포츠협회의 공익에이전트 관계를 쉽게 설명하면 국선 변호사를 떠올리면 된다. KBO의 공인선수대리인 자격이 ‘변호사 자격’과 유사하게 선수 대리인으로 활동할 수 있는 공식적인 자격 증명이라면, 한국프로스포츠협회의 공익에이전트는 변호사 비용을 부담할 수 없는 이들이 선임하는 ‘국선 변호사’와 유사한 역할을 한다. 에이전트 선임 비용이 부담스러운 저연봉 프로선수를 대리하면, 그 수임료는 한국프로스포츠협회에서 부담한다. 비용은 계약을 직접 대리했을 때와 컨설팅만 제공하는 경우에 따라 차등을 둔다. 연봉 5000만 원 미만의 선수가 대상이다. 최근 선발된 공익에이전트는 총 10명. 이 중 KBO의 공인선수대리인 자격을 보유한 이는 이 씨를 포함해 5명에 불과하다. 이제 제도가 시작되는 시점이어서 이들은 이번 겨울 선수 확보에 나서게 된다.
“문제는 선수 출신이 아니다 보니 선수를 만날 기회가 적다는 것이에요. 하지만 사회생활 경험이 많은 시니어라는 게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해요. 회사에서 바이어를 만나거나, 하청 업체와의 관계도 겪어봤고, 직원들 연봉계약도 해봤으니까요. 협상능력만큼은 오히려 낫다고 생각해요.”
올겨울 그는 누구보다도 바쁜 스토브리그를 치를 것 같다. 뜨거운 동계훈련을 겪을 선수 중 그의 도움이 필요한 인연을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어린 선수들은 아무래도 에이전트 선임에 부담이 있을 수 있죠. 구단 눈치를 보는 입장에서 누군가를 내세운다면 자칫 미운털이 박힐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에이전트의 역할은 분명히 있습니다. 선수 대신 구단에 전하고픈 이야기를 하고, 반대로 차마 선수에게 말 못하는 문제들은 대신 접할 수 있으니까요. 이 과정을 통해 선수를 성장시키고 보람을 찾아가려 합니다. 언젠가는 꼭 미국 메이저리그에 선수를 진출시키는 에이전트가 되고 싶습니다.”
40대 이상 중장년이 생애경력을 설계하고 인생후반부를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소개하고, 취업기회를 제공하는 ‘2018 신중년 인생3모작 박람회’가 9월 11일 서울 SETEC 제3전시장에서 개최된다.
고용노동부가 주최하고 노사발전재단이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120개 기업이 참가해 중장년 구직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취업 시장에서 중장년 세대는 은퇴가 시작된 700만 베이비붐 세대의 유입으로 치열한 경쟁을 치르는 중이다.
이번 행사의 특징 증 하나는 구인 중인 기업이 직접 현장에 나와 면접과 상담을 진행한다는 점. 현장에서 구인절차를 진행하는 박람회 참여 기업만 70개사에 이른다. 또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접수 대행하는 간접참여 기업도 50개사다.
또한, 중장년의 인생 3모작을 위한 관련 정보도 제공된다. 사회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귀촌 귀농에 대한 컨설팅부터 대한노인회 어르신취업지원센터를 통한 취업상담, 미취업자를 위한 직업 교육과정 소개, 사회적 기업 참여 안내 등도 지원된다. 또 인생 3모작 홍보관이나 전직멘트관, 생애경력 설계관, 생애경력 설계관, 매칭관, 취업지원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어 중장년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관계자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3D프린터 분야 등 창업이나 창직, 재취업과 관련된 특강도 준비 중"이라고 말하고, "정부 제도나 정책서부터 기업 동향까지 확인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생을 한 직장에서 근무하며 하나의 일에만 매달려 살아온 이들에게 두 번째 삶, 은퇴 후 인생설계는 그저 막막한 일일 뿐이다. “후배들에게 미리미리 준비하라고 잔소리했지만, 정작 회사 밖으로 나오니 눈앞이 캄캄하더라”는 어느 공기업 정년퇴직자의 소감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퇴직 후의 삶을 미리 준비해야 하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제대로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자사 임직원의 은퇴 준비, 노후 준비를 돕기 위한 기업들이 늘고 있다. 선명한 미래가 업무의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 것 아닐까. 이런 기업 중 모범 사례로 꼽히는 포스코를 찾아 인생설계 프로그램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들여다봤다.
브라보 라이프 디자인. 본지 제호와 비슷해 친숙하게 여겨지는 이 이름은 포스코의 퇴직 후 인생설계 프로그램명이다. 교육 참여는 50세 이상의 포스코 임직원이라면 누구나 신청이 가능하다. 브라보 라이프 디자인은 2001년부터 포스코인재창조원이 운영해온 정년퇴직 예정자 대상의 교육 과정인 ‘그린 라이프 디자인’이 원형이라 할 수 있다. 교육 진행 과정 중 정부의 정년퇴직 연장 정책에 따라 2016년과 2017년에는 정년퇴직자가 발생하지 않게 되면서 프로그램 운영에 변화가 있었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준비기간’에 대한 의견도 반영됐다. 교육 시점이 정년퇴직 3개월 전부터 시작되어 인생설계에 제대로 반영하기엔 빠듯했기 때문이다. 그린 라이프 디자인 교육은 2001년부터 2015년까지 약 3000여 명의 직원들이 참여했다.
인재창조원 관계자는 “정년퇴직 예정자를 대상으로 한 그린 라이프 디자인 프로그램이 퇴직이 임박한 이들을 대상으로 실제적으로 필요한 서류 처리나 연금 문제 등에 초점을 맞췄다면, 브라보 라이프 디자인 프로그램은 퇴직 후 생활에 대한 마인드 변화, 방향성 제고와 같은 포괄적인 부분이 중심이 된다”고 설명했다.
미래가 명확해야 근로의식 높아져
올해 브라보 라이프 디자인에 참여 예정 인원은 330명. 포스코의 주된 사업장인 포항과 광양의 임직원 300명과 서울 근무자 30명이 참여한다. 강의에 참여하는 인원만 13명. 포스코인재개발원의 교수 외에 다양한 분야의 사외 강사들이 각 전문 분야의 교육을 담당한다.
포스코인재창조원 김일수 교수는 이 프로그램의 목적을 이렇게 설명한다.
“50대를 넘어선 직원들이 퇴직 후 삶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젊은 시절부터 포스코에 몸담아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회사 밖에서의 삶에 겁을 먹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회사가 나서서 이들의 일과 삶에 대한 생애설계와 퇴직 준비를 지원해 불안감을 해소시키고, 근로의식도 고취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지요. 또 퇴직 후 삶의 방향을 설정함으로써 행복한 인생을 유지할 수 있기를 바라는 부분도 있고요.”
2016년과 2017년 진행된 프로그램에는 총 700여 명의 임직원이 참여했다. 본인의 생애설계에 대한 진단과 자산관리, 생애관리, 건강관리 교육이 중점적으로 이뤄졌고, 관심 분야와 관련한 현장 탐방과 체험 학습도 이뤄졌다. 참여자의 만족도는 꽤 높은 편이어서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 5점 만점에 평균 4.88점의 반응이 나왔다.
브라보 라이프 디자인 프로그램은 올해 변화를 줬다. 초기 프로그램이 1일 8시간 포괄적인 방식으로 진행돼 교육시간 부족, 교육 내용 전문성에 대한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올해부터는 직업형 트랙과 자산형 트랙으로 나눠 자신에게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자산형 트랙의 경우 자산관리는 결국 부부 공동의 이해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 착안해 임직원의 배우자도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원한다면 두 프로그램 모두 참가할 수 있다. 일반적인 재무관리 교육과 달리 특정 금융상품의 밀어주기가 없다는 점도 참여자들에게 환영받는 이유다.
‘먹고사는 문제’ 이외의 것까지
직업형 트랙은 1인 창업이나 프랜차이즈 창업의 특징과 차이점, 창업 과정에서 극복해야 할 위험 요소, 재취업을 원하는 이들을 위한 구직 목표 설정, 자격증 취득 등과 같은 현실적인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자산형 트랙은 수익형 부동산이나 부동산 경매 또는 공매에 대한 정보, 세금과 관련 법률에 대한 소개, 각종 금융상품이나 상속·증여와 관련한 교육도 실시한다.
또 각 프로그램에선 즐거운 여가를 위한 본인의 여가 유형 진단에서부터 여가 활용 방법과 건강관리를 위해 지켜야 할 사항 등도 함께 소개한다.
프로그램의 구성이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에 국한되어 있지 않은 것이 흥미로운 부분. 포스코인재창조원 관계자는 이렇게 주제가 넓어진 것에 대해 “직원들의 요구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임직원들의 관심이 많은 건강과 재무, 인간관계, 여가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것은 단순한 재테크 활동뿐만 아니라 정년퇴직 후 품위 있는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욕구를 반영한 것이다.
물론 재취업이나 창업에 대한 일반적인 개념이나 준비사항에 대한 교육도 진행한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개인별로 성격검사와 적성검사도 실시한다. 여기에 직원에게 재취업 장애요인은 없는지 체크한다.
오프라인 교육과 별도로 사이버학습을 사전학습 형태로 진행하는 것도 이 프로그램의 특징 중 하나다. 인생설계, 창업, 귀촌과 같은 커리어 디자인과 재무 디자인, 라이프 디자인을 온라인을 통해 접할 수 있다.
은퇴 대비에 ‘눈치 보기’는 없어
올해 브라보 라이프 디자인 프로그램의 참석률은 전체 대상자의 20% 정도. 은퇴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정년퇴직을 10년 앞둔 임직원까지 대상에 포함되는 것을 고려하면 꽤 높은 편이다.
혹시 회사가 먼저 나서서 ‘퇴직’에 대해 논하는 것이 사측에서 퇴직을 권하는 것처럼 비춰지진 않을지, 또 프로그램 참여가 퇴직 의사를 밝히는 것처럼 여겨지진 않을지 의문을 가졌지만 참가자들은 “사내 분위기를 모르는 상태에서 갖는 의문”이라고 일축한다.
한 프로그램 참석자는 “포스코라는 기업의 특성상 대부분의 직원들이 정년을 채우고 퇴직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기고 정년 때까지는 업무에만 집중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면서 “이런 문화 때문에 정년퇴직 후 생애설계에 대해 논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것이 사내 분위기다”라고 설명했다.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은 선택의 연속이다.
잘한 선택인지 아닌지 고민도 많고 선택하지 않아 못 간 길은 언제나 궁금하고 그립다.
한순간의 선택으로 인생이 바뀌기도 하고 성공과 실패를 가르기도 한다.
살아오면서 필자에게도 수많은 선택이 있었다.
후회가 되는 일도 있었고 잘했다고 생각되는 일도 많았다.
이번에 어떤 기회가 있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쓰게 되었다.
합격하면 교육을 받은 후에 유급으로 실무도 보게 되는 일이었다.
사회경험을 해 보지 못한 필자에게는 매우 좋은 기회여서 선정이 될지 안 될지는 모르지만,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꼭 선정되고 싶은 마음에 자기소개서를 신중하고 온 정성을 쏟아 열심히 써보았다.
요즈음 시니어 강좌에서 공부한 대로 100세 시대이니 사회생활이 필자에게도 늦지 않았다는 걸 믿고 싶기도 했다.
이력서를 보내려는데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다음 주에 휴가를 내서 제주도로 여행을 가려 하는데 엄마도 같이 가자고 한다.
물론 아주 기쁜 제의지만 마음에 갈등이 생겼다.
이력서가 선정되면 바로 교육에 들어가야 하는데 날짜가 겹치는 것이다.
잘만 되면 사회생활을 해 볼 수 있는 기회인데, 어쩌지?
하지만 필자의 마음은 금방 결정되었다. 아들 가족과 여행을 가기로,
긴 세월을 전업주부로만 살아와서 사회의 일이 어떤 건지 참으로 궁금하고 꼭 경험해 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기회를 날리게 되었다.
아쉽기는 하지만 그보다 더 즐거운 가족여행을 가게 되었으니 대만족이다.
놓친 것보다 더 좋은 기회가 또 올 것이라는 믿음도 갖고 있다.
이것도 필자의 선택인데 선택은 항상 어렵기만 하다.
그래도 귀여운 손주들이랑 신나게 놀 생각을 하니 잘한 선택이라는 확신을 가져본다.
자기를 소개하기 위한 문서들이 많다. 자기소개서, 이력서, 포트폴리오 등이 있고 프로필 사진도 그중에 하나다. 동년 기자라면 응당 프로필 사진이 필요하다.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는 소위 증명사진보다 자기의 특징이 잘 표현된 프로필 사진을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셜네트워크를 통한 자기 홍보 시대를 살고 있어서 더 그렇다.
프로필 사진은 단정한 정면 얼굴을 찍은 ‘증명사진’이 기본이다. 여권이나 운전면허 시험 입학원서, 입사지원서 등에 주로 사용된다. 상반신만을 찍거나 전신 또는 정면과 측면을 촬영하기도 하며 특정 동작을 하거나 소품을 활용한 모습을 담기도 한다. 프로필 사진이 쓰일 곳, 즉 용도에 맞게 준비하면 좋다. 사진을 다시 만드는 불편함 때문에 늘 사용하던 한 가지를 쓴다면 성의가 없어 보릴 테고 시선을 끌지 못한다. 개성을 살린 좋은 사진이어도 용도에 맞지 않으면 평범한 사진보다 못할 수 있다. 어떤 프로필 사진이 좋을까?
자기에게 맞는 콘셉트나 사진의 용도에 맞게 만들어야 한다. 소셜미디어 시대를 산다. 홈페이지, 카카오톡, 페북, 블로그, 카페 등의 SNS 개인 매체에 사용하는 프로필 사진은 자연스러운 사진을 쓰는 게 시선을 끌 수 있다. 연필로 그린 듯한 형태로 만들어 쓰기도 한다. 사진 공동작품집에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나오는 경우는 다른 사람과 유사한 형태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좋다. 설명을 붙인다면 모두 단정한 모습인데 혼자만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면 전체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다.
단정한 모습으로 찍는 정면 사진에는 어떤 헤어스타일과 옷이 잘 어울릴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전신이 나오는 사진도 마찬가지의 고민을 해보며 자기에게 맞는 콘셉트를 정한다. 콘셉트가 정해지면 촬영할 때 입을 의상과 메이크업, 헤어스타일을 확인한다. 여러 종류의 촬영을 할 경우에는 스튜디오를 찾아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좋다. 사진 촬영을 잘 하는 지인에게 부탁해 만들 수도 있다. 필자는 사진작가여서 주변 사람들의 프로필 사진을 만들어 주곤 한다. 때로는 스마트폰 카메라를 이용하며 손쉽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특히 스마트폰에서 편집을 할 수 있는 뛰어난 기능을 가진 애플리케이션이 있어 촬영과 동시에 편집까지 손가락 하나로 완성할 수 있다. 프로필 사진의 크기나 용량이 크지 않아도 되어서 스마트폰으로 촬영해도 문제가 없다.
카메라 앞에 서면 누구나 긴장하고 어색해지기 마련이다. 이런 경우 콘셉트에 어울리는 소품을 들고만 있어도 한결 자연스러워진다. 필자는 사진작가이기에 카메라를 들고 찍기를 좋아한다(앞의 사진 참조). 사진 촬영 이전에 거울을 보며 표정과 자세를 연습해봄이 좋다. 몸 자체의 상태도 최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맑은 눈을 강조하고 싶다면 눈이 피로해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촬영 후에 포토샵을 활용하여 수정, 보완할 수 있으나 잘 찍은 원본이 전제되어야 한다. 프로필 사진을 단순하게 생각하면 대충 만들어도 되나 한 장의 사진으로 자기를 표현하고 상대방에게 신선한 첫인상을 심어주는 도구로 여긴다면 많은 신경을 써서 만들어야 한다. 다만, 포토샵을 이용하여 원래의 모습과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편집함은 주의해야 한다.
온라인상에서 유행하던 신조어를 이제는 일상생활에서도 어렵지 않게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글 파괴, 문법 파괴라는 지적도 받지만, 시대상을 반영하고 문화를 나타내는 표현도 제법 있다. 이제 신조어 이해는 젊은 세대와 자연스러운 대화를 위해 필요해 보인다. 아래 신조어 중 몇 개나 알고 있는지 확인해보자.
□자소설
□최애
□엄카
□파덜어택
□지옥철
□열폭
□발연기
□닭둘기
□남/여사친
□생파
자소설: 거짓된 내용으로 본인을 돋보이게 꾸며낸 자기소개서(자소서)를 뜻한다.
A 자소서 써야 하는데 쓸 내용이 없다.
B 요즘 누가 자소서를 정직하게 쓰니? 다 자소설이지.
최애: ‘최고로 사랑한다’의 의미로 특정 집단의 사람 중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에게 사용한다.
A 제일 좋아하는 트로트 가수가 누구야?
B 내 최애 트로트 가수는 당연히 나훈아 오빠지~
엄카: 청소년은 물론 백수에게 한 줄기의 희망인 ‘엄카’. ‘엄마 카드’의 줄임말이다.
A 엄마~ 용돈 다 썼는데 엄카 좀 빌려주면 안 돼?
B 응. 안 돼.
파덜어택: father과 attack이 합쳐진 말로 몰래 게임을 하는 도중에 아버지가 들이닥쳤음을 뜻한다.
A 게임 중간에 왜 나갔어?
B 갑자기 파덜어택…. 다시 접속할게.
지옥철: 출퇴근 시간대의 혼잡한 지하철을 비꼬아 표현한 말이다.
A 새로 간 직장은 어때? 괜찮아?
B 매일 지옥철을 타야 하는 것만 빼면 좋아.
열폭: ‘열등감 폭발’의 줄임말로 과도하게 흥분해 상대방을 비방하는 것을 말한다.
A 저런 얼굴은 남자들이 별로 안 좋아하죠. 성형한 티가 너무 나잖아요.
B 예쁘기만 한데 열폭 대단하시네요.
발연기: ‘발로 연기한다’의 줄임말로 연기를 아주 못한다는 의미다.
A 드라마 내용은 좋은데 주연배우 연기가 발연기라 차마 못 보겠어.
B 그 배우 발연기로 유명하지. 어떻게 캐스팅된 걸까?
닭둘기: 닭과 비둘기가 합쳐진 말로 비둘기 덩치가 닭만 하거나 닭처럼 날지도 않으면서 사람이 주는 것만 주워 먹는 비만 비둘기를 뜻한다.
A 저 닭둘기 좀 봐. 뭘 먹으면 저렇게 살이 찔까?
B 요즘은 겁을 줘도 날아가지 않아. 내가 무서워서 피해 다니잖아.
남/여사친: ‘남자 사람 친구, 여자 사람 친구’의 줄임말로 이성적인 감정 없이 성별만 남자 또는 여자인 친구를 말한다.
A 저번에 네 옆에 있던 남자, 남친이야?
B 아니, 그냥 남사친이야.
생파: ‘생일 파티’의 줄임말이다. 자매품으로 생일 선물을 줄인 ‘생선’이 있다.
A 생일 축하해~ 생선 뭐 받고 싶어?
B 생선은 필요 없고 생파 때 꼭 와줘!
한 학기가 끝나고 또 한 학기가 시작되면 학생들에게 받는 것이 있다.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잘하는 것은 무엇이고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 앞으로 5년 뒤 10년 뒤 나의 모습은 어떠한지를 쓰는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다. 집에서 통학 거리는 얼마나 되며 어려움이나 건의 사항은 무엇인지도 쓰고, 장래 희망이 무엇인지도 쓰게 한다.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는 학생의 현재 상황이나 장래 진로를 상담할 때 꼭 필요한 자료다. 또 학생들을 빨리 알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학생의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주면 그만큼 학생과의 소통이 원활해진다. 사실 대부분의 교수들이 겪는 일이지만 한 학기에 만나는 아이들만 줄잡아 100명에서 150명 정도가 되니 이름을 다 외운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강의 과목에 따라 반이 바뀌는 경우도 있어 매 학기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그래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보고 그 학생만의 특징을 생각하고 얼굴을 기억하려고 노력한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받아 읽다가 의외로 놀란 부분이 있다. 이력서 양식에서 필수 항목으로 들어가는 것이 있는데 바로 보호자가 누구인지 쓰는 칸이다. 처음엔 별 의미 없이 몇 장을 넘기며 읽었는데, 읽을수록 보호자를 ‘어머니’라고 쓴 학생들이 많았다. 그래서 대략 통계를 내어보니 약 절반 정도가 보호자를 어머니라고 썼다. 처음에는 ‘아빠가 없는 학생인가?’ 했다. 그런데 거의 절반이나 그러해서 개별 상담을 하면서 물어봤다. 놀랍게도 아빠가 없어서 그렇게 쓴 것이 아니라, 아무 생각 없이 어머니라고 쓰는 학생들이 많았다.
자연스럽게 보호자를 ‘어머니’로 쓰고 있다는 사실이 필자를 놀라게 했다. 필자도 과거에 많은 이력서를 써봤지만 보호자는 늘 ‘아버지’였다. 어머니라고 쓸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그런데 요즘 학생들은 어머니를 보호자로 쓰는 데 전혀 어색함이 없어 보였다. 전통적인 가족 구조에서는 아버지가 늘 집안의 기둥이었고 가정을 대표하는 분이었다. 한 가정에서 아버지라는 존재는 권위적이었고 집안을 책임지는 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랬던 아버지에 대한 위상이 지금은 바뀌어버린 것이다.
물론 보호자가 아버지이든 어머니이든 상관이 없다. 꼭 아버지만 보호자가 되어야 한다는 법도 없다. 하지만 그 흔들림 없던 위상이 달라진 이유는 뭘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이러한 현상은 아버지에 대한 권위가 옛날 같지 않다는 의미다. 농업을 하며 살던 시대에서 산업화가 이루어지고 정보통신 시대가 되면서 대가족이 무너지고 핵가족으로 변하는 사회 현상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농사를 짓던 시절에는 온 가족의 손이 필요했고 생산과 소비에 대한 절대 권한을 아버지가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농업에 의지하는 시대도 아니고 자녀들도 도시로 나가 더 많은 수입을 올리는 것이 가능해졌다. 당연히 아버지라는 절대적인 권한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양성평등의 사회 현상이 남녀에 대한 위상을 동등하게 만드는 원인도 있다. 남존여비 사상은 박물관으로 들어간 지 오래다. 이제는 재산상속도 아들딸이 동등하다. 맏이가 더 많은 재산을 물려받는 시대는 지났다. 또한 호주도 아버지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이제는 어머니도 될 수 있다. 아버지의 성이 아닌 어머니의 성을 따를 수 있는 것이다.
아버지와 자녀 간의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아버지보다는 어머니와 많은 대화를 하고 옛날처럼 아버지의 권위도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보호자 칸에서 힘의 균형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누구를 쓰느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한편으로 아버지들의 위상이 떨어진 것은 아닌지 씁쓸하기도 하다. 자식들과의 소통이 필요한 시절이다. 필자도 궁금해졌다. 과연 필자의 아들딸들은 학교에서 이력서를 쓸 때 보호자로 누구를 쓰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