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90년대를 주름잡았지만, TV에서는 보이지 않아 근황이 궁금한 스타들이 있다. 특히 그들이 화려한 연예계를 떠나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더욱 놀라움을 자아낸다. 젊은 시절 재능을 인정받으며 해오던 일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기란 쉽지 않았을 터. 그럼에도 그들이 새로운 직업에 도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제 2의 인생으로 성공한 추억의 스타들을 꼽아봤다.
임상아 : 가수 → 가방 디자이너
지난 1996년에 나온 노래 '뮤지컬'은 현재도 많은 이들의 노래방 애창곡이다. 이 노래를 부른 가수는 임상아. 이국적인 외모의 그는 당시 뜨거운 인기를 얻으며, 만능 엔터테이너로 주목 받았다. 그러나 임상아는 돌연 데뷔 3년 만인 지난 1999년 연예계 활동을 접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당시 연예계를 은퇴한 이유에 대해 "일의 노예가 된 느낌이었다. 이미지 때문에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게 답답했다"고 뒤늦게 털어놓은 바 있다.
임상아는 미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었다고. 이에 그는 파슨스 디자인 스쿨을 졸업한 뒤, 지난 2006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가방을 론칭했다. 가방은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 대까지 호가하며, 명품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특히 리한나, 앤 해서웨이, 비욘세, 브룩 쉴즈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그의 가방을 찾는 주 고객으로, 현재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김민우 : 가수 → 자동차 영업
가수 김민우는 지난 1990년 '사랑일뿐이야'로 데뷔해 인기를 얻었다. 특히 '입영열차 안에서'는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는 곡이다. 그는 SBS '불타는 청춘' 섭외 요청 1순위였던 그리운 가수였다. 지난 2019년 김민우는 제작진의 약 2년 간의 섭외에 응답, '불타는 청춘'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특히 그의 근황이 화제였다. 연예계를 떠난 그는 자동차 영업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가수에 대한 꿈은 항상 갖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또한 김민우는 '싱글대디'라는 사실을 밝혀 많은 응원을 받았다. 지난 2009년 6살 연하의 아내와 결혼했지만 8년 만에 사별했고, 슬하의 딸을 혼자 키우고 있는 것. 이후에도 김민우 부녀의 애틋한 모습이 방송을 통해 공개되면서 그는 많은 응원을 받았다.
최연제 : 가수 → 한의사
배우 선우용녀의 딸로 유명한 가수 최연제. 그는 지난 1993년 '너의 마음을 내게 준다면'을 발표하며 청춘스타로 떠올랐다. 그러나 지난 2001년 연예계를 은퇴하고 미국으로 떠났다. 그리고 한의학에 매진하며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현재 미국 LA에서 불임 전문 한의사로 활동 중이다.
일과 함께 사랑도 찾았다. 최연제는 한 차례 아픔을 극복하고, 지난 2004년 미국 유명 은행의 부사장 케빈 고든과 재혼했다. 이후 남편, 아들과 미국의 대저택에서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방송을 통해 공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정호근 : 배우 → 무속인
누군가는 피할 수 없는 숙명으로 인해 직업을 바꿔야 할 때가 있다. 배우 정호근은 지난 2014년 말 갑자기 무속인이 됐다는 사실을 밝혀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는 '사극 전문 배우'로서 이름을 알리며 명품 조연으로 통해왔다. 그런 그가 배우로서의 이미지와 반대되는 무속인이 됐다니 놀랄 수 밖에.
그러나 정호근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는 반응이다. 할머니도 무속인으로 집안의 영향을 받았다는 그는 지난 2014년 11월 병을 앓은 후 신내림을 받고 무속인이 됐다. 처음에 무속인인 정호근을 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지만, 현재 그는 인정받는 무속인으로 통하고 있다. 그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정호근의 심야신당'은 많은 연예인의 출연으로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이지연 : 가수 → 셰프
'난 사랑을 아직 몰라', '바람아 멈추어 다오' 등을 히트시킨 '80년대 하이틴' 가수 이지연. 그 역시 돌연 연예계를 은퇴하고 남편과 함께 미국행을 택했다. 그러다 지난 2008년 이혼 소식과 함께 요리사가 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근황을 알렸다. 미국 애틀란타 소재의 요리학교 '르 꼬동 블뢰'에 재학 중이었다.
이후 이지연은 미국 애틀란타 지역에서 바비큐 레스토랑을 운영했다. 지난 2013년에는 애틀란타 지역, 2020년에는 조지아주 최고의 바비큐 레스토랑으로 각각 뽑히기도. 또한 동료 요리사인 8살 연하의 미국인 셰프와도 재혼해 행복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미국에서 제2의 삶을 사는 그에게 많은 응원이 쏟아지고 있다.
세상은 모든 게 빠르게 흘러간다. 자고 일어나면 유행이 바뀌어 있고, 며칠 전 신나게 쓰던 신조어는 한물간 취급을 받는다. 좁히려 해도 좁혀지지 않는 급격한 변화의 틈,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을 한눈에 파악하고 싶은 시니어를 위해 알다가도 모를 최신 문화를 파헤치고,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소개한다.
쇼핑 문화가 변하고 있다. 시장이나 마트, 백화점 등 오프라인을 넘어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아마존과 같이 우리가 정보를 얻고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채널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이에 소비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원하는 제품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사야 ‘잘’ 샀다고 할 수 있을까?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장점만 쏙쏙
50대 초반 김지출(가명) 씨는 평소 갖고 싶던 그릇 세트를 백화점에서 현금 10만 원에 결제했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백화점이었지만 그릇의 크기와 색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똑같은 그릇 세트가 인터넷에서는 8만5000원에 판매되고 있고, 심지어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적립금을 5000원이나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반면 50대 후반 박결제(가명) 씨는 인터넷으로 6만 원에 신발을 샀다. 백화점보다 1만5000원이나 저렴해서 잘 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며칠을 기다려 받아본 신발은 크기가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디자인도 사진과 차이가 컸다. 반품을 하자니 귀찮고 그냥 신자니 계속 기분이 좋지 않을 것 같다.
이처럼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각각 장점과 함께 단점을 안고 있다. 만약 각 쇼핑 채널의 장점만 모으면 어떨까. 여기서 나온 것이 ‘옴니채널’이다. 옴니채널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장점을 결합해 소비자들이 채널에 상관없이 같은 효과를 얻게끔 한다. 온라인 고객은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편하게 물건을 구매한 뒤 집 근처 매장에서 당일 수령할 수 있다. 오프라인 고객은 할인쿠폰을 받아 원하는 물건을 온라인에서 구입하는 것처럼 싼값에 살 수 있다.
미국의 메이시스 백화점은 옴니채널 전략을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구분돼 있던 데이터를 하나로 통합했다. 모든 오프라인과 온라인 매장이 동일한 품질의 제품을 동일한 가격에 판매한다. 예컨대 소비자가 출근길에 메이시스의 온라인 몰에서 구두를 사고 퇴근 후 배송된 신발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음 날 백화점에 들러 반품하고 환불받을 수 있다. 즉 온라인에서는 물건을 직접 보고 만지지 못하는 경험의 한계가 있으나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쇼핑을 할 수 있다. 반대로 오프라인은 경험과 체험이 가능하지만 시간과 장소에 제한이 있다. 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한 것이 옴니채널의 핵심이다.
‘가고 싶은 곳’으로 진화하는 쇼핑
이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쇼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오프라인 매장도 진화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에 지친 사람들은 취향에 맞는 공간에서 문화와 체험을 즐기고 싶어 한다. 자동차나 집, 고가의 물건을 구매하는 ‘소유’를 위한 소비보다는 여행, 공연·전시 관람 등 ‘경험’ 중심의 소비를 선호한다. 마트나 백화점은 고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며 직접 보고, 듣고, 만질 수 있는 오프라인만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있다.
올해 초 여의도에 오픈한 ‘더현대서울’은 자연을 느낄 수 있는 휴식 공간을 대거 조성했다. 우선 천장을 모두 유리로 제작해 전 층에서 자연 채광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특히 1층에는 12m 높이의 인공 폭포와 자연 채광이 가득한 ‘워터풀 가든’을 만들어 폭포 소리를 직접 들으며 자연 친화적인 쇼핑을 할 수 있게 했다. 5층에는 실내 녹색 공원 ‘사운즈 포레스트’를 조성해 도심 속 숲을 재현했다.
온라인 기업들도 고객에게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을 열기 시작했다. 아이디어 상품 온라인 투자 플랫폼 ‘와디즈’는 소규모 창업자가 개발한 아이디어 상품을 직접 만져보고 사용해볼 수 있도록 실제 매장을 열었다. 물건을 직접 써보지 못하는 온라인의 한계를 극복한 것이다. 다양한 물건을 사용해본 후 마음에 들면 QR코드를 통해 상품을 만든 제작자에게 투자도 할 수 있다. 간편식 온라인 쇼핑몰 ‘쿠캣’도 직접 먹어보지 못해 구매를 고민했던 소비자들이 인기 메뉴를 직접 시식해볼 수 있도록 오프라인 매장을 마련했다.
필립 코틀러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사람들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소속감과 생활 방식을 느끼며 표현할 수 있는 일종의 놀이터로서 매장을 찾는다. 매장은 소비자가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기보다 더 재밌고 유익한 경험을 기대하는 곳이다. 매장은 경험하는 장소가 되며, 단순히 ‘가야 하는 곳’에서 ‘가고 싶은 곳’으로 인식이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요즘 소비자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바쁘게 넘나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고객과 수요가 크게 늘었지만 직접 경험해보는 것에 대한 갈망도 더 커지고 있다. 이미 5060세대는 디지털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직접 보고, 만지고, 느끼는 것만큼 소중한 경험이 있을까? 옴니채널은 이제 혁신이 아닌 현실이다.
레트로(Retro)는 이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패션, 음악, 미술, 영화, TV 프로그램,
마케팅은 물론, 하다못해 전단지 디자인에까지 레트로가 등장한다. 열풍이다. 과거의 낡은 것을
현시대에 불러들여 감성적 만족을 구가하는 이 흥미로운 사조는 자동차 분야에도 당도했다.
올드카 또는 클래식카 마니아가 늘어나고 있는 것. 경기도 용인시 백암면에 있는
‘더원 클래식카 카페’는 클래식카 마니아들의 관심을 사고 있는 클래식카 전시장이자 찻집이다.
‘더원 클래식카 카페’가 문을 연 건 1년여 전. 고즈넉한 시골 도로변에 있다. 특별할 것 없는 2층 건물이다. 언뜻 그렇고 그런 테마 카페로 보인다. 처음엔 우연히 스쳐가다 호기심으로 들어오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일단 찾아온 이들은 찬탄하더란다. 알고 보면 특별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카페의 너른 뜰과 건물 내부에 진열된 30여 대의 클래식카들이 발산하는 멋과 위용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어디서도 보기 힘든 올드카를 여기서 흔하게 볼 수 있어 흥미가 동할 수밖에 없다. 그런 연유로 어느덧 찾아오는 발길이 늘었으며, 마니아들에게 입소문 나면서 주목받게 되었다. “햐, 놀랍다!” 흔히들 터뜨리는 감탄사가 그렇다.
국내에는 몇몇 곳에 자동차 박물관이 있다. 클래식카 전문 박물관도 있다. 모두 자동차 회사나 단체가 운영하는 곳들이다. 더원 클래식카 카페는 이들 박물관에 비하면 규모나 시스템에선 한참 급이 낮다. 그러나 보유 차량의 퀄리티 면에서는 뒤지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훨씬 능가한다. 박물관들에 전시된 차들이 운행 불가능한, 말 그대로 전시 목적의 ‘죽은 차’인 반면, 이곳의 클래식카들은 두세 대만 빼고 모두 멀쩡한 내연기관을 갖춘 ‘살아 있는 차’다. 공도를 주행할 수 있는 인증을 받은 차, 즉 번호판 달린 차들이다. 고유한 히스토리로 이름을 날린 차도 많다. 다시 말해 이 카페는 국내에서 가장 독특한 고품격 클래식카 전시 공간이다. 개인이 운영하는 클래식카 전시장으로는 유일하다.
카페 대표는 이제 인생의 하오에 접어든 김성환(68) 씨. 유아교육을 전공한 그는 반평생 교육 사업에 전념했으며 대학에서 강의도 했다. 그러다 은퇴를 계기로 인생의 방향을 바꾸었다.
땀 흘려 가장의 책임을 다했으니 이젠 종래의 궤도에서 내려와 자신만의 삶을 즐길 자격이 충분하다 생각했던 모양이다. 말하자면 지도 위에서 전에 가보지 않은 길을 찾아 새로운 여정에 나선 거다. 인생 2막을, 유한한 시간을 오직 자신을 위해, 자신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선용하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뛰어든 게 클래식카 카페 운영이다. 이건 사실 완전한 미지의 길은 아니다. 클래식카 마니아로 지낸 세월이 10여 년이니까.
“20년 전쯤의 어느 날, 우연히 도로 위에서 쌍용 칼리스타가 달리는 걸 보고 한눈에 반했다. 나도 모르게 뒤를 쫓아가게 되더라고. 용인에서부터 영등포까지. 갖고 싶은 차였던 거다. 그러나 당시엔 형편이 안 돼 포기했다. 이후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에 칼리스타를 사들였다. 그게 클래식카에 입문한 계기였다.”
칼리스타는 국내 최초의 로드스터로 쌍용이 수작업을 통해 생산했다. 정통 클래식카의 DNA를 계승한 이 멋들어진 차의 출현에 시장은 경악했다. 그러나 1992년부터 2년간 단 69대만 생산한 뒤 단종됐다. 당시 국산 스포츠카에 대한 인식이 낮았던 데다 사치품을 배척하는 사회 분위기를 넘어서지 못해서였다. 이 카페에서 칼리스타는 특히 인기를 끄는 차종이다.
클래식카는 하나의 종합예술
칼리스타를 손에 넣은 후 김성환 대표는 본격적으로 클래식카에 관심과 애착을 갖기 시작했다. 조예를 키웠고, 차들을 사들였다, 그러면서 흥미와 만족의 농도가 점점 깊어졌던 모양이다. 돈이 모이는 대로 아낌없이 털어 컬렉션에 공을 들였다고 한다.
“차 숫자가 늘어나면서 보관 문제가 불거지더라. 그래서 지은 게 이 카페 건물이다. 애초 카페를 겸할 계획은 없었다. 차만 안전하게 보관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투박한 건물을 지었으니까.”
계획에 없었던 카페 영업을 병행한 이유는?
“사람들이 편하게 찾아와 차를 마시며 클래식카를 즐길 수 있으면 좋을 거라는 착상이 떠올라서다. 나는 종종 딸이 사는 미국을 드나든다. 그런데 미국에선 노인들이 클래식카 동아리를 만들어 노년을 즐기는 문화가 정착돼 있더라. 그게 아주 부러웠다. 그때 한국에도 클래식카 문화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막연했던 희망이 카페를 겸한 전시장을 꾸린 단초가 된 셈이다.”
클래식카란 어떤 차를 말하나? 일정한 기준이 있을 텐데.
“기본적으로 최소 30년 이상의 차령을 가진 차여야 한다. 더 중요한 건 희소성이다. 생산 개체 수가 적을수록 가치가 높아진다. 디자인의 우수성, 외관과 엔진의 상태, 실내 인테리어의 유지 상황 등도 따진다. 히스토리도 본다.”
클래식카에 어떤 매력을 느꼈기에 그토록 빠져들었나?
“미감을 즐기기에 적격인 게 클래식카다. 아름다운 선과 색, 세련된 디자인을 보라. 당대의 첨단 기술력과 감수성이 집약된 클래식카를 나는 하나의 종합예술로 본다. 기능과 편의 위주로 만드는 요즘의 차들이 감히 따라갈 수도, 흉내 낼 수도 없는 특유의 예술적 경지가 있다.”
보유한 차들 가운데 가장 진귀한 모델은?
“이곳을 찾은 마니아들이 하나같이 놀라는 게 대부분의 차가 고품질 클래식카이기 때문이다. 기대와 예상을 뛰어넘는 퀄리티에 반색하는데, 사실 어떤 차를 특정해서 뛰어나다고 평가하기 곤란한 면이 있다. 그럼에도 하나를 꼽자면 ‘BMW Z8’이다.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클래식카에 속하는 차종이다. 제임스 본드의 007 영화에 나온 ‘본드 카’로도 유명하다.”
‘BMW Z8’은 BMW 최고 기술자들이 팀을 구성, 수작업으로 생산한 차다. 소량 생산해 1년에 2000여 대만 나온 모델로, 풍만하면서도 민첩한 디자인이 압권이다. 가장 아름다운 차의 하나로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가뭄에 콩 나듯이 어쩌다 국내 중고차 시장에 등장하기도 하는데 가격은 3억여 원에 달한다고.
“클래식카의 성지로 발돋움하겠다”
나는 문외한이라서 클래식카에 큰 관심도 지식도 없다. 자동차란 그저 잘 굴러가면 고맙지, 그쯤의 생각을 한다. 클래식카가 기차게 우아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을 지닌 걸 알아 감탄하지만, 일부러 돌아다니며 구경할 정도는 아닌 거다. 그런데 이곳에 와서 보니 흥미진진하다. 클래식카들의 극적으로 세련된 디자인에 예술품을 바라보는 기분이 든다. 아마도 로맨티시즘이 반영되었을 감미로운 선과 곡면은 섹시하고 평화롭다. 허무하게 사라진 시간의 잔영이 비치는 낡고 쓸쓸한 어떤 차들의 형상에서는 인생을 닮은 우수가 느껴진다.
레트로에 감흥을 받는 사람들과 못 말릴 클래식카 마니아들은 몹시 설렐 테다. 명차와 희귀차를 숨이 차게 잔뜩 만끽할 수 있으니까. 몇몇 차를 볼까? 1959년산 ‘캐딜락 엘도라도.’ 이 차는 제너럴모터스의 고품격 브랜드로 크고 화려하며, 보디 후면의 번쩍 치솟은 테일 핀으로 디자인 혁명을 가져온 모델이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애마로도 유명하다. 외국에서도 흔히 볼 수 없다는 ‘포르쉐356A’도 눈길을 끈다. 제임스 딘이 즐겨 탔다는 히스토리도 돋보이는 차종이다.
외부 주차장에 전시된 ‘포드T’는 더원 클래식카가 보유한 가장 오래된 모델로 차령 110년이다. 자동차의 원초적 형태를 지닌 이 차의 휠은 심지어 나무로 만들어졌지만, 생산 당시에는 첨단 테크놀로지의 총화였다. 미국의 자동차 역사는 물론, 미국 자체를 혁신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이 희귀한 차를 김 대표는 어디서 구했을까.
“미국에서 구입해 배로 들여왔다. 클래식카 애호가가 많은 미국에선 매매 시장도 활성화돼 차 구입이 어렵진 않다. 관건은 수준 있는 차, 가치 높은 차를 고르는 안목이다.”
영국엔 와인과 주화에 이어 클래식카를 투자 가치 3위로 꼽은 조사가 있더라. 국내에서도 클래식카 시장이 움직이고 있나?
“미국, 유럽, 일본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클래식카를 찾는 사람들이 최근 급작스럽게 늘어났다. 깜짝 놀랄 정도다. 마니아들이 급격히 늘었고 커뮤니티 활동도 왕성하다. 이미 클래식카가 생활 속으로 파고들었음을 실감한다.”
한두 대면 모를까, 수십 대의 올드카를 사들이는 모습에 놀라 당신을 거의 미친 사람 취급한 이들이 있었다지?(웃음)
“과연 내가 그 정도로 깊이 심취했나? 그런 자문도 해보지만, 남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웃음) 그런데 나에겐 확고한 방향이 있다. 클래식카와 예술적 이벤트를 접목한 문화 공간, 소통과 사교의 장으로 카페의 성격을 강화할 참이다. 장기적으로는 주행 가능한 고품격 클래식카를 더 확보해 소(小)박물관으로, 또는 클래식카의 성지로 키울 계획이다.”
내친김에 한 걸음 더 들어가겠다는 얘기다. 늘 재즈 음악이 흐르는 이 카페엔 예술적 분위기가 감돈다. 그림과 사진과 음악으로 자기 세계를 구축한 전방위 예술가 문순우가 조력자로 나서 콘셉트를 제공하고 있다. 클래식카의 문화적 가치를 잘 알아서다. 문순우의 절친인 원로 재즈피아니스트 신관웅도 나섰다. 그는 토요일마다 재즈를 연주해 분위기를 달군다. 이쯤이면 다이내믹한 항진이다.
“아주 예쁘다. 출시된다면 꼭 사고 싶다”, “이 디자인으로 상용화되면 진짜 사고 싶다”, “중장년층 뿐만 아니라 청년층까지 엄청 팔릴 것 같다. 제발 생산해다오.”
지난달에 선보인 ‘포니 전기 콘셉트카’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다. 베이비붐 세대들일수록 더 열광적이다. 1975년에 우리나라 최초의 국산 고유 자동차 모델로 출시된 포니는 1990년까지 26년 동안 생산되며, 국내 자동차 산업과 함께 성장한 추억의 모델이다. 베이비부머가 포니 자동차를 보고 생활하며 한살한살 함께 성장했기 때문에 더 애착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현대차)는 지난달 8일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을 열면서 첫 전시물로 ‘헤리티지 포니 시리즈’를 공개했다. 헤리티지 포니 시리즈는 포니의 고유 디자인 요소를 재해석한 전기 콘셉트카다.
포니 전기 콘셉트카는 외형은 1975년에 출시한 1세대 포니를 그대로 구현했다. 하지만 속은 전기차 파워트레인과 픽셀 헤드램프, 카메라 기반의 펜더 사이드미러 등을 비롯해 현대 아오오닉 전기차의 핵심 기술과 디자인을 반영했다.
앞면에서 옛날에 쓰던 HD 엠블럼을 중앙 그릴에 적용하고, 양쪽 측면에 헤드램프 2개와 측면 아래에 방향지시등을 배치했다. 아이오닉5에 적용된 파라메트릭 픽셀을 그릴 패턴과 램프에 활용하면서도 외형을 그대로 유지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결합해 세대를 융합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요즘 차와 달리 포니 전기 콘셉트카는 보닛 옆에 사이드미러가 붙어 있다. 옛날 차 방식이다. 하지만 사이드 미러에는 거울 대신 카메라를 장착해 기능을 보완했다. 또 미리 외부에 작은 방향지시등도 추가했다.
옛 포니의 3도어 모습을 그대로 담았다. 각진 모습과 테일램프까지 지붕 라인이 내려오는 패스트 백 디자인, 창문 디자인, 일자로 쭉 뻗은 캐릭터 라인을 그대로 구현했다. 주유구는 전기차 충전구로 대체해 위로 열린다. 안은 아이오닉5처럼 배터리 잔량을 픽셀 그래픽으로 보여준다.
차 뒷면도 옛날 포니 디자인을 그대로 반영했다. 패스트백으로 트렁크가 후면 유리와 같이 열린다. 테일램프는 전면과 같이 파라메트릭 픽셀 디자인을 적용했다.
복고가 새로움을 만나 인기를 얻는 현상을 신조어로 ‘뉴트로’라고 한다. 국내에서 뉴트로는 베이비부머와 그 이후 세대들이 주도하는 분위기다.
세계적으로 많은 산업군에서 뉴트로가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에서는 뉴트로 전기차에 대해서 상당히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른 분야와 차이가 있다면 뉴트로 전기차는 기존 자동차 외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속은 전기 시스템으로 크게 바꿔, 모양은 같지만 성능에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실제로 해외에서 단종됐거나 오래된 과거 모델이 전기차로 출시되고 있다. BMW 미니는 지난해 ‘클래식 미니 전기차’를 출시했다. 오래된 작은 미니쿠퍼 옛 모습을 그대로 한 전기차다. BMW그룹은 올해 미니를 전기차 전용 브랜드로 전환하며 전기차 판매 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0월 GMC는 거대 트럭차량인 허머를 전기트럭으로 바꾼 ‘허머 전기차’ 예약 판매에서 완판을 기록했다. 대당 1억3000만원임에도 예약대기자가 수천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 이 허머 전기차는 올해말에 인도될 예정이다.
폭스바겐도 80년이 넘은 비틀을 2017년에 전기 콘셉트카로 부활시킨 뒤 곧 ‘비틀 전기차’로 출시한다. 또 2022년에는 54년된 마이크로버스를 전기차로 만들 예정이다.
국내 소비자들은 이 같은 해외의 움직임이 국내에서도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실제 베이비붐 세대를 중심으로 적지 않은 소비자들이 현대자동차에 포니 전기 콘셉트카 상용화를 요구하고 있다. 베이비부머들의 바람처럼 46년 전 포니가 전기차로 변신해 소비자들과 함께 할 수 있을까?
업계 관계자는 이미 포니를 재해석해 전기차로 출시한 아이오닉5가 인기를 얻고 있는 상황이어서 포니 전기차가 양산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분석했다.
포니가 환생한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1분기에 신형 전기차 아이오닉5를 출시할 계획이다. 공개된 이미지에 따르면 아이오닉5는 포니를 닮았다. 콘셉트카 45의 양산형 모델로, 45는 지난 2019년 포니 탄생 45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졌다. 포니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개발됐다.
현대차는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전기차 전용 브랜드 ‘아이오닉’을 론칭했다. 그 첫 모델이 아이오닉5다.
아이오닉5는 준중형 SUV 투싼과 비슷한 크기로 예상되며,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가 최초로 적용된다. E-GMP는 전기차만을 위해 최적화된 구조로 설계된 신규 플랫폼이다. 차종에 따라 1회 충전으로 최대 500㎞ 이상 주행 가능하며, 800V 충전 시스템을 갖추어 초고속 급속 충전기를 사용하면 18분 이내에 80% 충전할 수 있다.
포니는 현대차 최초의 고유 모델로, 46년 전인 1975년 처음 출시됐다. 포니를 통해 우리나라는 아시아에서 일본에 이어 2번째, 세계에서는 16번째로 고유 모델 자동차를 개발한 국가가 됐다.
포니는 1982년 페이스 리프트 모델인 포니2가 나오기까지 국내에서 20만8000여 대 판매되고 해외로 9만2000여 대 수출됐다. 단일 차종으로는 국내 최초로 30만 대 이상 판매량을 기록했다. 당시만 해도 개도국이었던 한국의 자동차 회사가 해외로 수출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포니는 한국 경제 발전을 선도하는 산업역군의 역할을 톡톡히 하며 자동차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현대차는 포니를 초석으로 발전을 거듭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났다.
포니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자동차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Giorgetto Guigiaro)의 작품이다. 자동차 디자이너 구상은 포니의 디자인이 “당시 국제적인 자동차 디자인 트렌드에서도 한 획을 그을 만큼 조형성이 뛰어났다”며, “전체적으로 기하학적 조형 요소가 간결하고 높은 통일성을 가지면서도, 장식적 요소가 배제된 추상성이 높은 디자인이었다”고 평가했다.
현대차는 콘셉트가 45 출시 당시 그 의미를 “현대차 전기차 디자인의 이정표가 될 전동화 플랫폼 기반의 콘셉트카다. 현대차의 시작을 알린 포니 쿠페 콘셉트가 1974년 토리노 모터쇼에서 공개된 후 45년 동안 현대차가 쌓아 온 헤리티지에 대한 존경을 담았다”고 설명하며, “현대차 디자인의 과거, 현재, 미래를 잇는 연결고리로, 현대차의 새로운 시작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오닉5는 이 정신을 이어받아 현대차의 새 시대를 성공적으로 열어갈 핵심 전략 모델로 활약할 전망이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에 이어 중형 세단 아이오닉6, 대형 SUV 아이오닉7을 차례로 출시할 예정이다. 아이오닉 라인업 확대로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늘린다는 목표다.
버려진 물건을 재사용(reuse)하고 재활용(recycle)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창작물로 재탄생시키는 업사이클(upcycle). 우리말로는 ‘새활용’이라 불리며 다양한 소품은 물론 예술작품으로까지 승화하고 있다. 환경과 더불어 일상까지 아름답게 가꿔줄 업사이클 아이디어를 담아봤다.
사진 및 자료 제공 알에이치코리아 ‘대니 서의 업사이클링’
❚ 리빙 인테리어 아이템으로 UP!
와인 코르크마개 욕실 매트
코르크는 폭신하고 작은 구멍이 많아 물을 잘 흡수하면서도 곰팡이가 피지 않아 막 씻은 발을 올려놓기에 좋은 재료다. 그렇다고 매트를 만들기 위해 일부러 와인을 많이 마실 필요는 없다. 와인 바나 레스토랑 주인에게 코르크마개를 모아 달라고 하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준비물] 와인 코르크마개 500여 개, 대형 섀도 박스 또는 나무 박스 뚜껑, 코르크 소재의 선반 라이너
[만드는 방법] 섀도 박스의 앞 유리를 뺀 뒤 박스 안쪽에 코르크 소재의 선반 라이너를 깐다. 와인 코르크마개를 세워놓았을 때 코르크마개 높이가 섀도 박스 높이와 같아지도록 높이를 확인해가며 여러 겹을 더한다. 섀도 박스에 코르크마개를 최대한 많이 채워 빈틈이 없도록 하되, 너무 많이 밀어 넣지 않는다.
럭셔리 금박 접시 장식
해외 편집숍이나 소매점 등에서 금을 테마로 한 도자기 접시를 진열해놓은 걸 본 적 있을 것이다. 특유의 고급스러운 분위기는 좋지만, 실제 비싼 그릇에 도금까지 되어 있다면 가격이 상당하다. 이러한 작품들에서 영감을 받은 업사이클 아이디어가 있다. 저렴하고 얇은 접시를 활용할 수 있다.
[준비물] 사용하지 않는 접시 여러 개, 페인트용 마스킹 테이프, 스프레이 페인트(금색)
[만드는 방법] 접시를 꺼내놓고 금색 페인트를 칠하고 싶지 않은 부분에 마스킹 테이프를 붙인다. 줄무늬나 지그재그 등 색다른 모양을 시도하면 좋다. 통풍이 잘되는 장소에 접시를 놓고 금색 스프레이 페인트를 뿌린다. 완전히 마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마스킹 테이프를 뗀다.
CD케이스 모자이크 액자
CD는 몇 년 전만 해도 많이 사용했지만, 점차 사용량이 줄고 있다. CD를 보관하는 CD케이스 역시 마찬가지. 버리기 아까워 모아둔 CD케이스가 있다면 허전한 벽면을 채워줄 인테리어 아이템으로 공간을 새롭게 꾸며볼 수 있다.
[준비물] 대형 그림, CD케이스 여러 개, 가위, 양면 벨크로 테이프
[만드는 방법] 마음에 드는 대형 그림을 준비한다. 커다랗게 확대한 사진이나 빈티지풍의 낡은 지도, 액자에 넣지 못한 영화 포스터 등도 괜찮다. CD 케이스 안쪽에 인쇄된 재킷 커버를 꺼내 준비한 그림에 대고 커버 크기대로 오려낸 뒤 각각의 케이스에 집어넣는다. 양면 벨크로 테이프로 그림을 넣은 케이스를 하나씩 벽에 붙인다. 꼭 그림 전체를 붙이지 않아도 된다. 군데군데 빼서 걸어도 독특하고 추상적인 작품이 된다.
블링블링 병뚜껑 테이블
유리병이나 소스병 등에서 나온 뚜껑을 모아 이색적인 질감의 테이블을 만들 수 있다. 한 종류만으로 통일감을 살려 깔끔한 분위기를 연출하거나, 다양한 크기와 색깔의 뚜껑으로 개성 넘치는 디자인에 도전해도 좋다.
[준비물] 철제 격자 테이블, 깨끗한 병뚜껑(테이블 상판을 채울 만큼), 리퀴드 네일 접착제
[만드는 방법] 병뚜껑을 철제 격자 테이블 윗면에 쭉 깔아 원하는 모양으로 맞춘다. 뚜껑 하나하나에 리퀴드 네일 접착제를 발라 테이블에 붙인 뒤 잘 말린다.
❚ 활용 만점 생활 소품으로 UP!
캐시미어 스웨터를 활용한 다용도 커버
비싸게 산 고급 캐시미어 스웨터에 구멍이 났을 경우 버리기엔 너무나 아깝다. 더 이상 입을 수 없는 상태라면 생활소품에 입힐 수 있는 다양한 커버로 탈바꿈시켜보자.
[준비물] 터틀넥 캐시미어 스웨터, 가위, 안전핀, 글루 건과 글루 스틱, 직물용 풀, 안대
[만드는 방법] 소맷부리는 잘라서 테이크아웃 커피잔 등에 끼우는 슬리브로 쓴다. 터틀넥 스웨터 윗부분은 3분의 1만 잘라 뜨거운 물주머니를 감싸는 보온 커버로 사용한다. 스웨터 자투리로는 안대 커버를 만든다. 안대 모양대로 옷감을 자른 뒤 끈을 달아 사용하면 포근하고 따뜻한 촉감을 더할 수 있다.
된장 용기로 만든 티슈박스
시중에서 판매하는 된장, 고추장, 쌈장 플라스틱 용기로 티슈박스를 만들 수 있다. 큰 것은 집에서 쓰는 대용량 티슈박스로, 작은 것은 여행용이나 휴대용 티슈박스로 활용한다.
[준비물] 플라스틱 된장 용기, 아트나이프, 오공본드, 폼 브러시, 반짝이, 폴리우레탄 스프레이
[만드는 방법] 표백제로 된장 용기를 깨끗이 씻고 탈취까지 한 뒤 완전히 말린다. 뚜껑 윗부분에 휴지를 뽑을 구멍을 낸다. 각 면에 오공본드를 넉넉히 바르고 전체적으로 반짝이를 뿌린다(반짝이 대신 예쁜 접착시트를 붙여도 좋다). 하룻밤 잘 말린 뒤 폴리우레탄 스프레이를 몇 겹 뿌려 반짝이가 떨어지지 않도록 한다. 다 마르면 용기 안에 티슈를 넣는다.
책으로 만든 빈티지 종이 장식 꽃병
안 보는 책은 필요한 곳에 기증하거나 폐지로 재활용해도 좋지만, 좀 더 특별한 방법으로 리사이클을 시도해보면 좋다. 종이 장식 꽃병도 그중 한 예다.
[준비물] 하드커버 책, 황색 서류철, 가위, 연필, 아트나이프, 오공본드
[만드는 방법] 황색 서류철을 접힌 부분 없이 평평한 쪽이 생기도록 반으로 자른다. 그 한쪽을 펼친 책 위에 두고, 책 크기에 맞춰 서류철의 위·아랫부분을 잘라낸다. 서류철에 연필로 꽃병 윤곽을 그린 뒤 가위로 오린다. 오린 모양을 반으로 자르고 그것을 본으로 해 책 안쪽 페이지를 조심스럽게 잘라낸다. 전부 오리면 하드커버를 뗀다. 처음과 마지막 페이지가 서로 만나게 접어 입체적인 꽃병 모양이 되게 하고, 위치를 잘 맞춰 오공본드로 붙인다.
❚ 손주와 함께하는 장난감으로 UP!
아이용 크레용 립스틱
아이들은 어른이 바르는 립스틱에 호기심을 갖곤 한다. 립스틱 케이스를 활용해 아이들이 재미있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크레용으로 업그레이드해보자. 자투리 크레용을 모아 두면 한 번에 녹여 사용할 수 있다.
[준비물] 오래된 크레용, 빈 립스틱 케이스, 파이렉스 용기, 이중 냄비
[만드는 방법] 오래된 크레용을 파이렉스 용기에 담아 물이 끓는 냄비 위에 올려 중탕으로 녹인다. 빈 립스틱 케이스를 깨끗이 닦은 뒤 녹인 크레용을 붓고 식힌다. 완전히 굳으면 크레용 립스틱을 돌려 나오게 한 뒤 사용한다.
커피잔 슬리브로 만든 왕관
일회용 커피잔만큼이나 마구 사용되고 버려지는 슬리브. 한번 쓰고 버리기 아까운 슬리브를 모아 아이들을 위한 왕관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준비물] 종이 소재의 슬리브, 오공본드, 가위, 장식품(반짝이, 비즈, 스티커, 페인트 등)
[만드는 방법] 가위로 슬리브 윗부분을 왕관에 어울리는 모양으로 자른 뒤 장식품을 붙이면 장식용 슬리브 왕관이 완성된다. 놀이용으로 머리에 쓸 수 있는 왕관을 만들려면 슬리브 여러 개를 세로로 자른 뒤 머리에 맞춰 오공본드로 연결하면 된다. 아이와 함께 상상력을 더해 멋지고 예쁘게 왕관을 꾸며보자.
휴지심 인형과 우유갑 장난감
흔히 쓰는 생필품에서 나오는 휴지심과 우유갑 등을 활용해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장난감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돈도 아끼고 만드는 재미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준비물] 휴지심, 우유갑, 병뚜껑 등 기타 재활용품, 가위, 풀, 색종이 및 다양한 꾸미기 소품
[만드는 방법] 휴지심에 색종이를 감싼 뒤 원하는 재료로 눈, 코, 입 등을 꾸며 인형을 만든다. 우유갑에 그림을 그려 건물처럼 만들거나 병뚜껑을 바퀴로 달아 자동차도 만든다. 건물과 자동차로 배경을 꾸미고 휴지심에 손을 끼워 인형극 놀이를 해도 좋다.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을 위한 건강 식단, 업사이클링 원단을 쓴 컨셔스 패션…. 환경 관련 뉴스를 읽다 보면 종종 낯선 용어가 등장해 이해하는 데 애를 먹는다. 정확한 의미를 모르면 그 뜻을 유추하기 힘든 경우도 많다. 채식의 종류에는 무엇이 있으며, 업사이클링과 리사이클링은 어떻게 다를까? 어렵고도 생소하게 느껴지는 생활 속 환경 용어를 알기 쉽게 정리해봤다.
LIFE | 제로 웨이스트
0을 뜻하는 ‘제로’(zero)와 쓰레기를 의미하는 ‘웨이스트’(waste)가 합쳐진 단어로, 포장을 줄이거나 재활용이 가능한 재료를 사용해서 쓰레기를 최대한 줄이는 운동을 가리키는 용어다. 개개인이 생활 속에서 쓰레기를 줄인 사례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고 지인들과 공유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일상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제로 웨이스트 운동으로는 ▲카페에서 손수건·텀블러 이용하기 ▲장 볼 때 장바구니 가져가기 ▲냉장고 속 남은 재료로 요리하기 ▲옷 수선하기 등이 있다.
제로 웨이스트 실천법 ‘5R’
① 필요하지 않은 물건 거절하기(Refuse)
② 쓰는 양 줄이기(Reduce)
③ 일회용이 아닌, 다회용품 이용하기(Reuse)
④ 재사용이 불가능할 때는 재활용하기(Recycle)
⑤ 썩는 제품은 매립하기(Rot)
‘나는 쓰레기 없이 살기로 했다’의 저자 비 존슨은 제로 웨이스트 운동의 창시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이 책에서 ‘5R’ 운동을 언급하며, 이 중에서 불필요한 물건을 거절하는 것이 제로 웨이스트의 출발점이자 가장 중요한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FOOD | 비거니즘
동물을 착취해 생산한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거부하는 사상을 말한다. 그중 완전 채식주의를 뜻하는 ‘비건’은 고기류와 생선은 물론 우유, 꿀 등 동물로부터 얻은 모든 식재료를 먹지 않으며, 식물성 식품만 섭취한다. 또 음식뿐 아니라 동물의 털로 만든 옷이나 액세서리, 동물 실험을 진행한 화장품 등도 이용하지 않는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주의자 수는 지난해 기준 150만 명 내외로, 15만 명에 불과했던 2008년에 비해 10배 가까이 늘었다.
BEAUTY | 크루얼티 프리
‘학대(Cruelty)에서 자유롭다(Free)’는 뜻으로 동물실험을 하지 않거나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제품, 또는 이를 나타내는 상표를 의미한다. 화장품이나 의류 등 뷰티 업계에서 주로 쓰이는 말이다. 크루얼티 프리를 추구하는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로는 영국 ‘러쉬’, 미국 ‘닥터브로너스’ 등이 있다. 동물권 논의가 활발한 유럽은 2004년 동물실험을 금지했고, 2013년부터는 동물실험을 거친 제품과 원료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토끼를 기억하세요!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브랜드를 알아보려면 토끼 그림을 찾으면 된다. 크루얼티 프리를 지향하는 기업 대부분은 제품에 토끼 모양의 상표를 표시한다. 동물실험에서 가장 많이 희생되는 동물이 토끼라는 점을 상징화한 것이다. 크루얼티 프리 상표는 여러 국제 기관에서 발급하는데, 크게 국제 조직 ‘크루얼티프리인터내셔널’, 국제동물보호단체 ‘PETA’, 호주동물실험반대단체 ‘CCF’ 등이 있다.
FASHION | 컨셔스 패션
‘의식 있는’을 의미하는 단어 ‘컨셔스’(conscious)와 ‘패션’(fashion)의 합성어로, 소재 선정부터 제조 공정까지 윤리적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의류를 말한다. 재활용 원단을 사용해 옷, 잡화 등을 만드는 ‘업사이클링 패션’과 친환경 소재로 의류를 제작하는 ‘에코 패션’ 등 관련 용어를 모두 아우른다. 제품 생산 과정에서 재활용 소재를 애용하며 지속가능한 패션을 지향하는 패션 브랜드로는 파타고니아, 아디다스, H&M 등이 있다.
업사이클링 VS 리사이클링
리사이클링은 버려진 제품이나 재료를 수선해 다시 쓰는 것을 의미한다. 말 그대로 ‘재’활용을 뜻한다. 반면 업사이클링은 재활용한 물건에 디자인적 요소를 가미하거나 활용 방식을 바꿔 전혀 다른 제품으로 탄생시키는 행위를 일컫는다. 폐현수막을 옷감으로 쓰거나 자동차 안전벨트로 가방을 만드는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리사이클링보다 한 차원 더 나아간 개념으로, 재활용품을 ‘업그레이드’하는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
● Exhibition
◇퓰리처상 사진전
일정 10월 18일까지 장소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
언론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퓰리처상 사진전이 6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1942년부터 2020년 퓰리처상 수상작까지 총 134점의 수상작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는 지난해 한국인 최초로 사진 부문에서 수상한 로이터통신 김경훈 기자의 작품도 공개된다. 제3전시실에서는 2014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취재 도중 사망한 여성 종군기자 안야 니드링하우스를 기념하는 특별전을 진행한다. 수상작과 더불어 다큐멘터리 필름과 퓰리처상 주요 수상작을 미디어 아트로 구성한 영상 콘텐츠도 제공한다.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0
일정 9월 30일까지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국립현대미술관과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진행한 ‘프로젝트 해시태그’ 공모사업의 결과 보고전이다. 전시에 참여한 ‘강남버그’와 ‘SQC’는 디자이너, 건축가, 연구자로 구성된 팀으로 서로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창작자들 간 협업을 지원하는 사업 취지에 따라 선발됐다. 이번 전시에서 강남버그는 ‘천하제일 뎃생대회’, ‘강남버스’ 등 강남의 과거와 현재를 표현한 작품으로 한국 사회의 쟁점을 날카롭게 분석한다. SQC는 젠트리피케이션 과정에서 밀려난 종로3가 소수자를 ‘도시퀴어’라 명명하며 이들의 문제에 주목한다.
◇새 보물 납시었네, 신국보보물전 2017-2019
일정 9월 27일까지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신규 지정된 국보·보물을 공개한다. 국보 제151-1호 ‘조선왕조실록 정족산사고본’을 비롯해 총 83건 196점이 모습을 드러낸다. ‘역사를 지키다’, ‘예술을 펼치다’, ‘염원을 담다’ 등 총 3부로 구성돼 각각 기록유산과 예술품, 불교 문화재를 소개한다. 전시실 입구에서 보여주는 국보와 보물에 대한 전문가와 시민들의 인터뷰와 영상은 문화유산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제공한다. 전시장을 찾지 못하는 관람객을 위해서 박물관 누리집을 통해 온라인 전시도 진행한다.
◇명상 Mindfulness
일정 9월 27일까지 장소 피크닉
‘코로나블루’를 겪는 현대인들을 위한 맞춤형 전시. 명상이 주는 힘과 의미를 회화, 영상, 공간디자인 등 총 8점의 설치미술 작품으로 설명한다. 영화감독 데이비드 린치, 대만 작가 차웨이 차이, 미디어 아티스트 미야지마 타츠오 등 실제로 수행을 실천하는 각 분야 예술인들이 전시에 참여한다. 동양적이고 자연적인 느낌을 주는 나선형 구조의 설치작품 ‘느리게 걷기’, 공간 전체를 주황빛으로 연출한 작품 ‘공간’ 등 신비로운 분위기가 감도는 작품들을 곳곳에 배치해 관람객들이 작품보다는 내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 Stage
◇캣츠
일정 9월 9일~11월 8일 장소 샤롯데씨어터 연출 트레버 넌 출연 조아나 암필, 앨리스 배트, 헤이든 바움 등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로 T.S. 엘리엇의 우화집이 원작이다. ‘젤리클 축제’에 모인 고양이들의 다양한 사연을 통해 인생의 희로애락을 표현한다. 초연 40주년을 기념해 세계적인 디바 ‘조아나 암필’, 한국인이 사랑하는 월드스타 ‘브래드 리틀’ 등 최고의 기량을 갖춘 배우들이 함께한다. 2017년 한국 뮤지컬 사상 최초 200만 관객을 돌파한 이후 진행되는 첫 공연이다.
◇킹키부츠
일정 11월 1일까지 장소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연출 조광화 출연 이석훈, 박은태, 김지우 등
팝 가수 신디 로퍼가 작사·작곡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폐업 위기에 처한 구두공장을 살리기 위해 여장 남자용 부츠 판매에 뛰어든 두 남자의 도전기를 담았다. 1980년대 영국 W.J. 브룩스 공장의 실제 성공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마리퀴리
일정 9월 27일까지 장소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연출 김태형 출연 김소향, 옥주현, 김히어라 등
과학자 ‘마리퀴리’의 삶을 각색한 팩션 뮤지컬로 리튬 발견이라는 업적 뒤에 가려진 인간 마리퀴리의 고뇌를 밀도 있게 그렸다. 초연 당시 5인조였던 라이브 밴드를 7인조로 보강해 무대의 완성도를 높였다.
● Movie
◇오! 문희
개봉 9월 2일 장르 코미디, 드라마 감독 정세교 출연 나문희, 이희준, 최원영, 박지영 등
평화로운 농촌마을, 뺑소니 사고의 유일한 목격자 ‘문희’와 그의 아들 ‘두원’이 직접 범인을 찾아 나서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관록이 빛나는 나문희와 리얼리티 연기의 대가 이희준의 호흡이 작품에 재미를 더한다. 특히 59년 연기 인생 최초로 액션에 도전한 나문희는 나무에 오르고 트랙터로 논두렁을 달리는 등 지금껏 보여준 적 없는 모습을 선보여 기대를 모은다. 정세교 감독이 나문희를 상상하며 시나리오를 쓴 만큼 ‘문희’가 나문희의 ‘인생 캐릭터’로 새롭게 등극할지 주목된다.
◇카일라스 가는 길
개봉 9월 3일 장르 다큐멘터리 감독 정형민 출연 이춘숙
80대 최고령 오지탐험가 이춘숙 씨의 ‘카일라스’ 순례 여정기를 담은 로드무비다. 자연을 거닐며 인생을 돌아보고 다시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는 이 씨의 모습이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개봉 9월 예정 장르 액션 감독 매튜 본 출연 랄프 파인즈, 해리스 딕킨슨 등
킹스맨 시리즈의 프리퀄 영화로 베일에 싸여 있던 킹스맨의 기원을 밝힌다. 제1차 세계대전 무렵 전쟁을 모의하는 폭군과 범죄자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 Book
◇나는 당신이 오래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박주홍 저·비타북스)
대한민국 치매 주치의 박주홍 박사가 치매 예방에 좋은 생활 루틴을 제안한다. 컴퓨터를 배우며 치매를 늦춘 할머니, 꾸준한 산책으로 기억력이 개선된 환자 등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뇌 활성화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8개 지압법과 31가지 부위별 뇌 강화 운동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소개한다.
◇소설여행 (김유정 저·나무나무)
‘냉정과 열정 사이’의 피렌체,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발리 등 소설 속 도시를 향해 떠난 작가의 에세이. 17곳의 여행지 소개와 더불어 소설의 의미를 작가만의 방식으로 해석한다.
◇코로나가 시장을 바꾼다 (이준영 저·21세기북스)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 공저자인 이준영 교수가 코로나19 이후 변화한 소비 트렌드를 7개 키워드로 정리했다. ‘홈코노미’, ‘로컬리즘’ 등 포스트코로나 시대 소비 지형을 조망한다.
◇그럼에도 삶에 ‘예’라고 답할 때 (빅터 프랭클 저·청아출판사)
나치 강제수용소에서 살아남은 빅터 프랭클이 1946년 오스트리아의 한 시민대학에서 했던 강연을 책으로 옮겼다. 고난 속에서도 삶에 대한 긍정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에르메스, 루이비통과 함께 3대 명품 브랜드로 통하는 ‘샤넬’(Chanel)을 표현하자면 전형적인 여성 이미지의 고급스런 디자인이 떠오른다. 하지만 샤넬이 여성을 과거의 정형화된 여성미로부터 해방한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1900~1910년대 유럽 여성의 옷은 중세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상류층은 장식이 주렁주렁 달린 불편한 드레스를 입고 화려한 모자를 썼다. 여전히 전통 코르셋을 착용하는 여성도 있었다. 하류층 여성의 의복도 불편하긴 마찬가지였다.
◇“편안하지 않으면 럭셔리 아니다”
“럭셔리는 편안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럭셔리가 아니다.” 여성복의 표준을 바꾼 가브리엘 샤넬의 모토다. 여성들이 왜 비실용적이고, 쓸모없는 복장을 고수해야 하는지 회의를 느낀 그녀는 스포티하고 심플한 디자인의 현대 여성복 ‘샤넬 슈트’를 만들었다. 이 디자인은 답답한 속옷이나 장식이 화려한 옷으로부터 여성을 해방하는 실마리가 됐다. 샤넬은 주머니가 달린 재킷과 여성용 바지도 제작했다. 간단하고 입기 편하며 활동적인 샤넬 스타일은 오늘날까지 변함없이 사랑받고 있다.
◇패션문화 바꾼 ‘리틀 블랙 드레스’
1926년 선보인 ‘리틀 블랙 드레스’는 패션문화를 바꾼 옷이다. 지금 보면 활동하기 편한 평범한 검은색 미니 드레스일 뿐인데, 그 명성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당시 검은색은 장례식에서나 입는 불길한 색이었다. 하지만 샤넬이 “변하지 않는 가치를 상징하는 검은색은 고전 그 자체”라며 자신의 옷에 과감히 사용한 뒤로 대중적인 패션이 됐다. 패션지 ‘보그’는 리틀 블랙 드레스를 포드의 대량생산 자동차 모델 T에 비유해 ‘샤넬의 포드’라고 불렀다. 훗날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오드리 헵번이 지방시 리틀 블랙 드레스를 입고 연기해 패션 아이콘의 위치를 재확인해줬다.
◇실용적이고 우아한 ‘트위드 재킷’
‘트위드 재킷’은 1920년대에 출시됐지만 제2차 세계대전 동안 패션계를 떠나 있었던 가브리엘 샤넬이 1954년 복귀하며 리뉴얼해 유명해졌다. 트위드 재킷은 디자인 자체가 실용적이며 고전적인 우아함을 갖춘 덕분에 현재도 흉내 낸 옷이 많을 정도로 하나의 스타일이 됐다. 하지만 샤넬이 이 디자인을 들고 패션계에 돌아왔을 때 본국인 프랑스에서는 진부하고 고루하다며 온갖 혹평을 퍼부었다. 반면 미국에서는 패션의 혁명이라고 평가해 그녀의 디자인이 여전히 건재함을 알린 작품이 됐다.
◇반향 불러온 매혹적인 향기 ‘N˚5’
1920년대 초 가브리엘 샤넬은 자신의 이름을 건 향수를 만들기 위해 일랑일랑, 자스민, 장미 등 온갖 고품질의 재료를 집어넣었으나 향기가 너무 강해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이후 유명 조향사인 에른스트 보가 발명한 인공향 알데하이드를 더하면서 N˚5가 탄생됐다. 알데하이드는 화학약품 냄새가 났지만 꽃향기와 조화된 향은 굉장히 매혹적이었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시도인 데다, 그저 다섯 번째 샘플이었기 때문에 N˚5란 이름을 붙였을 뿐인데 반응은 엄청났다. 할리우드 배우 마릴린 먼로가 인터뷰에서 “침대에서 뭘 입고 주무세요?”라는 질문에 “샤넬 N˚5를 입는다”고 말한 일화는 꽤 유명하다.
◇샤넬을 대표하는 럭셔리한 가방들
‘클래식 백’은 어깨에 메는 최초의 가방으로 유명하다. 1955년 2월에 처음으로 만들어져 ‘2.55’라고 불린다. 손잡이도 당시에는 쓰지 않던 금속 재질로 만들었다. 잠금장치 부분은 마드무아젤 락을 사용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샤넬 로고의 락은 1980년대에 만들어졌다. ‘보이 백’은 권총 주머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재질은 기본적인 소가죽과 양가죽 외에도 파이톤, 스팅레이(가오리), 데님, 트위드 등 다양하다. 한국에서 가장 흔히 보이는 샤넬 가방이다. ‘빈티지 백’은 2005년 칼 라거펠드가 2.55 탄생 50주년을 기념해 원래 모양대로 만든 가방이다. 겉에 샤넬 로고가 없는 게 특징이다.
◇샤넬이 공들인 사업 ‘화장품·시계’
샤넬 화장품 가운데 가장 유명한 제품은 빨간색 립스틱이다. 립스틱 외에 메이크업베이스인 ‘르 블랑’도 유명하다. 샤넬 제품에는 대부분 특유의 복숭아 향이 들어가기 때문에 일명 ‘복숭아향 메베(메이크업 베이스)’라고 불린다. 홀리데이 컬렉션으로 출시되는 리미티드 하이라이터 등도 꽤 인기가 많다. 시계 사업은 엄청난 투자와 노력으로 인정받았다. 특히 예술 책임자 자크 엘루가 7년의 준비 끝에 디자인한 ‘J12’는 이제 하나의 아이콘이 됐다. J12는 12m급 J클래스 요트경기에서 이름을 따온 스포츠 워치다. 샤넬의 컬러 코드인 블랙 혹은 화이트로 출시되고 있다.
박종서(74) 관장은 우리나라 자동차 디자인 1세대로 이 분야의 선구자이자 산증인이다. 예술 관련 잡지와 도록들이 꽂혀 있는 책장, 박 관장이 직접 만든 모자이크 작품과 다양한 소품들, 도자기들이 정갈하게 진열된 공간에서 잔잔한 피아노 선율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옆자리에는 세 살짜리 고양이 금이도 자리를 잡고 앉았다.
먼저 2019 디자인코리아 ‘디자이너 명예의 전당’ 헌정 대상자에 선정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대상자로 선정됐을 때 쑥스러웠다. 후배들이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추천을 못하게 했는데 일방적으로 받게 됐다. 나는 명예의 전당에 올라갈 정도로 인품이 있지도 않다. 옛날에 많은 가르침을 주신 은사님이 계신데, 그분의 영광을 위해 승낙했다.
코로나19로 미술관이 휴관 중인데 어떻게 지내시나요?
생활은 식칼과 똑같다. 한쪽에는 날카로운 면이 있고 한쪽에는 무딘 면도 있다. 삶은 내가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나는 혼자 있을 때 제일 행복하다. 어려서 구석진 곳에 있으면 너무 편안했다. 그래서 책상 밑, 어머니의 재봉틀 발판 속, 장롱과 벽 사이로 들어가 있곤 했다. 어른이 되어 등산할 때도 바위틈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기분이 좋았다. 지금도 그렇다. 이 미술관을 지을 때 건축가에게 “유리로 만들어서 한눈에 다 보이면 안 된다. 내가 숨을 공간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말했고 그런 공간을 확보했다. 저녁 식사 후에는 혼자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그날 일을 기록한다. 어제는 잎이 삐죽삐죽한 씀바귀를 스케치한 다음 마시던 커피를 이용해 잎사귀를 채색했다. 이런 시간들이 가장 행복하다.
관장님에게 디자인은 어떤 의미인가요?
음악은 심금을 울리고 감동을 준다. 사람을 기쁘게도 하고 슬프게도 한다. 그런데 디자인은 절대 사람을 울게 하지는 못한다. 감정적으로 음악만 못하다. 다만, 소유한 사람이 오래 소장하고 싶어 하는 욕망을 채워줘야 한다. 디자인은 항상 보편적인 개념을 존중해야 한다. 예를 들어, 비행기는 비행기다워야 하고, 자동차는 자동차다워야 한다. 자동차 디자이너는 자동차가 갖는 보편적 개념과 질서를 존중해야 한다. 무조건 새로운 게 디자인은 아니라는 뜻이다.
디자이너에게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인가요?
안목이다. 공부를 잘한다고 훌륭한 디자이너가 될 수는 없다. 스킬은 배울 수 있지만, 창의력은 배울 수 없기 때문이다. 안목을 키우려면 흙, 나무, 종이 등 기본 물질에 대해 알아야 하는데 이것은 학습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대학에서 디자인 공부를 한다는 것은 10년 후나 20년 후에는 못 쓰는 지식을 배우고 있다는 뜻이다. 이를 지식의 반감기라고 하는데, 디자인은 90%가 없어진다. 지식이 반감되지 않으려면 내 손으로 만든 기억이 있어야 한다. 나는 무언가를 만들 때 어린 시절 진흙을 가지고 놀던 기억을 떠올린다. 진흙이 얼마나 미끄러운지, 어떻게 해야 갈라지지 않는지, 머리가 아니라 손이 기억하는 것들을 디자인에 적용한다.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이 남다르신데요. 자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자연은 인간보다 먼저 존재했고, 먼저 진화했다. 우리가 오늘날 겪는 시행착오는 이미 생태계가 오래전에 겪은 시행착오에 불과하다. 인간은 자연을 못 따라간다. 황금분할 1:1.61803은 암기할 수 있다. 하지만 어린 시절 자연에서 뛰어놀았던 아이들 머릿속에 이미 다 들어가 있다. 유명 자동차 디자이너들이 그렇다. 그냥 척척 했는데, 재보면 황금분할이다. 특별한 툴이나 연장이 필요 없다. 무엇을 만들고자 할 때는 주변에 있는 것들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도구를 구하러 다니는 동안, 초기의 생각이 변질되고 왜곡되기 때문이다. 디자인은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려고 하면 거짓일기처럼 된다.
자동차 디자인의 장인정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디자이너는 월급이 아니라 명예와 사명감으로 살아간다. 윗사람이나 상대 부서 등 타인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모델이 있어야 하고, 논리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공부하지 않으면 논리는 빈약해진다.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도둑맞은 내 생각을 찾아오기 위해서다. 독서를 하다 보면 내가 생각한 것들이 이미 글과 디자인으로 표현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는 바로 움직여야 한다.
아들 박찬휘 씨도 현재 아우디 디자인 파트에서 일하고 있지요?
아들은 페라리, 벤츠를 거쳐 현재 아우디에서 일하고 있다. 2022년에 나올 자동차 프로젝트명이 아들 이름을 딴 ‘CHAN22’라고 한다. “회사에서 인정받으며 명예롭게 근무한다. 이곳을 마지막 직장으로 생각하고 싶다”고 말한다. 아들을 키울 때 자연을 많이 접하게 했다. 내가 커다란 종이에 그림을 그릴 때 같이 그렸다. 그런데 아들은 자기가 그린 그림들을 모두 버렸다. 내가 그것을 모아 유학 준비를 하는 아들에게 “이게 네 진짜 그림”이라며 건네줬다. 덕분에 학교에 합격할 수 있었다. 아들은 이제 진실한 그림이 무엇인지 알고, 내게 많이 감사해한다. 자동차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많이 부딪친다. 언젠가 내가 티뷰론을 실험적으로 다시 만들어보고 싶다고 하니, “은퇴 후 졸작들을 만들더라, 아빠도 그 꼴이 되고 싶으시냐, 하지 말라”고 했다.(웃음)
자동차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요?
자동차는 비행기가 될 수 없다. 비행기처럼 날아가는 자동차를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자동차는 그럴 수 없다. 미래에는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 것이 나와야 한다. 쓸데없는 것,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고 떼어내는 디자인을 해야 한다. 독일의 바우하우스(BAUHAUS)는 디자인 명제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말을 강조한다. 경제가 어려울 때 장식이 많아지고 허세가 넘친다. 지금 우리나라 차들이 그렇다. 대기업은 이제 소비자에게 판매만 할 것이 아니라 잘못된 인식에 대한 계몽적 마케팅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전기자동차부터 수소자동차, 자율주행자동차까지 자동차의 미래 트렌드가 많이 바뀔 것으로 예측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차의 형태가 지금과 같은 이유는 앞쪽에 엔진과 미션이 들어가고 뒤쪽에 트렁크가 있기 때문이다. 전기자동차라면 앞쪽이 텅 비어도 되니, 현재의 자동차 모습일 필요가 없다. 앞으로 고밀도 사회(high density society)가 도래하면 크기도 지금처럼 클 필요가 없다. 현재 패키지 레이아웃(package layout)은 가솔린 자동차 위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미래에는 모양과 디자인이 모두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테슬라도 그대로 하고 있다. 이게 급선무인데 관념에 묶여 제 할 일을 하지 않고 있다. 그게 제일 안타깝다. 소재도 철판으로만 한정하고 있는데 달라져야 한다. 카본 파이버는 철판보다 30배나 더 가볍다. 현재 쏘나타의 무게는 1톤에 가깝다. 카본 파이버로 바꾸면 200㎏ 정도밖에 안 된다.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나는 평생 메모를 습관화했다. 신입사원 시절 일본 출장을 갔다. 비행기 옆자리에 한 할아버지가 앉았다. 나는 멍하니 앉아서 가는데 그분은 뭔가를 계속 쓰고 있었다. “기록할 게 많은 일을 하시나보다” 했다. 나에 관해 물어봐서 신입사원이라고 했더니 “평소에 메모를 많이 해라. 윗사람이 지시하면 그것을 적어라. 상사가 묻기 전에 보고해라. 윗사람이 물어보는데 내가 ‘아차’ 한다면 이미 회사생활은 끝난 것”이라고 말했다. 알고 보니 그 어르신은 일본 스미토모상사 그룹의 회장이었다. 그때부터 메모를 생활화했고 그 내용을 모아 책도 출간했다. 요즘 세대는 휴대전화나 컴퓨터에 기록한다지만, 우리 세대는 바로바로 손으로 쓰면서 생각도 정리하니까 더 좋은 것 같다.
좌우명이 있으신가요?
취미로 1990년대 초부터 스케이트를 탔다. 빙상 500m 쇼트트랙 전국대회에서 우승도 했다. 취미이지만 하나를 하더라도 기초만큼은 제일 탄탄한 사람이 돼야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정확한 자세와 아름다운 폼은 기본이 튼튼해야 만들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코치에게 지도를 받았다. 스케이트를 타다 넘어지는 건 자세가 흔들렸거나 승부욕이 넘쳤다는 의미다. 뭐든지 기본을 먼저 갖춰야 한다. 기본 원리를 모르는 상태에서 테크닉부터 터득하려고 하니까 무너지는 거다.
아직도 열정적으로 일하고 계신데 원동력은 무엇입니까?
뭔가 일을 벌이면 사람들은 “당신 나이가 몇 살인데 그래?” 한다. 대부분 그 말을 들으면 포기한다. 만약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생각날 때 바로 시작해야 한다. ‘포니정’으로 불렸던 정세영 회장은 “결론은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나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한다. 단점일 수도 있지만, 생각을 오래하면 하지 않을 구실을 찾게 된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이다.
노년을 준비하는 노하우가 있다면요?
나이를 생각하지 않고 즐거움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산에 가면 작은 꽃, 작은 버섯, 이름 없는 가랑잎을 보면서 재미를 느낀다. 벌레 먹어 썩은 나무가 있으면 가져와서 그 흔적을 입체적으로 만들곤 하는데, 벌레가 그린 그림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남들이 보면 정신 나갔다고 할 수도 있다. 자연은 그 나름대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지만 누구에게나 다 보이는 건 아니다. 보고자 하는 사람, 뜻이 있는 사람에게만 보여주고 길을 열어준다. 즐거운 일, 사랑할 일이 구석구석에 많다.
우리 연배 사람들은 우리나라 경제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을 하는 화물차처럼 중요한 존재다. 그런데 노인들을 홀대한다. 이런 풍토는 바뀌면 좋겠다. 나이 들면 하찮고 소소한 것에서 즐거움을 찾길 바란다. 남을 배려할 줄도 알아야 한다.
버킷리스트가 있으신가요?
첫 번째로 이탈리아 스승을 기념하는 작품을 만들려고 한다. 페라리 자동차를 만든 명인 스칼리에티는 나의 스승이다. 14세 때 기름 1ℓ를 넣은 오토바이를 타고 모데나에서 베로나까지 100㎞ 구간을 갔다고 한다. 집에 돌아올 때는 적정 속도와 연료 소모량을 계산해, 오토바이를 개조한 다음 소량의 연료만으로 오는 데 성공했다. 지난달에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1950년대 벨로솔렉스 오토바이를 주문했다. 미술관 아래 밭 근처에 있던 밤나무가 죽었다. 지름이 1m 정도 되는 큰 나무였다. 그 나무와 오토바이를 결합한 작품으로 스승에게 보답하는 오마주 작업을 준비 중이다.
두번째는 책을 출간하려고 한다. 10년 전 ‘꼴, 좋다! 자연에서 배우는 디자인’이라는 책을 펴냈다. 강의 교재로 썼던 내용을 쉽게 풀어쓴 것으로, 모든 형태는 자연을 따른다는 생각을 담고 있다. 지금 두 가지 책을 구상 중이다. ‘꼴, 좋다’와 같은 내용의 글을 새로 써서 큰 사이즈로 낼 계획이다. 다른 하나는, 이탈리아 스승에게 들은 자동차와 카로체리아(carrozzeria)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소개할 생각이다. 카로체리아는 디자인 능력을 갖춘 소량 주문제작 방식의 자동차 회사를 말한다.
마지막으로, 집 뒤에 있는 500평(1652㎡) 규모의 정원을 영국의 채리티 가든(Charity Garden)처럼 만들고 싶다. 자선 정원으로 운영해 입장료를 불우한 어린이들을 위해 사용하고 싶다. 이 사업은 아내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미술관을 통해 이미 사회에 기여하고 계신데요. 사재를 들여 지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미술관을 통해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싶었다. 꼭 자동차와 관련된 꿈이 아니어도 좋다. 과학자가 될 수도 있고 미술가가 될 수도 있다. 그 꿈을 이곳에서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현재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교수로 있는 김상배 박사의 경우가 그렇다. 그가 연세대 공대를 졸업하고 뭘 할지 몰라 고민할 때 내가 “천장에서도 떨어지지 않는 도마뱀을 가지고 연구해봐라” 했다. 이후 스탠퍼드대학에 들어가더니 졸업작품으로 유리벽을 타고 오르는 로봇을 만들어 미국에서 올해의 과학자에 선정되었다. 많은 분이 여기를 자유롭게 방문하시길 바란다. 예약하면 전문가가 해주는 설명도 들을 수 있다. 다이아몬드는 장식품에 불과하지만 동일한 탄소 성분으로 이루어진 흑연 연필은 꿈을 그릴 수 있다. 연필로 꿈을 그리듯 이곳이 모두의 꿈을 그릴 수 있는 장소가 되길 바란다. 연필의 사각거리는 소리와 함께 자신의 소망도 커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