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다. 30여 년간 금융인으로서 지내면서 슈퍼리치 자산관리 PB만 13년 전담했다. 대한민국 상위 0.1% 계층인 슈퍼리치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다 보니 재테크에도 습관의 엄청난 힘이 있음을 깨닫게 됐다. ‘해빗’(HABIT)의 저자 웬디 우드는 삶에서 습관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43%나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생각보다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이 습관에 의해 좌우된다고 주장하면서 올바른 습관을 만들면 어려운 일도 무의식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많은 사람이 돈을 벌고 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실패하고 50대 전후에 은퇴를 한다. 노후를 걱정하며 살아가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부모가 가난하면 자녀도 가난을 이어받을 확률이 크다. 족쇄 같은 가난의 사슬을 끊어내려면, 노후 걱정 없는 경제독립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당연히 재테크 습관도 바로잡아야 한다.
일상의 재테크 습관 3가지
첫째, 재테크 습관의 첫걸음은 종잣돈 마련이다.
종잣돈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돈 모으기가 쉽지 않다. 성공 확률을 높이는 방법 중 하나는 월급이 통장으로 들어올 때 저축이나 투자로 들어가는 돈이 먼저 빠져나갈 수 있도록 자동이체 신청을 해두는 것이다. 생활비와 그 외 비용은 그다음에 출금되도록 한다. 또 통장 잔고 내에서만 돈을 쓸 수 있는 체크카드를 만들어 사용하거나, 신용카드 대신 현금으로 결제하는 습관을 들이면 씀씀이를 줄일 수 있다. 부자들 지갑에 신용카드 대신 현금이 들어 있는 이유는 현금 결제가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란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올바른 투자 습관을 생활 속에 장착하는 것이다.
어렵게 종잣돈 마련에 성공하면 월급 외에 추가 수입을 올려줄 ‘아바타’에 투자해야 한다. 분주하게 움직이지 않아도 자동으로 수익을 얻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정하게 얻는 수익을 ‘아바타 수입’이라고 한다. 매월 월세가 들어오는 수익형 부동산, 꾸준한 달러 배당을 받을 수 있는 해외 우량주식 투자 등이 여기에 속한다.
부자들은 이러한 아바타를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돈 되는 정보에 안테나를 높이 세워 투자할 곳을 찾는다. 종잣돈을 해외 우량주식에 꾸준히 투자할 수 있도록 매월 일정 금액을 달러로 환전해 해외 주식 투자 금액을 늘려가는 것도 좋다.
셋째, 투자 습관 시스템화다.
매월 일정 금액을 자동이체로 빠져나가게 해서 종잣돈 마련을 하는 식이다. 10년 환율 변동폭을 잘 살펴 평균환율보다 떨어졌을 때 달러 통장 잔고를 늘려 해외 우량주식과 우량채권에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재미를 느껴야 습관이 된다
재테크를 생활하듯 자연스럽게 하려면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습관을 들이기 위한 환경도 중요하다. 첫 번째 재테크 습관처럼 월급이 통장에 들어왔을 때 결제 순서를 시스템화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자녀에게도 올바른 재테크 습관이 필요한데 어릴 때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입·출금용 통장과 증권계좌 개설은 필수다. 자녀와 함께 금융기관을 직접 방문해 상담도 받고 통장도 만들면 더 효과적이다. 스마트폰을 이용할 때 포털에서 제공하는 금융, 부동산 정보를 먼저 볼 수 있도록 설정하는 방법도 있다.
재테크 결심이 실천으로 이어지려면 ‘돈 버는 재미’를 자주 느껴봐야 한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해외 우량주식 한두 주는 살 수 있다. 다만 매월 꾸준하게 투자하는 게 중요하다. 투자 금액이 적어도 이익이 생기면 기분이 짜릿하다. 새해에는 올바른 재테크 습관 만들기에 도전해보자.
신동일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
VVIP 자산관리팀장을 역임했다. 20년 이상 국민은행에서 퇴직연금과 PB를 담당했다. 자수성가한 100억 원대 부자들의 성공 요인을 분석한 ‘한국의 슈퍼리치’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저서로 ‘슈퍼리치의 메모’, ‘부자의 선택’, ‘마흔의 역전’, ‘한국의 슈퍼리치’, ‘슈퍼리치의 습관’, ‘한국의 장사꾼들’이 있다.
현재 ‘신동일꿈발전소’를 운영하며 ‘행복한 부자 되기’ 꿈을 실현해나가고 있다.
침체된 시장과 강화된 규제에 발목 잡힌 대한민국 베이비부머. 노후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할까. 김인응 우리은행 종로영업본부장은 “시야를 넓게 보고 과욕을 버리면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100세 시대와 정년 60세. 평균수명이 늘자 노후 걱정도 늘었다. 퇴직 후를 설계하려니 한숨만 나온다. 50대는 소득이 가장 많은 시기인 만큼 공을 좀 들이면 별 문제 없이 노후를 준비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50대 고소득자의 노후 준비를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세금이다. 이들에게 적용되는 과세율은 상대적으로 높다. 고소득자일수록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하는 셈이다. 결국 소득이 많은 50대라도 노후 준비가 말처럼 쉽지 않은 현실이다. 그렇다면 어떤 대책을 마련해야 할까. 자산관리시장에 20여 년간 몸담고 있는 재무설계 전문가 김인응 우리은행 종로영업본부장을 만나 노후 준비 해법을 들어봤다.
50대는 노후자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요?
“소득세율을 높이는 경계선인 과세표준, 즉 세금을 매기는 기준을 보면 6600만 원에서 1억5000만 원인 경우 35%, 1억5000만 원 초과분은 38~42%의 세율이 적용됩니다. 실질 과세율이 높아지면서 저축 여력도 많이 줄어 노후자금 마련이 만만치 않죠. 물론 시장에는 아직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손실이 나는 경우도 자주 있죠. 안정적인 보험사 상품을 찾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금리로 시장이 약세를 보이면서 저조한 수익률을 뛰어넘지 못해 매력이 사라졌습니다. 결국 내 돈을 넣어 N분의 1로 나눠 쓰는 방법만이 유일해 보입니다. 투자, 세무 등 여러 관점에서 접근해봐도 노후 준비에 애로사항이 많아 보입니다. 그렇다고 포기하라는 얘긴 아닙니다. 우선 개인형퇴직연금(IRP)이나 연금신탁과 같은 상품에 가입한 사람들은 소득이 높지 않을 경우 공제를 받을 수 있으니 이를 활용해볼 만합니다. 또 그나마 남은 이런 종류의 상품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터넷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상품을 선택하고 운용해야 합니다. 운용 수익을 높이려면 전문가들과 상담하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어떤 상품을 선택하고 운용해야 하나요?
“국내 시장은 침체 국면입니다. 과거에는 증시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이제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시기에 코스피 3000포인트 돌파를 기대할 순 없습니다. 오히려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와 증시 하락을 걱정해야 할 때입니다. 기업의 수익률은 전반적으로 낮아질 전망입니다. 따라서 보수적인 관점에서 투자하는 게 좋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구상에 무언가는 분명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헬스케어 등 성장산업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흥국 △시장이 안정된 국가 등을 IRP와 같은 상품에 담아 중장기적 관점으로 운용해야 합니다. 특히 신흥국과 동남아 시장에 투자되는 상품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 국가의 성장성은 올해도 여전할 것으로 보입니다. 수익이 실현될 수 있는 상품 관련 투자 펀드는 주가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습니다. IRP에 이런 상품들을 넣어서 수익성과 안정성을 모두 잡길 권합니다.”
미국이나 중국에 투자하는 건 어떨까요?
“미국과 중국 시장은 주의해서 접근해야 합니다. 미국 시장은 미래성장가치가 너무 빨리 반영됐기 때문에 앞으로 조정이 예상됩니다. 또 올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 조정 시그널이 충분합니다. 따라서 업종별로 투자하는 건 괜찮지만 미국 전체 시장으로 접근하는 건 지양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이 협상을 하건 안 하건 여러 리스크가 잠재돼 있는 국가입니다. 미국 정부의 부채와 소비·경기 침체, 인건비 상승, 기업경쟁력 악화, 섀도 뱅킹 취약성 등이 그 요인입니다. 중국도 다르지 않습니다. 금융위기 가능성이 점쳐집니다. 물론 근거가 있는 예측이죠. 부실화한 중소 규모 은행들이 금융위기 불안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기업 부채는 10년 새 다섯 배나 늘었습니다. 때문에 중국의 금융위기를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미국과 중국 시장에는 이와 같은 위험이 있습니다.”
상가나 부동산에 투자하는 건 어떨까요?
“지금 상가에 투자하는 건 많은 리스크가 예상됩니다. 특히 공실률은 꾸준히 리스크 요인으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상가 투자는 월세를 받아 수익을 얻는 방식인데 과거에는 특정 지역을 제외하고 노후 준비로 유리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정부 정책에 따른 상황을 살펴보면 △임대수익에 따른 과세 강화 △부동산 과세 강화 △공실률 증가 등이 노후자금 마련을 위한 수단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상가에 잘못 투자하면 코너에 몰릴 수 있습니다. 과거에 노후자금으로 최고였던 부동산 월세는 이제 매력이 사라졌습니다. 시장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상가 투자도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아파트에 투자해 월세를 받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는데 이 역시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합니다. 주도 세력으로 인해 일반 세력이 이용당할 수 있습니다. 추경매수를 하는 모습은 일시적으로는 반짝일 수 있지만 세금을 제외하면 실익이 없습니다. 오히려 대출제한이 지속될 경우 발목을 잡힐 수 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당분간 관망하는 것입니다. 올해 4·15 총선이 있어 현금이 풀릴 것으로 보입니다. 일시적으로 유동성 장이 형성될 수 있지만 장기적이지 않기 때문에 주의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동성 장이 이루어지면 잘 빠져나오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이미 은퇴했다면 노후 준비가 늦었나요?
“이미 은퇴한 사람이라면 IRP 활용은 의미가 없습니다. 은퇴자의 경우는 노후 준비가 더 어려운 시기입니다. 고가주택을 보유한 사람은 본의 아니게 세금 등 유지비용이 많이 듭니다. 때문에 비용 줄이기와 평수 줄이기, 세금 줄이기, 지출 줄이기 전략을 짜야 합니다. 은퇴 후에는 세금에 시달리는 상황을 없애야 합니다. 12억 원짜리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면 세금이 300만 원 좀 넘게 나옵니다. 은퇴자의 거의 세 달치 용돈이죠. 소득이 없는 사람이 이 세금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요. 그러므로 주택으로 인한 세금 부담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기회비용을 따져야 합니다. 작은 주택으로 옮기는 게 해결책입니다. 서울 주변으로 이사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고가주택 갈아타기는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부분입니다. 이외에 건강보험료도 부담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은퇴 전 순수보장성(소멸성) 보험을 준비해두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미 은퇴를 했다면 보험 가입에 한계가 있으니 구체적인 점검을 해봐야 합니다.”
소주택을 보유한 은퇴자의 노후 준비는요?
“최근 규모가 작은 주택 가격이 상승했는데 비정상적으로 많이 올랐기 때문에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라면 시장유동성을 살펴 주택연금제도를 활용하길 권합니다. 자녀에게 집을 물려주는 건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주택 가격이 떨어져도 주택연금제도를 활용하는 게 낫습니다. 주택연금제도는 현재 가격으로 책정해 연금액을 결정하기 때문에 노후자금으로 활용해볼 만합니다. 노후자산은 안전성을 중심으로 관리하는 게 좋습니다. 연금상품은 큰 의미가 없고 투자자산도 최소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금리도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의 헤게모니를 쥔 나라가 미국인 만큼 굳이 투자를 원한다면 미국 달러를 들여다보길 권합니다. 미국 통화는 그 나라의 가치입니다. 인적자원, 에너지자원, 기술자원, 군사력 등을 모두 고려했을 때 미국 시장은 장기적으로 범접할 수 없는 위치를 점할 것입니다. 따라서 원/달러 환율이 1100~1130원 이하로 내려갈 경우 재테크로 활용할 만하다고 봅니다.”
김인응 우리은행 종로영업본부장은?
이론은 물론 실무 능력까지 갖춘 금융자산 재무설계 전문가. 20여 년간 한길만 걸어온 ‘금융장인’이다.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2008년 가계경제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노무현 정부 때는 창의적인 자산관리 공적을 인정받아 금융 신지식인으로 선정됐다. 지금까지 수백 회의 재테크 강연을 비롯해 각종 언론 기고 및 자문, 방송 활동을 해왔으며 지속적으로 금융 지식을 공유·전파하고 있다.
그녀는 오랫동안 암 투병을 했다. 유방암 말기 진단을 받았었다니 실로 격렬한 싸움이었을 게다. 음산한 죽음의 공기를 숨 쉬며 처절하게 견뎠을 게다. 알고 보면 하등에 슬퍼할 이유가 없는 게 죽음이라는 고상한 소식도 있지만, 일단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칠 수밖에 없는 게 사람의 본능이지 않은가. 한때 ‘극단적인 선택’까지 고려했었다는 이윤경(56) 씨는 불굴의 의지로 결국은 10여 년 만에 암을 물리쳤다. 투병 후반의 귀농이 일종의 묘약이었다.
인생이란 미스터리. 암과 조우하게 될 줄을 어이 알았겠는가. 지독한 지뢰가 매설된 게 삶이라는 전선(戰線)임을 어이 짐작했겠는가. 고난이 깊고 길어 하늘도 땅도 어두웠겠지. 그러나 다 지나갔다. 투병을 통해 세상을 건너는 방법을 터득한 덕일까. 이윤경 씨의 귀농생활엔 별다른 결함이나 한숨이 없다. 공연스레 지지고 볶는 강박이 없으며, 불확실성을 명백한 특징으로 하는 농업을 여우처럼 노련하게 운영해온 결과 딱히 내세울 만한 실패 기록이 없다. 귀농의 보편적 실정을 들여다본 사람들은 이미 다 안다. 그게 험악한 고행이라는 것을. 오직 그녀만이 예외라 쳐도 무방할 거라는 생각마저 든다.
이윤경 씨가 평택시 외곽의 시골로 귀농한 건 2013년, 암 투병 말엽. 방사선 치료 30회와 항암제 투약 등, 양방을 통해 해볼 건 다 해본 뒤의 귀농이었다. 항암에 좋다는 약초를 찾아 손수 재배해 먹는 자연요법으로 완치를 앞당길 수 있을 거라는 기대 하나를 품고서였다지. 사전 준비는 그지없이 충실했던 것으로 보인다. 우선은 유능한 약초를 찾아내기 위해 국내외 자료를 섭렵했고, 재배 현장을 견학하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다. 귀농지 물색에도 남달리 신중한 공을 들였다. 마지막으로 자그만 텃밭에다 갖가지 약용작물을 시험 재배, 생육의 양상을 관찰하며 재배 기술을 익혔다. 이 모든 과정을 주도한 건 남편 최창학(59) 씨였다. 국어교사였던 그는 아내를 살리기 위해 사표를 던지고 충직한 신하처럼 충성을 다했다. 그러하니 이 부부의 노정기는 차라리 멜로드라마. 뒤돌아보면, 아마도 모든 게 사랑이지 않을까.
“긍정적인 생각을 놓지 않도록 남편이 저를 자주 세뇌했어요. 농사 근육이 없는 남자임에도 관절이 망가지도록 농사에 열성을 다했고요. 덕분에 좋은 결과가 왔지요. 마침내 완치 판정을 받았으니까. 지금은 1년에 한 차례씩 추적 관찰을 위해 병원을 찾을 뿐이에요.”
“10여 년에 걸친 투병의 고통과 고독이라니. 상상만 해도 아찔합니다.”
“가혹한 전쟁을 치른 기분이었어요. 온몸 열여덟 곳으로 전이가 돼 강도 높은 항암치료를 받아야만 했어요. 거의 사람이라고 할 수 없을 지경의 몰골로 지낸 시간이 길었지요. 삶이라고 할 수 없는 삶이었어요. 뼛속까지 파고드는 통증도 견디기 어려웠지만, 연일 이어지는 불면증이 가장 괴로웠어요. 우울증도 심했고요.”
“애초 기대했던 자연 요법의 효과로 마침내 완치 판정을 받았다고 보시나요?”
“기대 이상의 효험을 봤다고 생각해요. 몸이 서서히 회복되면서 운동 이상의 노동량을 감당하기 시작했는데, 그 역시 치유에 가속을 붙여줬던 것 같아요. 완치 판정을 받은 뒤로는 매사에 자신감이 생겼지요. 특히 약용작물 재배의 유익함, 즉 곤경에 처한 환자들에게 긍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농사라는 것, 따라서 그게 유망한 농업일 거라는 판단을 했던 거예요.”
“부부 공히 농사 초심자였죠? 그럼에도 유망한 농업 장르라는 걸 대뜸 찾아냈군요.”
“소소한 시행착오가 없진 않았지만 비교적 순조롭게 정착했어요. 제가 약으로 먹기 위해 텃밭에 시험 재배했던 초기의 경험을 기반 삼아 본격적인 사업으로 확장해나갔어요. 남들이 흔히 하지 않는 새로운 트렌드의 작물들을 발굴해나간 게 적중했고요.”
연간 순소득 1억 원
창의(創意)라는 것. 기존에 없었던 기발한 고안의 힘이라는 것. 이윤경 씨 내외는 이 매력적인 기제를 농사에 도입했다. 강장(强壯)과 치병에 좋다는 약용작물을 집약적으로 재배할 경우 승산이 충분하다고 봤던 것이다. 그리고 그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썩 괜찮은 약용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장으로 입소문이 나며 성장세를 탈 수 있었다는 게 아닌가. ‘다믈농장’이라는 이름이 붙은 농장의 규모는 약 4500평. 이 중 3분의 1쯤 되는 부지에 온갖 작물을 재배한다.
사람들의 관심을 산 첫 작목은 스테비아. 남미가 고향인 이 국화과 다년초는 설탕보다 200~300배 정도 달지만 혈당에 영향을 주지 않는 특성이 당뇨병 환자에게 효용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윤경 씨는 이 스테비아를 재배+ 생산해 독특한 성과를 거두었다. 몇몇 매체에 소개되면서 신생 농장의 존재가 단박에 부각됐던 것. 이후 너도나도 스테비아 농사에 뛰어드는 바람에 시장성이 악화됐지만 그녀에겐 인상적인 경험이었다.
이후 더욱 박차를 가해 다종다양한 작물들을 재배해나갔다. 뉴욕타임스가 20대 건강식품의 하나로 선정한 히카마, ‘기적의 식물’이라는 모링가, ‘페루의 인삼’으로 통하는 마카, 샛노란 과일이 달리는 구아바, 삼채 등 똘똘한 외래종 약용식물을 비롯해 블루베리, 체리 같은 과수와 상추·고추·오이·작두콩·수세미 따위의 갖가지 채소류를 기르고 있다.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지경의 다작을 해왔다 하니 햐! 놀랍다.
“새롭고 뛰어난 작물을 발굴하기 위해 늘 공부했어요. 그러면서 어느덧 수백 종으로 작물 수효가 늘었죠. 대별하자면, 특용작물과 과수, 그리고 양봉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양봉까지? 부부가 모든 일을 전담하는 거예요?”
“그렇죠. 인건비에 돈을 쓰지 않으려면 직접 해내는 수밖에 없으니까. 애환이 많았어요. 새 작물 재배에 실패하기도 했고, 종묘 업자에게 속기도 했어요. 예초기 사고로 남편의 시신경에 손상도 왔었고, 농기계를 다루다 뼈가 바스라지기도 했지요. 저는 벌에 쏘여 병원 신세를 진 적도 있어요. 팔뚝이 몸뚱이보다 더 크게 퉁퉁 붓던걸요.(웃음)”
“농산물 가공 작업과 판로 확보 문제도 쉽지 않겠죠?”
“어느 한 가지 쉬운 게 없지요. 가령, 하나의 새 작물을 선정했다 할 경우, 우선은 재배에 성공해 수확을 해야 합니다. 수확 뒤엔 생물로 팔 것인가, 가공 판매를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죠. 가공엔 손이 많이 가는데, 건조 분쇄를 하고, 디자인과 스티커 작업을 통한 소포장을 마친 뒤 완제품검사 대행업체에 보내 품질검사를 의뢰해요. 거기서 합격성적서가 나오면 비로소 판매에 나서는 거죠. 결정적인 건 역시나 판로 문제이지요. 저희는 주로 SNS나 로컬푸드마켓,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고객들을 통해 거의 완판하고 있어요. 이렇게 해서 연간 1억 원 정도의 순소득을 올리고 있지요.”
이런! 드문 고소득이다. 당연하게도 인근 농가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음마야, 항상 요상한 것만 가져와 기른다!” 그렇게 눈총을 주던 이웃들이 이젠 덩달아 약용작물 재배에 나서기도 한다지. 이윤경 씨는 향후 농장을 본때 있는 사회적 기업으로 키워나가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이 당찬 여자의 외양은 여려 보인다. 그러나 내부에선 수학을 전공한 사람다운 기민한 두뇌와 긴 투병 과정에서 육화한 근기와 깡이 움직이고 있는 모양이다. 귀농 초기의 개척자적 근성을 지속한다는 건 만만한 내공이 아니다. 그 무엇보다 일에 대한 욕심, 성공에 대한 집념, 이 자체가 그녀의 재능일 테고. 감정의 소모와 분산을 허하지 않는 내성적 성격도 재주일 테고.
오나가나, 앉으나 서나 부지런한 근로와 연구로 농장의 생산성을 드높이는 남편은 그녀가 보유한 최적의 자산이겠지. 아내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몸 바쳐 이바지한다는 게 아닌가. 그녀 역시 남편을 사랑스러운 일꾼으로 부리기에 다시없는 재목으로 간주한다. 배우자란 흔히 암암리에 상대방의 행복을 앗아가는 음흉한 존재. 이 부부의 유대는 빛깔이 다르구나.
“낮잠을 자본 게 언제였지?”
“남편은 새벽부터 밭일을 시작합니다. 워낙 부지런한 ‘아침형 인간’이에요. 반면 저는 ‘저녁형 인간’인지라 조용한 밤 시간에 가공 작업을 주로 맡아 해요. 어느 정도 분업화가 된 셈이죠. 그런데 우리 남편은 행운아예요. 제가 경제 문제를 알아서 다 관리해왔으니까요.(웃음)”
“부군께서 말하길, 아내가 너무도 알뜰한 나머지 구두쇠로 산다는 거, 그게 문제점이라 하더군요. 좀 누리며 사는 게 좋지 않나?(웃음)”
“일찍부터 몸에 밴 습성일지도요. 남편이나 저나 어려운 가정에서 태어나 정말 힘들게 살았거든요. 신혼살림도 단돈 200만 원으로 시작했어요. 허리띠를 졸라매고 살 수밖에 없었지요. 이젠 경제적 능력이 있는 셈이지만 검소한 생활을 포기할 순 없지요.”
“일벌레처럼 산다는 인상을 강렬하게 풍겨요. 저 너른 농장과 수많은 비닐하우스, 게다가 닭과 토끼까지 기르는데 때로 괴롭지 않아요? 도시에서의 안락한 생활이 그립진 않을까?”
“아마도 주부들의 90% 이상은 귀농에 결사반대할 거예요. 그럴 만한 충분한 고충들이 있는 게 사실이고요. 어휴, 내가 왜 이러고 살지? 일에 너무 시달리다 보면 저 역시 혼자 중얼거리며 회의를 느끼곤 해요. 하지만 그게 잠시잠깐이라는 거. 아마도 행복한 비명이라는 거. 농장이 여하튼 순탄하게 굴러가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시골생활의 장점이 많더라고요. 주변에서 순환하는 자연 풍경, 다채로운 방문객들과의 상담, 돌연히 펼쳐지는 즐거운 일들. 이모저모 익사이팅하게 사는 거죠. 잠이 부족하다는 게 아쉽지만.”
“만약에 내일 하루, 완전한 자유시간이 당신에게 주어진다면 무슨 일을 하고 싶죠?”
“(한참 생각하다가)하루 종일 자고 싶어요. 낮잠을 자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거든요.”
누가 그러라고 삼엄한 명령을 내린 바 없으나 그녀는 주로 일에 묻혀 산다. 이게 시간을 선용하는 그녀의 방식이다. 밝은 쪽으로 인생을 이끌어준다는 믿음에서일 게다. 하기에 잡념이나 무슨 조바심이 끼어들 리도 없겠지. 천장의 쥐 따위에는 신경 꺼! 고양이가 알아서 잡아줄 테니까! 그런 투로 잡사는 거두고 사업에만 몰두해온 것이다. 그럼에도 어쩐지 섭섭하게도 결여된 건 삶의 여흥. 이러다가 건조한 일상에 매몰될 수 있다는 걸 알아차린 그녀는 곰곰이 궁리하다가 축제 하나를 띄웠다. 작년에 이어 올여름 두 번째 ‘해바라기 축제’를 펼쳤던 것.
“사람들과 어울려 노는 축제가 필요하다 싶어 만들었지요. 농장 밭에 모종을 심어 약 2만 송이의 꽃을 피웠지요.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꽃 풍경이었어요. 예상외로 많은 사람이 몰려오더라고요. 첫날부터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어요. ‘어, 이게 뭐지?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오지?’ 둘째, 셋째 날엔 감당이 어려워 ‘아이고 죽겠다!’ 괴로운 비명이 터져 나왔어요. 유료 입장이었는데 축제 사흘간 5000여 명이 다녀갔지요. 인터넷 실검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고요. 기대치를 상회하는 성공을 거둔 셈이었죠. 내년엔 소공연까지 곁들인 놀이판을 펼쳐볼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축제 뒤 해바라기 꽃은 어떻게 쓰였죠?”
“씨앗을 탈곡해 판매할 수도 있었지만 수익성이 낮아 포기했어요. 거름으로 활용하는 게 훨씬 나아 밭에다 그냥 갈아엎었죠.”
“세상의 트렌드에 민감하게 부응, 그에 따른 적절한 아이템을 개발해내는 머리로 농장을 성장시켰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누구나 관심을 갖는 특용 건강식품의 생산에 주력한 게 안착을 가능케 했지요. 가장 보람찬 건 환자분들이 우리 농장 제품으로 좋은 효과를 봤다는 얘기를 들을 때입니다. 저의 투병 경험을 곁들인 상담시간도 소중해요. 어쩌면 그런 보람들 탓에 일에서 발을 떼지 못하고 수렁처럼 빠져드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들어요."
“좋은 삶이란 어떤 거라 보죠?”
“긍정과 낙관이 있는 삶이랄까. 주어진 삶을 불평 없이 받아들이는 게 잘 사는 길이겠죠.”
투병 이후, 귀농 이후, 성향과 기질에 변화가 왔더란다. 지극히 내성적이어서 하고 싶은 말조차 하질 못했으나 이젠 와일드해졌다는 것. 강인한 태도로 삶의 모든 걸 긍정하게 됐다는 것.
이윤경 씨가 주는 귀농 Tip
•생계를 다 놓고 자연인처럼 살 게 아니라면 가급적 도시 근교로 귀농하자. 그래야 생산물 판매에 유리하다. 너무 외진 시골로 귀농했다가는 차후 철수할 상황이 발생할 때 땅을 매도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농사로 소득을 올리기 쉽지 않다. 특히나, 오자마자 수익이 발생할 확률은 0%라는 걸 유념하자.
•이웃 원주민들을 무조건 존중하라. 고집과 프라이드가 강한 게 농촌 어른들이다. 배울 점도 많다.
>>박원식 소설가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와 동대학원 졸업. 광주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오랫동안 자연과 문화에 관한 글을 써왔다. 사람이든 자연이든 대상을 좋아할수록 아득해지는 미스터리가 늘 그를 궁리하게 만든다. 격물치지(格物致知)의 안목을 얻는 일의 요원함을 실감한다. 그가 즐기는 것은 산촌의 적막, 암자의 풍경소리, 낯선 여행지의 선술집, 우연한 만남 등이다. ‘천년 산행’, ‘암자에서 듣다’, ‘산골로 간 예술가’ 등의 저서가 있다.
미국에서 파이어(FIRE)족이 인기를 얻고 있다. 파이어족이란 30~40대 중반의 조기은퇴(Retire Early)를 목표로 경제적 자립(Financial Independence)의 꿈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말하며, 영문 앞 글자를 합성해 만든 말이다.
40대 중반에 조기은퇴해 40년 은퇴생활을 하는 파이어족을 꿈꾼다고 가정해보자. 매월 생활비 20만 원으로 생활이 가능하다면 40년간 10억 원 정도가 필요하다. 20대 중반에 취업해 15~20년간 소득의 50~70%를 저축하면서 은퇴자금을 확보하고 매년 4~5%의 수익을 달성할 수 있다면 원금을 인출하지 않고 투자수익만으로 생활이 가능하다. 결코 쉽지 않은 목표이지만 꿈같은 얘기는 아니다.
10억 원 목표 조기달성하려면
코리아 파이어족이 되면 더 이상 옴짝달싹할 수 없는 지옥철을 타고 직장에 억지로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 또 자신이 꿈꾸던 일을 하며 가족과 함께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래서 누구나 한 번쯤은 파이어족을 꿈꾼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먼저 연 수입과 총지출을 정확하게 파악한 뒤 연간 저축률을 산출해보자.
예를 들어 연봉이 5000만 원이라면 연 2500만 원 이상을 저축하면서 바짝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온다. 그렇게 10년을 모으면 원금이 2억5000만 원, 20년이면 5억 원의 종잣돈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요즘 1%대 정기예금 이자로는 원금의 2배 투자수익을 내기 어렵고 목표금액 10억 원 조기 달성도 어려워 보인다.
그래도 코리아 파이어족의 꿈을 이루고 싶다면 포기하지 말고 방법을 찾아보자. 종잣돈을 10년간 투자해 2배로 불리기는 쉽지 않지만 방법은 있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를 보면 2009년 대비 3배 정도 상승했다. 뱅가드ETF(Vanguard S&P 500 ETF)에 꾸준하게 투자했다면 어땠을까? 벌써 꿈을 이뤘을 것이다. 달러로 투자하기 때문에 환차익까지 덤으로 얻으면 10억 원 목표금액은 조기에 달성할 수도 있다.
글로벌 우량주에 장기투자
물론 S&P 500 지수가 꾸준히 우상향해야 하고, ETF 수수료는 낮아야 하며, 환율도 동일한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붙어야 한다. 하지만 조기에 경제독립을 쟁취한 파이어족이 되기 위해선 긍정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 적극적으로 발품을 팔고 그동안의 재테크 방식에서도 혁명적인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국내 투자, 정기예금 등으로 종잣돈을 굴려왔다면 이제는 미국 등 글로벌 우량주에 자산을 배분해 장기투자를 해야 한다.
시장은 항상 등락이 있지만 장기적인 시장 흐름은 꾸준히 상승할 확률이 높다. 기술은 더 발전하고 글로벌 우량 회사들은 계속해서 생겨난다. 이들 기업은 더 좋은 제품으로 투자수익을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직접 창업할 수 없다면 거인의 어깨에 올라탈 용기가 있어야 한다.
저축률을 높이는 것이 성패를 좌우한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 안에 조기퇴직해 40년간 경제적 자유를 누리며 살고 싶다면 엄격하게 지출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자신만의 마이라이프북(수첩)에 매일 지출을 꼼꼼히 적다 보면 돈의 흐름을 볼 수 있다. 지출 중 주거비, 차량구입비, 교육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빤한 연 수입으로는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매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거주하는 집 사이즈를 과감하게 줄여 조기은퇴를 앞당길 종잣돈을 마련해도 된다. 승용차도 3~5년 주기로 신차를 구입하기보다는 20년 이상 탈 각오를 해야 한다. 자녀 교육비 지출에서는 사교육비 비용을 점차 줄여나가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파이어족을 위한 여정은 고통스럽고 힘들 때가 많다. 하지만 삶의 의미와 행복을 얻을 수 있기에 포기하지 않고 많은 사람이 지금 이 순간에도 파이어족 꿈에 도전하고 있다.
2020년 대망의 새해!
소중한 당신의 코리아 파이어족 꿈을 힘차게 응원한다.
신동일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
VVIP 자산관리팀장을 역임했다. 20년 이상 국민은행에서 퇴직연금과 PB를 담당했다. 자수성가한 100억 원대 부자들의 성공 요인을 분석한 ‘한국의 슈퍼리치’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저서로 ‘슈퍼리치의 메모’, ‘부자의 선택’, ‘마흔의 역전’, ‘한국의 슈퍼리치’, ‘슈퍼리치의 습관’, ‘한국의 장사꾼들’이 있다. 현재 ‘신동일꿈발전소’를 운영하며 ‘행복한 부자 되기’ 꿈을 실현해나가고 있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올해 연금제도 변화를 분석한 ‘행복한 은퇴발전소’ 11호를 발간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행복한 은퇴발전소’는 키워드 ‘RAISE’에 맞춰 5가지 정책변화에 대한 연금자산 증식 방법을 제안했다. 5가지 정책변화는 △주택연금 가입 완화(R), △노후자금 연금화(A) △수익률·편의성 제고(I) △스스로 연급 적립 지원(S) △은퇴소득 불평등 완화(E) 등이다.
먼저 R은 ‘주택연금 가입 완화’다. 정부는 올해 주택연금 가입연령을 60세에서 55세로 하향 조정하고 주택가격 기준을 시가 9억 원에서 공시가격 9억 원으로 변경하는 등의 정책을 시행할 예정이다. 주목할 점은 최소 가입연령 하향이지만 일찍 가입하는 것이 모두에게 유리하지 않아 금융자산 규모와 주택 입지를 살펴 결정해야 한다.
둘째, A는 ‘노후자금 연금화’다. 퇴직연금 가입률은 50% 정도로 그나마 중도인출하거나 일시금으로 받아 소진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퇴직연금 의무화, 퇴직소득세 강화, 퇴직연금 중도인출 요건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될 예정이다. 무엇보다 퇴직급여의 연금 수령 시 11년차부터 연금소득세를 퇴직소득세의 70%에서 60%로 추가 인하하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절세효과 극대화를 위해 10년차까지 연금 수령을 최소화하고 11년차 이후 금액을 늘리면 된다.
셋째, I는 ‘수익률·편의성 제고’다. 개인·퇴직연금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는 낮은 수익률로 연금자산 형성을 저해하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한다.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시행될 예정으로 연금 편입 가능 상품 확대, 금융기관 및 상품 변경 간소화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DC형 퇴직연금에서 상장 리츠 투자가 가능해지고 이달 말경부터 연금계좌의 금융상품 및 관리 금융기관 변경을 온라인을 통해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다.
넷째, S는 ‘스스로 연금 적립 지원’이다. 노후소득을 늘리려면 공적연금뿐만 아니라 연금저축, IRP 등 개인연금저축도 늘어나야 한다. 정부의 지원 방안으로 50세 이상 투자자의 연금계좌 세액공제 한도가 증액되고, ISA 만기자금의 연금계좌 납입 및 세액공제가 허용된다. ISA계좌에 만기까지 3000만 원을 만들어 연금계좌로 넘겨 절세효과를 극대화하고, 50대 이상은 올해부터 3년간 연금계좌에 연 200만 원을 추가로 납입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E는 ‘은퇴소득 불평등 완화’다. 소득 불평등이 노후에는 연금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은퇴소득 격차를 해소하려는 것도 정부 정책의 한 방향으로 고소득자의 사적연금 지원을 제한하고 취약 고령층의 주택연금 지급액을 상향, 기초연금 지급을 확대하는 등의 다양한 정책이 시행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이번 호에는 △외국의 은퇴 소식을 담은 ‘글로벌 은퇴이야기’ △김헌경 도교건강장수의료센터 연구부장이 말하는 은퇴 후 건강비결 ‘웰에이징’ △만화가 홍승우의 카툰 ‘올드’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정신건강 칼럼 ‘힐링 라이프’ 등이 수록됐다.
‘행복한 은퇴발전소’는 정기구독을 통해 우편으로 받아볼 수 있으며 미래에셋은퇴연구소 홈페이지에서 전자책 형태로 열람할 수 있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는 △노인들의 나라, 2050년 대한민국 △은퇴준비 교육과정 활용하기 △장롱 속 ISA 활용법을 담은 100세시대 행복리포트 제59호를 발간했다고 31일 밝혔다.
행복리포트는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가 매월 발간하는 리서치자료로 행복한 100세시대를 위한 생애자산관리 및 100세시대 트렌드 등 다양한 주제를 연구한다.
이번 59호의 첫 번째 리포트인 ‘노인들의 나라, 2050년 대한민국’은 2019년 고령자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고령자의 삶을 살펴보고 노후생활에서 연금이 갖는 장점을 제시했다.
두 번째 리포트 ‘은퇴준비 교육과정 활용하기’는 은퇴준비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지자체, 대학, 기업 등이 운영하는 다양한 은퇴준비교육 프로그램을 살펴봤다.
마지막 리포트 ‘장롱 속 ISA 활용법’은 절세 만능통장에서 장롱통장 신세로 전락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현황을 살펴보고 ISA의 절세효과를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박진 100세시대연구소 소장은 “2019년 우리나라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은 14.9%로 2050년에는 40%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1인 고령자가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노후생활을 풍요롭게 만드는 요소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경제적인 부분에 있어선 연금이 가장 효과적 수단이라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100세시대 행복리포트 59호는 NH투자증권 전국 영업점 또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1%대 정기예금 수익률은 제로금리 시대로 접어들었다. 직장 다니며 어렵게 모은 노후자금을 안전한 정기예금에 넣어도 매월 손에 쥐어지는 예금이자로는 안정적인 노후생활이 불가능해졌다는 의미다. 그래서 위험을 감수하며 주식과 펀드 투자를 고민해보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다. 자칫하면 평생 땀 흘려 어렵게 모은 자금을 한순간에 날려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낮은 정기예금 수익률 때문에 채권에 투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국내 채권 투자 수익률은 정기예금 대비 약간 높은 편이지만 2%대 수익률밖에 안 돼 노후생활자금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여기에 세금까지 제하고 나면 채권이자는 더 줄어든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해외 채권 투자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최근 핫이슈로 떠오른 상품이 있다. 바로 브라질 해외 채권 이다.
해외 채권 투자 시 장단점과 리스크를 점검하면 좀 더 현명하게 은퇴자금을 굴릴 수 있다. 장점은 정기예금+α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미국 국채 투자는 안정적이고, 브라질 국채 등 이머징 국가 채권 투자는 선진국 국채 대비 수익률이 높은 편이다.
브라질 국채의 정기예금 환산수익률은 2019년 11월 기준 5%대다. 발생한 투자 이익에 대해 전액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지만 헤알화 환율 변동에 따라 투자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자신의 투자 성향을 고려해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 20년간의 헤알화 환율 변동을 관찰해보면 10년 주기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고 있다. 2010년 헤알화 환율은 700원대, 2019년 11월 기준 시점은 280원대 전후로 많이 하락한 상황이다.
브라질 국채에 투자하려면 원화를 달러로 바꿔 다시 브라질 헤알화로 매입해야 한다. 그래서 투자 시점에 헤알화 환율이 약세일수록 유리하다. 즉 헤알화 환율 300원대보다 280원대에 가입하는 것이 더 낫다. 달러 환율도 예를 들면 1200원대보다 1150원대로 떨어졌을 때가 더 좋다. 다만 향후 브라질의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므로 더 내려가기 전에 투자하는 게 이롭다.
브라질 국채에 투자할 때는 채권 만기가 1~2년 짧게 남아 있는 상품보다는 5년 이상 긴 채권에 투자해야 시장의 위험성을 대비할 수 있다. 만약 브라질 국채에 투자한 후 헤알화 환율도 내려가고 달러 환율도 내려가면 손해를 볼 수 있는데, 채권 만기가 길면 매년 지급되는 이자로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 매년 1월과 7월 브라질 국채 투자 이자가 지급되므로 가입 시 채권수익률이 5%일 경우 10년간 이자수익은 50%가 된다. 장기투자 시 손실이 나도 이자수익으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해외 채권 투자자 중 자녀 증여용으로 브라질 국채 투자를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예를 들어 자녀가 2명인 투자자의 경우 브라질 국채에 2억 원을 투자해 5년간은 이자수익을 받아 쓰다가 이후에는 자녀에게 각각 1억 원씩 증여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물론 만기까지 기다리지 않고 중간에 매도해 투자이익을 실현해도 된다.
브라질 국채는 헤알화 환율 하락, 달러 환율 하락 시 손실을 볼 수 있지만 장단점을 잘 살펴 대응하면 저금리 시대에 괜찮은 투자 상품이 될 수 있다. 안전성을 중시하는 성향의 투자자는 미국 등 선진국 국채에 투자하거나 해외 채권 ETF를 활용하는 게 좋다. 노후자금이 적으면 소액투자와 분산투자도 가능하다.
브라질 국채 등 이머징 국가 채권에 투자할 때는 전체 금융자산에서 어느 정도 비중으로 투자할 것인가를 먼저 정해야 쏠림 투자를 방지할 수 있다. 투자 시점 역시 헤알화 환율과 달러 환율 기준을 세워 판단해야 한다. 시장 상황은 계속 변한다. 노후자금을 잘 관리하고 투자 시 위험성을 줄이려면 믿을 만한 금융전문가와의 정기적인 상담이 매우 중요하다.
신동일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
VVIP 자산관리팀장을 역임했다. 20년 이상 국민은행에서 퇴직연금과 PB를 담당했다. 자수성가한 100억대 부자들의 성공 요인을 분석한 ‘한국의 슈퍼리치’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저서로 ‘슈퍼리치의 메모’, ‘부자의 선택’, ‘마흔의 역전’, ‘한국의 슈퍼리치’, ‘슈퍼리치의 습관’, ‘한국의 장사꾼들’이 있다. 현재 ‘신동일꿈발전소’를 운영하며 ‘행복한 부자 되기’ 꿈을 실현해나가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고갈 시점이 당초 예상(2060년)보다 빨라질 것으로 추정된다.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서는 국민연금 이외의 개인연금을 활용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해진 것이다. 이에 대안적인 개인연금상품 중 하나인 ‘연금저축’이 주목받고 있다.
보험사 직원이나 주변 사람의 권유로, 또는 세액 공제 혜택을 받으려고 연금저축에 가입하는 이가 대부분이지만, 막상 이에 대한 관리에는 소홀한 편이다. 재무상담사 경력 도합 38년에 달하는 엄진성, 나철균, 조용준 세 전문가가 ‘연금저축’ 활용 비법을 모아 ‘연금저축은 어떻게 노후의 무기가 되는가’(원앤원북스)에 담았다.
책은 총 다섯 장으로 구성됐다. 1장 ‘잠자고 있는 당신의 연금저축을 깨워라’에서는 연금저축 상품을 추천하는 이유와 더불어 연금저축보험 외 연금저축신탁, 연금저축펀드 등 다채로운 선택지를 제안한다. 이어 2장 ‘연금저축을 아는 것이 노후 준비의 시작이다’에서는 개인연금저축과 연금저축계좌의 차이점을 소개하고, 연금저축의 3단계 개정 등을 이야기한다.
3장 ‘연금저축으로 절세하고 노후 자금을 키워라’에서는 연금저축 규모를 계획하기 막막한 근로소득자, 자영업자를 위해 상황별 가입 전략을 수록했다. 연금저축의 세액공제 계산절차를 이해하고, 손해는 줄이고 혜택을 늘리는 방법을 알 수 있다.
4장 ‘노후 무기가 되는 연금저축 Q&A’와 5장 ‘연금저축 투자 노하우 따라하기’에서는 자주 묻는 질문 21가지의 해답을 비롯해 가입 이후 관리에 대해 조언한다. 예를 들어 연금저축펀드에 가입한 경우, 책 뒷부분에 실린 ‘펀드 리모델링 가이드’를 따라 조정하면 더욱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전진혁 미래에셋자산운용 본부장은 “어렵게만 느껴졌던 연금저축에 대해 A부터 Z까지 상세하게 해부한 진정한 바이블”이라고 언급하며 “연금저축을 이해하고 잘 사용하고자 하는 가입자, 연금저축 영업을 활성화하고자 하는 투자권유 대행인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라고 권했다.
창과 방패의 구도에서 극적으로 역할이 바뀌는 인생을 우리는 가끔 목격한다.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실제 주인공으로, FBI를 속 태웠던 범죄자에서 보안 컨설턴트로 변신한 프랭크 애버그네일 2세 같은 인물이 대표적이다. 전라남도 순천에서 만난 박미진(朴美眞·43세) 씨가 풀어놓은 이야기도 극적인 반전을 연상케 했다. 채권추심원에서 빚으로 고통받는 채무자를 돕는 금융복지상담사로 제2인생을 살아가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실 채권추심하는 사람들도 다 보통 사람들이에요. 영화 속 모습처럼 우락부락하고 거친 말을 쏟아내지는 않아요.(웃음)”
박미진 씨는 신용정보회사를 통해 이뤄지는 채권추심 업무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심지어 채권자들도 빚을 받아내는 과정은 무조건 집을 찾아가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하는데, 다 그렇진 않아요. 저도 초보 시절엔 출장도 가고, 채무자와 만나려는 시도도 했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서류를 통해 안내하고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았죠. 채권추심 과정에서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지만, 그래도 상환 방법을 안내한다든가, 자산을 압류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하죠. 불법을 저지르지 않도록 가이드라인도 마련하고, 이를 교육하는 회사도 많아요.”
하소연과 욕설 비일비재
신용정보회사가 다루는 채권은 금융 업계에서도 ‘악성’으로 평가받는 것이 많다. 당연히 채무자는 빚을 갚을 형편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 빚 탕감을 독촉하는 이가 곱게 보일 리 만무하다. 그 만남의 과정이 고난할 수밖에 없다.
“싫은 소리도 많이 듣죠. 빚이 한두 푼이 아니라는 하소연은 기본이에요. 왜 일 못하게 전화하느냐는 항의에서부터 욕설도 비일비재해요.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악에 받친 소리는 오래 가슴에 남아요. 이 일도 고충이 있는 감정노동이죠.”
그녀가 신용정보회사에서 근무한 것은 약 12년. 적성과 맞지 않아 중간에 쉰 적도 있다. 일을 하면서도 늘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했다. 2015년 남편이 직장을 순천으로 옮기면서 내친김에 추심과는 이별을 고했고, 남편의 소개로 알게 된 금융복지상담사 교육 과정에 지원했다. 당시에는 두 번째 직업이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추심 업무를 볼 때 궁금했던 금융복지 분야의 전문지식을 쌓고 싶은 호기심이 컸다. 그러다 2016년 5월, 전라남도 금융복지상담센터가 개설될 때 창립 멤버로 참여해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안 갚아도 되는 빚 걱정도 많아
“채권추심 업무를 오래하다 보니 빚 문제로 고생하는 분들의 마음을 알겠더라고요. 금융복지상담센터를 통해 도움을 청하는 분 중 상당수는 추심기관의 우편물만 보면 무조건 무서워하는 고령의 취약 계층, 저소득층이에요. 빚쟁이가 무서워 10년 넘게 밤에 전깃불도 못 켜고, 좋아하는 책도 이불 뒤집어쓰고 읽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막연히 이런 분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금융복지상담사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돼 참여하게 됐어요.”
전국에 개설된 금융복지상담센터는 이름 그대로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금융과 복지 관련 제도에 대해 상담해주는 일을 한다. 재무건강진단이나 수입·지출관리 상담, 서민금융지원 안내도 하지만 채무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개인파산 및 면책, 개인회생 등 해결 방법을 찾아 지원하는 게 주요 업무다.
“간혹 채권추심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발생해도 채무자들은 대부분 무엇이 문제인지 몰라요. 기존 빚을 해결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있는데도 신용불량자로 사시는 분도 많고요. 흔히 상상하는 수천, 수억 원의 큰돈이 아닌데도 말이죠. 심지어 소멸시효가 지나 갚지 않아도 되는 채무 때문에 비정상적인 삶을 지속하는 경우도 있어요.”
무양심으로 몰아선 안 돼
입장 자체는 공수(攻守)가 전환된 상태이지만, 채권추심 과정을 속속들이 아는 만큼 박 씨는 채무자를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었다고 말한다.
“채권추심원은 채무자의 기초생활수급자 여부 같은 상황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추심을 진행하죠. 이럴 땐 제가 대신 연락해서 추심정지 요청 등의 대처를 합니다. 이외에도 그들의 업무처리 방식을 잘 알아 유리한 점이 있어요. 예상되는 피해를 방지할 수 있으니까요. 추심 담당자의 입장을 알기 때문에 전화로 대신 채권 협상을 하기도 해요. 때로는 상담을 받으러 온 분이 들고 오는 서류에서 옛 동료의 이름을 발견하기도 하죠.(웃음)”
박 씨는 채무자들이 빚을 갚지 못하는 것을 자신의 도덕적 결함과 동일시하는 것이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이야기했다. 그 원인이 제도나 사회에 있는 경우도 있는데, 모든 화살이 개인에게만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고. 심한 경우 그 과정에서 삶 자체를 포기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했다.
“저희를 만나 빚이라는 짐을 덜게 되면서 삶이 극적으로 변하는 분도 많아요. 압류로 인해 정상적인 금융활동이나 사회생활이 어려워지면서 경제활동을 포기할 만큼 힘들게 살아온 분들이 채무가 해결되면 옷차림이나 삶의 태도가 180도 바뀌면서 새사람이 되기도 해요. 그때 제가 하는 일에 대해 보람을 느끼죠.”
비슷한 업무이기는 하지만 입장이 반전된 상황.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 박 씨는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상담을 하다 보면 우울한 가정사, 무서운 경험담에 동화되기 쉬워요. 드라마나 영화보다 현실이 더 잔혹한 경우도 있죠. 채무자의 이야기를 듣다 문득 평범한 제 삶에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이제 아이에게 제 직업을 자세하게 설명할 수 있어서 좋아요. 지난해에는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했어요. 현재 방송통신대학교 교육학과에 재학 중인데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에서 남을 도울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어요.”
매월 25일이면 국민연금이 월급처럼 또박또박 통장으로 들어온다. 이번 달에는 금액이 인상되어 162만 원을 받았다. 받을 때마다 국민연금제도가 참 좋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생활비로는 부족해 좀 더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국민연금공단에서 발표한 2018년도 수급자 현황을 살펴보니 377만8824명이 연금을 받았고 최고 수령액은 204만6000원이다. 200만 원 이상의 금액을 받는 사람은 극소수인 10명에 불과하다. 그다음 액수는 월 150만 원 이상 200만 원 미만이며 수급자 수는 7477명이다. 내가 이 범주에 든다. 국민연금 총수령자 상위 0.2%에 드는 초고액 수령자 그룹이다. 이 통계를 보면 내가 받는 국민연금 수령액이 생활비로는 부족한 금액이지만 다른 수급자들과 비교해보면 많이 받는 액수여서 투정을 부리기가 미안하다.
수령액이 다른 사람보다 많은 이유는 60세부터 연금을 몇 번 받다가 연금액을 늘리기 위해 연금 수급시기를 65세로 늦춰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식들 모두 출가하고 아내와 단둘이 사는 2인 가족인데도 약간의 문화생활을 포함한 생활비로는 부족하다.
1. 국민연금이 용돈 수준이라면 문제다.
연금수령액 상위 0.2% 범주 안에 드는 수령자도 연금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현행 국민연금제도와 운용에 개선할 점이 있다는 의미다. 월 50만 원 미만의 금액을 수령하는 사람들은 285만9019명. 이들이 전체 수급자의 75%에 달한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 금액은 연금이라고 부르기에는 보잘것없고 용돈에도 미치지 못하는 푼돈 수준이라 해도 할 말이 없다.
2. 연금으로 생활이 가능해야 한다.
국민연금 제정목적은 노후생활보장에 있다. 이렇게 퍼주다가는 곧 연금이 고갈된다든가 앞으로 더 내고 덜 받으면 연금기금을 언제까지 지탱할 수 있다는 연금 본래의 목적과는 다른 공론이 떠들썩하다. 국민연금이 최저생활비는 될 수 있도록 기준을 먼저 정해놓고 그 방법들을 역으로 퍼즐 맞추듯 풀어나가야 한다.
3. 스스로 하는 자산운용은 위험하다.
국민연금을 받는 은퇴자들이 퇴직금이나 지금까지 모아둔 돈으로 주식이나 창업 등 자산운용을 하려다 실패하면 복구가 어렵다. 곧바로 극빈자 대열에 합류될 수도 있다. 은퇴자가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첫 번째 이유는 자식리스크이고 그다음이 자산관리 실패다. 희망자에 한해 시니어 자산을 연금관리공단에서 받고 연금액을 높여주는 방안을 생각해볼 때다.
4. 더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 고민해봐야 한다.
요즘 취업자들이 공무원을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는 두둑한 연금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무원 연금 수령액이 국민연금보다 큰 것은 연금보험료를 더 많이 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도 보험료를 더 내고 더 받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불입액 인상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희망자에 한해서라도 즉시 시행해야 한다. 퇴직금을 맡기고 국민연금을 더 받을 수 있다면 나도 그렇게 할 것이다.
정부는 국민연금의 노후소득보장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기준 44.5%인 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 대비 연금액)을 45% 또는 50%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월 보험료도 현행 9%에서 12% 또는 13%를 인상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현행 기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당장 생활이 궁핍한 사람들은 보험료 인상을 반대할 수밖에 없다. 그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연금 본래의 목적인 노후생활보장을 외면하면 안 된다. 연금보험료를 더 내고 더 받겠다는 희망자만이라도 수용해 편안한 노후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