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더라도 거짓이 없어라. 꿈에라도 거짓말을 했거든 깨어나서 반성하라’고 말한 도산 안창호는 그 모든 위업을 아우를 수 있기에 진실이 화두인 요즈음, 대한민국 역사 속에서 태산처럼 서 있는 거목이다. 대학 시절 처음 도산의 존재를 접한 후 평생 동안 그를 사숙했다. 일과 삶 모두에 도산의 정신을 새기기 위해 산 김재실(金在實) 도산 안창호 선생 기념사업회 회장은 지금 시대야말로 도산의 신념과 철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광복 72주년을 맞이한 올해 72세인 그가 평생을 바칠 정도였던, 도산에게서 발견한 거대한 화두란 무엇일까?
우리나라 역사에서 도산 안창호는 유독 커다란 무게감으로 다가온다. 그는 1878년에 평안남도에서 태어나 한학을 공부한 후 언더우드 학당에서 수학했다. 그야말로 조선 말기의 혼돈과 신문물의 합리주의를 동시에 겪으면서 자라난 세대였다. 그는 독립협회와 만민공동회에 참여하여 탁월한 연설을 통해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일찌감치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활동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
지적이고 신중한 조직가였던 도산 안창호
이후 미국으로 건너간 안창호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공립협회를 창립하여 재미동포들이 민족의식을 자각하는 데 일조했으며 일제가 나라를 빼앗으려 하자 바로 귀국하여 신민회를 조직, 대성학교와 태극서관을 설립해 민족운동을 펼쳐나갔다.
안창호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가 무력으로 세상을 바꾸려 했다기보다는 지적인 조직가로서 신중한 행보를 거듭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 신중함은 머뭇거림이 아니다. 그가 그 누구보다도 확고한 민족의식과 미래에 대한 굳은 의지를 바탕으로 이뤄진 커다란 그림을 그리고 있었음은 일제강점기 동안 세계 이곳저곳을 오가며 벌인 그의 행적을 보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그의 정신은 도산 안창호 선생 기념사업회를 통해 오늘날에도 표표히 흐르고 있다.
“참배나무에는 참배가 돌배나무에는 돌배가 열린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일제강점기가 시작되자 미국으로 망명하여 1913년에 흥사단을 창립했어요. 흥사단은 민족운동에 매진할 인재를 모으고 양성하기 위해 조직됐죠. 흥사단 일을 하느라 대학교를 휴학했던 게 기억나네요. 그때는 도산 선생의 이념을 어떻게 실천하느냐, 흥사단을 어떻게 전파하느냐만 생각하며 살았죠.”
김재실 도산 안창호 선생 기념사업회 회장은 자신의 젊은 시절을 오롯이 도산에게 바친 것으로도 모자라 그 후 기업 경영을 하면서도 50여 년에 가까운 세월을 도산의 정신을 실천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왔다고 말한다. 그는 충남 천안이 고향이며 병천중학교를 거쳐 서울대에서 수학을 전공했다. 그리고 마침내 도산 안창호와 만나게 된다.
“1963년 대학 1학년 때였습니다. 도산 서거 25주년 추모식장에 걸린 ‘참배나무에는 참배가 돌배나무에는 돌배가 열린다’는 글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죠. 이를 계기로 흥사단 대학생 아카데미 운동에 뛰어들었습니다.”
흥사단은 유력한 사회인사들이 청년 시절 거치는 대표적인 모임이기도 했다. 전남도지사를 지낸 박준영, 순천향대학교 부총장을 지낸 이윤배, 교육부장관을 지낸 황우여가 그 면면이다.
흥사단에 바친 청춘
흥사단 활동은 김 회장의 젊은 시절 꿈이 신문기자가 되게 하는 데도 영향을 줬다.
“흥사단에서 라는 잡지가 나와요. 왜 인가 하면 도산 선생의 말씀 중에 ‘기러기는 항상 줄을 맞춰 다닌다’는 말에서 따온 거예요. 그래서 흥사단의 상징이 기러기이기도 하죠. 이걸 제가 3년 동안 편집하고 책을 냈어요. 그래서 언론계와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꿈을 포기해야 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동생 여섯을 책임지는 가장이 됐기 때문이다. 가장이 되자 그는 생활인으로서 충실한 선택을 했다. 한국산업은행에 입사한 그는 핵심 요직을 두루 거쳤고 2000년부터는 산은캐피탈 사장으로 활동했다.
“산은캐피탈 CEO가 된 뒤 180여 명의 직원들을 책임져야 했죠. 그 고민이 매우 컸습니다. 굉장히 열심히 일했어요. 그 와중에도 도산 선생의 정신을 경영에 도입하고자 노력했죠.”
도산의 삶에서 배운 교육자의 삶
산은을 나온 김 회장은 중앙일보 시사미디어 상임고문과 대통령 자문 동북아경제추진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내며 잠시 동안 공직에서의 모험을 하고, 다시 기업계로 돌아왔다. 대아건설 감사와 경남기업 관리총괄 사장, 성신양회 대표이사 사장, 태강코퍼레이션 고문을 거쳐 현재는 동양시멘트(삼표시멘트) 상임감사로 있다. 다양한 조직의 요직을 거치면서도, 그는 도산이라는 자신의 롤모델을 놓치지 않았다. 숭실대와 성균관대, 성신여대에서 ‘경제통계학’, ‘경제수학’, ‘경영정책’ 등을 강의하고 대학 재학 중 도시 빈민 미취학 아동을 위해 청영고등공민학교(야학)를 설립·운영했으며, 흥사단 이외 ‘나라발전연구회’ 총무를 맡는 등 교육이라는 도산의 삶의 중요한 부분을 자신의 삶에 심는 데도 주저하지 않았다.
“흥사단은 나이 제한이 없어요. 흥사단 후배들을 제가 많이 만났죠. 대학생활 아카데미 회장, 고등학생 아카데미 지도교사도 했으니. 그때 가르친 고등학생들이 지금 칠십이 다 됐어요(웃음).”
도산 사상의 중심은 ‘진실’
그렇다면 도산 사상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도산 사상의 중심은 진실입니다. 그는 나라가 망한 것도 이완용 때문이 아니라 거짓 때문이라고 하실 정도였죠. ‘죽더라도 거짓이 없어야 한다’, ‘농담으로라도 거짓말을 말아라. 꿈에라도 성실을 잃었거든 통회하라’고 했습니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도층이 진실하지 못한 것을 지적했다.
“다른 문제는 아무것도 없어요. 지도층이 거짓말을 하는 게 가장 큰 문제예요.”
도산은 진실을 위해서라면 자신에게 다가온 커다란 유혹도 매몰차게 거절하는 이였다.
“1907년에 이토 히로부미가 도산을 중심으로 청년내각을 만들려고 했어요. 그때 도산이 그 제안을 거절했죠. 그리고 상해 임시정부는 도산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고 봐야 해요. 상해 임시정부는 1919년 4월에 설립됐는데 도산이 5월 25일에 미국에서 상해로 와서 임시정부 내무총장 겸 국무총리 서리로 취임해 독립운동에 매진했죠. 또 미국과 상해를 오가며 대독립당 결성 운동을 전개하고 임시정부 경제후원회를 조직했어요. 당시 미국에 있는 교포들이 돈을 모아서 상해에 지원금을 보낸 것도 도산의 공이라 할 수 있죠.”
‘도산의 희망편지’로 청년들에게 희망을
김 회장은 도산을 가리켜 ‘사람을 만드는 사람’이었다고 설명했다.
“도산 선생이 다른 독립운동가와 다른 것은 그가 인격 훈련을 중시한 사람이었다는 겁니다. 도산 선생은 항상 교육을 강조했고 ‘사람을 키워야 한다’고 말하곤 했어요. 그래서 다른 어떤 독립운동가들보다도 더 우리가 생활 속에서 닮을 수 있는 사람으로 남게 됐죠.”
그는 도산의 사상이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한다. 그는 그 근거를 도산의 말들에서 찾는다.
“도산 선생은 힘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 힘이란 신용의 힘, 그리고 지식의 자본, 마지막으로 금전 자본을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진실을 통한 관계를 중요시했고, 한 사람이 한 가지 이상의 기술을 갖게끔 공부를 하라고 했으며 돈을 벌어서 저축하여 돈의 힘을 가지라고 말씀하셨죠. 이건 현재에도 그대로 통용될 수 있는 얘기입니다.”
김 회장은 도산이 말한 ‘힘’을 믿고 ‘도산의 희망편지’ 보내기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SNS를 활용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일이죠. 2016년 3월 10일 선생 서거 78주년이 되는 날부터 시작한 일입니다. 요즘 희망을 잃어가는 청년들에게 도산의 말씀 중 한 구절씩을 선정해 매주 목요일에 이메일로 보내고 있습니다. 지금 대략 2만여 명에게 보내고 있고, 받고 싶은 사람들은 언제라도 연락하면 보내드립니다. 그리고 기회가 되는 대로 그 글귀들을 모아서 책자로 발간할 계획입니다.”
여생은 도산 안창호 기념사업에
도산 안창호 선생 기념사업회가 하는 일은 다양하다. 1973년, 사업회는 도산의 묘소를 서울 망우리 산꼭대기에서 도산공원으로 이장했다. 1998년에는 도산기념관 건립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리고 해마다 3월 10일이 되면 도산의 추모식을 거행한다.
“1937년 수양동우회(修養同友會) 사건 때 도산 선생은 일제에 붙잡혀 취조를 받게 됐어요. 그 사건에 도산의 제자 60여 명이 잡혔기 때문이죠. 고문을 당하면서도 도산은 초인간적인 면모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12월에 병보석을 나와서 다음 해
3월 10일에 사망하시고 말았죠.”
또한 도산학회를 조직해 도산 사상에 대한 논문집도 내고 있고, 연설문이나 서신 등도 책자로 발간했다. 청소년들 대상으로는 도산 정신을 2세들에게 널리 알리자는 취지로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전개하고 있는데 매년 2000명이 넘게 참여한다고 한다. 글짓기 공모도 매년 실시하여 도산의 탄신일인 11월 3일에 시상식을 하고 있으며 미국에서 국제학술대회도 열고 있다. 그야말로 도산 안창호와 관련한 모든 것을 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멈추지 않고 살아야 멋지게 나이 든다
사업회가 하고 있는 다양한 사업들은 ‘멋지게 나이 들어가는 방법’에 대한 김 회장의 정의와 묘하게 부합되는 면이 있다. 어쩌면 그 많은 사업들을 추진하는 에너지가 바로 거기에서부터 비롯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김 회장이 말하는 ‘멋지게 나이 들어가는 방법’이란 바로 ‘뭔가를 쉬지 않고 계속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멈추면 안 되죠. 생각으로 하든 몸으로 하든, 쉬지 말아야 멋지게 나이 드는 겁니다.”
그가 말하는 멋지게 나이 드는 또 하나의 방법은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것’이다.
“도산은 사람을 좋아했어요. 그는 사람을 만나면 성의를 갖고 만나는 사람이었죠. 그렇게 나이 들어서도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게 좋습니다. 그런데 사람을 만나는 데 돈이 많이 든다고 안 만나는 사람들이 있어요. 돈이 많이 드는 걸 피하려면 공동체에 속하는 게 좋습니다.”
점점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적어질 수밖에 없는 시니어에게 커뮤니티는 삶의 중요한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김 회장은 사람 대하는 법을 간략하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라고 요약했다.
“요즘은 이메일도 있고 전화도 있고 문자도 있잖아요. 그런 도구들로 관심을 가져주고 표현하다 보면 함께 식사를 할 수도 있는 거죠.”
도산 정신이 뿌리 내리도록 전파
“도산 선생은 정말 성실하고 매사를 철저히 챙기면서도 크게 생각하신 분이었습니다. 조금이라도 그런 도산의 생활 태도를 닮아보려고 노력한 결과가 아닐까 합니다.”
자신의 일과 삶에 대해 정의하면서 김 회장은 다시 한 번 도산을 불러왔다. 사람을 키우는 일을 그 무엇보다도 중시했던 도산의 마음은 김 회장을 통해서 그대로 실천되고 있었다. 그래서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대한 김 회장의 대답은 단호하면서도 그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 자체를 응축하고 있었다.
“날 기억할 게 뭐가 있어요? 저는 앞으로도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묵묵하게 도산 사상 전파 운동을 할 것입니다.”
김재실 회장은 “1947년 사업회 출범 이래 신익희 선생이나 강영훈 전 국무총리처럼 사회적 지위와 덕망이 높으신 분들이 이끌어왔는데 부족한 제가 회장이 돼 송구스럽고, 두려움이 앞선다”고 밝혔다.
지독하게 더웠던 2016년 여름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올해도 그 끔찍한 시간이 어느새 성큼 다가왔다. 무더위를 피해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무더위의 고통에서 벗어나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곳은 의외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그것도 책과 함께 지적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공간들이, 알고 보면 근처 한 시간 거리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가까운 곳에서 ‘북캉스’로 하루 보낼 곳을 기웃거려볼까.
*북캉스: 책을 뜻하는 영어 단어 ‘북’에 ‘바캉스’를 결합시켜 만든 신조어
책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TV, 영화 등 화려한 영상 문화와 게임과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조류에 밀려 문화의 중심에서 사라진 것처럼 보였던 책이었다. 우리들에게 지금 책은 영상과 말의 과잉으로 넘쳐나는 일상을 힐링하는 촉매로서 그 역할을 되찾고 있다.
선진국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수의 도서관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 현실 속에서 일상을 힐링하는 책의 공공기능적 역할을 간파한 기업들은 너도나도 도서관을 중심으로 한 문화 공간을 세우고 있는 중이다. 덕분에 이제 젊은 시절처럼 산으로 바다로 가지 않아도 여름을 시원하게 날 수 있는 기회들이 늘어났다. 여름휴가를 떠나는 대신 도서관이나 동주민센터, 백화점 북카페, 서점 등에서 책을 읽으며 더위를 식히는 이른바 ‘북캉스’ 문화가 시니어들에게도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 곳곳에 위치한 책 향기 그윽한 서점과 강연과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복합공간의 도서관은 무더위를 식히는 도심 속 정자마루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 순화동에서 유토피아를 꿈꾸는 한길사 ‘순화동천’
책 좀 읽었다는 시니어들에게 인문학 중심 도서들을 주로 펴낸 한길사라는 출판사가 만들어내는 무게감은 각별하다. 그 한길사가 오랜 준비 끝에 지난 4월 말에 인문예술공간 ‘순화동천’의 문을 열었다. 한길사가 창업 초기 자리했던 서울 중구 순화동에 만들어진 순화동천은 3만여 권의 책이 즐비한 550평 규모의 공간이며 책 박물관, 갤러리, 강의실, 회의실, 서점으로 구성됐다.
한길사는 오래전부터 독자가 중심이 된 ‘책 놀이터’를 마련하고자 했으며 순화동의 ‘순화’와 노장사상에 나오는 이상향인 ‘동천’을 더해 ‘순화동천’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인문·예술적 삶을 지향하는 이들의 ‘평화를 순례하는 유토피아’가 되겠다는 의미다.
책 박물관은 근·현대출판문화사에 빛나는 아름다운 고서들을 전시하는 공간이다. 또한 작은 음악회를 열 수 있어 음악과 미술을 함께 즐길 수 있다. 강의실과 회의실로 사용할 수 있는 4개의 공간은 각각 ‘퍼스트아트’, ‘한나 아렌트 방’, ‘윌리엄 모리스 방’, ‘플라톤 방’으로 불린다. 전시회나 출판기념회, 8~15명이 참석하는 소규모 회의, 50~70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강연을 진행할 수 있으며 인터넷으로 접수를 받는다.
아트갤러리와 한길책방은 60m에 이르는 긴 복도로 이뤄져 있다. 복도의 한쪽 벽은 아름다운 미술 작품들이 걸린 아트갤러리로, 다른 쪽 벽은 한길사가 지난 40년 동안 펴낸 고품격 인문·예술도서가 들어찬 한길책방이다. 복도 중간에는 ‘카페뮤지엄’이 있어 커피와 함께 잠시 쉬며 책과 미술 작품을 즐길 수 있다.
◇ 도심 한복판에서 만나는 시원한 자유, 신세계 ‘별마당 도서관’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코엑스 안에 초대형 도서관이 있다? 사실이다. 신세계가 지난 5월 말에 문을 연 ‘별마당 도서관’은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열린 도서관’이다. 회원카드도 따로 없다. 오래 머물러도 된다. 음료를 가지고 와도 괜찮다. 필요한 것은 오로지 책과 함께 누릴 수 있는 자유다.
별마당 도서관은 총면적 2800㎡에 2개 층으로 구성돼 있다. 도서관 내부에는 13m 높이의 대형 서가 3개를 중심으로 소파형·계단형 등 총 200석의 의자와 책상을 배치했다. 또 은은한 간접조명을 설치해 개인 서재 분위기를 냈고, 곳곳에 콘센트와 USB 단자를 구비해 노트북과 휴대전화 충전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는 5만여 권의 장서와 600여 권의 잡지가 준비되어 있는데, 잡지 코너만 보면 국내 최대 규모다. 고객들의 도서 기증도 받고 있기에 집에 보관해둔 책을 기증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별마당 도서관은 대출은 불가능하며 열람만 가능하다. 또한 도난방지 장치가 없다. 도서관과 쇼핑몰 사이에 출입구가 따로 없이 사방으로 열려 있는 구조이지만, 도난경보기 등을 설치하지 않았다. 그 자체로 사람의 마음을 믿는 구조다.
별마당 도서관은 문화와 휴식을 갖춘 열린 도서관을 찾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어 도서관이 지역 상권 발전을 이끌 수 있는 시설이라고 판단해 만들어졌다. 별마당 도서관의 모델은 인구 5만 명의 소도시인 일본 다케오 시의 ‘다케오 시립 도서관’이다. 다케오 시립 도서관은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는 열린 도서관 콘셉트로 2013년에 리뉴얼한 이후 연간 10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 키덜트 겨냥한 예스24 ‘홍대던전’
인터넷 서점들의 오프라인 서점 진출이 줄을 잇고 있다. 그동안 인터넷 서점들이 오프라인 거점을 주로 중고서점 중심으로 만든 것과는 달리, 예스24는 콘셉트 서점을 기획해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에 서브컬처(하위문화) 복합문화공간인 ‘홍대던전’을 열었다.
홍대던전은 청소년에서 키덜트까지를 주 고객으로 하는 라이트노벨(가벼운 느낌의 장르소설)·애니메이션·게임 등 ‘서브컬처’ 맞춤문화공간을 지향한다. 5월에 문을 연 예스24 중고서점 홍대점과 아래위층으로 연결돼 있다. ‘홍대던전’에는 누구나 무료로 라이트노벨을 읽을 수 있는 열람공간, 피규어와 퍼즐 등 캐릭터 상품과 코스프레 전문용품을 모아둔 판매공간, 애니메이션과 게임 속 메뉴를 모티브로 한 음식을 판매하는 매점 등이 마련되어 있다.
◇ 지적 세계로의 여행 ‘현대카드 라이브러리’
현대카드는 ‘혁신’을 기업 이미지로 삼으면서 아날로그와의 적극적인 결합을 꾸준히 지향했다. 서울 도심의 네 곳에 각각의 특색을 가지고 세워진 ‘현대카드 라이브러리’는 아날로그의 대표적 콘텐츠인 책에 주목한 현대카드의 또 다른 실험이다. 공연과 문화공간 등을 통해 컬처 브랜딩의 선두주자로 각인된 현대카드에서 책을 통해 지적 브랜딩의 출발점을 잡은 것이다.
가회동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에는 디자인 서적들이, 이태원 ‘뮤직 라이브러리’에는 음악 관련 서적들이 있다. 뮤직 라이브러리에는 책과 함께 1950년대 이후에 나온 1만여 장에 달하는 엄청난 수의 LP들이 구비되어 있어서 LP를 통한 음악의 역사를 직접 체험하게 하고 있다. 심지어 계속 업데이트하는 중이다. 신사동 ‘쿠킹 라이브러리’는 음식 관련 서적들이 중심이 되어 구성되어 있다. 재료 카드를 사면 현장에서 요리도 가능하다고 한다. 청담동 ‘트래블 라이브러리’는 독서를 여행과 동일하다고 여기고 1만5000여 권에 달하는 여행 관련 서적들뿐만 아니라 책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문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는 여행을 ‘일상의 경계를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모든 형태의 지적 활동’으로 정의했기 때문이다.
◇ 사회취약 계층과 함께하는 ‘네이버 라이브러리’
분당구 정자동의 네이버 사옥 로비에 자리한 네이버 라이브러리는 도서관, 서점, 북카페를 결합시켜 책이 있는 공간의 장점들을 모두 경험하도록 하는 데 목적을 뒀다. 디자인과 IT에 특화된 네이버 라이브러리는 디자인 장서 1만7000여 권, IT 장서 7000여 권, 전 세계의 전문 백과사전 1300여 권, 국내외 잡지 250여 종이 준비되어 있다. IT 기업이 운영하는 도서관이라는 특색을 살리면서 개인이 구매하기에는 상대적으로 비싼 디자인과 IT 분야의 책들을 접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공간을 최대한 이용하는 것보다는 사람들이 책을 고르기 쉽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일반적인 도서관들과는 달리 ‘절대 정숙’ 문화가 아닌 대화하고 토론하는 도서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네이버 라이브러리는 네이버의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성격을 살리기 위해 사회취약 계층과 함께 운영되고 있다. 사서는 시니어들이 맡고 있으며 안에 위치한 카페는 발달장애인의 일터를 만드는 회사 베어베터와 함께 운영되며 지적장애나 자폐를 가진 청년들이 커피를 만든다.
◇ 도심 속 한옥 도서관 ‘청운문학도서관’
종로구 청운동, 인왕산 자락에 위치한 청운문학도서관은 종로구에서 16번째로 만들어진 도서관이자 최초로 한옥으로 만들어진 공공 도서관이다. 지붕은 전통 방식의 수제 기와를 사용했고 담 위에 얹은 기와는 돈의문 뉴타운 지역에서 철거된 한옥의 기와 3000여 장을 가져와 사용했다. 그야말로 전통 한옥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건물이다.
청운문학도서관 1층은 한옥이며 지하는 반지하식 양옥 건물이다. 1층에서는 시, 문학 창작교실, 문화예술교육, 인문학 콘서트 등이 열린다. 지하층은 시, 소설, 수필 위주의 문학 도서를 만날 수 있는 자료실과 책을 읽을 수 있는 열람실이 있다. 또한 온돌식 독서공간도 마련되어 한옥 도서관이라는 콘셉트를 충실하게 살리고 있다. 물론 여름에는 에어컨을 통해시원하게 유지된다고 하니 냉방은 합리적인 현대기술을 이용했겠다.
도서관 같은 서점 인터파크 ‘북파크’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2, 3층 총 2000㎡ 공간에 자리 잡은 ‘북파크’는 북카페나 도서관처럼 이용할 수 있는 서점이다. 50여 개의 테이블과 200여 개의 의자, 앉아서 책 읽기가 가능한 계단 등이 마련돼 있다. 독서공간의 분위기도 다락방 스타일, 테라스 스타일, 응접실 스타일 등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고를 수 있다. 또 계단 밑이나 서가 뒤 숨은 공간에서 아늑한 분위기를 즐기며 책을 읽을 수도 있다. 어린이책 코너 부근에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 뒹굴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일곱 곳이나 있다. ‘보신 책은 북박스에 넣어주시면 직원이 정리한다’는 안내문구까지 있으니, 책의 구매 여부에 전혀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서점이다.
북파크는 인터파크의 과학재단인 카오스재단이 2016년 12월에 문을 열었다. 카오스재단의 설립 목적인 ‘과학의 대중화와 과학지식의 공유’ 취지에 맞춰 총 10만여 권의 보유 서적 중 절반 정도가 과학 관련 책이다. 서점 안에는 35석 규모의 다윈룸과 8석 규모의 뉴턴룸 등 모임 장소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북파크는 이태원이나 경리단길 유명 맛집과 가깝고 공연장이 같은 건물에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다. 여름방학이 되면 손주 손을 잡고 다녀와도 좋겠다.
이밖에도 CJ CGV와 쉐라톤워커힐 호텔도 도서관을 만들었다. 금융계에서도 KEB 하나은행 본점인 을지로 사옥에도 도서관이 들어설 예정이고 대신증권도 명동 사옥에 도서관을 열었다. 기업들이 앞다퉈 사회공헌 차원에서 도서관을 개장하고 있다는 증거들이다.
과거에는 한 노인의 죽음을 도서관 하나가 없어지는 것에 비유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식의 총량이 매일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막대하게 늘어나고 있다. 때문에 인생 경륜을 어설프게 드러내는 것은 자칫 뭘 모르면서 꼰대 노릇하는 걸로 비치기 십상인 세상이 됐다.
나이 듦에 따라 정신과 지식의 세계도 변모하기에 품위 있게 늙는 일은 중요하다. 문화지성인으로서의 비움과 채움이 필요한 시니어에게 도서관은 여전히 매력적인 공간이자 여행지다. 다시 찾아온 무더운 여름, 어디를 갈까 고민 말고 가까운 도서관에 놀러 가보자.
‘글을 잘 쓰는 패션 디자이너’
필자의 후반생 꿈이다.
2012년 퇴직한 후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봤다. 패션 디자인, 패션 모델, 발레와 왈츠 그리고 탱고 배우기, 영어회화, 서유럽 여행하기, 좋은 수필 쓰기, 오페라와 발레 감상하기, 인문학 공부하기 등 많기도 했다. 사람이 살아갈 때 무엇이 중요할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필자는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선생님이 되어 30여 년을 정말 즐겁고 행복하게 일했다. 퇴직을 했어도 공무원 연금이 나와 최소한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다. 우리나라 노인들의 빈곤은 정말 심각하단다. 절반이 빈곤층이라고 한다. 그래도 필자는 평생 원하던 일을 하고 퇴직 후에는 최소한의 생활까지 보장이 되니 이처럼 다행스런 일이 없다. 지금부터는 필자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며 살 수 있는 것이다.
인문학 공부는 주로 집에서 한국방송 통신대 강의를 통해 충족한다. 요일별로 국문학과 철학, 역사와 서유럽 문화기행, 패션 일러스트레이션 등의 강의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한창 자랄 때는 공부를 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교육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의지만 있다면 TV와 인터넷 그리고 서울 각 구의 문화원에서 무료로 혹은 가성비 높은 비용으로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다. TV를 바보상자라면서 멀리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필자는 제자들에게 ‘정보의 바다’라고 표현했다. 인터넷에서 전복을 구하느냐 미역을 건져 올리느냐는 매체를 이용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요즘엔 방송대 강의도 그렇고 교양 프로그램과 양질의 다큐멘터리 등 좋은 콘텐츠가 넘쳐난다. 방송대 강의가 너무 재밌어서 외출을 못할 때도 있을 정도다.
호기심을 가지고 탐구하는 의욕에는 세월도 못 당한다. 필자는 퇴직 후 제일 먼저 강남 라사라 학원에 등록했다. 패션디자인 공부를 하기 위해서였다. 어릴 때 선생님 다음으로 하고 싶었던 것이 패션디자인이었다. 이곳에서 패션디자인 과정 초급 3개월, 중급 3개월을 마치고 서울시 창업스쿨에서 2개월간의 패션디자인 과정을 수료했다. 패션에 대한 열정은 아마 평생 가지고 가게 될 것 같다. 발레는 어려서부터 필자의 로망이었기에 패션디자인 과정을 마친 후 바로 시작했다. 아름다운 선율에 맞춰 발레를 할 때마다 얼마나 큰 행복을 느끼는지 모른다. 발레가 어린 시절의 로망을 실현시켜주는 취미 정도라면 왈츠와 탱고는 능숙하게 아주 멋들어지게 추고 싶다. 운동할 때는 인내심을 요구하지만 왈츠와 탱고를 출 때는 어느새 끝나는 시간이 되곤 한다. 건강을 위해, 바른 자세를 위해, 힐링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춤이라고 생각한다. 스웨덴에서는 팔십이 넘은 노인들도 발레를 한다. 노인분들의 표정이 참 행복해 보인다.
서초문화원에서는 수필을 잘 쓰기 위한 수업을 받고 있으며 한국시니어블로거협회에서 기자단으로 활동하며 쓴 글이 96편이 될 정도로 글쓰기가 생활화되어 있다. 틈틈이 압구정역에 있는 무지크 바움에 가는 것도 잊지 않는다. 몇 해 전에는 강남시니어플라자의 모델워킹반에도 등록했다. 주 1회 모델워킹을 연습하고 있다. 2년 동안 패션쇼도 다섯 번 했다. 개성 강한 동료들의 기상천외한 옷차림을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옷차림은 전략이고, 옷 입는 것도 일종의 예술 행위’다. 기왕이면 예쁘게 입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장 훌륭한 액세서리는 젊음이다. 젊은이들을 값싼 옷을 입어도 예쁘지만 나이 들면 옷차림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물기 빠진 피부에 옷차림까지 추레하면 볼품이 없기 때문이다.
녹화가 있는 토요일은 될 수 있으면 여의도로 간다. 서포터즈로 활동하기 때문이다. 5포세대, 혼밥, 실업문제, 4차 산업혁명 등 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다루며 그 해결책을 모색하는 프로그램이다. 메인 브로드캐스터가 강연한 후 미래참여단 서포터즈들이 질문하는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장에서 녹화에 참여하면 더 생생한 공부가 된다. 20대 젊은이에서 70대 시니어까지 다양한 세대와의 만남도 즐거움 중 하나다. 주 2회는 한국시니어블로거협회에서 주관하는 서울 둘레길 걷기에 참여한다. 둘레길 걷기는 주 3회 30분 이상 운동을 해야 하는 시니어들에게 유익한 프로그램이다.
‘배움이 이어지면 기회가 이어진다’고들 한다. 지금 같아서는 지구촌에서의 시간이 끝날 때까지 배움에 대한 열정이 식을 것 같지 않다.
이래도 되는 거야?
삶이 이렇게 재밌어도 되는 거냐고요!
어제는 너무 좋아서 기절하는 줄 알았다. 올해 4월부터 활동하게 된 온․오프라인 잡지 에 필자 글이 실렸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온라인에만 꾸준히 실렸는데 잡지사에서 정해준 주제 ‘으이구! 주책이야!’에 맞춰 쓴 글 ‘교재를 망가트려 죄송합니다’가 7월호에 실린 것이다. 제시한 주제에 맞춰 처음 써낸 글이었다.
'사람을 사귐에 있어 버릴 건 버리고 취할 건 취한다.‘ 사람을 너무 좋아하는 필자가 가지고 있는 철학이다. 에서 주관한 시니어 헬스 콘서트에 필자와 함께 온 사람들은 대부분 필자 스타일을 좋아하는 여성과 남성들이다. 모두들 성격이 활발하고 적극적인 분들이다. 하는 일도 인터넷 기자, 사회복지사, 공예가, 모델, 시인, 수필가, 교수 등 다양하다. 서초문화원 문화기행 프로그램에서 만난 분도 있고 동대문 제일평화시장 구두매장에서 필자 스타일에 필이 꽂혀 인연을 맺게 된 분도 있다.
평택여고에 재직할 때 필자는 제자들에게 말했다. “사람을 대할 때는 정성껏 대하라. 그 사람이 나와 어떤 인연으로 맺어질지 모른다.” 서둔야학 단톡방, 서민동 단톡방, 서울시 낭송회 시음 단톡방, 왈츠 단톡방, 명견만리 서포터즈 단톡방, 꿈방송 단톡방, 뉴시니어 리더스포럼21 단톡방, 강남시니어프라자 해피미디어단 단톡방, 모델워킹 단톡방, 서리풀 문학회 단톡방, 오페라 동호회 모임, 한국시니어블로거협회 친구들 등 단체회원 단톡방만 해도 만만치 않은 인적 네트워크다. 살아보니 사람이 가장 큰 재산이다. 2년 전 메르스 사태로 KBS 시사교양 프로그램 에서 녹화에 참여할 사람을 모집하느라 고심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 필자가 강남시니어플라자에서 모델워킹하는 동료들과 해피미디어단 회원들을 왕창 모시고 갔다. 담당 PD가 얼마나 고마워했는지 모른다.
필자는 바람잡이 역할을 즐긴다. 한국시니어블로거협회에서 행사를 할 때는 담당 PD를 초대해 분위기를 조성했다. 필자는 사람들이 서로 만나 각자의 재능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을 좋아한다. 시니어 헬스 콘서트에 참석한 분들도 너무 재밌었다고 상기된 표정으로 필자에게 말했다. 다음 행사에도 초대해주기를 바란다면서. 아자아자! 이런 것이 바로 윈윈이다.
날개를 달아준 에 감사해하며 오늘도 필자는 저 푸른 하늘을 향해서 힘차게 날갯짓을 한다. 지금 필자의 삶은 글자 그대로 '브라보 마이 라이프'다. 이런 삶이 수어지교다.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한 기쁨!
따봉, 원더풀!
은퇴한 시니어들이 가장 많이 찾는 취미 중 하나는 사진이다. 경제개발이 한창이던 1970~80년대 장롱 속 깊숙이 모셔두었던 은색 니콘은 지금은 은퇴자가 된 시니어들의 로망이었다. SNS가 발달하면서 사진은 이제 개인 생활을 기록하는 도구가 됐고, 가벼운 외출이나 여행을 할 때 좋은 정보를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사진을 찍다 보면 다른 욕구가 생긴다. 좀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인정받고 싶은 사진을 찍고 싶다. 막연한 바람은 아니다. 스톡사진의 세계를 이해하면 그 바람을 이룰 수도 있다.
스톡(stock)사진이란 무엇일까? 간단히 말하면 우리가 평상시 보고 읽는 모든 것의 재료로 사용되는 유료 사진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온라인에 올라가 있는 블로그의 외국인 사진이나 신문 지면광고 속 아름다운 자연 배경, 잡지 기사의 맛있어 보이는 음식 등 우리가 만나는 사진 중 상당수는 유료로 판매하는 것을 사서 쓰는 경우가 많다. 물론 지금 독자들이 읽고 있는 도 스톡사진 업체와 공식 계약을 맺고 유료 사진을 활용하고 있다.
왜 사진이 팔릴까
보통 팔리는 사진은 갤러리의 액자 속 사진이라고 상상하지만 실제로 팔리는 사진들은 ‘작품’이 아닌 것이 많다. 즉 구매자가 필요로 하는 주제가 있기 때문에 용도에 따라 구매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신문이나 잡지 같은 매체는 별도의 사진기자를 두고 필요한 사진을 필요할 때마다 촬영해 쓰지만, 모든 사진을 일일이 촬영하는 것은 어렵다. 예를 들어 스테이크 사진이 필요하다고 날고기를 사와 요리를 한다든가, 저 멀리 북아프리카 모로코 사진 한 장이 필요하다고 해서 사진기자를 비행기에 태워 보내 직접 찍어오게 할 수는 없다.
장소의 제약뿐만 아니라 시간적 제약도 문제가 된다. 여름에 겨울 사진이 필요하다든가, 얼마 전 지진으로 무너진 성당 사진이 필요한데 갖고 있지 않다면 판매용 사진을 사서 써야 한다. 별도의 사진기자가 없는 작은 매체나 개인 역시 저작권법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스톡사진을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광고사진도 역시 초상권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스톡사진을 쓰는 경우가 많다. 모델과 별도의 계약 없이 저렴한 가격으로 손쉽게 사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박’을 친 스타 작가도 적지 않아
스톡사진 업계에서 소위 ‘대박’을 친 대표적인 사진작가는 유리 아커스(Yuri Arcurs)다. 덴마크인인 그는 2005년에 스톡사진을 시작해 연매출 20억원 정도를 올리는 스타 작가가 됐다.
이 밖에 특정 주제의 사진들로 큰돈을 버는 작가들도 있다. 예를 들어 나뭇잎만 전문적으로 찍어 올리는 작가가 있는가 하면, 각종 그래프를 일러스트로 창작해 큰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이런 종류의 사진은 경제신문이나 주간 경제지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미지다.
스톡사진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사진작가들이 올리는 사진의 주제가 대부분 명확하다. 전문성이 확보되면 사진의 품질을 올리기도 하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다양한 주제를 소화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유사한 주제를 다룰 경우 그 작가의 작품을 먼저 찾는 ‘단골’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사진을 취미로 하는 시니어들이 스톡사진 작가라는 직업을 노려볼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니어들은 대부분 은퇴 전까지 특정 분야에서 수십 년간 일한 전문가들이다. 전문적인 시설이나 장소에 접근하기도 용이하고, 어떤 것들이 가치가 있는지도 금세 파악할 수 있다. 또 일반 사진가들은 엄두를 못 내는 촬영 협조도 쉽게 받아낼 수 있다.
스톡사진 작가가 되는 방법은?
스톡사진 작가가 되려면 일종의 심사를 위한 사진 작품집(포트폴리오)을 기본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이는 스톡사진 업체마다 차이가 있는데, 일부 업체의 경우는 작가 등록 과정에서 100장의 사진을 요구하기도 하고, 회원가입만 하면 바로 사진 업로드가 가능한 업체도 있다. 전문가들은 스톡사진 심사용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떤 주제를 다루는 게 좋을지, 업체를 어디로 선정하는 게 자신에게 유리할지 심사숙고하라고 조언한다.
스톡사진 업체는 일반적으로 매크로 사이트와 마이크로 사이트로 나뉜다. 매크로는 독점적 권한을 갖는 사진만 취급하는 업체들인 반면, 마이크로 사이트의 사진들은 다른 업체에서도 볼 수 있다. 작가 입장에선 여러 사이트에 사진을 팔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각 업체의 제도와 약관 등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외국 업체들도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해 일부 스톡사진 사이트는 번역 없이 계약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수익은 계약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매크로 사이트의 경우는 50%까지 수익 배분을 보장해주기도 하지만, 비독점 작가들을 상대로 하는 사이트의 수익 배분은 15%까지 떨어지기도 한다. 사진이 판매되는 비용도 제각각이다. 매크로 사이트의 경우 사진 가격은 500달러까지 올라가지만, 마이크로 사이트의 사진가격은 10달러 내외가 일반적이다.
따라서 한 업체를 통해 큰 물고기를 잡을 것인지 여러 업체를 통해 작은 물고기를 많이 잡을 것인지는 각자가 판단해서 결정할 일이다. 해외에는 여러 업체에 한꺼번에 사진을 올려주는 picWorkflow 같은 프로그램과 각 업체에서의 수익 관리를 도와주는 Stockperformer.com과 같은 사이트가 인기를 끌 정도로 활성화되어 있다.
어떤 사진을 찍어야 하나?
어떤 종류의 사진을 어떻게 찍어야 할지 고민이 된다면 대표적인 스톡사진 사이트를 둘러보라. 인쇄물의 배경으로 많이 쓰이는 잔디 사진 같은 자연을 소재로 한 사진에서부터 명함을 들고 있는 비즈니스맨, 청진기를 들고 있는 의사 같은 인물사진, 특정 장소와 위치를 보여주는 사진 등 그 종류는 무척 다양하다.
이 중 자신이 자주 접할 수 있는 혹은 자신 있는 분야의 주제를 정한 뒤 기존 작가의 작품들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즉 매체나 광고주, 디자이너들이 좋아할 만한 사진들은 어떤 형태를 띠고 있고, 배경은 어떻게 처리를 하는지 등을 참고해 작품활동을 해나가라는 조언이다.
사진 촬영을 할 때 주의해야 할 점 중 하나는 사진 구매 고객을 한국인으로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상당수 스톡사진 업체들은 전 세계의 매체들과 광고기획사, 출판사 등을 고객으로 상대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한국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안 된다. 또 인물사진의 경우는 모델이 초상권을 허락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동의서 같은 문서를 반드시 받아놔야 판매가 가능하다.
사진 품질에 대해서는 큰 부담 가질 필요가 없다. 광고 제작사를 주요 고객으로 하는 스톡사진 업체들은 고품질의 사진만을 요구하지만 꼭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일반적인 DSLR 카메라가 소화할 수 있는 정도의 품질만으로 충분하다. 고객이 원하는 주제가 담겨 있는 사진이라면 명암이나 밝기 등 간단한 보정만으로도 충분히 팔릴 수 있다.
물론 전문가들은 적어도 6개월 정도는 팔리지 않을 것도 각오하고 처음부터 높은 소득을 기대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또 꾸준히 작품을 올리는 것이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비결이라고 귀띔한다.
과거를 회상해보자. 잠깐 집을 비운 사이 유치원 딸아이가 엄마의 하이힐을 신고 있는 모습을 본 적 있지 않은가? 혹은 말도 안 되는 치장과 메이크업을 하고 빤히 서로를 바라봤던 일 없는가? 그래서 준비했다. 오래전 당신의 옷장과 화장대가 딸에게 점령당했다면 이번에는 반대다. 대신 딸이 아닌 에디터의 옷장 문을 열었다. 봄바람 살살 부는 3월, 한흥옥(66) 동년기자가 과감히 도전했다. 권지현 기자 모델 한흥옥 동년기자 스타일리스트 이미경
◇ 변신 전
2월 초, 날씨가 풀리지 않은 탓에 한흥옥 동년기자는 니트 모자에 두꺼운 패딩 코트 그 안에 또 패딩 점퍼를 입고 나타났다. 말 그대로 그냥 나왔다.
“10년간 보험 영업을 했어요. 상속·증여 관련한 보험을 다뤘어요. 오십이 넘어서 직장생활을 했기 때문에 내 고객들은 CEO가 많았어요. 길을 가다가 ‘아! 그 사람을 만나러 가야지’ 하다가도 옷차림이 별로이면 가지 않았습니다. 몇백짜리 옷을 입은 것 아니지만 정장을 제대로 갖춰 입고 다녔습니다. 상대에 따라서 옷은 바꿔 입어야 해요. 특히 큰돈이 들어가는 상속·증여 보험이니 고객 분위기가 다를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일을 그만두고 나서는 정장을 입을 일이 이젠 없습니다.”
◇ 변신 후
“정말 재밌었어요. 옷을 바꿔 입으면서 내가 변신한다는 것. 사진이 나오면 깜짝 놀랄 것 같아요. 특별한 옷을 입게 해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제가 언제 또 이런 옷을 입어보겠어요? 재밌을 거 같아요. 내 주변 사람들 반응이 너무 궁금해요.”
“신발이 문제였어요. 중심을 잡을 수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꿈은 이뤄진다는 게 맞는 말 같아요. 제가 매일 킬힐 한 번 신어보고 싶다고 했는데 그날이 바로 오늘이네요.”
“제 삶의 모토가 ‘지금 이 시간에 행복하자’입니다. 잡지사에서 왜 나한테 전화를 했을까? 내가 ‘노(No)’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왜 내가 ‘노’를 해야 하지? 하면 어때? 내가 해보고 싶고, 내가 궁금한 건데? 이게 시니어가 되니까 가능한 생각인 것 같아요. 오늘 너무 행복해요. 잃어버렸던 빛을 찾은 느낌입니다. 잘 노는 시니어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창덕궁 후원에 부용지라는 연못이 있다. 거기 갈 때마다 흐뭇한 추억에 잠긴다. 연못가에 큰 단풍나무가 한 그루 있다. 거기 올라가 찍은 사진이 필자 인생에서 큰 추억을 남기게 되었다.
1972년 대학교 사진반에서 활동할 때의 일이다. 창덕궁 후원에서 전국의 프로 아마추어가 모두 참가하는 ‘전국 사진 촬영대회’가 있었다. 필자의 집에서는 필자가 사진 활동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예술 사진을 찍을만한 카메라도 없었다. ‘미놀타 하이매틱’이라는 2안리플렉스 카메라로 기념사진이나 찍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예술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주제를 제외한 배경은 흐리게 찍히게 하는 아웃 포커스 효과가 있는 일안 리플렉스 카메라는 필수였다. 후배가 일안리플렉스 니콘 카메라를 가지고 있었는데 내가 필름을 한 통 사주고 절반씩 찍기로 했다. 오전에는 광선 조건이 안 좋기 때문에 오후 측광이 들어 올 때까지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윽고 측광이 되는 오후 4시쯤 되자 후배의 카메라를 들고 어슬렁어슬렁 연못가로 갔다. 마침 한복을 입고 부채춤을 추는 여인들이 있어 피사체로 잡았다. 한복도 아름답고 춤추는 모습은 더 아름다웠다. 사진은 물에 비친 모습이 있으면 더 아름답다. 이것을 모두 한 커트로 잡아 셔터를 눌렀는데 3장에서 멈췄다. 그 당시 필름은 100피트 필름을 암실에서 20장으로 잘라 파는 형식이었는데 간혹 자투리에 걸리면 그런 일이 있었다. 후배는 정확히 먼저 10장만 찍었다.
인화를 해보니 단 3장의 사진이었지만, 왠지 큰일을 낼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당시 유명 상업사진가로 이름을 떨치던 고문 선생님에게 보여드렸다. 그러나 하루 종일 술만 마시다가 겨우 3장밖에 못 찍었다는 것에 대해 큰 질책을 당했다. 사진 예술을 대하는 자세가 불량하다는 것이었다. 필자가 자신 있게 내 보인 사진도 혹평을 받았다.
그러나 이상한 예감 같은 것이 느껴져 일단 사진을 대회 주최 측에 필자 임의대로 접수시켰다. 고문 선생님도 당연히 여러 작품을 접수시켰다.
심사 발표 며칠 전 다른 촬영대회 입상작을 전시한 사진전시회에 갔었다. 그때 대상작이 필자가 찍은 사진과 거의 유사했다. 장소와 모델, 그리고 화면 구성이 거의 비슷해서 놀랐다.
드디어 심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필자 작품이 당당히 입상한 것이다. 고문 선생님은 여러 작품을 냈는데 한 편도 입상을 못했다. 묘한 기분이었다. 입장이 ‘청출어람’이라 하기에는 난처했다.
이 작품은 1979년 미국은행(Bank of America) 재직 중에 다시 한 번 큰일을 냈다. 당시 미국은행 본사에서 월간으로 사내보가 나왔다. 전 세계 미국은행 직원들을 대상으로 사진 콘테스트가 있어 이 작품으로 응모했다. 꿈에 내 작품이 표지사진에 실린 것이 보였다. 출근하자마자 지점장이 불러 갔더니 잡지 표지사진에 내 사진이 실려 있는 것이었다. 꿈과 현실이 딱 맞은 것이 처음이다. 이 일로 당시 사내 결혼을 목표로 연애 중이던 아내가 처가에 알리고 장인어른이 필자에게 당시 50만원을 주며 카메라를 사도록 했다. 그 돈으로 니콘 FM을 샀다. 꿈에 그리던 일안리플렉스 카메라를 갖게 된 것이다.
2017년 붉은 닭의 해 정유년이 밝았다. 어수선하고 복잡했던 일들이 올해는 꼭 정리되고 치유됐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그렇다면 우리 시니어 세대의 마음은 어떨까? 새해를 여는 시니어들의 마음도 한번 열어보았다.
취재협조 강남시니어플라자
은막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 서임철(서대문구 홍은동·76)
저는 시니어 배우입니다. 서울노인영화제에 제가 출연한 작품이 출품된 적도 있어요. 연극부에서 회장을 맡고 있는데 활동이 좀 더 활기찼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단원이 열일곱 명인데 올해는 좀 더 성숙해진 모습으로 각 지역 노인대학이나 단체를 방문해 공연 봉사를 하고 싶어요. 노인 연기자를 위해 정부 차원의 문화 관련 분야 지원이 늘었으면 해요. 제가 노후에 쓸모없는 사람이 될까봐 굉장히 걱정을 많이 했는데 연기생활을 하면서 조금이라도 사회에 보탬이 되는 느낌입니다. 개인적인 소망은 영화 주인공을 꼭 한번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오디션도 열심히 보고 있어요.
난타 여왕을 꿈꾼다! 윤상민(강남구 개포동·66)
작년 8월부터 난타를 시작했어요. 10월에는 재능기부 공연도 했고요. 아직 미흡하지만 열심히 배워서 전문 공연자만큼 난타를 잘하고 싶어요. 왕성하게 더 열심히 하고 싶어요. 일어 공부도 시작했어요. 완벽하게 잘하고 싶어서 올해는 더 열중해서 공부를 해볼 생각입니다.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길 바랍니다.
2017년 나는 댄싱퀸 문혜경(강남구 청담동·69)
젊을 때는 운동도 많이 했는데 10년 정도 안 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한 4~5년 전부터 많이 아팠어요. 혈압, 신장, 부정맥 이런 걸로요. 아프면서 버킷리스트를 한번 써야겠다 생각했죠. 그중에 무용을 좀 배우고 싶었습니다. 우선 라인댄스를 배웠어요. 시작한 지는 1년 정도 됐는데 너무 좋아요. 올해는 차밍댄스도 하고 고전무용에도 도전할 겁니다. 줌바댄스도 할 거예요. 신나는 음악에 다양한 스텝과 세련된 춤 동작이 멋진 것 같아요. 무엇보다 춤을 추면 마음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되더라고요.
시니어 모델 콘테스트 대상에 도전한다! 남궁유선 (강남구 방배동·69)
즐겁고 재밌게 사는 것이 소망 아닐까요? 더 늙기 전에 예쁜 모습을 남기고 싶어서 시니어 워킹을 배우고 있어요. 어렸을 때 못했던 것이기 때문에 지금 하고 있어요. 사는 것에 급급했고 아이들 키우느라 나를 돌볼 시간이 없었어요.
다 끝났으니까 이제 열심히 나를 위하면서 행복하게 잘 살고 싶어요. 제 꿈은 시니어 모델 콘테스트에 나가는 것입니다. 물론 입상하면 좋겠어요. 올해 도전하려고 합니다.
딸? 결혼하면 안 되겠니? 구신자(관악구 삼성동·70)
제가 허리가 많이 아픈데 치료 꾸준히 받고 더 자연스러워졌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우리 딸이 올드미스예요. 마흔셋인데 시집을 안 가요. 시집 좀 갔으면 해요. 그런데 딸은 이대로가 좋다고 하네요. 굳이 등 떠밀고 싶지는 않아요. 혼자 사는 게 행복하다면 말입니다. 제가 강남 시니어 모델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2014년부터 TV, 신문, 잡지에 많이 나왔어요. 한 걸음씩 내딛고 있는데 욕심이라면 일인자는 아니더라도 내 이름 석 자가 알려지는 한 해가 되면 좋겠습니다.
부드러운 글 쓰는 남자 기대해요! 송영섭 (경기도 용인시 영덕동·72)
우선 풍전등화 같은 우리나라가 빨리 안정을 되찾고 바람직한 지도자도 뽑고 평화통일이 되면 좋겠습니다. 평화통일의 여건을 만드는 것이 제 소망입니다. 외교통일 분야에서 공직생활을 30여 년 했어요. 국제정치나 남북통일에 관한 책도 내고 논문도 많이 썼습니다. 올해는 수필 같은 부드러운 글을 쓰고 싶습니다. 그동안 유머와 관련한 책을 두어 번 낸 적은 있어요. 또 제가 한국검도협회 고문으로 있는데, 기 수련에 관련한 책도 출판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거 다 떠나서 순수한 삶의 철학이 담긴 수필을 쓰고 싶습니다.
화려한 외출은 이제부터다! 한명희(강남구 역삼동·62)
연극을 시작한 지는 몇 개월 안 됐어요. 그래도 제가 만족할 수 있는 연기를 해봤으면 좋겠어요. 그전에는 주부였어요. 그러다가 환갑이 지나 나를 위해 산 적이 없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우울해하고 있을 때 친구가 연극을 권하더군요. 연극이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어요. 완전 초보자인데 주연이셨던 분이 안 나오시면서 얼떨결에 주인공이 됐습니다. 지금 연기에 푹 빠져 있어요. 바람이 있다면 시인으로 등단을 하는 거예요. 선생님이 비전이 있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가족들이 제가 하는 활동을 인정해줬으면 해요. 우선 가족한테 칭찬을 듣고 싶어요. 제2인생에서 다시 청춘인데 제가 집에만 있으면 되겠어요? 어느 날 외출을 하고 보니 화려한 외출이었어요.첫 공연 때 가족을 초대할 겁니다. 장한 나를 보여주고 잘했다는 소리를 꼭 들을 거예요.
발길 닫는 대로 떠나는 해가 됐으면… 이주현(중랑구 중화동·72)
남편 병간호를 14년 동안 하면서 저도 허리 수술을 두 번 했습니다. 운동을 할 수 있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데 의사 선생님이 소리 지르고 두들기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요즘 춤이랑 사물놀이를 배우고 있어요. 힐링도 되고 자세 교정에도 도움이 됩니다. 사실 제가 자세가 좀 엉거주춤하거든요. 불량한 자세로 앉아 있다가도 무용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해주신 말씀이 생각나면 자세를 다시 잡아요. 올해는 혼자 여행을 가고 싶어요. 남편을 챙겨야 했고 저도 아팠기 때문에 여행을 많이 못 다녔어요. 국내 여행도 많이 못해봤는데, 더 늦기 전에 제주 올레길을 걸어볼까 합니다. 혹시 여유가 생기면 유럽 여행도 꿈꿔 보려고요. 그러나 꿈으로 끝날 거 같아요. 허리가 아파서 비행기를 오래 못 타거든요.
우디 앨런의 영화는 철저히 우디의, 우디에 의한, 우디를 위한 영화다. 홍상수가 늘 비슷비슷한 자기 스타일의 영화를 만들고 그런 줄 알면서도 팬들이 그의 새 영화를 기다리듯 우디 앨런도 그렇다. ‘관객주의(위주)’가 아닌 ‘감독주의(위주)’ 영화인데도 팬들은 늘 그의 영화를 기다린다.
이번에 개봉한 는 우디 앨런의 47번째 영화이고, 14번째로 칸 영화제에 초청된 영화다. 정말 꾸준한 창작욕이고 꾸준한 수준작이다. 전반기 작품이 삶에 대한 야유와 조롱과 도전이었다면, 후반기 작품들에서는 인생에 대한 깊은 관조가 느껴진다. 영화를 보며 박인환의 시 의 한 구절이 생각났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영화는 1930년대의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평소 할리우드를 동경하던 뉴욕 청년 바비(제시 아이젠버그)는 영화사 거물인 삼촌 필(스티브 카렐)을 찾아 LA로 온다. 필은 바비에게 할리우드 관광 가이드로 자신의 비서인 보니(크리스틴 스튜어트)를 소개해주고 바비는 그녀를 보자마자 첫눈에 반한다.
둘은 할리우드를 누비고 다니며 1930년대를 풍미하던 유명 배우들과 그들의 저택들을 구경한다. 이 장면들에서 슬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전작인 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전작이 ‘시간 이동’이라면 이 작품은 ‘공간 이동’이다. 지나간 시절과 인물들을 만나는 게 우디의 새로운 취미가 된 셈이다. 회고 취미가 생긴다는 건 늙는다는 증거다.
보니에게 금지된 사랑의 상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영화의 호흡은 빨라진다. 더구나 그 상대가 바로 삼촌 필이라니. 보니는 필을 선택하고 바비는 할리우드 이면의 추악함에 대한 환멸과 이별의 충격으로 뉴욕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형의 도움으로 나이트클럽 매니저가 되고 새로운 상류사회를 맛본다.
특유의 사교성으로 큰 성공을 거둔 바비는 비로소 그들만의 리그인 상류사회 ‘카페 소사이어티’의 일원이 된다. 그곳에서 우연히 보니와 같은 이름의 모델 베로니카(블레이크 라이블리)를 만나 결혼하고 아이도 낳는다.
사실 이런 스토리는 흔한 삼각관계의 구조를 보인다. 별로 새롭지 않다. 그러니까 이 영화의 매력은 스토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영화 곳곳에서 쏟아지는 우디 특유의 유머와 인생의 페이소스들이 영화 감상에 깨알 같은 재미를 준다. 영화는 과거와 달리 관계의 끈적임이 줄어들고 뽀송하며 따뜻하다. 사랑도 쿨하고 심지어 갱스터 형의 살인도 쿨하다.
대사에도 달관의 자세가 묻어난다. “꿈은 꿈일 뿐.”이라는 대사는 젊은이가 할 대사는 아니다. “인생도 자신의 인생이 있다.”든가, “음미하지 않는 삶은 의미가 없지만, 음미해버린 삶은 매력이 없다.”는 말들에는 젊은 감독에게서는 나올 수 없는 깊이가 배어 있다.
남편과 뉴욕에 온 보니가 바비와 재회하는 장면도 구질구질하지 않다. 남편을 따돌리고 바비와 센트럴파크를 비롯한 도심을 누비며 지난날을 회상하는 데이트도 상큼하다. ‘막장’을 기대했던 관객이라면 아쉬울 정도다.
흔히 불륜은 언젠가 대가를 치른다는 통념을 깨고 필과 보니의 관계도 좋다. 우디 자신의 상황을 변호하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닐까? 81세인 우디 자신도 이젠 삶의 끈적임이 버거워졌다는 방증이다. 유대인인 자신의 정체성도 코믹하게 유머로 녹여낼 정도로 그의 삶이 가벼워졌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이 영화의 주인공은 음악이다. 시도 때도 없이 흐르는 재즈 음악은 우리를 자연스럽게 1930년대로 초대하며 영화 속에 빠져들게 한다. 무성영화 시대의 감독들이 존경스러울 정도다. 특히 같은 곡은 전형적인 뉴요커인 우디의 취향을 잘 살려내고 있다.
제시 아이젠버그와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케미도 안정감을 준다. 특히 크리스틴은 이미 뱀파이어 류 영화를 뛰어넘어 여인의 향기를 풍긴다. 두 주인공이 각기 다른 장소에서 새해맞이 행사를 하며 동시에 아련한 눈빛을 보이는 엔딩신은 어쩌면 우디가 자신의 지난날을 응시하며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을 보이는 눈빛은 아니었을까? ‘선택에는 배제가 따르는 법!’
지난 23일, 서울시 중구 정동의 한 카페에서 단행본 출간 기념회가 있었다.
200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된 에어비앤비는 자기 집, 혹은 집의 일부분을 숙소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내어주고 또 찾는 일종의 ‘인터넷 장터’다. 특히 에어비앤비 호스트는 일상생활도 하면서 자신의 집 남는 공간을 빌려주는 형식이기 때문에 은퇴 뒤 제2의 인생을 사는 시니어 세대에게 매력적이다. 반면, 지금까지 우리의 정서상 사촌이나 혈육이 아닌 사람에게 집을 내어주는 것이 납득 가지 않는 부분도 있을 듯. 은 에어비앤비에 관한 이해를 돕고 시니어 호스트의 참여를 바라는 마음에 나온 책으로 에어비앤비의 ‘시니어 호스트(50세 이상의 호스트)’ 12명의 이야기를 실었다.
에서 만난 반가운 얼굴들
는 지난 2월부터 7월까지 [여행 속으로]라는 섹션으로 에어비앤비 시니어 호스트의 이야기를 담아왔다. 본지를 통해 소개했던 4명의 시니어 호스트가 마침 12명으로도 소개돼 출간기념회에서 다시 한 번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2월 ‘여유가 흐르는 집’으로 소개했던 파주 헤이리 모티프원의 이안수씨. 파주 헤이리예술마을 촌장이자 에어비앤비에서 강력 추천하는 시니어 호스트 중 한 명이다. 흰 수염 곱게 내리고 너털너털 웃으면 함께 따라 웃을 수밖에 없다. 나이를 막론하고 세상 모든 여자에게 ‘누나’라 부르지만 본인은 정작 특별한 호칭으로 불리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
젊은 날 잡지사 국장까지 지냈다는 이안수씨는 자유롭게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닌다. 자신의 집 또한 세계가 통하는 플랫폼으로 만들어 놓아 소통하는 중이다. 최근 (남해의 봄날)이라는 제목으로 ‘모티프원’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냈다.
4월 ‘도심 속에서 어머니의 품을 느끼다’에서 소개된 ‘북촌유정’의 박소자씨와 남편 이형술씨도 만날 수 있었다. 남편 이형술씨는 ‘북촌마을’의 촌장으로 ‘북촌’이라는 지명을 직접 지었다고 한다. 북촌유정은 종로구 계동의 작은 한옥으로 에어비앤비 호스트뿐만 아니라 미술작가들의 갤러리로도 활용하고 있다. 에어비앤비 호스트를 하기 전 오랫동안 하던 자원봉사를 못하게 돼 우울증세를 느끼기도 했지만 지금은 삶의 의욕과 활력을 되찾았다는 박소자씨. 시니어 호스트로서 건강하게 손님들을 맞이하며 여전히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5월 옥상정원에서 만났던 김향금씨는 아름다운 외모 덕에 의 표지 모델로 등장했다. 이날 오전에 있었던 기자 간담회와 함께 출간 기념회에 다니느라 바쁜 하루를 보냈다는 김향금씨. 곱게 생활한복을 입고 나와 책과 에어비앤비 호스트를 대표하는 표지모델로서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김향금 씨는 지난 3월,서울 리빙 페어에서 처음 만났다. 에어비앤비를 홍보하는 시니어 호스트로 방문객 맞이하며 활동적인 액티브 시니어의 모습을 보였다. 김향금씨의 옥상정원에서는 맛있는 커피도 내려주고 또, 타로카드도 직접 봐주기도. 취재 때 꽃이 없어 서운했는데 꽃이 지기 전 꼭 다시 한 번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마지막으로 7월에 1박 2일로 방문했던 영월 앞뜰농장의 주인 장미자씨. 장미자씨의 앞뜰농장은 소프트웨어가 강한(?) 에어비앤비다. 활동할 것뿐만 아니라 먹을 것도 많은 곳. 1박 2일 동안 장미자씨를 따라가 술을 만들고, 밭에 나가 풀을 뽑고, 동네 언니들과 장미자씨 뽕밭에서 오디도 따며 완벽한 시골 생활을 즐겼다. 아쉬운 점 하나! 영월 맑은 다슬기를 좀 채취를 했어야 했는데 못하고 왔다. 좀 더 추워지기 전 꼭 한 번 방문해야겠다.
는 활기차게 살아가는 시니어 세대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에어비앤비의 시니어 호스트처럼 멋진 제2 인생을 살아가는 시니어들을 를 통해 발굴하고 또 소개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모티프원, 북촌유정, 옥상정원, 앞뜰농장은 소개된 시니어 호스트들이 살고 있는 집의 이름이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점심은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과 함께하는 오찬이다. 지난 6월 이베이가 실시한 버핏 회장과 함께하는 연례 자선 오찬 참석 경매의 낙찰 금액은 346만 달러(약 40억원)였다. ‘투자의 귀재’, ‘오마하의 현인’ 등 최고의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버핏 회장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투자자이면서 뛰어난 혜안과 겸손한 자세로 존경받는 전설적인 인물이다. 버핏 회장이 맨해튼의 ‘스미스 앤 월런스키’ 스테이크하우스에서 오찬을 함께하지 못하는 은퇴자들을 위해 은퇴자금 관리비법을 털어놓았다. 미국은퇴자협회(AARP)가 월간지 7월호에 특집으로 실은 ‘워런의 지혜(The Wisdom of Warren) 10가지’를 소개한다.
글 남진우 뉴욕주재기자 namjin@etoday.co.kr
1. 비상시와 투자 기회에 대비해 현금을 보유하라
예기치 않은 자금 경색으로 어려움을 겪어 본 사람이면 현금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 것이다. 은퇴를 하고 나이가 들수록 현금의 필요성이 커진다. 은퇴를 하면 월급이 나오지 않아 유동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상금을 여유 있게 가지고 있어야 폭풍이 몰아쳐도 힘들지 않게 헤쳐 나갈 수 있다. 또 수익성이 좋은 투자 기회도 현금이 있어야만 유리하게 잡을 수 있다. 현금을 끈기 있게 보유하다 보면 최상의 투자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2. 지루함을 참고 견더라
튀지 않는 기업이 뛰어난 실적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실례로 기저귀, 비누, 화장지 등 생필품을 생산하는 프록터앤갬블(P&G) 같은 기업은 첨단기술회사에 비해 성장 잠재력이 커 보이지 않지만 세계 소비재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다. P&G에 1986년 1000달러를 투자한 후 매년 나오는 배당금까지 재투자했다면 현재 시가로 3만2000달러에 달하게 된다. 해당 업종에서 최고의 기업이라면 지루해 보일지 모르지만 튀는 기업보다 좋은 수익을 보장해 준다. 버핏 회장은 이런 기업을 선택해 큰 성과를 올렸다.
3. 시장가격 지배력이 있고 브랜드 가치가 높은 기업을 골라라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을 창조하는 것이 기업 성공의 지름길이다. 재구매가 일어나고 입소문을 통해 새로운 고객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충성심이 강한 고객들은 더 비싼 값으로 제품을 구매하기 때문에 기업의 수익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버핏 회장이 브랜드 가치를 보고 투자한 대표적인 기업이 코카콜라다. 코카콜라는 세계 3위의 브랜드 가치를 활용하여 탄산음료에서 주스와 생수로 제품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다른 브랜드에 비해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으니 주가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강한 브랜드에 투자했을 때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원리다.
4. 우수한 경영인은 유망한 사업 못지않게 중요하다
기업이 성공을 하려면 경영인이 우수해야 한다. 우수한 경영인은 전략적 비전을 창조하고 기업이 이를 달성할 수 있게 한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 고 스티브 잡스 애플 창립자, 제프 베조스 아마존 회장 같은 경영인이 대표적인 예다. 위대한 경영자와 강력한 사업 모델이 어우러졌을 때 장기적인 수익이 창출된다.
5. 실수를 최소화하되 실수를 통해 배워라
누구나 실수를 한다. 버핏 회장도 2013년 영국의 최대 식품유통회사인 테스코에 투자했다가 회계문제가 드러나면서 주가가 폭락해 4억5000만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투자 실수를 극복하는 열쇠는 무엇을 잘못했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요인으로 손실이 발생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처음에는 몰랐던 경고신호를 감지할 수 있게 된다. 신호를 감지할 수 있으면 반복적인 실수나 더 큰 미래의 손실을 피할 수 있다. 투자 실수를 꼼꼼히 기록해 놓으면 훌륭한 투자의 길잡이가 된다. 이 교훈을 자녀나 손주들과 공유하면 엄청난 자산이 될 것이다.
6. 자신이 잘 아는 분야를 고수하라
광범위한 주식시장을 전부 파악하지 못해도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 버핏 회장은 1990년대 말 인터넷 혁명을 감지하지 못해 기술업종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때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2000년대 초에 발생한 기술주 폭락사태를 피해갈 수 있었다. 자신이 더 잘 알고 익숙한 금융 분야가 있다면 그 분야에 집중해서 자신의 통찰력을 활용하는 것이 더 이익일 수 있다.
7. 구매력을 높여나갈 수 없는 투자는 피하라
버핏 회장은 꾸준히 성장하면서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는 투자를 선호한다. 예를 들어 금의 경우 2011년 세계 공급량이 1926㎥ 였다. 그 당시 시세로 환산하면 162만㎢의 미국 농지와 16개 엑손모빌 공장을 살 수 있는 금액이다. 이 규모의 농지에서는 매년 2000억달러 상당의 농산물을 수확할 수 있고 엑손모빌 공장에서는 400억달러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데 비해 금에 투자를 했을 경우 시세 차익 외에는 아무런 수익이 나오지 않는다. 당장 수익이 필요하지 않다 하더라도 성공적인 기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배당을 받는 것은 중요하다. 특히 은퇴자들은 지속적으로 수익이 창출되는 분야에 투자를 해야 물가가 오르더라도 구매력을 유지하거나 높여나갈 수 있다.
8. 유망한 주식이라도 과도한 시세에서는 사지 말라
유망한 기업이라 하더라도 너무 비싼 시세에 주식을 사면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 버핏 회장은 관심이 있는 기업이라도 주가가 적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다 산다. 실례로, 얼마 전 국제 유가 폭락으로 에너지기업의 주가가 급락했을 때 버핏 회장은 주식을 대량 매입했다. 평소에 관심 있는 주식의 리스트를 작성해 놓고 있다가 주가가 떨어졌을 때 사면 그만큼 투자 수익을 높일 수 있다. 나이가 들면 인내심이 커지기 때문에 투자에 유리할 수 있다.
9. 매입했으면 가급적 장기 보유하라
좋은 결정을 한 번 내리기는 쉽다. 하지만 결정을 자주 내리다 보면 실수가 나오기 마련이다.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순간, 주식거래 수익을 모두 잃어버릴 수 있다. 처음에 종목 선택을 잘해 수익을 올렸다가도 다음 결정이 잘못되면 수익이 사라지거나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유망한 주식을 너무 일찍 매도한 후 다시 매입할 기회를 잡지 못한다면 큰 수익을 놓치는 셈이다. 중요한 매입 결정을 한 번 내린 후 장기 보유를 하면 이런 문제를 피할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주식을 장기 보유하라는 뜻은 아니다. 가급적이면 결정의 횟수를 줄여야 성공의 확률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실수할 기회가 많을수록 더 많은 실수를 하게 된다.
10. 혁신적인 투자를 피하지 말라
투자자는 수익을 우선시해야 하지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혁신적인 사업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때로는 혁신적인 생각과 박애주의적인 투자에서 더 높은 수익이 창출된다. 2008년 버핏 회장은 제너럴 일렉트릭(GE)에 투자를 하면서 “GE는 미국을 상징하는 기업으로 강력한 리더십과 브랜드를 감안했을 때 지속적인 발전을 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 당시 GE는 신재생에너지인 풍력과 우주항공엔진 기술, 영상 의료장비 등과 같은 신사업 분야에 뛰어든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인류의 생활을 개선할 수 있는 제품이 개발됐고 상당한 수익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