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회상해보자. 잠깐 집을 비운 사이 유치원 딸아이가 엄마의 하이힐을 신고 있는 모습을 본 적 있지 않은가? 혹은 말도 안 되는 치장과 메이크업을 하고 빤히 서로를 바라봤던 일 없는가? 그래서 준비했다. 오래전 당신의 옷장과 화장대가 딸에게 점령당했다면 이번에는 반대다. 대신 딸이 아닌 에디터의 옷장 문을 열었다. 봄바람 살살 부는 3월, 한흥옥(66) 동년기자가 과감히 도전했다. <글·헤어·메이크업> 권지현 기자 모델 한흥옥 동년기자 스타일리스트 이미경
◇ 변신 전
2월 초, 날씨가 풀리지 않은 탓에 한흥옥 동년기자는 니트 모자에 두꺼운 패딩 코트 그 안에 또 패딩 점퍼를 입고 나타났다. 말 그대로 그냥 나왔다.
“10년간 보험 영업을 했어요. 상속·증여 관련한 보험을 다뤘어요. 오십이 넘어서 직장생활을 했기 때문에 내 고객들은 CEO가 많았어요. 길을 가다가 ‘아! 그 사람을 만나러 가야지’ 하다가도 옷차림이 별로이면 가지 않았습니다. 몇백짜리 옷을 입은 것 아니지만 정장을 제대로 갖춰 입고 다녔습니다. 상대에 따라서 옷은 바꿔 입어야 해요. 특히 큰돈이 들어가는 상속·증여 보험이니 고객 분위기가 다를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일을 그만두고 나서는 정장을 입을 일이 이젠 없습니다.”
◇ 변신 후
“정말 재밌었어요. 옷을 바꿔 입으면서 내가 변신한다는 것. 사진이 나오면 깜짝 놀랄 것 같아요. 특별한 옷을 입게 해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제가 언제 또 이런 옷을 입어보겠어요? 재밌을 거 같아요. 내 주변 사람들 반응이 너무 궁금해요.”
“신발이 문제였어요. 중심을 잡을 수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꿈은 이뤄진다는 게 맞는 말 같아요. 제가 매일 킬힐 한 번 신어보고 싶다고 했는데 그날이 바로 오늘이네요.”
“제 삶의 모토가 ‘지금 이 시간에 행복하자’입니다. 잡지사에서 왜 나한테 전화를 했을까? 내가 ‘노(No)’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왜 내가 ‘노’를 해야 하지? 하면 어때? 내가 해보고 싶고, 내가 궁금한 건데? 이게 시니어가 되니까 가능한 생각인 것 같아요. 오늘 너무 행복해요. 잃어버렸던 빛을 찾은 느낌입니다. 잘 노는 시니어로 살아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