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장애인활동지원급여의 신청자격을 규정하고 있는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제5조를 개정해 내년부터 65세 미만 노인성 질환이 있는 장애인도 활동지원 급여를 신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개정 전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제5조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른 노인 등을 활동지원급여 신청자 격에서 배제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65세 미만의 장애인 가운데 치매·뇌혈관성질환 등 노인성 질환이 있는 사람에 대해 일률적으로 활동지원 신청자격을 제외하는 것은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2022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법을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
복지부는 이번 법 개정을 통해 65세 미만 노인성 질환자의 활동급여 신청을 허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따라서 내년부터 노인성 질환으로 인해 장기요양보험을 이용하는 65세 미만의 등록장애인도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게 돼 장애인 활동지원 대상자가 확대될 전망이다.
2021년 기준 65세 미만 노인성질환자인 등록장애인은 2만5368명이다. 이 중 약 2700여 명이 장기요양에 더해 활동지원급여를 추가로 이용할 것으로 추정된다.
65세 미만 노인성 질환으로 장기요양급여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활동 지원급여를 신청하는 경우,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 결과 활동지원급여 필요성이 인정될 때 장기요양급여에 더해 활동지원급여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이는 활동지원 수급자가 65세 이후 장기요양급여 수급자로 전환된 경우에도 장기요양급여에 더해 활동지원급여를 지원하는 것과 동일한 방식이다. 장애인 활동지원 수급자가 65세가 돼 장기요양 수급자로 전환될 경우, 최중증장애인 등의 급여량이 대폭 줄어드는 문제점을 인지해 제도적으로 보완됐다.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는 일상생활·사회생활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에게 활동지원 서비스를 제공해 자립생활을 지원하고 그 가족의 돌봄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도입됐다. 6~65세 미만 등록 장애인 중 신체기능과 자립생활 능력 등을 평가한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 결과 활동지원등급 판정을 받은 자를 대상으로 지원한다. 활동지원급여와 특별지원급여로 나뉘며, 활동지원급여로 최소 약 60시간(88만9000원)에서 480시간(710만5000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활동지원등급이란 기능상태, 사회활동, 가구환경 등 서비스 필요도를 평가해 1~15구간으로 구분된다.
복지부는 연내에 관련 전산시스템 및 지침 등을 정비하고, 내년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예산을 추가 확보해, 해당 제도 개선이 현장에서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할 계획이다. 염민섭 복지부 장애인정책국장은 “이번 제도 개선은 장애인이면서 노인장기요양보험법상 노인성 질환을 겪어 노인에 해당하는 분들에 대해 보다 촘촘한 장애인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라며 “노인성질환으로 장기요양을 이용하고 계시는 약 2700분의 장애인들이 추가로 활동지원급여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나이가 들수록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때문에 노년층에게 주거 공간은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즐거운 노후를 위해서는 어떤 주거 형태를 선택해야 할까? 노년층이 이용할 수 있는 주요 시설들의 특징과 차이점을 소개한다.
‘100세 시대’를 살고 있는 노인의 큰 고민거리 중 하나는 주변의 도움 없이도 여생을 잘 보낼 주거 공간이다. 나이가 들어 점차 기력이 약해지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분가한 자녀가 연로한 부모를 집으로 다시 모신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대안을 찾게 되는 이유다. 보통 노년층이 이용할 수 있는 맞춤 주거 시설은 요양원, 요양병원, 실버타운, 양로원 등이다.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서로 차이가 있으므로 노인의 몸 상태에 맞춰 신중하게 고를 필요가 있다.
요양원과 요양병원
별다른 지병은 없지만 스스로 식사나 거동이 불편하다면, 요양원이 적합하다. 요양원은 독립적인 생활이 어려운 노인을 요양보호사가 24시간 보조하지만 주사를 놓거나 수술을 하지는 않는다. 대부분 의사는 상주하지 않고, 주기적으로 방문해 건강 상태를 점검하는 정도로 관리가 이루어진다.
요양원은 입소를 원하는 사람의 거주지 관할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신청해 노인장기요양등급을 받아야만 입소가 가능하다. 등급은 총 5개로 분류된다. 입소비와 요양보호사의 간병비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적용되므로 대상자가 20%를 부담하면 된다. 그 외 약물 처방이나 기타 진료가 필요할 경우는 외부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하고, 이 비용은 모두 본인 부담이다.
노인장기요양등급을 받지 못했지만 노인성 질환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은 요양원 대신 요양병원에 입원할 수 있다. 빠른 치료와 퇴원이 목적인 대학병원·종합병원 등 급성기 병원과 달리, 요양병원은 만성기 환자를 위한 병원이다. 의사와 간호사가 상주하며 집중 치료를 한다. 대신 요양병원은 요양보호사가 상주하지 않아 필요 시 개인이 고용해야 하므로 요양원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든다. 간병비는 개인 간병이냐 공동 간병이냐에 따라 차이가 있다. 공동 간병은 한 명의 간병인이 몇 명의 환자를 돌보는지 알아봐야 한다.
양로원과 실버타운
양로원은 의료나 요양이 아닌 주거를 목적으로 하는 시설이다. 몸이 불편할 경우 도움을 구할 의사나 요양보호사 등이 상주하지 않는다. 종류로는 무료, 실비, 유료 세 가지가 있다. 무료와 실비 양로원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6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다. 노인장기요양등급과 상관없이 입소 가능하고, 한 숙소를 여러 명이 사용한다. 무료 양로원은 무연고자 혹은 기초생활수급권자 노인을 대상으로 정부에서 100% 비용을 지원한다. 실비 양로원은 노인복지법시행규칙 제14조 1항의 2에 따른 실비보호 대상자가 정부에서 지원하는 비용을 뺀 일정 생활비를 부담하고 입소할 수 있다. 비용은 월 48만 원 정도다.
유료 양로원은 실버타운을 말한다. 건강하고 생활에 큰 어려움이 없는 만 60세 이상이 입주한다. 건강진단서와 의사 소견서를 요구하는 곳도 있다. 가사 서비스와 식사가 제공되고, 수영장·헬스장·도서관·당구장 등 편의 시설에서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다.
실버타운은 위치에 따라 크게 도심형, 근교형, 전원형(휴양형)으로 나뉜다. 흔히 ‘산 좋고 물 좋은 곳이 제일’이라는 생각으로 무조건 전원형 실버타운을 고르는 것은 금물이다. 가족이나 친구가 자주 찾아온다면 도심·근교에 있는 시설이 적합하다. 반대로 평생을 전원에서 살아왔거나 전원생활에서 위안과 안정을 찾는다면 전원형 실버타운에 입주하는 것이 맞다. 현재 전국에 운영 중인 실버타운은 시설 수준과 서비스 내용이 천차만별이다. 보증금을 포함해 적지 않은 비용을 부담해야 하므로 계약 전 충분히 둘러보기를 권한다.
이외에도 정부에서 저소득층 노인을 지원하는 ‘고령자복지주택’(공공실버주택)이 있다. 주택과 사회복지 시설이 복합 설치된 주거 시설이다. 입주 조건은 ‘공공주택이 만들어진 지역에 거주하는 만 65세 이상 무주택 세대 구성원’이다. 해당자 중 우선순위를 정해 입주자를 선발한다. △1순위는 국가유공자 또는 그 유족, 광주 5·18민주유공자 또는 그 유족, 특수임무유공자 또는 그 유족, 참전유공자 △2순위는 생계급여 수급자 또는 의료급여 수급자 △3순위는 해당 세대의 월평균 소득이 전년도 도시 근로자 가구 월평균 소득의 50% 이하인 사람이다. 다만 지자체별로 선정 기준이 상이할 수 있으니 주민센터에 문의해 시설 입주자 모집 공고문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가 노숙인의 일상생활에도 적잖은 생채기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일을 하거나 일자리 구하기, 사회복지시설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긴급재난지원금을 수령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7일 ‘2021년도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5년마다 실시하는 노숙인 실태조사는 2016년 이후 두 번째다. 지난해 5월부터 7월 사이 거리·노숙인 이용시설(종합지원센터, 일시보호시설)의 거리 노숙인, 노숙인 생활시설(자활·재활·요양시설)의 입소 노숙인 및 쪽방 주민을 대상으로 집계조사 및 심층 면접조사가 이뤄졌다.
코로나19로 인한 일상생활의 어려움 정도를 5점 척도로 조사한 결과, ‘일을 하거나 일자리 구하기’ 항목이 2.0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의료서비스 이용하기’ 항목(1.6점), ‘사회복지시설 이용하기’(1.3점) 역시 어려움이 많았던 항목으로 집계됐다.
소득수준은 5년 전과 사실상 동일한 수준을 기록했다. 노숙인의 1년간 월평균 소득은 2016년 53만5000원, 2021년 53만6000원이었다. 이는 노숙인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지원으로 소득보조(49.2%)를 택하는 흐름으로 이어졌다. 주거지원(17.9%), 의료지원(12.4%), 고용지원(6.8%)이 뒤를 이었다.
그럼에도 재난지원금 수령률은 시설 입소 여부에 따라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시설 입소 노숙인의 재난지원금 수령률은 중앙정부 90.9%, 지방정부 85%인 반면, 거리 노숙인의 수령률은 각각 43.6%, 28.8%에 그친 것.
사회복지서비스 이용률도 2016년 조사치보다 더 감소했다. 긴급복지생계급여와 직업교육을 제외한 모든 서비스 이용률이 2016년보다 떨어졌다. 특히나 현물지원의 경우 2016년 88.2%에서 2021년 60.2%로, 주거지원은 43.2%에서 17.2%로 감소했다.
설상가상으로 노숙인들은 일자리 지원이 부실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일자리를 얻는 데 가장 필요한 지원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응답한 노숙인의 40.9%가 ‘필요한 프로그램이 없다’고 답했다. 건강 회복 지원(24.5%), 취업 알선 또는 구직 정보 제공(12.4%)이나 일정한 주소지 확보(11.4%)를 요구하기도 했다.
복지부는 실태조사 결과를 노숙인 대상 복지정책의 수립과 시행에 반영할 예정이다. 현재 일자리 지원을 위해 거리노숙인특화 자활사업을 통해 연간 300여 명의 노숙인에게 일자리를 지원하고 있다. 노숙인 자활시설을 통한 구인정보 제공, 자활기업 참여를 독려하는 식이다.
지난 3월에는 노숙인의 의료이용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서 1년간 제1·2차 의료급여기관을 노숙인진료시설로 확대 지정했다. 또한 거리 노숙인에 대한 의료급여 지원기준을 명확히 정해 거리 노숙인의 의료서비스 접근성을 개선했다.
곽숙영 보건복지부 복지정책관은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나타난 노숙인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이 복지정책의 수립·시행에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기존 노숙인 복지사업을 점검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19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보건 정책으로 ‘치매 국가책임제’가 꼽힌다. 치매 국가책임제는 치매를 개별 가정이 아닌 국가 돌봄 차원에서 해결하는 정책이다. 치매 국가책임제의 지난 5년간 성과를 돌아보는 동시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치매 관련 공약을 짚어봤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7년 65세 이상 국내 노인 인구는 708만 명으로, 그중 치매 환자는 73만 명이었다. 2020년에는 84만 명으로 치매 환자가 증가했다. 이대로라면 2030년에는 치매 환자가 136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초고령화사회 진입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당시 치매 국가책임제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문 대통령은 “치매는 다른 질환과 달리 환자 본인의 인간 존엄성도 무너지고 생존까지 위협받을 뿐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고통받는 심각한 질환”이라며 이 공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치매 국가책임제는 2017년 9월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치매 국가책임제는 △치매지원센터 확대 △치매안심병원 설립 △노인장기요양보험 본인부담 상한제 도입 △치매 의료비 90% 건강보험 적용 △요양보호사의 처우 개선 △치매 환자에게 전문 요양사를 파견하는 제도 도입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치매 국가책임제 5년의 성과
정부는 치매 국가책임제 발표 이후 전국 256개 시·군·구에 지역사회 치매 관리 거점 기관으로 ‘치매안심센터’를 설치하고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전문인력이 팀을 이뤄 상담과 진단, 예방 활동, 사례 관리 등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제도 시행 전까지는 서울과 경기도, 일부 광역단체에서만 50개 정도의 치매지원센터(치매안심센터 옛 이름)가 운영됐다. 제도 시행 이후 치매 환자 등록에 속도가 붙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치매 환자 2명 중 1명은 치매안심센터에 등록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치매안심센터 치매 환자 등록률은 55.2%였다. 등록된 환자는 총 50만 2933명에 달했다. 2018년 치매안심센터 등록률은 42.5%, 2019년 51.9%, 2020년 53.4%, 2021년 55.2%로 증가했다.
각 지자체의 치매안심센터는 지역사회 치매 관리 체계의 거점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치매 국가책임제의 여러 사업이 지역사회에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으며, 질적으로는 아직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치매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는 지난 2월 대한치매학회 빅데이터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지역사회에서 치매 환자를 관리하는 기간은 평균 5.98년이었다. 시설에 입소하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치매 관리를 받는 비율은 △고령일 경우 △소득이 적은(소득 하위 40%) 경우 △비수도권에 거주하는 경우 △기저질환이 많은 경우에 뚜렷하게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 국가책임제는 치매 환자의 의료비 절감을 도운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10월 건강보험 제도 개선을 통해 중증 치매 환자의 의료비 부담 비율을 최대 60%에서 10%로 대폭 낮췄다. 이에 2021년 8월 기준 약 7만 4000명의 중증 치매 환자가 혜택을 받았으며, 1인당 본인부담금은 126만 원에서 54만 원으로 평균 72만 원이 낮아졌다.
2018년 1월부터는 신경인지검사와 자기공명영상검사(MRI) 등 고비용 치매 검사의 건강보험 적용으로, 2020년 12월 기준 35만 명이 본인부담 경감 혜택을 받았다. 1인당 평균 약 17만 원이 줄었다.
2022년 윤석열 정부의 과제
그러한 가운데 2020년 9월에 발표된 제4차 치매관리종합계획(2021~2025년)은 치매 국가책임제의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제4기 국가치매관리위원회’가 출범했다.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치매 관리에 대한 주요 정책을 심의한다.
제4차 정책의 비전은 치매 환자와 가족,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행복한 치매 안심사회 실현이다. 치매 관리 전달 체계의 효율화 및 공급 인프라 확대, 치매 환자도 함께 살기 좋은 환경 조성 등의 정책 기반 강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끝나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정책을 잘 이어갈지 이목이 집중된다. 윤석열 당선인도 대선 공약 당시 ‘치매’를 언급했다. 그는 “요양·간병에 대한 국가 지원의 사각지대로 인해 부모님 간병비 부담과 간병 서비스 질적 수준에 대한 국민의 걱정이 심각하다”며 “국민의 부담을 국가가 함께 책임지고 요양·간병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어 윤석열 당선인은 △요양병원 간병비 건강보험 급여화 △현행 가족돌봄 휴직 최장 90일, 가족돌봄 휴가 최장 10일로 되어 있는 요양·간병 가족돌봄 휴가·휴직 기간 확대 △맞춤형 돌봄계획 국가의 책임 설계 및 지원 △간병 서비스 품질 인증 등 장기 요양 서비스 선진화 △치매 등 노인 질환 예방 지원 강화 등의 공약을 내놨다.
더불어 ‘4차 산업혁명 기술 기반 노인 건강관리 및 돌봄 서비스 확대’, ‘다양한 형태의 고령 친화 주거환경 조성’, ‘문화·여가 바우처 지원으로 노인 사회참여 활성화’를 공약으로 정리해 발표했다. 2025년이면 대한민국이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한다. 치매 문제가 더욱 심화될 만큼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이 실효성을 발휘할지 지켜볼 일이다.
** 이 기사는 4월호 지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2025년, 3년 뒤면 대한민국은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10명 중 2명이 65세 이상 노인인 셈이다. 이번 20대 대선에서도 60대 이상 유권자가 1300만 명(29.5%)을 웃돌아 이들의 영향력이 더 커질 전망이다. 고령 유권자들에게 노후는 현실이다. 이들의 수가 늘어난 만큼 대선 후보들이 노인 유권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은퇴 후 공적 연금 수령 이전에 ‘소득 공백’이 있는 60대 초반을 대상으로 연 120만 원의 장년 수당을 지급한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이 외에도 △어르신 일자리 140만 개로 확대 △기초연금 ‘부부 감액’ 규정 삭제 △국민연금 수급 확대 및 1 주택자 종합부동산세 납부 기한 연기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 개수 및 지원 연령 확대 △어르신 요양 돌봄 국가책임제 실시 △경로당 지원 확대 등이 있다.
기초연금의 경우 현재는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게만 지급되고 있으며, 더불어 부부가 함께 기초연금 대상이 될 경우 20%를 감액해 지급한다. 이 후보는 기초연금 대상을 점차 75%, 80%로 확대하고, 감액을 피하고자 위장 이혼을 불사하게 만드는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고자 부부 감액 규정을 폐지하기로 약속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10대 공약 중에 노인 관련 정책이 없으나,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1인당 30만 원씩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40만 원으로 10만 원 더 올려주겠다”고 전했다. 앞서 이 후보가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반면, 윤 후보는 금액을 올려주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더불어 자체 누리집 ‘윤석열 공약위키’를 통해 △환자 특성별 맞춤형 간병 지원을 통한 간병비 절반 감소 △요양·간병 가족 돌봄 휴가·휴직 기간 확대 △맞춤형 돌봄 계획 설계 및 지원 △양질의 간병 서비스 제공 △노인질환 예방 지원 강화 등 여러 공약을 발표하며 요양·간병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전한 바 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100세 시대인 만큼 ‘노인복지청’을 신설해 어르신들의 일자리, 소득, 주거, 건강을 책임지겠다고 발표했다. 공공 장기요양 시스템과 노후 원룸, 공공 실버아파트 등 주거지원을 확대하겠다고 전했다. 또한 폐경기 여성의 신체적, 심리적 변화를 포괄하는 ‘여성건강관리 종합시스템’을 구축하고, 골다공증 예방을 위한 시스템 조성을 약속했다. 오랜 경력단절로 불안한 노후를 맞는 여성들에 일자리, 경력 형성 지원도 제시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고령층이 손주를 돌보는 가정에 매달 20만 원을 지원하는 ‘손주 돌봄 수당’ 지급을 약속했다. 어르신 건강과 관련해서는 △기존 경로당 실버 건강센터로 구축 △간병 서비스 지원 △생활 체육 활성화 사업 △미래형 노인 돌봄 서비스 체계 구축 등을 발표한 상황이다. 덧붙여 국가의 복지급여 수급 대상이 되지만, 부양의무자가 존재하면 이를 받지 못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부양의무자 정책은 전면 폐지하고 국가가 어르신들의 최저 생계를 책임질 것을 공약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4일 제6차 청년정책조정위원회에서 ‘가족 돌봄 청년 지원대책 수립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지원 방안은 가족을 돌보고 있는 청년을 뜻하는 ‘영 케어러(young carer)’에 대한 첫 번째 국가적 대책이다. 이로 인해 영케어러 청년으로부터 돌봄을 받는 노인도 수혜를 볼 것으로 보인다.
영케어러란 장애, 정신‧신체 질병, 약물 등의 문제를 가진 가족을 돌보는 청(소)년이다. 영국, 호주, 일본 등 해외에서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의 돌봄자를 영케어러로 지칭한다.
이번에 발표된 방안에 따르면 국가는 34세까지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3월부터 전국적 현황조사를 실시해 가족 돌봄 청년의 규모와 실태를 파악한다. 조사를 통해 나타난 가족 돌봄 청년들은 기존 제도에 연계해 즉각 지원하고 간담회를 통해 신규로 필요하다고 확인된 지원 내용은 시범사업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지원 내용은 돌봄, 생계, 의료, 학습지원으로 나뉜다. 돌봄지원으로는 노인장기요양보험, 노인맞춤돌봄서비스, 가사간병방문지원사업, 긴급돌봄 등이 해당된다. 생계지원으로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급여, 긴급복지 지원제도가 포함되며, 의료지원에는 의료급여, 건강보험 수급자 및 차상위자 본인부담경감, 재난적 의료비가 제공된다. 학습지원으로는 교육급여, 학습종합클리닉센터 지원, 대학생 튜터링 사업, 학교밖 청소년 검정고시 지원 및 직업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영케어러(가족 돌봄 청년)는 각종 복지 서비스 신청의 어려움, 간병‧치료 등에 대한 정보 부재, 집안일 미숙, 상담자의 부재 등으로 인한 정신적 고립감‧우울감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 또한 돌봄 과정에서 겪는 생계비‧의료비‧돌봄비용 마련의 어려움은 소득 창출 능력이 부족한 청(소)년에게 생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지우고 있다. 이는 학업과 진로 탐색의 기회가 줄어들고, 미래에 대한 투자가 부족한 상황이 이어져 결국 청년 개인의 생애가 취약해지는 빈곤의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는다.
그간 가족 돌봄 청년에 대한 복지 정책에는 여러 한계점이 있었다. 가족 돌봄들이 기존 복지 제도에 대한 접근성이 높지 않았고, 그들에 대한 공적인 조사와 지원 체계 역시 없었다. 또한 가족 돌봄 청년은 그간 복지 지원 대상자로 분류되지 않아 정책적 지원을 위한 제도적 기반 및 전달체계 부족 등 공적인 지원을 받기까지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복지부는 가족 돌봉 청년 당사자들, 지자체 사회복지 공무원들과의 간담회를 각각 거쳐 지원 대책을 설계했다. 돌봄 대상자가 아닌 ‘돌봄 제공자’에 대한 접근이라는 점이 그간의 지원과는 다른 점이다.
권덕철 복지부 장관은 “이번 대책은 돌봄 제공자에 대한 지원으로, 특히 어린 나이에 돌봄을 제공해야 하는 가족 돌봄 청년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첫 접근으로서 그 의미가 크다”며 “가족에 대한 돌봄으로 인해 청년들이 자신의 미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은퇴 후 패션 회사 인턴으로 재취업한 70대 노인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인턴’. 이는 비단 해외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나라도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 중에 ‘시니어 인턴십’이 있으며,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시니어 인턴십 사업이 무엇인지 짚어보고, 실제로 시니어 인턴십을 거쳐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시니어의 이야기도 담아봤다.
시니어 인턴십은 보건복지부 주관 한국노인인력개발원과 기업이 함께 만드는 노인 일자리 사업의 일환이다. 만 60세 이상의 시니어에게 기업 내 인턴으로 일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직업 능력 강화와 재취업 기회를 촉진하는 사업으로, 2011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정부는 시니어 인턴십으로 구직자를 채용하는 기업에 인건비를 지원해준다. 인턴 지원금, 채용 지원금, 장기 취업유지 지원금이 있다. 먼저 인턴 지원금은 시니어 인턴십 참여 기업에 월 급여의 50%를 3개월 동안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참여자 1인당 최고 월 37만 원이 지원된다. 또한 참여 기업이 인턴 종료 후 계속고용 계약(6개월 이상)을 체결한 경우, 채용 지원금으로 3개월 동안 최고 월 37만 원을 추가 지원받을 수 있다. 최대 총 222만 원의 인건비를 지원받는 셈이다.
장기 취업유지 지원금은 인턴십 사업으로 18개월 이상 고용한 뒤, 6개월 이상 계속고용 계약을 체결한 경우 총 90만 원의 장기 취업유지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즉 시니어 인턴십은 노인과 기업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일자리 사업이다. 노인은 실제 기업에서 일하면서 다른 일자리에 비해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고, 참여 기업은 구인난 해소, 인건비 절감, 고령 친화 기업 이미지 제고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점점 확대되는 시니어 인턴십
시니어 인턴십 참여 인원은 2011년 3643명으로 시작해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였다. 2019년에는 7349명, 2020년에는 1만 5547명으로 배로 뛰었다. 1만 명 대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참여 기업 수는 4350개로 전년도 대비 참여 기업이 1862개 증가했다.
이 중 중도 포기하지 않고 시니어 인턴십 참여를 완료한 노인은 1만 4943명이며, 계속고용 노인은 1만 4389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2020년 시니어 인턴십 계속고용률은 무려 96.3%에 달한다.
또한 참여자 평균 연령은 65세로 나타났다. 참여 노인 1인당 월평균 소득도 매해 높아지고 있다. 2013년에는 월평균 소득이 81만 3079원이었는데, 2020년에는 최고치인 193만 7079원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해도 약 15만 원 증가했다.
사업 유형으로 보면 단순 노무직인 일반형 참여자가 89.5%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사업시설 관리 및 사업 지원 서비스업이 3800명으로 가장 많았다. 또한 출판·영상·방송통신 및 정보서비스업이 61.5세로 평균 연령이 가장 낮았고, 건설업이 68.5세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정부는 올해 시니어 인턴십 사업을 더욱 확대한다. 앞서 말한 대로 2022년 노인 일자리 사업의 규모는 84만 5000명이다. 이 중 취업형(시니어 인턴십, 취업알선형) 노인 일자리 사업은 전년 대비 1만 4000개 증가한 12만 7000개다.
사업을 전담할 수행기관도 확충한다. 2022년 수행기관은 서울 25개를 포함해 전국 248개로 250여 개에 이른다. 2021년도 수행기관은 213개였다. 수행기관은 노인과 기업을 매칭해주는 역할을 하며, 노인에게 취업 관련 교육도 진행한다.
시니어 인턴십 어떻게 참여할까?
그렇다면 시니어 인턴십 사업 참여 방법은 무엇일까. 먼저 참여 가능한 기업은 만 60세 이상인 자를 고용할 의사가 있는 4대 보험 가입 사업장 중 근로자 보호 규정을 준수하는 기업이다. 다만 성직자, 종교종사원, 요양보호사 및 간병인 등 해당 직종 종사자 및 자영업자, 파견직 및 건설 일용 근로 형태는 사업 신청에서 제외된다.
시니어 인턴십 참여를 원하는 노인은 만 60세 이상이면 누구든지 신청 가능하다. 인턴십 신청을 한 후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및 수행기관의 소양 교육을 이수하면 자격을 갖게 된다. 이후 구인처에서 서류와 면접으로 심사를 진행하며, 이를 통과하면 채용된다.
근무 시간은 회사와 지원자가 논의해서 정할 수 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경우는 파트타임형, 풀타임형을 나눠놓았다. 파트타임형 기업에는 사회적경제, 소상공인 지원, 지역 기반형이 속하며, 노인은 주 2~3회, 월 최대 57시간 활동한다. 풀타임형에는 중소기업, 그린·디지털 회사가 속하며, 주 5일 근무하고 4대 보험에도 가입된다. 보통 시니어들은 일의 능률과 관련해 파트타임형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니어 인턴십을 하기 위해서는 통상적으로 세 가지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첫 번째, 서류 전형과 면접을 통과해야 한다. 회사에 대한 사전 조사를 철저히 해야 하고, 자신의 역량이 회사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 3개월의 인턴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소위 말하는 ‘라떼는 말이야’ 식의 꼰대 정신을 내려놓아야 한다. 나이와 경력이 많다고 으스대거나 일을 대충 하면 안 되고, 조직원들과 융합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세 번째, 궁극적으로 채용 제의까지 이끌어내야 한다. 참여자의 최종 목표는 결국 취업이라는 생각을 갖고 회사가 자신을 뽑아야 하는 이유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바늘구멍보다 어렵다는 은퇴 후 재취업을 시니어 인턴십 제도로 성공해보자. “경험은 절대 늙지 않는다. 경험은 결코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다”라는 영화 ‘인턴’의 명대사를 기억하면서.
■시니어 인턴십, 현장의 목소리를 듣다
◇시니어 인턴십, 저 같은 젊은 대표에게 필요해
- 홍원희 플레이시드스쿨 대표
사회적 기업 플레이시드스쿨(Playseed School)의 자문위원 이강호(65) 씨는 시니어 인턴십 과정을 거쳐 정직원이 됐다. 대표 홍원희(33) 씨와는 아빠와 딸뻘이다. 두 사람은 시니어 인턴십 사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플레이시드스쿨은 놀이와 활동으로 성숙한 민주 시민을 양성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대표적으로 보드게임을 통해 민주주의, 통일, 사회적 경제, 세계 시민 교육 등을 하고 있다. 2017년 사단법인 회사로 시작해 2018년 11월에 예비 사회적 기업이 됐다. 20대를 NGO 활동을 하며 보낸 홍 대표는 경영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이에 자문 역할을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느껴 2019년 시니어 인턴십 참여를 신청했다.
홍원희 대표는 이강호 씨의 이력을 보고 그가 단번에 마음에 들었다. 이 씨는 유엔(UN) 산하 아동구호기관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의 1994년 공채 1기다. 그는 25년간 기금 모금 마케팅 업무를 맡았다. 홍 대표는 이강호 씨가 비영리 법인을 잘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간절한 마음으로 이강호 씨 ‘모셔오기’에 성공했다.
이강호 씨는 2019년 6월 플레이시드스쿨의 인턴이 됐고, 2020년 1월 정직원이 됐다. 홍원희 대표의 혜안은 적중했다. 이 씨가 오고 사업 자문을 해주면서 매출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더불어 지난해 플레이시드스쿨은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됐다. 홍원희 대표는 이강호 씨 덕분에 힘든 순간을 버틸 수 있었다면서 고마움을 표했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사회적 기업이 되니 두려움이 컸어요. 이제 숫자로 평가되고, 직원들 월급도 제대로 줘야 하잖아요. 그때 선생님께서 ‘버티는 게 이기는 거다’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래서 정신을 차리고 지난 3년을 평가하는 시간을 가졌더니 정확한 수치들이 보이더라고요. 내실을 다지고 역량을 강화한 거죠.”
홍 대표는 시니어 인턴십 사업이 더욱 널리 알려져서 다른 기업들도 자신처럼 도움을 받길 바랐다. 다만, 회사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사업을 악용하는 사례는 근절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니어 인턴십 지원자분들을 보면 고스펙이거나 경력 많은 분들이 많아요. 정말 선생님 같은 분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 많을 거예요. 그런데 그분들한테 제대로 된 업무를 주지 못한다는 사례 발표들이 있어요. 그것은 회사도 불편하고 선생님들한테도 잘못된 예우라고 생각해요. 대표의 확고한 의지를 본다든지, 선정 기업에 대한 기준이 높아졌으면 좋겠어요.”
◇시니어 인턴의 노하우는 큰 힘, 꼰대 짓은 금지!
- 이강호 플레이시드스쿨 자문위원
이강호 씨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서울 50+ 인턴십’ 사업의 일환인 ‘사회적경제(SE) 펠로우십’을 통해 플레이시드스쿨과 인연을 맺었다. ‘사회적경제(SE) 펠로우십’은 50+ 세대와 사회적경제 기업(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소셜 벤처)을 연결해준다.
2015년부터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가진 이 씨는 인턴십을 하고자 10개 회사와 면접을 봤다. 그중에 4개 회사가 마음에 들었지만, ‘미션’과 ‘비전’을 혼동하는 모습에 고심했다. 그때 마침 플레이시드스쿨의 러브콜을 받고 최종 선택했다. 이강호 씨는 후회가 없다며 “대표와 같이 서로 존중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점이 제일 좋다”고 말했다.
2019년 이강호 씨가 인턴을 시작할 당시 플레이시드스쿨은 정리되지 않은 채 주먹구구식으로 사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씨는 회사를 이해하는 데만 3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는 “보드게임이 뭔지도 몰랐고, 기업이라고는 하는데 수익이 안 나니 정체성이 애매모호했다”고 털어놓았다.
플레이시드스쿨의 경영, 마케팅, 홍보의 자문위원이 된 이강호 씨가 처음으로 한 일은 ‘미션과 비전 바로 세우기’였다. 또한 그는 “밑지는 장사를 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하며 사업군을 정리했고, 회사 소개 책자도 새로 만들었다. “유니세프에서 했던 일이기 때문에 어렵지 않았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플레이시드스쿨은 ‘사회’가 붙어 있지만 기업이니까 이익을 창출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저의 목표죠. 인턴십이 끝나고 정직원 의사를 물을 때 ‘모르겠다’고 했는데 대표님이 와달라고 하더라고요. 대신 제가 조건을 걸었어요. 앞으로 3년 뒤에도 남지 않는 장사를 하면 나는 나가겠다, 그리고 회사 문 닫고 다른 일을 하라고 했죠. 다행히도 회사 사정이 점점 좋아지고 있고, 내년 정도면 자리를 잡을 것 같아요.”
이 씨는 시니어 인턴십의 유일한 단점으로 “놀 시간이 부족하다”고 외쳤다. 근무는 3일이지만 집에서도 계속 사업이나 아이디어 생각을 해야 하고, 개인적으로 그는 사진 동호회 활동도 하고 운동도 하기 때문에 늘 바쁘다.
마지막으로 이강호 씨는 시니어들에게 “집에만 있지 말고 밖으로 나와서 무엇이든지 해보라”고 조언했다. 그는 “하고 싶었는데 못 했던 것을 시도하라는 거다. 그게 뭔지 모르겠다면 책도 읽고, 언어도 배우고, 운동도 하다 보면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중 하나로 재취업이 목표라면 시니어 인턴십은 좋은 방법이라고 전했다.
“시니어 인턴십은 모든 분들에게 좋을 것 같아요. 직장생활 오래한 분들, 사업한 분들 모두요. 노하우, 경험을 공유한다는 것은 사회적 기업, 스타트업에 큰 힘이 되거든요. ‘명절 때 먼저 전화해라’, ‘지나가는 길에 거래처가 있다면 들러라’ 같은 것도 사소한 일이지만 하나의 노하우죠. 이때까지 건강하게 살아 있다면 젊은 사람보다 나은 점이 뭐라도 있지 않겠어요? 꼰대 짓만 안 하면 돼요! ‘라떼는 말이야’만 안 하면 우리는 배울 게 많은 사람들이죠.”
활기찬 노후 정착을 위한 노인 일자리 사업이 더욱 발전하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환경 미화나 교통 지도를 하는 공익활동형 일자리를 넘어 사회 서비스형, 시장형과 같은 새로운 유형의 일자리가 등장했다. 음식 정기 배송, 농산물 재배, 취약계층 돌봄 등 보다 다양해진 일자리 현장을 들여다보고, 그 속에서 삶의 활력을 찾은 두 번째 청춘들을 만났다.
하나금융그룹의 100년 행복연구센터가 중장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만 60~64세의 60%는 70세가 넘어도 일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지난해 통계청이 공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1000만 명이 넘는 장래 근로 희망자 중 70~74세는 79세까지, 75~79세는 평균 82세까지 일하고 싶다고 답했다.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서’, ‘일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어서’와 같은 이유로 대부분 은퇴 이후에도 근로 의욕을 드러냈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정책이 바로 ‘노인 일자리 사업’이다.
노인 일자리 사업을 통해 고령층에 제공되는 일자리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지역사회 공익 증진을 위한 ‘공익활동형’(공공형)은 만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자를 참여 대상으로 하며, 주로 노노케어(건강한 노인이 병이나 다른 사유로 도움을 받고자 하는 노인을 돌보는 일), 학교 급식 지원, 도서관 등 공공시설 봉사활동을 한다. 10~12개월간 하루 3시간, 월 30시간 이상 활동하면 한 달에 27만 원을 지급받을 수 있다. 사회적 도움이 필요한 곳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 서비스형’은 만 65세 이상 참여할 수 있고 복지시설, 보육시설, 금융기관 등에서 10개월간 월 60시간 이상 활동한다. 급여는 근로계약에 따라 다르지만 월 71만 원 정도의 활동비를 받는다. 참여자 인건비를 일부 보충 지원하고 추가 사업소득으로 운영하는 ‘시장형’은 식품 제조·카페와 같은 소규모 매장, 아파트 및 지하철 택배 등 그 종류가 다양하다. 만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근로 수익금에 따라 활동비를 배분한다. 다만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생계 급여 수급자나 직장 건강보험 가입자, 장기요양보험 등급판정자, 정부 부처나 자치단체에서 추진 중인 타 일자리 사업에 참여 중인 자는 신청 대상에서 제외된다.
사회에 기여하는 ‘사회 서비스형’
2021년 우리나라는 2조 6000억 원의 예산으로 82만 개의 노인 일자리를 만들었다. 이 중에서 73.8% 정도가 공공형 사업이다. 공공형 노인 일자리 참여자 평균 연령은 77세 수준으로, 참여에 특별한 자격이 필요하지 않은 주거환경 개선이나 스쿨존 안전 지킴이 등 단순한 활동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최근 변화하는 노인의 특성과 경력을 활용하는 사회 서비스형과 시장형 일자리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삼척시니어클럽은 사회 서비스형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2020년부터 ‘희망을 담는 빨래바구니’를 운영 중이다. 장애인, 독거노인, 한부모 가정 등 취약계층을 방문해 대형 빨래를 수거하고 세탁해 집으로 배송해준다. 이외에도 필요한 생필품이나 상비약을 주문받아 함께 전달하고, 가스·수도·전등 수리 및 가스 누출 점검 등 부가서비스를 제공한다. 세탁이 불가한 낡거나 보온성이 떨어지는 이불은 무료로 교체해주기도 한다. 백창석 강원도 일자리국장은 “빨래방 서비스와 더불어 생필품 구매 대행과 우유 배달을 진행해 취약계층 어르신과 지역사회의 연결고리를 하나 더 만든 셈”이라며 “통합 생활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발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보건복지부는 1월 16일 사회 서비스형 노인 일자리 ‘방역지원 사업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대응 체계가 재택치료 원칙으로 전환되면서 재택치료자·자가격리자 증가에 따른 일선 방역 현장의 과중한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사업단의 주요 업무는 재택치료 키트, 자가격리 물품 점검·배달 및 지역사회 방역 등 지자체와 보건소가 수행하는 포괄적인 방역 현장 지원이다. 방역수칙과 개인정보보호 교육을 통해 노인 일자리 참여자의 건강과 안전을 확보하고, 재택치료자의 개인정보 유출을 방지할 예정이다. 주철 복지부 노인지원과 과장은 “재택치료 키트 배달 등 방역 현장 지원이 절실한 지금, 노인 일자리 방역지원 사업단은 건강하고 경험을 갖춘 베이비붐 세대의 역량을 사회에 환원해 국민의 안전에 이바지하는 의미 있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어르신과 함께 키워나가는 ‘시장형’
구로시니어클럽에서는 지난해 10월부터 시장형 일자리 사업으로 주택가 한복판에 꽃송이버섯 재배 농장을 마련했다. 서울도시주택공사가 매입한 임대주택을 활용해 ‘시티팜’을 운영한다. 집 전체가 버섯 생육장이다.
여기서 자라는 꽃송이버섯은 암세포를 억제하는 베타글루칸 성분을 다량 함유해 항암식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습도와 온도에 민감해 생장 요건이 맞지 않으면 금방 죽어버리는 탓에 키우는 과정이 꽤 까다롭다. 이곳에 근무하는 어르신들은 비치된 기계에 배양액을 채우고, 방 안에 고루 퍼지도록 버섯의 위치를 바꿔주는 등 생육 환경을 최적으로 유지하는 일을 한다. 다 자란 버섯을 수확하고 무게별로 포장하는 작업도 진행한다.
수익은 어르신들의 급여와 관리 유지비, 재료비 등으로 사용된다. 때문에 같이 일하는 직원들도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양임순 구로시니어클럽 관장은 “신생 사업이라 판로 확보를 위해 소상공인들이 운영하는 식당, 대형마트 등 직접 발로 뛰며 납품 계약을 맺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꽃송이버섯은 원래 1kg당 10만 원에 거래될 정도로 고가지만, 중간 유통 과정이 없어 시중가보다 40% 이상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구로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 ‘담아드림’ 역시 시장형 일자리 사업 중 하나다. 담아드림은 샐러드 정기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식자재 마트에서 직접 장을 봐 신선한 재료로 매일 아침 샐러드를 만든다. 재료를 깨끗이 씻어 말리고, 껍질을 까거나 고기를 삶는 등 하나하나 어르신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포장과 배송도 다 이들의 몫이다. 샐러드 종류는 아보카도, 훈제오리, 닭가슴살, 새우, 게살, 버섯 등이 있다. 가격은 5000~6000원으로 시중의 다른 가게들보다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어르신들은 제작 및 포장팀과 배송팀으로 나뉘어 주 2~3회 근무한다.
현재 인근 관공서, 공공기관과 가산디지털단지를 판매 지역으로 정해두고 있다. 양 관장은 “시장형 일자리는 어르신들이 일하는 보람을 느끼게 하고, 여러 사람과 어울리며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면서 “앞으로도 어르신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자리 현장 근무자들의 말말말
희망을 담는 빨래바구니 유을자(65)
“원래 보험 설계사 일을 했어요. 코로나19가 확산되자 본사에서 영업소를 축소하는 바람에 근무 지역이 멀어져 직장을 그만두게 됐죠. 구직 활동을 하다 노인 일자리 사업을 알게 돼 신청했고, 참여자로 선정됐을 땐 다시 일할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기뻤어요. 지금은 한 달에 총 12일, 하루 5시간을 일해요. 수거한 이불을 빨아서 생필품과 우유를 함께 배달하고, 도움이 필요한 집을 선정해 이불을 교체해요. 혼자 사는 어르신을 보면서 나중에 나도 더 나이 들었을 때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남 일 같지 않죠. 그래서 진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해드리려고 노력해요. 몸은 바쁘지만 사회에 도움 되는 좋은 일이니, 자부심을 갖고 있어요.”
담아드림 조규숙(68)
“일자리 모집 공고를 지역 소식지에서 발견했어요. ‘아, 이거다!’ 싶었죠. 자식들도 다 커서 집에 아무도 없는데, 혼자 덩그러니 남아 있으면 심심하잖아요. 많으면 100인분가량의 샐러드를 만들 때도 있는데, 아침부터 재료를 손질하려면 전쟁터예요. 특히 훈제오리나 닭가슴살은 기름기를 일일이 다 빼고 알맞은 크기로 잘라야 해서 굉장히 손이 많이 가죠. 그래도 소스나 재료를 어디에 배치하면 좋을지 의논하면서 메뉴를 발전시키는 재미가 있어요. 출근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같이 일하는 언니들과 중간중간 이야기도 하고, 바쁘게 움직이니 운동도 되는 것 같아요. 삶의 활력소를 찾은 셈이죠.”
시티팜 최수자(80)
“꽃송이버섯에 대해 처음에는 잘 몰랐지만, 효능을 알고 나니 좋은 농산물을 재배한다는 자부심이 생겼어요. 출근하면 버섯 보며 잘 잤냐고 말도 걸어보고, 비닐이 구겨져 있으면 일일이 손으로 펴주기도 하죠. 시간이 지날수록 손주 보듯 사랑으로 돌보게 된달까요. 판로 확보가 중요하다 보니 책임감을 갖고 어떤 요리에 넣어 먹으면 맛있을지 개발해보는 등 의욕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특히 월급으로 가족들에게 선물을 한다거나 용돈을 줄 수 있어서 좋아요. 얼마 전에는 손주에게 시계를 선물로 사줬는데, 기뻐하는 아이를 보니 굉장히 뿌듯하더라고요.”
시티팜 송현순(65)
“집에 있으면 겉모습에 신경 쓰기보다 편하게만 있게 되는데, 여기 나오고부터는 얼굴에 화장품도 찍어 바르고, 눈썹도 그려보면서 관리를 하게 돼요. 아무래도 밖에서 사람들과 만난다고 생각하면 신경을 안 쓸 수 없더라고요. 불면증이 있었는데 열심히 활동하니 잠도 잘 오고, 좋은 배양액을 덩달아 맞아서 그런지 피부가 좋아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전체적으로 제 삶이 윤택해졌죠. 저도 얼마 전에 손주가 입학한다고 해서 책가방을 선물로 사줬어요.”
정부가 경증 치매 관리부터 중증 치매 치료까지 가능하도록 질 높은 치매 관련 의료서비스를 확대한다. 치매 환자의 지역사회 거주 중심 욕구를 반영해 재가 서비스를 확충하고, 치매안심센터를 지역사회와 연계해 허브 기관으로 고도화할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22일 사회관계장관회의 심의를 거쳐 ‘치매국가책임제 추진 성과 및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안건은 치매국가책임제 시행 4년을 맞아 그간 치매 관리 정책의 성과를 살피고, 이를 토대로 치매 환자의 지역사회 거주를 지원하는 '치매국가책임제'를 완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복지부에 따르면 65세 이상 추정 치매 환자 수는 2017년 73만 명에서 지난해 84만 명으로 증가해 오는 2030년 추정 치매 환자는 136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인 치매국가책임제는 치매 문제를 개별 가정이 아닌 국가 차원의 돌봄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날 발표된 방안 중 주요 내용으로는 치매 환자의 지역 거주를 지원하기 위해 돌봄·의료서비스 다양화 방안이 꼽힌다. 복지부는 지역사회에 거주하려는 치매 환자의 수요를 반영한 장기 요양 통합 재가급여를 도입할 방침이다. 통합 재가급여란 수급자가 장기 요양기관에 한 번 신청하면 간호(조무)사·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가 팀을 이뤄 수급자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급여 유형이다. 단기 보호와 수시방문, 이동 등을 지원하는 신규 재가 서비스도 확충한다.
또 지역사회에서 경증에서 중증 치매 치료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질 높은 치매 관련 의료서비스를 확대한다. 지역 내 다양한 노인돌봄서비스 간 연계를 통해 초기 치매 환자에 대한 지역사회 차원의 예방적 돌봄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경증·관리환자를 대상으로는 치매의 지속적 관리나 가족대상 상담‧자문 등을 제공하는 ‘우리 동네 치매 안심 주치의’(가칭)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중증환자의 경우 중증치매환자의 집중치료를 위한 ‘치매 안심 병원’을 확대하는 등 상태별로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담 병·의원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아울러 복지부는 코로나 19 상황에 발맞춘 유연한 치매안심센터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현 상황을 반영한 치매안심센터 운영 지침을 마련해 팬데믹에도 센터를 중단없이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비대면 서비스를 내실화하고, 디지털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도 지속 확대한다.
또 치매안심센터를 단순히 치매 관련 서비스 제공 기관에 그치지 않고, 지역자원과 시스템 간 연계를 통해 ‘지역사회 치매 관리 허브 기관’으로 고도화시킬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사례관리 및 지역자원 연계 지침 보급 ▲치매안심통합관리시스템과 타 복지시스템 간 연계 ▲인력 확충 ▲양질의 치매 프로그램 확산 등을 추진한다.
치매 환자에 대한 사회적 돌봄을 확대하기 위해선 치매 환자에 특화된 공공 치유농장 등 지역사회 치매 특화사업도 적극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 양성일 제1차관은 “고령화로 인한 치매 환자 증가 속도를 고려하여 사회적 돌봄 필요성 증대, 노년층의 욕구 다양화 등 변화하는 정책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라며 “치매국가책임제 시행 4년 동안 국가 치매 관리 서비스 접근성 개선 등의 성과를 거뒀으며 앞으로도 치매가 있어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지역사회 구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복지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실시한 대국민 설문조사에서 치매국가책임제가 치매 환자와 가족에게 실제로 도움이 됐다는 응답이 83%를 차지했다. 전체 치매 상병자 가운데 시설·병원 등에 입소하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관리되고 있는 환자 비율은 2018년 76.7%에서 2019년 80.7%, 지난해엔 85.1%로 집계되며, 치매국가책임제 시행 이후 치매 환자의 지역사회 계속 거주 비율도 지속해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요양보험료 산정 방법이 바뀌고, 전국 장기요양기관의 CCTV 설치가 의무화될 예정이다. 지난 2일 열린 21대 국회 본회의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됐다.
개정안에 의하면, 장기요양보험료 산정 시 건강보험료에 ‘건강보험료율 대비 장기요양보험료율의 비’를 곱해야 한다. 현행법은 건강보험료에 ‘장기요양보험료율’을 곱하여 산정하고 있으나, 이를 개정해 부과 기반, 징수 통합의 효율을 잃지 않으면서도 부과 표준을 ‘사실상’ 소득으로 변경하여 과부담 인식을 해소한다.
또한 장기요양보험급여에 관한 본인부담금 수준을 장기요양등급, 장기요양급여의 종류 및 수준 등에 따라 차등하여 정할 수 있도록 한다. 본인 부담률의 수준을 재정여건, 합리적 급여이용, 지불 능력 등에 맞춰 유연하게 조정 가능하도록 하여 합리적인 장기요양급여 이용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의료기관에서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의사소견서‧방문간호지시서를 발급하여 그 발급비용을 받은 경우 부당이득에 대해 징수할 수 있도록 근거도 마련했다.
아울러, 장기요양기관에는 폐쇄회로 텔레비전을 설치‧운영하도록 하고, 영상정보의 보관‧관리 및 열람의무를 규정하며, 그 의무위반에 따른 벌칙 근거를 마련했다. 수급자의 안전과 장기요양기관의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국회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은 “코로나19로 요양시설의 외부인 출입이 통제되면서 노인학대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라며 “요양원 환자의 학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게 마련되어야 했다”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함으로써 장기요양보험료 산정방식이 합리적으로 변화하는 등 노인장기요양보험 서비스가 개선될 전망이다. 그동안 장기요양보험은 장기요양등급 인정자 중 서비스 미 이용자율이 꾸준히 증가해 여러 차례 지적을 받은 바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