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인 가구의 증가와 경제적 어려움‧사회적 관계 단절로 인한 고독사, 가족 단위 고립사 등이 늘면서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장례 사각지대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가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장례를 지원하는 ‘별빛버스’ 운영을 시작한다.
이를 기념해 화장시설 및 장례식장, 자연장지, 봉안시설을 갖춘 세종시 공설장사종합시설인 세종 은하수공원에서 운영 사업 기념식이 14일 열렸다. 기념식에는 최종균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장, 강도태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유계식 강원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이영호 한국장례문화진흥원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기념식 참석자들은 ‘별빛버스’에 탑승해 간이 빈소에서 치러진 무연고 사망자 모의 장례식에 참관하는 시간을 가졌다.
무연고 시신이란 연고자가 없는 시신, 연고자를 알 수 없는 시신, 연고자가 있으나 시신 인수를 거부‧기피하는 시신을 뜻한다. 무연고 사망자 수는 2013년 1280명에서 2021년 3603명으로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반면 올해 8월 기준 무연고 사망자 등을 위한 공영 장례를 위한 조례를 마련한 기초자치단체는 101곳에 불과하다. 68개 기초자치단체는 예산도 마련하지 못하는 등 지역별로 지원 편차가 컸다.
지난해 ‘장사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장례 지원 근거가 마련됐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6월부터 지자체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한국장례문화진흥원과 무연고 사망자 장례 지원 사업을 준비해왔다.
이번에 운영을 시작한 별빛버스 사업은 빈곤하고 소외된 무연고 사망자의 지자체별 편차 없는 존엄한 장례의식을 지원하고, 이로 말미암아 장례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추진됐다. 사업을 통해 공영장례 모델과 표준안을 제공하고, 상담 서비스나 장례 예식을 지원하며 시신 운구 및 조문객 이동 편의를 제공할 예정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기증받은 별빛버스는 조문객 탑승 좌석과 시신을 화장시설로 운구할 수 있는 저온 안치공간을 갖췄다. 예식은 공설화장시설 분향실에서 진행하되, 이용이 어려울 시 버스 내부의 간이 빈소를 장례 예식을 위한 장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별빛버스는 무연고 사망자 발생 빈도가 높지 않고, 사업 수행이 여의치 않은 지자체를 순회하며 장례 지원을 수행할 예정이다. 지난달 기준 86개 지자체가 신청했으며, 서울, 경기, 인천 등 무연고 발생건수가 많은 곳은 제외한다.
최종균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장은 기념사에서 “별빛버스는 무연고 사망자 장례 예식과 조문객 애도의 공간으로 우리 사회의 소외되고 빈곤한 이웃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별빛버스를 널리 알려 소외된 이웃에 대한 공동체의 관심을 유도하고, 별빛버스 운영사업이 지자체의 무연고 사망자 장례 지원을 확산하는 모범 사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2020년 우리나라의 화장률은 전국 평균 90%를 넘어섰다. 일부 시골 지역을 제외하면 대도시 지역은 95% 이상으로, 국민 대부분이 고인을 화장으로 모시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화장이라는 장법은 화장 이후 유해를 봉안 또는 자연장 하기 때문에 2차 장지가 필수적이다. 이번 편은 ‘장례 비용 얼마나 들까’의 마지막으로 화장장 비용과 2차 장지 비용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다.
화장장 비용
화장 비용은 지자체의 복지 성격이 강하다. 한 분의 고인을 화장하는 데 필요한 원가가 33만 원 정도인데 관내 주민들의 화장 비용으로 5만~15만 원을 받고 있다. 그래서 고인이 거주하던 주소지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화장장일 경우 적은 비용으로 화장을 할 수 있지만, 다른 지역에서 화장할 경우에는 훨씬 비싸다. 예를 들어 주소지가 서울로 되어 있는 분이 서울시 화장장(서울시립승화원,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을 하면 12만 원인데, 성남이나 인천에서 하면 100만 원을 내야 한다.
만약 지자체에서 화장장을 운영하지 않는 경우에는 화장장려금을 지원하기도 한다. 또한 기초생활수급자와 국가유공자는 관할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의 화장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공설 봉안당, 자연장지
화장 이후 유해를 모시는 봉안당과 자연장지 역시 지자체에서 공설로 운영하여 지역민들은 적은 비용으로 시설을 사용할 수 있다. 화장장을 운영하지 않는 안산, 양주, 광명 등에서도 공설 봉안당이나 자연장지를 운영하고 있다. 예전에는 공설이 사설에 비해 시설이 열악한 경우가 있었으나, 근래에는 시설이 많이 좋아져 사설과 차이가 거의 없다. 다만 사설은 봉안당이나 수목장의 위치나 크기를 직접 선택할 수 있지만, 공설은 순서대로 모셔야 하기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는 곳에 모셔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서울의 경우 공설 자연장(수목장, 잔디장)은 일반 시민들도 이용할 수 있지만, 봉안당은 이미 만장되었기 때문에 국가유공자와 기초생활수급자만 모실 수 있다.
사설 봉안당, 자연장지
사설 봉안당은 서울 공설 봉안당이 만장될 때쯤 서울 근교에 생겨나기 시작했다. 지금도 서울 외곽에 많이 분포하고 있다. 사설 봉안당의 특징은 같은 모양이지만 선호하는 높이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다. 흔히 아파트에서 로열층이라고 하는 것처럼 봉안당에서는 눈높이 쪽을 로열단이라 부르고 가격도 가장 비싸다. 제일 아랫단이나 윗단에 비해 3배 넘게 차이가 나기도 한다. 서울 근교 봉안당의 로열단 가격은 일반실 기준으로 600만~800만 원 정도다.
사설 자연장지는 수목장이 유행하면서 많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산이나 공원 같은 곳에 널찍널찍 심어져 있는 나무에 유해를 모시는 곳은 극히 일부이고, 대부분의 사설 수목장지는 공원묘지처럼 작은 나무들을 줄 세워 식재하고 분양하는 방식이다. 쉽게 생각하면 공원묘지에 봉분 대신 나무들이 심어져 있는 형상이다. 공동목, 개인목, 부부목, 가족목 등 다양한 크기의 나무들을 선택할 수 있으며, 보통 성인 크기의 가족목 분양 가격은 1000만 원이 넘어간다.
이러한 사설 봉안당이나 자연장지의 경우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20~40% 정도의 리베이트를 제공한다. 1000만 원짜리 봉안당을 할인 없이 소개할 경우 400만 원 정도의 리베이트가 발생하는데, 이것을 장지 소개 업체와 장례지도사들이 3:7 정도로 나눠 갖는다.
산골, 해양장
산골은 유골을 뿌리는 장법이다. 산골이 불법이다 아니다 논란이 많은데, 정확히 말하면 불법은 아니다. 우리나라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는 산골에 대한 조항이나 규정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무 데나 뿌려도 되는 것은 아니다. 국유지나 타인의 사유지에 허락 없이 뿌리는 것은 당연히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모든 화장장에는 유택동산이라는 산골장이 있다. 이곳과 개인 사유지에 산골하는 것 외에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근래에는 바다에 유골을 뿌리는 해양장도 유행하고 있다. 인천, 강릉, 부산 등에서 허가받은 업체들이 운영하고 있는데, 해안가에서 5km 이상 떨어진 곳에 부표를 설치해 그곳에 유골을 뿌리는 방식이다. 일본의 경우 해양장이 굉장히 고급스럽고 다양한 의식을 진행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해양장은 산골한 후 유족이 원할 경우 간단한 제례의식을 진행하는 정도로 아직 많은 서비스 개발이 필요하다. 비용은 50만 원 내외다.
장법을 결정하고 장지를 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전문가가 조언을 해주느냐는 것이다. 괜찮은 공설 시설에 모실 수 있는 자격이 되더라도 되도록이면 알선 수수료를 주는 곳으로 안내하는 장례업자나 장례지도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가지 쓰지 않고 적절한 장지를 선정할 수 있도록 사전 상담 등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풍수지리에 근거를 둔 명당에 조상을 모시면 후손들이 발복하고 번창한다고 믿어왔습니다. 공주 마곡사에 있는 군왕대(君王垈)는 지기(地氣)가 너무 좋아 몰래 암매장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할 정도죠. 그만큼 우리에게 장지를 선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현재는 풍수지리에 따른 명당보다는 교통 접근성, 시설 편의성 등이 명당의 기준이 되고 있는데요. 화장률이 90%를 넘어가고 있는 현시대에 장지는 어떤 곳이 좋고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우리나라의 장법은 크게 화장과 매장으로 나뉩니다. 먼저 매장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매장이란 시신이나 유골을 땅에 묻는 방법으로 가장 전통적인 장례법입니다. 매장은 공설묘지(지방자치단체가 설치·관리)와 사설묘지(개인묘지, 가족묘지, 종중·문중묘지, 법인묘지)가 있습니다. 현재 공설묘지는 아주 적기 때문에 여기서는 사설묘지에 매장하는 비용에 대해서만 알아보겠습니다. 사설묘지중 개인묘지, 가족묘지, 종중·문중묘지는 선산(先山)에 매장하는 방식이며, 법인묘지는 공원묘지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선산 매장 비용
선산에 매장할 때 들어가는 비용은 크게 기본 작업비와 석물(石物)비로 구분됩니다. 기본 작업비에 장비(포클레인), 인력, 잔디, 석회 등이 포함되며 석물은 비석, 상석, 둘레석을 비롯해 망주석, 석등, 병풍석 등 다양합니다.
지역이나 매장지의 환경에 따라 비용에 차이가 있는데, 기본 작업비 발주 금액은 대략 110만 원부터 시작합니다. 물론 소비자가격은 여기에 상조회사와 장례지도사의 중간 마진이 붙어서 보통 150만 원 정도에서 시작합니다. 석물 비용은 돌의 종류, 크기 등에 따라 금액 변동이 큽니다. 평균 금액을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소비자가의 20~30% 정도가 상조회사와 장례지도사의 중간 마진으로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선산에 매장하는 경우 제일 어려운 것이 마을 주민과의 협의입니다. 보통 해당 마을에서 주민이(또는 마을에서 알선한 업체) 직접 산역을 진행하고 비싼 비용을 책정하거나 마을 발전기금을 별도로 요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협의를 잘 진행하지 못할 경우 마을 사람이 장의차량을 가로막거나 불필요한 신고를 하는 등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공원묘지 매장 비용
공원묘지의 매장 비용은 토지 비용과 석물 비용, 작업 비용 등으로 구분해서 계약을 진행합니다. ‘한시적매장제도’(15년에 한 번씩 분묘 설치기간을 연장, 최대 60년까지 가능)로 2001년 이후에는 대부분의 공원묘지에서 일괄 묘지사용료로 통합하여 계약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공원묘지의 경우 보통 구역이 나뉘어 있는데, 단장으로 모시는 구역, 합장 구역, 일반 구역, 고급 구역 등으로 비용은 1500만 원에서 6000만 원 정도입니다. 요즘은 공원묘지에 매장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많은 공원묘지가 봉안묘 사업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매장 비용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다음 호는 장례 비용 마지막 편으로, 봉안당과 수목장 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장례를 준비하는 유족이라면 의례나 절차 등에 관한 궁금증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장례 비용이 얼마나 들지에 대해 제일 궁금해합니다. 대략의 비용이라도 알고 있어야 비용 마련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호부터 세 번에 걸쳐 장례 비용의 구성과 대략적인 비용이 어느 정도 되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2015년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우리나라 평균 장례 비용은 1380만 원입니다. 3일이면 끝나는 장례 절차에서 과연 어디에 이 많은 비용이 드는 걸까요?
장례를 치르면서 비용이 발생하는 부분을 구분해보면 크게 세 영역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장례식장과 상조회사, 그리고 장지 부분인데요. 이번 호에서는 첫 번째로 장례식장의 비용 구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세 영역 중에서 가장 많은 비용을 차지하는 곳이 장례식장인데요. 임대 비용과 음식 비용, 기타 비용으로 나뉩니다. 기타 비용은 청소료, 관리비 등으로 큰 비용이 아니기 때문에 아래에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임대 비용은 고인을 모시는 안치료, 분향실과 접객실 사용료, 입관실 사용료 등인데, 이는 장례식장에 따라 상당한 금액 차이가 있습니다. 지방에서는 분향실과 접객실 사용료를 받지 않는 장례식장이 상당수 있는 반면, 수도권 대학병원 중에는 하루 사용요금이 500만 원이 넘는 장례식장도 있습니다. 안치료는 1일 사용료가 10만 원 이내이고, 입관실 사용료는 염습 시 1회 사용하는 비용으로 20만~40만 원입니다.
장례식장 표준약관에 의하면 임대료의 산정 기준은 입실을 기준으로 12시간 이내는 시간당 비용으로, 12시간이 넘어갈 경우는 24시간 비용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보통 3일장을 진행할 경우 48시간 비용만 지불하면 되는 겁니다. 대부분 표준약관에 의해 비용을 받지만 간혹 3일장이니 3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장례식장이 있을 수 있으므로 계약 시 꼼꼼하게 조항을 따져봐야 합니다.
음식 비용에는 유족과 조문객들에게 대접하는 식사와 제사음식 등이 있습니다. 평균 식사 비용은 대부분의 장례식장에서 큰 차이는 없습니다. 다만 지역에 따라 홍어회나 문어숙회 등을 사용하는 장례식장에서 음식 비용이 더 많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장례식장에 음식 비용이 대략 얼마 정도인지 문의하면 대부분 조문객 1명당 2만 원에서 2만 5000원 정도 생각하면 된다고 답변해줍니다. 장례식장에서 식사한 경험이 있는 분들은 이 금액이 얼마나 비싼 금액인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제사상을 차리는 경우 제사음식 비용이 발생하는데, 처음 빈소를 차릴 때 기본 제물, 입관 후 성복제, 상식과 발인제로 여러 번 제물을 바꿔 올립니다. 제물을 다 갖춰서 주문할 경우 총 비용이 100만 원을 넘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기본 상에 간단한 상식 제물을 추가해 성복제나 발인제를 올리는 경우에는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장례식장은 임대사업자인데 수도권의 일부 대형 장례식장을 제외하고는 임대보다 음식으로 수익을 보존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조문객도 많이 줄고 음식을 소비하는 비율도 줄다 보니 장례식장들도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장례식장에서 발생하는 비용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호에는 상조회사 영역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묘지에 시신을 매장하던 우리나라 장례 풍습이 근래 화장으로 변했습니다. 현재 전국의 화장률은 90%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고, 수도권을 비롯한 대도시에서는 90% 이상 화장을 하고 있습니다. 화장 이후 골분을 모시는 방식도 점점 새로운 형태로 변하고 있는데요. 초기에는 봉안(납골)당에 모시는 방식이었다면, 요즘은 자연장(自然葬)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수목장은 자연장의 한 형태로 나무 주위에 골분을 묻거나 뿌려 장사지내는 방식입니다.
수목장을 시작한 스위스나 독일, 영국 같은 유럽 국가들은 골분을 그대로 뿌리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묘비 등의 인공 시설은 가급적 조성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영국에서는 생분해성 재질의 용기를 사용하고, 스위스는 유족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나무에 페인트로 표시하는 것만 허용합니다.
매장 장례 풍습이 있던 우리나라는 매장 묘지를 줄이기 위해, 2001년 시행된 장사법을 통해 봉안 시설 설치를 신고제로 전환했습니다. 하지만 과도한 석물 사용과 대형화로 환경 훼손 문제가 계속 발생하자, 2008년 장사법을 개정하면서 친환경적인 대안으로 자연장 제도를 도입하게 됐습니다.
자연장의 정의 및 종류
① 용어의 정의
•자연장(自然葬) : 화장한 유골의 골분(骨粉)을 수목·화초·잔디 등의 밑이나 주변에 묻어 장사하는 것
•자연장지(自然葬地) : 자연장으로 장사할 수 있는 구역
•수목장림(樹木葬林) : 산림법에 따라 산림에 조성하는 자연장지
② 자연장의 종류
수목장, 화초형, 잔디형
안장 방법 및 자연장 시 준수사항
① 자연장의 방법
자연장을 할 때는 화장한 유골을 묻기에 적합하도록 분골해야 하며, 화장한 유골의 골분, 흙, 용기 외의 유품(遺品) 등을 함께 묻어서는 안 됩니다. 지면으로부터 30cm 이상의 깊이에 유골함을 묻되 법령에 정한 용기를 사용해야하며, 용기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흙과 섞어서 묻어야 합니다.
② 자연장에 사용하는 용기
•용기의 재질
1)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6호에 따른 생분해성 수지 제품
2) 전분 등 천연 소재로서 생화학적으로 분해가 가능한 것
3) 수분에 의해 형체가 허물어지는 것(굽지 않은 토기 등)
③ 자연장지 내 제한 행위
자연장지에서 유족, 문상객 등은 추모 행사, 산책 등을 제외한 다음 행위는 할 수 없습니다.
•자연장의 장례식을 방해하는 행위 •자연장지를 고의적으로 파손·훼손하거나, 쓰레기 등을 투기하는 행위 •야영, 소란, 촛불을 피우는 행위 등 •상업적인 물품이나 인쇄물, 서비스를 판매(배부)·제공하는 행위 •음주, 흡연, 애완동물 출입 행위 등 •엄숙성 및 경건성을 고려하여 기타 지방자치단체장이 제한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행위 •자연장지의 관리를 위해 자연장지 전체 또는 일부에 대해 출입을 제한하거나 일시적으로 사용을 제한할 수 있다.
#1 입관을 앞두고 가족들이 고인과 마지막 만나는 시간이다. 저마다 슬픔을 추스르며 고인에게 작별인사를 올린다. 어느 정도 인사가 끝난 것 같아 남은 절차들을 진행하려고 하는데 작은며느리가 잠깐 기다려달라고 한다. 휴대전화를 꺼내더니 고인의 귀로 가져다 댄 후 녹음된 음성을 틀어준다.
휴대전화에서는 코로나19로 입국하지 못한, 브라질에 거주하는 딸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엄마, 못 가서 미안해. 정말 미안해. 마지막 가는 길마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고마워 엄마. 너무도 사랑하는 우리 엄마. 이제 편히 쉬어.” 딸은 흐느끼느라 말을 맺지 못했다. 사랑하는 엄마의 마지막 길을 함께하지 못하는 아쉬움과 슬픔이 절절히 느껴졌다.
#2 아들은 미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건강이 급격히 나빠져 임종을 지키러 입국하려 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들어올 수 없었다. 직계가족의 상이 발생할 경우 입국 시 코로나19 음성 판정이 나면 자가격리를 면제받을 수 있지만 운명하지 않은 시점에서 들어올 경우에는 15일 동안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3 일정이 맞지 않으면 장례식에 참가 못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아들은 임종을 지키지 못하는 대신 장례식이라도 참석하기 위해 임종 후 입국하기로 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입국한 상주를 받아주는 장례식장은 흔치 않았다. 우리 한겨레두레협동조합에서 발 벗고 나서 겨우 장례식장을 섭외할 수 있었는데, 그마저도 고인 사망 후 상주가 입국해 자가격리 면제를 받은 후 4일 만에야 겨우 장례식장에 빈소를 차릴 수 있었다.
유족들은 코로나19 때문에 빈소를 차리지 않는 무빈소로 장례를 치르겠다고 했다.
“상주님~ 빈소를 차리지 않으면 아쉽지 않으시겠어요?” 조심스럽게 여쭤봤다.
“할 수 없지요. 빈소를 차리면 저희들이 조문을 받지 않겠다고 해도 직장 동료나 지인들이 참석해야 할지 말지 고민할 텐데…. 애초에 빈소를 차리지 않는 것이 주변 사람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해요.”
결국 빈소를 차리지 않았다. 참관식에서는 목사님과 여러 성도님들이 함께 발인예배를 진행하며 어머니의 천국 가시는 길을 배웅했다.
코로나19가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을 바꾸고 있다. 결혼식이나 장례식도 예외가 아니다. 이 사태가 얼마나 오래 갈지는 모르겠지만 종식된 이후에도 전과 같은 장례식으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장례식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애도’에 있다. 장례식을 치르는 과정을 통해 가족들은 죽음을 받아들이고 슬픔을 위로받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코로나19 이전 장례식에서는 이런 애도의 과정이 실종되었다. 운명한 직후부터 유족이 해야 할 일이 너무 많고, 빈소가 차려지면 조문받기 바쁘다. 발인하는 날은 장례식장에 비용을 정산하고, 화장장을 예약하고, 장지 계약하는 등 3일 동안 장례는 정신없이 돌아간다. 그나마 온전히 고인을 추도할 수 있는 시간은 염습을 참관하는 한 시간 남짓이 전부였다.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 시대의 장례는 규모가 축소되었을지언정 그로 인해 애도할 수 있는 시간이 훨씬 늘어났다. 부고를 하고 정신없이 조문을 받던 시간이 오롯이 가족들끼리 고인을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는 시간이 된 것이다.
나는 깊이 있는 애도와 가족 간의 애틋한 추모를 위해서는 가족 추모식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추모식이라고 해서 거창할 것도 없고 형식을 따질 필요도 없다. 고인과의 추억을 이야기하거나, 고인의 사진을 함께 보고, 메모리얼 포스트(고인에게 쓰는 마지막 편지)를 작성해 나누면 된다.
내가 근무하는 협동조합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추모와 애도가 중심이 되는 장례식을 준비해왔고 ‘채비’라는 브랜드를 론칭했다. ‘채비’는 추모식이 중심이 되는 혁신형 장례식이다. 우리 조합은 가족들이 추모식을 잘 진행할 수 있도록 기획, 연출, 진행을 돕는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의례가 사라졌다고들 한다. 하지만 ‘채비장례’를 통해 그동안 잊고 있었던 죽음과 의례의 본질을 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모든 것은 양면이 있다. 죽음 또한 그렇다.
코로나19로 예년과 달랐던 지난해 명절 풍경. 아쉽고 서운하지만, 올해 역시 서로의 안위를 위해 거리를 둬야 하는 상황이다. 몸이 멀다고 해서 마음마저 멀어질 수는 없는 법. 온택트로 소통하고 비대면으로 연휴를 즐기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여느 해와는 다른, 코로나 시대의 명절 풍속도를 들여다봤다.
지난 1월 소셜커머스 티몬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일가친척이 모여 명절을 보낸다는 이는 단 4%였다(티몬 고객 1043명 대상). 부모님만 뵙고 오겠다는 이들도 16%에 그쳤다. 자녀와 떨어져 사는 부모 세대라면 자식과 손주들을 보지 못해 섭섭한 마음이 클 터. 전화나 스마트폰 영상 통화로 안부를 전해도 좋지만, 좀 더 색다른 비대면 만남도 가능하다.
생방송으로 세배 받고 유튜브도 함께 보고
요즘은 다양한 기능을 접목한 영상 통화 서비스와 앱이 주목받고 있다. 그중 LG유플러스의 ‘U+tv 가족방송’은 IPTV를 통해 생방송 영상 통화가 가능하다. TV를 켜고 가족 채널 970번을 누른 뒤 발신자의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는 등 손쉬운 방법으로 연결이 된다. 스마트폰보다 훨씬 큰 TV 화면을 통해 영상을 제공하는 덕분에 시력이 안 좋은 시니어들도 실감 나고 편안하게 가족을 만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을 살려 TV를 마주 보고 세배를 받거나, 차례 지내는 모습을 생중계하는 등 명절 분위기를 공유하면 좋다.
또, KT의 영상 통화 앱 ‘나를’(Narle)은 사용자 얼굴을 기반으로 만든 3D 아바타나 증강현실(AR) 스티커를 적용해 색다른 영상 통화가 가능하다. 최대 8명이 함께 그림 퀴즈, 마피아 게임을 즐기거나 유튜브 콘텐츠도 동시에 시청할 수 있다. KT는 지난해 해당 영상 통화 서비스를 일부 노인요양원에 지원해 아쉬워하는 가족들의 마음을 달래기도 했다. 올해 또한 요양원 등 시설의 면회가 쉽지 않아, 이러한 서비스가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금 또는 건강·프리미엄 선물이 대세
지난해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의 리서치에 따르면, 부모님 명절 선물 1위는 현금(59.5%)이 가장 많았다(30~50대 남녀 3041명 대상). 같은 시기 60대 1001명에게 ‘자식에게 명절 용돈을 받으면 기분이 어떤가’라고 묻자, ‘자식 마음이라 생각하고 고맙다’(62.6%)는 흡족한 반응을 보인 이가 과반수였다. 자칫 무성의한 선물이라 인식되기도 했던 ‘현금’이, 코로나 시대에는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기 맞춤한 수단이 된 것이다.
현물 역시 비대면 배송이 가능하다. 지난 1월 롯데마트에 따르면, 올해 설 선물 예약판매 항목에서 건강 기능 식품이 78.7%를 차지했고, 그중 홍삼 관련 제품 매출은 349.9%에 달했다. 코로나19로 건강과 면역력에 관심이 높아진 영향일 테다. 또, 이마트가 설 선물 예약 실적을 분석한 결과 20만 원 이상의 프리미엄 선물 세트가 46.8%의 신장세를 보였다. 부모를 뵈러 가지 못하는 송구한 마음을 고가의 선물세트로 대신한다는 이유에서다. 혹여 현금이나 선물만 보냈다고 섭섭해하기보다는, 상황이 상황인 만큼 부모들도 이 또한 자녀들의 정성임을 헤아려야겠다. 센스 있는 시니어라면 자녀와 손주에게 모바일 선물을 보내 마음을 표현해도 좋겠다.
온라인 성묘 서비스로 접촉 최소화
설날 차례를 지내고 일가친척이 모여 성묘 가던 풍경도 올해는 보기 어려울 듯하다. 최근에는 온라인을 통해 조상에게 인사를 전하기도 한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거리 두기를 위해 온라인 성묘 서비스를 권고한다. 대표적인 온라인 성묘 서비스로는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는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www.15774129.go.kr)이 있다. 홈페이지에 접속해 장지를 모신 시설을 선택하고 영정사진을 비롯한 가족사진이나 상차림, 헌화 등 이미지를 넣어 추모관을 꾸미면 된다. 이를 모바일을 통해 가족이나 친지들과 공유해 고인을 기리고 메시지 등을 남길 수 있다.
인천시와 인천시설공단도 이번 설 연휴에 인천가족공원의 전 시설에 대해 ‘잠시 멈춤’(임시 폐쇄)을 시행한다. 대신 지난해 추석 때 반응이 좋았던 온라인 성묘 서비스를 2월 8일부터 21일까지 운영한다. 인천가족공원 온라인 성묘 홈페이지(grave.insiseol.or.kr)에 사전 접수 후 이용 가능하고, 가족들이 원하면 봉안함 사진도 찍어서 제공한다. 아울러 왕래가 어려운 친지간에 유대감을 형성하도록 유가족 덕담 콘텐츠와 포토 갤러리도 확대할 계획이다.
쏠쏠한 연휴를 위한 소소한 Tip
65세 이상은 전화로 승차권 예매
연휴 기간 장거리 이동이 불가피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최근 KTX, SRT 등은 스마트폰 앱이나 온라인 승차권 예매만 진행한다. 거리 두기로 창가 좌석만 판매해 자칫 비대면 예매 시스템이 익숙지 않은 시니어라면 곤란할 것이다. 이에 코레일과 SR은 만 6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전화 접수를 하거나 전체 좌석의 10%를 우선 배정하는 등 편의를 돕고 있다.
드라이브스루 전통시장 이용하기
자동차에 탄 채로 쇼핑이 가능한 ‘드라이브스루’(drive-through)는 거리 두기에 효과적인 서비스 중 하나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대형마트, 편의점뿐만 아니라 노량진수산시장을 비롯한 군산, 울산 등 전통시장에서 이러한 드라이브스루 시스템을 도입했다. 연휴 전후에 간헐적으로 서비스하는 곳도 있으니, 지역 시장을 찾는다면 관련 정보를 꼭 확인해보자.
VR 콘텐츠로 즐기는 온라인 박물관
손주와 연휴를 보낸다면 유익한 무언가가 필요하다. 외출 대신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 내 ‘온라인 전시관’에서 무료 전시를 만나보자. 최근 전시와 더불어 지난 전시 영상이 다양하게 마련됐다. 특히 인기리에 진행됐던 ‘지도예찬’, ‘황금문명 엘도라도’ 전 등을 비롯해 경주, 전주, 부여 등 지역 박물관 전시장을 VR 콘텐츠로 더욱 실감 나게 감상할 수 있다.
임철순 언론인ㆍ전 이투데이 주필
※4월 1일(수)부터 ‘임철순의 즐거운 세상’을 주 1회 온라인 연재합니다. 코로나19로 어둡고 우울한 시대에, 삶의 즐거움과 인간의 아름다움을 유머로 버무려 함께 나누는 칼럼입니다.
나는 2월에 ‘충청도 사람 이야기’ 1~3편을 쓴 적 있다. 이 글은 내 블로그에서 정말 인기가 높다(고 나는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그중 두 번째 글(https://blog.naver.com/fusedtree/221820129396)은 아래와 같이 끝난다.
저는 초등학교 때 이런 노래를 배웠습니다. “맑은 바람(하늘?) 밝은 달(그다음은 생각 안 남) 7백년 백제 역사 이룩한 고장, 찬란한 옛 문화 새로 꽃 피워 이 나라 길이 빛낼 도민 3백만.”
‘충남도민의 노래’인데, 이 글을 쓰면서 찾아보니 1957년 충청남도 내무국 문화예술과(아아, 그 시절에도 이런 과가 있었다니!)가 생산한 노래라고 나오네요. 그러나 가사 전문은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걸 찾아서 알려주시는 분께는 후사하겠습니다. *후사=일이 다 끝난 뒤 고맙다고 말로 때우는 것.
저는 초등학교 때 조회(종례?)시간에 ‘이(승만) 대통령 찬가’도 불렀습니다. “그 어느 곳의 슬기(?)였던가? (다음은 생각 안 남)” 이렇게 시작해서 “우리에 대애통령 이승만 박사.” 이렇게 끝나는 노래입니다. 이 노래의 가사를 알려주시는 분께도 잊지 않고 후사하겠습니다.
그랬는데 두 달 다 되어 어떤 분이 이런 댓글을 달았다.
-안녕하세요? 저도 국민학교 조회 시간이나 학예회 때 부르던 '대통령 찬가' 를 찾던 중이었는데, 열심히 검색하여 드디어 찾아냈습니다. “그 어느 곳의 슬기였던가 원한의 거슬린 피 뛰어 솟는 곳, 온 땅의 믿음이 피어나리고 정의의 불가마 밝게 안긴 우리의 대통령 이승만 박사." 이승만은 대통령 찬가가 한두 가지가 아니고 종류가 많아서 찾기 매우 힘들었습니다. ‘충청도 사투리’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이승만 찬가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처음 듣는 말이었다. 좌우당간 나는 이렇게 답했다.
-와, 무려 60년 만에 가사를 알게 됐네요. 알고 보니 되게 어렵고 외우기 머리 아프군요. 그래서 다 잊어 버렸나? ㅎㅎㅎ. 정말 감사합니다.
-저도 가사를 처음 시작 부분과 끝부분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 어느 곳의 슬기였던가…우리의 대통령 이승만 박사, 이렇게요.
-저하고 똑같군요. ㅎㅎ
-작년에, 제가 국민학교 6년 동안 불렀던 이승만 대통령 찬가 가사를 알고 싶어서 오랜 검색 끝에 겨우 찾아 휴대폰에 저장해 놨는데, 어느 순간 삭제해 버렸어요. 그런데 이번에 또 그게 궁금해져서 검색을 하는데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더군요. 그러다가 "그 어느 곳에 슬기였던가" 이렇게 검색을 했더니 뜬금없이 ‘충청도 사람 이야기’가 나오는데 아주 재미가 있더군요. 크게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제 친구 중에 충청도 출신이 있어 충청도 말씨나 억양에 많이 익숙해요. 그래서 이 글을 그 친구한테 바로 보내줬습니다. 그런데 맨 마지막에 대통령 찬가 첫 부분과 끝부분이 나오는 거예요. 제가 알고 있는 것만…. 참! 실소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이걸 어떻게든 찾으려고 컴퓨터로 오랜 시간 검색하다가 드디어 찾아냈습니다. ㅎㅎ. 며칠 동안 머릿속에 자리하고 있던 과제를 마무리해서 속이 후련합니다.
-제가 그 가사 알려주시는 분께 후사한다고 했는데, 알려주셨으니 제 책 한 권 보내드리겠습니다. 괜찮으시면 주소를 알려주십시오.
-*후사=일이 다 끝난 뒤 고맙다고 말로 때우는 것. 이미 받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아차, 그렇군요(당했다!).
-'이승만 찬가'도 실은 어느 분의 블로그에 들어가서 발췌해 왔어요. 이승만 찬가나 대통령 찬가로 검색하면 제가 배웠던 곡은 절대로 안 나오고 다른 것만 나와요. 이 노래 찾기 정말 어려웠어요. 그래서 역시 첫 소절로 검색하다 어느 분의 블로그에 들어가게 됐어요. 1960년에 3·15 부정선거가 일어나던 때의 상황을 설명하며, 저랑 같은 시대를 살았는지 특별히 그 노래를 기억하고 있었어요. 음악시험 시간에 필수곡이었다고 하면서요. 그분은 교실에 이승만 초상화도 걸려 있었다고 하던데 그건 기억이 안 납니다.
이렇게 해서 나는 문제의 가사를 드디어 마침내 결국 알게 됐다. 원래 내가 말한 후사는 두둑하게 사례를 하는 게 아니라 맨입으로 때우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선물하려던(말로만) 책 한 권도 굳게 됐다. 다만, 가사를 잊어버렸던 부분은 어떻게 부르는지 곡조를 아직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나나 내 또래인 것 같은 그분은 왜 이렇게 그 가사를 되살리려 한 걸까? 잊어버리면 잃어버린다. 그 노래는 잃어버린 것이었다. 그런데 잃어버린 건 잘 잊히지 않는다. 잊어버린 걸 되살리는 건 잃어버린 걸 되찾는 일이다. 물건은 잃어버려도 좋지만 노래는 다르다. 노래는 그 자체로 삶이니 노래를 찾는 건 나의 기억과 시간을 되찾는 일이다. 시대가 어떠했든 내용이 무엇이든 ‘그때 그 노래’는 되살릴 수 있어야 한다.
이제 조금 있으면 누군가 또 나타나서 ‘충남도민의 노래’도 알려주지 않을까. 길을 걷다가 기타 삐꾸(피크)를 주운 녀석이 “앗싸, 인제 기타만 주우면 된다.”고 그러더라지? 그런 마음보로 ‘독지가’를 기다린다.
임철순 약력
서울 보성고, 고려대 독문과,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졸. 한국일보 편집국장, 주필 역임. 이투데이 이사 겸 주필 역임. 현재 자유칼럼그룹 공동 대표. 삼성언론상, 위암 장지연상 등 수상. 저서 ‘손들지 않는 기자들’, ‘노래도 늙는구나’ 등. 대한민국서예대전 5회 입선.
임철순 언론인ㆍ전 이투데이 주필
※4월 1일(수)부터 ‘임철순의 즐거운 세상’을 주 1회 온라인 연재합니다. 코로나19로 어둡고 우울한 시대에, 삶의 즐거움과 인간의 아름다움을 유머로 버무려 함께 나누는 칼럼입니다.
소설가 김훈은 봄만 되면 춘수(春叟), 봄 늙은이 이야기를 한다. 올해에도 어느 잡지 기고에 이 말을 써먹었다. 칠순이 넘었으니 늙은이인 게 확실하지만, 늙은이로 앉아 있으면 글쓰기 쉽고 말을 편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봄은 늙음과 함께 온다. 춘수라는 말에 노인의 건강과 병, 시름과 기억이 다 들어 있다. 춘한노건(春寒老健)은 봄추위와 노인네 건강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말이다. 이걸 “봄이 추워도 노인은 건강하다”고 새기는 사람이 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게 아니라 노 젓기 좋다고 말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런 억지를 부리고 새로운 해석을 하거나 말거나 헤르만 헤세의 시(‘봄의 말’)를 빌리면 봄은 이렇게 말한다. 헤세는 대체 왜 이런 걸 썼을까.
아이들은 다 알고 있다. 봄이 말하는 걸.
살아라, 자라나라, 피어나라, 희망하라, 사랑하라,
기뻐하라, 새싹을 움트게 하라,
몸을 던지고 삶을 겁내지 마라!
늙은이들은 다 알고 있다, 봄이 말하는 걸.
늙은이여, 땅속에 묻혀라,
씩씩한 아이들에게 자리를 내주어라,
몸을 내던지고 죽음을 겁내지 마라!
이런 말 해주지 않아도 잘 낡고 잘 늙어서 갈 때 되면 알아서 잘 갈 텐데. 1절만, 아이들 이야기만 하고 마시지. 하지만 헤세가 그러거나 말거나 노인들은 건강하고 싶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겁내면서도 앞으로 봄을 얼마나 더 맞을까 싶어 꽃 주위에 다가가게 된다.
노인의 건강은 눈이 생명이다. 눈동자가 풀리면 가는 거다. 늙었지만 기력이 정정하다는 말이 확삭(矍鑠)인데, ‘矍’ 자에 형형한 눈 두 개가 형형하게 박혀 있다. 허균(1569~1618)이 사명대사(1544~1610)의 모습을 돌이키는 글에도 그 말이 나온다. “안장에 기대 좌우를 돌아보면서 요기(妖氣)를 쓸어버리려는 의지는 또 확삭(矍鑠)한 노장(老將)과도 같기에 내가 더욱 경중(敬重)해 하면서….” 임진왜란 때 혁혁한 공을 세운 승병장의 모습이 약여하다.
하도 확삭하여 왜병들을 향해 눈으로 확 레이저를 쏜 장군도 있다. “공은 모습이 장대하고 씩씩했으며, 안광(眼光)이 횃불과 같아서 깜깜한 밤중에도 사물을 비출 수 있었는데, 선조대왕께서 일찍이 ‘잠자는 호랑이 상[眠虎相]’이라고 칭하신 적도 있었다.” 갈암 이현일(1627~1704, ‘음식디미방’의 저자 장계향의 아들)의 충의공 정기룡(1562~1622) 장군 묘사다. 그거 참! 확삭에 나오는 삭(鑠)은 녹이다, 태우다 이런 뜻이니 레이저에 데거나 타고 녹은 왜병들이 많았던 거 같다.
확삭, 재미있는 말이다. 모처럼 알게 된 이 말을 한번 써먹으려고 요즘 재미있는 글로 독자들을 이리 끌고 저리 몰고 다니는 칼럼니스트에게 “늘 확삭하시오, 할아부지” 하고 써 보냈다. 그랬더니 재깍 “하루가 다른디요? 확삭이 아니라 팍삭이야요” 하는 답이 왔다. 몇 마디 더 주고받은 뒤, “이런 걸로 글 한 편이 되겠네” 그러고는 “내가 쓸 팅게 손대지 마셔”, 이렇게 으름장을 놓은 게 2주 전이다.
그 뒤 머릿속에서 글 제목을 이리 공글리고 저리 떠다밀고 해봤지만 ‘확삭 팍삭’만 떠오르지 뭔가 좀 있어 보이는 일곱 자를 만들기가 어려웠다. 무슨 글이든 칠언(七言)이 돼야 그럴듯해 보이는데. ‘확삭 팍삭 동방삭’ 이래볼까? 동방삭(東方朔)은 무려 삼천갑자를 살았다니 당연히 확삭한 사람이었을 테지,
그러다가 더 시간 끌기 거시기해서 일단 글을 쓰던 중 그 칼럼니스트가 새벽 4시 조금 넘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걸 알게 됐다. 반갑고 궁금해서 “안 잔 겨? 깬 겨?” 하고 물었다가 오줌이 마려워 3시쯤 깼다는 대답에 ‘소변삭’을 떠올리게 됐다. 오줌을 조금씩 자주 누는 증상이 소변삭(小便數)이다. 수삭(溲數), 소변빈삭(小便頻數)도 같은 말인데, 두 자나 네 자는 필요 없다.
그래서 이 글의 제목이 ‘확삭 팍삭 소변삭’이 됐다. 제목이 떠오르지 않아 글 쓰는 게 늦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목 붙이느라 제주도 말로 정말 ‘폭삭 속았다’. 노인들은 대개 소변삭을 한다. 자다가 몇 차례 깨는 사람도 있다. 사람은 확삭하다가 팍삭해져서 소변삭으로 자다 깨다 결국 가는 거 아닐까. 헤세가 뭐라거나 말거나 내가 아는 노인들 모두 확삭하면 좋겠다. ‘아기 궁둥이 같은’(소설가 박완서의 표현) 눈엽(嫩葉, 嫩=어릴 눈)에서 새로운 기운을 얻으며.
임철순 약력
서울 보성고, 고려대 독문과,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졸. 한국일보 편집국장, 주필 역임. 이투데이 이사 겸 주필 역임. 현재 자유칼럼그룹 공동 대표. 삼성언론상, 위암 장지연상 등 수상. 저서 ‘손들지 않는 기자들’, ‘노래도 늙는구나’ 등. 대한민국서예대전 5회 입선.
89세 아버지에게 폐암 진단이 내려졌다. 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고 폐에 생긴 암이 갈비뼈를 눌러 갈비뼈 두 개가 부러졌다고 했다. 얼마 전부터 가슴 위가 결리고 옆구리가 부어 움직이는 게 힘들다고 했는데, 옆구리 통증의 주범이 암이었던 것이다.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했다. 진통제 덕분인지 곧 안정을 찾았다. 간병하는 여사님이 자식보다 더 친절하게 아버지를 간병했다. 아버지는 나날이 좋아졌다.
가족들의 고민은 ‘언제 어떻게 이 병을 알려야 할까?’로 옮겨갔다. 솔직하고 정확하게 알리는 게 맞다는 건 알고있었지만 병상에서 환히 웃고있는 아버지를 보면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통증이 잡히면 집으로 다시 돌아갈 생각을 하고있는 아버지께 폐암3기고 여명이 2~3개월이란 말을 입 밖으로 내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결국 주치의에게 부탁을 했다. 의사가 아버지 상태를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알려드리기로 했다. 오후 회진을 하며 폐암 3기라고 알려드리고 아버지 상태를 설명을 했다. 아버지는,
“처음 앓는 병이니 잘 부탁드립니다”
라고 농담 어린 인사를 건넸다고 한다. 의사를 웃음 짓게 한 아버지는 그날 일을 일기장에 이렇게 기록했다.
‘오늘 병원에서 검사한 결과가 나왔다. 폐암 삼기라고 한다. 심정은 담담하다. 어느 정도 예감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혼란스럽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는데 아버지 일기를 보니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 날 이후 우리는 아버지와 헤어지는 일에 대해, 죽음에 대해, 그 이후에 벌어질 일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호스피스병원과 아버지 장례식, 장지에 대해서 구체적인 대화를 계속 했고, 온전한 정신으로 남은 가족들과 작별인사을 했다. 재산도 없이, 건강을 잃은 채 오랜 시간 병든 노인으로 살아 온 아버지를 그저 그런 노인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죽음을 코 앞에 두고 의연함을 잃지 않는 태도에 존경심이 생겼다.
아버지를 보면서 죽음이 슬프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아버지가 죽음 때문에 슬프거나 힘들어하지 않으니 지켜보는 가족들도 아버지에게 죽음이 다가오는 게 크게 슬프지 않았다. 죽음이 슬픔 건, 죽기 때문에 슬픈 게 아니라 죽지 않길 바라기 때문에 슬픈 거라는 법륜 스님 말이 깊이 이해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