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나라 걱정으로 가득한 사람’. 권오용(權五勇·63) 효성그룹 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느낀 그를 단 한마디로 정의하면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재계에서 ‘뼛속까지 홍보맨’의 요직을 거치면서 여러 굴지의 오너와 인연을 갖게 된 그는 국가와 사회,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채워진 사람이다. 그가 상임이사로 일하는 한국가이드스타(이사장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는 비영리 공익법인 평가를 전문으로 하는 기관이다. 이곳에서 6년째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그가 발견한 자신의 의무와 책임, 그리고 공동체 모두가 잘 사는 길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제가 ‘브라보 마이 라이프’ 1호 독자예요.(웃음) 2015년 1월호를 창간하기도 전에 정기구독 신청을 했고 지금까지 계속 보고 있죠. 평생 구독 회원이 될 것 같습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매거진 제1호 독자, 권오용 고문은 단순히 여가를 활용하고 문화만을 즐기는 게 아니라 현실 사회까지 다루는 중량감 있는 시니어 매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에게는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바로 그러한 바람이 구현된 잡지다.
“여가와 문화만을 즐기기에는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고 있으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시니어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강물처럼 흘러서 사라지는 게 아니라 마치 저수지처럼, 필요할 때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시니어라고 봐요.”
부자는 돈을 잘 쓰는 사람
전경련 기획홍보 본부장을 거쳐 금호아시아나그룹, SK그룹 홍보실장, SK 사장, 효성그룹 홍보 고문까지, 스스로 재계에 취직했다고 하는 그가 공익법인 평가 법인에서 봉사로 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서부터 그의 국가관을 들어봐야 한다.
“선진국의 기준이란 뭘까요? 바로 오랫동안 잘사는 나라가 선진국입니다. 중요한 건 기간이죠. 그런 의미에서 최고 선진국은 유럽이고, 그다음이 미국이죠. 그리고 일본도 선진국 대열에 들어갔습니다. 중국에는 소득이 5만 달러 이상인 사람이 1억 명이나 된다고 해요. 그런데 잘사는 나라로 보여도, 기간으로 보면 졸부예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돈을 잘 쓰는지를 따지면, 그 부분에 있어선 선진국이 아니예요. 돈이 많은 사람이 부자가 아니라 돈을 잘 쓰는 사람이 부자입니다.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이 부자인 이유는 돈을 잘 쓰기 때문이죠. 평생을 쓰레기 주워 모은 돈을 장학금으로 내놓은 할머니는 빌 게이츠 못지않은 부자입니다. 이런 부자가 많은 나라가 선진국입니다.”
세금을 안 내면 투명성으로 보답해야
돈을 잘 써야 공동체가 잘 산다. 기부가 대표적인 방법이다. 그런데 권 고문이 보기에 우리나라의 기부 문화는 많은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 기부금이 1년에 12조 원 정도 됩니다. 그중 7조 원이 종교단체에서 나와요. 그리고 5조 원은 공익법인이 마련한 기부금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기부금 시장이 양적으로는 굉장히 늘었는데, 어떻게 썼는지는 불투명하다는 게 문제입니다.”
공익법인 기부금의 어마어마한 액수에 기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동시에 수많은 문제들도 떠올랐다. 당장 얼마 전 한국 사회를 전율시켰던 ‘어금니 아빠’ 이영학의 비인간적이고 잔인한 행각 뒤에는 그저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의 풍족한 생활을 뒷받침해준 소위 ‘눈먼 기부금’이 있지 않았는가.
“세금은 국회를 통해 어떻게 쓰이는지 파악되지만 기부금은 잘 쓰이고 있는지 국민이 관심이 없어요. 막연히 잘 쓰이고 있겠지 생각만 하죠. 미국의 공익법인도 우리처럼 세금을 안 냅니다. 그런데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에 조세정의의 관점에서 일반 기업보다 훨씬 많은 투명성의 책임이 부여돼요. 우리는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그냥 방관하는 편이죠.”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한국가이드스타는 공익법인이 세금을 면제받는 대가로 국세청에 매년 제출하는 재무보고서를 분석 소스로 삼는다. 재무보고서를 분석해 운영을 제대로 하는지 안 하는지 검토하고, 결과를 점수화해 매년 공개하고 있다. 작년에 처음 발표했는데, 반응이 꽤 컸다고 권 고문은 자평했다.
“물론 평가는 다 싫어하죠. 학교도, 신문도, 개인도 다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세금을 내는 입장에서는 제대로 평가해주길 바라는 게 당연한 거 아니겠어요? 그리고 이런 걸 정부에서 하면 탄압한다는 얘기를 듣게 돼요. 그래서 민간 쪽에서 하는 게 맞죠.”
한국가이드스타는 어떻게 보면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를 실행하고 있는 셈이다. 모두가 필요한 일이라고 말은 하지만 여론을 주도하는 시민단체를 건드리는 일이기에 지원을 주저할 수 밖에 없다. 쉽지 않은 길이었고 ‘이 일을 내가 왜 하나’라는 후회가 들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올해도 3월 14일 우리나라 공익법인 8993개를 대상으로 투명성과 책무성을 분석해 93곳만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좋은 평가를 받은 곳에서는 좋아하지만 나머지는 무슨 자격으로 평가를 하느냐고 항의가 쏟아졌다.
지원이 불가능했던 미르·K 재단 사건
“작년에는 데이터를 통해 공익법인의 생태계를 바꾸겠다는 저희 취지를 긍정적으로 보고 큰 지원금이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한국가이드스타 평가를 중요한 참고 정보로 활용하는 기업도 생겼습니다. 보람 있죠. 공익법인에서는 싫어하지만.(웃음) 그러나 의무감을 갖고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권 고문은 공익법인 평가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정권 교체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던 미르·K 재단 사건을 언급했다.
“권력을 이용해 자금을 요청하는 미르·K 재단 같은 곳은 어느 정권에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전경련에 공익법인들에 대한 운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적이 있어요. 그 가이드대로라면 미르·K 재단은 돈을 줘선 안 되는 단체입니다. 그런데 거기에 돈을 주는 바람에 기업 회장들이 구속되고 전경련은 해체 위기에 몰렸으니…. 미안한 심정이죠. 공익법인 평가는 기업으로 하여금 그런 비정상적인 재단에 돈을 안 줄 수 있는 정당한 명분을 마련해줍니다.”
배려가 효율을 지속가능하게 만든다
그는 최근 오너십 체제와 기업 경제, 국가 발전이 함께 이뤄질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고 있다. 또 지금까지 변화된 오너십과 사회 환경의 장점들을 합쳐 한국만의 독자적인 모델이 개발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예전에 전경련에서 일할 때, 전경련 조찬이 7시 30분에 있는데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7시 35분에 도착한 일이 있었죠. 그때 그분이 회의가 늦게 끝나 미안하다고 말했던 게 기억납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했더니 새벽 5시부터 이미 회의를 하나 끝내고 온 거였어요. 촌음을 아껴 시대를 누빈 선배 경제인들의 열정에 우리 경제가 여기까지 온 거죠.
정주영, 이건희, 구자경, 김우중, 최종현 등 오너의 삶과 성과를 바로 옆에서 본 사람답게, 그는 한국의 정치와 경제 관계를 정경일체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의 열정과 실행력이 일으킨 변화의 긍정적인 면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평창동계올림픽에 사람들이 얼마나 감동을 받았어요? 그런데 그걸 유치한 게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건희 삼성 회장이에요. 정경일체가 되어 국가적 목표를 달성한 거죠. 서울올림픽도 마찬가지였죠. 감동과 투자는 별개가 아니에요. 그 과정도 봐야죠.”
그는 시니어를 ‘보이지 않는 자산’이라고 표현했다. 보이는 자산에는 투자가 잘 이뤄지지만 보이지 않는 자산에는 투자가 잘 안 이뤄진다. 그러나 정말 중요할 때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자산이다. 여기서 그는 공자의 ‘겨울이 되어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는 사실을 알게 된다’(歲寒然後 知松栢之後凋)를 인용하기도 했다. 그는 보이지 않는 곳을 보는 배려의 힘이야말로 효율을 지속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열쇠라고 말했다.
“올림픽이 그다음에 열리는 패럴림픽으로 이어지는 것이야말로 효율이 배려가 되는 교훈을 보여줬죠. 올림픽이 몇 초를 기록으로 서로 경쟁하는 ‘효율’을 목표로 한다면 패럴림픽은 ‘배려’없이는 가능하지 않은 경기입니다. 그런데 패럴림픽이 88서울올림픽 때부터 시작됐다는 걸 아세요? 사실 우리나라가 효율과 배려를 세계 최초로 시행한 나라입니다.”
재계에 취직했다는 사람답다. 전문성을 갖고 일가를 이룬 만큼, 이제 그는 봉사라는 기회를 통해 청춘을 다시 찾아가고 있다. 철학이 샘솟듯 봉사활동을 통해 사회를 아름답게 만드는 권오용 고문. ‘브라보 마이 라이프’ 1호 독자의 행보라서 그런지 더욱 진한 여운이 남는다.
노후의 삶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장수리스크’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준비 없이 맞이하는 긴 노년은 괴로움만 더할 뿐이다. 따라서 나이에 맞는 ‘생애자산관리’가 뒤따라야 하며, 은퇴 직전인 50대뿐만 아니라 30~40대부터 노후필요자산에 대한 적정성 점검과 자산 극대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은퇴 이후에는 노후 기간을 세분화하여 자산의 적정한 인출과 소득의 보완에 신경 써야 한다. 금융업계 전문가들이 꼽은 시니어가 알아야 할 재무 설계 키워드를 은퇴 전·후로 나눠 정리해봤다.
도움말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골든라이프연구센터
PART1. 은퇴 전 시니어 재무 설계 키워드
◇ By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김동엽 상무·은퇴교육센터장
#1 '5565'
직장에서 정년퇴직하기 직전 5년부터 퇴직한 뒤 5년에 해당하는 55세부터 65세 사이의 시기를 말한다. 직장생활을 잘 마무리하면서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는 시기로 매우 분주한 때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인간관계 중심이 회사에서 가정으로 바뀌므로 회사형 인간에서 가정형 인간으로 변화해야 한다. 아울러 노후자금 관리도 돈을 모으는 ‘적립’에서 ‘인출’ 중심으로 변화한다.
#2 임금피크 ≠ 인생피크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면서 55세 전후로 임금피크를 실시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 근무연한이 늘어나면 임금도 상승하는 연공서열방식 임금제도와 달리,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특정 연령부터 임금이 줄어든다. 임금이 줄어들면 덩달아 퇴직급여도 줄기 때문에 대응을 잘해야 한다. 기업에 따라 임금피크에 해당하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사전은퇴 교육을 시행하는 곳도 있으니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노후준비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임금피크 전후를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인생 후반전이 달라진다. 자칫 이 시기를 무의미하게 보내면 임금피크가 인생피크가 될 수도 있다.
#3 이중부양
은퇴를 앞둔 50대는 자녀부양과 부모봉양이라는 두 가지 짐을 짊어진 경우가 많다. 그나마 현재 50대는 경제가 고도성장할 때 직장에 다니며 부를 축적하고 노후준비도 할 수 있었지만, 그들의 부모 세대는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노후를 맞이했다. 게다가 고도성장의 열기가 식으면서 그들의 자녀 세대 또한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지 못해 생계를 꾸려가기 힘든 상황이다. 부모봉양과 자녀부양이라는 이중의 짐이 50대 어깨 위에 얹혀 있는 셈이다. 게다가 자신의 노후준비까지 하려면 연금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공적연금과 퇴직연금을 통해 기초생활비를 만들고, 여기에 개인연금과 주택연금을 더해 기본 생활비를 마련하자.
◇ By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조명기 수석연구원
#4 퇴직금을 지켜라
우리나라 남성 근로자의 평균 근속연수는 6.7년으로 OECD 주요국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평균 근속연수가 짧으면 이직 때마다 노후자금의 주요 축인 퇴직(연)금을 일시금으로 찾아 다른 용도로 활용해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노후자금 축적에 큰 위협 요인이 된다. 따라서 이직 시 IRP(개인형 퇴직연금, 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계좌에 이관된 퇴직금은 절대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말고, 55세 이후 5년 이상 연금으로 받는 것이 좋다. 이 경우, 퇴직금을 노후자금의 목적대로 보존할 수 있으며 퇴직소득세 감면 효과(30%)까지 누릴 수 있음을 기억하자.
#5 자녀 리스크 회피
자녀 지원을 아끼지 않는 우리나라 부모 세대는 오랜 기간 자녀 리스크에 노출된다. 사교육비부터 결혼자금 지원까지, 생애 지출의 상당 부분이 자녀를 위해 쓰인다. 즉 소중한 자녀가 노후준비의 걸림돌이 되는 것. 2016년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5년 내 자녀를 출가시킨 부모의 3분의 1은 결혼자금 지원을 위해 노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산(부채, 퇴직금, 개인연금 등)을 활용했다. 자녀에 대한 무분별한 지원보다는 자녀에게 부담 주지 않는 독립적인 노후를 보내는 것이 결국 자녀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임을 명심하자.
#6 연금라이프 점검
평균수명 증가로 은퇴기가 길어지면서 필요한 노후생활 자금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소득이 사라지는 은퇴기에도 삶의 질 하락 없이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생활에 꼭 필요한 ‘필수생활비’를 확보해두는 것이 핵심이다. 이때 필수생활비는 살아있는 한 꾸준한 소득흐름을 보장하는 연금으로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본적인 국민연금 이외에 종신연금처럼 죽을 때까지 소득흐름을 보장하는 연금상품이 충분히 갖춰져 있는지 확인해, 필수생활비를 연금으로 충당하는 연금라이프를 누릴 수 있을지 점검해보자.
◇ By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박 진 소장
#7 집, 소유 말고 사용하자
우리나라 사람들의 자산을 보면 다른 나라에 비해 부동산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선진국의 경우 가계의 부동산 비중이 약 50%이지만, 우리나라는 70%가 넘는다. 집은 소유하는 개념이 아닌 사용하는 개념으로 바꿔 생각할 필요가 있다. 집을 사용하는 것으로 여기면 무리하게 투자해 집을 사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7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10억짜리 집을 사기 위해 3억을 대출받는 것보다, 5억짜리 집에 살면서 2억을 연금보장형 상품 등으로 넣어두는 편이 낫다. 10억짜리 집을 사면 이자를 내야 하지만, 5억짜리 집에 살면 이자를 받는 셈인데, 이는 매우 큰 차이다. 여기서 나오는 이자를 노후자산에 톡톡히 활용할 수 있다.
#8 자산관리 분배 원칙 '5533'
5: 총자산의 50%를 금융자산으로! 가계의 총자산 내에서 26% 수준에 불과한 금융자산의 비중을 큰 폭으로 늘리자. 노후에 필요한 것은 정기적인 현금흐름이고, 이를 만들어내는 금융자산을 최소 50% 수준까지 확대하는 것이 좋다.
5: 금융자산의 50%를 투자형 자산으로! 저금리 시대를 맞아 금리연동형의 안전형 상품으로는 자산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없다. 40%를 훌쩍 넘는 예금자산을 줄이고, 20% 수준에 불과한 투자형 자산의 비중을 늘려보자.
3: 투자형 자산의 30% 이상은 해외자산으로! 투자형 자산에 투자할 때는 해외자산의 비중을 늘려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 우리나라 증시는 전 세계 주식시장의 2%도 안 된다. 국내 종목에만 집중투자하기보다는 글로벌 분산투자의 개념에서 해외 종목을 30% 이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
3: 연금자산은 총자산의 30% 이상으로! 100세 시대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자산은 결국 연금자산이다. 아무리 많이 잡아야 8% 수준에 불과한 연금자산을 최소 총자산의 30%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
◇ By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골든라이프연구센터 황원경 센터장
#9 장기보장자산 마련
장기보장자산 마련을 위한 재무 설계는, 늘어난 노년기에 경제적으로 독립된 노후생활을 고려하는 상황에서 주요 키워드가 될 것이다. 장기보장자산 마련을 위해서는 일정 소득을 제공하는 노후자금기본형성 계획과 인플레이션을 따라가면서 ‘인플레이션+α’의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자산 확대 계획이 필요하다. 노후자금기본형성을 위해 개인형 IRP, 연금보험 등에 대한 이슈가 중요하며, 노후자금자산 확대를 위해 일정 부분 위험을 감수하는 자산관리 전략의 혼용이 필요하다.
*경제활동기 이후 노후생활기 증가: 1985년 13.4년, 2016년 26.8세.
단순히 ‘노후자산관리’라고 뭉뚱그려 말하기엔 은퇴 이후, 즉
#10 '1세대가구형' 생존전략
가구에 대한 개념 변화와 기대수명의 연장, 부모에 대한 부양의식의 약화, 에이징인플레이스(Aging in Place)의 개념 등으로 은퇴 후 1인가구나 부부가구 증가가 예상된다. 전통적 방식의 2세대 이상 가구 유형(부모-자녀 세대)은 감소할 것이다. 특히 재무 설계의 목적을 설정할 때 1인 또는 부부가구 중심의 노후자금준비 목적이 이뤄지도록 반영해야 한다. 이는 1세대가구 생존을 위한 노후자금준비 목표에 대한 재점검과 자산관리 재조정으로 이어진다.
* 부양의식의 변화: 부모부양 부담에 대해 가족의 책임 2002년 70.7%, 2016년 30.6%.
* Aging in Place: 연령, 소득, 능력 수준에 관계없이 자신이 살던 집과 공동체에서 안전하고 자립적으로 살고자 하는 욕구.
PART2. 은퇴 후 시니어 재무 설계 키워드
◇ By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김동엽 상무·은퇴교육센터장
#1 일병식재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수명이 늘어났다고 기뻐할 일만은 아니다. 일본은 75세 이상 고령자 중 30% 이상이 와병 상태에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 나이가 들면 밥보다 약을 더 많이 먹는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늘어난 수명을 병상에서 보내지 않으려면 건강관리에 매진해야 한다. 보통은 아무런 질병이 없을 때 건강을 돌본다는 의미로 ‘무병식재(無病息災)’라는 말이 있지만, 사실 이때는 오히려 자신의 건강을 과신해 별다른 준비를 안 하고 무리하게 된다. 건강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시기는 은퇴하고 나서 체력이 떨어지고 가벼운 질병을 하나 정도 갖게 됐을 때다. 이때부터라도 건강관리에 힘쓰면 장수할 수 있는데, 이를 두고 ‘일병식재(一病息災)’라 한다.
#2 평생월급
은퇴 후 삶의 시기를 크게 3단계로 나눠 정년퇴직 후 부부가 사망할 때까지 받을 수 있는 ‘평생월급’이 얼마나 되는지 살펴야 한다. 1단계는 정년퇴직 이후부터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을 수령할 때까지다. 월급이 끊긴 뒤 공적연금을 받을 때까지의 소득공백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퇴직금과 모아둔 금융자산으로 매달 얼마의 소득을 낼 수 있는지 점검해본다. 2단계는 공적연금수령 기간이다. 부부가 받는 공적연금으로 기본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부족하다면 주택연금을 받는 방법도 고려한다. 3단계는 독거생활 기간이다. 본인이 먼저 사망했을 때와 그 반대의 경우 소득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본다. 이런 점검을 통해 퇴직 후 부부가 사망할 때까지 소득이 얼마나 확보되어 있는지 알아보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며 평생소득을 만들어가야 한다.
#3 딴 지붕 한 가족
자녀들도 나이 든 부모와 함께 살기를 원하지 않지만, 부모도 자녀와 함께 사는 것을 반기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아주 먼 곳에 떨어져 살려고도 하지 않는다. ‘방금 끓인 수프가 식지 않을’ 거리에 떨어져 살면서, 프라이버시는 지키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부모·자식 관계가 일상화되고 있다. 한 지붕 아래서 얼굴을 맞대고 사는 전통적인 가족관계에서 벗어나, 다른 지붕 아래 살면서 보고 싶을 때만 보는 ‘딴 지붕 한 가족’이 보편화되고 있다.
◇ By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조명기 수석연구원
#4 '100세' 보장
민간 건강보험으로 탄탄한 의료비 보장을 해놓은 이가 많다. 그러나 평균수명이 연장돼 100세 시대가 눈앞에 다가오며 과거에 해둔 보장이 불충분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의료비 보장이 80세까지만 되어 있는 경우다. 특히 고령화 후기로 접어들면 간병비도 늘어난다. 이에 100세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 의료비와 간병비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5 '4% 인출' 법칙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그동안 저축한 은퇴자산에서 자금을 찾아 써야 하는 은퇴자가 많아지고 있다. 은퇴자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는 평생토록 소득이 고갈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때 한정된 은퇴자산에서 매년 생활비로 인출할 수 있는 금액을 알려주는 법칙이 있다. 일명 ‘4% 법칙’이라고 하는데, 은퇴 직전 자산의 4%를 기준으로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금액을 더해 인출하면 평생토록 소득이 고갈될 우려가 없다는 법칙이다. 인출하고 남은 은퇴자산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다소 달라지겠지만 은퇴자의 생활비 인출 범위를 대략적으로 가늠하는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다.
#6 버킷 전략
시니어도 젊은 시절에는 자산운용에 할애할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비교적 적극적인 투자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은퇴 이후엔 투자 실패 시 만회할 시간이 부족해 적극적 자산관리를 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자산관리를 소홀히 했다가는 보유한 자산이 생전에 고갈되는 장수 리스크에 빠지게 된다. 이럴 때 은퇴자산을 인출 시기별로 나누어 각각 달리 관리하는 이른바 ‘버킷 전략’을 활용할 수 있다. 올해 당장 써야 할 자금은 현금성 자산으로, 앞으로 10년 이내에 꺼내 쓸 자금은 각각의 인출 시기까지 운용할 수 있는 상품으로 보유한다. 나머지 자산은 향후 10년 이상 운용 가능하게 되어 더 적극적인 투자관리를 할 수 있다. 이 방법을 버킷 전략이라 하는데 최근 외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 By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박 진 소장
#7 장수리스크, ‘일’로 대비하자
오래 살게 되는 상황에 대한 리스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반드시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더라도 사회적 관계와 정신건강 측면에서도 ‘일’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노인 빈곤율이 전 세계 1위이고, 이 중 47%, 즉 둘 중 한 명은 절대빈곤을 겪고 있다. 먹고살기 위해 일해야 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재능기부 등의 일이라도 하면서 지내는 것이 좋다. 물론 이러한 활동이 가계에 도움이 된다면 금상첨화다.
#8 발품을 팔아야 한다
대부분 금융기관에서는 매월 시장의 동향과 좋은 투자 상품 등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한다. 퇴직 후 시간이 여유로운 시니어는 이런 프로그램을 직접 찾아다니며 들어보고, 자신이 거래하고 있는 금융기관의 담당 직원에게 관심을 가져볼 만한 상품에 대해 적극적으로 묻고 정보를 얻어 활용해야 한다. 이때 투자 결정을 할 때는 한 사람에게 들은 정보만을 과신해서는 안 된다. 누군가에게 솔깃한 이야기를 들었다면 그 정보를 같은 기관의 다른 직원이나 타 기관 직원에게 반드시 크로스체크하자.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투자 종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때 담당 직원에게 “왜 올랐나요?”, “왜 떨어졌죠?” 등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물어보는 것이 좋다. 그래야 다음에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을 때 스스로 판단하고 대응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 By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골든라이프연구센터 황원경 센터장
#9 합리적 인출전략
기대수명 연장으로 늘어난 노후생활기, 에이징인플레이스의 확산 등에 따른 새로운 영역의 필요노후자금 등이 발생하면서 합리적 노후자금 인출전략 수립이 중요해졌다. 새로운 자산 증가나 소득 창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 보유한 자산으로 여생을 살아가기 위한 인출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인출전략 수립에 앞서 보유자산 진단, 예상되는 자산 유출 진단, 노후 라이프스타일 결정 등의 과제가 선행되어야 인출전략 수립이 제대로 이루어진다.
#10 은퇴 후 기간 세분화
100세 시대라 할 정도로 기대수명이 증가하고, 노후생활기도 늘어나고 있다. 시니어 재무 설계에 대한 접근이 바뀌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지금까지는 은퇴 후 기간을 하나의 통으로 보고 재무 설계를 추진해왔으나, 이제는 개인의 자산 현황, 활동성 정도, 인생계획 등이 반영된 기간 세분화가 필요하다. 재무 설계는 이러한 분석 아래 시도해야 하며, 아울러 노후자금 인출전략을 세울 때도 주요 자료로 참고해야 한다.
#11 현금 가능한 고정수입 유동화
은퇴는 고정수입 창출에 큰 변화를 발생시킨다. 근로자의 경우 근로소득이, 사업자의 경우 사업소득이 발생하다가, 은퇴 후에는 초기 연금이나 금융자산의 이자소득 등으로 수입이 창출된다. 이후에는 금융자산, 부동산자산 순으로 유동화하여 수입을 창출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가구주 연령 60세 이상 가구에서 부동산자산 비중은 80%에 이른다(2016년 3월 통계청 기준). 이를 노후자금으로 유동화하는 과정은 대부분의 가구가 거치게 될 것이다. 자산 감소와 유동화 시기 점검으로 재무 설계 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50+ 세대에게 가장 중요한 삶의 과제는 아마도 자녀교육과 내 집 마련이었을 겁니다. 집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자산증식 수단이었고, 한때 성공과 노후 대비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느덧 세상은 변해 대다수 50+ 세대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달랑 ‘집’ 하나인 것이 현실입니다.
50+ 세대는 지금 걱정이 많습니다. 모아놓은 돈은 없고 소득은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더욱 길어진 인생 후반의 삶을 계획해야 합니다.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인 현실에서 50+ 세대 인생 재설계의 핵심은 바로 주거계획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집 문제는 생애설계 영역과 분리되어 부동산 자산운용 관점에서만 설명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집에 대한 생각도 바꾸고, 조금은 다른 상상을 해봐야 합니다. 넓은 평수의 아파트가 품위를 유지해주기보다는 오히려 우리의 삶을 퍽퍽하게 만드는 건 아닌지, 현재의 아파트 구조가 노년의 사회적 고립을 고착시키는 시스템은 아닌지, 청년주거 문제와 하우스푸어 위기에 놓인 장·노년층의 고민을 함께 해결하는 방안은 없는지, 필요한 최소한의 개인 공간 외 공동 공간을 만들어 어울리며 사회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건 어떨지…. 지금껏 우리가 가졌던 집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새로운 상상과 노력이 요구됩니다. ‘집이란 사는(buy) 것이 아닌 사는(live) 곳’이라는 인식의 전환과 함께, 재무설계 중심의 생애설계가 아닌 머물러 사는 집, 어울려 사는 집의 관점에서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합니다. 저비용 구조로 삶을 다운사이징하고 가치 중심의 관계 형성에 노력해 비록 소득은 줄어도 덜 쓰고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묘수를 찾아야 합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고령화와 장기 저성장 시대가 이들로 하여금 공동체 주거에 관심을 갖게 했습니다.
공동체 주택은 내 공간은 작지만 실용적으로 함께하는 공간은 합리적으로 구성해 주거비용의 절감이 가능합니다. 뿐만 아니라 아파트처럼 한 공간 안에서도 서로 담을 쌓고 사는 단절된 관계가 아니라, 이웃들과 주거 공동체로 사회적 가족을 이룸으로써 노력하기에 따라 이웃과 함께하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행복하고 건강한 주거공간으로서 공동체 주택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쯤에서 필자가 살고 있는 공동체 주택 ‘여백’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여백은 30대에서 60대, 1인 가구와 부부 가구, 3대 가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가 모인 공동체 주택입니다. 여백은 힘들고 불안한 도시의 주거 문제를 함께 힘을 모아 해결하길 원했던 사람들이 모인 생활 공동체입니다. 전혀 서로를 알지 못했던 우리는 2015년 초 하우징쿱주택협동조합의 공동체 주택 입주 희망자 모집을 통해 만났으며, 이후 서로를 알아가며 조금씩 공동체를 이루어갔고, 집짓기를 병행한 끝에 2016년 8월 여백에 입주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지금의 집터(경기도 고양시)를 잡으면서부터 적극적으로 마을과 소통하며 같은 주민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나와 상관없는 사람들 틈에 둘러싸여 사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잘 아는 이웃들과 더불어 살고 있는 것입니다. 서로 모르는 수많은 사람 속에서 익명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인식하는 공동체의 주민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러한 공동체 주민으로서의 인식은 누가 학습시키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변화에서 스스로 인식하게 되는 것입니다. 도시에서와 같이 타인을 경계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 누군가 옆에 있다는 안정감이 정서적인 변화라면, 공동구매나 일상에서 수시로 이루어지는 소소한 나눔과 교환, 도움 주고받기 같은 활동은 경제적으로도 적지 않은 생활비 절감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에너지 절감이나 쓰레기 분리수거와 같은 생활 문제에서 지역사회는 물론 좀 더 거시적인 사회 문제에 이르기까지 공동체 안에서 우리는 조금씩 친환경적이고 생태적인 삶을 지향해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바로 구성원 각자가 “공동체로 살아보니 좋구나!” 하는 자각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공동체 주거는 매우 별난 사람들의 특별한 주거라고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우리 같은 보통 시민이 전혀 몰랐던 사람들과 만나 공동체 주택을 짓고 잘 사는 것을 보았을 때, 이제 더 이상 특별한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증명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공동체 주택은 더 이상 집값에 연연해하는 사적 재산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지역에 열려 있는 사회적 자산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주거 공유로 모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더 친해지고 각자가 가진 재능을 집단 지성으로 발휘하고 조직화할 때, 지역사회에 필요한 다양한 일들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나이 들어가면서 주택을 중심으로 노년기 삶에 필요한 생활서비스 등을 전개하며 시설에 의지하지 않고도 스스로 공동체 복지를 이루어나갈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복지 정책은 지금처럼 가족의 부재와 빈곤의 증명을 요구하며 노인을 복지센터 등 시설로 끌어내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가정과 소규모 공동체의 일원으로 복귀시키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지금의 복지제도는 청·장년이 가족의식으로 연대할 수 있도록 돕지 않는 데다 인간을 더욱 파편화하고 물화시켜 더 소외된 존재로 만들고 있습니다. 각종 시설 등 하드웨어에 쏟아 붓는 막대한 비용을 가정이나 가족의 회복, 공동체 육성을 위해 투입해야 합니다.
보통의 서민들이 생각하는 노년의 삶은 공공복지의 최저생활 보장도, 고급 실버타운의 비싼 서비스도 아닙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터전에서 이웃들과 함께 행복한 삶을 살다가 인생을 마감하는 것입니다. 공동체 주거는 바로 이들에게 노년의 안정적 주거와 새로운 관계망 형성을 지원하는 훌륭한 주거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백만매택 천만매린(百萬買宅 千萬買隣)’이란 옛말이 있습니다. 좋은 이웃과 함께하고 같이 산다면 천만금이라도 아까울 것 없다는 의미입니다. 중국 남북조시대 송계아(宋季雅)라는 관리가 가격이 백만금밖에 안 되는 집을 천만금을 주고 산 뒤 여승진(呂僧珍)이라는 사람의 이웃집으로 이사했습니다. 사람들이 의아해 그 이유를 물었더니, 그는 백만금은 집값으로 지불했고[百萬買宅] 나머지는 여승진과 이웃이 되기 위한 값[千萬買隣]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누구나 언젠가는 홀로 남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과연 누가 나의 이웃이며, 나는 어떤 이웃일까요? 거필택린(居必擇隣). 좋은 이웃을 선택해 살 집을 정해야 한다는 옛사람들의 지혜를 우리는 지금 다시 배워야 합니다.
올해 주목해야 할 사회 현상 중 하나는 은퇴 세대의 폭발이다. 우리 사회에서 베이비붐 세대는 한국 전쟁이 끝난 이후 1955년생부터 정부의 출산억제정책이 본격화한 1963년까지 9년간 태어난 이들이다. 정부의 인구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의 숫자는 약 711만 명으로 전체 인구수의 14.3%에 달한다. 이들이 한꺼번에 은퇴자 인력시장으로 몰리면서 평생 겪었던 경쟁 속으로 다시 뛰어들게 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니어에게 제2, 제3의 직업을 찾는 것 역시 시급한 과제가 됐다. 새롭게 떠오른 무술년 새해 우리는 새로운 직업을 위해 어떤 분야를 주목해야 할까.
‘세대융합창업’ 안 되면 함께하라
최근 정부가 내놓은 창업지원정책의 핵심을 요약하면 ‘세대융합창업’으로 귀결된다. 세대융합창업은 경험이나 자본력은 있지만 창업의 핵심인 아이디어가 부족하고 첨단기술에 취약한 시니어와 새로운 기술 분야에 능숙하고 여러 가지 영감이나 발상은 많지만 맨몸뿐인 청년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시너지를 얻는 창업 형태를 의미한다.
정부 입장에선 은퇴한 시니어의 일자리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고, 창업으로 몰고 가기엔 창업 성공률이 높지 않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막을 필요가 있었다. 실제로 중소기업청이 2003년부터 2009년까지의 자료를 조사한 결과 종업원 5인 미만의 영세사업 창업의 생존율은 6년 차에 32%까지 떨어졌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세대융합창업.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젊은 창업자들에게 마케팅이나 재무관리 등 취약 부문에 대한 은퇴자들의 멘토링이 이미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이를 위한 정부의 태도는 적극적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11월 중·장년과 청년의 매칭창업을 지원하는 세대융합창업 캠퍼스를 전국 6개 권역에 신설했다. 이를 통해 선정된 창업 팀에게는 총사업비의 70% 이내에서 최대 1억 원까지 마케팅 등의 사업비와 창업 공간이 무상 제공된다.
경험자들은 젊은 세대를 수평적 파트너로 받아들이는 것이 창업 성공률에 많은 영향을 준다고 조언한다. 지난 12월 리스타트 콘퍼런스에서 발표한 인코어드테크놀로지스 최종웅 대표는 “글로벌 스타트업을 시작하면서 공동 창업한 젊은 파트너의 조력이 컸다”며 “구성원을 선택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실력”이라고 강조했다.
성장동력 여전한 ‘4차 산업혁명’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한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분야는 올해도 여전한 인기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3D 프린터나 드론의 경우 올 한 해 대중화를 통해 폭발적 성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4차산업 분야는 주요 기술을 중심으로 성장하다 보니 시니어들에게 다소 어려운 것이 사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직접 기술개발에 참여하지 않아도, 본인이 평생 해온 분야를 바탕으로 대중화한 솔루션을 이용한다면 4차산업 분야에서 어렵지 않게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패션디자인이나 봉제업에 종사하던 은퇴자가 3D 프린터를 통해 액세서리를 만들거나, 은퇴 건설업자가 드론으로 건축물 균열 검사 등을 하는 식이다.
공유경제 역시 마찬가지. 부동산이나 경험을 바탕으로 시간적 여유가 필요한 공유 경제는 시니어에게 안성맞춤인 분야다. 숙박 공유 대표 기업 에어비앤비 조재은 팀장은 “기존 숙박공유에 참여하는 시니어 호스트의 증가는 지속되고 있는 상태”라 설명하면서 “가이드의 경험과 생활을 공유하는 ‘트립’ 서비스에도 그 특성상 시니어 가이드의 참여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령화 사회 위한 ‘건강과 음식’
고령화와 관련한 건강, 음식에 관한 시장은 고령화 시대에 가장 유망한 분야 중 하나다. 고령자를 위한 건강음식의 수요가 많아지면서 틈새를 공략할 여지는 충분하다.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슬로푸드에 대한 요구와 기능성 식품의 대중화도 이에 한몫하고 있다.
실제로 액티브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이러한 경향이 잘 타나난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한국리서치와 2016년 액티브 시니어 70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액티브 시니어들은 비싸더라도 유기농·친환경 제품을 사 먹고(26.9%), 몸에 안 좋은 음식은 먹지 않으며(39.0%), 음식 성분을 따지며 가려 먹는다(42.3%)고 답했다. 비싸더라도 분위기 있는 음식점을 선호한다는 응답률도 31.3%나 됐다.
특히 유가공이나 농산물의 가공제품 상품화는 ‘귀촌’에 맞물려 은퇴자들의 블루오션으로 손꼽힌다. 수원시 창업지원센터 최봉욱 센터장은 “올해 시니어들에게 유망한 분야는 4차산업과 함께 건강이나 바이오 관련 분야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고령화로 인한 사회 변화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인식이 바뀌면 시장이 열린다 ‘웰다잉’
우리 사회의 죽음에 관한 인식도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수동적으로 죽음을 기다리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이후 벌어질 일들을 미리 준비하는 분위기가 된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이달 시범사업이 끝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관련한 부분. 일반인은 관여하기 어려운 의료 부분에까지 고인의 의지가 반영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죽음학 혹은 죽음준비학의 대중화 역시 우리 사회의 ‘죽음 준비’를 시기적으로 앞당기고 방식도 다양화하는 초석이 됐다.
웰다잉에 대한 관심은 새로운 소비시장을 만들어냈다. 수의나 봉안당의 사전 준비와 같은 전통적인 분야 외에 엔딩노트 작성, 유품 정리, 디지털 유산의 상속과 관리, 애완동물 신탁과 같은 새로운 서비스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최고 수준으로 손꼽히는 노령화 속도에 비해, 국내 웰다잉 관련 시장의 다양성이나 규모는 아직 부족한 형편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국내 웰다잉 관련 산업이 종활(終活)로 대표되는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성장 잠재력이 풍부하다고 전망한다.
인구절벽 속 귀촌, ‘6차산업’ 노려라
귀농과 귀산촌, 귀어촌을 포함한 귀촌은 ‘편의점·커피숍·통닭집 창업’만큼이나 시니어에게 노후를 보내는 가장 흔한 선택지 중 하나였다. 새로운 직업을 찾기보다는 휴양이나 도피의 개념이 컸기 때문에 여러 부작용이 나타났다.
가장 큰 문제는 귀촌 지역 원주민들과의 갈등. 전문가들은 지역 주민들에게 귀촌인은 조력자나 협력자이기보다는 ‘투자 여력 충분한 동일 업종의 경쟁자’로 여겨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진단한다. 마을 일이나 지역 산업에 보탬이 되지 못하면, 환영받지 못하는 불청객으로 자리 잡게 돼 귀촌 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워진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귀촌을 할 때는 지역 특산품이나 관광자원을 바탕으로 상품화를 진행하는 ‘6차산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지역 산림조합중앙회 관계자는 “6차산업은 농작물을 경작하는 1차산업과 이를 가공하는 2차산업, 서비스업이 중심이 되는 3차산업을 결합한 형태의 산업을 의미한다”면서 “지역민들에게 귀촌인이 환영받기 위해서는 그들의 어려운 점을 해결하고, 사업화할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일각에서는 인구절벽으로 고민하고 있는 지자체를 귀촌 지역으로 노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한다. 인구절벽을 눈앞에 두고 있는 지자체의 경우 작목반이나 어촌계 가입비 무료, 거주지 지원 등 여러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2017년 대한민국을 강타한 트렌드 키워드는 바로 ‘욜로(YOLO)’다. 욜로는 ‘You Only Live Once’의 약자로 ‘인생은 단 한 번뿐’이니 인생을 즐기라는 의미다. 욜로와 관련한 방송과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고 말 그대로 욜로 열풍이 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직장과 사회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어느 날 다가온 ‘욜로’라는 용어는 마치 구세주 같은 존재가 되었다. 이들은 지금까지 부모와 상사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왔지만 이제는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오로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며 살아가는 욜로의 삶을 추구한다. 대한민국의 욜로 현상이 삶의 원동력이 될지는 바로 오늘 당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유행처럼 번졌던 단어가 있다. 바로 ‘웰빙’과 ’버킷리스트’다. 그러나 앞만 보고 달려온 삶을 살아온 기성세대에게 웰빙과 버킷리스트는 사치처럼 느껴졌다. 이들이 잠깐의 휴식을 취할 수는 있겠지만 다시 앞만 보고 달려가야 하는 현실에서 또 다른 삶을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현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욜로(YOLO)는 인생을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하도록 해주는 주제다. 결단하듯 직장을 그만두고 여행을 떠나거나 퇴직금을 몽땅 털어 자녀 셋을 데리고 세계일주를 하는 등 욜로의 삶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잠깐의 휴식 개념에서 벗어나 인생은 단 한 번뿐이라는 명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삶에서 진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 실천하는 문화가 시작된 것이다.
반면, 욜로를 잘못 해석한 사례도 있다. 한 번뿐인 인생이라고 생각해 너무 쉽게 삶을 생각하거나 과한 소비를 하는 행위가 그것이다. 특히 경제적 개념이 아직 많이 부족한 젊은 세대들에게 욜로식 소비는 위험해 보이기까지 한다. 욜로 열풍은 각종 방송 매체와 기업의 마케팅 수단이 되면서 젊은이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문화적 마케팅 기법’으로 전락했고 욜로족을 위한 여행상품, 욜로족 핫아이템, 욜로 전용상품 등이 연일 출시되고 있다.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소비를 조장하는 분위기다. 이들은 어차피 혼자 살아가는 삶을 선택한 경우가 많아 집을 구매할 생각도 결혼할 생각도 없다. 오로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돈을 쓰며 마치 미래가 없는 사람들처럼 소비를 한다. 혹자는 이들에게 ‘욜로 욜로 하다가 골로 간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욜로는 젊은이들만 유행처럼 따르는 현상은 결코 아니다. 욜로 라이프의 의미를 좀 더 들여다보면 자신의 내면 목소리에 집중하며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아가게 하는 큰 힘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욜로가 젊은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액티브 시니어에게도 적합한 키워드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은퇴를 앞둔 남성들에게 미래를 그려보라고 하면 대부분 과거의 화려한 경력과 추억을 회상하며 꿈을 제대로 그리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나 함께 생활한 아내에게 미래를 그려보라고 하면 대부분 자신이 정말로 살고 싶었던 삶을 멋지게 그려낸다. 그동안 억누르고 참아왔던, 그리고 이루고 싶었던 진짜 삶을 당당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야말로 욜로다. 부모와 자녀, 그리고 환경에 영향받지 않고 남은 인생을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하면서 보내는 삶이 바로 욜로의 삶이다. 이러한 삶은 돈이 크게 필요하지도 않다. 스스로 선택한 삶이기 때문에 돈에 얽매이기보다는 원하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한다.
욜로의 삶을 제대로 즐긴 사례를 살펴보자. 투병 대신 미국 전역을 여행하며 여생을 마감한 91세 노인 노마 진 바우어 슈미트가 보여준 욜로 라이프는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쳤다. 노마의 남편은 어느 날 병원에 입원을 하고 이틀 뒤 세상을 떠났다. 그 후 자신이 자궁암 말기 암에 걸렸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항암치료를 받다가 세상을 마감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그녀는 죽음을 기다리기보다는 여행을 하겠다고 결심한다. 152cm 키에 45kg의 작은 체구를 가진 그녀는 수술 후 생존을 보장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11년간 미국을 여행 중인 캠핑여행가 아들, 며느리와 함께 여행을 시작했다. 그리고 페이스북에 여행 스토리를 남겼다. 그러자 5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좋아요’를 누르며 팔로우했고 그녀는 유명인이 되었다. 캠핑카를 타고 1년 넘게 미국 32개 주 75개 도시 2만1000km를 누빈 그녀는 여행 중 가장 좋았던 곳이 어디냐는 질문에 “지금 여기요”라고 대답했다. 인생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지금 하고 있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마지막으로 이런 말도 남겼다. “사는 게 이렇게 재미있는 줄 몰랐어요. 당신이 원하는 걸 하세요. 하고 싶다고 느껴지는 일을 하면 됩니다. 그게 전부인 거죠.” 이제는 생을 마감한 그녀가 남긴 한마디는 오랫동안 사람들 가슴속에 남았다.
욜로족의 직업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프리터족은 영어의 프리(free, 자유)와 독일어의 아르바이터(arbeiter, 노동자), 그리고 한자 족(族, 같은 부류)의 합성어로 1980~1990년대 일본에서 만들어진 신조어다. 집단에 소속되는 것을 꺼리고 필요한 돈이 모아질 때까지만 일한 뒤 쉽게 떠나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졌다 해서 붙여진 말이다. 일본에서는 일부러 프리터의 삶을 사는 청년이 많다. 일본의 한 프리터족은 이런 이야기를 한다. “파트타임으로 일하면 쓸모없어지거나 퇴물처럼 될 일이 없습니다. 파트타임으로 일하면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여유도 생기고, 내가 원하는 삶이 필요로 하는 돈만 버니 부담이 없고 행복합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세요. 돈은 자연히 따라올 거예요.” 이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면 딱 필요한 만큼만 벌게 되고 그만큼만 소비하게 되기 때문에 행복감이 커진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의 기준이 아닌 오직 자신만의 기준으로 삶을 살기 때문에 비교도 거부한다. 이들의 삶의 만족도는 생각보다 크다. 모든 삶이 똑같이 정시에 출발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모든 삶이 정시에 도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누구나 딱 한 번밖에 살 수 없는 인생이다. 어떤 사람은 다람쥐 쳇바퀴 돌듯 매일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행복을 느끼고, 어떤 사람은 늘 새로운 삶에 도전하면서 행복을 느낀다. 어느 쪽이 더 나은 삶이라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한 번뿐인 인생을 사는 것이니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살아봐야 하는 것이다. 돈을 위해, 그리고 일에 매달려 사는 삶은 어쩌면 도둑맞은 인생이다. 문제는 도둑맞은 삶을 마지막 순간이 되어서야 깨닫는다는 것이다.
법정 스님은 자신의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늙음이 아니라 녹스는 삶이다. 인간의 목표는 풍부하게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풍성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 가족은 6·25 전쟁 납북 피해자 가족이다. 저의 시부모님은 일제 강점기 시절 동경 유학 생활 중에 만나서 당시로서는 드문 연애 결혼을 하셨다. 시어머님은 3남 1녀를 낳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시던 중 6.25 전쟁의 발생으로 시아버님이 납치 되신 것이다.
어머님은 6·25당시 34살의 젊디 젊은 나이에 혼자 되셔서 갖은 고생을 하시면서 자제분들을 대학까지 교육시키셨다. 어머님은 저의 결혼 후 평생 우리랑 함께 사시다가 5년전 95세의 나이로 돌아가셨는데 얼마 전 6·25를 맞아서 정부로부터 를 받고 남편은 많은 감회에 젖었다. 남편은 아버님의 납치 후 직장 생활 초기에는 혹시라도 이북의 아버님과 접촉할까봐 출장 허가도 힘들었다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 맞벌이로 직장에 다니던 필자는 어느 날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그 때는 지금처럼 건강 프로그램도 별로 없어 뇌졸중이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가 회복은 했으나 후유증으로 지금까지도 몸이 불편한 상태이다. 내가 쓰러지자 가정 생활은 즉시 엉망이 되었고 또 남편은 곧 정년 퇴직을 하게 되었다.
서울의 모 방송국에서 30 년 넘게 근무하고 정년 퇴직을 한 남편의 퇴직금은 그 때로서는 많은 금액이었다. 그 때는 퇴직금도 미래가 어떨지 모른다며 매달 지급되는 연금으로 받지 않고 일시불로 받던 시대였다. 그리고 당시엔 은행의 이자도 상당히 높아서 이자로만 살아도 어느 정도 생활을 유지 할 수 있었다. 또 그 때만 해도 장수 시대가 아니라 거의 대부분 은퇴 후의 생활 준비도 하지 않았고 당연히 어떻게 퇴직금을 관리 해야할 줄도 몰랐다. 그 때는 지금 유행하는 ‘은퇴 이후의 재무 설계’ 같은 말은 존재 하지도 않았다.
남편이 할 일을 못 찾아 힘들어 하던 어느 날 필자는 우연히 인터넷에서 찾은 주례 협회에서 직업적 주례사를 모집한다는 걸 보고 남편 몰래 응모를 했다. 남편이 방송국에서 방송 경험이 있으니 주례 정도는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또 실제로 주례 경험도 많았기에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 믿고 남편 대신 응모 서류를 보냈던 것이다. 물론 그런 일을 할 정도로 궁핍하진 않았지만 하루 하루 똑같은 무료한 생활로 시간 보내는 남편에게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을 하면 나름대로 활력을 줄수 있지 않을까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예상대로 합격 통지를 받고 남편에게 기쁜 마음으로 말을 했더니 엄청 화를 내면서 누굴 뭘로 보냐며 자기를 무시 했다고 몇 달 동안 나와 눈도 마주치려고 하지 않았다. 자기가 그런 아르바이트를 하면 남이 자길 얼마나 궁하게 보겠냐며 자긴 앞으로 돈을 버는 일은 절대로 아무 일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을 하는 거였다. 사실은 돈이 문제가 아니라 남편 출근만 하면 하루 종일 온통 내 세상이었는데 갑자기 하루 종일 붙어 있기가 참으로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필자의 단순한 생각이 남편을 화나게 만든 것이었다. 요즘은 하루 종일 함께 있어도 요령이 생겨, 퇴직 초기처럼 싸우지도 않고 서로 각자 시간을 잘 보내고 있는 필자를 보면 대견한 생각이 든다.
# “다단계 피라미드에 불과하다. 처음 가입한 사람에게는 고수익을 보장해주지만 가입자가 줄면 파산하는 것과 같다.” 그레고리 맨키프 하버드대 경영대학 교수가 국민연금을 두고 한 말이다. 향후 고령화로 연금 수급자가 증가하면, 머지않아 국민연금 기금이 바닥날 수 있다는 우려는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다. ‘연금 고갈론’ 외에도 쥐꼬리만 한 연금이 나온다 해서 ‘용돈연금’이라 불리기도 한다.
# 강남아줌마들은 국민연금으로 노후 재테크를 한다? 지난 10월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최저보험료를 납부하는 임의 가입자의 배우자 소득수준별 현황’에 따르면 최저보험료를 납부하는 임의 가입자 중 배우자가 월 400만원 이상인 가입자가 4만9382명으로 45.1%에 달했다. 저소득 취약 계층보다 강남아줌마로 불리는 고소득층이 노후 준비 수단으로 국민연금을 선호함을 보여준다.
국민연금은 극과 극의 평가가 잇따른다. 국민연금이 오랫동안 온갖 불신에 휩싸여 있음에도, ‘돈’에 밝은 강남아줌마들이 각별히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용돈연금?’ 실제 얼마나 받나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올 8월 기준 국민연금 노령연금 수급자의 월평균 수령액은 36만4600원이다. 국민연금이 ‘용돈연금’이라는 비난을 받는 이유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민연금 신규 수급자의 평균 가입기간은 약 17년에 불과하고, 실질 소득대체율은 약 24%에 머물렀다.
국민연금 노령연금은 10년 이상 보험료를 납부해야 연금으로 수령 가능하며, 가입기간이 길수록 연금액이 불어난다. 10~19년 가입자의 월평균 수령액은 39만5840원, 20년 이상 가입자의 월평균 수령액은 89만2190원으로 집계됐다.
기존 60세 이후였던 국민연금의 수급 연령은 2013년부터 4년을 주기로 한 살씩 단계적으로 늦춰지고 있다. 1969년 이후 출생자는 65세부터 수령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향후 수급 연령이 더 늦춰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연금액도 1988년 도입 당시 소득 대비 70%를 내걸었지만 현재는 40%로 조정돼 2060년까지 기금이 버틸 수 있도록 연장된 상태다.
국민연금은 국가가 최종적으로 지급을 보장하기 때문에 국가가 망하지 않는 한 지급된다. 현재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제도를 실시하는 전 세계 170여 개국 중 연금 지급을 중단한 사례는 단 한 곳도 없다.
송승용 희망재무설계 이사는 “고령화에 따라 향후 국민연금의 수령 시기가 늦춰진다거나 소득대체율이 낮춰질 가능성은 있지만, 현재 연금을 받는 어르신 세대는 물론 20~30대 젊은 세대라 해도 평균수명 이상으로 살 경우 낸 돈보다 많이 돌려받을 수 있다”며 “물가 상승에 따라 매년 연금액을 올려줄 뿐 아니라 노후를 위한 최소한의 ‘강제 저축’이 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앞당겨 받으면 손해일까
중소기업 부장인 정인호(50)씨는 은퇴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정씨는 “50세를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知天命)’이라고 부르는데, 현실에선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벼랑 끝 나이인 것 같다”며 “퇴직하면 국민연금을 받기까지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데 어떻게 버틸지 걱정”이라고 했다.
국내의 경우 평균 은퇴 연령이 여성 직장인은 47.3세, 남성 직장인은 55세다. 대부분의 직장인이 현실적으로 50대 전후로 퇴직한다고 보면 길게는 20년 넘게 무소득 기간을 견뎌야 한다. 그렇다면 국민연금 개시 전에 은퇴해 당장 생활비가 필요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노령연금 수급시기 5년 전부터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할 수 있다. 단 이때 소득이 없거나 소득이 국민연금 가입자의 평균소득액(2016년도 기준 약 210만원)보다 낮아야 신청이 가능하다.
유의할 점은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하면 연금액이 감액된다는 사실이다. 연금 받는 시기를 1년 앞당길 때마다 연금 수령액이 6%씩 줄어든다. 5년 빨리 받으면 30%나 줄어든다. 예를 들어 만 61세부터 노령연금을 월 100만원 받을 수 있는 사람이 5년 앞서 56세부터 연금을 받으면 월 수령액이 70만원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그렇다면 조기노령연금 수령은 무조건 손해일까.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조기노령연금 신규 수급자는 2013년 8만4956명에서 지난해 3만6164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100세 시대를 맞아 안정적인 소득 확보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민연금은 기본적으로 가입자가 죽을 때까지 받는 연금이기 때문에, 수령을 늦췄다가 불행하게 일찍 세상을 떠날 경우에는 오히려 연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된다. 가입자가 사망했을 때 유족이 받을 수 있는 연금은 가입기간에 따라 기본 연금액의 40~60%(+가족 부양액) 수준이다.
만일 조기노령연금을 받지 않더라도 은퇴로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기 어렵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국민연금은 만 60세까지 의무가입이다. 퇴직하면 직장 가입자에서 지역 가입자로 전환되는데, 소득이 없을 때는 납입 유예가 가능하다. 단 향후 받을 연금액은 유예된 기간만큼 줄어든다. 국민연금 예상 연금액은 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www.nps.or.kr)에서 ‘내 연금 알아보기’를 통해 조회할 수 있다.
부부 가입자, 배우자 먼저 사망할 경우
맞벌이를 하다가 은퇴한 김영모(56)씨 부부는 국민연금의 유족연금 논란이 일 때마다 억울한 기분이 든다. 김씨는 “부부가 각자 국민연금 보험료를 20년 이상 냈는데, 예기치 않게 배우자가 일찍 세상을 떠나면 두 사람 몫을 온전히 받을 수 없다는 게 억울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한 사람에게 2개 이상의 급여 수급권이 생길 경우 하나만 선택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배우자가 사망하면 유족연금이나 본인의 노령연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중복급여의 조정’이라고 한다.
예컨대 국민연금 부부 가입자 중 남편이 먼저 사망했을 경우를 가정해보자. 배우자는 남편이 남긴 유족연금이 본인의 노령연금보다 많을 경우, 유족연금(최대 기본 연금액의 60%+부양가족연금액)만 받을 수 있다. 본인의 노령연금을 계속 지급받겠다고 선택하면, 본인의 노령연금액에 유족연금액의 30%만 추가로 받게 된다.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부부가 함께 생존해서 연금을 받을 때보다 30~40% 감액이 되는 구조다.
이에 반해 공무원연금은 중복급여 조정 대상이 아니다. 유족연금과 노령연금을 동시에 수령할 수 있다. 국민연금 부부 가입자의 반발이 일어나는 까닭이다. 국민연금 부부 수급자는 2010년 10만8674쌍에서 2012년 17만7857쌍, 2014년 21만4456쌍, 2015년 21만5102쌍으로 급증하다가 지난해 25만 쌍을 돌파했다.
재무설계 컨설팅 전문업체 글로벌금융판매가 12월 중순 구로구와 함께 ‘서울김장문화재’ 김장 릴레이에 참여하여 저소득 소외계층에게 김장김치를 전달한다. 12월 12일 글로벌금융판매가 지원하는 김장김치 250박스를 끝으로 김장 릴레이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글로벌금융판매는 2014년부터 4년째 김장 나눔 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한편, 글로벌금융판매는 지난 11월 7일 태국 파타야에서 2017년 영업 우수 해외연수 및 시상식을 성공리에 개최했다. 11월 7일부터 12일까지 열린 시상식에는 32명의 영업 우수 수상자가 선정됐고 트로피와 금배지가 부상으로 수여됐다.
글로벌금융판매 관계자는“출범 이후 최고의 영업실적을 보여준 글로벌금융판매 가족들에게 존경을 표하며 글로벌금융판매인들이 항상 대우받고 더 좋은 환경에서 영업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자수성가한 황기정(67세)씨의 최근 주요 관심사는 상속과 증여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황기정씨는 자신의 건강에 별 문제가 없고 자녀들도 부모의 재정적 지원 없이 잘 살아가고 있어 상속과 증여에 대한 고민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최근에 자신과 가깝게 지내던 지인이 갑작스럽게 사망한 후 상속세 납부와 상속재산 분할과 관련해 지인의 유가족들이 겪는 어려움과 갈등을 지켜보면서 상속에 대한 고민을 조금씩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인의 재산 규모는 대략 50억원 전후였으며 대부분 부동산 자산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황기정씨의 재산 규모와 구성도 비슷했다. 그는 상속과 증여는 10년 이상의 시간을 두고 준비를 해야 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들여 재무상담을 신청하였다.
예상 상속세 계산과 절세전략
배우자 공제를 최대한 활용하라
상속 발생 당시 피상속인의 법률상 배우자가 있으면 최소 5억원의 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배우자가 실제로 상속재산을 상속받을 경우에는 최대 30억원을 한도로 민법상의 배우자 지분율만큼 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다. 총 상속재산가액이 53억원이라고 할 때 황기정씨 배우자의 민법상 상속지분비율은 1.5/4.5이기 때문에 배우자 공제는 17억6000만원까지 가능하다. 배우자 공제를 최대한 활용하면 황기정씨의 총 상속공제액은 대략 24억2000만원 정도다.
황기정씨의 예상 상속세 산출세액은 9억8800만원으로 약 10억원에 가깝다. 상속세를 신고기한 내에 자진납부할 경우에는 산출세액에서 7%의 세액공제를 해준다.
상속세 납부는 연대납세의무다
상속세는 상속인들이 각자가 상속받은 재산을 한도로 상속세를 연대하여 납부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상속세를 납부할 재원을 미리 마련하는 것이 상속재산의 보호와 상속인 간 야기될 수도 있는 갈등을 예방할 수 있다.
황기정씨는 배우자가 상속공제 범위 내에서 현금자산을 최대한 상속을 받고 배우자의 비상예비자금을 일부 남겨두고 상속세를 납부하기로 했다. 그렇게 하고 세금을 낼 자금이 부족할 경우 자녀들이 분담하기로 했다.
상속재산을 30억원 이하로 줄이자
상속재산의 가액이 30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상속개시 후 상속인 보유한 부동산, 주식, 금융재산 등의 가액이 상속개시 당시에 비해 현저히 증가한 경우에는 상속개시일로부터 5년간 상속인의 재산을 사후 관리한다.
또한 상속 당시 재산가액이 50억원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조사하는 주무 관청이 달라진다. 상속재산이 50억원 미만일 경우에는 관할 세무서에서 조사하지만 상속재산이 50억원을 넘어서면 상위 기관인 지방 국세청에서 상속세 조사가 이루어져 조사 강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
황기정씨는 상속세 절세와 본인 사후에 유가족들 간의 분쟁을 예방할 목적으로 증여공제(10년간 6억원)가 가장 큰 배우자를 시작으로 가족들에 대한 사전증여를 서두르기로 했다.
유류분을 고려해야 한다
유류분(遺留分)은 상속인이 법률상 반드시 취득하도록 보장되어 있는 상속재산의 가액을 말하며 유언자의 의사만으로 재산을 자유롭게 처분할 경우, 남은 가족의 생활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법으로 최소한의 상속분을 정하는 제도로 유언보다 우선한다. 유류분에 해당되는 유가족은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배우자, 직계존속, 형제자매다. 직계비속과 배우자의 유류분은 법정상속분의 1/2이며 직계존속과 형제자매의 유류분은 법정 상속분의 1/3이다.
황기정씨의 배우자가 생존해 있을 경우 자녀 각자가 가질 수 있는 유류분은 1/4.5의 1/2이다. 따라서 총 상속재산이 53억원이라고 가정할 때 자녀 1인의 유류분은 5억8000만원이다. 황기정씨는 유류분을 고려해 증여 및 상속의 재산 규모를 정하기로 했다.
‘누군가를 돕는 것은 스스로를 돕는 것이다’. 취약계층, 사회적 패자들의 자활을 돕고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를 디자인하는 이종수(63) 한국사회투자재단 이사장 겸 임팩트금융 추진위원회 단장, 남들이 ‘문제없다’를 외칠 때 그는 ‘문제 있다’를 외치며 우리 사회의 궁벽한 문제를 드러내고 찾아낸다. 그리고 해결을 도모한다. 철거민촌 소년이 글로벌 금융인을 거쳐 사회운동가가 되기까지의 진솔한 패자부활전 이야기를 들어봤다.
별명이 소셜 디자이너입니다. 왜 그런 별명이 붙었나요.
“패자부활전을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할까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격차와 갈등을 해소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디자인한다고 해서 언론이 붙여준 별명입니다. 빈곤의 사전 예방, 차단을 위해서는 단순히 퍼주기 식의 복지 지원이 아니라 한 사회 생태계 구성이란 전향적-종합적 사고가 필요합니다. 고기를 주기보다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라고 하지 않습니까? 이젠 고기 잡는 도구를 빌려주는 것까지 함께 필요합니다. 그리고 어장을 만들고 고기를 잘 잡을 수 있는 환경 조성까지 해야 합니다. 취약 계층 자활도 단순한 지원을 넘어 융자의 시대를 지나 이젠 사회투자의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그런 시스템을 디자인하는 게 제 일입니다. 빈곤도 커다란 흐름 속에서 이해해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착한 금융 2.0은 복지 측면에서 개인 대상 직접 자금 지원이었다. 3.0은 사업 지원, 사업 아이디어 사전 자문과 사후 사업 멘토링까지 종합관리 시스템으로 패키지 지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4.0은 투자 생태계 마련, 즉 사회투자 방식으로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회적 기업과 프로젝트를 발굴해 투자하고 이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개인도 종합검진을 미리 하면 중병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이처럼 사회 빈곤, 취약 계층 발생도 사후 대책을 넘어 문제 요인을 사전에 진단, 예방하는 사회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취지다. 이 이사장은 사회투자금융 활동의 선구자로서 늘 앞장서 각 단계마다 진화를 주도해왔다.
사회투자라는 용어가 아직은 낯선데요. 사회와 투자라는 용어가 얼핏 어울리지 않아 보입니다만.
“사회 문제가 점점 많아지고 있지 않습니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합니다. 그러나 그 예산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현대사회의 문제는 너무 복잡해 주는 복지 방식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많습니다. 많은 사회 문제가 경제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그 해결 방식도 전통적인 복지에 금융경영 등과 같이 시장적인 방법을 융합해 해결해야 합니다. 사회투자는 재원의 선순환을 이루면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입니다. 주는 복지를 넘어 구조와 예방의 사회 인프라를 깔아야 합니다. 말하자면 사회간접자본과 같습니다. 다리, 항만 부두 등을 건설하는 데는 당장 비용이 발생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사회 발전의 근간을 마련하지 않습니까?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취약 계층을 지원하는 대책도 마찬가지입니다. 개인의 패자부활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이고 예방적인 차원에서 지속가능하게 문제를 풀어가는 사업에도 투자하는 등 다층적 접근을 해야 합니다.”
사회금융기관은 일반 은행과 어떤 점이 다른가요?
“일반 은행이 돈을 빌려줄 때 수익과 담보를 본다면 사회투자를 지원하는 사회 금융기관들은 그 기업과 프로젝트가 어떤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가, 그리고 그것을 추진하는 사람과 기업의 철학을 본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재무적 수치나 성과만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 즉 장애인, 노숙자, 저출산, 고령화, 청년 일자리, 주거 문제, 환경 문제, 자살률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는가를 우선적으로 판단해 투융자를 결정합니다. 돈의 회수 가능성을 본다는 점은 같지요. 공익적 개념이더라도 지속가능하게 사업을 진행하려면 재원의 선순환이 필수이니까요.”
은퇴자들과 매칭 포인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설립한 사회연대은행에서는 시니어브리지라는 프로그램을 수년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은퇴하였거나 은퇴를 앞둔 시니어들이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교육하고 논의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벌써 400명 이상의 시니어들이 교육을 받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자기의 전문성을 갖고 사회적 기업에 컨설팅을 하는 등 다양한 경로로 봉사가 가능합니다. 일정 교육을 받고 커뮤니티를 구성,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살다 보면 인생에는 두 가지 가치가 있지 않습니까? 돈을 벌어 재무적 성과를 내는 재무적 가치, 사회적 의미를 두고 봉사하는 사회적 가치. 이 중 나이가 들면서 사회적 가치에 점점 더 무게중심을 두게 되더군요.”
당면한 사회 문제 중 심각한 게 양극화인데요. 많은 사람들이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대는 끝났다고들 말합니다.
“부모의 가난이 새로운 연좌제가 되고 있는 것이죠. 요즘은 개천의 용을 보기가 힘듭니다. 개천에선 욕만 나오는 세태이지요. 싹수 있는 지렁이들의 신분상승 희망조차 개천 바닥 아래로 봉인돼버린 것입니다. 어느 나라이든 명문대 인재들이 고위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존재해요. 영국의 이튼스쿨 출신, 미국의 아이비리그 출신 등. 우리 사회의 문제는 갈등과 적대감이지요. 리더들이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는 게 문제입니다. 경쟁을 부추기는 교육제도 개선 등 따뜻한 개천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 이사장은 “실업, 저출산, 주거난, 장애인 문제 등이 곪아 터지면 결국 빈곤의 문제로 수렴된다. 이들이 벼랑에서 떨어져 사회적 비용이 더 크게 발생하기 전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 알랭 드 보통은 이라는 책에서 “가난이 자존심에 미치는 영향은 공동체가 가난을 해석하고 설명하는 방식에 결정적으로 좌우된다”며 “경제적 능력주의 사고는 가난한 사람을 불운한 게 아니라 실패자로 묘사한다”고 지적한다. 이런 체제에선 “가난이라는 고통에 수치라는 모욕까지 더해지고, 자선-복지-재분배-동정의 필요성은 갈수록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과연 빈곤을 그들만의 인과응보에 의한 책임으로 볼 것인가.
한 부모가 아이를 서울역으로 데려가 노숙자를 가리키며 ‘공부 안 하면 저렇게 된다’는 산교육(?)을 했다고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습니다. 영화의 한 장면으로 다뤄진 적도 있지요.
“가난의 책임을 개인에게 물을 수만은 없습니다. 현대사회는 복잡해서 여러 가지 사회적인 상황이 개인을 빈곤으로 몰아넣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국민총생산이 성장하는 것만으로는 그 사회가 발전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국민총생산이 늘어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소외되고 낙오되는 사람들을 보듬고 함께 가는 것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성장입니다. 이를 위해선 공동체 정신, 커뮤니티 정신이 기본적으로 중요합니다. 피도 눈물도 없이 온통 효율만 강조하는 신자유주의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인간의 얼굴을 한 따뜻한 자본주의가 실현돼야 합니다.”
개인 이야기를 해볼까요. 이사장님도 흙수저 출신의 개천룡이십니다. 어떻게 글로벌 금융인이 되셨는지요?
“사당동 달동네의 철거민촌에서 청소년기를 보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대학교(서강대 경영학과)에 들어갔어요. 민주화운동을 하다 민청학련사건으로 옥살이를 하게 됐습니다. 이게 빨간 줄이 돼 국내 일반 직장에 취업이 안 되는 겁니다. 신원조회를 하지 않는 외국계 기업 직장을 찾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침 친구가 권해줘서 우연히 응시한 미국 은행 체이스맨해튼은행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참, 인생이란 알 수 없더군요.”
민청학련 경력(?)이 인생의 장애물이자, 도약대, 두 가지 역할을 했군요.
“20대 때 세상의 불공평, 부조리에 대한 분노가 질풍노도 같았어요. 독재 정권에 대한 불만이기도 하고, 제 가난에 대한 불만이기도 하고, 화가 꾹꾹 쌓여 폭발 직전이었지요. 처음엔 독방에 수감됐는데 매일 고함을 치고 벽을 쳤어요. 3개월 후 잡범들과 합방을 하면서 비로소 제 마음속 억눌린 화가 풀리더군요. 그들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가 가난이라고 불만을 가졌던 게 사치였던 겁니다. 비교도 안 되게 별별 힘든 사연이 다 있더군요. 그때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살자’는 생각을 했지요. 책으로 배운 이론을 통해서가 아니라, 사람을 통해서…. 그 결심으로 대학생활 내내 구로동 공단에서 야학을 열심히 했어요.”
그 후에도 초심을 잘 유지하셨나요. 젊은 시절의 결심은 계속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법인데요.
“하하. 웬걸요. 몇 번의 초심 재생 프로젝트가 있었습니다. 레드카펫 깔린 외국 직장에서 고연봉의 좋은 대우 받고, 집에서 일하는 사람이 7명이나 딸린 해외생활을 하면서 ‘그때 그 마음’이 바래버렸어요. 꿈은 이루는 것보다 지키는 게 더 힘들어요. 내 삶은 우연찮게 사건이 ‘사연’을 상기하게 만들어요. ‘내가 이렇게 사는 게 맞나’ 돌아보게 되었지요. 1996년 캄보디아에서 은행을 설립할 때인데요. 가난을 한탄할 틈마저 주지 않는 매정한 세상에 지친 서민들의 우울한 눈동자를 봤어요. 까맣게 잊고 있던, 감옥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얼굴과 예전 결심이 떠오른 겁니다. 내 삶을 돌아보게 됐고 사표를 냈지요. 세상에서 가장 긴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이라고 하지만, 가슴에서 발까지의 결심이 더 힘들더군요. 이후 캄보디아 농촌 빈민을 위한 자활 프로젝트, 인도네시아 농촌 빈민 직업 훈련 프로젝트 등 ‘가슴이 시키는 일’에 연달아 뛰어들었습니다.”
그러나 캄보디아 내전 등 내부 문제 때문에 아쉽게도 끝까지 추진하지 못하고 접어야 했다. 비록 성공하진 못했지만 그에겐 소중한 경험으로 남아 있다. 이때 마이크로크레딧 사업에 영감을 받아 귀국해 사회연대은행을 설립하게 된다. 당시 국내에선 개념조차 없는 때라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한국형 사회연대은행을 기초부터 공부해가며 시작해 실행까지 도맡아서 했다.
세계 최대 보험중개사인 에이온코리아 사장으로 계시다 비정부 시민사회 단체인 사회연대은행 대표로 옮기셨습니다. 개인적으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요.
“10년간 양다리 기간이 있었습니다. 두 곳이 인근 건물이어서 상호 양해 하에 두 곳의 장(長) 역할을 왔다 갔다 병행했지요. 그러다 사회연대은행 운영이 어려워져 직원 급여도 못 주는 상황에 직면했어요. 3개월 월급 못 줄 땐 가시방석이었어요. 웬만한 직장에서 그랬다면 야단이 났을 텐데, 마이너스통장 쓰면서도 견디는 모습을 보며, 나 혼자 편하게 지내도 되나 갈등이 생기고, 인간적으로 모순 상황을 못 견디겠더라고요. 고민 끝에 에이온에 사표를 냈고 마음이 가는 바를 좇고 나니 편해지더군요. 온전한 헌신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진정한 이익과 불이익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니 결정이 오히려 쉬웠습니다. 버는 거야 옛날과 비교할 수 없게 줄었지만요. 막상 살아보니 상상했던 것보다는 불편하지 않아요. 밥값 내던 시절은 잊고 빈대가 되고, 기사 딸린 승용차를 타는 대신 대중교통 이용하고…. 많이 벌면 많이 쓰고, 조금 벌면 조금 쓰게 되는 게 사람 사는 이치더군요(웃음).”
사표를 쓴 당일에 스페인 산티아고로 직행, 혼자 도보순례를 하셨다면서요.
“모양만 좋은 ‘데코레이션 나’가 아닌 진짜 ‘내 안의 나’를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만나기 힘든 게 나라고 하지 않습니까. 사람이 살면서 꼭 만나야 하는 사람이 나이기도 하고요. 자신만이 답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살아가는 모습, 사람들 눈에 보이는 나는 내 참모습과 일치하는가. 나 자신과 대화를 나누어보는 시간이었어요. 세상의 그 무엇보다도 나에게 지지 말자고 결심했지요.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지?’ 하는 매일의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말씀을 들으니 이사장님의 삶 자체가 끊임없는 패자부활전, 초심 회복전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하, 그런가요. 격렬한 희망과 내려놓기, 그것이 제 나름의 인생 지혜입니다. 격렬한 희망이란 문제를 문제로 보지 않고 긍정적 기회로 볼 수 있는 것, 그것이 나를 일으켜 세웁니다. 하나하나 보면 실패였지만 돌아보니 그게 저수지가 됐어요. 감옥에 들어간 일이나, 젊은 시절의 방황이나 해외 돌아다니면서 은행을 설립한 일이나…. 또 하나는 내려놓기입니다. 돈뿐 아니라 일에 대한 욕심도요.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마음을 내려놓으니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따라오더군요.”
이 이사장은 인터뷰 중 일어나더니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을 펼쳐 한 대목을 나지막한 목소리로 읽어주었다.
내려놓는다는 것은 또 다른 시작을 위한 출발이다. 과거를 지움으로써 현재를, 지금을 버림으로써 미래를 들일 공간을 마련하는 일이다.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내려놓지 않으면 다른 것을 쥘 수 없는 것처럼 비우지 않으면 채울 수 없다. 내려놓음은 익숙함에 찍는 단정한 마침표다. 나를 타성, 관성, 습성에 젖게 했던 세상의 기준과도 이별이다.
그는 자신이 지은 집에서 80대 노부모를 모시고 산다. 소셜 디자이너란 별칭처럼 ‘남이 디자인해준 집’에서 사는 것은 재미없기 때문이란다. 아버님(86)은 시력을 상실하시고, 어머님(85)은 치매이시지만 그는 이 역시도 문제로 보지 않는다. ‘노인의 문제는 곧 자신의 문제이기도 하다. 노인 병환, 공양 문제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풀 것인가, 노인들이 어떻게 존엄한 삶을 살게 할 것인가, 양질의 서비스를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기회로 받아들인단다. 타고난 소셜 디자이너 이종수 이사장의 다음 행보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