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호르몬 세로토닌이나 엔도르핀처럼 호르몬이 우리 몸에 유익하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수많은 호르몬이 결핍 또는 과다, 불균형 문제로 인체에 해를 끼치곤 한다. 이에 시니어가 알아둬야 할 호르몬 질환 10가지를 골라 그 증상과 원인, 치료법 등을 살펴봤다.
자문 및 검수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남지선 교수
[1] 그레이브스병(갑상선기능항진증)
갑상선 자극 호르몬 수용체에 대한 항체로 인해 발생하는 자가면역 질환으로 갑상선 기능 항진증을 유발한다. 갑상선 호르몬 과다분비가 원인이 된다. 식욕이 왕성한데도 체중이 감소하거나 더위를 참지 못하고 손 떨림, 불안, 초조 증상 등이 나타난다. 근육 마비나 안구돌출 및 건조증, 각막염, 복시 등의 증상을 동반할 수도 있다. 채혈 검사를 통해 갑상선 호르몬 농도 및 갑상선 자가면역 항체를 확인하고 갑상선 스캔 검사를 시행하여 진단한다. 주로 갑상선 호르몬의 생산을 억제하는 항갑상선제를 복용해 치료하지만, 약물치료에 실패하거나 애초에 불가능하다면, 갑상선 절제 수술 또는 방사선 요오드를 통한 갑상선 파괴 요법을 시행한다.
[2] 하시모토 갑상선염(갑상선기능저하증)
면역세포가 갑상선에 다수 침착하여 염증을 일으켜 갑상선을 파괴하는 질환으로,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갑상선 염증으로 인해 갑상선이 커지고, 대개 단단한 게 만져진다. 갑상선 기능이 저하되면 부종이 생기고, 피부가 거칠어지며, 머리카락도 건조하고 윤기가 사라진다. 그레이브스병과 반대로 식욕은 떨어지는데 체중은 증가하며, 추위를 심하게 느끼고, 장 운동이 느려져 변비에 걸릴 수 있다. 기억력이 감퇴되거나 우울증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채혈 검사나 특징적인 임상 증상으로도 진단이 가능하다. 주로 갑상선 호르몬 보충 요법을 통해 치료 가능하다.
[3] 당뇨병
췌장에서 분비돼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인 인슐린이 부족하거나 혈액 내 인슐린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할 때 생기는 질환이다. 인슐린에 대한 신체 반응이 감소하면 근육 및 지방세포가 포도당을 잘 섭취하지 못한다. 이를 해결하려 더 많은 인슐린을 분비하는데, 이것이 인슐린 저항성이다. 당뇨병은 제1형과 제2형으로 나뉜다. 제1형 당뇨병은 인슐린 분비 기능이 완전히 상실되는 상태로 주로 소아에게서 생기며, 평생 인슐린 치료를 해야 한다. 우리나라 당뇨병의 95% 이상인 제2형 당뇨병은 인슐린의 상대적인 결핍과 인슐린 저항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생긴다. 제2형 당뇨병 치료제는 크게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약과 인슐린 저항성을 호전하는 약으로 구분한다. 장이나 신장에 작용해 혈당을 낮추는 약들과 인슐린을 사용하기도 한다.
[4] 대사증후군
만성적인 대사장애로 인해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고지혈증, 비만, 동맥경화 등 여러 질환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증후군이다. 앞서 설명한 ‘인슐린 저항성’이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복강 내장지방에서 분비되는 물질은 혈압을 올리고 인슐린의 역할을 방해하는데, 이는 혈관 내 염증 응고를 유도해 동맥경화를 일으키고, 당뇨병과 심혈관 질환뿐 아니라 치매와 암 등 다양한 질환의 위험을 높여 각별한 주의 및 관리가 필요하다. 따라서 대사증후군 치료를 위해서는 체지방, 특히 내장지방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 30분, 주 5회 이상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서 유산소와 더불어 근력 운동도 병행해야 한다. 정제되지 않은 탄수화물을 섭취하고 가공식품을 피하는 등 식이요법을 통해 뱃살이 늘지 않도록 신경 쓰는 것이 좋다.
[5] 말단비대증
뇌하수체 종양으로 인해 성장 호르몬이 과잉 분비되며 신체 발단의 뼈와 연부조직이 과도하게 증식하는 병이다. 손, 발이 커져 장갑이나 신발이 맞지 않거나, 광대뼈와 이마, 턱 등이 돌출되는 등 얼굴이 변하고 기골이 장대해진다. 초기에는 혈압과 혈당이 높아지기 때문에, 환자 대부분 고혈압이나 당뇨병으로 여기기 쉽다. 말단비대증이 생기면 외모뿐만 아니라 대장에 폴립이 생기거나 심혈관계 합병증 위험성이 높아져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혈액검사 및 뇌하수체 MRI를 통해 진단한다. 수술적 치료가 우선이지만, 불가능하거나 수술 후 재발할 경우 약물이나 방사선 치료를 시도한다.
[6] 불면증과 수면장애
나이가 들면서 예민해져서 잠을 잘 못 이룬다면 호르몬 불균형을 의심해봐야 한다. 아무리 자도 졸린다거나, 잦은 꿈을 꾸는 등 숙면하지 못하는 수면장애 증상은 뇌 안의 작은 장기인 송과샘에서 나오는 멜라토닌이 일으키는 것이다. 수면 호르몬으로 알려진 멜라토닌은 사실 낮과 밤을 구분하는 호르몬이다. 멜라토닌은 잠을 유도할 뿐만 아니라 혈압, 혈당을 유지해주기 때문에, 호르몬이 가장 활발히 분비되는 밤 11시부터 새벽 1시 사이에는 잠자리에 드는 것이 좋다. 또, 폐경 여성 대부분이 불면증과 수면장애를 겪기도 하는데, 이는 난소 기능 소실로 인해 여성 호르몬이 생성되지 않으면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 경우 ‘폐경호르몬요법’ 등 약물을 통해 여성 호르몬을 보충해줌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7] 만성피로증후군(부신기능저하증)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이, 그리고 젊은 층보다 60세 이상 중장년이 피로를 더 많이 느낀다고 한다. 부신피질에서 분비되는 코르티솔은 스트레스나 외부 자극으로부터 우리 몸의 대사와 면역 반응을 조절하고, 급성 스트레스에 대항할 에너지를 공급해준다. 따라서 부신 기능이 떨어지면 만성피로증후군이 생길 수 있다. 아울러 일상에 활력을 주는 도파민, 집중력과 동기를 부여해주는 노르에피네프린, 행복과 만족감을 주는 세로토닌 등 다양한 호르몬의 부족 또는 과잉 때문에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처럼 복합적인 호르몬의 불균형 문제로 인한 질환인 만큼 특정한 약물치료는 어렵지만, 식습관 관리나 운동 요법 등을 통해 의심 요인을 찾아 교정해나가면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8] 요붕증
당뇨병이 아닌데도 자꾸 갈증이 나고 물을 많이 마시며, 소변을 자주 본다면 요붕증을 의심해야 한다. 우리 몸에는 적정량의 수분이 필요한데, 이를 조절해주는 물질이 바로 ‘항이뇨호르몬’이다. 뇌하수체에서 항이뇨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거나, 신장에서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는 상태를 요붕증이라 한다. 뇌하수체 종양, 외상, 수술, 감염 등이 원인일 수 있는데, 수분제한검사를 통해 검진이 가능하다.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 MRI 검사 등도 시행한다. 중추성 요붕증이라면 항이뇨호르몬인 DDAVP를 복용하거나, 코로 흡입 또는 주사로 투여해 치료한다. 신장성 요붕중의 경우 아직 효과적인 치료제는 없지만, 티아지드 약물 등을 사용해볼 수 있다.
[9] 골다공증
골다공증 역시 중장년이라면 주의해야 할 질환 중 하나다. 대부분 눈에 띄는 증상은 없지만, 증세가 심해지면 골절이 발생하거나, 골절로 인한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유전적 요인도 있지만, 폐경으로 인한 여성 호르몬(에스트로겐) 부족, 남성호르몬 부족, 스테로이드 등의 약제 사용 혹은 내인성 부신피질호르몬 과다 등이 골다공증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골밀도 검사를 통해 진단하며, 칼슘과 비타민D 보충 요법과 뼈에 작용해 골 흡수를 억제하거나 골 형성을 촉진시키는 다양한 약물 치료법이 있다. 폐경기 여성은 여성 호르몬 보충요법을 통해 호전될 수 있다.
[10] 갈색세포종
혈액 내 카테콜아민(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에피네프린)이라는 호르몬이 부신 또는 교감신경절 종양에서 과도하게 분비되는 병이다. 갈색세포종은 주로 부신 수질에서 발생하는 종양을 말한다. 부신 종양으로 인해 호르몬 중 혈압을 높이는 아드레날린, 노르아드레날린 등이 과다하게 생산, 분비되면 혈관이 수축해 고혈압이 생기거나 혈당이 올라가게 된다. 또 두통, 어지럼증, 구토, 이명, 시력장애, 변비 등을 호소할 수 있고 심하면 심장발작이나 뇌졸중을 일으킬 수도 있다. 다만, 모든 환자가 이러한 징후를 모두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종양이 있더라도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 혈압, 혈액, 소변 검사나 영상 검사, 안과 검사, 혈관 조영 검사 등을 통해 진단하고, 보통은 수술로 종양을 완전히 제거하여 치료한다. 종양이 악성이며 여러 곳에 전이돼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엔 항암 화학 요법을 시행한다.
호르몬 질환 미니 상식 Q&A
호르몬 감소 또는 호르몬 불균형이 오는 이유는?
불규칙적인 생활습관, 노화, 또는 호르몬과 관련한 장기의 질병 등 여러 원인이 있다. 스테로이드처럼 호르몬에 영향을 주는 약제뿐만 아니라 전혀 주의하지 않은 약제들의 오남용과 환경오염물질들도 호르몬 교란을 일으킨다.
호르몬 때문이 아니라고 오해하는 질환은?
호르몬 이상이 오면 호르몬 고유 기능의 문제도 생기지만 애매한 증상들도 많이 발생한다. 검사를 통해 확진하고 이상 있는 호르몬을 보충하면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흔하지는 않지만 고프로락틴혈증, 말단비대증, 쿠싱증후군 등을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으로 알고 치료받으러 오는 경우가 많다. 이런 질환도 빨리 원인 호르몬을 파악해서 치료해야 한다.
호르몬 검사는 어떤 방법으로 하나?
간단한 검사를 해서 이상 유무를 알 수도 있지만, 때로는 복잡한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일정 조건에서 일회성으로 하는 정적인 검사로는 ‘호르몬 혈액 검사’가 있고, 더 구체적인 결과를 위해서는 ‘24시간 소변 검사’를 시행한다. 보다 정확도를 높이려면, 동적인 검사를 통해 자극을 주는 방법으로 호르몬의 반응성을 검사한다. 인슐린에 의한 저혈당 유발 검사, 복합 뇌하수체 검사, 수분 제한 검사, 급속 부신피질 호르몬 자극 검사, 경구 당부하 검사 등이 있다. 단, 이러한 검사 대부분은 일부러 호르몬 과잉 또는 저하 상태를 유도하기 때문에 위험이 따르기도 한다.
호르몬 대체 요법 치료 시 주의할 점은?
호르몬 대체 요법 과정에서 해당 호르몬뿐만 아니라 연관된 다른 호르몬들의 상태를 주기적으로 측정하며 치료단계를 조절해야 한다. 특히 스테로이드 호르몬 치료 시에는 혈당·혈압 상승, 백내장, 녹내장 등 다양한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 또, 성장 호르몬이나 남성 호르몬 치료의 경우 심장 질환, 전립선 질환, 유방·자궁 관련 질환에 대한 주의를 요한다.
오는 14일까지 직계가족을 포함한 5인 이상 사적모임을 금지하는 방역대책이 유지되면서 이번 설 연휴는 삼삼오오 모이지 않고, 전화로 안부 인사와 덕담을 나누는 이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대면 설명절, 연로한 부모님을 직접 챙기지 못해 걱정스럽다면 세 가지 간단한 질문으로 부모님의 건강 상태를 확인해보자.
“잘 안 들리세요?” 질문을 반복할 땐 난청 의심해보기
청각이 저하 또는 상실된 상태인 난청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과거에는 노화에 의한 노인성 난청·직업성 난청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귀 건강을 위협하는 다양한 환경으로 돌발성·소음성 난청 환자들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여승근 교수는 “전화 통화 간 목소리가 커지거나 반복해 되묻는 등의 증상이 관찰된다면, 노인성 난청을 의심해보는 것이 좋다”며 “노화로 인해 청각기관의 기능이 떨어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해 가볍게 여기기보다는 삶의 질과도 밀접하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병원 방문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노인성 난청의 원인은 다양하다. 노화 이외에도 혈관계의 변화, 유전인자, 스트레스, 소음 등이 있다. 이 중에서 유전적 인자와 소음이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치료는 보청기다. 난청이라면 보청기를 빨리 착용할수록 난청의 악화를 늦출 수 있고, 일상생활에 활력과 자신감을 줄 수 있다.
여승근 교수는 “난청을 방치하면,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생기면서 대화를 꺼리게 되고, 이는 우울증이나 치매를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자녀들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며 “보청기 구입 시에는 반드시 환자의 청력 정도, 나이, 귀 질환 유무, 외이도 상태, 일상생활에서의 불편감 정도 등을 고려해야 하며, 무엇보다 착용에 대한 확신과 용기를 북돋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요즘 화장실은 몇 번 가세요?” 전립선 질환 증상 확인하기
전립선 질환은 50~60대 이상의 중장년 남성이라면 반드시 챙겨야 할 질환이다. 전립선암, 전립선 비대증이 가장 대표적인데, 평소와 달리 빈뇨, 지연뇨 등 배뇨장애를 겪고 있다면 반드시 의심해봐야 한다. 특히, 전립선암과 비대증은 증상이 비슷해 정확한 검진은 필수다.
경희대병원 비뇨의학과 전승현 교수는 “스트레스, 피로 등 자의적인 판단으로 전립선 질환을 방치하면 방광, 신장기능 악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특히 전립선암의 경우,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상당히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배뇨에 불편감이 느껴진다면 참지 말고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며 “과거에는 60~70대에 나타났다면, 최근에는 젊은 층 발병률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50세 이상이라면 1년에 한 번 정도 전립선특이항원검사(PSA) 검사를 권장한다”고 말했다.
전립선암은 폐암, 위암 등 다른 암과 비교해 진행속도가 느려 비교적 온순한 암으로 분류되고 있다. 따라서 조기발견만 한다면 생존율이 높고 완치까지 가능하다. 조기 검진만큼 중요한 것은 생활 속 예방이다. 전립선 질환은 유전 못지않게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동물성 지방과 육류의 과다섭취를 피하고, 균형 잡힌 식생활과 운동 등을 통해 비만과 당뇨 등을 피해야 한다.
”그때 기억하세요?“ 옛날이야기로 치매 진단하기
치매는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이다. 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럽게 발생 빈도가 높아진다. 치매 발병 원인 중 70%는 알츠하이머병이다. 초기에는 사소한 기억력 감퇴로 시작되나 시간이 지날수록 사고력, 이해력, 계산능력 등 인지기능 문제로 이어진다.
경희대병원 신경과 박기정 교수는 ”뇌세포 손상이 비교적 적은 초기에는 건망증과 증상이 유사해 주변 사람들이 쉽게 지나치는 경향이 있다“며 ”가장 좋은 방법은 특정 힌트를 제시해 기억해내는지 여부를 확인해 건망증과 치매를 구별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건망증은 뇌에 각종 정보가 입력된 상태이기 때문에 단서가 주어지면 다시 기억해낼 수 있다. 반면, 치매는 정보 입력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지난 일들을 회상하는 데 한계가 있다. 물론, 인지 저하 상태가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기억성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약 10~15%가 매년 알츠하이머병 치매로 발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박기정 교수는 “모두가 알고 있듯이, 치매는 완치가 어려운 질환으로 약물·비약물 요법을 통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을 뿐”이라며 “알츠하이머병의 명확한 발병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진 바 없으나 우울증, 혈관 위험인자, 유전적 요인 등이 위험요인으로 손꼽히고 있는 만큼 평소 규칙적인 운동과 식이조절과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적극적으로 사전 예방에 힘쓰는 것이 가장 현명한 치료법”이라고 말했다.
전립선비대증은 중장년 남성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다. 하지만 생식기 질환을 부끄러워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수술 부담 등으로 말 못 할 고민으로만 남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립선비대증은 50대 남성의 50%, 60대 남성의 60%, 70대 남성의 70%가 앓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요도를 감싸고 있는 전립선의 크기가 커짐에 따라 요도를 압박해 소변길이 좁아지면서 배뇨장애를 일으킨다.
이동환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전립선비대증은 잔뇨감, 야간뇨, 빈뇨 등 다양한 증상을 동반하고 장기간 지속되면 삶의 질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감추고 미루기보다는 여성들이 산부인과를 가듯 정기적으로 비뇨기과를 찾아 배뇨와 전립선 상태를 점검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방치하면 요로결석 등 원인… 전립선암 발생과는 상관없어
전립선은 남성에게만 있는 생식기관이다. 방광 아래에 위치해 소변이 배출되는 요도를 감싸고 있다. 배뇨와 생식기능에 관여하고 무게는 15~20g, 길이는 4㎝, 폭은 2㎝ 정도로 ‘호두’만 한 크기다.
전립선비대증의 증상은 크게 소변을 볼 때 느끼는 배뇨증상과 소변이 방광에 찰 때 느끼는 저장증상으로 구분한다. 배뇨증상은 소변 줄기가 약해지는 약뇨, 배뇨 시작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요주저, 소변을 본 후에도 시원하지 않은 잔뇨감 등이다. 저장증상은 소변을 너무 자주 본다고 느끼는 빈뇨, 야간에 소변을 보기 위해 한 번 이상 잠에서 깨는 야간뇨, 갑자기 소변이 마려우면서 참기 어려운 요절박 등이 있다.
전립선비대증은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 질환은 아니지만 방치하면 여러 가지 합병증을 일으킨다. 방광 속에 정체돼 있는 소변으로 인해 방광염이나 요로결석이 발생하고, 더 진행하면 신장 기능이 악화하면서 신우신염이나 급성전립선염 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전립선암 발생과는 상관이 없다.
간혹 소변이 전혀 나오지 않는 급성 요폐가 발생해 응급실에서 소변줄을 삽입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고통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술 마신 후나 감기약 복용 후 이러한 급성 요폐가 많이 생기는 만큼 전립선비대증을 앓고 있는 사람은 음주를 피해야 한다.
◇약물치료 우선 적용, 증상 개선 없으면 수술 고려
전립선비대증 치료는 약물치료와 수술치료로 나뉜다. 약물치료는 전립선 근육의 긴장을 완화 시켜 소변 배출을 돕는 알파차단제와 호르몬 분비를 줄여 전립선비대를 막는 호르몬억제제 등으로 이뤄진다.
수술은 약물치료로도 증상 개선에 효과가 없거나 불편감이 계속되고 약물에 대한 부작용이나 혈뇨가 지속될 경우 고려할 수 있다. 수술치료는 경요도적전립선절제술(TURP)과 전립선동맥색전술(PAE)이 대표적이다.
경요도적전립선절제술은 소변이 나오는 요도를 통해 내시경을 집어넣은 뒤 내시경에 부착된 특수기구를 사용해 커진 전립선 조직을 긁어내 좁아진 요도를 넓혀주는 수술이다. KTP레이저 수술과 홀뮴레이저 수술이 주로 시행된다. KTP레이저 수술은 내시경을 통해 레이저 고열로 전립선 조직을 태워 없애 요도를 넓혀주는 수술이다. 홀뮴레이저 수술은 전립선을 감싸는 맨 바깥의 막과 비대해진 전립선 사이를 통째로 분리해 몸 밖으로 제거한다.
◇고령·수술 부담으로 ‘전립선동맥색전술’ 新대안 부상
최근에는 전립선절제술에 대한 부담 등으로 전립선동맥색전술을 선택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전립선동맥색전술은 수술에 대한 부담은 물론 전신마취나 피부절개로 인한 흉터와 출혈 등의 걱정 없이 빠른 회복으로 일상 복귀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대퇴동맥이나 손목동맥에 1.8mm 두께의 도관을 삽입해 전립선으로 가는 동맥을 찾아 색전 물질을 투입하고 혈관을 차단해 환자의 배뇨 관련 이상 증상을 치료한다. 전립선 동맥이 차단되면 자연스럽게 전립선이 수축되고 전립선 비대에 의한 증상이 호전된다. 시술 시간은 1~2시간, 입원 기간은 2~3일 내외다. 전립선동맥색전술은 미국이나 유럽 등 의료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시술로 수술보다 비교적 안전하고 특히 전립선 비대가 심한 환자에서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지난해 발표된 전립선동맥색전술 유럽심혈관·인터벤션영상의학회(CIRSE) 표준에 따르면 전립선동맥색전술의 임상적 성공률은 1년 75%로 보고됐고, 전립선 부피가 80㎖ 이상인 환자에서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퇴동맥과 손목동맥 중 어디로 접근하더라도 효과 측면에서 큰 차이는 없다. 다만 대퇴동맥의 경우 시술 부위의 출혈 위험으로 시술 후 6시간 정도 누워서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하는 반면, 손목동맥을 통한 접근은 시술받은 왼손 외에 활동에 제약이 적은 장점이 있다. 그러나 신장(키)이 큰 환자나 혈관에 죽상경화가 심한 환자는 기구의 제한이나 혈관 상태 때문에 대퇴동맥으로의 시술이 어려울 수 있다. 신장과 혈관 상태 등을 고려해 대퇴동맥이나 손목동맥 중 어디로 접근할지 정해야 한다.
심동재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고령이나 다른 합병증으로 전신마취가 어려운 환자나 수술이 부담스러운 환자들은 전립선동맥색전술이 전립선비대증 치료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최근 연구결과 수술에 따른 성기능 장애나 역행성 사정 등의 합병증이 없는 것은 물론 효과 면에서도 전립선전제술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했다.
늘어난 수명만큼 보험도 더 세분화되고 100세 시대에 맞는 특화상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건강한 노후가 보장되면 다행이지만, 당장 무슨 일이 벌어질지조차 알 수 없다. 시니어에게 보험이 ‘꼭’ 필요한 이유다. 그렇다면 수많은 보험 중 어떤 상품을 선택해야 할까.
100세 시대가 성큼 다가오면서 보험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특히 시니어를 타깃으로 한 상품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과거에는 보험의 만기가 60~70세 정도였다. 하지만 만기가 60세인 보험은 질병이 많이 발생하는 시기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에 고령층을 위한 100세 만기 상품이 나왔고,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하는 보험으로 각광받고 있다.
또 질병을 앓은 적이 있어 보험 가입에 제한이 따랐던 시니어에게도 희소식이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유병자들은 보험 가입이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에 해당 질병과 관련된 부분만 보장에서 제외하는 형태의 보험이 속속 등장해 가입이 한층 수월해졌다. 보험이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주요 생명보험사들이 추천하는, 시니어를 위한 보험상품을 살펴봤다.
◇뇌혈관·심혈관질환 보장 ‘강화’
삼성생명 ‘간편종합보장보험 건강하고 당당하게’
삼성생명은 3월부터 개정 판매 중인 ‘간편종합보장보험 건강하고 당당하게’를 추천했다. 3대 주요 질병뿐만 아니라 고령층에 빈번하게 발생하는 질환, 수술비 등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주보험에서는 재해로 인한 사망을, 특약에서는 3대 질환인 암·뇌혈관질환·심혈관질환을 100세까지 보장한다. 기존 건강보험상품도 3대 질병을 보장하고 있지만 이번에 개정된 간편종합보장보험은 범위를 넓혀 재발하는 암, 뇌혈관질환, 심혈관질환도 추가했다. 특히 고령층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질환과 수술은 특약을 통해 보장한다. 시니어 7대 보장 특약에 가입하면 △특정파킨슨병·루게릭병 진단 시 각 1000만 원 △대상포진 진단 시 50만 원 △인공관절 수술 시 어깨관절, 무릎관절, 엉덩이관절에 대해 각각 300만 원을 지급한다. 관절염 수술 시에는 연간 1회 한도로 30만 원을 받는다(가입금액 1000만 원 기준). 간편종합보장보험 가입 가능 연령은 30세부터 80세까지다. 주보험과 갱신형 특약은 15년(일부 특약은 5년 또는 3년)마다 갱신을 통해 최대 100세까지 보장한다.
◇‘나만의’ 보험 만들기부터 시작
한화생명 ‘한화생명 간편가입 100세 건강보험’
한화생명이 출시한 ‘한화생명 간편가입 100세 건강보험’은 간편심사를 통해 저렴한 보험료로 가입할 수 있다. 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고혈압·당뇨 환자는 물론, 80세 고령자도 가입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한화생명 간편가입 100세 건강보험의 주계약은 상해사망이고 실속형, 기본형, 고급형, 자유설계형으로 세분화돼 있다. 최소 보험료 3만 원 기준을 충족하면 고객이 원하는 특약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어 맞춤형 보험설계가 가능하다. 이 상품은 기존 간편가입보험에 부가할 수 있었던 암, 뇌출혈, 급성심근경색증, 입원, 수술 등 5개 특약 구성을 35개로 다양화했다. 최근 발병률이 급증한 대상포진과 통풍, 뇌혈관질환, 당뇨 및 합병증, 인공관절·관절염·백내장·녹내장 수술자금 등 다양한 질병도 특약을 통해 보장한다. 납입면제 범위도 확대했다. 기존 간편가입보험에서는 일반암, 뇌출혈, 급성심근경색이 발병해야 납입면제 대상이 됐다. 이 상품은 발병 빈도가 높은 유방암, 전립선암, 초기 이외의 갑상선암도 발병하면 납입면제가 되도록 고객의 니즈를 반영했다.
◇경도부터 중증까지 ‘100세 보장’
미래에셋생명 ‘미래에셋생명 치매보험 든든한 노후’
미래에셋생명은 ‘미래에셋생명 치매보험 든든한 노후 해지환급금이 없는 유형’을 내세웠다. 이 상품은 치매 진단 시 최대 2000만 원의 치료자금을 지급한다. 중증치매 생활비보장 특약을 활용하면 중증치매에 걸렸을 때 매월 최대 100만 원의 생활자금을 받을 수 있다. 대부분 중증만 보장하는 기존 치매보험과 달리 치매 초기단계인 경도·중등도 치매까지 범위를 넓혔다. 고혈압이나 당뇨 등 유병자도 간편심사 후 가입할 수 있다. 보장기간은 100세까지다.
◇‘고혈압·당뇨’ 심사 없는 보험
신한생명 ‘(무)참좋은시니어암보험’
신한생명은 시니어를 위한 보험으로 ‘(무)참좋은시니어암보험(갱신형)’을 추천했다. 보험 가입 시 고령층 대표 질병인 고혈압과 당뇨를 심사하지 않는다. 이 상품은 암에 대한 체계적인 보장을 받을 수 있는 갱신형 보험이다. 또한 총 5종의 선택특약으로 보장이 더 든든해졌다. 보험료 할인과 납입면제 혜택도 들어 있다. 고혈압 및 당뇨병 무진단자는 보험료가 5% 할인되고, 유방암과 전립선암 이외의 암(소액암 제외)으로 진단되면 보험료 납입이 면제된다.
◇사망보장은 기본, 치매보장은 덤
교보생명 ‘(무)교보실속있는치매종신보험’
교보생명은 보험료 부담을 줄인 종신보험 하나로 치매보장까지 준비할 수 있는 ‘(무)교보실속있는치매종신보험’을 추천했다. 이 상품은 종신보험에 치매보장을 결합한 저해지환급형 종신보험으로, 저렴한 보험료로 사망과 중증치매를 평생 보장받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이 상품은 중증치매 진단 시 진단보험금(가입금액의 100%)을 받고, 사망할 경우 사망보험금(가입금액의 20%)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중증치매 없이 사망하면 사망보험금(가입금액의 120%)이 지급된다. 보험료 부담도 대폭 낮췄다. 가입 시 ‘저해지환급형(1형/2형)’을 선택하면 보험료 납입기간에는 ‘일반형’에 비해 해지환급금이 50%(1형), 30%(2형)만 적립된다. 이후 납입기간이 경과하면 해지환급금이 100%로 늘어 일반형과 동일해진다. 반면 보험료는 일반형에 비해 10~17% 저렴하다. 은퇴 후 사망보험금을 생활자금으로 활용하도록 한 것도 장점이다. 사망보험금에서 최소 장례비 수준(10%)만 유지하고 나머지를 최대 20년간 생활자금으로 전환해 받을 수 있다. 중도에 생활자금 전환 취소나 변경도 가능하다.
◇‘100세까지’ 치매 단계별 보장
ABL생명 ‘(무)ABL간편가입치매보험’
ABL생명은 유병자와 고령자도 간단한 심사만 거치면 가입 가능한 ‘(무)ABL간편가입치매보험(해지환급금 미지급형)’을 소개했다. 이 상품은 갱신 없이 최대 100세까지 경도치매, 중등도치매, 중증치매 등 치매를 단계별로 보장한다. 중등도치매의 경우 1000만 원을 진단급여금으로 지급한다. 경도치매는 200만 원, 중증치매는 2000만 원을 보장한다(주계약 보험가입금액 1000만 원 기준). 또한 주계약 내에서 중증치매에 대해 매월 100만 원의 생활자금을 지급한다.
◇보험 하나로 3대 질병 ‘종신까지’
AIA생명 ‘(무)AIA 평생보장 암보험II’
AIA생명은 시니어를 위한 ‘(무)AIA 평생보장 암보험II’을 내놨다. 이 보험은 AIA생명이 2016년 11월 텔레마케팅 채널 전용으로 출시했던 상품을 2017년 1월 대면채널로 판매를 넓히면서 보장은 한층 강화하고, 보험료 부담은 최소화했다. 이 상품의 특징은 암뿐만 아니라 뇌출혈, 급성심근경색증 등 3대 질병에 대한 종신 보장이다. 또한 보험 가입 시 ‘체증형’을 선택하면 이후 20년 동안 암 보험금이 매년 10%씩 늘어나(주계약에 한함), 최대 300%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필요한 보장만 조립식으로 가입
오렌지라이프 ‘오렌지 큐브 종합건강상해보험’
오렌지라이프는 시니어를 위한 보험상품으로 ‘오렌지 큐브 종합건강상해보험(무배당, 해지환급금 미지급형)’을 꼽았다. 이 상품은 비갱신형 특약으로 보험료가 오르지 않고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진단비, 수술비, 입원비 등을 선택해 보장한다. 재해장해보장을 주계약으로 진단보장특약 12종, 입원보장특약 3종, 수술보장특약 4종과 사망보장·질병장해보장특약 3종까지 총 22종의 특약을 갖춰 한 상품으로 다양한 보장을 받을 수 있다.
◇생활자금 평생 지급하는 보험
흥국생명 ‘(무)흥국생명 가족사랑치매간병보험’
흥국생명은 ‘(무)흥국생명 가족사랑치매간병보험’의 보장내역을 강화한 개정판을 추천했다. 이 보험은 치매 초기단계인 경도와 중등도치매까지 보장 범위를 확대하고, 중증치매 진단 시 생활자금을 지급한다. 이번에 업그레이드된 가족사랑치매간병보험은 치매 환자의 생존기간이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해 기존 15년을 넘어 사망 전까지 생활자금을 보장한다. 중증치매 진단을 받은 가입자는 매월 100만 원씩의 생활자금을 평생 받을 수 있다.
◇당뇨병과 합병증을 ‘한 번에’
NH농협생명 ‘당뇨케어NH건강보험’
NH농협생명은 △당뇨병 진단과 합병증을 한 번에 보장하는 ‘당뇨케어NH건강보험(갱·무)’ △당뇨병 진단자도 가입 가능한 ‘당뇨케어NH건강보험(당뇨병 진단자, 갱·무)’ △현대인의 만성질환인 디스크와 관절염을 보장하는 ‘허리업(UP)NH척추보험(무)’ 등 건강보험 3종을 주력 상품으로 앞세웠다. 당뇨케어NH건강보험(갱·무)은 주계약만으로 당뇨병(당화혈색소 9% 이상) 진단 시 1000만 원, 당뇨병 진단 확정 후 뇌출혈, 급성심근경색증, 말기신부전증 진단 시 각각 2000만 원을 지급한다(주계약 가입금액 500만 원 기준). 당뇨케어NH건강보험(당뇨병 진단자, 갱·무)은 당뇨 합병증과 뇌출혈, 급성심근경색증, 말기신부전증 등을 보장한다. 중대한 질병 없이 만기 생존 시에는 무사고환급금을 최대 500만 원까지 지급한다. 허리업(UP)NH척추보험(무)은 디스크부터 척추질환과 관련한 입원, 수술, 한방치료까지 모두 보장한다. 경추 및 경추 이외 디스크 진단 시 동일하게 50만 원, 특정 류머티즘관절염은 100만 원, 척추재해골절은 회당 20만 원을 지급한다.
흔히 여성암이라고 하면 유방암이나 자궁경부암 등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 발생되는 암의 순위를 매겨보면 어떨까? 국가암정보센터 2015년 기록을 보면 예상과 달리 유방암은 2위에 불과하다. 자궁경부암 순위는 대장암이나 위암 등에 밀려 더 아래로 내려간 7위다. 그렇다면 1위는? 바로 갑상선암이다. 여성에게 발생되는 전체 암 중 19.4%가 갑상선암이다. 주요 의료기관에서 갑상선암을 대표적 여성암으로 지정 관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갑상선암에 잘 대비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이대여성암병원 권형주(權炯周·40) 교수에게 알아봤다.
의학 분야나 의료제도에 대해 오랫동안 기사를 써온 기자라면 갑상선암과 관련한 취재에서 빠뜨릴 수 없는 질문이 있다. 바로 과잉 진단 관련 질문이다. 2000년대 초반 이후 국내에서 갑상선암 진단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면서 의료계에선 갑상선암 과잉 진단에 대한 논쟁이 일었다. 지금은 일단락된 걸까?
‘무조건 수술’ 지양하며 논란 줄어
권형주 교수는 갑상선암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모두 수술이 필요한 상태는 아니라고 말한다.
“진단법이 개선되고 장비가 좋아지면서 과거보다 많이 발견되고 있어요. 예전엔 검진 과정에서 나타나면 대부분 조직검사를 한 뒤 수술로 제거했는데 최근에는 이전보다 보수적으로 치료하고 있습니다. 우리 병원에서는 5mm 이하의 종양은 조직검사와 수술을 하지 않고 좀 더 지켜봅니다. 종류에 따라 성장이 빠른 암도 있지만, 대부분 ‘거북이’처럼 진행 속도가 느려 관찰할 수 있는 여유가 있거든요.”
이렇게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요소에는 암의 크기 이외에 환자 나이와 종양 발생 위치도 포함된다. 환자의 나이가 젊은 경우 진행 속도가 중장년에 비해 빠르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를 하게 된다. 암의 크기가 5mm에서 1cm 정도일 때 경과를 지켜보는 경우도 있지만, 경동맥이나 식도, 기도, 성대신경 등과 가까워 수술할 때 합병증이 걱정되거나, 림프절 전이가 의심될 때, 그리고 어렸을 때 방사선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어 암 성장이 빠를 것으로 예상될 때는 수술을 적극 고려한다.
갑상선암 진단이나 치료에 대한 ‘신중론’이 의료계 전반에서 논의되면서 다양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병원마다 이러한 기준이 세워졌고, 이로 인해 과잉 논란은 일단락된 분위기다.
방사능에 노출되면 발병 늘어
갑상선이라 하면 보통 혈관처럼 생긴 기다란 선(線)을 연상하지만 실제로는 기도를 감싼 나비모양의 덩치가 꽤 큰 신체기관이다. 성인의 갑상선은 한쪽 길이가 5cm 정도에 이르고 두께도 3cm가량 된다. 한자로는 ‘甲狀腺’이라 표기한다.
이곳에 암이 생기는 이유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른 여성암과 마찬가지로 골치 아픈 부분. 권 교수는 의학계에선 여성호르몬과의 연관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8대 2 정도로 여성에게서 발병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아 여성호르몬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죠. 또 갑상선암을 앓은 환자에게 유방암이 발병할 확률은 2~3배, 자궁내막암이 생길 가능성도 5배 정도 높아요. 여성암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의료기관들이 각각의 암을 별도로 바라보지 않고, 통합적으로 관리하려는 것은 이 때문이에요. 다른 암도 생길 수 있으니 조심하는 거죠.”
갑상선암의 원인으로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방사능이다. 방사능에 노출된 적이 있거나 어렸을 때 방사선 치료를 받았을 경우 발병 가능성이 높아진다. 갑상선암도 모든 암과 마찬가지로 노화와 관련이 있다. 55세 이후 발병하면 경과가 좋지 않은 사례가 많다고 권 교수는 말한다.
“잘 알려진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인근 지역 주민의 갑상선암 발병이 증가했다는 사실이 증명됐어요. 이 밖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소아·청소년 비만이나 당뇨, 유방암, 폭음 등이에요. 또 갑상선암의 한 종류인 수질암은 20% 정도가 유전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 갑상선암 중 유전과 관련이 있는 경우는 매우 낮은 편이에요.”
발견 늦으면 평생 호르몬제 먹어야
갑상선암을 발견하는 최선의 방법은 초음파 검사다. 아주 작은 조직도 일찍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목 주변에서 종양이 만져지거나 물을 마실 때 목에 걸리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목소리가 변하기도 한다. 이런 자각증상이 있을 땐 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라 치료 상황이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검사 과정이 복잡하지 않으니 미리 검사해두는 것이 좋다.
고령 등의 이유로 수술이 어려운 환자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치료는 갑상선을 절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권 교수는 수술 방식이 의료기술이 발전하면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9년 이전만 하더라도 갑상선에 암이 생기면 거의 대부분 전절제 방식을 선택했어요. 재발 우려가 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최근에는 수술 후 환자의 삶을 고려해서 수술 범위를 줄이려는 노력들을 많이 하고 있어요. 종양의 크기가 4cm 이하로 작을 경우 암 발생 부위만 제거하는 반절제술도 많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전체를 제거하는 수술과 반만 제거하는 수술은 단순히 난이도의 문제로만 볼 것은 아니다. 모두 절제해버릴 때는 방사선 요오드 치료가 뒤따르고 평생 호르몬제를 복용해야 한다. 호르몬을 분비할 기관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반절제술을 할 경우는 수술 후 일정 기간만 호르몬제를 복용하다 점차 줄여나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경과가 좋으면 약을 끊기도 한다. 방사선 요오드 치료를 생략하는 경우 많다. 치료 후 환자의 삶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암의 조기발견은 매우 중요하다.
암 성질 변하면 1년 이내 사망할 수도
조기발견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암의 성질에 있다. 갑상선암의 종류는 유두암, 여포암, 수질암, 미분화암, 역형성암 등으로 구분하는데 대부분은 유두암이다. 유두암은 성장이 느려 가장 온순한 암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는데, 생존율도 95~100%라서 치료도 쉽다. 문제는 유두암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어느 순간 역형성암으로 변한다는 데 있다. 역형성암의 평균수명은 6개월 정도이고 대부분 1년 이내에 환자가 사망한다.
권 교수는 조기발견이 중요한 이유 중 전이도 있다고 말한다.
“치료를 제때 하지 않으면 다른 기관으로 전이되는데, 절반 정도는 폐로 갑니다. 뼈로 전이되는 경우는 20%, 뇌에 발생하는 사례도 15% 정도 됩니다. 일반 유두암은 대부분 생존할 수 있지만 폐로 전이되면 생존율이 50% 정도로 떨어져요.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치면 안 되는 이유죠.”
최근에는 로봇을 활용한 수술이 적극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다빈치’로 대표되는 로봇 수술기는 전립선암과 같이 사람 손이 닿기 어려운 장기가 모여 있는 복잡한 부위를 수술하는 데 활용한다. 갑상선은 그런 부위는 아니지만 수술 도중 주위의 신경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합병증을 줄일 수 있고, 작은 흉터만 남겨 호응도가 높다.
흔히 알고 있는 갑상선암에 대한 상식 중 하나는 요오드 섭취를 위해 다시마를 많이 먹어야 한다는 속설이다. 권 교수는 “틀린 말은 아니지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한국인은 이미 요오드 섭취량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김치만 먹어도 요오드 섭취량은 차고 넘쳐요. 요오드 섭취량이 부족한 이들은 바다가 없는 내륙 국가의 일부 사람들 정도로 보면 됩니다. 최근에는 요오드를 너무 많이 먹어도 갑상선암의 발병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니 다시마에 대한 지나친 관심은 거두셔도 됩니다.(웃음)”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는 우리나라 국민의 2015년 암의 발생률과 생존율, 유병률에 관한 통계를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은 폐암으로 나타났다. 폐암과 위암, 대장암 순서였는데, 폐암은 10만 명당 발생자 수가 2위인 위암에 비해 11%가 높은 253.7명을 기록했다. 여러 가지 암종이 우리를 괴롭히고 있지만, 시니어에게 가장 무서운 암으로 전문의들이 ‘폐암’을 지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폐암이 고령층에게 골칫거리인 이유는 뭘까.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김주상(金周祥·46) 교수를 통해 들어봤다.
“시니어에게 폐암이 잘 생기는 이유는 ‘시간’ 때문입니다.”
고령층에 폐암이 자주 발병하는 이유를 묻자 김주상 교수는 “시간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기자의 짧은 지식으로 예상한 답변과는 달랐다. 담배나 환경오염 등이 원인으로 지목될 것이라 예상한 것이다.
“물론 흡연이나 오염물질도 원인으로 작용하죠. 과거에는 이런 오염물질이 영향을 줄 거라는 추측만 있었을 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알지 못했어요. 연구가 계속되면서 이런 것들이 왜 폐암을 일으키는지 밝혀지고 있거든요.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알아낸 것은 장기간 폐가 독성물질과 접촉하면서 DNA에 돌연변이가 유발된다는 것이에요. 시간이 문제였던 것이죠. 다른 암에 비해 발병하기까지 오래 걸리기 때문에 노인들에게 발병이 많습니다. 또 그간 다른 사망 원인으로 작용했던 질환들이 조금씩 정복되면서 폐암이 두드러져 보이는 현상도 작용을 했고요.”
김 교수에 따르면, 실제로 한 국가에서 담배 매출이 정점을 찍고 난 후 30년이 지나면 폐암환자 증가가 최고에 이른다는 조사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고 한다. 이 이론을 국내에 적용하면 폐암 환자의 증가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김 교수는 예측했다.
비흡연 여성도 안심할 수 없어
흡연이 폐암의 가장 큰 원인이지만, 금연을 했다고 해서, 비흡연자라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여성도 안심할 수 없다. 폐암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 일부 종류는 여성에게 잘 나타나는 병이라고 김 교수는 설명한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여성에게서 암이 발견되는 이유도 시간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담배 이외의 독성물질에 오래 노출되었을 것이라는 이론이죠. 아궁이에서 나는 연기나 요리할 때 발생되는 물질들이 원인으로 의심받고 있습니다.”
다행인 것은 아시아 여성에게서 발생하는 폐암 중 선암은 표적항암제 효과가 좋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EGFR 표적항암제가 대표적이다. 유전자의 특성에 따라 약효가 달라지지만 암 환자들에게는 희망이 아닐 수 없다. 표적항암제의 경우 월 1000만 원이 넘는 비싼 약값이 문제였지만, 최근 2세대 폐암 표적항암제까지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되면서 월 30만 원 내외로 줄어 환자 부담이 낮아졌다.
최근 문제로 지적되는 미세먼지도 폐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김 교수는 설명한다.
“인과관계를 정확히 밝히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미세먼지에는 화합물 등 폐암 유발인자가 섞여 있어요. 주거지역을 옮기지 못하면 가끔 청정지역에 가서 맑은 공기를 마시는 것도 폐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폐암이 가장 무서운 암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는 낮은 생존율에 있다. 국가암등록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1년에서 2015년 사이에 폐암 환자의 생존율은 26%. 10대 암 중 췌장암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물론 1993년에서 1995년 사이에 조사된 11.3%보다는 비약적으로 향상된 숫자이지만, 위암(75.4%)이나 유방암(92.3%), 전립선암(94.1%)에 비하면 심각하게 낮은 수치다.
사망까지 1년밖에 안 걸리는 폐암도 있어
김 교수는 폐암의 문제점은 조기 발견이 어렵고, 증상이 나타나서 발견된 경우에는 이미 손쓰기 힘들 정도로 병이 진행되어 있는 게 문제라고 말한다.
“폐암 중 소세포폐암이 더 심각합니다. 성장이 아주 빨라요. 보통 CT나 엑스레이와 같은 진단 장비로 확인 가능할 정도까지 성장하는 데 3개월밖에 안 걸립니다. 그 전까지는 발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죠. 이후 발견 가능한 시점부터 다른 장기로 전이될 정도로 성장하는 데도 3개월밖안 걸립니다. 그러니까 수술로 치료 가능한 시기(1기~2기)가 3개월 정도밖에 주어지지 않는 거예요. 이 시기를 놓치면 방사선 치료나 항암제를 사용하는데 완치가 매우 어렵습니다. 치료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발생에서 사망까지 1년밖에 걸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폐암의 자각증상으로 기침이나 객혈, 흉통, 호흡곤란을 이야기한다. 간혹 폐의 가장 꼭대기 쪽에 암이 발생하면 어깨에 통증이 오기도 한다. 오십견 등 일반적인 관절 질환으로 오해하다 치료시기를 놓칠 수도 있다. 어깨에 문제가 없다는 진단이 내려졌는데도 통증이 계속된다면 가슴 엑스레이를 찍어볼 필요가 있다.
김 교수는 “자각증상을 느끼고 병원을 방문할 때는 이미 수술이 불가능한 3기 이후의 시점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조기 발견을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이가 쉬운 것도 문제다. 폐암은 주변 장기로 쉽게 전이가 되는데 그중 치료가 어려운 뇌나 뼈에 전이가 되면 심각한 결과로 이어진다. 뇌에 전이가 되면 의식에 문제가 생겨 정상생활이 어려워지고, 척추 등에 암이 발생하면 신경에까지 영향을 줘 하반신 마비 등이 오기도 한다. 뼈에 발생한 암으로 인한 가장 심각한 상황은 골절이다. 암세포가 자리 잡은 상태에서 골절이 일어나면 뼈가 붙지 않는다. 정상세포가 아닌 까닭이다. 이런 증상들은 환자 삶의 질을 극도로 악화시킨다.
고령자는 1년에 한 번씩 검사받아야
반면 조기발견이 이뤄진다면 예후는 희망적이다. 최근에는 건강상태가 좋으면 90세 이상의 고령에도 수술이 가능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김 교수는 강조한다.
“제 환자 중에 96세에 폐암수술을 받고 백순 잔치까지 하신 환자분도 있어요. 우리 국민은 대부분 병원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사니까 이상이 느껴지면 바로 병원을 방문하실 것을 권하고 싶어요.”
폐암을 진단하는 방법으로 가장 권장되는 것은 저선량 CT다. 컴퓨터 단층촬영 장비 중 환자에게 노출되는 방사선량을 최소화한 장치다. 노출을 최소화해 방사선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고안됐다.
하지만 이것도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학계에선 55세 이상 인구 중 30년 이상 매일 담배 한 갑을 피운 ‘고위험군’에게 우선적으로 매년 촬영을 해보길 권하고 있다. 그만큼 이들의 폐암 발병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고위험군이 아니더라도 고령자라면 1년에 한 번 저선량 CT나 엑스레이 촬영을 통한 검진을 해볼 것을 권했다. 위암을 발견하기 위한 위내시경, 대장암을 찾기 위한 대장내시경처럼 국가 암 조기검진 사업에 저선량 CT를 통한 폐암 검진을 포함시킬지의 여부는 아직 고려 중이다. 폐암에 관한 연구는 긴 시간을 요구하는 특성이 있다.
나이 들면 폐 이상 증상에 예민해져야
폐와 관련한 질환 중 시니어에게 심각한 게 폐암만 있는 건 아니다. 지난해 1월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세계 10대 사망원인에 폐 관련 질환만 4가지가 꼽혔다. 폐암, 폐렴, 결핵, 만성폐쇄성폐질환이 그것이다.
김 교수는 “나이가 들어 호흡기 질환이 쉽게 심각해지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면역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가벼운 감기도 가볍게 여기지 말고 엑스레이를 자주 찍어봐야 합니다.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말이죠. 큰 병이 되는 걸 막아야 합니다. 검사 과정에서 폐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행운(?)은 종종 있습니다.”
그 외 건강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김 교수는 잘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암 환자 중 생약 성분이 포함된 음식을 드시는 분이 있는데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경우 체력이 더 떨어지는 원인이 됩니다. 차라리 그 돈으로 평소에 사먹지 못한 유기농 제품이나 자연산 식재료로 음식을 해드시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요. 무리하게 야채만 먹게 되면 장염을 유발해 되레 건강이 나빠질 수 있습니다. 고기는 적정량 먹어주면 좋습니다. 간혹 좋은 공기 찾아 산속으로 들어가시는 경우도 있는데, 병원과의 접근성이 떨어지면 상태가 악화될 수도 있어요.”
65세 고령층에서 흔히 발병하는 암은 폐암과 위암, 대장암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는 21일 국가암등록통계사업에 따른 우리나라 국민의 2015년 암발생률, 암생존율 및 암유병률 현황을 발표했다.
자료 중 연령별 암발생을 살펴보면 65세 이상에서는 폐암, 위암, 대장암, 전립선암, 간암의 순서를 나타냈고, 이 중 남성은 폐암, 위암, 대장암, 여성은 대장암, 위암, 폐암 순으로 발병이 잦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연령에 비해 상대적으로 암발생률도 높았다.
2015년에 새로 발생한 전체 암환자 수는 21만4701명으로, 2014년 21만8954명에 비해 4253명(1.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과잉진단 논란을 일으켰던 갑상선암을 제외하면 모든 암발생자수는 18만9672명으로 전년 대비 1797명 증가한 수치다. 갑상선암, 위암, 대장암, 간암 발생자수는 감소했지만, 유방암과 전립선암, 췌장암 등은 증가했다. 2009년 이후 암발생 1위 자리를 유지했던 갑상선암은 6050명이 줄어 큰 감소폭을 나타냈다.
조사결과 2015년 남녀 전체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암은 위암이었으며, 이어서 대장암, 갑상선암, 폐암, 유방암, 간암, 전립선암 순이었다.
로봇수술이란 단어는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인간의 손이 아닌 로봇 팔이 환자의 몸속에서 거리낌 없이 움직이며 수술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그리고 이런 상상은 SF 영화 속에서 구체적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우리 삶 가까이 등장한 로봇수술도 이런 모습일까? 실상은 영화 속 장면과 조금 다르다.
로봇수술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두 단어가 있다. 인튜이티브서지컬과 다빈치가 그것이다. 인튜이티브서지컬은 1995년 설립된 회사로 1999년 로봇수술 장비인 다빈치를 세상에 처음 내놨다. 200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 로봇수술 시장을 석권했다. 우리가 아는 로봇수술에 관한 것은 모두 다빈치에 의해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복강경(내시경) 수술을 대체하고 있는 대중화된 로봇수술 장비는 다빈치가 유일하다고 보면 된다. 덕분에 인튜이티브서지컬은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27억달러(약 3조원)를 벌어들였다. 다빈치는 현재 4세대 제품까지 출시된 상태다.
국내에서는 2005년 세브란스 병원을 통해 처음으로 다빈치의 로봇수술이 시도됐다. 이후 다빈치는 각 병원에서 앞다퉈 도입하기 시작해 2017년 9월 기준으로 전국 31개 병원에 69대가 설치되어 있다. 장비 도입이 증가하면서 수술 건수도 늘어나 올해는 1만7000건 이상의 수술이 기록될 것으로 예상된다.
로봇수술도 사람이 하는 수술
로봇수술에 대한 가장 잦은 오해 중 하나는 기계가 집도해 수술을 한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로봇수술의 주인공은 의사다.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로봇수술 장비(환자 카트) 아래에 환자가 위치하면, 수술이 필요한 환자의 신체 부위 근처에 2~2.5cm 정도의 구멍을 낸다. 그곳을 통해 4개의 금속봉 모양의 로봇 팔이 들어간다. 수술 부위에 따라 여러 구멍을 내기도 한다. 4개의 로봇 팔 중 하나는 조명과 카메라가 달려 있어 촬영을 담당하고, 나머지 3개의 팔은 수술에 필요한 다양한 동작을 해낸다. 암 조직을 들어 올리거나 잘라내거나 수술한 부위를 봉합할 수도 있다. 사람처럼 다섯 개의 손가락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수술 과정에서 필요한 사람 손의 동작을 대부분 대신할 수 있다.
이때 의사는 환자와 좀 떨어진 조종장치(수술 콘솔)를 통해 4개의 로봇 팔을 조작한다. 조종장치에 달린 모니터는 확대된 입체 영상으로 치료 부위를 보여주기 때문에 섬세한 수술이 가능하다. 또 육안으로는 구분이 힘든 혈류를 다른 색으로 보여주는 등 다양한 의학적 정보도 모니터를 통해 집도의에게 제공된다.
다양한 질환에서 우수성 나타나
로봇수술이 의학계에서 각광받는 이유는 사람 손으로는 도저히 동작이 불가능한 좁은 부위에서도 수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립선이 로봇수술의 혜택을 보는 손꼽히는 부위인 것은 이 때문. 전립선은 좁은 골반 안에 신장과 방광, 소화기와 함께 몰려 있어 수술이 까다로운 부위다.
이외에도 신장암, 자궁암, 갑상선암, 간암, 구강암 등 각종 암수술과 요관절제술 등 비뇨기과계 질환에서 사용된다. 최근에는 유방암 수술까지 영역을 넓혔다. 겨드랑이를 통해 로봇수술 장비가 암 조직을 제거하면, 유두와 유륜을 보존할 수 있기 때문에 올 초 세브란스 연구진을 통해 국내 최초로 수술이 시도됐다.
이 중 전립선암, 신장암, 직장암의 로봇수술 치료가 2015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유효성이 있음을 평가받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선언한 국민건강보험 혜택 확대로 인해 이들 질환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가능성은 매우 높아졌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환자는 800만~1200만원 정도의 수술비를 절반만 부담해도 된다.
인공지능 수술은 아직, 국산화는 눈앞
수술 과정의 간편함도 로봇수술의 장점으로 꼽힌다. 한 대학병원 소화기외과 교수는 “복강경 수술은 의사가 2~3시간 동안 서서 모니터를 쳐다보며 해야 하는 고된 작업”이라며 “이에 반해 로봇수술은 편한 자세에서 이뤄져 의사가 받는 스트레스가 적고, 환자에게도 장점으로 작용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상상하는 인공지능 수술은 이뤄질 수 없는 것일까? 지난달 인튜이티브서지컬이 상암동에 설치한 수술혁신센터 개소식 참석을 위해 방한한 게리 굿하트 대표는 “인공지능을 통한 자율수술은 최근 선보이고 있는 자율주행기술보다 훨씬 더 많은 기술적 진보를 요구한다”며 “우선 집도의의 수술을 보조할 수 있는 부분에서 인공지능이 담당할 수 있는 단계의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봇수술 시장에는 국산 제품도 대항마로 등장했다. 바로 미래컴퍼니가 개발한 레보아이(Revo-i)다. 레보아이도 로봇 팔이 4개 달려 다빈치와 비슷한 외형을 지녔다. 레보아이는 지난해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시험 승인을 받고, 6월부터 올 초까지 세브란스와 본격적인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올해 8월에는 식약처로부터 레보아이 제조허가를 취득하고 사업화 준비에 착수 중이다.
미주 한인 사회에서 지식인의 멘토로 불렸던 노부부가 있었다. 정신과 전문의로 UC데이비스 의과대학에서 35년간 교수로 근무했던 故 김익창 박사와, 데이비스 고등학교에서 25년간 교사로 일했던 그레이스 김(한국명 전경자·86)씨다.
부부는 평생 소외받는 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데 힘썼고 그들의 권익을 위해 싸웠다. 53년을 함께하는 동안 그들은 최고의 동지이자 친구였으며 연인이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지 2년. 아내는 여전히 열심히, 행복하게 살고 있다. “You should keep going.” 당신은 계속 그렇게 살아 달라는 것이 남편의 바람이었다.
사랑스러운 사회운동가
“동호회에서 주최하는 클래식 음악회 준비로 정신이 없어요. 오후에는 신문사에 음악회 기사를 전달하러 가야 해요. 오늘도 너무 바쁘네요!”
그녀는 여전히 에너지가 넘친다.
3년 전, 애너하임의 한 노인병원에서 김익창 박사와 그레이스 김씨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때 김익창 박사는 파킨슨병으로 상당히 힘들어하면서도 아내와의 인터뷰를 무척이나 즐거워했다. 당시 인터뷰 주제는 ‘부부’였는데 김 박사는 “부부란 같은 생각을 가지고 같은 방향으로 노를 젓는 사람들”이라고 정의했다.
“남편은 나를 커뮤니티 액티비스트(사회운동가)라고 별명처럼 불렀어요. 조용하고 신중했던 그와 달리 나는 말도 많았고 생각하면 바로 행동으로 옮기곤 했는데 남편은 그런 내 모습을 사랑해줬지요. 우리는 6·25전쟁을 눈앞에서 겪은 세대입니다. 모두가 못 배우고 가난한 시절에 그래도 배울 수 있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이었는지…. 우리는 그것을 갚아야 한다고 여겼기 때문에 소외받는 곳,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늘 관심을 두게 되었어요.”
1931년 중국 상해에서 나고 자란 김씨는 해방이 되던 해 부친의 고향이었던 평안북도로 돌아왔고, 남북으로 갈리게 되자 다시 38선을 넘어 왔다. 이 과정에서 막내 동생을 잃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을 때 거침없이 행동하는 것은 그의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다. 상해에서 사업을 했던 부친은 임시정부에 돈을 보내며 독립운동을 도왔고, 주위에 고학을 하는 한국 유학생이 있으면 장학금을 내놓기도 했다. 어머니 역시 그 시대에 평양신학교를 나온 신여성으로서 이웃과 나누는 것을 평생 몸으로 실천한 사람이었다고.
“여고 시절 내 꿈은 의사가 되어 아프리카로 가서 슈바이처 박사와 함께 일하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이화여대 의대로 진학했지요. 그런데 입학한 그해 6·25전쟁이 터졌어요. 산속으로 피난을 갔다가 와 보니 집이며 모든 것이 폭격으로 사라져버렸더라고요. 너무 화가 나서 당장 군에 입대해 총 들고 싸우겠다고 고집을 부렸죠. 어린 아가씨가 얼마나 맹랑했겠어요. 그때 영락교회를 다녔는데 목사님이 하루는 보여줄 곳이 있다면서 저를 데리고 가신 곳이 있어요. 바로 고아원이었죠.”
폭격을 맞고 부서진 학교 건물에 임시로 마련된 고아원은 그야말로 비참했다. 부모를 잃은 아이들은 밤낮으로 울부짖었고 아프고 굶주린 아이들을 돌봐줄 손길은 없었다. 그렇게 김씨는 여군 대신 고아원 선생님이 되었다. 전쟁이 끝나고, 김씨는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 재입학한다.
“등록금을 댈 형편이 아니었어요. 서울대 사범대가 등록금도 싸기도 하고 모자라는 교사를 길러내기 위해 장학금도 많이 준다고 하니 좋았지요. 또 고아원 선생을 하면서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것도 알게 되었고요. 무엇보다 그곳에서 남편을 만났으니 운명이라고 해야 하나요?”
서울대학교 캠퍼스에서 그녀는 남학생들이 데이트 신청이 쇄도할 만큼 인기가 있었지만 모두 퇴짜를 놓아 별명이 ‘NO’였을 정도로 콧대가 높았다고 한다. 그중 유일하게 ‘YES’를 한 것이 남편 김익창 박사의 오페라 데이트 신청이었다고. 생전 김익창 박사는 인터뷰 때마다 첫눈에 반할 정도로 ‘탁월한 미모의 소유자’였다고 아내를 향한 무한 애정을 드러내곤 했다.
1956년, 김익창 박사가 미국 유학을 떠난 이후 6년 동안, 두 사람은 장거리 연애를 시작한다. 그 사이 김씨는 숭의여학교에서 교편을 잡았고 이후 거리를 배회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용산직업학교를 세워 불우한 형편의 아이들을 지도했다.
“6년 동안 우리는 떨어져 있으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어요. 그때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편지로 주고받았는지 몰라요. 삶에 대한 가치관, 철학, 문학, 음악, 예술, 종교에 대한 생각을 나누면서 우리가 서로 얼마나 닮아 있는지 알게 되었죠. 그 시간 동안 다져진 신뢰는 남녀의 사랑 그 이상이었어요.”
‘Dear, Grace’
1962년, 마침내 두 사람은 미국 뉴욕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김익창 박사가 샌프란시스코 마운트 자이언(Mt. Zion) 병원에서 인턴십을 하는 동안 두 아들 데이비드와 다니엘이 태어났고, 남편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낮에는 공부하고 밤에는 병원 응급실에서 일해야 했다. 잠을 잊고 살아야 했던 고된 시절이었다.
“대단한 정신력이 아니면 견딜 수 없는 일이었어요. 그렇게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3년 만에 박사과정을 끝내더라고요. 레지던트를 마칠 무렵 남편이 내게 공부를 해보라고 제안했어요. 너무 기뻤죠. 내가 너무나 원하던 거였으니까요.” 김씨는 그 길로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원에 진학, 1969년 상담학과 아동발달학으로 교육 석사학위를 받는다.
캘리포니아의 진취적인 교육 도시 데이비스에 정착하면서 부부는 본격적으로 소수민족을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펼치게 된다. 김익창 박사는 임상정신과 의사로서 평생 소수민족의 정신의학에 관심을 두었다. UC데이비스 의과대학 정신과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문화가 다른 환자들에 대한 의료진들의 이해’를 강조하며 대학에 강좌를 만들고 끊임없이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다문화 정신의학 분야의 권위자로 자리 잡았고 그의 노력으로 현재 미국 정신의학협회에는 ‘화병’이 정식 병명으로 등록되어 있다.
김씨는 데이비스 고등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면서 언어와 문화 차이로 어려움을 겪는 소수인종 학부모들과 학교를 잇는 가교 역할을 자청했다. 특히 인종차별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소수민족이라는 이유로 어떤 차별도 받지 않도록 앞장섰다.
특히 1980년부터 시작했던 미주 한국일보의 질문과 응답 형식의 칼럼 ‘Dear, Grace (그레이스에게)’는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어느 날 신문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부모들이 미국에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어려움이 많다고요. 흔쾌히 하겠다고 했죠. 궁금한 것을 편지로 보내면 답을 주겠다고 했는데… 세상에, 편지가 어마어마하게 와서 너무 놀랐어요. 궁금한 것은 많은데 어디에 물을 곳이 없었던 거예요. 한국말을 하는 선생님이 없었던 시절이었으니까.”
부모와 자녀 간의 갈등, 학교와의 마찰, 인종문제를 비롯해 마약, 섹스, 가출 문제까지. 그레이스 김은 한인 학부모와 청소년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었고 칼럼은 1990년까지 계속됐다.
나눔, 그 위대한 유산
이들 부부에 관해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기부’에 대한 것이다. 젊은 시절부터 입양아 단체, 아시안 청소년 장학재단 등에 적지 않은 기부를 하고, 무료 진료와 상담 등의 봉사활동을 해왔던 부부가 은퇴하면서 제대로 일을 치른 것이다.
2006년 김익창 박사가 35년간 몸담았던 UC데이비스 대학에서 나왔을 때, 이들은 캘리포니아 실비치의 한 은퇴촌에 작은 집을 마련한 뒤 나머지 재산은 모두 사회에 환원했다. 20여 개 단체에 전달한 기부금은 적게는 5만 달러, 많게는 25만 달러에 이르렀다. 모두 익명으로 한 기부였다. 이 놀라운 기부는 당시 UC데이비스대학에서 이들이 내놓은 기부금 25만 달러로 ‘다문화정신의학센터’를 만들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사실 그만한 목돈이 생긴 데는 숨은 사연이 있어요(웃음). 젊은 시절 내가 하도 많이 기부를 하고 다니니까 남편이 매달 월급의 반만 받고 나머지는 은퇴연금으로 저축을 하자고 한 거예요. 은퇴할 때 그렇게 돈이 쌓인 줄 몰랐어요. 평소 돕고 싶었던 단체 리스트를 적어 내려가는데 얼마나 신이 나던지. 남편과 아주 펑펑 잘 썼어요!”
고마운 것은 부모의 결정을 기쁘게 받아들여준 두 아들이었다.
“그때 아이들이 한 말이 잊히지 않아요. 돈이 필요하면 지금 이야기하라고 했죠. 두 아이 모두 자신들을 키워준 것만으로 충분히 감사하다며 원하는 곳에 다 쓰라고 하더라고요. 아, 우리가 아이들을 잘 키웠구나. 갑절로 행복해지더라고요. 두 아들 내외 역시 어려운 곳에 관심을 가지고 많은 기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아요. 기쁘고 자랑스럽습니다.”
2009년 데이비드 김씨가 지난 오바마 정부의 교통부 차관보에 임명됐을 때, 그가 남긴 말이 있다.
부모님은 늘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은 마음만 있다면 언제나 남을 도울 힘이 있다고요. 돈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또 다른 방식으로 도울 수 있다는 거죠. 바로 그 나눔의 정신이 우리 가족을 이 사회에서 당당하게 고개 들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아시아인은 돈을 많이 벌어도 미국 주류 사회에 들어가기 쉽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부모님의 삶은 제 미래를 위한 최고의 투자였습니다. 부모님의 기부가 저를 성공적으로 키운 셈입니다.
상해에서 독립운동가와 유학생을 돕던 부모에게서 김씨에게로, 이것이 다시 김씨의 아들들에게로 이어진, 참으로 위대한 유산이다.
To my forever love…
‘김 여사의 해피 에너지’는 은퇴촌에서도 빛을 발했다. 김씨는 입주한 은퇴촌 실비치 레저월드의 한인회 회장이 되어 커뮤니티 간 화합에 앞장섰다. 한인 노인들을 위해 각종 세미나와 교양 프로그램을 속속 만들어내는가 하면 지역구 선거에 한인 후보자가 나오면 발벗고 나서서 선거운동을 도왔다. 물론 그 뒤에서 묵묵히 김씨를 돕는 사람은 남편 김익창 박사였다.
이 무렵 김익창 박사가 파킨슨병 진단을 받으면서 부부에게는 예상치 못한 슬픔이 찾아왔지만 이 또한 차분히 받아들였다.
“한동안 멍했지요. 왜 이런 병에 걸리게 됐을까. 젊었을 때 잠을 너무 못 자고 힘들어서였을까…. 하지만 남편은 곧 받아들이고 오히려 나를 안심시켰어요. 파킨슨병은 관리만 잘하면 당장 어떻게 되는 병이 아니라면서요. 그렇게 8년을 투병했지요. 그 사이 자신의 인생을 덤덤히 돌아보며 두 권의 자서전도 집필했고요.”
병세가 악화되어 노인병원에 입원하고 2년 동안, 부부는 다시 연애를 시작하는 기분이었다고. 아내는 매일 아침 예쁘게 화장을 하고 직접 구운 쿠키를 만들어 남편을 만나러 갔고, 남편도 눈을 뜨면 아내를 기다렸다. 전립선암이 발병했을 때는 상당히 고통스러웠을 텐데도 김 박사는 항상 웃는 얼굴로 아내를 맞아주었다. 병원 스태프에게 ‘She is my forever love’라고 소개해 사람들을 웃게 만들기도 했다.
“돌아가시기 한 달 전쯤, 편지 한 장을 건네더라고요. ‘결혼해줘서 고맙고 행복했다. 아파서 미안했고 먼저 가서 또 미안하다. 하지만 당신은 지금까지처럼 계속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내가 남편의 죽음으로 인해 슬픈 삶을 살까봐 그것을 걱정하고 있었어요. 끝에는 늘 하던 말, ‘my forever love’라고 적어놓았더군요. 마지막 러브레터였어요(웃음).”
김익창 박사가 떠난 후, 그녀는 깊은 우울증에 빠졌다. 며칠을 먹지도 못하고 울기만 했다. 문득 자신이 이렇게 될까봐 걱정하며 병실에서 간신히 손을 움직여 편지를 썼을 남편이 떠올랐다.
“아니다. 남편이 가장 좋아했던 내 모습으로 끝까지 열심히, 즐겁게 살자. 그렇게 결심했어요. 나는 지금 아주 건강하고 행복합니다. 은퇴촌에서 음악회도 열고 노래도 부르고 세미나도 하면서 열심히 살고 있어요. 그러다 남편이 너무 그리울 때는 조용히 말합니다. ‘하나님 나는 준비되었으니 이제 데려가셔도 됩니다. 루크를 만나게 해주세요…’ 라고요(웃음).”
오랜 대화에도 피곤한 기색 없이 열심히 포즈를 취해주는 그녀의 미소가 캘리포니아 햇살만큼이나 화사하다. 누구에게나 무엇을 하든, 최선을 다하는 이런 모습을 남편은 사랑했으리라.
“Good to see you!”
쿨하게 인사를 남기며 보무당당히 사라지는 ‘유쾌한 그레이스씨’. 그녀와의 다음 만남이 기다려진다.
미칠 노릇이다. 살면서 ‘힘’ 하나는 남부럽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소변마저 시원하게 해결하기가 어렵다. 누구에게 하소연하기도 민망하다. 아내는 소변 하나 제대로 못 봐 속옷에서 냄새가 난다며 핀잔을 주기 일쑤다. 바로 전립선에 문제가 생긴 사내들 이야기다. 일부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남성이 노화 과정에서 피하기 어려운 것이 전립선 비대증이다. 이 질환을 정말 피해갈 방법은 없을까? 있다면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한양대학교병원 비뇨기과 조정기(趙正琪·39) 교수의 도움으로 알아봤다.
전립선은 최근 전립샘으로도 불린다. 영문 의학 용어가 일본식으로 번역된 것을 그대로 도입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실제 전립선 모양이나 기능을 고려할 때 샘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그러나 기사에선 아직 독자 편의를 위해 전립선으로 표기한다).
전립선이 샘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이유는 실제로 전립샘이 정액의 우윳빛 액체(전립선액)를 생성해 정자의 운동을 돕는 역할을 하고 남성호르몬 생성에도 관여하기 때문이다.
전립선은 부피로 따지면 약 20cc 정도의 크기로 밤톨 하나만 한 크기를 상상하면 된다. 방광 바로 밑에서 요도가 시작되는 부위를 감싼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그 모양이 하트와 비슷하다고 해서 ‘사랑의 장기’로 불리기도 한다.
중년 남성의 삶의 질 무너뜨려
조정기 교수는 전립선 비대증의 원인 중에서구화된 식생활 등도 있지만 노화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피해갈 수는 없을까?
“실제로 발병률을 조사해보면 나이가 많을수록 이 병을 앓는 비율도 높아지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대략 60대에는 50%, 70대에는 70%, 80대에는 80% 정도의 조사결과를 보여요. 결국 대부분의 남성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전립선 비대증을 피하기 어려워진다는 얘기죠.”
전립선은 맨 가운데의 중심부와 이를 감싸고 있는 이행대 그리고 이행대를 다시 감싸고 있는 말초부로 구분하는데 비대증의 경우는 이행대가 부풀어 오르면서 문제를 일으키는 증상이다.
전립선 비대증이 환자를 괴롭히는 것은 부피가 커지는 과정에서 요도를 압박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방광까지 자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변이 시원하게 나오지 않고, 일을 보고 나서도 잔뇨감이 들며, 자주 마려운 증상이 나타난다. 모두 소변과 관계된 증상들뿐이다. 특히 한밤중에 소변이 마려워 잠에서 깨게 되는 ‘야간 빈뇨’는 시니어들의 삶을 떨어뜨리는 전립선 비대증의 대표적 증상이다. 이밖에 소변을 다 보고 난 후 방울방울 떨어지는 증상(배뇨 후 요점적), 소변이 마려우면 참지 못하는 증상(요절박), 소변을 참지 못해 옷에 묻히는 증상(절박성 요실금) 등도 중년 남성의 자존심을 뭉개곤 한다.
조 교수는 “실제로 저를 찾아오시는 환자 중 상당수는 수면장애도 함께 앓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밤에 제대로 잠을 못 자니 낮의 일상생활에도 문제가 생기고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죠. 대수롭지 않은 증상이라고 생각하고 참는 사람들이 많은데 가급적 초기에 치료를 받길 권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라고 조언한다.
비대한 전립선은 종양과 유사
그렇다면 전립선 비대증이라는 걸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조 교수는 소변과 관련해 불편함이 생겼을 때 비뇨기과 전문의가 직접 만져보는 촉진을 통해 검사하는 것이 제일 확실하다고 설명한다. 정식 명칭은 ‘직장수지검사’라고 불린다.
“경험 많은 비뇨기과 전문의는 손으로 만져보고도 전립선 비대증인지 아닌지 혹시 전립선암은 아닌지 단번에 알 수 있어요. 또 전립선 비대증이라면 그 크기는 얼마나 되는지도 확인이 가능해요. 환자 입장에선 검사 과정이 부끄러울 수 있겠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웃음).”
이외에도 소변검사와 혈액검사, 소변의 배출속도를 측정하는 요속검사, 초음파검사 등으로도 진단을 한다. 그런데 조 교수는 전립선 비대증이 일종의 종양과 비슷하다며 재밌는 설명을 한다.
“결국 궁극적인 방법은 수술을 통해 절제해내는 것이 최선이니까요. 전립선 비대로 인해 요로가 눌리는 것을 물리적으로 속 시원히 해결하기 위해선 수술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그래서 종양과 비슷한 특징을 갖는다고 이야기하는 겁니다. 요즘엔 좋은 약물이 많지만, 혈압이나 당뇨 등으로 평소 드시는 약이 적지 않다면 부담이 될 수 있어요.”
물론 악성종양인 전립선암과는 확연히 다른 특성을 갖는다. 전립선암은 비대증과 달리 말초부에서 발생하고, 대부분의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자각증상이 거의 없다. 제대로 된 진단을 하지 않으면 알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전립선의 약물치료가 의료 현장에서 선호되지 않는 이유는 또 있다. 장기 복용해야 하고 부작용까지 염려되기 때문이다. 약물은 증상을 완화시킬 뿐이지 물리적인 개선 방법이 아니다. 약물치료를 중단하면 다시 같은 증상에 시달려야 한다. 또 약물로 인해 기립성 저혈압이나 성기능 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치료를 위한 수술에는 크게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요도로 내시경 장비를 넣어 전립선 일부를 절제하는 경요도 전립선 절제술과 레이저를 사용한 수술법이 널리 쓰인다. 레이저 수술은 레이저로 태워 없애는 KTP 레이저 수술과 사과의 속을 파듯 레이저를 이용해 양성종양만 절제해 방광안에 넣고 갈아서 꺼내는 홀뮴 레이저 수술이 있다. 100cc 이상으로 부풀어오른 전립선에서 양성종양만을 적출해버리는 전립선 적출술도 있다. 최근에는 절개를 적게하는 최소침습적 수술방식이 선호되는데, 레이저 수술이나 경요도 전립선 절제술이 여기에 속한다. 최신 치료 방법으로는 좁아진 요도의 공간을 확보하는 스텐트 삽입술이 있다. 비용이 비싼 것이 단점이지만, 반영구적인 사용이 가능한 전립선 결찰술도 개발되어 대중화를 앞두고 있다.
쏘팔메토 너무 의존하지 마세요
전립선 비대증을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자연스럽게 따라 나오는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쏘팔메토다. 쏘팔메토는 오래전 북미 인디언들이 민간요법으로 썼던 작은 야자나무 열매로 건강식품으로는 보기 드물게 미국 식약청(FDA)의 판매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조 교수는 지나친 맹신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환자 중에도 쏘팔메토를 드시는 분이 많아요. 하지만 기대할 수 있는 효능은 병원에서 처방하는 약보다 훨씬 약한 수준이에요. 배뇨 증상을 겪는 환자가 많아지면서 전립선 비대 관련 시장도 커지고, 제약회사에서는 건강식품을 많이 내놓고 있어요. 하지만 전립선 비대증으로 고생하고 있다면 드셔도 큰 효과는 보기 어려울 겁니다. 정확한 진단 아래 치료를 받으시는 게 회복이 훨씬 빠를 겁니다.”
전립선 비대증과 관련한 조 교수의 당부는 계속됐다. 바로 수술 후유증에 대한 선입견이다.
“전립선 비대증 치료를 위해 수술을 받으면 요실금이 생길까봐 많이 걱정하시는데요. 일부 환자를 제외하면 대부분 일시적인 증상입니다. 수술 후 성기능 장애에 대해 걱정하시는 분들은 전립선결찰술도 적극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삶의 질에 크게 영향을 주는 전립선 비대증을 더 이상 간과할 필요가 없습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궈서야 되겠습니까(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