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동지)은 중국 중부지방에서 동진하는 고기압의 가장자리에 들겠으므로 전국이 대체로 맑겠으나 충남과 전라도, 제주도는 구름 많고 충남서 해안에는 오전까지 눈이 조금 오는 곳이 있겠고, 충남내륙과 전북서해안에는 산발적으로 빗방울 또는 눈이 날리는 곳이 있겠습니다.
* 예상 적설
- 충남서해안: 1cm 내외
* 예상 강수량(21일 오전까지)
- 충남서해안: 5mm 미만
▶기온전망
한파경보가 발효된 경기 북부와 강원 영서, 충북 북부는 아침 최저기온이 -15도 내외, 그 밖의 한파주의보가 발효된 중부내륙과 경북내륙은 -10도 내외로 떨어져 매우 춥겠습니다.
내일(22일)부터는 기온이 큰 폭으로 올라 평년(최저기온 -6~2도, 최고기온 4~10도)과 비슷하겠고, 중부내륙과 일부 남부내륙의 아침 기온이 -5도 내외의 분포를 보이면서 한파특보는 오늘(21일) 해제되겠으니, 앞으로 발표되는 기상정보를 참고하기 바랍니다.
※ 비 또는 눈이 내리는 지역에서는 가시거리가 짧은 곳이 있겠고, 밤사이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교량과 터널 출입구, 이면도로 등 도로와 인도가 미끄러운 곳이 많겠으니, 보행자 안전과 교통안전에 유의하기 바랍니다.
▶건조정보
건조특보가 발효된 서울·경기도와 강원 영동, 전남 동부, 경상도에는 대기가 매우 건조하겠고, 그 밖의 지역도 건조하겠으니, 산불 등 각종 화재예방에 유의하기 바랍니다.
▶해상예보
모레(23일) 밤부터 동해 중부 먼바다에는 바람이 8~14m/s)로 강하게 불고, 물결이 1.5~3.0m로 높게 일겠으니, 항해나 조업하는 선박은 유의하기 바랍니다.
18일(금)은 서해북부해상에서 남동진하는 기압골의 영향을 받다가, 오후부터 중국 북부지방에서 확장하는 찬 대륙 고기압의 영향을 받겠으므로 전국이 대체로 흐리겠고, 경기남부와 강원영서남부, 충청도,전북,그리고 경북 북부에는 눈이 내리는 곳이 있은 후 중부지방과 경상도는 밤부터 차차 맑아지겠습니다. 제주도는 밤부터 비 또는 눈(산지 눈)이 오는 곳이 있겠습니다.
* 예상 적설
- 경기남부, 강원영서남부, 충청도, 전북북부: 1cm 내외
- (19일 까지) 울릉도.독도: 1~5cm,
-(19일까지) 제주도산지: 1~3cm
* 예상 강수량
- 경기남부, 강원영서남부, 충청도, 전북 : 5mm 미만
- (19일 까지) 제주도: 5mm 미만
- (19일) 울릉도.독도: 5mm 미만
▶ 기온전망
평년(아침최저기온 -9~2도, 낮최고기온 3~10도)과 비슷한 기온 분포를 보이겠으나, 오후부터 찬 공기가 유입되면서 내일(19일)과 모레(20일) 아침최저기온은 큰 폭으로 떨어져 한파특보가 발표된 중부내륙과 전북동부, 경북내륙에서 -10도 내외(경기북부와 강원영서는 -15도 내외)로 매우 추운 날씨를 보이겠습니다.
※ 지속되는 한파로 인해 수도관 동파, 비닐하우스 및 양식장 냉해 등 시설물과 농작물 피해도 우려되니 철저히 대비하기 바랍니다. 또한비 또는 눈이 내리는 지역에서는 가시거리가 짧겠고, 쌓인 눈이 얼어 빙판길이 예상되므로 보행자 안전과 교통안전에 각별히 유의하기 바랍니다.
▶건조정보
건조특보가 발효된 강원영동과 전남동부, 경상도에는 대기가 매우 건조하겠고, 그 밖의 지역도 건조하겠으니, 산불 등 각종 화재예방에 유의하기 바랍니다.
▶ 해상예보
동해상과 서해상에서는 바람이 강해지고 물결이 차차 높아지면서 오후부터 서해남부먼바다와 동해먼바다, 내일(19일) 새벽부터 제주도남쪽먼바다는 바람이10~16m/s로 매우 강하게 불고, 물결이 1.5~4.0m로 매우 높게 일면서 풍랑특보가 발표될 가능성이 있겠으니, 항해나 조업하는 선박은 각별히 유의하기 바라며, 앞으로 발표되는 기상정보를 참고하기 바랍니다.
17일(목)은 중국 산둥반도 부근에 위치한 고기압의 영향으로 전국이 대체로 맑다가 중부지방은 오후부터 기압골 영향으로 흐려져 밤에 서울과 경기북부와 강원 영서북부에는 눈이 오는 곳이 있겠습니다. 서해상에서 만들어진 구름대의 영향으로 전라서해안과 울릉도·독도는 아침까지 눈이 오겠고, 제주도는 낮까지 비 또는 눈(산지 눈)이 오는 곳이 있겠습니다.
* 예상 적설 / 예상 강수량
- 제주도산지, 울릉도·독도: 1~5cm /제주도, 울릉도·독도 5mm 미만
- 전라서해안: 1cm 미만 / 5mm 미만
* 예상 적설(17일 밤부터 18일 오후까지) / 예상 강수량
- 경기남부, 충북북부, 강원영서남부: 2~7cm / 5mm 내외
- 서울·경기 북부, 강원 영서중·북부, 충남북부: 1~3cm / 5mm 미만(서해5도 포함)
▶기온전망
오늘(17일)까지 아침 최저기온이 중부내륙과 전북 동부, 경북내륙(한파주의보 발효 중)에는 -12도 이하, 경기북부와 강원영서, 충북북부, 경북북부(한파경보 발효 중)에는 -15도 이하로 떨어지겠습니다. 바람도 약간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더욱 낮겠고, 중부지방에는 낮 동안에도 영하의 기온에 머물면서 매우 춥겠습니다.
※
지속되는 한파로 인한 면역력 저하 등 건강관리에 각별히 유의하기 바라며, 수도관 동파, 비닐하우스, 양식장 등 냉해로 피해가 우려되니 피해가 없도록 각별히 유의하기 바랍니다. 또한 오늘부터 모레 사이에 눈이 내리는 지역에서는 가시거리가 짧고, 도로가 미끄러운 곳이 많겠습니다. 일부 남부지방에는 낮 기온이 영상으로 오르면서 내린 눈이 녹았다가 밤에 기온이 떨어지면서 얼어 도로 살얼음이 끼는 곳이 있겠으니, 보행자 안전과 교통안전에 각별히 유의하기 바랍니다.
▶건조정보
건조특보가 발효된 서울 및 경기도와 강원 영동, 전남 동부, 경상도에는 대기가 매우 건조하겠고, 그 밖의 지역도 건조하겠으니, 산불 등 각종 화재예방에 유의하기 바랍니다.
▶해상예보
풍랑특보가 발효된 동해 먼 바다에는 바람이 10~16m/s로 강하게 불고, 물결이 1.5~4.0m로 높게 일겠으니, 항해나 조업하는 선박은 각별히 유의하기 바랍니다. , 오늘 낮 동안 일시적으로 바람이 약해지고, 물결이 낮아지겠으나, 내일(18일)부터 다시 동해상과 서해상에서 바람이 강해지고 물결이 높아지겠으니, 앞으로 발표되는 기상정보를 참고하기 바랍니다.
16일(수)은 중국 북부지방에서 확장하는 찬 대륙고기압의 영향을 받겠으므로, 전국이 대체로 맑겠으나, 충남과 전라도, 제주도는 대체로 흐리고, 전라서해안과 제주도는 눈이 오는 곳이 있겠고, 충남서해안과 전라서부내륙에는 산발적으로 눈이 날리는 곳이 있겠습니다.
* 예상 적설
- (17일 아침까지) 제주도산지, 울릉도.독도: 5~15cm
- 전라서해안, 제주도(산지 제외): 2~7cm
* 예상 강수량
- (17일 아침까지) 제주도산지, 울릉도.독도: 5~10mm
- 전라서해안, 제주도(산지 제외): 5mm 내외
▶ 기온전망
한파주의보가 발효 중인 중부내륙과 전북 동부, 경북내륙에는 -12도 이하, 한파경보가 발효 중인 경기북부와 강원영서, 충북북부, 경북북부에는 -15도 이하로 떨어져 매우 추운 날씨를 보이겠고, 바람도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더욱 낮아 매우 춥겠습니다. 또한, 낮 동안에도 영하의 기온 분포를 보이면서 추위가 지속되겠으니, 앞으로 발표되는 기상정보를 참고하기 바랍니다.
※
눈이 내렸던 지역에서는 내린 눈이 얼어 도로가 미끄러운 곳이 많겠으니 , 교통안전에 각별히 유의하기 바랍니다.
▶ 건조정보
건조특보가 발효된 서울 및 경기도와 강원영동, 전남동부, 경상도에는 대기가 매우 건조하겠고, 그 밖의 지역도 건조하겠으니, 산불 등 각종 화재예방에 유의하기 바랍니다.
▶ 해상예보
풍랑특보가 발효된 서해 남부 먼바다는 오늘(16일)까지, 동해 먼바다와 제주도 남쪽 먼바다는 내일(17일) 새벽까지 바람이 8~16m/s로 강하게 불고, 물결이 1.5~4.0m로 높게 일겠으니, 항해나 조업하는 선박은 각별히 유의하기 바랍니다.
※
내일(17일)까지 남해안은 천문조에 의해 바닷물의 높이가 높은 기간이니, 만조 시 유의하기 바랍니다.
15일(화)은 중국 북부지방에서 확장하는 찬 대륙고기압의 영향을 받겠으므로 전국이 대체로 맑겠으나, 충남과 전라도, 제주도는 대체로 흐리고, 충남 서해안과 전라 서부, 제주도에는 눈이 오는 곳이 있겠습니다.
※ 한기에 의해 서해상에서 만들어진 구름대의 영향으로 전라 서해안과 제주도 산지를 중심으로 매우 많은 눈이 오는 곳이 있겠으니, 눈으로 인한 비닐하우스 등의 시설물 피해와 아침 출근 시간 교통안전에 각별히 유의하기 바랍니다.
* 예상 적설(16일까지)
- (17일 아침까지) 제주도 산지, 울릉도.독도: 10~30cm
- 전라서해안: 5~15cm
- 충남 남부 서해안, 전라 서부(전라서해안 제외), 제주도(산지 제외): 2~7cm
- 충남북부서해안, 충남내륙(15일): 1~3cm
* 예상 강수량(16일까지)
- (17일 아침까지) 제주도산지, 울릉도.독도: 10~30mm
- 전라서해안: 5~15mm
- 충남 남부 서해안, 전라 서부(전라 서해안 제외), 제주도(산지 제외): 5mm 내외
- 충남북부서해안, 충남내륙(15일): 5mm 미만
▶ 기온전망
북서쪽에서 찬 공기가 유입되어 한파주의보가 발효 중인 중부내륙과 전북동부내륙, 경북내륙에는 기온이 -12도 이하, 한파경보가 발효 중인 경기 북부와 강원 영서, 충북 북부, 경북 북부에는 -15도 이하로 떨어져 매우 추운 날씨를 보이고 있고, 바람도 강하게 불어 일부 해안지역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의 체감온도가 -10도 이하의 분포를 보이고 있습니다.
※ 강추위로 인해 수도관 동파, 농작물 냉해 등 시설물과 농작물 피해가 우려되니 철저히 대비하시기 바라며, 한파가 지속되면서 면역력 저하 등 건강관리에도 각별히 유의하기 바랍니다.
▶강풍정보
오늘(15일)까지 서해안과 제주도에는 바람이 9~14m/s로 매우 강하게 불고, 그 밖의 지역에서도 바람이 6~10m/s로 강하게 부는 곳이 있겠으니, 시설물 관리와 안전사고에 각별히 유의하기 바랍니다.
▶건조정보
건조특보가 발효된 강원동해안과 경상도, 전남동부에는 대기가 매우 건조하겠고, 그 밖의 지역도 건조하겠으니, 산불 등 각종 화재예방에 유의하기 바랍니다.
▶해상예보
서해상은 오늘(15일)까지, 남해상과 제주도 해상은 내일(16일)까지, 동해 먼 바다는 모레(17일) 새벽까지 바람이 10~20m/s로 매우 강하게 불고, 물결이 2.0~5.0m로 매우 높게 일겠으니, 항해나 조업하는 선박은 각별히 유의하기 바랍니다.
※ 모레(17일)까지 남해안은 천문조에 의해 바닷물의 높이가 높은 기간이니, 만조 시 유의하기 바랍니다.
▶ 14일(월)은 중국 북부지방에서 확장하는 찬 대륙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전국 대체로 맑겠으나, 서해상에서 한기에 의해 만들어진 구름대의 영향으로 호남서해안과 제주도는 대체로 흐리고 매우 많은 눈이 오는 곳이 있겠고, 충남 서해안과 전라 내륙에도 많은 눈이 오는 곳이 있겠으니, 비닐하우스 등 야외 시설물 관리와 교통안전에 각별히 유의하기 바라며, 앞으로 발표되는 기상정보를 참고하기 바랍니다.
※ 호남 서해안, 충남 서해안과 제주도는 모레(16일)까지 눈이 오는 곳이 있겠으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 예상 적설(14~16일)
- 전라 서부, 제주도 산지, 울릉도·독도: 5~20cm
(많은 곳 전북 서해안, 전남 북부 서해안, 제주도 산지, 울릉도·독도 30cm 이상)
- 충남 서해안, 제주도(산지 제외): 2~7cm
(많은 곳 충남 남부 서해안 10cm 이상)
- (15일) 충남내륙: 1~3cm
▶한파정보
서울·경기 북부와 강원 영서, 충북 북부, 경북 북부 내륙에 한파 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북서쪽에서 찬 공기가 유입되면서 글피(17일)까지 아침 기온이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5도 이하, 중부내륙과 경북 북부를 중심으로 -10도 이하로 떨어지겠고, 낮 기온도 영하권에 머물면서 바람도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더욱 낮아 매우 춥겠으니, 건강관리에 각별히 유의하기 바랍니다.
※ 월요일인 오늘(14일)은 어제(13일) 내린 비나 눈이 얼어 빙판길이 되는 곳이 있어 교통이 매우 혼잡할 수 있고, 한파로 인해 야외활동에 지장이 있을 수 있으니, 교통안전에 각별히 유의하기 바랍니다.
▶기온정보
오늘(14일) 낮 최고기온은 -5~3도가 되겠습니다.
▶강풍정보
내일(15일)까지 서해안과 경상 동해안, 제주도에는 바람이 9~14m/s로 매우 강하게 불고, 그 밖의 지역에서도 바람이6~10m/s로 강하게 부는 곳이 있겠으니, 시설물 관리와 안전사고에 각별히 유의하기 바랍니다.
▶ 해상예보
대부분 해상에 풍랑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남해 먼바다 오늘(14일)까지, 서해상은 내일(15일)까지, 동해상과 제주도 해상은 모레(16일)까지 바람이 10~20m/s로 매우 강하게 불고, 물결이 2.0~5.0m로 매우 높게 일겠으니, 항해나 조업하는 선박은 각별히 유의하기 바랍니다.강원 동해안에는 너울에 의한 높은 물결이 갯바위를 넘거나 백사장으로 강하게 밀려오는 곳이 있겠으니, 해안가 안전사고에 각별히 주의하기 바랍니다.
산이 높아 숲은 무성하고 마을은 밝다. 피고 지는 꽃이나 명멸하는 별, 그 덧없는 것들을 벗 삼아 지내기 좋은 곳이다. 마을 입구엔 ‘예술인 마을’이라 쓴 팻말이 있다. 아늑한 자연 환경에 이끌린 몇몇 예술인들이 들어와 사는 마을이다. 터줏대감은 서양화가 유휴열(71)이다. 그는 이곳에서 33년을 붙박이 장롱처럼 눌러 살며 그림을 그렸다. 다작(多作)을 하기로 소문난 화가다. 그가 올봄에 개인미술관을 개관했다. ‘유휴열미술관’이라는 이름으로.
화가라면 다들 치열하게 그림을 그리고자 한다. 그림밖엔 난 몰라! 이렇게 속으로 외치며. 그들은 그림으로 존재의 가치를 돋우고, 그림으로 자유로운 인간이 되길 바라며, 나아가 상상력을 무한 확장한 그림 작업으로 자신만의 심미적 제국을 구축하고 싶어 한다. 그러자면 일단 열심히 그려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취약점이 많은 게 인간의 정신. 뜻대로 밀어붙이기가 쉽지 않다. 이를테면 자만심, 혹은 매너리즘이 방문해 화가를 나태의 늪에 집어던지기 십상이지 않던가. 이 점에서 유휴열은 귀감으로 회자된다. 그는 그리지 않고서는 숨 쉴 수 없다는 양 치열한 창작을 하기를 평생토록 일관했다. 그렇게 해서 수장고가 미어터지도록 쌓인 작품이 자그마치 5000여 점.
“미술의 공익성, 공공성을 생각했다"
이 많은 작품을 다 어이하나? 노령에 접어든 유휴열은 숙고했던 것 같다. 머잖아 생을 다하는 시간이 찾아올 텐데, 그림들을 등짐지고 함께 떠날 방법은 없고, 다 불태워 없애는 광란(?)은 적성에 맞지 않고, 그는 다소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고민했을 것이다. 이건 유휴열만의 문제가 아니다. 화가의 사후, 그의 분신에 해당할 작품들이 처할 운명에 관해 많은 화가들이 심각한 모색을 하고 대책을 찾는다. 이상적이기로는 작품을 공공미술관에 기증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받아주지 않을 공산이 크다. 공공미술관이라 하더라도 기증 작품을 수용하기 위한 물적 여건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유휴열은 결국 개인미술관을 만들어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개인미술관을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화가가 대부분이라는 걸 고려하면 유휴열은 행운아다. 그리고 그 행운은 하늘에서 툭 떨어진 게 아니고 오직 자신의 힘으로 불러들였다. 어쩌면 꽤 오래된 숙원이었을 미술관을 드디어 출항시킨 그는 이제 사후에도 행운과 동행하기를 염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영혼까지 다했다고 자부해도 좋을 자신의 작품들이 시간을 초월해 후세까지 불멸하길 바라면서 말이다.
그런데 유휴열이 미술관을 만든 목적이 다만 작품의 보전을 위한 데에만 있지는 않다. 그가 보기에 전주권, 혹은 전북권의 미술계 토양은 척박하다. 남원시에 있는 김병종시립미술관 외에는 개인을 기리는 기념미술관이 전무했던 현실을 그 하나의 증거로 꼽는다. 따라서 그는 유휴열미술관이 지역 미술계에 활력을 불어넣기를 바라며 일을 추진했다. 유휴열을 알아보는 눈들은 서울에도 많지만, 전주권 문화예술계에선 단연 친숙하게 알려진 원로 화가다. “신기할 정도로 유휴열을 믿고 따르는 인사가 많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유휴열은 이처럼 그를 알아주는 지역의 애호가들에게 미술관으로 화답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의 얘기는 이렇다.
“지역에서 이만큼이나 화가 행세할 수 있었던 게 다만 나 혼자만의 노력으로 가능했겠는가. 늘 남들의 도움을 받았다. 알고 보면 내가 도움 준 일이 드물었다. 이제야 철들어 미술의 공익성, 공공성이라는 걸 생각하며 미술관을 만들었다.”
모악산 치맛자락에 안긴 미술관
유휴열미술관은 유휴열이 33년간 살아온 거처를 다듬어 만든 공간이다. 원래 있었던 살림채와 작업실, 수장고는 그대로 둔 채 전시공간과 카페공간을 증축해 틀을 구축했다. 초목들이 길차게 자란 널찍한 정원도 섬세한 보완을 해 야외 조각 전시장으로 탈바꿈시켰다. 자력으로 조달한 불충분한 자금 사정에 맞춰 시설을 구비하느라 미처 완성을 보지 못한 대목도 있다. 너무 작은 규모의 전시실이 그렇다. 차후 넓혀나갈 예정이라지만 현재로서는 흠이라면 흠이다.
그러나 전체적인 풍치와 구성은 아름답고 안정적이다. 목가적인 전원에 터를 둔 근본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전주 사람들이 즐겨 등산을 하며 서기가 아롱진 산이라 예찬하는 모악산의 치맛자락에 안긴 집이지 않은가. 33년간 이곳에 살며 그림을 그려온 유휴열은 33년간 나무를 심고 꽃을 가꾸어 주변의 자연과 동화를 이룬 정원 공간을 빚어냈다. 시인 김용택에 따르면 그는 “너부데데한 미륵을 닮은 사람”이다. 유휴열의 외적인 경관과 내면을 아울러 빗댄 표현이겠으나 일단 근골이 두루 짱짱한 외양부터가 돌미륵을 닮아 투박하다. 정원을 일부러 세심하게 가꾸는 버릇을 가진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심심파적으로 수목들을 즐겼으리라. 초목들은 햇빛과 물을 끌어들여 저절로 자랐으리라. 저 태연한 풀과 나무들, 무엇이 아쉬워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랴.
신생 미술관이라고 얕잡지 말자. 있을 것 다 있고, 볼 만한 것 다 볼 수 있다. 돌담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는 노루꼬리처럼 짤막하지만 고즈넉해 마음을 풀어놓을 만하다. 키 큰 노송들, 붉은 꽃떨기 매단 배롱나무들 사이를 거닐며 커피가 식는 속도보다 빨리 식어버린 사랑의 달착지근한 허무를 반추하기에 적당한 정원이다. 산책로 끝에선 계류가 솰솰 흐른다. 흐르는 물은 무정하다. 떨어진 꽃잎과 누런 낙엽을 속절없이 흘려보내다니.
전시실에선 ‘유휴열-산·나무·꽃’전(展)이 펼쳐지고 있다. 화가의 심상에 포착된 자연 풍경을 거친 붓질로 그려낸 유화 작품들을 내건 전시회다. 눈을 씻고 들여다봐도 예쁘장하게 그려진 형상이 하나 없다. 자연물의 외형보다 내적 생명감의 표출에 치중한 유휴열의 의도가 여실히 비친다. 유정한 마음과 관조의 눈길이 아니고선 끄집어내기 어려운 추상적 구상이다. 속사포처럼 빠른 터치로 물감을 짓이겨 두텁게 바른 질감에서는 자연의 기운생동을 가급적 강렬하고 질펀한 화풍으로 드러내려 한 작의가 읽힌다.
속 깊은 그림이다. 분방하나 심층적이다. 거칠지만 흥겹다. 유휴열의 미술세계를 잘 아는 이라면 사족 없이도 금시에 알아차릴 것이다. ‘아하, 보지 않고도 알겠다, 유 화백이 흥겨워 시원하게 물감을 갈겼구나!’ 그렇게. 흥이라는 것, 이건 유휴열 그림의 키워드다. 우리 민족의 토착 정서를 흔히 한(恨)으로 보지만 그는 흥에서 원형을 찾는다. 한이 무르익으면 역설적이게도 신명이 뻗고, 신명에 겨우면 흥이 돋아 어깨춤들을 추며 삽시에 놀이판을 짜는 사람들. 이게 유휴열이 보는 민족의 초상이다. 해서 진정으로 토속적인 것, 전통적인 것, 정신으로 유전된 원초적인 것을 형상화하기에 주력해온 그의 미술 작업의 뿌리는 흥이라는 대지를 탐닉하는 것이며, 오방색을 즐겨 사용하지만 기법은 다분히 모던하다. 미술평론가 박영택의 촌평을 볼까.
“유휴열의 그림은 현대미술의 어법을 공유하고 있지만 그 저변에는 명확히 설명하기 어려운 우리 전통미술의 특성과 한국인의 기질 같은 것들이 마구 요동친다. 화면은 그 박동을 격렬하게 들려준다. 그것은 거의 색채와 붓질로 이루어진 춤이고 노래이고 판소리 사설이고 구음과도 같다.”
유휴열미술관에는 현기증이 나는 공간이 하나 있다. 바로 유휴열의 작업실이다. 이 미술관엘 왔다가 그 뜨거운 작업실을 구경하지 않는 건 어처구니없는 일에 속한다. 다산성을 본분으로 여기며 무슨 광포한 충동에 휩싸인 사람처럼 작품 생산에만 매진하는 사람의 예술적 생태계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무진장한 작품들, 열정의 징후들, 또는 노화가의 미묘한 고독까지를 느낄 수 있는 일종의 명소가 아닐 수 없다.
< 2편에 계속 >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했던가?
패자의 역사는 폐허 더미에 묻히거나 전설로만 전해 내려온다. 그래서일까? 기를 쓰고 남을 짓밟아 승자로 남고 싶어 하는 이들은 유독 자신의 권위를 과시하기 위해 남들보다 더 높은 탑을 쌓고 더 큰 영토에 집착하며 영역 표시에 목숨을 건다.
하지만 하나는 맞고 하나는 틀리다. 역사는 승자를 주로 기록하지만 패자에게도 눈길을 준다. 아니 후세의 이야기꾼들은 승자보다 패자에게 더 감정이입을 하며 가슴 절절한 이야기들을 만들어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댄다. 태생적으로 아웃사이더 기질을 갖고 태어난 이야기꾼들의 귀는 승자보다 드라마틱한 패자의 삶에 더 솔깃하기 때문이다.
쓸쓸하기만 했던 부여 유적지, 미륵사지 복원으로 옛 영광 되찾아
옛 부여가 지배했던 지역을 여행할 때면 어쩐지 쓸쓸하다. 지금은 그나마 좀 나아졌지만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이 지역 역사 현장들은 남루하고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웅진백제 시대의 도성이었던 공주를 처음 방문했을 때가 1990년 가을. 공주에 가면 으레 그곳에 가야 한다는 일행을 따라 방문한 무령왕릉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 역사적인 유적지, 옛 부여의 왕이 묻혀 있는 지하 무덤방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다.
물론 관람객을 차단하는 유리벽이 있었지만 그리 튼튼해 보이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론 왕의 무덤을 봤다는 두근거림이 있었지만 한편으론 역사적 유물 현장을 일반인들에게 개방한다는 것이 너무 위험해 보였다. 결국 1997년경 유리벽에 곰팡이가 생기고 물이 새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면서 공주 무령왕릉을 비롯해 송산리 고분의 석실 관람이 전면 금지됐다. 현재는 모형전시관에서만 그 형태를 유추해볼 수 있다.
미국에서 돌아와 근 26년 만에 다시 공주 송산리 고분을 방문했을 때 무덤방 개방이 전면 금지된 것을 알고 아쉽기는 했지만 이제야 제대로 문화재를 보존하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었다.
일제강점기에 도굴꾼보다도 더 졸속으로 17시간 만에 유물들을 꺼내 옮겼다는 무령왕릉 발굴은 두고두고 한국 고고학계의 수치이자 치욕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당시 발굴 단장이었던 서울대 고고학과 故 김원룡 박사의 회고록은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고구려 유적지는 대부분이 북한 지역에 위치해 있어 비교 대상이 신라밖에 없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백제의 유물들만 유독(?) 수난을 당하는 건 아닐까 하는 의혹도 든다. 사실 경주를 방문할 때 느끼는 깔끔하고 웅장한 박물관이며 유물 단장 상태를 보면 이런 의혹이 근거가 아주 없지는 않은 듯하다.
그런데 최근에 이런 의혹을 한순간에 없애주는 곳을 다녀왔다. 익산의 미륵사지 터다. 일제강점기였던 1910년, 조선총독부가 무너지기 전의 미륵사지 석탑을 실측하고 무너져 내린 석탑 뒷면을 콘크리트로 땜질해 세워놓았다.
지난해 4월 말, 몰락한 왕조의 찬란한 유산이 마침내 20년간의 해체와 복원 과정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 준공식을 한다는 기사를 본 후,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익산 여행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전남 지역을 한 번 훑고 전북을 돌아다녀보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차일피일 늦어졌다. 그러던 차에 지난 7월, 전남 장성 필암서원을 취재차 가야 할 일이 생겨, 벼르고 벼르던 익산 여행을 코스에 넣고 일정을 짰다.
미륵사지 동석탑, 일본의 호류지 목탑과 유사해 깜짝 놀라
마침내 익산 미륵사지 터를 방문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여름 끝자락 주중이라 그런지 찾는 이도 없었다. 고즈넉한 미륵사지 터 곳곳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복원해놓은 미륵사지 동석탑을 보다가 어디선가 본 듯한 석탑이 자꾸 떠올랐다.
2016년 일본 교토를 여행한 적이 있었다. 교토 여행 마지막 날, 나라 현의 호류지를 찾아가기 위해 일본 시골을 헤집고 돌아다니던 기억이 샘솟았다. 호류지에서 봤던 5층 목탑과 그 위의 풍탁까지… 복원해놓은 미륵사지 동석탑의 모습이 호류지에서 봤던 목탑과 형태가 정말 똑같았다.
당시 교토를 건너가기 전 한국에서 경주 여행을 마치고 다음 날 일본으로 넘어갔기 때문에 그해의 여행은 마치 천년의 시간과 공간이 건너뛴 듯 아주 특별하고 소중했다. 이런 경험 때문이었을까? 미륵사지 터에 복원된 동석탑을 보는 순간 4년 전 뜨거웠던 그해 여름, 찾는 이 없이 적막했던 호류지 사찰 경내의 그 목탑이 불현듯 떠올랐다.
백제와 고구려 장인들이 건너가 전수한 일본 아스카 문명의 꽃 ‘호류지’
일본의 아스카 문명을 꽃피웠던 쇼토쿠 태자에 의해 창건된 호류지(법륭사)는 1993년 일본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세계적 불교문화의 보고다. 호류지 본당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로 알려져 있다. 호류지의 박물관인 대보장원에는 백제에서 선물했다는 설과 백제의 후예가 만들었다는 설이 전해지는 대형 목불상 ‘백제관음상’이 보존돼 있다. ‘일본관음상’이 아닌 ‘백제관음상’으로 기록된 것으로 보면 백제의 찬란했던 문화가 일본에까지 건너가 꽃을 피웠던 건 분명해 보인다.
호류지의 금당 내 벽화는 고구려 승려 화가인 담징이 그린 것으로 전해지는데, 1945년 화재로 소실됐다고 한다. 아쉬운 대로 소실되기 전 촬영해놓은 사진을 근거로 디지털화된 3D금당벽화를 인터넷에서 감상할 수 있다.
동양 최대 미륵사지 석탑, 해체와 복원 20년 걸려
미륵사지 터에서 우리가 중요하게 감상해야 할 석탑은 당시 모습을 유추해 복원한 동석탑이 아니라 머리 부분과 위의 두세 층이 사선 모양으로 비스듬히 허물어진 서석탑이다. 국보 제11호, 동양의 최대 석탑이다. 20년 동안 일본이 뒷면에 발라놓은 콘크리트를 제거하고, 본래 모습을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 치아 스케일링 기계까지 동원해 콘크리트의 흔적을 말끔하게 벗겨내, 마침내 1910년대 당시의 모습으로 복원됐다.
일본은 1910년 한국을 식민지화하고 문화자원을 조사하면서 유독 백제 문화 유적에 큰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미륵사지 석탑을 실측하고 빽빽하게 조사 보고서까지 만들었다고 한다. 일본인들이 미륵사지 터를 발견하고 조사할 당시 동석탑은 이미 무너져 내려 흔적만 남아 있었고 힘겹게 남아 있던 서석탑도 무너져가는 상태였다고 한다.
국립익산박물관에 전시된 사리장엄구 등 볼거리 풍성해
일본이 미륵사지 서석탑 뒤에 콘크리트를 발라 세워놓은 것은 자신들의 본류를 조사하고 분석하기 위해서였을까? 국립 익산박물관에는 뒷면이 콘크리트에 쌓인 채 흉물스럽게 숨 쉬고 있던 미륵사지 석탑을 해체해 복원하기까지 걸린 20년간의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놓았다. 서석탑을 해체하면서 발견된 사리장엄구와 출토된 유물들도 전시돼 있다.
또한 익산박물관 홈페이지에서 다큐멘터리(문화유산 채널 K-HERITAGE TV 제작)를 통해, 무너져 내린 미륵사지 석탑 등을 촬영한 사진을 보며 백제 문화와 유적에 얽힌 가슴 아픈 역사를 감상할 수 있다.
몰락한 왕조의 유물과 유적을 통해 권력과 무상함 깨우치는 곳
7세기 백제의 무왕이 왕비의 청으로 불사를 일으켰다는 미륵사지. 중생을 구제하는 미륵불이 나타나 나라의 안녕과 백성의 평안함을 기원하기 위해 지은 대규모 사찰 미륵사지는 왕조의 몰락과 함께 오랜 시간 몰락과 소멸의 길을 걷다가 기적적으로 환생했다. 물론 똑같은 모습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곳을 거닐며 고증에 입각해 해체와 복원을 하며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되살리기 위해 쏟았을 문화재 보존 관련자들의 정성을 느껴본다. 몰락한 왕조의 유물이 이제야 온전히 평가받고 그에 걸맞게 대접받고 있다는 안도감도 든다.
넓이가 5만 평에 달하는 우리나라 최대 절터였다는 미륵사지. 양쪽의 석탑과 가운데 목탑, 가람도 3개나 있었다고 한다. 3탑 3금당의 구조로 웅장함과 화려함을 자랑했다는 미륵사지의 모습은 볼 수 없지만 절터 뒤편을 병풍처럼 막아서고 있는 안개 머금은 미륵산 자락과 주춧돌로 옛 영광을 유추해보며 광활한 절터를 걸어봤다.
흔적 없이 사라진 화려한 유물 대신, 세월의 이끼 낀 주춧돌만이 시간의 영겁과 헛되고 헛된 화려함을 누르고 2020년 후손들을 만나 ‘역사란 무엇인가’를 말해주고 있다.
한때는 섬진강 상류의 가장 외진 오지마을로 통했다. 그러나 비포장 오솔길이 찻길과 자전거길, 트레킹길로 바뀌면서 한층 개방적인 강촌으로 변했다. 수려한 강물과 다채로운 강변바위들, 오래된 마을들, 깨끗한 산야를 만날 수 있다. 내비게이션에 ‘김용택 시인 생가’를 치고 진뫼마을 안통에 닿아 탐승을 시작한다.
멀리 있는 친구에게서 날아온 뜬금없는 기별처럼, 문득 가을이 다가와 창밖에 서성거린다. 차가워진 공기에 핼쑥해진 꽃 하나 창가에서 눈짓하는 기분이다. 이럴 때면 길을 나서고 싶다. 하루 여행에의 충동. 이 돌연한 유혹. 이건 꽤 좋더라. 배낭 하나 달랑 메고 길을 나설 때의 희열보다 더 짜릿한 건 흔치 않다.
먼 길을 달려 내려온 여긴 전북 임실군 덕치면 진뫼마을의 섬진강변. 강물은 소리 없이 흐른다. 강가에서는 바위들이 털버덕 주저앉아 뜻 모를 회의를 한다. 강 둔덕엔 풀과 나무들, 그 너머로는 숲이거나 산이다. 물속에도 나무가 있고 산이 있어 그윽하다. 그림자로 물에 뛰어들어 물구나무선 나무와 산으로 풍경이 한결 유현한 게 아닌가. 실물이 아니면서 실물도 자아내지 못하는 신비감을 야기하는 산 그림자의 재능을 예술로 친다면 이보다 웅장한 초현실주의 예술이 다시없다. 사람의 마음을 고요하게 씻어준다는 점에서는 명상 선생이다.
길은 강을 따라 이어진다. 흙을 밟을 수 있는 오솔길이었던 걸 포장을 해 아쉽지만 시야 가득 범람해오는 강과 산으로 가뿐하다. 게다가 이상적인 적막감이라니. 번잡한 생각들 온전히 내려놓고 풍경에 심취하기 좋은 시간이다. 이럴 때 마음은 둥근 빵처럼 따뜻하게 부푼다. 좁아터진 마음으로 내가 나를 희롱하는 우행일랑 일단정지다. 실컷 지청구를 들어도 싼 가난한 마음을 산천은 보살처럼 눈감아준다.
저기 강 한가운데 바위 위에 뭔가가 있다. 말뚝처럼 우두커니 서서 수면을 바라보는 허연 새, 왜가리인가? 가까이 가 보자니 이놈의 낚시질이 삼매경이다. 외다리로 미동 없이 선 채 동그란 눈알이 빠져나갈 듯 수면을 노려보며 밥이 될 물고기를 기다린다. 새는 노래하는 일을 천직으로 삼은 걸로 여기지만 사실 온종일 먹이 사냥을 하느라 바쁘다. 풀과 나무도 마찬가지다. 제 몸으로 물 한 줌, 햇빛 한 조각이라도 더 끌어당기려고 쉼 없이 용을 쓴다.
사람인들 다르랴. 먹어야만 살 수 있도록 디자인된 생명체들의 얄궂은 운명을 누구에게 원망하랴. 우리를 손아귀에 틀어쥔 절대적 존재의 계략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노자에 따르면 하늘은 자비롭지 않다. 너희 일은 너희끼리 알아서 해라! 툭 그 한마디 던지고 그만이라 했다. 죽는 날까지 왜가리는 오직 혼자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슬기로워 혼자서도 끄떡없다. 독존(獨存)의 ‘짱’이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도 다 그렇다. 섬약한 가을 노래를 부르는 풀벌레도, 허공을 비행하는 고추잠자리도, 강물에 사는 꼬맹이 피라미도 마찬가지다. 산천에 사는 것들, 저마다 강철처럼 강인해 아름답다. 산천을 바라보는 기쁨은 풍광에서만 오는 게 아니다. 산에 강에 거주하는 동식물들이 온몸으로 부르는 생의 짙푸른 합창과 군무에서도 온다.
진뫼마을엔 ‘섬진강 시인’으로 통하는 김용택 시인이 산다. 그는 마을의 산야와 강의 순수를 수호하기 위해 애써왔다. “섬진강 물이 어디 몇 놈이 달려들어 퍼낸다고 마를 강물이더냐”라고 시로 탕탕 외쳤다. 댐 건설 반대운동에도 앞장서 관철했다. 시인이 달리 시인이랴.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의 편에 서서, 모든 찍어 누르는 힘들과 맞설 수 있어야 시인이다.
마을 동구엔 커다란 정자나무가 있다. 선대들에게 그랬듯 이 나무는 지금도 마을 사람들의 야외 사랑방이다. 노장들의 준열한 담론이 오가는 회의장이며, 중구난방한 수다로 왁자해지는 사교장이다. 놀이와 오락과 휴식이, 잔치판과 술판이, 간혹은 막춤으로 자지러지는 춤판까지 벌어지는 복합문화공간이다.
하필이면 왜 정자나무 아래에서? 시원한 나무 그늘의 쓸모 때문만이랴. 정자나무가 마을과 마을 사람을 지켜준다고 믿어서일 게다. 그렇기에 정자나무의 털끝 하나 건들지 않고 살뜰히 섬긴다. 즐기되 존중한다. 아마도 방귀마저 함부로 터뜨리지 않을 것이다. 나무와 마을, 자연과 인간의 관계가 이보다 더 공정하고 조화로울 수가 있을까. 이야말로 진보적인 상생이자 컬래버레이션이다. 자리이타(自利利他)의 본이다.
강물은 흐르고 또 흐른다. 미끈한 S라인을 그리며 제 갈 길을 총총히 간다. 굴레를 모르는 행보다. 큰 바위를 만나도 돌아가면 그만이고, 소(沼)가 나오면 쉬엄쉬엄 흐르니 유유하다. 이는 채우지 못한 오욕칠정의 잔해로 뒤엉킨 인간세의 탁류와 얼마나 다른가.
우리나라 전체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처음으로 15%를 넘었다.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2019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11월 기준 우리나라 총인구는 5178만 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15만 명 증가했다. 그중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775만 명으로 1년 새 35만 명이 늘었다. 고령 인구 비율이 15%를 넘어선 것은 최초다.
반면 유소년인구는 648만 명(13.0%)에서 631만 명(12.6%)으로, 생산연령인구는 3610만 명(72.2%)에서 3594만 명(71.9%)으로 줄었다.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증가하고 유소년인구가 줄어듦에 따라 유소년인구 100명에 대한 고령인구 비율을 의미하는 노령화지수 또한 2018년 114.1에서 122.7로 증가했다.
고령인구가 유소년인구보다 많은 시도는 17개 시도 중 13개(76.5%)로 나타났으며, 229개 시군구 중에는 188개(821.%)로 집계됐다. 고령 인구 비율이 높은 시도는 전남(22.9%), 경북(20.6%), 전북(20.3%)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우리나라는 2017년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14% 이상인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고령인구가 총인구의 20% 이상이 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