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귀에 익숙한 노랫말에 나오는 산 너머 남촌은 산촌일까?
산촌일 가능성이 높지만 산촌이 아닐 수도 있다. 산자락 마을일지라도 개간을 통해 넓은 경지를 품고 있다면 산촌이 아니다. 또한 사람이 살기 좋아져 인구가 많아진다면 이때도 산촌은 아니다. 이런 차이가 생겨나는 것은 산촌의 구체적인 법적 정의가 대통령령(산림기본법 시행령 제2조)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제1호. 행정구역면적에 대한 산림면적의 비율이 70% 이상일 것
제2호. 인구밀도가 전국 읍·면의 평균 이하일 것
제3호. 행정구역면적에 대한 경지면적의 비율이 전국 읍·면의 평균 이하일 것
우리가 정서적으로 인식하는 노랫말이나 서정시 속의 산촌과 산림기본법에서 정하는 법적인 산촌은 이렇게 다르다. 지역 사례를 통해 산촌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3가지 법적 조건 충족돼야 산촌
인제, 양구, 화천은 강원도 북부 내륙에 자리한 산골 중의 산골이지만 이곳에도 산촌이 아닌 곳이 있다. 펀치볼로 유명한 양구군 해안면은 면 전체가 너른 분지를 형성하고 있어서 산림면적 비율이 70%에 미치지 못한다. 3개 군의 나머지 14개 읍면은 모두 산촌이다.
김제는 경지면적 비율, 즉 농사짓는 땅이 많기 때문에 산촌이 아닌 농촌이다. 전북 김제시의 1읍·14면·4동 중 산촌은 금산면 한 곳이다. 금산면은 모악산을 포함하고 있어서 예외적으로 산지 비율이 높다.
그럼 섬 지역도 조건만 충족된다면 산촌일까?
물론 그렇다. 홍어로 유명한 흑산도와 주변 부속도서를 묶은 행정명칭이 전남 신안군 흑산면인데, 섬 대부분이 산으로 이루어진 데다 경지는 적고 인구밀도도 낮아 산촌에 해당한다.
신안군 흑산면뿐 아니라 영광, 진도, 완도, 고흥, 여수, 남해, 거제, 통영 등에는 이처럼 바다에 뜬 산촌이 흔하다. 다도해를 품고 있는 전라남도와 경상남도에 해당하는 얘기다.
정리하자면 오지가 곧 산촌은 아니며, 경우에 따라서는 섬도 산촌이다.
오지가 곧 산촌이 아닌 경우도
통상적인 인식과 실제가 다른 것은 산촌의 정의뿐만이 아니다. 산촌 체험의 범위 또한 모호한 것은 매한가지다.
산촌에서 할 수 있는 체험이란 어떤 것이며, 이런 체험을 통해 방문객과 산촌민은 각각 어떤 이득을 얻게 될까?
우선 산촌 체험의 대강을 살펴보자.
① 임산물 채취 및 요리 : 알밤 줍기, 두릅 따기, 산양삼·버섯·산나물 캐기
② 숲길 탐방 : 숲 해설 및 삼림욕, 숲 놀이터, 숲속 음악회
③ 나무공예 : 목공예품 제작, 나뭇잎 조각 및 프린팅
이들 체험의 공통 요소를 꼽자면 산림이다. 산림은 국토환경을 보전하고 임산물을 생산하는 기반으로서 국가발전과 생명체의 생존을 위하여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자산(산림기본법 제1장 제2조)이다. 이런 소중한 자산을 기꺼이 체험 소재로 활용하는 활동이라면 그 결과는 어떠한 형태로든 체험 당사자에게 이득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때 체험 당사자란 체험자인 방문객과 체험 제공자인 산촌민을 두루 아우른다.
이들 두 당사자를 주체로 사회경제적 관점에서 산촌 체험을 정의하자면, ‘산촌을 방문한 사람들에게는 치유와 즐거움을 제공하고 산촌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산촌 지역의 진흥을 가져다주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때 산촌이 진흥된다는 것은 산촌의 소득이 늘어나고 산촌주민의 복지가 증진되는 것(산림기본법 제8조)을 말한다.
시야를 넓혀 산촌 체험을 바라볼 경우, 체험자에게 치유와 즐거움을 주는 행위를 넘어 귀산촌의 전초 과정이 되기도 한다. 한국임업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귀산촌 준비의 8개 단계(① 귀산촌에 관심 갖기 ② 산촌 체험 ③ 가족 동의 ④ 작물 선택 ⑤ 기술 습득 ⑥ 정착지 물색 ⑦ 주택·임야 매입 ⑧ 산림 경영계획 수입) 중 두 번째 단계가 산촌 체험이다. 다시 말해 산촌 체험은 자신이 귀산촌 생활에 적합한지를 알아보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되므로 한국임업진흥원에서 운영하는 귀산촌 아카데미에 참여하는 등 현장 실습을 해보는 것도 중장기적으로 산촌 체험의 부가적인 이득이 될 수 있다.(강원도 평창은 군 전체가 산촌이지만 고랭지 채소를 임산물이라고 부르진 않는다.)
산촌의 소득과 복지 증진이 과제
산촌 체험이 활성화되면 체험자(방문객)도 좋고 체험 제공자(산촌민)도 좋은 것은 확실하다. 문제는 어디까지가 산촌 체험이냐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임산물 채취, 숲 탐방, 나무공예 등이 산촌 체험의 대표적인 형태이지만 이들은 태생적으로 농촌 체험에 한 발을 걸치고 있다. 비근한 예로 나물을 산에서 캐면 산나물로서 임산물이지만 밭에서 길러 수확하면 농산물이 된다. 도라지나 곤드레를 밭에서 캐보고 요리를 해보는 체험은 산촌 체험일까? 농촌 체험일까? 감자와 고구마는 분명한 농산물이지만 산자락 밭에 심은 감자나 고구마를 캔다면 과연 농촌 체험일까? 산촌 체험일까?
이처럼 농촌 체험으로부터 산촌 체험을 골라내는 것은, 농장에서 사육하는 멧돼지가 산돼지냐 집돼지냐를 가르는 것만큼이나 쉽지 않은 일이다. 산촌생태마을이라 알려진 곳을 찾아가 보면 마을의 운영 주체는 대부분 영농조합법인 타이틀을 달고 있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산촌 체험은 별도의 입지가 없다는 것이 확인된다.
상황이 이렇다면 산촌 체험은 장소가 아니라 재료를 기준으로 정의 내려야 할 듯하다. 다시 말해 산촌에서 진행하는 체험이 아니고 산림자원을 재료로 하는 체험을 산촌 체험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예를 든 돼지에 비유하자면 집에서 기르더라도 멧돼지는 재료(?)를 기준으로 그냥 멧돼지로 보자는 것이다.
자, 이제 재료를 기준으로 산촌 체험을 다시 분류해보자.
① 임산물로 분류되는 은행, 밤, 잣, 더덕, 도라지, 각종 나물, 구기자, 오미자 등은 자연산이 아닌 밭작물일지라도 산촌 체험의 대상으로 본다.
② 산촌 지역이 아닌 곳에 조성된 숲과 가로수에서 삼림욕 등을 하는 것도 산촌 체험으로 본다.
③ 목재를 체험 소재로 하는 목공예품 제작과 나뭇잎 조각 및 프린팅 등도 산촌 체험으로 본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좀 더 심도 있는 논의 과정과 그에 따른 정교한 정의가 필요하다. 산촌 체험을 즐기는 사람들의 과제가 될 것이다.
“당신이 무엇을 먹었는지 말해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겠다.”
프랑스의 정치가이자 법률가 브리야 사바랭이 1825년 발간한 ‘미각의 생리학’(원제, 한국어판 제목 ‘미식 예찬’)에 나오는 유명한 문구다. ‘미식과 식도락’의 경전이라 할 이 책은 인류 역사에서 음식을 학문적으로 살펴본 미식 담론의 첫 번째 책으로 꼽히고 있다.
전 세계에서 위드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담론들이 쏟아지고 있다. 우리가 매일 섭취하는 음식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게다가 질병 저항력을 높여주는 신체 면역력이 집중 조명되면서 면역력 향상을 통해 자연 치유력을 높이는 음식과 조리법 등을 너도나도 소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찬찬히 듣다 보면 건강하게 면역력을 높이고 자연 치유력을 기를 수 있는 식단이란 결국 공통적인 몇 가지로 압축된다. 건강한 식재료 사용, 가공 과정 최소화, 인공 조미료나 방부제, 풍미를 위한 착색제나 인공 향신료 사용 절제 등이다.
이런 담론을 거쳐 새롭게 부상하는 것이 유기농 재료로 구성된 친환경 생채식이다. 환자들이 먹는 특수한 식이요법이라고 생각했던 채식이 유기농과 친환경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관심을 받고 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면역력 체질 강화를 위해 유기농 식재료를 구매하고 채식을 하려는 가정이 늘고 있다.
백화점 식품매장의 구색 맞추기에 불과했던 친환경, 유기농 코너가 그 면적을 넓혀가고 있는 것은 물론, 1인 가구용 유기농 맞춤 밀키트 배송까지 오프라인과 온라인에 걸쳐 친환경과 유기농을 향한 마케팅이 뜨겁다.
채식이 유행이라지만 그다지 맛도 없고 만들기 번거롭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면 이곳을 방문해보기를 권한다. 생채식 전문 식당 ‘날일달월’이다. 각종 신선한 채소들의 향연이 펼쳐지는 이곳은 몸속 독소를 배출하고 면역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친환경 유기농 식재료를 기본으로 한 생채식으로 구성한다. 여기에 맛까지 훌륭해 소리 소문 없이 진화 중이다.
유기농 친환경 채소들의 집합소
생채식 식당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재료인 채소일 것이다. 어느 친환경 유기농 농장에서 구매하는 것일까? 궁금해서 물어봤다. 어찌 보면 영업 비밀이랄 수도 있지만 개의치 않는다. 다 같이 건강하게 맛있게 먹고 행복하게 살겠다는데 영업 비밀이 무슨 소용인가 말이다. 날일달월의 초록초록 반짝이는 채소들의 원산지를 차례차례 들여다본다.
•쌈채소 전북 남원 사회적협동조합에서 배송
•파프리카 전북 무주와 남원 지지팜에서 배송
•잎줄기 채소 충남 홍성 젊은협업농장에서 배송
•표고버섯 경남 거창 빛솔농장에서 배송
•밤 충북 충주에 위치한 보늬숲농장에서 배송
•당근 & 깻잎 제주도 평대리 부석희 님이 농사지은 당근과 깻잎
•양배추 & 버섯 충북 괴산 박달마을에 위치한 꿈꾸는느티나무농장에서 배송
•양파 & 마늘 경남 창녕 낙붕이네농장에서 배송
•자색양파 & 청오이 전북 부안 총각네농장에서 기른 토종 청오이와 자색양파
•김치 생채소는 아니지만 배추를 발효시킨 김치 역시 채식의 주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음식이다. 날일달월에서는 경남 진주의 법성사 스님이 직접 농사짓고 담근 김치를 배송받고 있다. 종종 경주 김호 장군 종가집 종부의 김치도 테이블에 올라온다. 이밖에도 여희숙 대표가 회장으로 있는 전국의 도서관 친구들이 인근 로컬 농장에서 추천하는 건강한 채소를 필요할 때마다 배송받고 있다. 이외 채소류는 생활협동조합 ‘한살림’과 ‘자연드림’에서 신선한 것으로 구입한다.
몸속 독소 빼주고 면역력 높여주는 해조류 맛 일품
재료가 신선하면 그 자체가 훌륭한 음식이 되는 대표적인 식재료, 해조류. 그래서 해조류는 재료를 걷고 손질하는 정성이 더욱 중요하다. 날일달월에서 사용하는 해조류는 김, 미역, 다시마, 톳, 꼬시래기 등으로 다양하다.
•김 전남 장흥 김양진 님이 생산하는 무산 김
•미역 자연식 식재료 청미래의 자연산 미역
•다시마 전남 장흥 이승호 님이 청정 해역에서 채취한 다시마
•톳 & 꼬시래기 전남 장흥에 위치한 에벤수산의 제품
생채식에서 빠질 수 없는 식물성 단백질 보고, 두부와 콩물
생채식 메뉴에서 빠질 수 없는 두부는 생식에 알맞은 식물성 단백질 보고다. 전북 전주에 위치한 함씨네에서 직접 만든 토종 콩물과 두부, 순두부를 날일달월에서 선보인다. 또한 각종 소스 만드는 데 요긴하게 쓰이는 발효효소들도 전국 각지에서 배송된 제품을 엄선해 사용한다.
•발효효소 변산공동체에서 만든 생강청과 자하생강가루, 경남 하동에서 만든 매실효소, 경남 함양의 오미자청과 양파효소, 버섯균사체 발효 특허품인 현미와 17곡물 발효효소 등이 소스에 사용된다.
디저트를 책임지는 견과류
•생견과 충북상회 광희네 작품이다. 해바라기씨와 호박씨, 아몬드를 72시간 정제해 만들었다.
•잣 경기도 가평은 한국의 유명한 잣 생산 가공지다. 날일달월의 디저트에 들어가는 잣은 경기도 가평 살구재에서 생산된 으뜸 잣을 사용하고 있다.
•대추 충북 보은 국악대추농원에는 유기농 대추가 주렁주렁 열린다. 열린 대추를 날일달월에서 맛볼 수 있다.
전국 제철 과일
•포도 경기도 가평 아름농장
•사과 충북 괴산 가을농원 선녀와 나뭇꾼의 껍질째 먹는 사과
•깐 밤 충북 충주 보늬숲 밤농장
•유기농 감귤 제주도 응모루농장 / 제주도 김건호농장 / 제주도 서귀포 김상현농장
•바나나 자연드림
•단감 & 블루베리 경남 의령군 고상근농장
재료 고유의 맛, 샐러드는 이렇게 만들어요
1 샐러드는 잎채소, 줄기채소, 뿌리채소가 10가지 이상 골고루 들어가게 한다. 요즘 만드는 샐러드에는 강원도에서 제주도까지 전국에서 공수해온 치커리, 적근대, 적치커리, 케일, 깻잎, 양배추, 트레비소, 겨자채, 뉴그린, 고구마, 당근, 양파 등이 들어간다.
2 먼저 양배추와 적양배추를 채썰어 깨끗이 씻어 물기를 빼놓는다. 양배추 물기 빼는 데 가장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제일 먼저 준비해야 한다.
3 양배추 다음에는 잎채소들을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놓는다.
4 물기가 마르는 동안 고구마와 당근을 잘게 채썰어둔다.
5 양배추와 고구마, 당근이 준비되면 씻어놓은 잎채소에 남은 물기를 깨끗한 행주로 닦는다. 맛있는 샐러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물기 제거가 가장 중요하므로 잎채소 한장 한장 깨끗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준 후 잘게 채썰어놓는다.
6 큰 볼에 잘게 채썰어놓은 채소를 모두 넣어 골고루 섞어준다. 7 양파는 따로 채썰어두었다가 샐러드 먹기 바로 전에 섞는 것이 좋다.
샐러드소스
1 무는 무쌈처럼 얇게 썰어놓고 일부는 깍둑썰기한다.
2 유기농 황설탕, 자연드림 현미식초와 물을 1:1:1 비율로 섞고 빛소금은 1큰스푼 넣는다.
3 2~3주 숙성시킨 후, 무쌈은 건져내 해조류나 채소를 싸 먹는 쌈으로 준비하고, 숙성시킨 액체는 잘 섞어 샐러드소스로 사용한다.
오행현미죽과 오행현미밥 만들기
1 영산농원의 신선한 오행현미를 발아시키고 깨끗이 씻어 그늘에서 일주일 이상 잘 말린다.
2 천천히 충분히 말린 오행현미를 방앗간에서 살짝 빻아 가루로 만든다.
3 찬물에 가루를 풀어 잘 저어가며 빠른 시간에 살짝 끓여 빛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4 정제한 견과류와 참깨를 얹어 오행현미죽을 완성한다.
✽오행현미밥은 오행현미와 찰현미를 섞어 밥을 짓는다.
맛있는 채식의 조건, 채소 맛을 깊게 해주는 레시피
▶쌈된장 만들기
1 오래 숙성시킨 약된장에 양파효소, 매실청, 생강청을 넣는다. 2 현미와 17가지 곡물 발효효소를 적당한 비율로 섞어 상온에서 하루 동안 발효시킨다. 3 충분히 발효된 된장에 수수조청과 원당으로 맛을 낸다. 4 상에 내기 전 마지막에 참기름과 통깨를 넣어 섞는다.
▶초고추장 만들기
1 오래 숙성한 전통 고추장에 고춧가루와 매실효소, 양파효소, 오미자청, 생강청을 넣는다. 2 현미와 17가지 곡물 발효효소를 적당한 비율로 섞어 상온에서 이틀 동안 숙성시킨다. 3 충분히 숙성된 초고추장에 수수조청과 원당, 현미식초와 빛소금으로 간을 맞춘 뒤, 통깨를 넣어 섞는다.
▶양념간장 만들기
1 숙성된 죽염 약간장에 양조간장을 반반 넣고 고춧가루를 넣은 후, 매실효소와 양파효소, 생강청을 더한다. 2 현미와 17가지 곡물 발효효소를 적당한 비율로 섞어 상온에서 하루 동안 숙성시킨다. 3 충분히 숙성된 간장에 수수조청과 원당, 빛소금으로 맛을 낸다. 4 여기에 다진 파, 생들기름, 통깨를 넣어 양념간장을 완성한다.
최근 타깃인컴펀드(TIF)에 주목하는 기사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2017년 처음 시장에 등장한 TIF는 보유하고 있는 노후자금을 운용해 매월, 매년 일정한 금액을 연금처럼 받을 수 있는 펀드 상품이다. 원금은 최대한 지키고, 연 3~4%의 지급금을 정기적 소득처럼 받을 수 있어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사람들 사이에서 관심이 높다.
실제로 TIF를 비롯한 라이프사이클펀드(투자자의 연령대에 맞춰 자산 포트폴리오를 자동으로 재구성해주는 펀드) 시장은 3년 만에 네 배 규모로 급성장했다. 금융 투자 업계에서는 TIF의 인기가 앞으로도 우상향을 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들이 노후자금 투자 시장에 유입될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운용사들은 펀드 가입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정기 이자·배당 수익 등 연 4% 수준의 수익률 원금 손실을 최대한 방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로도 그럴까.
전문가들은 ‘연 4%’라는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펀드 운용으로 수익이 생겼다면 이자 안에서 정기 지급금을 받게 되겠지만, 반대로 수익이 나지 않는다면 원금을 깨 지급금액을 주기 때문이다. 최문희 FLP 컨설팅 대표는 “연 4%는 목표 수익률일 뿐, 실제로도 그 정도의 수익이 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연 4%의 인출률은 보장할 수 있지만 수익률은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TIF는 ‘안정적이고 정기적인 소득 지급’을 위한 펀드 상품이므로 연 4%의 지급금이 수익으로 인한 이자가 아닌 원금에서 지급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TIF는 중위험 중수익 혼합형 펀드이므로 원금을 모두 잃을 확률은 상당히 낮다. 다만 어디까지나 정기예금이 아닌 펀드 상품이기 때문에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음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수익을 얻지 못하면 예상보다 원금이 빨리 소진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최 대표는 “펀드 운용으로 인한 수익률이 4%보다 높다면 애초 예상했던 기간보다 4%의 수익금을 더 오래 받을 수 있지만, 반대로 수익률이 4%가 안 된다면 인출 기간이 당초보다 더 짧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TIF의 최근 성과는 좋은 편이다. 한 TIF 상품의 최근 1년 수익률은 13.9%에 달했다. 그러나 금융 전문가들은 이를 주식시장의 성황이 낳은 결과로 보고 있다. 최동진 전국퇴직금융인협회 지도교수는 “지난해에는 주식 시장이 워낙 좋아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과거의 수익이 미래의 수익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라며 “미 연방준비제도의 양적완화 축소와 테이퍼링을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긴축 정책으로 채권 금리가 높아지면 단기적으로는 TIF의 수익률이 감소하거나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른 주장도 있다. 10년, 20년 수준의 긴 호흡을 가지고 투자해야 하는 연금 자산의 성격상, 장기적으로는 손실을 보전하고 수익을 낼 수도 있다는 것. 최준호 전북은행 WM사업부 센터장은 “TIF는 운용 규모가 점점 커질 펀드이기 때문에 더 큰 채권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며 “테이퍼링이 단기적 손해를 입힐 수는 있겠지만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TIF 상품 중 어떤 것을 고르는 게 좋을까. 해외 자산 투자 노하우를 지닌 기업의 상품이 유리할 수 있다. TIF는 선진국 회사채, 리츠 등 해외 자산을 많이 다루기 때문이다. 최준호 전북은행 WM사업부 센터장은 “해외 투자 경험이 많고 인컴형 자산 관리 경험이 많은 기업의 상품을 눈여겨보라”고 조언했다.
가입을 결정했다면, 노후자금 중 몇 퍼센트를 TIF에 투자할지 고민해야 한다. 전체 자금의 절반이 넘는 ‘통 큰’ 투자는 금물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노후자금의 20~30%가 적절하다고 본다. TIF로 받게 될 지급금에 생활비를 전적으로 의존해서도 안 된다. 최동진 교수는 “TIF로 받는 지급금이 없어도 생활에는 지장이 없어야 한다”며 “지급금을 생활비의 25% 미만으로 설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시니어들 역시 젊은이 못지않게 다양한 음식을 먹어볼 기회를 얻었다. 음식을 먹는 행위는 인간 생활의 세 가지 기본 요소인 ‘의식주’(衣食住)에 해당할 정도로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노년기에도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살기 위해서는 건강한 치아가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 몸에 음식을 씹을 때 치아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 있다. 바로 ‘치주조직’이다. 치주조직은 치아를 지지하는 잇몸을 비롯한 주위 조직으로, 치아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보조한다. 치아를 잘 관리해도 치주조직이 상하면 맛있는 음식을 즐기기 어려워진다.
치주조직은 40대를 넘기면 노화로 인해 매우 약해진다. 시니어들이 소홀하게 관리하면 크게 치료를 해야 해 비용과 시간 손실도 크게 발생시킨다.
치주조직에 어떤 질병이?
치주조직은 치아를 둘러싸고 있는 4종류의 조직이다. 이들은 치아를 물리적으로 지지하고, 치아의 움직임을 감지하며, 치아에 필요한 피를 공급한다. 우리가 잇몸으로 알고 있는 치은, 백악질, 치주인대, 그리고 치조골이 바로 치주조직이다.
치주조직에 생기는 병이 ‘치주질환’이다. 보통 입안 세균에 의해 나타나는 염증 질환이다.
입안에 음식물 찌꺼기가 세균과 섞이면서 치태가 만들어지고, 이 치태가 양치질로 제때 제거되지 않으면 딱딱하게 굳어 치석이 된다. 치석이 치아와 잇몸에 달라붙어 독소를 배출하면서 잇몸에 염증을 일으키는데, 이를 치주질환이라고 한다.
치주질환은 크게 2가지로 구분한다. 염증이 잇몸 표면에만 국한 돼있는 초기 상태의 ‘치은염’과 염증이 치주인대와 치조골까지 깊이 진행된 ‘치주염’이다.
치주질환은 치아가 흔들리거나 구취, 출혈, 통증과 같은 증상을 동반한다.
초기 치은염은 증상이 거의 없어 방치되기 쉽다. 염증이 잇몸뼈까지 생기지 않아 비교적 가벼운 질병이다. 칫솔로 치태를 닦아내면 쉽게 괜찮아진다.
그런데 이 치은염이 악화돼 염증이 잇몸뼈까지 퍼지는 치주염으로 진행되면 문제가 커진다. 치주염은 치아가 흔들리고 음식을 씹을 때 통증을 유발한다. 통증을 느껴 치과에 내원한 뒤에는 상당 부분 악화된 경우가 많고 치료도 어려워진다. 치주염으로 인해 잇몸뼈가 녹아내릴 수 있는데 최악의 경우 치아를 뽑고, 임플란트나 틀니를 해야 한다.
전신 건강과 치매까지 영향
치주질환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이것이 전신건강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음식을 씹을 때 통증이 발생하면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 종류에 제한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일부 음식에 편중해서 먹게 돼 영양불균형을 유발할 수 있다. 또 치주질환을 유발하는 세균은 잇몸의 혈관을 통해 전신으로 퍼질 위험이 있다. 이는 당뇨와 뇌졸중, 심혈관질환 등 몸 전체에서 다른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치주질환이 건강한 노년을 위해 필요한 근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고려대 가정의학과 조경환 교수진이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치주질환과 근감소증의 상관성을 분석한 결과, 치주질환을 앓으면 근감소증 발생 위험이 2.1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저장소 역할을 하는 근육이 줄어들면 면역력이 약해져 각종 질병에 취약해지고 회복도 더뎌진다.
또 노르웨이 베르겐대학 연구진은 치주질환이 치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치주질환 원인균인 진지발리스가 뇌로 들어가 단백질을 만들고, 이 단백질이 뇌신경세포를 파괴해 알츠하이머 치매를 유발한다. 또 잇몸이 건강하지 않으면 잘 씹지 못해 영양 불균형을 일으키고, 뇌의 인지 기능을 떨어트려 치매 위험을 더 높인다.
치주질환 예방은?
치주질환은 초기에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초기에 관리하지 않으면 만성질환으로 발전하기 쉽다. 따라서 꾸준하게 관심을 가지고 예방 지침을 따라야 한다.
① 양치질 잘하기
횟수와 상관없이 음식을 섭취하면 바로 양치하는 것이 좋다. 치아 표면에 달라붙은 세균이 치석으로 변하기 전 꼼꼼한 양치질로 제 때 제거하는 것이 중요해서다.
양치할 때 치실을 함께 사용하면 치주질환 발생률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치실을 사용할 때는 30cm 정도 끊어 치아 사이에 끼우고 양 손가락을 앞뒤로 조심스럽게 움직여 치태나 음식물 찌꺼기가 치실에 묻어나도록 한다. 치아 사이사이를 옮길 땐 치실을 한 번 헹구거나 다른 부분을 사용한다.
② 주기적인 스케일링
치아에 달라붙은 세균이 딱딱하게 굳어 생기는 치석은 양치질로 제거가 어려워 스케일링으로 제거해야 한다. 구강 노화가 시작되는 40대부터는 3~6개월마다 치과를 방문해 정기 검진과 스케일링을 받는 것을 권장한다.
③ 금연
다양한 질병을 유발하는 흡연은 잇몸건강에도 치명적이다. 흡연은 치주질환과 연관된 세균의 양을 증가시키고, 급성 면역 세포로 하여금 잇몸 조직의 파괴를 유발한다. 더 나아가 치유 작용을 떨어뜨려 치료에 대한 반응을 감소시킨다. 치과 치료시 금연을 해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④ 금주
알코올은 잇몸에 강한 자극을 가해 염증을 일으킨다. 특히 술을 마시면 몸이 건조해져 입 안을 마르게 해 잇몸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
전북대학교 치주과 윤정호 교수는 “치주병이 발생된 후 치료하는 것보다는 미리 치주병을 예방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고 효과적”이라며 “규칙적인 칫솔질과 정기적인 치과검진, 스케일링을 통해 치주병 예방뿐만 아니라 전신 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3월에 열린 ‘제 13회 잇몸의 날’에서 대한치주과학회 김남윤 부회장은 ‘코로나 때문에 치과 치료 망설이셨지요?’라는 제목으로 치과 진료 환경은 철저한 감염 관리를 통해 누구나 안전하게 방문할 수 있음을 발표했다. 치과에서 엄격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철저한 방역 관리를 하고 있어, 치과 치료로 인한 감염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5주 연속 1000명대를 유지하더니 결국 2000명을 넘었다. 지난 7월 27일 역대 최고치였던 1896명도 2주 만에 경신됐다. 거세지는 확산세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1차장 겸 보건복지부 장관은 11일 중대본 회의에서 "오늘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2200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1월 최초 발병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날 신규 확진 2223명 중 국내 지역발생은 2145명, 해외 유입 사례는 78명이다. 국내 발생 확진자를 지역별로 보면 서울 650명, 경기 648명, 인천 107명으로 수도권이 65.5%(1405명)이다. 부산 125명, 대구 66명, 광주 17명, 대전 42명, 울산 48명, 세종 8명, 강원 219명, 충북 54명, 충남 84명, 전북 28명, 전남 16명, 경북 66명, 경남 139명, 제주 28명이 추가 확진됐다.
현재 전국에 최고 수준의 사회적 거리두기(수도권 4단계, 비수도권 3단계)를 적용하며 고강도 방역 조치가 이어지고 있지만 여름 휴가철에 변이 바이러스 확산까지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권 1차장은 이날 회의에서 "한 달 넘게 고강도 방역 조치를 시행해 확산세를 눌러 왔으나 휴가철 영향으로 지역 간 이동량이 늘고 있다"면서 "현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방법 하나는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는데 전력을 다하고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신 접종은 11일 0시 기준 1차 신규 접종은 전날보다 26만1380명이 늘었고, 2차 신규 접종은 16만8265명이 늘었다. 현재 1차 누적 접종자 수는 2163만5106명으로 인구 대비 1차 접종율은 42.1%다. 접종 완료자는 현재 806만2980명으로 인구 대비 접종완료율은 15.7%다.
호흡기 감염질환 전문가인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4차 유행의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백신 선구매에 소홀’했던 점을 꼽았다.
천 교수는 1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델타변이로 인해 2차 접종 완료가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인데 지금 이게 되지 않고 있다”며 “이렇게 늦어진 원인은 선구매를 일찍 못 한 것으로 이게 가장 큰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마 수요일, 목요일에 확진자가 2000명이 넘을 수 있다”며 “그 다음에는 급속도로 올라갈 수가 있다”고 전망했다.
당분간은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보편적인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델타 변이 확산과 전국 유행을 근거로, 당분간 정점이 없을 수도 있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제기하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 거리 두기 지침은 델타 변이 발생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며 “한 번 2000명을 넘어서면 하루 4000명, 6000명 확진 상황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역시 “확산세가 지속하고 있고, 특히 비수도권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정점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백신 수급문제에 대해 권 제1차장은 "글로벌 백신 공급사와 원료 제조사 사정 등으로 전 세계적으로 백신 수급에 어려움이 있지만 정부는 확보한 백신 물량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활용할 것“이라며 ”당초 일정에 따른 접종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외교적 역량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65세 이상 시니어 인구 5명 중 1명은 자녀나 배우자 없이 혼자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노인요양시설 등 집단 가구를 제외한 일반 가구 구성원 중 65세 이상 가구원은 784만6000명, 이 가운데 1인 가구는 166만1000명으로 21.2%였다.
65세 이상 인구 중 자녀 없이 부부가 함께 사는 경우는 288만4000명으로 전체 3분의 1 남짓인 36.8%다. 배우자 없이 자녀와 함께 사는 노인은 141만8000명으로 18.1%다. 6명 중 1명꼴인 셈이다.
고령자 부부가 자녀와 함께 가구를 이루고 사는 경우는 157만6000명으로 20.1% 비중을 차지한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전되면서 65세 이상 고령인 1인 가구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2015년 122만3000명에서 2020년 166만1000명으로 5년 새 35.8%가 늘었다.
특히 상대적으로 더 취약한 80세 이상 1인 가구의 증가 속도가 더 가파르다. 지난해 80세 이상 1인 가구는 47만 명으로 2015년 31만3000명보다 50.2% 급증했다.
고령자 1인 가구는 수도권보다 지방에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일반 가구에서 고령자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전남이다. 전체 가구에서 일곱 집 건너 한 집꼴(13.8%)로 1인 가구 비율이 높다. 경북이 11.7%, 전북이 11.5%, 강원이 10.6%로 뒤를 따른다. 반면 서울은 6.5%, 세종은 4.1%로 상대적으로 1인 가구 비율이 낮았다.
경남 고성군은 매월 추첨을 통해 1000만 원 상당의 경품을 준다. 울산시와 대구시는 경품으로 건강검진권을 제공한다. 전남은 해남을 방문한 여행객에게 1인당 5만 원 여행상품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이런 혜택은 어떤 사람들이 받을 수 있을까? 이들은 최근 국내 지방자치단체가 내놓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예방 접종자를 위한 혜택이다.
7월부터 59세 이하 시니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예방 접종을 맞는다. 6월 17일 기준 70세 이상 어르신 80%는 이미 1차 접종을 완료했다.
백신 접종 속도가 빨라지고 백신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정부와 전국 자치단체가 앞다투어 백신 인센티브를 내놓고 있다. 이미 2차 접종까지 마치고 14일이 지난 시니어나 곧 접종을 받게 될 시니어를 위해 다양한 백신 인센티브를 소개한다.
정부
정부는 지난 5월 26일 ‘예방접종 완료자 일상회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접종자가 가족 모임 인원에서 제외되는 혜택 외에도 공공시설에서 입장료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두 차례 접종해야 하는 화이자·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1차 접종자도 해당한다. 6월부터 국립공원 생태탐방원 체험프로그램 입장료는 50%, 국립생태원·국립생물자원관 입장료를 30% 할인에, 국립 자연휴양림 입장료는 면제한다. 창덕궁 달빛기행, 경복궁 별빛야행 같은 인기 문화재 관람 프로그램은 접종자를 대상으로 한 특별 회차를 편성할 예정이다.
수도권
세종문화회관은 올해 진행하는 자체 공연과 전시에 대해 관람료를 최대 30%까지 할인한다. 연극 ‘완벽한 타인’ 등 이미 막을 올린 공연부터 연말 ‘송년음악회’까지 자체 공연과 전시를 대상으로 10~30% 할인한다.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내놓은 백신 인센티브는 아직 준비 중이다. 지난달 31일 서울시는 “지자체 차원에서 가능한 접종 인센티브 제공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자치구 의견 수렴 등의 절차를 거쳐 내부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윤보영 서울시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지난 16일 서울시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백신 접종자를 상대로) 추가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어느 시기에 할지를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시는 백신 1차 접종자가 에버랜드를 35%, 캐리비안 베이·한국민속촌를 40% 할인된 가격으로 자유이용권을 구매할 수 있게 한다. 용인자연휴양림은 주차요금을 전액 면제하고, 노상주차장을 제외한 용인시 관내 23개 공영주차장에서도 이용료 20%를 할인한다.
경기도 수원시 소상공인들은 만 60세 이상 백신 접종자에게 음식값과 이용요금을 할인하는 ‘백신 인센티브’ 행사를 준비했다.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은 만 60세 이상 수원시민은 7∼8월 두 달간 음식값과 이용요금을 업소마다 자율적으로 정한 범위 내에서 할인받을 수 있다. 성남·파주·광명·안산시 역시 산하 체육·관광시설과 참여 의사를 밝힌 미용·외식업소 등에서 할인을 하고 있다.
경기도 광명시는 오는 12일부터 만 65세 이상 백신 접종자에게 광명동굴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65세 미만 접종자는 50% 할인된 가격에 입장할 수 있다. 광명시민은 중복할인도 받을 수 있다. 7월부터는 시민회관 기획공연 20% 감면, 기형도 문학관 입장객 기념품 증정, 광명극장 기획공연 우선 예약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강원도
강원도는 어르신들의 접종을 독려하기 위해 접종 우수마을을 포상하고, 접종을 완료한 어르신에게 유명 인기 가수의 트로트 콘서트 관람 기회를 준다. 가족단위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일부 해수욕장 코로나19 프리존을 운영하고, KTX 경강선 코로나19 프리존 연계 관광상품 등을 출시한다. 또 코로나19가 종식되면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코킷리스트’) 공유 이벤트 등을 추진하기 위해 시·군 및 코레일과 협의하고 있다.
강원도 강릉시는 오죽헌시립박물관과 강릉통일공원 무료입장을 허용하고, 강릉시립예술단 공연 은 입장권을 50% 할인한다. 강릉시 관계자는 무료 급식, 재가 복지 서비스 대기자 발생 시 백신 접종자를 우선 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충청도와 대전광역시
대전시는 지난 14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한시적으로 각종 문화·체육시설 입장료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대전시립미술관과 이응노미술관은 입장료를 받지 않고, 오월드(동물원)와 프로축구 대전하나시티즌 홈경기 입장료 20% 할인받을 수 있다.
충남 서천군은 백신 인센티브용 특별 관광 프로그램을 새로 개발했다. 7월 20일부터 백신 접종을 받은 여행객에게 공짜로 시티투어를 시켜주고, 단체 여행은 인원수에 따라 10~30% 할인한다. 특별 관광 프로그램 중 농촌 관광 프로그램에는 차량을 지원하는 등의 혜택과 관광기념품도 준비돼 있다.
전라도
전라북도에서는 일찌감치 관광객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전북도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전북 투어 패스’를 ‘1+1’ 체제로 특별판매한다. 투어 패스 카드 한 장으로 도내 모든 시·군의 시내버스를 이용하고 주요 관광지에 입장 가능하며, 맛집·숙박·체험시설·주차장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전북 진안군은 진안 군민에게 국민체육센터 입장료 80%와 골프연습장이용료 50%를 각각 할인한다. 전라북도 무주군 반디랜드 곤충박물관과 천문과학관, 부안군 청자 등은 입장료의 절반을 깎아준다. 전라북도 순창군 강천산군립공원과 전라북도 익산시 보석박물관은 아예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이 외에도 순창군은 8명 이상 단체 관광객에게 교통편과 체험·숙박비를 지원한다. 또 올해부터는 8명 이상 단체 관광객 익산역·남원역·광주송정역·순천역·광주공항 등 기차역과 공항까지 ‘힐링투어 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전세버스로 방문하는 관광객에게는 버스비 일부도 지원한다. 그 외 올해 처음으로 전주 한옥마을과 순창 강천산을 연계하는 ‘시티투어 버스’ 운영, 4명의 소규모 관광객에게는 1일 체험비 최대 1만 원, 숙박비 1인당 1만 원씩 지원할 예정이다.
전라북도 군산시는 7월부터 소상공인지원과 기간제 근로자 채용 시 접종자에게 가점을 준다. 평생학습관 프로그램 수강료도 할인 또는 면제해준다.
전라남도 여수시는 농기계 임대료를 추가로 할인해주고, 사회복지시설 내 노래교실 운영을 허용한다. 전라남도 해남군은 여행사와 함께 ‘백신 안심여행’ 상품을 개발했다. 7∼8월 동안 1박 2일 이상 해남을 찾는 접종 완료 관광객에게 1인당 5만 원의 특별 인센티브를 지원해, 기존 19~20만 원인 여행상품을 5만 원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경상도와 주변 광역시
울산시의회사회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울산시민들에게 17일부터 오는 10월 31일까지 5차례 추첨을 통해 135명에게 건강검진권을 제공한다. 경품 참여 병원은 울산대병원, 동강병원, 중앙병원, 울산병원 등 13곳이다. 울산박물관은 오는 24일과 다음 달 1일 두 차례 진행하는 ‘제18회 전통문화 체험교실’에 백신 접종자만을 참여시키기로 했다. 대구시는 백신 접종자에게 ‘건강검진권’ 등 경품을 선물로 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국립부산과학관은 지난 8일부터 성인 기준 3000원인 상설전시관 입장료를 받지 않고 있다. 접종 확인서와 신분증을 매표소에 제시하면 무료입장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부산시는 시립박물관·미술관의 무료관람에 이어 영화의 전당·문화회관 등에서도 관람료 할인을 검토하고 있다.
경상북도 경주엑스포대공원은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백신을 접종한 경북도민들에게 공원 입장료를 면제한다. 엑스포대공원 상설공연인 뮤지컬 용화향도 관람료를 20% 할인한다. 공연 ‘인피니티 플라잉’도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백신을 맞은 국민이면 거주지와 상관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경상남도 고성군은 전체 260개 마을 중 백신 사전예약률이 우수한 마을 10곳에 총 10억 원의 숙원사업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우수마을 경로당에는 사회복지협의회를 통해 100만 원 상당의 물품과 운영비를 지급한다. 또 접종을 마친 군민 중 매월 추첨을 통해 1000만 원 상당의 경품을 준다. 지급 대상과 방법, 형태는 군민 의견을 수렴해 결정할 방침이다.
경상남도 하동군은 옛 경전선 북천역~양보역 레일바이크와 금남면 금오산 짚 와이어 탑승자에게 이용료 50%를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켄싱턴리조트와 비바체 리조트 이용자에게는 이번 달부터 향후 3개월간 숙박료 30%를 깎아준다.
이 외에 불교계가 제공하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할인 혜택도 있다. 6월부터 전국 135개 사찰의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참가비에서 2만 원을 할인한다. 접종자 당사자에 한해 선착순 1만 명에게 혜택이 제공된다.
아름다운 것들은 결국 허무하게 진다. 꽃이 그렇고, 풀이 그렇고, 인생 역시 그렇다. 살면 살수록 고난도 첩첩 쌓인다. 그러나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 했다. 살 만큼 살고서도 요상하게 삶에 대한 애착은 더 강해진다. 저녁 바다로 꼴깍 넘어가기 직전의 태양이 드리우는 붉은 노을은 왜 그리 아름다운가. 황홀한 놀빛을 잡아두고 싶듯이, 나이 들수록 손아귀로 빠져나가는 시간을 어떻게든 움켜쥐고 싶어진다. 그러나 무슨 수로 뺑소니치는 시간을 잡아두랴. 이제 막 60대에 접어든 신동복·김중길 부부는 삶의 방법을 바꾸는 것으로 시간의 속도전에 대응하기로 했다. 귀농을 통해 유한한 시간을 진정 요긴하게 쓰기로 했다.
귀농을 먼저 제안한 건 아내 신동복 씨였다. 회사 퇴직 이후의 삶을 고려한 남편은 군소리 없이 찬동했다. 이 부부는 30년 이상 결혼 생활을 해오며 지쳐 나동그라지는 아우성 한 번 내지른 일 없이 좋은 금슬을 유지했다고 한다. 외출할 때면 늘 손잡고 돌아다니는 버릇을 고수해왔다는 게 아닌가. 미리 말하자면 이 닭살 부부는 슬로 슬로 퀵퀵, 스텝 한 번 꼬이는 법 없는 춤으로 시골이라는 무도장을 능란하게 누볐다. 돈독한 부부애가 귀농 생활의 이상적인 행보를 가능케 한 힘이었던 것 같다.
귀농을 위해 부부는 사전에 현실성 있는 의견을 자주 나누었다. 예상되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미리 충분히 숙고했다. 어디로 갈까, 시골에서 어떻게 살아야 재미를 볼까, 작목은 뭐로 할까, 자주 들었던 시골 텃세엔 어떻게 대처할까, 이모저모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나누었던 모양이다. 구미에 맞는 귀농지를 찾아내기 위해 자그마치 5년간 전국의 땅을 보러 돌아다녔다고 하니 신중에 신중을 기한 셈이다. 그리고 마침내 전북 고창군 상하면을 귀농지이자 인생의 종착지로 선택했다. 이 지역의 무엇에 필이 꽂혔을까. 아내 신동복 씨의 얘긴 이렇다.
“산과 들, 바다가 있는 게 고창이다. 해산물을 비롯해 갖가지 먹거리가 풍부하게 나오는 곳이라는 게 우선 좋았다. 게다가 복분자, 고구마, 수박 등 특산물이 많은 점에서 알 수 있듯 농업이 발달한 지역이다. 귀농에 유리한 지역이라 본 거다.”
군청 소재지와 가깝고, 야트막한 산자락 곁이라 아늑하고, 썩 좋은 자리를 잡은 것 같다. 어떤 경로로 터를 구입했나? 자칫 바가지 쓰기 쉬운 게 시골 땅인데.
“정말 유념할 게 시골 토지의 구입 요령이다. 부동산 업소에 나온 가격과 일반적인 실질가격, 그리고 마을 내부의 가격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 알고 있었던 우리는 일단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해 매물을 소개받았으나 흥정은 땅 주인을 만나 직접 했다. 덕분에 좋은 가격에 인수했지.”
터의 넓이는 6500평. 평당 가격은 약 3만 원. 너른 땅을 매력적인 가격에 산 셈이다.
“남편의 은퇴에 대비해 사실 많은 궁리를 했다. 식당을 할까, 원룸 임대업을 할까, 이런저런 모색을 하다 귀농을 결심했지. 시골 생활이 부부의 적성에 맞고, 좋은 삶에 가장 가까운 거라 생각해서였다. 시골 땅은 사두면 오르면 올랐지 내려가진 않는다는 주변의 얘기도 참고했다.”
농장의 모습이 훤칠하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청결한 경관이 인상적이다.
“다들 감탄하더라.(웃음) 굉장히 깨끗하고 좋다는 거다. 애초 이곳은 황무지 비슷한 곳이었다. 버려둔 다랑이 논밭으로 잡풀과 넝쿨이 뒤엉켜 보잘것없었거든.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던 땅이었다 하더라. 그런데 우리 부부 눈엔 좋아 보였다. 적당한 경사각도 오히려 마음에 들었지. 정원 같은 농장을 만들기에 적격이라 본 거다.”
정원 같은 농장? 그게 뭔가?
“다들 알겠지만 농업이란 어렵기 그지없는 직업이다. 농사에 전적으로 생계를 걸고 시골에 내려오는 건 무모한 도전일 수 있는 거다. 우리는 과욕 없이 적정 규모의 농사를 짓고, 도시에서 모아둔 약간의 노후자금과 연금을 아껴 쓰며 소박한 생활을 즐기는 귀농 생활을 하기로 작정했던 거지. 가급적 많은 나무와 화초를 가꿔 부부가 꿈꾸었던 정원을 만들고, 농사는 가장 똘똘한 작목을 선정해 크지 않은 규모의 소득을 올리는 선에서 만족하자는 거! 이게 밑그림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별 차질 없이 계획대로 추진해왔다.”
유실수만 심은 이유
실현 가능한 노후의 이상향을 설정한 뒤 귀농했다는 얘기다. 차근차근 돌탑을 쌓아올리듯, 과속 없는 인내와 여유로운 마음으로 바닥부터 충실하게 다져나갔다. 터를 구입한 뒤 처음 한 일은 집 장만이었다. 원래 있었던 허름한 고가를 고쳐 아담하고 반듯한 거처를 마련했다. 그게 4년 전의 일. 그리고 일단 아내 먼저 그 집에 입주해 귀농 생활에 시동을 걸었다. 남편은 직장이 있는 청주시에 머물며 주말마다 내려와 일을 거들었다. 다시 말해 아내 신동복 씨가 귀농 항해의 선장 역할을 도맡은 셈이다. 파랑이 잦았을 게다. 여자 혼자 후미진 시골 산자락에 살며 너른 농토를 꾸려나간다는 거. 거의 천하장사에 맞먹을 힘과 깡이 아니고선 당해내기 어려운 일이지 않겠는가.
“내가 보기보다 깐깐하고 야무진 여자다.(웃음) 비 오는 밤엔 긴장이 좀 됐지만 마당에 개를 키워 경비병으로 삼았다. 그런데 혼자서도 하루하루가 좋았다. 나무나 화초를 심고 가꾸는 거, 그게 너무도 즐거웠다. 밤에 잠자리에 들면서도 밖에 나가 일할 수 있는 아침이 빨리 오기를 기다리게 되더라고. 한해 두해 서서히 모양새가 잡혀가는 걸 지켜보며 느끼는 보람도 컸다.”
나무는 주로 어떤 수종을 심었지?
“20여 종의 나무를 심었다. 집을 짓고 입주하기 전, 즉 땅을 구입한 직후부터 틈틈이 드나들며 지속적으로 묘목을 사다 열심히 심었다. 수종은 면밀히 고려해 선정했다. 모든 나무가 다 유실수다.”
유실수만 심은 이유는?
“약을 치지 않은 신선 과일을 생산해 식구들에게 먹이고 싶었다. 그러고도 남는 과일은 이웃과 나누기로 했다. 유실수가 소소하나마 수익을 가져다줄 거라는 계산도 있었다. 남편의 은퇴 이후엔 퇴직금과 국민연금에 의지해 살아야 하는데, 가급적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자급자족을 하는 게 옳다고 봤다. 또 우리가 먹고 남은 과일은 시장에 내다 팔면 될 거라는 생각으로 미리미리 유실수를 심어둔 거다.”
그녀의 농장 들머리엔 살구나무와 대추나무가 가로수처럼 즐비하다. 어느덧 성목으로 자라 가을이면 탐스런 열매가 달린단다. 체리나무, 포도, 앵두나무, 사과나무 등 갖가지 유실수들도 곳곳에서 잘 자라고 있다. 꽃은 또 어떻고? 장미며 철쭉, 해당화 등이 5월의 햇살을 받으며 기름진 잎으로 빛을 발한다. 비닐하우스 하나에는 다육식물이 빼곡하다. 식물을 애호하는 도저한 습벽을 알 만하다.
시골의 불문율을 존중하기
그렇다면 농사는? 꽃나무에만 취해 살기로 한 귀농이 아니었으니 농사에는 더 많은 땀을 쏟았다. 그녀는 첫 작물로 아로니아를 재배했다. 그러나 점점 가속되는 가격 하락 추세를 주시한 군청의 권고로 한 해 농사를 끝으로 접어야 했다. 이어 복분자로 전환했으나 2년 차에 동해를 입어 이 역시 가차 없이 뽑아냈다. 그래도 두 작물에서 용케 약간의 흑자를 냈다 하니 초심자의 농사치고는 놀라운 실적을 거둔 셈이었다. 이즈음 남편이 마침내 퇴직을 하고 시골살이에 합류했다. 부부는 이제 한결 안정적인 작목을 선택하기 위해 여기저기 쫓아다니며 자문을 구했다.
“고창군은 귀농의 적지로 손색없다. 이를테면 복분자 농사를 하겠다고 하면 군에서 전문가를 보내 상세한 지도를 해주는 식으로 지원해주더라. 우리는 고창군귀농귀촌협의회를 통해 유능한 멘토를 만났다. 블루베리 농사로 농장을 성장시킨 분인데, 우리에게도 블루베리를 권했다. 블루베리에 환한 그의 상세한 가르침을 받고 바로 따르기로 했다. 승산이 높다고 판단했지. 올봄에 비닐하우스를 짓고 묘목을 식재했다.”
블루베리 역시 가격이 하락하는 추세이지 않나?
“가격 추이와 무관하게 흑자를 낼 수 있는 규모와 시설을 구축했다. 비닐하우스 6동에 면적은 850평인데, 이 정도면 부부 둘이서 능히 감당할 수 있는 이상적인 규모다. 생산 비용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는 얘기지. 게다가 완전 자동으로 돌아가는 스마트 팜 시스템을 도입한 농장이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가령 가온(加溫)을 해 조기 출하를 할 경우엔 고수익도 가능하다.”
예상하지 못한 악재가 발생해 큰 손실을 보기도 하는 게 농사인데?
“블루베리에 풍부한 경험을 쌓은 멘토의 조력을 받으며 충실하게 농장을 꾸려나가고 있다. 승산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미 생산 물량 전부를 매입하겠다는 유통업자와 계약까지 완료했다.”
고행처럼 뜻밖의 애환이 많아 낙심하기 쉬운 게 귀농 생활이다. 누가 귀농을 하겠다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며 뜯어말리고 싶다는 귀농인도 드물지 않다. 그런데 그녀는 끄떡없다. 지금까지 눈부신 흑자를 기록한 건 없지만 이렇다 할 실패나 대단한 시행착오도 없었으며, 그 순탄한 여정에 비추어 블루베리 농사도 뜻대로 굴러갈 거라는 자신감에 충만해 있다. 물론 그간 허리가 휘어질 노동량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지경으로 막대했다고 한다. 이곳에서 삐끗 추락하면 끝이라는 각오로 ‘악착스럽게’ 일에 매달렸다는 거다. 이처럼 맹렬하고 부지런한 태도는 남편 역시 마찬가지. 공감과 교감으로 훈훈하게 소통하는 부부애 역시 전진의 견인차다. 찰떡궁합으로 갖가지 고초를 넘어선다.
그런데 그녀가 귀농을 해서 가장 잘한 일이라 내세우는 게 하나 있다. 마을 주민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산다는 것이다.
“내가 원래 멋 부려 차려입고 돌아다니길 좋아하는 여자다.(웃음) 이곳에 와서도 처음엔 도시에서처럼 멋 좀 내고 다녔지. 그러자 마을 어르신들이 뭘 여쭤도 대꾸조차 않더라. ‘차림새를 보아하니 마을과 어울리지 않을 사람’이라는 얘기도 들었다. 아차! 나를 싸가지 없는 여자로 보는구나!(웃음) 그런 생각을 하며 옷 취향을 바꾸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에게 진심을 다한 처신으로 좋은 이웃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이건 정말 중요한 대목이다. 귀농을 하면 무조건 원주민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기적이고 무딘 처신으로 결국은 쫓겨나다시피 도시로 돌아가는 케이스가 드물지 않더라. 물론 큰 마을의 경우 삐딱한 사람 하나쯤은 있어 애먼 고생을 하기도 하지만.
“자기 땅의 경계를 확실히 하겠다며 토지 측량부터 하다간 외톨이로 고립되기 십상이다. 시골에 가선 시골의 불문율을 존중해야 하는 거다. 어려울 것 없다. 인사 잘하기, 가끔 식사 대접하기, 이웃 농사일 거들어주기, 농산물 나눠 먹기 정도를 진심으로 하다 보면 가족처럼 금방 가까워지는 게 시골이거든. 나는 현재 마을 부녀회장을 맡고 있다. ‘저 집은 복 많은 집이야, 복 받은 집이야!’ 그런 칭찬도 다반사로 듣는다.”
농사면 농사, 처신이면 처신, 뭐 하나 방심 없이 최선을 다했나 보다. 게다가 노니는 일에도 관심을 기울여 일의 노예로 전락하지 않을 환경을 조성했다. 꽃과 나무를 무수히 가꾸고, 연못을 파 연꽃을 기르며, 못에 넣은 치어들이 살찔 즈음엔 심심파적으로 낚시를 즐긴다. 이쯤이면 낙원이라 해야 하나?
신동복 씨가 주는 귀농 팁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하자. 준비되지 않은 귀농은 반드시 실패한다.
•귀농지를 선정할 때 자연환경, 농업 환경은 물론 마을의 인심이나 풍토도 파악하고 결정하자.
•내 농사를 짓기 전에 남의 농장에서 기술과 경험을 쌓는 수련기를 갖자.
•농사로 큰돈을 벌기는 어렵다. 형편과 실력에 맞는 적정 규모를 미리 책정하라.
•지자체가 운영하는 귀농정책의 내용을 면밀히 따져 귀농지를 결정하자.
•마을 원주민과 좋은 관계를 맺고 유지하라. 이는 가장 중요한 필수 수칙이다.
조상의 얼이 담긴 성곽과 고즈넉한 멋이 흐르는 선운사 등의 문화유적과 수박, 풍천장어, 복분자 등 각양각색의 먹거리가 넘치는 고창. 봄이면 짙푸른 청보리밭이 반기고, 여름에는 샛노란 해바라기가 인사한다. 가을에는 마치 구름이 내려앉은 듯한 하얀 메밀꽃밭이 손짓하고, 겨울이면 눈 덮인 하얀 설원도 유혹한다. 한반도 첫 수도 고창군은 농생명 식품산업을 천년대계로 설정한 도시답게 이름난 특산물이 넘쳐나며, 유입 인구도 많아 귀농귀촌인의 만족도가 특히 높은 곳이다. 새로운 행복을 찾아 떠나려는 예비 귀농귀촌인이 산, 들, 바다, 강, 갯벌이 모두 있는 고창을 선택하는 이유를 찾았다.
걸음걸음마다 문화와 치유가 깃들다
도시 생활에 지친 예비 귀농귀촌인이 정착지를 고를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자연 환경이다. 고창은 청정한 자연환경과 다양한 생태계의 가치를 인정받아 대한민국 최초로 2013년 5월 행정구역 전체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신비로운 원시 해안을 간직한 갯벌을 비롯해 고인돌 박물관, 선운산 도립공원, 운곡람사르습지, 동림저수지 등이 핵심 관광지로 특별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머물고 싶고 다시 찾고 싶은 고창군의 다양한 즐거움
또한 고창에는 구석구석 전통과 문화가 새겨진 명소가 꽤 많다. 산세 좋고 물소리 좋은 선운사 계곡 아래 홀로 핀 한 송이 꽃이 그림 같다. 누군가는 사계절 모두 명소가 되는 고창 선운사로 진입하는 첫 관문인 선운산 도립공원에 발을 들이고서야 고창 여행이 시작됐음을 실감한다고도 말한다. 그만큼 선운사는 고창을 대표하는 명소다. 선운사는 고즈넉한 멋이 어우러진 외적인 아름다움과 함께 역사적으로도 유서가 깊다. 백제 위덕왕 24년인 577년에 창건된 천년고찰이며 대한불교조계종 제24교구 본산이고, 조선 후기에 번창할 무렵에는 89개의 암자와 189개에 이르는 요사가 산중 곳곳에서 장엄한 불국토를 이뤘다. 그림자 짙은 숲길을 지나 경내로 들어서면 사찰에서는 흔하지 않은 강당 건물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봄을 알리는 3~4월의 동백꽃과, 9~12월 초 꽃무릇과 단풍으로 이어지는 가을 풍경도 빼놓을 수 없다. 또 천연기념물 제184호로 지정된 약 5000평의 동백나무숲과 높이가 15m나 되는 천연기념물 제367호인 삼인리 송악도 있다.
선운사에서 역사와 자연의 진수를 경험했다면 발걸음을 옮겨 성곽길에 흠뻑 빠져보는 것도 좋다. 고창의 중심에 다다르면 길게 뻗은 성곽과 웅장한 문이 시선을 사로잡는데, 바로 고창읍성이다. 고창읍성은 조선 단종 1년인 1453년에 왜침을 막기 위해 전라도민들이 자연석을 거칠게 다듬어서 축성했는데, 원형이 잘 보존된 성곽으로 평가받는다. 현지인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에게 모양성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전라남도 장성군에 있는 입암산성과 함께 호남 내륙을 방어하는 전초기지로 활약했다. 30~40분 동안 고창의 전경과 숲을 보며 느긋이 성곽을 걸어 보면 고창읍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고창을 채색하는 또 하나의 색다른 문화지로 학원관광농장을 들 수 있다. 학원농장은 청보리밭축제로 유명한 관광 농장이며, 봄이 되면 청보리밭과 함께 광활한 유채꽃밭이 장관을 이룬다. 서울 여의도의 4.5배에 달하는 면적이 노란 유채꽃으로 뒤덮인 땅은 고창의 새로운 봄 풍경으로 각광받는 중이다. 또한 여름에는 수천 수만 그루의 샛노란 해바라기가 인사하며 가을에는 메밀꽃이 이어지는 등 봄, 여름, 가을에 걸쳐 꽃의 축제가 계속된다.
3만 평에 달하는 대지에 만들어진 농촌 체험형 테마공원인 상하농원으로 들어서면 우선 유럽풍 건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내부에는 햄 공방, 과일 공방, 빵 공방, 발효 공방 등이 있어 다양한 가공품을 만드는 모습을 눈으로 볼 수 있고, 농원상회에서는 각각의 공방에서 솜씨 좋은 농부들이 만들어낸 먹거리들을 구입할 수 있다. 가볍게 공방과 상회를 구경한 후 유기농 목장으로 향하면 젖소들이 풀을 뜯고 있고, 옆에는 양떼 목장이 있어 귀여운 양들을 구경할 수 있는 등 이국적인 광경들을 볼 수 있다.
고창군에서 만나는 다채로운 특산품 먹거리
고창 하면 볼거리와 함께 먹거리로도 유명하다. 가장 유명한 먹거리는 복분자와 풍천장어다. 단맛과 신맛을 함께 지닌 복분자는 뛰어난 효능으로도 유명한데 간을 보호하고, 눈을 밝게 하며, 기운을 도와 몸을 가뿐하게 만든다고 한다. 특히 복분자로 만든 담금주는 기름진 장어와 궁합이 좋아 고창 내 어느 장어 식당을 가더라도 판매하니 풍천장어 구이와의 절묘한 맛의 조화를 느껴보자.
선운산 일대에 서식하는 풍천장어는 고창의 으뜸 식재료로 유명하다. 풍천은 선운사 어귀 바닷물과 민물이 합쳐지는 인천강 지역을 뜻한다. 실뱀장어는 민물에 올라와 7~9년 이상 성장하다 산란을 위해 태평양 깊은 곳으로 회유하기 전 바닷물과 민물이 합쳐지는 지역에 머무는데, 이때 잡힌 장어를 풍천장어라고 한다. 하루 두 번 바닷물이 들이칠 때 장어가 바람과 함께 바닷물을 몰고 온다고 해서 풍천이라 부르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고창의 풍천장어는 유달리 고소한 맛이 강하며 육질이 탱탱해 씹는 맛도 좋다.
고창 먹거리의 강점은 무엇보다도 고품질 다품종이라는 것이다. 고창군은 최고의 자연 생태 환경을 자랑하듯 복분자, 수박, 멜론, 고추, 땅콩, 고구마, 아로니아, 블루베리, 풍천장어, 바지락, 천일염 등 전국 최고의 브랜드 가치를 가진 농특산물이 풍부한 곳이다. 기업에서도 그러한 고창 먹거리의 강점과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있다. 예를 들어 하이트진로는 고창군의 흑보리를 이용해 인공 첨가제가 없는 기능성 건강음료 ‘블랙보리’를 출시했다.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인 고창 식품 산업 성공 신화의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에는 복분자 발사믹 ‘식초’도 핫하다. 2019년에는 국내 최초로 ‘식초문화도시’ 선포식을 했는데,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면역력 열풍을 타고 복분자 발사믹 생산 업체가 4배 이상 매출 증대를 기록했을 정도다.
귀농귀촌 1번지, 고창군의 귀농귀촌 정책들
살아보니 더 좋아진다는 입소문이 도는 고창군은 대한민국 귀농귀촌 1번지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귀농귀촌인이 다른 지역보다 고창군을 더 많이 찾는 요인으로는 지자체의 적극적인 귀농귀촌인 유치 노력이 꼽힌다. 고창군은 2007년 전북 최초로 귀농인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귀농귀촌 전담 부서를 설치했다. 또 귀농귀촌인 모임과 협의 체제를 구축해 귀농귀촌인의 눈높이에 맞는 차별화된 귀농귀촌 정책을 펼치고 있다.
고창군 대산면으로 내려온 지 4년째라는 한 60대 귀농인은 “주변의 많은 귀농귀촌 선배들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으면서 고창은 외지인이 텃새 걱정 없이 뿌리 내리기 좋은 곳”이라며 “온천과 실버타운이 있어 적당히 바쁘게 살면서 농촌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혜택을 즐기며 노후를 꿈꿔보는 것도 괜찮다”고 말하기도 했다.
2021년 고창군 귀농귀촌 관련 총사업비는 7억5100만 원으로 4개 분야, 20개 사업을 추진한다. 4개 분야는 귀농귀촌 유치와 활성화, 정착, 귀농창업 활성화다. ▲귀농귀촌 유치 사업비는 2억1000만 원으로 귀농귀촌의 최적지로서 고창을 홍보하기 위한 박람회 참가와 농촌 체험을 위한 홈스테이, 고창에서 한 달 살아보기, 초보 귀농인 서포트 지원 사업 등을 추진한다. ▲귀농귀촌 활성화 사업비는 1억7600만 원으로 마을환영회, 재능기부, 실용교육, 동아리 지원, 귀농체험학교 등으로 꾸려진다. ▲귀농귀촌 정착 지원 사업비는 3억3250만 원으로 영농 정착금과 농가주택 수리비, 소규모 귀농귀촌 기반 조성을 지원한다. ▲귀농창업 활성화 사업비는 3250만 원으로 컨설팅과 창업 실행비로 구성되어 있다.
본지에서 기획한 귀농귀촌 우수 지자체 10選의 심사 기준은 귀농귀촌을 선택한 퇴직 예정자들이 △지원정책 내용 △자연과 문화환경 △ 귀농귀촌 멘토 조언 △토양 특산물 현황 등을 고려해 선정했다.
전북 익산시에는 은퇴자를 위한 놀이터, ‘청춘놀이터 목공방’이 있다.
청춘놀이터 목공방은 은퇴자 혹은 은퇴 예정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공동 작업장이다. 이곳에서 책상, 의자, 장난감 교구 등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제작하고 수리할 수 있다. 개인이 마련하기 어려운 각종 목공, 용접 작업 장비를 갖추고 있다.
은퇴자들의 생산적 여가문화를 도와, 삶의 보람, 취미, 일거리를 찾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제작한 물건은 전시, 판매해 수익 창출도 한다.
청춘놀이터 목공방은 55세 이상 익산시 거주자는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수준에 맞는 교육과 실습도 제공한다. 취미 과정, 전문가 과정으로 나뉘어 교육이 진행되며, 수료 후 목공방을 이용할 수 있다.
한 이용자는 “청춘놀이터 목공방에 오기 전에는 무료한 삶을 살다, 목공방을 이용한 뒤부터 활발하고 규칙적인 삶을 살게 되었다”며, “내 손으로 직접 목공 제품을 만드는 재미가 쏠쏠하다. 동물 모양 장난감을 만들어 손자 손녀에게 가져다주었는데 즐겁게 잘 갖고 놀아 뿌듯했다.”고 이용 소감을 밝혔다.
청춘놀이터 목공방은 전북도에서 조성한 ‘은퇴자 작업공간’ 중 하나다. 남원의 ‘목금토 공방’도 운영 중이다. 전북도는 전주시와 고창군에도 조성을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 사업 대상지 1개소를 추가로 선정할 계획이다.
전북도의 은퇴자 작업공간은 뉴질랜드의 ‘남자의 헛간’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남자의 헛간은 남성 은퇴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으로, 목공, 금속, 전기 관련 일을 할 수 있는 작업장이다. 대형 기계, 장비가 마련돼 있다.
소정의 이용료를 내면 누구나 원하는 물건을 만들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지역사회에서 장비 제작, 보수 공사 등이 필요할 때 이용자들을 연결시켜 주기도 한다. 은퇴한 이들에게 소일거리를 마련하고, 취미 생활을 즐기고, 사회생활을 이어가도록 돕는다.
전북도는 남자의 헛간을 국내 실정에 맞게 변형, 도입하여 전국 최초로 은퇴자 작업공간을 조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