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전형이라는 큰 산을 넘었다면 이제 남은 것은 면접이다. 면접은 시간이 정해져 있는 만큼 단 몇 마디로 자신의 강점을 말할 수 있어야 하며, 돌발 질문에 능숙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순발력이 필요하다. 트렌드에 발맞춰 ‘줌’(ZOOM) 등을 활용한 비대면 면접 방식도 알아둬야 한다. 재취업의 길로 향하는 최종 관문, 면접관의 시선을 끄는 면접 노하우를 소개한다.
도움 중장년 재취업 전문기업 상상우리
낯선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소개하는 것은 나이와 관계없이 두근거리고 긴장되는 일이다. 말 몇 마디로 합격·불합격 여부가 결정되는 면접장이라면 더욱 그렇다.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너.’ 어느 대중가요의 노래 가사처럼 면접관 앞에서는 머릿속이 백지장으로 변하고, 동공이 흔들리며, 잘만 나오던 목소리는 사시나무처럼 떨린다.
하지만 고생 끝에 면접장에 들어선 이상 허무하게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중장년 일자리 시장은 모집 경력이 10년 이상만 넘어가도 30대 후반~40대 초반 지원자들까지 몰리기 때문에 면접보다 서류전형이 더욱 치열하다. 그 말은 서류만 통과해도 합격률이 크게 높아진다는 뜻이다. 특히 중장년은 면접관과의 직접적인 소통으로 나이에 따른 편견을 해소하고, 지혜가 돋보이는 발언으로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먼저 기업의 입장에서 지원자에게 궁금한 것이 무엇일지 생각해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질문의 숨겨진 의도를 파악하기만 하면 횡설수설하지 않고 면접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재취업 전문가가 알려준 면접 팁을 알아두었다가 실전에서 멋지게 활용해보자.
[1] 1분 자기소개는 두괄식으로 명료하게
모든 지원자가 피하고 싶은 질문이 있다면 단연 1분 자기소개다. 1분 자기소개는 주어진 시간 안에 자신의 강점을 압축해서 보여줘야 하는 초고난도 미션이다. 첫 질문이라는 점에서 부담감도 크다. 하지만 다른 질문과 달리 미리 완벽하게 준비할 수 있다. 또한 흥미를 유발할 경우 추가 질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꼼꼼하게 연습하면 꽤 유리한 무기가 된다.
일부 중장년은 ‘자기소개’라는 단어 때문에 말 그대로 인생관이나 취미, 생활 방식 등을 소개하는 질문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1분 자기소개는 지원자가 회사에 적합한 인재인지 여부를 빠르게 파악하기 위한 질문이므로 직무에서 벗어난 이야기는 지양해야 한다. 대신 자신이 지원한 직무에 적합한 이유를 한 줄로 정리하고, 두괄식으로 이야기를 이끄는 것이 좋다.
▶ 기출 질문 자신을 1분 동안 소개해보세요.
▶ 합격 노트 실제 재취업 성공 사례 (공공시장 영업 관리직)
저는 누군가를 제 편으로 만드는 남다른 재주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공공시장 영업에 특화된 사람입니다. 최근 2년간 공공시장 영업 관리와 마케팅으로 연 ○○억의 매출을 올린 경험이 있습니다. 저도 중장년이기 때문에 매년 늘고 있는 노령 인구와 장애인 이동권 확보에 관심이 많은데요. 보장구 충전기 분야는 아직 지자체와 공공기관에서 법제화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자체 및 관련 공공기관 등을 대상으로 영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년간의 공공시장 영업 경험을 보장구 분야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자부합니다.
▶ 한 줄 정리 강점, 지원 동기, 직무 경험(1~2가지), 입사 후 포부를 매끄럽게 연관 짓는 것이 핵심!
[2] 개방적인 태도로 유연성 어필하기
직무 역량이나 경험 못지않게 중장년에게는 ‘소통 능력’에 대한 질문이 단골로 등장한다. 업무 도중 나이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의견 차를 우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같은 질문에 당황하지 않으려면 관계 개선에 관한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생각해두는 것이 좋다. 이는 실제 조직 생활에 적응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예컨대 혼자 결론짓지 않고 다 같이 문제를 살펴보며 장단점을 분석하는 수평적인 의사결정에 익숙해져야 하고, ‘내가 옛날에 해봐서 안다’는 뉘앙스로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보다 다양한 시각을 포용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적절한 답변으로 유연성을 어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위 말해 ‘꼰대’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서는 면접 태도 또한 신경 써야 한다. 자세와 표정 등 비언어적 표현은 언어적 표현만큼 인상에 영향을 미친다. 질문을 끝까지 듣지 않고 면접관의 말을 가로채며 답변을 하거나 팔짱을 끼고 상체를 뒤로 젖혀 앉는 등 ‘언행불일치’의 태도를 보인다면 답변에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면접도 기업과 개인 간 소통의 일부라는 점을 기억하며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
▶ 기출 질문 젊은 동료와의 갈등을 해소하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습니까?
▶ 합격 노트 실제 재취업 성공 사례 (서울50+ 인턴십)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자기 말만 한다는 편견이 있습니다. 저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제 이야기를 늘어놓기보다는 청년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맞장구를 치며 대화에 활기를 더하려 노력합니다. 다만 친밀감을 표현할 목적으로 사적인 부분을 언급하는 것은 지양하는 편입니다. 또 상대방이 했던 말을 요약해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제스처를 보내는 것도 저만의 노하우입니다.
[3] 회사의 지향점을 개인의 목표와 연관 짓기
면접이 끝날 무렵에는 입사 후 목표나 계획, 포부 등을 묻는 경우가 많다. 이는 회사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지원자의 목표와 일치하는지, 혹은 구체적인 업무 추진 계획이 있는지 확인하는 질문이다. 즉 ‘조직에서’ 이루고 싶은 포부를 의미한다. 따라서 장대한 노후 계획이 있더라도 개인적인 목표보다는 지원 직무와 연관 지어 대답하는 것이 좋다. 특히 직무 관련 최신 동향이나 트렌드를 언급하며 향후 회사가 나아갈 방향을 분석하고, 그 안에서 자신이 해낼 역할을 구체적으로 짚는다면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직무 관련 자기계발 계획을 언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지속적인 발전을 원하는 기업은 주어진 일만 하려는 사람보다 성장을 도모하는 사람과 일하길 희망한다. 자신의 능력을 갈고닦아 회사의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 기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용을 고려하게 된다. 관리직을 지원하는 경우 기업의 비전을 역으로 질문해도 좋다. 마지막으로 질문을 받는 시간에 기업의 5년 후 비전을 물어보는 것이다. 중장년의 관록과 경험으로 회사를 성장시키고자 하는 기업은 지원자의 진취적인 태도를 긍정적으로 여길 수 있다.
▶ 기출 질문 입사 후 (조직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나 계획이 있습니까?
▶ 합격 노트
· 모아둔 돈으로 전원주택을 지어 아내와 함께 살고 싶습니다. (X)
· 최근 ‘라이브 커머스’ 등 비대면 유통 채널이 코로나19 시대에 새로운 돌파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30년 경력을 보유한 유통 전문가로서 해당 채널의 판로를 뚫고 실질적인 매출 상승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O)
· 그동안 마케팅을 진행했던 사례를 책으로 만들어 젊은 마케터들에게 지식을 전파하고 싶습니다. (O)
◇ 코로나19 시대, 비대면 면접 TIP
장비 점검 후 접속 환경 확인하기 ▶ 화상회의 시스템에 참여하려면 노트북, 태블릿PC, 스마트폰, 데스크톱 중 하나가 필요하다. 이 중 노트북이 제일 이상적이다. 노트북은 대부분 화상캠과 마이크가 기본적으로 탑재돼 있는 반면, 데스크톱은 별도의 설치가 필요하다. 스마트폰으로도 접속이 가능하지만, 연결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어 가급적 지양하는 것이 좋다. 준비가 끝났다면 끊김을 방지하기 위해 와이파이가 안정적인 환경에서 접속한다.
배경은 깔끔하게, 조명은 밝게 ▶ 비대면 면접은 주변 배경도 인상에 큰 영향을 준다. 단정하게 차려 입어도 주변이 산만하면 효과가 없다. 가급적 흰 벽 등 깔끔한 배경 앞에서 면접을 보는 것이 좋다. 스터디룸이나 세미나룸을 빌려도 된다. 주변을 미처 정리하지 못했어도 가상 배경은 넣지 않는다. 진지해 보이지 못할뿐더러 인물이 왜곡되어 나타날 수 있다. 집 안이 어두울 경우 LED 스탠드나 화상회의용 조명을 활용해 주변을 환하게 밝히는 것도 좋다.
카메라 렌즈 보고 말하기 ▶ 간혹 화면 속 면접관의 얼굴을 보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노트북은 화면 위에 카메라가 달려 있어 화면을 보고 말할 경우 시선이 아래로 향하고, 내려다보는 느낌을 줄 수 있다. 노트북에 받침을 대서 높이를 올리고 렌즈를 응시하며 말해야 한다. 또 노트북과 50cm 내외의 거리를 유지해 화면에 상반신 3분의 2 정도가 드러나게 하는 것이 안정적이다.
이어폰으로 음질 보완하기 ▶ 음질은 비대면 면접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실제로 면접 중에는 목소리가 울리거나 끊기는 등 음질로 인한 다양한 애로 사항이 생긴다. 청력이 좋지 않아 몸을 앞으로 기울인 채 듣고 대답하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소음이 없는 공간을 찾고, 노트북 내장 마이크 대신 무·유선 이어폰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이어폰 착용 후 사전 테스트는 필수!
음소거 기능 활용하기 ▶ 1:1 면접이 아닌 그룹 면접의 경우 대면 면접과 마찬가지로 다른 지원자의 답변에 경청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하지만 비대면 면접은 그 특성상 주변의 잡음이 섞일 수 있어 면접관이나 다른 지원자가 말할 때 ‘음소거’ 기능을 눌러놓는 것이 좋다. 단, 자신의 차례가 오면 해제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성공적인 재취업을 위한 마음가짐
모든 도전이 언제나 달콤한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최선을 다해도 탈락의 고배를 마실 수 있고, 좀처럼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중장년 일자리 공급 과잉 현상은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와 맞물린 사회적 과제이므로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 그 전에 일자리 시장에 뛰어들려는 이유와 목적을 진단하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정확하게 분석해야 한다. 가령 생계를 위한 소득이 필요한지, 사회 활동을 통해 보람을 느끼고자 하는지, 혹은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지역사회에 환원하길 원하는지 분명히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혼자 판단하기 어렵다면 공공기관에서 시행하는 진로 적성검사 등을 받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다음 이에 걸맞은 자기계발을 꾸준히 하다 보면 기회는 자연스레 다가오고, 인생 후반전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PLUS+] 다시 출발점에 서 있는 중장년을 위한 TO-DO LIST
· 희망 기업 목록 작성 후 관련 정보 업데이트하기
· 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에서 경력 상담 및 자가진단 하기
· 국민내일배움카드 등 정부 지원 서비스로 취업 연계 자격증 준비하기
· 서울시50플러스재단 등 또래 집단 커뮤니티 활동으로 인맥 넓히기
· 희망 직무 및 관심 분야 관련 자원봉사 프로그램 참여하기
원영섭 변호사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나와 중앙대학교에서 건설경영학과 석사와 건축시공 및 건설관리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군 시절에는 카투사로 복무하다가 자원해 미 2사단 공중강습부대에 배치되었고, 제대 후에는 ‘공대생’으로 사법시험에 합격해 건설 부동산 분야의 법적 분쟁 해결을 위한 법률사무소를 운영했다. 그러던 중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정치계에도 뛰어든 그에게 변호사 이후에 꿈꾸는 제2의 인생은 무엇일지 들어봤다.
집주인은 소비자가 아닌 사업자
그렇다면 건축 전문 변호사의 입장에서 봤을 때, 시니어들은 스스로 만드는 집을 어떤 의미로 봐야 하는 걸까?
“집짓기를 스스로 하겠다는 분들은 자신이 ‘소비자’가 아닌 ‘사업자’임을 깊이 인식해야 합니다. 스스로 땅을 사서 집을 짓는 건축 행위는 분양을 받거나 매수하는 것에 비해 이익률이 훨씬 높습니다. 이익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리스크가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상당한 자본을 고위험 사업에 투자한 것입니다. 고위험 사업에서 ‘무엇을 몰랐다’는 것은 전혀 변명이 안 됩니다. 소비자는 약자지만 사업자는 강자입니다. 법원 소송과정에서도 땅과 자본을 가진 건축주는 시공업자보다 훨씬 사회적으로 가진 자로 간주됩니다. 자신이 스스로 사업을 행할 준비를 철저히 하셔야 합니다.”
사업자로서 자신에 대한 자각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원변호사의 충고는 스스로 만드는 집에 대해 엄격해야 한다는 관점이 담겨 있었다. 그렇다면 본격적인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한국에서 시니어들을 위한 주택의 방향성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나이 들면 공기 맑은 한적한 곳에 전원주택을 짓고 농사나 지으며 편하게 살겠다는 분이 많지만 생각처럼 쉬운 게 아니다”라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고령자를 위한 가장 좋은 주택은?
“어르신들은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병원과 가까워야 하고, 자식들과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기에 도심에 있어야 합니다. 각종 편의시설을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분들도 고령자입니다. 결국 고령자를 위해 가장 좋은 주택 유형은 아이러니하게도 주상복합 아파트입니다. 신축 아파트를 많이 공급하고, 오래된 아파트를 쉽게 재건축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최고의 고령자 주택 정책입니다.”
아파트 공급량을 늘리고 쉽게 재건축하게 법을 바꿔야 한다는 원 변호사의 설명을 듣다 보니 재개발과 재건축 정비 사업에서 유독 많은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는 게 떠올랐다. 이 분야에서 전문가인 그가 봤을 때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소송과 최근 추이는 어떤 양상일까?
“재개발 및 재건축 정비 사업은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조합이라는 단체를 구성해서 의사를 통일해가는 과정입니다. 그러기에 조합장 선임 등 여러 안건에 대한 총회의 결의가 가장 중요한데, 이 과정에서 총회 결의의 효력을 다투는 소송이 일어나게 됩니다. 특히 정족수와 통지, 동의 방식 등이 문제가 됩니다. 판례의 방향은 과거에 비해 결의의 절차적인 부분을 점점 엄격하게 보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IMF 시절부터 정치를 꿈꾸다
원 변호사의 이력에는 변호사로서뿐만 아니라 정치인으로서의 경력들도 있다. 그는 꾸준한 총선 도전 기록을 갖고 있으며 지난 총선에서는 자유한국당의 비례정당 TF팀장으로서 자매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만들기도 했다. 그가 처음 정치에 눈을 뜬 것은 IMF 시절이었다.
“대학교 2학년 때 IMF를 겪고 나라의 의사를 결정하는 정책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치는 법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사법시험을 본 것도 비록 건축학도지만 법을 알아야 정치를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도전한 것입니다. 단순히 정치 낭인이 아니라 확실히 자기 분야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된 후 정치를 시작하고자 했습니다. 전쟁터나 다름없는 서초동 변호사 시장에서 제가 일해온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정리한 전문 서적을 여러 권 내고 10년 이상 활동하면서 어느 정도 전문성을 확보했습니다. 앞으로 건설 부동산 정책 및 입법 분야에서 제 능력을 발휘해보고자 합니다.”
인생 2막을 정치인으로 열겠다는 그의 포부는 계속되고 있는 중이다. 현재 그는 국민의힘 중앙당 윤리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된 상태다. 그의 입장에선 고향인 부산에서 치러지는 오는 4월 7일 부산시장 보궐 선거에 대해 할 말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전임 부산시장의 불미스러운 일로 갑자기 치르게 된 보궐선거입니다. 여당은 자기들의 당헌 당규에 따라 보궐선거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합니다. 야당은 1년 정도 짧은 기간의 임기임을 감안해, 부산 시정에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어 그동안의 업무 공백을 신속히 안정화할 수 있는 후보를 내야 합니다.”
부동산 시장은 2021년에도 불안정할 것
2020년 부동산 시장은 다사다난했다.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이 사실상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이어졌고 결국 이를 보완하기 위해 24번째의 추가 대책을 내놓으면서 응급 대응을 양산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원 변호사에게 올해 부동산 상황은 어떨지 물어봤다.
“여전히 국토교통부 장관 내정자는 공급 확대를 할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경기 침체로 내수는 줄고 산업 투자는 활성화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중의 유동성은 많고, 그 유동성이 빠져나갈 부동산의 공급이 없기에, 부동산 시장이 쉽게 안정화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그는 또한 최근 정국의 화제인 검찰 개혁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 개혁의 본질은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검찰입니다. 권력자가 자의적으로 검찰을 조종하여 검찰권을 행사해왔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기에 검찰 개혁의 열망이 있는 것입니다. 윤석열-추미애의 갈등은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검찰이 아닌 권력에 굴종하는 검찰을 만들기 위한 작업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청와대와 법무부 장관의 폭주를 보면 검찰 개혁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자명합니다. 우선 검찰총장의 임기를 보장해야 하고, 검사징계위원회의 자의적인 구성을 막아야 하며, 검찰총장의 인사권도 보장해야 합니다.”
이제 40대 중반. 인생으로 보면 중년이지만 정치인으로선 아직 젊은 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 변호사는 과거와 지금의 자신이 조금은 달라졌다고 본다.
“옛날에는 뭐든지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잘할 수 있는 일과 잘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려고 합니다. 지금 무엇을 잘한다는 것은 단순히 능력과 적성만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경험까지 녹아 있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그 고생과 경험을 인정하기에 반대로 ‘잘함’에 대한 선망이 없어졌고, 제 자신이 무엇에 더 집중해야 하는지 분명해졌습니다.”
그는 자신의 의견을 만들고, 그 의견을 설파할 때 사람들의 지지를 얻는 과정 등 무엇 하나 쉬운 것이 없었다고 말한다. 현실과 이상의 조화는 끊임없이 지혜와 용기를 요구한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낙선과 공천 실패는 말도 못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경험입니다. 인지도를 만들기 위한 쉬운 길의 유혹으로부터도 벗어나야 합니다. 그러나 한 정치인의 뜻이 세상 사람들에게 적용된다는 그 무게감을 인식한다면, 이런 힘든 과정은 당연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는 정치는 수학의 미적분과 같다고 말한다. 그동안 경험하고 배운 모든 것들이 정치를 하기 위해 준비해온 것이라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는 제2의 인생, 정치인으로서의 삶을 생각하면서 상당히 길고 먼 길까지 각오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는 인생 2막의 성공률을 높이려면 자신이 일평생 해온 업무 범위 내에서 가장 새로운 일을 찾아 사회적 가치에 무게중심을 두는 것이 포인트라고 말했다.
“낙숫물이 바위에 구멍을 내듯, 완벽한 이상향이 아니라 과거보다 발전된 미래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부단히 노력하고 냉철한 판단력을 가다듬고자 합니다.”
안녕, 시골아, 드디어 내가 너에게 왔노라! 그에겐 그렇게 흐뭇한 인사말을 읊을 겨를이 없었다. 경기도 화성시에서 사업을 하다 귀농한 김열홍(60) 씨. 그의 귀는 얇은 귀였나? 그는 “농지며 집이며 거저 쓸 수 있으니 몸만 오라”는 지인의 달짝지근한 권유를 받고 설레어 달려 내려간 참이었다. 그러나 막상 가서 보니 상황이 영 달랐단다.
믿었던 사람에게 된통 당한 셈이다. 그러나 열홍 씨는 부아를 가라앉히고 얌전히 눌러앉기로 작정했다. 속인 건 지인이지만 홀린 건 나 자신이지 않은가, 내가 나에게 속은 꼴이지 않은가, 남 탓할 것 없다! 그냥 그렇게 여기고 후루룩 상황을 넘어서기로 했던 모양이다.
약간 요상한 귀농 시발이었다. 진즉부터 시골살이에 뜻을 두었기에 결과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이었다. 이왕 내친김에 한바탕 열심히 뛰어보기로 다짐하자 새삼 흥미가 동했던가보다. 한 방 얻어맞고서야 귀농에 본격적인 발동이 걸렸던 거다. 이렇게 뒤늦게 엄청 진지해진 열홍 씨, 일단 도시에 있는 부동산을 싹 처분해 7억 원쯤의 귀농자금을 만들었다. 그건 그가 믿을 만한 가장 유력한 ‘실탄’이었다.
돈을 일컬어 ‘요물’이라고도 하고 ‘웬수’라고도 하지만, 그는 비장하게도 ‘실탄’이라 부른다. 내가 쥔 자금이 떨어지면 성벽을 넘어 거침없이 돌진해오는 세파의 기총소사에 대응할 길이 없다는 인식에서다. 그래 실없이 실탄을 낭비하지 않고 가급적 효율적이고도 참신한 전투에 임하기로 결심한 병정처럼, 열홍 씨는 최대치의 슬기를 발휘해 자금을 잘 운용하기로 하고 귀농열차를 집어탔던 것이다.
그 결과는? 귀농 10여 년이 흘렀으나 아직은 알 수 없다. 그건 그의 목숨이 다하는 날에 따져볼 사안일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그는 귀농생활에 인생의 모든 것을 쏟기로 결정했으며, 실로 모든 것을 다 쏟아 부었다고 자부하기 전에 도출되는 대차대조표는 잠정적인 결과물에 해당하거나 무의미한 문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생이란 뜨거운 프라이팬에서 3도 화상을 입으며, 또는 자주 뒤집어지며 익어가는 빈대떡과 이웃사촌. 용을 쓰더라도 엎치락뒤치락, 삶이란 굴곡과 파란으로 점철되는 꽤나 허무맹랑한 레이스라는 걸 그도 잘 알지 않겠는가. 일희일비하지 않고 갈 때까지 가보리라! 이게 열홍 씨의 생각인 것 같다. 그렇더라도 지금까지의 추세라는 게 있을 텐데, 한마디로 오랫동안 주로 죽을 쑤었다.
“귀농에 만족하느냐고 내게 묻지 마라. 그 답을 나도 잘 모르겠기 때문이다.(웃음) 때론 만족스럽다가도 때론 힘겨워 불만스럽다. 이곳에 자리 잡은 게 11년 전인데 5~6년 동안은 수익이 아예 나질 않더라고. 해마다 적자였지. 그럼에도 투자를 계속해왔다. 규모를 키우는 게 난관을 돌파할 길이라 판단하고서였다. 그러면서 ‘실탄’을 꽤나 허비했다. 다행스럽게도 4~5년 전부터는 ‘똔똔’이거나 약간의 흑자가 나고 있다.”
그는 처음 한동안 고추농사를 지었다. 그러나 완전한 실패를 보고 2000평 규모의 사과농장을 조성해 공을 쏟기 시작했다. 10여 마리에 불과했던 한우도 70여 마리로 늘려 사육하고 있다. 실로 모처럼 쏠쏠한 흑자를 본 작년의 경우, 사과로 올린 매출액이 5000만 원 정도. 이 가운데 60%쯤이 순수익이란다. 한우 사육에서도 비로소 자금회전이 시작되고 있다.
“뭐 하나 생각대로 되질 않았다”
자칫 적자를 보는 일에 도통하기 십상인 게 농업이다. 그렇다고 꼭 그러라는 법이 있겠나. 매사가 썩 이상하게 돌아갔으나, 그는 굴하지 않고 성난 얼굴로 현실을 돌아보길 거듭했으며, 활로를 찾기 위해 몸과 머리를 아낌없이 써왔던 것 같다. 염소 털처럼 허옇게 쇤 그의 턱수염은 분투의 소산일 게다. 그 결과 서광이 들이쳤나?
“이제 웬만히 자리가 잡혔다고 볼 수 있다. 그간 애환이 많았다. 뭐 하나 생각대로 되는 게 없었다. 천당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하는 나날들이었지. 공연히 거액의 자금만 날리기도 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건 끔찍한 경험이었다. 문제의 핵심은 귀농 준비를 전혀 하지 않고 내려왔다는 데에 있다.”
준비한 건 오직 자금뿐이었나?
“그렇다. 호밋자루 한 번 손에 쥔 경험이 없는 문외한이 겁 없이 농사에 덤벼든 꼴이었다. 뭐든 잘될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거든. 이게 오산이었다. 기술 없이 농사에 뛰어들었으니 노력을 해본들 쉽게 풀릴 일이 아니더라. 뒤늦게 농업교육기관을 찾아다니며 기술을 배웠다. 1년 과정의 한우대학도 수료했다.”
귀농은 왜 했지? 목적이 뚜렷했다면 사전 준비도 부실하지 않았을 거 같아 묻는 얘기다.
“조용한 시골에 나만의 작은 낙원을 만들고 싶었다. 지금 생각하면 꽤나 낭만적인 꿈이었다. 경치 좋은 곳에 원하는 집을 짓고,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고, 농사 노동으로 떳떳한 시간을 보내고, 가끔 하루 이틀쯤 자유로운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뭐 그런 소박한 기대가 있었으나 아직 낙원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다. 사실 인간사에 낙원이 어디 있겠나. 감상적으로 살 일이 아니더라.”
농사로 큰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고?
“돈벌이가 목적이라면 도시를 떠나지 않았겠지. 사업이 괜찮게 돼 가만 있어도 통장에 돈이 늘어나는 상황이었거든. 그런데 인생에는 돈벌이보다 중한 게 있지 않던가? 내 마음이 흘러가는 곳에 살며 내가 원하는 일을 하는 것. 이게 좋은 인생이지 않을까. 난 귀농을 통해 한결 나은 삶이 가능할 거라 믿었다.”
귀농보다 귀촌이 이상적이지 않았을까? 텃밭 농사 정도나 하며 태평한 세월을 즐기는 귀촌 말이다. 당신은 독신이다. 7억 자금이면 놀면서 슬슬 까먹어도 평생을 살 수 있을 게 아닌가.
“아하. 특정한 직업 없이 지내는 무위도식은 내 적성에 맞지 않다. 일과 맞부딪쳐 뭔가 보람을 끌어낼 게 없는 생활에 무슨 활기가 있겠나, 무슨 재미가 있겠나.”
비록 고행과 시행착오의 연속이었지만 농업이 지닌 매력과 흥미를 과소평가할 수 없더라는 얘기로 들린다. 그에겐 피땀 흘려 생산한 사과가 팔리지 않아 숭숭 썰어 소 사료로 주는 식의 환장할 만한 혼선이 잦았다. 그러나 농사는 어디까지나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자유 직종이라는 것, 이상과 자질을 마음껏 실험하고 교정할 수 있는 인생교실이라는 것, 게다가 정년이 없어 무기력한 노년을 살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등등, 열홍 씨는 농사가 지닌 긍정적 속성에 전적인 지지를 보낸다.
“가령 농산물이 안 팔리더라도 남 탓을 할 게 없다. 모든 게 나의 능력, 기술, 전문성의 여부에 따른 결과물이기 때문이지. 그러고 보면 농사란 가장 자립적인 형태의 직업이다.”
그는 ‘모든 게 나의 문제’라는 걸 자주 자신에게 세뇌하며 사는 사람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자기학습의 효과는 커 그를 좀체 실의에 잠기게 하지 않는다. 농사로 맞닥뜨리는 난관이 이를테면 어떤 외부의 흉계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인식으로 한숨과 낙담에서 신속하게 벗어날 수 있는 힘과 깡을 끌어내는 것 같다. 저 잘난 농업정책의 협찬이나 선한 이웃의 과도한 헌신을 기대하는 따위도 그의 본성에 맞지 않아 남세스럽게 여길 따름이다.
진격에 취한 캐터필러
그런데 열홍 씨가 직면한 넘어야 할 산은 농사만은 아니라는 점을 얘기해야겠다. 그의 콩팥은 좀 서러운 콩팥이다. 기능을 상실한 탓에 그는 1주일에 사흘은 신장 투석을 한다. 월, 수, 금, 3일간은 거의 종일 병원에 누워 혈액을 걸러낸다.
“나이 들면 누구나 한두 가지 질병은 다 가지고 산다. 그저 내 복대로, 내 팔자대로 살면 그만이라는 생각이다. 병원에선 의사에게 맘 편히 투석을 맡기고, 집에선 몸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일에 묻혀 산다.”
동네 이웃들은 당신을 ‘인간승리’의 주인공이라 칭찬한다.
“무슨 그런 과한 얘기를.(웃음) 남들은 수백 마리의 소도 기르고, 수만 평 규모의 사과밭을 경영하기도 한다. 난 그 반의반도 못 따라가고 있잖은가. 농사일에도 아직 서툴러 사실 그냥 시간만 때우고 있을 뿐일지도 모르겠다.”
콩팥에 문제가 생긴 건 언제부터?
“40대 초반에 이상이 왔다. 플라스틱을 다루는 공장을 운영한 게 원인이었던 것 같다. 그래 한동안 일을 놓고 쉬었으나 결국은 신장이식을 받게 되었지.”
공기 좋은 시골에 살며 중한 병을 고친 이들도 있다.
“귀농하자마자 어쩔 수 없이 과도한 피로와 스트레스가 겹치는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이식받은 콩팥을 달고 산 지 12년 만에 완전히 망가지더군. 투석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내게 형제 하나가 콩팥을 주겠다고 했으나 사양했다. 나 좋다고 형제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서. 시골에 들어와 병을 고친 사례는 나도 좀 알고 있다. 그러나 내 병은 좋아질 병이 아니거든. 계속 끝까지 투석해야 하고 식이요법도 충실해야 한다.”
그런 건강 상태로 열심히 농사를 한다는 게 어디 쉬운가. ‘강철 인간’이라 불러도 무방하겠군.
“난 어릴 때 지금보다 훨씬 지독한 고난을 겪었다. 먹을 게 없어 사나흘씩 굶기를 자주 했고, 심지어 20일간 물만 마시며 견디기도 했지. 아마 그런 경험들이 나를 꽤나 강하게 만들고 독립적인 근성을 길러준 게 아닐까. 난 지금도 알몸으로 어디에 던져져도 밥을 벌어먹을 수 있는 사람이다.(웃음)”
자신을 완벽하게 통치하는 인간 유형? 열홍 씨는 차돌처럼 야무지다. 불편한 몸 상태에 희한하게도 거의 무심하거나 태연하다. 간혹 표정이 딱딱해지기도 하지만, 그건 오랫동안 혼자 살아온 사람의 버릇일망정 병세에 상심하는 징후로는 보이지 않는다. 피로, 두통, 요통 등 신장투석에 따르는 불편이 자심할 터이지만, “난 그런 거 몰라!” 하는 투로 유유한 게 아닌가.
그는 신장 투석을 시작하며 유능한 일손 하나를 고용했다. 축사며 과수원을 혼자 건사하기엔 역부족이라 동원한 인력이다. 도시에서 내려온 이 일손은 귀농 지망생으로 향후의 귀농을 위한 예행연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난 셈이다. 열홍 씨로선 신통치 않은 재무구조에 월급이 나가 부담이야 되겠지만 한숨 돌릴 수 있었을 게다. 이렇게 그는 동갑내기 직원과 둘이 5년째 동거하며 일을 한다. 오직 끔벅거리는 눈으로 언어를 발하는 소들의 비위를 맞춰주고, 사과나무들이 간혹 청원하는 민원을 접수해 해결해준다. 그 와중에 그가 남몰래 해온 일이 또 하나 있다. 과수 농가들에게 쓸모가 많을 그 뭔가 새로운 도구들의 개발에 열을 내왔던 것인데 2017년, 마침내 ‘가지 유인(誘引) 철 클립’을 발명해 특허를 받았다.
“과수 농사에서 가지 유인 작업은 가장 중요한 과정의 하나다. 가지들을 적절히 늘어뜨리거나 구부려줘야 생산성이 높아지기 때문이지. 그동안 흔히들 콘크리트로 만든 추(錐)나 플라스틱 물병을 가지에 주렁주렁 매달아 유인을 해줬다. 내가 만든 ‘철 클립’은 획기적으로 간소하고 효율적이다. 현재 농가들의 반응이 매우 좋다.”
창의(創意)의 산물이구나.
“도시에서의 오랜 전공이 기계설비였다. 농사를 짓더라도 전공을 살려 만든 장비나 기구를 도입하자는 생각이었지. 내겐 다종다양한 아이디어가 있으며 나름 연구를 해왔다. ‘가지 유인 철 클립’은 개발이 실현된 한 가지일 뿐이다.”
‘철 클립’ 매출액은 어느 정도?
“출시 이후 약 3000만 원의 소득을 올렸다. 이제 막 알려지고 있는 과정이라 차후의 매출 상승을 예감한다. 소비자들과 만나기까지 쉽지는 않았다. 특허를 내고 홍보를 하는 등 그간 1억 정도를 투자했지만 충분히 회수가 가능할 거라 본다.”
당신의 귀농 역시 결국은 안정적인 행복을 누리기 위한 방편이겠지?
“소들의 순한 눈망울, 새벽이슬을 매단 사과나무, 눈부신 아침 햇살, 이런 것들이 주는 짜릿한 전율이 행복의 감정일까. 한 사람의 월급을 주고, 나 먹고살 형편은 되고, 이 역시 행복이겠지. 그러나 행복은 순간에 왔다가 순간에 사라진다는 걸 안다. 과욕 없이 시간을 소중하게 쓰고 싶다. 몸 아픈 사람들에겐 시간이 한결 귀하다. 시간을 선용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난 그쯤의 인간이길 바란다.”
비록 시련이 많지만, 지금 살아가는 방식,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열홍 씨는 별 유감이 없다. 아까운 시간을 선용해 현재보다 더 나아가고자 하는 갈증. 이건 뜨거운 목마름이다. 그렇기에 건강상의 한계나 노동의 과중함마저 그는 곧잘 무시하는 것 같다. 진격에 취한 캐터필러처럼.
김열홍 씨가 주는 Tip
•귀농하기 전에 철저한 준비를 하자. 기술 습득 없이 농업에 나섰다간 십중팔구 실패하기 때문이다. 시골 농가에 일꾼으로 1~2년쯤 취직해 살며 농사를 익힌 뒤 귀농하는 사람이라면 그는 똑똑한 인재다.
•집부터 먼저 잘 지을 거 없다. 자금을 아껴 써야 살아남는다. 근사한 집을 지었더라도 나중에 팔 일이 생겼을 경우엔 낭패를 볼 수 있다. 좀체 팔리지 않는 게 전원주택이니까.
•깊은 산골의 집성촌으로 귀농하면 텃세에 시달릴 수 있다.
•귀농을 하면 일단 베풀며 어수룩하게 처신하라. 술자리, 회의자리 등에 적극 동참해 사교를 하라. 잘만 사귀면 원주민들이 결국엔 귀농인의 조력자가 된다.
전원생활을 하면서 아파트와 같은 편리함을 누릴 수 있는 주거 단지. 심지어 다양한 생활편의시설과 인접해 있고, 서울로의 접근성까지 뛰어난 데다 가격까지 합리적이라면? 이 모든 걸 만족시키는 타운하우스를 직접 살펴보기 위해 경기도 ‘용인 위드포레’를 방문했다.
그동안 부담스러운 금액 때문에 전원생활의 로망을 포기했던 시니어에게는 단연 희소식이 될 것이다. 경기도 용인 위드포레는 총 4만 ㎡ 대지의 4개 단지에 120세대가 주거하는 타운하우스다. 실사용 면적 109~125㎡의 8개 타입 주택이 있으며 분양가는 3억7000만~6억 원 수준이다.
용인 위드포레는 경전철 에버라인이 가까운 거리에 있어 도시로의 접근성이 뛰어나다. 경전철 연장계획으로 신분당선, GTX, 인덕원선, 분당선 등 다양한 노선으로의 환승이 용이해질 전망이라, 앞으로 훨씬 더 편리하고 빠른 교통망을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 자가용 이용 시에는 서울 양재까지 30분 정도 소요된다.
생활편의시설들은 대부분 차량으로 가까운 거리에 있다. 5분 거리에 에버랜드가 있어 손주들이 왔을 때 함께 놀러 갈 수 있다. 10분 거리에는 용인시청과 이마트, CGV 등이 있다. 또 인근에 까치봉 산책길이 있고, 경안천이 흐르는 길을 따라 자전거도로와 운동시설도 마련돼 있다.
이제부터 엄선된 자재와 노하우가 집약된 타운하우스 ‘용인 위드포레’로 들어가 보자.
◇위드포레 견본주택 둘러보니
2~3층 구조인 용인 위드포레에는 집집마다 잔디마당이 있다. 마당이 없는 아파트에서는 바비큐 파티를 열 수 없지만, 이곳에서는 가능하다. 근처에서 텃밭을 가꿀 수도 있다. 은퇴 후 아늑한 자연 속에서 전원생활을 즐기는 모습이 그려진다.
현관에 들어서는 순간 향긋한 나무 냄새가 기자를 맞이했다. 용인 위드포레는 목조주택이다. 이날 동행한 이민우 위드포레 팀장은 “일반 목재보다 강도와 내구성이 높은 굵은 편백나무를 버팀대로 사용했다”며 “외벽에는 항상 공기가 흐르는 환기층을 설치해 쾌적한 주거환경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바닥재는 강마루 대신 강화마루를 사용했다. 새집증후군을 없애기 위해서다. 강마루를 깔려면 본드를 사용해야 하는데, 알레르기가 있는 예민한 사람들은 건강 문제를 겪기도 한다는 것. 때문에 위드포레는 끼워 맞출 수 있는 강화마루를 선택했다. 먼저 기초 바닥 위에 콘크리트 독을 막아주는 비닐을 깔고, 접착제 없이 강화마루를 끼워 맞추는 식이다.
1층에는 거실과 주방, 다용도실, 화장실이 있다. 거실에서는 한쪽 벽면 전체가 커다란 창문으로 돼 있어 바깥 풍광이 그대로 시야에 들어온다. 반대쪽은 주방이 보이는 구조다. 주방에서는 원목으로 만들어진 싱크대가 눈길을 끈다. 시중에서 원목 싱크대를 구입하려면 가격이 상당할 텐데, 위드포레는 자체적으로 만들어 비용을 절감했다. 싱크대뿐만 아니라 수납장도 모두 원목으로 만들었다.
2층은 침실과 서재, 드레스룸, 화장실로 꾸며져 있다. 먼저 침실을 둘러봤다. 방에는 합지로 된 벽지를 사용했다. 보통 실크벽지를 바르는데, 목조주택에선 나무가 숨을 쉴 수 없어 잘 쓰지 않는다고 했다. 2층 화장실은 가족용이라 1층과 달리 욕조가 설치됐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문이 두 개다. 한 곳은 드레스룸과 연결됐고, 다른 문은 서재 쪽을 향해 있다. 화장실로 가는 동선을 최소화한 것이다. 서재는 필요에 따라 다른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3층에는 침실과 홈시어터룸, 화장실이 있다. 침실 구조는 2층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창밖으로 보이는 경치가 한눈에 들어온다. 홈시어터룸은 임의로 꾸민 것이라고 했다. 침실이나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집 안에 작은 영화관이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화장실은 1층과 같은 개인용이다. 1층에서 3층까지 오르는 계단에는 나무로 된 핸드레일이 설치돼 있다. 덕분에 고령자도 힘들지 않게 오르내릴 수 있을 것 같다.
이민우 팀장은 “그동안 도심 속 아파트 생활을 하면서 층간소음이나 협소한 주차공간 때문에 이웃 간 크고 작은 언쟁으로 스트레스를 받아왔다면 용인 위드포레는 이런 문제를 말끔히 해소해준다”고 말했다.
◇위드포레가 목조건물인 까닭
용인 위드포레가 목조주택인 데는 이유가 있다. 일반적으로 목조건물은 불과 바람에 약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곳은 그렇지 않다. 화기에 강한 두꺼운 목재를 사용해 불이 내부로 미치는 것을 막아주고, 강풍으로 지붕이 들뜨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서까래를 쿠라철물로 보강했다.
목조주택은 실내온도도 적절하게 맞춰준다. 습도가 높아지면 수분을 흡수하고 건조하면 수분을 방출하는 기능도 한다. 산림욕에서 얻을 수 있는 피톤치드 효과도 선물한다. 나무가 방출하는 특유 성분인 피톤치드는 심신을 정화하며 체내 면역력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줘 숙면에도 좋다.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안심구조 시스템도 특징이다. 굵은 편백나무 버팀대를 사용해 내진성을 높였고, 중목구조로 건물을 지어 원목 인테리어 효과를 냈다. 중목구조는 두꺼운 원목을 사용하는 만큼 비용이 많이 드는데, 용인 위드포레는 대규모 단지라 대량 발주를 통해 단가를 낮췄다.
용인 위드포레는 도심 속 생활과 확연하게 다른, 전원생활 속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생활을 선물한다. 이와 함께 100년, 200년이 지나도, 그 이상 주택을 존속시킬 수 있는 주거공간을 만드는 게 용인 위드포레가 추구하는 타운하우스의 가치다.
[Mini Interview] 조재원 위드포레 총괄분양본부장
◇중소형 평형대로 조성된 이유는
타운하우스는 원래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에 고급 빌라로 공급됐다. 당시 여유 있는 은퇴자들이 선호하다 보니 대형 평형대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합리적인 가격의 중소형 평형대가 인기를 끌고 있다. 환금성 부분에서도 긍정적이다. 중소형 평형대는 상대적으로 대형 평형대보다 매매가 쉽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단지 내에 관리실을 따로 뒀다는데
직접 마당의 잔디를 깎고, 수도 배관을 고쳐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가장 큰 단점은 보안이다. 하지만 타운하우스가 업그레이드됐다. 관리실을 두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적지 않은 관리비가 문제였지만, 용인 위드포레 같은 대규모 단지는 세대당 내는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다. 이곳 관리비는 한 달에 8만 원 정도다.
◇타운하우스는 보안에 취약하다는데
일반 타운하우스는 밤이 되면 모든 빛이 사라진다. 길에 가로등을 설치하면 해결할 수 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용인 위드포레는 곳곳에 가로등과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입주자의 안전을 챙겼다. 이 역시 대규모 단지라 가능한 일. 이외에 외부인의 출입을 단속할 수 있는 차단기 시스템도 조만간 구축할 예정이다.
◇어르신들을 위한 시설이 있는지
용인 위드포레에 입주한 어르신들을 위해 경로당도 운영할 계획이다. 단지가 넓기 때문에 경로당까지 걸어가기 어려운 어르신이 계실 것이다. 직접 자가용을 몰고 경로당에 가는 건 불편할 수도 있다. 그래서 셔틀버스를 운영하기로 했다. 셔틀버스는 경로당뿐만 아니라 인근 생활편의시설까지 운행한다.
대한민국을 재발견하는 재미와 별개로 간절한 것이 바로 ‘먼 이국’으로의 여행이지만 지금은 해외로 나가는 발길이 묶여버린 상황. 언제까지 코로나19가 잦아들기만을 넋 놓고 기다릴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홀로,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저비용 고효율로 즐길 수 있는, 이름하여 ‘한국에서 즐기는 외국 여행’ 가이드. 인생은 짧고 갈 곳은 많다. 한국에서 만나는 독일, 스위스, 사막, 지중해, 중국, 스페인 산티아고, 아프리카 등 지금 당장 가슴이 끌리는 그곳으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해외여행)을 떠나보자!
한국에도 사막이 있다?
신두리 해안 사구
우리나라 최대의 해안 사구 지대로서 해안 사구가 지닌 환경적, 생태적 가치가 인정되어 2002년 11월 해양수산부에 의해 생태계 보존 지역으로 지정됐다. 오랜 세월 바람에 의해 날려온 해안의 모래가 쌓여 만들어졌으며 길이 약 3.4㎞, 폭 약 200m에서 최대 1.3㎞ 규모로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사구 표면은 대부분 사초로 덮여 있으나 육지 쪽에는 방풍림이 조성되어 있고 해안 가까이 해당화도 자라 사구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신두리 해안 사구는 현재 서해안 고속도로 개통으로 많은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 생태계 보존 지역이니 자연을 아끼는 각별한 마음도 가져가야 한다.
위치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
유럽풍 숲속 정원을 거닐다
제이드 가든
숲속 정원 ‘제이드 가든’(Jade Garden). 새소리와 물소리가 어우러진 자연의 공간 만병초원을 비롯해 어릴 적 즐겨 읽고 보던 동화 ‘백설공주’와 ‘신데렐라’를 모티브로 지은 유럽풍 마을, 젊은이들의 프러포즈 장소로 인기가 좋은 이탈리아 웨딩가든, 그리고 수생식물원, 고산식물원, 꽃물결원, 피크닉가든, 은행나무미로원, 키친가든, 재배온실 등을 천천히 거닐며 몸과 마음을 치유해보자. 레스토랑, 카페, 기념품점 등의 휴게 공간도 마련돼 있고 가든 가꾸기 프로그램도 상시 진행한다. 하절기 기준 오전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입장료는 성인 9500원, 경로우대 7000원. 굴봉산역-제이드 가든 왕복 셔틀은 1시간 간격으로 운행된다.
위치 강원 춘천시 남산면 서천리 햇골길 80
독일 교포들의 생활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곳
독일마을
1960년대 독일의 광산과 병원에서 일해온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은퇴 후 한국에 돌아와 살 수 있도록 마련한 생활 터전이다. 독일에서 반백 년 가까이 살았던 교포들이 실제로 살고 있어 독일 정취와 문화를 느끼고 경험하기에 좋은 곳이다. 2001년, 남해군이 사업비 30여 억 원을 들여 40여 동의 건축물 택지를 교포들에게 분양했다. 그 후 이 주택들은 교포들의 주거지 또는 휴양지로 쓰이는 동시에 일반 관광객들을 위한 민박으로도 운영되고 있다. 독일 전통 소시지와 맥주 맛보기, 독일마을 추억 만들기, 전통의상 입어보기, 파독 전시관 관람하기 등이 대표 체험 프로그램이다. 상주하는 독일 교포들이 해설사 역할도 한다.
위치 경남 남해군 삼동면 물건리 1074-2
오감 만족 스위스
에델바이스 스위스 테마파크
아름다운 숲과 마을, 스위스풍 건축물과 공원을 통해 스위스의 자연과 문화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커피, 치즈, 초콜릿, 와인 등 스위스를 대표하는 다양한 주제별 박물관을 포함해 스위스 테마관, 동물농장, 양떼목장, 사랑의 연못, 에델바이스 광장, 갤러리, 포토존 등 전시 시설과 전원 시설을 다채롭게 누릴 수 있다. 어둑해지면 인터라켄 마을의 아름다운 야경을 만날 수 있다. 주말 기준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운영되며 입장료는 성인 9000원, 경로우대 7000원.
위치 경기 가평군 설악면 다락재로 226-57
포천 숲속에서 느끼는 아프리카의 숨결
아프리카예술박물관 카라반펜션캠핑장
태천만 관장이 수년 동안 아프리카 대륙 30여 개국을 다니며 150여 부족에게 수집한 유물과 민예품 560여 점, 석목 조각 330점, 미술품 30점 등을 통해 아프리카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성인식, 토속 춤, 혼례 및 장례 등 제례의식과 왕족, 족장, 전쟁과 사냥 등과 관련한 유물 및 악기, 각종 생활용품도 감상할 수 있다. 최근에는 카라반펜션캠핑장도 함께 운영하고 있어 도심을 벗어난 자연에서의 낭만적인 하룻밤까지 즐길 수 있다. 월요일을 제외하고 오전 10시에서 저녁 6시까지 운영하며 요금은 성인 1만2000원, 경로우대 1만 원.
위치 경기 포천시 소흘읍 광릉수목원로 967
산토리니의 호젓한 골목을 걷고 싶다면
지중해마을
푸른 지붕에 파스텔 톤 골목들이 알록달록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은 지중해에 접한 그리스의 섬과 프랑스 남부의 건축 양식을 빌렸다. 지중해마을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17년. 원래는 너른 포도밭이었는데 주변 땅이 개발하면서 탈바꿈의 시기를 거쳤다. 3층짜리 60여 동 건물에는 레스토랑, 와인바, 베이커리, 카페, 기념품 숍, 식당, 예술가들의 창작 공간, 주민들의 거주 공간 등이 마련돼 있다. 야간에는 골목 위로 은하수 조명이 매달려 마을 분위기를 한층 돋운다. 또 마을 공원 곳곳에는 벤치가 있어 이국적인 건물을 바라보며 호젓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입장료는 무료.
위치 충남 아산시 탕정면 탕정면로8번길 55-7
사진 출처 충남 홈페이지
한국적 정취와 어우러진 작은 산티아고
기점·소악도 순례자의 길
신안군 다도해에 자리 잡은 작은 섬이다. 목포나 무안에서 배를 타고 30분에서 1시간이면 갈 수 있다. 썰물 때면 드러나는 노둣길이 대기점도, 기점도, 소악도, 진섬을 마치 하나의 섬처럼 이어준다. ‘기점·소악도 순례자의 길’은 하나로 이어진 이 섬들을 걷는 12㎞ 트레일이다. 길을 이어 걷는 중간에 예수의 제자 12사도의 이름을 딴 열두 개의 예배당을 쉼터처럼 만날 수 있다. 참고로 섬에는 마을 사무국에서 운영하는 식당과 게스트하우스가 한 곳 있으며 섬 누리집에는 교통편과 노둣길 물때 등 여행에 필요한 정보가 잘 정리되어 있어 처음 가는 사람도 편하게 다녀올 수 있다.
위치 전남 신안군 증도면 병풍리
봄이면 마을이 꽃향기로 가득해서 붙은 지명 ‘향동’(香洞). 서울 근교의 숲세권 입지를 자랑하는 향동지구가 최근 더블역세권 호재로 주목받고 있다. 아직 개발이 한창이지만, 그만큼 지역가치 상승 잠재력도 풍부한 향동지구를 직접 찾아갔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 속하는 향동지구는 서울 마포구와 은평구 사이에 위치해 수색로, 강변북로, 내부순환도로를 통한 도심 근접성이 우수하다. 그동안 지적돼온 대중교통 문제도 상암DMC 순환버스 증차로 해소됐다. 두 개의 지하철역도 개통될 예정이다. 지역 내 인프라가 모두 완성되면 향동지구의 가치는 더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창릉신도시 후광 효과 ‘톡톡’
향동지구는 총 121만3255㎡ 규모의 공공택지지구로 작은 주택과 비닐하우스, 논밭이 대부분이던 지역이었다. 하지만 개발이 완료되면 약 8600가구, 2만3000여 명이 주거하는 ‘미니 신도시’로 다시 태어난다. 아직은 생활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지만, 이미 신도시급으로 성장한 상암지구와 은평신도시, 삼송지구 등과 인접해 혜택 공유가 가능한 지역이다.
특히 상암DMC 업무지구와 가까운 입지조건은 직주근접 여건을 높인다. 향동지구를 관통하는 마을버스 075A가 있어 경의중앙선 수색역, 6호선·공항철도·경의중앙선 디지털미디어시티역으로 환승이 가능하고, 신촌과 홍대 지역 접근도 수월하다. 차량을 이용하면 김포, 일산, 여의도, 마곡지구, 광화문, 종로 등의 업무지구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더구나 지난해 5월 인근 창릉지구가 3기 신도시로 지정되면서 후광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가장 큰 수혜는 고양선(가칭) 개통 호재다. 정부는 창릉지구 광역교통대책에서 새절역부터 고양시청까지 14.5㎞ 구간에 향동지구역·화정지구역·대곡역·고양시청역 등 총 7개역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개통은 창릉지구 입주 시점인 2026~2028년에 맞출 계획이다.
일단 고양선이 신설되면 향동지구에서 서울로의 접근성이 더욱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향동지구역을 지나는 고양선은 2028년 개통되는 서울 경전철 서부선의 새로운 노선과 연결된다. 향동지구역과 서부선 새절역이 한 정거장 거리라 여의도, 홍대, 노량진, 서울대입구 등을 20분 내외로 이용할 수 있어 서울 중심부로 이동이 편리해진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창릉지구가 개발되면 향동지구는 서울과 창릉 사이에 위치한 신도시로 재탄생한다”며 “향동지구의 단점은 불편한 교통이었지만 지역 순환버스가 증차됐고 고양선 신설 계획까지 발표되면서 가장 큰 이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자고 일어나니 ‘더블역세권’
이뿐만 아니라 국토교통부가 지난 4월 경의중앙선의 향동역 신설을 승인하면서 향동지구는 더 넓은 ‘더블역세권’ 교통망을 갖추게 됐다. 국토부에 따르면, 경제성을 분석한 결과 비용대편익비율(B/C)이 기준점인 1을 넘은 1.41을 기록해 고양시에 향동역 신설을 승인했다. 화전역과 수색역 사이에 들어서는 향동역은 2024년 상반기에 개통될 예정이다. 향동역 승하차 수송 수요는 2025년 1만1000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수색역과의 거리는 약 1.7㎞로 철도교통 수요도 기대할 수 있다.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3기 신도시의 최후 승자는 향동지구다. 자고 일어나니 더블역세권이 된 셈”이라며 “게다가 서울로의 접근성은 오히려 창릉지구보다 더 나은 장점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아울러 “일부 지역에서는 3기 신도시 철회를 외치며 집회를 하고 있지만, 향동지구가 전혀 다른 분위기인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라며 “더블역세권이 예정된 향동지구는 앞으로 10년 정도 호재 영향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조언했다.
향동지구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숲세권’ 입지 때문이다. 그린벨트 해제 이후 주거단지가 조성된 곳이라 숲이나 공원 등 녹지가 풍부하다. 덕분에 입주한 단지 모두가 자연 속에서 여가와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쾌적한 주거환경을 자랑한다. 또 향동천 수변공원, 물향기공원 등을 집 앞에서 누릴 수 있다. 망월산, 은행산, 서오릉, 난지한강공원, 월드컵공원 등도 가깝다. 이 같은 자연친화적 주거환경 덕분에 향동지구는 전원도시로 다시 태어날 전망이다.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밀폐된 공간에서 즐기는 활동이 많이 줄어든 반면, 공원이나 숲 등 자연을 찾는 사람은 늘고 있다”며 “향동지구는 아파트 단지 인근에 녹지가 많아 자연을 즐기기 좋은 입지 조건을 갖췄다. 앞으로 숲세권 입지를 찾는 이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파트 가격 프리미엄 기대
향동지구는 지난해 2월 ‘DMC리슈빌더포레스트’의 입주를 시작으로 ‘DMC호반베르디움더포레2·3·4단지’, ‘DMC중흥S클래스더센트럴’ 등 신축 아파트가 차례로 들어서고 있다. 이들 아파트단지는 모두 녹지를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는 단지로 향후 더블역세권 호재와 점차 채워지는 생활 인프라로 인한 매매가 상승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전용면적 85㎡ 기준 ‘DMC리슈빌더포레스트’의 매매가는 지난해 7월 5억5000만 원이었는데 올해 5월 8억 원으로 올랐다. 불과 1년이 채 안 돼 2억5000만 원의 시세차익이 발생한 것이다. ‘DMC호반베르디움더포레2단지’는 지난해 12월 5억5200만 원에 거래됐는데, 2개월 뒤인 올 2월 6억1500만 원의 매매기록이 확인됐다.
개발이 한창인 향동지구에는 앞으로도 신축 아파트가 대거 들어설 예정이라 실거주와 투자 수요가 꾸준히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C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상암DMC 업무지구의 수요가 늘면서 향동지구 신축 아파트에 대한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며 “이곳 아파트 단지는 향동지구가 품은 호재와 주변 신도시의 후광효과로 적지 않은 프리미엄이 예상된다”고 귀띔했다.
사실 향동지구는 지난해 입주 초기에 생활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신축 아파트 단지와 함께 카페, 음식점 등의 편의시설이 들어서면서 차츰 기반을 갖춰가고 있다. 학군도 자리 잡아가고 있다. 현재 향동지구 안에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가 있고 내년에 향동고등학교가 문을 열면 이 지역을 벗어나지 않아도 초·중·고 교육이 모두 가능해진다.
지난해 초 향동지구에 입주한 한 주민은 “입주 초기에는 편의시설이 부족했지만, 상가들이 준공되면서 이디야, 파리바게뜨 등 체인점과 학원, 식당 등이 들어서고 있다”며 “다양한 생활 인프라가 형성되고 있는 만큼 향후 주거 만족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상암DMC 등 배후수요 공유
내부적으로 생활 인프라가 점차 형성되고 있는 가운데, 외부적으로도 멀지 않은 곳에 복합 쇼핑몰이 있어 쇼핑, 문화 등을 즐기는 데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다. 실제로 향동지구에서 자가용으로 15분 거리에 스타필드 고양, 이마트 수색점·은평점, 홈플러스 월드컵점 등의 복합 쇼핑몰이 있어 이용하는 데 불편하지 않은 수준이다.
이뿐만 아니라 인근 창릉지구 개발과 수색동, 증산동 재개발 등에 따른 혜택 공유도 기대된다. 현재 향동지구에서 차량으로 10분 거리에 수색·증산뉴타운 개발이 한창이다. 이 지역의 재개발이 완료되면 향동지구는 더욱 개선된 생활 인프라를 공유할 수 있게 된다.
향동지구 내 2만3000여 명의 주거수요 외에 인근 도시의 배후수요도 지역 가치를 높이는 요인이다. 550여 개의 기업과 4만여 명에 이르는 종사자를 아우르는 국내 최대 방송문화단지 상암DMC가 근접해 있어 수요 선점에 용이하다. 이외에도 향동지구는 주변의 창릉지구, 마곡지구 등의 업무시설 수요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태욱 동양미래대학 경영학과 교수는 “향동지구는 상암DMC와 가깝고 서울 접근성이 우수해 풍부한 배후수요를 기대할 수 있다”며 “향후 더블역세권으로 거듭나면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되는 지역”이라고 분석했다.
D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향동지구는 상암동 방송 관계자들의 실거주 문의와 행신동, 화정동 등 일산 신도시에서의 이전 매수가 많은 지역”이라며 “최근에는 수색동과 증산동 재개발로 인한 이주 수요도 늘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얼마 전 서울과 인접한 덕은지구의 분양가가 높게 책정됐는데, 비슷한 입지를 자랑하는 향동지구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받고 있다”며 “신축 아파트 입주와 함께 다양한 호재가 예정된 만큼 앞으로 미래가 기대되는 지역”이라고 덧붙였다.
50~60세대의 단독·다세대 주택 매입 비중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3월 전국에서 아파트를 제외한 주택(단독·연립·다세대·다가구주택)을 제일 많이 구입한 연령대는 50대로 파악됐다.
50대는 3월 기준 7443건을 매입해 전체 거래 중 25.6%를 차지했다. 60대와 70대 이상의 단독·다세대 등의 주택 매입 건수는 각각 5270건, 2038건으로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높았다.
이 같은 흐름은 나이가 들면서 편리함보다 전원생활, 개인공간 등을 선호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자녀에게 아파트 차익을 증여한 후 본인은 저렴한 신축빌라 등으로 가는 경우도 있다.
50~60대 중장년층들이 공감할 수 있는 시집 ‘사랑하는 것들은 흔들림의 건너편에 있었다’가 출간됐다.
강원도 산마을로 귀촌해 사는 김경래 시인이 산속 생활을 하며 느끼는 감성들을 담아 쓴 시와 손글씨로 엮은 시집이다.
베이비붐세대로 전원생활하며 사는 중년의 시인이 바라본 세상은 매우 감성적이고 서정적이다. 삶과 자연을 바라본 시선들은 깊고 진득하여 짧은 한마디에도 인생과 우주와 자연이 담겨있다.
“요즘 시들이 너무 어려워 잘 읽히지 않습니다. 공감할 수 없는 감정과 이해할 수 없는 시어들 때문에 혼란스럽습니다. 시 짓는 방식이나 기교가 많이 발전했기 때문이겠지만 시 읽는 독자들이 다가가기는 너무 난해합니다. 특히 중장년층이 공감할 수 있는 감성을 담아낸 시는 없는 것 같습니다. 노래로 치면 락이나 랩만 있고 트로트는 없습니다. 어릴 적 트랜지스터에서, 전축에서 들었던 트로트 같은 시를 쓰고 싶었습니다. 추억 있는 사람들이 공감하고 심금을 울렸으면 합니다.”
도시 생활을 접고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의 산마을로 귀촌해 문화공간 카페와 1인독립출판사 ‘시골편지’를 운영하며 사는 김 시인은 전원생활과 시골생활, 전원주택 등에 관한 취재를 해 신문 잡지 등에 많은 글을 썼고 다수의 책을 냈다. 오래 전 등단은 했지만 시집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민국 대중부유층의 57%는 노후 예상소득으로 여유로운 생활이 가능하지만 은퇴 후에도 경제활동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중부유층은 중산층보다는 부유하면서 기존의 PB서비스 대상 고액자산가보다는 자산이 적은 계층을 의미한다.
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자산관리 고객 분석 보고서 시리즈의 일환으로 발간한 ‘대중부유층의 희망 노후생활과 준비현황’, ‘대중부유층의 자산 포트폴리오와 자산관리 니즈’ 보고서에서 이 같은 조사결과를 17일 공개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가구 연소득 6800만~1억2000만 원(세전)인 가정을 대중부유층으로 정의하고 이 기준에 해당하는 전국 4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8~9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대상자의 평균 총자산은 6억5205만 원으로 이 중 77.3%(5억3295만 원)가 부동산자산이며 금융자산은 1억150만 원(19.4%)을 차지했다.
응답자의 57.0%는 노후 예상소득으로 여유로운 생활이 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 대중부유층이 응답한 노후의 월 필수생활비는 가구 기준 225만원이다. 필수생활비를 포함한 여유생활비는 374만원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91.5%는 예상소득으로 필수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고 57.0%는 여유생활비까지 감당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예상소득이 여유생활비보다 적은 응답자를 대상으로 노후준비가 부족한 사유를 조사한 결과 교육비 지출(23.8%), 높은 주택구입 비용(20.4%) 등이 답변으로 나왔다.
노후준비 정도를 자가평가한 ‘노후준비 스코어’는 5점 만점에 평균 3.5점으로 대중부유층은 노후가 ‘보통’ 정도 준비됐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족·사회적 관계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보인 반면 경제적 준비에는 낮은 점수를 부여했다. 경제, 관계, 건강, 자아실현 중 경제적 요소가 가장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반면 스스로의 경제적 노후 준비 정도는 3.4점으로 4가지 요소 중 가장 낮게 평가했다. 가족·사회적 관계에 대한 준비 정도가 3.7점으로 가장 높았으며 자아실현과 건강에 대한 준비 정도는 3.5점이었다.
대중부유층의 노년기 희망 라이프스타일은 경제형, 레저형, 자기개발형 순으로 응답자의 절대 다수는 공식적인 은퇴 후에도 능동적인 생활을 희망했다. ‘본격적인 은퇴 이후에도 여력이 닿는 한 경제활동을 지속하겠다’(경제형, 35.3%)는 응답자가 ‘취미나 문화생활을 즐기겠다’(레저형, 32.4%)는 응답자보다 많았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삶(자기계발형, 15.6%), 전원 등에서 편하게 쉬는 삶(안식형, 11.6%), 손자녀 양육이나 사회 봉사활동에 주력하는 삶(봉사형, 5.3%)은 다소 낮은 선호도를 보였다.
노후 예상 소득의 원천으로 연금(공적, 개인, 퇴직, 주택연금)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높았으며 연금 중에서는 공적연금 의존도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공적연금 의존도 60.9%, 주택연금 15.3%, 개인연금 15.2%, 퇴직연금 8.7%를 차지했다. 44.9%의 응답자는 노후에 주거용 부동산을 주택연금에 가입해 활용하겠다고 답변했다. 응답자들은 3~5년 내에 부동산 비중을 줄이고 금융자산 비중을 높일 계획이라고 답했다. 금융자산 중에는 연금, 저축성보험 상품의 비중 증가를 계획하고 있었다.
대중부유층의 자산형성 목적은 노후준비와 현재의 여유 있는 소비, 자녀에 대한 지원이며 응답자의 77.6%가 연 3~7%의 수익률을 기대했다. 자산 관리의 목적으로 노후준비를 답한 비율이 31.4%로 가장 높았으며 생활비의 여유 있는 지출이 25.2%, 교육 등 자녀를 위한 지원이 21.0%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기대 수익률로 3~4%대를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38.9%, 5~7%대를 답한 응답자가 38.7%로 현재 금리 수준과 응답자들의 안전자산 위주 포트폴리오 고려 시 가능한 수준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경향을 보였다.
퇴직하고 나서도 유유자적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나이 드는 것을 피할 수 없다면 당당하게 늙어야 한다. 누군가의 아버지, 할아버지로 내가 없는 제2인생이 싫어서 큰마음 먹고 평생 생각하지 못한 길을 택했다. 초등학교 교장선생님 출신 이발사 조상현(68) 씨. 지금 생각해도 이 길을 택하길 참 잘했다. 어찌 이보다 더 좋을 수 있겠는가.
마산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너와나 이용원’. 대부분의 이발소가 7시에서 8시 사이에 문을 연다는데 이곳은 오전 10시에 연다. 게다가 월, 수, 금은 오전 봉사 일정이 있기 때문에 1시에 영업을 시작한다. 너와나 이용원의 주인장인 조상현 씨는 5년 전 40년 교직생활을 마치고 고심 끝에 이발사라는 직업을 택했다. 올해로 3년째. 분필이 아닌 흰 가운에 가위를 잡은 모습이 이제 제법 잘 어울린다.
“‘너와나’는 ‘우리’를 뜻합니다. 우리보다는 너와나 그렇게 쓰면 어떻겠냐고 친구가 지어준 상호입니다. 정감이 가는 말이어서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개업 초기에는 손님이 빠져나가기 일쑤였는데 지금은 단골이 꽤 된다고 했다.
“이발소 문을 처음 열었을 때 손님이 들어오면 머릿속이 복잡해지더라고요. ‘저분 머리를 어떻게 해야 하노’ 하는 걱정밖에 없었습니다. 6개월 후쯤 보니 그 무렵에 방문했던 손님 중 3분의 2는 다시 찾지 않았습니다. 내 첫 솜씨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지금은 단골도 생겼고, 내 솜씨가 마음에 차지 않아 오지 않는 사람은 별로 없지요.(웃음) 이번 여름휴가를 2박 3일을 생각하고 갔는데 너무 좋아서 하루 더 연장했습니다. 그런데 전화가 몇 통씩 오더라고요. 이발소 문 언제 여냐고요. 기다려주는 손님들에게 늘 고마울 따름입니다.”
전원생활은 적성에 맞지 않았다
퇴직 후 바로 이용 기술을 배운 것은 아니었다. 은퇴하면 전원생활을 해볼 생각으로 경남 진주시 진성면에 텃밭을 장만하고 조립식 주택을 지었다.
“마산역에서 진성역까지 완행열차를 타고 출퇴근했습니다. 진성역에서 내린 뒤에는 자전거를 타고 갔습니다. 그 시간이 얼마나 낭만적이었는지 몰라요. 시골길을 한 10분쯤 타고 가면 농장이 눈에 보였습니다.”
산행도 하고 약초도 좀 캐고, 고구마에 콩 등 각종 채소를 키웠다. 혼자 밥도 먹고 나름 재미있었다. 진성에서의 전원생활.퇴직 후의 삶으로 꽤 괜찮은 시작이었다.
“텃밭이 300평이었어요. 처음에는 옆집에서 고구마 모종을 받아다가 키우면서 신이 났지요. 그런데 6개월 정도 되니까 짜증이 나는기라!(웃음)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는데 밭에서 있는 시간이 많으니 도통 사람을 만날 수가 없었어요. 그나마 말동무하던 이웃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는 마음이 힘들더라고요. 접어야겠다고 생각했죠. 마침 이발소와 관련해 지인들과 긍정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던 차에 실행에 옮기겠다고 마음먹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이발사를 노후 일자리로 만나다
우연히 찾게 된 이발소에서 80세가 넘어 보이는 이발사를 만나게 된 것. 벌초하듯 머리카락을 자르고 염색을 대강대강 해주고는 1만 원을 받았다.
“이 양반이 팔십은 돼 보이는데 일을 하고 있단 말이지. 그렇다면 나도 그때까지 일할 수 있겠다! 손이 안 떨리면 되고 나이가 들면 값을 싸게 받으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자신감이 생기면서 이용 기술을 배워야겠다고 마음먹고 가족회의를 했어요.”
두 아들은 적극 찬성, 함께 교직생활을 했던 아내는 반대했지만 아들들의 호응 속에 이용학원에 등록했다. 만류한 아내에게는 비밀로 하고 말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쉬운 도전이 아니라는 것을 학원 등록 후에나 알게 됐다.
“학원에서 교육 이수만 하면 누구나 이용원 문을 열 수 있는지 알았어요. 알고 보니 국가자격증을 따야 한다더군요. 그래도 명색이 교장 출신인데 기능시험에는 합격을 못해도 자존심상 필기시험에서는 떨어질 수 없었습니다. 안 떨어지려고 공부 정말 열심히 했어요.(웃음) 필기시험은 한 번에 붙었고 기능시험은 세 번 도전한 끝에 자격증을 땄습니다. 합격하기까지 경비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젊은 사람들과 경쟁을 해야 했기에 자격증 취득이 쉽지는 않았다. 2016년 12월에 그 관문을 모두 뚫은 그는 이듬해 3월 개업했다. 하루에 5명에서 6명, 그러다 10명 정도 손님을 받는 날이면 혼자 두발을 깎고 감기느라 하루가 바쁘게 흘러갔다.
봉사와 함께 실력도 쌓다
이용 면허증을 받고 개업 준비를 하면서 시작한 것이 바로 이용 봉사였다. 하지만 이때는 실력 배양에 더 신경 쓰면서 봉사 대상을 취사선택했다고 조상현 씨는 고백했다.
“초반에 제 솜씨가 어떤지 알고 싶어서 봉사를 다녔습니다. 요양원에 가서 어르신들 두발을 잘라드리면 좋다 안 좋다 말을 하지 않으시니 실력이 늘지 않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상이군경회, 육군종합정비창, 노인회관을 중심으로 찾아다녔습니다. ‘여기 다시 잘라 달라, 둥글게 좀 해 달라’ 요구를 하시니까 실력이 좀 연마가 됐습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자신 있어서 어디든 가리지 않고 다녀요. 물론 제가 안 간다고 하면 다른 분을 부르겠지만 제가 할 수 있을 때까지 봉사를 다닐 생각입니다.”
금년 들어서 줄곧 반대하던 아내가 생각을 조금 바꿔 이용 일을 하는 자신을 인정해줬다고 한다. 큰아들은 처음부터 조상현 씨에게 이발을 맡겼으나 작은아들은 2년이 지나고 나서야 아버지의 이발소 문을 두드렸다.
“말로 해서는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머리를 어떻게 손질하는지 직접 봐야 알겠지요. 이제야 둘째가 저를 인정하는 거라고 봅니다. 사실 제 입장에서 도전하기 힘든 직종이었습니다. 오래전부터 이발사라는 직업을 낮게 보는 경향도 있었고 말이죠. 이용원을 하고 싶다면 서비스마인드도 있어야 하고 어느 정도 성향에 맞아야 해요. 이 나이에 해보지 않았던 일에 도전하고 실행에 옮기려니 만만치 않더군요.”
조상현 씨가 이용원을 운영하는 이유는 나이 들어서도 쉬지 않겠다는 일념이 크다. 돈을 벌겠다거나 가족을 부양할 생각보다는 노후 생활을 일과 더불어 즐기며 누리고 싶었다.
명예보다 노후 일자리가 필요했다
“아무래도 저희 부부는 교장으로 있다가 퇴직했기 때문에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습니다. 아들자식들도 다 안정적으로 직상생활을 하니 도울 일이 없죠. 명예보다 저는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일자리를 선택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조상현 씨는 손님이 오면 더 좋고 손님이 안 와도 좋다고 했다. 손님이 없을 때는 여유롭게 글도 쓰고 인생을 되돌아보는 시간으로 삼는다. 비가 주룩주룩 오는 날이면 바깥 풍경을 내다보는 것도 낙이다.
“지금은 내가 참 잘했구나. 오늘 어디 가서 놀까 하는 걱정도 없고 말입니다. 그리고 10시에 문을 열고 6시 반이 되면 문을 닫습니다. 생계를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니까 내 위주로 합니다.(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도 서비스직이기 때문에 손님들과 약속한 시간만큼은 철두철미하게 지키려고 합니다. 제 나름의 영업 방침이죠.”
교직이 있을 때와 다른 점은 걱정거리가 없어진 일상이라고 했다.
“학교에서 일하던 시절에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매번 결정을 해야 했습니다. 모두에게 좋은 판단은 무엇이고 또 어떻게 해야 상대가 잘 받아들일지 고민이 많았어요. 늘 걱정의 연속이었죠. 지금 하는 일은 몸이 좀 고단하다는 것 말고는 마음이 정말 편안합니다.”
앞으로 언제까지 이 일을 할 거냐고 물었다. 대답은 단순명료했다.
“만약에 눈이 나쁘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다행히 두 눈이 정상입니다. 손떨림 없고 눈만 건강하다면 쉬지 않고 일할 생각입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