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은 여행기의 베스트셀러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속 남도의 첫 번째 답사지다. 유배의 땅 강진으로 표현되는 곳, 오롯한 멋과 함께 풍미의 고장 남도답게 먹거리가 풍성하다. 맛과 멋을 찾아 떠나는 남도 여행, 전남의 끝자락인 강진의 자연에 흠뻑 빠져본다.
도심을 떠난 느낌을 단번에 느끼고 싶다면 강진의 백운동별서정원이 만족감을 높일 것이다. 서원의 시초라는 백운동서원이 아니라 백운동정원이다. 담양의 소쇄원, 완도의 부용동과 함께 호남의 3대 정원으로 불린다. 별서정원은 벼슬을 떠나 시골이나 산속에 집을 짓고 자연과 벗하며 살고자 만들어 놓은 정원을 말한다. 그 이름답게 산중에 감추어진 별천지다. 호남 전통 별서정원의 원형이 잘 보전된 곳으로 아름드리 동백나무와 작은 계곡이 안온한 느낌을 자아낸다. 왕대 숲에 불어오는 바람과 월출산의 정기가 마음을 청순하게 한다.
정원이 세간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다산 정약용에 의해서다. 유배 중에 제자들과 함께 월출산을 등산하고 난 뒤 백운동 정원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다산의 제자 가운데 이담로의 6대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곳에서 하루를 지낸 다산은 정원에 흠뻑 빠져들었다. ‘백운동 12경’을 뽑아 그의 제자 가운데 한 명인 초의선사를 불러 그림을 그리게 한 후 그의 시와 함께 ‘백운첩’으로 남겼다. 정원을 둘러보다 보면 곳곳에 다산의 경(景)을 칭하는 안내판과 시를 볼 수 있다.
백운동정원은 정원 자체의 정취뿐만 아니라 차의 산지이기도 하다. 백운동 옥판봉에서 나는 차라는 뜻의 백운옥판차가 바로 이곳 백운동 정원 왕대밭에서 자라는 차나무에서 생산되었다. 다산이 굳이 다도에 조예가 깊은 초의선사를 불러 백운동 정원을 그리게 한 것은 이곳에서 나는 차의 풍미를 함께 나누고 싶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리라.
좋은 차가 나오는 차의 산지임을 증명하듯 가까이 월출산 자락에 대규모 녹차 밭이 있다. 정원에서 나와 작은 오솔길을 지나 차밭으로 향한다. 바위산의 웅장함을 그대로 드러낸 월출산과 그 아래 펼쳐진 차밭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비경이다.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크고 안개가 많은 곳에서 재배하는 차가 떫은맛이 적고 강한 향이 난다. 백운옥판차의 명성을 잇듯 좋은 차가 월출산 자락의 정기를 흠뻑 머금고 자란다.
자연 여행을 꿈꾸는 강진의 두 번째 여행지는 강진만 생태공원이다. 갈대숲 우거진 데크길을 2.8km 걷는다. 햇살이 뜨거울 법도 한데 갈대숲이 불어다 준 바람 몇 점에 땀이 식는다.
갯벌 흙이 드러난 곳에서 칠게와 짱뚱어를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름에 짱뚱어는 가장 활발하게 움직인다. 갯벌 학습장이 따로 없다. 덩치가 비등해 보이는 짱뚱어 두 마리가 등지느러미를 곧추세운 체 으르렁거리며 싸우질 않나 제법 덩치가 큰 짱뚱어 한 마리가 풀쩍 뛰어오른다. 점프는 수컷의 암컷에 대한 구애 행동이다. 갯벌 흙 사이에 짱뚱어 집들이 볼록볼록 솟아있다. 슬금슬금 칠게도 드나들고 짱뚱어도 드나드는 저 집은 과연 누구의 집일까 궁금해진다. 칠게가 원래 집주인, 짱뚱어가 뺏는 경우가 대부분이란다. 게의 날카로운 집게발도 짱뚱어에겐 소용이 없다. 갯벌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이렇게 재미있다니, 더운 여름날인데도 호기심에 오래도록 갯벌을 바라본다.
◇강진 추천 맛집
청자골종가집
강진의 대표 맛집으로 꼽힌다. 방석만 있는 덩그러니 놓인 방에 착석하면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잘 차려진 상이 상째로 들어온다. ‘이 정도는 돼야 남도의 한정식이지’ 하는 생각을 하며 식탐 삼매경에 돌입. 홍어삼합이 첫 타자, 톡 쏘는 맛이 그리 강하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다. 육회를 한 점 집어먹고 새우 버터구이를 하나 집어 든다. 각종 나물과 찬에 멈추지 않는 손, 따뜻하게 내온 불고기와 녹차 물에 밥을 말아 보리굴비(부세) 살 한 점을 얹는다. 밥도둑이 따로 없다. 강진군 군동면 종합운동장길 106-11
다온식당
가볍게 아침을 먹기 적당한 가정식 백반이다. 조갯국에 계란말이, 부담이 없다. 엄마가 차려주는 집밥이 떠오른다. 강진군 대구면 수동길 17-7
내비게이션을 따르다 보니 차가 산으로 들어간다. 자연을 한 자락 슬쩍 걸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자연 속에 있는 미술관이라 들었다. 그러나 이토록 깊은 산중일 줄이야. 씨억씨억 초록을 뿜는 숲 사이 언덕을 올라 주차장에 도착하자 아예 산꼭대기이지 않은가. 기발하게도 산정(山亭) 미술관이다. 그래서 뮤지엄 산(山)? 그러나 ‘山’이 아니라 ‘SAN’이다. 공간(space), 예술(art), 자연(nature)을 합성한 약자다.
산정이라 사방에 보이느니 산이다. 세상을 분할한 하늘 절반, 산봉우리들 절반. 하늘과 산 사이에 뮤지엄이 슬쩍 끼어든 형국이다. 간신히 자연에 가담한 약세(弱勢)가 아니다. 부지는 넓고 건물은 우람해 훤칠하다. 우람하나 이물감이 없다. 건물의 태와 됨됨이에 뾰족하게 튀는 게 없어 자연과 불화 없이 조응한다. ‘건축의 철학자’로 불리는 안도 다다오(安藤忠雄·79)의 작품이다. 그는 자연과 건축, 그리고 인간 사이의 조화로운 관계를 본때 있게 구현하는 건축가로 유명하다.
이 뮤지엄의 설립자는 어떻게 산꼭대기에다 일을 벌일 발상을 했을까? 자연을 애호하는 못 말릴 취향과 세상의 추세를 읽는 시퍼런 촉이 아니고선 감행하기 어려운 역사(役事)다. 삼성가 이병철 회장의 장녀로 한솔그룹을 이끌었던 이인희 고문(2019년 작고)이 세웠다. 그는 열렬한 아트컬렉터. 평생 모은 소장품을 자연으로 끌어들여 건립한 산상 미술관으로 허를 찌르듯 관습을 흔들었다. 뮤지엄 산의 태동부터가 이렇게 전위적이다.
판석을 깐 진입로를 따라 ‘플라워 가든’으로 들어선다. 뮤지엄의 초입일 뿐이지만 완상할 게 많아 벌써 다른 세상이다. 패랭이꽃 군락과 하얀 자작나무들, 조각정원이 어울려 뮤지엄의 서장을 열어준다. 산정의 적막한 허공엔 흩날리는 꽃잎들. 피어나는 봄꽃들 지천이라 몸에 묻을 듯 농밀한 건 꽃향기. 길은 곧게 나아가다 휘어지거나 급하게 꺾인다. 간헐적으로 등장하는 콘크리트 담장이 보도의 흐름에 편승해 시야를 슬쩍 가려주거나 별안간 확 트이게 한다. 인위적으로 풍경의 변주를 꾀한 설치다. 정교한 의도에 따른 구성이다. 직설적으로 다가오는 풍경은 여실해 명쾌하지만, 보일 듯 말 듯, 보였다 안 보였다 변전하는 풍경은 삶을 은유한다. 노골적이어서 온전한 게 있던가. 보이면 있고 안 보이면 없는가. 높낮이와 커브의 각도를 세밀하게 재단해 조성한 담장의 효과로 풍경에 철학이 실린다. 이건 뮤지엄의 절정을 보러 가는 길목에서 만난 전희? 애피타이저? 풍경을 요리하는 수완에 즐겁다.
시각적 충격에 걸음 멎어
이제 ‘워터 가든’이다. 뮤지엄 산의 예술적인 외부 공간들 가운데 아마도 가장 유별한 곳이다. 여기에 존재할 것 같지 않은 풍경이 존재한다. 산상 대지에 물을 가득 채워 꾸민 ‘물의 소국’(小國)이 있으니 말이다. 널따란 사각형 수조들에 담긴 물과 물빛으로 찬연한 공간이다. 갑작스런 물의 등장, 그 급속한 풍경의 변이라니. 시각적 충격에 걸음이 멎는다. 나는 지금, 물을 분할하며 본관으로 관입하는 보도 위에 서 있지만 수면을 밟고 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한다. 보도와 수면이 수평을 이루어서다.
워터 가든의 물 경치에 흥취를 느끼는 사람이 많다. 수변 테라스엔 커피를 마시며 물과 산과 하늘을 바라보기에 적격인 벤치가 놓여 있다. 거기에 앉고 싶지만 이미 사람들이 앉아 있다. 도시라는 욕망의 경기장을 벗어나 고요한 수변에서 차를 마시며 모처럼 자연을 만끽하는 사람의 행복이여! 행복이 아니라 고독이면 어떤가. 물가에선 ‘나’를 바라보기 좋다. 저 투명한 물빛처럼 나도 한때 순수했다고, 내 안에도 물이 있어 눈물도 많아 슬프다고, 저 무심한 수면에 물살을 일으키는 실바람은 어디로 가며 나는 흘러 어디로 가는가, 라고 요모조모 쓸모 있는 상념을 굴려볼 만한 물가이지 않은가. 그러라고 안도 다다오가 워터 가든을 설계했다.
그의 건축적 오브제는 물, 햇빛, 바람 등 자연의 질료들이다. 그의 정신적 테마는 관조(觀照) 혹은 명상이다. 자연을 불러들인 건축으로 사람의 오감과 내면을 일깨우는 건축가! 안도 다다오를 일컬어 노상 하는 말들의 요점이 그렇다. ‘뮤지엄 산’이 완성됐을 때 그는 “그저 조용한 상자 같은 미술관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고 술회했다. “사람들 모두가 자연과 예술에 대한 감성이 풍부해져,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고 살아갈 힘을 되찾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도 썼다.
본관 복도로 들어서자 조명부터 침침해 구미에 맞다. 미술관들의 과한 조명에 나는 일쑤 김새더라. 인공조명은 안도 다다오의 자연주의에 위배된다. 가급적 자제! 그는 집요하게 자연의 빛을 건물 내부로 끌어들였다. 복도 벽면의 상부와 하부에 낸 창으로 빛이 들이치게 했다. 천장을 뻥 뚫어 빛과 함께 하늘을 수용한 전시실도 있다. 노출 콘크리트 벽과 기둥, 기하학적 선형, 번뜩이는 예각 구조물, 텅 빈 중정(中庭)…. 그의 건축적 키워드를 이루는 형태와 기법이 거대한 미술관의 세부에서 깨알처럼 구현돼 요동친다.
거장들의 작품 번갈아 전시
아이들은 천진해 이 웅장하고 복잡한 미술관에서 ‘비밀의 성’(城)을 본다. 상상을 펼쳐서다. 어른들은 압도될 테다. 상상을 잃어서다. 예술이 위대한 건 상상력의 거친 날개로 신과 맞먹으려 비상한다는 데에 있지 않을까. 상상력 외에 자유정신의 높이, 자연을 읽는 섬려한 안목, 모든 살아 있는 것들에 대한 무한한 존중. 그런 게 안도 다다오의 건축세계를 가능케 했을 터인데, 햐, 그는 말하길 ‘창의적 체력’이야말로 개중에 관건이라 했다. 창의적 체력이란 건강한 몸뚱이의 에너지를 말한다. 79세 노인인 그는 오늘 아침에도 들입다 뛰었을 게 틀림없다. 흥미로운 유형의 인간이지 싶다. 그에겐 세상을 달관한 시늉이 없어 미덥다. ‘목숨을 건 강인한 도전 정신’으로 실사구시(實事求是)적 건축을 추구하는 리얼리즘과 적당한 금욕 추구도 멋있다. 뮤지엄 산의 건축미를 즐기기 위해선 안도 다다오의 이러한 성향들을 참고하는 게 좋겠다.
뮤지엄의 많은 전시실 가운데 인기를 누리는 공간을 볼까? 페이퍼 갤러리. 이곳은 종이의 역사와 가치를 알리는 국내 최초의 종이 전문 박물관이다. 종이 관련 국보와 보물, 진귀한 유물과 공예품을 전시한다. 약하디약한 게 종이이지만 강하디강한 게 또한 종이. 인류의 역사는 종이의 발명과 함께 진보하지 않았던가. 사람은 이기심으로 살고 종이는 이타심으로 존재한다. 아낌없이 나를 내주길 운명으로 삼은 종이이니 이미 득도했다. 페이퍼 갤러리에 머문 시간은 ‘종이부처’와 만난 추억을 안겨줄 것이다. 고대 이집트인들이 종이 재료로 쓴 파피루스도 여기에 있다. 유리온실 안에서 억새와 비슷한 파피루스가 푸르게 자란다. 순전히 파피루스를 보기 위해 먼 길을 달려오는 관람객도 있다. 청조갤러리는 뮤지엄 산이 소장한 이중섭, 김환기, 박수근, 이쾌대 등 거장들의 작품을 번갈아 상설 전시한다. 매년 두 차례 기획전도 열린다. 현재 ‘회화와 서사’ 전이 진행 중이다.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을 위해서는 특별히 독립공간을 마련했다. ‘백남준 홀’로 작품 ‘커뮤니케이션 타워’를 전시했다. 전깃줄을 뭉쳐 만든 타워 형태의 기반에 TV와 민속탈을 주렁주렁 매단 작품. 이게 뭔가? 현대와 전통의 통섭? 문명 굿판? 자화상? 어떻게 봐도 답일 게다. 엿장수 맘대로! 그냥 그렇게 내가 느끼는 대로 보고 즐기면 일단 그만이지 않을까. 현미경을 들이대고 종일 초파리의 겨드랑이 털 개수를 세는 곤충 학자처럼 골똘히 미술작품을 파고들 일 아니다. 궁리를 너무 하면 왜곡이 쉽고, 생각을 너무 조이면 좁아진다. 백남준이 금언을 설했다. “옷도 헐렁하고, 생각도 헐렁하고, 행동도 헐렁헐렁, 헐렁이가 일을 낸다구. 진짜 예술가는 헐렁이야!” 삶도 예술도 틀을 만들면 갇힌다는 얘기이겠다. 예술의 헐거운 정신을 보는 게 작품 감상법이라 들어도 무방하다. 백남준은 노년에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그때 더듬더듬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중얼거림은 뜻밖에도 쓸쓸한 것이었다. “신은 참 불공평해. 내가 왜 쓰러져야 하나?”
아주 특별한 두 곳
마침내 자문하게 된다, 나는 누구인가?
인간의 마음이란 물결처럼 요동치기 쉬운 것. 이걸 어떻게 다잡아야 할까. 뮤지엄 산에선 명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뮤지엄 내·외부 공간에 있는 미술작품 감상 자체가 명상적이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 명상 체험을 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 두 곳이 있다.
제임스 터렐 전시관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은 ‘빛의 예술가’로 세계에 알려진 작가다. 화가라면 당연히 ‘빛’과 무관할 수 없다. 빛을 탐구하고 묘사하는 게 화가의 본분이니까. 그러나 제임스 터렐의 작업은 많이 다르다. 그는 빛을 ‘묘사하는’ 게 아니라 빛을 ‘사용해’ 작품을 만든다. 일정한 공간에 빛을 집어넣으면, 즉 빛과 공간이 조응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관한 오랜 실험 끝에 그는 놀랄 만한 ‘빛의 아트’를 정립했다.
터렐의 작품은 빛과 공간, 그리고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프로그램에 의해 세밀하게 조정된 자연광이나 인공광을 공간에 투입, 작품을 완성한다. 다시 말해 공간이라는 캔버스에 빛이라는 물감을 투사, 다양한 테마를 신비스럽게 풀어낸다. 터렐 전시관에서 관객은 네 가지 작품에 참여할 수 있다. 가장 기이한(?) 작품은 간츠펠트(Ganzfeld, ‘완전한 영역’이라는 뜻)로 동굴 형태의 공간에 50여 종의 LED 빛을 순차적으로 살포하면서 작업을 진행한다. 이 작업의 목적은 관객에게 착시를 경험하도록 하는 데 있다. 동굴 속에 들어간 관객은 형언하기 어려운 신비와 환영에 즉각적으로 빠져들고 만다. 예컨대 공간 가득 짙은 안개가 끼고, 좁았던 공간이 무한히 확장된다. 이 돌연한 환각에 관객은 신비감과 황홀감 또는 불안감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작업 종료 뒤, 빛이 보여준 강렬한 환상의 의미를 자문하기에 이른다. 여기서부터는 명상이다. 내가 빛을 보고 살았다, 하지만 빛이 보여준 게 참일까? 삶과 세상은 허상이지 않을까? 남에게 나는 허상으로 비치지 않을까? 이 일련의 의식 흐름을 통해 마침내 묻는다. 그렇다면 나는 누구?
명상관
지난해, 뮤지엄 산 개관 5주년 기념으로 개설했다. 안도 다다오가 설계해 만든 돔 형태의 건물이다. 바닥에서 천장으로 길게 이어지며 초승달 모양으로 뚫린 틈새로 하늘이 보이고 빛이 들이친다. 쉼 명상, 여유 명상, 싱잉볼 명상 등을 전문가가 도와준다. 오픈한 지 얼마 안 됐지만 입소문이 나 참가자가 많다. 안도 다다오는 다음처럼 명상관의 의도를 피력했다. “태양의 움직임과 함께하는 공간에서의 명상으로, 자연과 우주를 만나 교감할 수 있을 것이다.” 제임스 터렐 전시관과 마찬가지로 명상관을 이용하려면 별도의 입장권을 사야 한다.
● Exhibition
◇ 물, 비늘, 껍질
일정 4월 26일까지 장소 복합문화공간에무 B2 갤러리
김정옥의 단독 기획초대전으로, 그동안 작가가 주목해왔던 ‘물고기’ 연작에서 더 나아가 물고기가 살고 있는 환경, 즉 수족관의 영역까지 아우르는 작품들로 이뤄졌다. 작가는 “투명한 수족관은 제한성을 전제로 한 삶의 환경”이라며 “물이 아닌 공기로 치환된 수족관 속에서 인간은 서로 무리 짓고 군중 속에서 부대끼다 동시에 문득 개인으로 반짝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상을 바탕으로 수족관 안에서 무리 지어 사는 물고기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삶을 유추해보고, 살아 있음을 느끼는 순간을 비늘의 반짝임으로 표현했다.
◇ 히말라야... 그리움을 찾아서
일정 5월 17일까지 장소 갤러리 하리&멘탈ART
‘마음을 읽는 작가’로 알려진 김애옥의 2020년도 첫 전시다. 하얀 눈을 휘덮고 있는 설산이 태양의 빛을 받아 마치 카멜레온의 보호색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들로 채워졌다. 작가는 히말라야에 다채로운 컬러를 입힌 데 이어 인간들의 기억 속에 오래 머물러 있던 그리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애쓰지 않아도 순간순간 떠오르는 기쁨과 슬픔의 조각들을 스펙트럼의 파장 이미지로 펼쳐 표현했다. 이번 전시는 관람자가 특정 히말라야 이미지를 선택하면 그에 따른 마음의 상태를 읽어준다. 아울러 그림을 통해 숨어 있던 내면의 그리움을 비추는 등불 역할도 한다.
◇ 추니박, 침묵의 숲
일정 4월 25일까지 장소 사비나미술관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융합산수’를 개척한 추니박의 ‘검은 풍경’ 연작과 ‘치유의 숲’ 연작을 감상할 기회다. 30여 년간 작가가 확장해온 한국화의 지평을 확인하는 자리인 동시에, 그의 최신 작품세계까지 살펴볼 수 있다. ‘검은 풍경’ 연작은 그동안 한국 풍경화를 그려왔던 작가가 그랜드캐니언, 캘리포니아 등 미국 서부 지역을 여행하면서 만난 광활한 대자연을 한국 전통 필법으로 풀어내 해외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중 3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또 ‘치유의 숲’ 연작 총 120여 점 중 주요 작품 34점을 선별해 공개할 예정이다.
◇ 툴루즈 로트렉 展: 물랭 루즈의 작은 거인
일정 5월 3일까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후기 인상주의파 화가이자 현대 그래픽 아트의 선구자,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의 국내 첫 단독전이 열린다. 그리스 아테네에 위치한 헤라클레이돈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 150여 점으로 구성되며, 모두 국내에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들이다. 포스터, 석판화, 드로잉, 스케치, 일러스트 및 수채화를 비롯해 로트렉의 사진과 영상, 당대의 생활용품 등이 19세기 말 생동감 넘치는 파리 몽마르트 언덕과 물랭 루주의 모습을 투영한다. 아울러 로트렉의 일생을 담아낸 미디어 아트와 물랭 루주의 히스토리를 간직한 특별 제작 영상 등 다채로운 장르의 볼거리가 마련돼 있다.
● Stage
◇ 드라큘라
일정 4월 28일~5월 17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연출 데이비드 스완 출연 김준수, 조정은, 손준호 등
아일랜드 소설가 브램 스토커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뮤지컬로, 수백 년이 지나도록 오직 한 여인만을 사랑한 드라큘라 백작의 판타지 로맨스를 그린다. 뱀파이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와 프랭크 와일드혼의 드라마틱한 음악이 어우러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블랙 스크린을 설치하고, 스탠딩 세트를 플라잉 세트로 전환하는 등 극적인 연출을 보여주기 위해 장비와 세트를 보강해 웅장한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렸다.
◇아트
일정 5월 17일까지 장소 백암아트홀 연출 성종완 출연 이건명, 엄기준, 박건형 등
15년간 유지해온 세 남자의 우정이 허영과 오만에 의해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가를 일상의 대화를 통해 표현한 연극이다. 대학로 공연 당시 최고 객석 점유율 103%, 누적관객 수 20만 명을 기록하며 ‘아트 광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개성 넘치는 배우들이 인간의 이기심, 질투, 소심한 내면의 심리를 블랙코미디 특색을 살려 거침없이 드러낸다.
◇ 사운드 오브 뮤직
일정 4월 28일~5월 17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연출 정태영 출연 이연경, 배다혜, 송일국 등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지배를 피해 조국을 떠나야 했던 폰 트랩 가족 합창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이다. ‘에델바이스’, ‘도레미송’ 등 동명의 영화를 통해서도 널리 알려진 아름다운 넘버들로 꿈과 희망을 노래한다.
● Movie
◇ 프리저베이션 홀 재즈 밴드
개봉 4월 2일 장르 다큐멘터리 감독 T.G. 헤링톤, 대니 클린치 출연 벤 재프, 월터 해리스 등
뉴올리언스 재즈를 대표하는 ‘프리저베이션 홀 재즈 밴드’가 음악의 뿌리를 찾아 떠나는 여행기를 담았다. 쿠바를 배경으로 한 즉흥 버스킹 등 소울 가득한 재즈 선율이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 밥정
개봉 4월 예정 장르 드라마, 다큐멘터리 감독 박혜령 출연 임지호
임지호 셰프가 자신의 친어머니와 양어머니, 그리고 길 위에서 인연을 맺은 어머니들을 위해 그리움으로 차린 밥상과 인생의 참맛을 함께 담았다. 산과 들, 계곡 등 한국의 아름다운 사계절 풍경도 감상 포인트다.
● Book
◇ 야생의 위로 에마 미첼 저ㆍ심심
25년간 우울증을 알았던 저자가 자연에서 위안을 얻었던 1년간의 소회를 쓴 일기다. 가벼운 무기력증부터 자살 충동에 이르기까지 우울증의 다양한 양상을 경험하며, 그때마다 자신을 위로했던 자연의 모습을 생생한 글과 그림, 사진으로 묘사했다. 섬세한 문장과 감성적인 이미지를 통해 인간을 어루만지는 자연의 따뜻한 손길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 세계사를 바꾼 전염병 13가지 제니퍼 라이트 저ㆍ산처럼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한 코로나19 못지않게 역사상 인류가 속수무책으로 당해온 전염병 13가지를 살펴본다. 발병 당시의 상황과 에피소드, 질병 극복 방법까지 소개한다.
◇ 건강 공부 엄융의 저ㆍ창비
건강의 정의부터 올바른 스트레스 및 식습관 관리, 신종 바이러스와 미세먼지 등으로부터 내 몸을 지키는 방법을 정리했다. 주제별 건강 상식과 더불어 일상생활 수칙 등도 제시한다.
◇ 내가 사랑한 시옷들 조이스 박ㆍ포르체
죽기 전에 읽어야 할 세계의 명시 30편을 사랑, 사람, 시라는 ‘시옷’의 단어들로 풀어냈다. 저자는 숨 가쁘게 달린 하루의 끝에서 ‘시’와 마주하며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길 바란다.
◇ 햇볕이 아깝잖아요 야마자키 나오코라 저ㆍ샘터사
베란다 작은 정원을 가꾸며 마음을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다. “베란다는 세계의 축소판, 그 작은 공간에 우주가 있다”고 말하는 저자의 신선한 통찰력이 곳곳에서 빛난다.
“웰컴 투 시그나기(Sighnaghi)!”
예약한 숙소에 도착해 안내를 받으며 간 곳은 객실이 아닌 테라스였다. 파란 하늘 아래 짙은 녹음 속 밝은 산호 빛 마을의 모습은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그림엽서 같았다. 포도밭이 내려다보이는 테라스 의자에 앉으니 주인아저씨가 수박과 와인을 가지고 왔다. 이곳까지 오느라 고생했다면서 와인을 한 잔 따른 후 건배 제의를 했다. 트빌리시 동쪽의 카헤티(Kakheti) 주에 있는 ‘시그나기’. 인구가 3000명 정도 되는 이 작은 마을에서 본 첫 광경이다.
조지안의 크베브리 와인 사랑
조지아인들의 와인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와인을 마시느라 신이 부르는 자리에도 늦었다는 우화를 말하면서 신도 포기한 와인 사랑을 자랑스러워한다. 그래서 러시아는 조지아를 지배할 때 조지아 정교회에 대한 탄압뿐 아니라 포도나무를 자르는 정책을 펼쳤다.
이렇게 조지아인들의 정체성이자 자부심인 와인은 ‘성스러운 액체’로 불릴 정도로 그들의 생활 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수도원에서도 와인을 만들었고, 아직도 몇몇 곳에서는 와인을 판매한다. 그레미(Gremi) 수도원에서 담근 레드 와인을 마셔보니 선입견 때문인지 일반 와인보다 부드럽게 넘어가는 향이 마음의 무늬를 더 나긋나긋하게 해주었다.
조지아 와인은 560여 가지가 넘는 다양한 포도 품종에서 생산된다. 3km마다 기후가 달라서 같은 품종이라도 재배 지역에 따라 맛의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을 하는 동안 어떤 와인을 선택해야 할지 모를 때면 ‘치난달리’(Tsinandali), ‘사페라비’(Saperavi), ‘킨즈마라울리’(Kindzmarauli) 라벨이 붙은 와인을 선택했다. 가격에 비해 맛은 일품이었다.
조지아 와인의 주 생산지는 카헤티(Kakheti) 주. 조지아 와인을 상징하는 지역이다. 코카서스 산맥 줄기가 병풍처럼 둘러쳐진 분지에 알라자니(Alazani) 강이 흐르는 비옥한 땅이다 보니 포도나무를 비롯해 과일나무들이 잘 자란다. 카헤티 주의 중심 도시 시그나기와 텔라비(Telavi)도 대표적인 와인 산지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 한강을 이루는 지점 두물머리처럼 조지아에도 쿠라 강과 아라그비 두 개의 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세워진 도시가 있다. 조지아 초기 왕조인 이베리아 왕국의 수도였으며, 조지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므츠헤타’(Mtskheta)다. 지금은 수도가 트빌리시이지만 아직도 조지아 정교회의 총본산인 스베티치호벨리(Svetitskhoveli) 성당이 이곳에 있어 조지아 인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장소다. 이 마을은 1994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도시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즈바리(Jvari) 수도원 앞 언덕에 앉아 바라본 므츠헤타는 그리움이 안개처럼 차분하게 깔려 있는 도시였다.
“조지아 와인은 이렇게 마시는 거야”
오래된 역사만큼 와인을 마시는 조지아만의 전통문화가 있다. 술자리에는 반드시 덕담과 건배를 주도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를 ‘타마다’(Tamada)라고 부른다. 타마다가 ‘가우마조스’(cheers)를 외치며 과거, 현재, 미래에 걸친 긴 덕담을 한다. 건배 제의 내용은 순서가 있다. 처음에는 신께 감사하고, 다음 잔에서는 평화를 기원하며, 그다음 잔에서는 성 조지를 위해, 그다음 잔에서는 가족의 안녕을 위해… 이런 식으로 계속한다. 이렇게 이어지다 보면 ‘옛날에 헤어졌던 애인을 위해’ 건배 제의를 하는 경우도 있다. 술자리에서 나온 건배 내용에 대해 질투를 하면 안 된다. 보통 기쁜 날은 26잔, 슬픈 날은 18잔의 와인을 마시며 술자리와 건배가 이어진다.
또 한 가지, 취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술을 그만 마시고 싶으면 타마다에게 말해 벌주를 받으면 된다. 이때 사용하는 잔이 ‘깐지’(Kantsi)다. 염소나 소의 뿔로 만든 전통 와인 잔으로 조지아 어느 곳에 가도 기념품 판매점에서 볼 수 있다. 이 잔은 뿔로 만든 잔이라 세워지지 않는다. 벌주를 받는 사람은 반드시 원샷을 해야 한다.
사랑에 빠지는 도시 ‘시그나기’
달콤한 포도 향이 바람에 실려 퍼지는 작은 도시 시그나기에 신의 물방울만 있는 건 아니다. 18세기에 지은 요새, 돌 성벽, 주황빛 마을은 해발 790m 높이의 자연과 함께 시그나기를 동화 같은 마을로 만들었다. 아무 목적 없이 마을 구석구석을 어슬렁거리며 시간을 보내기에 딱 좋다. 이 마을에서는 누구라도 천사가 될 수밖에 없다. 누구라도 사랑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고풍스러운 시청 건물에서는 365일, 24시간 내내 결혼식과 혼인신고가 가능하다고 한다. 흔히들 시그나기를 ‘사랑의 도시’라고 말한다. 마음 예쁜 사람들이 사는 그림 같은 마을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시그나기에는 사랑에 얽힌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 이곳 출신인 조지아의 국민 화가 니코 피로스마니(Niko Pirosmani)의 사랑이다. 그는 프랑스 출신 여배우 마르가리타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 가난했던 그는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그림과 집을 팔아 장미를 사서 그녀가 사는 집 앞을 꽃으로 장식했다. 하지만 그녀는 떠났고, 그에게는 그녀를 그린 그림만 남게 되었다. 그 후 두 사람은 죽을 때까지 만나지 못했다. 이 이야기는 그가 죽은 후 세상에 알려졌고, 1980년대 러시아 가수가 ‘Million Alykh Roz’라는 제목의 노래로 그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들려줬다. 우리나라에서 가수 심수봉이 ‘백만 송이 장미’로 번안해 부른 곡이다.
시그나기에서 가까운 곳에 카헤티 주의 주도인 텔라비가 있다. 텔라비는 작지만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다. 조지아의 자연을 즐길 수 있는 ‘튜세티 국립공원’(Tusheti National Park)으로 가는 전초 기지 역할도 한다.
감동의 폴리포니 공연
도로 양옆으로 포도밭이 끝없이 펼쳐졌다. 싱그러운 포도밭을 보며 달리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조지아의 아름다운 연녹색 매력에 빠져버릴 것 같았다. 길가에 서 있는 와이너리 안내 간판은 여행자를 향해 손짓을 했다. 카헤티 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한적한 시골길을 따라 오래된 마을 크바렐리(Kvareli)의 ‘카레바’(Khareba) 와이너리로 갔다. 단순한 와이너리가 아니었다. 조지아를 종합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서의 규모와 콘텐츠를 잘 갖추고 있었다.
휴식공간으로 보이는 건물 앞 정원은 크베브리 황토 항아리를 비롯해 각종 소품과 조형물이 꾸며져 있었다. 건물 안은 와인 저장고, 시음 및 판매시설, 와인 관련 도구 전시실, 와인 제조 설명 프로그램 진행장, 기념품 판매점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와인 체험을 하고 나오니 로비에서 5명의 남성이 환상적인 다성 창법의 폴리포니 공연을 했다. 러시아 작곡가 스트라빈스키가 “조지아의 노래는 현대 음악보다 훨씬 관념적이다”라고 극찬한 이유를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매혹적인 보컬의 다성 창법이 들려주는 하모니가 장엄하게 가슴을 울렸다. 목에서 나오는 소리라기보다는 영혼의 울림 같았다. 환상적인 조지아 와인만큼이나 황홀한 폴리포니의 벅찬 감동이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왔다.
시그나기에서 가볼 만한 곳
보드베 수도원(Bodbe Monastery) 조지아 왕비의 병을 치료하면서 조지아에 기독교를 전파한 성녀 니노가 생을 마감한 수도원이다. 수도원 밑 돌담길을 따라 내려가면 ‘니노의 샘’이 나온다. 지금도 치유 효험을 믿고 많은 사람이 찾는다.
시그나기 성곽 길(Sighnaghi Wall) 마을 언덕 위에 있는 아치형 돌문을 지나면 성곽 위로 올라가는 길이 나온다. 아침과 저녁 시간에 성곽 길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환상적이다.
로라시빌 도로(Lolashvili St.) 시그나기 마을 정상부터 산을 타고 구불구불 내려가는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 카헤티 지방의 광활한 평원을 조망할 수 있다.
알아두면 좋은 Tip
텔라비에서 트빌리시 혹은 므츠헤타로 갈 경우, 혹은 반대의 경우 ‘38번’ 도로인 ‘곰보리 패스’(Gombori Pass)를 이용하길 권한다. 해발 2000m의 산을 넘으며 한없이 맑은 공기와 파란 하늘, 야생화에 푹 빠질 수 있다.
추웠던 겨울도 서서히 마무리 되는 2월!
새콤달콤 딸기와 싱싱한 대게가 제철을 맞아 이를 주제로 한 지역 축제들이 열리고요~
2월 8일 정월대보름 맞이 행사와 이른 봄을 만날 수 있는 매화축제까지…
다양한 축제와 행사 즐기시고 올 겨울도 알차게 마무리해보세요!
# 2020 삼척 정월대보름제
일정 2월 7~9일 장소 엑스포광장 및 오십천둔치 일원
정월대보름을 맞아 1973년 음력 정월보름날부터 시작된 행사다. 삼척 고유의 기줄다리기를 비롯해 천신, 지신, 해신에게 소재 초복과 풍년, 풍어를 기원하는 제례행사와 전통 민속놀이 등이 펼쳐진다.
# 휴애리 매화축제
일정 2월 7일~3월 8일 장소 제주 휴애리 매화정원
봄의 전령사인 매화를 한껏 만낄할 수 있는 휴애리의 계절축제다. 행사 기간 동물먹이주기체험, 승마체험, 거위쇼 관람과 더불어 다양한 전통놀이 체험과 상설 체험 프로그램을, 갤러리팡 사진전 등을 즐길 수 있다.
# 논산딸기축제
일정 2월 19~23일 장소 논산천둔치 관내 딸기밥
제철 딸기를 직접 수확하고, 딸기케이크 만들기, 딸기잼 만들기, 딸기 드론 만들기, 딸기 공예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체험해볼 수 있다. 논산시민과 함께하는 밴드공연, 난타공연, 불꽃놀이 등도 함께 개최한다.
# 영덕대게축제
일정 2월 20~23일 장소 영덕 강구항 일원
올해로 23회째를 맞은 대게 축제로, 올해는 ‘왕이 사랑한 영덕대게의 꿈!’을 테마로 열린다. 영덕대게를 비롯한 다양한 해산물을 맛볼 뿐만 아니라, 풍물퍼레이드를 비롯한 콘서트와 버스킹도 감상할 수 있다.
# 울진대게와 붉은대게 축제
일정 2월 27일~3월 1일 장소 울진 후포항 왕돌초 광장 일원
울진군의 특산물인 대게를 알리고,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된 지역 대표 행사다. 대게를 활용한 다양한 시식, 체험 행사와 더불어 다채로운 퍼포먼스와 콘서트와 문화공연도 즐기며 풍족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 2020 포항 구룡포대게축제
일정 2월 28일~3월 1일 장소 포항 구룡포 아라광장 일원
전국 최대 대게 생산지인 포항 구룡포에서, 많은 생산량을 기반으로 저렴한 가격의 구룡포대게를 널리 알리기 위해 지난해부터 개최한 축제다. 대게낚시, 대게퓨전요리 이벤트, 대게깜짝경매 등을 진행한다.
어린 시절의 겨울을 떠올려보면 추운 날씨에도 바깥 활동을 참 많이도 했다. 팽이치기, 자치기, 썰매타기, 딱지치기, 구슬치기, 얼음땡 등 겨울 놀이가 풍성했다. 요즘은 세상이 변해서 따뜻한 실내에서도 다양한 놀이와 체험을 할 수 있다. 손주 손 잡고 가족과 함께 즐길 만한 핫 플레이스를 찾아봤다.
1. 힐링과 웰빙을 담는 곳 ‘미리내 힐빙클럽’
이 겨울 따뜻한 곳에서 제대로 된 휴식을 하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미리내 힐빙클럽’(경기도 양평군 지평면). 몸과 마음을 함께 보해주는 예방 의학과 ‘마음 챙김’ 철학이 만난 공간으로 서울 송파구 잠실에서 50분 거리에 있다. 안정적이고 편안한 상태로 심신을 내려놓고 일상생활에서 느꼈던 피곤함을 떨쳐버릴 수 있는 곳이다.
스트레스 체크를 시작으로 유산균이 배합된 팩을 얼굴에 바르고 누워서 하는 ‘바디스캔 명상과 디토피팩’은 미리내 힐빙클럽의 특별 프로그램이다. 깊은 휴식을 통한 이완과 재충전도 하고 피부 노폐물도 제거할 수 있다.
‘실내 체험존’에는 ‘풀이 우거진 곳’이라는 의미를 지닌 순우리말 이름의 ‘가든푸실’이 있다. 100여 종에 이르는 초록 식물과 반신욕, 족욕 등 물을 테마로 한 공간으로 조용하고 편안하게 안정을 취할 수 있다. 말초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는 테마별 족욕탕도 곳곳에 있다. 잇꽃 입욕탕, 겨우살이덩굴 입욕탕, 쑥탕 등 생약초 족욕탕, 오감 족욕탕, 게르마늄 족욕탕 등으로 나뉘어 있어 취향대로 선택할 수 있다. 바이오 세라믹볼 찜질도 방문객들에게 사랑받는 공간이라고. 인체에 유익한 다섯 가지의 광석 물질이 몸속 깊숙이 열을 전달해주는 원적외선을 방출한다. 옛날 아랫목이 있던 구들방을 연상케 하는 ‘구들잠休’는 평소 숙면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인기다. 잠깐 자고 일어나도 개운함을 느낄 수 있다. 힐빙체험존에는 간, 비위, 콩팥, 폐, 심장을 중심으로 한 오행 테라피와 향기, 명상, 소리, 색깔을 이용한 오감 테라피 등이 있다.
2. 도시 속 예뻐지는 정원 ‘아모레 성수’
이곳에 가면 예뻐질 수 있다! 건물 안에서 정원도 감상하고 아모레퍼시픽의 다양한 제품들을 직접 써볼 수 있는 공간, 바로 ‘아모레 성수’다. 모두에게 열려 있지만 특히 여성들에게 관대한 이곳은 지난 10월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에 문을 열었다. ‘아모레 성수’는 아모레퍼시픽의 30개 브랜드를 중심으로 이뤄진 만들어진 뷰티 라운지다. 1층에서 3층 옥상까지 총면적은 300평 규모. 어린 시절 엄마의 콜드크림을 얼굴에 조금씩 발라보던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곳이다. 마치 그때 그 시절 화장대를 넓은 공간에 예술적으로 표현해놓은 곳이라고 생각하면 될까?
아모레 성수 건물 안 중앙에는 ‘성수가든’이라고 이름 붙인 정원이 있다. 이곳을 중심으로 다양한 공간을 배치해 건물 어디에서나 정원을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정원수로 쓰인 꽃들은 비비추, 앵초 같은 우리 강산에서 나고 자란 식물들이 대부분이다. 한국적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놓았다.
매장 입구에서 간단한 웹 체크인을 하고 나면 아모레 성수에서 체험할 수 있는 미니어처 교환권과 오설록 할인권 등을 스마트폰으로 다운로드해 쓸 수 있다. 화장품을 사용하기 전 세안을 할 수 있는 클렌징 룸을 지나면 만날 수 있는 ‘뷰티 라이브러리’. 아모레퍼시픽 30여 개 브랜드의 2000여 개 제품을 마치 도서관에서 책을 빼서 보듯 꺼내 쓸 수 있다. 뷰티 라이브러리 맞은편에 있는 가든라운지는 아름다움을 함께 공유하는 공간이다. 비치된 의자에 앉아 성수가든을 바라보며 다양한 제품을 사용해볼 수 있다. 2층에는 오설록 아모레 성수점이 입점했다. 3층은 옥상으로 연결돼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성수동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3. 기차 안에서 놀자! 크루즈 열차 ‘해랑’
크루즈 여행은 한 장소에서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목적지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탑승과 함께 진행되는 유람선 안 프로그램이 낭만적이다. 아주 멀리 배를 타고 가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다면 기차 안에서 놀고 즐길 수 있는 해랑을 타고 달려보자. 일명 레일크루즈라 불리는 ‘해랑’은 코레일관광개발에서 운영한 지 11년째 된 관광열차다. 상시 여행 코스는 2박 3일 전국일주(서울-순천-경주-동해-태백), 1박 2일 동부권(서울-단양-경주-서울),
1박 2일 서부권(서울-고창-보성-순천-서울) 3가지가 있다. 오는 12월 30일과 31일에는 해맞이 특별 열차가 운영될 예정이다.
‘해랑’으로 운영되는 열차는 총 2대로, 1대당 8량으로 구성돼 있다. 중심 차량인 4호와 5호는 레스토랑 카페와 이벤트 라운지이고, 나머지 6량은 객실이다. 2인실(스위트·디럭스룸)과 3~4인실(2층 침대) 패밀리 룸과 스탠다드룸 등 4개 타입이 있다. 호텔식을 지향하기 때문에 시설 또한 고급스럽다. 관광 전용 열차에 걸맞게 침대, 소파, 화장실, 헤어드라이기 등 여행과 휴식에 필요한 시설들이 구비되어 있다. 여행이 시작되면 승객과 승무원들은 이벤트 라운지에 모여 여행 시작을 알리는 작은 파티를 연다. 다양한 이벤트를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준비하는데 승무원들의 장기자랑도 이때 볼 수 있다. 승객들은 각자 자기소개를 하면서 새로운 여행 친구들과 인사한다. 보다 친근한 여행을 즐길 준비를 하는 시간이다. 해랑 승무원들은 맡은 소임은 물론 각 여행지에서 관광객 인솔과 이벤트 공연, 식음료 등을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해랑에 올라타는 순간부터 내릴 때까지 쇼핑을 강요받는다거나, 추가 요금을 내는 일이 없다는 게 큰 장점이다. 시니어들에게는 화요일과 금요일에 출발하는 전국일주 2박3일 코스가, 어린 자녀가 있는 부부에게는 1박 2일 코스가 인기 있다.
4. 손주들과 함께 가는 실내 동물원 ‘주렁주렁’
주렁주렁은 도심 속에서도 동물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겨울철에는 엄두도 낼 수 없었던 동물원 나들이를 하게 된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실내 동물원 ‘주렁주렁’은 동물들과 함께하는 테마파크로 하남, 일산, 경주,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들어서 있다. 시간 여행자와 생명의 나무(타임스퀘어), 잃어버린 기억(하남), 여행자의 추억(일산), 숨겨진 비밀(경주) 등 각기 다른 주제를 가지고 운영된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간이라 실내 평균온도와 내부 환경에 각별한 신경을 쓴다고. 실내는 23℃에 맞춰져 있어 외부 날씨 영향을 받지 않고 사시사철 이용이 가능하다. 춥거나 미세먼지가 많아도, 눈비가 와도 즐길 수 있는 동물원이다.
운영 프로그램도 각 동물원마다 색다른 특색이 있다 ‘하남 주렁주렁’에서는 전 연령 대상으로 앵무새 ‘민트’와 함께하는 토크쇼 ‘모퉁이 상담소’, ‘주렁숲 요정의 산책’이라는 환영 행사를 진행한다. 올해 7월에 문을 연 영등포 타임스퀘어점은 1000평 규모의 실내 동물테마공원으로 대중교통이 편리할 뿐만 아니라 복합쇼핑몰 안에 있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다. 시간 여행자와 생명의 나무 콘셉트에 맞춰 게임을 하듯 미션을 하나씩 수행하면서 동물원을 관람할 수 있다. 미션을 마친 뒤에는 영상 불빛 쇼도 볼 수 있다 하니 이번 겨울에 꼭 한 번 가보시길. 아기자기한 프로그램이 많은 ‘일산 주렁주렁’은 파충류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생생 도슨트 체험 파충류 대사전’과 ‘걱정인형 만들어주기’, 동물에게 먹이를 줄 수 있는 ‘생태체험 주렁쿠키’, 앵무새 비밀 친구(마니토)를 뽑아 특별 간식을 선물하는 ‘생태체험 나의 마니또는?’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경주에서는 동물먹이주기 체험이 주를 이룬다. 상어, 사바나캣, 카피바라에게 먹이를 주고 싶으면 현장에서 신청하면 된다. 방문 전 주렁주렁 사이트에서 가고 싶은 곳 정보를 확인하면 보다 알차게 동물들과 교감할 수 있다.
5. 숲속 맑은 공기와 찜질 스파 ‘테르메덴 풀앤스파’
서울에서 멀지 않은 경기도 이천. 복합휴양 공간인 ‘테르메덴 풀앤스파’가 있다. 추운 날씨에도 실내외 온천 사우나와 수영장은 물론 카라반 캠핑 시설과 한옥을 갖추고 있어 유럽에 온 듯한 숲속 정취와 우리 전통의 향취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실내에 마련된 풀앤스파는 각종 질병 예방과 요양, 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개발된 건강보양온천 시설이다. 이를 바데풀(Bade Pool)이라고 하는데 독일의 바데하우스(Bade Haus)를 모델로 했다. 유수풀, 유아풀, 테마 이벤트탕, 아로마 사우나 닥터 피시 등이 마련돼 있다.
실내 시설 중 하나인 찜질 스파는 전형적인 온천에 찜질을 더한 것. 온천욕을 즐긴 후 편백나무방, 황토방, 소금방, 맥반석방 등에서 찜질을 할 수 있다. 일본의 편백나무와 히말라야의 암염, 전북 고창의 최고급 황도, 경북 예천의 맥반석을 사용해 최고의 건강관리를 할 수 있도록 꾸며놓았다. 찜질방과 함께 패밀리룸, 가든 커뮤니티, 안마의자룸, 키즈라이브러리 등의 시설도 갖추고 있다.
이밖에 건·습식 사우나, 온천탕, 노천 이벤트탕은 일상의 지친 몸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춥다고 해서 꼭 실내 시설만 이용할 필요는 없다. 노천 이벤트탕은 생각보다 춥지 않다고. 겨울에는 바닥에 살얼음이 낄 수 있어 걸어 다닐 때 조심해야 한다. 추위가 걱정된다면 긴팔로 된 래시 가드를 착용할 것을 권한다. 테르메덴 풀앤스파에서는 수영복 대여가 안 되므로 꼭 챙겨가야 한다.
춥다고 외출을 피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때때로 발걸음을 옮겨 즐길 거리 가득한 실내 놀이터를 찾아보자. 찬바람에도 끄떡없는 테마별 실내 5樂 공간을 소개한다.
1樂 문화를 즐기다
◇ CGV 특별 상영관
국내 최초의 잔디 슬로프 특별관 ‘씨네&포레’는 영화와 숲을 테마로 한 콘셉트로 자연 친화적 스타일로 꾸며졌다. 숲속을 재현한 분위기와 더불어 영화 상영 전 피크닉타임, 캠핑 감성 메뉴, 그리너리 라운지 등을 즐길 수 있다. 또 거실에 대한 로망을 담은 거실형 극장 ‘씨네&리빙룸’은 가죽소파와 칸막이를 설치해 프라이빗한 공간을 연출했다. 각 좌석에는 개인 테이블, 쿠션, 휴대폰 충전기 등을 놓아 편안함을 더했다. 어두운 상영관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실제 거실처럼 밝은 조도의 관람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씨네&포레: CGV 강변·광주금난로·천안터미널·부천점, 씨네&리빙룸: CGV 왕십리점.
enjoy + ‘씨네드쉐프’는 고급 레스토랑 식사에 이어 영화 관람까지 가능하다. 상영관은 침대관인 ‘템퍼시네마’와 다양한 소파가 마련된 ‘살롱S’ 중 선택하면 된다. CGV압구정·센텀시티·용산아이파크몰 등에서 즐길 수 있다.
◇ 송파책박물관
책장의 레이어를 본뜬 외벽이 돋보이는 ‘송파책박물관’은 다양한 연령대가 찾는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먼저 가장 눈에 띄는 건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널찍한 중앙 계단. 관람객이 쾌적하게 독서를 하거나 각종 문화 행사를 즐기도록 설계했다. ‘책을 통한 소통’을 주제로 꾸며진 1층에는 카페라운지를 비롯해 북키움, 키즈스튜디오 등 어린이를 위한 공간이 마련됐다. ‘책 속에 들어가 바라보다’라는 콘셉트가 담긴 2층에서는 책과 독서를 소재로 한 상설·기획 전시실과 미디어 라이브러리 등 다양한 사료와 자료를 살펴볼 수 있다. 날씨가 포근할 때는 야외정원에서 책을 읽으며 여유를 만끽해도 좋다. 서울시 송파대로37길 77, 화~일요일 10:00~18:00
enjoy + 송파책박물관의 특별 공간은 바로 ‘보이는 수장고’다. 대부분의 수장고는 유물처럼 귀한 자료가 많아 접근이 어려운 반면, 이곳에선 유리창을 통해 수장고의 모습과 소장품의 관리·보존 상황을 엿볼 수 있다.
2樂 자연을 즐기다
◇ 서울식물원
지난해 개방한 ‘서울식물원’은 지하철 9호선·공항철도 마곡나루역 3·4번 출구와 연결돼 바깥으로 나가지 않고도 쉽게 방문 가능하다. 지중해 12개 도시 식물을 전시한 온실에서 추운 겨울에도 따뜻하게 자연을 만날 수 있다. 야외 활동이 괜찮은 날엔 한국 자생식물로 전통정원을 재현한 야외 주제정원을 거닐어보자. 그밖에 식물문화센터, 어린이정원학교, 마곡문화관, 숲문화학교, 수변데크 등을 둘러봐도 좋다. 서울시 강서구 마곡동로 161, 화~일요일 09:30~17:00(동절기)
enjoy + 서울식물원 내 식물문화센터에서는 각종 행사와 전시 등을 통한 다양한 식물문화 체험이 이뤄진다. 온실과 보타닉홀(대강당), 식물전문도서관, 씨앗도서관, 기획·상설 전시관을 비롯해 푸드코트, 카페테리아 등 편의시설도 이용할 수 있다.
◇ 식물관PH
유리온실과 닮아 자칫 식물원으로 보이는 ‘식물관PH’는 ‘식물과 사람이 함께 쉬는 고유한 경험의 공간’을 지향한다. 실제 사람과 식물이 더불어 활동하기 적합한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이곳에선 팥배나무, 야자나무 등 100여 종의 나무들과 다육식물을 전시한 재배온실을 볼 수 있다. ‘식물관’은 식물원과 미술관을 합친 이름이다. 입장료 1만 원을 내면 식물원과 3층 미술관을 구경하고 음료 주문까지 가능하다. 서울시 강남구 광평로34길 24, 화~일요일 11:00 ~20:00(동절기)
enjoy + 식물관PH 3층에서는 12월 15일까지 도예가 한정용 서울대학교 교수와 그의 제자들이 참여한 기획전시 ‘Formation’이 열린다. ‘흙’이라는 집중된 소재 안에서 만듦새의 확장성을 연구하고, 그 쓰임을 바탕으로 형태를 짓는 도예의 작은 시도를 들여다볼 수 있다.
3樂 놀이를 즐기다
◇ 숲, 숨 Gray
‘PLAY=HEALING’ 노는 게 곧 쉼임을 실현하게 해주는 복합문화공간이다. 평일 1시간 5000원(주말 6000원)의 이용료를 내면 보드게임, 노래방, 오락실, 만화방, 안마의자, 영화 감상 등을 모두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여기에 아메리카노 1잔이 공짜로 제공되고, 3시간 이용 시에는 케이크까지 함께 증정한다. 5층으로 이뤄진 다양한 공간을 체험하다 보면 1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맨 꼭대기 층에는 와인을 곁들일 수 있는 바(bar)도 마련돼 있어 각종 모임 장소로 활용해도 좋다(대관 별도 문의). 서울시 강남구 강남대로156길 45, 연중무휴 24시간 영업(제주점: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 965)
enjoy + 액션, 어드벤처 등 인기 플레이스테이션 게임부터 농구, 다트, 레트로 오락기와 수준별 보드게임, 최신 코인노래방, 고급 안마의자까지 남녀노소 즐길 거리가 풍부해 누구와 함께해도 만족스럽다. 물론 혼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 VR스퀘어
화이트·그린·블루·레드·옐로 등 총 5가지 콘셉트로 나뉜 5층 공간에서 각종 VR 어트랙션(가상현실 체감형 기기)을 체험할 수 있다. 이용요금은 평일 기준 어트랙션 수에 따라 BIG1 8000원, BIG3 2만 원, FREE PASS 2만9000원(3시간 자유이용)으로 나뉜다. VR 체험이 처음이라면 어지럽거나 멀미를 할 수도 있으니 1회권이나 3회권으로 먼저 이용해본 후 횟수를 늘리는 게 좋다. 여럿이 함께 간다면 원하는 시간 동안 인기 콘텐츠 13종을 즐길 수 있는 VR 파티룸(평일 3만6000원)을 이용하는 게 실용적이다. 서울시 마포구 어울마당로 68, 일~금요일 11:00~23:00, 토요일 11:00~24:00
enjoy + 실제 사용자의 행동이 게임에 그대로 반영되는 VR 워킹 어트랙션을 비롯해, 기계에 탑승해 운전이나 비행 등을 즐기는 VR 시뮬레이터, 근래 유행하는 VR 방탈출까지 몰입도 높은 가상현실 기기들이 설치돼 있어 다양한 VR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사진 제공 서울식물원, 식물관PH, 숲, 숨 Gray, VR스퀘어
4樂 여가를 즐기다
◇ 통의동 보안여관(BOAN 1942)
1942년부터 2005년까지 약 60여 년간 수많은 나그네가 머물렀다 간 쉼터 ‘통의동 보안여관’은 2007년 복합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재작년부터는 본래의 기능을 되살리는 의미에서 숙박시설인 ‘보안스테이’를 새롭게 열었다. 북악산, 경복궁, 서촌 한옥마을 등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과 더불어 휴식을 극대화하는 객실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빈티지한 분위기의 외관과 실내 디자인뿐만 아니라 보안책방, 아트스페이스보안(전시 공간), 보안클럽 등 볼거리가 많아 이따금 여가를 보내기에 제격인 장소다. 서울시 종로구 효자로 33, 화~일요일 12:00~18:00, 잔술집33 18:00~24:00
enjoy + 통의동 보안여관 1층에 자리 잡은 33마켓은 한국적 정취와 계절의 흐름을 담은 공간이다. 낮에는 차를 우리는 티 카페로 운영하고, 밤에는 크리에이터들이 공예 작가들의 작품 잔에 술을 파는 ‘잔술집33’이 되어 손님을 맞이한다.
◇ 국립현대미술관 X 더 플라자 호텔
국립현대미술관은 개관 50주년 기념전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이하 ‘광장’)의 개최를 맞아 더 플라자 호텔과 함께 제휴 프로그램 ‘국립현대미술관 50주년 x더플라자’를 진행한다. ‘광장’은 한국 미술 100년을 조명하는 대규모 기획전으로 서울관, 덕수궁관, 과천관에서 내년 2월까지 만날 수 있다(과천관은 3월 29일까지). 해당 기간 호텔 클럽층 투숙 고객에게 국립현대미술관 3개관 초대권과 무료 아트셔틀버스를 제공하는 등 편안한 휴식과 함께 다양한 예술적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더 플라자 호텔 서울시 중구 소공로 119
enjoy + 기본 제휴 프로그램 외에 미식과 예술이 결합된 ‘코리아 모던 아트 패키지’를 운영한다. 프리미어 스위트에서 1박과 함께 미쉐린 가이드가 선정한 한식 레스토랑에서의 식사와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투어까지 누릴 수 있다(가격은 53만5000원부터).
5樂 취미를 즐기다
◇ 상생상회
상생상회는 지난해 11월, 서울시가 지역 중·소농을 돕고 판로를 지원하기 위해 만든 곳이다. 1층에는 지역물품 판매장과 카페가, 지하 1층에는 전시 홍보 및 상생공유의 장이 마련돼 있다. 전시 홍보 공간에서는 지역 축제, 특산물, 관광자원 등을 주제로 정기적인 전시를 진행하며, 국내 여행 및 귀농·귀촌 등 유용한 지역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상생공유주방은 상생상회에서 판매하는 식재료를 활용해 요리하는 ‘서로맛남’과 금요일 점심시간 셰프가 만드는 제철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금요미식회’를 진행한다. 요리가 취미인 이들이라면 한 번쯤 찾아가 보길 권한다.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 39, 1층 매장 11:00~20:00, 자원홍보공간 9:00~18:00
enjoy + ‘서로맛남’과 ‘금요미식회’는 제철 식재료에 따라 매달 프로그램이 달라진다. 일정 확인 및 예약은 홈페이지(sangsaeng.seoul.go.kr)에서 가능하고, 상생상회 SNS나 카카오톡 플러스친구를 통해서도 신청할 수 있다.
◇ 엔젤공방거리
진득하게 자리 잡고 앉아 취미를 즐기기엔 공방만 한 곳이 없다. 서울 강동구에 조성된 엔젤공방거리에는 도자기, 커피, 디저트, 플라워, 캔들, 금속, 목재 등 다양한 소재를 다루는 공방이 즐비하다. 각 공방에서 판매하는 이색 공예품들은 물론 데일리 클래스나 정기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원하는 공예품을 제작하거나 배울 수 있다. 서울시 강동구 성안로 일대.
enjoy + 강동구 엔젤공방거리에 입점한 공방은 현재 총 18곳이다(2019년 11월 기준). 도자기 공예 수업을 진행하는 ‘베이크 포터리’(성안로 109)를 1호점으로 시작해 18호점인 애견 관련 수공예품점 ‘오늘도 예쁘구나’(성안로 43)까지 각양각색의 공방이 자리하고 있다. 핸드드립 커피와 디저트 등을 즐기고 배우는 ‘커피 플라스크’(성안로 41), ‘알라망’(성안로 75) 등을 비롯해 테라리움 DIY 공방 ‘고니네미’(성안로 47), 젓가락 예절교육을 진행하는 ‘시와저’(성안로 101), 업사이클 금속공예방 ‘메탈룸’(성안로 35) 등 취미에 따라 공방을 선택해 즐길 수 있다.
대구 청라언덕으로 가는 길에 가곡 ‘동무생각’을 흥얼거렸다.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 나는 흰나리꽃 향내 맡으며….” 어릴 적 배운 노래인데도 노랫말이 또렷이 떠올랐다. 우리나라 근대 풍경을 묘사한 벽화 골목을 지나자 야트막한 언덕이 나타났다. 정원으로 가꾼 언덕 위에 붉은 벽돌로 지은 서양 주택 세 채가 그림처럼 자리했다. 청라언덕은 상상했던 것만큼 아름다웠다.
걷기 코스
동대구역▶ 버스▶동산 청라언덕▶ 3·1만세운동길 계단▶ 계산성당▶ 이상화고택▶ 서상돈고택▶ 마당깊은집▶ 교남YMCA▶ 대구기독교역사과(구 제일교회)▶ 약령시한의약박물관▶ 진골목(종로)▶ 화교협회(화교소학교)▶버스▶ 김광석골목
청라언덕에서 부르는 연가
1890년대 조선에 들어온 미국인 기독교 선교사들은 동산언덕을 사들여 주택, 교회, 병원을 지었다. 푸른 담쟁이넝쿨이 붉은 벽돌로 지은 주택을 휘감았다. 대구읍성 동쪽 언덕이었던 동산은 이때부터 푸를 靑(청)과 담쟁이 蘿(라) 자를 써 ‘청라언덕’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이곳에는 1910년경 선교사들이 지은 서양 주택 세 채가 남아 있다. 선교사 이름을 딴 스윗즈 주택, 챔니스 주택, 블레어 주택이 그것. 미국식 방갈로 형태로 지은 주택 둘레에 나무가 우거진 정원과 산책로를 조성해 이국적 정취를 더했다. 이 건물들은 각각 선교박물관, 의료박물관, 교육역사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1900년대 전후의 서양 의료기기들과 외국인 선교사들의 선교 활동, 3·1운동 역사에 관한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챔니스 주택과 블레어 주택 사이에서 대구 출신 작곡가 박태준(1900~1986)이 곡을 붙인 ‘동무생각’ 노래비를 찾았다. 이 노래에 작곡가의 러브 스토리가 담겨 있을 줄이야. 박태준이 고교생 시절 한 여학생을 짝사랑했는데, 훗날 이 사연을 들은 이은상 시인이 노랫말을 써줬다고 한다. ‘동무생각’의 ‘동무’는 동성 친구가 아닌 이성이었던 것.
청라언덕에서 계산동으로 넘어가기 위해 3·1만세운동길 계단을 내려간다. 좁고 가파른 이 계단은 1919년 대구 3·1만세운동 당시 고교생들이 일본의 눈을 피해 집결지로 이동했던 통로였다. 계단 중간쯤에 멈춰 서니 가로수 위로 우뚝 솟은 계산성당 쌍탑이 보인다.
대구의 예술가를 만나는 골목길
계단을 내려와 큰길을 건너면 곧 계산성당 앞이다. 계산성당은 100여 년 동안 이 터를 수호하듯 하늘을 향해 뾰족한 쌍탑을 얹고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서 있다. 외국인 여행자들 눈에도 멋있어 보이는지 성당을 배경 삼아 기념 촬영을 하느라 분주하다.
성당 뒤쪽에는 민족시인 이상화(1901~1943)와 국채보상운동을 주도했던 민족운동가 서상돈(1850~1913)의 고택이 골목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이상화는 1934년부터 1943년 사망하기 전까지 이 집에 살면서 수많은 항일 시를 남겼다. 그가 해방된 조국을 보았다면 자신의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에 대한 답시를 짓지 않았을까.
두 고택 앞을 지나는 골목에는 시인 이상화, 소설가 현진건, 화가 이인성 등 대구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이 모여 살았다 하여 ‘예술가 골목’으로 불리기도 했다. 최근 이 골목에 한국전쟁 직후 대구를 배경으로 한, 한 소년의 성장소설 ‘마당 깊은 집’(1988)의 문학체험공간이 들어섰다. 이 소설은 김원일(1942~)의 자전적 소설이기도 한데 드라마로도 방영되어 인기를 끌었다.
이곳에서 5분 정도 걸으면 3·1만세운동 때 주요 지도자들이 회의했던 대구 구 교남YMCA 회관과 1893년에 지은 대구기독교역사관(구 대구제일교회)을 만난다. 모두 문화재로 지정된 근대건축물이다.
한약재 향 머금은 약전골목
대구기독교역사관 옆에는 약령시한의약박물관이 자리했다. 2층에서는 사상체질 진단, 무료 한방차 시음, 족욕 체험, 한방비누 만들기 등의 다채로운 한방 체험을 할 수 있다. 한의약박물관 골목 일대는 한약재상이 밀집한 약전골목이다. 카페에서도 한방차를 판다. 이 골목에선 늘 한약재를 달이는 냄새가 달달하게 풍겨온다.
약전골목을 빠져나와 조선시대 영남지방 선비들이 과거 보러 한양 가던 길, 영남대로를 걷는다. 대로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한약재 상점과 음식점, 카페 등이 모여 있는 좁은 골목길이다. 과거 보러 가는 선비에 얽힌 이야기를 그린 담장 벽화가 소소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벽화보다 눈길을 끈 것은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선 칼국수집이다. 대기하던 손님이 “이 집이 유명한 원조 칼국수집인데요, 빵게를 넣고 얼큰하게 끓여 맛이 기가 막혀요” 하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운다. 김이 펄펄 솟는 칼국수 찜통을 아쉽게 바라보며 다음 대구 여행을 기약한다.
넓은 종로 긴 진골목
영남대로에서 한 블록 위로 올라가면 열십자 모양의 대로인 종로가 있다. 종로 인근에 부자 동네였던 진골목과 약전골목이 있어 요정, 권번 같은 유흥 시설이 많았다고 한다. 지금도 한약재상과 음식점, 전통시장, 백화점 등이 자리한 대형 상권을 이루고 있다. 종로에는 화교의 역사도 공존한다. 근대에 화교들이 정착해 요식업, 포목업 등을 하며 살았다. 이들은 대구 갑부 서병국의 저택을 매입해 화교협회 건물로 사용했고, 그 앞에 화교 소학교를 세웠다. 근대건축물인 화교협회 건물은 예약(053-255-0561)한 후 관람할 수 있다.
차와 사람이 뒤섞여 지나다니는 종로를 걷다 진골목으로 숨어든다. ‘진’은 ‘길다’의 경상도 사투리 ‘질다’에서 비롯됐다. 조선시대에도 있던 골목이며, 근대에는 재력가가 많이 살았다고 한다. 진골목 명소인 정소아과의원은 1937년에 지은 서양식 주택으로 소설 ‘마당 깊은 집’에도 등장한다. 노인들과 예술가들이 즐겨 찾는 미도다방도 이곳 터줏대감이다. 한때 유학자가 많이 방문해 양반다방이라 불리기도 했다고. 골목이 긴 만큼 옛이야기도 끊이지 않는다.
또다시 김광석다시그리기길
진골목까지 둘러본 뒤 버스를 타고 방천시장 인근 김광석골목을 찾아간다. 대구에 오면 왠지 꼭 들러야 할 것 같다. 애잔한 그의 목소리와 어울리는 계절, 늦가을엔 더욱더 그렇다. 김광석(1964~1996)이 방천시장 골목에서 태어난 인연으로 이 골목이 조성됐다. 350m쯤 되는 골목 입구에서 김광석의 기타를 본뜬 대형 조형물이 반긴다. 골목 담벼락에는 한몸 같았던 기타를 품에 안고 하회탈처럼 웃음 짓던 김광석과 그의 노래들이 벽화로 되살아났다. 오토바이를 탄 김광석은 그림 속에서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듯 실감난다.
그가 포장마차에서 우동 한 그릇을 건네는 벽화 앞에 앉아 골목으로 흐르는 노래를 듣는다. “사랑했지만 그대를 사랑했지만 그저 이렇게 멀리서 바라볼 뿐 다가설 수 없어 지친 그대 곁에 머물고 싶지만 떠날 수밖에 그대를 사랑했지만….” 그가 세상을 떠난 지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오늘도 그의 노래에 위로받는다.
주변 명소 & 맛집
안지랑 곱창골목
안지랑 동네의 넓고 긴 골목 양옆으로는 곱창집이 늘어서 있다. 식당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상가 규모가 크다. 안지랑에서 곱창을 주문할 때는 1인분, 2인분 단위로 주문하지 않는다. 꼭 한 바가지, 두 바가지로 주문할 것. 한 바가지는 500g이다. 매운 양념을 한 불곱창과 곱창, 막창 등의 메뉴가 있는데 숯불에 한 번 더 구워 불맛을 더한 불곱창이 인기다. 메뉴를 고르기 어려울 땐 반반 주문을 해보자.
동인동 매운찜갈비 골목
대구 사람들은 매운 음식을 즐겨 먹는데, 그 이유는 여름에 너무 더워서란다. 이열치열로 더위를 이기겠다는 전략 음식인 셈이다. 서문시장에 매운양념어묵이 있다면, 동인동에는 매운찜갈비가 있다. 굵게 다진 마늘과 고춧가루를 아낌없이 넣어 만든 새빨간 양념이 갈비를 뒤덮고 있다. 보기보다 맵진 않다. 매콤하고 짭조름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조화롭다. 양은이나 스테인리스로 만든 양푼에 찜갈비를 내놓는 것이 특징이다. 낙영찜갈비, 봉산찜갈비, 싱글벙글찜갈비 식당이 유명하다.
별난 먹을거리 천국 서문시장
대구 최대 시장인 서문시장에는 5000여 개의 점포가 성업 중이다. 대구가 패션 섬유 도시로 이름난 만큼 원단, 한복, 의류 관련 제품을 파는 매장이 많다. 먹을거리도 풍성하다. 납작만두, 칼제비, 삼겹살자장면, 매운양념어묵 등 타 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독특한 음식을 판다. 납작만두는 당면으로 만든 엄지손톱 크기의 만두소를 얇은 만두피로 감싸 지진 것이다. 매운양념어묵은 맵게 조린 어묵 위에 콩나물을 수북이 올린 것인데 아귀찜과 흡사하다. 자장면에 노릇하게 구운 삼겹살 열 조각을 올려주는 삼겹살자장면이야말로 서문시장의 독보적 아이템이다.
여행 정보 걷기 Tip
• 중구 도심의 근대문화유산을 탐방하는 걷기 코스 ‘근대로의 여행’은 총 5개 코스로 이뤄져 있다. 본문에 소개한 코스가 가장 인기 있는 2코스 ‘근대문화골목’이다. 매주 토요일 10:00, 14:00 두 차례 무료 정기해설을 진행한다. 신청은 대구시 공식 홈페이지에서 하면 된다.
• 서문시장은 2코스 걷기 전후에 가면 좋다. 걷고 난 뒤 들를 경우 김광석골목을 먼저 둘러보고, 2코스 근대문화골목길을 역순으로 걸으면 된다. 청라언덕에서 서문시장까지는 도보 10분 거리다.
익산의 핫 스폿은 여기다.
흔히들 인스타 명소라 하여 새롭게 만들어 내거나 요즘 사람들의 구미에 맞추어 단장한 곳에 사람들이 몰려든다. 그리하여 SNS에 등장하고 무수한 '좋아요'를 누른다. 그런데 아주 아득한 날의 이야기가 그대로인 듯 생생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곳이 있다. 전라북도 익산에 가면 1300년 전의 석탑이 너른 터에 우뚝 서서 우리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익산의 미륵사지탑은 우리가 교과서에서 많이 보아오던 탑이다. 익산시 금마면 기양리에 있는 백제시대의 절터에 남아있는 탑으로 사적 제150호다. 백제 무왕 때 창건되었으나 조선 중기에 폐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륵사 절터에 처음 가보는 사람들의 눈에도 어쩐지 익숙하다.
어릴 적 역사 동화나 매스컴의 기사에서도 자주 보았던 모습이다. 삼국유사의 백제 무왕과 신라 선화 공주와의 설화가 저절로 떠오를 만큼 이미 잘 아는 곳에 와 있는 느낌이다.
절터에 들어서면 먼저 드넓은 면적에 놀란다.
절터를 배경으로 한 삼각산의 남쪽 자락에 드넓게 펼쳐진 옛 절터의 흔적들이 흩어져 있다. 20여 년에 걸친 해체. 복원공사를 통해 원형에 가깝게 재현해 낸 미륵사지 사탑을 볼 수 있다. 복원과 고증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가까이 다가가 보면 국내 최대 규모의 석탑답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거대한 규모다.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벌판에 부는 비바람과 햇볕을 맞으며 서 있던 석탑이 이제는 어엿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위용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땅의 흙 한 줌과 돌 하나하나가 이루어낸 미륵사지 석탑이다. 여백의 미가 느껴지는 너른 땅에 백제인들의 땀과 정성이 살아 숨 쉬는 듯하다. 그 자연 속에 고여있는 옛사람들의 정신을 느껴본다면 익산을 찾은 이유로 충분하지 않을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미륵사지 석탑은 이제 보존과 사후 관리 그리고 활용방안에 집중할 차례다.
백제의 역사를 가득 품고 있는 그 땅의 남측에는 왕궁리 유적 전시관이 있다.
백제 왕궁 왕궁리 유적, 왕궁리 유적의 백제 건물, 왕궁의 생활, 왕궁에서 사찰로의 변화, 백제왕궁 등 5개 분야로 구성되어 있다. 전시관의 차례에 따라 둘러보면 그 시대의 생활을 이해하기 쉽다.
특이한 점은 우리나라 최고의 위생시설인 대형 화장실 유적이 조사되어 있다는 점이다. 동서 석축 배수로의 남쪽을 조사하다가 특이한 구덩이가 발견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나무 막대와 곡물 씨앗이 나왔고 출토된 흙을 분석했더니 기생충 알이 나와 화장실 유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또한, 용도 미상의 반질반질한 나무 막대는 뒤처리용일 거라는 추측으로 그 시절의 위생처리 모습도 알 수 있다.
그 외에도 왕궁의 건물지와 백제 최고의 정원 유적과 후원, 출토 유물, 금과 유리 등의 백제 최고 귀중품의 전시를 보면서 백제인들의 찬란했던 문화를 확인할 수 있다. 또, 영상으로 백제왕궁의 다양한 내용을 관람하는 공간도 있다.
왕궁리 유적지는 단지 역사적 사실을 확인하기 위한 곳뿐이 아니다.
여행지로도 더할 나위 없다. 그 너른 터에서 연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고 혼자서 조용한 시간을 보내기에도 적당하다. 아이들의 교육현장으로도 좋다. 백제인들의 삶이 현재 우리 미래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곳, 익산 왕궁리 유적이다.
이것만으로 익산을 떠나기가 아쉽다면 3만여 평 대지에 4000여 개 숨 쉬는 항아리가 볕을 받아 반짝이는 곳을 찾아볼 수 있다. 햇볕 아래서 또는 토굴 속에서 전통 장류들이 익어가고 있는 ‘고스락 전통장’. 정원을 산책하며 느리게 사는 여유를 맛보고 유년기의 추억도 되살려 볼 수도 있는 곳이다. 곳곳에서 유기농 재료로 만든 장류와 식초, 효소 등이 발효 숙성되고 있다. 체험활동 프로그램도 있으니 원한다면 미리 신청하면 된다.
밥 한 끼를 먹어도 이쁜 곳에서.
메뉴 하나하나가 모두 알차고 가성비도 괜찮은 편이다. ‘고궁정 한식’
뿐만 아니라 음식 담음새나 그릇도 허투로지 않다.
대부분의 여행지는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으로 사람을 유혹한다. 혹은 맛있는 음식으로 후각과 미각을 자극해 매혹적인 제안을 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문화와 각종 체험으로 여행자를 행복하게 해주는 곳도 있다. 그렇게 대부분의 여행지는 오감의 쾌락으로 여행자를 기쁘게 해준다.
가을이 한창일 즈음 찾아간 곳은 특별한 곳이었다. 일반적인 여행지처럼 감각의 만족만을 주는 여행지가 아니었다. ‘나에게 말을 걸고, 기억을 상기시키며, 감정을 풍부하게 해주고, 영감을 불러일으켜 주는 도시’였다. 마치 이탈리아의 친퀘테레와 프랑스의 투르빌을 합쳐놓은 것 같았다. 그곳은 한반도에서 해돋이로 유명한 해오름의 도시 ‘동해시’다.
동해시 묵호진동의 ‘묵호등대 담화마을’은 동해가 시원스럽게 한눈에 들어오는 언덕 위 묵호 등대를 중심으로 묵호항의 역사와 삶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다.
등대오름길을 따라 올라가 바람의 언덕에 서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중 하나인 이탈리아 북서부 라스페리아 지방에 있는 다섯 개의 해안마을 ‘친퀘테레(Cinque Terre)가 떠올랐다. 해안 절벽의 가파른 지형에 테라스를 갖춘 화려하고 다양한 색으로 칠해진 집들의 마을 풍경과 지중해를 따라 마을이 이어진 산책로로 유명한 곳이다.
묵호 등대 담화마을은 오랜 세월의 담에 지나온 시간의 소박한 이야기들을 그림으로 그려 여행자들에게 노스탤지어(nostalgia)를 불러일으켰다. 겹겹이 쌓인 골목의 담벼락들은 저마다의 굵직한 사연을 여행자들과 함께 한다. 한적한 골목에도 자기만의 숨겨진 이야기가 있다.
이곳에서의 노스탤지어는 잃어버렸던 시간을 다른 모습으로 만나고 느끼면서, 지나온 시간을 존중하고 곱씹을 수 있게 했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노스탤지어가 아픔이 아니라 창조적 에너지를 끌어내는 원천이 된다. 화려한 구경거리는 아니지만, 오랜 세월이 빚어낸 삶과 추억의 기억들이 영감을 불러일으켰다.
1941년 개항된 묵호항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이 마을에는 4개의 길이 아름다운 모자이크를 만들어내고 있다. 묵호의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골목이 주제인 ’논골 1길‘, 떠난 사람과 남아있는 사람, 찾아올 사람들 모두가 기억하고 희망하는 묵호와 논골담길에 대한 사랑이 주제인 ’논골 2길‘, 묵호의 옛 이야기와 추억이 담겨있는 ’논골 3길‘, 새로운 희망과 바람에 관한 이야기로 지역사람들이 참여한 ’등대오름길‘.
시간의 흔적들이 있는 골목길을 걷다 보니 내가 버텨온 흔적이 있는 슬픔이 지나간 자리가 생각났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카페의 정원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했다. 발아래로 보이는 동해를 바라보니 마치 어두운 배경 속에 밝게 처리된 여인의 나신을 그린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처럼 바다의 한정된 일정 부분만이 가을 햇살에 눈부시게 찰랑거렸다. 슬쩍 내 옆에 누군가 앉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를 덮어주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커피 한 모금을 마시니 과거에 대한 후회가, 또 한 모금을 마시니 미래에 대한 불안이 사라졌다. 결국,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는 동안 현재를 위협하는 모든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마을 앞 해안을 따라 2km의 거리에는 도시풍 카페와 횟집들이 즐비한 풍경이다. 모네가 끝없이 변하는 바다의 눈부신 아름다움을 배운 프랑스의 투르빌 해변이 떠올랐다. 그곳의 싱싱한 해산물처럼 이곳 역시 동해 어업기지로 갓 잡은 싱싱한 활어를 즉석에서 맛볼 수 있다.
언젠가 이곳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데려와 밤새도록 수다를 떨고 싶어졌다.
한편 동해시에는 우리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생존과 일상 공간이면서, 오래된 역사를 지닌 의미 있는 곳으로 “북평 민속시장”도 있다.
전국에 있는 다른 장터와 달리 나날이 번창하고 있는 영동지방 최대의 전통 오일장이다. 매월 3일, 8일, 13일, 18일, 23일, 28일에 열리는 장으로 200년 전통의 장터다. 1796년부터 시작된 이 장터에 가면 짙은 향토색과 서민들의 삶의 체취를 느낄 수 있다.
동해시는 이렇게 오래된 흔적들을 고택의 기왓장처럼 가지런히 쌓아놓은 느낌을 주는 도시다. 영원히 이어질 것 같은 사람들과 담과 골목의 이야기들이 넓디넓은 동해 옆에 살포시 앉아있다. 그래서 동해시는 여행이 끝나고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설렘이 지속하는 특별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