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가 급격한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만 65세 이상인 노인 연령 기준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100세 시대에 노인의 기대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국민연금 재정 고갈 등의 문제가 불거져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1981년 노인복지법 제정 이후 40여 년 만에 노인 연령 기준이 바뀌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부, 노인 연령 기준·정년 재검토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저출산고령위’)는 지난 3월 28일 회의를 갖고 ‘윤석열 정부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과제 및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이번 회의는 7년 만에 대통령이 직접 주재했다.
정부는 “고령화 심화를 고려하지 않고 인구 팽창기에 도입된 제도를 지속 운영해 재정건전성·지속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발생했다”며 “노인의 사회 참여 욕구, 건강·소득 수준 변화 등을 고려해 사회보장제도 전반의 연령 기준을 재점검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노인 연령 기준이 만 65세가 된 지도 40년이 넘었다. 1981년 제정된 노인복지법에서 경로 우대 기준이 65세 이상으로 정해지면서다. 그러나 그간 의학 기술의 발달 등으로 노인의 건강 상태가 좋아졌고 노인의 기대수명이 늘어나 노인 연령 기준 상향 목소리가 높다. 노인법지법 제정 당시에는 기대수명이 66.7세였다. 2020년의 기대 수명은 83.5세까지 늘어났고, 2070년에는 기대수명이 91세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만 65세 이상의 노인 스스로도 자신을 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 2월 서울시가 발표한 '2022년 서울시 노인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노인이 생각하는 노인 연령 기준은 평균 72.6세로 나타났다. 법적 기준인 만 65세보다 7.6세나 많다. 조사는 서울에 거주하는 1957년 이전 출생자 3010명을 대상으로 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빠른 고령화와 반대로 출산율이 떨어진다는 데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올해 950만 명에서 2030년 1306만 명, 2040년엔 1725만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15~64세 생산연령인구는 올해 3637만 명에서 2030년 3381만 명, 2040년 2852만 명으로 줄어든다.
이에 따라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부양할 고령인구를 의미하는 ‘노년부양비’는 올해 26.1에서 2030년 38.6으로 높아진다. 2040년에는 현재의 두 배가 넘는 60.5를 기록할 전망이다. 현재와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2070년에는 노년부양비가 100.6까지 치솟을 것으로 통계청은 내다보고 있다. 생산연령인구 1명이 고령인구 1명을 부양하게 되는 것으로 이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이처럼 젊은 세대의 부양 부담을 줄이고, 100세 시대인 만큼 일에 대한 욕구가 강한 고령층이 많은 까닭에 정부는 정년 연장도 논의한다. 현재 법적 정년은 만 60세다. 정부는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과 연계한 재고용·정년 연장 등 ‘계속고용제도’를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논의한다. 사회 공헌의 욕구가 크고 직무 전문성을 갖춘 베이비붐 세대의 수요까지 고려해 사회서비스형·민간형 일자리 비중도 확대할 예정이다.
노인 연령, 70대까지 오를까?
노인 연령 기준이 중요한 이유는 주요 노인 복지 제도가 만 65세 이상을 기준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2022년 기준 49개 주요 복지 제도 중 49%인 24개 사업이 65세 이상의 연령을 기준으로 했다. 대표적인 노인 복지 제도는 기초연금, 노인장기요양보험, 대중교통 무임승차 등 경로우대제, 공공형 노인 일자리, 독감·폐렴구균 무료 예방접종, 이동통신비 감면, 행복주택 공급 등이다.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노인 복지 제도는 지하철 무임승차다. 사회가 고령화 되면서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는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노인이 많아짐에 따라 지하철 무임승차 인원이 증가해 지자체는 적자난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2021년 적자 9644억 원에서 무임수송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29%인 2784억 원에 이른다. 이에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는 노인 연령 상향을 주장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대구시에서는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만 65세에서 70세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인 연령 기준 상향이 수면 위로 올라왔는데 가장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국민 연금 수급 시기이다. 정년이 연장되고 노인 연령 기준이 상향되면,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도 늦어진다. 국민연금은 제5차 재정 추계 시산 결과 2055년 기금이 고갈되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국민연급 수급 개시 연령을 늦추면 연금 확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재 국민연금은 만 59세까지 의무 가입해 만 63세에 수급받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고령화에 맞춰 수급 개시 연령은 오는 2028년 64세, 2033년 65세로 5년마다 1세씩 늦춰지도록 사회적 합의를 봤다. 그러나 이마저도 부족하다며 지난 1월 국회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회에서는 수급 개시 연령을 67세까지로 더 늦추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민연금 수급 연령을 70세까지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 바 있다. 김원식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지난해 ‘국민연금 수급 연령의 상향과 노인 노동 시장의 활성화’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김 교수는 2025년부터 1년씩 연금 수급 연령을 70세로 상향하면, 5년 후인 2030년에는 연간 4분의 1 이상의 급여 지출을 줄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더불어 김원식 교수는 수급 연령 상향과 함께 현재의 정년 기준은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건강수명이 70세 이상으로 높아지고 있는 만큼 경제활동을 통한 경제적 독립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60세로 돼있는 법정 정년은 상향보다는 폐지가 필요하다고 봤다. 정년이 상향되면 강성 노조의 근로자들에게만 혜택이 주어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지난해 9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노인 연령 기준을 2025년부터 10년 단위로 1세씩 올리는 단계적 방식을 제안했다. 이를 도입할 경우 2100년에는 노인 연령 기준이 73세가 되고, 노인부양률은 60%가 된다. 이는 65세 기준 노인부양률보다 36% 포인트 낮은 수치다. 다만 이태석 KDI 인구구조대응연구팀장은 “노동 시장과 교육 시장 등 전반적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정리하면 이렇다. 노인 연령 기준 상향은 단계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며, 정년 연장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양질의 노인 일자리 확보 없이 노인 기준 연령을 늦추면 노인 빈곤율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40.4%로 OECD 회원국 가운데 1위다.
해외 주요국의 사례를 통해 답을 찾을 수도 있다. 일본은 국민연금·후생연금의 수급 개시 연령이 65세이며, 정년은 기업이 정년 폐지, 정년 연장(65세까지), 계속고용제도(65세까지 계약직으로 재고용) 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은 노령·유족·장애인연금(OASDI)의 수급 개시 연령을 66세 이상으로 규정했으며, 정년이라는 개념 자체를 없앴다. 독일은 법정연금보험 등의 공적연금(GRV)의 수급 개시 연령을 2029년까지 65세에서 67세로 상향하고 정년 역시 2029년까지 65세에서 67세로 연장할 방침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1년 ‘노인 연령 기준의 현황과 쟁점’ 보고서에서 이같이 해외 주요국의 사례를 언급하며, “노인 연령 기준 상향은 단지 복지 재정 관점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위해 헌신한 노인들의 행복한 삶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 세대가 참여해 합의를 도출하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100호 기념] 젊어진 중년들, 후기청년을 말하다 '4059 라이프스타일 및 나이 관련 인식 조사'
수명 120세 시대가 예측되는 가운데 60세는 중년과 마찬가지다. 그런 흐름으로 본다면 4050세대는 청년에 가까운 나이다. 중년도 청년도 아닌 그 사이 어디쯤 존재하는 세대를 말할 맞춤한 표현과 분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본지는 지령 100호를 맞아 이들 세대를 '후기청년'으로 정의하고 '4059 라이프스타일 및 나이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후기청년이란 시기상으로는 청년기의 후반을 뜻하는 동시에 '완성되고', '완숙한'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마크로밀 엠브레인에 의뢰한 본 조사는 2023년 3월 3일부터 6일까지 전국 40~59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해당 결과를 통해 후기청년 세대의 삶과 인식을 재조명해본다.
정년 전까지 필요 노후 자산의 상당 부분을 마련해둬야 안정적인 노후가 보장된다 할 수 있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에 따르면 부부 기준 은퇴 후 30년간 필요한 노후 자산 약 7억 800만 원이다. 응답자들이 원하는 노후 자산 수준도 유사한 편(7억 내외 34.6%). 설문조사에 참여한 4050세대에게 노후 자산 준비 정도를 묻자 30% 이하라는 응답이 과반수(63.2%)이며, 4명 중 1명은 전혀 준비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자산 준비 방법으로는 저축(44%)을 가장 선호했다.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부동산(15.2%), 주식(10.4%) 등 적극적인 투자를 펼치는 경우는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동철 심리학 박사는 “경제적 여유는 삶의 질을 좌우한다. 자산 마련이 덜 됐거나, 추후에도 확보가 어렵다면 미래는 암울할 것이다. 한국의 노인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1위다. 노후 빈곤 문제도 이에 상당부분 기인했다고 본다. 최근 경제 침체로 구조조정 등이 시행되며 생업에서 물러난 중장년도 적지 않다. 이런 경우라면 길어진 노후가 공포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100호 기념] 젊어진 중년들, 후기청년을 말하다 '4059 라이프스타일 및 나이 관련 인식 조사'
수명 120세 시대가 예측되는 가운데 60세는 중년과 마찬가지다. 그런 흐름으로 본다면 4050세대는 청년에 가까운 나이다. 중년도 청년도 아닌 그 사이 어디쯤 존재하는 세대를 말할 맞춤한 표현과 분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본지는 지령 100호를 맞아 이들 세대를 '후기청년'으로 정의하고 '4059 라이프스타일 및 나이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후기청년이란 시기상으로는 청년기의 후반을 뜻하는 동시에 '완성되고', '완숙한'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마크로밀 엠브레인에 의뢰한 본 조사는 2023년 3월 3일부터 6일까지 전국 40~59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해당 결과를 통해 후기청년 세대의 삶과 인식을 재조명해본다.
‘장수의 축복’도 옛말이다. 100세 시대를 뛰어 넘어 120세 시대를 바라보는 현재. 4050세대에겐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아졌다. 어쩌면 여생은 더 길어질지도 모른다. 그만큼 일 해야 하는 날도, 모아야 할 돈도 더 늘어날 테다. 그러나 녹록지 않은 현실, 후기청년에게 장수는 두렵기만 하다.
현재 한국의 정년 나이는 만 60세다. 설문 참여자의 73%는 60세 이후까지 일하기를 희망했다. 근로 유지 희망 연령을 묻는 질문에서 4050세대 3명 중 1명은 '65세'(30.2%)라 답했다. 4명 중 1명은 '75세'(27.8%)를 희망했고, '평생 일하기를 희망'하는 이도 9.6%였다. 이러한 결과는 수명 연장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볼 수 있겠다. 문제는 사회적으로 한국의 정년 나이가 만 60세라는 것이다.
후기청년들은 정년 연령 변경이 필요하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94.4%). 적어도 65세까지는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고(44.4%), 70세 이상이라 응답한 이도 41.4%에 달했다. 노후에는 취미를 살리거나(23.4%), 보람을 느낄 사회적 일자리(16.3%)를 선호했고, 시간제 일자리 형태를 원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16.2%). 한편 노후 일자리(제2직업)을 준비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13.4%만이 '계획대로 잘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과반수(60.8%)는 계획은 있지만 실질적인 준비는 아직 못한 상황이며, 아직 계획이 없거나 계획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이도 25.8%로 적지 않았다.
“곱고 희던 그 손으로/넥타이를 매어주던 때(중략)/인생은 그렇게 흘러/황혼에 기우는데/다시 못 올 그 먼 길을/어찌 혼자 가려 하오/여기 날 홀로 두고/여보 왜 한마디 말이 없소/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故 김광석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의 노랫말 중 일부입니다. 김광석은 통기타 하나로 시대의 아픔과 대중의 삶을 전달한 음유시인입니다.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는 1995년에 가수 김목경의 노래를 리메이크해 부른 것으로, 김목경은 과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영국 런던에 살 때 건너편 집 부부의 모습을 보고 노래를 완성했다”고 했습니다. 1980년대 런던에 사는 60대 부부의 이야기인 셈입니다.
요즘 60대를 인생의 황혼기로 보는 사람은 없습니다. 의학의 발달 등으로 사람의 신체·건강 나이는 젊어졌습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마크로밀 엠브레인이 지난해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나이에 대한 국민 인식을 조사했습니다. 10명 중 9명 이상이 “나이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필요가 있다. 나이보다 마음가짐이 더 중요한 시대”라고 답했습니다. 사실 나이보다 더 어리게, 더 늙지 않게, 아이들처럼 재미있게 살고 싶어 하는 ‘어른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통계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2021년 기준 우리 국민 평균수명은 83.6세입니다. 1950년대 초반 48세(유엔통계)였으니 70년 사이 1.7배나 늘어난 셈입니다. 평균수명은 더 늘어날 것입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2067년 평균수명은 90.1세입니다. 유전학자 데이비드 싱클레어는 “인류의 평균수명이 113세에 이를 것”이라고 했고, 진화 인류학자인 카델 래스트는 “평균수명 120세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견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법을 보면 소년을 19세 미만(소년법 2조), 청년을 19세 이상에서 34세 이하(청년기본법 3조1항), 노인을 65세 이상(노인복지법 2조5항)으로 각각 규정합니다. 중년은 35세 이상에서 65세 미만입니다. 정신·신체 나이는 늘어만 가는데, 법은 과거에 머물면서 고용·사회 안전망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많은 것들을 바꿔야 합니다. 청·장·노년의 기준을 바꾸고 정년을 늘려야 합니다. ‘대한민국 인구 트렌드 2022-2027’의 저자 전영수 한양대 교수는 “청년은 10~39세, 중년은 40~69세, 노년은 70세 이상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전 교수는 “그래야 젊은 베이비부머가 한국 사회의 빚이 아닌 힘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일리 있는 주장입니다. 그렇게만 해도 인구절벽에 직면한 대한민국은 건강한 생산연령인구 300여만 명을 단숨에 확보할 수 있습니다.
세대 역할의 변화도 불가피합니다. 인간의 긴 수명으로 인해 ‘나이가 곧 계급’이라는 인식은 재고돼야 합니다. 나이 어린 사람이 나이 많은 사람의 멘토가 될 수 있는 리버스 멘토링(Reverse Mentoring)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러면 50+세대 일자리가 늘어도 일터는 정상 작동할 것입니다. 부모 자식, 선·후배 간 관계도 보다 수평적으로 변화해야 할 것입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지령(誌齡) 100호를 맞아 그런 변화를 추적했습니다. 마크로밀 엠브레인과 함께 전국의 40~59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자신을 중장년(33.8%)보다는 X세대, 낀 세대 등(62%)으로 보는 응답자가 더 많았습니다. ‘실제 나이보다 젊게 느낀다’는 응답이 65%였고, 10년 이상 젊게 느낀다는 응답자도 14.4%나 됐습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4050세대를 지칭하는 새로운 용어로 ‘후기청년’을 제시하는데, 68.4%가 자신을 후기청년으로 부르는 것에 동의했습니다.
젊어진 중년, 그래서 스스로를 청년으로 칭하는 이들의 미래가 녹록지는 않습니다. 100세 시대, 120세 시대가 다가오는 것에 대해 절반 이상이 ‘걱정된다’, ‘겁난다’, ‘절망적’이라고 답했습니다. 법적으로 노인이 되는 65세 이상이 되어도 일하기를 희망하는 사람은 73%에 달했지만 정작 ‘계획대로 노후 일자리 준비를 잘 하고 있다’는 응답은 13%에 그쳤습니다.
노인 연령 기준을 높이고 정년을 연장하는 사회적 논의가 활발합니다. 정년연장•폐지에 대해선 2030세대도 80%가 동의합니다. 연금 개혁 방안도 정부 차원에서 마련 중입니다. 20년 가까이 된 고령친화산업진흥법의 개정 목소리도 작지 않습니다.
줄어든 아이 울음소리와 늙어가는 공동체에 활기를 불어넣으려면 생애주기 전체를 꼼꼼하게 살펴야 합니다. 그런데 ‘브라보 마이 라이프’ 설문조사에서 후기청년들의 절반 이상은 자신들이 ‘정부 정책에서 소외당하고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청년 세대(후기청년을 포함한)야말로 출산과 육아, 고령화 부담을 직접 책임지는 세대입니다.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청년 세대가 단단해지려면 세대 전체를 아우르는 규준과 역할은 물론 교육과 보육, 주거 등 정책을 재정립해 시행해야 합니다. 그러면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고통받을 수 있는 소외계층에 대한 대책도 마련돼야 합니다. 시기는 빠를수록 좋습니다.
지난해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주된 일자리 퇴직 연령은 평균 49.3세로 나타났다. 같은 해 경기연구원 조사에서 60세 이상 노동자들은 평균 71세까지 일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즉, 중장년에겐 퇴직 후 20년 또는 그 이상을 책임질 제2의 직업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이에 본지는 지난 1월 취·창업 분야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2023년 중장년 유망 직업에 대해 조사했다. 해당 결과를 토대로 시니어가 알아야 할 유망 직업을 하나씩 소개해나가려 한다. 그 세 번째 순서로 ‘주택관리사’에 대해 알아봤다.
◇ 주택관리사, 왜 유망할까?
2020년 4월부터 주택관리사 의무채용이 확대가 되어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공인중개사와 비슷하게 응시자격 제한이 없고, 나이 70세까지 일을 할 수 있는 직업이다.
-김경환 성균관대학교 글로벌창업대학원장
아파트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관리하고, 주민들이 결정한 일을 진행하는 관리자다. 최근 공인중개사와 함께 꾸준히 인기가 있는 직업으로, 안정적인 고정 급여가 장점이다. 입주자대표회의 시 이해 갈등 조정 능력이 요구되며, 유사 업무 경험이 있다면 유리하다. 여성 주택관리사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종근 디올연구소 대표
흔히 ‘아파트관리소장’ 등으로 알려진 ‘주택관리사(보)’는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을 운영 관리하며 입주민들의 생활에 편의를 제공한다. 시설 관리뿐만 아니라 관리사무소 직원 관리, 민원 해결 등 다양한 소양과 업무 능력이 필요한 일이다 보니 업계에서는 사회 경험이 많은 중장년을 선호하는 경향이다. 공동주택, 아파트, 빌딩의 관리소장 또는 공사 및 건설업체의 운영·관리 책임자로 취업하거나 합동사무소나 주택관리업체를 창업하는 형태로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정년 없이 활동 가능한 덕분에 제2직업으로 각광 받고 있다.
업무는 크게 행정 관리와 기술 관리로 나뉜다. 먼저 행정 관리의 경우 예산 편성 및 진행, 관리비 산정 및 징수, 물품 구입 등 회계 관리를 비롯해, 사무(문서 작성 및 보관), 홍보(화보 발간), 인사(관리사무소 행정 및 기술 인력) 등을 이른다. 여기에 입주자 관리까지 담당하게 되는데, 일반 민원 처리는 물론 입주자대표와의 논의 등을 진행해야 하기에 소통 능력이 요구된다. 기술 관리는 건물의 유지 보수, 소화 설비, 안전 교육, 전기·가스·배수 및 승강기 설비 등의 업무를 아우른다.
장비 관리 및 유지 보수 등을 통해 입주민들의 안전 보장과 더불어 주택의 가치를 유지하는 것이다. 커리어넷 직업정보에 따르면 주택관리사는 리더십과 통솔력, 책임감, 공정함 등을 갖춰야 한다. 입주민들 간의 각종 이해관계와 요구사항들을 조화롭게 중재하여 해결하는 합리적 사고방식과 문제해결능력, 대인관계능력도 필요하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전현국 대리는 “관리사무소장(주택관리사)은 공동주택을 전문적이고 계획적으로 관리하여 입주민의 생활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행정·기술 등 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책임자다. 책임자로서 근무의 어려움이 따르지만 인간관계를 중요시하고 활기찬 성향이라면 도전해볼 만한 직업”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동주택의 증가와 의무 관리 대상 아파트 및 주택관리사 의무 채용 확대 등으로 주택관리사의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의무관리대상 아파트란?
해당 아파트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자(주택관리사)를 두고 자치 의결기구를 의무적으로 구성하여야 하는 등 일정한 의무가 부과되는 아파트를 말한다(규제「공동주택관리법」 제2조제1항제2호). 의무관리대상 아파트의 범위는 다음과 같다(규제「공동주택관리법」 제2조제1항제2호 및 규제「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2조).
△300세대 이상의 아파트 △150세대 이상으로서 승강기가 설치된 아파트 △150세대 이상으로서 중앙집중식 난방방식(지역난방방식을 포함)의 아파트 △규제「건축법」 제11조에 따른 건축허가를 받아 주택 외의 시설과 주택을 동일건축물로 건축한 건축물로서 주택이 150세대 이상인 건축물 △1.부터 4.까지에 해당하지 않는 공동주택 중 전체 입주자등의 3분의 2 이상이 서면으로 동의하여 정하는 아파트
◇ 주택관리사, 나도 될 수 있을까?
주택관리사가 되려면 먼저 국가자격인 ‘주택관리사보’를 취득해야 한다. 주택관리사보 자격시험 합격 후 일정 기간 실무 경력을 쌓으면 ‘주택관리사’로 인정받을 수 있다. 주택관리사보는 응시 자격 제한이 없으며, 시험은 1차, 2차로 나뉜다. 1차는 회계원리, 공동주택시설개론, 민법, 2차는 주택관리 관계법규 및 공동주택관리에 대한 내용이다. 응시생들의 합격률을 살펴보면 2차보다 1차 합격률이 저조하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1차 시험 합격률은 평균 15.5%로 타 자격시험에 비해서도 낮은 편이다. 같은 기간 2차 시험 합격률은 평균 70.9%로 1차에 비해 월등히 높다.
주택관리사로 경력 인정 받으려면?
△50세대 이상 500세대 미만의 공동주택의 관리사무소장으로의 근무 경력 3년 이상 △50세대 이상 공동주택관리사무소의 직원(경비원, 청소원, 소독원은 제외함) 또는 주택관리업자의 직원으로서 주택관리업무에의 종사경력 5년 이상 △한국토지주택공사 또는 지방공사의 직원으로서 주택관리업무에 종사경력 5년 이상 △공무원으로서 주택관련지도·감독 및 인·허가 업무 등에 종사경력5년 이상 △주택관리사단체와 국토교통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공동주택관리와 관련된 단체의 임직원으로서 주택 관련 업무에 종사한 경력 5년 이상 △앞에 언급된 경력을 합산한 기간 5년 이상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73조)
이에 전현국 대리는 “주택관리사(보) 1차 시험 과목은 민법, 회계원리, 공동주택시설개론으로 평소에 접할 일이 없는 내용이라서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시간을 두고 차분히 습득하길 권한다. 2차 시험은 공동주택 관련 법규, 공동주택관리실무로 1차보다는 공동주택의 관리업무에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내용들로 구성된다. 아파트에 거주하시거나, 평소 관리사무소와 단지의 상황을 관심 있게 봐뒀다면 좀 더 쉽게 접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응시 현황을 살펴보면 전 연령대 중 50대 응시자가 가장 많다. 합격자 수도 마찬가지다. 가령 2022년의 1차 시험의 경우 50대 합격자는 1482명으로 20대(48명) 합격자의 30배가 넘는 수치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수치가 실제 50대 주택관리사의 수요가 높은 현상을 보여주는 결과라 해석했다. 전 대리는 “주로 40~50대 쯤 퇴사를 하는데, 정년이 없다는 장점 덕분에 주택관리사를 찾게 되는 것 같다. 이런 점을 감안해 일찍이 주택관리사를 선택하는 젊은 세대도 늘어나는 경향”이라고 말했다.
정년이 없는 것과 더불어 자격증 취득 후 취업으로의 연결이 용이한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자격증 취득 후 주택관리사(보)가 되면 법규상으로는 500세대 이하의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의 관리사무소장으로 배치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이제 막 자격만 취득하고, 주택관리에 대한 경력이 없다면 즉시 현장에 관리사무소장으로 배치되기란 쉽지 않다. 대한주택관리자협회 관계자는 “매년 2차 합격자 발표가 날 때 쯤, 규모가 어느 정도 있는 위탁사(주택관리업자)들은 공채를 모집한다. 이 시기를 잘 활용하면 취업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 관리사무소장 배치 전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교육·안전 홈페이지를 통해 의무교육을 미리 받아두거나, 협회 산하 각 시도회에 문의해 취업 관련 오리엔테이션 등에 참여하면 좋다”고 조언했다.
[Interview] 정우석 주택관리사 “정년 없이 워라밸 지키며 일할 수 있어 만족해”
2018년 주택관리사 자격시험에 합격한 정우석(42) 씨는 현재 일산의 한 아파트 단지 관리사무소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대체로 50~60대가 선호하는 직업이었던 주택관리사에 일찍이 관심을 보이게 된 건 친구 어머니의 조언 덕분이었다.
“친구 어머니께서 주택관리사 일을 하셨어요. 정년 없이 능력이 되는 한 계속해서 일을 할 수 있고, 자격증을 취득하면 취업 진입 장벽도 높지 않다며 추천해주셨죠. 그런 설명이 제겐 설득력 있게 다가왔어요. 그렇게 2018년에 자격증 시험 준비를 시작해서 그해에 취득했습니다. 이전에 부동산 관련 일을 했었는데, 그런 부분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시험 과목이 유사해 공인중개사와 연달아 준비하는 분들도 많거든요.”
정우석 씨는 자격증 시험 합격 후 한 달 여 만에 취업에 성공했다. 결과적으로는 시험 준비부터 취직까지 탄탄대로 흘러간 셈. 그는 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자격 취득 후 구직 활동을 적극적으로 한다면 1년 이내 취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취업 후 업무 환경과 강도는 어떨까? 주택관리사 6년차, 정우석 씨는 현재 하는 일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기본적으로는 9시 출근 6시 퇴근이 보장되고, 초과 근무에 대한 수당이나 대체 휴일 등이 잘 이뤄진다는 게 주택관리사의 장점인데요. 사실 어떤 사업장에서 일하느냐에 따라 업무 환경이나 강도는 다를 수 있어요. 저도 예전에 일했던 곳은 업무 강도가 센 편이었죠. 이 또한 어느 정도는 구직자가 선택적으로 조절 가능하다고 봐요. 만약 업무 강도가 세더라도 주택관리사로서 어떤 목표를 이루고, 수입도 올리고 싶다고 하면 그에 맞는 사업장에 지원하면 되고, 아니라면 규모가 작고 월급이 적더라도 좀 수월한 곳을 찾으면 되니까요.”
관리소장으로 일하며 정우석 씨가 체감하는 주택관리사의 주요 덕목은 대인 관계와 소통 능력이다. 아무리 행정과 관리 업무를 잘해도 입주자나 입주자 대표와 마찰이 생기면 업무가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입주민과의 다툼으로 쫓겨나듯 해고되는 경우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때문에 이런저런 민원을 응대하고 슬기롭게 대처하는 능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주택관리사는 아파트 단지 내에 팔방미인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회계나 운영 관리는 물론이고 법령에 대한 정보나 기술적인 부분도 숙지해야 하니까요. 그 중에서도 가장 신경 써야 하는 건 입주민과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봐요. 아무리 작은 단지라 해도 150세대고, 많게는 2000세대도 관리해야 하는데, 수백 수천 명의 사람을 응대하기란 쉽지 않으니까요. 때문에 정서적 노동 강도가 적지 않은 편이죠. 대인 관계가 어렵거나 이러한 감정 노동을 원치 않는 분이라면 이 일이 힘들 수도 있어요.”
정우석 씨 역시 입주민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게 주택관리사로서 경험을 차근차근 쌓아가며, 체력이 되는 한 이 일을 오랫동안 해나갈 계획이다.
“한때는 이 일로 어떤 경지까지 올라가겠다, 돈은 얼마를 벌겠다는 포부도 있었는데요. 요즘은 그런 욕심이나 집착을 버리고, 일 이외의 삶에도 충실하려고 해요. 워라밸(일과 삶의 조화)이라고도 하죠. 한 20~30년은 능력이 닿는 한 이 일을 하면서, 제 일상을 돌보고 싶습니다. 그런 계획이 실현 가능하다는 게 주택관리사라는 직업이 갖는 메리트이기도 하죠. 한편으론 그런 점에서 현역 때보다는 더 유연한 직업을 원하는 퇴직자들이 주택관리사를 선호하는 것 아닐까 합니다.”
자료 제공 및 도움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일본도 연금만으로는 노후 생활이 풍족하지 않아 60대에도 일하고자 하는 노인이 많다. 은퇴를 앞둔 이들은 재고용과 재취업을 두고 저울질하고 있다. 일본의 시니어들은 제2의 직업을 어떻게 찾고 있을까?
구인 검색 엔진 인디드(Indeed)가 실시한 ‘시니어 세대의 취업에 관한 의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70대’ 키워드 일 검색 수가 2017년 대비 53.7배 증가했다. 70대보다는 증가 폭이 크지 않았지만 ‘60대’ 일 검색 수도 같은 기간 7.9배 증가했다. 70~74세의 취업률은 2018년 이미 30%를 넘겼다. 75세 이상의 취업률은 10% 미만이지만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고령자 일자리에 대한 수요는 높아지는데 일할 곳은 많지 않아 재고용과 재취업 어느 쪽이 유리한지 고민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재고용과 재취업은 어떻게 다를까
재고용은 정년까지 일한 기업에 다시 고용되어 일하는 형태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기업의 약 80%가 60세를 정년으로 하고, 약 70%가 재고용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같은 기업에서 일하기 때문에 익숙한 환경에서 하던 일을 할 수 있다. 퇴직을 하고 다시 고용되는 형태로, 퇴직금을 받아 목돈이 생긴다. 근로자만 가입할 수 있는 후생연금도 유지되어 연금 수령액이 늘어난다는 것도 장점 중 하나다. 하지만 재고용은 대부분의 기업(약 80%)이 계속고용 상한을 65세까지로 두기 때문에 5년 이후의 일자리를 또 고민해야 한다. 급여 수준도 현직에서 받던 임금의 80% 미만 수준으로 내려간다.
재취업은 일하던 회사를 퇴직하고 다른 회사로 취직하는 것을 말한다. 재취업은 정년 이후 바뀌는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새로운 커뮤니티에 속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진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경우가 많아 삶에 활기를 느끼는 시니어도 많다. 고용 상한 연령이 없는 기업에 취직하거나 나이와 상관없이 계속 일할 수 있는 직업을 찾으면 평생 일할 수도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정년퇴직 후 다른 기업으로의 재취업 기회가 적고, 새로운 것을 배워나가야 한다는 점이 부담스럽게 여겨지기도 한다.
퇴직 후 일할 수 있는 기간과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을 따져보려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야 한다. 멘션 서포터(멘션 관리원이 쉬는 날 대신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를 운영하는 회사 우에르네스(うぇるねす)는 재고용과 재취업 중 자신에게 더 유리한 선택을 하려면 세 가지를 우선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첫째, 정년이 오기 전부터 구인구직란을 살핀다. 둘째, 타협점을 명확히 한다. 아무리 정년 후 일자리가 구하기 어렵다고 해도 자신이 양보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명확히 해두어야 한다. 셋째, 은퇴 후 생활을 위해 연금 외에 필요한 수입이 얼마인지 계산해 그만한 수입을 낼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늘어나는 지원 제도
일본 정부는 정년 후 고령자들이 계속 일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제도를 실시한다. 후생노동성은 ‘헬로워크’라는 기관을 운영한다. 전국에 300개 지점이 있으며 ‘생애 현역 지원 창구’를 통해 65세 이상 시니어를 지원하고 있다. 기업 일자리를 소개하거나 이력서 쓰는 법, 면접 준비하는 법 등을 무료로 가르쳐준다.
도도부현 지사의 지정을 받은 공익 사단법인 ‘실버 인재 센터’도 있다. 60세 이상 고령자가 할 수 있는 간단한 일을 제공한다. 높은 수입이 보장되는 일보다는 임시 혹은 단기 일자리를 연결한다. 따라서 안정적인 근무처보다 사회관계를 이어가고 싶은 고령자가 이용하기에 적합하다.
금전적 지원도 이어진다. 정년 후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급여 수준이 현저하게 낮아진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고용보험 급부금을 지급한다. 이를 통해 고령자의 재고용과 재취업을 유도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60세에 정년퇴직한 뒤에도 계속 일을 하면 고용보험 급부금을 받을 수 있는데, 재고용과 재취업 때 받는 종류가 다르다. 같은 회사에 재고용됐을 경우 현직에서 받던 임금보다 75% 이하로 임금이 책정되었을 때 ‘고연령 고용계속 기본급여금’을 받을 수 있다. 60세부터 65세까지 5년간 지원받을 수 있다. 지급 한도는 2022년 8월 기준 36만 4595엔(약 350만 원)이다.
재취업을 할 경우에는 실업 기간 중 기본(실업) 수당을 받을 수 있다. 이후 재취업에 성공하면 일정 요건에 따라 ‘고연령 재취업 급부금’ 또는 ‘재취업 수당’을 받을 수 있다. 1년 또는 2년 한정으로 지급된다. 둘 중 하나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쪽이 더 많이 받을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100세 시대에 70대에도 일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리커런트(Recurrent) 교육과 리스킬링(Re-skilling)도 주목받고 있다. 리커런트 교육은 회복 교육이라는 뜻으로 업무 능력과 커리어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교육이다. 후생노동성, 경제산업성, 문부과학성 등이 교육을 받고자 하는 근로자들의 비용을 지원하는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다.
리스킬링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 내각이 새롭게 추진하는 전직 교육 서비스다. 기업과 산업간 노동력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지침을 올해 6월까지 발표할 계획이다. 또한 향후 5년간 리스킬링 지원에 약 1조 엔을 투입할 예정이다.
건축과 인테리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축 시공 분야의 직업도 주목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예술적인 영역을 담당하는 타일공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보수도 높은 편으로 한국을 넘어 외국에서도 유망직업으로 통한다. 무엇보다 중장년층에게 타일공을 추천하는 이유는 정년이 없는 기술직이라는 점이다.
타일공은 건축구조물의 내·외벽, 바닥, 천장 등에 각종 장비를 사용해 타일을 시멘트 또는 기타 접착제로 붙여서 마감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주택, 상업시설, 문화시설 등의 고품질화가 요구되고 있어 타일공에 대한 수요는 계속해서 증가할 전망이다.
타일 업무는 막연히 생각하면 쉽고 편해 보인다. 그러나 정교한 기술 작업이 수반되는 일이다. 타일을 정확하게 시공하지 않으면 외적으로 아름다움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방수나 방음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해외에서 타일공은 매우 인정받는 기술직이다. ‘타일 일을 한다’고 하면, 1등 신랑감이라고 생각하고, ‘부부가 타일 일을 한다’고 하면 부유한 집안이라고 생각할 정도이다. 전문적인 타일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 해외로 유학을 떠나거나 이민을 고려하는 사람도 있다.
타일기능사 자격증 취득의 장점
타일공과 관련된 한국산업인력공단 국가기술자격증에는 타일기능사가 있다. 건설공사의 급격한 증가와 발달로 인해 숙련된 기능 인력이 필요해졌고, 이에 따라 자격제도가 제정됐다.
타일기능사 자격증 취득에는 특별한 자격 요건이 없다. 자격증 취득 방법에는 과정평가형과 검정형이 있다. 과정평가형은 NCS 국가직무능력표준에 따라 지정된 훈련기관에서 200시간 이상 교육을 받으면 취득할 수 있다.
검정형은 실기시험만 진행하며, 1년에 4번 시행된다. 검정형 현황을 보면, 2021년 기준 5140명이 응시했으며 2962명이 합격했다. 합격률은 57.6%로 높은 편은 아니다.
실기시험은 작업형으로 4~5시간 안에 타일 부착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설계 도면을 이해하고 자재 선정 및 수량 산출이 가능해야 한다. 또한 타일 시공면을 바탕 처리하고, 타일을 가공해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타일을 시공하고 타일 면을 보양하고, 청소까지 마쳐야 한다.
전문가들은 타일을 처음 접하는 경우라면, 전문 교육 기관에서 교육을 받고 시험 준비를 할 것을 당부한다. 그라인더 사용법, 타일 커팅 하는 법 등 전문적인 기술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시간 부족’이 시험의 당락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이기 때문에 연습을 철저히 해야 한다.
타일공에게 있어 타일기능사 자격증 취득은 선택 사항으로 통한다. 자격증 보유 여부보다 현장에서의 경력과 실력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장에 투입되면 현장 적응이 더욱 용이하고, 성장도 빠르게 할 수 있다. 즉 안정적인 보수와 지위를 원한다면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좋다.
타일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건축시공 전문가가 될 수 있다. 타일기능사, 조적기능사, 미장기능사는 동일 직무 분야에서 1년 이상 실무에 종사하면 건축일반시공 산업기사 시험 응시자격을 갖게 된다. 산업기사 자격 취득한 후 5년 이상 실무에 종사한 자는 기능장·기술사 시험의 응시자격이 주어진다.
무엇보다 중장년층에게 자격증을 추천하는 이유는 현장관리인 자격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2017년 건축법 개정 이후에는 건축 현장에는 현장관리인 1명을 반드시 배치해야 한다. 이후 경력을 쌓으면 현장대리인도 가능하며, 건축업 면허 자격도 갖게 된다. 더욱 안정적인 업무를 맡게 되고, 창업도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또한 타일 분야 업무는 신축과 인테리어로 나뉜다. 신축 타일은 아파트 신축과 같이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것을 말한다. 인테리어 타일은 고객의 요청에 따라 실내를 장식하는 것으로 화장실, 부엌 등 일부만 작업할 가능성이 크다. 인테리어 타일의 수요가 점점 증가하는 추세로 중장년층에게도 인테리어 타일 분야로 진출이 추천된다.
타일공=외제차 끈다 사실일까?
불과 몇 년 전에 타일공의 급여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타일공의 급여가 겁축업계 타 직종 대비 높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일당 40만 원’, ‘타일 일을 하면 외제 차도 끌 수 있다’ 등의 소문도 함께 퍼졌다. 사실 확인 결과, 이는 거짓된 소문만은 아니었다.
타일공은 숙력된 기술과 경력이 중요한 직업으로 처음부터 수입이 높지는 않다. 타일공은 프리랜서로서 경력에 따라 초보자, 하급 기술자인 조공, 중간 기술자인 준기공, 상위 기술자 기공으로 나뉜다.
초보자는 일당이 10만 원 내외라고 한다. 조공은 줄눈을 비롯한 간단한 작업을 맡으며, 평균 일당은 11~13만 원이다. 평균적으로 준기공의 일당은 17~20만 원, 기공은 25만 원 이상이다. 작업팀의 반장, 수십 년 경력의 숙련자는 일당 40만 이상도 가능하다고 한다.
타일공의 평균 일당은 30만 원으로 집계된다. 한 달 기준으로 평균 20일 근무하면 600만 원의 월급을 벌게 된다. 다만, 성수기일 때와 비성수기일 때 차이가 크다고 한다. 때문에 타일공은 일이 끊기지 않고 계속할 수 있도록 고객 유치와 관리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종합해 보면 안정적인 수입을 벌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수입이 안정될 때까지 참고 기다리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높은 수입을 기대하고 일을 시작한 젊은 세대일수록 체력만 소비 하고, 허드렛일만 한다는 생각을 가져 오래 버티지 못한다고 한다.
현직 타일공 최지웅 악어타일 대표는 저서 ‘나도 타일을 배워볼까?’를 통해 ‘바닥을 작업할 때는 종일 낮은 자세로 일한다. 타일은 남녀노소를 무릎꿇게 하는 직업이다’, ‘우리가 초보자에게 가장 먼저 시켜보는 일 중의 하나는 바닥을 먼지 없이 쓸어내는 것이다. 평생 하는 일이다. 실력이 아무리 좋은 기술자도 준비 안 된 바탕면에 타일을 붙이지는 못한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기술만 있으면 해고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평생 직업’이라는 생각만 갖고 있으면 안 된다. 제대로 기술을 익히려면 처음 1~2년은 현장을 따라다니며 일을 배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와 함께 “타일공은 강인한 체력과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
김병준(64) 씨는 2019년 60세에 KT&G에서 정년퇴직했다. 본래 전매청(재무부에 속해 담배·인삼 등의 전매를 담당하던 기관) 공무원으로 입사한 그는 거의 40년 동안 회사에 몸담으며 열심히 일했다. 시설관리, 생산관리, 영업 업무 등을 맡아서 했다.
김병준 씨는 은퇴 후 기술을 갖고 싶었다. “이론은 많이 아는 편인데 실무적인 지식은 부족하다고 느꼈다”는 그는 한국폴리텍대학 익산캠퍼스를 다니면서 학업에 열중, 국가기술자격증을 연이어 취득했다.
2020년 상반기, 김병준 씨는 특수용접과 에너지설비 교육 4개월 과정을 들었다. 고등학생 때 배관기능사를 취득한 터라 연계해서 자격증을 취득하면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교육을 들은 후 에너지관리기능사 자격증을 바로 취득했다. 취득이 어렵지 않은 온수온돌기능사 자격증도 동시에 땄다.
이어 2020년 하반기에는 전기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2021년에는 용접 기술을 익히기 위해 산업설비 1년 교육과정을 들었다. 용접기능사 자격증과 함께 공조냉동기계기능사, 승강기기능사도 취득했다.
다수의 자격증을 취득한 김병준 씨는 2022년 1월 1일 취업에 성공했다. 현재 그는 한 초등학교에서 시설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공석이면 취업이 쉽지만 아닐 경우 어렵다”면서 “나중에 들으니 내가 자격증이 많아서 뽑았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에너지관리기능사가 하는 일을 단순하게 보일러를 설치하고 열 관리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워요. 그런데 열을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일은 전문성을 필요로 합니다. 안전사고에 대해서도 컨트롤해야 하죠. 저는 학교에서 일하다 보니 안전사고 예방에 특히 신경 쓰고 있습니다.”
김병준 씨는 여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던 비결로 “필기와 실기시험이 서로 겹치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공부하지 않으면 시험에 떨어지기 쉽다고 충고했다. 에너지관리 분야 필기시험은 그중에서도 어려운 편에 속하며, 계산 문제를 어려워하는 사람이 많다는 전언이다. 김병준 씨는 공부에 어려움을 겪을 시니어들을 위해 자신의 공부법을 전했다.
“저만의 공부법이 있어요. 자격증 시험 대비용 책을 사면 소설책 읽듯이 쭉 한 번 읽어봅니다. 그다음에 문제를 풀어보면서 내용을 확인해요. 그러면 머릿속에 내용이 각인되어 잊어버리지 않고, 시험 점수도 잘 나오더라고요.”
김병준 씨는 “기능사 자격증을 따면 산업기사, 그다음에 기사, 기능장 자격증을 따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면서 “기능사 자격증은 상위 자격증을 딸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는 점이 매력이다”고 말했다. 김병준 씨의 올해 목표는 에너지관리기능장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다. 관련 경력을 인정받아 기능장 자격 조건을 갖췄다. 그는 동년배들에게 국가기술자격증 취득을 추천했다.
“은퇴 전에 여유를 갖고 제2의 인생을 준비하면 좋을 것 같아요. 국가기술자격증을 갖고 있으면 분명히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거든요. 자격증 공부를 하다 보니 재미를 느껴서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좋은 국가기술자격증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에너지관리기능사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저처럼 시설관리나 설비 분야로 취업할 수도 있고, 경력을 쌓아 기계설비유지관리자 선임이 되면 수입도 안정적이기 때문이죠. 저와 동년배인 중장년층에 특히 유망한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주된 일자리 퇴직 연령은 평균 49.3세로 나타났다. 같은 해 경기연구원 조사에서 60세 이상 노동자들은 평균 71세까지 일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즉, 중장년에겐 퇴직 후 20년 또는 그 이상을 책임질 제2의 직업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이에 본지는 지난 1월 취·창업 분야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2023년 중장년 유망 직업에 대해 조사했다. 해당 결과를 토대로 시니어가 알아야 할 유망 직업을 하나씩 소개해나가려 한다. 그 첫 순서로 다수의 전문가가 언급한 ‘직업상담사’(전직지원전문가)에 대해 알아봤다.
◇ 직업상담사(전직지원전문가), 시니어에게 왜 유망할까?
2020년 5월부터 고용노동부의 ‘고령자고용법’ 시행에 따라 1000명 이상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기업은 50세 이상 퇴직자에게 재취업 지원 서비스를 의무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재취업지원서비스는 진로설계 및 상담, 재취업 알선, 취업 교육 등으로 구성되며, 전문적인 전직지원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이에 따라 전직을 지원하는 전문가의 수요가 늘고 있다. 직업상담사, 커리어 컨설턴트 등 유사 분야 자격증이 있다면 입직과 업무 수행에 유리하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 정책연구팀 강소랑 박사
급변하는 직업 환경으로 중장년에게 매우 유망한 직업이다. 고용노동청이나 여타 공공기관에서 중장년을 대상으로 여러 일자리 사업을 한다. 신중년경력형 일자리사업이나 뉴딜인턴십, 보람일자리 사업 등이 있다. 이런 일자리 사업의 취지나 목적을 제대로 이해하고 구직 당사자인 중장년과의 상담 혹은 교육을 통해 그들의 제2인생 전환을 위한 생애설계 코디네이터 역할을 한다. 이러한 업무가 중장년에게 유리한 것은 당연하다.
-이진서 인생다모작연구소 소장
위 두 전문가를 비롯해 △이종근 디올연구소 대표 △문성식 창직교육협회 이사장 △김찬흥 국민은행 경력컨설팅센터 센터장 △김중진 한국고용정보원 미래직업연구팀 연구위원 등이 ‘직업상담사’ 또는 ‘전직지원전문가’를 시니어 유망 직업으로 꼽았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간한 ‘함께할 미래, for 5060 신직업’ 보고서에서도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평생경력개발의 일환으로 중장년 퇴직자뿐만 아니라 재취업 대상자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 인프라가 확충될 전망”이라며 시니어 유망 신직업 중 하나로 전직지원전문가를 선정했다.
직업상담사란 구직자나 미취업자에게 직업 및 취업 정보를 제공하고, 직업 선택, 경력설계, 구직 활동 등에 대해 조언한다. 이와 유사한 전직지원전문가의 경우 퇴직 후 이직 또는 전직, 창업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제2의 직업을 추천하고 이에 대한 상담을 진행한다. 최근 고령사회에 접어들며 정년 이후에도 일자리를 희망하는 이가 늘어났다. 지난해 경기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60세 이상 노동자 중 97.6%는 가능한 계속 일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욕구에 따라 퇴직 후 다시 구직 활동을 해야 하는 중장년을 위한 상담 지원과 커리어 컨설팅 서비스 또한 확대될 전망이다. 중장년 구직자의 경우 동년배인 상담가와의 공감대와 유대, 신뢰 형성이 더욱 유리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이유로 시니어 직업상담가의 수요의 증가와 필요성에 주목하고 있다.
◇ 나도 직업상담사가 될 수 있을까?
직업상담사는 주로 실내에서 활동성이 적은 형태로 근무하며, 구직자와 면담하거나 검사를 통해 취미, 적성, 흥미, 능력, 성격 등을 분석한다. 구직자에게 알맞은 취업 정보를 제공하고, 직업 선택에 관해 조언하며, 필요 시 강의 형태의 교육이나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을 담당하기도 한다. 한국고용정보원 ‘경력자 직무활용 재취업 추천직업’(2021)에 따르면 업무환경 등 직업유사성을 고려했을 때 일반행정공무원, 심리상담 전문가, 노무사, 교육과학연구원, 사회복지사 등의 경력자에게 추천되는 직업이다.
직업상담사가 되기 위한 첫 관문은 ‘직업상담사’ 자격증 취득이다. 국가공인자격인 ‘직업상담사’는 1, 2급으로 나뉘며 검정형과 과정평가형 두 분야로 응시 가능하다. 지난해 검정시험형의 필기의 경우 전체 2명 중 1명꼴로 합격했는데, 합격률이 가장 높은 건 50대로 60.1%다. 60대는 57.3%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실기 시험에서도 50대의 합격률(52.3%)이 가장 높으며, 60대는 42.8%다. 과정평가형의 경우 전 연령대 평균 55.3%의 합격률(외부평가 기준)을 나타냈다. 합격률은 크게 차이 나지 않지만, 전체 응시 인원을 살펴보면 검정형 2만3974명, 과정평가형 362명으로 아직까지는 검정형을 선호하는 추세다.
중장년의 합격률이 높은 것에서도 알 수 있듯, 노력여하에 따라 연령과 무관하게 취득이 가능한 분야이다. 다만 업계 전문가들과 응시생들은 합격 문턱이 마냥 낮은 편은 아니기에 사이버대학 등에서 관련학과를 전공하거나, 내일배움카드를 이용해 자격증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듣는 것을 추천한다. 중요한 건 자격증 취득 이후다. 상담사 관련 자격의 경우 취득 후 내담자를 만나며 경력을 쌓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가영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사회복지사(직업교육 담당자, 직업상담사 자격 보유)는 “직업상담사를 희망하는 시니어들을 보면 자격증 정보는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어떤 자격증을 취득하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상담보다는 취득 이후 일자리로의 연계 방법에 대해 문의가 많은 편”이라며 “이미 직업상담사 자격증 취득 후 센터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주로 민간기업에서 활동하는 직업상담사의 경우 청년층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시니어 직업상담사는 재정지원일자리나 공공일자리, 사회공헌일자리 쪽으로 추천하게 된다. 주로 이런 분야의 경우 지원서 작성에서부터 행정적인 절차가 많아 컴퓨터 활용 능력이 바탕이 된다고. 따라서 문서작성 능력 등이 부족하다면 이 부분을 보완해둬야 추후 구직 활동도 원활해진다.
이가영 사회복지사는 자격증 취득 이후에도 꾸준한 학습이 필요한 분야라고 조언한다. 그는 “내담자들이 저마다 원하는 직종, 직업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분야에 대한 폭넓은 정보를 마련하고 알맞게 추천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직업이나 구직 동향을 살펴야 한다. 새로운 직업에 대한 연구도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며 “직업상담사 일을 하다보면 내담자에게 필요한 자료를 준비하거나 상담 과정을 기록하는 등 컴퓨터 문서 작업이 기본이다”고 말했다. 이어 “시니어 특유의 편안함과 경험이 내담자들에게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나 자신도 모르게 내담자를(청년인 경우) 손주나 자식 대하듯 한다거나, 경험이나 가치관을 지나치게 강조할 우려가 있다. 늘 상담자로서 전문성을 갖고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Interview] 윤영란 직업상담사 “일하는 행복 선사하는 보람이 가장 커”
한때 영재교육원 등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윤영란 씨(펀더플드림협동조합 대표)는 53세 나이에 직업상담사 2급을 취득 후 직업상담사로 인생 2막을 열었다. 그는 현재 서울시50플러스재단 50+컨설턴트 겸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강사로 활동 중이다. 직업상담사가 된 지도 8년차, 윤 씨는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한다.
“노후 행복을 좌우하는 건 일이라고 생각해요. 일을 하면 경제적으로 소득 창출도 되겠지만, 활동성이 생기며 건강도 챙길 수 있고, 사회 활동을 하니 관계 형성에도 좋죠. 실제 저와의 상담을 통해 노후를 행복하게 할 일자리를 찾는 분들을 보면 참 뿌듯하고 즐겁습니다. 사실 중장년들은 이미 능력은 출중한데 정보력이 부족하거나 제도를 잘 몰라 헤매는 분도 많거든요. 그런 점에서 동년배로서 그들의 눈높이에 맞게 이해하기 쉽게 상담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윤 씨는 자격증 취득만을 목표로 너무나 쉽게 딸 수 있는 일부 민간자격증은 피하라 당부한다. 조금 오래 걸리더라도 제대로 배우고 익혀야만 추후 일을 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또, 시니어 직업상담사를 요구하는 기관들의 경우 대부분 국가자격인 ‘직업상담사’를 요건으로 하는 곳이 많은 점도 이유로 들었다.
“좀 힘들더라도 1~2년 정도는 자격증 공부를 하셨으면 해요. 강한 의지를 갖고 노력하면 충분히 취득할 수 있다고 봐요. 다만 가능하다면 늦어도 50세 초반에 도전하시길 바랍니다. 민간 기업을 희망한다면 보통 60세가 지원 커트라인인데, 몇 년밖에 일하지 못할 인력을 잘 뽑지 않으니까요. 물론 몇몇 보람·공공일자리 유형의 경우 반대로 65세 이상만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채용 기관이 많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그동안은 청년구직자를 대상으로 한 기업들이 많아 젊은 직업상담사를 선호하는 분위기였지만, 고령화시대 흐름에 따라 시니어 직업상담사의 미래를 밝게 점치는 윤 씨다.
“퇴직 후 일자리를 찾는 중장년은 점점 늘어날 겁니다. 이들의 취업 문제를 해결하려면 시니어 직업상담사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봐요. 제 경험으로는 젊은 세대들에 비해 중장년 세대가 구직 활동에 취약한 이유 중 하나는 디지털 격차예요. 이런 부분을 동년배의 입장에서 세심하게 헤아리고 설명할 수 있는 게 장점이자 강점이죠. 또 과거에 비해 심리, 정신 상담 등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높아진 만큼 직업에 대한 컨설팅, 상담 수요도 많아지리라 생각해요. 전문성과 진정성을 갖고 직업상담사에 도전해 많은 중장년에게 일하는 즐거움과 행복을 선사하시길 바랍니다.”
권영태(52) 씨는 2019년 중국에서 하던 사업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무려 16년 만의 귀국이었지만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나이는 50대 진입을 앞뒀는데, 보유하고 있는 뚜렷한 기술이 없는 게 문제였다. 이에 권영태 씨는 뭔가를 배워야겠다고 생각, 국비지원이 되는 한국폴리텍대학의 문을 두드렸다.
대구에 거주하던 권영태 씨는 2020년 대구 캠퍼스를 찾았다. 승강기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한 그는 기술 자격증을 더 보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그의 관심을 끈 분야가 공조냉동. 공조냉동 신중년특화과정 교육은 대전 캠퍼스에서 진행됐다. 그는 대구에서 멀리 대전까지 찾아가며 학구열을 불태웠다.
“지난해 3월부터 6월까지 4개월간 수업이 진행됐는데요. 신중년특화과정은 신중년 눈높이에서 교육을 해주고, 지원도 아낌없이 해줍니다. 기숙사도 지원해줘서 학업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죠. 한국폴리텍대학이 어떤 개인 학원보다 좋은 것 같아요.”
권영태 씨는 4개월 동안 공조냉동·에너지·가스 세 분야의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는 “실기시험이 서로 겹치는 부분이 많다. 관심을 조금만 더 갖고 시간 투자를 하면 자격증을 병행 취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자격증이 많으면 취업할 때 이점이 된다.
“저는 문과, 경영학과를 졸업했어요. 필기시험은 크게 어렵지 않았는데, 실기시험은 처음 해보는 거라 힘들더라고요. 실기시험은 기능을 확인하는 것이니까 손에 익도록 연습을 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다행히 학교에서 실습을 많이 할 수 있게 지원해준 덕에 실기시험도 잘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권영태 씨는 한국폴리텍대학 교육 수료 후 곧바로 취업에 성공해 지난해 7월부터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일하고 있다. 선수촌 용역회사와 계약해서 근무하게 된 것. 그는 기계팀에 소속돼 냉난방기 관리 및 공조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권영태 씨는 이제 경력 1년 차로 많이 배우는 중이라고 했다. 자기 사업을 하던 사람인데 신입부터 시작하기는 쉽지 않았을 터. 이에 대해 묻자 그는 웃으며 “그런 생각이면 자격증 취득도 못 할 것 같다”고 답했다. 또한 “하나라도 더 배우고 내 기술을 발전시킨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권영태 씨는 공조냉동기계기능사의 장점에 대해 “기술직이다 보니 정년이 보장된 점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일을 하면서 공조냉동기계산업기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경영학과가 유사 관련 학과로 인정받아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다. 권영태 씨는 이후 기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도 있고, 창업도 생각하고 있다. 어쨌거나 기술을 갖고 있으니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의 선택지가 다양하다고 느낀다.
“요즘은 정년이 되기 전에 퇴직하는 분들이 많잖아요. 새로운 방향이나 길을 찾아야 될 텐데 조금만 노력해서 정보를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우리 주변에 국비지원 교육도 많거든요. 전 친구들한테 한국폴리텍대학 수업을 많이 추천합니다. 문과를 나왔다고 해서 포기하지 말고 자신한테 맞는 기술을 찾으라고 말해요. 국비 교육을 잘 활용해서 기술 자격증을 취득하면 앞으로 10년, 길게는 30년의 생활이 좀 더 나아지지 않겠습니까? 그런 희망을 갖고 새로운 길을 모색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