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해 생산가능 인구 감소 현상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자리 잡았다. 이 현상 속에서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은 “고령인력의 고용연장은 불가피한 선택”이며, “공적연금은 노후빈곤을 해결할 수 있는 주요한 수단”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특히 한국노총은 정년제도와 연금 수급개시연령의 불일치로 노인빈곤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은 28일 수요일 오후 2시 한국노총 6층 대회의실에서 ‘공적연금과 해외사례로 본 노인빈곤 해소를 위한 고용연장 방안-고용연장과 노후소득보장제도의 정합성을 중심으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정원오·송선영 성공회대 교수는 독일, 일본, 캐나다 세 국가의 연금개혁 상황을 각국의 정년제도와의 관계성이라는 맥락에서 분석하고 고용연장 방안을 모색했다.
우리나라는 1998년 제1차 연금개혁과정에서 고령화와 수명연장 등을 반영해 연금급여 개시연령을 2013년부터 기존의 60세에서 61세로 연장하고 5년마다 1년씩 상향조정해 2033년에는 65세에 도달해야 노령연금을 수급할 수 있도록 조정했다. 문제는 정년제도(고령자고용법)로 보호되는 퇴직연령이 60세라는 점이다. 이는 2033년이 되면 우리나라 국민은 60세 정년퇴직 이후 공적연금 급여가 개시되는 65세까지 5년간 소득 공백의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는 뜻이다.
세계 각국은 수명연장에 따른 노인 연령 상승을 반영하고, 연금보험 재정안정을 위해 노령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상향조정하는 방향으로 연금제도를 개혁하고 있다. 독일은 국민연금의 수급개시 연령을 68세로 연장했고, 캐나다는 기초연금 수급개시 연령을 67세로 연장했다. 일본은 후생연금의 정액연금(1층)의 수급개시 연령을 먼저 65세로 상향조정했고(2001~2012년), 소득비례 노령연금(2층)은 2013년부터 단계적으로 연장해 2025년에 연금수급 개시 연령이 65세가 될 예정이다.
독일과 캐나다는 연금급여 개시연령을 68세로 연장했지만, 공적연금 급여 시작 연령이 곧 정년퇴직을 의미하기 때문에 별도의 정년제도의 조정이 필요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연금수급 개시연령이 연장됨에 따라 재취업이나 노동시장 참여시 초장기노령연금, 조기노령연금, 완전노령연금의 급여수준의 감액이 과도하게 발생하지 않도록 조정하여 고령자의 경제활동을 장려하는 방향의 개혁조치들이 이루어졌다.
일본은 한국과 유사한 연공형 임금체제이고 별도의 정년제도를 운영하는 체제여서 연금제도 개혁과 동시에 정년법에 해당하는 ‘고령자고용안정법’을 개정하여 65세 고용노력규정을 ‘의무’규정으로 전환하는 조치를 취했다. 일본의 정년연장제도 개선의 핵심은 △정년연령 65세 인상 △희망자 전원 대상 65세까지 계속고용제도 도입 △정년규정의 폐지로 세 가지 사항 중 하나를 의무적으로 시행하는 데 있다. 계속고용제도를 도입하는 경우에도 단계적이고 점진적으로 시행하며 예외 및 경과조치를 인정하여 제도 시행의 실효성을 담보했다.
정원오·송선영 교수는 외국의 사례와 한국의 고용연장 사례조사를 통해 정년 및 고용연장에 따른 문제점들을 검토하고 실현가능한 방안으로 세 가지 원칙과 단계적 적용 타임스케줄을 제시했다.
첫째 단계적 접근 원칙, 둘째 다양한 고용연장 방안에 대한 인정의 원칙, 셋째 고용연장대상자에 대한 해고 및 퇴직 사유의 명문화의 원칙이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2023년까지 제도 도입을 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방안을 확정하고, 2024년부터 2033년까지 2년에 1년씩 단계적으로 고용을 연장해 2033년 국민연금 급여개시 연령 65세와 고용연장 연령 64세가 서로 조응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발표자들은 “수명의 연장과 건강한 노인 연령기간이 증가함에 따라 전통적인 공적연금대책만으로는 적절한 수준의 노후소득 보장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국민연금의 재정 안정화를 위해서는 보험료 인상과 함께 적절한 노후빈곤 예방을 위한 급여의 소득대체율 인상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재정안정화’와 ‘노후빈곤예방’은 상충관계에 있다”면서 “기초연금만으로 노후빈곤대책이 되기에는 막대한 재정부담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적절한 수준의 공적연금 대책과 고령인구의 노동시장 참여에 대한 연령상의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정책이 함께 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는 문진영 서강대 교수가 좌장을 맡았으며, 정원오·송선영 성공회대 교수가 발제했다. 지정토론에는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이성철 한국노총 공무원본부 실장, 홍백의 서울대 교수, 이창곤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제갈현숙 한신대 교수가 참석했다.
장례지도사이자 장례지도사교육원 원장을 맡고 있는 김종호 씨(67). 과거의 그는 죽음의 최전선에서 일할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건축 분양 사업을 했던 김종호 원장은 1997년 IMF 직격타를 맞아 사업을 접어야만 했다.
그 후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영업직밖에 없었다. 김 원장은 여러 회사를 전전하면서 영업 일을 했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간 곳이 상조회사였다. “장례라는 부분이 제게 참 생소했다. 장례를 치러본 적도 없었다. 영업을 하려면 장례 용어나 진행 순서를 알고 있어야 하는데 많이 힘들었다”고 그는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때 지인이 대학교에 장례학과가 있다고 추천해줬다. 이에 김 원장은 서라벌대학교 장례학과에 진학했다. 수업은 주말에 서울에서 진행됐고, 그는 2년간 공부에 매진했다.
2000년부터 장례지도사로 일하고 있는 김종호 원장. 20년이 넘는 세월을 보내며 젊은 장례지도사도 많아지고, 사회적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느낀다. 그도 죽음에 대해 막연히 무섭게 생각했는데 일을 하면서 깨우친 바가 많다.
“예전에 친구 아버님 병문안을 간 적이 있어요. 그 병실에 어르신분들만 계셨는데 저를 기피하시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장례지도사라고 하니까 저승사자 같아 보이셨나 봐요. 웃기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했죠. 그런 일도 있었는데, 점점 인식이 좋아지는 것 같아요.”
김종호 원장은 장례지도사로 현장에 있다 보면 금세 고객과 친해진다고 했다. 3일 동안 유족과 얘기를 나누면서 함께 공감하고 슬픔을 나누는 것이다.
“3일간 고생해도 마지막에 헤어질 때 유족분들이 손을 잡아주면서 고맙다고 말씀해주실 때 큰 보람을 느껴요. 특히 젊은 미망인이나 자식을 잃은 분들의 슬픔이 큰데, 제 덕분에 다시 살아갈 희망을 품게 됐다고 말씀해주시면 울컥하죠. 저도 마음이 많이 쓰이는 분들에게는 문자를 한 번씩 보내드리곤 합니다.”
“수많은 죽음을 봤고, 수많은 고객을 만났다”는 김종호 원장. 그의 기억에 가장 남아 있는 장례 현장은 언제일까. 그는 단번에 한 가족의 이야기를 전했다. 6.25 참전용사였던 아버지는 수유리 국립묘지에 잠들어 계시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상황이었다. 생전에 어머니는 수유리에 묻힐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고, 자식들에게 화장해서 바다에 뿌려달라고 했다. 그러나 자식들은 어머니를 아버지 옆에 묻어주고 싶어 하는 상황이었다.
“자녀분들이 유골을 반으로 나눠서 반은 묘지에, 반은 바다에 뿌리면 안 되냐고 하더라고요. 우리나라는 그게 안 되거든요. 그래서 제가 수유리에 가서 상의한 끝에 방법을 찾았습니다. 묘지 옆에 구덩이를 파고 거기다 어머니의 유골을 모셨고, 비석에는 두 분의 이름을 같이 적었습니다. 가족분들이 정말 고마워하셨고, 지금도 종종 연락을 하십니다.”
김종호 원장은 고령화 사회에 장례지도사의 전망은 밝다고 짚었다. 특히 “이 일을 시작하면 그만두지 않고 오랫동안 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정년이 보장된 직업이라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저도 하나님이 부르실 때까지 일하고 싶다”면서 각오를 다졌다.
“태어날 때 누군가의 도움을 받듯이 세상을 떠날 때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인생 아닐까요? 그래서 저는 장례지도사는 최후의 봉사자라고 생각하고, 그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어요. 장례지도사들이 이 일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언젠가 장례지도사를 마주하실 때 ‘고생한다’고 말씀해주시면 그분이 크게 감동하실 겁니다.”
고령화 사회와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해 ‘웰다잉’(Well-Dying)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웰다잉은 품위 있고 존엄하게 생을 마감하는 것을 뜻한다. 넓게는 죽음에 대해 성찰하고 준비하는 동시에 현재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 과정 전반을 말한다. 이번 ‘시니어 잡’에서는 고인의 마지막을 배웅하고 슬픈 유족을 가장 가까이에서 도와주는 직업, 장례지도사를 추천한다.
장례지도사는 장례 의식, 즉 죽은 자를 보다 아름답고 깨끗하고 편안하게 보내드리기 위한 의식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총괄한다. 장례 상담, 시신 관리, 의례 지도, 빈소 설치, 각종 장례 행정 업무 등 장례 관련 업무를 절차에 따라 수행한다.
시신이 장례식장으로 운반되면, 장례지도사는 고인의 사망진단서를 확인한 후 절차에 따라 시신의 옷을 벗기고 알코올이나 소독약품을 사용해 몸을 깨끗이 닦는다. 그 다음 준비된 수의를 입히고 시신의 몸과 다리 등을 묶어 관에 모신다. 상주의 종교에 따라 제사 의식을 거행하며, 제사 의식이 끝나면 관을 장지나 화장터까지 운반하고 관을 묻거나 화장을 한다.
현재 고령화 사회인 만큼 매년 사망자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장례지도사의 역할과 수요 역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례지도사는 과거에는 중장년층이 주로 하는 전문직으로 취급됐지만, 현재는 20·30대 젊은 장례지도사도 많이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20대 여성 장례지도사가 급증하고 있는데, 직업 인식이 좋아진 동시에 여성의 시신은 가급적 여성이 맡아주기를 바라는 유족의 요구가 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장례지도사 자격증 취득 방법
장례지도사 자격증은 2012년부터 국가자격제도로 시행되고 있다. 이는 장례지도사가 전문 직업인이라는 자긍심을 심어줬고,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긍정적인 이미지로 바뀌는 계기가 됐다. 자격증 취득은 무시험 과정 이수형으로 진행된다.
자격증을 취득하는 방법은 세 가지가 대표적이다. ①대학교 장례지도학과 졸업, ②평생교육원 졸업, ③직업훈련소 교육과정 수료다. 가장 좋은 방법은 대학교에 진학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장례지도학과가 있는 대학교는 을지대학교, 부산과학기술대학교, 서라벌대학교, 창원문성대학교, 대전보건대학교까지 총 5군데다.
장례지도사 교육기관에서는 300시간의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그중 250시간은 교육기관에서 이론과 실기 교육을 진행하고, 나머지 50시간은 장례식장에 파견되어 실습한다. 장례 상담, 장사 시설 관리, 위생 관리, 염습 및 장법 실습, 공중보건, 장례학 개론, 장사 법규, 장사 행정 등에 대해 배운다.
자격증을 취득하면 대부분 병원 장례식장이나 상조회사에 취업한다. 장례 관련 공무원이 될 수도 있다. 서울시설공단 등 공기업에서 장례지도사를 별도로 채용하는 경우가 있고, 서울·대전 현충원 등 국가 봉안 시설에서 채용이 진행되기도 한다. 자신이 직접 장의업체를 운영할 수도 있다.
중장년 취업의 허와 실
자격증을 취득한 후 경력을 쌓으면 연봉을 높일 수 있다. 장례지도사 연봉의 하위 25%는 약 3000만 원이고, 중위는 3200만 원, 상위 25%는 3500만 원이다. 월급은 보통 250만~300만 원으로 일반 직장에 다니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월급이 안정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하는 일에 비해서는 높은 편이 아니다. 장례지도사는 근무시간이 길고 불규칙하다. 또한 누군가의 장례를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만큼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가 큰 직업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아무나 할 수 없는 직업’이라는 말이 나오는 장례지도사. 실제로 요구되는 조건이 많다. 먼저 장례지도사는 장례 절차, 장례 및 묘지에 대한 각종 행정 절차, 수시·염습을 비롯한 시신 위생처리 등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죽은 사람의 몸을 다루는 일을 하므로 담력과 침착함이 요구된다. 매일 누군가의 시체와 죽음을 마주해야 하기 때문에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또한 불행한 일을 당한 유족에 대한 서비스 정신과,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장의 업무를 수행해낼 수 있는 강인한 체력과 인내력도 요구된다.
현재 장례지도사의 고용 시장은 포화 상태다. 앞서 말한 대로 20·30대 젊은 장례지도사가 늘어나고 있는데,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 전망이 뚜렷한 직업이기 때문이다. 또한 정년이 없는 평생 직업이라 40~60대 중장년층 사이에서도 선호도가 높다.
이처럼 전 연령이 장례지도사가 되기를 희망하기 때문에, 중장년층은 상대적으로 장례지도사로 취업하기 힘든 실정이라고 한다. 중장년층은 자격증 취득 후 대부분 장례지도사가 아닌 상조회사 영업직으로 취업이 이루어진다. 상조회사나 대형병원에서는 장례지도사로 젊은 층을 선호하다 보니 중장년층은 현실적인 방법을 택하는 것이다.
서울 서초장례지도사교육원의 김종호 원장은 “20·30대가 워낙 많아져서 중장년층이 일을 시작하는 게 쉽지 않다. 수도권은 워낙 경쟁이 치열하니 어르신들은 지방에서 근무를 시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경력을 쌓은 후 수도권으로 옮겨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기도 여주에 사셨던 분이 50대에 자격증을 취득하셨다. 6개월만 일하라고 태백으로 근무를 보내드렸다. 그런데 아예 태백으로 이사하셔서 5년째 잘 지내고 계신다. 공기도 좋고, 낚시도 하고, 자전거도 타면서 시간을 보내신다더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김종호 원장은 또한 중장년층은 ‘반려동물 장례지도사’가 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추천했다.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는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는 반려인을 대신해 장례 절차, 상담, 납골, 펫로스 상담 등 장례 전반에 대해 설계하고 도와주는 전문가를 말한다. 연령과 경력에 제한이 없고, 반려동물 키우는 사람이 늘어남에 따라 전망이 밝은 직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국민연금과 관련해 보험료도 올리고 노후소득보장 수준도 높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OECD는 ‘한국 연금제도 검토보고서’를 통해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인상하되 기준소득월액 상한도 올려 급여 인상을 제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복자부가 지난 2019년 한국의 공·사 연금제도를 국제적 관점으로 분석해 발전 방안을 마련하고자 의뢰한 연구 결과다.
보고서는 한국의 국민연금 제도에 대해 두 번의 연금 개혁과 다층노후소득보장체계 구축 등으로 발전이 있었지만, 인구구조 변화 등으로 인한 추가 연금 개혁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저출산·고령화 등을 고려하면 연금 개혁이 필요하다”면서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가능한 빨리 합리적인 수준으로 올리고, 60세 이후에도 보험료를 계속해서 낼 수 있도록 의무 가입 연령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준소득월액 상한을 높여 급여 인상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조세지원으로 연금제도 내 재분배 요소를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준소득월액은 국민연금 보험료와 급여 산정 기준이 되는 금액이다. 기준소득월액은 상·하한액을 정해둔다. 국민연금 전체가입자 평균 소득의 최근 3년간 평균액 변동률을 반영해 1년에 한 번씩 조정한다. 지난 7월 1일부터는 상한액이 553만 원으로 높아졌다.(2021년 7월 1일~2022년 6월 30일까지의 상한액은 524만 원)
이에 국민연금 최고 보험료는 전년 대비 2만 6100원이 올라 49만 7700원이 되었고, 최저 보험료는 전년 대비 1800원 인상돼 3만 1500원이 됐다.
이렇듯 기준소득월액의 상한액이 높아지면 일부 가입자의 경우 내야 하는 보험료가 올라가기 때문에 그만큼 연금을 받을 때 더 많은 금액을 수령하게 된다. OECD는 기준소득월액의 상한을 높여 더 많이 내고 그만큼 더 받아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권고한 것이다.
OECD가 발간한 ‘한국경제보고서 2022’에서는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재 9%에서 두 배 이상 올려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1998년 이후 한 번도 올린 적이 없다.
60세 이후에도 보험료를 내도록 하려면 퇴직 연령을 높여야 한다. 기대수명이 늘어난 만큼 은퇴 연령을 늦추고 그만큼 국민연금 보험료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고령자 계속 고용을 위한 사회적 논의’ 작업을 통해 정년 연장, 정년 폐지, 재고용 등의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한편 국민연금은 고령인구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연금 고갈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은행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추진하기로 했다. 계속해서 오르는 원·달러 환율 때문이다.
이를 통해 국민연금은 한국은행에 원화를 제공하고 외환보유고의 달러로 해외투자를 할 수 있게 된다. 단기외화자금 한도를 늘리며 해외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되는 것.
국민연금은 지난 2020년 해외투자 종합 계획서에서 ‘해외 투자 증가에 따른 외화 조달환경 개선’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2024년부터 초고령 근로자의 고용 상황을 알 수 있는 통계 자료가 나온다. 통계청은 고용 통계 연령 구간을 세분화해 75세 이상 초고령 근로자의 고용 현황도 발표하기로 했다.
현재 통계청이 내는 고용 동향은 고령층 근로자의 연령대를 65세 이상과 70세 이상으로만 나누고 있다. 앞으로는 65세 이상, 70~74세, 75세 이상으로 분류하게 된다. 통계청은 이를 위해 지난 7월부터 경제활동인구 조사 표본 규모를 확대했다.
또한 조사로 수집된 초고령자 고용 동향은 향후 정부 정책을 뒷받침할 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올해 5월 기준 고령층 인구는 1509만 8000명으로 처음으로 1500만 명을 넘어섰다. 2025년이면 노인 인구는 전체의 20%를 넘길 전망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고령층의 68.5%는 계속 일하고 싶어했으며, 평균 근로 희망 연령은 73세였다. 70~74세 고령층은 79세, 75~79세는 82세까지 일하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그만둔 고령층의 평균 연령은 49.3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 조사 결과를 보면 평균 은퇴 나이는 약 50세인데, 기대수명은 늘어나고 있어 더 오랜 기간 일하고 싶은 고령층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령자 고용은 정부의 숙제다.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2070년이면 생산연령인구는 2020년 대비 53.5%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정부는 고령층 고용을 위한 정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고령자 계속 고용을 위한 사회적 논의’ 작업을 통해 정년 연장, 정년 폐지, 재고용 등의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더불어 임금체계 개편도 함께 논의한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고령화를 겪고 있는 일본의 ‘고령자 고용제도’ 등을 모델로 ‘고령자 계속고용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06년 초고령사회를 맞이해 고령법을 개정했다. 고연령자의 고용 의무화를 3년마다 1세씩 단계적으로 연장하고, 2025년 4월까지 모든 사업장에서 65세 고용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고용 방법은 △정년연장(정년 65세로 연장) △재고용 제도 활용(퇴직 뒤 재계약) △정년제 폐지(정년 없이 계속 고용) 중 기업이 적절하게 선택할 수 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정년연장이 정책에 반영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정년 연장과 폐지 논의가 청년층의 극심한 반발, 세대 갈등을 불러올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 기업들도 정년 연장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어 좀 더 촘촘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고령화 시대에 고령자가 계속 고용되고 더 일해야 한다는 부분은 많은 분들이 비슷한 생각이겠지만 정년 연장 문제로 접근하면 청년 고용과 임금 체계 문제가 얽힌다”며 “고령자 계속 고용을 정년 연장으로 쉽게 접근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은 639조 원 규모다. 이 가운데 고용노동부(이하 고용부)의 내년 예산은 총 34조 9923억 원으로 올해보다 1조 5797억 원 줄어든다. 고용부는 특히 고령자 일자리 정책과 관련해 공공일자리를 축소하고 민간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고령화사회의 대안으로 2004년부터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만 60세 이상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정부의 사업이다. 노인 일자리 유형에는 공공형, 사회 서비스형, 민간형 사업이 있다. 이 가운데 공공형 노인 일자리가 대폭 축소된다.
노인 일자리의 대부분은 사실상 공공형 일자리다. 올해 노인 일자리 84만 5000개 가운데 공공형 노인 일자리는 60만 8000개였다. 내년에는 54만 7000개로 줄이기로 했다. 약 6만 개 정도의 일자리를 줄이는 셈이다.
공공형 일자리는 환경정비, 교통안전 보조, 금연구역 지킴이 등 공익활동을 주로 한다. 평균적으로 월 30시간 일하고 임금 27만 원을 받는다. 생계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저임금의 단순 노무직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대신 정부는 생산성이 높은 민간·사회서비스형 노인 일자리를 3만 8000개 늘리기로 했다. 민간형 일자리에는 시장형 사업단, 취업 알선형, 시니어 인턴십, 고령화 친화 기업이 속한다. 양질의 일자리를 확충해 노인이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노인 일자리의 절대적인 규모는 크게 변화가 없다”며 “다만, 직접적인 단순 노무형 일자리는 소폭 줄이고, 민간형 일자리는 조금 더 늘어나는 흐름으로 가져가기 위해 일부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간 일자리 확충에도 불구하고 전체 노인 일자리는 결국 2만 3천 개 감소한다. 노인 일자리는 경제활동을 통한 수익 창출 목적도 있지만 고령화사회에 노인들을 사회에 참여시키려는 복지 성격도 강하다. 때문에 노인 일자리 축소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의 대안은 기업에 대한 고용 지원 확대다. 고용부는 고령자 신규채용과 정년 이후 계속 고용 기업에 대해 고용장려금을 늘린다. 내년 고령자고용지원금 예산안은 558억 원(5만 3000명)으로 올해 54억 원(6000명)보다 10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고령자계속고용장려금도 올해 108억 원(3000명)에서 내년 268억 원(8만 2000명)으로 160억 원 증가했다.
더불어 고용부는 첨단산업 분야에 예산 4163억 원을 편성, 약 3만 6000만 명의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목표다. 폴리텍 등 특성화 대학을 활용해 반도체나 인공지능(AI) 등 관련 학과를 25개 신설(350억 원)하고, 일학습병행센터를 10곳 신규 구축(112억 원)했다.
또한 빠르게 변하는 산업구조에 대응해 중소기업을 위한 직업훈련카드를 1억 5000만 개 신설(357억 원)하고, 능력개발주치의가 상주하는 15개 센터도 71억 원을 들여 신규 설치할 계획이다.
전북 정읍시 산자락으로 귀농한 송정섭(67, ‘꽃담원’ 대표)은 자칭 ‘꽃미남’이다. 아내 역시 ‘꽃미녀’로 쌍벽을 이룬단다. 외모를 내세우는 ‘자뻑’이 아니다. ‘꽃에 미친 남자’와 ‘꽃에 미친 여자’가 함께 사는 걸 빗댄 얘기니까. 못 말릴 강태공은 낚싯대 하나로 만족한다. 다인은 끽다로 세상을 건넌다. 좋아하는 일에 푹 빠져 사는 것보다 나은 게 있던가. 송정섭은 오나가나, 앉으나 서나, 매양 꽃과 동행한다. 귀농을 한 것도 꽃에 제대로 미치기 위해서였다. 그게 인생의 쓸쓸한 황혼을 북돋울 가장 유력한 방안이라 보았다.
송정섭의 거처는 온통 녹음이다. 600평에 이르는 너른 터에 자라는 온갖 식물이 초록을 내뿜는다. 하늘을 반쯤 가린 저 앞의 푸른 준령은 내장산이다. 범람하는 산기(山氣)로 한여름의 무더위는 물론 속기마저 씻어낸다. 산 위로 흐르는 구름은 또 어떻고? 꽁무니에 바람을 매달고 유유히 흘러 번잡한 세상사를 잊게 한다. 어디를 보더라도 진부한 게 하나 없는 산골 풍경이다. 개중에 흐벅진 건 송정섭이 귀농 8년간 꾸민 정원 경관이다.
이 정원에선 나무들의 제전, 꽃들의 향연이 한창이다. 원래 감나무 세 그루뿐이었다. 외갓집 묵정밭이었다고 한다. 쓸모를 잃은 땅에 정원을 꾸려 쓸모는 물론 미감까지 고스란히 살려냈다. 애쓴 흔적, 공들인 자취가 완연하다. 식물에 관한 단순한 애호를 넘어선 빙의? 화초류만 하더라도 자그마치 350여 종이라지. 게다가 본때 있는 솜씨로 적재적소에 배치해 조화롭다. 이곳에서 철 따라 도도한 자연의 순환과 드라마가 펼쳐질 걸 짐작할 만하다. 그렇다면 송정섭은 일쑤 무아지경을 느끼나? 그러고 싶어 꽃에 미쳤나?
“농촌진흥청 화훼 분야 연구직 공무원으로 일했다. 직장 생활 30여 년간 꽃을 전공으로 삼았던 것인데, 은퇴 이후 노년의 30여 년 역시 고향으로 내려가 꽃과 더불어 살고 싶었다. 꽃을 비롯한 식물이 지닌 매력과 선한 영향력을 잘 알기 때문이었지. 후회가 있다면 조금이라도 더 빨리 귀농하지 못했다는 점일 뿐이다.”
귀농이 만족스럽다는 뜻인가?
“조직 안에서 의무감으로 움직여야 하는 직장 생활에 비할 수 없는 만족을 느끼며 산다. 난 정년 2년 남긴 시점에 명퇴했다. 더 일찍 물러나 정원 가꾸는 시골 생활을 시작했다면 좋았을 텐데, 한결 나은 생활을 괜히 유보했던 셈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목적과 지향이 분명할 경우 귀농은 빠를수록 좋다.”
십중팔구 세상의 아내들은 남편의 귀농 제안에 일단 반기를 든다. 고생살이가 빤히 보여서. 이 대목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우리 부부는 주로 수원시에서 살았다. 10여 년은 단독주택에 살며 정원 가꾸는 재미를 충분히 맛봤다. 아내 역시 꽃에 관한 경험과 조예가 없지 않았던 것이다. 따라서 꽃을 중심에 둔 귀농은 우리에게 자연스러웠다.”
정착하기까지 초기의 갖은 애환을 면제받기 어려운 게 귀농이라지?
“퇴직하자마자 혼자 곧바로 이곳에 내려와 텐트를 치고 살았다. 오랫동안 홀로 종일 일하고 밤이면 막걸리 한잔하고 잠을 잤지. 기반을 닦는 과정이었다. 몸이야 고달팠지만 좋아하는 일, 원하는 일이라 힘든 줄 모르고 지냈다. 물론 모든 게 순조롭지만은 않았지만.”
가령 어떤 점이 어려웠나?
“이 터가 원래 맹지였다. 길을 내는 게 무엇보다 화급한 과제였다. 그러나 쉽지 않더라. 경계면에 있는 남의 땅을 사들이는 수밖에 없었는데 지주가 팔지 않았다. 시세의 두 배를 주겠다고 해도 통하지 않더군. 실로 어렵사리 길을 만들어내는 데 긴 시간이 소요됐다. 그 때문에 귀농 2년여가 지나서야 살림집을 지을 수 있었다.”
향후 목표는 치유정원
집을 짓고 아내가 합류할 즈음 정원 역시 어엿한 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뿌리고 심고 가꾼 것들이 생육을 거듭했던 것. 비와 바람과 햇볕만 식물의 성장을 도왔으랴. 송정섭은 원예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인물이다. 식물의 성장을 뒷바라지할 수 있는 경륜과 기술로 정원 만들기에 가속을 붙였다. 말하자면 그는 식물 재배에 도가 텄다.
“사실 ‘화류계’에서 나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도움을 준 이들도 많았다. 시골에 내려와 정원을 만든다는 소식을 들은 지인들이 보내온 나무들만 해도 자동차 14대 분량이었다. 덕분에 정원 조성 작업이 순탄했다.”
시골 정원을 열심히 가꾸다 몸을 망가뜨리는 경우도 있더라. 강철처럼 일어서는 풀들과 실랑이를 하다가 나동그라질 수 있으니 가급적 작은 정원을 즐기는 게 현명하다는 충고도 흔하다.
“프로에겐 얘기가 다르다. 하루에 두 시간 정도 몸을 쓰면 꽃 관리, 잡초 처리 등은 충분하다. 전지는 1년에 한 차례로 마무리한다. 나는 단순히 꽃을 가꾸고 즐기는 데 목적을 두지 않았다. 나만의 특별한 생태정원을 구축하는 한편, 꽃을 보급하고 정원 만들기 지원 활동을 하며 시민정원사를 양성하고 있다. 체험 프로그램과 꽃 아카데미를 운영해 식물의 인문학을 강의하기도 한다. 이 모든 부문이 다행스럽게 잘 돌아간다. 거의 날마다 체험자들과 수강생들이 찾아드니까.”
결국 공직 은퇴 이후 꽃과 정원으로 새 직업을 발굴한 셈인가?
“이곳에 귀농해 열심히 정원을 가꾸는 나를 주민들은 의아해했다. ‘저 사람은 무엇 때문에 저토록 꽃을 잔뜩 가꾸지?’ 그런 궁금증으로. 꽃 가꾸기가 소득과 연결될 수 있다는 걸 그들은 미처 몰랐던 것이지.”
그는 민박업도 병행한다. 귀농 초기에 사용했던 농막을 다듬어 에어비앤비(Airbnb, 국제적인 홈스테이 네트워크)에 가맹, 투숙객을 받는다. 이 역시 순항한단다. 자신이 보유한 물적 자산을 최대치로 활용하고 있으니 그의 두뇌가 기민하게 움직이는 걸 알 만하다.
“민박 수요는 넘친다. 그러나 적당한 선에서 자제한다.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다. 주된 목적인 정원과의 동행에 전념해야 하니까. 향후 치유정원으로 확장할 작정이다.”
치유정원? 그게 뭐지?
“의사들의 데이터를 보면 꽃이 치매까지 개선한다고 한다. 이렇게 원예로 질병을 고칠 수 있다는 데 착안한 게 치유정원이다. 독일이나 네덜란드에선 오래전부터 치유정원이 활성화돼 있다. 환자를 무조건 병원으로 보내는 게 아니라 치유정원으로도 보내는 것이지. 국내에도 치유정원을 표방하는 원예농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자신의 전공과 경륜을 고스란히 살려 인생 2막을 열어젖힌 뚝심이 인상적이다.
“귀농에 대한 로망은 아파트에 살던 시절에 이미 움텄다. 옆집에서 누가 죽어 나가도 모르고, 좋아하는 꽃을 기껏해야 베란다에서 기를 수밖에 없는 답답함에 질렸던 것이다. 그러면서 일찌감치 생태정원을 구상했다. 개인이 가진 기능을 지속적으로 활용하는 게 좋은 삶이라는 인식은 뿌리 깊은 것이었고.”
식물의 능력은 사람보다 뛰어나다
그는 갑갑한 도시를 벗어나 우선은 ‘나’를 즐겁게 하고 싶었던 거다. 즐겁지 않고 행복할 수 있겠는가? 오욕칠정으로 탁류처럼 흐르는 인생일망정 내 길을 내가 가는 한 뒤에 남을 미련한 미련이 적어진다. 그는 귀농으로 삶이 부과하는 갈등과 갈증을 해소했다. 귀농하며 가슴에 새긴 건 세 가지였단다. 변화한 상황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자연을 소중하게 대하기. 죽을 때까지 공부하기. 개중 결연한 건 공부 욕심이 아닐까. 그런데 그가 가르침을 청하는 선생은 꽃이며 식물이다. 풀꽃 하나에서 생명의 신비한 노래를 듣고, 바람에 떠는 나뭇잎 하나에서 우주의 율동을 보는 영혼이 드물지 않은데, 송정섭의 사유 역시 비슷한 계보에 속하는 것 같다.
“호기심을 가지고 식물들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면 얻을 것이 많다. 이를테면 꽃들은 무엇으로 대화를 할까, 그걸 공부하다 보면 향기에 답이 있음을 알게 된다. 심지어 식물은 사람의 말뜻까지 알아듣기도 한다. 사실 식물의 능력은 인간의 재능을 뛰어넘는다.”
좁쌀보다 작은 상추씨가 흙을 들어 올려 싹을 틔우는 기적을 바라보면 천하장사는 저리 가라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얘기는 재고되어야 할지도.
“강의를 할 때 자주 하는 얘기가 있다. ‘꽃처럼 살자’는 거다. 꽃에서 배우자는 뜻이다. 그럼 무엇을 배우나? 한 가지 예를 볼까? 지구상의 꽃은 25만여 종에 이른다. 이 모든 꽃이 다 다르다. 저만의 개성으로 존재한다. 이는 개성을 살리기보다 욕망을 따라 달려가는 인간의 양상과는 사뭇 다른 게 아닌가.”
꽃인들 속 터질 일이 없을까마는 사람보단 덜 아등바등한 것 같다.
“우리가 자주 잊고 지내는 게 있다. 식물이 내뿜는 산소를 마시며 숨 쉰다는 걸. 인간의 생존에 이모저모 절대적인 기여를 하는 식물의 헌신을 기억하기만 해도 삶이 한결 나아질 거라는 얘기다.”
식물 예찬이 길게 이어진다. 새삼스러울 게 없는 얘기지만 새삼스럽게 들리는 건 외면하고 사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여하튼 귀농으로 일군 꽃 농장은 송정섭에게 세상의 중심이다. 세상의 한 귀퉁이를 꽃으로 채워 향기를 흩뿌리는 삶이란 얼마나 떳떳한가. 게다가 안정적인 소득 기반까지 다졌다. 그는 바야흐로 썩 괜찮은 인생의 열매를 거두는 시절로 접어든 셈이다. 귀농을 통해 마침내 얻고 싶은 걸 얻었고, 하고 싶던 걸 하게 됐다. 그렇다면 그가 으뜸으로 치는 귀농 수칙은 어떤 것일까.
“가장 중요한 건 주민들과 화학적 결합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마을의 문화와 풍토를 존중해야 하는데, ‘3척’만큼은 피해야 한다. 시골에서 아는 척, 잘난 척, 가진 척을 하다가는 거의 죽음과도 같은 고난에 빠질 수 있다.”
허튼 우월감은 버려라?
“자세를 낮추는 게 좋다. 시골 사람들이 무슨 법 같은 것엔 무심할망정, 자신들이 경험한 사실 외엔 함부로 말하지 않는 신중함이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직접 겪은 불화 경험은 없었나?
“불화라기보다 귀농 초기에 다소 서툰 처신을 해 미운털이 박힐 뻔한 경험이 있다. 마을회의 같은 곳에서 박사랍시고 너무 많은 말을 한 것이다. 그러자 분위기가 이상해지더라. 아하, 내가 팽당했구나! 뒤늦게 깨닫고 태도를 바꾸었다.”
딱히 죄를 지은 것도 없이 코너에 몰릴 수 있는 게 귀농 생활이라는 얘기다. 나를 내세우기보다 타자의 얘기에 먼저 귀 기울이자는 조언이고. 세상의 도처가 교실인 셈이다.
송정섭이 주는 귀농 Tip
꽃 농원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많다. 그러나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뜻을 이루기 힘들다. 우선 식물에 관한 공부를 미리 충실하게 해둬야 한다. 재배 기술 숙지는 기본이고, 식물심리학과 식물의 인문학까지 섭렵하는 게 필요하다. 농원의 공간 디자인도 핵심 요소다. 개성과 미감을 살려 구조를 설정해야 한다. 효율적인 동선 조성 역시 중요하다. 입지로는 들판보다 숲속이나 산자락이 이상적이다. 주변에 축사나 고압선 철탑이 있는 곳은 피하라.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인근 주민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점이다. 유난히 텃세가 심한 곳은 피해야 하는데, 단기간이나마 미리 살아보고 풍토를 판단하는 게 좋다.
일본은 ‘70세 현역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일할 의욕과 능력이 있는 노동자’라면 70세여도 취업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취지다. 단순히 연금을 받기 전까지 일자리를 보장하는 개념을 넘어 자아실현 기회를 확보하는 개념을 법에 담았다는 데 의미가 있지만, 고용 안정은 물음표다.
기존 고령자 고용 정책은 ‘고용과 연금의 연결’을 목적으로 했다. 공적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를 65세로 늦추면서, ‘고령자 등의 고용 안정에 관한 법률’(이하 고연법) 개정을 통해 여러 장치를 만들었다.
먼저 정년 나이를 60세 미만으로 하지 못하도록 의무화했다. 또한 정년 이후에도 65세까지 계속해서 고용하도록 하면서, 노사협의로 계속고용 대상자를 정하던 것을 희망자 모두에게 적용하도록 넓혔다. 그 결과 2021년 6월 1일 기준, 고용 확보 조치를 하는 기업은 99.9%에 달한다. 고용과 연금 사이의 공백을 줄였다는 점에서 기존 고령자 고용 정책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연금 공백 넘어 자아실현으로
아베 전 총리는 2019년 ‘미래투자회의’에서 “인생 100년 시대를 맞아, 건강하고 의욕 있는 고령자분들이 경험이나 지혜를 사회에서 발휘해주실 수 있도록 70세까지의 취업 기회 확보를 향한 법 개정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이후 2021년 4월, 고연법은 ‘일할 의욕이 있는 고령자가 그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을 목적으로 또 한 번 개정됐다. “고령자가 70세까지 일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할 노력 의무”를 명시한 것.
기존과 달라진 점은 65세까지의 계속고용제도 대상을 70세까지로 확장하고, ‘고연령자 취업 확보 조치’를 더한 것이다. 계속고용제도의 경우 기존에는 자사에서만 재고용을 했다면, 이번에는 자회사나 관계사에서도 재고용을 할 수 있도록 개정했다. 취업 확보 조치는 고령자가 창업하도록 해 위탁업무 계약을 맺거나, 사회공헌사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취업 지원’을 말한다.
개정법에 담긴 내용은 강제 사항은 아니다. 다만 사업주가 마땅히 해야 할 노력을 ‘게을리했다’는 게 인정되면 근로자로부터 손해배상 청구를 받을 수 있고, 후생노동청의 행정지도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이번 개정은 단순히 경제적 공백을 채우는 것을 넘어 고령자의 자아실현 기회를 보장하는 환경 조성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고령 근로자는 안전한가?
고용 안정 측면에서 이번 개정은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야마가와 가즈요시(山川和義) 히로시마대학 인간사회과학연구과 교수는 “계속고용을 관계사에서도 할 수 있도록 하면, 근로자가 원하지 않는 노동 조건을 설정하거나 재고용이 실제로 이뤄지지 않을 확률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고령자가 잘 알지 못하는 곳으로 재고용되거나, 기존 사업장은 고용했지만 다른 사업장에서는 재고용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
이는 기존의 계속고용제도에서 재고용 이후 ‘이전과 달리 노동 조건이 열악해졌다’는 분쟁이 이어지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기존 임금의 25% 수준인 임금을 제시하거나, 사무직 직원을 청소와 같은 단순노무에 배정하거나, 왕복 5시간 거리의 근무지로 발령 내거나, 1년마다 갱신 조건으로 재고용 하고 1년 뒤 고용 연장을 거절하는 사례들이 있었다. 이런 경우 근로자의 건강 문제 등 합당한 해고 사유가 없다면 대체로 법원은 근로자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다만, 60세에서 65세로 정년을 연장한 기업은 재고용 의무가 없다.
새롭게 쟁점이 되는 개정 내용은 취업 확보 조치다. 이는 ‘고용이 아닌 조치’를 취함으로써 고령자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회사가 고령자와 위탁업무 계약을 맺는 경우, 자사 소속 근로자가 아니게 돼 노동관련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야마가와 교수는 “사용자와 노동자의 관계였던 이들이 창업 지원을 통해 위탁계약을 하게 된다면, 계약 조건을 협상할 때 동등한 위치에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노동안전위생법의 규제도 미치지 않고 사고 발생 예방을 강제할 규칙도 없어 고령자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은 1.6%에 불과하다.
한편 사업주에게 취업 지원을 하라고 강제하는 게 타당한지에 대한 논란도 있다. 실버인재센터와 같은 기관이 아닌 개별 사업주에게 사회공헌사업 등의 취업 지원까지 할 의무를 지우는 건 과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강제하면 오히려 고령자의 정년 이후 노동계약이나 위탁업무 계약이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야마가와 교수는 “재고용되면서 비정규직이 돼 처우와 노무가 분리된 사례가 많은 만큼, 60세 정년을 바탕으로 하는 노무관리 체계가 100세 시대에 근본적으로 적합한지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고: DIO ‘고령자 고용의 현상과 과제’ 결과 연구 보고서
일본 기업들이 연공서열 기준의 멤버십형 인사제도에서 성과와 역량 위주의 직무형 인사제도로 조직을 바꾸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력 부족과 인재 유출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청년층 이직률 10년 만에 최고
코로나 이후 일본의 청년층 이직률이 10년 만에 최고치에 달했다. 닛케이 신문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약 15만 명이 첫 직장 입사 후 3년 안에 퇴사했다. 2017년 대졸자 기준으로 32.8%에 이르는데, 지난 10년 간 가장 높은 수치다.
같은 기간 이직에 성공한 청년들도 늘었다. 기업들이 ‘중고 신입사원’ 채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고용시장의 변화로 보상의 유형이 다양해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신입사원의 성장 가능성을 평가해 채용 후 인사법부터 가르치는 이른바 ‘포텐셜 채용’을 하는 기업이 많았다. 이 경우 명확한 직무를 정하지 않고 직무나 근무지를 순환하도록 한다. 또한 신입사원 일괄채용과 종신고용은 일본 기업만의 특유한 고용 방식이다.
한 직장에서 평생 일하는 구조가 유지됐지만, 최근 이직률이 늘어나면서 인사제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종신고용과 연공서열이 중요시되는 ‘멤버십형’ 인사제도를 개인의 역량과 업무성과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직무(Job)형’ 인사제도로 바꾸어 가는 것이다.
유모토 켄지 전(前) 일본종합연구소 부이사장은 “연공서열 임금제는 고령화와 경제성장 둔화라는 환경에서는 기업의 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이 된다”면서 “‘직무형 고용’은 다양한 인재가 다양한 일을 함으로써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시스템이며, 일본형 고용시스템의 한계를 타파하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개인 역량과 성과 중요한 ‘직무형’
직무형 인사제도를 도입하면 직무에 필요한 지식, 경험, 능력, 자격을 밝힌 직무 기술서에 따라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나이에 관계없이 채용한다. 직원이 스스로 연간 목표를 세우고, 그에 기초해 달성도를 평가한 뒤 처우에 반영한다. 따라서 근무연수가 아닌 업무 중요도나 개인 역량에 따라 급여가 달라진다.
일본 기업들은 이를 보통 임원이나 관리직에만 적용해왔다. 그런데 최근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일반직으로 확대 적용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더불어 60세 이상 고령층에도 직무형 제도를 변형해 도입하고 있다.
대기업인 후지쓰(富士通), 미쓰비시 케미칼(三菱ケミカル) 등은 2020년 새로운 직무형 인사제도를 관리직 대상으로 적용하면서, 50세 이상 관리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모집했다.
후지쓰는 2023년부터 일반 사원에 이 제도를 확대 적용한다. 통신·전자기기 종합회사인 NEC 역시 2023년도에 전 사원 대상 직무형 인사제도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기·전자기업 히타치제작소(日立製作所)는 리먼브라더스 쇼크 이후 사업 구조를 전환하면서 관리직에 한해 직무형 인사제도를 도입했다. 올해 7월부터는 본사 일반 사원을 대상으로 확대 적용한다.
이런 직무형 인사제도의 도입은 중장년 사원들에게 일종의 압박처럼 작용한다. 연차와 관계없이 능력과 역량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년이 가까워지면 그에 따른 준비도 해야 한다. 은퇴 이후 근로자의 재고용을 정부가 나서서 촉진한다고는 하지만 아직 제도가 자리 잡은 건 아니기 때문이다.
베테랑 인재 잡아라
저출산 고령화로 일본 기업들은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모든 업계가 그런 건 아니지만, 신규 채용도 미달하는 상황에서는 당장 투입 가능한 인력이 한 명이라도 더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기업들은 60세 이상 시니어 직원 중 역량 있는 인력의 유출이 일어나지 않도록 고용 확충을 준비하고 있다.
퍼솔종합연구소(パーソル総合研究所)는 조직의 고령화와 코로나로 인한 경제 상황 변화로 시니어 인재 활용이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고 짚었다.
퍼솔종합연구소의 ‘기업의 시니어 인재 매니지먼트에 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정규사원 중 고령자 비율이 높은 기업은 전체의 84%다. ‘조직의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 또한 기존의 연공서열 임금제로 성과와 급여가 미스매치되고 있어 사원들의 동기부여 요인이 줄어들고 있다.
거기에 고령화로 인해 정부가 고령자고용안전법을 개정하고 기업에 ‘70세까지 근로자의 취업 기회 확보를 노력하라’고 하고 있어, 기업으로서는 신규 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되면 은퇴를 하고도 회사에 남을 수는 있지만, 이전보다 현저히 낮은 급여와 근무 환경으로 고령자의 근로 의욕은 줄어들게 된다. 더불어 코로나 이후에는 재택근무 등 근무 형태가 다양화되면서 역량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이들의 기업 이탈이 이어졌다.
이에 기업들은 신입사원뿐 아니라 정년을 앞둔 베테랑 시니어 사원들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직무·성과형 인사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고령자도 ‘성장할 수 있도록’
일본에는 ‘직무정년제’ 개념이 있다. 이를테면 관리직에서 일하던 사원이 기업 정년 나이인 60세에 은퇴하고, 계속고용이 가능한 65세까지는 관리직이 아니라 일정 권한을 가지고 책임을 지는 전문직에서 일하도록 하는 제도다.
직무정년제라는 건 결국 해당 직무에서 물러나 더 이상의 승진이나 임용이 불가능한 제도다. 급여와 상여 수준도 현역 때와는 달라진다. 그래서 시니어 사원의 의욕이 낮아지고 전문 기술을 가진 인재가 유출된다는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 3월 스미토모 생명보험은 온라인으로 시니어 직원 새출발을 기념하는 입사식을 열었다. 스미토모 생명은 올해부터 정년을 65세로 연장하고, 60세 이상의 직원을 대상으로 ‘스페셜리스트’라는 새로운 직책을 만들었다. 60대 사원의 일할 의욕을 자극하고, 인재 유출도 방지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는 직무형 인사제도의 일환이다. 오랜 기간 일하며 각종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베테랑 직원들이 회사에 남도록 해 ‘수석 직원’으로서의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했다. 대신 직책과 성과에 따라 임금을 결정한다. 일본 정부는 고령자고용촉진법을 통해 기업의 고령자 고용을 의무화하고 있는데, 재고용을 하면서 고령 근로자의 임금이 35% 수준으로 낮아진다는 이슈가 있었다.
이에 스미토모 생명은 스페셜리스트의 임금 수준을 최대 재고용의 1.5배 수준으로 유지, 임금이 크게 줄어들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했다. 또한 사내 복지도 이전과 같은 처우를 유지한다.
다이와 하우스 공업도 60세를 기준으로 한 직무정년제를 폐지하고, 60세 이후에도 승진할 수 있도록 인사 제도를 수정했다. 또 급여 등의 수준도 낮아지지 않도록 조정했다. ‘액티브 에이징 제도’를 신설해 70세까지 노동 의욕과 일정 업적이 있는 시니어 사원이 일할 수 있도록 했다.
야마토 하우스 공업도 지난 4월부터 60세 직무정년을 폐지했다. 그리고 ‘월경 커리어 지원 제도’를 도입했다. 직원이 자신의 커리어를 자율적으로 만들어가고, 자아실현을 위한 부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카시오 계산기는 60세 이상 현역 사원을 6에서 10등급으로 세분화해 성과에 따라 평가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퍼솔종합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시니어 인재를 채용한 기업들은 “높은 전문성을 발휘한다”, “거래처와 인맥이 풍부하다”, “후진 육성이 가능하다”는 점 등을 장점으로 꼽았다. 경험이나 전문성을 활용하는 업무에서는 일정 성과가 나온다는 것.
무엇보다 직무형 제도 안에서 활약하는 시니어들이 있으면 젊은 사원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퍼솔종합연구소의 ‘시니어 종업원과 동료의 취업 의식에 관한 정량 조사’에 따르면, 시니어 직원이 활약하고 있는 직장에서는 젊은 사원들의 이직 의향이 낮았다.
이시바시 호마레(石橋誉) 퍼솔종합연구소 컨설팅2부 시니어매니저는 “기존 일본 기업에는 직무 순환 혹은 직원 육성이라는 명목으로 전근이 많아 사원이 스스로 자신의 커리어를 선택하기 어려웠다”고 지적하며 “시니어 인재가 스스로 활약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자율적 근무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연공서열 제도 아래 임원직이나 관리직으로 승진하지 못한 사원들의 근로 의욕 저하는 기업의 생산성 하락으로도 이어진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율적인 경력 설계가 필요하고, 그 첫걸음이 직무형 제도 도입”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26일 발표한 ‘신직업 창직·확산 보고서-누가 새로운 직업에 도전하는가’에는 창직의 길을 걷고 있는 다양한 사례자들의 이야기가 포커스그룹인터뷰(FGI) 형태로 실렸다. 이중 중장년 창직 그룹의 녹취록을 토대로 그들이 창직을 하게 된 계기 및 과정, 경험자로서 느끼는 문제점 및 희망 사항 등을 정리해봤다. 익명의 참여자들이 개척한 창직 사례는 아름다운길여행가, 메모리얼스토리전문가, 윷놀이전문가, 도시농업관리사, 웨딩쇼퍼 등이다.
창직을 하게 된 계기와 그 과정
△아름다운길여행가=대학 때 법을 전공했는데, 그 시절 계속 등산을 다녔었어요.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어떤 사람이 되고 어떤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모색을 했었죠. 그런 과정이 바탕이 되어 현재의 콘텐츠가 완성된 듯합니다.
△메모리얼스토리전문가= 몇 해 전 부친께서 돌아가시면서 조문객을 맞이했는데, 오시는 분들마다 비슷한 질문들을 계속 하시더라고요. 왜 돌아가셨느냐, 연세가 몇이셨느냐 그런 것들인데, 생각해보니 고인에 대한 정보를 볼 수 있는 곳이 전혀 없는 거예요. 신문을 봐도 ‘누구 부친상’ 이런 식이지, 당사자에 대한 내용은 알 수 없으니까요. 그런 문제에 착안해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가, 운영하던 회사를 폐업하면서 본격적으로 창직을 하게 됐습니다. 이전에도 개인 창업자로 일했지만, 시니어가 되어 창직·창업 전선에 뛰어드는 건 차이가 굉장히 컸어요. 예전에는 어떠한 젊음이라는 무기가 있었고, 해당 업종에 대한 이해도도 높았고, 함께하는 동료들도 있었고 그런 것들이 자본이 됐을 거예요. 그런데 나이가 들어 하려니 그런 자본이 없잖아요. 혼자 해내야 한다는 게 무척 어려웠습니다 .
△윳놀이전문가= 55세에 다소 이른 퇴직을 했어요.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재취업 기회를 노렸지만 정말 하늘에 별 따기더라고요. 청년들과 경쟁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거든요. 그렇게 막막해하던 차에 노사발전재단에서 중장년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이 있어 참여했어요. 원래는 제가 금융기관 출신이다 보니 관련한 쪽으로 컨설팅을 해주셨거든요. 근데 그 일이 싫어서 기껏 회사 나왔는데 또 하긴 싫더라고요. 그러던 중에 제가 하는 강의에 윳놀이로 5분 정도 넣었는데 반응이 좋더라고요. 그렇게 시간이 점점 늘어나서 몇 시간짜리 강의가 된 거죠. 제 경우는 좀 다르지만, 자신의 경험을 창직으로 결합해 이뤄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시니어가 청년층보다 창직에 유리하다고 봐요.
△도시농업관리사= 제가 농협에서 일하다 퇴직했는데, 사람들이 ‘농협에서 일했으니 농사 짓는 거 어떠냐?’고들 많이 했어요. 이건 오해인 게, 제가 행정적인 업무를 한 거지, 농사와는 거리가 멀거든요. 그러다 일단 심심해서 강동구에서 텃밭 분양받아서 작물을 키워보는데, 자꾸 사람들이 이것저것 물어봐요. 근데 저라고 뭐 아는 게 있나요? 집에 와서 책보고 공부해서 가르쳐드리고 했죠. 그러다 제대로 해봐야 겠다 해서 농업기술센터에 가서 교육도 받고, 자격증들도 따고, 관련된 모임에서 회장까지 하다 보니 강의까지 하고, 그게 알려지면서 점점 일이 확장된 셈이에요. 어쨌든 직장 생활과 달리 정년 없이 일할 수 있어 만족합니다.
△웨딩쇼퍼= 아들이 결혼식 당일에 제 차를 가지고 가더라고요. 아니, 주인공이 어떻게 직접 운전을 한다는 거지? 그런데 알고 보니 그런 서비스가 굉장히 비싸기도 하고 막상 그 내용이 허접하더라는 겁니다. 그럼 이 일을 우리 시니어가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환갑이 넘어 창직 한다고 하면 좋은 얘기 못 듣습니다. 리스가 크기 때문이죠. 가족들도 불안해했고요. 그래서 당장은 주변에 알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낮에는 관련 교육을 듣거나 자격증·공모전 준비를 했고,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했죠. 그렇게 4수만에 육성사업에 선정 돼서 2000만 원을 지원받았어요. 그 후도 주변에도 터놓고 일도 확장해나간 거예요.
현 지원책들의 문제점과 바라는 점
△아름다운길여행가= 혼자서 뭔가를 끌어가는 게 힘들기도 하고 안타까워요. 창직자 사이에 소통 교류의 장이 너무 없습니다. 좀 연계가 됐으면 해요. 관련 협회 쪽에도 문의해봤었는데, 결국 비용 문제가 걸리더군요. 쉽진 않더라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개인 선에서 혼자 해나가다간 지쳐 나가떨어집니다.
△메모리얼스토리전문가= 창직을 준비하며 찾아보니 관련 지원제도가 정말 많더라고요. 그런데 대부분이 청년층 대상이고, 중장년 대상은 한 20%밖에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나마도 홍보가 안 되어 모르는 경우가 꽤 있죠. 저는 소셜 벤처로 해서 예비 창업 패키지 일환으로 5000만 원 정도를 지원 받았는데, 이게 또 대표자 월급으로는 사용이 안 돼요.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직원 하나 명기해놓고 월급을 지급하는 희한한 구조도 생기죠.
△윳놀이전문가= 살펴보면 창직이라는 걸 청년층하고 많이 결부 시키는데 사실 그들은 한계가 있거든요. 뭐냐, 경험이 없잖아요. 그러니 은퇴 세대의 경험 요소를 십분 살려 활용하면 좋은데, 정보의 비대칭성이 좀 있는 것 같아요. 몰라서 못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다고 봐요. 예전에 다른 자리에서 건의한 적이 있는데, 요즘 저출산 문제로 초등학교마다 빈 공간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런 공간을 활용해서 마치 초등학교 의무교육 받듯 은퇴세대도 관련된 교육을 받도록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도시농업관리사= 우리 분야도 정부 지원 사업들이 적지 않지만, 대부분 단기 지원이에요. 거의 1년이면 끝나버리죠. 중복 지원은 또 안 되는 경우가 많고요. 지속적으로 창직을 이어가고 관리하려면 5년 또는 중장기 사업으로 지속해서 지원해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웨딩쇼퍼=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받는 과정에서 문제점을 발견했는데요. 그 과정에서 조건을 택해야 하는데, 가령 일자리형으로 할 거냐, 혁신형으로 할 거냐, 비영리로 할 거냐, 사회 서비스로 할 거냐 이런 거예요. 제 경우엔 혁신형으로 했지만, 내용적으로는 일자리형에 가까워요. 그런데 일자리형의 경우엔 직원들을 채용하면 4대보험 가입이 의무거든요. 저희 요원들은 전부 프리랜서인데,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거죠. 그래서 혁신형으로 하려 하니 그건 또 채택이 까다롭다고 하더군요. 그런 괴리가 좀 있었고, 또 사실상 창직과 창업은 다르거든요. 어찌 보면 창업을 위해 ‘창직’이라는 걸 구실로 삼을 수밖에 없었죠. 발명가가 사업까지 하긴 어려운 것처럼 둘을 잘 구분해서 현실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봐요.
위 인터뷰를 진행한 최영순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과 이윤경 강남대학교 교수는 보고서를 통해 “중장년층의 창직 과정 역시 애로 사항이나 어려움은 있지만, 청년층과 달리 자신의 경력을 이용하여 프리랜서나 창업을 통해서 자신만의 직업을 구현 하고 있었다”며 “은퇴 이후에 찾은 새로운 직업이기 때문에 창직 경험 자체에서 얻는 자기만족이 높다. 창직의 동기나 창직을 통한 요구 사항들이 청년층과 다르기 때문에 차별화된 지원책을 통해서 본인의 경력을 살린 새로운 일자리 들을 만들기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자료 원문=‘신직업 창직·확산 보고서-누가 새로운 직업에 도전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