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레코드숍을 운영하는 그녀는 작은 체구지만 단단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전북 군산에서 태어나 푸른 자연 속을 뛰놀면서 자란 그녀는 어릴 때부터 간직한 꿈이 있다. 바로 ‘지구별 여행자’가 되는 것. 그녀는 오늘도 레코드숍에서 세계 각국의 음악들을 들으며 음악의 본고장을 여행하는 꿈을 꾼다.
이는 어떤 영화의 스토리가 아닌, 도서 ‘여행을 수놓다’의 저자 신명숙 작가(68)의 이야기다. 신 작가는 ‘늦었다 싶을 때가 이르다’는 생각으로 60대의 나이에도 여행과 모험을 즐기고 있다. ‘오늘이 나의 가장 젊은 날’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신명숙 작가에게 받은 에너지를 시니어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신명숙 작가는 2007년 50대에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해 67개국을 다녀왔지만, 아직도 갈 곳이 많이 남았고 힘닿는 데까지 여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 누군가는 편하게 크루즈, 패키지 여행을 즐겨야 할 나이라고 하지만, 그녀는 ‘왜?’라고 반문한다.
신 작가가 문학계에 이름을 올린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녀는 2016년 미래에셋 수필부문 공모에 당선됐고, 2018년 계간지 ‘주변인과 문학’ 수필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2018년 나온 여행 에세이 ‘지구본 위를 거닐다’, 2020년 나온 시집 ‘웅이와 라넌큘러스’가 있다. ‘여행을 수놓다’는 지난 8월 출간됐다. 담백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문장이 인상적이다.
레코드숍, 그리고 여행
섬세한 글을 쓴 그녀가 여행 작가 이전에는 어떤 삶을 살았는지 궁금했다. 실제 만난 신명숙 작가는 예상보다 더 호탕하고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역시 평범한 삶은 아니었다. 신 작가는 무려 23년간이나 레코드숍을 운영했고, 그러면서 늘 여행 준비를 해왔다고 밝혔다.
“생각해보면 분명한 것은 레코드숍을 하면서 늘 새로운 세계를 꿈꿀 수 있었고, 새로운 음악을 들으면서 음악의 본고장에 가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꾼 것 같아요. 힘들기도 했죠. 하루 종일 일하다 보면 스트레스도 많이 쌓이고, 서울에서 분당을 왔다 갔다 하느라 매일 밤 12시에 집에 들어오곤 했어요. 서태지와 아이들이 나오고 호황도 겪었지만, MP3가 나오고는 사양 산업이 되어 결국 가게를 정리했지요.”
2004년 레코드숍 문을 닫았다. 매일 바쁘게 일하던 사람이었기에 쉼표는 어색했다. 일상이 무료했고, 우울증 비슷한 것도 겪었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가 되는 법. 신 작가는 기분 전환을 위해 성남문학원에 다녔고, 여행자의 삶도 시작됐다. 오랫동안 품었던 꿈에 가까워졌다.
첫 여행은 딸과 함께한 중국 패키지 여행이었다. 이후 몇 차례 패키지 여행을 경험한 뒤 신 작가는 여행의 참맛을 맛보지 못하는 것에 아쉬움을 느꼈다. 이에 2007년 패키지가 아닌 배낭여행을 결심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혼자 타국을 여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배낭여행 동아리에 가입했고, 사람들과 함께 인도 여행을 떠났다. 책 소개에도 적혀 있듯이, 이 인도 여행은 신명숙 작가가 여행자의 삶을 사는 터닝 포인트가 됐다.
“두 명씩 현지 가정에서 숙박 체험을 했어요. 저는 한 총각과 아잔타 석굴 뒤편에 있는 집에 가게 됐어요. 거기가 정말로 더러워요. 화장실 하나 없는 곳이더라고요. 제가 간 집은 애들이 되게 많았어요. 그곳 사람들 주식이 짜파티라고 부침개처럼 생긴 것에 달밧이라는 것을 앙금처럼 부어서 먹거든요. 그런데 세상에 그거를 한 일곱 식구가 7~8장을 놓고 먹는 거예요. 그 사람들한테 모자란 양인데, 거기서 또 한 장을 제게 주는 거예요. 사람이 이렇게도 사는구나, 충격을 많이 받았죠. 그리고 18세 아기 엄마가 있었는데, 내가 아이섀도 바르는 걸 그 큰 눈으로 쳐다보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쓰던 것을 줬더니 좋아하더라고요. 그때 저를 보던 눈빛이 지금도 잊히지 않아요. 사람들이 인도에 갔다 오면 인생관이 바뀐다고 하던데 저도 그랬어요. 한국으로 돌아와서 애들이 반찬을 남기면 ‘너네들은 인도 한 번씩 갔다 와야 해’라고 말했어요.”
이후 2008년부터는 남편과 함께 여행했다. 여행 동반자가 된 부부는 서로에게 ‘고맙다’고 말하며 여전히 금슬 좋은 모습을 보였다. 두 사람은 과거 펜팔로 만난 사이라고. 신명숙 작가는 예전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했고, 그 기본에 연애편지와 일기가 있는 것 같다고 웃으며 말한다. 일기는 지금도 매일 쓴다고.
“제가 남편한테 같이 여행 다니자고 꼬셨죠.(웃음) 여행하면서 좋은 것들을 많이 보고 오는데 남편과 공감이 안 되는 거예요. 얼마나 서글퍼요. 그래서 제가 나이 들어 공감하면서 얘기할 수 있게 같이 여행 가자고 했죠. 2008년에 중국 장자제에 갔는데, 남편이 반한 거예요. 2009년에는 북인도에 갔고, 그렇게 주기적으로 1년에 두 번은 여행을 갔어요. 지금은 제가 우리를 ‘2인조 시니어 여행단’이라고 불러요. 저는 바람잡이, 남편은 행동대장이에요. 처음에는 제가 다 리드했거든요. 지금은 역전되어 남편이 어디 가자고 예약도 다 하기 때문에 전 신경도 안 써요.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어요.(웃음)”
발칸, 중동, 시베리아 여행을 수놓다
‘여행을 수놓다’는 2017~2018년의 여행기다. 신명숙 작가는 책에 나온 순서와 반대로 발칸, 중동, 시베리아 순으로 여행을 했다. 책에 실린 여행지는 러시아, 발칸 지역의 루마니아, 불가리아, 마케도니아, 알바니아, 코소보, 세르비아, 슬로베니아, 중동 지역의 이스라엘, 요르단, 이집트, 그리고 그리스, 포르투갈이다.
책을 읽으면 신명숙 작가와 함께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든다. 가본 적 없는 곳이지만 설명을 읽다 보면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진다. 이는 신 작가가 태블릿 PC에 여행의 순간순간을 기록했기에 가능했다. 그 메모들이 쌓여서 여행기가 됐고,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책으로까지 나왔다. 신명숙 작가는 ‘여행을 수놓다’가 천편일률적인 여행책과는 다르기를 바랐다.
“여행하면서 아름다운 것들을 보고 느낀 것까지 쓰자면 아마 책 몇 권은 되겠지만, 그런 책들은 시중에 이미 많죠. 저는 그것들을 전부 배제하고 진솔하게 긴장된 부분을 이겨낸 후 제 자신이 얼마나 커질 수 있는지를 부각하려고 했고, 의도한 부분을 함께 여행하는 분위기로 공유했으면 했습니다. 그리고 글을 쓰고 문학을 가까이하다 보니 말장난을 하기 싫었어요. 그래서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이 아닌 산문식으로 썼고, 차별화하려고 했어요.”
신명숙 작가는 여행지 중에 “발칸 지역의 알바니아, 마케도니아가 좋았다”고 회고했다. “여행을 하다 보면 계획을 바꿔서 다른 곳을 가게 될 때가 있는데, 두 국가가 그랬다. 사전지식 없이 갔지만 좋았고 인상에 남는다”고 이유를 덧붙였다.
특히 여행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이기도 하다. 책을 보면 신 작가도 여행을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고 도움도 받았다. 그 수많은 인연 중에서 신 작가는 알바니아에서 ‘저주받은 산’으로 통하는 세스산을 같이 트레킹한 사람이 제일 생각난다고 말했다.
“스물네 살의 프랑스 아가씨인데, 처음에는 배낭 큰 거 메고 당당했거든요. 그런데 한산한 산장에 내리니까 기가 확 죽는 거예요. 혼자 무서우니 계속 우리한테 따라붙는 거죠. 그래서 트레킹을 같이 했는데, 그녀의 가방이 너무 크고 무거우니까 계속 가다 쉬고 가다 쉬고를 반복했죠. 겨울 산행은 빨리 올라가고 빨리 내려와야 위험하지 않아요. 그런데 놓고 갈 수도 없고, 정말 책에 표현한 대로 내버리고 싶더라고요. 그 아가씨 부모님이 의사예요. 우리나라 정서를 생각하면 돈이 많겠다 싶은데, 두 분이 공공기관 의사라서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그녀는 자립심을 키우고자 혼자 6개월 동안 여행을 하는 건데, 1달러에도 벌벌 떨고 그러더라고요. 제가 책에서 ‘깍쟁이’라고 표현했죠. 그런 모습을 보면서도 배운 게 많아요.”
반대로 시베리아 여행은 예상보다 잔잔했다고 기억되는 듯하다. 시베리아 여행 후기는 횡단 열차 탑승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바이칼호를 보기 위해서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이르쿠츠크까지 72시간을 내리 기차 안에 있어야 한다. 때문에 책 내용 또한 기차 안과 밖의 풍경,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묘사가 주를 이룬다. 신명숙 작가는 기차처럼 달리고 싶었나 보다. 역시 에너지가 넘치는 신 작가다.
코로나19, 다시 열린 여행길
“1년에 두 번은 여행을 나가야 견딜 수 있었다”는 신명숙 작가.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막혀 답답했을 터. 그래도 남편과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캠핑을 즐기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단다. 또한 언젠가 다시 여행을 떠난다는 마음으로, 건강 유지를 위해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매일 등산을 포함한 운동을 1시간 이상 한 지도 30년이 됐다고 한다. 외국에서도 등산을 많이 해본 신 작가는 안나푸르나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여행을 다녀온 67개국 중에서 가장 좋았던 나라를 묻자 어떻게 한 나라만 꼽을 수 있겠냐고 고심하더니 칠레라고 답한다. “칠레를 바람의 땅이라고 하는데, 호수가 정말 많다. 그런데 호수 빛이 다 다르고, 라마들이 능선에서 돌아다니는데 정말 아름답다.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제 해외여행길이 다시 열리고 있기에, 그녀는 다음 목적지로 중앙아시아를 생각하고 있다.
“내년에는 여행을 가려고 하는데, 상반기에 안 되면 또 6개월을 기다려야겠죠. 중앙아시아, 그러니까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아제르바이잔 등을 가보고 싶어요. 아직 안 가보기도 했고요. 비행기로 5시간 내로 갈 수 있는 곳은 다 남겨뒀어요. 일부러 먼 곳만 갔죠. 중남미 쪽은 비행기만 20시간 넘게 걸려요. 하루라도 어릴 때 멀리 다녀온 거죠. 아, 유럽도 나중에 가도 될 것 같아서 일부러 남겨뒀어요. 노후에도 심심하면 여행을 가야 하잖아요. 지금까지 늘 해왔던 것처럼 건강 관리하고 여행을 가야죠.”
신명숙 작가는 여행 외에 글쟁이, 그리고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목표도 있다. 그것은 신 작가에게 ‘제2의 인생’ 희열을 느끼게 해준 손주들과 관련 있다. 손주들, 그러니까 두 딸의 자녀들은 각각 열 살, 일곱 살, 다섯 살이다. 신명숙 작가는 손주들이 태어날 때부터 기억에 남는 순간을 모두 기록해뒀다. 나중에 손주들에게 단 하나밖에 없는 책을 만들어서 선물해줄 계획이다. 과거 바쁘게 사느라 엄마로서는 부족했을 수도 있지만, 할머니로서는 다르고 싶은 마음이다.
“저는 손주들을 정말 사랑하고, 그애들을 잘 데리고 다녀요. 이번 여름에도 제가 자진해서 수영장, 해수욕장에 데리고 다녔어요. 요즘 애들은 정서적으로 시골 이런 것에 너무 고갈되어 있어요. 우리 애들도 호텔이나 가려고 하니까, 그거를 제가 대신 해주는 거죠. 내가 시골에서 자라서 심성도 악하지 않고 순수함을 잃지 않고 살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손주들에 대해 쓰고 있는 것도 나중에 내가 이 세상에 없을 때 할머니의 흔적을 볼 수 있으니까요. 우리 애들이 안 하니까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도 있고요. 그리고 두 딸에게 속죄하는 마음도 있어요.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내 빈자리를 매정하게 다그치는 것이 바르게 세우는 것이라 믿었고, 엄마의 길이라고 생각했어요. 엄마가 곁에 없어 어릴 적 학교 수업이 끝난 후 ‘비가 온다’고 전화하면 ‘조금 더 기다렸다가 그래도 멈추지 않으면 뛰어서 가라’고 했던 말이 그렇게나 서운했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지요. 그래도 그런 흔들리는 날들이 쌓여 지금에 이르렀음을 두 딸에게 고백하는 마음도 전하고 싶어요.”
신명숙 작가 인생의 좌우명은 ‘리드하는 삶을 살자’다. 누군가한테 끌려가거나, 누가 하라고 해서 하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내 삶은 내가 키를 잡고 살자는 생각이다. 평생 활기차게 진취적으로 살아온 신 작가는 늦은 나이에 꿈 또한 실현하고 있다. 그녀는 인생에서 늦은 것은 없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자고 말한다. 그래서 오늘도 배낭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많은 시니어분들이 배낭여행을 못 떠나는 이유는 안정적인 현시점에서 탈피하고 싶지 않기 때문인 거예요. 굳이 배낭 메고 힘들게 가야 여행이냐, 패키지로 얼마든지 편하게 갈 수 있는데…. 그거에 갇혀서 못 나가는 거예요. 내 주위 사람들만 봐도 나를 부러워하면서도 오히려 패키지만 열심히 찾아다니더라고요. 제가 만든 말이 있어요. ‘삼잘’이라고. 잘 먹고, 잘 쉬고, 잘 자고라는 뜻이에요. 너무 ‘삼잘’에 연연하지 말고, 여행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많은 시니어분들이 내 책을 보고 도전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일반적으로 MZ의 밀레니얼 세대는 1981~1995년생, Z세대는 1996년 이후 출생자들을 일컫는다. MZ세대에 대한 분석과 견해는 넘쳐나는데 모두 남의 이야기였다. MZ세대를 이해하고 싶다면서, 정작 MZ세대의 이야기는 없었다. 1992년생 고광열은 그래서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기성 언론의 기사, 연구기관 보고서, 국내외 논문, MZ세대를 다룬 책들까지. 자료를 끌어모은 뒤 주변 밀레니얼 친구, Z세대 동생을 붙잡고 물었다. “너네 정말 이렇게 생각해?”
회식은 싫다. 점심 회식도 예외가 아니다. 일의 마무리를 위해 퇴근 시간 후 30분~1시간 정도의 초과근무는 ‘무료봉사’로 여겨 질색한다. 먹고살기 위해 사회생활을 한다만 회사에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회사에서의 나와 친구들 사이의 나는 엄연히 다름을 선포하고, 1년에 한 번뿐인 친구의 생일에 교통정리 경광봉이나 멜로디언 줄 같은 쓸데없는 것들을 선물한다. 주식, 가상화폐 코인 수익률을 신경 쓴다지만 저축만 고집하는 부류도 많다. 공유주택(셰어하우스)과 차량 구독 서비스는 소유하지 못해 고르는 차선책이다.
책 ‘MZ세대 트렌드 코드’의 서술 방식은 가차 없다. 그들이 회식을 좋아하게 만들 방법은 없다고 단정 짓고, 회사의 ‘주인의식을 가지라’는 말을 ‘너를 착취하겠다’와 동일하게 여기는 심리를 여과 없이 드러낸다. 그럼에도 MZ세대 고광열은 MZ세대를 이해해야 한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MZ세대를 이해하는 것은 결론적으로 기성세대 스스로를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사회에 진출한 1990년대생이 경제력을 갖고, 근무 중인 회사 신입사원으로 들어와 일하는 요즘이다. 미우나 고우나 고객이요, 부하직원이며, 이 세상 함께 살아가야 하는 요즘 것들 아닌가.
MZ, 왜 그렇게 생각해?
그는 MZ세대를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로 ‘워라밸(Work-life Balance)’, ‘현재 중심’, ‘거리두기’ 세 가지를 꼽았다. 이 중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은 1990년대생 사회 초년병이 늘어나면서 주목받았다. MZ세대에게는 회사보다 개인의 삶이 더 중요하다. 정시 퇴근이 당연하고, 회식은 개인 시간을 잡아먹는 숙적이며, 회사 사람들과는 필요에 의해 함께하는 사이 그 이상도 이하도 되기 싫어한다. 그의 회사생활 또한 이해 안 되는 것들투성이였다. 그 역시 잦은 회의와 회식, 기저에 깔린 과도한 집단주의가 불편했다.
다들 군말 없이 하던 일들이 왜 MZ세대에게만 불편 요소로 전락한 걸까. 그는 이러한 가치관의 변화가 온라인의 발달로 인한 수평적 사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 활용이 자연스러운 MZ세대가 인터넷으로 정보를 쉽게 접하면서 기성세대와의 정보 격차가 줄어들고, 나이와 경력이 주는 정보 권력 역시 희미해진 것이다. 농촌사회에서 연로자(年老者)를 원로(元老)로 우대한 이유 역시 축적된 정보와 경력이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인터넷 활용이 능숙한 ‘디지털 원주민’ 젊은 세대가 정보력 우위를 점하는 추세다.
수평적 사고를 가진 MZ세대는 회사와 단순히 돈과 능력을 주고받는 상호 계약 관계를 맺었다고 여긴다. 제공한 만큼 돌려받는 것이 공정하므로 회사로부터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거나 더 이상 얻을 것이 없다고 느끼면 퇴사한다. 그 역시 지금은 직장을 그만두고 공기업이나 공단에 강의를 나가고 있다. 40대나 50대 부장급 직원을 대상으로 강의하는데, 질의응답 시간에 날아드는 질문은 가볍고 단순하다. 젊은 사람들이 정말 코인을 많이 하느냐, ‘쓸데없는 선물 주고받기’를 실제로 하느냐 같은 것들이다.
“궁금해하시는 것들은 대체로 기사에서 일반화하는 것들이에요. 20대 전부가 코인을 한다는 둥, 공유하는 것을 좋아해서 공유주택을 선호한다는 둥 설명하는 그런 글들이요.”
그가 MZ세대를 대표해 같은 세대를 설명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도 여기에 있다. 신세대를 이해하려는 기성세대의 시도 자체는 좋았지만 현실성이 부족하다 여겼다. “이상하다고 느낀 것들을 모아다가 주변 친구들에게 물어봤어요. ‘진짜 이렇게 생각해?’ 그렇지 않다는 대답이 압도적이었어요. 저만 이상하다고 생각한 게 아니더라고요.”
MZ세대가 쓰는 같은 세대 이야기라 더 수월하리라 판단했다. 게다가 당시 마케팅 업무를 맡았던 덕분에 자연스럽게 책 내용에도 마케팅 분야의 접근법이 녹아들었다. 마케팅은 고객을 우선으로 생각해 그들이 원하는 걸 파악하는 게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기성세대가 MZ세대에게 가장 궁금해하는 것, 신입사원 MZ세대의 뇌 구조와 트렌드, 문화를 ‘현실적’으로 설명하는 책이 탄생했다.
지금, 나, 돌고 돌아 워라밸
현재에 집중하는 성향 역시 기성세대가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부분 중 하나다. 먹고살기 위해서 사회생활은 하지만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회사가 ‘이 정도는 해주겠지’ 하는 기대도 없다. 미래가 불확실한 국민연금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기성세대가 보기에 영 쓸데없는 것에 흥청망청 돈을 쓰기도 한다.
“1990년대생이 현재만을 생각한다고 비난해서는 안 돼요. 청년들의 성향은 보통 기성세대가 만든 세상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나거든요.” 성장사회는 겪어본 적도 없고, 사회 전반적으로 기회가 적다 못해 없는 수준. 기회의 부재는 포기로 이어진다. 소수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 구도에서 1990년대생은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성향이 개인주의로 발현하는 흐름 역시 자연스럽다. 그러나 나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와는 엄연히 다르다고 그는 못 박았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1990년대생 75.2%가 타인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신경 쓴다고 답했다. 63.1%가 상대방에게 상처 주지 않고 불호나 거절 표현을 잘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 했다. 내가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만큼 존중받기를 원할 뿐이다.
돌고 돌아 워라밸이다. 영화 취향이 다른 애인에게도 함께 보길 강요하지 않고 ‘혼영’(혼자 영화 보기)을 택한다. 기성세대에게 익숙한 집단주의와 단체생활을 상대적으로 꺼린다. ‘모두 다 함께’를 강조하는 집단에서는 소외되거나 희생되는 사람이 반드시 생기며 불가피한 비효율이 도사리고 있음을 알고 있어서다. 집단주의적 성격이 강한 회사보다 자신의 삶을 챙기는 자세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세 가지 키워드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어요. 모두에게 맞아떨어지는 내용은 아니지만, 하나씩 떼어서 너도 이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거의 다 그렇다고 대답할걸요?”
각 세대마다 살아온 시대가 다르니 마음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는 책에서도, 연단에 서서도 이 점을 꼭 짚고 넘어간다. ‘요즘 애들은 이런 고민을 하는구나’ 정도로 그냥 받아들이기를 추천하는 그의 조언은 퍽 현실적이다. 언제든 떠날 준비가 돼 있는 MZ세대에게 일을 맡길 땐 이직 시 경력 증명에 도움 될 것이라고 설명해야 효과적이고, 맥락 없고 선을 넘나드는 B급 감성 유머를 좋아한다고 해서 ‘아재 개그’를 남발하거나 선을 지키지 못할 바에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식이다. 일반화는 금물이니 그의 조언이 불문율도 아니다. 까다롭고 별나지만 주목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참고했던 자료 중 MZ세대를 ‘바람직한 몬스터’에 빗댄 분석이 기억에 남아요. 진화심리학 용어로, 과거와 전혀 다른 특질을 갖지만 결국 사회 변화와 발전을 이끌어내는 개체를 뜻하죠. 별나지만 결국엔 바람직한 결과를 이끌어낼 세대로 바라봐주시면 좋겠어요.”
최근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이 이뤄지면서, 은퇴자산 관리에 주의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노후를 대비한 은퇴 자산은 장기간에 걸쳐 준비하되, 주기적으로 금융 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응해야 하기 때문.
한국은행이 11월 25일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1%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해 코로나 19 위기에 대응해 0%대로 과도하게 낮춘 금리를 되돌리는 조치라는 게 한국은행 설명이다. 앞으로도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번 인상으로 기준금리가 1%가 됐지만, 성장과 물가 흐름에 비춰 볼 때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며 “내년 1분기에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배제할 필요는 없다”라고 말했다.
금리는 돈의 흐름을 이동하게끔 하는 가장 큰 변수 중 하나로, 자본시장에 대한 금리의 역할은 상당히 크다. 따라서 자산관리나 재테크에서도 금리를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금리는 자금이 거래되는 금융시장에서 수요자가 공급자에게 자금을 빌린 대가로 지급하는 일종의 수수료와 같은 개념이다.
금리가 낮아지면 예금과 적금 상품은 자산 관리 상품으로 주목받지 못한다. 주식‧부동산 기대수익률에 비해 낮은 금리 탓이다. 낮은 이자율로 대출을 받아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다는 뜻)해서 집을 사거나 ‘빚투’(빚내서 투자)하는 공격적인 투자도 많아진다.
하지만 금리가 올라가면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는 있지만, 변동성 확대에 따라 리스크도 같이 높아진다. 따라서 리스크는 최소화하면서도 수익률은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도록, 무리한 투자보다는 안정적인 곳에 조금씩 투자하는 것이 좋다. 성장하는 산업이면서 꾸준히 안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는 종목을 추천한다.
개별 종목보다는 상장지수펀드(ETF)에 분산 투자하는 것도 전략 중 하나다.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 주식 시장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ETF는 다양한 지수와 종목에 분산 투자하는 만큼 비교적 시장 변동성에 덜 민감해, 개별 종목 투자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 특히 메타버스, ESG 등 일부 테마를 중심으로 자금이 몰리는 최근 증시 상황에서는 특정 섹터에 한 번에 투자할 수 있는 ETF가 효과적이라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금리 상승기에는 현금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좋다. 그동안 시중에서 찾기 힘들었던 연 2%대 고금리 예금도 속속 등장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 수혜를 누리기 위해서는 이율이 높은 상품을 고르되 만기가 짧은 상품이 좋다고 조언한다. 금리가 인상되면 예·적금 금리도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예‧적금 상품은 가입 기간이 길수록 이율이 높은데, 기간별 격차가 크지 않아 혜택도 크지 않다. 차라리 가입 기간을 짧게 설정하고 만기가 되면 맡겼던 금액을 되찾아 이율이 더 높은 상품으로 자금을 옮겨 넣는 방식이 금리 인상 혜택을 극대화하는 데 유리하다.
인간의 내장지방이 인지기능 장애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가 일본에서 나와 관심을 끌고있다. 일본의 히로사키대학(弘前大学) 의대 연구팀과 카오(花王) 주식회사 연구소 측은 지난달 히로사키(弘前)시 주민을 대상으로 한 건강검진 진행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내장지방과 인기 기능, 뇌의 건강 간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사실 내장 지방과 인지기능 장애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는 그동안 국내외 많은 연구진을 대상으로 진행됐었다. 그리고 많은 연구는 내장지방이 많은 사람의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치매 발병 가능성이 클 수 있다는 결과를 이야기했었다.
이번 연구가 그동안의 것에 비해 다른 부분은 내장지방을 보다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 다른 시도를 했다는 것. 인간의 지방은 피하지방과 내장지방으로 나눌 수 있는데, 내장지방의 경우 체내의 장기 사이에 존재하기 때문에 정확히 측정하기가 어렵다.
때문에 많은 연구들은, 체질량지수(BMI), 허리와 엉덩이의 비율, 허리둘레 등을 측정해 내장지방의 크기를 유추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그에 반해 이번 연구는 카오와 파나소닉이 공동으로 개발한 내장지방 측정기술을 사용했다. 환자의 배꼽과 등에 전류를 흘리고 부위별로 전위를 측정해 내장지방의 양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이용해 치매 진단을 받지 않은 65세에서 80세 환자 2364명의 건강검진 결과를 연구했다. 이들은 간이정신상태검사(MMSE)와 MRI(자기공명촬영장치) 촬영을 통해 검진 대상의 뇌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이 결과를 내방지방의 분포와 비교 분석했다.
연구결과 내장지방이 많은 그룹은 적은 그룹에 비해 MMSE 검사 점수가 낮아 인지기능이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고, MRI 촬영결과 역시 내장지방이 많은 비교군에서 백질 병변과 혈관 주위의 팽창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즉 내장지방이 많은 사람이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연구팀 관계자는 “65세 이상의 내장지방이 많은 사람은 인지 기능이 저하되고, 뇌 건강도 나빠지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며, “내장지방을 줄이는 것은 고혈압과 같은 순환기 질환의 위험을 줄일 뿐만 아니라 치매의 위험을 줄이는 데에도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상은 모든 게 빠르게 흘러간다. 자고 일어나면 유행이 바뀌어 있고, 며칠 전 신나게 쓰던 신조어는 한물간 취급을 받는다. 좁히려 해도 좁혀지지 않는 급격한 변화의 틈,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을 한눈에 파악하고 싶은 시니어를 위해 알다가도 모를 최신 문화를 파헤치고,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소개한다.
올해 초 걸그룹 ‘브레이브 걸스’의 노래 ‘롤린’이 발매된 지 4년 만에 역주행하며 화제가 됐다. 브레이브 걸스 본인들만큼 롤린의 역주행을 기뻐한 이들이 있었다. 바로 롤린 음원에 투자한 이들이다. 최근 좋아하는 노래에 투자하며 매달 저작권료 수익을 얻고, 음원에 대한 권리를 매매하며 수익을 내는 음원투자가 유행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투자해 돈을 벌면서, 동시에 좋아하는 가수나 아티스트를 후원할 수 있는 일종의 덕질인 셈이다.
좋아하는 노래에 투자하며 돈 번다
음원투자 플랫폼은 ‘뮤직카우’가 가장 대표적이다. 뮤직카우 내에서 음악은 ‘주’라는 분할된 단위로 거래된다. 투자자는 좋아하는 음악을 구매해 가지고 있는 지분만큼 매월 저작권료를 정산받는다. 주식을 가지고 있을 때 배당을 받는 것과 비슷하다. 주식 배당은 분기, 반기 등 지급 단위가 상품마다 다른 반면, 저작권료는 매달 지급된다. 투자한 곡이 유명해져 1주당 가격이 오르면 뮤직카우 내의 ‘마켓’이라는 곳에서 이용자들끼리 거래를 통해 시세차익을 낼 수도 있다.
음원 저작권 지분은 ‘옥션’에서 공개된다. 옥션은 매주 평일 낮 12시에 열려서 6일 후 오후 9시에 마감된다. 월요일 낮 12시에 공개된 곡은 일요일 오후 9시, 화요일 낮 12시에 공개된 곡은 월요일 오후 9시에 마감하는 방식이다. 마감 당일 오후 9시에 높은 가격에 입찰한 투자자에게 수량에 따라 순차적으로 낙찰 여부가 정해진다.
덕질의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음원투자도 수익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음원의 정보를 잘 따져봐야 한다. 살 곡을 정하기 위해선 마켓이나 옥션에서 거래되는 곡의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곡 정보 표시란에 들어가 보면 해당 음원의 발매일, 수량, 낙찰가 같은 정보와 시세 변화 추이를 차트로 볼 수 있다. 특히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는 저작권에 대해서는 최근 5년간 저작권료의 정보와 최근 1년 저작권료의 출처(방송, 공연, 광고 등)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젊은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서비스라 ‘내가 좋아하는 옛날 노래가 있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옥션으로 새로 공개되는 곡이라고 해서 신곡만 있는 것도 아니다. 이선희, 김경호, 강수지 등 시니어들이 추억하는 유명 가수들의 명곡도 많다.
음원투자, 시니어 적합도는?
매력적인 투자처인 음악도 여느 투자처럼 유의할 점이 있다. 투자자들은 흔히 저작권에 대한 권리를 직접 사들이는 것이라 혼동하지만, 뮤직카우 설명에 따르면 투자자가 구매한 것은 저작권료 수익을 요구할 수 있는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이다. 따라서 저작권료 지분을 구매했더라도 저작권자 승인 없이 저작권을 사용할 수 없다.
다른 투자처와 마찬가지로 음원투자 역시 리스크가 있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브레이브 걸스 등 소수의 역주행 사례만 보고 인기 없는 곡의 저작권료 지분을 구매한다면 원하는 시기에 팔기 힘들 수도 있다. 저작권을 사는 게 아니라는 사실과 몇 가지 위험 요소만 인지한다면 음원 투자는 시니어에게도 괜찮은 투자 수단이다. 주식과 코인, 음원 등 다양한 투자를 경험해본 40대 투자 블로거 A씨는 “저작권 시스템이 잘 형성돼 있고 저작권 협회가 저작권을 보장하는 것과 별개로 뮤직카우라는 서비스가 언제까지 존속할지 모른다는 점은 불안 요소”라고 설명했다. 주식은 한국예탁결제원에서 관리하므로 증권사가 망하더라도 보존되는 반면, 뮤직카우는 약관에서 저작권료 청구권은 보존된다고 설명하지만 한국예탁결제원만큼 공신력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저작권료 수익이 주식 배당보다 크고 주식투자보다 어렵지 않다는 점은 음원투자의 매력으로 꼽았다. 또 주식 배당은 경제 상황과 기업의 매출에 따라 바뀌지만, 경제가 좋지 않아도 사람들은 음악을 듣기 때문에 저작권료 수입은 배당보다는 일정하게 들어온다는 점도 음원투자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몇 가지 위험 요소를 유의하고 과하지 않은 금액으로 장기 투자한다면 시니어에게도 음원투자는 좋은 투자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이 기사는 매거진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임금피크제를 2년 앞둔 배 씨는 이번에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퇴직 후 배 씨는 5년의 시간을 갖고 심리상담사 자격증과 박사학위 취득을 목표로 상담심리학을 공부할 계획이다. 현재 보유 중인 금융자산과 퇴직금으로 수업료와 생활비를 충당할 배 씨는 금융자산 관련 세금이 궁금해 상담을 요청했다.
배 씨의 금융자산 운영과 관련된 세금을 배 씨의 퇴직 시점부터 시간 순으로 따라가며 알아보자. 배 씨는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을 수도 있고, 연금계좌를 통해 연금으로 받을 수도 있다. 배 씨가 퇴직금을 어떤 형태로 수령하든 상관없이 퇴직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다만 연금계좌를 통해 연금 형태로 퇴직금을 수령할 경우 수령 기간에 따라 10년 이내에는 퇴직소득세의 70%, 10년 초과 시에는 퇴직소득세의 60%만 부담하면 된다.
금융자산과 세금
연말정산 때 세금환급을 받기 위해 가입했던 연금저축을 연금으로 수령할 때도 세금을 부담한다. 연금저축 수령 역시 일시금과 연금 중에 선택할 수 있다. 연금저축을 일시금으로 받으면 원금과 수익 전체를 합산한 금액에 대해 기타소득세(16.5%)를 부담한다. 만약 연금으로 받으면 연금을 수령하는 나이에 따라 3.3~5.5%의 연금소득세를 부담한다.
배 씨가 금융자산을 은행에 예금으로 맡기면 수령하는 이자에 대해 이자소득세(15.4%)를 부담한다. 만약 배 씨가 은행 금리에 만족하지 못해 투자에 나선다면 세금 체계는 좀 더 복잡해진다. 투자 대상을 주식과 채권으로 나누고, 투자 형태를 직접투자와 간접투자(펀드)로 나누고, 투자 국가를 국내와 해외로 구분했을 때 과세 체계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이자 및 배당소득의 원천징수 세율은 15.4%(1.4% 지방세 포함)다. 해외 채권 직접투자로 인한 이자소득은 해당국에서 원천징수하는데 해당국의 세율이 우리나라보다 낮을 경우 차액을 추가로 징수한다. 다만 브라질 국채는 우리나라와의 국제조세협약에 의해 이자소득이 전액 비과세다. 주식투자로 발생한 소득이 양도소득(국내 대주주와 해외 주식투자로 인한 소득)인 경우,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국내외에서 발생한 손익을 통산한 후 250만 원을 기본 공제한 금액에 대해 22%(2% 지방세 포함)의 양도소득세를 부담한다.
종합과세, 분류과세, 분리과세
개인이 부담하는 세금은 소득세다. 소득세는 종합소득세와 양도소득세, 퇴직소득세로 나눌 수 있다. 종합소득세는 이자소득세, 배당소득세, 근로소득세, 사업소득세, 연금소득세, 기타소득세 등 6개의 소득세로 구성된다. 소득세는 부과하는 방식에 따라 종합과세, 분류과세, 분리과세로 구분할 수 있다. 종합과세란 해당 소득이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이 되는 경우를 말한다. 종합소득세는 매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발생한 개인의 소득을 다음 해 5월 말까지 6개의 소득에 대한 세금을 합산해서 신고한다. 분류과세와 분리과세는 종합소득세에 합산되지 않는 과세 방식이다. 양도소득세와 퇴직소득세는 분류과세 대상 세금이다. 주식과 부동산의 양도와 퇴직으로 인한 소득은 보통 오랜 기간 축적된 시간에 기반하여 발생한다.
따라서 이런 소득을 매년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종합소득과 합산하면 종합소득세의 누진세율(최고 49.5%)이 적용될 수도 있어서 종합소득과 별도로 분류하여 과세한다. 분리과세는 원천징수로 과세를 종결하는 과세 방식인데 6개의 종합소득 모두 가능하다. 다만 해당 소득이 일정 금액을 초과할 경우에는 다른 소득과 합산하여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이 된다. 금융 관련 소득일 경우 이자와 배당소득은 합산하여 연간 2000만 원, 연금소득은 1200만 원을 초과할 때다. 따라서 이자 및 배당소득 그리고 연금소득을 수령할 때는 연간 수령 금액을 분산하고, 비과세(ISA, 연금보험 등) 및 분리과세 채권 등을 활용하면 종합소득세 합산과세를 피할 수 있다.
2023년부터 도입되는 금융투자소득세
2023년부터는 금융투자소득세가 신설되어 금융 관련 세금이 완전히 바뀐다.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증권과 ETF 등 파생상품에서 실현(양도, 상환, 해지)되는 모든 소득을 종합해 세금을 매긴다. 금융투자소득세가 도입되면 현재 국내 주식 및 주식형 펀드의 매매차익에 대해 비과세되던 소액주주도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다만 국내 주식과 주식형 펀드의 매매차익에 대해서는 5000만 원을 기본 공제한다.
해외 주식 매매차익에 대한 기본 공제는 현행과 같이 250만 원을 유지한다. 금융투자소득세 세율은 과세표준 3억 원까지는 22%(2% 지방세 포함), 3억 원 초과분은 27.5%(2.5% 지방세 포함)의 2단계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올해 7월 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중개형 ISA를 통해 국내 주식과 국내 공모주식형 펀드에 투자할 경우 양도와 환매 시 발생하는 소득을 금액에 상관없이 전액 비과세한다. ISA의 전면 비과세 혜택은 법률개정 사항이기 때문에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이 안이 통과될 경우 시행일은 금융투자소득세가 도입되는 2023년부터 적용된다.
2023년 이후 국내 주식의 매매차익을 계산할 때 매수 원가는 2022년 말 종가를 적용한다. 따라서 오래전 낮은 가격으로 국내 주식을 매입한 경우 금융투자소득세를 줄일 목적으로 서둘러 팔 필요는 없다. 금융투자소득세가 도입되면 현재 비과세인 채권 매매차익과 배당소득으로 과세되던 채권형 펀드의 이익도 금융투자소득세 과세 대상이 된다. 다만 채권의 이자와 주식의 배당금은 현행처럼 이자 및 배당소득세로 과세된다. 금융투자소득세에 해당되면 분류과세가 되어 종합소득세 합산 과세 대상에서 빠진다. 이자 및 배당소득은 금융투자소득세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연간 합계 금액이 2000만 원을 초과할 경우에는 현행처럼 종합소득세가 과세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0'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지속 기간이 20년 이상인 황혼이혼 건수는 3만8446건으로 전체 이혼 가운데 34.7%를 차지했다. 이혼한 부부 3쌍 중 1쌍은 황혼이혼인 셈이다. 이혼 연령도 높아졌다. 남성의 평균 이혼 연령은 1990년 36.8세에서 지난해 48.7세로 올라갔고, 여성도 32.7세에서 45.3세로 높아졌다.
이처럼 늦은 나이에 이혼을 결심하는 부부가 많아지는 데에 전문가들은 기대 수명이 80대가 넘는 장수 시대가 한몫했다고 말한다. 현재 50~60대에겐 ‘늙어서 이혼해 뭐하나’보다는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인생 20~30년이 있다’라는 논리가 더 통하는 시대가 됐다는 것. 한승미 법무법인 승원 이혼 전문 변호사는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여생이라도 편하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황혼이혼이 많아졌다”라고 설명했다.
여성의 경제적 능력 향상과 사회 분위기의 변화 역시 황혼이혼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과거에는 혼자 살아갈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는 여성 또는 이혼을 치부처럼 여겼던 사람들이 많아 불행한 결혼을 참고 사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전통적인 관념이 약해짐과 동시에 이혼의 이미지가 개선되어 이혼을 자연스러운 개인의 선택으로 여기는 사회적 풍조가 형성됐다.
젊은 세대의 결혼율 감소, 고령화와 맞물려 황혼 이혼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 급격히 늘어날 전망이다. 한승미 법무법인 승원 이혼 전문 변호사는 “결혼을 하지 않는 청년층이 증가하고 베이비붐 세대의 이혼율이 증가하면서 황혼 이혼 비중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라며 “실제로 과거에 비해 이혼 상담을 의뢰하는 황혼부부가 훨씬 많아진 추세다”라고 말했다.
오랜 시간 부부로 지내온 만큼 서로 합의에 따른 협의이혼을 진행하면 좋겠지만, 이혼 여부 자체나 재산분할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재판상 이혼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 재판상 이혼은 조정 이혼 절차와 이혼소송을 모두 아우르는 말이다.
유책 배우자 위자료 청구, 제소 기간 잘 따져야
재판상 이혼은 부부 당사자 중 한 사람이 이혼을 반대할 때에도 법률상 이혼 사유가 인정된다면 이혼을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혼인 파탄에 대해 책임이 있는 ‘유책 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 유책 배우자에게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금인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으므로 상대방의 유책 배우자 여부를 면밀히 판단해야 한다. 다만 설령 상대방의 잘못으로 혼인이 파탄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유책 사유가 발생한 시점이 지나치게 오래전이라면 이혼 청구가 불가능할 수 있어 이혼사유별 제소 기간을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상대방의 외도를 사유로 이혼소송을 할 때에는 외도를 안 날로부터 6개월 또는 외도가 있던 날로부터 2년 이내에 제기해야 한다. 하지만 이미 한 번 용서를 한 부정행위를 근거로는 이혼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재산분할’이 주요 쟁점... ‘기여도’ 중요해
사실 황혼이혼을 다루는 재판상 이혼에서는 유책 배우자의 위자료보다는 부부의 공동재산을 나누는 재산분할이 가장 큰 쟁점 된다. 한 변호사는 “위자료의 경우 아무리 명백한 유책 사유가 있어도 액수가 크지 않다”라며 “황혼의 재산분할은 길었던 혼인 기간만큼 함께 축적해온 재산도 많아 액수도 크고 분쟁의 소지도 많다”라고 설명했다.
재산분할은 유책 사유보다는 혼인 기간 동안 재산을 형성하고 유지·증가시키는데 어떠한 기여를 했는지가 중요하다. 따라서 재산에 대한 자신의 기여도가 어느 정도 인정될 수 있는지 따져보는 것이 필요한데, 기여도는 외부 경제활동만을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즉, 전업주부라고 해도 가사 노동과 육아에 기여한 바가 인정되므로 50%에 가까운 재산 기여도를 인정받을 수 있다.
이혼재산분할 대상이 되는 재산은 부부가 혼인 기간 가운데 공동으로 쌓은 재산에 한한다. 부모로부터 상속받은 재산, 또는 혼인 전부터 갖고 있던 특유재산의 경우는 재산분할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해당 재산을 유지하고 증식하는 데 배우자가 기여한 바가 있으면 기여도만큼의 분할 요구를 할 수는 있다.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은 현금, 부동산뿐만 아니라 주식, 연금 등 거의 모든 자산이 포함된다. 다만 일반 자산 외에 공동으로 가지고 있는 채무 역시 재산분할에 포함되니 주의해야 한다.
아직 수령하기 전인 배우자의 퇴직금이나 연금에 대해서도 자신의 몫을 주장할 수 있다. 분할연금은 전 배우자의 노령연금(수급연령이 됐을 때 받는 국민연금)을 나눠 받도록 한 연금제도다. 분할연금을 수령하려면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한 변호사는 “이혼한 배우자와의 혼인 유지 기간이 5년 이상이어야 하며, 분할연금 신청자 본인과 이혼한 배우자가 모두 노령연금 수급 연령에 도달해야 하는 등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라고 말했다.
재산 명의가 공동명의가 아닌 일방 배우자로만 되어 있다면 이혼소송 과정에서 재산 처분이나 은닉의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한 변호사는 “부부관계가 틀어진 후에 배우자에게 공동명의를 요구하면 들어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라며 “부부 사이가 안 좋아지거나 이혼의 조짐이 보인다면 상대방 명의로 된 재산의 가압류 또는 가처분 신청을 미리 해 두는 것이 좋다”라고 조언했다.
영화, 드라마, 음악 등 이른바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을 사로잡으면서 콘텐츠가 개인 투자자들의 새로운 투자처로 급부상하고 있다. 영화, 드라마, 뮤지컬, 전시 등에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 ‘펀더풀’과 음원에 투자하는 ‘뮤직카우’ 등이 대표적이다.
주로 MZ세대가 이용하지만 시니어 이용자도 늘고 있다. 8일 펀더풀에 따르면 펀더풀 이용자 24.3%가 40대, 8.5%가 50대다. 전체 콘텐츠 투자자 3명 중 1명이 40대 이상 이용자인 셈이다. 콘텐츠의 경우 영화, 드라마, 뮤지컬, 전시, 웹툰까지 투자할 수 있는 종류가 다양하고
콘텐츠 투자 플랫폼 ‘펀더풀’은 그간 투자사들만의 영역이었던 콘텐츠 투자를 개인들에게까지 확장했다. 펀더풀은 투자를 원하는 콘텐츠 제작사와 접촉해 개인이 투자할 수 있도록 증권투자 상품을 만든다. 개인은 50만~500만 원까지 투자할 수 있다. 투자 기간이 끝나면 콘텐츠에서 발생한 수익을 원금과 함께 돌려받는다.
펀더풀은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금융플랫폼이다. 투자자들이 구매한 증권은 한국예탹결제원에 보관되므로 콘텐츠에 관심 있는 시니어들이라면 투자해볼 만한 영역이다. 다만 다른 투자처들이 그렇듯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음을 염두해야 한다.
투자한 콘텐츠는 투자상품설명서에 제시된 손익분기점을 넘겨야 수익이 발생한다. 반대로 투자 손익분기점에 미치지 못하면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 손해는 투자자들에게 귀속된다. 펀더풀 웹사이트에 게재된 ‘투자 위험 고지’에 따르면 콘텐츠들은 한국거래소 상장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비상장 증권으로 발행된다. 이에 대해 펀더풀 측은 “증권의 환금성에 제약이 있다는 점과 예상 회수금액에 대해 일부 혹은 전부를 회수할 수 없는 위험이 있다”고 고지하고 있다.
원하는 시기에 수익증권을 사고, 팔 수 없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콘텐츠 투자 상품들은 청약기간, 투자기간, 증권 발행일, 정산 시기를 정해두고 사전에 고지하고 있다. 청약 기간 내에 투자를 철회할 수 있지만 청약기간 이후에는 정해진 투자 기간 동안 증권화된 상품을 사거나 팔 수 없다. 콘텐츠 투자 기간은 보통 6개월이다. 단기 투자할 생각하고 투자했다간 자금이 묶일 수도 있다.
음악 저작권 거래 플랫폼 ‘뮤직카우’ 역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다. 뮤직카우는 음악 저작권료 지분의 일부를 사들여 이를 주식처럼 분할하고 경매에 올린다. 플랫폼 내 경매인 ‘옥션’에서 음악은 ‘주’라는 단위로 거래된다. 투자자는 좋아하는 음악을 구매해 가지고 있는 지분만큼 매월 저작권료를 정산받는다. 주식을 가지고 있을 때 배당을 받는 것과 비슷하다. 시스템 내 ‘마켓’에서 이용자들끼리 음원을 거래해 시세차익을 낼 수도 있다.
음원에 투자할 때도 주의할 점이 있다. 먼저 음원투자는 저작권을 구매하는 게 아니라 ‘저작권료참여청구권’을 구매한다는 점이다. 투자자가 가진 것이 저작권이 아니라 저작권 지분만큼 저작권료 수익을 배당받을 수 있는 권리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박경진 뮤직카우 마케팅 팀장은 “지적재산권인 저작권을 공유하게 되면 저작권법에 따라 권리자 전원 합의로 권리를 행사해야 하는데, 투자자 1명이라도 해당 음악의 유통을 반대하면 유통이 금지될 수 있는 문제가 있었다”며 “법령상, 실무상 제한이 도리어 회원의 권익을 침해할 수 있어 저작권료참여청구권을 고안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이 새로운 대체투자 상품이다 보니 투자상품으로서 법적 보호가 미흡하다는 우려도 있다.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은 자본시장법상 포함되는 범주가 없어 금융제도권이 아닌 전자상거래법과 통신판매업의 규제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박경진 팀장은 “투자자들의 자산 보호를 위해 별도의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플랫폼 영업과 자산관리를 분리하고, 혁신금융에 신청하는 등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해 힘쓰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투자자들의 세금부담을 해소하고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음원 투자가 증권화되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좋아하는 콘텐츠에 투자할 수 있는 수단이 늘고 K-콘텐츠가 세계적인 인정을 받으면서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하지만 대체수단으로서 새롭게 개척되고 있는 시장인 만큼 상품과 플랫폼에 대해 잘 알아보고 안전하게 투자할 필요가 있다.
급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로 인해 노인 돌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자식이 부모를 24시간 돌보기 어려운 현대사회에서는 간병인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커지는 추세다. 이에 간병이 필요한 사람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간병인을 연결해주는 ‘간병인 중개 플랫폼’이 인기를 끌고 있다. 시중에 나와 있는 간병인 중개 플랫폼들은 간병인을 매칭해주는 기본 서비스에 각 기업의 특화된 기술과 독보적인 서비스를 더해 각자의 특장점을 지니고 있다.
자체 알고리즘과 교육으로 전문성 높인 ‘케어닥’
간병인 중개 플랫폼 시장을 선도하는 ‘케어닥’은 간병인뿐만 아니라 요양보호사와 요양시설도 중개한다. 전국 4만여 개 요양시설 정보를 확보하고 있고, 국내 간병인의 10%가 넘는 1만5000여 명이 케어닥 서비스에 가입해 매달 2000여 명의 케어코디(간병인과 요양보호사)가 활동 중이다.
2018년 서비스를 시작한 케어닥은 지난 3년간 케어코디 약 3만 명의 활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체적인 매칭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매칭 알고리즘을 통해 케어코디는 자신의 능력과 난이도에 맞는 일자리를 추천받고, 간병인을 구하는 보호자는 환자 건강 상태에 적합한 경력을 갖춘 케어코디를 우선으로 찾을 수 있다. 간병인과 환자에 대한 기본 정보 외에도 거동 여부, 인지 정도, 필요 돌봄 내용 등 22개 항목을 개인화했다.
케어닥은 이들만의 노인 돌봄 교육 커리큘럼을 통해 보호자와 간병인의 신뢰도 얻었다. ‘간병은 교육이 필요하다’라는 신념으로 전문성 개발과 간병인 문화 개선을 위해 무상으로 간병인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케어닥의 케어코디는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매일 돌봄일지를 작성하고 해당 데이터를 보호자에게 공개하고 있다. 돌봄일지에는 식사, 소변 횟수 등 매일 확인해야 할 내용이 포함된다.
입찰제 매칭으로 비용 부담 던 ‘케어네이션’
2013년 설립된 ‘주식회사 에이치엠씨네트웍스’의 앱 서비스 ‘케어네이션’은 2021년 대한민국 최고 브랜드 대상 ‘간병인 매칭 플랫폼 부문’에서 대상을 받은 플랫폼이다. 케어네이션은 환자의 의료 정보 및 빅데이터 기반으로 환자와 간병인을 연결해주고 있다.
케어네이션은 올해 업계 최초로 환자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이 가능한 ‘데이터랩’을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신 간병 시장 동향 및 전망을 살펴볼 수 있는 ‘대한민국 간병 동향 리포트’를 매월 발간하고 있다. 리포트에는 환자 통계, 간병인 통계, 질환별 간병 기간 등을 제공해 간병 시장 동향은 물론 질환을 가진 환자와 보호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전한다.
간병인과 보호자가 서로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는 ‘간병비 입찰제 시행’ 역시 케어네이션만의 특장점이다. 간병인과 보호자는 서로 합의된 가격으로 계약하는 입찰제 기반으로 연결돼 추가비용 발생 등의 부담을 덜 수 있다.
간병비 정찰제 강점 내세운 ‘좋은케어’
헬스케어 IT 기업인 ‘유니메오’의 간병인 구인구직 플랫폼 ‘좋은케어’는 수도권 중심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50여 개의 병원의 입원환자들과 간병인들을 매칭하고 있다. 좋은케어의 특징은 기존 간병인 시장에서 천차만별이었던 비용 문제 해결을 위해 정찰제를 도입했다는 것이다. 간병인 시장의 거래 투명성을 위해 서비스 론칭 전 1년 동안 시장조사를 통해 간병인 비용 통계를 내고 이를 기준으로 자격증 보유 등 조건에 따라 등급을 나누고 비용 구조를 만들었다.
좋은케어는 간병인 중개 서비스에서 한발 더 나아가 간병인과 환자·보호자의 정신건강까지 챙기는 심리상담 서비스 ‘좋은상담’도 개발했다. 좋은상담에서는 투병, 간병 스트레스 등 고민에 대해 비대면 영상 상담을 제공한다. 전문상담 인력은 자격증, 전공, 경력 등 평가와 함께 면접을 통해 상담역량을 평가해 선발한다.
유니메오는 의사소통이 어려워 심리 상담이 불가능한 환자들을 위해 ‘멀티 모델 감정 분석 모델’을 개발 중이다. 이는 시니어의 텍스트와 음성 데이터의 특징을 분석하여 시니어의 감정 유형을 분류하는 AI 모델로서, 환자의 사용 어휘, 억양 및 톤을 분석하여 그의 심리 상태를 판별할 수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상속세 개편 방안에 대한 조세재정연구원의 연구용역 내용을 11월에 논의할 예정이다.
재계에서 상속세율 인하를 주장해 온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지만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유족이 12조 원이 넘는 상속세 마련을 위해 약 2조 원의 주식을 처분한 것이 논란이 되면서 세 부담이 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해 상속세 납부자가 앞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주장도 세제 개편 논의에 불을 지폈다.
지난 6일 국회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에서 상속세 과세 체계에 대해서 검토해 보고해달라는 부대의견이 있었다. 정부가 여러 가지 양쪽 의견을 다 들어서 과세 체계 개편 방안을 만들고 있다”며 세제 개편에 대한 뜻을 내비쳤다.
이후 지난 17일 기획재정부는 다음 달 열리는 국회 조세소위원회에서 상속세 개편안이 안건에 오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세소위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산하 위원회로, 세금 관련 법안을 집중적으로 심의하는 곳이다.
현재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서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조세소위에서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1999년 세법 개정 이후 22년 만에 상속세 개편 방안이 수면 위로 오른다. 쟁점은 크게 상속세율과 상속세 부과 방식이다.
끊임없이 논의 선상에 오른 것은 상속세율이다. 한국의 최고 상속세율은 50%로, 55%인 일본에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다. 세법 개정 당시 과세표준 30억 원 이상에 대해 최고 50%의 세율을 매기는 체계가 22년째 유지되고 있다.
특히 최대 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물려줄 때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해 일반 주식보다 가액을 20% 높게 평가한다. 이런 이유로 재계는 계속해서 상속세율 인하를 주장해왔다.
그러나 상속세 납부자는 극소수이고, 상속세는 각종 공제 항목이 있으므로 실질세율은 명목세율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최근 집값이 급등하면서 상속세 납부 대상자가 늘어날 것이라 치더라도 각종 공제 혜택을 고려하면 이들이 실제로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지난 5월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우리나라 상속세제의 현황과 과제’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연도별 상속세 과세자 비율은 평균 2.5% 내외이다. 소수의 부자들을ㅡ 위한 감세라는 논의를 피할 수 없다. 또 해당 보고서에서 “실효세율 측면에서 각종 공제제도나 소득세와 관계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할 때 다른 나라와 단순비교하는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상속세 부과 방식 개편도 논의 선상에 있다. 홍 부총리는 지난 14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및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을 때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는 상속인을 기준으로 상속 시 유산 취득세로 전환하는 문제를 짚어보고 있다”고 말했다.
상속세 부과 방식은 크게 유산세 방식과 유산 취득세 방식이 있다. 현행 한국 상속세는 상속인 재산 전체에 세금을 매기는 유산세 방식이다. 유산 취득세는 각각 유족이 받은 재산별로 세금을 매기는 방식인데, 누진세율 적용에 따른 세 부담을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 현재 상속세를 부과하는 OECD 22개국 중 한국, 미국 등 5개국을 제외한 17개 국가가 유산 취득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홍 부총리는 “유산 취득세로 전환하게 되면 상속세 부담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만약 유산세를 유산 취득세로 바꾸게 되면, 단순히 하나의 제도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상속 체계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는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당연히 증여세 체계와의 정합성 문제와도 연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세 방식을 유산 취득세로 개편하려면 상속세는 물론 소득세까지 세제 전반을 손봐야 한다. 유족 사정에 따라 다른 유산 배분 비율을 일일이 따져 세금을 부과해야 하고, 상속세를 덜 내는 방향으로 유산을 위장 배분하는 것도 감시해야 하기 때문에 과세 당국 업무가 늘어난다는 부담도 있다.
유산세를 유산 취득세로 개편하고자 할 경우 세제 개편 소요가 크므로 현 정부보다 다음 정부의 과제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또 세 부담이 과해 세율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과 부자를 위한 감세라는 의견이 여전히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다음 달 초 연구용역 결과가 나와도 현 정부 내 개편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