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고 어스름해질 때와 이때의 어스름한 빛을 ‘황혼’이라 한다. 삶을 마무리하고 죽음을 준비하는 어스름한 단계에 무슨 사랑이 있겠느냐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부부의 인생에서 황혼은 죽음만을 준비하는 차분한 시간이 아니다. 여전히 서로를 사랑하는 시간이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8월호는 커버스토리에서 ‘황혼 부부’에 관한 은은한 편견을 벗겨내는 그들만의 로맨스와 부부관계를 소개한다. 서로에게 다가가는 중년 부부 소통법, ‘관심 더하고 남 탓 줄이고’ 황혼 부부 행동 가이드, 부부가 함께하는 은퇴 설계, “내려놓으니 보였다” 퇴직 부부의 다시 쓴 이모작 등 다양한 콘텐츠로 황혼에 이른 부부가 함께 나아갈 지표도 제시했다.
김찬숙 고문의 ‘매일 나누고 베풀며 어른이 되어가는 삶’을 표지와 기사로 만날 수 있다. 서울대 총동창회 고문이자 서울대치과대학 총동창회 고문이기도 한 그의 인생을 들여다보며 성실하게 채워온 진정한 멋을 느낄 수 있다. 주어진 삶을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고, 이제 ‘아이들이 본받고 싶어 하는 할머니’로 거듭나고 있는 김찬숙 고문을 만나 답답했던 인생 고민의 답을 구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구해줘 부동산에서는 ‘경매로 노후 자산 만들기’를 이야기한다. 연일 집값이 고점을 찍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서 경매가 새로운 투자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불어닥친 경매 열풍의 이유를 알아보고 경매 시 주의사항도 확인할 수 있다.
고령이 된 창업주들에게 최대 관심사는 바로 가업 승계다. 사전에 가업 승계를 위한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막대한 상속세로 인해 2세대 경영자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가기 때문이다. 생활 속 법률 상식에서 소개한 ‘가업 승계를 위한 솔루션’을 살펴보면 이에 대한 준비가 가능하다.
코로나19로 답답했던 마음을 잠시나마 달랠 수 있는 이야기도 준비했다. 공항이란 장소는 여행이 시작되기도 전 가슴을 웅장하게 만드는 마법 같은 공간이다. 그 설렘을 잊고 지낸 지 어느덧 2년째. 국립항공박물관에서 비행기와 하늘길의 과거, 현재, 미래를 만나며 하늘 위로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을 달래는 것은 어떨까?
바야흐로 여름 휴가철이다. 경탄할 만한 조선 원림을 구경할 수 있는 담양 소쇄원을 추천한다. 옛 선비들은 수상한 세상에 질려 일쑤 산야로 스며들었다. 소쇄옹(瀟灑翁) 양산보(梁山甫, 1503~1557)도 그랬다. 잘 나가던 스승 조광조가 훈구파에 몰려 유배되자 그는 세상에 염증을 느껴 산골짝으로 들어가 줄곧 산중 원림 ‘소쇄원’을 가꾸며 살았다. 아름다워 정들기 쉬운 소쇄원의 매력을 물씬 느낄 수 있다.
이 외에도 브라보 마이 라이프 8월호는 ▲중년의 사랑을 보듬어주는 ‘브라보 마이 러브’ ▲김용준 프로의 골프 레슨 ‘이완’과 ‘수축’ ▲요즘 세대의 최신 문화를 파헤치는 신문물 설명서 ‘앱, 크루와 함께하는 요즘 러닝’ ▲5060 마음에 핀 청춘의 꽃, 팬덤 문화로 활짝 피다 ▲메타버스, 시니어 플랫폼으로 가능할까? 같이 알짜배기 콘텐츠로 시니어 독자들을 찾아간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8월호는 전국 서점과 인터넷에서 구매할 수 있다.
시니어에게도 ‘삶의 질’이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며 남성 갱년기 치료와 함께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주로 남성의 고환에서 생산되는 테스토스테론은 남성의 신체 건강, 정신 상태 등을 조절하고 성생활에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나이가 들면 성생활이 줄어들 것이란 편견과 달리 우리나라 60세 이상 성인들은 활발하게 성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임상노인의학회 춘계학술대회 발표에 따르면 60~64세는 84.6%, 65~69세는 69.4%가 성생활을 하고 있다. 75~79세 58.4%, 80~84세 36.8%도 성생활을 하고 있었다. 60대는 절반 이상, 80대 노인도 20~30%는 성생활을 하는 셈이다.
하지만 성생활에 주요 역할을 하는 테스토스테론은 30대 전후부터 해마다 약 1%씩 감소해, 50~70대 남성의 약 30~50%는 정상치를 밑돌고 있다. 테스토스테론이 정상치 밑으로 떨어지면 남성 갱년기의 원인이 된다. 또 성욕 감퇴와 발기력 저하, 복부 비만, 근육량과 근력 감소, 사정량 감소, 성관계 지속기간 감소 등 여러 어려움을 겪는다.
그렇다면 줄어드는 테스토스테론을 관리하고 즐거운 성생활에 도움을 주는 방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약물 복용보다 특정 음식을 섭취해 건강하게 관리하는 것을 추천한다. 식어버린 부부관계를 다시 뜨겁게 만들어 줄 ‘성호르몬에 좋은 음식’을 알아봤다.
◆마늘
마늘에는 ‘알리신’이라는 성분이 들어있다. 이 알리신은 교감신경을 자극해 남성 호르몬과 다른 호르몬의 분비를 증가시키고 성 기능을 향상시킨다. 또 혈관 내 노폐물 제거로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정력을 강화하고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며 피로 해소에도 도움을 준다.
◆굴
굴은 남성의 정력에 좋은 대표적인 식품이다. 굴에는 칼슘과 철분, 아연 같이 몸에 좋은 영양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다. 이 중 아연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촉진하는 데 도움을 준다. 아연이 많이 든 음식에는 게와 새우 같은 해산물과 콩, 호박씨가 있다.
◆아스파라거스
아스파라거스에는 엽산과 포타슘, 비타민 E가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특히 비타민 E는 테스토스테론을 비롯한 성호르몬 분비를 증가시킨다. 올리브 오일과 아스파라거스를 함께 구워 먹으면 지방과 함께 섭취돼 몸에 비타민 E를 더 잘 흡수시킬 수 있다. 아스파라거스는 모양이 남성 성기와 닮아 외국에서는 정력제로 꽤 유명하다.
◆양파
미국 정신과 전문의 마 나이두 박사의 저서 ‘미라클 브레인 푸드’에 따르면 양파는 고환 세포의 산화질소 생성을 증가시켜 혈관을 확장하고 발기부전을 개선한다. 혈당도 낮춰 테스토스테론 생성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아보카도
아보카도는 성호르몬 생성에 꼭 필요한 물질인 ‘붕소’가 가장 풍부한 식자재 중 하나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하루에 붕소를 3mg만 섭취해도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향상된다고 한다. 이는 대략 아보카도 두 컵 정도 분량이다.
◆복분자
복분자는 ‘복분자를 먹으면 소변 줄기가 세져 요강이 엎어진다’는 말이 있을 만큼 정력에 좋은 음식으로 꼽힌다. 전북대 수의과대학 연구팀이 진행한 동물실험에 따르면 실험 쥐에 복분자를 투여한 결과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대조군 대비 16.1배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음식 외에도 호르몬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려면 바른 생활 습관이 중요하다. 근력 운동을 하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아지고, 여성호르몬이 생성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식습관 교정도 필수다. 패스트푸드와 버터 등에 들어 있는 포화지방산은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감소시키기 때문에 피하는 게 좋다.
또 술과 담배, 스트레스는 호르몬 분비를 방해하기 때문에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충분한 수면을 통해 호르몬 균형을 맞추는 것도 필요하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호르몬 관리는 인생 후반기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호르몬을 잘 관리하면 건강은 물론 삶의 질도 높일 수 있다.
흔히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고 한다. 인생이 그렇듯이 사랑에도 정답이 없다. 인생이 각양각색이듯이 사랑도 천차만별이다. 인생이 어렵듯이 사랑도 참 어렵다. 그럼에도 달콤 쌉싸름한 그 유혹을 포기할 수 없으니….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고, 한 번도 사랑하지 않은 것처럼 헤어질 수 있다면 당신은 사랑에 준비된 사람이다. ‘브라보 마이 러브’는 미숙했던 지난날을 위로하고 남은 날의 성숙한 촉매제가 될 당신의 중년 사랑을 보듬는다.
“사랑은 언제 멈출 거나?”
“볶은 콩에 싹이 나면.”
어느 드라마 속 두 여인의 대사다. 40년 전 풋사랑을 우연히 마주치면서 시작된 가슴앓이, 어쩌다 보니 그도 혼자, 나도 혼자, 그렇다고 선뜻 그를 따라나설 수도 없는 현실의 굴레에서 걷잡을 수 없는 추억의 급물살을 맞는 주인공. 가까운 친구에게 자신의 속앓이를 털어놓는 그 소용돌이에 내가 똑같이 말려들 줄이야.
사는 동안 맞닥뜨리지 말아야 할 세 가지가 있는데, 옛사랑의 현재 모습이 그 하나란다. 나머지는 작가의 맨얼굴, 요리사의 손톱 밑이라나. 그런데 어쩌랴. 봐선 안 될 40년 전 옛사랑이 내 앞에 나타났으니.
내가 그를 다시 만난 건 드라마에서처럼 우연이 아니라 다분히 의도적이었다. 남편이 간암으로 세상을 떠난 지 1년째 되던 해. 우울과 무기력으로 잿빛 세상을 버티고 견뎌내던 어느 봄날, 고향 친구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의례적인 안부에도 지쳐 있을 나에 대한 친구의 배려였을까? 거두절미하고 전화기 너머에서 대뜸 그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ㅁㅁ 씨 기억나? 한번 만나볼래? 큰 의미는 둘 거 없고 잠깐 활기나 얻으라고. 너 혼자 됐다고 하니까 한번 보고 싶은가 봐. 네 남편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그 사람으로선 네가 첫사랑 아니니.”
그의 이름을 되뇌는 순간, 나와 세상 사이의 가림막이 거둬지고 무채색 캔버스에 채색 물감이 번져갔다. 멈췄던 삶의 시간이 다시 흐를 수만 있다면….
그는 남편의 대학 선배이자 나를 사이에 둔 사랑의 라이벌이었다. 그와 남편의 성향은 동과 서, 남과 북만큼 달랐다. 남편이 내향적이라면 그는 외향적이었고, 남편은 선비 기질인 반면 그는 기골이 장대하고 남자다웠다. 학자 타입의 남편은 섬세함에 더해 자상한 면이 있었지만, 그는 대범하고 호방했으나 예민한 감수성이나 예리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40년 만의 해후임에도 남편과 세밀히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전부터 그의 기질과 성격을 알았던 것은 아니다. 남편과 살면서 가슴속에 아련히 그를 품고 있었던 것도 물론 아니다. 단지 그와 만난 3개월 동안에 파악한 것이니 걷잡을 수 없이 그에게 빨려 들어가는 내 마음의 반영이리라.
“ㅇㅇ이,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 스무 살 고운 모습 그대로네. 그때 내가 너에게 청혼도 못 해보고 네가 내 후배와 결혼한 후 한 5년을 방황했지. 이러다 폐인 되겠다 싶어서 적당한 여자를 만나 뒤늦게 결혼을 했고. 물론 좋은 여자야, 무척 헌신적이고. 하지만 내 마음속에서 네 자리를 단 하루도 더듬지 않은 날이 없었어. 꿈에서라도 한번 같이 살아보고 싶었지.”
“호호. 오빠, 농담 말아요. 지금 내 나이가 60이 가까워오는데 스무 살 때 모습이 그대로 있다니. 그때 청혼하지 왜 안 했어요? 그랬다면 다시 생각해봤을 텐데.”
“장난스레 말하지 마. 그때 네 남편이 군에 있었잖아. 그 사이 너와 가까워질 수도 있었지만 그건 공정한 행동이 아니지. 더구나 내가 3년이나 선배인데 요즘 젊은애들 말로 후배와 썸을 타고 있는 여자에게 대놓고 구애하는 건 안 될 일이지. 그 친구가 제대한 후 너에게 결정하도록 하려고 했는데, 내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너와 그 친구가 많이 가까워져 있더군.”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마음이 활짝 열렸다. 남편과 나에 대한 배려심, 속 깊은 정의감 등이 그를 믿음직하고 매력적으로 느끼게 했다. 무엇보다 그는 ‘살아 있는’ 사람이다. 마주 보며 대화할 수 있고 원하면 만질 수도 있다. 남편이 떠난 이후 가장 힘들었던 건 아무리 그 사랑이 컸다 해도 오감에 잡히는 한 조각의 그 무엇이 더는 없다는 것이었기에.
늦은 봄, 고즈넉한 교외의 일식 레스토랑에서 그는 머뭇대며 조심스레 내게 물었다. 세 번째 만남이었다.
“ㅇㅇ아, 손 한번 잡아봐도 될까?”
나는 대답 대신 그에게 살며시 손을 내밀었다. 그의 두툼한 손이 내 손등 위에 살포시 놓였다. 따스하고 든든했다. 잠시 후 그의 손이 내 얼굴 언저리로 다가왔다. 그와 나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와 동시에 허공에서 주춤대는 그의 손을 가만히 잡아 다시 나의 손등 위에 얹어놓았다. 그에게 내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아 시선을 내리깔았지만 가슴은 한껏 부풀어 올랐다. 계절의 봄은 저물고 있는데 내 인생의 봄은 이렇게 다시금 찾아드는 걸까.
“꿈에서라도, 그도 아니면 다음 생에서라도 부부로 만나 한번 살아보고 싶었어. 그런 너의 손을 잡아보는 데만 40년이 걸렸구나. 지금이라도 부부처럼 여행도 가고, 애들처럼 놀이공원도 가고, 손 붙잡고 맛있는 집 찾아 전국을 돌면서 걱정 없이 웃고 즐기며 젊은 한때로 돌아가고 싶다.”
남자는 시각에 약하고 여자는 청각에 약하다고 했던가. ‘꿈에서라도 살아보고 싶었다’란 그의 말이 귓바퀴를 로맨틱하게 간지럽혔다. 황홀했다. 남편과 사별 후 바람 빠진 풍선처럼 기죽고 초라해진 내면에 자존감의 바람이 차올랐다. 허방을 딛고 있던 공허함이 메워지며, 구겨진 자존심이 펴지고, 우울증의 얼룩이 씻겨나갔다.
나는 그의 첫사랑이자 짝사랑이며, 단 하나의 옛사랑이 아닌가! 허름한 중년 남녀가 남루한 외로움 때문에 그렇고 그렇게 만난 게 아니다. 환상이어도 좋았다. 설혹 착각이었다 해도, 허영이면 또 어떠랴.
하나로 흐르고 있는 그와 나의 시간도 물이 수소와 산소로 나뉘듯이 언젠가는 다시 분리될 것이다. 그가 나에게 가진 감정이 사랑이라 해도 결국 그는 가정으로 돌아갈 거라는 통속적인 결말을 나 또한 예상해야 할 테지. 복잡한 심사는 그뿐만이 아니다. 그를 향한 내 마음이 깊어갈수록 내 사랑의 방에는 아직 남편이 살고 있다는 것을 언뜻언뜻 확인한다. 내게 사랑의 방은 하나뿐일까. 그 방에 남편이 기거하고 있는 한 그를 온전히 들여놓을 수는 없는 것일까….
● Exhibition
◇기후미술관: 우리 집의 생애
일정 8월 8일까지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환경보호가 전 세계의 과제로 당면한 가운데,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전시가 열렸다. 모든 생태계의 집인 지구, 인간이 거주하는 건축물, 새와 곤충의 서식지 등 세 개의 집을 중심으로 전시를 구성해 그 안에서 벌어진 참혹한 환경오염을 이야기한다. 이상 기후로 집단 고사한 침엽수, 아사한 동물, 남·북극의 해빙 등 죽어가는 지구의 모습을 실제 고사목과 박제 동물, 영상 등으로 선보이며, 아파트를 짓고 부수는 과정에서 생산 및 폐기되는 사물을 작품으로 재해석한다. 전시실뿐 아니라 마당, 로비, 건물 외벽 등 여러 곳을 전시 장소로 활용해 미술관 전체를 인간을 둘러싼 환경처럼 보이도록 했으며, 특히 옥상에는 서식지를 잃은 새와 곤충의 보금자리를 설치해 전시 일정과 무관하게 올가을까지 남겨둔다. 기후위기에 대한 전시지만 그 자체가 탄소 배출 행위라는 모순을 고려해, 전시 준비 과정에서도 폐기물과 에너지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재사용과 재활용을 생활화했다. 배우 박진희가 국문 오디오 가이드 녹음에 참여해 진심 어린 목소리로 인류가 직면한 현실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나무 인형의 비밀 - 체코 마리오네트
일정 8월 29일까지 장소 서울역사박물관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지구 반대편 국가 체코의 전통문화를 생생하게 즐길 수 있는 전시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렸다. 체코의 흐루딤인형극박물관과 협력해 마련된 이번 전시는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체코 인형극을 중심으로 156점의 인형과 무대 배경, 실황 영상 등을 다채롭게 선보인다. 18세기 유랑극단에서 출발한 체코 인형극은 라디오나 TV가 없던 시절 도시 간 소식을 전달하며 민족의식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전시는 이 같은 기원을 시작으로 인형극 부흥기를 맞은 20세기 초중반, 다양한 인형극장이 탄생한 20세기 후반까지 인형극의 발전을 연대기적 구성으로 살펴본다. 또한 단순히 역사를 돌아보는 데 그치지 않고, 오감을 만족시키는 체험존을 마련해 전시장을 찾은 어린이들의 흥미를 유발한다. 체코에서 직접 공수해온 마리오네트 인형과 손가락 인형, 음향 장비 등을 통해 인형극을 재현해볼 수 있으며, 유랑극단이 타고 다니던 마차에 들어가 가까이 감상할 수 있다. 가족 단위로 방문하기 좋아 여름방학이 시작된 손주와 함께 방문하면 더 즐거운 추억을 남길 수 있다.
● Book
◇영혼을 품다, 히말라야 (박경이 저·도트북)
남들이 가지 않은 길에 용감하게 오르는 이들이 있다. 바로 고산 등반가다. 이들은 동상에 걸려 손가락을 자르고, 때로는 목숨을 위협받으면서도 정상을 향해 나아간다. 그 모습을 보면 죽음을 무릅쓰면서까지 산을 오르는 이유가 궁금해질 때도 있다. ‘왜 산을 오르는가?’ 어쩌면 산을 사랑하는 모든 산악인에게 던지는 근본적인 질문. 여성 산악가 박경이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자신의 삶으로 대신한다.
에세이 ‘영혼을 품다, 히말라야’는 고산 등반가의 삶과 철학을 저자가 ‘죽음의 지대’ 히말라야 고산에 직접 오르며 만난 이들의 이야기로 현장감 넘치게 풀어낸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는 극한의 자연환경에서 자기 존재의 참된 의미를 사유하고, 자신을 포함해 편견과 차별이란 또 다른 산을 넘어야 했던 세계 여러 여성 산악인의 고충을 담담히 반추한다.
책은 단순히 감상을 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산 등반을 떠나려는 이들에게 필요한 내용을 흥미롭게 알려준다. 셰르파와 루트 개척, 베이스캠프 생활 등 기본 상식부터 트레킹 준비물, 고산병 극복 방법 등 실전에 필요한 정보까지 한데 담아 등반 의욕을 고취한다.
그녀의 이야기는 “죽으러 산에 가지는 않지만 죽을 걸 알면서도 산을 오른다”는 많은 고산 등반가의 마음을 대변한다. 관중도 심판도 없지만 반칙하지 않고 정직하게 산을 오르는 이들의 삶을 간접 체험하다 보면 서문에서 던졌던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이 풀린다. 등산의 진정한 묘미는 정상이란 결과보다 자신을 믿으며 한 발씩 나아가는 과정에 있다는 것을, 인생이란 산을 탈 때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말이다
◇시가 인생을 가르쳐 준다 (나태주 엮·앤드)
‘풀꽃시인’ 나태주가 한국 시의 진수를 엿볼 수 있는 역작을 갈무리해 엮었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국민 시 ‘엄마야 누나야’부터 조지훈의 희귀 시 ‘병에게’까지 총 125편이 담겼다.
◇킵 샤프 (산제이 굽타 저·니들북)
나이가 들어도 인지 기능을 총명하게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을 소개한다. 뇌에 관한 오해와 진실, 구체적인 12주 프로그램을 통해 막연하게 느껴지는 뇌 건강 영역을 실용적으로 접근한다.
◇바람이 내 등을 떠미네 (한기봉 저·디오네)
평생 세상을 뾰족하게 바라보았던 언론인 출신 저자가 평범한 중년으로 돌아와 세상살이의 단상을 덤덤하게 풀어놓는다. 짧지만 강렬한 60여 개의 글이 또래 독자에게 위로를 전한다.
● Stage
◇마리 앙투아네트
일정 7월 13일~10월 3일 장소 샤롯데씨어터 연출 로버트 요한슨
출연 김소현, 김소향, 김연지, 정유지, 민우혁, 이석훈, 이창섭, 도영 등
18세기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뮤지컬로 다시 돌아온다. 올 7월 막을 올리는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한때 고귀한 신분이었지만, 각종 오명 속에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해야 했던 그녀의 삶을 통해 진실과 정의의 의미를 조명한다. 사회의 부조리를 타파하고자 혁명을 선도했던 인물 마그리드 아르노를 중심으로 극이 전개되는 오리지널 버전과 달리, 한국 버전에서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이야기에 비중을 실어 두 여인의 삶을 더욱 극적으로 대비시킨다. 특히 당대 부의 상징이었던 파리 베르사유 궁전과 빈민가 마레지구를 무대 위에 재현해 계급 간 갈등 구조를 명확히 그려낸다.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로코코 시대의 화려한 귀부인 드레스와 다채로운 가발도 재미를 높이는 포인트. 목걸이 사건, 바렌 도주 사건, 단두대 처형 등 대중에게 친숙한 사건을 위주로 재해석해 공감대를 더한다.
◇렁스
일정 9월 5일까지 장소 아트원씨어터 2관 연출 박소영
출연 이동하, 성두섭, 오의식, 이진희, 류현경, 정인지 등
매 순간 선한 의도로 행동하기 위해 고민하는 한 연인이 사랑, 환경, 출산 등의 주제로 치열하게 토론하며 ‘좋은 사람’의 정의를 찾아나가는 이야기다. 환경을 위해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여자와 아이를 낳아 좋은 부모가 돼야 한다는 남자의 정답 없는 갈등이 진정한 ‘선’(善)의 의미를 묻는다. 특별한 장치 없이 두 배우의 대화로만 이어지는 전개가 몰입도를 높인다.
◇비틀쥬스
일정 8월 7일까지 장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연출 알렉스 팀버스
출연 유준상, 정성화, 홍나현, 장민제, 김지우, 유리아 등
팀 버튼 감독의 영화를 뮤지컬화한 작품으로, 2019년 현지 초연 이후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라이선스 공연이다. 황당한 사고로 유령이 된 부부가 자신의 신혼집에 이사 온 한 가족을 쫓아내기 위해 장난꾸러기 유령 ‘비틀쥬스’와 합세해 벌어지는 이야기다. 공중부양을 하는 캐릭터와 시시각각 변하는 무대 등 마술 같은 연출이 놀이공원에 온 듯한 짜릿함을 선사한다.
본 기사에 소개된 공연을 관람하신 독자분의 생생한 후기를 기다립니다.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상품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 잡지를 보내드립니다.
인생 이모작에 성공하고 트로트 가수를 목표로 인생 삼모작을 준비했던 이금수(63) 씨가 마침내 꿈을 이루었다. 고등학교 수학교사, EBS 수학 영역 스타 강사, EBS 입시 프로그램 방송 진행자, 서울진학지도협의회, 서울시교육청 대학지도단을 거쳐 은퇴 후 대진대학교의 입학사정관까지, 교육 분야에서 줄곧 일해온 이금수 씨의 트로트 가수 데뷔 스토리를 들어본다.
인생,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여~
이모작도 버거워하는 중장년들에게 한줄기 빛과 같은 희망을 주는 사나이 이금수 씨가 인생 삼모작 주인공으로, 마침내 꿈꿨던 가수로 데뷔했다. 이금수 씨의 데뷔 앨범은 최근 트로트 가수 강진의 ‘막걸리 한잔’으로 주가를 올리는 류선우 씨가 작곡과 작사를 맡고, 트로트 업계에서 고급스런 편곡으로 소문이 자자한 장승연 씨가 편곡자로 나섰다. 아내 주현선 씨와 ‘금실은실’이라는 혼성듀오로 2곡을 녹음했고, 부부가 각각 2곡씩 녹음해 총 6곡이 수록돼 있다.
지난해부터 이금수 씨는 1년 가까이 쉬지 않고 트레이닝을 받으며 트로트 창법을 익히고 연마했다. 워낙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고 남들에게 노래 잘한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왔던 터라 ‘자신감’ 하나만 믿고 여기까지 내달렸단다.
이금수 씨의 솔로곡인 ‘중년고백’은 노래를 부르는 가수의 중후한 이미지를 잘 살렸다는 평이다. 아내 주현선 씨의 솔로곡 ‘우야꼬’는 어쩌면 가수로서 단점이 될 수 있는 경상도 사투리를 그대로 가사로 풀어내 오히려 매력 포인트로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함께 부른 ‘꽃노래’는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부부의 마음을 그대로 담은 듯한 노래라 중년부부들로부터 큰 공감을 얻고 있다. 이금수 씨 부부는 처음 이 노래를 연습할 때부터 애착이 많이 갔던 곡이라 기대가 각별하다고. 트로트 업계에서 실력자로 통하는 작곡·작사가와 편곡자가 힘을 합쳐서인지 트로트의 구성진 가락에 세련된 사운드가 입혀져 감성을 건드리는 게 일품이다.
TV만 켜면 채널마다 트로트 프로그램이 쏟아지는 요즘, 목소리만 꺾어대는 기교형 가수보다 진심을 담아 정감 넘치고 사람 냄새 나는 곡으로 승부를 던지는 신참내기 가수에게 기대가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 8개월의 보이스 트레이닝 끝에 지난해 연말부터 녹음에 돌입, 올 초 앨범을 발표했다. 특히 이번 트로트 가수로 도전하면서 트레이닝과 앨범 녹음 기간 아내와 줄곧 함께해 부부 사이가 신혼 때보다 더 각별해졌다고 이금수 씨가 환한 웃음을 짓는다.
그렇다면 이금수 씨는 젊은 시절부터 가수가 꿈이었을까? 본인에게 가수의 꿈이 있다는 것은 언제 알았을까? 술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친구, 동료들과 술 한잔에 얼큰해지면 노래를 하고 싶어 꼭 마이크를 잡았단다. 주현선 씨도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해 아이들이 어렸을 땐 잠을 재워놓고 같이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부르고 온 적도 많다.
“지금 생각하니 아이들에게 미안하네요. 그래도 아내는 그렇게라도 노래를 부르면서 육아 스트레스를 견디지 않았을까요? 올해가 결혼 37주년이니 37년 이상 노래를 불렀습니다. 특히 고등학교에서 수학 교사를 할 당시에는 축구, 테니스 등 운동을 마치고도 동료들과 함께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췄네요. 송창식의 ‘고래사냥’을 부르면서 말이죠.”
그는 동료들이 “노래 잘한다”며 치켜세울 때는 기분이 우쭐해서 술값도 많이 계산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EBS에서 강의를 하고 있어 수입이 짭짤하니 술값을 내라는 칭찬 아니었을까? 갑자기 합리적인 의심(?)도 든다며 너털웃음을 짓는다.
하지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틀리지 않는 것이, 그런 이야기를 자꾸 들으니 노래가 더 좋아지고 일하면서도 쉬지 않게 노래를 흥얼거리는, 말 그대로 생활 속에 노래가 꼭 박혀버렸다. 이렇게 시작된 노래 사랑은 개포동성당에서 성가대 활동을 하면서 절정을 이루었다. 노래를 좋아하는 신도들끼리 모여 합창을 연습하며 세속의 노래인 ’마법의 성‘을 부르는데 너무 멋있어서 마치 천사들이 하늘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 같은 환희의 순간을 맛봤다.
“한번은 성가대 연습을 마치고 성가대 단원끼리 동네 맥줏집에서 한잔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을 정도로 동요를 조그맣게 불렀는데, 호프집 손님들이 맥주를 보내면서 노래를 좀 더 크게 계속 불러달라고 조르기도 했어요. 화음이 정말 훌륭하다고 격려해주면서요.”
37년 결혼 생활을 맞춰온 팀워크로 혼성듀오도 완벽 깔맞춤
인생 이모작에 성공적으로 안착하여 하루하루 심적인 안정을 찾아갈 때쯤이었다. 대진대학교에서 입학사정관 실장을 하면서 인생 삼모작을 생각하게 되었고, 부부가 함께 노년을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것을 제일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다가 부부가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니 가수에 도전해보면 어떨까 의견을 나누게 됐고, 뜻을 합하게 됐다.
마침 EBS에서 오랜 기간 함께 일했던 지인과 만난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고, 그러자 지인은 자신의 아우가 작곡가라며 소개를 해주었다. 그 아우가 바로 ‘막걸리 한잔’의 작곡·작사가인 류선우 씨였다. 류선우 씨의 테스트를 거쳐 1년 가까운 훈련 기간을 마치고 마침내 신곡 ‘꽃노래’와 ‘중년고백’, ‘우야꼬’로 결실을 맺게 된 것.
처음 테스트를 받으러 간 날이 2020년 4월 19일. 그 전 3개월 정도는 실용음악학원에서 매주 1회씩 원장님에게 지도를 받았다. 류선우 작곡가는 부부의 노래를 처음 듣고 나서, 이금수 씨는 노래를 자주 불러서 익숙하게 느껴지는데, 주현선 씨는 목소리가 노래와 겉도는 등 익숙함이 상대적으로 부족하지만 목소리 자체는 깔끔해서 집중적으로 훈련하면 톤이 좋아질 것 같다며 격려를 해주었다.
이금수 씨는 목소리가 탁성이라 앨범 전체를 솔로로 하는 것이 걱정이었고, 주현선 씨는 노래에 익숙하지 않아 역시 솔로를 하기에 부담이 있었는데,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가 혼성듀오를 결성해 가수로 데뷔하자고 의기투합했다. 하긴 37년을 혼성듀오로 살아왔던 부부인 만큼 그 어느 팀보다 팀워크만은 탁월하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하지만 트로트 가수를 준비하는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인생 이모작이야 30년 넘게 몸담았던 같은 교육 분야로 이동한 것이니 이질감도 없고 그런대로 적응할 수 있었지만, 인생 삼모작으로 목표한 트로트 가수는 완전히 트랙을 달리하는 분야이니 사실 막막함이 더 컸다고.
앨범이 나오기까지 부부는 매일 2시간 정도 수락산 아랫자락에서 노래 연습을 했고 싸우기도 많이 싸웠다. 그래도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앨범 발매 가수로서 무대에 서서, 부부가 함께 눈을 맞춰가며 노래 한 곡을 부를 때 느껴지는 성취감이 엄청나다고 한다.
야외무대에 서며 관객과 호흡해
지난 4월 26일 부부는 엠스타 TV가 천안 ‘화수목 정원’에서 진행한 ‘유예진의 히트가요쇼’ 녹화에 참가하는 기회를 얻었다. 야외에서 진행하는 녹화 무대에 서니, 앨범을 발매한 가수로 확실한 대접을 받는 것 같아 뿌듯하기 그지없었다. 이를 계기로 ‘금실은실’ 듀오는 무대에서 불러주기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아예 무대를 직접 만들자는 마음으로 유튜브를 통해 라이브 콘서트를 진행하게 됐다.
유튜브 채널이 열리자 많은 분들이 실시간으로 댓글을 남기며 부부 가수와 소통을 했다. 진행자까지 투입된 유튜브 미니 콘서트 무대에 오르니, 비록 방송 프로그램은 아니었지만 나만의 콘서트를 연 듯한 가슴 꽉 찬 시간이었다.
“시작은 미미하나 끝은 창대하리라”는 성경 구절처럼 ‘금실은실’ 부부 가수의 첫 유튜브 콘서트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실시간 조회수는 1000회를 넘었고 ‘좋아요’는 60개를 넘는 등 부부 가수의 첫 콘서트라고는 믿기지 않는 훌륭한 성적이었다.
6월에도 역시 야외 녹화 일정은 물론 유튜브를 통한 2차 라이브 콘서트 계획이 잡혔다며 “부부 가수 ‘금실은실’로 조금씩 알려지면 애초 계획대로 지역 봉사활동을 많이 다니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내비쳤다.
트로트 맛깔나게 부르는 설운도 닮고 싶어
신참내기 트로트 가수로서 롤 모델은 마음속의 영원한 스타, 설운도란다. ‘58년 개띠’로 나이는 똑같지만 가수로 정점에 오른 후에도 꾸준히 노래 연습을 하며 곡을 쓰는 모습에서 배울 점이 정말 많다고 느꼈다.
“부러운 것 하나는, 설운도 씨는 가사를 직접 쓰다 보니 자신만의 감성을 듣는 이에게 호소력 있게 전달하는 것 같다”며, “아무래도 노래를 배워서 부르다 보면 기교에만 신경을 쓰게 되는데 설운도 씨의 노래를 듣고 가사 전달력이 어떤 것인지 경험하게 됐다며 여전히 배울 것이 많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요즘도 보컬 트레이닝을 꾸준히 받는데, 이 훈련을 통해 가사를 분석하는 것은 물론 마디마디 창법과 트로트 가수들의 전매특허라 할 밀당 기술 등을 꾸준히 연습해 몸에 착 배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요즘 배우는 노래는 ‘사랑반 눈물반’, ‘처녀뱃사공’ 등인데 나만의 노래가 됐다 싶을 때 녹음해서 유튜브에 올릴 생각이다.
트로트 부부 가수 데뷔하니 주위 사람들 반응 뜨거워
“트로트를 한 것이 돈을 벌려고, 유명해지고 싶어서 시작한 게 아니잖아요. 이렇게 하고 싶고 되고 싶은 게 있어서 늦은 나이에도 목표를 세우고 정진해서 꿈을 이루며 살 수 있다는 것을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는 세월에 순응하며 사는 것도 좋지만, 적어도 인생의 다음을 걱정하려면 2~3년 고심하며 탄탄히 준비하고 미리 계획한 후 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생 이모작과 삼모작의 목표가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아마 실패하기 십상일 것이다. 단지 자신의 재능을 조금 더 사용해 여가생활에 보태고 이웃에 봉사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 자체로 훌륭하다고 말이다.
그래도 질투와 시기 어린 시선보다 격려와 따뜻한 말 한마디로 힘을 주는 분들이 훨씬 많아 힘이 됐다는 그는, ‘금실은실’의 첫 유튜브 라이브 미니 콘서트 날 주위 분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크게 고무됐다. 그가 SNS 활동을 열심히 하는 ‘6070중년쉼터’ 밴드의 선배들과 동년배, 후배들이 접속을 독려하며 응원해준 것에 크게 감동한 것이다. 이들의 격려와 응원을 장착하고 신인 가수의 패기를 얹어 야외무대와 유튜브 미니 콘서트를 멋지게 소화해,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에서 먼저 섭외 전화를 받는 가수가 되겠다는 각오다.
함께 취미를 공유하고 꿈을 나누며 이루어나가는 부부의 모습은 주위에 귀감이 된다. 결국 인생이란 바로 내 옆의 가장 가까운 가족과 소통하며 건강한 가족과 이웃, 사회를 만들어나가고 꿈을 이루기 위해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
“걱정만 하다 문턱을 넘어보지도 못하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걱정만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부딪혀보지도 않았는데 무슨 일이 일어나겠어요. 문턱을 넘을까 말까 걱정만 하면서 시간 낭비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하루하루 손에 익히고 몸에 체화하는 것. 그렇게 매진하며 살다 인생 마지막에 내가 나를 인정하고 엄지를 치켜세워줄 수 있어야죠.”
싱크 어게인 (애덤 그랜트 저·한국경제신문)
베스트셀러 ‘오리지널스’를 쓴 애덤 그랜트의 신작. 확실한 것도 다시 생각하고, 배운 것도 고의적으로 잊어야 한다는 사고법을 제시하며 급변하는 세계에 필요한 인생 철학을 소개한다.
어떻게 나이 들 것인가?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저·아날로그)
고대 로마의 문인이자 철학자, 정치가였던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의 ‘노년에 관하여’ 원문을 새롭게 구성한 책이다. 고전의 지혜로 노년기를 빛나게 만드는 마음가짐과 방법을 전한다.
소금길 (레이너 윈 저·쌤앤파커스)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은 중년의 부부가 영국에서 제일 긴 산행로로 배낭여행을 떠나며 벌어지는 일을 담는다. 1000km가 넘는 길을 걷는 동안 자연에 얻은 위로가 생생하게 담겨있다.
모두 웃는 장례식 (홍민정 저·별숲)
암에 걸린 할머니가 ‘생전 장례식’을 치르겠다고 선언하며 일어나는 일을 그린 장편 동화다. 잔치 같은 장례식으로 할머니와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나가는 가족들의 모습이 감동을 전한다.
새의 언어 (데이비드 앨런 시블리·윌북)
조류관찰자인 저자가 새에 관련한 크고 작은 궁금증을 직접 그린 200여 종의 일러스트와 함께 흥미롭게 풀어낸다. 길 위의 새들과 함께 살아가는 ‘공존 가이드’도 부록으로 수록했다.
초록빛 식물 자수를 소개합니다 (김여울 외 공저·동양북스)
식물을 수놓을 때 예쁜 스티치만을 한데 모았다. 자수 초보를 위해 도안을 단순화하면서도 13개의 실만으로 풍부한 색감을 표현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상세한 과정 사진도 함께 담았다.
“나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
첫 구절만 들어도 바로 떠오르는 ‘나성에 가면’이라는 노래를 부른 세샘트리오. 그 세샘트리오의 보컬이었던 권성희(66) 씨는 누구나 기억하는 노래의 주인공인데도 그 삶에 대해선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외부에 자신을 드러내는 걸 꺼리는 성격 때문이다. 그러나 대중에 자주 보이지 않아도 그녀는 가수로서의 활동뿐만 아니라 연예인 자원봉사단체인 한마음회 회장, 건강보험공단 홍보대사, CEO클럽 회장까지 맡으며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활발한 사회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올해로 데뷔 45년을 맞이한 그녀의 남다른 소회를 들어봤다.
“권성희라는 사람은 멋있는 가수였다고 기억되고 싶어요. 그래서인지 가정사를 많이 오픈하지 않고 살았죠. 예능에 나와달라는 연락은 많이 받았는데, 남편도 오픈하는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방송에 나와도 재미없을 거라고 해요.(웃음)”
권성희 씨의 남편은 배우 박병훈 씨. MBC 공채 탤런트 8기 출신으로 ‘제5공화국’, ‘연개소문’ 등의 드라마에 출연한 중견 배우다. 두 사람은 1985년에 결혼했다. 아내가 서른두 살, 한 살 연하였던 남편은 서른한 살이었다.
“남편과는 친구 소개로 만나 연애를 해서 결혼했어요. 착하고 성실해 보여서. 그리고 당시에는 제 나이 서른이 넘으니까 주변에 총각이 없더라고요.(웃음)”
결혼하기 전까지는 연하에 관심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심지어 결혼을 한 후에야 남편 주민등록증을 보고 나이를 알았다고 하니, 남편이 연하인지도 모른 채 결혼한 셈이다.
“요즘처럼 SNS도 없었고, 방송하고 연습하고 야간 무대 하고 집에 오는 바쁜 생활이었으니 제가 인기 있는 줄도 몰랐어요. 나중에 솔로로 나오고 팬들도 만나니 그때 체감되더군요. 그래서 쉬고 싶다는 생각에 결혼한 것도 있었죠.”
성악가를 꿈꾸던 소녀, 대중 가수가 되다
소녀 권성희는 마리아 칼라스 같은 프리마돈나가 되겠다고 다짐한 성악 꿈나무였다. 하지만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일까. 합격하리라 자신했던 연세대 입시에서 낙방했다. 친구들과 부모님 볼 낯이 없어서 그대로 잠수를 탔다. 그러다 생각을 고쳐 다시 공부를 시작했고 후기 동덕여대에 들어갔다. 그러나 낙방의 아픔이 흉터처럼 남은 탓인지, 막상 대학 생활을 해도 학업에 열중하기 힘들었다.
“그런 와중에 방송국의 아는 분들에게서 프로그램에 나와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죠. 그래서 방송을 ‘살랑살랑’ 했어요. 그런데 방송을 알게 되니 재밌더라고요. 성악을 했지만 현미 씨나 패티김 씨 노래를 즐겨 부르기도 했고요. 저쪽으로 가볼까 하는 마음이 생겼죠.”
대학교 2학년 때부터는 야간 무대에 서게 됐다. 당시 가수들의 야간 무대는 지금과 달리 자연스러운 무대 활동이었다. 성악을 기본으로 한 탄탄한 가창력으로 주로 스탠더드 팝과 패티김 노래를 부르는 그녀를 찾는 무대가 점점 늘어났다.
“수입이 좋았죠. 월급쟁이가 3만~4만 원 받던 시절에 하루 4만~5만 원을 벌었으니까요. 어느 무대에서는 10만 원, 15만 원을 받기도 했어요. 그러다 보니 한 달에 몇 백만 원씩 벌었죠. 아직 무명이었는데도요. 그때 연예계가 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라틴 대중가요, 세샘트리오 결성
야간 무대에서 활동하던 그녀는 경희대 성악과 출신의 전항 씨를 알게 된다.
“‘너나 나나 클래식을 했던 사람인데 뭔가 팝이면서도 고급스러운 음악을 불러보자’면서 라틴 음악을 제안하셨죠. 들어보니 멋지더라고요. 그리고 그분이 기타를 잘 치던 홍신복 씨를 섭외했어요. 그렇게 셋이 같이 로스 판초스 같은 혼성 트리오를 결성하기로 해서 만들어진 게 세샘트리오였어요.”
그러나 라틴 음악은 세샘트리오 자신들에게도 새로운 음악이었다. 3개월 동안 매일 아침 만나서 연습을 해야 했다. 저녁이 되면 야간 무대에 섰다. 그러면서 레퍼토리를 늘리고 계속 공부했다.
“카바사, 마라카스, 탬버린 등 라틴 악기들도 다루기 시작했죠. 노래 연습보다 그게 더 힘들었어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익숙해지니 그게 없으면 노래가 안 되더라고요.(웃음)”
결성 1년 만에 길옥윤 씨가 작곡한 ‘나성에 가면’이 나왔다. 보사노바 장르로 당시 대중가요에선 없던 노래였다. 그러나 엄혹한 시대를 밝히는 밝은 분위기의 노래였던 덕분일까, 홍보를 거의 안 했는데도 대박을 쳤다.
“바쁘니까 제가 스타인 줄도 몰랐는데 어느 날엔가 되어 있더라고요. 1978년부터 1983년까지 세샘트리오의 전성기였죠. 일도 많이 하고 미국 공연도 하고. 그렇게 잘나가다가 남자 멤버들이 외국으로 나가면서 자연스럽게 해체되었어요.”
사회는 모두가 어우러져 살아야
세샘트리오 이후 솔로 활동을 하고 결혼을 하면서 권성희의 삶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한국연예인협회 한마음회에서의 일도 그것이다. 한마음회는 연예인 자원봉사단체로 1981년에 설립되어 2000년에 사단법인이 되었고, 벌써 40여 년이나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오랜 역사를 지닌 단체다. 권성희 씨는 2009년부터 회장직을 맡아 다양한 봉사활동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작년에는 코로나19 때문에 비대면으로 활동했죠. 장충체육관에서 4000~5000명씩 모셔서 하는 행사는 어려우니 올해는 찾아가는 봉사를 계획하고 있어요. 4월부터 각 구청의 노인복지과와 연계해서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녀는 시간적·재정적 여유가 있으면 봉사는 누구나 해야 한다는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다.
“사회란 모두가 어우러져야지 누구는 너무 잘 살고 누구는 너무 못 살면 안 되잖아요. 우리가 받은 것을 조금이나마 되돌려준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어요. 그분들 덕에 우리 일도 유지되는 거니까요. 한마음회 사람들이라면 모두 그런 생각으로 일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렇게 마음이 통합되어 있기에 오랜 시간 유지할 수 있었겠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
여전히 이어지는 코로나19 상황은 조금 나아지나 싶다가도 집단감염이 거듭 발생함에 따라 위기 상황으로 되돌아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권성희 씨는 이런 어두운 시절에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회의적으로 생각할 때도 있었죠. 바쁘게 살 때는 행복이 뭔지 모른 채 살았고, 지금은 나른함과 좌절감이 함께 오는 시기죠. 그러나 그런 중에도 행복은 있다고 봐요. 작은 데서 행복을 찾게 되고요.”
그녀는 요즘 시간 여유가 있으니 강아지를 데리고 집 앞을 산책한다. 강아지에게 정이 들어보기만 해도 힐링이 된다고. 처음에는 지금의 언택트 상황이 힘들었지만, 이제는 힘든 와중에도 자신이 행복을 느끼는 포인트를 찾아야 한다는 게 그녀의 말이다.
“사실 외로움은 못 느끼고 살죠. 가정을 이루고 사는 사람들은 외로움을 느낄 겨를이 별로 없으니까요. 그런데다 저는 주부면서 사회생활도 하기 때문에…. 여자는 자신을 갖춰야 할 필요가 있어서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그런데 남자들은 그게 안 되나 봐요. 코로나19 이전에는 외부 활동을 많이 해서 그런 걸 못 느꼈는데, 집 안에서 같이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니 완전히 ‘삼식이’들이 됐어요. 그리고 저는 집에 오면 도우미 아줌마가 되죠.(웃음)”
봉사를 넘어 진짜 나눔 펼쳐
뭐든지 열심히 하는 모범생 스타일이라서 그런지 그녀는 올해 9년째 국민건강보험공단 홍보대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홍보대사를 맡으며 각 지역 지사의 행사에 참여하는데 굉장히 보람 있어요. 전국을 다녀보면 재밌게 사는 어르신들이 많아요, 그리고 서울보다 서울 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되레 건강하고 음악을 즐기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그걸 보면서 백 원을 가져서 행복한 사람이 있고 백 원을 가져서 불행한 사람이 있다는 얘기가 떠오르더군요. 욕심 없이 살면 오래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지 않을까…. 코로나19도 그렇죠. 마이너스만 된 게 아니라 인생을 성찰하는 시간을 준 거라고 생각해요. 내려놓는 시간으로 말이죠.”
한마음회 회장, 국민건강보험공단 홍보대사와 함께 그녀는 MBC리더스포럼의 CEO클럽에서 회장직도 맡고 있다.
“사람들이 뭘 계속 시켜요.(웃음) 사람 한명 한명이 참 좋아서 애착이 많고, 배울 점도 많은 모임이죠.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은 중요해요. 그래서 사람은 가정에만 있어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톱스타였던 연예인이 막상 일을 그만두거나 인기가 떨어지면 외로워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동안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막상 뭘 하려고 하면 주위에 사람이 없는 거예요. 그렇게 안 되려면 끊임없이 사람 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해요.”
그녀는 돈이 많고 적고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하고 행복하게 더불어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저 사람과 만나서 무슨 이득을 취해야겠다고 생각하면 사람 관계를 이어가기 어렵죠.”
중년 부부의 솔직한 관계
그녀는 자신이 가장 행복했던 시기가 아이를 가졌을 때, 그리고 잠정 은퇴를 했을 때라고 말한다.
“우리 때는 야간 무대 도는 게 당연했어요. 그래서 하긴 하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이제는 야간 무대에서 노래하기 싫으니 쉬어야겠다, 50 먹으면 안 하겠다’고 다짐했어요. 그래서 쉰 살이 되었을 때 3년 정도 쉬었죠. 정말 행복했어요. 그런데 3년 정도 지나니 지루해지더라고요. 어느 순간 ‘내가 뭐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음속에선 항상 연예계가 그리웠던 거죠. 그래서 앨범을 내고 다시 가수 활동을 시작했어요. 그걸 보면 가정이 있기 때문에 항상 안정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혼자였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싶기도 해요.”
그녀에게 부부란 확고한 동반자다. 서로 아플 때 챙겨줄 수 있는 존재다.
“나이 들면 기저질환이 생기잖아요. 부부라면 그런 걸 서로 챙겨줘야 하죠. 혼자 사는 사람이 가장 서러울 때가 아플 때라고 하잖아요. 부부는 옆에 동반자가 있으니까 그보다 낫죠.”
그래서 그녀는 요즘 유행하는 졸혼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건 이혼이나 마찬가진데, 누가 아이디어를 냈는지 모르겠지만 이상한 관계예요. 불합리해 보이고 나중에는 사라질 거 같네요.”
물론 부부 생활에서 갈등이 없는 부부란 있을 수 없다. 그녀 또한 안 좋았던 시기도 있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걸 잘 넘어간 이유는 제 덕분인 거 같아요. 그런 상황이 되면 지고 들어갔거든요. 뭐 내가 크게 잘못한 것도 없는 거 같은데.(웃음) 그리고 평소에 성질을 안 부리던 사람이 성질을 벌컥 내면 싸우지 않는 게 맞잖아요. 물론 정말로 싫었다면 헤어졌겠죠. 하지만 그보다 좋은 부분이 많기 때문에 상쇄가 됐어요.”
서로 기 싸움하지 말고 내려놔야 한다. 그녀가 말하는 부부 관계의 해법이다.
“남편의 교통사고도 있었고, 모은 돈을 날리기도 했고, 아이 입시 문제도 그렇고. 지나고 나면 별것 아닌데 그때는 잠 못 자고 엎치락뒤치락했죠. 이제는 뭐든 잘되겠지 하는 마인드로 살아가요.”
그녀는 요즘 재즈를 배우고 있다. 젊은 시절에는 생활에 치여 못 했던 도전이지만 예순이 넘어 드디어 하게 되면서 자신이 가수로서 나태하게 산 게 아닌가 반성했다고도 한다. 그 말을 들으니 주부로서의 권성희, 사회인으로서의 권성희도 소중하지만, 그녀가 가장 자신 있고 가장 영향을 받는 영역은 역시 가수로서가 아닐까 싶다. 그녀의 방식대로 온전하게 자신에게 집중하며 새로운 즐거움을 실행하는 시간, 그 모든 과정이 인생의 축복이고 봄 햇살처럼 찬란하다.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현재와 호흡하는 그녀의 열정과 삶이 담긴 재즈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해본다.
일본의 에세이스트 이노우에 가즈코는 자신의 저서에서 행복한 노년을 위해서는 50대부터 덧셈과 뺄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안 쓰는 물건이나 지나간 관계에 대한 집착은 빼고, 비운 공간을 필요한 것들로 채워나갈 때 보다 풍요로운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잘 빼고, 잘 더할 수 있을까?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브라보 독자를 위해 인생에 필요한 여러 정리법을 3회에 걸쳐 안내한다. 이번 호에서는 노년기 인간관계 재정비 노하우를 알아본다.
어긋나는 관계가 우울증을 부른다
은퇴 후 노년기는 활동 반경이 직장에서 가정으로 전환되어 인간관계가 줄어들고, 사회 참여도가 낮아지는 시기다. 또 배우자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고 자녀가 결혼해 출가하는 등 가족관계의 지형이 급변하는 때이기도 하다. 미국의 상담심리학자 세라 요게브는 저서 ‘행복한 은퇴’에서 이런 노년기 관계의 변화를 준비 없이 맞이할 경우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버드대학교 심리학 교수인 데이비드 웩슬러 역시 저서 ‘관계의 심리학‘에서 중년 이후 최악의 인간관계를 맞이하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9년 발표한 보고서 ‘중·고령층 근로활동이 인지기능 및 정신건강에 미치는 효과’에 따르면, 은퇴자는 일하는 중·고령층에 비해 우울증을 겪을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제한된 사회활동과 대인관계의 축소가 우울함의 주된 원인 중 하나라고 봤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일이 개인과 사회를 연결하는 통로로서 큰 역할을 하는데, 은퇴 후에는 이 연결망이 단절되어 자아정체감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공적 관계망의 축소뿐 아니라 은퇴 후 사적 관계망 속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갈등도 은퇴 후 삶의 질을 낮추고 외로움을 증폭시킨다. 특히 살아온 세월 속 쌓인 갈등이 폭발하면서 관계가 망가질 때가 많다. 배우자 및 자녀와의 갈등이나 오래 알고 지낸 친구와의 불협화음 등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2016년 발표한 ‘4대 관계망을 통해 본 은퇴 후 인간관계의 특징’에 따르면, 배우자와 함께하는 시간을 ‘줄이고 싶다’고 대답한 은퇴자가 ‘늘리고 싶다’고 한 은퇴자보다 6배나 많았다.
이 같은 문제들을 비추어볼 때, 은퇴 후에도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하려면 삐걱대는 관계를 정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 또는 가까운 지인 간 어긋난 부분을 개선하고, 줄어든 인맥을 새롭게 채워나가야 사람 냄새 풍기는 노후생활을 즐길 수 있다.
배우자의 시간과 취향을 존중하라
시니어가 은퇴 후 인간관계 속에서 겪는 대표적인 어려움은 배우자와의 불화다. 부부 갈등은 시기별로 언제나 존재하지만, 은퇴 후에는 얼굴을 맞대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더 잦은 다툼이 일어난다. 또 부부관계를 지탱해주던 자녀가 결혼이나 취업 등의 이유로 독립할 경우 별것 아닌 일로도 큰 싸움을 하기도 한다. 특히 코로나19를 겪었던 올해처럼 외출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생기면 부부간 마찰을 빚을 확률이 높다.
평화로운 부부관계를 위해서는 ‘따로 또 같이’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함께 보내는 시간과 혼자만의 시간을 균형 있게 배분하고, 각자의 시간을 존중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부부 여행을 갈 때 자신의 여행 스타일을 고집하는 대신 반나절 정도만 함께하고, 나머지 시간을 각자 원하는 곳에서 보낸다면 다투지 않고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이를 위해서 부부간의 대화시간을 의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의견 차가 생기더라도 생활 방식에 대해 끊임없이 상의하고 조율해야 한다. 대화를 나누는 중 언쟁이 벌어질 때는 ‘싸움 규칙’을 세우는 것이 좋다. ‘집 나가지 말기’, ‘문제가 되는 것만 얘기하기’, ‘이혼 들먹거리지 말기’ 등 갈등의 불씨를 키우는 행동을 금지하고, ‘먼저 사과하기’, ‘화가 풀리지 않았더라도 손 잡아주기’ 등을 규칙으로 정하면 잦은 싸움을 줄일 수 있다.
스포츠부터 종교, 봉사, 명상, 요리, 예술 등 함께 즐길 수 있는 취미를 찾는 것도 서먹한 관계를 개선하는 방법 중 하나다. 취미활동을 같이 하다 보면 자연스레 화젯거리는 늘고, 즐거움은 배가 된다. 이때 자신의 취미를 배우자에게 강요하지 말아야 하며, 배우자의 취향에 관심을 보이면서 함께 배워보려는 포용적인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배우자를 향한 비현실적인 기대는 줄이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이는 자식 간의 관계에도 마찬가지다. 강학중 가정경영연구소 소장은 “가족은 모든 인간관계의 기본이자 출발점”이라며 “배우자가 자신을 위해 희생해주길 바라는 이기적인 마음은 비우고, 서로의 노고에 항상 감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력적인 벗이 되어라
가족을 제외하면, 은퇴한 시니어의 인간관계는 학창 시절 동창 등 친밀한 관계 위주로 재편된다. 하지만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이라고 모두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매일 은퇴를 꿈꾼다’를 쓴 한혜경 전 호남대학교 사회복지학 교수는 “핸드폰 속 전화번호부에 수백 명의 이름이 저장되어 있지만, 정작 마음속 이야기를 나눌 사람은 없는 은퇴자를 많이 만나봤다”며 “인맥의 많고 적음보다는 마음 맞는 관계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매일 만날 수 있는 친구가 세 명만 있어도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봐도 양보다는 질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특히 말끝마다 불평불만을 쏟아낸다거나 걸핏하면 화를 내는 등 만났을 때 기분 좋은 에너지보다 불편함을 주는 사람은 알고 지낸 세월에 관계없이 자연스레 꺼려지게 마련이다. ‘앵그리 올드’(Angry old, 성난 노인)가 판치는 세상에 ‘앵그리 프렌드’와 가깝게 지내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어떤 사람을 자주 만나고 싶은지, 또는 만나고 싶지 않은지 생각해보면서 자신 역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며 관계를 형성해나가야 한다.
매력적인 친구가 되려면, 힘든 일이 있을 때 위로하고 도와주는 것도 좋지만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는 태도 도 중요하다. 가령 독서모임에 가입하자고 제안하는 친구에게 “이 나이에 눈도 피곤한데 무슨 책을 읽느냐”며 재를 뿌리는 대신, “용기가 부럽다”고 힘을 북돋워주는 것이다. 물론 나이가 들수록 면전에 대고 쓴소리를 하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애정 어린 관심으로 지적을 해주는 사람도 필요하다. 결국 잘못된 생각이나 행동은 바로잡아주면서도, 중요한 순간에는 든든한 힘이 되어주는 사람이 좋은 벗이라 할 수 있다.
새로운 만남으로 삶을 물들여라
하지만 같이 있으면 편하다는 이유로 친구관계에 ‘올인’해서도 안 된다. 가장 최근 자신의 모습을 잘 알고 이해하는 사람들은 은퇴 직전까지 함께한 공적 관계망의 사람들이다. 이들과는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간 경험이 있기 때문에 친구와는 또 다른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 뜻밖의 만남에서도 소중한 인연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새로운 관계맺음에 도전해보는 것도 유의미하다. 예컨대 영화나 악기, 특정 스포츠 등 관심사나 흥미를 공유하는 모임에 가입해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을 만나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나이나 조건에 따라 관계를 구분 짓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유연한 시각과 공감 능력을 갖추고, 나이 차이가 나도 절친이 될 수 있다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젊은 세대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며 신선한 자극도 받고, 배울 건 받아들이다 보면 삶은 더욱 풍성해진다.
과거에는 평균수명이 60~70세였다. 이 시절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녀와의 관계를 중시하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100세 시대인 오늘날은 자녀와의 관계만큼이나 부부, 친구, 사회적 관계가 중요해졌다. 노후에는 특히 열정을 나눌 관계에 투자하고, 더 매력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면 은퇴 후에도 다양한 사람과 교류하며 인생을 풍부하게 채워나갈 수 있다.
도움말 강학중 가족경영연구소 소장, 한혜경 전 호남대학교 사회복지학 교수
내일은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이다. 사상 초유의 전염병을 버텨낸 해의 마지막 계절이기도 하다. 올 한 해는 유난히 힘들고 지치는 일이 많았지만, 이번 겨울 만큼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웃으며 포근하게 보낼 수 있기를 기도해본다.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브라보 독자들의 얼어붙은 마음의 온도를 녹여줄 90년대 로맨스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소개하는 작품들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Sleepless In Seattle, 1993)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건축가 ‘샘’(톰 행크스)은 슬픔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들 ‘조나’(로스 맬링거)와 시애틀로 이사한다. 그러나 샘은 이사한 뒤에도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이를 안타깝게 여긴 조나는 크리스마스이브 라디오 프로그램에 새엄마가 필요하다는 사연을 보낸다. 한편 미국 반대편에 사는 신문 기자 ‘애니’(맥 라이언)는 약혼자 ‘윌터’(빌 풀만)와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 이 사연을 듣게 되고, 샘에게 강한 운명적 이끌림을 느낀다. 약혼자가 있지만 샘이 궁금해진 애니는 그를 만나기 위해 머나먼 시애틀로 향한다.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은 미국 서부 끝에 사는 남자와 동부 끝에 사는 여자가 크리스마스이브에 보낸 라디오 사연을 계기로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셀린 디온과 클라이브 그리핀이 듀엣으로 부른 주제곡 ‘웬 아이 폴 인 러브’(When I Fall In Love) 등 달콤한 OST와 겨울 시애틀의 낭만 가득한 야경이 로맨틱한 분위기를 달군다.
2. 비포 선라이즈 (Before Sunrise, 1995)
비엔나에서 파리로 향하는 유럽횡단 기차 안, 파리로 돌아가는 ‘셀린’(줄리 델피)은 시끄러운 독일 부부를 피하기 위해 자리를 옮기다 미국 남자 ‘제시’(에단 호크)를 만난다. 짧은 인사로 말문을 튼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며 서로가 잘 맞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깊고 진지한 이야기까지 주고받으며 서로에게 빠져든다. 이대로 셀린과 헤어지는 것이 아쉬운 제시는 비엔나에서 함께 내리자는 돌발 제안을 하고, 두 사람은 늦은 오후부터 다음 날 아침 해가 뜨기 전까지 짧지만 뜨거운 사랑을 펼친다.
영화 ‘비포 선라이즈’는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남녀가 하루 동안 비엔나를 함께 여행하며 오랜 연인처럼 사랑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속편으로 ‘비포 선셋’(2004), ‘비포 미드나잇’(2013)이 있으며, 9년 간격으로 촬영해 풋풋한 20대 청춘 시절부터 중년이 된 셀린과 제시의 모습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 비엔나, 파리, 그리스의 아름다운 풍광이 감동을 더한다.
3.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My Best Friend's Wedding, 1997)
대학 시절 연인이었다 친구 사이가 된 ‘줄리안’(줄리아 로버츠)과 ‘마이클’(더모트 멀로니)은 28세가 될 때까지 짝을 찾지 못하면 함께 결혼하자는 장난스러운 약속을 맺는다. 하지만 약속한 시간이 다가오기 전 마이클 앞에 아름다운 ‘키미’(카메론 디아즈)가 나타나고, 마이클은 줄리안에게 결혼할 상대가 생겼음을 고백한다. 소식을 들은 줄리안은 그제야 자신이 그를 사랑하고 있었단 사실을 깨닫고, 마이클의 결혼식을 망치기 위해 엉뚱한 작전을 짜기 시작한다.
영화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은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세 남녀의 엇갈리는 관계를 코믹하면서도 현실적으로 다룬다.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 줄리아 로버츠와 카메론 디아즈의 ‘리즈’ 시절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지성언 차이나다 대표는 과거 모 패션 대기업 중국 법인장을 지낸, 자타가 공인하는 1세대 중국통이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통보된 퇴직 소식에 쓰라린 시간을 맞이해야 했다.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무너지지 않았고, 되려 적극적으로 제2의 인생 기회를 모색했다는 점이다. 이제는 중국어 교육 스타트업 기업 차이나다의 공동대표이자 SNS 시니어 패셔니스타, 그리고 안티에이징 노하우를 알려주는 책 저자로 자리 잡았다. 그를 만나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와 묘미를 찾는 시간을 가졌다.
“환갑이 되던 해에, 앞으론 매년 한 살씩 더 먹는 게 아니라 한 살씩 빼며 살겠다고 다짐하고 주위에 공언도 했습니다. 덕분에 올해 주민등록증 나이 65세인 저는 아직 55세 팔팔한 청춘입니다. 그리고 이제 몇 해만 더 지나면, 드디어 40대에 진입하게 된다고 생각하면서 젊게 살기 위한 고된 그러나 즐거운 행군(?)을 오늘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대중에게 지성언 차이나다 대표는 일반인임에도 친숙하게 다가온다. 출판계에서, SNS에서 그는 이미 그 누구보다도 유명한 시니어들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상하이에서 길거리 캐스팅이 돼 TV 광고를 찍을 정도로 성숙한 세련미가 돋보이는 그지만, 정작 자신은 옷을 그리 많이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의외다.
시니어 패셔니스타의 코디법
“제가 직접 작정을 하고 구매한 옷은 별로 없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패션 대기업의 중국 법인장으로 지내다 보니 자연스레 자사 브랜드 옷을 얻을 기회가 많았고 패셔니스타로 알려진 뒤로는 협찬도 꽤 받았습니다. 그 결과 옷은 많지만, 구매할 때부터 매칭을 고려하고 산 옷들은 별로 없어요. 가지고 있는 아이템들을 어떻게 조합하고 매치해서 멋스러움을 창출할까 생각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지 대표는 단순히 옷에만 의지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므로, 구두나 운동화, 양말 같은 소품으로 변화를 많이 주고, 팔찌 등의 액세서리로 살짝 에지를 더하는 방법을 애용한다. 그의 패션 포인트를 요약하면 ‘재킷은 기본에 충실하되 젊은 실루엣의 팬츠, 그리고 애교 있는 액세서리다.’ 그는 “그래서 악마는 디테일에 있는 것이죠”라고 말하며 웃는다.
“재킷은 가능하면 다소 짧은 기장으로 상하 비율이 좋아 보이게 하고, 팬츠의 밑단 폭은 18cm 전후로 하고 기장은 복숭아뼈가 보일락 말락 하는 정도로 맞춰야 전체적으로 젊고 세련된 느낌을 줍니다. 상·하의가 다소 밋밋하면 과감한 신발로 액티브함을 더하기도 하고 재킷에 부토니에르를 꽂아 클래식함을 연출하기도 하죠.”
은퇴 후에는 ‘나눔’이 삶의 방향
패션 철학에 대한 단호하고 간략한 설명을 듣다 보니 지 대표의 경력이 다시금 떠올랐다. 과거의 경력과 함께, 그는 지금 스타트업 기업의 대표이자 자신의 안티에이징 노하우를 소개한 책 ‘그레이트 그레이’의 저자이기도 하다. 여러 가지 일로 제2의 인생을 채우는 지금의 그를 행복하게 만드는 요소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오래전부터 은퇴 후에는 ‘나눔’이 삶의 방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왔습니다. 30년 넘게 중국 주재원을 했던 사람으로서 그 경험과 노하우를 후학들과 나누는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합니다. 인생 2막의 큰 방향과 지금 하는 일이 같은 곳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그레이트 그레이’를 쓴 것도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한다. 그동안의 경험, 특히 은퇴 후의 새로운 도전들과 그로부터 얻은 행복의 비결들을 여러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는 것이다.
“책이 나온 후 강연 요청이 많이 들어왔어요. 제 강연을 들은 분들이 인생 2막 설계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피드백을 주실 때 더없이 행복함을 느낍니다. 말로만 듣던 ‘선한 영향력’을 조금이나마 미치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뿌듯할 때가 많습니다.”
그는 책을 낸 덕분에 방향을 다잡으며 삶에 대한 다짐도 한 번 더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책을 쓰지 않았다면 어쩌면 포기했을지 모르는, 책 속에서 언급한 소위 ‘멋있게 나이 드는 법’들은 독자들과의 약속이니만큼 계속 견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위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어요, 설령 다른 사람들은 모를 수 있어도 저 자신은 알잖아요? 저부터 배신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소위 마인드 에이지(Mind Age)를 매년 더 젊게 가지니, 자연스럽게 그에 걸맞은 피지컬을 갖추기 위해 운동도 열심히 하게 되었다. 그리고 패션 감각도 해가 갈수록 더 젊어졌다. 쉽지 않은 일들일 텐데, 얘기를 듣다 보니 자연스레 그가 무척이나 즐겁게 나이 들어가고 있기에 그런 삶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 뛰는 일은 도전만으로도 승리한 것
“일단 초긍마(초긍정 마인드) 스위치를 켜야겠지요. 그러면 세상이 달라 보입니다. 크고 작은 재미 요소도 많아집니다. 그 재미 요소를 진짜 재미로 승화하려면 평소 습관이 중요합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하잖아요? 일상의 작은 것에서 자주 행복을 느끼는 소확행을 꾸준히 실천하다 보면 그게 일상이 되고, 행복한 일상이 모여 재미있게 나이 들어가게 되는 거죠.”
지 대표는 즐겁게 나이 드는 대단한 비법은 없다고 단언한다. 어쩌면 아는 사람한테는 식은 죽 먹기처럼 쉬운데, 모르는 사람들한텐 너무 어려운 게 재미있게 살면서 나이 들어가는 게 아닐까? 그는 소확행이라는 단순하고 우직한 해법을 확고하게 믿기에 그게 가능한 사람인 듯했다.
“먼저 자신을 살펴보세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일에 가슴이 뛰는지…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일, 잘할 수 있는 일, 가슴 뛰고 즐거운 일들을 리스트 업한 후에 자신의 능력 범위 내에서 하나씩 해보는 겁니다. 은퇴 후의 이런 도전들은 굳이 대단한 목표일 필요도 없습니다. 도전해보는 것 자체가 즐겁고 행복하면 결과에 관계없이 이미 그 도전은 성공한 것이고 당신은 승리자입니다.”
부부관계의 해법은 ‘공감’과 ‘공간’의 조화
지 대표를 촬영하는 날, 아내도 함께했다. 그가 아내와 친구처럼 잘 지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부부 사이는 곧잘 위기에 처한다. 그가 생각하는 중년 부부의 아킬레스건과 위기 대처 비법은 무엇일까?
“은퇴 후 인생 2막을 열어가는 중년 부부들이 친구처럼 잘 지낼 수 있는 비법은 부부가 아니라 친구처럼 지내는 것입니다. 친구처럼 잘 지내기 위해선 ‘공감’과 ‘공간’의 적절한 조합이 필요하고요.”
나이 들수록 부부 사이에는 대화가 줄고 공감 능력, 공감할 소재도 사라지기 마련이다. 그는 부부끼리 할 수 있는 놀이나 취미를 일부러라도 갖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그가 촬영 현장에 아내와 동행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남편이 하는 일에 아내도 참여하면 공감대가 확대되기 때문이다.
“부부가 함께하면 좋은 운동 중 최고는 걷기입니다. 같이 걷는 동안 그냥 걷기만 하지는 않잖아요. 우리 부부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쉼 없이 주고받습니다. 부부가 걷는 시간을 자주 가지면 건강은 물론, 따로 소통의 시간이 필요 없을 정도로 공감 능력이 증가됩니다.”
아울러 지 대표는 중년 부부들에겐 ‘공감’, ‘함께하기’도 중요하지만 ‘공간’, ‘따로 하기’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년 부부들은 자기 자신이 아닌 배우자와 아이들을 위해 인생의 거의 모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제야 아내나 남편으로서가 아니라 오롯이 자신만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과 여유가 생기는 시점입니다. 따라서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지요. 각자 하고 싶고 좋아하고 가슴 뛰는 일은 따로 있습니다. 배우자가 원한다면 딴지(?) 걸지 말고 허락해주세요. 그렇게 일정 부분 상대방만의 ‘공간’을 허락해야 친구처럼 잘 살 수 있습니다. 상대는 내 아내, 내 남편이기 훨씬 이전부터 독립된 한 인간이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미래와 연결된 시니어가 돼라
얘기를 듣다 보니 그가 겉으로만 젊어지려는 게 아니라 내면적으로도 젊어지려 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SNS를 계속 하고 있는 이유 또한 그러한 생각에서였다.
“100세 시대죠. 아직도 몇십 년은 더 살아야 하는데, 다가올 미래와의 접속은 꼭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세상으로부터 소외되지 않거든요. 흘러간 옛 노래를 부르며 추억만 먹으며 살기엔 남아 있는 시간이 너무나 길어요. 그러므로 SNS 같은 새로운 소통 도구들도 적극 활용하고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손주들과의 소통도 SNS로 해야 더 활발해지고 공감대도 넓어집니다.”
손주 얘기가 나오니 그에게서 슬그머니 웃음이 배어 나왔다. 시니어 패셔니스타에게도 손주는 생각만 해도 즐거워지는 존재인가보다. 그에게 손주의 존재는 지켜야 할 삶의 법칙을 다시금 되새기는 이유가 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그는 목숨 다하는 날까지 멋진 삶이 무엇인지 보여주려 애쓰다 떠난, 닮고 싶은 진짜 어른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손주들아! 몇 년만 더 지나면 너희들은 훌쩍 클 것이고 할아버지는 오히려 작아지고 허리도 굽고 더 쭈글쭈글해지겠지. 그때 냄새 난다고, 말 제대로 못 알아듣는다고, 걸음 늦다고 타박하기 없기다. 그냥 지금처럼 할아버지를 보면 빛의 속도로 활짝 웃으며 달려와서 와락 안겨주렴. 그리고 귀에 대고 조금 큰 소리로 이렇게 말해주렴. ‘할아버지 사랑해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