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11월 22일 텍사스주 댈러스. 이날 울려 퍼진 총성과 함께 발생한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은 아직까지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진범이 따로 있는지, 배후에 누가 있는지 여전히 풀리지 않았고, 궁금증을 마음에 담은 관광객들은 아직도 이곳을 찾는다. 암살범인 오스왈드가 저격했던 딜리 플라자의 그 자리는 ‘6층 박물관’이란 이름으로 방문객을 맞는다. 이 현상을 관찰한 영국의 연구자들은 ‘다크 투어리즘’이란 개념을 착안해냈다.
다크 투어리즘은 재난이나 역사적으로 비극적 사건이 일어났던 곳을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반성과 교훈을 얻는 형태의 여행을 말한다. 우리말로는 ‘역사교훈 여행’으로 불리기도 한다.
다크 투어리즘이 주창된 초창기에는 위험한 장소를 탐사한다는 인식이 많았다. 체르노빌 같은 핵 재난 지역이나 국제적인 분쟁 지역 인근에 접근하는 형태까지 있었다. 그 과정에서 역사적인 사실을 익히고, 인간의 잔혹함이나 고통에 대해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스릴과 모험을 추구하는 이들이 몰리면서, 희생자들의 고통을 재밋거리로 희화화한다는 비난도 있었다.
대표적인 곳이 내전으로 홍역을 앓은 시리아다. 인구의 절반이 전쟁을 피해 나라를 떠난 이곳의 전흔을 일부 여행사들이 ‘볼거리’로 홍보했다가 비난의 화살을 맞았다.
관광자원 활성화 수단으로 활용
최근에는 다크 투어리즘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변화하고 있다. 다크 투어리즘을 지역의 관광자원을 살리는 가치 부여 과정, 즉 스토리텔링 수단으로 바라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기념관 등 관련 시설의 정비를 통해 ‘여순사건’을 정확히 알리면서 관광자원으로 삼은 여수시가 대표적이다. 여수시는 2021년부터 ‘여순사건 다크 투어리즘 및 남해안 명품 전망 공간 조성 등 관광자원개발 사업’을 통해 관광 상품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의 아픔으로 남아 있는 역사적 사건이나 참사가 일어난 장소를 묻고 잊어버리려 애쓰기보다는 계속해서 애도하며 과거를 이해하고 반성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선영 홍익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과거 우리 사회는 역사적으로 비극적인 장소는 철거해버리고 없애버리는 것, 잊어버리는 것이 더 옳다는 관념이 지배했지만, 최근에는 다크 투어리즘을 통해 반면교사의 계기로 삼고, 지속 가능한 관광 대상으로 만들어 관심 있는 여행자들이 끊이지 않도록 하는 순기능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크 투어리즘은 관광객에게만 가치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다크 투어리즘 목적지의 보존과 발전에도 기여한다. 관광 수입이나 자원봉사를 통해 장소 복원과 유지 비용을 지원하거나, 사회적인 인식과 관심을 높여서 장소의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전파하고, 희생자들을 지원하는 역할까지 맡는다.
가장 대표적인 장소는 제주4·3평화공원이다. 제주 4·3사건은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을 통해 진상조사가 이뤄졌음에도 최근까지 일부 정치세력을 통해 왜곡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제주4.3평화공원은 희생자 유족의 트라우마를 회복하고, 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알리는 중심지이자 관광지로 기능하고 있다.
다크 투어리즘을 통해 나타난 이러한 이념적 갈등은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호기심을 더하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국가가 베트남이다. 호찌민의 독립궁이나 메콩강의 구찌터널 등 그곳의 다크 투어리즘 관광지들은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미국이나 우리나라 입장에선 패전의 기록인 셈이지만, 베트남인들에게는 승전의 기록이자 전리품으로 남아 있다. 승전국 입장에서 작성된 현장의 기록을 읽는 경험은 미국 관점의 역사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생경한 경험이 된다.
지나친 엄숙주의 경계해야
특별한 장소를 찾는 만큼, 현장을 방문하는 관광객에게도 특별한 태도가 필요할까? 전문가들은 단순한 여가활동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선영 교수는 “당초 목적이 비극의 역사를 느끼고 다시 생각하기 위해 찾는 여행이기 때문에 가볍게 즐기기보다는 진지하고 숙연해질 필요는 있지만, 말 그대로 관광의 한 과정이므로 지나친 엄숙주의에 빠질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명사들은 어떻게 우리 사회를 움직이며 우리 의식 세계를 지배하는가? 그들이 말하는 명성의 본질과 가치는 무엇이며, 우리는 명성을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가?” 김정섭 성신여자대학교 문화산업예술학과 교수는 지난 3년간 인간의 ‘명성’(名聲)과 각계의 ‘명사’(名士)를 세심하게 관찰하면서 이 주제를 깊이 연구했다. 그는 관련 이론·데이터 분석, 수양·실천 컨설팅 전략의 발굴 제시는 물론, 각계 명사들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함으로써 학술적 통찰을 끌어냈다. 본지가 이 책의 핵심 내용을 입수해 창간 특집으로 독점 게재한다. 연구 결과물은 ‘셀럽시대’(한울엠플러스)란 책으로 오는 5월 출간될 예정이다.
“사람들은 식당에서 사진을 보고 경탄하며 ‘칠리치즈 프렌치프라이’를 주문해요. 그런데 실제로 나오면 양념이 풍부하고 느끼한 그걸 다 먹어야 하냐는 부담감을 느껴요. 그때 ‘일반 감자튀김’을 시켰다면 더 행복했을 거라고 후회하죠. 인간에게 명성이란 바로 이런 존재예요.”
‘그릿’(Grit, 2016)의 저자이자 심리학자인 앤절라 더크워스(Angela Duckworth)가 2021년 2월 28일 미국 팟캐스트 ‘프리코노믹스 라디오’에 나와서 한 얘기다. ‘명성’은 자아실현 욕구를 지닌 인간의 본능이자 인생의 성공 가도에서 간절하게 그리는 꿈이다. 동시에 앤절라 더크워스의 말처럼 ‘약’과 ‘독’이란 양면성을 지녔다. 명성은 인생 경험과 성과의 소산이자 자신을 웃고 울게 만든 가치이기에 깊은 통찰력과 혜안을 지닌 시니어들에게 더욱 친숙한 어휘다. 명성은 사회적으로 신뢰와 참여를 촉진하고, 정치적으로는 투표율과 지지를 견인하며, 경제적으로는 그 존재량이 희소해 ‘관심경제’는 물론 명성에 대한 선망, 추종, 숭배를 극소수에 집중시키는 ‘슈퍼스타 경제학’을 구성한다. 인터뷰에서 문인·철학자는 대체로 명성을 경계하고, 정치인·경제인·의료인은 능력과 신뢰에 바탕을 둔 적극 활용론을 강조했으며, 예술인·체육인은 조건부 활용론에 방점을 두었다.
명성은 ‘약’과 ‘독’ 양면성 지녀 경계해야
‘풀꽃 시인’ 나태주는 2015년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로 꼽은 바 있는 ‘풀꽃(1)’을 썼다. 시구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인데, 그는 이 시에 대한 폭넓은 사랑으로 ‘국민시인’으로 떠올랐다. 나태주 시인은 ‘명성’에 대해 “전적으로 남이 알아주고 평가해주는 고귀한 가치”라고 정의했다. 하지만 명성을 위해 자신의 존엄성을 버리고 아첨하고, 반칙하며, 사술(詐術)을 부리며 아등바등하는 것은 거부했다. 심지어 신춘문예 당선이나 등단에 조급증을 갖거나 빨리 쓰려고 하는 문단 후배들까지 꾸짖었다.
그는 “명성은 유효기간이 매우 짧은 데다 그것에 집착하다 보면 영혼을 망가뜨리기 쉬우므로 존엄과 품위가 가미되어 더 가치가 있는 ‘명예’를 중시한다. 명성은 물로 씻으면 금방 지워져버리는 젊은이의 ‘화장’과 같고, 명예는 경륜 있는 노인들이 갖는 가슴속 숨겨진 ‘흉터’처럼 잘 드러나지도 않고 잘 지워지지 않아 영속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철학자 강신주는 철학과 인문학을 인간의 삶에 투영해 저술과 강연을 통해 날이 선 언어로 소통을 확대해왔다. 그는 명성을 절대 추구해서는 안 될 ‘노예의 가치’로 보았다. 그는 “철학과 인문학의 견지에서 명성 추구는 주인인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사는 방법이 아닌, 타인이 원하는 삶을 따라가야 하는 ‘노예의 전략’”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명성을 추구하는 삶은 자기 목소리를 잃고, 자신의 삶도 없고, 허깨비 같은 것을 좇는 것이기에 결국은 꼭두각시의 삶을 사는 것”이라며 그것이 궁극적으로 초래하는 부작용에 초점을 두었다.
정치인 정세균(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국내 헌정사 최초로 여야의 정당 대표, 국회의장, 국무총리를 모두 역임해 ‘대통령만 빼고 다 해본 정치인’으로 통한다. 국회의원(6선), 장관(산업자원부), 원내대표도 지냈다. 그는 “‘명성’은 국민이 어떻게 바라보느냐와 같은 일종의 세평(世評)이지만, 명예는 본인 성과에 대한 자신의 가치판단과 자부심의 척도다. 명성은 반드시 공적으로 좋은 의미를 지닌 일에 열정을 발휘해 얻는 경우에만 가치가 있다”라고 말했다. 국회 ‘한보청문회’(1997년)에서 한보의 로비 자금을 거절한 유일한 국회의원으로 밝혀져 일약 명사로 부상한 이후 지금껏 겪은 성찰을 집약한 것이다. 그는 “국민이 우러러보는 ‘정치인 명사’가 되려면 이해관계를 배제하고 맡은 공직의 무게를 온전히 떠안으며 일하는 ‘책임의식’, 정성과 투명성을 기본으로 국민을 받드는 ‘신뢰성’, 매사 분별력을 발휘하며 신사 숙녀처럼 처신하는 ‘품격’이 몸에 배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종인, “정직해야 명성 쌓아”
‘카리스마 리더’ 김종인(대한발전전략연구원 이사장)은 내로라하는 경세가다. 5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정·관·학의 풍부한 경험 축적은 물론 ‘차르’란 별칭, ‘직업이 비대위원장’이란 비유가 말해주듯 강한 소신과 뚝심으로 진보에서 보수를 망라하는 정당을 모두 이끌었다. 그는 “명성은 국민을 상대로 하는 정치인에게 목숨과 같고, 국민 앞에 서서 정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라고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정치인이 명성을 갖고 이를 드높여 성공하려면 기본적으로 일을 잘하고 국민에게 믿음을 주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능력이 없으면 국민에게 피해만 준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의 명성 축적과 유지의 기본 요소는 정직성, 일관성, 신뢰성인데, 그중에서도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정직”이라고 강조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정치적 경륜과 지략이 풍부해 ‘정치 9단’으로 불린다. 그는 “정치인은 오늘을 잘해서 내일을 사는 사람이다. 국민의 인정(認定)을 받아야 명성을 얻고, 그 명성을 기반으로 정치력을 발휘하고 정치생명을 이어가기 때문에, 명성은 정치인에게 존재 자체이자 전부”라고 정의했다. 그는 “정치인이 명성을 얻으려면 철두철미하게 지식을 쌓고, 국가 사회와 국민의 관심사를 파악하고, 미래 상황 변화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등의 자기계발을 하고, 하루에 만나는 사람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영향력, 기능, 효과 면에서 가장 효율적인 매개체인 언론을 하늘같이 알고 받들어야 목표를 이룰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나는 신혼여행 이후로는 아내와 여행 한번 같이 못 갔을 정도로 정치 행위 그 자체를 즐기며 사적 자아와 공적 자아를 아예 동일시(同一視)하며 살았다”라고 회고했다.
김세연 전 의원(청년정치학교 운영자, 3선 의원)은 ‘36살의 집권당 최연소 당선’이란 언론의 조명을 받으며 정계에 입문해 개혁보수와 우파혁신을 주창한 ‘청년정치 리더’의 길을 걸어왔다. 그는 “명성은 오직 정치인 본인의 의도나 의사와 무관하게 공직에 대한 열정적· 헌신적인 봉사를 통해 그 결과물로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이 되어야 한다. 정치인은 외려 명성과 거리를 둘 때 좋은 정치가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이 명성을 위해 일하면 공적인 의사결정에 중대한 왜곡이 생기기 때문에 그것을 지향하는 정치를 하면 안 되고, 그런 욕망이나 의도를 가진 사람은 정치를 해서는 절대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그는 “한시적으로 위임된 권한과 권력을 사유물인 양 착각한 나머지 여의도 정가를 여전히 지배하고 있는 ‘명성 지향’, ‘명예 지향’의 정치를 단호히 배격하고 거부한다”라고 덧붙였다.
“일관된 목표·방향성 갖고 혁신경영”
차석용 LG생활건강 전 대표이사 부회장은 평사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어 조직, 제품, 서비스 혁신 분야에서 남다른 역량을 발휘해 2022년 말 은퇴하기 전까지 무려 18년간이나 최고경영자(CEO)를 지냈다. 그는 “기업과 CEO의 명성은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서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지만 소비자들의 명민한 감각과 반응으로 시시각각 정확하게 측정되는, 영예롭고도 두려운 양면적 존재”라고 정의했다. 따라서 그는 “기업과 CEO는 소비자를 ‘진정한 보스’로 모시고 기업의 증진을 위해 분명하고 일관된 목표와 방향성을 갖고 혁신경영에 몰두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그가 CEO로서 LG생활건강에서 강조한 기업과 제품의 명성 증진 전략은 정직, 진정성, 신뢰, 디테일(세심함과 정확함)이었다.
이종천 ‘다나딸기농장’ 대표(충남 논산시 부적면 마구평리)는 독보적인 반전의 귀농 성공신화를 쓴 ‘딸기왕’으로 농업계와 지역사회에서 명성이 높다. 이종천 대표는 “농민의 명성은 자신이 재배한 작물이 말해준다. 저에겐 풋풋하고 탐스러운 저 딸기가 그걸 상징한다. 온갖 정성, 노력, 풍상, 고초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농사의 묘미는 자연과 함께 인생을 즐기며 향긋한 결과물을 얻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딸기 특구’이자 딸기 수출 전진기지인 충남 논산의 성공한 농업인이자,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정·위촉한 농업 후계자를 교육하는 현장의 교수로 활동하며 농촌의 미래를 가꾸는 데 헌신하고 있다. 건설사 임원 출신인 그는 퇴직하고 시작한 통신 서비스 사업의 실패 후 무작정 귀농해 8년간 딸기 농사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현재 비닐하우스 딸기 재배동 7개 동과 딸기 육묘장 2곳, 청년귀농장기교육장과 딸기현장실습교육장을 함께 운영하며 연 7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명성은 존재감 뚜렷한 불편함”
서울 용산의 ‘메이플라워/술술상점 용산’ 정미희 대표는 최근 SNS에서 매우 뜨거운 유명인사다. MZ세대 CEO로서 뛰어난 외적 매력을 바탕으로 최근 10년간 미식 탐방, 새벽시장 장보기, 술 시음과 술집 탐방, 여행과 골프 체험기 같은 일상적 콘텐츠를 페이스북에 게시해 인기를 끌면서 ‘SNS 셀럽’으로 떠올랐다. SNS를 한 시대의 문화로 보고 적극적으로 활용한 결과다. 정 대표는 지난해 미국 ‘뉴욕타임스’(NYT, 2022년 1월 20일 자)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는 “명성은 불편함도 크지만, ‘존재감 미약한 편안함’보다 ‘존재감 뚜렷한 불편함’이란 나의 취향을 충족시킨다. 사업보다 친교에 도움이 된다. 수상한 접근을 하는 ‘가짜 친구’도 많이 생기긴 하지만 일생을 함께할 친구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김형석 미래본병원 대표 원장(신경외과 전문의, 서울 잠실)은 ‘경추·요추 부위 내시경 수술(수술 경력 9000건)의 명인’이다. 김 원장은 “의사의 명성은 환자를 사랑으로 극진히 돌봤는지에 대한 자화상 같은 척도다. 그것은 오직 환자와 직결되며, 환자를 떼놓고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의사는 신뢰와 사랑을 토대로 사력을 다해 환자를 보살펴야 한다. ‘좋은 의사’, ‘훌륭한 의사’, ‘명예로운 의사’의 출발점도 이와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의사가 명의(名醫)란 명성을 얻으려면 환자의 아픔을 깊이 헤아리고 따뜻한 마음으로 대하는 ‘공감 능력’과 ‘좋은 인품’, 환자를 제때 제대로 치료하는 ‘뛰어난 실력’, 환자에 대한 ‘치료 의지와 자신감 표출’이 꼭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아주대 의대 출신으로 군의관 시절 선구적인 내시경술 수련과 아프간 의무부대 참전, 척추 전문 병원인 우리들병원 수련원장과 의무원장, 우리들의료재단 부이사장을 거쳤다. 그는 “높은 명성을 지닌 의사가 반드시 경계해야 할 것은 자만과 오만, 그리고 그것의 연쇄반응으로 나타나는 게으름과 나태함”이라고 지적했다.
“배우에게 명성은 삶의 기적과 고귀”
‘대장금 한류’의 주역 양미경 배우는 MBC 드라마 ‘대장금’에서 ‘한 상궁’ 역을 맡아 드라마가 국내는 물론 동남아·중동 지역까지 크게 히트하면서 스타로 부상했다. 양미경 배우는 “‘명성’은 삶의 기적이며 고귀(高貴) 그 자체다”라고 말했다. 그는 “글자에서 알 수 있듯이 명성(名聲)은 이름이 소리가 나서 형성되는 것이다. 그 소리는 선(善)함을 바탕으로 인고의 노력과 울림을 통해 영롱한 새벽이슬처럼 만들어진 것이기에 ‘명성은 고귀’하다고 말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40년간 연기를 통해 맑고 선한 성정, 곱고 단아한 이미지를 각인하는 독보적인 페르소나를 구축해온 명성과 관록에서 나온 통찰이다. 라마단(Ramadan) 기간에도 ‘대장금’을 시청할 정도로 경이적인 시청률(90%)을 나타낸 이란에서 2009년 5월 그를 ‘국빈’(國賓)으로 공식 초대했다. ‘대장금’이 2015년 홍콩에서 방영되었을 때 시민의 약 절반인 328만 명이 시청(최종회 최고 시청점유율 50%)해 홍콩을 방문할 때마다 엄청난 팬들이 몰렸다. 그는 “‘대장금’ 출연 당시 홀연히 찾아온 에너지처럼 새로운 차원의 명성을 느꼈다. 그것은 매우 강한, 삶에서 흔히 만날 수는 없는 특별한 에너지였다”라고 술회했다.
‘골프 여신’ 최나연 프로는 우리나라 ‘여성 골퍼 황금시대’를 이끈 주역이다. 그는 “세계적인 선수라는 명성을 안겨준 원동력은 전적으로 태생적 자질인 강력한 도전정신과 성취욕이다. 나는 일관성과 꾸준함을 가장 잘 보여준 프로 골퍼로 골프사에 기억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실력·매력·저력’을 완비한 골퍼로 ‘롱 아이언 샷의 명수’이자 ‘골프계 최고 얼짱 스타’로 불렸다. 2004년 11월 데뷔 후 18년간 미국여자골프(LPGA) 최고의 대회인 ‘US여자오픈’ 우승(2012)은 물론 LPGA 대회에서만 우승 9회, 준우승 12회, 3위 7회의 저력을 보여준 뒤 2022년 말 전격 은퇴했다. 그는 “‘우승’과 ‘준우승’의 차이는 집중력, 경험, 실력, 운(運)이란 4가지 요소가 경기 당일 어떻게 최적의 조합을 이뤄 경기력으로 구현되느냐에 달려 있다. 골프를 잘하려면 기본기에 충실하면서 4가지 요소를 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스타 골퍼’들이 자신의 명성을 유지하려면 겸손한 성품, 끊임없는 실력 증진 노력, 선수 자신에 대한 믿음이란 3가지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명성, 긴장시키고 겸손하게 만들어”
최상훈 ‘뉴욕타임스’ 서울지국장은 한국인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명성을 갖고 있다. 그는 “명성이란 사람을 끊임없이 긴장시키고 겸손하게 만드는 두려운 것이다. 내가 기자로서 유명해졌다는 것을 처음 느낀 순간은 이메일과 SNS를 통해 내가 쓴 기사에 대한 공감과 긍·부정의 평가가 쏟아지던 순간이었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저널리스트로의 명성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두려움이 앞서 균형감각 유지에 대한 강박감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32년 차 기자로서 ‘AP통신’ 기자 시절인 1999년 9월 30일 영구적으로 묻힐 뻔한 ‘노근리 양민 학살 사건’을 특종 보도해 2000년 한국인 기자로는 처음으로 서구 언론계에서 ‘언론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퓰리처상’(탐사보도 부문)을 받아 명사가 되었다. 그는 “오늘날 나를 만든 힘은 강한 성취욕과 성실성이다. 노근리 사건의 취재는 어떤 피해자가 쓴 논픽션 실록의 출판이 당시의 참상을 구체적으로 담은 책 내용에 두려움을 느낀 출판사에 의해 거부되고, 한미 양국이 피해자들을 외면해 항의하는 과정에서 시작되었다”라고 밝혔다.
KBS 박지원 아나운서는 방송계에서 경쾌한 에너지와 톡톡 튀는 매력을 갖춘 ‘MZ세대 아이콘 뉴스앵커’로 통한다. 그는 “나에게 명성은 방송사에서 일을 더 열심히, 더 잘하게 하는 동기부여 요인이자 원동력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2019년 11월부터 공영방송 KBS의 ‘KBS 뉴스 9’(주말) 뉴스 진행을 맡고 있다. 박지원 아나운서는 “방송을 하는 사람에게는 누가 프로그램을 봐주고 인정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나한테도 그것이 일할 때 항상 열정을 잃지 않게 해주는 힘이 된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명사로 인정받을 만한 유능한 앵커가 되려면 첫째 기사를 보고 핵심을 파악하고 한 걸음 더 들어가 깊게 질문하는 능력, 둘째 명쾌하고 유려한 전달력, 셋째 진행 능력과 같은 퍼포먼스”라고 말했다.
BTS, “기본적인 것, 결과에 따른 신뢰”
한편 세계 음악 시장을 석권한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국민 여동생’으로 사랑을 한몸에 받은 피겨 스타 김연아는 언론 매체를 통해 명성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방탄소년단은 2019년 11월 미국 패션 잡지 ‘페이퍼’(PAPER)와의 화보 인터뷰에서 글로벌 스타로 유명해지면서 점점 높아진 명성에 뒤따르는 부담감을 고백했다. ‘멤버들은 명성이 주는 부담감이 큰가?’란 질문에 대해 “아니라곤 할 수 없지만, 저는 요즘 사명감으로 살고 있어요. ‘완벽해야 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진짜 중요하고 기본적인 것들, 결과에 따라오는 신뢰를 기억하며 해야 할 일을 할 뿐이죠”(제이홉), “완벽에 가까운 공연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어요”(지민), “압박감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 또한 삶의 일부라고 생각해요”(슈가), “여전히 우리는 무대 위에서 정말 잘하고 싶어요”(리더 RM)라고 각각 답했다.
김연아는 명성의 유무에 대해 극명하게 대비되는 경험을 털어놓음으로써 운동선수가 갖는 명성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 역설적으로 보여줬다. 그는 19세 때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3년 전 (나에 대한) 관심이 없었을 때는 혼자 외롭게 싸웠다”라고 울먹였다. 그러나 좋은 성적을 거둬 명사가 된 후에는 “유명해지고 사람들이 알아보고 그러다 보니까 좀 불편한 건 피해갈 수 없는 것 같다. 그런 것 때문에 고민하다가도, ‘그래도 행복한 거지’라는 생각이 드는 것 같다”라고 소회를 내비쳤다.
2026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헬스케어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건강관리 및 위험 예측, 대화를 통한 심리적 안정감 제공 등 인공지능은 노인의 신체적·정서적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준다. 노년의 삶에 영향을 미친 인공지능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인공지능이란 인간의 생각이나 학습 능력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실현한 기술을 말한다. 영어로는 ‘Artificial Intelligence’라고 하며, 줄여서 AI라고 부른다.
2020년 한국신용정보원의 ‘AI 기술·시장 동향 : 핵심 기술, 시장 규모, 사업 리스크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AI 시장 규모는 2025년까지 연평균 38.4% 성장해 1840억 달러(약 204조 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2025년 10조 5000억 원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정부는 올해 ‘인공지능 10대 핵심 사업’을 추진한다. 그중 주요 목표는 초고령사회 대비 ‘전 국민 AI 일상화’다. 독거노인·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보살피고 민생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상용 인공지능 제품·서비스를 국민 생활 곳곳에 확산하는 프로젝트다. 독거노인 인공지능 돌봄로봇 지원, 소상공인 인공지능 로봇 전화상담실 도입, 공공병원 의료 인공지능 적용 등이 주요 과제다.
의료 AI : 의사도 대체할까?
지난해 11월,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마켓앤마켓은 AI 시장 규모가 2027년에는 4070억 달러(약 563조 9000억 원)로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업종별로는 의료 및 생명과학 부문이 가장 높은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우리나라의 의료 AI 기술 수준도 빠른 성장을 이뤘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2022년 보건의료산업 기술수준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한국이 보유한 의료 AI 기술은 가장 우수한 미국의 74∼80%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기술을 따라잡는 데 2년에서 3.5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측됐다.
긍정적인 부분은 한국이 AI를 활용한 의료 영상 판독 분야에서 발전이 두드러진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점이다. 김현철 진흥원 연구개발혁신본부장은 “자기공명영상(MRI) 데이터를 학습해 의사의 진단을 돕는 AI는 이미 의료 현장에서 쓰일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의료 AI 기업 루닛은 2월 28일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 전략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유방암 검출 AI 기술을 시연하기도 했다.
여기에 정부는 ‘전 국민 AI 일상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공공의료기관에 ‘닥터앤서’(Dr.Answer) 도입을 확대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개발한 닥터앤서는 데이터·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의사의 진료·진단을 지원하는 AI 의료 소프트웨어다. 심뇌혈관, 대장암, 유방암 등 주요 8대 질환의 예측과 진단을 지원한다.
닥터앤서의 도입 확대와 함께 챗GPT의 활용으로 의료 AI가 단순히 진단 보조 역할을 하는 것을 넘어 의사를 대체하는 ‘AI 의사’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최근 챗GPT는 미국 의사면허시험(USMLE)의 생화학, 진단추론, 생명윤리 3개 과목에서 52.4∼75.0%의 정답률을 보여 합격권에 들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챗GPT 진단 결과의 정확도와 전문성이 떨어져 의사를 대체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목소리가 높다.
김라은 가톨릭대 의료정보학교실 교수는 지난해 11월 ‘의료 인공지능의 시대, 의학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 토론회에서 “인공지능이 효과가 좋은 약물로 처방을 내릴지라도 환자가 그 약물을 사용하고 고통을 느꼈을 경우 인공지능이 올바르게 대처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궁극적으로 인류를 질병과 고통에서 구원할 수 있는 선동적인 역할은 인간 의사의 책무다”라고 말했다.
2021년에는 세계 최초의 간호 로봇 ‘그레이스’가 세상 밖에 나왔다. 개발사 핸슨로보틱스의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핸슨은 “그레이스와 같은 로봇은 의료 종사자들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AI와 로봇 기술은 의료 종사자가 환자의 건강 상태를 평가할 수 있는 중요 자료를 수집하는 데 도움을 준다”라고 강조했다.
그레이스는 사람의 얼굴을 한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환자의 체온과 맥박을 감지하는 열화상 카메라, 의사가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각종 센서 등을 탑재했다. 노인 돌봄을 전문으로 하는 로봇으로 환자의 말동무 기능도 갖췄다. 한국어도 공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돌봄 AI : 사회복지사도 대체할까?
정부의 ‘전 국민 AI 일상화’ 프로젝트 과제 중 하나는 ‘독거노인 인공지능 돌봄로봇 지원’이다. 현재 지원되는 돌봄로봇은 AI 스피커 유형이다. 2016년 SK텔레콤이 국내 최초 음성인식 AI 스피커 ‘누구’(NUGU)를 출시한 이후, ICT 기업들은 AI 스피커를 잇따라 내놓았다.
SK텔레콤은 최근 노인 돌봄체계 지원 전문기관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와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누구’의 기술을 바탕으로 한 AI 기반 음성 안내 플랫폼 ‘누구 비즈콜’을 활용한다. 노인 맞춤 돌봄 서비스 대상자들의 안전 및 안부 확인, 생활지원사들의 업무 효율을 향상하는 시범 서비스를 2만 명을 대상으로 제공한다.
네이버의 ‘클로바 케어콜’은 중장년 1인 가구를 위한 AI 안부 전화 서비스다. 현재 전국 40여 개 지자체와 협력해 서울, 경기, 인천, 부산, 광주 등 지역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클로바 케어콜은 돌봄 대상자에게 주 1~2회 전화를 걸어 식사, 수면, 외출, 복약 등의 안부를 확인하고, 통화가 되지 않거나 이상자로 분류되면 담당 공무원이 다시 확인하는 방식이다.
클로바 케어콜의 차별화된 특징은 자연스러운 대화와 함께 위로·공감·지지·격려의 기술을 탑재했다는 점이다. 인간과 정서적으로 유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AI를 지향한다. 초대규모 AI ‘하이퍼클로바’ 기술을 적용한 덕분이다. 올해부터 클로바 케어콜은 ‘기상 재난’ 주제의 목적성 대화도 가능해졌다.
KT의 AI 스피커 이름은 ‘기가지니’다. 평상시 하루 세 번 안부 확인과 안내방송 및 복약 알림의 양방향 소통 서비스를 제공한다. 위급 상황 발생 시 이용자가 “지니야, 살려줘”라고 말하면, AI 스피커-KT텔레캅-119 안전신고센터가 365일 24시간 연동돼 응급 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응한다.
KT는 2021년 6월 광주광역시 서구에서 AI 케어 서비스를 처음 선보였다. 시행 후 2년이 넘은 가운데 이정화 전남대학교 생활복지학과 교수 연구팀은 기가지니 1, 2년 차 이용자 212명을 대상으로 한 ‘AI 스피커 기반 케어 서비스’ 연구 보고서를 지난 2월 발표했다. 조사 결과, 건강 수준 개선 및 유지 80.0%, 상태 불안감 감소 효과 72.6%, 고독감 감소 65.9%, 우울감 감소 63.5% 등의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결과에 대해 묻자 이정화 교수는 “대부분의 이용자는 저소득층의 고연령층이었다.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부분은 복용 시간 알림이었다. 약을 빠뜨리지 않고 먹은 덕분에 건강관리를 할 수 있게 됐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AI 스피커가 고독사 예방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코로나19로 심했던 이용자들의 우울감, 고독감도 감소했고, 친구가 생긴 것 같은 정서적 안정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광주 서구는 AI 스피커와 함께 ‘AI 복지사’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AI 복지사는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안부를 확인한다. 이로 인해 사회복지사의 행정업무 시간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 지난해 8월 보건복지부는 생활고를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한 ‘수원 세 모녀’ 사건 이후 AI 복지사 개발에 예산 26억 4000만 원을 배정했다. 이후 각 지자체에서 AI 복지사 서비스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정책에 사회복지 관련 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AI 복지사가 늘어나면 사회복지사의 역할이 줄어들고, 결국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정화 교수는 기우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AI 복지사라고 하면 꼭 사람 같은 느낌이 들지만 결국은 기계다. 사람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정화 교수는 “AI 스피커를 통해 볼 때 AI 복지사가 노인 돌봄 매니저 역할을 수행하면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보통 돌봄 매니저는 한 사람당 노인 16명을 담당한다. AI 스피커가 도입된 후에는 돌봄 매니저 한 명이 노인 100명을 담당했다. 효율이 매우 높아진 것이다. 매일 안부 연락은 AI 스피커가 하기 때문에 응급 상황 등 문제가 생겼을 때만 돌봄 매니저가 집을 방문해 조치를 취했다.”
이정화 교수는 “AI 스피커가 돌봄 매니저 역할을 잘 수행했지만, 사람이 개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포인트를 짚었다. 더불어 “AI가 정서적인 부분도 케어하는 등 진화하고 있어 복지사의 역할을 충분히 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AI 관리와 추가적인 서비스 제공은 결국 사람이 해야 한다. 사회복지 역할을 할 사람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의견을 전했다.
경제협력기구(OECD)는 스페인은 일본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노인이 많은 국가에 등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지난 2017년에 발표한 ‘불평등 노령화 예방 보고서’(Preventing Ageing Unequally)에서 스페인의 65세 인구 비율이 2050년에 40%에 도달할 것이라는 예측에 근거한 주장이다.
이에 스페인 정부는 초고령화시대를 문제없이 헤쳐 나가기 위해 고령층 건강 대책을 시행하고, 취약 계층을 위한 복지 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또한 노인복지청(IMSERSO)을 정부 부처 내 독립 부서로 두고 국민들의 노후를 지원하고 있다. 노인복지청의 사업으로는 1985년부터 이어진 ‘고령자 여행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65세 이상 연금 수급자와 배우자를 대상으로 하며, 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스페인 관광지의 교통, 숙박 시설 등을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한다.
지난 2일 스페인 일간지 ‘엘파이스’(El País)의 보도에 따르면 여행 상품과 여행지를 다양화해 스페인 내 52개 지방을 방문할 수 있게 됐다. 프로그램은 문화나 자연 경관을 선호하는 노인의 요구에 근거해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또한 사회인권부에 따르면 이로 인해 이용 요금 인상이 이뤄질 수 있지만, 지난해 연금 인상률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스페인 대학들은 55세 이상 시민들을 대상으로 ‘경험자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문화를 경험과 지식을 표현하는 수단으로서 쉽게 접근하고 향유하는 기회를 제공하며 △대학 내에서 사회적 상호 관계를 형성하고 이어나가게 하고 △노인이 아닌 다른 집단에게도 도움을 줌으로써 사회적으로 연대하는 태도를 취하도록 하는 데에 목표를 둔다. 인문학, 과학, 사학, 예술 분야 등의 강의를 제공하는 이곳의 이름은 노인을 단지 나이든 존재로 보지 않고 그들의 경험을 존중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이 외에도 지자체를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 고령자 친화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수도인 마드리드와 주 도시 바르셀로나의 사례를 살펴보자.
마드리드, ‘영원한 현역’으로 사회 발전에 기여
스페인에는 기업의 전 임원을 지내고 은퇴한 중년들이 경험과 노하우를 제공하는 비영리법인 ‘세콧’(SECOT)이 운영되고 있다. 1989년 마드리드에서 처음 설립돼 현재는 스페인 내 도시 외에도 유럽 연합(EU) 22개국의 조직이 모여 30세 미만의 실업자 혹은 실직자나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자 하는 45세 이상 중년의 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목표를 두고 있다.
세콧 회원은 창업, 마케팅, 기업 경영에 필요한 지식이나 재무 관리 방식 등에 대한 강의를 무급 자원봉사로 제공한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인터뷰를 진행하며, 전 직장과 업무를 고려해 업무를 배당한다. 또한 실전 강의를 나가기 전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세 번의 모의 강의에서 통과해야 기업에서 강의할 수 있다.
마드리드 내 자치지역인 트레스 칸토스(Tres Cantos)에서는 지난해 고령친화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인도와 공원 내 벤치, 횡단보도 등을 점검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해당 사례를 소개하며 60세 이상 지역 주민 50명이 직접 18개 구와 2개 공원의 GPS 사진을 수집해 정비가 필요한 부분을 확인했으며, 휠체어를 이용하는 이웃에게 이동 편의나 접근성에 대해 직접 확인하는 등 사업에 열정적으로 참여했다고 전했다.
온‧오프라인서 1인 고령가구 챙기는 바르셀로나
스페인 바르셀로나시는 2017년 말 기준, 총인구 160만 명 중 65세 이상 30만 명이며 이중 4분의 1은 홀로 거주한다. 시 정부는 홀로 거주하는 노인을 위해 ‘빈끌레스바르셀로나’(VincleBCN)와 ‘내 나이가 어때서?’(Soc gran, i que?) 프로그램을 도시 전역으로 확대 시행하고 있다.
빈끌레스바르셀로나는 노인의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사회관계를 형성, 강화하고 노인 복지를 개선하기 위해 시행됐다. 행정상 바르셀로나에 주민으로 등록된 65세 이상 주민이 이용할 수 있다. 프로그램은 사는 곳이나 관심사가 일치하는 노인들을 하나의 커뮤니티로 묶어 서로 일상을 공유하고,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참여자는 프로그램과 이름이 같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해 가족과 친구,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커뮤니티 구성원과 일상을 공유한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 스마트 기기가 없지만 참여를 희망하는 경우 시에서 기기를 대여해주고 있다. 앱은 노인의 사용 편의를 위해 메시지를 텍스트 외에 음성으로도 입력할 수 있고, 커뮤니티 구성원과의 일정을 기록해 알림을 받을 수 있는 등의 기능이 탑재돼있다. 2021년 10월부터는 청력이 좋지 않은 이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이메일이나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왓츠앱’(WhatsApp) 연동 기능을 추가했으며, 수화가 가능한 직원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게 됐다.
디지털 세대 격차를 없애기 위한 프로그램도 시행된 바 있다. 이 프로그램의 이름은 ‘나는 블로거다’(soy blogger). 바르셀로나 시의회의 아동‧청소년‧노인 서비스국의 노인 홍보부서에서 추진하는 시민 저널리즘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바르셀로나 노인들은 소셜 네트워크와 시니어 시민을 위한 시 웹사이트 블로그에 기고하는 자원봉사 기자 및 사진작가로 활동한다. 이들은 활동 전 디지털 및 저널리즘 교육을 사전에 이수한다. 프로그램의 목표는 오늘날 자주 쓰이는 SNS 중 하나인 페이스북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을 교육하는 것이나, 최종적으로는 이들이 직접 도시에 얽힌 콘텐츠를 취재해 제작하고, ‘시니어 웹’(Web de la Gent Gran) 블로그와 바르셀로나 시립 SNS 계정에 올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페이스북과 유튜브 계정이 운영 중이다.
숨 가쁘게 시간이 흘러간다. 어느덧 겨울의 한가운데 서 있다. 한겨울 차디찬 공기와 그 풍경 속으로 데려다주는 대청호의 새벽을 찾아간다. 자동차로 어두운 새벽길을 두 시간여 달려 쨍한 추위 속에 호수의 새벽 공기를 맞는 일, 신선하다.
엄동설한의 캄캄한 새벽길은 생각처럼 어렵진 않다. 달려갈수록 조금씩 걷혀가는 어둠을 확인하는 일도, 중간에 잠깐 들른 휴게소의 적막함도 어두운 길을 달리는 사람들만의 즐거움이다. 서울이나 수도권 기준으로 두 시간 정도 새벽길을 달리면 시골길 드문드문 몇 채의 농가와 들판이 내다보이고 대청호를 향한 표지판이 보이기 시작한다. 대청호 오백리길 제4구간 출발점인 윗말뫼 주차장은 한적하다.
대청호 오백리길은 총 21개 구간으로 이루어졌다. 이 구간 안에 대전, 청주, 충북 옥천군과 보은군이 경유한다. 그 속에 마을과 산과 들과 강과 호수가 오백리길을 이어준다. 원래는 대덕군과 청원군 사이에 있다고 하여 대청호라 이름 붙였다. 이 지역에 생활 및 공업용수를 공급할 목적으로 1980년 대청댐 완공과 함께 지역 마을 담수화가 시작되면서 생겨난 인공 호수가 대청호다. 이때 수몰 지역은 86개 마을로 4000세대가 넘었고, 주민은 2만 6000여 명이나 되었다. 발전이라는 명분으로 생긴 대청호로 인해 어릴 적 따뜻했던 추억 속 아름다운 시골 마을은 더 이상 찾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렇게 이루어진 대청호는 인공 저수지로는 저수량 기준으로 소양호와 충주호에 이어 국내 세 번째다. 스무 개가 넘는 대청호 오백리길 구간을 편안히 즐기는 방법은 호수 둘레길을 산책하듯 걷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4코스 호반 낭만길은 대청호수를 가까이에 두고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습지공원과 자연생태관 등이 걷는 길마다 이어지며, 총길이는 약 12.5㎞이고 5~6시간 정도 걸린다.
물론 지금도 호반길을 걷기 위해 찾아드는 이들에게 큰 불편은 없는 편이다. 그런데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2023년 열린관광지 조성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대청호 일대는 장애인, 노약자 등 이동 약자들에게 안전하고 편리한 무장애 관광 환경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이제는 이동 약자의 문턱이 더욱 낮아진 대청호 오백리길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정보취약계층이 불편 없이 관련 홈페이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 웹 접근성도 개선한다.
취향에 따른 구간별 길을 걷다가 갈대숲이나 호숫가에 멈춰서 조용히 대청호를 즐길 수도 있고, 또는 드라이브만으로도 좋다. 굳이 걷기에만 집중하지 않고 발걸음에 따라 또는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선택해서 일부를 걷거나 쉼을 택하면 된다. 걷는 속도나 그 길을 모두 걸었다는 것에 의미를 둘 일인가. 단 한두 시간을 걸었어도 그저 자연 속에서 음미하는 시간이 의미 있다. 온몸의 세포를 깨우고 다독이는 그 순간만으로도 충만하다.
동이 트기 전 호수에 도착하는 이들에겐 새벽 물안개에 대한 기대가 있다. 하지만 요즘처럼 날씨가 좋은 날은 마냥 맑고 쾌청한 호수를 보게 된다. 일교차가 큰 봄과 가을에 주로 발생하는 물안개가 이날따라 피어오르지 않았다고 글렀구나 생각할 일은 아니다. 새벽의 거대한 호숫가에 서보았는가. 온몸이 떨리고 시리도록 쨍한 상쾌함으로 간단하게 마음의 평안을 던져준다. 이렇게 겨울과 마주한다.
호수 주변에 들면 몇 걸음 옮겼을 뿐인데 공기 맛이 다르다. 건너편의 산과 능선이 호수 안으로 잠겨 흔들림 없는 반영으로 여행자를 맞는다. 호반 둘레길에 깊숙하게 들어가면 질퍽한 습지 위로 풍성한 억새가 숲을 이루었다. 가끔 바스락거리며 무언가 지나가는 소리가 나곤 한다. 생태계가 잘 보전되어 철새가 푸드덕 날고 먹잇감을 찾는 백로의 날갯짓을 보게 된다. 계절에 따라 개구리는 물론이고 메뚜기나 거북도 볼 수 있다. 자연환경이 청정해 구간 안에 자연생태관도 운영한다.
수변탐방로에서 한없이 호수에 취했다가 명상정원 방향으로 향하면 무엇이 기다릴까. 호수와 숲이 함께하는 곳이다 보니 발밑에는 여전히 낙엽이 바스락거린다. 10분여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지만 숲길의 자연스러움에 젖어든다. 호수와 정원 사이 언덕처럼 완만한 등성이에 ‘대청호 오백리길’ 표지판이 보인다. 쉼을 제공하는 벤치와 정자가 호수를 앞두고 나무 아래 고즈넉하다. 이곳에서 호수를 빙 돌아보며 각자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명상정원은 물속 고향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건네주는 공간인 듯싶다. 한 번쯤 들러서 간단하게라도 그리움을 풀어보도록 전통 조형물이 조성되어 있다. 옛 마을길의 한옥 담장, 장독대, 널찍한 평상 등으로 그들의 깊은 그리움이 해소될까마는 수몰민들을 위로하는 마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마을 어귀에서 자라던 나무였는지 여전히 우뚝 서 있는 나무는 사진가들의 피사체가 되어 언제까지나 물속에 잠겨 있는 모습이 애잔하다.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물속의 작은 섬들이 이루는 반영의 멋과 함께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명상정원에는 드라마 ‘슬픈 연가’, 영화 ‘역린’, ‘창궐’, ‘7년의 밤’ 등의 촬영지였다는 안내가 줄을 잇는다. 이런 이유 말고도 이곳에 서면 무어라 표현하기 어려운 아련한 마음이 생겨난다. 세상의 흐름 속에서 변화해가는 현장과 그들의 어제와 오늘, 그뿐 아니라 이 모습을 대하는 현재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그렇게 사람들은 힐링의 장소로 이곳을 찾는다. 포토존에서 셔터를 누르고 나무 그네에 앉아 눈앞의 호수를 마냥 누리며 새벽의 호수를 만끽한다.
4구간 호반 낭만길은 계속 이어지는데, 명상공원에서 조붓한 길을 따라 1km쯤 거리에 자연생태공원과 추동 취수탑이 자리 잡고 있다. 상수원 취수구역이다. 가래울 마을과 황새바위와 연꽃마을에 이어진 오리골 제방이 시원하다. 철 지난 논과 밭을 끼고 걷는 길에 몇 가구 안 되는 작은 마을도 지나고, 데크로 연결되는 길도 나온다.
감나무에 넉넉히 남겨둔 까치밥의 푸근함을 올려다보면서 마을 옆 데크를 걷다가 예닐곱 단쯤 되어 보이는 알타리 무더기를 보았다. 필요하신 분은 가져가라는 인심이었다. 이런 인정 넘치는 구경은 여행의 덤이다. 도로 옆으로 나오니 자전거 부대들이 씽씽 달린다. 시골길을 달리는 라이딩족들의 활기찬 질주가 상쾌함을 듬뿍 얹어준다.
대청호 오백리길 4구간을 찾는 이들이 들르는 곳이 또 있다. 3구간 종착지인 윗말뫼의 더리스. 호수를 앞에 두고 탁 트인 풍경이 압도한다. 더리스&테라베오는 슈하스코 브라질 바비큐 전통요리 레스토랑이지만, 사람들은 이곳을 중심으로 펼쳐진 대청호 오백리길 산책로와 호숫가의 전경을 보려고 찾아온다. 더리스 정원 아래로 계단을 내려가면 프라이빗한 장소가 나타난다. 커플 의자에 앉아 마음껏 물멍에 빠져들면 된다. 때가 맞으면 거위 떼가 찾아와 물속에서 노니는 모습도 볼 수 있는 평온한 시간이다. 혹시나 비가 많이 내린 후라면 벤치와 나무가 물속에 잠긴 그림 같은 모습도 만날 수 있다.
추운 겨울날 그리움 속 마을을 찾아 떠난 여행지에서 문득 유년의 시간을 발견한다. 그 길 위에서 기억 저편의 할머니와 내 부모 형제들을 만난 듯 뭉클함도 얻는다. 소박한 자연 속에서 비로소 들여다보는 내면 깊숙이에 위로 한 줌 들여놓았다. 떠돌던 마음은 차분히 잦아들고 한없이 따뜻하다. 세상 소음 따윈 잊고 호숫가를 걷는 내 발밑에서 마른 풀이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바람 소리만이 전부였던 하루가 한동안 몇 알의 비타민이 되어줄 것이다.
여행 정보
자동차로 서울 기준 두 시간 정도 소요. 특히 청주에서 출발해 근교 문의문화재단지와 대청호를 함께 둘러보는 코스도 좋다. 전통문화와 호수의 멋을 제대로 느껴볼 만한 곳이다. 대청호 코스 대전역발 시티투어 순환버스가 토·일 주말에 있다.(2시간 반 정도 소요)
‘티끌 모아 태산’ 전략이 주목받는 짠테크 시대. 애먼 돈을 낭비하지 않고 숨은 돈까지 찾을 수 있는 소소한 절약 방법을 소개한다.
PART1 | 복지 & 금융 | 무심히 방치한 돈, 몰라서 지나친 혜택. 유심히 알아보자.
[1] 정부 보조금 찾기
정부 지원금 혜택을 모르고 지나친다면 아까울 것이다. ‘정부24’ 홈페이지 내 ‘보조금24’ 메뉴에 접속해 연령, 거주지, 소득 등의 정보를 입력하면 개인 맞춤형 정부(지자체) 보조금 정보를 한 번에 볼 수 있다. 진행이 어렵다면 ‘보조금24 활용안내서’ 앱을 찾아보거나, 주민센터에서 ‘보조금24 정보제공 동의 신청서’ 작성 후 자녀의 도움을 받아도 된다. ‘국민비서 구삐’ 알림 신청 또는 ‘보조금24 신청알리미’ 앱을 설치하면 관련 정보를 때맞춰 알려준다. 복지로 홈페이지를 통해 ‘맞춤형 급여안내’(복지멤버십) 서비스를 신청하면 개인 맞춤형 복지 정책을 생애주기에 따라 안내받을 수 있다.
[2] 카드 포인트 현금화하기
야금야금 쌓인 카드 포인트도 모이면 쏠쏠하다. 카드사마다 일일이 확인할 필요 없이, 금융결제원 ‘계좌정보 통합관리서비스’ 또는 여신금융협회 ‘카드포인트 통합조회 시스템’을 이용하면 된다. 모아둔 카드 포인트를 확인해 현금화(계좌이체) 또는 기부도 가능하다. 금융결제원 사이트에는 카드 및 계좌 자동이체 목록도 나오니 불필요한 건은 해지 신청해 새는 돈을 막자.
[3] 숨은 보험금 받기
‘내보험 찾아줌’ 사이트에서는 보험 가입 내역과 미청구 보험금, 휴면 보험금 조회가 가능하다. ‘연락처 한번에’ 서비스를 신청하면 추후 숨은 보험금 발생 시 안내를 받아볼 수 있다.
[4] 무료 법률·세무상담 서비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무료 법률상담을 받아볼 수 있다. 전국 150곳 공단 사무소를 방문하거나, PC·모바일·전화 등을 통해 비대면 상담도 가능하다(예약 필수, 문의 : 대한법률구조공단 132). 세무 관련 상담은 ‘마을세무사’를 이용한다.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 누리집에서 마을세무사 연락처를 확인한 후 전화·팩스·이메일로 상담 신청하면 된다(문의 : 읍면동 주민센터).
[5] 통신비 미환급금 돌려받기
‘스마트 초이스’ 홈페이지를 이용하면 통신 미환급액 및 유료방송 미환급액을 조회할 수 있다. 휴대전화 구입 시 지원금을 받지 않았다면 선택약정 할인 25%를 받는데, 이 부분도 확인 가능하다. 그밖에 요금 감면이나 멤버십 혜택 등 통신비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6] 본인부담액상한제 확인하기
건강보험 가입자가 부담한 연간 본인일부부담금 총액이 본인부담상한액(소득 구간에 따라 상이)을 넘었을 경우, 초과액은 공단에서 부담한다. 사전급여(의료기관에서 처리)와 사후환급으로 나뉘는데, 사후환급은 직접 신청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 홈페이지를 통해 조회 및 신청 가능하다. 접속할 때 본인부담금 환급금(이중납부, 착오납부로 발생한 금액)도 확인해보면 좋다.
[7] 고혈압·당뇨병 등록관리로 의료비 할인
만 65세 이상 고혈압·당뇨병 환자라면 월 3500원(진료비 1500원, 약제비 2000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질병관리청). 지역 내 고혈압·당뇨병 등록·관리 의료기관 및 약국에서 신청 가능하며, 해당 기관 정보는 지역 보건소에 문의하면 된다.
[8] 틀니·임플란트 70% 지원
만 65세 이상 건강보험 대상자라면 틀니와 임플란트 진행 시 본인부담금 30%만 내면 된다. 진행 후에는 지원받을 수 없으니, 계획이 있다면 국민건강보험공단 또는 보건복지상담센터(129)로 문의해보자.
[9] 휴면계좌 잔금 찾기
서민금융진흥원 ‘휴면예금 찾아줌’에 접속하면 휴면예금 계좌 목록을 알 수 있다. 확인된 잔고는 본인 계좌로 이체하거나, 기부금으로 전환 가능하다.
[10] 내일배움카드로 지원받기
자격증 취득 등 뭔가 배우려 한다면 해당 기관이 ‘내일배움카드’ 사용 가능처인지 알아보자. 카드 발급 후 5년간 300만~500만 원의 직업능력훈련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11]약국 할증 시간 피하기
약국 조제료 야간가산제도에 의해 평일 오후 6시(토요일은 오후 1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 사이 또는 일요일·공휴일에는 조제료의 30%가 할증된다. 일반의약품은 제외되며, 처방약이나 처방 일수에 따라 금액이 달라진다.
PART2 | 쇼핑 & 여가 | 즐거움을 위한 소비. 쇼핑과 여가 활동에도 틈새 절약법은 있다.
[12] 유통기한 임박, B급 상품 저렴하게
요즘 마트에서는 유통기한 임박 제품이나 못난이 채소·과일 등을 저렴한 가격에 내놓는다. 쿠팡 등 온라인 마켓에서도 하자 없는 반품 상품 등을 할인해서 판매하고 있다. 이러한 B급 상품 아이템을 모아 판매하거나 정보를 알려주는 ‘떠리몰’, ‘임박몰’, ‘이유몰’, ‘라스트오더’ 등의 플랫폼(앱)도 살펴보면 좋다.
[13] ‘1+1 제품’ 보관하기
편의점에서도 ‘1+1’, ‘2+1’ 등 덤 이벤트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유통기한이 짧아 소진이 어렵거나, 딱히 당장 필요 없는 덤 제품이라면 잠시 보관해두자. ‘우리동네GS’(GS편의점), ‘포켓CU’(CU편의점) 앱을 활용하면 가능하다.
[14] 기프티콘도 사고팔고
당근마켓, 번개장터 등 몇몇 중고거래 앱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다. 필요한 물건을 싸게 사고파는 경제적 효과와 더불어, 자원 활용의 측면에서도 유익하다. 최근에는 기프티콘(모바일 상품권)도 중고거래가 가능하다. 일상카페, 니콘내콘, 기프티스타 등의 앱을 이용하면 된다. 카카오톡으로 받은 기프티콘의 경우 유효기간이 지나면 상품가의 90%를 현금으로 받을 수 있으니 이점 참고하자(선물 구매자가 아닌 수신자에게 입금, 앱 내 선물하기 메뉴에서 진행).
[15] 유류비 아끼고, 가벼운 드라이브
주유하고 나왔는데 근방에서 더 값싼 주유소를 발견했다면, 안타깝지만 손해를 본 것이다. 주유할 일이 있다면 한국석유공사 ‘오피넷’ 사이트또는 앱을 먼저 살펴보자. 시도별 최저가 주유소와 가격 정보, 현 위치를 중심으로 주변 가장 저렴한 주유소 등을 알 수 있다.
[16] 비교 쇼핑 생활화
같은 제품이라도 언제 어디서 사느냐에 따라 값이 다르다. 다양한 상품의 최저가를 알려주는 ‘비교 쇼핑’ 앱을 활용하자. 쿠차, 쇼핑스캐너, 다나와 등이 대표적이다. 핫딜 노마드족(특정 시간대에만 할인하는 핫딜 제품을 찾아다니는 소비자)을 위한 ‘세일포유’ 사이트에는 실시간 할인 정보가 올라온다.
[17] 돈·건강·환경 1석 3조, 알뜰교통카드 마일리지
만 65세 이상이라면 지하철이 무료지만, 그 이전 세대라면 ‘알뜰교통카드’로 교통비를 아껴보자. 버스·지하철 정류장까지 걷거나 자전거로 이동한 거리만큼 마일리지를 적립해주고(앱과 연동), 카드사의 추가할인 혜택 포함 최대 30% 대중교통비가 절감된다. 미세먼지 발령일에는 마일리지를 2배 제공하고, 모인 마일리지는 캐시백으로 전환해 교통비에 충당할 수 있다. 후불카드(신용카드, 체크카드)와 선불카드(티머니, 캐시비, 원패스) 중 신청 가능하다.
PART3 | 생활 & 관리비 | 1와트의 전력, 한 방울의 물도 아끼는 절약 고수를 위한 관리비 절감 노하우.
[18] 겨울철 난방비 폭탄 막기
가스비는 온도에 비례한다. 보일러 온수 온도를 40℃정도로 설정하고, 중간 수압으로 사용한다. 예를 들어 온수 온도를 55℃에서 40℃로 줄이면 월 8610원가량 요금이 덜 나온다(일 온수 사용량 200kg 가정). 빈방의 난방밸브를 잠그거나(월 2만5923원 절감 예상) 보일러를 청소해도(월 1만3007원 절감 예상) 가스비를 아낄 수 있다. 보일러 실내 온도는 20℃를 기준으로 1℃ 올라갈 때마다 난방비가 15% 상승한다. 18~20℃로 맞추면 적당하다. 보일러를 끄면 재가동 시 더 많은 에너지가 소비돼, 10시간 이내로 귀가한다면 외출 모드를 이용한다. 한파에는 외출 모드 대신 15~17℃ 정도로 설정하면 동파를 막으면서 집안의 온기를 유지할 수 있다.
[19] 졸졸 새는 대기전력 차단하기
세탁기, 전기밥솥, 전자레인지 등 대기전력이 있는 가전제품의 경우 전원을 껐더라도 콘센트를 꽂아둔 상태면 전력이 소비된다. 가정 내 대기전력왕은 바로 셋톱박스. TV(1.27W)의 10배(12.27W)에 이른다. 일일이 콘센트 관리가 어렵다면 대기전력을 차단해주는 콘센트타이머나 스마트 플러그를 사용하자.
[20] 탄소포인트제(에코마일리지) 인센티브
전기, 상수도, 도시가스 사용량을 절감하고 감축률에 따라 탄소포인트를 부여하는 제도다. 온라인 탄소포인트제 누리집(서울시 거주자는 에코마일리지 홈페이지) 또는 관할 시·군·구 담당 부서를 방문해 신청 가능하다. 과거 1~2년간 월별 평균 사용량과 현재 사용량을 비교해 연 2회(6월, 12월) 현금, 상품권, 지역화폐 등의 형태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21] 돈 내고 버리는 폐가전, 무료로 처분하기
대형 생활 폐기물을 버리려면 시·군·구청을 통해 대형 폐기물 스티커를 구매해 내놓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전제품의 경우 ‘폐가전무상배출예약시스템’을 이용하면 무료로 처분 가능하다. 회원 가입 절차와 수수료 없이 원하는 날짜에 예약 후 지정된 장소에 폐가전을 내놓으면 된다.
[22] 전력피크대 피하기
전력피크대에 전기를 사용하면 전기요금이 높게 나온다. 생산단가가 높은 발전기가 가동되기 때문이다. 겨울철 전력피크대는 오전 9~12시, 오후 4~7시이니 급하지 않다면 이 시간대를 피하자(봄·여름·가을은 오전 10~12시, 오후 1~5시).
[23] 마트 갈 때 들르는 빈병 무인회수기
고전적인 짠테크 방법으로 알려진 빈병 팔기. 최근에는 대형마트(롯데마트, 이마트 등)를 중심으로 빈병 무인회수기가 설치돼 있다. 보증금액은 빈병 용량에 따라 1병당 최소 70원부터 350원까지다(하루 최대 30병). 모아둔 빈병을 마트에 가져가 돌려받은 보증금을 장 볼 때 보태면 쏠쏠하다.
‘뛰기 젊은 나이, 50+’ 캠페인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중장년 세대의 창업을 통한 도약을 지원하기 위해, ‘뛰기 젊은 나이, 50+’ 캠페인을 펼칩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함께한 점프업5060 프로젝트를 통해 창업에 성공하고 새 인생을 펼치는 중장년들을 소개합니다.
서울의 대표 특화 거리 중 하나인 이대 웨딩거리는 결혼과 가족에 대한 인식이 변하면서 생기를 잃어갔습니다. 이제 이대드레스협회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웨딩시장 불황과 쇠퇴를 극복하고자 합니다.
길기태 씨는 1990년대 후반, 이대 웨딩거리에서 한복 대여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완제품을 대여하는 형식의 한복집은 없었던 터라, 소비자들에게 꽤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데 비해 자주 입지 않고, 유행이 자주 바뀐다는 한복의 단점을 보완했기 때문입니다. 체형에 따라 다른 디자인을 선보인 것은 물론 매장 인테리어와 디스플레이도 차별점을 두었습니다. 기존의 주단집과는 달리 갤러리와 웨딩숍을 혼합한 구조였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세련된 디자인과 온라인 마케팅 능력을 앞세운 다른 지역 업체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웨딩거리만의 특색은 점점 사라졌습니다. 더불어 결혼 인구가 줄면서 주변 웨딩숍은 하나둘 다른 업종에 자리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길기태 씨는 이대웨딩거리의 사업자들과 ‘이대드레스협회’를 만들고, 함께 골목 경제를 다시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허례허식에 피로를 느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지인과 친구 등 가까운 하객만 초대하는 ‘스몰 웨딩(작은 결혼식)’ 문화가 퍼지는 것을 보며 영감을 얻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스몰 웨딩이 더욱 성행할 거라 예상한 것입니다. 우선 스몰 웨딩 공동 브랜드를 구축하고, 스몰 웨딩 특화지구를 조성하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한복, 드레스 등 저마다 전문 분야를 가진 사업자들이 힘을 합쳐 아이디어 상품을 판매하고, 다양한 행사를 기획해 스몰 웨딩 문화를 전파합니다.
이 외에도 코로나19 탓에 시기를 놓친 다문화 커플을 위한 무료 결혼식과 ‘나를 위한 시상식’을 실시했습니다. ‘나를 위한 시상식’은 SNS에서 자신을 향한 응원 글을 공모해 참가자를 선정했습니다. 웨딩숍이 이어지는 60m 정도의 거리에 레드 카펫을 깔고, 시상식장을 꾸몄습니다. 주변 가게의 드레스나 한복을 입은 뒤 트로피와 상장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는 행사였습니다.
“거리의 쇠퇴가 지역 상인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보며 많이 힘들었어요. 하지만 가만히 있을 순 없었습니다. 제 인생의 절반을 보낸 이대 웨딩거리인데, 이곳을 다시 살리기 위해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거듭 고민했어요. 여러 행사를 진행하다 보니 더 큰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죠. 경험을 바탕으로 무엇이든 다시 도전해보려고 해요. 힘든 시기를 이웃들과 함께 이겨내고 싶습니다. 가능한 범위에서 함께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어간다면 얼마나 보람 있을까요. 거리가 다시 활기를 띠면 이곳에 둥지를 트는 젊은이들이 생길 테고, 그들이 웨딩 관련 창업을 원한다면 도울 계획이에요.”
창업을 꿈꾸는 5060에게
“교육, 현장실습, 컨설팅 모두가 중요합니다. 점프업5060 교육 과정은 아이디어를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었죠. 연계된 현장실습은 현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파악하고 회사 설립을 준비하는 데 좋은 참고가 되었고요. 컨설팅에서는 실제로 현장에서 고민하는 문제와 관련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경험을 바탕으로 무엇이든 시작하고,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과 공유하고 노력하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화장한 유골을 산이나 바다, 강 등에 뿌리는 장사 방식인 ‘산분장(散粉葬)’이 제도화되는 가운데, 해당 계획을 놓고 관계자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3차 장사시설 수급 종합계획(2023~2027)’에 따르면 정부는 2023년까지 장례 방법으로서의 산분 방식을 구체화하고, 2024년까지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 공간점유가 없는 산분장의 제도화·활성화로 묘지나 봉안 시설 공간 부족을 해소해 지속 가능하고 친자연적인 장례 문화를 확산하는 것이 목적이다.
구체적으로는 산분을 하는 공간에 개인 표식은 설치하지 않되, 고인을 추모할 수 있는 별도의 헌화 공간 등을 마련하고 대국민 홍보를 강화한다. 이를 통해 2027년까지 산분장 이용률을 30%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산분장 제도화 시행에 대해 김석중 키퍼스코리아 대표는 “좋은 움직임”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시신을 땅에 묻는 기존의 매장과 불에 태우는 화장 방식에서 발전한 수목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수목장은 국토는 그대로인데 매장이나 납골에 필요한 묘지 면적은 확대됨에 따라 목초지, 주거지가 훼손되거나 부족해지는 문제가 발생하면서 2000년대 초반 도입됐다. 도입 직후에는 공동묘지나 납골당보다 거부감 없는 분위기와 친환경적인 방법이라는 점 덕에 환영받았으나, 높은 선호도에 따른 과도한 상업화와 고가의 비용, 일부 사립 수목장림의 불법 산림훼손 등 부작용도 잇따른다.
김 대표는 “산분장의 제도화는 새 장묘문화의 길을 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다만 가족들이 충분히 애도하고, 슬픔을 나눌 상징물을 어떻게 지정할 것인지는 더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당부했다. 이어 “커다란 풍선에 유골을 넣어 하늘로 날려 보내는 일본의 풍선장과 같이 산분장에서 더 나아간 형태의 장례 방식이 속속 나타나는 등 관련 산업이 더욱 확대되고, 그만큼 다양한 고인의 생전 욕구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제도화에 앞서 심층적 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철영 을지대학교 장례지도학과 교수는 “의례는 한 국가를 상징하는 하나의 문화이자 다음 세대와의 연결고리”라며 “하나의 장법을 정착시키려면 구체적인 기준 마련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숲이나 강에 유골을 뿌리는 행위가 아직은 고인을 모시는 게 아니라 버리는 느낌을 받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며 “우리 사회 정서상 부합하는지는 두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1월 중에 종합계획과 ‘장사시설 지역수급계획 수립 지침’을 지자체에 안내하여 시·도지사와 시장 등이 장사법에 따른 장사시설 지역수급계획을 2023년 7월까지 마련하게 할 예정이다.
올해 상반기 중장년내일센터 내 중장년 청춘문화공간 17곳이 조성된다. 중장년의 생애주기 특성을 고려한 인문·여가문화 프로그램과 취업서비스를 함께 누릴 수 있게 됐다.
이번 계획은 고용노동부(이하 고용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양 부처 간 협업으로 이뤄졌다. 고용부 소관 취업지원기관인 중장년내일센터(전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에 새롭게 구축되는 ‘중장년 청춘문화공간’은 구직 활동을 겸하며 문화생활을 누리기 어려운 중장년층을 위해 마련됐다.
고용부와 문체부는 중장년의 활력 회복과 재도약이 사회 동력 제고로 이어지는 선순환 체계를 만들고자 손을 맞잡았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로서 ‘중장년 청춘문화공간 조성 및 운영’을 신규 올해 신규 예산으로 반영했다. 프로그램 관련 문체부 17억 원, 공간조성 관련 고용부 1.8억 원(노사발전재단 예산 별도)이 투여된다.
올해 성공적인 사업 수행을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울, 부산 중장년내일센터 내 ‘중장년 청춘문화공간’ 조성을 준비해왔다. 공공기관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노사발전재단과 함께 작년 10~11월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부산센터를 방문한 60대 장모 씨는 “또래들과 생애경력설계서비스와 문화프로그램을 동시에 들을 수 있어 정말 좋았다”며 노후 설계에 큰 도움이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등 전문과 연구와 시범 운영 결과를 토대로 중장년의 생애주기특성을 고려한 운영방안을 마련, 이에 따라 서비스가 이뤄질 예정이다. 기본공간은 강의장, 동아리방, 커뮤니티공간, 문화카페 등으로 꾸며진다. 독서, 글쓰기, 자기계발, 여가문화 향유 등 중장년의 특성과 수요를 반영한 프로그램을 강연, 체험, 멘토링, 동호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한다. 희망자에 한해 지역사회 봉사, 사회공헌 활동, 인문사업 강사 등에 참여할 수 있다.
고용부 하형소 통합고용정책국장은 “중장년 청춘문화공간 운영 사업은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우리부와 문체부가 중장년을 대상으로 각 부처가 가지고 있는 자원 및 장점을 활용한 협업 사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수혜자인 중장년층 입장에서 중장년내일센터의 취업지원서비스와 인문·여가문화서비스를 통합 제공받음으로써 인생 후반기 설계를 위한 디딤돌역할을 할 수 있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라고 밝혔다.
문체부 정책 담당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은퇴 후 제2의 인생 설계가 필요한 중장년층을 위한 공약으로 시작된 새로운 사업이다. 가정과 사회에 공헌하는 동안 자신을 살펴볼 시간이나 문화를 누릴 기회가 부족했던 중장년 세대의 많은 분들이 이번 청춘문화공간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삶의 활력을 되찾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뛰기 젊은 나이, 50+’ 캠페인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중장년 세대의 창업을 통한 도약을 지원하기 위해, ‘뛰기 젊은 나이, 50+’ 캠페인을 펼칩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함께한 점프업5060 프로젝트를 통해 창업에 성공하고 새 인생을 펼치는 중장년들을 소개합니다.
경기도 의왕시에 위치한 ‘마켓발견’. 문을 열고 들어가면 유럽의 빈티지 숍을 방문한 듯한 착각을 안긴다. 빈티지부터 생활용품까지 다양한 상품들이 매장 안에 빼곡하기 때문이다.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상품들은 사실 누군가가 기부한 리사이클 제품이다. 새로운 주인에게 다시 쓰임 받기를 기다리고 있다.
리사이클(재활용품) 스토어는 ‘마켓발견’의 일부에 해당한다. 마켓발견은 물건과 사람의 숨겨진 가치를 찾아주는 새로운 콘셉트의 복합문화공간이다. 지향점은 업사이클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이다. 여기서 업사이클이란 리사이클 제품에 디자인과 활용성을 더해 가치를 높인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리사이클과 업사이클은 친환경 용어다. 그러나 마켓발견은 비단 환경만을 생각하는 곳은 아니다. 물건과 사람의 가치를 발견해서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되길 꿈꾼다. 누군가에게 쓰임을 잃은 물건이 누군가에게는 가치 있는 물건이 될 수 있다. 마켓발견은 사람도 물건처럼 업사이클이 가능하고, 다시 쓰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덴마크에서 실현된 꿈
누구나 마음속에 꿈 하나씩은 품고 있다. 워킹맘 조소연 대표에게는 오랜 버킷리스트가 있었다. 바로 덴마크 시민학교에 가는 것. 마음은 언제든 덴마크에 갈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어린 두 딸을 두고 해외에 나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더욱이 그는 교육을 전공해 육아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 터였다.
그러던 어느 날, 조소연 대표에게 육아에서 벗어나는 황금 같은 시간이 주어졌다. 고등학교 1학년인 둘째 딸이 1년간 외국에 나가게 된 것. 조소연 대표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7년간 잘 다니던 회사에 바로 사표를 내고 덴마크로 떠났다.
“덴마크 시민학교에서는 사람들이 ‘여기서 나가면 뭐 할 거야?’라고 꿈에 관해 물어봐요. 제 꿈은 제가 추천하는 모든 재화와 서비스를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죠. 제 꿈에 대해 한 천 번쯤 말한 것 같아요. 전에는 너무 방대하다고 생각했는데 사람들과 말하다 보니 꿈이 구체화되기 시작했고, 그 덕에 지금까지 오게 된 거죠.”
덴마크에서 돌아온 후 약 7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친 조소연 대표는 2018년 마켓발견을 창업했다. 평소 재활용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리사이클 스토어를 오픈하며 사업을 시작했다. 2019년에는 법인으로 전환했고,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다. 이와 함께 조소연 대표는 ‘점프업5060’에 참여했으며, 마켓발견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저는 원래부터 서울시50플러스센터에 관심이 많았어요. 제가 꿈꾸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느꼈거든요. ‘점프업5060’을 하면서 컨설팅도 받고 배워가는 부분이 많았어요. 좋은 분들을 만나서 서로 협력한 점도 좋았고요. 창업을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프로젝트 참여를 추천합니다.”
업사이클을 주제로 성장하면서 마켓발견은 복합문화공간으로 발전했다. 마켓발견에서는 업사이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원데이 클래스부터 강사 양성 과정까지 다양하다. 업사이클 디자인 전문가 자격증 발급 클래스도 있다. 뿐만 아니라 공간 대여도 가능해 문화 커뮤니티 활동도 할 수 있다.
“리사이클 매장을 운영하면서 판매 안 된 물건을 버리지 않고 어떻게 하면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업사이클 원데이 클래스를 하게 됐죠. 주방용품으로 조명 만들기부터 시작해 매월 한 번씩 원데이 클래스를 하다 보니 어느덧 300개가 넘더라고요. 그러면서 강사 양성 교육도 하게 됐고, 강사 파견도 하게 된 거죠.”
다시, 시작
마켓발견은 사람도 업사이클되는 공간이다. 조소연 대표는 “물건이 리사이클되고 업사이클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사람 또한 성장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켓발견에서 취향에 맞는 클래스를 발견해 지속하다 보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더 나아가 업사이클 강사, 제품 판매자, 디자이너, 제품 제작자가 될 기회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스스로 의미 있는 일을 찾아 하면서 변화해가는 것. 그것이 마켓발견에서 말하는 리사이클, 업사이클이에요. 그러니까 마켓발견은 엄청나게 버려지는 쓰레기를 활용해서 자신의 우울감을 해결해가는 곳이죠. 저희는 리사이클, 업사이클 회사가 아니에요. 리사이클, 업사이클은 저희 마켓발견 속의 ‘생활’입니다. 마켓발견은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 좀 더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게, 조금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뿐이죠.”
조소연 대표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무척 힘든 시간을 보냈다. 코로나19가 확산될 당시에 마켓발견은 성장세에 있었다. 마켓발견의 주 수입원은 매장인데 숍인숍(매장 안에 또 다른 매장을 만들어 상품을 판매하는 새로운 매장) 제의도 많이 들어오고, 클래스도 다양해지던 시점이었다.
이제 빛을 보는가 싶었던 시기에 찾아온 코로나19로 인해 조소연 대표는 무기력해졌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너무 힘들어서 폐업 생각도 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마켓발견과 함께해준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지막 끈을 놓을 수 없었다.
“공모 사업으로 지원금을 받기도 했는데 폐업하면 도리가 아닌 것 같았어요. 저희 직원들은 물론이고, 마켓발견을 응원해주시고 도와주신 분들이 정말 많았어요. 그분들한테 너무 미안한 거죠. 무엇보다 마켓발견을 통해 자기 삶을 찾은 분들도 계시잖아요. 그분들을 생각하면서 힘을 냈습니다.”
조소연 대표는 절치부심의 마음으로 다시 일어났다. 지난 11월 마켓발견은 더 넓은 공간으로 이사했다. 3층짜리 건물의 3층에 자리 잡은 마켓발견은 건물 전체의 공간기획을 맡았다. ‘점프업5060’으로부터 받은 지원금은 인테리어 비용으로 쓰였고, 공간의 감성이 업그레이드됐다. 조소연 대표는 새로운 공간에서 꿈의 나래를 활짝 펼치고 있다.
“그동안은 여러 가지 지역사업, 좋은 일, 비즈니스를 섞어서 운영해왔어요. 이사를 하면서 그 부분을 정돈해가고 있습니다. 마켓발견의 미션은 업사이클링을 매개로 신뢰 가능한 상품, 서비스를 가치 있게 제공하는 것이에요. 전에는 제 꿈이 말도 안 되는 꿈이라고 생각했는데, 스스로 의미를 찾아가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