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은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린 노부인 곁을 지키며 대화를 나눈다. 부인을 걱정하는 표정을 짓기도 하고,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이 부인을 위해 설계하고 만든 로봇 ‘스필리킨’ 덕분에 노부인은 옛 추억을 되새기고, 의지하다 사랑에 빠진다. 그렇게 로봇은 부인의 배려심 깊은 간병인이자 대화가 잘 통하는 동반자가 된다.
이는 2015년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초연을 올린 연극 ‘스필리킨’의 줄거리다. 실제 로봇과 사람 배우가 함께 무대에 서는 것으로 화제가 되었던 이 연극의 설정이 영 낯설게만 느껴지는가.
“2030년 100세 시대를 맞아 전통사회의 효(孝) 개념이 흔들리고, 함께 노인이 되는 자식을 대신해 기계가 노령화되는 인간 사회를 떠받친다.” 배일한 KAIST 녹색교통대학원 연구교수는 지난해 12월 ‘로봇 미래 예측 2030 석학 간담회’에서 ‘2030 미래 로봇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초고령화라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인공지능(AI) 로봇 기술로 인구 구조의 취약점을 증강 보완하자는 주장이 담겨 있다. 간병인 혹은 가족 구성원으로서 돌봄로봇 도입은 더는 별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생활 패턴 분석해 “약 드실 시간입니다”
KT는 ‘AI 케어로봇 시니어’ TV 광고를 송출하고 있다. 광고는 79세 김정문 씨와 케어로봇 다솜이의 일상을 따뜻하게 그려낸다. 다솜이는 김 씨에게 기분이 어떤지, 뉴스를 틀어드릴지 묻는다. 저녁 식사 시간을 알려주거나, 날이 좋을 때는 가벼운 운동을 권하기도 한다. “어르신, 약 드실 시간입니다.” 미리 설정해둔 약 복용 시간이 되었음을 알리고, 김 씨와 끝말잇기 놀이를 하며 단어를 주고받는다. 영락없는 간병인의 모습이다.
케어로봇 ‘다솜이’는 영상통화, 데이터 통합 관리, 돌보미 연결, 식사·복약·운동 지도, 응급 알림, 말벗 기능, 활동 감지 및 음악 감상, 커뮤니티 기능까지 제공한다. 유익함을 인정받아 수원시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250가구, 경북 영덕군 홀몸 어르신 200가구에 보급되는 등 지자체 어르신 복지에 활용되고 있다.
용인시에서는 비대면 AI 노인 맞춤 돌봄 서비스인 ‘용인 실버 케어 순이’를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순이는 DNX가 2020년 출시한 AI 돌봄로봇이다. 순이와 함께하려면 손목시계 형태의 웨어러블 밴드를 손목에 차야 한다. 약통, 전자레인지, 변기, 리모컨 등 집 안 곳곳에 터치패드 형태의 센서를 부착하는 준비도 필요하다. 기상 및 식사, 복약, TV 시청, 운동 등의 활동이 언제 이뤄지는지 생활 패턴을 감지하고 분석하는 ‘터치 기술’을 기반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약통에 부착된 센서에 이용자인 어르신의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으면 자체 애플리케이션인 ‘마실대학 터치케어’에서 데이터를 파악해 AI 스피커 순이가 알림 음성을 재생하는 식이다.
용인시는 2020년 홀몸 어르신 1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시범사업을 통해 어르신의 생활 패턴을 개선하는 효과를 확인했다. 6주간 생활 패턴을 조사해 분석한 결과 하루 평균 걸음 수가 약 900보 늘어났으며, 새벽 시간대에 TV 시청 시간이 평균 71% 감소하고 밤 10시 이후 야식을 먹는 횟수도 35% 줄어든 것. 강부금 용인시 복지여성국 노인복지과 주무관은 “사용자를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꾸준히 진행하고, 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DNX 측과 논의해 서비스를 발전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AI가 전화 걸고, 냉장고로 안부 확인해
AI가 어르신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 대화하는 등 자유롭게 소통하기도 한다. 네이버가 올해 5월 정식 오픈한 ‘클로바 케어콜’(CLOVA Carecall)이 이에 해당한다. 클로바 케어콜은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 1인 가구에 AI가 주 1회 전화를 걸어 식사, 수면, 건강 등의 주제로 안부를 확인하는 서비스다. 지난해 부산 해운대구, 서울, 인천, 대구 등의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시행해 서비스를 발전시켰다.
지자체 담당자는 통화 관리 도구를 통해 완료된 통화와 미응답 통화 등 전체 통화 현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건강, 수면, 식사, 운동, 외출 등 각 카테고리별로 불편 사항이 담긴 답변도 빠르게 확인 가능하다. 특히 2주 연속으로 미응답하거나, 답변 내용 중 특이사항 혹은 긴급 상황이 의심되는 경우 신속하게 조치할 수 있게 별도로 표시하고 있다.
단순히 건강 체크를 하는 수준을 넘어 정서적으로도 케어할 수 있는 것이 클로바 케어콜의 특징이다. 실제로 클로바 케어콜을 통한 AI와의 상호작용은 홀몸 어르신의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을 완화하는 효과를 냈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부산 해운대구 거주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열 명 중 아홉 명이 서비스 이용 후 ‘위로를 느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약 95%는 계속 서비스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하는 등 이용자의 만족도도 높았다.
최근엔 국내 자유대화형 AI 서비스 중 최초로 ‘기억하기’ 기능이 추가됐다. 지난 대화 내용 중 주요 내용을 요약 및 기록했다가 “코로나 걸린건 좀 어떠세요?”, “혈압약은 잘 챙겨드시고 계신가요?”라고 질문하며 대화 만족도를 높인다는 것. 네이버는 통화 종료 후에는 답변 내용을 기반으로 상태를 업데이트해 지자체의 돌봄 업무를 돕겠다고 설명했다.
가전제품이 돌봄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냉장고나 로봇청소기를 통해 멀리 떨어져 사는 가족의 안부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스마트싱스 홈 케어’ 업데이트를 통해 해당 기능을 추가했다. 이제 미리 설정해놓은 시간 동안 냉장고 문이 계속 닫혀 있으면 등록된 가족의 스마트폰으로 알림 메시지가 전송돼, 이용자의 안부를 확인할 수 있다. 가족과 멀리 떨어져 거주하는 어르신이 평소보다 오래 냉장고 문을 열지 않을 경우 몸이 아프거나 거동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는 설명이다. 이 기능은 2018년 이후 출시된 스마트싱스 연동 가능한 냉장고에서 이용할 수 있다.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제트 봇 AI’를 통한 패밀리 케어 기능은 지난해부터 제공되고 있다. 스마트싱스 홈 케어 서비스 중 ‘패밀리 케어’ 항목에 청소기를 연결해두면, 이용자가 “하이 빅스비, 도와줘”라고 외쳤을 때 청소기가 이를 인식해 미리 설정해둔 가족의 스마트폰으로 푸시 알람을 보내는 식이다. 알람을 받으면 ‘우리 집 모니터링’ 기능을 통해 원격으로 로봇청소기를 이동시키며 집 안 상황을 영상으로 확인해볼 수 있다.
기술, 떠나고픈 욕구까지 채운다
기술은 돌봄과 의료의 영역을 넘어 이동 욕구를 충족시키는 역할도 맡는다. 직접 걸을 수 있도록 돕거나, 운전 시 사고를 예방하는 방식으로 어르신의 곁을 지킨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는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전기를 통해 근육과 관절을 제어함으로써 일상생활과 근육 발달을 도와주는 기술을 개발했다. 원하는 근육 위치에 패치를 착용하고 움직이면 시스템이 사용자의 동작 의도를 파악하고 자연스럽게 움직임을 제어해 근력을 보조한다.
이 장치는 특정 동작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신체 활동에 적용 가능해 어르신의 근감소증이나 재활인의 활동, 보행 장애 개선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ETRI가 삼육대학교와 위탁연구를 통해 고령자를 대상으로 2년간 탐색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걷거나 계단을 오를 때 신체기능평가 점수가 향상되고, 근육 사용률이나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가 줄어들었음이 나타났다. 또한 보행 속도가 빨라지고 근육량이 증가하는 등 보행이 더욱 정상화되는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 연구에 참여한 이완희 삼육대학교 물리치료학과 교수는 “상용화되면 근쇠약 고령인의 맞춤형 재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초고령화 사회에 다다른 일본에서는 고령 운전자의 운전 부주의를 예방하기 위한 운전 보조 제품이 인기다. 2018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일본에서 운전 실수를 방지해주는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고 전했다. 페달 조작 실수로 인한 급발진을 방지하는 제품부터 운전자의 얼굴을 모니터링해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행동을 하는 경우 경고음을 내는 장비가 인기를 끌었다는 분석이다.
KOTRA는 당시 기술 발전에 따라 AI, 사물인터넷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운전 보조 제품이 출시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는데, 이는 곧 현실이 될 예정이다. 2050년까지 자사가 판매하는 차와 관련된 사망 사고를 없애겠다고 선언한 혼다는 운전자의 신체를 분석하는 AI를 개발하고 있다. 요미우리 신문은 지난 5월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하며 “이번 기술 개발로 고령 운전자에게 사고 위험을 알려주는 동시에 몸 상태의 변화를 인지하는 계기가 된다”라고 적었다. 교통신호에 대한 운전자의 반응이 늦어지는 경우는 녹내장을 의심할 수 있는데, 이러한 신체 상태의 변화를 AI가 감지하고 운전자에게 알리면 녹내장이나 치매를 조기 발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사고 방지 기술이나 심박 측정, 동공 추적 등을 통해 운전자의 건강 상태를 감지하는 헬스 케어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현대차가 2018년에 출시한 넥쏘 자율주행차에는 탑승객의 건강 정보를 전문의에게 전송해 실시간으로 건강 진단을 받는 기술이 탑재됐다. ETRI는 “향후 운전을 못 하는 노인이나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자율주행차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동차가 달리는 검진센터 역할을 하거나, 스스로 병원으로 이동하는 시스템이 개발될 것이라는 업계의 전망이 실현될 날이 머지않은 듯하다.
31일 보건복지부가 치매돌봄서비스 개선 협의체(이하 치매 개선 협의체) 발족 및 지역사회 기반 치매돌봄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1차 회의를 개최했다.
치매 개선 협의체는 학계, 의료계, 수요자(치매환자 가족) 단체, 돌봄·복지 전문가로 구성됐다. 이번 1차 회의에서는 치매돌봄서비스 강화를 위해 그간 추진해온 사항을 보고하고 협의체 운영방안 및 논의 안건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다. 아울러 치매 돌봄과 의료 분과로 나누어 세부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치매 돌봄 분과에서 가족 부양 감소 등 사회 환경에 따라 증가하는 치매 환자 돌봄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치매안심세터 사례관리 기능 강화, 치매 친화 환경 조성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논의한다.
치매 의료 분과에서는 지역 사회 중심으로 치매 의료 서비스를 강화하고 전달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치매안심병원 시범사업 및 치매안심주치의 운영 모델 개발 등에 대한 방안을 모색한다.
보건복지부는 치매 개선 협의체 논의와 함께 지역 사회 치매돌봄서비스 강화를 위해 올 하반기부터 지역 단위 치매 사례 관리 대상자 선정 및 서비스 제공 계획을 수립, 치매안심센터를 통해 치매 환자와 가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와 더불어 치매안심통합관리시스템(ANSYS) 고도화를 추진, 차세대 사회 서비스 정보 시스템과 연계해 대상자를 관리하고 서비스 수혜 이력, 복지 자원 실시간 정보 등 세부 데이터를 공유해 치매 대상자에 대한 다양한 사례 관리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31일 인천광역시 시립노인치매요양병원과 제2시립노인치매요양병원을 치매안심병원으로 추가 지정한다. 치매안심병원은 치매관리법 제16조의4에 따라 중증 치매 환자를 집중적으로 치료·관리할 수 있는 시설, 인력, 장비를 갖춘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한다. 기존 치매안심병원은 전국에 7곳이며, 이번에 인천광역시에 2개소를 추가하며 총 9곳이 됐다.
치매 개선 협의체 단장인 보건복지부 은성호 노인정책관은 “고령화 사회에서 치매환자 증가와 사회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치매 환자와 가족에 대한 돌봄서비스를 강화해 나가는 노력이 중요하다”며 “협의체에서 돌봄서비스 강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는 동시에 치매 환자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치매안심병원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협의체 부단장인 중앙치매센터 고임석 센터장은 “지역사회 기반 치매 돌봄 서비스가 강화되도록 치매 정책에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라 언급하며 “치매안심센터가 치매 관리 허브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사례관리기능을 강화하고, 치매 환자의 지역사회 계속 거주를 지원하기 위한 지역주민의 인식개선 및 환경조성 등을 통해 치매 친화적 지역사회가 조성되도록 정책 지원에 최선을 다 하겠다”라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노인요양시설 입소 노인의 인권 증진을 위해 노인복지법을 개정하고, 시설 점검 및 관리‧감독을 강화하도록 보건복지부 장관과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 권고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전국의 노인요양시설 9개소를 대상으로 방문조사를 실시했다. 노인의료복지시설의 인권침해 요인을 사전에 예방‧개선하고, 종사자들의 인권 의식을 향상시키기 위해, △시설 내 인권보장 체계 △신체구속 실태 △건강권 및 안전권 보장 여부 등을 중심으로 조사가 이뤄졌다. 조사 대상 지역은 서울특별시 강남구, 경기도 광주시‧가평군‧양평군, 강원도 춘천시, 충청남도 보령시‧당진시, 전라남도 구례군, 경상북도 영덕군 등이다.
노인요양시설 입소 노인 대다수가 치매성 질환이나 복합적 기저질환 등으로 인지능력이 저하되어 있어, 시설 종사자에게 전적인 돌봄을 의존하고 있다. 이에 시설 내 인권침해 행위가 발생해도 스스로 신고하기 어려워 ‘노인인권지킴이단’과 같은 외부 모니터링 체계가 필요하다.
조사 결과 노인인권지킴이단을 구성‧운영 중인 시설은 9개소 중 1개소에 불과했다. 노인인권지킴이단을 운영하는 시설마저 시설종사자 위주로 단원을 위촉해 ‘외부’ 모니터링 체계로서의 의미를 갖지 못하거나, 위촉된 단원이 무보수 명예직으로 활동하는 등의 미흡한 점을 보였다. 일부 기초지방자치단체 노인요양시설에서는 노인인권지킴이단을 구성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는 치매환자의 낙상사고 예방을 위한 돌봄인력의 확대 또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방문조사 대상 노인요양시설에서 최근 2년간 발생한 80건의 낙상사고 중 70건은 치매환자 사고였으며, 61건은 요양보호사 돌봄공백 상황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소 노인의 낙상사고 예방 대책도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낙상사고 80건 중 골절상으로 이어진 경우 26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목욕탕 내 안전 손잡이 등 안전시설을 설치하지 않거나, 낙상사고의 원인 분석 기록을 관리하지 않는 등의 미흡함이 드러났다. 또한 낙상사고 예방을 이유로 ‘시설 내 층간이동 제한’, 과도한 ‘신체 억제대 사용’ 등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요양보호사 대비 입소 노인이 많아 돌봄공백이 빚어지는 상황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방문조사 대상 노인요양시설 9개소 모두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상 입소자 2.5명당 요양보호사 1명이 근무해야 한다는 기준을 충족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는 전체 입소자 대비 노인요양시설에 근무하고 있는 요양보호사 수를 보장하는 기준으로, 일부 시설에서는 야간 시간대에 요양보호사 1명이 돌봐야 하는 입소 노인이 최대 23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에도 당뇨‧고혈압‧고지혈 등 노인성 질환을 고려한 식단을 별도로 제공하는 시설은 3곳에 불과했으며, CCTV를 과다하게 설치해 입소 노인의 사생활 침해가 이뤄지는 등의 요소가 이번 조사 결과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에 인권위는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노인인권지킴이단 구성‧운영 의무화를 위한 법령 개정 △시설 내 낙상사고 예방 대책‧관리 체계 마련 △요양보호사 배치기준을 상향 조정 △CCTV 설치‧운영에 대한 세부기준과 절차 규정 △신체억제대 사용 관련 근거 명시 및 사용 최소화를 위한 대안 마련 △국민건강보험공단 ‘노인요양시설 내 전문요양실 시범사업’ 대상 확대‧발전 등 의료서비스 개선방안 강구를 주문했다.
관할 지자체장들에게는 △노인인권지킴이단의 독립성 보장 및 예산 지원 △노인성 질환자를 위한 맞춤형 식단 제공 △CCTV 설치 및 운영 실태 관리‧감독 강화를 권고했다.
한편 인권위는 지난 6월 15일, 노인학대 예방의 날이자 세계 노인학대 인식의 날을 맞이해 발표한 성명에서 인권위는 성명에서 “우리 사회는 인권의 눈과 감수성으로, 노인을 ‘시혜의 대상’으로 여겼던 시각에서 벗어나 ‘권리의 주체’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서울 서초구 ‘서초 안심마을 속 안심하우스’(약칭 서초치매안심하우스)가 보건복지부 주관 ‘2022 치매안심마을 우수사례 확산 공모사업’에 선정됐다. 이에 서초구는 공모 사업 추진을 위한 국·시비 총 4867만 원을 연말까지 지원받는다.
서초치매안심하우스는 치매환자의 안전과 인지기능 향상을 고려한 70여 가지 주거환경 디자인을 적용한 모델하우스로, 2017년 최초로 선보인 바 있다. 현재 내곡동 서초구치매안심센터 내 자리 잡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공모사업에서 치매 돌봄 서비스를 활성화하고, 치매 친화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한 인식 개선 및 치매마을 개선 분야에 적극적으로 정책을 추진한 우수 지자체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서초구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집에서 활동 시간이 많은 치매 가족들을 위해 안전하고 편안한 일상을 돕는 서초치매안심하우스 모델을 치매 환자를 둔 가정에 접목한 점을 인정받았다.
서초구는 이번 공모에서 65세 이상 어르신이 가장 많은 양재1동을 안심마을로 선정, 치매안심하우스 모델을 활용한 가정을 연말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구에서는 치매중증도가 높은 치매환자 30여 명을 대상으로 안심하우스 모델이 적용된 물품을 보급할 예정이다.
대표적인 물품은 △앉은 자세에서 일어날 때 손으로 잡아 균형 유지를 돕는 ‘이동형 기립보조 바닥안전손잡이’ △치매환자들이 외출 시 알람이 울리는 ‘매트형 배회감지기’ △변기와 대비되는 색상의 ‘변기커버’ 등이다.
그밖에 구에서는 치매 친화적 공도체 실현을 위해 양재1동 안심마을에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 의료기관들과 협력해 치매 조기 발견을 비롯해 어르신 우울척도 검사 등 치매환자들을 예방 관리하는 ‘치매안심 주치의’ △문화·여가활동을 통해 치매를 예방하는 ‘기억키움학교’ △치매인식 개선을 위한 주민위원회 및 동아리 구성 등을 통합 지원한다.
아울러 서초구는 전국 최초로 만 60세 이상 구민들을 대상으로 간이뇌파검사를 접목한 인지선별검사를 서초치매안심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다. 뇌파 파형과 뇌 부위별 활성화 정도, 스트레스·우울·불안 지수 등을 무료로 측정해준다. 뇌 건강 약화 징후가 관찰되는 대상자에게는 치매 예방 프로그램 제공, 전문의 상담 연계 등 치매예방을 위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초구는 이번 공모사업이 치매환자와 가족들에게 가정 내 안전한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치매 중증화를 예방하고, 지역 사회 네트워크를 통해 치매안심마을 공동체 실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성수 서초구청장은 “앞으로도 치매환자와 가족이 안전하고 편안한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치매안심도시 서초’를 만드는 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 동대문구에는 치매 환자 실종에 대응하기 위한 ‘스마트 울타리’가 쳐졌다. 관내 택시회사에 ‘치매파트너’를 양성하고 경찰서와 협조를 통해 치매환자 실종에 대응하는 협력체계를 구축하면서다. 실종환자 발생시 실시간으로 ‘실종알리미’ 카카오톡 채널에서 알림톡을 발송하고, 실종 현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인근에서 활동 중인 기사 중심으로 배회 어르신을 찾는 데에 동참한다. 실종 어르신을 발견하면 ‘안심귀가’ 송영 서비스를 제공한다.
보건복지부는 동대문구를 비롯한 ‘치매안심마을’ 우수 사례 공모를 실시해, 선정된 시군구에 예산 및 홍보 등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26일 밝혔다. 이는 올해 집중적으로 추진할 치매 정책 중 하나로, 복지부는 지역사회 치매 관리 허브기관으로 치매안심센터를 고도화하고, 돌봄‧의료서비스를 다양화할 예정이다. 치매 환자가 지역사회에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함이다.
치매안심마을은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치매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고, 치매 환자와 가족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돌봄 부담 경감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 특성을 따라 읍면동 단위로 조성하는 마을이다. 2017년부터 일부 지자체에서 시범사업을 실시한 후 2019년 전국에 확대돼 현재 641개 마을(2021년 기준)이 운영 중이다.
이번 공모에서는 서울 동대문구를 포함해 총 28개 시군구를 치매안심마을 우수 사례로 선정했다. 우수 사례로 선정된 경기 광명시에서는 배회증상을 보여 실종이 우려되는 치매 환자에게 ‘스마트태크’를 보급해 실종을 예방한다. 남원시에서는 ‘25시 치매 돌봄 구축’으로 치매 환자 가정 내 스마트 돌봄 체계를 구축하고, 실종자 발생 시 신속한 위치 확인 및 추적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인지 프로그램 운영 면에서 우수 사례로 선정된 지역도 있다. 목포시는 ‘다시, 청춘 GO!’를 통해 입학식부터 졸업식까지 학교생활을 재연한다. 이로서 치매 환자의 교류를 지원하고, 인지기능과 신체기능, 사회성 강화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치매안심마을에서는 치매 환자 돌봄으로 지친 보호자와 가족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안양시는 ‘우리 동네 마음충전소’를 운영해 가족 돌봄 및 상담을 제공할 예정이다. 속초시는 ‘休 + culture 보호자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치매 환자 보호자들에게 시립박물관, 자생식물원, 족욕 공원을 즐기는 1일 체험 프로그램을 선사한다.
김혜영 치매정책과장은 “인구의 고령화와 함께 치매 환자도 늘어나는 상황 속에서 치매 환자 및 가족이 지역사회에서 계속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치매안심센터의 기능을 치매 관리 허브기관으로 강화하고 치매안심마을의 확산을 통해 치매 환자 및 가족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지역사회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노인전문의사 양성을 통해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취약함이 드러난 노인의료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노인의학 전문가들은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를 통해 본 노인의료’ 심포지엄에서 기저질환, 만성질환으로 감염에 취약한 노인을 위해 대비해야 할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대한노인병학회, 대한노인의학세부전문의 추진관리위원회를 비롯해 대한의사협회, 대한응급의학회, 대한예방의학회, 대한요양병원협회, 대한노인병학회와 보건복지부가 토론에 참여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건강한 고령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코로나19를 통해 드러난 노인의료의 취약점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이에 대한 정책적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정기석 한림대 호흡기내과 교수, 손기영 울산대 가정의학과 교수, 윤종률 대한노인병학회 회장이 발제를 맡았다.
정기석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일어난 이후 노인, 만성질환자, 면역저하자와 같은 건강 취약 계층을 보호해야 한다는 경각심이 커졌다”며 “65세 이상, 장기요양시설 거주자, 비만‧당뇨‧심장질환‧만성폐질환 등 기저질환자가 중증 코로나19 환자가 될 확률이 높고, 실제 사망률이 높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의사 대면 진료 결여, 입원 대기, 중환자실 부족 등의 치료 부분과 요양시설 속 종사자 교육 미비, 감염관리 취약, 의료 연계 부족 등 미흡한 보건의료 정책은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상황. 이에 정 교수는 코로나19 재유행 상황을 대비해 지금부터라도 제도적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 번째 발제자로 나선 윤종률 대한노인병학회 회장은 ‘노인 주치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노인 주치의는 노인병 전문의사로서 노인 만성질환과 다약제 복용 등을 관리하고, 허약 노인 건강 증진 사업을 수행한다. 또한 ‘노인 포괄평가’를 실시해 노인의 신체적, 정신‧심리적, 사회 환경 정보 등을 파악하는 일을 맡는다.
윤 회장은 한 명의 노인 주치의가 아닌 다수의 전문의사가 개별진료를 하는 ‘진료의 분절화’를 지적했다. 이로 인해 총 진료비, 즉 노인이 부담해야 할 의료비가 증가하고, 다약제나 부적절한 약물 복용 횟수가 증가해 부작용 위험이 커지고, 치료 효과나 만족도가 감소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이 평생 지불하는 의료비의 절반은 64세 이후에 지출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균적으로 60대(61~70세)에 1903만 원, 70대 이상은 2422만 원을 지출하며, 전체진료비가 전년대비 11.9% 증가하는 동안 노인진료비는 14.7% 증가했다.
윤 회장은 “노인 주치의를 통해 노인의 불필요한 응급실 방문이나 약물 복용을 예방할 수 있다”라며 노인 주치의 양성과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역사회에서 만성복합질환 통합 관리, 다약제 복용을 관리하고 허약(노쇠)노인 건강 증진, 요양시설입소 감소 효과 등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단순한 질병 관리만으로는 노인의 건강권을 향상할 수 없다”라며 “인체의 기능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노인이 집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노인을 위한 의료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노인 전문의‧주치의와 보건복지부 노인건강과 신설 등 새로운 방안이 제시됐다.
현재 국내에선 대부분의 선진국과는 달리 노인 전문의가 존재하지 않는다. 노인병을 전담하는 진료과목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 그러나 의료계에서 노인 전담 진료과목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일부 병원에서 진료과를 자체적으로 신설하기 시작했다. 2007년 분당서울대병원이 ‘노인병센터’를 설립했고, 2009년에 서울아산병원에 노년내과를 신설했다. 현재는 국내 10여 개 진료과에서 노인 환자를 대상으로 진료하고 있다.
고형우 보건복지부 의료정책과 과장은 “노인건강과 관련된 과가 없어 이에 대한 전문적 사업 추진이 현재 어렵다는 점은 복지부도 인지하고 있다”라며 “다만 현재 건강정책과에서 추진하는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을 이와 연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은 궁극적으로 어르신이 갖고 있는 모든 질병에 대한 노인 주치의 제도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코로나 상황이 완화되면 커뮤니티 센터에서도 노인 의료‧돌봄 통합 체제로 운영할 수 있도록 관련 단체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보건복지부가 무더위로 인한 노인들의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지자체들도 무더위 쉼터를 확대하고 그늘막 등 폭염저감시설을 수시로 점검하는 등 폭염 특별 관리에 나섰다.
복지부는 폭염특보 발효 시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전담인력인 생활지원사를 통해 노인에게 전화를 하거나 방문해 안전을 확인하고 있다. 또한 지난달 폭염에 취약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폭염 응급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행동요령 및 건강수칙 8만 7000부를 경로당 등을 비롯한 유관 시설에 안내했다.
약 6만 7000개소에 달하는 전국 경로당에는 두 달간 월 10만 원의 냉방비를 지원한다. 민간기업과 단체 후원을 통해 온열질환에 취약한 노인들에게 냉방용품과 식품키트 등을 전달했다.
더불어 복지부와 시도 및 시군구는 오는 9월 30일까지 현장 점검 등을 시행한다. 폭염 대책 기간 동안 폭염으로 인해 노인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하기 위함이다.
복지부 측은 6일 서울특별시 동작구 송학경로당을 선제적으로 방문해 어르신의 안전과 건강을 확인하고, 운영실태를 확인하는 등 현장을 점검했다. 고득영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장은 “폭염과 코로나19 방역 조치라는 이중고에도 잘 견뎌 주신 어르신들에게 감사드리고, 경로당 운영 관계자는 폭염 기간 어르신 안전 관리를 철저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광주시도 폭염 특별대책을 내놨다. 폭염에 취약한 홀몸노인과 거동이 불편한 시민들이 폭염을 피해 쉴 수 있도록 동네에서 가까운 경로당, 행정복지센터 등의 무더위 쉼터를 1548곳으로 확대하고, 자치구에 냉방비 3억 원을 지원했다. 다른 지역보다 도심지역 온도가 높게 나타나는 ‘열섬 현상’ 완화를 위해 살수장치 등을 투입해 도로 온도를 낮추고, 횡단보도 근처에 파라솔 형태의 그늘막 462곳을 마련했다.
또한 폭염 취약계층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자치구별로 사회복지사와 생활지원사, 자율방재단 등 2080여 명을 재난도우미로 지정했다. 광주시는 자치구와 긴밀히 협조해 전화로 독거노인 등의 안부를 확인해 인명피해가 없도록 특보기간 중 매일 안부를 살피고 있다. 응급실 운영의료기관 24곳과 질병보건통합시스템을 통해 온열질환자 발생 현황을 확인하는 온열질환 감시체계도 운영 중이다.
경남도는 무더위에 맞서는 최우선 과제로 야외노동자의 안전 관리를 꼽았다.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온열질환은 실외 작업장(31.5%)과 논밭(13.5%)에서 활동 중 주로 발생했다. 이에 도는 6일 ‘폭염 대응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공공분야와 민간사업장에 홍보와 지도를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서 공공에서 발주한 공사가 재해예방으로 중지되면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지체상금 부과 등의 불이익 처분을 하지 않게 됐다. 경남도는 “민간공사도 같은 이유로 중지될 경우 공사기간 연장과 계약금액 조정을 권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인구위기대응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인구감소 속도 완화, 성장 잠재력 약화 방지 등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지난 24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인구위기대응 TF’ 1차 회의를 개최하고 인구위기대응 추진 계획을 논의했다.
그동안 인구정책 TF 운영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혼인 건수, 출생아 수는 역대 최저치로 하락했다. 이로 인해 자연감소가 매년 급증하는 등 날로 심각해지는 인구 위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자 정부는 인구위기대응 TF를 출범했다.
방 차관은 “합계 출산율은 매년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2024년에는 0.70명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라면서 “우리 총 인구 또한 2020년 5184만 명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해 2070년에는 3766만 명이 될 전망이다. 1970년대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혼인 건수는 2018년 25만 8000건, 2019년 23만 9000건, 2020년 21만 4000건, 2021년 19만 3000건, 22년 1분기 4만 5천 건으로 격감했다.
출생아 수는 2018년 32만 7천 명에서 2019년 30만 3천 명, 2020년 27만 2천 명, 2021년 26만 1천 명, 2022년 1분기 6만 8천 명으로 가파르게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자연증감도 감소 추세다. 2018년 2만 8000명, 2019년 8000명이 증가했으나, 2020년 들어 3만 3000명이 감소했다. 2021년에는 5만 7000명, 2022년 1분기는 3만 5000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급속한 인구구조 변화의 문제점에 대해 “생산연령인구 감소로 경제의 성장 제약이 우려되고, 축소사회가 본격 도래하면서 지역 소멸 위험도 확산되며, 인구가 증가하던 시기에 설계된 교육·병력시스템도 개편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TF 산하에 관계부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11개 작업반은 중요 과제를 논의했다. 방 차관은 “그동안 완화, 적응 중심의 추진방향에서 성장, 도약을 보완 강화하고 4대 분야 8대 핵심 과제를 선정해 집중 추진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주요 내용은 △경활인구 확충을 위한 여성·고령층·외국인 등 경제활동 참여제고, 인적자본 확충 △축소사회 대비를 위한 학령·병역인구 감소 대응과 도시계획 개편·지역소멸 대응, 축소사회 유망 산업 육성 △고령사회 대비를 위한 노후소득 보장 강화, 고령층 의료·돌봄·요양서비스 확충 △출산 대응을 위한 결혼·출산·육아 인센티브 강화 및 부담 완화, 청년층 맞춤 지원 등이다.
TF는 7월 이후 인구위기 대응방안과 부문별 대책을 순차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이를 내년 예산에 반영하고, 법·제도 개선 등도 추진한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비율의 연평균 증가율은 3.3%로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주거정책 대안으로 고령자를 위한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고령자가 소외되고 있는 실상으로 공공임대주택의 질적·양적 개선이 요구되는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산하 토지주택연구원은 지난 1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공임대주택 고령자 주거환경 진단 및 주거지원 강화방안 연구’를 발간했다.
한국의 빠른 고령화
우리나라는 2025년에는 고령 인구 비율이 20% 이상인 ‘초고령사회’로 진입이 예상된다. 2060년에는 고령화율이 43.9%, 노년부양비는 91.4%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가구주 기준으로 가구주가 65세 이상인 고령자 가구는 2021년 488만 가구(23.7%)로 2047년에는 전체 가구의 약 절반인 49.6%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2021년 기준 ‘고령자 1인가구’나 자녀 없이 배우자와 함께 거주하는 ‘부부가구’는 각각 34.2%, 33.0%로 고령자로만 구성된 가구가 증가하고 있다.
또한 LH가 건설해 운영 및 관리까지 도맡는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계약자 3명 가운데 1명이 65세 이상 고령자였다. 특히 영구임대주택은 전체 계약자의 절반 이상이 고령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LH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는 고령 입주자들은 대부분 소득 1,2분위의 최저소득계층으로서 소득 증가 등에 따른 주거 상향이동이 거의 어려운 상태여서 주거의 질적 개선이나 주거 서비스 전달에서 공공의 관여가 절실한 상태인 것으로 분석됐다.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고령자 1인가구 혹은 고령자로만 구성된 가구가 증가하면서 고령자 가구는 타 속성가구에 비해 노후된 주택 거주 비율이 높고 주거비 부담이라는 측면에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난다.
공공임대주택 개선되어야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공급정책의 문제는 청년과 신혼부부, 일반 저소득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데 있다. 토지주택연구원은 “정부는 주거복지 로드맵 등을 통해서 생애단계별 주택 공급확대 측면을 강조하고 있으나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주택의 절대적인 공급량이 많지 않다”라고 짚었다.
국토교통부의 2020년 주거복지로드맵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까지 건설했거나 건설 예정인 공공임대주택은 90만 2000채다. 그 가운데 고령자용 주택은 5.5%인 5만 채에 불과하다. 인구의 16.5%를 차지하고 있고 점차 비중이 증가하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공공부문의 주택 공급 및 계획 물량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2020년 주거실태조사에 의하면 고령자가 희망하는 주거지원 프로그램 중 장기공공임대 입주 희망은 16.3%로 타 계층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자의 경제적 상황을 고려할 때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대주택 공급량을 지속해서 높이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질적으로도 문제가 제기됐다. 고령자가 거주하고 있는 주택의 성능을 검토한 결과, 조사대상의 8.9%가 고령자가 생활하기에 불편하고, 71.3%는 여전히 노인을 배려한 설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고령자용 맞춤형 공공임대주택이 공급되어야 한다. 보고서는 “고령자 주거는 단순히 물리적 공간만이 아니라 고령자의 신체적 특성이나 서비스 욕구에 따라 서비스 연계방식, 돌봄, 주택의 형태 등에서도 다양한 주택을 공급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텃밭과 휴게 공간, 안전손잡이 등을 설치하고, 주택개량과 관리비 등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또한 주거 외에도 보건의료, 고령자 일자리, 건강관리 등 다양한 분야의 지역사회 돌봄 서비스 자원의 연계와 협업이 요구된다.
보고서는 고령자의 경제적 부담을 경감시키고, 서비스 전달체계 개선을 위한 대안으로 공공임대주택 내 입주자를 고용하는 단지 내 돌봄, 노(老)-노(老) 케어를 제시하기도 했다.
코로나19가 지나간 후 다가올 새로운 시대 상황을 ‘포스트 코로나’라고 말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민국은 어떻게 될까. 특히 중장년층은 어떤 변화를 맞고,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지난해 코로나19 이후의 한국 사회를 진단한 저서 ‘팬데믹 제2국면’을 펴낸 경제학자 우석훈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코로나19의 충격은 생각보다 굉장히 오래갈 겁니다.”
우석훈(54) 성결대학교 교수의 첫마디였다. 책의 부제 또한 ‘코로나 롱테일, 충격은 오래간다’다. 우 교수는 코로나19가 대한민국의 사회·경제에 끼칠 영향이 지대하고 오래갈 것을 예상해 ‘롱테일’(Long Tail, 긴 꼬리)이라는 표현을 썼다.
책에서 우 교수는 팬데믹을 제4국면으로 나눴다. 제1국면은 2020년, 코로나 백신이 등장하기 이전의 기간을 말한다. 제2국면은 2021년으로 선진국에 백신 보급이 시작되는 기간이다. 우석훈 교수는 백신을 확보한 나라와 확보하지 못한 나라 간 국제적 갈등이 높아질 것이라고 봤다.
이어 2022년인 현재는 우석훈 교수의 예상대로라면 팬데믹 제3국면이다. 우 교수는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가에도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시기를 제3국면으로 정의하며 선진국 사이의 여행이 부분적으로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제4국면은 2023년으로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가에도 백신이 어느 정도 보급되는 시기이며, WHO가 코로나19 팬데믹 종료 선언을 할 수 있느냐가 가장 큰 관심거리가 될 것이라고 우석훈 교수는 예상했다.
그렇다면 현재 대한민국은 우 교수의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을까. 우석훈 교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오미크론의 등장은 예상했지만 그렇게 강할 줄은 몰랐다. 또한 예상했던 것보다 개발도상국의 백신 접종률이 낮고 충격을 덜 받았다”고 변수를 짚었다.
부자 나라 가난한 국민
‘포스트 코로나’라는 말은 우석훈 교수의 책이 나오던 시점인 2021년부터 흘러나왔다. 그러나 예상치 못했던 오미크론의 등장은 코로나19의 꼬리를 더욱 길게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정확히 언제부터를 ‘포스트 코로나’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우 교수는 “PCR 검사 없이 일본 관광을 다녀올 수 있을 때가 기준점”이라고 답했다. 현재 일본, 인도네시아는 자국 입국자에게 PCR 검사 결과만 인정하고 있다.
우석훈 교수는 책에서 제4국면에 속하는 2023년을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봤다. 특히 그는 그때가 되면 “한국 경제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코로나 균형’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 교수는 한국은 선진국 중에서도 제1그룹에 속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조만간 일본과 프랑스도 넘어설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그러나 한국의 선진국화가 국민들도 부자가 된다는 뜻은 아니다. 우 교수는 “추운 사람도 있을 것이고, 오히려 따뜻해진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모두가 아닌 ‘나만 힘들다’를 느끼는 사람들 사이에서 상대적 박탈감이 심해진다.
결과적으로 팬데믹 양극화 속에 ‘부자 나라의 가난한 국민’이 더욱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우석훈 교수는 앞서 말한 대로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되면 양극화를 실감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연령, 소득에 상관없이 국민들이 좋아하는 것은 딱 하나더라고요. 해외여행이죠. 이제 국경이 열리면 즐기면서 사는 사람들은 해외에 자주 나가겠죠. 반면 돈이 없는 사람들은 먹고살기도 힘들기 때문에 못 나갈 거예요. 코로나19 때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다 같이 집에 있었고 동네에서 같은 슈퍼를 왔다 갔다 했으니 그 차이를 못 느꼈는데 이제 실감하게 된다는 거죠.”
우석훈 교수는 국민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업종의 차이에서 온다고 했다. 코로나19의 특수를 맞은 산업은 더욱 잘 되고, 충격을 받은 산업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 교수는 “한국은 산업 구조가 IT 중심으로 재편됐다”고 평했다.
“결국 IT와 관련된 회사는 더욱 커질 것이고, 격리 시절에 필요했던 배달은 앞으로 줄어들 것인데 배달업 쪽이 어떻게 될지는 회사마다 다를 것 같아요. 자동차 같은 경우에는 코로나19로 승자가 됐죠. 코로나19 확산 초반에 보건소에 갈 때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말고 자차로 가라고 했잖아요. 어떤 이유로든 차 없이 버티던 사람들도 차가 없으면 곤란한 상황이 됐으니까 차를 사게 되고, 그게 세계적으로 자동차 산업의 호황을 불러온 거죠.”
특히 우석훈 교수는 코로나19의 영향을 많이 받은 영화 산업의 앞날을 걱정했다. 코로나19 전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극장 관람 횟수는 4.37회였다. 이는 미국을 앞지른,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치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그 숫자가 확 줄었고, 배급과 유통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 교수는 “영화 산업은 피해를 복구할 수 있느냐를 넘어 산업 존폐도 달려 있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기생충’ 이후 당분간 천만 영화는 나오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버스 안에는 부자들이 자리에 앉아 있고, 공기업 근무자들을 포함한 공직자들이 앉아 있다. 한계에 내몰린 청년들이 서 있고, 가사노동자를 비롯한 여성들이 서 있다. 노약자 보호석이 있기는 하지만, ‘인생 2모작’이라는 명찰을 단 일부 노인만 앉아 있고 나머지는 서 있다. 중간중간에 멀미를 버티지 못해서 내린 사람들을 보니까 대학 비정규직 강사 등 지식 생산을 담당하던 사람들이나, 작가와 화가처럼 문화 경제 분야 종사자들이 적지 않다.’
우석훈 교수는 팬데믹 이후 도래할 ‘부자 나라 가난한 국민’의 상황을 덜컹거리는 만원 버스에 비유했다. 대한민국은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노인층도 빠지지 않고 언급됐다. ‘인생 2모작’ 명찰을 단 사람과 달지 못한 사람 사이에서 격차가 발생했다.
“일을 하는 노인은 많아지고 있지만, ‘2모작’ 소리를 들을 만한 일을 하는 사람은 적어질 거예요. 돈을 충분히 벌어서 은퇴 후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 인생 2모작을 하더라고요.작가를 한다든지 화가를 한다든지 말이죠. 돈이 있으니까 가능한 거죠. 그러나 저소득층이나 계속 일을 해야만 해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인생 2모작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는 거죠.”
우리나라에서 은퇴 후 편안한 삶을 영위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우석훈 교수는 “일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은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때까지, 거의 마지막 순간까지 쥐어짜서 일해야 한다. 노동을 할 수 없는 나이가 됐을 때부터 20, 30년은 평균적으로 더 살아야 하는데 거기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아직 별로 없다”고 문제점을 짚었다.
더불어 우 교수는 출생률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10·20대는 사는 것이 점점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반대로 인구가 많은 40·50대를 향한 문화 경제의 집중도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 교수는 “잔인한 얘기일 수도 있는데 IT 변화에 맞춰나가는 수밖에 없다. 꼭 IT 관련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면서 “지금 20·30대는 선진국 국민이고, 50대 이상은 개도국 시절 국민이다. 개도국 시절에 하던 것을 선진국 국민들은 하기 싫어 한다. 그 변화를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같은 50대 사이에서도 격차가 크게 벌어질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같은 개도국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도 격차가 굉장히 클 거예요. IT에서 생겨난 변화, 인공지능으로 생겨난 변화를 따라가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격차가 커질 거라는 거죠. 이것은 단지 기술적인 문제만이 아니에요. 시대 감성이 바뀐 것을 읽을 줄 알아야 해요. 글을 쓴다거나 뭔가 기획을 한다고 했을 때 그런 것들이 자신이 살았던 시대와 지금의 팬데믹 시기는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거예요. 이전에 했던 육체노동이나 집단노동 시대가 아닌 개별화된 노동인들이 움직이는 시대가 될 건데, 여기에 적응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인 거죠.”
더불어 우석훈 교수는 앞으로 고령화 사회의 대응 방안으로 일본의 지역사회 통합 돌봄 서비스를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그 필요성을 제기했다. 지역에서 서로 봉사하고 돌보면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인데, 개별화된 삶의 형태인 우리나라에 특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1인 가구가 늘어나므로 로봇과 사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로나19 이후 어느 국가에 사느냐, 어느 동네에 사느냐가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칠 거예요. 인구 10만 명당 확진자가 몇 명 안 된 나라는 편안하게 있었던 거고, 10만 명당 몇 천 명이 확진된 나라는 꼼짝 못 하고 갇혀 있었던 거죠. 이렇게 팬데믹은 개인의 삶이었던 것 같은데 돌아보니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얘기해주죠. 공동체, 그 다음 국경의 중요성을 다시 환기시켜준 거예요. 그래서 앞으로는 공동체와 개인, 두 가지 축을 두고 늘 고민을 하셔야 될 거예요.”
우석훈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팬데믹은 또다시 온다고 했다. 우리는 2002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그리고 코로나19까지 4~5년 주기로 팬데믹을 겪었다. 우 교수는 다음은 무엇일지 모르지만 4~5년 내에 또 팬데믹이 찾아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리의 삶을 변화시킨 코로나19보다 더 강력한 바이러스가 올지도 모른다.
“모든 호흡기 바이러스들이 코로나19 때문에 힘을 못 쓰고 있지만 이제 마스크를 벗으면 독감이 몇 번 돌 것이고, 다음 선수가 또 나오겠죠. 또 지구 자체에 여행이 너무 많아지고, 공동체화가 되고, 자연 생태에 있던 것들이 사람의 삶 속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팬데믹이 생겨나는 거예요. 이번 코로나19는 우리에게 가장 큰 충격을 안긴 팬데믹이었죠. 저도 50대 중반으로서 수많은 실망스러운 사건들을 겪었지만 아직 세상이 좋아질 것이라는 아련한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다음번 팬데믹까지 모두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