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필자에게 음악은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생활의 일부가 되어 버렸다. 필자의 집에는 영국의 B사 제품인 Wave 라디오가 2대 있다. 이 라디오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지에 실린 광고를 보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나 당시에는 국내에서 구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2001년 초 청계산 추모공원 관련 자료 수집 및 시찰로 미국 LA에 갔을 때 이 라디오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래서 틀어보니 과연 B사가 자랑하던 대로 소리가 전 공간에 울려 퍼지는 것같이 듣기가 매우 좋아 한 대를 구입하여 집에서 듣게 되었다.
그 후 같은 라디오에 CD플레이어가 부착된 모델이 출시되었을 때에는 국내에서도 구입이 가능하여 이를 한 대 사서 새 것은 2층 침실에 두고 먼저 것은 아래층 부엌에 놓아두었다. 음악은 CD를 듣는 경우도 종종 있으나 주로 KBS 제2(클래식)FM 방송을 들으며 TV 볼 때를 제외하고는 잠을 자는 동안에도 항상 라디오를 틀어놓는다.
따라서 어쩌다 한밤중에 잠이라도 깨게 되면 다시 잠이 들 때까지 심야의 음악 감상 시간이 된다. 운전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여서 시동을 걸고 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FM 라디오를 트는 일이다. 따라서 약속시간만 임박하지 않다면 차가 밀리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더라도 즐거운 음악감상 시간인 것이다. 그러나 전에는 라디오보다는 주로 필자가 좋아하는 음악을 중심으로 LP나 CD를 많이 들었다.
음악을 좋아하시던 아버지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관심은 있었지만 필자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가정이 라디오 한 대 가지기 어려운 형편이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거의 꿈도 못 꿀 일이었다. 그래서 그저 가끔 친구 Y군의 집에 놀러 가면 그가 아끼던 제니스 라디오로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이나 듣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다가 고 2때, 친구들과 가끔 들르던 혜화동 로터리의 아카데미 빵집에서 듣게 된 폴 앵카의 , 등과 닐 세다카의 , 이나 진 빈센트의 등은 필자의 음악세계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말하자면 이때 처음으로 Pop이나 Rock에 귀를 뜨게 된 것이었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시내만 나갔다 하면 당시 종로 근처에 있던 뉴·월드나 디·쉐네, 명동에 있던 쎄·시·봉 중 적어도 한 군데 정도는 들렀고, 종로와 광화문 사이에 있던 르네상스라든지 을지로 입구의 아폴로 같은 클래식 음악실에도 자주 다녔다. 그리고 이때쯤은 필자의 집도 약간의 경제적인 여유가 생겨 방에 라디오가 붙은 전축도 한 대 들여놓았고 레코드판도 살 수 있어서 좀 더 폭넓게, 그리고 체계적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그 당시는 음악이 한번 유행했다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크게 유행을 하다가 어느 틈에 슬그머니 사라져버리기도 하였다. 한동안 브렌다 리가 와 뒤이은 등으로 크게 히트를 했고 그 다음 브라이언 하일랜드의 라는 노래는 가사나 멜로디가 다 재미있었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 했다. 또 상당히 튀는 듯한 목소리를 가졌던 수 톰슨의 나 꽤나 섹시하게 흐느적거리던 앤 마가렛의 와 , 그리고 스키터 데이비스의 , 짐 리브스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부른 , 브라더스 포의 등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퍼시 페이스가 연주하는 의 주제가, 클리프 리차드가 주연한 에서 그가 부른 와 라는 제목이 꽤 긴 노래, 그리스를 대표하는 영화배우이자 국회의원과 문화부장관을 역임한 정치인 멜리나 메르쿠리가 주연한 에서 그녀가 부른 주제가, 코니 프란시스가 출연도 하고 노래도 부른 의 주제가 등도 상당히 유행했다.
그 당시 우리나라 방송들은 음악방송을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집에서 음악을 들으려면 LP를 사서 듣거나, 아니면 미군방송(AFKN)을 듣거나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미군방송에서 기가 막힌 곡들이 흘러나왔다. 하나는 애커 빌크라는 사람이 클라리넷으로 연주하는 라는 곡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국내에서도 크게 히트해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고, 그는 그 곡으로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다.
또 하나는 영국 보컬그룹 애니멀스가 부른 으로서 가사내용은 별로인데도 얼마 후 역시 크게 히트해서 지금까지도 종종 들을 수 있다.
그즈음 필자는 또, 지금까지도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의 하나인 의 내용과 지중해를 무대로 한 영상, 니노 로타의 애절한 주제가, 그리고 라는 노래를 부른 가수이기도 한 주연여우 마리 라포레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그래서 영상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클로드 모네의 그림과 일본 영화잡지에서 잘라낸 마리 라포레의 사진을 액자에 넣어 벽에 걸어놓고 그 주제가에 젖어들곤 했다. 또 이라는 영화에도 심취하여 전부터 좋아하던 오드리 헵번의 사진도 역시 벽에 걸어놓고 주제가 을 앙드레 류의 기가 막히는 바이올린 연주로 자주 듣곤 하였다.
글ㆍ사진 김인철
춘삼월 제주의 꽃시계는 벌써부터 봄입니다. 제주의 봄꽃을 대표하는 유채꽃은 이미 곳곳에 단지 형태로 피어 있고 동백과 매화, 벚나무가 꽃망울을 터트린 지 오래됐습니다. 산중에선 복수초와 변산바람꽃이 피고 지고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절정으로 치닫는 제주의 봄에 화룡점정을 하는 건 ‘맑고 깨끗한 향이 벼루에 떠돌고 편지지에 스밀 듯’ 그윽한 수선화 꽃입니다.
‘세한도’와 추사체라는 위대한 문화유산을 남긴 추사 김정희는 이미 160여 년 전 제주 유배 시절 “마을마다 동네마다 한 치, 한 자쯤의 땅에도 수선화가 없는 곳이 없다. (제주의) 수선화는 과연 천하의 큰 구경거리”라며 찬탄을 금치 못합니다. 그러면서 평생지기였던 벗 권돈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매화가 고상하다고는 하지만 뜰을 넘지 못하는데 “정월 그믐에서 2월 초 피기 시작한 수선화는 3월이 되면 산과 들, 밭두둑에 흰 구름이 깔린 듯, 흰 눈이 장대하게 쌓인 듯” 피어난다며 세세하게 설명합니다. 8년 3개월 동안 유배 생활을 한 서귀포시 대정 들녘의 수선화가 추사에겐 몇 안 되는 정신적 위안이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입니다.
“그런데 이 고장 사람들은 이것이 귀한 줄을 몰라서 소와 말에게 먹이고 발로 밟아버리기도 합니다. 또 보리밭에 많이 나는 까닭에 마을의 장정이나 아이들이 호미로 캐어버리고는 하는데, 캐내도 다시 나기 때문에 마치 원수 보듯 합니다.” 이어지는 추사의 언급은 기록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줍니다.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인 수선화가 이미 160여 년 전에 원예종이 아닌, 야생식물이자 자생식물로 제주도 전역에 뿌리내리고 있었음을 입증하는 귀중한 현장보고서라 할 수 있지요.
현재 제주도에는 두 종류의 수선화가 피고 있습니다. 꽃이 크고(몰) 속 꽃잎이 마늘(마농) 뿌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제주도 방언인 ‘몰마농꽃(사진)’이라고 불리는 수선화가 그 하나입니다. 또 다른 수선화는 흰색 꽃받침 위에 황금색 부화관이 동그랗게 자리 잡은 게 마치 흰 쟁반(옥대)에 황금 술잔(금잔)이 앉은 것 같다고 해서 금잔옥대(金盞玉臺)라 불리는 것입니다. 추사는 “화품(花品)이 대단히 커서 한 가지가 많게는 10여 송이에 화피 갈래 조각이 8~9개에 이른다”는 설명과 함께 노란 부화관과 속 꽃잎이 여럿으로 갈라지는 그림을 남겨 당시 제주도에 자생하던 수선화가 몰마농꽃이었음을 분명하게 말해줍니다.
3월 제주의 봄 들녘을 거닐며 오래전부터 이 땅에 뿌리내린 야생 수선화의 향기도 맡아보고, 그윽한 향을 가슴 깊이 들이쉬며 간고한 유배 생활에도 불구하고 일생일대의 걸작을 남긴 추사의 발자취도 한번 되짚어보길 권합니다.
Where is it?
제주도 전역이 수선화 자생지라 할 만큼 어디서나 어렵지 않게 꽃 핀 것을 볼 수 있다. 바닷가는 물론 중산간에서도 만날 수 있다. 마을길이나 들과 밭, 돌 틈 등 어디에서나 자라는데, 최근에는 제주도를 대표하는 꽃으로 인식된 때문인지 사람의 손길이 미치는 화단에서도 금잔옥대(사진)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다만 추사가 제주도의 수선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된 만큼 그의 유배지가 있는 서귀포시 대정 들녘을 찾는 발걸음이 많다. 특히 대정읍 안성리 추사 유배지에서부터 안덕면 사계리 대정향교까지 2Km 구간을 비롯해 산방산이 보이는 대정 들녘 일대에 피어있는 수선화가 각별한 사랑을 받고 있다. 추사가 바로 이곳을 거닐면서 일대에 펼쳐지는 풍경을 묘사하고 진한 수선화 향기를 글과 시로 남겼기 때문이다. 유배지 바로 옆에 세워진 추사기념관 내 추사 동상 앞에는 조화로 만든 수선화가 늘 놓여 있고, 적거지 주변 탱자나무 담장 아래에는 금잔옥대가 심어져 있다. 추사가 제자들을 가르쳤던 대정향교 안 곳곳에는 몰마농꽃이 한창 피어있다.
서울신문 기자로 29년 일했다. '김인철의 야생화 산책'(ickim.blog.seoul.co.kr) 블로그를 운영 중이다. '야생화 화첩기행'(푸른 행복) 저자.
‘한국영화에 복고 코드가 있다’란 말이 잊힐 만하면 나온다. , , 등이 복고 정서를 드러내는 영화인데, 흥행 또한 만만치 않더니 여기에 영화 까지 이에 가세했다. 어느 비평가는 이런 현상을 ‘필연’이라며, 그 이유를 거창하게 한국 근현대사의 굴곡 많은 사회구조와 연결 짓는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물들인 군복, 바싹 처올린 새마을 머리, 청바지, 고고장, 월남치마, 씨레이션 등 시대를 상징하는 풍경과 어휘들의 퇴장이 문화 스펙트럼을 보여 왔다. 영화는 이런 시대의 표정을 정교하게 포착, ‘그 시대의 이야기’로 빚어내는 것이다
글 김정수 시인 / 문학박사
추억으로 가는 청춘열차
먼저 오늘의 ‘추억영화’를 영화 으로 시작할까 한다.
60년대 말, 70년대 초 우중충한 우리의 한 시절이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재방(再放)되는 듯하다. 한때 주말 마다 TV로 찾아오던 ‘명화극장’처럼. 성우의 ‘오버 랭귀지(?)’ 더빙으로 더 친숙했던 게리 쿠퍼니, 소피아 로렌이니, 딘 마틴이니, 오드리 햅번처럼 다소 철 지난 그러나 어딘지 살가운 눅눅한 질감의 문화와 추억을 만난다.
어두컴컴한 조명에 궁기마저 보이는 실내 분위기에 자욱한 담배 연기 사이로 ‘지금은 이 바닥에 ‘큰 산‘이 된 앳된 그래서 무모해 보였던 ‘쎄시봉’ 지기들,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이장희, 김세환 등 자칭 ‘싱어송 라이터’들이 통기타를 뜯으며 노래하고, 걸쭉한 ‘구라’도 날리던 곳이었다.
여기서 잠깐, 오늘의 주제는 도, ‘어두웠던 한 철’도 아니다. ‘한 시대의 풍경’이 우리에게 어떻게 남아있으며, 이 ‘과거소환’이 어떤 방법으로 가능하며, 거기에서 오늘의 주제인 ‘영화음악’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살펴볼 일이다.
우리는 영화를 보면서, ‘영화음악’도 듣고 또 본다. 그러나 결코 이 사건은 당연치 않다. 100년도 채 안된 ‘뉴 테크놀로지’. 1920년대 후반, 무성영화 시대가 발성영화에 밀려나고, 영화에 ‘소리’가 등장했고, 그 소리에 대한 욕구의 정점에 ‘영화 음악’이 꽃 피웠다.
‘영화음악’은 사전적으로는 ‘영화를 위한 작곡·편곡·선곡된 음악’이다. 그러나 이전 무미건조한 뜻풀이에도 불구하고, ‘영화음악’은 무서운 속도로 진화, 발전했다. 영화음악은 필연적으로 영화를 더욱 ‘영화’이게 하는 절대 영역이 됐다.
처음엔 영화음악을 ‘영상의 덧칠’ 정도로 여기다가, 점차 ‘영사의 또 다른 자아’로 신분이 상승한 데 이어, 급기야 ‘영상 너머’까지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전쟁마저 기적으로 바꾸는
본격적인 ‘영화음악’과 ‘추억’을 풀어볼까 한다. 한 시대를 군림하고, 기어이 문화가 되고, 곰삭은 추억이 되어, 아직도 우리 주변을 서성이고 있는 한 현상을 이야기하려 한다. 혹자들은 늘 ‘이 영화’를 비망록의 첫 자리에 앉히곤 한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 유태계 폴란드인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로프 스필만(Wladyslaw Szpilman·1911~2000)’의 실화 영화. 이야기 구조는 단순하다. 나치에 점령당한 폴란드의 유명 음악가였던 주인공이 단지 유태계라는 이유로, 쫓기고 테러를 당하고, 가두어지고,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나들다가 탈출했으나, 폐허에 버려져 굶주림과 추위에 쓰러질 즈음, 음악을 좋아하는 독일군 장교를 만나 구사일생 살아남는다는 평이한 이야기다.
그러나 이 단순한 서사구조지만 ‘음악’이라는 촉매를 통해 절망과 희망, 휴머니즘과 사랑까지를 말하게 된다. 영화 전편을 차지하는 황량한 폐허 속에서, 헐벗고 굶주려 목숨조차 이을 수 없는 처참한 몰골의 주인공이 언 손을 녹이면서 연주하는 쇼팽의 ‘발라드 1번 G단조 op. 23’은 서러우면서 환희에 찬 울림으로 감동을 선사한다. 피골이 상접한 스필만을 연기한 애드리안 블로디(Adrian Brody)와 그의 목숨을 구해준 독일군 장교 호젠펠트(Hosenfelt) 역의 ‘토마스 크레취만(Thomas Kretchmann)의 탁월한 연기는 이 음악 속에서 비로소 완성에 도달한다. 특히 처음 서툴게 음 하나하나를 눌러가다가 곡의 진행에 따라 점차 안정되어 가면서 예전의 기량과 완숙도에 몰입하는 과정은 보는 이들의 감동을 절정으로 몰아가 결국 눈물을 체험하게 한다. 이 연주를 시종 바라보는 호젠펠트의 표정 변화는 완성도 높은 연주와 함께 상승효과를 일으켜 감상자들의 호흡까지 가쁘게 한다. 저녁 어스름이 깔리는 폐허 위로 울려 퍼지는 쇼팽의 음악은, 아니 스필만의 연주는 처참한 전쟁의 참사조차 감동의 배경으로 바꾸는 기적을 만들었다.
‘가브리엘의 오보에’를 품은
롤랑 조페 감독이 1986년 발표한 은, 그 해 칸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한 명화다.
18세기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식민지 각축을 벌였던 아마존 상류 원주민 마을에서 있었던 선교와 순교라는 다소 묵직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아마존의 거대한 원시림과 장쾌한 이구아수 폭포라는 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스토리 라인이 몰입도를 높이는데 전혀 손색이 없었다.
영화음악의 거장으로 꼽히는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의 음악성이 한껏 발휘된 ‘넬라 판타지아(Nella Fantasia)’와 오보에의 장점을 극대화시킨 ‘가브리엘의 오보에(Gabriel’s Oboe)’는 영화음악을 말할 때 반드시 거론되는 명곡이다.
특히 피도 눈물도 없는 악덕 노예상인에서 신부로 변신, 선과 악을 넘나드는 신들린 듯한 연기를 보인 로버트 드 니로(Robert De niro)와 엄격한 신행과 아가페적 사랑을 몸 전체로 표출한 제레미 아이언스(Jeremy Irons)의 연기가 음악과 어우러져 영화 전체의 격(格)과 디테일을 살렸다. 침략자들이 총과 화포를 난사하며 학살과 파괴를 자행하는데도 그 한가운데로 묵묵히 행진하는 무리들이 끝내 죽어가며 흩뿌리는 선혈과 비명 사이로 넬라 환타지아가 울려 퍼지는 장면은 역설적으로 극한의 아름다움과 숭고함을 느끼게 했다. 유난히 깡마른 가브리엘 신부가 맨 몸에 십자가를 멘 채 이구아수 폭포로 떨어지는 극적 상황에서의 가브리엘의 오보에는 엑스터시와 눈물을 동시에 안겨 주었다. 이렇듯 영화음악은 절정의 완숙한 연기와 하나가 되어, 관객의 감성을 절정으로 끌어 올리는 역할을 감당한다.
도 보석
이 밖에도 쉬 잊히지 않은 영화와 영화음악이 몇 편 있다.
자크 드미 감독의 에서 안타까운 연인들의 눈으로 주고 받는 밀어를 느끼게 해주는 ‘미쉘 르망’의 ‘I will wait for you’는 감정의 잔물결을 보는 듯 애잔했다. 특히 1965년의 에서의 ‘My favorite things’, ‘도레미송’, ‘에델바이스’ 등은 알프스를 배경으로 낭랑하게 퍼지는 ‘줄리 엔드류스(Julie Andrews)’의 맑은 음색으로 전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 에서는 사이먼(Simon)과 가펑클(Garfunkle)이라는 걸출한 듀엣의 목소리로 ‘Sound of silence’ ‘로빈슨 부인’ ‘스카보로의 추억’ 등의 밀리언셀러를 만들기도 했다.
프랑스의 명감독 뤽 베송 감독의 은 킬러라는 비정한 세계를 한 여자 아이와의 감정선과 교차시키면서, 또 다른 휴머니티를 보인 것으로 유명하다. 라스트신에서 킬러가 생전에 아끼던 화분을 땅에 묻는 소녀의 무표정 위로 ‘스팅(Sting)’의 기타 선율의 ‘Shape of my heart’은 ‘아픈 위로’가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 줬다.
‘아랑 들롱’의 출세작 는 1960년 르네 끌레망 감독 작품으로, 푸른 지중해와 인간의 탐욕을 교직해, ‘니노 로타(Nino Rota)’의 애절한 트럼펫곡 ‘태양은 가득히’를 감싸 만든 명작이다. 방화도 추억 갈피에서 몇 꺼내본다.
에서 비 오는 텅 빈 사십 계단을 배경으로 잔잔히 깔리는 ‘비지스’의 ‘홀리데이’는 곧이어 벌어질 잔인한 살인을 예감케 하는 묵시적 분위기를 만드는 데 한 몫을 했고, 또 오늘의 박찬욱 감독을 있게 한 에서는 이미 작고한 가수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를 선곡, 남과 북의 무거운 체제에 눌려 아파하는 젊은이들의 혼란을 드러내는 데 성공했다. 이준익 감독은 에서 가수 이선희의 ‘인연’의 서사적 가사를 영화 감성으로 이입시켰다.
느닷없이 한 음절의 노래를 흥얼거릴 때가 있다. 이 때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기도 한다. 그 영화 그 음악이 마음에 머물고 감돈다는 것은, 끝내 우리가 교환과 거래가 아닌 공감과 추억이라는 가치를 살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추억은 늘 일인칭일 수밖에 없다.
추억도 힐링이란다. 모쪼록 꼼꼼하게 쌓아가야 할 일이지 싶다.
‘비지스‘의 할리데이를 자주 들었던 ‘열차집’에 가서 돼지기름에 노릇노릇 부친 빈대떡을 어리굴젓 한 점 얹어 막걸리나 한 주전자 마실까 싶다.
“기자님, 이젠 아파트 중개 안할렵니다!”
의외였다. 그는 지난 20여년간 아파트만 취급하던 분양 마케팅 전문가이기 때문이었다. 특히 고급 아파트나 주상복합 주택 전문 컨설턴트를 겸하고 있기도 했다. 그런 그가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 손을 떼겠다니. 처음엔 귀를 의심했다. “그럼 앞으로는….”이라는 기자의 질문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의 입에서 '단독주택 리모델링'이라는 말이 튀어 나왔다. 낡은 집을 새로 고쳐 주거의 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자산가치도 크게 올라 돈도 벌수 있는 신종 재테크 수단으로도 손색이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시공 전문가부터 관련업계 대학교수까지 같이 사업할 팀원들을 모시고 있다고 했다. 이쯤되면 요즘 확실히 핫(HOT)하게 뜨고 있는 최고의 부동산 재테크 아이템일 것이라고 직감했다. 그래서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또 나섰다. ‘단독주택 리모델링’ 실제 사례를 통해 성공 노하우를 전해드리고자 한다.
① 시세차익형 “무조건 싸게 사라”
과연 단독주택 리모델링으로 돈을 벌 수 있을까. 아까운 시공비만 고스란히 날리는 것은 아닐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히려 시세차익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적지 않다. 하지만 핵심포인트가 있다. 그 단독주택을 일단 얼마나 싸게 매입하느냐가 관건이다.
단독주택 전문가에 따르면 단독주택도 지역별로 그 지역에 알맞는 대략적인 시세만 존재하지 아파트 시세처럼 딱 떨어지는 시세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노후한 정도가 천차만별로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발품을 파는 만큼 낡고 허름한 주택을 얼마든지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기회가 곳곳에 존재한다. 이렇다보니 만약 낡고 노후한 단독주택을 시세보다 크게 싼 가격에 사서 리모델링을 통해 깨끗하게 포장(가치 상승)한 뒤 매도하면 리모델링 비용을 빼고도 시세차익을 바로 거둘 수 있는 곳이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대지가격 외에 건물 가격은 거의 없는 주택이라면 금상첨화다. 이렇게해서 돈을 벌수 있다는 입소문이 돌자 수도권에서 거의 쓰러져가는 낡은 단독주택만 사러 다니는 전문 투자꾼이 나타나기도 한다는 것이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의 전언이다.
안양에 사는 박웅구(가명·45)씨가 바로 그런 케이스다. 리모델링 비용을 치르고도 그가 당장 손에 쥘수 있는 시세차익이 1억원에 이른다. 사연은 이랬다. 그가 안양에서 거의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낡은 2층짜리 단독주택을 1억5000만원에 사들인 것이 지난 연말. 박 씨가 계약하기 전 이 주택은 5년간 사람이 살지 않아 최소한의 관리는 커녕 건물이 서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노후돼 있었다. 이렇듯 너무 낡아 있다보니 매입하려는 이가 전혀 없었고 집값은 뚝뚝 미끄러져 내려갔던 것. 그는 “거의 쓰러져간다는 표현이 걸맞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주변 주택시세가 3억5000만원인데 1억5000만원에 계약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는 리모델링 공사비로 1억원을 투자했다. 박씨의 투자비가 주택 매입가를 포함해 2억50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1억원에 이르는 시세차익을 거둔 셈이다. 주변 부동산 관계자는 “주변 아파트 시세가 3억9000만원을 호가한다. 리모델링으로 단장했으니 주변 시세만큼은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시세차익은 고급 단독주택도 마찬가지다. 금액자체가 크다보니 오히려 더 많은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다. 예전에는 고급빌라나 도시형생활주택을 짓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 상황이 바뀌고 있다. 주택공급 과잉을 비롯해 경기침체로 인해 고급 단독주택 시장도 리모델링 바람이 불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여기서 관건은 대지가 크고 오래된 고급 단독주택을 고를 수 있느냐다. 단독주택 리모델링은 건물가격은 거의 없고, 땅(대지) 가격만 남은 단독주택일수록 재테크 측면에서 리모델링 효과를 크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초구의 한 고급단독주택 단지에 살고 있는 박달수(가명·60)씨. 그는 극심한 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자신이 살고 있는 단지 주택 가격이 하락하지 않은 점에 주목했다. 다른 아파트나 고급 주택들은 가격이 추풍낙엽처럼 곤두박질치는 데도 그의 단독주택 가격은 별반 영향을 받지 않고 있었던 것. 궁금증이 발동한 박씨. 그의 지인과 부동산 전문가 의견을 들어본 결과는 비결은 넓은 대지면적에 있었다. 오래된 주택일수록 땅지분이 많아 주택 가격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 오히리 리모델링으로 건물가격까지 높이면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시세가 40억원에 이르는 낡은 주택에 3억5000만원을 투입해 리모델링에 나섰다. 그결과 최근 시세가 50억원을 호가한다. 박씨는 “처음엔 초기 투자비용이 부담됐지만 리모델링으로 오히려 돈을 벌게 됐다. 당장 팔 생각은 없지만 주변 낡은 주택보다 분명 좋은 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② 임대수익형 “자식 창업이나 증여용으로 활용”
임대수익도 쏠쏠히 올릴 수 있다. 단독주택을 상가주택으로 증축하거나 리모델링하면 큰 무리없이 월세 등 임차료 수익을 거둘 수 있다. 물론 구청 인허가 등 관련 절차가 밟긴 해야 한다. 하지만 보통의 경우 가정용 정화조를 상업용으로 늘리는 공사를 하는 수준에서 절차가 마무리된다. 정화조 공사 필증을 리모델링 건축사 사무실에 전달하면 알아서 관련 절차를 밟아주는 게 대부분이다. 도로 이격거리나 주차장 등 인허가 절차가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신축보다 훨씬 간결한 셈이다.
최성관(가명·65)씨는 살고 있던 서울 돈암동 6억원짜리 아파트를 팔기로 했다. 대신 은평구 역촌동에 대지 330㎡규모의 2층짜리 단독주택을 같은 가격에 매입했다. 30대 초반 나이에도 결혼도, 취업도 못한 큰 딸을 위해서다. 그는 딸이 단독주택 2층에 카페를 차릴 수 있도록 배려해주기로 했다. 전체 연면적 165㎡가운데 2층 면적이 66㎡로 넓지는 않지만 카페를 차릴 경우 월 400만~500만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월세도 최대한 저렴하게 받아 수익을 내는데 보태도록 하기로 마음 먹었다. 딸이 당장 먹고 살 걱정은 덜어주고 싶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더욱이 상속이나 증여도 감안해서 가게 명의도 딸에게 넘겨줄 생각이다. 최 씨는 “1억5000만원 시공비가 만큼 딸에게 투자하는 셈이다. 기존에 없던 마당도 생기고 하니 어찌보면 살기는 더 좋다”고 말했다.
서초동 서래마을에 살고 있는 서일택(가명·68)씨. 오래된 2층 낡은 집(13억원)을 고쳐 노후 임대수익용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특히 서씨는 1층 임대계약할 카페 콘셉트까지 정해놨다. 딱딱한 주상복합 상가나 식당이 식상한 만큼 탁트이고 여유로운 지중해식 콘셉트으로 운영하는 사업자에 임대주기로 했다. 보증금 1억원에 월세가 900만원에 이르지만 워낙 카페 수요가 많은 곳이라 벌써부터 가게를 달라는 사업자들이 줄을 섰다. 서씨가 오히려 임차인을 고르기만 하면 되는 상황인 것. 뿐만아니다. 반지하도 반전세(보증금 1억원, 월세 750만원)에 세를 놓기로 했다. 2층을 서씨가 거주용으로 활용한다고 해도 1650만원에 이르는 월세수익을 올릴 수 있는 셈이다. 1억5000만원 리모델링 비용은 보증금(2억원)으로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구상이다. 실제 방배동 서래마을 같은 경우 주택은 물론 카페 등 상권 임대 수요도 많아 연간 수익률이 10%를 웃도는 사례도 적지 않다.
서씨는 “옆 동네(반포동) 30평형대 아파트가 16억원이 넘는다. 여긴 3층짜리 건물에 마당이 있는데도 13억원이면 주택을 구입할 수 있다. 게대가 임대수익도 올릴 수 있어 일석이죠 효과”라고 말했다.
투자 컨설팅 전문가에 따르면 자산가들은 2층짜리 단독주택을 상가주택으로 용도 변경해 4층짜리 상가로 증축하길 원한다. 4층은 본인이 살면서도 1~3층을 임대를 줘서 임차수익을 거둘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해선 안될 사안이 있다. 단독주택을 리모델링하는 경우는 정화조 공사 등 간단한 시공필증만 있으면 간략하게 인ㆍ허가 절차를 밟을 수 있지만 증축의 개념이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 질 수 있다. 특히 해당지역이 문화재 보호지역 등 규제로 묶인 지역이라면 더욱 그러하다는 것. 따라서 투자를 결정할 때 직접 발품을 팔고 구청 등에 직접 확인하는 꼼꼼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반대로 지역개발 호재가 터지면 용도 변경이 수월해져 부동산 자산 가치가 오를 가능성이 크므로 직접 컨설팅을 받아보며 정보획득에도 힘을 쏟는 노력이 필요하다.
③ 게스트 하우스형 “홍대 등 최고 상권서 발품 팔아야”
단독주택 리모델링으로 돈버는 법은 또 있다. 바로 개조한 주택을 게스트 하우스로 활용하는 것이다. 은행지점장을 은퇴한 양문기(가명·58)씨가 바로 그랬다. 제2 인생을 살기 위해 최근 중고차 무역업을 하던 양씨가 우연히 중국인 등 외국인들과 어울리게 되면서 게스트 하우스라는 새 아이템을 알게 된 것. 여기에 한류바람이 계속 불고 있다는 점도 그가 외국인 상대 숙박업에 뛰어들게 계기가 된 셈이다. 그는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홍대 인근 상수동에 최근 10억원짜리 단독주택을 매입했다. 원래 유치원 건물로 쓰던 주택이었지만 영업이 안되는 터에 저가에 매물이 나온 것을 그가 급매물로 잡은 것이다. 관광객을 받을 수 있도록 커다란 방 8개(수용인원 4~8명)로 개조하는데 투입한 비용(리모델링)이 1억8000만원이었다. 이에 총 투자 비용은 11억8000만원.
그러나 이제 그는 돈 벌일만 남았다는 판단이다. 외국인 관광객 한명당 5만원의 숙박료를 받는다는 가정하에 방 하나에 최소 4명만 받는다고 쳐도 20만원을 수익이 가능하다. 방이 8개인 점을 감안하면 하루에 160만원, 한달에 4800만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이렇게 1년이면 6억원에 이르는 돈을 손에 쥐게 된다. 30% 정도를 운영비(약 2억원)로 지출하더라도 대략 4억원은 순이익으로 남길 수 있다. 물론 공실이 없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지만 국내 최고 상권 중 하나인 홍대 인근 지역인 점을 감안하면 가능하지 않은 일도 아니다. 충분히 승산이 있는 투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양씨는 “펜션보다는 미래가 유망한 중국인 등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게스트하우스가 시장에서 먹힐 것으로 봤다. 무역업으로 해외사정에 밝아 앞으로 트렌트를 잘 반영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④ 셰어형 “지인들끼리…주거비용 아낀다”
또다른 틈새유형이 바로 셰어형이다. 특히 전세난에 허덕이는 신혼부부들이 선호한다. 낡은 단독주택을 사들여서 1층과 2층을 나눠서 2세대가 같이 마당있는 집을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 지인인 신혼커플들이 함께 수도권 인근에서 노후한 주택을 리모델링해 함께 공유주택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같은 돈을 주고도 보다 훨씬 넓은 평수에서 살면서 내집을 소유하면서 전세 걱정도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윤현우(가명·33)·박은혜(가명)씨와 송상범(가명·33)·최은숙(가명)씨 신혼부부 커플이 그런 케이스다. 윤씨와 송씨가 서로 초등학교 시절부터 절친인 까닭에 커플시절부터 어울려 다니다가 또 비슷한 시기에 결혼하게 되면서 아예 같이 살기로 결정한 것. 이들이 선택한 지역은 부천 중동. 썩음썩음한 대지면적 2층짜리 단독주택을 계약한 가격은 3억원. 여기에 들어간 리모델링 시공비는 1억5000만원이다. 총 4억5000만원에 이르는 투자비는 두 커플이 각각 2억2500만원씩 나눠 부담했다. 1층(121㎡)은 윤씨 커플이, 2층(115㎡)은 송씨 커플이 사용하기로 했다. 이들 커플들은 서울은 물론 수도권에서 20평형대 전세 아파트도 얻기 힘든 금액으로 30평대 주택을 각각 전세가 아닌 소유개념을 주거하게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단독주택은 노후도별로 가격편차가 심한 만큼 오래된 집(구옥)을 싸게 사는 것이 투자 포인트라고 말한다. 여기에 낡은 주택을 리모델링하는 점을 감안해서 단순 인테리어가 아닌 공간활용도까지 고려한 시공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정진화 뉴마이하우스 대표는 "재건축이나 상가 등 시장은 이미 포화단계에 접어들었다. 반면 아직 같은 지역 내에서도 가격에 편차가 존재하는 단독주택은 신종 재테크 수단으로 주목받기에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단순히 마감재를 바뀌는 정도의 작업으로는 리모델링 효과를 볼 수 없다. 구조보강까지 함께 작업해야 하므로 전문 업체에 맡겨 부실 시공이 없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벌어지는 입을 닫을 수 없다. 피곤한 하루를 마친 태양. 잠에 들려는 듯 바다 속으로 사라지며 물결을 빨갛게 물들인다. 그 순간 잡념은 사라지고 도시에 아름다움에 흠뻑 취한다. 어떤 이들은 그 순간을 간직하기 위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고, 어떤 이들은 아무 방해도 받기 싫다는 듯 멍하니 그 장관을 음미한다.
지중해에서 가장 큰 섬. 이탈리아의 최남단에 위치한 시칠리아. 영화 대부, 시네마 천국, 그랑블루 등 수많은 영화의 배경이 될 만큼 그 자연 풍광과 도시의 모습이 아름답다. 독일 문학의 상징 괴테도 말했다. “시칠리아를 보지 않고서는 이탈리아를 봤다고 말할 수 없다.”
◇ 괴테가 사랑한 도시 ‘팔레르모’
시칠리아 안에서도 괴테가 세계 최고도시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은 곳이 있다. 북부에 위치한 팔레르모다. 영화 ‘대부’의 배경으로 유명한 이 곳에는 ‘4개의 모서리’를 뜻하는 콰트로 콴티(Quattro Canti)와 팔레르모 두오모 성당이 있다. 콰트로 콴티는 예술작품으로 꾸민 3층 건물 4채를 말한다. 1층은 사계절 여신들의 조각상이 있는 분수, 2층은 시칠리아를 지배한 왕들, 3층에는 성녀의 모습이 담긴 조각상이 있어 콰트로 콴티만의 세련미를 느낄 수 있다. 1184년 팔레르모 대주교에 의해 세워진 팔레르모 두오모 성당에서는 다양한 건축 양식을 엿볼 수 있다. 이 성당은 팔레르모를 지배한 여려 세력의 다양한 건축 양식이 섞여있다. 외부는 고딕 양식, 남쪽 현관은 카탈로니아 양식, 돔은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혼합돼 있어 신비로움을 더한다. 내부에 있는 왕들의 무덤과 보물을 구경하는 것도 팔레르모 두오모 성당을 즐기는 색다른 요소다.
◇ 시네마천국의 배경 ‘체팔루’
영화 ‘시네마 천국’에서 주인공 토토가 데이트를 하던 낭만적인 해변 마을을 기억하는가. 유럽 왕족과 유명 인사들이 가장 선호한다는 체팔루다. 이러한 명성에 걸맞게 건물과 해변,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은 그 속에 있는 사람을 영화 속 주인공처럼 만들어준다. 팔레르모 두오모 성당 보다는 작지만 그보다 화려한 모자이크가 있는 체팔루 두오모 성당과 페스카라 문도 으뜸이지만, 무엇보다 해안도로를 따라 이어지는 절경을 빼놓고 체팔루를 얘기 할 수 없다. 해안가 따라 이어진 다소 이탈리아 정서의 소박하고 낡은 건물과 고즈넉한 해변이 드넓은 바다와 조화를 이뤄 보는 이들의 혼을 빼놓는다. 한 폭의 그림. 환상적인 도시. 그 이상의 수식어를 더 넣을 수 있다면 그것은 체팔루다.
◇ 시칠리아 최고의 휴양지 ‘타오르미나’
시칠리아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휴양지 타오르미나. 영화 ‘그랑블루’ 배경지이기도 하다. 타오르미나 절벽 위에 세워진 그리스극장은 이 도시의 대표적인 볼거리다. 기원전 3세기 때 지어진 이 야외극장은 눈앞에 바다가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특히 여름에는 발레나 음악회 등이 열려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아기자기한 상점이 들어서 있는 움베르토 1세 거리는 저녁이 되면 많은 관광객들로 북적거린다. 예쁜 도자기와 기념품, 장식품을 전시하는 상점이 많아 유쾌함 넘치는 곳이다.
◇ 아르키메데스의 고향 ‘시라쿠사’
거리 자체가 중후한 멋을 뽐내 영화 속에 자주 등장하는 두오모 광장, 아레투사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강의 신’ 알페오스가 샘에 뛰어들어 스스로 강이 되었다고 전해지는 아레투사의 샘, 1만6천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그리스 극장부터 검투경기를 즐기기 위해 만들어진 로마원형 경기장까지. 이 모든 것을 둘러볼 수 있는 곳이 있다. 고대 그리고 최고의 수학자 아르키메데스의 고향 시라쿠사다. 거리의 야경이 유난히 빛나는 시라쿠사는 낭만과 역사가 공존한다.
◇ 유럽 최대의 활화산이 있는 ‘에트나’
유럽에서 가장 높은 활화산 에트나산(3350m). 기원전 2700년부터 화산활동을 한 세계에서 가장 긴 역사를 가진 화산답게 최근까지 그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불의 신’ 불카누스의 대장간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에트나 화산은 2013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에 등재 됐다.
투어2000에서는 시칠리아를 포함한 이탈리아 8박 9일 일정의 패키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올 여름 지중해의 보배, 시칠리아의 낭만에 취해보는 것은 어떨지.
사진 : 투어2000 / 문의 : 투어2000(02-2021-2000)
요구르트와 아몬드를 먹는 게 비만 방지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유럽 유수의 대학이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시행, 유럽의회에 제출한 비만 연구 보고서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저지방 또는 지방이 없는 요구르트와 아몬드를 먹는 게 과체중을 막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스위스 언론들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 비만연구소와 스페인 나바라 대학 연구원들이 작성한 이 보고서는 전통적으로 요구르트를 매일 먹는 발칸반도 지역 국가들의 기존 연구결과에서도 매일 두 차례 요구르트를 먹는 사람들은 과체중 위험이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 보고서는 특히 일부 다이어트 제품들이 역설적으로 일반 제품보다 많은 설탕이 함유해 열량이 더 높은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 다음 채소, 올리브기름, 생선, 요구르트 등으로 구성된 지중해식 다이어트를 강력하게 추천했다.
아울러 설탕을 함유한 간식이나 스낵 대신 매일 43g 정도의 아몬드를 먹는 것도도움이 된다고 이 보고서는 덧붙였다.
이 보고서는 식사 중 부모들이 자녀 앞에서 다투는 모습을 보이지 말라고 권하면서 이런 다툼으로 생긴 스트레스가 과체중이나 비만으로 곧바로 연결된다고도 지적했다.
한편, 미국 워싱턴대학 건강측정평가연구소(IHME)는 지난달 28일 전 세계적으로비만 및 과체중 인구가 21억 명에 도달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치매는 치료보다 사전예방이 중요하다. 현재는 단지 치매의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약물 치료제가 있을 뿐, 발병 이후에는 확실하게 치매를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가 없기 때문이다. 치매 예방에 좋은 음식을 알아본다.
뇌기능은 뇌신경에 좋은 물질과 적당한 운동, 즉 뇌를 자극할 수 있는 일종의 행동이 필요한데 음식물을 씹는 것은 뇌를 자극하는 가장 적합한 운동이라는 것이 치매연구에 대한 결과다. 즉 청소년기 때 현미잡곡밥을 먹음으로써 오래 씹게 하여 뇌 운동을 촉진하고 다양한 영양을 섭취해 뇌세포 활동을 촉진하여 두뇌발달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바로 치매예방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치매를 앓는 환자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영양실조인 경우가 많다고 알려졌다. 특히 동물성 단백질의 부족은 뇌의 발육과 기능을 저해하는 큰 요인 중의 하나이다. 우리 인간의 몸은 오랫동안 동물성 영양과 식물성 영양분에 길들여져 왔다. 지나친 육류섭취도 문제가 되지만 동물성 영양분을 배제한 식단 역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치매를 예방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곧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는 사랑하는 일이며, 몸을 튼실하게 유지하는 식단의 균형회복이라 할 수 있다.
서울 성모병원 신경과 양동원 교수는 오메가3가 많이 들어있는 등 푸른 생선과 함께 당근, 브로콜리, 오렌지, 사과 등을 꾸준히 먹으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또 기름진 음식과 과식을 피하고 하루 30분 이상 꾸준히 걷는 것도 추천했다.
매 끼니마다 올리브오일과 견과류, 와인(레드와인)을 먹는 게 나이 들어서 두뇌를 맑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고 ‘지중해식 식단’이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인하대 병원 최성혜 교수는 식습관과 생활습관 두 가지로 치매를 일정 부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가 치매예방 음식으로 권장하는 것은 뇌신경세포 보호성분인 항산화제가 많이 포함된 식품이다. 등푸른생선, 녹황색채소, 견과류를 비롯 적당량의 적포도주 등이 대표적이다. 최 교수는 “항산화제가 함유된 식품은 뇌세포막이 손상되는 것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인천 길병원 연병길 교수는 특히 젊을 때부터 뇌를 활용할 수 있는 독서나 창작활동을 통해 머리를 써 뇌력을 증진시켜야 되며, 고독을 이겨낼 수 있게 움직이고 배우며 어울리는 생활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적은 시간이라도 규칙적인 운동과 건전한 취미 생활, 그리고 우울증 예방을 위해 자주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치매 예방의 가장 대표적인 운동은 ’걷기’이다. 규칙적인 걷기 운동은 뇌혈류량을 개선시켜줄 뿐만 아니라 뇌 건강 유지에 반드시 필요한 산소, 포도당은 치매예방에 좋다고들 한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치매 예방을 위해서 뇌 훈련을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항산화 작용에 좋은 포도나 견과류 등과 불포화 지방이 많이 든 푸른 생선이나 콩 등의 음식도 도움이 된다. 또한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도파민과 세로토닌 등이 활발해서 두뇌 활성에 좋고 그 밖에도 적절한 운동을 통해 손과 발을 자극해 뇌 발달을 촉진시킨다.
치매예방 보조식품 잇달아 출시
치매 예방에 좋은 음식으로는 뇌세포손상을 막아주고 치매를 막아주는 패롤릭산이 들어있는 당귀와 세포의 산성화를 막아주는 사과산과 주석산 등 유기산을 함유하고 있는 오미자, 뇌신경을 안정 시켜주는 호두, 머리를 맑게 도와주는 해조류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건강기능식품을 함께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
2012년 출시한 풀무원건강생활의 ‘브레인큐’는 노년층의 두뇌 전물 개별인정형 건강식품으로 ‘당귀등추출복합물을 주원료로 하는데 참당귀, 삼백초, 오미자로 구성된 ‘당귀등추출복합물’은 12주간의 인체적용시험을 통해 식품의약청안전청으로부터 ‘노년의 기억력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을 인정받았다.
국내임상은 백병원, 보라매서울대병원 등 6개 대학병원에서 진행했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2010년 1월 발매한 일양약품의 ‘브레인300’은 중·장년층의 기억력 개선과 노년기의 치매 예방을 도와주는 성분 ‘BT-11’을 함유하고 있다.
BT-11은 국내 최고의 뇌 전문가이며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을 수상한 서유헌 서울대 의대 교수 겸 한국뇌연구원 원장이 개발한 천연물이다.
관계자는 “국내에서 실시된 3차례 임상시험 연구결과 기억력과 학습 능력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BT-11이 ‘아세틸콜린’ 분해 효소를 비롯해 독성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 C단 단백질 등 뇌신경 세포를 손상시키는 여러 효소들의 활성을 억제해 뇌기능 손상을 방지하는 작용을 하는 까닭”이라 말했다.
#치매예방에 좋은 음식
- 카레
카레의 주 성분 강황은 암의 예방에 탁월하며 치매의 예방은 물론 기억력을 상승해준다.
카레의 노란색은 강황에 들어있는 쿠르쿠민이라는 색소 때문. 쿠르쿠민은 산화를 방지하고 염증을 감소시켜 치매 진행을 지연시킨다. 때문에 인도 일부 지역에서는 65세이상의 치매 발병률이 1%에 불과하다는 통계도 있다.
- 된장
된장에는 레시틴(lecihtin)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레시틴은 세포를 구성하는 주성분 중 하나로 기억력을 향상시켜주는 기능이 있어서 노인성 치매에 예방에 좋은 식품이다.
- 잡곡밥
현미, 메밀 등 잡곡에는 비타민 B1이 풍부하다. 이는 뇌의 에너지원이 되는 포도당 생성을 촉진시키기 때문에 치매 예방으로 도움이 된다.
- 양파
양파를 날것으로 먹으면 노인성 치매예방에 효과적이다.
- 식초
뇌세포를 활성화시키고 피로물질의 축적을 방지하는 역할로 기억력 증진에 도움이 된다.
- 순무의 잎
칼슘 함량이 높고 비타민C 의 함량이 오렌지, 토마토의 3배나 높게 함유되어 있고 풍부한 엽산 성분도 함유되어 있어 치매예방 식품으로 으뜸이라 꼽히고 있다.
- 녹차
녹차는 혈압 상승을 억제하며, 항산화 작용을 해 뇌혈관 장애의 발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뇌의 신경세포가 죽는 것을 억제해 치매 예방에 탁월하다. 더불어 녹차의 카데킨류 성분은 치매의 원인물질로 여겨지는 베타-아밀로이드 독성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어 꾸준히 섭취하면 혈관성치매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
- 고구마
뇌혈관을 튼튼하고 맑게 지켜주어 치매예방에 효과적이고 인체에 해로운 활성산소를 해독시키는 작용을 한다.
-연근
연근의 레시틴 성분은 혈관벽에 콜레스테롤이 침착되는 것을 예방하고 혈관벽을 강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또 이 성분은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을 생성하는데 사용돼 치매 예방에 효과적이다. 아세틸콜린은 뇌의 인지기능과 관계가 깊은 물질로, 기억과 학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때문에 연근을 섭취하면 아세틸콜린이 원활하게 분비돼 기억력 감퇴, 치매 등을 예방할 수 있다.
- 난유
레시틴, 비타민E, 타우린, 리놀레산등이 다량 함유되어 각종 성인병과 치매예방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 토마토
뇌의 노화를 예방하는 셀레늄을 함유하고 있다.
-등 푸른 생선
혈관성 치매를 예방하려면 혈관을 튼튼하게 해주는 양질의 단백질 섭취가 필수다. 등 푸른 생선을 하루에 한 토막 정도 섭취하면 불포화지방산인 DHA가 혈관을 확장시켜주고 혈액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 치매 예방에 효과적이다. 또한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뇌 신경 발달을 촉진시키며 인지능력을 상승시켜준다.
월가의 큰 손이 유럽 부동산 시장을 ‘찜’ 하고 있다.
부실기업 사냥꾼으로 유명한 윌버 로스 WL로스그룹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유럽 부동산 시장에 베팅할 것을 권고했다고 1일(현지시간) 미국 CNBC가 보도했다.
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의 저평가된 부동산 시장이 투자 매력이 있으며 특히 아일랜드와 지중해 등 리조트 지역이 그렇다”고 운을 뗐다. 로스 회장은 “유럽의 리조트 지역은 현재 외부에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며 “영국 러시아 독일 부자들이 앞다퉈 부동산을 사고 있으며 유럽 전체 시장의 회복도 여기서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 부동산 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아일랜드 주택 가격은 지난 2007~2012년 57% 하락했으며 스페인은 2008~2012년에 23% 빠졌다. 그러나 부동산 부문, 특히 상업용 부동산은 다른 시장에 비해 공급과잉 문제가 심각하지 않아 쏠쏠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로스 회장은 진단했다.
그는 “아일랜드 대도시의 임대용 1등급 빌딩을 사면 자본환원율이 7.0~7.5%에 이른다”며 “이는 유럽은 물론 글로벌 기준으로 봐도 높은 비율”이라고 강조했다. 자본환원율은 상업용 부동산의 가치를 평가할 때 많이 쓰이는 기준으로 미래 추정 이익을 현재 가치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할인율을 뜻한다.
로스 회장은 “스페인시장도 비슷한 환원율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페인의 약 26%에 이르는 높은 실업률 때문에 부동산 투자를 주저하는 사람도 있다. 이에 대해 로스 회장은 “스페인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 거리를 직접 거닐게 되면 거지를 잘 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며 “이는 스페인 공식 통계가 이른바 ‘회색 경제(Grey Economy)’ 종사자를 집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회색 경제는 부업이나 물물교환 등 공식통계에 제대로 잡히지 않는 경제활동을 뜻한다.
명성이 높은 치매 전문 명의를 운좋게 만나게 됐다. ‘환자를 내 가족처럼 섬기자’가 병원의 철학이라며 식상하지만 치매의 경우 반드시 지켜야 할 덕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 그 병원은 이직률 낮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봉사뿐만 아니라 병원 운영의 내공도 보통이 아닌 듯싶다. ‘병을 고치는 이는 소의(小醫)요, 환자의 마음을 고치는 이는 중의(中醫)며, 사회를 고치는 이는 대의(大醫)다’ 가족들에게 늘 미안해할 수밖에 없는 치열한 삶 속에서도 이웃을 끌어안는 마음가짐이 그저 아름다운 치매 전문의를 소개한다.
“치매는 인간의 존엄성을 앗아가는 가혹한 병입니다. 스스로 인간임을 잊게 만드는 잔인하고도 무정한 병이지요. 더구나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가족에게 깊은 상처를 남겨주기도 합니다.”
‘명의’의 기준은 그 분야에서 임상사례와 수술을 가장 많이 한 사람으로 했다. 암 수술의 경우에는 수술을 많이 한 의사가 경험도 많아 수술 후 성적이 좋을 수 있다. 하지만 치매 환자들을 치료하는 의사의 경우 좀 다르다.
흔히 죽음을 입으로 말하는 사람은 자살을 하는 의사가 없다고 하지만 치매노인의 경우에는 장난하기 위해 죽겠다고 말하거나,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라는마음에서 죽겠다는 말을 넌지시 비치지는 않는다. 치매 환자의 경우 협박처럼 보일지라도 실제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주의한다.
치매 환자나 가족들을 대할 때 섣부른 동정을 보이거나 억누르려고 하지 말고 천천히 마음속에 있는 것을 털어놓고 이야기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제 치매환자는 치매환자 가족만의 책임이라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 모두의 따뜻한 관심과 국가와 사회가 더욱 주도 면밀한 방안을 계속 찾아야 할 것입니다."
최성혜 인하대 부속병원 교수는 “정부에서 모범이 될 만한 표준 시설을 만들어 권장한다면 민간 시설도 많이 개선될 것이고 특히 치매환자들을 위해서는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주고 인지적 자극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필수적으로 갖추도록 유도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인터뷰=한설희 건국대학병원장/광진구치매지원센터장]
“치매는 꽁꽁 숨기고 싶은 병이 아닙니다.”
한설희 건국대학병원장은 퇴행성뇌질환과 치매를 전공한 의학박사이자 건국대병원 신경과 교수로 대한치매학회 명예회장, 광진구치매지원센터장 등을 맡고 있는 치매 전문가다.
또한 현재 1998년 노벨의학생리학 수상자인 루이스 이그나로 박사와 함께 치매 치료제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도 수행하고 있으며 미국 듀크의과대학 알츠하이머병 연구소와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 알츠하이머병 연구소, 일본 국립장수연구소 등에서 연구교수로 활동하며 치매에 대해 연구한 바 있다.
신경세포의 퇴행을 막기 위해 교육을 통한 두뇌 자극과 뇌혈관 건강을 위한 건강식과 유산소 운동이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어 그는 “즐거운 마음으로 하는 봉사와 편안한 잠도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당부했다.
그와의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선진국에서는 시설 확대보다 재가 케어 늘리는 추세
-한설희 원장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예방법과 치료법은 무엇입니까?
“ 치매, 특히 알츠하이머병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는 병이 아닙니다. 65세 이후에 나이가 5세 증가할 때마다 2배씩 알츠하이머병 발생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아 나이가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우리 뇌 세포에서는 아밀로이드 단백이라는 물질이 만들어지는데 정상적으로는 제거 효소에 의해 깨끗이 없어집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제거 효소의 기능이 떨어지고 비만, 고혈압, 고지혈증 등 혈관 위험 인자가 있는 경우에는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효과가 더 감소하게 됩니다. 아밀로이드 제거능력이 떨어지면 점차 뇌에 아밀로이드가 쌓여서 신경세포 기능을 떨어뜨리고 결국 신경세포가 죽어 없어져서 알츠하이머병이 생깁니다. 따라서 최근에 글로벌 제약회사들은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인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소위, 알츠하이머 백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치료 효과가 확실하게 증명된 치료제는 없습니다. 따라서 평소 건강한 생활 습관으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비만 등의 혈관 위험 인자를 관리하는 것이 아밀로이드를 적게 생기게 하는 지름길입니다. 효과가 입증된 아밀로이드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 까지는 건강한 생활 습관을 평생 유지하는 것이 중요 합니다.
-30~40대 젊은 층의 경도인지장애나 치매 환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젊은 층의 치매 환자가 증가하는 이유는 앞서 기술한 혈관 위험인자를 조절하지 못한 결과 심장병이나 뇌졸중의 발생이 이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진 것과 관련 있는데 특히 비만과 동맥경화, 고혈압 등이 복합적으로 존재하는 대사증후군 환자의 경우 허혈성 뇌졸중(뇌경색)의 발생이 많아 혈관성 치매 환자의 솟자가 증가하게 됩니다.
또한 업무에 의한 지나친 스트레스나 과도한 흡연, 음주 등이 신경세포의 노화를 촉진하여 치매 발생 연령을 낮추는 작용을 합니다.
알츠하이머병과는 달리 전두엽 기능이 현저하게 소실되어 나타나는 병이 전두측두엽치매인데 이는 일반적으로 발생연령이 알츠하이머병에 비해 낮은 초로기 치매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 환자들은 초기에는 기억 장애 보다는 성격변화, 행동장애 등이 나타나므로 정신질환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병의 진단이 늦어지기도 합니다.”
-치매 환자의 초기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나요.
“ 환자의 나이 교육 수준을 참조하여 정밀 신경심리 검사를 시행하면 치매의 유무, 치매의 심한 정도를 알아낼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뇌 MRI나 CT를 촬영하여보면 뇌 위축의 정도, 기억중추인 해마의 크기를 확인할 수 있으며 뇌혈관의 폐색이나 뇌색 또는 다른 뇌 조직의 이상 여부(뇌종양, 수두증, 염증)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치매도 유전이 되나요.
“알츠하이머병을 제외한 나머지 질환은 숫자가 적어 유전적 요인이 조사된 게 없어요. 알츠하이머는 15%가 가족성 치매에요. 유전성이 강하다는 얘기죠. 특히 이삼사십 대 젊은 치매 환자들은 상당수가 유전성 치매라고 보면 됩니다. 희귀하지만 한번 발병하면 치유가 힘듭니다. 사회 생활을 한창 할 나이에 발견되기 때문에 고통이 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요양시설에 가는 경우는 언제인가요.
“전문 요양시설로 환자를 입소시키는 기준은 다음의 두 경우입니다.
첫째는 환자가 너무 과격하고 폭력적이어서 본인 또는 보호자를 다치게 할 수 있을 때입니다. 둘째는 기저귀를 채워도 대변, 소변의 적절한 관리가 불가능한 경우가 가게 됩니다.
그 외에는 환자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가정 간호가 우선입니다.
치매 환자의 10%는 요양 시설 같은 곳에서 생활합니다. 90%는 가정에서 가족들이 돌보고 있는데, 이것의 40%는 배우자 몫이고 나머지는 자녀들이 돌봐야 해요. 특히 배우자가 돌보는 경우는 두 사람만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체력적인 한계 때문에 힘들 수밖에 없어요.“
-치매 환자에 대하여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주는 게 옳은 방법일까요?
“신체의 다른 부위보다 뇌가 더 빨리 노화되어 “생각 주머니‘가 어린 아이만큼 작아져서 기억력, 판단력이 어린아이처럼 변했다고 설명합니다.”
-현재 치매 보호자들에게 필요로 하는 정책적인 차원의 접근이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 일시적 일과성의 생색내기식 도움 보다 적더라고 지속적인 도움이 필요합니다. 신체가 건강한 치매환자의 경우 모든 것을 보호자가 감시하며 도와주어야 하는데 환자가 스스로 걸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판단하여 인지저하가 심한 치매 환자도 장애인 적용을 받지 못합니다. 보호자의 도움 없이 잠시도 독립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치매 환자는 장애인 등록이 가능하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올해 7월부터 치매특별등급제가 실시한다는데요
“2008년부터 도입된 장기요양보험 제도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어요. 신체적 비중이 크다 보니 사지가 멀쩡하지만 인지 능력은 좀 떨어지는 초기 치매환자는 쉽게 등급을 못 받았지요. 그래서 올해부턴 특별등급이 도입됩니다. 3등급 밑에 별도 등급이 부여되거든요. 이게 도입되면 요양보호사를 파견 받을 수 있고 주간보호센터도 이용할 수 있어요. 생업에 종사하는 자녀들로선 이보다 좋은 선물이 없을 겁니다.”
-해외에서의 치매 사례는 국내 치매 환자들의 양상과는 어떻게 다른가요.
“선진국에서는 고혈압, 당뇨 등 혈관성 위험인지가 잘 조절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비해 혈관성치매의 환자가 적습니다.
우리나라는 혈관성 치매가 특히 많은 편입니다. 이 비율이 2012년 현재 17%로 2008년 조사 당시 25%보다 줄기는 했으나 선진국에 비해선 여전히 높아요.“
-치매환자에게 좋다는 음식과 처방치료제는 무엇이 있나요.
“일반적으로 지중해식 식단으로 알려진 제철 채소, 과일, 생선, 올리브유, 정제되지 않은 곡물(보리, 통밀, 귀리)이 뇌 건강에 좋으며 적당량의 붉은 포도주에는 항산화, 항염증 작용을 하는 좋은 신경세포 보호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