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필자에게 음악은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생활의 일부가 되어 버렸다. 필자의 집에는 영국의 B사 제품인 Wave 라디오가 2대 있다. 이 라디오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지에 실린 광고를 보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나 당시에는 국내에서 구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2001년 초 청계산 추모공원 관련 자료 수집 및 시찰로 미국 LA에 갔을 때 이 라디오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래서 틀어보니 과연 B사가 자랑하던 대로 소리가 전 공간에 울려 퍼지는 것같이 듣기가 매우 좋아 한 대를 구입하여 집에서 듣게 되었다.
그 후 같은 라디오에 CD플레이어가 부착된 모델이 출시되었을 때에는 국내에서도 구입이 가능하여 이를 한 대 사서 새 것은 2층 침실에 두고 먼저 것은 아래층 부엌에 놓아두었다. 음악은 CD를 듣는 경우도 종종 있으나 주로 KBS 제2(클래식)FM 방송을 들으며 TV 볼 때를 제외하고는 잠을 자는 동안에도 항상 라디오를 틀어놓는다.
따라서 어쩌다 한밤중에 잠이라도 깨게 되면 다시 잠이 들 때까지 심야의 음악 감상 시간이 된다. 운전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여서 시동을 걸고 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FM 라디오를 트는 일이다. 따라서 약속시간만 임박하지 않다면 차가 밀리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더라도 즐거운 음악감상 시간인 것이다. 그러나 전에는 라디오보다는 주로 필자가 좋아하는 음악을 중심으로 LP나 CD를 많이 들었다.
음악을 좋아하시던 아버지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관심은 있었지만 필자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가정이 라디오 한 대 가지기 어려운 형편이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거의 꿈도 못 꿀 일이었다. 그래서 그저 가끔 친구 Y군의 집에 놀러 가면 그가 아끼던 제니스 라디오로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이나 듣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다가 고 2때, 친구들과 가끔 들르던 혜화동 로터리의 아카데미 빵집에서 듣게 된 폴 앵카의
대학에 들어가서는 시내만 나갔다 하면 당시 종로 근처에 있던 뉴·월드나 디·쉐네, 명동에 있던 쎄·시·봉 중 적어도 한 군데 정도는 들렀고, 종로와 광화문 사이에 있던 르네상스라든지 을지로 입구의 아폴로 같은 클래식 음악실에도 자주 다녔다. 그리고 이때쯤은 필자의 집도 약간의 경제적인 여유가 생겨 방에 라디오가 붙은 전축도 한 대 들여놓았고 레코드판도 살 수 있어서 좀 더 폭넓게, 그리고 체계적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그 당시는 음악이 한번 유행했다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크게 유행을 하다가 어느 틈에 슬그머니 사라져버리기도 하였다. 한동안 브렌다 리가
그 당시 우리나라 방송들은 음악방송을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집에서 음악을 들으려면 LP를 사서 듣거나, 아니면 미군방송(AFKN)을 듣거나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미군방송에서 기가 막힌 곡들이 흘러나왔다. 하나는 애커 빌크라는 사람이 클라리넷으로 연주하는
또 하나는 영국 보컬그룹 애니멀스가 부른
그즈음 필자는 또, 지금까지도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의 하나인 <태양은 가득히>의 내용과 지중해를 무대로 한 영상, 니노 로타의 애절한 주제가, 그리고 <안개 낀 밤의 데이트>라는 노래를 부른 가수이기도 한 주연여우 마리 라포레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그래서 영상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클로드 모네의 그림과 일본 영화잡지에서 잘라낸 마리 라포레의 사진을 액자에 넣어 벽에 걸어놓고 그 주제가에 젖어들곤 했다. 또 <하오의 연정>이라는 영화에도 심취하여 전부터 좋아하던 오드리 헵번의 사진도 역시 벽에 걸어놓고 주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