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hibition
◇빅 아이즈
일정 9월 27일까지 장소 마이아트뮤지엄
큰 눈의 어린아이 그림으로 이름을 알린 미국 여성 화가 마거릿 킨의 아시아 최초 회고전이다. 팀 버튼의 동명 영화로 알려진 ‘빅 아이즈’ 시리즈를 비롯해 긴 얼굴의 여인 등 다양한 화풍의 원작 13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195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의 작품을 총망라해, ‘빅 아이즈와 키치’, ‘이름을 되찾은 화가’, ‘킨의 현재와 그 영향력’ 등 작가의 삶의 변화에 따라 5부로 구성했다. 전시기간 중에는 도슨트 운영과 함께 키즈 아틀리에와 시즌 이벤트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낯선 전쟁
일정 9월 20일까지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계기로 마련된 대규모 기획전이다. 한국전쟁으로 인한 피해와 상처를 극복하고, 전쟁과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등 전 지구적 재난 속에서 미술을 통한 치유와 평화의 비전을 제시한다. 전시는 ‘낯선 전쟁의 기억’, ‘전쟁과 함께 살다’ 등 4부로 나눴다. 한국전쟁 당시 피난길에서 제작된 작품부터 시리아 난민을 그린 동시대 작품까지 폭넓게 다룬다. 드로잉, 회화, 영상, 뉴미디어, 퍼포먼스 등 장르를 넘어 전쟁을 소재로 한 국내외 작가 50여 명의 작품 25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다.
◇2020 서울사진축제
일정 8월 16일까지 장소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올해로 11회를 맞이한 ‘2020 서울사진축제’다. 이번에는 ‘카메라당 전성시대’, ‘보고싶어서’ 2개 전시로 구성했다. 한국 사진사 연속 기획전인 ‘카메라당 전성시대’(부제 ‘작가의 탄생과 공모전 연대기’)는 공모전 제도를 중심으로 1910년부터 1980년대 초까지 한국 사진사를 조망한다. 주제 기획전 ‘보고싶어서’는 일상을 주제로 한 가족사진, 풍경사진 등을 통해 사진 본래의 의미를 짚어본다. 사회적 거리 두기 상황인 만큼, SNS를 통해 ‘작가×비평가의 만남’, ‘작가 소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퀘이 형제: 도미토리움으로의 초대展
일정 10월 4일까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세계적인 애니메이터인 스티븐 퀘이와 티모시 퀘이 쌍둥이 형제의 작품세계를 다각도로 조명한다. 형제 특유의 괴기스럽고도 동화적인 분위기를 보여주는 애니메이션, 확대경, 일러스트레이션, 초기 드로잉 등 100여 점이 전시된다. 특히 뉴욕 현대미술관에 선보인 바 있는 ‘도미토리움’은 형제의 예술세계와 철학을 함축하는 애니메이션 세트 작품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번 전시에서는 퍼핏 애니메이션(인형을 움직여 촬영하는 기법이나 작품)이라는 매체를 통해 생동감 넘치는 초현실적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 Stage
◇더 모먼트
일정 9월 6일까지 장소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 연출 표상아 출연 박시원, 유성재, 강정우 등
각자의 사정으로 깊은 산골 산장을 찾게 된 세 남자가 하나의 노트를 단서로 얽히고설킨 비밀과 사건을 풀어간다. 코믹, 판타지, 멜로,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른다. 시공간을 뛰어넘어 과거와 소통하고 미래와 만나는 판타지 요소로 극의 흥미를 더한다. 긴장감 넘치는 세 인물의 감정이 피아노, 바이올린 라이브 연주를 통해 생생하고 드라마틱하게 전달된다.
◇렌트
일정 8월 23일까지 장소 디큐브아트센터 연출 이재은 출연 오종혁, 아이비, 김호영 등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을 현대화한 작품으로, 뉴욕 이스트 빌리지에 모여 사는 가난한 예술가들의 꿈과 열정을 그린다. 한국 공연 20주년을 맞아 오리지널 브로드웨이 협력 연출가인 앤디 세뇨르 주니어가 함께 무대를 완성했다.
◇베르테르
일정 8월 28일~11월 1일 장소 광림아트센터 BBCH홀 연출 조광화 출연 엄기준, 유연석, 규현 등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원작으로 한 대한민국 대표 창작 뮤지컬. ‘베르테르’와 ‘롯데’ 두 주인공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가 현악기 중심의 오케스트라 선율과 어우러져 애틋한 감성을 증폭시킨다.
● Movie
◇오케이 마담
개봉 8월 예정 장르 코미디, 액션 감독 이철하 출연 엄정화, 박성웅, 이상윤, 배정남 등
생애 첫 해외여행에서 비행기 납치 사건에 휘말린 중년 부부의 좌충우돌 구출 작전이 펼쳐진다. 아내 ‘미영’ 역을 위해 수개월 동안 액션을 연마한 엄정화의 연기 변신이 기대를 모은다. 남편 ‘석환’ 역으로 출연하는 박성웅은 그간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과 대비되는 익살스러운 연기로 반전 매력을 선사한다. 스크린 첫 악역에 도전하는 이상윤 역시 테러리스트 리철승 역을 소화하며 고난도 액션을 펼칠 예정이다. ‘검사외전’, ‘신세계’ 등을 작업했던 충무로 흥행 제작진의 합류로 작품의 완성도를 더했다.
◇큐리오사
개봉 8월 6일 장르 드라마, 멜로 감독 루 주네 출연 노에미 메를랑, 니엘스 슈나이더 등
19세기 파리 시인 피에르와 그의 연인 마리가 주고받은 편지와 시, 사진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 ‘여성의 성적인 자유’라는 주제를 관능적인 미장센과 감각적인 음악을 통해 고혹적으로 표현했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개봉 8월 5일 장르 범죄, 액션 감독 홍원찬 출연 황정민, 이정재, 박정민, 최희서 등
마지막 청부살인 미션에 나선 암살자와 그를 쫓는 무자비한 추격자의 치열한 사투를 그린다. 배우들의 맨몸 액션부터 태국 현지를 배경으로 한 시가전까지 박진감 넘치는 시퀀스를 선보인다.
● Book
◇50부터는 물건은 뺄셈 마음은 덧셈 ()이노우에 가즈코 저 ·센시오
50대를 살거나, 살아갈 이들에게 일상의 변화를 통해 풍요로운 삶을 가꾸는 비결을 제안한다. 저자는 나이가 들수록 물건이나 관계에 대한 집착은 버리고 오직 자신을 위한 시간과 감정을 더하라 말한다. 50대부터는 절대 사지 말아야 할 물건 리스트, 집안일 줄이기, 내가 좋아하는 일 찾기 등 실질적인 방법들을 상세히 설명한다.
◇죽음을 배우는 시간 (김현아 저·창비)
중년 이후 고민해야 할 노화와 죽음의 의미부터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법까지 ‘죽음 공부’의 전반을 다룬다. 주체적으로 준비하는 죽음의 중요성과 그 매뉴얼을 구체적으로 정리했다.
◇세로토닌 (미셸 우엘벡 저·문학동네)
지독한 권태와 무력감에 ‘자발적 실종자’가 되기로 결심한 중년 남성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을 소재로 행복의 조건을 탐구하고 현대인의 고독과 우울을 묘사한다.
◇진짜 캠핑 요리 (이미경 저·상상출판)
조리 도구나 음식 솜씨가 부족해도 캠핑의 낭만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레시피를 소개한다. 구이, 전골, 디저트 등 다양한 캠핑 요리 비법과 더불어 캠핑 짐 꾸리기 노하우 등을 일러준다.
● Exhibition
◇ 물, 비늘, 껍질
일정 4월 26일까지 장소 복합문화공간에무 B2 갤러리
김정옥의 단독 기획초대전으로, 그동안 작가가 주목해왔던 ‘물고기’ 연작에서 더 나아가 물고기가 살고 있는 환경, 즉 수족관의 영역까지 아우르는 작품들로 이뤄졌다. 작가는 “투명한 수족관은 제한성을 전제로 한 삶의 환경”이라며 “물이 아닌 공기로 치환된 수족관 속에서 인간은 서로 무리 짓고 군중 속에서 부대끼다 동시에 문득 개인으로 반짝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상을 바탕으로 수족관 안에서 무리 지어 사는 물고기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삶을 유추해보고, 살아 있음을 느끼는 순간을 비늘의 반짝임으로 표현했다.
◇ 히말라야... 그리움을 찾아서
일정 5월 17일까지 장소 갤러리 하리&멘탈ART
‘마음을 읽는 작가’로 알려진 김애옥의 2020년도 첫 전시다. 하얀 눈을 휘덮고 있는 설산이 태양의 빛을 받아 마치 카멜레온의 보호색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들로 채워졌다. 작가는 히말라야에 다채로운 컬러를 입힌 데 이어 인간들의 기억 속에 오래 머물러 있던 그리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애쓰지 않아도 순간순간 떠오르는 기쁨과 슬픔의 조각들을 스펙트럼의 파장 이미지로 펼쳐 표현했다. 이번 전시는 관람자가 특정 히말라야 이미지를 선택하면 그에 따른 마음의 상태를 읽어준다. 아울러 그림을 통해 숨어 있던 내면의 그리움을 비추는 등불 역할도 한다.
◇ 추니박, 침묵의 숲
일정 4월 25일까지 장소 사비나미술관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융합산수’를 개척한 추니박의 ‘검은 풍경’ 연작과 ‘치유의 숲’ 연작을 감상할 기회다. 30여 년간 작가가 확장해온 한국화의 지평을 확인하는 자리인 동시에, 그의 최신 작품세계까지 살펴볼 수 있다. ‘검은 풍경’ 연작은 그동안 한국 풍경화를 그려왔던 작가가 그랜드캐니언, 캘리포니아 등 미국 서부 지역을 여행하면서 만난 광활한 대자연을 한국 전통 필법으로 풀어내 해외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중 3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또 ‘치유의 숲’ 연작 총 120여 점 중 주요 작품 34점을 선별해 공개할 예정이다.
◇ 툴루즈 로트렉 展: 물랭 루즈의 작은 거인
일정 5월 3일까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후기 인상주의파 화가이자 현대 그래픽 아트의 선구자,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의 국내 첫 단독전이 열린다. 그리스 아테네에 위치한 헤라클레이돈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 150여 점으로 구성되며, 모두 국내에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들이다. 포스터, 석판화, 드로잉, 스케치, 일러스트 및 수채화를 비롯해 로트렉의 사진과 영상, 당대의 생활용품 등이 19세기 말 생동감 넘치는 파리 몽마르트 언덕과 물랭 루주의 모습을 투영한다. 아울러 로트렉의 일생을 담아낸 미디어 아트와 물랭 루주의 히스토리를 간직한 특별 제작 영상 등 다채로운 장르의 볼거리가 마련돼 있다.
● Stage
◇ 드라큘라
일정 4월 28일~5월 17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연출 데이비드 스완 출연 김준수, 조정은, 손준호 등
아일랜드 소설가 브램 스토커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뮤지컬로, 수백 년이 지나도록 오직 한 여인만을 사랑한 드라큘라 백작의 판타지 로맨스를 그린다. 뱀파이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와 프랭크 와일드혼의 드라마틱한 음악이 어우러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블랙 스크린을 설치하고, 스탠딩 세트를 플라잉 세트로 전환하는 등 극적인 연출을 보여주기 위해 장비와 세트를 보강해 웅장한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렸다.
◇아트
일정 5월 17일까지 장소 백암아트홀 연출 성종완 출연 이건명, 엄기준, 박건형 등
15년간 유지해온 세 남자의 우정이 허영과 오만에 의해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가를 일상의 대화를 통해 표현한 연극이다. 대학로 공연 당시 최고 객석 점유율 103%, 누적관객 수 20만 명을 기록하며 ‘아트 광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개성 넘치는 배우들이 인간의 이기심, 질투, 소심한 내면의 심리를 블랙코미디 특색을 살려 거침없이 드러낸다.
◇ 사운드 오브 뮤직
일정 4월 28일~5월 17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연출 정태영 출연 이연경, 배다혜, 송일국 등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지배를 피해 조국을 떠나야 했던 폰 트랩 가족 합창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이다. ‘에델바이스’, ‘도레미송’ 등 동명의 영화를 통해서도 널리 알려진 아름다운 넘버들로 꿈과 희망을 노래한다.
● Movie
◇ 프리저베이션 홀 재즈 밴드
개봉 4월 2일 장르 다큐멘터리 감독 T.G. 헤링톤, 대니 클린치 출연 벤 재프, 월터 해리스 등
뉴올리언스 재즈를 대표하는 ‘프리저베이션 홀 재즈 밴드’가 음악의 뿌리를 찾아 떠나는 여행기를 담았다. 쿠바를 배경으로 한 즉흥 버스킹 등 소울 가득한 재즈 선율이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 밥정
개봉 4월 예정 장르 드라마, 다큐멘터리 감독 박혜령 출연 임지호
임지호 셰프가 자신의 친어머니와 양어머니, 그리고 길 위에서 인연을 맺은 어머니들을 위해 그리움으로 차린 밥상과 인생의 참맛을 함께 담았다. 산과 들, 계곡 등 한국의 아름다운 사계절 풍경도 감상 포인트다.
● Book
◇ 야생의 위로 에마 미첼 저ㆍ심심
25년간 우울증을 알았던 저자가 자연에서 위안을 얻었던 1년간의 소회를 쓴 일기다. 가벼운 무기력증부터 자살 충동에 이르기까지 우울증의 다양한 양상을 경험하며, 그때마다 자신을 위로했던 자연의 모습을 생생한 글과 그림, 사진으로 묘사했다. 섬세한 문장과 감성적인 이미지를 통해 인간을 어루만지는 자연의 따뜻한 손길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 세계사를 바꾼 전염병 13가지 제니퍼 라이트 저ㆍ산처럼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한 코로나19 못지않게 역사상 인류가 속수무책으로 당해온 전염병 13가지를 살펴본다. 발병 당시의 상황과 에피소드, 질병 극복 방법까지 소개한다.
◇ 건강 공부 엄융의 저ㆍ창비
건강의 정의부터 올바른 스트레스 및 식습관 관리, 신종 바이러스와 미세먼지 등으로부터 내 몸을 지키는 방법을 정리했다. 주제별 건강 상식과 더불어 일상생활 수칙 등도 제시한다.
◇ 내가 사랑한 시옷들 조이스 박ㆍ포르체
죽기 전에 읽어야 할 세계의 명시 30편을 사랑, 사람, 시라는 ‘시옷’의 단어들로 풀어냈다. 저자는 숨 가쁘게 달린 하루의 끝에서 ‘시’와 마주하며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길 바란다.
◇ 햇볕이 아깝잖아요 야마자키 나오코라 저ㆍ샘터사
베란다 작은 정원을 가꾸며 마음을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다. “베란다는 세계의 축소판, 그 작은 공간에 우주가 있다”고 말하는 저자의 신선한 통찰력이 곳곳에서 빛난다.
바스락바스락 낙엽이 뒹구는 10월, 가을의 중턱에 읽을 만한 신간을 소개한다.
◇ 취미로 직업을 삼다 (김욱 저ㆍ책읽는고양이)
일흔의 나이에 안락한 노후를 뒤로하고 취미였던 독서를 밑천 삼아 밥벌이를 시작한 늦깎이 번역가의 생존분투기를 그렸다. 저자는 젊은 시절 문학인이 되고 싶었지만 생계를 위해 신문기자의 길을 택한다. 퇴직 후 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쫄딱 망해 남의 집 묘막살이 신세로 전락했지만, 그는 잠시 잊고 지냈던 꿈을 다시 펼쳐보기로 한다. 그렇게 일흔이 넘어 시작한 제2직업을 통해, 15년 동안 무려 200권이 넘는 책을 번역했고 ‘폭주 노년’, ‘삶의 끝이 오니 보이는 것들’ 등의 저서를 펴내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저자는 이번 책을 통해 “우리는 모두 미지의 존재”라며 “내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재능은 나이 들어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더욱 풍성해진다”고 용기를 갖고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길 조언한다. 더불어 사회적 운명에 휘둘리며 보낸 과거를 벗어나 이제라도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해나가길 강조한다.
◇ 죽음의 에티켓 (롤란트 슐츠 저ㆍ스노우폭스북스)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게 될 죽음의 전 과정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인식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어린아이, 청년, 노인, 그리고 저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각기 다른 죽음의 방식을 보여주고, 현재 삶의 의미를 고찰하게 만든다.
◇ 잠깐 다녀오겠습니다 (임운석 저ㆍ시공사)
돈, 시간, 마음의 여유가 부족한 현대인들을 위한 짧은 걷기 여행 팁을 담았다. 피톤치드 가득한 숲길부터 빈티지 감성 골목길, 수도권 인근 바닷길 등 다양한 콘셉트에 따라 사시사철 걷기 좋은 40가지 코스를 소개한다.
◇ 품위 있는 삶 (정소현 저ㆍ창비)
2019 이효석 문학상 최종심에 오른 ‘품위 있는 삶, 110세 보험’을 비롯한 여섯 편의 단편이 실렸다. 예기치 못한 죽음, 또는 준비된 죽음 앞에 선 인간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외면할 수 없는 비참한 현실을 직시하게 한다.
◇ 대한민국 요즘 여행 (옥미혜, 서준규 공저ㆍ알에이치코리아)
각종 빅데이터를 활용해 약 3년간 공들여 찾아낸 국내 여행지 32개 도시, 738개 장소를 명소, 맛집, 카페, 숙소 등으로 나눠 정리했다. 22가지 테마 여행 콘텐츠를 비롯해 휴대용 ‘베스트 150 지도’까지 담겨 있어 실용적이다.
◇ 지혜로운 조부모의 감성 육아법 맑은샘생명학교 저ㆍ맥스미디어
30만 명 이상의 임산부와 조부모에게 영유아 교육을 진행한 각 분야 전문가 8인이 모여 조부만을 위한 육아 대백과를 펴냈다. 젊은 맞벌이 부부가 늘며 조부모가 손주 육아를 맡는 일이 많아졌다. 현실을 들여다보면 할머니와 엄마의 육아 방식 차이에서 오는 갈등과 스트레스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맡기고 마음놓고 일할 최선책이 조부모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책에서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서로 ‘어쩔 수 없는’ 심정으로 이겨내기보다는 ‘감사한’ 마음으로 육아를 바라보길 독려하고, 현실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노하우 등을 제시한다. 서두에는 ‘할머니·엄마·아기가 행복해지기 위한 지혜’와 조부모 양육이 아이에게 미치는 좋은 영향력에 대해 언급한다. 전반적으로 출생 후 24개월까지 조부모가 알아야 할 육아 관련 지식 등을 그림을 곁들여 알기 쉽게 보여준다. 더불어 응급 처치법과 베이비 마사지를 비롯해 조부모를 위한 특별 마사지까지 소개한다.
◇ 쉬엄쉬엄 가도 괜찮아요 서정홍 저ㆍ단비
산골 농부가 일하며 나누는 소박한 일상, 산골 어르신들의 삶의 지혜, 자연 속에서 삶을 배우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58편의 시에 담겼다. 청소년 세대에게 보내는 따뜻한 위로와 노년의 슬기를 엿볼 수 있어 조부모와 손주가 함께 읽어도 좋다.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1·2 유홍준 저ㆍ창비
우리 땅 곳곳을 누벼온 유홍준 명지대학교 교수가 중국 대륙으로 떠났다. 1권은 삼국지의 무대 서안에서부터 만리장성을 지나 명사산에 이르는 여정을 담았다. 2권은 중국 불교미술의 축소판 막고굴 곳곳과 돈황문서의 다난한 역사를 그렸다.
◇ 나의 반려동물도 나처럼 행복할까 데이비드 미치 저ㆍ불광출판사
‘반려동물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에서 시작한다. 반려동물이 바라는 진짜 행복, 노년기 반려동물을 평화로운 죽음으로 이끄는 방법 등 반려동물과 함께 성장하고 살아가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담았다.
◇ 너의 꽃놀이 김미녀 저ㆍ책밥
꽃을 찾아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이들을 위한 꽃놀이 여행 가이드북이다. 계절에 따라 아름다운 꽃이 피는 전국 72개 꽃놀이 장소를 추천한다. 방문하기 좋은 계절, 주차 여부, 인근 카페 등의 정보와 함께 필름에 담은 꽃 사진을 수록했다.
나의 위대한 생태텃밭 (샐리 진 커닝햄 저ㆍ들녘)
들녘의 59번째 귀농총서. 유기농 텃밭 농부이자 원예 전문가,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샐리 진 커닝햄이 수십 년간 경험한 텃밭 가꾸기 노하우를 담았다. 방대한 이론을 섭렵하며 수많은 실험을 거듭한 저자는 “텃밭 농부가 할 일은 자연이 일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는 ‘화학물질 제로’를 달성해낸 ‘생태텃밭 농법’을 소개한다. 책에는 자연과 함께 텃밭을 가꾸는 구체적인 방법들이 나와 있다. 올해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동반식물 재배법’과 같이, 함께 심으면 더 잘 자라는 이웃 식물들을 소개한다. 나아가 텃밭 대표 작물 32종의 가족 식물, 이웃 식물 목록을 정리하고, 자세한 재배법과 흔히 발생하는 문제와 해결책까지 다뤘다. 텃밭에 도움이 되는 익충 31종의 생김새와 생활주기, 발견 장소, 유익성, 소환 방법 등을 소개한 것이 특징이다. 더불어 조심해야 할 해충 12종도 방제법과 함께 보여준다. 초보 농부에게 도움이 되는 단계별, 시기별 텃밭 농사 비법도 전수한다. 가장 기초적인 흙 돌보기 단계부터 수확 방법, 다음 농사 준비 단계까지 자세히 담았다. 저자가 직접 자신의 텃밭에서 촬영한 사진들과 그림 자료를 활용해 이해를 돕는다.
아흔일곱 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이옥남 저ㆍ양철북)
강원도 양양 송천 마을에 사는 이옥남 할머니가 1987년부터 2018년까지 쓴 일기 중 151편을 골라 엮었다. 자연과 어우러진 농가의 사계절과 저자의 일상이 정겹게 그려진다. 30년 넘게 현재까지 이어오는 일기 속 평범하고도 소박한 이야기가 잔잔한 위로를 건넨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산사 순례 (유홍준 저ㆍ창비)
올해 6월 우리 산사 7곳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것을 기념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에 실렸던 남한의 산사 20여 곳과 북한의 산사 2곳을 꼽아 소개한다. 가을을 맞아 산을 찾는 등산객들에게 우리 산사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친절한 안내서 역할을 한다.
노년에 대하여 (윌 듀런트 저ㆍ민음사)
‘철학 이야기’, ‘문명 이야기’ 등으로 이름을 알리며 퓰리처상을 받은 역사가 윌 듀런트의 마지막 원고다. 삶과 죽음, 청춘과 노년, 신과 도덕, 전쟁과 정치 등 인생에서 마주하는 20여 가지 문제를 다룬다. 삶의 의미를 탐색하는 동시에 정제된 저자의 사유를 엿볼 수 있다.
실용치즈전서 (배인휴 저ㆍ유한문화사)
배인휴 국립순천대학교 명예교수가 1982년부터 유가공학연구실을 운영하며 모은 치즈 관련 자료와 치즈 산업 현장 경험이 640여 페이지 분량의 책 한 권에 담겼다. 다양한 치즈 제조 과정을 알기 쉽게 정리해 낙농가 농민들과 치즈 입문자들에게도 유용하다.
선생님,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그동안 강녕하신지요? 무엇 하나 순조로울 것 없는 세상에 날씨마저 이러하니 주위의 장삼이사의 삶들이 무척이나 걱정됩니다. 언젠가 읽은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의 신화’에 “부조리한 인간은 자기의 고통을 주시할 때 우상을 침묵케 한다”는 말이 나오는데, 어려울 때마다 이 말을 주문처럼 외며 저는 정치가 통계수치로 제시하는 장밋빛 희망 같은 건 결코 믿지 않고 스스로를 살아왔습니다.
이건 선생님께서 저에게 가르치신 삶의 철학이기도 합니다. 1985년인가 그때 서신에 선생님께선 “삶의 분한(憤恨)을 다 터뜨린다고 해서 문제가 하나라도 해결되는 것이 있던가요? 때론 침묵이 필요합니다”라는 말씀을 주셨습니다. 저는 여기서의 ‘침묵’을 카뮈의 ‘자기의 고통을 주시하는 것’으로 재해석해서 힘들 때도 가능한 한 비명을 지르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한데 두서없이 무슨 서신 이야기냐 하실 것 같아서 3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선연한 그때의 기억을 되짚어보려고 합니다. 저는 올 초 ‘문학사상’에 발표한 ‘내 가난의 고귀한 목록엔 장미의 열정도 있다’는 시에서 “전교 일등 아들을 차마 공장으로 보낸 한과/그 탓에 평생을 룸펜이 되어버린 분노가 있었다!”는 구절을 쓴 적이 있습니다. ‘나이 60에 돌아본 지난 59년이 잘못이었다’는 뜻의 오십구비(五十九非)라는 말이 장자 ‘잡편’에 나오던데, 환갑이 되어서 돌아보니 어쩌면 위의 졸시 두 구절에 제 인생의 코가 꿰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 그때 저는 너무 힘든 시절을 겪고 있었습니다. 제 등단작품 중 하나인 ‘동구밖집 열두 식구’는 저의 가족사로 땅 한 뙈기 없이 죽세공 일로만 호구지책을 삼던 그때에, 삼부자가 임란 의병으로 전사한 제봉 고경명의 12세손이 당신이라는 것을 되뇌던 아버지의 주사(酒邪)가 지금의 폭염처럼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결국 저는 공부에서 중동무이당한 채 세상과 삶에 대한 분노로 10여 일간 서울, 부산 등지로 고단(孤單)의 행로에 몸을 맡겼었습니다.
그나마 유일하게 놓지 않았던 소설가의 꿈 때문에 손엔 늘 책이 잡혀 있었던 그 즈음, 방위 복무를 마치고 부산에서 양장점 수선가게를 하던 여동생 집에서 잠시 기거하던 1984년이었습니다. 할 일이 없어 서면의 ‘영광도서’에 들락거리던 중 우연히 시집 두 권을 보게 되어, 이를 계기로 일주일 만에 20여 편의 시를 써서 무모하게 ‘실천문학’에 보냈습니다. 한데 그중 7편이 실천문학 신작시집 ‘시여 무기여’에 실려 소위 등단이라는 것을 하였는데, 저를 포함한 14명의 농민, 노동자, 운동권 사람 등의 투박한 시들을 묶은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시 발표를 등단이라고 생각지도 않고 다시 소설을 쓰고 있던 차, 당시 ‘창작과비평’의 주간이었던 선생님께서 창비 앤솔로지에 게재할 시 5편을 청탁해주셔서 본격적으로 시를 독학하기 시작했으나 청탁에 응한 시는 게재되지 못했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시적 재능을 보았기에 선생님께서 청탁하신 걸로 스스로 해석해서 저는 1985년부터 한 번에 20~30편의 시를 대학노트에 써서 선생님께 무턱대고 보냈습니다.
아무 물정도 모르던 저는 오로지 공부에 대한 일념 하나로 원고노트를 보냈었는데 선생님께선 이를 무시하지 않고 원고지 한두 장에 꼭 독후감을 써서 보내주셨습니다. 그중 서두에 밝힌 평생 저의 삶의 철학이 된 말씀을 백석의 ‘주막(酒幕)’이라는 시와 함께 써서 보내주셨던 것입니다. 아마도 제 시가 분노와 한풀이로 점철되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 “시는 긴장과 절제의 미학이다”라는 말씀도 해주셨는데 이는 제 시가 쓸데없이 무슨 뱀의 다리처럼 길어졌기 때문이었겠지요. 읽으신 시에 ○표나 ×표 혹은 Δ표 등으로 표를 해주고 그중 ○표의 시들은 몇몇 잡지에 발표도 해주시길 2년 여, 저는 마침내 농촌·농민 얘기를 쓴 ‘바람 부는 솔숲에 사랑은 머물고’라는 첫 시집을 내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때 객지를 떠돌다 선생님께 시를 배우며 마음을 잡고 고향에 내려와 소작(小作) 일도 하던 중이었습니다.
이런 선생님과의 인연을 몇 군데 약간씩 밝히기도 했습니다. 한데 이렇게 정식으로 편지를 드리게 된 것은 저는 ‘독학자’이기에 그 어떤 스승도 없으나 그래도 제가 오늘날까지 나름의 인생을 살아왔다는 자부심의 근거에 선생님의 가르침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시집 8권, 산문집 3권 그리고 문학상도 네댓 번 탔으니 이는 시인으로서의 덤이지요.
만약 그때 선생님께서 제 원고노트를 외면하셨다면 어쨌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씩 해봅니다. 사람들은 이런 가정이 부질없다고 하겠지만 저에게는 그만큼 삶의 허기와 동시에 삶의 과잉으로 모든 신(神)들과도 전쟁을 치르던 시절이었기에, 그때 선생님의 짤막한 서신들은 저에겐 시원지(始原地)의 단물 같은 것임에 분명했습니다.
선생님, 저에게 있어 가난과 병고며 불우는 여전히 개선될 여지가 없어 이런 것들에는 이제 무심하기도 합니다. 설상가상으로 외아들의 난치병 때문에 크게 실망한 저는 10여 년 전부터 다시 고향 집에 처박혀버렸습니다. 고향집에 우거하며 텃밭에 상추며 고추를 심고 불교도 배우고 좌선도 해보지만 큰 효과는 거두지 못합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당뇨망막증 때문에 예전처럼 책을 많이 못 읽는다는 것과 ‘대표시’ 한 편은 남겨야겠다는 욕심이 날로 커져간다는 사실입니다. 요새만큼 저의 ‘천학비재(淺學菲才)’를 절감할 때가 없는 것입니다. 언젠가 선생님께서 중앙일보 아침 시란에 “고재종의 시는 때론 수일하고 때론 속악하다. 속악하다 함은 명품주의(名品主義) 탓이다”라는 정도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한데 그 명품주의는 저의 무학 콤플렉스 때문이라는 걸 스스로 잘 알고 있지만 지금도 고쳐지지 않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한 시집 자서에 밝힌 대로 오월 바람에 잎새가 한 번 발랑 뒤집히는 순간만큼을 포착한, 그야말로 신운(神韻)이 스치는 시를 받아 적어야할 텐데 말입니다.
한데 인간사는 여전히 고단합니다. 시골에 있으니 생사가 너무 분명해 보이고,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가 아니라 실제 등이 활처럼 휘어버린 호호백발들이 유모차로 고샅길을 밀고 다니는 모습을 매일 보며 저는 여전히 ‘민중파’임을 절감합니다. 그 노인들의 이름이라도 시로 불러주는 것으로, 지금껏 선생님께 약주 한잔 대접해드리지 못한 저의 미급과 부덕을 대신하려 합니다. 하루하루 행복하시길 빕니다.
고재종(高在鍾) 시인
1984년 실천문학 신작시집 ‘시여 무기여’로 등단. 한국작가회의 부이사장 역임.
시집으로 ‘바람 부는 솔숲에 사랑은 머물고’, ‘새벽 들’, ‘앞강도 야위는 이 그리움’ 과 육필시선집 ‘방죽가에서 느릿느릿’이 있고, 시론집으로 ‘주옥시편’과 산문집 ‘사람의 길은 하늘에 닿는다’ 등이 있음.
2018년, 드디어 58년생 개띠들이 회갑을 맞이한다. 우리나라는 61세가 되면 회갑(回甲) 또는 환갑(還甲)이라 하여 특별히 생일잔치를 열었다. 요즘이야 식구들 모여 소박하게 밥 한 그릇 나누어 먹지만 말이다. 회(回)나 환(還)은 한 바퀴 돌아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는 뜻이라는데, ‘자리로 돌아왔다’는 그 말에서 알 수 없는 무게가 느껴진다. 어쨌든 회갑을 맞이하는 벗들에게 안부를 묻고 싶다.
땡볕 내리쬐는 공사장에서, 시끄럽고 위험한 공장에서, 갑갑한 사무실에서, 긴장이 넘치는 병원에서, 영혼 없는 학교에서, 쓸쓸한 들녘에서, 살려고 몸부림치는 모든 삶터에서 앞만 보고 달려온 벗들에게 인사를 전한다. “가난하고 어려운 시절 잘 견뎌주어 고마우이.” 그리고 안타깝게도 다시 못 올 길로 먼저 떠난 벗들에게도 머리 숙여 인사를 전한다. “그대들 몫까지 살다가 곧 따라갈 테니 기다려주시게나.” 벗들에게 인사를 건네는데 왜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걸까?
가난했지만 아름다웠던 어린 시절
나는 1958년 5월 5일 경남 마산시 월영동 산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말이 좋아서 ‘마산시’이지, 똥구멍 찢어지도록 가난한 마을이었다. 신발과 양말이 귀했던 때라 추운 겨울에도 고무신에 양말조차 신지 못하고 학교를 다니는 바람에, 내 발은 겨울철만 되면 동상에 걸려 붓고 가려워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보다 못한 어머니는 메주콩을 수건에 싸서 밤마다 내 발을 감싸주었다. 나는 지금도 그게 어떤 효과가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적에 우리 마을은 거의 초가집이었다. 그때만 해도 집집마다 꽃이 피고, 마당에는 온갖 푸성귀들이 자랐다. 그래서 반찬거리를 돈 주고 사 먹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우리 집은 아주 작은 초가집이었지만 마당과 들머리에는 아침마다 맨드라미, 봉숭아, 접시꽃과 같은 수십 가지 꽃이 피었다. 채송화만 해도 여름 내내 하루 천 송이가 넘게 피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옆집 친구랑 꽃송이를 헤아리다 학교에 지각한 적도 있었다.
사람들은 우리 집을 ‘석류나무 집’이라 불렀다. 마당가에 나보다 나이가 몇 배나 많은 석류나무가 있었기 때문이다. 석류가 빨갛게 익으면 어머니는 제일여고 정문 앞에서 석류를 팔았고, 석류 판 돈으로 한 해 쓸 공책과 연필을 사주었다. 가끔 서리꾼이 나타나 석류를 도둑질해가는 바람에 아버지는 석류나무 가지 사이에 탱자나무 가지를 꺾어서 걸쳐놓곤 했다. 가끔 그 석류나무를 생각하면 알 수 없는 그리움이 밀려온다.
가난은 전염병처럼 오래도록 우리 식구들을 못살게 굴었다. 형은 집을 나가 공장에서 돈을 벌어 스스로 고등학교를 다녔고, 누나 셋은 모두 초등학교만 겨우 졸업한 뒤 부산 가발공장으로, 대구 섬유공장으로 돈 벌러 갔다. 나는 가난이 싫어서 스스로 학교를 포기하고 공장에 다녔다. 그때는 부자가 되는 게 꿈이었다.
하루는 거나하게 술에 취한 아버지가 “사람은 배워야 사람이 된다”고 하셨다. 그 말씀을 듣고, 낮에는 공장에 다니면서 내가 번 돈으로 뒤늦게 야간 중학교(고등공민학교)에 입학해 공부를 시작했다. 야간 중학교 수업을 마치고 걸어서 집으로 가면 거의 밤 열한 시가 넘었다. 몇 시간 겨우 자고 나면 아침 일찍 공장에 가야 했기 때문에 늘 잠이 모자랐다. 그때 내 나이 열네 살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야간 중학교 학생들은 모두 집안이 가난했다, 더구나 같은 학년인데도 나이 차이가 많았다. 서너 살 많은(1954~1957년생) 형들도 뒤늦게 공부하고 싶어 야간 중학교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같은 또래들보다 ‘세상’을 일찍 배웠는지 모른다. 지금 돌이켜보면 가난하고 불편했지만 아름다운 시절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결코 내 삶을 불행하다고 생각한 적 없었으니까 말이다.
첫 시집 ‘58년 개띠’
나는 사람들이 ‘쉽게’ 말하는 58년생 개띠다. 쉽게 58년 개띠라 불러주어 고맙다. 왜냐하면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친근감이 드는 말이기 때문이다. 나는 1995년에 보리출판사에서 첫 시집 ‘58년 개띠’를 내고 세상에 이름이 조금 알려졌다. 시집을 내고 가톨릭여성회관 강당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100명이 넘는 손님들(거의 현장 노동자들이었다)이 찾아와 강당에 신문지를 깔고 여기저기 둘러앉아 막걸리에 파전을 먹으며 시를 읽거나 ‘민노래’를 불렀다. 예나 지금이나 어떤 행사를 하면 손님들이 방명록에 이름을 적는다. 그때 손님들이 방명록에 적은 내용은 대부분 ‘띠’에 관한 글이었다.
“70년생 개띠 왔다 갑니다. 저도 12년 뒤에 선배님처럼 꼭 시집을 내고 싶습니다.”, “58년 개띠 친구가 시집을 내다니, 내 시집처럼 기쁘네그려.”, “60년생 쥐띠인데요. 왜 58년생 개띠만 유명한가요?”
사람들은 ‘58년 개띠’에 실린 시들 중 ‘58년 개띠’라는 시를 좋아한다. 지면을 줄이기 위해 줄과 연을 조금 붙여서 옮긴다.
58년 개띠 해
오월 오일에 태어났다, 나는
양력으로는 어린이날 음력으로는 단옷날
마을 어르신들
너는 좋은 날 태어났으니
잘 살 거라고 출세할 거라고 했다.
말이 씨가 되어
나는 지금 ‘출세’하여 잘 살고 있다.
이 세상 황금을 다 준다 해도
맞바꿀 수 없는 노동자가 되어
땀 흘리며 살고 있다.
갑근세 주민세 한 푼 깎거나
날짜 하루 어긴 일 없고
공짜 술 얻어먹거나
돈 떼어먹은 일 한 번 없고
어느 누구한테서도
노동의 대가 훔친 일 없고
바가지 씌워 배부르게 살지 않았으니
나는 지금 ‘출세’하여 잘 살고 있다.
시집 ‘58년 개띠’는 20년 남짓 노동현장에서 노동자로 살아오면서 보고 듣고 느끼고 겪은 삶의 기록이다. 이 시집이 세상에 나오기 전에, 시집 제목과 표지를 의논하기 위해 서울에서 네 사람이 모였다. 보리출판사 차광주 대표, 편집부 강순옥 선생, 함께 편집 이야기를 나누었던 분과 나까지 모두 58년 개띠였다. 그래서 모두 시집 제목을 ‘58년 개띠’라 하자고 했다. 그때 그 자리에는 알 수 없는 기운이 펄펄 살아서 빈 공간을 가득 메웠다. 58년생 개띠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한평생 옆집에서 살았던 친구처럼 반갑고 정겨웠다.
58년생 개띠들이 모여 ‘58년 개띠’ 시집을 내고 4년 뒤, 글을 써서 밥 먹고 살아가는(대부분 글만 써서는 밥을 못 먹고 산다) 58년 개띠 작가들 모임을 가졌다. 1999년 6월 4일, 첫 모임을 가진 곳이 서울 종로경찰서 맞은쪽 ‘동루골’이라는 조그만 술집이었는데 전국에서 서른 명쯤 모였다. ‘서울’이라는 먼 길을 비행기 타고, 기차 타고, 버스 타고 올라온 58년생 개띠 작가들 모임은 말 그대로 ‘개판’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개판은 엉망이라는 말이 아니고 ‘개띠’다운 술판이 벌어졌다는 말이다. 그날 모인 58년생 개띠 중 창비 김이구 평론가와 박영근 시인은 몹시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났지만….
회갑을 맞이하는 당신들에게
나는 13년 전에 복잡하고 어지러운 도시를 떠나 어릴 때 내가 살던 곳과 같은 작은 산골 마을에 뿌리를 내렸다. 이 나이에 13년째 마을 청년회장(?)을 맡고 있다. 도시에서 나를 돌아볼 새도 없이 바쁘게 살았으니, 이제 남은 삶은 작물을 가꾸듯 살고 싶다. 외로움을 벗 삼아 산골 이웃과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깨달으며 살아가는 맛이 아주 깊고 그윽하다.
아스팔트와 시멘트 숲을 떠나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산밭에서 땀 흘리며 일하다 보면 어느새 내 몸에서 ‘사람 냄새’가 난다. 농부가 되고서야 내 몸에서 ‘사람 냄새’가 난다는 것을 알았으니, 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물려받은 땅 한 뙈기 없어 남의 논밭을 빌려 농사지으며 살아왔지만, 같은 해에 태어나 같은 하늘 아래 숨 쉬고 살아가는 벗들이 있어 든든하고 더없이 행복하다.
벗들이여, 이제 우리 나이 예순한 살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말은 받아들인다는 뜻이겠지. 몸을 쓴 만큼 섬겨야 한다는 것을. 머리 쓴 만큼 비워야 한다는 것을. 뱉은 말 만큼 들어야 한다는 것을. 느낀 만큼 나누어야 한다는 것을. 받은 만큼 베풀어야 한다는 것을. 떠나는 그날까지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벗들이여,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든 허둥거리며 바쁘게 살지 마시기를! 사람으로 태어나 바쁘게 사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마음이 강물처럼 깊어져 미련도 원망도 욕심도 그냥 내려놓을 수 있기를! 살다 보면 어찌 눈물 마를 날이 있으랴마는, 그 눈물로 메마른 세상 흠뻑 적실 수 있기를.
◇ exhibition
무민원화전:
Moomin Original Artworks
일정 9월 2일~11월 26일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핀란드 화가 토베 얀손(Tove Jansson, 1914~2001)의 손에서 탄생한 ‘무민(Moomin)’의 70여 년 연대기가 펼쳐진다. 무민은 1945년 얀손이 직접 글을 쓰고 삽화를 그린 라는 소설을 시작으로 만화,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전 세계 대중에게 알려졌다. 작가가 직접 그린 원화와 더불어 저작권자(얀손의 조카 소피아 얀손)가 소장한 미공개 작품과 오브제까지 총 35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무민캐릭터스, 핀란드 탐페레무민박물관, 헬싱키시립미술관, 헬싱키연극박물관 등에 소장되어 있던 주요 작품들이 이번 국내 첫 전시를 위해 한국을 찾는다. 총 7개의 섹션으로 구성되며, 무민 라이브러리, 무민 상영관 등 관람객이 직접 작품을 체험해볼 수 있는 참여 공간도 함께 마련된다.
The Selby House:#즐거운 나의 집
일정 10월 29일까지 장소 대림미술관
세계적인 크리에이터들의 개성 넘치는 라이프스타일을 기록하는 아티스트 토드 셀비(Todd Selby, 1977~)의 작품 400여 점을 총망라한다. 이번 전시는 그의 대표 사진들뿐만 아니라, 일상 소재에 위트를 더한 일러스트레이션, 영상, 그리고 새롭게 창작한 대형 설치 작품까지 만나볼 수 있다. 입구부터 시작해 전시장 내부, 정원, 카페까지 미술관 전체가 즐거움으로 가득한 ‘셀비의 집(Selby’s House)’으로 꾸며졌다. 유명인들의 사적 공간을 담은 사진 작품이 주를 이룬다. 작가 특유의 라이프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거실, 침실, 작업실을 재구성한 ‘셀비의 방’과, 그의 유년기 시절 꿈과 기억이 환상적으로 어우러진 ‘셀비의 정글’은 관객이 직접 체험하며 즐길 수 있다.
◇ book
세상과 이별하기 전에 하는 마지막 말들
재닛 웨어 저·인물과 사상사
간호사로서 호스피스 환자를 돌보는 데 헌신해온 저자가 임종 환자를 지켜보며 느낀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삶의 마지막 순간 그들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 등을 기록했다. 죽음은 삶의 일부이며, 그 순간은 탄생 못지않은 기적임을 말한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서울편
유홍준 저·창비
1993년부터 시작한 답사기가 남도, 제주, 북한, 일본 등을 거쳐 서울에 도착했다. 저자는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서울의 문화유산과 역사, 인간사 등을 통찰력 있게 바라본다. 종묘와 더불어 창덕궁, 창경궁 구석구석을 살피며 조선시대 건축의 아름다움과 삶의 애환 등을 담았다.
◇ movie
안녕 히어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가족의 소소한 일상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로, 오늘날의 노동 현실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작품을 연출한 한영희 감독은 “쌍용자동차의 대규모 정리해고 이후 이에 대한 다양한 화두가 한국 사회에 등장했다. 그러나 노동자의 현실은 나아지지 못한 실정이다.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비극적인 현실 속에서 영화를 통해 우리가 사는 노동과 해고의 현실을 이야기하고자 한다”고 작품 의도를 밝혔다. 그는 영화의 영문 제목을 ‘굿바이 마이 히어로(Goodbye My Hero)’라고 지으며 “세상의 영웅(노동자)들이 더는 짓밟히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개봉 9월 7일 장르 다큐멘터리 감독 한영희 출연 소년 현우, 아빠 정운
치어댄스
일본 최고의 고교 치어 댄스팀 ‘제트’의 실화를 바탕으로, 팀의 탄생부터 이후 3년간의 도전기를 담았다. 인생에서 가장 고민하고 갈등하면서도 아름다웠던 고교 시절을 그린 성장 스토리로 중장년에게는 추억을, 청춘들에겐 용기를 북돋워준다. 한국에서는 로 잘 알려진 히로세 스즈가 몸치 소녀 ‘히카리’ 역을 맡았다. 또 로 익숙한 아마미 유키가 호랑이 선생님 ‘사오토메’ 분을 연기하며 훈훈한 사제지간의 모습을 담아냈다. 출연 배우들이 완벽한 동작을 연출하기 위해 반년 동안 특훈과 합숙 기간을 거친 것으로 알려지며 영화 속 치어리딩 장면이 기대를 모은다.
개봉 9월 21일 장르 드라마 감독 가와이 하야토 출연 히로세 스즈, 토미타 미우, 아마미 유키 등
◇ stage
쿵짝
지난해 초연에서 전 회차 매진 기록을 달성했던 뮤지컬 이 1년 만에 재연을 확정지었다. 주요섭 작가의 단편소설 의 옥희를 주인공으로,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메시지와 삶의 의미에 대해 재조명한다.
장소 동숭아트센터 일정 9월 30일까지 연출 우상욱 출연 윤여진, 권태진, 조현식 등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
신념을 지키려는 선생님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악마와도 손잡을 수 있다고 말하는 학생들 사이의 대립을 그렸다. 반전을 거듭하는 탄탄한 구성과 빠른 전개, 잘 짜인 논리로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하며 관객을 압도한다.
장소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일정 9월 8일~10월 15일 연출 이재준 출연 우미화, 박정복 등
틱틱붐
배우 이석준, 이건명, 배해선의 데뷔 20주년 기념 공연이다. 성기윤을 비롯해 의 원년 멤버들이 뭉쳤다. 의 극작가 조나단 라슨의 유작으로 작품을 향한 예술혼을 불태운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장소 대학로 TOM 일정 8월 29일~10월 15일 연출 박지혜 출연 이석준, 이건명, 배해선 등
서편제
소리꾼의 길을 찾아나서는 아버지 유봉과 그의 딸 송화, 의붓 남동생 동호의 50년을 넘나드는 소리 인생을 그린다. 판소리 가락과 함께 대중음악 작곡가 윤일상이 제작한 서정적인 록, 발라드 등이 독특한 앙상블을 이룬다.
장소 광림아트센터 BBCH홀 일정 8월 30일~11월 5일 연출 이지나 출연 이자람, 차지연 등
◇ Exhibition
1) 태양의 화가 반 고흐: 빛, 색채 그리고 영혼 전
일정 12월 31일까지 장소 apM CUEX홀
천재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을 미디어 아트로 새롭게 연출한 전시다. 고흐의 수작들을 디지털 영상 기술과 접목한 최첨단 전시 기법을 통해 시간과 공간의 변화를 체험하도록 했다. 인상파와의 교류, 대자연, 고흐의 방, 동양의 색채, 초상, 동생 테오와의 편지 등 8개의 존으로 구성되어 있다. 거대한 공간감을 느낄 수 있는 와치아웃 시스템을 이용한 멀티채널과 1만 픽셀 이상의 초대형 화면의 이머시브(Immersive) 시네마 등을 마련했다.
2) 최순우가 사랑한 전시품 전(CHOI SUNU’S FAVORITE)
일정 12월 31일까지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미술학자 최순우(1916~1984) 탄생 100주년을 맞아 기획한 전시로, 그가 생전에 아끼고 좋아했던 작품들을 글과 함께 소개한다. 평생 한국의 미를 탐색하고 박물관을 발전시키는 데 헌신한 최순우의 문화재에 대한 애정과 생각을 이해할 수 있는 자리다. 1층 통일신라실에서는 돌함과 뼈단지 등 일제강점기에 약탈됐다가 돌아온 문화재를, 2층 서화관에서는 김홍도서첩, 달마도 등을, 3층 조각·공예관에는 반가사유상, 달항아리 등 15개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3) 코디최 개인전 CODY CHOI Color Painting: Frustration is Beautiful
일정 10월 28일~11월 20일 장소 PKM 갤러리(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길 40)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출품 작가인 코디최(Cody Choi)의 개인전이 10월 28일부터 11월 30일까지 PKM 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2011년 이후 5년 만에 개최되는 개인전으로 회화와 설치 작업 약 20 여 점이 전시된다. 특히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출품 준비를 위한 기금마련 전시라는 점에서 뜻 깊은 자리다.
1980년대 중반부터 작가이자 문화이론가로서 활동하는 코디최는 현대사회의 문화정체성과 권력관계에 관해 탐구한다. 현시대 다양한 문화가 빚어내는 충돌과 간극에서 태어난 제3의 문화 혹은 혼종문화, 동시대 사회현상에 주목하며 회화·조각·설치 등의 작업으로 표현하고 있다.
LA 아트센터 칼리지를 졸업한 코디최는 LA 현대미술관, 타이페이 현대미술관, 토탈미술관 등 국내외의 주요전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현재 독일 쿤스트할레 뒤셀도르프와 프랑스 마르세유 현대미술관 등 유럽에서 순회 회고전을 진행하고 있다. 20세기 문화 지형도 (2010), 동시대 문화 지형도(2010) 등 현대문화에 관한 전문비평서를 출간했다.
◇ Book
1) 초혼 (고은 저 · 창비)
고은 시인의 3년 만의 신작 시집이다. ‘때’와 ‘곳’에 얽매이지 않는 ‘자가지무(自歌自舞)’ 정신으로 우주와 소통하는 대자유의 세계를 펼친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삶을 아우르는 우주적 상상력과 예리한 통찰력이 담겨 있다.
2) 보고 시픈 당신에게 (김광자 외 86명 공저 · 한빛비즈)
전국 한글학교에서 늦깎이로 한글을 배우고 있는 어르신들의 시와 산문을 엮었다. 글자를 익히면서 느끼는 기쁨, 가족에 대한 사랑, 삶의 애환 등이 돋보인다. 손글씨의 느낌을 살려 원문을 그대로 옮기고, 저시력자를 위해 큰 글자로 다시 정리했다.
◇ Movie
1) 기적을 증명한 두 남자 이야기
개봉 11월 3일 장르 드라마
감독 맷 브라운 출연 데브 파텔, 제레미 아이언스, 토비 존스 등
인도 빈민가의 한 수학 천재와 그의 가능성을 알아본 영국 수학자의 특별한 우정을 그렸다. 숫자가 유일한 친구였던 순수한 수학 천재 ‘라마누잔’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해 그의 열정적인 천재성과 삶의 고뇌 등을 담았다. 라마누잔 역을 맡은 배우 데브 파텔이 해외 유수 언론에서 “실존 인물 라마누잔의 모든 것을 완벽하게 연기했다”는 평을 받는 등 작품성 못지않게 그의 연기력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 당신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개봉 11월 10일 장르 드라마
감독 나가이 아키라 출연 사토 타케루, 미야자키 아오이, 하마다 가쿠 등
시한부 선고를 받은 한 남자가 하루를 더 사는 대신, 세상에서 무언가를 한 가지씩 없애야 한다는 독특한 설정이 돋보이는 영화다. 전 세계적으로 130만부 이상 판매량을 올린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로 제작했다. ‘세상에서 전화가 사라진다면, 당신의 인생이 어떻게 달라질까요?’라는 포스터 속 문구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신선한 스토리 전개로 잊고 지낸 것들에 대한 소중함과 인생의 행복을 선사한다.
◇ Stage
1) 연극 재공연, 이웃사촌들의 수상한 진실게임
일정 10월 27일~11월 20일 장소 대학로 선돌극장
연출 이동선 출연 이황의, 김수보, 리우진, 곽지숙 등
지난 3월 초연돼 뜨겁게 주목받았던 극단 몽씨어터의 (작가 석지윤, 연출 이동선)가 11월 20일까지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재공연 된다. 연극 는 치밀한 구성과 전개, 팽팽한 긴장감과 반전, 그 사이를 비집고 터지는 폭소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이웃 혹은 사람 간 의심이 한순간에 누구든지 싸이코패스로 몰아갈 수 있는 현대인의 각박한 심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신예작가 석지윤의 독특한 언어, 이동선 연출가의 감각적인 연출에 힘입어 씁쓸하면서도 웃음 터지는 우리시대의 슬픈 자화상과 마주하게 한다.
빌라의 고양이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죽어나간다. 주민들은 벌어지는 상황을 진단하고 해결하고자 대책회의를 연다. 그런데 301호의 혼자 사는 남자가 수상하다. 사람들은 그가 분명 고양이를 죽인 싸이코패스가 틀림없다고 믿게 된다. 싸이코패스를 잡기 위한 평범한 이웃들의 위험하고 묘하게 웃긴 진실게임, 바로 연극이다.
2) 천재 시인의 삶과 사랑을 노래하다
일정 11월 5일~1월 22일 장소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2관
연출 오세혁 출연 강필석, 오종혁,이상이, 정인지, 최주리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모던보이였던 시인 백석의 시가 뮤지컬로 재탄생한다. 백석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서 모티프를 얻은 작품으로 백석과 그의 연인이었던 김영한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그의 시 노랫말로 표현했다.
3) 꿈과 희망을 위해 링 위에 서다
일정 11월 1일~1월 15일 장소 디큐브아트센터
연출 노우성 출연 신성우, 송창의, 신구, 김진태, 김지우 등
영화 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로 실베스터 스탤론이 직접 제작에 참여하며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박진감 넘치는 권투시합 장면을 무대 위에 생생하게 그려내며 2014년 토니어워드와 드라마데스크어워드에서 무대디자인상을 받았다.
4) 고모와 조카의 예측 불허 동거
일정 11월 22일~12월 11일 장소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연출 구태환 출연 하성광, 정영숙
세상을 곧 떠날 것 같다는 고모의 편지 하나에 다니던 은행을 그만두고 30년 만에 고모를 찾아가는 조카의 이야기를 담았다. 배우 인생 첫 2인극 도전이라는 중견 배우 정영숙이 고모 그레이스 역을 맡아 섬세한 감정연기를 펼친다.
5)인간의 죄의식과 예술가의 고뇌
일정 11월 20일까지 장소 아트원씨어터 3관
연출 김동수 출연 남명렬, 이명호, 박지일, 김병철, 손성호 등
1995년 제26회 동인문학상 수상에 빛나는 정찬의 소설을 연극화한 작품이다. 같은 해 11월 첫 공연한 이래로 상업성이 짙은 작품들이 주목받는 공연계에서 인간의 존재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고통의 밀도를 담아내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광복 이후 출판시장은 1950년의 6·25, 1960년의 4·19와 1961년의 5·16, 1972년의 10월 유신, 1980년의 광주민주화운동, 1989년의 현실사회주의의 몰락, 1997년의 IMF 외환위기,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말미암아 대체로 10년을 주기로 많이 읽히는 책의 유형이 달라진다. 광복 이전이 암흑기였다면 광복 이후 6·25가 터지지 직전까지는 민족문화 재건기로 볼 수 있다. 이후 1950년대는 전후 허무주의, 1960년대는 이데올로기, 1970년대는 산업화, 1980년대는 역사성, 1990년대는 대중출판, 2000년대는 글로벌 출판, 2010년대는 디지로그 출판 시대로 정리할 수 있다.
글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 사진
◇ 광복~1949년 민족문화 재건
“아버지가 들고 온 『조선역사』란 책에 빨려들어 밤새도록 읽고 모자라 수업시간에까지 읽다가 들켰다. 그 바람에 전교생 앞에서 10여분이나 을지문덕이 수나라의 대군을 무찌르는 대목을 소리 높여 읽는 수모를 겪었다. 그 바람에 학생들은 그 책이 동이 나도록 모두 구입하였다.” 한국전쟁 당시 서울대 사학과 교수였던 김성칠(金聖七, 1913∼1951)이 보고 겪은 6·25에 대한 생생한 기록을 담은 『역사 앞에서』(창비)에 실린 신경림 시인의 추천사에 나오는 글이다. 신 시인은 한 칼럼에서 『조선역사』가 “한글을 깨치고서 처음 읽은 책”이라고 말했는데 이 책이 광복 이후 최초의 베스트셀러다.
해방 공간 시기에는 우리 역사와 글, 문학을 펴내고자 하는 욕구와 읽고자 하는 욕구가 넘쳤다. 이런 욕구 때문에 『우리말 큰사전』(한글학회, 1947), 『조선어표준말모음』(조선어학회, 1946) 등의 사전과 학술교과서가 인기를 끌었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베스트셀러로는 『해방 전후』(이태준), 『내가 넘은 삼팔선』(후지와라 데이, 1949), 『나는 자유를 선택하였다』(크리미센코, 1948),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윤동주, 1948), 『목넘이 마을의 개』(황순원), 『렌의 애가』(모윤숙), 『청록집』(조지훈 외) 등이 있다.
◇ 1950년대 전후 허무주의
1950년대를 상징하는 베스트셀러는 정비석의 『자유부인』이다. 한국전쟁으로 한반도의 전체 인구 3000만 명 중 300만 명이 목숨을 잃은 전쟁의 후유증이 적지 않았을 때에 대학교수 부인의 파탄적 행동을 그린 소설이 1년 만에 10만 부가 팔리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자 이 소설이 “문화의 파괴자로 중공군 50만 명에 해당하는 적군”(서울대 법대 황산덕 교수)이라는 공격이 나왔고, 작가는 열띤 논쟁을 벌여야 했다. 『우리말 큰사전』이 여전히 인기를 끄는 가운에 젊은 세대에게 유머감각을 크게 심어준 『얄개전』(조흔파)이 등장했다. 이 시대의 베스트셀러에는 『슬픔은 강물처럼』(최희숙), 『마음의 샘터』(최요안), 『청춘극장』(김래성), 시집 『사랑이 가기 전에』(조병화) 등이 있다.
◇ 1960년대 이데올로기
1960년대를 상징하는 베스트셀러는 최인훈의 『광장』이다. 소설 속 철학도 이명준은 북에 올라가 북한의 정치체제에 가담해보지만 남의 ‘밀실’과 북의 ‘광장’ 어디에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방황하다 제3국행을 택한 끝에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이 이야기는 4·19의 성과를 5·16세력에게 빼앗긴 경험을 지닌 지식인에게 깊은 허무감을 안겼다. 이 시기의 베스트셀러에는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들』(박계형), 『저 하늘에도 슬픔이』(이윤복), 『석녀』(정연희), 『조선총독부』(유주현), 『거대한 뿌리』(김수영), 『금강』(신동엽) , 『빙점』(미우라 아야코) 등이 있다.
◇ 1970년대 산업화
통기타와 청바지, 생맥주로 대표되는 ‘청년문화’가 등장한 1970년대는 『별들의 고향』(최인호), 『영자의 전성시대』(조선작), 『겨울 여자』(조해일) 등의 이른바 ‘호스티스 소설’들이 한 흐름을 이뤘다. 산업사회로 본격적으로 접어드는 시기에 여성의 상품화 현상을 ‘호스티스’라는 사회적 존재에 초점을 맞춰 다루고 있는 이 작품들은 고도성장의 이면에 숨은 우리 사회의 그늘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그늘은 또 있었다. 부랑노동자의 삶을 그린 황석영의 『객지』와 도시빈민의 삶을 그린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다. 이 시대의 주목할 베스트셀러로는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박완서), 『김약국의 딸들』(박경리), 『서울 1964년 겨울』(김승옥), 『데미안』(헤르만 헤세) 등이 있다.
◇ 1980년대 역사성
1980년대는 이념의 시대이자 불의 시대였다. 대학과 신문사에서 쫓겨난 지식인들이 출판계에 유입되어 변혁이론의 창출과 보급에 앞장섰다. 대표적인 성과로 강만길의 『한국근대사』와 『한국현대사』를 비롯한 근현대사 관련 서적을 꼽을 수 있다. 1980년대는 대하소설의 시대이자 시의 시대이기도 했다. 황석영의 『장길산』, 조정래의 『태백산맥』, 홍명희의 『임꺽정』, 박경리의 『토지』 등은 모두 대중에게 정치적 각성을 하게 만든 ‘역사교과서’였다. 1980년대 내내 박노해의 『노동의 새벽』이나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 등의 이념시나 민중시가 거대한 트렌드였지만 정작 불로 뜨거워진 대중의 몸을 식혀준 것은 쉽게 읽히는 서정시였다. 서정윤의 『홀로서기』, 도종환의 『접시꽃 당신』, 이해인의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등의 시들은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대중에게 위안을 안겨주었다. 이밖에 이 시기를 상징하는 베스트셀러로는『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마광수),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바스콘셀로스), 『숲속의 방』(강석경), 『인간시장』(김홍신) 등이 있다.
◇ 1990년대 대중출판
현실사회주의가 붕괴된 직후 시작된 1990년대가 만들어낸 최고의 상품은 ‘개인’이었다. 1990년대 최초의 밀리언셀러인 『세계는 넓고 (내가) 할 일은 많다』(김우중)에서부터 1990년대 말의 서갑숙의 『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까지 책 제목에 ‘나’는 넘쳤다. 세계화와 정보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컴퓨터 길라잡이』(임채성 외),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어』(한호림),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스티븐 코비) 등 개인의 성공 욕망을 자극하는 실용서나 자기계발서가 상한가를 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초반의 출판시장을 휩쓴 『소설 동의보감』(이은성), 『소설 토정비결』(이재운), 『소설 목민심서』(황인경) 등의 역사인물소설 트로이카들도 사실상 자기계발서 역할을 했다.
세계화에 대한 반작용이었던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유홍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김진명), 『일본은 없다』(전여옥),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박영규) 등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책들이 인기를 끌었으며,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박완서), 『물 위를 걷는 여자(신달자)』 ,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천년의 사랑』, 『모순』(양귀자),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공지영), 『혼자 눈뜨는 아침』(이경자) 등 사랑(결혼)과 일이 충돌하는 모습을 그린 소설들이 인기를 끌었다. 이 시대를 상징하는 베스트셀러로는 『퇴마록』(이우혁), 『드래곤 라자』(이영도), 『여보게 저승갈 때 뭘 가지고 가지』(석용산),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잭 캔필드 외), 『오체불만족』(오토다케 히로타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최영미) 등이 있다.
◇ 2000년대 글로벌 출판의 시대
2000년대는 절대 고독의 개인이 발견되는 여정이었다. 고학력 사회가 되었지만 고학력자일수록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기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가 양산되는 바람에 성공욕구만 넘쳐났다. 덕분에 베스트셀러의 산실은 자기계발서였다.『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로버트 기요사키 외),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스펜서 존슨),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탄 줘잉),『화』(틱낫한), 『설득의 심리학』(로버트 치알디니), 『아침형 인간』(사이쇼 히로시), 『마시멜로 이야기』(호아킴 데 포사다 외), 『배려』(한상복),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켄 플래차드 외), 『긍정의 힘』(조엘 오스틴), 『시크릿』(론다 번) 『이기는 습관』(전옥표)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에 대중은‘성공’을 버리고 ‘행복’으로 말을 바꿔 탔다. 2000년대의 베스트셀러로는‘해리포터’ 시리즈(조앤 K. 롤링) ,『다빈치 코드』(댄 브라운), 『연금술사』(파울로 코엘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과 같은 블록버스터 소설, MBC 방영도서,‘Why’를 비롯한 스토리만화 등이 있다. 이 밖에 『엄마를 부탁해』(신경숙), 『국화꽃 향기』(김하인), 『가시고기』(조창인) 등과 같은 극도로 축소된 인간관계를 다룬 소설들과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류시화)도 있다.
◇ 2010년대 디지로그 출판의 시대
1998년의 국지적인 IMF 외환위기와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차원이 달랐다. 전 세계에 불어 닥친 광풍 앞에 개인은 오로지 스스로를 위로하며 대안적인 사람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다. 2010년대 초반에는 ‘셀프힐링’의 책들만이 인기를 끌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김난도)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혜민) 등 멘토가 던져주는 ‘위로와 공감’의 어록집, 『정의란 무엇인가』(마이클 샌델),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장하준) 등 사회적 어젠다를 담은 책, 대안의 삶, 성찰, 관계나 소통 등을 다룬 책들이 인기를 끌었다. 이밖에 『해를 품은 달』(정은궐), 『미생』(윤태호) 등의 미디어셀러와 『서울 시』(하상욱) 등이 이 시대를 대표하는 베스트셀러다.
이 시대에 인기를 끄는 것은 위로와 공감의 어록, 관계와 소통을 다룬 책들이다. 이제 개인은 오로지 스스로를 위로하며 대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일까.
한기호(韓淇皓)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
공주사범대학 국어교육학 학사, 2000년 제41회 한국백상출판문화상 기획부문 출판상, 학교도서관 저널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