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패션의 고민은 선택의 폭이 좁다는 데서 시작된다. 바지, 셔츠 혹은 원피스 하나로 완성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더더욱 커진다. 이런 고민에 대해 MACY'S, KOHL'S, MAURICES 등 세계적 의류 브랜드와 협업 중인 풍인무역 R&D팀의 김샛별 차장은 “심플한 디자인에 색상과 소재로 포인트를 주는 스타일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녀가 말하는 올여름 중장년 패션의 세계적 흐름에 대해 들어봤다.
실용적으로 변화되는 포멀룩
올여름 남성과 여성 패션의 주요 경향 중 하나는 최근 사랑받고 있는 포멀(formal)룩의 변화다. 포멀룩은 정장 또는 캐주얼하지만 격식을 차린 옷차림을 이야기하는데, 올여름에는 여기에 기능성과 실용성이 더해지고 있는 추세다.
예를 들어 심플한 디자인에 단추나 큰 주머니로 포인트를 주거나, 색상과 원단의 조화로 미적 요소를 부여하는 식이다. 여기에 레트로 빈티지 혹은 활동성이나 기능성을 강조하는 유행 역시 계속되고 있는데, 이러한 경향이 포멀룩과 일상복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패션업계에선, 매일 어디서나 입을 수 있는 옷이라고 해서 ‘everyday, everywhere’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꽃중년은 ‘플리츠’에 주목
흔히 주름치마를 연상하면 된다. 스커트에 아코디언 주름상자 모양으로 잘게 모를 내어 잡는 주름을 플리츠라고 한다. 플리츠로 가공된 원단은 고전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면서도 편안함까지 더해져 특히 여름에 각광받는다. 중장년 중에서도 액티브 시니어라면 플리츠 스타일 복장에 주목해야 하는데, 구김이 없어 여행을 위한 ‘공항 패션’으로도 제격이기 때문이다. 치마뿐만 아니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플리츠가 포인트인 옷으로 스타일링해도 요란스럽지 않은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올여름 강타할 소재는 ‘린넨’
천연섬유인 린넨은 통기성과 체온 조절 효과가 뛰어나고 가벼워서 여름에 늘 사랑받는 소재다. 최근에는 지속가능한, 즉 원자재부터 제조공정, 재활용까지 환경적 요소를 중시하는 패션업계의 경향이 더해져 사용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올여름 패션도 린넨 소재로 만든 남성 셔츠, 여성 재킷이 어김없이 유행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스타일링이 고민이라면, 린넨 셔츠에 운동복처럼 발목을 조여주는 조거(jogger) 바지를 입으면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꽃중년일 경우 여성스러운 드레스 위에 린넨 재킷을 겹쳐 입을 것을 추천한다.
편안한 초록과 빛바랜 노랑이 인기 컬러
올여름 컬러는 건강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초록색과 노란색이 유행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초록색 중에서는 자연색에 가까워 부드럽고 차분한 느낌을 주는 보태니컬 그린(botanical green)이 인기가 많다. 시원한 여름을 강조할 수 있는 색상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전환이 되며 건강한 자연의 풍요로움도 표현해준다. 노란색은 자연스러우면서 빛바랜 듯한 컬러가 인기다. 특히 중장년에게 잘 어울리며 환한 분위기로 기분 좋은 편안함을 느끼게 해준다. 여름의 대표 색상인 푸른색도 놓쳐선 안 된다. 그중에서도 차분하면서도 강렬한 비비드(vivid) 컬러가 대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푸른색 중에서 채도가 높은 케미컬 블루(chemical blue)는 클래식한 느낌을 준다.
아침 첫차를 타본 적이 있는가. 어둡고 텅 빈 길을 걸어서 파란 조명 켜진 정류장에 서면 무대 위에 배우가 등장하듯 하나둘 사람들이 모여든다. 시계를 보며 발을 구르다 보면 기다리던 첫 버스가 스르르 꿈결처럼 도착한다. 하루를 가장 빨리 여는 사람들이 버스 위에 오른다. 금세 사람들이 들어차고 냉기 가득한 버스 안은 사람 냄새 나는 온기로 따뜻해진다.
그리고 또 하루가 시작된다.
미세먼지 가득했던 3월 초, 새벽 3시 30분. 서울시의 양천공영차고지에는 초록색 지선버스와 파란색 간선버스가 새벽잠 자듯 빽빽하게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모두들 깊은 잠에 빠져 있을 시간이지만 남보다 빨리 하루를 여는 사람들이 속속 모인다. 이곳에는 4개 시내버스 회사뿐 아니라 마을버스 등 10여 개 버스 업체가 입주해 있거나 주차하고 있다. 이날도 도원교통 6514번 버스를 운전하는 황재현(63) 씨는 말끔하게 차려입고 출근했다. 6514번 버스 운전만 23년째. 정년을 마치고도 계약직으로 3년째 운전대를 잡고 있다. 퇴직 후에도 여전히 승객들을 맞이할 수 있어 매일이 감사하다고 했다. 회사에서는 황 기사의 건강을 생각해서 짧은 노선버스를 권했지만 오랜 시간 함께해온 6514번 버스가 익숙하고 또 친근하기 때문에 바꾸지 않았다. 황재현 기사는 아침 첫차를 운전할 때마다 인생에 대한 고민을 한다.
“남들보다 일찍 깨어 출근하는 분들이잖아요. 주로 새벽에 나가서 건물 청소하시는 연세 많은 여성분들이 타십니다. 연세가 많으신데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이 많아요. 한편으로는 그래도 일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하시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모시는 것입니다.”
아침을 여는 버스 기사 황재현
버스 운전기사의 하루 일과는 음주측정 검사를 받으면서 시작된다. 그다음엔 현찰로 버스비를 내는 일부 시민들을 위해 돈 통을 챙겨 버스로 향한다. 타이어는 이상이 없는지, 엔진오일이나 냉각수가 새지는 않는지도 확인한다. 다시 차고지 건물로 들어와 닫혀 있는 회사 배차실 문을 열고 나면 생기는 잠깐의 휴식시간. 커피를 한 잔 마시고 보온병에 물을 한가득 담은 뒤 버스에 오른다. 첫차 타고 일터로 향하는 이들을 맞이하기 위해서다. 그가 운전하는 6514번 버스는 도원교통이 운행하는 버스들 중 가장 긴 노선을 달린다. 양천공영차고지를 나와 양천구, 강서구, 영등포구, 동작구, 관악구 5개구를 지나는 여정. 첫차는 왕복 3시간 10분 정도, 출퇴근 시간에는 4시간 30분 가량 소요되는 구간이다. 노선이 길다 보니 각지에서 온 수많은 사람이 타고 내리기를 끊임없이 반복한다. 하루 800명가량이 이 버스를 이용한다.
첫차 타고 출근하는 사람들 이야기
운전기사들이 순번제로 돌아가며 운행하기 때문에 매번 첫차를 모는 것은 아니지만 한 달에 네 번은 새벽 버스에 오른다. 20년 넘게 같은 노선버스를 운전하다 보니 얼굴이 눈에 익은 승객도 꽤 있다. 간혹 차고지에서 버스를 타는 승객도 있지만, 첫 손님은 차고지를 떠나 네 정거장 뒤인 푸른마을아파트 1단지에서 탄다. 첫차가 출발하고 7분 후다. 신한은행 신월동지점 정류장쯤 도착하면 버스 안은 어느새 승객들로 꽉 찬다. 환승하기 좋은 강서구청사거리나 까치산역, 당산역과 신길역 정류장에서는 타고 내리는 승객들로 붐비기까지 한다.
첫버스에서 만난 시니어 여성 4인4색
6514번 버스 안에서 시니어 여성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승객들은 매일 얼굴을 마주치기에 안면이 있지만 굳이 인사는 하지 않는다. 대충 어디서 내리고, 또 어떤 일터로 향하는지 짐작하는 정도다. 첫차를 타고 일터로 혹은 어딘가로 향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잠시나마 들어봤다.
#1. 첫손님
아무데서나 내려요. 직장이 경복궁 쪽이라서 갈아타야 하거든요. 저요? 일해요. 그냥 아줌마들이 하는 청소 일이요. 아직 어둡기는 한데 집에서 정류장까지 금방 가요. 이 차에서 내려 다른 버스로 환승합니다. 경복궁에 도착하면 5시 10분이나 15분 정도 돼요. 매일 같은 차를 타니까 익숙한 얼굴이 많아요. 근데 서로 대화는 하지 않아요. 아침이니까 하루에 대한 계획도 하면서 조용히 가야죠. 저는 묵주기도하면서 가요.
#2. 여자의 완성은 메이크업!
까치산역에서 탔어요. 나는 강서구청에 내려요. 여자는 화장을 꼭 해야 해요. 부스스한 얼굴은 예의가 아니지. 적어도 눈썹이랑 입술만이라도 그려야 하는 거 아냐? 새벽 2시가 아니라
1시에 일어난다고 해도 단장하고 나와야죠. 나는 자고 일어난 모습은 이불 속에서 부부만 봐야 한다고 배웠거든요. 매일 보는 사람들이니까 인사를 안 해도 마음속, 눈빛으로는 하죠. 그런데 이게 첫차인지 두 번째 차인지 잘 몰랐네. 나, 다음에 내려요.
#3. 일하러 가면서 여행해요
부천 고강동에서 4시 17분에 출발했어요. 부천에서는 그 버스가 첫차예요. 예전에는 좀 늦게 다녔는데 이 차 타고 다닌 지 두 달 됐어요. 오늘은 좀 빨리 왔네. 선유도공원에서 탔는데 당산역에서 내릴 거예요. 첫차 타고 일하러 가지만 여행하는 기분으로 다니면 되는 거죠 뭐. 저같이 청소하는 여성들이 많이 타는 것 같아요. 저 머리숱 많아 보여요? 제 머리카락이에요. 내가 올해 72세인데 가발 쓰면 머리카락이 더 빠진다고 해서 두피 관리에 신경 좀 쓰고 있어요.
#4. 새벽 산행 전문가
매일 관악산에 가요. 첫차를 타고. 그런데 오늘 좀 차가 늦었네. 10여 년 전에 갈증이 자주 일어나 병원에 갔더니 당뇨라더군요. 운동을 해야 한다고 해서 매일 가게 됐어요. 차가 안 막히면 관악산까지 50분이면 가요. 젊었을 때는 산악회 활동도 꽤 했는데 이제는 안 해요. 등산은 천천히 3시간 정도 해요. 습관이 되다 보니까 이제는 늦게 가는 게 싫어요. 저는 새벽 산행이 좋아요. 낮엔 너무 더워요. 가끔 도보여행도 하는데 산이 더 좋아요. 슬슬 다닙니다. 무릎이 안 좋거든요. 폭포 있는 데 가면 할머니들 많아요. 나랑 한번 가보실래요?(웃음)
기억에 남은 사람들
서울대 정류장에 거의 이를 때쯤 황재현 기사가 산에 오르는 승객이 매일 첫차를 타는 분이라고 말하니 마지막 손님이 “기사님이 어떻게 아시네” 하고 웃으며 내렸다.
취재를 마치면서 황재현 기사에게 첫차를 타는 승객 중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는지 물었다. 잠시 시간을 달라 했고 며칠 뒤 전화가 걸려왔다.
“그러고 보니 그분 본 지가 오래됐네요….”
매번 버스에 오르면 운전석 뒤쪽에 앉아서 가던 80대 여성분이라고 했다. 등산복을 입고 첫차를 탈 때도 있고 낮에 탈 때도 있었는데 단골 승객이었다.
“딸이 미국에 산다며 초콜릿도 주시고 뒤에 앉아서 저를 ‘동상’이라고 부르셨어요. 제가 어리다고요.(웃음) 운전석 안전 펜스가 없을 때 뵈었는데 안 보이신 지 한 몇 년 됐습니다. 돌아가신 모양입니다.”
서울대 정류장에서 회차해 차고지로 돌아가는 시간에는 젊은 사람들이 더 많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승객들의 세대와 성별도 달라지는 풍경이다. 새벽에 하루를 여는 시니어의 활기참 뒤에 차분하게 하루를 여는 젊은이들이 조화롭게 시간을 나누어 버스에 오른다. 아침 버스 안이 마치 인생의 희로애락을 담은 영화 장면들처럼 느껴졌다.
이 세상에서 가장 억울한 술을 뽑아야 한다면 ‘압생트(absinthe)’가 아닐까. 고흐가 마시고 귀를 자른 술, 마시면 환각 증세를 일으키는 술 등의 누명 속에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뻔한 압생트를 소개한다.
영화 ‘물랑 루즈’는 ‘로미오와 줄리엣’, ‘위대한 개츠비’ 등을 제작한 바즈 루어만(Baz Luhrmann) 감독의 2001년 작품으로 뮤지컬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영화로 평가받는다. 19세기 말 프랑스의 환락가 물랭 루주를 배경으로, 시인인 크리스티앙이 뮤지컬 가수인 샤틴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 영화는 화려한 의상과 무대 등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는데 그 속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소품이 있다. 바로 작은 잔에 든 초록색 술, 압생트다. 이 영롱한 에메랄드빛을 내는 압생트는 영화 곳곳에서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크리스티앙이 압생트를 마시자 눈앞에 ‘녹색 요정’이 나타나 춤을 추는 모습은 ‘녹색 요정’이라고도 불리는 압생트의 특징을 잘 표현해낸 장면이다. 이뿐만 아니라 건물 외벽에 붙어 있는 압생트 포스터와 압생트 이름을 내건 술집 간판은 압생트가 19세기 말 프랑스의 문화와 낭만을 상징하는 아이콘이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수많은 예술가가 예찬한 술
실제로 19세기의 프랑스에선 압생트가 큰 인기를 끌었다. 흔하지 않은 초록빛 술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당시 유럽의 포도나무를 강타했던 필록세라 해충 사태가 큰 몫을 했다. 이 재앙으로 와인의 종주국인 프랑스의 와인 산업이 휘청거렸고 이 틈을 타 값싼 압생트가 대량 생산되면서 프랑스의 주류 산업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이러한 저렴한 압생트의 주 소비계층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파리로 몰려든 가난한 화가, 작가 등의 예술가들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빈센트 반 고흐, 아르튀르 랭보, 에드가 드가, 오스카 와일드 등이 있는데 이들은 그림과 글을 통해 압생트를 예찬하기도 했다.
“압생트를 마시면 튤립이 내 다리를 부드럽게 감싸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오스카 와일드
그러나 영원할 줄만 알았던 압생트의 시대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19세기 말 한 정신과 의사가 압생트를 만들 때 사용되는 쓴쑥(wormwood)에 환각과 발작을 일으키는 투우존(thujone)이란 성분이 들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한 차례 타격을 입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905년 스위스에서 발생한 한 살인사건은 ‘압생트는 사람을 미치게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석연치 않은 점은 살인자였던 사람이 하루에도 수십 잔의 와인을 먹는 알코올 중독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원인을 그날 두 잔밖에 먹지 않은 압생트에서 찾았다는 점이다. 이후 압생트는 1906년 벨기에를 시작으로 1907년 스위스, 1909년 네덜란드, 1912년 미국, 1915년 프랑스 순으로 판매가 금지됐다.
억울한 누명 ‘악마의 술’
제물이 된 압생트가 누명을 벗기까지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세기 중반에 들어와 시작된 압생트에 대한 연구는 투우존이라는 성분이 신경에 영향을 주는 물질은 맞지만, 압생트에 포함된 투우존의 양은 아주 극소량이기 때문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물론 70kg의 성인을 기준으로 했을 때 앉은자리에서 압생트를 420ℓ 마시면 위험할 수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 다시 말하면, 압생트 420ℓ를 마시고 환각 증세를 보일 확률보다 그전에 알코올 쇼크로 세상과 작별하게 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의미다. 이러한 연구 덕분에 압생트는 비로소 누명을 벗고 2000년 이후부터 프랑스, 스위스,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에서 다시 판매되기 시작했다. 이젠 우리나라 바에서도 쉽게 마실 수 있다. 비록 녹색 요정은 나타나지 않겠지만 19세기의 예술가로 빙의해 압생트의 매력에 취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스마트폰이 주는 편리함과 유용함도 있지만, 신종 스마트폰 범죄나 분실 우려 등의 골칫거리도 생겨났다. 특히 스미싱 문자 등으로 인한 피해는 스마트폰 활용도와 무관하게 위험에 노출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누구나 알아두면 안전한 스마트 서비스를 소개한다.
바이러스와 스미싱은 막아주고 메모리와 배터리는 절약하는 ‘알약M’
스마트폰 활용도가 높을수록 부족한 것이 바로 저장 공간(메모리)이다. 최근에는 유튜브 등을 통해 영상을 보거나 오피스 앱으로 문서 작업을 하는 경우도 많아 배터리 역시 부족하다. 컴퓨터 사용자라면 들어봤을 백신 프로그램의 애플리케이션 버전인 ‘알약M’을 사용하면 스마트폰 바이러스와 스미싱 방지는 물론 메모리와 배터리 절약까지 한 번에 해결해준다. ‘실시간 감시’ 기능을 켜놓으면 앱을 열지 않아도 안전한 모바일 환경을 유지할 수 있다. 바이러스 검사, 배터리 최적화, 저장 공간 청소, 메신저 파일 정리 등이 앱 화면에서 아이콘 터치 한 번으로 손쉽게 이뤄져 초보자라도 어려움이 없다. 앱을 열었을 때 평소 초록색이던 화면이 빨간색으로 변하거나, 작은 ‘!’(느낌표) 아이콘이 보인다면 스마트폰 환경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 그렇다고 당황해하지 말자. 이 역시 원터치로 빠르게 해결 가능하다. 왼쪽 상단 메뉴에서는 안전한 와이파이와 앱 검색·관리, 앱 잠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잃어버린 스마트폰 어떻게 찾을까? ‘구글 휴대전화 찾기’& ‘아이클라우드 아이폰 찾기’
스마트폰은 기기의 가격도 만만치 않지만 연락처, 사진, 공인인증서 등 주요 개인 정보를 담고 있어 분실할 경우 위험과 불편이 따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잃어버렸을 때 당장 전화부터 걸어보곤 통화가 되지 않으면 불안해한다. 이럴 경우 안드로이드 사용자라면 ‘구글’(www.google.com)의 ‘휴대전화 찾기’를, 아이폰 사용자라면 ‘아이클라우드’(www.icloud.com)의 ‘아이폰 찾기’를 이용할 수 있다. 구글은 기기를 분실한 지점을 구글 지도에 표시해 대략적인 위치 정보를 알려준다(GPS가 켜져 있는 경우에 한함). 분실 지점에 근접했다면 ‘벨소리 울리기’ 메뉴를 눌러보자. 최대 음량으로 5분간 벨소리가 울려 스마트폰이 눈에 보이지 않아도 소리를 듣고 찾아낼 수 있다. 아이클라우드의 경우 구글과 비슷한 소리 알림 기능인 ‘사운드 재생’ 메뉴와 함께 통화 및 긴급 상황 버튼 이외의 기능을 비활성화 하는 ‘분실 모드’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화권유판매 스팸, 한 번에 거절하는 ‘두낫콜’
계속 걸려오는 지긋지긋한 스팸전화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두낫콜’을 이용해보자.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제공하는 전화권유판매 수신거부의사등록 시스템으로 손쉽게 전화권유판매 스팸전화를 차단하도록 도와준다. 두낫콜 홈페이지 (www.donotcall .go.kr)에 접속 후 ‘소비자’ 메뉴를 누르고 본인 휴대전화 번호로 수신거부등록 절차를 거치면 무작위로 걸려오는 판매 목적 전화를 한 번에 거부할 수 있다.
중고 스마트폰 제대로 사려면? 가격은 물론 출처까지 꼼꼼하게 확인
중고 스마트폰을 사려는 이들은 아마 ‘가격’ 부담 때문일 테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격 기준으로만 제품을 결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먼저 합리적인 가격대로 책정됐는지 알려면 제품의 품질과 성능에 따른 등급을 가늠해볼 필요가 있다. 크게 100만~120만 원대의 고급형(프리미엄), 60만 원 안팎의 중급형(미드레인지), 40만 원대 이하의 보급형(로우엔드)으로 구분된다. 가급적 고급형에서 고르되 출시 시점이 4년 이내의 제품이라야 장기적으로 사용하는 데 무리가 없다. 성능과 디자인 등에 따라 중고 폰을 골랐다면 분실·도난 폰이 아닌지 출처를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네이버 통신요금 정보포털 ‘스마트초이스’(www.smartchoice.or.kr)를 통해 조회가 가능하다(스마트 라이프 메뉴→단말기 식별번호(IMEI)검색→분실·도난 조회).
안전한 일상을 위한 앱 서비스
•경찰청 사이버캅 인터넷 사기 등에 연관된 번호로 전화나 문자가 오면 화면을 통해 알려준다. 신규 스미싱 수법 경보령 등 사이버 범죄 피해 예방을 위한 알림을 푸시로 받아볼 수 있다.
•더치트 사기 피해 정보 공유 모바일 상 판매자의 연락처, 계좌정보, 아이디 등을 검색해 금융사기를 방지한다. 피해 발생 시 대응 방법 및 범죄자 검거 소식 등도 안내한다.
•안전디딤돌 정부 대표 재난 안전 포털 앱으로 재난 발생 시 일상에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지진, 해일, 태풍 등 재난 유형별 국민행동요령은 데이터가 원활하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든 확인 가능하다.
•안전 신문고 행정안전부에서 운영하는 앱으로 일상에서 일어나는 안전 위험요인을 국민들이 쉽게 신고하고 처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다. 교통, 시설, 생활 등 전 분야의 신고가 가능하며, 접수된 내용은 국민신문고와 연계해 처리된다.
탄성이 있는 고무밴드(예: 세라밴드)를 이용하여 근력 강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세라밴드는 색깔에 따라 탄성이 센 정도가 다른데, 여성은 대개 빨간색이나 초록색, 남성은 초록색이나 파란색이 적당하다. 같은 색의 세라밴드라 해도 길이를 짧게 묶으면 탄성 강도를 높일 수 있다.
자료 제공 및 도움 중앙대학교병원 재활의학과 범재원 교수 일러스트 정명희 작가
고관절 신전근(엉덩관절 폄근) 강화 운동
골반과 대퇴골을 잇는 고관절은 체중을 지탱하고 걷기 같은 다리 운동을 가능하게 해준다. 이 근육이 약해질 경우 걸을 때 상체가 앞으로 기울어져 허리 통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1 세라밴드의 한쪽 끝을 발목에 묶고, 다른 쪽 끝은 고정된 소파나 의자 다리에 묶는다.
2 무릎을 펴서 다리를 뒤로 젖히고 약 10초간 유지한다. 이후 천천히 원위치로 돌아온다. 이때 상체가 앞으로 쏠리지 않도록 유의한다.
고관절 외전근(엉덩관절 벌림근) 강화 운동
고관절 외전근으로는 고관절 옆부분에 세로로 있는 중둔근이 대표적이다. 이 근육이 약하면 서 있거나 걸을 때 상체가 반대쪽 옆으로 기울어져 바르게 걷지 못할 수도 있다.
1 세라밴드의 한쪽 끝을 발목에 묶고, 다른 쪽 끝은 고정된 소파나 의자 다리에 묶는다.
2 무릎을 펴고 세라밴드가 묶인 한쪽 다리를 옆으로 벌린다. 약 10초간 이 자세를 유지한 뒤 천천히 원위치로 돌아온다.
1 벌림 운동을 옆으로 누운 상태에서 세라밴드 없이, 또는 밴드를 양쪽 발목에 걸어 할 수도 있다.
2 무릎을 펴고 한쪽 다리를 위로 들어올린다. 약 10초간 이 자세를 유지한 뒤 천천히 원위치로 돌아온다.
무릎 신전근(폄근) 강화 운동
허벅지 앞쪽에 있는 대퇴사두근을 강화시키는 운동법이다. 이 근육이 약하면 오래 걸을 때 무릎이 구부러져 넘어질 수 있다. 또한 걸을 때 무릎에 가해지는 충격을 덜어주어 무릎 퇴행성관절염을 예방해주는 가장 중요한 근육이다.
1 세라밴드의 한쪽 끝을 발목에 묶고, 다른 쪽 끝은 고정된 의자 다리에 묶는다.
2 무릎을 끝까지 펴고 약 10초간 유지한다. 이때 허리를 굽히지 않도록 주의한다. 이후 천천히 원위치로 돌아온다.
무릎 굴곡근(굽힘근) 강화 운동
허벅지 뒤쪽에 있는 햄스트링 근육이며, 걸을 때 앞으로 전진하도록 해주는 역할을 한다. 무릎 신전근(대퇴사두근)과 함께 무릎 퇴행성관절염을 예방하는 데에 필요한 근육이다.
1 세라밴드의 한쪽 끝을 발목에 묶고, 다른 쪽 끝은 고정된 소파나 의자 다리에 묶는다.
2 엎드린 상태에서 무릎을 90도 정도 구부리고 약 10초간 유지한다. 이후 천천히 원위치로 돌아온다.
2018년 5월 14일, 곤지암에 있는 화담숲으로 그이와 함께 봄나들이를 갔다. 2016년 10월에 블로거협회 벗들과 가을 단풍을 즐긴 곳이다. 그때 단풍이 너무 고와서 봄에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었다.
동백꽃은 으레 탐스런 모양의 붉은색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처음 본 쪽동백나무는 꽃송이가 작으며 하얀색이었다. 필자가 좋아하는 은방울꽃은 오월에 피어난다. 혹시나 하고 초록 이파리를 살펴보니 귀여운 얼굴을 살포시 내밀고 있다. 야호! 정말 반가웠다. 타원형의 선명한 초록색 잎에 만든 듯이 예쁜 하얀색 꽃이 얼마나 앙증맞은지 모른다. 무리 져서 피어난 하얀 조팝나무도 환상적이었다. 너무 아름다워 필자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화담숲은 나무 데크로 완만하게 산책길을 만들어놓았다. 어린이나 다리 힘이 부족한 시니어도 안전하고 여유롭게 산책을 즐길 수 있다. 가족, 연인 등 소중한 사람들이 함께하기에도 더없이 좋은 장소가 아닌가 싶다.
오래전 한택식물원에 갔을 때였다 바위틈에 피어 있는 체리 빛 패랭이꽃이 얼마나 예쁘던지 눈물이 다 났다. 그런데 3년 전에 갔을 때는 나무에 벌레들이 많아서 벤치에 앉기가 곤란할 정도였다.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 느껴져 실망스러웠다.
"살아있는 것들은 늘 관심과 사랑을 주며 보살펴야만 한다."
아마도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의 삶에 영원한 것은 없다. 결국은 자금력이다. 다른 곳에 편의성, 볼거리 등 더 좋은 환경의 식물원이 생기니 경쟁력이 떨어져서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졌을 것이다.
화담숲은 자연과 기획한 사람의 작가정신이 잘 어우러진 곳이다. 오밀조밀 만들어진 여러 곳의 폭포와 계곡에서 쉬지 않고 물이 흘렀다. 청아한 물소리가 계속 이어지며 귀와 마음을 씻어줬다.
사람만 이름이 있는 게 아니라 꽃들도 제각각 이름이 있다. 뭉뚱그려 꽃이라고 하지 말고 제 이름을 불러보자.
쪽동백나무, 하늘으아리, 매발톱꽃, 금낭화, 미쓰 김 라일락 등 토종꽃들과 은방울꽃, 조팝나무, 아이리스, 양달개비, 마거리트 등 서양의 다채로운 꽃들이 고유의 빛깔과 향내를 내뿜고 있었다. 나무에 달려 있는 꽃만 꽃이더냐! 떨어져 누운 꽃잎 또한 예술이었다.
화담은 정답게 이야기를 나눈다는 의미로 구본무 회장의 아호다. 화담숲의 운영비는 연간 150억 원이나 드는데 입장 수입은 80여 억 원정도라서 매년 적자운영을 하고 있지만 구본무 회장은 사회공헌 차원에서 운영한다고 했다. 화담숲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구 회장의 철학이 녹아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
화담숲의 기획력이 돋보인 것은 옛것의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풍경 때문이다. 출구 쪽에 조성해놓은 야트막한 기와담장과 장독대가 정겨웠다. 화담숲 중간쯤에서 천천히 돌아가고 있는 물레방아는 옛이야기를 도란도란 들려주는 듯싶었다.몇십 년이 된 분재에 영양제를 주는 방식도 눈에 거슬리지 않았다. 튼실한 자금력으로 소소한 부분까지 신경을 쓴 게 눈에 보였다. 걷는 내내 '정말 좋은 곳이다.' '조경을 정말 잘해놓았구나' 하는 생각이 수시로 들었다.
" 와아! 은방울꽃이다!"
"정말 너무너무 예쁘다!"
꽃들에게 반해서 감탄사를 연발하는 필자에게 그이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꼭 유치원 애 같아!"
기꺼이 전속 사진기사가 되어준 자상한 그이와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힐링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할까?
초등학교 친구인 옥자가 자신이 근무하던 서울대학교 농대 교양학과 사무실의 사환자리를 필자에게 물려주었다. 기회를 준 옥자가 참으로 고마웠다. 필자가 근무하던 자동차 노조 사무실은 한 달 봉급이 5000원이었지만 농대는 절반밖에 안 되었다. 그래도 그곳에 더 있다가는 숨통이 막혀버릴 것 같았기에 과감하게 사표를 냈다.
'인생은 선택이다.'
단 하루를 살아도 맑은 공기를 나눠 마실 수 있는 사람들하고 같이하고 싶었던 것이다. 필자는 진흙탕에서도 살 수 있는 미꾸라지가 결코 아니었다. 물이 탁해지면 금방 숨이 끊어져버리고 마는 은어였다.
농대는 야학 시절 음악회나 연극이 있을 때 수시로 드나들던 곳이다. 농대 캠퍼스를 유난히 좋아했는데 그곳에 근무하게 된 것이다. 필자는 뛸 듯이 기뻤다.
마음속에 ‘농대 교수님들은 필자가 그리도 좋아하는 서둔 야학 선생님들의 선생님들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무조건 교수님들을 좋아하고 존경했다. 교양학과 교수님들은 한 분 한 분이 참으로 학구적이고 매너가 부드러운 신사들이었다. 필자에게도 늘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해주셨다.
교양학과 과장님은 영어를 담당하신 조성지 교수님이었다. 키가 크고 체구가 당당하시며 혈색이 좋으신 조 선생님은 필자가 붙여드린 ‘영국 신사’라는 별명이 너무 잘 어울리는 분이었다. 인간성까지 좋으신 조 선생님은 흐트러진 구석을 절대로 보이지 않았다. 학자로서 교재연구를 착실히 하면서도 글쓰기를 즐겨 생활수필을 써서 신동아 등의 잡지에 기고하기도 했다.
원래 열렬한 기독교인이었으나 나중에 가톨릭으로 개종하신 조 선생님은 ‘가톨릭이야말로 진짜 종교다’라고 역설하시곤 했다. 고향이 이북인 조 선생님은 근검절약의 표본이시기도 했다. 구두 뒤축이 다 닳으면 왼쪽과 오른쪽 구두의 굽을 바꿔 달아서 신으시는 등 꼭 필요한 것 외에는 절대로 지출을 하지 않았다.
필자에게 심부름을 보낼 때는 1원짜리로 세어서 왕복 14원을 주실 때도 있었는데 처음에는 ‘체구 큰 남자 어른이 잘아도 너무 잘다’라는 생각도 했지만 근검절약하시는 모습을 늘 보면서 이해가 되었다. 그렇게 절약하고 사셔서 그런지 자제분들을 꽤 많이 두었음에도 모두 대학교를 보냈다.
점심에는 주로 라면을 드셨다. 필자는 라면을 끓여드리곤 했다. 뚱뚱하신 체구에 땀을 뻘뻘 흘리며 라면을 드시는 모습을 뵙기가 안타까워 옆에서 부채질을 해드리기도 했다. 선생님은 처음에는 사양하시다가도 필자가 고집을 부리면서 부채질을 해드리면 어린애같이 좋아하셨다.
"내가 애란이 덕분에 너무 호강한다."
고교 시절, 필자는 적어도 세계문학전집만큼은 다 읽어야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농대 도서관과 학교에서 책을 빌려다 놓고 틈만 나면 책 속에 빠져 있곤 했다. 그때 조 선생님이 넌지시 지적해주셨다.
"애란아, 책은 그만 보고 공부에 더 신경을 써야 하지 않니?"
그날 밖에서 다른 선생님들과 점심식사를 하신 조 선생님이 싱글벙글 웃으시며 들어오더니 주머니에서 시계를 꺼내며 말씀하셨다.
“이거 우리 약혼 시계야.“
껄껄 웃으시며 시티즌 손목시계를 필자 손목에 맞게 조절해서 채워주셨다. 60대 노교수님 얼굴에 어린애같은 순진함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난생 처음 차보는 손목시계의 차가운 감촉이 퍽 신선한 느낌으로 와 닿았다. 시계는 얼마 안 가 고장이 났지만 조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만은 기억 속에 그대로 살아남아 있다.
“꼭 베일을 쓴 신부 같네.”
필자가 근무하는 곳을 아름답게 꾸미고 싶었다. 사무실 탁자에 언제나 꽃을 꽂아 놓고 싶었으나 너무 가난했기에 여의치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 화원에서 흰 국화와 아스파라가스를 싸게 구입할 수 있었다. 커피 병에다 정성껏 꽂아놓았더니 교수님들이 즐거워하시며 하신 말씀이다.
교양학과 교수님들은 대개 인품이 훌륭하셨다. 그중에서도 선하신 데다 겸양의 미덕까지 갖춘 이상철 철학 교수님은 철저한 학자이셨다. 이 교수님은 앉으나 서나 책만 봤다. 책을 너무 좋아하는 바람에 눈을 혹사시켰기에 그즈음 의사가 처방을 내리기를 “책을 그만 봐야 한다. 안 그러면 시력을 아주 잃어버릴 수 있다”라고 했다.
교수님은 걱정이 태산이었다. 그분은 책을 안 읽고 살 수 없는 분이셨다. 차라리 밥을 먹지 않는 게 그보다 덜 고통스러웠을 것 같았다. 어떤 사람은 좋은 눈을 갖고도 책 한 권 읽지 않고 방탕하게 세월을 보내는데, 열심히 연구하시는 분의 눈은 왜 나쁜 것일까. 안타까웠다. 이 교수님은 세상 물정은 하나도 모르고 오로지 연구에만 몰두하는 백면서생인 데다가 세속적인 영달도 바라지 않는 듯했다. 필자가 좋아하는 전형적인 학자 타입의 남자였다. 독신주의자이셨던 교수님을 보면서 막연하게 이런 분 뒷바라지를 하며 생을 보내는 것도 행복하고도 보람 있는 삶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독어 교수님은 릴케의 시 ‘가을날의 기도’를 번역하신 송영택 시인이었다. 배가 튀어나온 송 선생님은 흘러내리는 허리띠를 연신 치켜 올리는 습관이 있었다. 날렵한 몸매에 순수한 눈빛을 가진 윤동주 시인을 기억하고 있던 필자에게 배 나온 시인은 아무래도 이상해 보였다.
가장 젊은 국어과 홍윤표 교수님은 정의감과 의협심이 투철하신 분이었다. 순수와 열정을 갖춘, 날카로운 지성과 달콤한 감성을 동시에 가지고 계신 분이었다. 교수님은 필자만 보면 “이빨 두 개 내놔라, 이빨 두 개 내놔” 하고 말씀하시곤 했는데 필자 이름이 ‘배비장전’에 나오는 기생 애랑과 이름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교수님의 악의 없는 농담에 한바탕 웃곤 했다.
교수님의 아버님은 평소에 “사람을 믿어라, 사람은 근본적으로 착하다”라고 말씀하셨는데 당시 돈으로 어마어마한 3000만 원(?)인가를 사기당한 후부터는 “사람을 믿지 말아라” 하셨다고 한다. 그래도 교수님은 사람을 믿고 싶고, 믿을 것이라고 하셨다. 천사가 따로 없었다. 필자 눈에 비친 교수님은 천사 같은 분이었다. 안경 쓴 남자 천사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교양학과 사무실이 있던 농대 신관은 가운데가 사각 공간으로 설계되어 있었는데 그곳에 잔디가 파랗게 심어져 있었다. 늦은 봄이면 초록색 잔디 위에 노란 민들레가 여기저기 소담스럽게 환히 피어 있어서 너무도 아름다웠다. 창문을 열고 내다보면 아침마다 방긋 웃던 샛노란 민들레의 미소가 필자에게 행복감을 듬뿍 안겨주곤 했다. 그런데 5월 어느 날 아침, 창문을 열고 아래를 내려다본 필자는 참담해졌다. 어제까지 피어 있었던 민들레들이 모두 날카로운 낫에 베어져서 한쪽에 모아져 있었던 것이다.
필자는 베어져버린 민들레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저기 좀 보세요. 베어진 민들레들이 마치 여인네의 퇴색한 옷자락 같아요.”
다른 교수님들도 있었지만 특별히 홍 교수님께 인정을 받고 싶었다. 필자의 계산이 들어맞은 것인지 교수님께서 감탄했다.
“야! 박 양 표현력이 대단하구만”
따가운 햇볕에 지친 나무들이 ‘자울자울’ 졸고 있는 듯한 어느 날 오후였다. 모처럼 시간을 내어 홍 교수님과 같이 서호 둑을 거닐었다. 햇살이 온 천지에 내려앉아 눈이 부셨고 호수의 잔물결은 가장자리에 박혀 있는 돌들을 가볍게 쓰다듬고 있었다.
"지방에 산재해 있는 비어 중에 배를 가리키는 비어로 ’배때기‘, ’배때지‘ 등이 있다니까 여대생들이 어찌나 배를 잡고 웃던지 강의를 계속할 수가 없었어요."
교수님은 강의 중에 있었던 에피소드를 말씀해주셨다. 그때 재미있게 들으며 웃던 필자의 눈에 호수 둑 밑에 피어 있는 자그마한 노란 꽃이 들어왔다.
"어머, 저 꽃 참 예쁘다."
무심결에 감탄했더니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박 양, 내가 저 꽃을 따다 줄까요?"
가지고 있던, 책이 들어 있는 자그마한 손가방을 필자에게 맡기시고는 조심조심 내려가 그 꽃을 따다 주셨다. 그 장면은 필자로 하여금 물망초의 전설을 연상시켰다. 나를 잊지 말라 했다는 슬프디슬픈 전설이.
교수님은 따다 주신 꽃을 소중하게 받아 들고 필자는 기쁨에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생각하는 것은 자유라 했다.
그날 홍 교수님은 너무나도 멋진 기사님이었다.
세상에서 제일 값진 것은 역시 사람의 인품이다. 교양학과 교수님들은 필자가 근무하는 3년 동안 늘 화목한 모습을 보여주셨고 갈등을 겨자씨만큼도 보여주신 적이 없다. 주간으로 나오던 대학신문 또한 필자에게 좋은 선생님이 돼주었는데 훌륭한 소설평이나 칼럼 등은 반드시 그날 일기에 적어두고 몇 번씩 반복해서 읽었다. 참으로 훌륭한 집단에서 보낸 세월이었다. 그래서 취업을 앞둔 제자들에게 필자는 늘 이렇게 강조한다.
“돈 몇 푼 더 받는 곳보다 분위기 좋은 직장을 골라서 가라. 그래야 배울 것이 많고 좋은 배우자를 만날 확률도 높다.”
전철역에서 집까지 가는 길목에 먹자골목이 있다. 크고 작은 업소들이 길 양옆에 포진해 있다. 경쟁이 심해져서인지 몇 달 못 가 문 닫는 업소들이 많다. 그러고는 새 업소가 간판 달고 인테리어 다시 해서 문을 연다. 그때 축하 화분들이 많이 들어온다. 부피가 큰 것으로는 고무나무, 관음죽 등 열대 관엽식물들이 많다. 그런데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밖에 둔 열대 식물들이 그대로 얼어 죽은 채 방치되어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업소 영업도 부진한데 입구의 얼어 죽은 열대 식물들이 더 처량하게 보인다.
이런 현상은 요즘 사람들이 무지해서 생기는 일이다. 어린 시절부터 콘크리트 아파트에서만 살던 사람들이 식물을 길러봤을 리 없다. 열대 식물들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얼어 죽는다. 기온이 내려가면 실내에 들여놓아야 한다. 실내에 들여놓으면 공간을 차지한다며 밖에 두는 사람이 많다. 실내에 들여놓는 것도 식물에게는 환경이 바뀌는 것이므로 스트레스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너무 더우면 웃자란다. 웃자란 식물은 그만큼 허약해서 어느 정도 자라면 감당을 못하고 시들어버린다.
사무실에서는 심지어 마시다 남은 커피나 녹차를 화분에 붓는 사람도 있다. 화장실까지 가서 버리기가 귀찮은 것이다. 커피가 식물에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믹스 커피는 설탕 같은 첨가물이 들어가 좋을 리 없다. 원두커피 찌꺼기도 일부러 화분에 주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식물에게는 깨끗한 물이 가장 좋다.
애견은 날씨가 추워지면 옷까지 사다 입힌다. 그러나 개에게는 안 좋단다. 애견에게는 그렇게 극성스러우면서 식물에게는 관심이 없다. 열대 식물을 파는 사람들에게는 얼어 죽는 나무가 많을수록 좋은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야 소비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국가적 낭비다.
식물을 기르는 것은 정서적으로 상당히 바람직한 일이다. 정성을 다해 식물을 키우다 보면 자연의 이치를 깨닫게 되고 애정도 생긴다. 그런데 요즘은 공동주택에 살다 보니 실내에서 식물 기르기가 마땅치 않다. 햇볕 잘 드는 남향집이면 좀 낫지만, 북향집은 햇볕이 부족해 실내 식물들이 햇볕 드는 쪽으로 기를 쓰며 가지를 뻗는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젊은 시절,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장기간 파견 근무를 할 때 식물이 주는 위로를 새삼 느꼈다. 주변은 온통 황토빛 사막이었다. 식물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있다 해도 잎이 거의 보이지 않았는 누런 먼지를 뒤집어쓴 것들이었다. 그래서 국내에 휴가차 들어오면 잔디 씨를 사서 가져갔다. 방 안에 작은 용기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그린 필드를 만들었다. 용기에 탈지면을 깔고 물을 붓고 잔디 씨를 뿌려놓으면 일주일 후 파란 싹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일종의 수경 재배였다. 초록색이 인간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때 알았다. 그래서 귀국하자마자 아파트를 팔아 치우고 넓은 마당에 잔디가 깔린 단독주택을 샀다. 마당에 온갖 과일나무를 심고 각종 꽃들을 키웠다. 그래서 당시 열풍이던 아파트 폭등의 호기를 잡지 못해 재테크에 실패했지만 후회는 없다. 그 시절이 가장 행복하게 기억되기 때문이다. 다시 기회가 되면 단독주택으로 이사 가서 넓은 마당에 온갖 식물들을 기르며 살고 싶다.
해외여행에 익숙지 않은 초보 배낭 여행객들에게 홍콩은 매우 적격한 나라다. 중국 광둥성 남쪽 해안지대에 있는 홍콩은 1997년 영국령에서 반환되어 국적은 중국이지만 특별행정구다. 다른 자본주의 체제가 적용되는 ‘딴 나라’다. ‘별들이 소곤대는 홍콩의 밤거리’라는 오래된 유행가를 흥얼거리면서 그 속으로 들어가 보자.
병 고쳐 달라 기원하면 낫게 해줄까? 웡타이신 사원
홍콩의 주룽반도(九龍半島)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도교 사원이 웡타이신(黃大仙)이다. 원래는 중국 광저우(廣州)의 황사에 있었는데 1912년 현재의 장소로 이전해 일반인에게 공개된 것은 1956년부터다. ‘웡타이신’은 우리말로 황대선이라는 인물을 뜻한다. 그는 원래 저장성의 한 지방에서 살던 양치기 소년. 15세 때, 정제된 황화수은을 질병 치료 약으로 만들어 인술에 많은 공적을 쌓았다. 그래서 이 사원은 병 치료에 도움을 주는 신앙처로 알려지게 된다. 모습은 여느 사원과 비슷하다. 각자의 소원과 병 치료를 기원하는 제수를 놓고 향초를 피우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사원 안은 눈이 매울 정도로 향내가 진동한다. 특히 사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대나무 산통을 이용해 행운의 점(산통점)을 친다. 일을 그르칠 때 쓰는 ‘산통 깨다’라는 표현은 바로 이 ‘산통점’과 관련해서 생겨났다. ‘산통(算筒)’에 대나무를 잘게 잘라 100개 정도를 넣고 산통의 막대가 나올 때까지 흔들고 막대가 나오면, 막대와 같은 번호의 종이와 바꾼다. 점쟁이는 그 내용을 설명해준다. 하지만 점괘가 나와도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니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
또 이 사원에 들러 꼭 찾아야 할 곳은 뒤쪽의 정원. 황대선이라는 이름이 선명한 정원은 연못과 함께 꾸며져 있어 주변 고층 아파트의 삭막함을 무색케 할 정도로 아름답고 정적이다.
홍콩 영화 속 주인공처럼 침사추이 거리 헤매보기
주룽 지구의 침사추이(尖沙咀)는 홍콩 최대 번화가다. 고층빌딩 숲, 옛 향기가 가득 배인 칙칙하고 좁은 골목들. 오래된 재래시장과 파도처럼 일렁대는 사람들의 왁자한 소리의 물결. 과거와 현대를 아우르는, 영화 같은 매력이 폴폴 넘쳐나는 곳. 홍콩 누아르 영화 속에서 이미 친근해진 풍경이 반갑다. 해안 산책로를 따라 영화의 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할리우드 스타의 거리를 모티브로 만든 ‘스타의 거리’다. 2003년에 시작해 1년 뒤인 2004년부터 공개되었다. 너비 4~5m, 길이 440m로, 9개의 붉은 기둥에 홍콩 영화 100년사가 기록되어 있다. 또 영화를 찍고 있는 감독의 조형물, 이소령 동상 등이 눈요기를 시켜주고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길바닥에 새겨진 영화인 명판들. 이연걸, 홍금보, 임청하, 양조위, 오우삼, 서극, 매염방 등 국제적으로 친숙한 홍콩 스타들의 손도장과 사인들이 거리를 장식했다. 이름만 새겨진 배우는 스타 거리가 조성되기 이전에 죽은 사람들이다. 이곳이 유난히 좋은 이유는 주변 바다 풍치가 덧대어져 있기 때문이다. 유람선과 고깃배가 떠다니고 바다 너머로 홍콩섬 금융가의 건물들이 뾰족하게 올라가 있는 주변 풍광이 매력적이다. 이외에도 미술관, 우주박물관, 시계탑, 문화센터 등 볼거리가 풍부하다. 특히 주룽반도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시계탑(높이 44m)은 1910~1978년 중국과 유럽을 오가던 시베리아 횡단 열차의 출발역이었던 주룽역 앞에 서 있던 것. 조화롭지 않은 듯 조화를 이루고 있는 침사추이가 매력적이다.
홍콩의 부자 동네, 리펄스 베이
침사추이에서 리펄스 베이(Repulse Bay)로 가려면 일단 홍콩섬으로 들어가야 한다. 페리호와 해저터널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홍콩섬은 홍콩 개항 이후, 상업 및 정치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 홍콩섬에서 가장 높은 산, 빅토리아 피크(554m) 고갯길을 넘어서면 차창 밖 모습이 조금씩 달라진다. 빽빽한 건물 대신 초록색 산과 바다가 어우러지고, 띄엄띄엄 고층 아파트가 그림처럼 들어앉아 있다. 한눈에 봐도 예사롭지 않은 건축 형태가 자연과 잘 어울리고 있다. 이곳이 바로 리펄스 베이다. 성룡 등 홍콩의 유명 인사들이 주로 사는 부촌이다. 길 끝나는 바닷가 끝에 틴하우(天后) 사원이 있다. 사원 앞에 틴하우 여신이 해탈의 미소를 건네고 있다. 산정이 아니라 바다와 눈높이가 같다. 1865년에 세워진 도교 사원은 독특한 중국 건축 양식을 전하는 지붕의 곡선이나 조각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이 사원엔 바다의 수호신인 ‘쿤암(Kwun Yum)’과 틴하우를 모시고 있다. 젊은 나이에 요절한 틴하우 여신은 뱃사람들이 복을 빌면 소원을 들어주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사람들을 구해준다고 믿었다. 또 건너가면 젊어진다는 장수교와 손으로 문지르면 재물복을 준다는 정재신(正財神) 석상, 만지면 3일 안에 인연을 만들어준다는 인연신이 있다. 특히 인연신 앞에서는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떨어질 줄 모른다.
유럽 거리 걷는 건가? 스탠리 마켓과 머레이 하우스
리펄스 베이 해변을 벗어나 찾아갈 곳은 스탠리 마켓(Stanley Market)이다. 스탠리 메인 스트리트를 중심으로 150여 개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시장 거리다. 마치 서울의 이태원동과 같은 분위기다. 마켓 거리는 고급 제품을 파는 곳이 아니다. 반면 스탠리 베이 쪽으로 방향을 돌리면 확연히 모습을 달리한다. 아기자기한 유럽식 바와 식당, 숍들이 해변을 따라 이어진다. 세계 음식점들이 즐비하고 외국인도 많이 눈에 띄어 이국적인 풍치가 연출된다. 아기자기한 바와 레스토랑에서는 커피 한 잔, 파스타, 피자 한 조각으로 여행객들을 유혹한다. ‘만(灣)’ 형태의 넓지 않은 바다를 따라가면 머레이 하우스(Murray House)를 만난다. 옛 센트럴에 위치한 1844년대 식민지시대 건축물을 1991년 그대로 옮겨다 놓았다. 40만 개의 벽돌로 지어진 이 건물을 분해해서 옮긴 후 재조립했다고 한다. 아직도 총탄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건물은 딱히 멋은 없지만 홍콩에서 가장 오래된 식민지시대 건물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 현재는 레스토랑과 홍콩해양박물관으로 이용된다. 머레이 하우스 앞 바닷가 쪽의 정자와 옹기종기 매여 있는 조각배의 풍치에 반한 여행객은 그 순간 긴장을 스리슬쩍 내려놓는다.
홍콩 야경 보고 레이저 쇼 보니 기분 최고, 맥주 한잔 어때?
홍콩 여행에서 야경을 빼놓을 수 없다. 야경을 볼 수 있는 전망 포인트가 여러 곳 있다. 그중 홍콩섬의 빅토리아 피크는 야경 보는 인기 뷰포인트. 홍콩의 가장 높은 전망대로 서울의 남산타워, 63빌딩이라고 이해하면 될 듯하다. 산정에서 바라보는 야경도 훌륭하지만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전망대에 올라서야 완벽하게 멋진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이곳의 명물로 꼽히는 것은 피크 트램. 1888년부터 긴 세월 동안 가파른(373m) 산등성이를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어느 순간 건물이 거꾸로 서 있는 듯 몽롱해진다. 특히 피크 타워 바로 옆, 사자 정자는 환상적인 야경을 볼 수 있는 명소다. 또 승강기를 타고 타워 꼭대기 층인 스카이 테라스로 올라가면 더 넓게 조망할 수 있다.
야경을 보는 데에도 피크 타임이 있다. 오후 8시부터 약 20분간 심포니 오브 라이트(Symphony of Lights) 레이저 쇼가 펼쳐진다. 좀 더 가까이 다가서야 한다. 영화 거리와 이어지는 시계탑 근처, 연인의 거리에 마련된 2층 뷰포인트가 명당자리. 바다 건너 홍콩섬의 금융가 건물에서 뿜어대는 광선에 취하는 홍콩의 밤이다. 이런 날, 침사추이 밤거리로 들어가 몽콕 야시장에서 야식을 사먹는 재미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Travel Data
교통편 대한항공, 아시아나 항공, 캐세이패시픽, 타이항공 등에서 매일 인천~홍콩 간 직항편을 운행한다. 2014년부터 제주항공, 진에어와 같은 저가 항공사도 직항편을 운항 중이다. 3시간 30분~3시간 50분 소요.
현지 교통 정보 홍콩 공항에 도착하면 공항고속전철을 타고 20~30분 만에 중심가인 주룽반도와 홍콩섬에 갈 수 있다. 시내를 여행할 때는 배(스타 페리)와 2층 버스, 전차(트램)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하면 된다. 옥토퍼스 카드라고 불리는 교통카드를 이용하면 지하철, 배, 전차, 버스 등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화폐 단위 홍콩 달러(HKD)를 이용해야 한다. 마카오에서는 홍콩 달러를 사용할 수 있으나 거스름돈은 현지 화폐인 파타카(Pataca)로 받을 수 있다. 화폐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음식과 숙박 정보 홍콩 음식은 우리 입맛에 잘 맞는다. 완탕이 유명하고 시장통에만 가도 먹을 게 지천이다. 유명 호텔 숙박은 몇십만원대이지만 5만~8만원 선에 이용할 수 있는 곳도 있다. 주룽반도 쪽이 가격이 저렴하다. 특히 1928년 문을 연 페닌술라 호텔(香港半島酒店)은 세계 10대 호텔 중 하나로 꼽힌다. 또 40여 년의 전통을 지닌 만다린 오리엔탈 홍콩(mandarin oriental Hong Kong)은 미슐랭 스타(Michelin Star)를 받은 호텔로 10개의 레스토랑, 스파 및 피트니스 센터를 갖추고 있다. 가격은 70만~80만원대다.
물가 정보 홍콩은 면세가 되는 품목들이 대부분이다. 의류, 가방, 시계 등은 한국보다 다소 저렴하다. 그러나 주류, 담배 등의 품목 몇 가지는 한국보다 가격이 더 높고 세금을 부과한다. 전체를 합치면 홍콩 물가는 서울과 비슷하다.
날씨와 옷차림 정보 홍콩의 12월은 평균 최저기온이 15.9℃, 평균 최고기온이 20.2℃로 우리나라 가을과 비슷하다. 일교차가 작아 낮이나 밤이나 서늘하고 쾌적하다. 가을 옷 위주로 챙기고 머플러 등을 준비하면 된다.
시니어 한 달 여행 포인트 홍콩과 마카오(澳門)는 빼놓을 수 없는 밀접한 여행지다. 홍콩 항에서 뱃길로 40여 분(약 60㎞) 달려가면 마카오다. 또 홍콩과 인접한 도시가 심천이다. 홍콩의 지하철(MTR)이 주룽의 홍함에서 중국 국경인 광둥까지 국철(KCR)로 연장되지만 통과하려면 비자가 필수다. 심천은 경제특구 지역으로 새로 생긴 신흥도시. 건물들도 깨끗하고 홍콩보다 물가도 싸다. 매우 좁은 도시여서 여유롭게 여행을 즐기면 된다.
“언제 LA에 오면 스타벅스 리저브에 꼭 한번 들러봐!”
은퇴 후 목말랐던 문화생활을 원없이 즐기고 있는 한 선배가 커피 맛 좋다며 야단스럽게 추천하던 곳이었다. 안 그래도 비싼 커피를 ‘리저브’라는 이름을 붙여 더 비싸게 팔아먹는다며 삐딱선을 탔었지만, 사실 아메리카노 벤티 사이즈를 손에 쥐고 하루를 시작하는 처지라 내심 궁금하던 차였다.
날이 갈수록 무시무시해지는 5번 고속도로의 교통 체증을 뚫고 2시간 여 만에 LA에 입성한 어느 날, 일을 마치고 선배의 권유대로 스타벅스 리저브에 들러보기로 했다. 또 언제 올지 모를 일이었고 지친 심신을 달래는 데는 에스프레소만 한 것이 없기 때문이었다.
스타벅스 리저브(Starbucks Reserve)는 2014년 시애틀 1호점을 시작으로 선을 보인 스타벅스 프리미엄 브랜드다. 이곳에서는 단일 원산지에서 극소량만 재배되는 스페셜티 커피를 맛볼 수 있는데 한정된 양이다 보니 일반 스타벅스 매장에는 공급할 수가 없다. 다시 말해 리저브 매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커피다.
현재 미 전역에 21개의 매장이 있고 그중 캘리포니아에는 LA를 비롯해 세 곳에 불과하다. 그런데 놀랍게도 한국에는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이 60여 개나 된다고 하니, 오히려 본토에서 리저브 커피 마시기가 어려운 셈이다.
코리아 타운을 벗어나 라 브레아 길에 들어서자 위풍당당 LA 스타벅스 리저브가 한눈에 들어온다. 별 모양과 함께 그려진 이니셜 ‘R’은 초록색 인어 아가씨보다는 확실히 고급스럽다.
스타벅스 리저브는 클래식하면서도 감각적인 인테리어로 유명한데 LA점 역시 소문대로였다. 문을 열자마자 직사각형의 매장이 시원스럽게 뻗어 있다. 높은 천장에 달린 샹들리에가 웅장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뿜어내고 진한 오크나무와 구리가 조화를 이룬 벽면은 멋스럽기가 그지 없다.
LA 메트로 지역에는 이미 900여 개의 스타벅스 매장이 있지만 리저브 매장은 남가주에서 이곳이 유일하다. 그야말로 귀하신 몸이다. 한국의 ‘스벅덕후’(스타벅스 마니아)들은 미국을 여행할 때 시애틀과 LA 리저브에는 꼭 들려 인증샷을 남긴다고 한다. 한국에 더 많은 리저브 매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마치 성지순례와 같다고나 할까.
사실 스타벅스 리저브를 이야기하는 데 시애틀이 빠질 수는 없다. 1971년 수산시장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서 탄생한 스타벅스 1호점과 함께, 2014년 탄생한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 테이스팅 룸(Starbucks Reserve Roastery and Tasting Room)’은 시애틀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약 1400㎡ 규모의 시애틀 점은 세계에서 가장 큰 스타벅스 매장이다. 이 매장은 CEO 하워드 슐츠가 구상하는 데만 10년, 공사비용으로 약 220만 달러를 투입한 것으로 유명하다. 슐츠 회장은 “스타벅스 리저브가 스타벅스의 미래”라고 선언한 바 있다. 시애틀처럼 으리으리한 규모는 아니지만 LA에서도 리저브의 맛과 멋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스타벅스 리저브의 매력은 희귀한 스페셜티 원두와 리저브만의 독특한 추출 방법이다. 원두는 그때그때 확보하는 양과 종류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날 LA 매장에서는 ‘르완다 아바쿤다카와’, ‘페루 산이그나치오’, ‘말라위 사블 팜’, ‘파푸아뉴기니 루트 넘버원’ 등의 원두를 선보였다.
원두뿐 아니라 추출 방식도 선택할 수 있는데, 스타벅스 리저브에서만 사용하는 클로버 압착기(진공압착)를 비롯해 사이폰(진공여과), 케멕스(여과지추출) 등이 있다. 비주얼 면에서는 단연 사이폰이 돋보인다. 실험실 비커 모양의 진공관에 커피를 담아 끓여내는 모습은 마치 바리스타의 쇼처럼 보이기도 한다. 대체적으로 맛은 클로버와 케멕스가 좋다는 평이다.
고민 끝에 원두는 블랙티의 향을 느낄 수 있다는 아프리카 르완다의 아바쿤다카와로 결정하고 클로버 머신으로 뽑아낸 더블샷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원두를 선택하면 담당 바리스타가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바리스타는 고객이 주문한 커피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주고 고객은 원두를 갈아 추출하는 전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물론 뒤로 물러나 커피를 기다려도 무방하지만 수다떨기를 좋아하는 미국인들은 이 시간을 진심으로 즐기는 듯하다.
매장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는 동안 주문한 커피가 완성됐다. 일회용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근사한 컵 또한 만족스럽다. 진한 더블샷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입에 대는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평소보다 무려 3배의 값을 치렀기 때문일까. 과연 목을 타고 넘어가는 깊은 에스프레소 향은 특별했다. 35℃를 육박하는 날씨와 교통 체증에 지친 심신에 탁월한 선택이 아닐 수 없었다.
이제는 온전히 커피만을 즐기기 위해 테이블을 찾아 앉았다. 영화배우처럼 생긴 백인 노신사가 다가와 테이블을 나눠 써도 되겠냐고 정중하게 묻는다.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 그러고 보니 이곳은 할리우드가 지척이고 LA에서 가장 물 좋다는 베벌리힐스가 가까이 있는 곳, 운 좋으면 유명인을 만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주위를 살폈다. 휴대용 컴퓨터를 펴놓고 열공 중인 젊은이들 틈에는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는 중년 여성도 있었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시니어들도 제법 많았다.
미국에 살면서 참으로 익숙해진 것 중 하나가 인종 불문, 남녀노소 모두가 한 프레임 안에 있는 것이 무척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이곳 리저브에서 시간에 쫓기는 사람은 없어 보인다. 밖은 폭염의 날씨에 차가 막혀 짜증이 나든 말든, 이곳은 뮤지컬 영화 의 한 장면이다. 커피를 주문하는 과정, 추출하는 과정, 마시는 과정 모두를 즐기고 있다. 앞에 앉은 노신사도 휴대용 컴퓨터에 뭔가를 열심히 타이핑하고 있다. 스타벅스 리저브를 강추하던 선배도 아마 저런 모습으로 이곳에 앉아 있었을 것이다. 일상의 소소함을 즐기면서 말이다.
마시고 있는 커피 사진과 함께 선배에게 좋은 곳을 추천해줘서 고맙다고 카톡을 보냈다. 곧 답이 날아왔다.
“10달러로 즐기는 최고의 사치… 마음껏 즐기시오. 곧 다시 퇴근길의 고속도로를 타야 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