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뒤덮은 미세먼지, 쾨쾨한 매연, 고막을 괴롭히는 소음…. 공해로 얼룩진 도시의 묵은 때를 자연의 민낯처럼 깨끗이 씻어내고 싶다. 일상의 번잡함일랑 잠시 내려두고 너른 자연의 품 안에 뛰어들어보자. 갑자기 떠날 곳이 막막하다면, 전국 방방곡곡에 있는 ‘국립자연휴양림’을 이용해보는 것 어떨까?
◇ 수도권
아쉽게도 서울에는 국립자연휴양림이 없지만, 도심에서 가까운 경기도에는 5곳이 있다. 그중에서도 ‘산음자연휴양림’은 3km 거리의 ‘치유의 숲길’, 산림치유프로그램, 건강증진센터 등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방문객을 대상으로 산림치유지도사가 진행하는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양주시에 위치한 ‘아세안자연휴양림’은 필리핀,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10개국의 전통가옥과 놀이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이색적인 곳이다. ‘유명산자연휴양림’은 우리 꽃 자생식물원이 있어 아이들과 함께라면 유익하다.
-산음자연휴양림(양평군) 산림치유지도사 상주
-아세안자연휴양림(양주시) 이국적인 객실 외관
-운악산자연휴양림(포천시) 가마터 향토유적지 인근
-유명산자연휴양림(가평군) 우리 꽃 자생식물원 보유
-중미산자연휴양림(양평군) 산림레포츠 오리엔티어링
◇ 경상도
한려해상국립공원 북단에 위치한 ‘남해편백자연휴양림’은 피톤치드를 뿜어내는 편백나무 숲이 조성돼 있어 삼림욕을 즐기기 좋다. 아울러 전남 여수와 경남 남해 앞바다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통고산자연휴양림’은 불영사 계곡, 덕구온천, 백암온천, 동해안 해수욕장 등과 연계한 관광 코스로 이른바 3욕(금강소나무숲 삼림욕, 해수욕, 온천욕)을 함께 체험할 수 있다. 더불어 관동 8경 중 하나인 월송정과 명사십리의 풍경이 한눈에 보이는 망양정도 가까워 즐길거리, 볼거리가 풍성하다.
-검마산자연휴양림(영양군) 책 4000여 권의 숲속도서관 운영
-남해편백자연휴양림(남해군) 편백나무숲 산림욕, 나비더테마파크
-대야산자연휴양림(문경시) 문경 8경 중심부, 천연염색체험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울주군) 통행차량이 없는 고즈넉한 분위기
-운문산자연휴양림(청도군) 야생식물관찰원, 농경시대 귀틀집
-지리산자연휴양림(함양군) 토요 숲속야학, 한지체험관 운영
-청옥산자연휴양림(봉화군) 그린스쿨, 자연학습 체험 교육
-칠보산자연휴양림(영덕군) 금강송숲 탐방, 숲속 작은 음악회
-통고산자연휴양림(울진군) 3욕(삼림욕·해수욕·온천욕) 체험
◇ 충청도
충남 서부의 최고 명산으로 불리는 오서산 자락에 있는 ‘오서산자연휴양림’은 가족 단위 방문객이 편히 쉴 수 있는 휴양관과 물놀이장, 야영장, 숲속교실 등을 고루 갖췄다. 휴양림에 자생하는 대나무 숲을 거닐며 숲 해설은 물론, 활쏘기 투호 등 놀이체험과 목공예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희리산해송자연휴양림’은 산 전체가 해송(海松)으로 뒤덮인 희리산의 푸름을 만끽할 수 있는 명소다. 휴양림 수종의 95%가량을 차지하는 해송에서 피톤치드와 테르핀 성분이 다량 분비돼 삼림욕을 하기에도 제격이다.
-상당산성자연휴양림(청주시) 유아, 학생 대상 산림교육 프로그램
-속리산말티재자연휴양림(보은군) 휴양림 내 토속 식용·약용식물 자생
-오서산자연휴양림(보령시) 어린이물놀이장, 대나무숲 체험장
-용현자연휴양림(서산시) 백제 후기 문화유산·유적지 인근
-황정산자연휴양림(단양군) 황정산 암벽지대 소나무 군락 경치
-희리산해송자연휴양림(서천군) 해송 삼림욕, 솔방울 공예 체험
◇ 전라도
‘방장산자연휴양림’ 내 ‘에코어드벤처’에서는 숲속 나무와 나무 사이를 이동하면서 자연을 감상하는 친환경 레포츠 ‘집라인(zipline)’을 경험할 수 있다. 이외에도 편백나무를 이용한 비누, 문패, 액자 만들기 프로그램 등이 마련돼 있어 아이들과 함께 즐기기 좋은 곳이다. 낙안읍성민속마을 2km 지점에 자리한 ‘낙안민속자연휴양림’, 덕유산국립공원, 무주리조트 등과 가까운 ‘덕유산자연휴양림’, 변산반도국립공원에 위치한 ‘변산자연휴양림’ 등은 주변 관광지, 휴양지와의 접근이 편리하다.
-낙안민속자연휴양림(순천시) 낙안읍성민속마을 주변 경관
-덕유산자연휴양림(무주군) 야생식물관찰원, 반딧불이 관찰
-방장산자연휴양림(장성군) 에코어드벤처 친환경 레포츠
-변산자연휴양림(부안군) 모항해수욕장, 변산해수욕장 인근
-운장산자연휴양림(진안군) 휴양림 내 7km의 갈거계곡
-진도자연휴양림(진도군) 2017년 개장, 남도소리체험관
-천관산자연휴양림(장흥군) 휴양림 진입로에 동백·비자나무숲
-회문산자연휴양림(순창군) 유아·청소년 대상 ‘열려라곤충나라’
◇ 강원도
1989년 개장한 우리나라 최초의 자연휴양림 ‘대관령자연휴양림’은 울창한 소나무 숲이 어우러진 대관령 기슭에 자리 잡고 있다. 휴양림 내 50~200년생 아름드리 소나무 숲 중 일부는 1920년대 인공으로 소나무 씨를 뿌려 조성해 학술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다양한 목공예 프로그램을 즐기고 싶다면 ‘백운산자연휴양림’을 추천한다. 휴양림 내 ‘숲속공예교실’은 2013년 유네스코한국위원회로부터 지속가능한 발전교육(ISD) 공식프로젝트로 인정받았다. 또한 대한걷기연맹에서 지정한 ‘제1호 건강숲길’로도 잘 알려져 있다.
-가리왕산자연휴양림(정선군) 정선오일장(아리랑시장) 인근
-검봉산자연휴양림(삼척시) 오토캠핑장, 산림문화 프로그램
-대관령자연휴양림(강릉시) 숯가마를 활용한 체험·공예 프로그램
-두타산자연휴양림(평창군) 두타산 두근두근둘레길 탐방
-미천골자연휴양림(양양군) 휴양림 내 통일신라시대 선림원지
-방태산자연휴양림(인제군) 인근 내린천 래프팅 체험
-백운산자연휴양림(원주시) 숲속공예교실 문화 프로그램 특화
-복주산자연휴양림(철원군) 용탕골 계곡과 잠곡리 경관 수려
-삼봉자연휴양림(홍천군) 오대산국립공원 인근 활엽수
-용대자연휴양림(인제군) 다람쥐 등 다양한 야생동물 서식
-용화산자연휴양림(춘천시) 등산·캠핑 전문 산림레포츠 휴양림
-청태산자연휴양림(횡성군) DIY목공교실, 인도네시아전통전시관
쑥은 들국화에 속한 여러해살이풀로서 ‘모든 풀의 왕초’란 닉네임을 달고 있다. 히로시마 원폭 때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식물이지만 좀처럼 자신을 앞세우지도 않고 빈터나 길가 논두렁 밭두렁 산속 아무데서나 낮은 키로 ‘쑥쑥’ 자라나 사람에게 제 몸을 보시한다. ‘쑥’이라는 이름의 유래도 여기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싶다. 쑥도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종으로 진화해 산쑥, 들쑥, 덤불쑥, 참쑥, 물쑥 등 40여종이 한반도에 분포해 있다고 한다. 특히 강화 개똥쑥은 암 치료에 효과가 있다하여 몸값도 제법이다. 암투병하다 세상을 떠난 내 남편도 치료 중 그 쑥을 달여 마시곤했다.
쑥은 한국전쟁 전후 구황식품 중 으뜸이었다. 혹독한 겨울 추위가 풀리기 시작하면 겨우내 웅크렸던 뿌리들이 솜털 보송보송한 쑥잎을 쑥쑥 밀어올린다. 아득한 보릿고개를 넘어야할 때 기다렸다는 듯 언니 엄마들은 논두렁 밭두렁에 파릇파릇 자라난 쑥을 뜯어다가 보릿겨, 밀기울 등과 반죽하여 아무렇게나 반데기를 만들어 쪄서 간식이 아닌 주식으로 연명하던 기억이 내 해마에 ‘보릿고개’란 압축 파일로 저장되어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떡이 쑥개떡이다. 쑥개떡도 못 먹어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소문이 보릿고개를 유령처럼 떠돌기도 해서 그 유령을 만날까봐 안채와 떨어져 있던 화장실에 갈 때도 밤이면 어른들을 동행하곤 했다. 불과 몇 십 년 전의 일이지만 지금처럼 먹거리가 풍성한 세상에서 자란 젊은이들은 마치 단군설화 속 곰이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되어 환웅과 결혼하고 단군을 낳았다는 신화쯤으로 여길듯하다.
시간이 흘러 쑥개떡이 각광 받는 웰빙 식품이 되었다. 맵쌀가루와 찹쌀가루를 섞은 데다 데쳐서 말려 빻은 쑥을 섞고 달작지근하게 익반죽해서 강낭콩을 켜켜이 박아 쪄 놓으면 쫄깃하고 향이 좋아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고 쑥의 따뜻한 성분과 풍부한 섬유질 때문에 배탈이 나지 않는다. 특히 부인과 병인 만성 허리 어깨 결림, 냉, 대하증에 특효가 있다고 한다. 쑥떡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구정무렵이면 올케언니가 볶은 콩가루와 찹쌀로 만든 쑥떡을 한 넙데기씩 보내 주시곤했다. 출출할 때면 한번 먹을 만큼 렌지에 돌려서 콩가루 묻혀 먹는 맛이란 일품이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올케언니가 연로하셔서 그러한 노동이 불가능한 탓에 그 맛을 볼 수가 없게 되었다.
늘 약한 허리 핑계로 엎드린 일을 회피하던 내가 2년 전 여름 한철 보양식을 마련하겠다는 기대감으로 지인들을 따라 쑥을 캐러 갔다. 시누이가 주말에 내려가 농사를 짓는 강화도 외포리 뚝방에 해풍 먹고 자란 쑥들이 순한 물결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농약이 닿지 않아 쑥 체취의 장소로서 이만한 곳이 없으리라. 북녘땅이 가까운탓에 들려오는 총소리를 삭히느라 그랬는지 고개가 비틀어진 놈도 있어 바로 세워 놓고, 뚝방의 해면 반대편으로 자리를 옮겨 “칠년 묵은 병에서 삼년 묵은 쑥을 구한다”는 맹자의 말을 되새김질하면서 경사를 오르락내리락 쑥을 뜯었다. 지인들이 한 웅큼씩 보태주기도 해서 배낭의 배가 불룩해졌다. 어릴 적 동네 언니들 따라 쑥을 캐 본 후로 처음인지라 자뭇 설레는 마음으로 직접 쑥개떡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쌀을 불리고 쑥을 씻었다. 아랫집 아주머니의 조언을 받아 생 쑥과 불린 쌀을 방앗간에 가지고 갔더니 쑥 빠는 삯이 두 배가 들어갔다. 생 쑥을 빠러 온 사람은 처음이라며 방앗간 주인장으로부터 핀잔을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생 쑥은 쓴맛이 그대로 남아있어 쑥개떡을 해도 써서 먹기가 거북하단다. 생 쑥만이 떡을 파랗게 할 것이란 고정관념이 나의 첫 작품을 망치게 한 셈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쌀가루와 빻은 생 쑥을 익반죽해서 손바닥만 하게 넙데기를 만들어 냉동실에 차곡차곡 쟁여 놓으니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한 개씩 찜기에 쪄서 먹은 나만의 점심 먹거리, 내 60조의 세포막을 뚫고 쑥쑥 일어서는 쌉쌀한 향기에 당시 개보다 더 잔인하게 한반도를 짓밟던 메르스도 비켜갔다.
*송시월 시인은…
1945년 전남 고흥출생. 1997년 월간 등단.
시집으로 (2015년 문광부 추천 세종 우수도서 선정)이 있다.
제 1회 푸른시학상 수상 계간 편집위원.
◇ exhibition
보그 라이크 어 페인팅: 사진과 명화 이야기
일정 10월 7일까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창간 125주년을 맞은 잡지 의 아카이브에서 엄선한 이미지들로 패션 사진과 명화의 관계를 재조명한다. 세계 3대 패션 사진작가로 불리는 파울로 로베르시, 피터 린드버그, 어빙 펜 등의 작품들을 통해 고흐, 달리, 클림트 등의 명화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전시했다. 사진의 대상이나 구성, 기술은 피카소의 입체파 회화에서 앤디 워홀의 팝 아트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장르를 아우른다. 특별 섹션으로 마련한 ‘보그 코리아’에서는 전통 수묵화의 절제미와 여백이 드러나는 패션 이미지들을 소개한다.
김영태의 편지들: 문인교신전
일정 7월 12일까지 장소 영인문학관
초개 김영태 시인의 서거 10주기를 맞아, 그가 생전 문인들과 주고받은 편지들을 모았다. 아울러 시인으로부터 편지를 받은 이들의 자료까지 대여받아 함께 살펴볼 수 있도록 전시했다. 문인들의 편지인 데다가, 두 사람 간 주고받은 편지가 모두 남아 있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그 의미와 특별함을 더한다. 특히 마종기 시인과 주고받은 편지는 160통에 달한다. 안수길, 어효선, 김구용, 박재삼 등 작고한 문인들의 편지뿐만 아니라 초개 선생이 직접 그린 이병주, 최인훈, 최인호 등의 캐리커처까지 만날 수 있다.
◇ book
인생의 재발견(바버라 브래들리 해거티 저·스몰빅인사이트)
탐사 전문기자로 30년간 지낸 저자가 중년을 둘러싼 8가지 질문에 대한 해답을 직접 파헤친다. 심리학, 생물학, 사회학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인터뷰와 상실을 경험한 이들의 사례를 통해 중년 이후 삶의 의미를 이야기한다.
전문가와 함께 준비하는 스마트 라이프 디자인(삼성생명 은퇴연구소·미래의창)
연금, 재테크, 상속 문제에서부터 건강, 여가, 관계, 자기계발에 이르기까지 노후 대비에 관련한 전반적인 정보를 담았다. 중장년은 물론 2030세대에게도 도움이 되는 전문가의 현실적인 조언이 실려 있다.
◇ movie
플립(Flipped)
를 연출한 롭 라이너 감독이 2010년 미국에서 발표했던 영화로, 네티즌의 성원에 힘입어 국내 개봉을 확정지었다. 공식 개봉 전부터 네이버에서 영화 평점 10점 만점의 9.45점을 기록하는 등 호평을 얻었다. 포스터 속 ‘누구나 일생에 한 번 무지개처럼 찬란한 사람을 만난단다’라는 문구는 영화 속 주인공의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하는 대사로 애틋한 감성이 묻어난다.
개봉 7월 13일 장르 로맨스 감독 롭 라이너 출연 매들린 캐롤, 캘런 맥오리피, 존 마호니 등
프란츠(Frantz)
상실을 경험한 독일 여자와 비밀을 간직한 프랑스 남자 사이의 거짓과 진실, 용서와 사랑이라는 미묘한 감정을 그렸다. 프랑스와 독일이 겪은 전쟁의 아픔을 실질적으로 담아내는 등 리얼리즘에 초점을 둔 작품이다. 주인공의 내적 갈등을 섬세하고 깊이 있게 표현한 여주인공 폴라 비어는 이 영화로 2016 베니스영화제 신인여우상을 받았다. 흑백과 파스텔 톤으로 담아낸 영상은 클래식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개봉 7월 20일 장르 드라마 감독 프랑수아 오종 출연 피에르 니네이, 폴라 비어 등
◇ stage
김씨네 편의점
캐나다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미스터 김’의 인생 후반전과 가족의 모습을 그렸다. 자신의 인생 이야기가 자식을 통해 이어지길 바라는 부모 세대, 그리고 그런 부모와는 다른 정체성으로 살고자 하는 자녀 세대의 갈등을 유쾌하게 풀어나간다.
장소 백성희장민호극장 일정 7월 13~23일 연출 오세혁 출연 장용철, 최현미, 이화정 등
나폴레옹
나폴레옹과 그의 연인 조제핀, 노련한 정치가 탈레랑, 세 사람을 주축으로 한 나폴레옹의 웅장한 여정이 펼쳐진다. 객석과 무대에 40문의 대포가 설치될 ‘워털루 전투’, 다비드의 명화 ‘나폴레옹의 대관식’ 등 역사적 사건을 생생하게 재현한다.
장소 샤롯데씨어터 일정 7월 15일~10월 22일 연출 리처드 오조니언 출연 임태경, 한지상 등
캣츠
화려한 무대와 음악으로 남녀노소에게 사랑받는 뮤지컬 의 오리지널 팀이 내한한다. 이번 공연은 더욱 역동적인 군무와 더불어 의상의 색깔이나 패턴, 헤어스타일 등이 업그레이드돼 이전 공연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장소 국립극장 해오름 일정 7월 11일~9월 10일 출연 맷 안토누치, 애덤 배일리, 로라 에밋 등
1945
동아연극상에 빛나는 작가 배삼식이 이후 6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1945년 해방 직후, 위안소를 탈출한 명숙과 미즈코의 역경을 통해 요동치는 시대 속 민족의식과 생존의 끈을 놓지 않았던 이들의 자화상을 보여준다.
장소 명동예술극장 일정 7월 5~30일 연출 류주연 출연 박윤희, 김정은, 성여진 등
◇ exhibition
픽사 애니메이션 30주년 특별전
일정 8월 8일까지 장소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 , 등 독창적인 애니메이션 영화로 사랑받아온 픽사(Pixar, 미국 애니메이션 영화 스튜디오)의 30주년 기념 특별 전시다. 제작 과정에 쓰인 스케치, 스토리보드, 컬러 스크립트, 캐릭터 모형 조각 등 약 500여 점을 각 영화별로 전시했다. 정지된 이미지들이 빠르게 회전하면서 움직이는 듯한 착시 효과를 일으키는 ‘토이 스토리 조이트로프(zoetrope)’와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을 담은 ‘아트 스케이프(artscape)’ 등을 통해 애니메이션 탄생 과정을 살펴볼 수 있도록 마련했다.
예술이 자유가 될 때: 이집트 초현실주의자들
일정 7월 30일까지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하고 이집트 문화부, 샤르자 미술재단의 협력으로 기획된 이번 전시는 이집트 초현실주의자들의 작품세계를 조명한다. 1930년대 말부터 1960년대 중반까지의 작품 166점을 초현실주의가 걸어온 흐름에 따라 다섯 파트로 나누어 구성했다. 출품작 중 상당수가 해외 최초로 한국에서 공개된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그동안 ‘미라’, ‘피라미드’로만 인식되어온 이집트의 새로운 문화와 마주하는 기회를 선사한다.
◇ book
남자 혼자 죽다(성유진 외 공저·생각의힘)
고독사 중에서도 시신을 인수할 사람이 없는 상태, 이른바 무연사(無緣死)로 생의 마지막을 보낸 209명의 모습을 그렸다. 특히 남자가 절대적으로 많은 한국의 무연사 현상을 현대 사회 남성의 어려움과 연관해 밝히고자 했다.
치매박사 박주홍의 뇌 건강법(박주홍 저·성안북스)
20여 년 동안 치매 전문가로 살아온 저자가 치매를 비롯한 우울증, 공황장애 등 정신질환에 대해 환자와 가족들이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조언한다. 질병에 대한 기본 정보와 더불어 식생활, 운동, 명상치료 등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담았다.
◇ movie
심야식당2
누적판매 240만 부를 기록한 베스트셀러 만화 을 원작으로, 2015년 국내 개봉했던 영화 의 두 번째 시리즈다. 1편에서 함께한 마츠오카 조지 감독과 배우 코바야시 카오루, 오다기리 조가 다시 만났다. ‘오늘도 수고한 당신을 위로하기 위해 늦은 밤 불을 밝히는 특별한 식당’이라는 콘셉트로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 운영하는 심야식당에서 벌어지는 각양각색 인물들의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개봉 6월 8일 장르 드라마 감독 마츠오카 조지 출연 코바야시 카오루, 오기다리 조 등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한국의 길고양이가 대만과 일본으로 여행을 떠난다는 설정의 로드무비다. 고양이 마을로 알려진 대만의 관광지 ‘허우통’과 사람보다 고양이가 더 많이 산다는 ‘고양이 섬’ 일본 ‘아이노시마’ 등을 돌아다니며 길 위에서의 공생의 의미를 탐구한다. 영화계 대표 애묘인(愛猫人) 조은성 감독이 기획과 연출을 맡아 고양이의 시점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발자취를 담았다. 고양이의 마음을 내레이션을 통해 들려준다.
개봉 6월 8일 장르 로드무비 감독 조은성 내레이션 강민혁
◇ stage
로미오와 줄리엣
올해로 데뷔 50주년을 맞이한 원로 연극인 오태석이 번안과 연출을 맡았다. 청사초롱 불빛 아래 한국무용과 풍물이 어우러져 한국판 이 탄생했다. 원작과는 또 다른 비극적 결말로 극의 긴장감을 더한다.
일정 6월 18일까지 장소 명동예술극장 연출 오태석 출연 이신호, 정지영, 정진각 등
천덕구씨가 사는 법
극본을 맡은 김태수 작가는 삶은 끝나지 않은 여행이며, 먼 길을 돌고 돌아 다시 긴 여행을 준비하는 시니어 세대에게 삶이란 견딜만하다고, 또 웃을 수 있다고 격려한다. 그런 그의 시선을 담아 누구나 겪는 노년의 삶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일정 6월 8~18일 장소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연출 김순영 출연 오영수, 차유경 등
복순이할배
‘사랑을 모른다’라는 이유로 짝사랑에게 거절당한 태수는 돈 많고 건강한 독거노인 ‘복순이할배’에게 연애 상담을 하게 된다. 산전수전 다 겪은 괴짜 노인과 연애 풋내기 청년이 이야기하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에 대해 다뤘다.
일정 12월 31일까지 장소 대학로 두레홀 4관 연출 박정우 출연 김시권, 정동진, 이재욱 등
시카고
미국 브로드웨이 대표 뮤지컬 의 오리지널 팀이 2년 만에 내한한다. 1920년대 미국 시카고 클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재즈 음악을 14인조 밴드의 연주로 즐길 수 있다. 강렬한 조명 아래 관능적인 안무가 돋보인다.
일정 5월 27일~7월 23일 장소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출연 딜리스 크로만, 로즈 라이언 등
◇ 전시
YOUTH: 청춘의 열병, 그 못다 한 이야기
일정 5월 28일까지 장소 디뮤지엄
자유, 반항, 순수, 열정 등 유스컬처(Youth Culture)의 다양한 감성을 선보이는 대규모 사진전이다. 래리 클락, 라이언 맥긴리, 고샤 루브킨스키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 28명의 사진, 그래픽, 영상, 그라피티 작품 240여 점을 총망라한다. 일탈과 자유, 반항과 열정 등 청춘의 내면에 공존하는 다면적인 감정들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유스컬처의 역동적인 작품들을 통해 청춘의 불안이 기쁨과 환희로 승화됐던 순간들을 되새기는 계기가 될 것이다.
사임당, 그녀의 화원: Saimdang, Her Garden
일정 6월 11일까지 장소 서울미술관 제3전시실
최근 TV 프로그램, 드라마, 도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체적인 여성의 시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는 조선시대 여류 예술가 신사임당의 기획 전시다. 시대적 제약 속에서도 자기계발에 매진했던 예술가로서의 신사임당의 면모와 생애를 재조명한다. ‘초충도’를 비롯한 그의 대표 수묵화를 통해 뛰어난 미의식과 여성 특유의 섬세함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개관 이래 처음으로 ‘묵란도’를 소개한다. 화폭에 자연의 이치를 담고자 했던 그녀의 예술정신이 농묵과 담묵의 절묘한 조화로 발휘됐다.
◇ 도서
두 번째 서른 살: 사랑을 이야기할 나이(마리 드 에느젤 저·베가북스)
프랑스 심리학자 마리 드 에느젤이 10여 년간의 상담과 치료를 통해 얻은 성(性)에 대한 통찰을 담았다. 저자는 시니어의 성생활에 대한 이상주의를 경계하면서 다양한 연구와 인터뷰, 대담 사례를 통해 사랑과 성을 추구하는 노년의 삶에 대해 피력한다.
어쩌다 보니 50살이네요(히로세 유코 저·인디고)
50세가 되면서 달라진 낯선 환경에 적응해나가는 저자의 산뜻한 시선과 경험이 담긴 에세이다. 몸과 마음의 변화,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는 방법,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등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느낀 점들을 담담하고 편안한 어조로 풀어냈다.
◇ 영화
눈길
일제강점기 말, 전혀 다른 운명을 타고났지만 위안부라는 비극을 함께 겪은 두 소녀의 가슴 시린 우정을 그렸다.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데 이어 제24회 중국 금계백화장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국내외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작품이다. 2월 3일 와디즈에서 크라우드펀딩을 오픈해 30분 만에 목표금액(4000만원)을 달성하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영화 수익금 일부는 위안부 피해자 시민단체에 기부될 예정이다.
개봉 3월 1일 장르 드라마 감독 이나정 출연 김영옥, 김향기, 김새론, 장영남 등
아빠는 나의 여신
가상의 동네 오가와에 있는 작은 술집 ‘사요코’를 배경으로 트랜스젠더 아빠와 딸의 특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트랜스젠더라는 자칫 자극적일 수 있는 소재를 일본 영화 특유의 따스하고 잔잔한 분위기로 연출했다. “착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케이노스케 감독은 낡은 술집에 다녀가는 손님들의 인간미 넘치는 사연을 통해 따스한 위로의 메시지를 건넨다. 유쾌한 에피소드와 더불어 애틋한 가족의 사랑을 감동적으로 담아냈다.
개봉 3월 예정 장르 드라마 감독 하라 케이노스케 출연 스도 리사, 후지모토 이즈미 등
◇ 공연
유도소년
2014년 초연, 2015년 재연 당시 전 회차 매진 기록을 세운 흥행작이다. 유도선수 경찬이 고교전국체전 출전을 위해 서울로 상경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유도·복싱·배드민턴 훈련을 거친 배우들이 실제 경기를 방불케 하는 연기를 펼친다.
장소 수현재씨어터 일정 3월 4일~5월 14일 연출 이재준 출연 허정민, 박정복, 신성민 등
혜은이 콘서트 '열정'
가수 혜은이가 데뷔 45주년을 맞아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콘서트를 연다. 팬들과 더 가까이에서 호흡하기 위해 대학로 소극장에서 한 달간 공연을 이어간다. ‘당신은 모르실 거야’, ‘제3 한강교’, ‘열정’ 등을 마음껏 들어볼 기회다.
장소 대학로 SH아트홀 일정 3월 3일~4월 2일 출연 혜은이
머더 포 투
뉴욕타임스가 주목한 코미디 뮤지컬 의 국내 라이선스 첫 무대다. 두 명의 배우가 13명의 인물을 연기하며, 형사와 용의자 간의 실랑이를 그린 2인극이다. 의문의 총격 살인사건 범인을 찾아가는 추리극으로 빠른 전개가 흡입력을 높인다.
장소 DCF대명문화공장2관 일정 3월 14일~5월 28일 연출 황재헌 출연 김승용, 안창용, 박인배 등
윤동주, 달을 쏘다
윤동주 시인 탄생 100주년 기념 창작가무극이다. 일제강점기, 비극의 역사 속에서 자유와 독립을 꿈꾸었던 청년 윤동주와 송몽규의 순수한 애국심을 노래한다. 윤동주의 대표 시 8편이 독백 대사와 노래가사 속에 담겨 있다.
장소 예술의전당 일정 3월 21일~4월 2일 연출 권호성 출연 온주완, 박영수, 김도빈 등
고광애(高光愛·80) 작가는 1958년 대학 시절 한국일보에 공채 1호 여기자로 입사하는 동시에 이화여대 18대 메이퀸으로 선발되며 그녀의 이름 석 자를 알렸다. 그로부터 1년 뒤, 회사를 그만둔 그녀는 영화평론가 임영의 아내로, 또 영화감독 임상수의 어머니로 불리며 살아왔다. 그렇게 자신의 명성은 잠시 내려놓고 평범한 주부로서의 삶을 살던 그녀가 50세가 되던 해, 우연히 읽게 된 폴 투르니에의 는 그녀의 인생에 회심의 일격을 가했다.
, , 등을 펴내고, 한때 적(籍)을 두었던 한국일보에 칼럼을 연재하는 등 노년 전문 저술가로 활발히 활동 중인 고광애 작가. 이제는 누구의 아내, 어머니라는 말보다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는 일이 더 많아진 그녀다. 그런 고 작가에게 중·장년 세대를 위한 추천 도서를 묻자, 아주 오래된 책 한 권을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 40년 전에 나온 폴 투르니에의 책이에요. 나는 그때 당시 종로서적에서 나온 라는 제목의 낡은 책을 다시 읽고 있는데, 아마 지금은 찾기 어려울지 모르겠네요. 그러나 나의 제2인생을 만들어준 책이기 때문에 다른 이들에게도 권하고 싶어요.”
다행스럽게도 2년 전, 라는 제목으로 같은 내용의 책이 나왔다. 그녀는 빛바랜 자신의 책과 기자의 새 책을 번갈아 보며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같지만 서로 다른(?) 책을 읽은 두 사람이 동시에 궁금해한 단어가 있었으니, 바로 회심(回心)이었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가장 감명받은 게 바로 ‘회심’에 대한 내용이었어요. 그동안 냈던 모든 책의 기본은 이 회심에 기초해서 썼다고 볼 수 있죠. 워낙 오래전에 번안된 거라 최근에 나온 것에는 어떻게 표현됐을까 궁금했거든요. 그런데 역시나 회심이네요.”
회심의 순간, 모든 것을 내려놓다
회심에 대한 그녀의 이야기를 듣지 않을 수 없었다. 고 작가는 50세가 되던 해를 떠올렸다.
“결혼을 일찍 한 편인데, 50세가 되니 큰아들은 장가가고, 작은아들은 군대 가고, 딸은 프랑스로 유학가고, 한순간에 아이들이 다 떠나가버리더라고요. 그때 같이 살던 친정어머니가 ‘얘, 저 사람(고 작가의 남편) 밥은 내가 해줄게. 너는 프랑스에 가서 딸내미 밥해주고 있어라’ 그러시는 거예요. 순간 드는 생각이 ‘내가? 나도 엄마처럼 자식 옆에 붙어서?’였어요.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지금까지 자식만을 위해 살았지만, 이제부터는 자신만을 위해 살아보겠다고 다짐했죠.”
포부는 넘쳤지만 ‘그럼 이제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 앞섰다. 요즘처럼 중·장년을 위한 교육센터나 프로그램이 없던 시절, 막연한 우려 속에 지내던 중 폴 투르니에의 책이 그녀의 손에 들렸다.
“책을 딱 읽는 순간, 그냥 탁 하고 꽂혔어요. 여기에 모든 해답이 있더라고요. 그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바로 회심이었어요. 노년이 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마음을 한번 돌려보는 태세 전환이에요. 지금까지 살아오던 대로 살지 말고, 새로운 시선과 태도로 삶을 바꿔나가야 한다는 거죠. 그때 내 상황에서는 회심이 절실했어요.”
책에서는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게 간단한 일은 아니며, 타고난 성향에 따른 결정론을 깨뜨리기 위해서는 훌륭한 조언과 단호한 결심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그 이상이 있어야 한다’고 언급하며 내적인 변화를 일으킬 만한 사건, 즉 결정적인 전환점이 바로 회심이라 설명한다.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것은 어렵다. 더군다나 회심의 기회를 얻는 것 또한 쉽지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녀의 조언을 들어봤다.
“어느 날 갑자기 ‘회심해야지!’ 마음먹는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회심이라는 것, 그것이 내 인생에 필요하다는 것을 아는 게 우선이죠. 그러다 보면 언젠가 그런 시기가 찾아왔을 때 더 빠르게 마음을 전환할 수 있어요. 나 역시 회심을 몰랐다면 고독했던 그 시간을 인생 1막의 연장선에서 생각할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삶의 전환기를 겪으며 그녀가 시도한 것은 ‘명령권자의 위치에서 내려오기’였다.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지시하고 충고하던 타성을 모두 내려놓기로 한 것이다. 물론 그런 와중에도 노인으로서의 정서적 권위는 지키고자 했다.
“나이 들어 삶의 태도를 바꾸려면 젊은이들에게 충고를 강매하거나 존경심을 갈구하는 행위를 경계해야 해요. 평범한 주부인 나조차도 아이들에게 ‘그러는 거 아니야’라는 말이 입에 붙었더라고요. 그런 나를 자식들도 못마땅한 눈초리로 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죠. 오히려 모든 것을 내려놓고 권위를 내세우지 않으면 저들이 아쉬워 먼저 찾아오는 때가 있을 거예요. 그때야말로 우리네가 아껴두었던 그 무엇, 바로 정서적인 권위를 지닌 채 귀한 조언 몇 마디 건네는 거죠. 그렇게 했을 때 존경심은 자연히 스밀 수 있다고 생각해요.”
죽음도 예습하면 두렵지 않아
회심의 순간을 맞이한 후, 그녀는 노년에 대한 책들을 섭렵하며 틈틈이 글을 써내려갔다. 그런데 어느 날, 작은아들인 임상수 영화감독이 어머니가 쓴 글들을 발견하고는 책으로 내보는 건 어떠냐고 제안했다.
“이런저런 글을 메모지에 써놨는데 아들이 그걸 보더니 ‘어? 이거 재미있네? 책으로 냅시다!’ 그러는 거예요. 그때 처음 워드를 배워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꼬박 12년 만에 가 나왔어요. 그동안 두 아이 결혼 치르고, 산바라지하고, 손주도 키우고 하느라 온전히 글에만 매진할 수 없었죠. 그래도 책이 잘 팔려 12쇄까지 나왔는데, 이제는 너무 오래돼서 더는 인쇄하지 않기로 했어요.”
첫 책이 나온 지도 어언 20년이 지났다. 당시 62세였던 그녀는 스스로 자신이 죽는 나이를 77세라 언급했을 정도로 지금의 백세시대를 예측하지 못했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다가오는 죽음을 맞이하는 그녀의 모습에는 변함이 없다.
“노년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책을 쓰다 보니, 결국 마지막에 죽음이 남더군요. 그때부터 죽음에 대한 책을 읽고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 모임이나 ‘메멘토모리’라는 죽음독서회도 다니며 깊이 고민했어요. 그러다 보니 오히려 ‘노년 생활을 어떻게 할까?’라는 문제는 간단한데, 죽음은 거창하더라고요. 누구나 겪어본 적이 없고, 알지 못하는 것이니까요. 영원한 암호와도 같은 죽음을 예습해본다는 심정으로 여전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과목도 예습을 해가면 더 수월하듯이, 죽음이란 무엇이고 어떤 마음으로 처신해야 하는지를 미리 준비하고 있기에 두려움을 덜 수 있었다는 그녀다.
인생 삼모작, 또 다른 청춘을 꿈꾸다
여든의 나이에도 그녀는 스마트폰으로 스케줄을 관리한다. 손바닥만 한 화면 속 달력에는 하루하루 일정이 빼곡하게 차 있었다. 오롯이 자신을 위한 일들로 채워온 덕에 풍요로운 인생 이모작을 지낸 그녀는 요즘 인생 삼모작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은 인생 이모작 끄트머리쯤 와 있는 것 같아요. 요즘 글을 쓰는 게 예전보다 버거울 때가 있어요. 이제 칼럼을 쓰는 일이나 모임에 나가는 활동을 그만두어야 할 때가 왔지 싶어요. 스스로 멈춰야 할 때를 알아야 지혜로운 노인이 아니겠어요? 괜히 부여잡고 젊은이들 곤란하게 하면 안 되죠. 이만큼 나이를 먹고 나니 혼자 영화를 보든 무엇을 하든 신경 쓰는 사람이 없어요. 눈치 볼 사람도 없고. 관심 밖 인물이 된 건데, 거기서 오는 자유도 대단해요. 차차 모든 것을 내려놓고 완전한 해방, 자유를 누릴 때 인생 삼모작이 시작됐다고 봐야죠. ‘노년기란 젊음의 청춘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세대에 맞는 청춘을 매번 새롭게 창조하는 것’이라는 들뢰즈의 말처럼, 나 역시 새로운 청춘을 창조하는 중입니다.”
매서운 추위에 잎사귀들은 메말랐어도 마음은 따뜻하게 감성은 촉촉하게 보내고 싶다면 미술관 나들이를 추천한다. 전시에 따라 매력이 달라지는 게 미술관이지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전시물 외에도 즐길거리, 볼거리가 풍성하다. 눈 오는 날 방문한다면 미술관 통유리로 바라보는 풍경이 또 하나의 예술 작품이 될 것이다.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도심 속 열린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MMCA) 서울관은 문화·예술인들이 사랑하는 거리 ‘삼청로’에서 만날 수 있다. 과거 국군기무사령부가 사용하던 공간에 터를 잡아 2013년 11월 개관했다. 조선시대에는 소격서, 종친부, 규장각, 사간원 등이 있던 자리이기도 하다. 과천관, 덕수궁관에 이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세 번째로 문을 연 서울관은 ‘도심 속 열린 미술관’이라는 콘셉트로 갤러리 공간 외에도 다양한 시설을 갖춘 복합예술문화센터로 발돋움하고 있다. 8개의 전시실을 비롯해 멀티프로젝트홀, 미디어랩, 디지털 도서관, 교육동, 세미나실 등을 운영한다. 한 번 방문하면 전시뿐만 아니라 영화, 공연, 교육 등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카페테리아, 푸드코트, 북카페, 아트존 등 다양한 편의시설도 이용할 수 있어 오랜 시간 머물러도 부담이 없고, 지루할 틈도 없다.
크게 전시동과 교육동으로 나뉘는데, 미술을 보고 느끼는 것에서 배우고 체험하는 기회까지 골고루 만끽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전시동 지하 1층에는 서울박스와 전시마당을 중심으로 6개의 전시실과 멀티프로젝트홀, MMCA 필름앤비디오·미디어아트월 등이 마련돼 있다. ‘멀티프로젝트홀’은 퍼포먼스, 다원예술, 전시, 교육 등 여러 장르가 융·복합되는 현대미술의 예술적 표현이 가능한 공간이다. ‘MMCA 필름앤비디오’에서는 총 120여 석 규모로 예술영화와 실험영화를 비롯한 국제영화제 개최 작품들을 상영한다.
오감이 즐거운 복합예술문화센터
미술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아트존(Art Zone)은 전시동 1층 570㎡ 규모로 3개의 존 5개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구역(갤러리1)에서는 국내 작가와 그들의 작품, 특히 공예 분야의 유망 작가들 작품을 지속해서 전시한다. 제2구역(갤러리2·3)에서는 미술관에서 개발하는 문화상품과 도록, 디자인 아이디어 제품을, 제3구역(갤러리4·5)에서는 섬유·패션 상품 및 국내외 미술 전문서적 등을 전시하고 판매한다. 전시와 연계한 작가들의 실험적인 문화상품을 소개해 누구나 편하게 관람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미술 서적에 관심이 있다면 ‘디지털 도서관(2층)’에 들러보자. 미술관이 소장한 다양한 미술 분야 출판물, 단행본, 잡지 등 8000여 권을 열람할 수 있다. 도서관을 비롯한 대부분의 공간은 통유리로 돼 있어 인근에 마주하고 있는 경복궁, 삼청동 등 미술관 외부 전경 등을 훤히 보여준다. ‘친환경 미술관’이라는 취지에 맞게 자연채광을 전시 및 내부 조명에 활용하기 때문에 유독 햇살이 잘 들어 따뜻하고 환하다. 특히 야외 전시물인 ‘연역적 오브제(김수자, 2016)’가 한가운데 놓인 잔디밭 인근 통유리에 알록달록 무지갯빛 스펙트럼이 쏟아져 몽환적인 느낌을 갖게 한다. 3층 교육동에서는 디지털아카이브와 멤버십라운지를 운영한다. 멤버십라운지는 국립현대미술관 특별회원(연간 10만원으로 가입 가능)을 위한 휴식공간으로 활용된다.
내부 전시실을 돌아다니다 보면 종종 야외로 향하는 문을 발견하는데, 그럴 땐 잠시 바깥 공기를 쐬고 오는 것도 좋겠다. 건물 사이를 가로지르는 오르막길을 걸으면 너른 잔디밭에 자리 잡고 있는 종친부(宗親府)를 만나게 된다. 종친부는 조선시대 역대 제왕의 어보와 어진을 보관하고, 왕과 왕비의 의복을 관리했던 관청으로 미술관이 개관하던 당시 이전·복원한 것이다. 종친부가 있는 곳에 서서 미술관을 바라보면 저 멀리 경복궁 돌담길과 인왕산 자락이 한눈에 들어온다. 우리 전통문화와 현대 예술의 조화가 오묘하게 어우러지는 풍경을 담을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30 이용시간 월·화·목·금·일 (10:00~18:00), 수·토(10:00~21:00) ✽야간개장(18:00~21:00 무료관람) 관람요금 통합입장권 4000원
◇전시(exhibition)
1) 프랑스 국립 오르세미술관 이삭줍기 전: 밀레의 꿈, 고흐의 열정
일정 3월 5일까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9세기 서양미술사를 빛낸 거장들의 명작 130여 점을 만날 기회다. 작품 보존을 위해 엄격하게 관리하는 고흐의 ‘정오의 휴식’은 오르세미술관 개관 이래 수십 년 동안 유럽 이외 지역으로 반출된 적이 없으나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대여를 허가했다. 낭만주의와 고전주의, 아카데미즘과 사실주의, 인상주의와 자연주의, 상징주의와 절충주의, 20세기 예술의 다양한 원천 등 5개의 테마로 나누어 각 주제를 중심으로 작품 간의 대비와 유기성, 예술사의 흐름까지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2) 닉 나이트 사진전: 거침없이, 아름답게
일정 3월 26일까지 장소 대림미술관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진작가로 손꼽히는 닉 나이트(Nick Knight)의 국내 첫 사진전이다. 사진과 디지털 그래픽 기술의 결합이 돋보이는 닉 나이트 특유의 작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상 실험을 접목한 패션필름까지 폭넓게 마련돼 있다. 초상사진, 디자이너 모노그래프, 페인팅·폴리틱스, 정물화·케이트 등을 주제로 한 110여 점의 각양각색 작품을 한 공간에서 감상할 수 있다. 매주 일요일에 열리는 ‘선데이 라이브 앤 클래스(SUNDAY LIVE & CLASS)’ 등 유익한 전시 연계 교육 프로그램들도 살펴볼 만하다.
◇도서(book)
1) 인생의 발견(시어도어 젤딘 저·어크로스)
21세기의 예언자라 불리는 영국의 철학자 시어도어 젤딘이 유명 인물들의 전기와 철학적 탐색을 통해 발견한 28가지 질문을 담았다. 여든을 넘긴 나이에도 인간과 삶에 관해 끊임없이 성찰해온 저자의 성숙한 지혜와 혜안을 엿볼 수 있다.
2) 브릿마리 여기 있다(프레드릭 배크만 저·다산책방)
로 잘 알려진 베스트셀러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의 신작 소설이다. 59세 중년 남성 오베와 얼핏 비슷하면서도 다른 성향을 지닌 63세 중년 여성 브릿마리. 누군가의 그늘에서만 살아온 그녀가 삶의 위기를 통해 온전한 자신을 찾아나가는 여정을 그렸다.
◇영화(movie)
1) 뚜르: 내 생애 최고의 49일
희귀암에 걸린 26세 청년이 한국인 최초로 49일 만에 뚜르 드 프랑스 풀코스를 완주한 실화를 영화화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체육교사를 꿈꾸었을 정도로 건강했으나 어느 날 갑자기 3개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는다. 절망스러운 순간에도 희망을 잃지 않던 그는 뚜르 드 프랑스 완주라는 꿈을 키운다. 3500km 레이스의 마지막 지점인 파리 개선문을 통과하며 꿈을 이룬 순간의 가슴 벅찬 감동이 영화의 포스터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개봉 1월 12일 장르 다큐멘터리 감독 이윤혁 출연 임정하, 전일우, 박형준 등
2)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떠돌이 음악가와 고양이 한 마리가 우연히 만나면서 인생의 희망을 발견해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제목처럼 주인공 제임스는 어깨에 고양이 밥을 올리고 거리 이곳저곳에서 기타를 치고 사람들과 정을 나누며 따뜻한 세상과 마주하게 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두 주인공은 2007년에 만나 현재까지 뜨거운 우정을 나누고 있다. 데이비드 허슈펠더 음악 감독과 싱어송라이터 찰리 펑크 등 실력파 제작진이 대거 참여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개봉 1월 4일 장르 드라마 감독 로저 스포티스우드 출연 루크 트레더웨이, 루타 게드민타스 등
◇공연(stage)
1) 인간
프랑스의 천재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유일한 희곡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인류 마지막 생존자인 화장품 연구원 라울과 호랑이 조련사 사만타가 ‘인류는 이 우주에 살아남을 자격이 있는가’에 대해 재판을 벌이는 2인극이다.
일정 3월 5일까지 장소 예술의전당 연출 문삼화 출연 고명환, 오용, 박광현 등
2) 꽃의 비밀
네 명의 아줌마가 보험금을 타기 위해 각자의 남편으로 변장해 벌이는 사건들을 유쾌하게 그렸다. 장진 감독이 직접 쓰고 연출을 맡은 작품으로 여성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코미디 장르의 연극이라는 점이 돋보인다.
일정 2월 5일까지 장소 대명문화공장 연출 장진 출연 배종옥, 소유진, 이청아 등
3)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중국 고전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를 각색한 작품이다. 원작의 비극성에 희극적 요소를 곁들여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2015년 이 작품의 무대에서 유명을 달리한 배우 고 임홍식의 공손저구 역은 중견 배우 정진각이 이어받았다.
일정 1월 18일~2월 12일 장소 명동예술극장 연출 고선웅 출연 장두이, 하성광, 정진각 등
4) 아이다(AIDA)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되던 해 토니 상과 그래미상 등을 휩쓸었던 명작으로 한국에서는 2012년 이후 5년 만에 막이 오른다.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와 이집트 파라오의 딸인 암네리스, 두 여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라다메스 장군의 사랑을 노래한다.
일정 3월 11일까지 장소 샤롯데씨어터 연출 키스 배튼, 박칼린 출연 윤공주, 아이비 등
새해가 밝으면 저마다 새로운 계획과 소망으로 기분이 들뜨곤 하지만, 고은(高銀·84) 시인은 인생에 해가 더해질수록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가 살아온 80여 년의 세월 동안 먼저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던 넋들과 앞으로 생을 이어가며 맞이하게 될 죽음들에 대한 가책과 슬픔이 늘 그의 세상에 공존하기 때문이다. 생과 사의 엇갈림 속에서 살아남은 자로서의 사명을 다하는 방법으로 그는 오늘도 시를 쓴다. 시로써 삶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 자신의 길이라는 그는 역시 시로써 자신의 뜻을 나누고자 한다. 고 시인은 시집 으로 자신의 마음을 대변한다.
에 실린 시 ‘초혼’은 원고지 130장에 이르는 장시(長詩)다. 김소월의 ‘초혼(招魂)’과 제목도 같고 먼저 떠난 영혼들을 기린다는 점에서 의미도 함께한다. 고 시인이 직접 낭독하는 데만 1시간이 걸렸을 정도로 깊은 애도의 뜻이 담긴 진혼곡 같은 시다. 그런 그의 시와는 달리 죽음을 경계하고 자신의 삶, 꿈, 자아에만 열중하는 이들을 보면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는 고 시인이다.
“‘떠난 사람을 기억하는 게 대체 내 인생과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건 자신을 이루고 있는 세계를 과소평가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나를 존재하게 한 내 부모, 또 내 부모의 부모, 그 부모의 부모를 헤아려보면 끝없이 뻗어 있잖아요. 내 밑으로는 또 어떻습니까? 내 자녀, 손주, 손주의 자녀 등 그 또한 한없이 뻗어 나가겠죠. 그렇게 생각하면 나는 결코 분리된 나 하나가 아니에요. 그물망처럼 촘촘히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죠. 이 광대한 세상에서 하나의 삶을 구성하는 티끌로만 보이겠지만, 이 티끌이야말로 모든 우주를 담고 있어요. 나 자신은 곧 우주의 크기와 같죠. 그 안에서 죽음은 늘 우리와 함께합니다.”
혼자가 아닌 삶, 공적인 삶에 대한 의무
그는 나와 연결된 세상과 사람들을 인식했을 때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신중해진다고 말한다. 한 사람의 인생이 개인의 노력으로만 유지되는 것이 아니기에 겸손해지지 않을 수 없다고.
“6·25, 4·19, 성수대교 붕괴, 세월호 참사 등 역사에 남을 죽음뿐만 아니라 우리가 기억하지 못할 죽음까지 얼마나 많은 죽음이 우리 세상에서 일어납니까? 그런 의식 없이 나 혼자만 잘살겠다는 건 후안무치한 태도죠. 나는 정말 나 혼자가 아니에요. 예를 들어 내 속엔 수많은 기생충이 살고 있죠. 내가 입고 있는 옷은 누가 만드나요? 여러 사람의 기술과 손길이 닿아 있죠. 내가 쓴 모자, 안경, 마시는 커피까지 무엇 하나 나 혼자 이뤄낸 게 없어요. 그런데 어찌 내 존재만을 과시할 수 있겠어요. 나는 언제나 타자와 함께, 그들의 희생 속에 존재하는 거죠.”
고 시인은 이러한 인식이 자신을 미미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 아닌 삶을 더욱 풍성하게 채워준다고 조언했다.
“늘 떠난 자들의 넋을 어깨에 지고 애도하는 것이 산 자의 의무라고 생각해요. 얼핏 이타적인 삶이라 느낄지 모르겠지만 오히려 자신에게 이로운 점이 많아요. 혼자라고만 생각하면 그런 죽음 앞에 나는 참 비겁하고 가난한 존재잖아요. 그러나 나는 누군가를 기억하는 존재라고 느끼면 절대 공허하지 않죠. 나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자책할 것이 아니라 세계 속에 있는 나의 존재를 인식해야 해요. 그러면 삶의 책임감이 강해지고, 비로소 죽은 자 옆에 있을 수 있게 되죠. 이때 누군가는 죽고 나는 살아남았다는 가책이 생기기도 해요. 참 미안한 일이잖아요. 그럴 땐 그들의 못다 한 삶을 내가 대신 살아야 한다는 공적인 자아를 만들어내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면 더 최선을 다해 살 수밖에 없어요.”
‘슬픈 열대’ 100세여, 좀 염치코치 없으셔
에 실린 시 ‘작은 노래 9’를 보면 ‘이 세상은/ 오래/ 오래/ 있어야 할 곳 아니셔/ (중략) ‘슬픈 열대’ 100세여/ 좀 염치코치 없으셔’라는 내용이 나온다. 죽음을 멀리하고 삶에 연연해하는 이들을 항해 고 시인은 ‘염치코치 없다’고 재치 있게 표현했다.
“요즘은 100세 시대라고 하잖아요. 나에게도 사람들이 100세 되면 기념 시집을 꼭 내라고 이야기하는데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살다 보면 살아지는 것뿐이지, 그렇게 바라보면서 가지는 않으려 해요. 이 세상의 시간은 나의 것이기도 하지만 타인의 것이기도 하잖아요. 다 가지려고 하는 건 탐욕이죠. 나이 들수록 생애 집착하기보다는 더 의연한 자세로 살아야 하는데, 오히려 죽음을 두려워하고 삶을 부여잡으려 하니….”
삶과 죽음에 대한 고 시인의 허심탄회한 감정은 ‘삼거리’라는 시에서 ‘나 또한 오지 않는 임종 같은 지긋지긋한 나이거니’라는 시구로 드러난다. 고 시인은 “죽음? 올 테면 오라!”고 초연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한 가지 염려스러운 부분은 있다고 고백한다.
“죽음이라는 건 나 역시 겪어보지 않았는데, 두려움이 왜 없겠소. 그러나 이런들 저런들 찾아오고야 마는 죽음이라면 즐겁게 받아들이자는 거지. 술자리 1차에서 2차를 가듯 신나게 생각하려 해요. 다만 지상에서의 사랑은 늘 아픔을 전제하는 법, 내가 죽고 나면 아내나 딸이 슬퍼할 것 아니에요. 어쩔 수 없이 사랑하는 사이라도 결국엔 누군가 먼저 죽는데, 그때 살아남은 이가 얼마나 가슴 아프겠어요. 먼저 간 이도 더 사랑하지 못하고 떠나니 원통할 테고. 이렇게 끝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사랑인데, 어찌 보면 모순이지요. 나의 죽음으로 인해 슬퍼할 이들만 아니라면 나는 내일이든 모레든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어요.”
시인생활 59년, 시집 여럿
근래 나온 그의 시집을 보며 인상 깊었던 점이 있다. 맨 앞장 시인의 소개란에 적힌 글귀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한 면을 가득 채울 정도로 화려한 경력이 빽빽했는데 이제는 단 열 자 남짓한 글귀만이 그의 시인 인생을 축약하고 있다. 지난해 나온 에도 그의 이름 두 자와 ‘시인생활 58년, 시집 여럿’이라는 문장 외에는 어떠한 수식어도 찾아볼 수 없다. 흰 종이 위 단출한 이력을 에워싼 여백은 빈 것이 아닌, 그의 겸손과 내공으로 이미 가득 차 있었다.
“사람들은 자꾸 뭘 쓰게 만들어요. 화려한 경력, 베스트셀러 그런 걸 자꾸 드러내고 채우려고 하는데 난 그게 싫더라고요. 시를 정말 많이 썼지만, 그렇다고 내가 그 시들을 다시 들춰보고 새기고 하는 건 아니거든요. 뭐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고. 우물에 물이 고여 있다고 그 물이 옛날의 그 물은 아니잖아요. 매일 새로 솟아나지. 내 시도 마찬가지예요. 늘 새롭게 태어나기 때문에 지난 것들에 매여 있을 틈이 없죠.”
하루하루를 새롭게 느끼고, 만물을 신비로이 여기는 그는 이 세상엔 아직 시로 쓰인 것보다 써야 할 것들이 더 많다고 이야기한다. “아직도 노래할 것을 노래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고 시인의 창작에 대한 갈증과 애착은 그의 시집 의 서문에서도 절절히 느낄 수 있다. ‘죽을 때도 죽어갈 때도 시를 쓸 수 있어?라고 내가 나에게 묻는다면 즉각의 자문자답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쓸 수 있다. 쓸 수 없다면 죽을 수 없을 것이다 라고.’ 평소 시는 인생의 동반자이자 존재 이유라 말하던 고 시인다웠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것(시를 짓는 것)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요. 시는 내 인생에서 떼어놓을 수 없지요. 이 세상에 시로 쓸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내 생애 안에서 그 나이마다 느끼고 발견하는 것들이 있으니 우물물 솟듯 계속 생겨날 수밖에. 죽음도 시라고 생각해요. 의식이 있다가 없는 세계로 탁! 가잖아요. 시처럼 놀랍죠. 아침에 지저귀는 새들, 벼랑 끝에 부딪히는 파도, 이 세상이 다 시 아닐까요?”
나를 가장 정직하게 표현하는 한 권의 세계
1988년 시집 을 펴내며 그는 “6월 투쟁의 대열에 우선 발 벗고 나서야 했다. 최루탄은 눈물 없어진 나를 눈물단지로 바꾸어주었다”며 “이 시대의 당위가 나를 서재의 집념에 머물러 있게 하는 여지를 허용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전 30권 예정인 도 매듭지었고, 원로시인으로서 입지를 단단히 굳힌 그이기에 이제는 서재에서 오롯이 시를 위해 전념하는 시간이 늘지 않았을지 궁금했다. 그의 첫마디에 어리석은 질문이었음을 깨달았다.
“이런 거(기자와의 인터뷰) 말이오. 이런 거 하느라고 시 쓸 시간을 빼앗기지. 또 다른 나라에까지 내 시가 알려지다 보니 해외 출장도 많아졌고. 그렇게 나가면 그냥 나가는 게 아니라 기조연설 쓰고, 그걸 또 외국어로 번역하고, 시도 낭송해야 하고. 가기 전이랑 다녀와서 이틀에서 사흘을 쉬어야 하니 이래저래 서재에 붙어 있을 시간이 없지요. 그런 상황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어요.”
요즘은 ‘초혼’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아주 긴 시를 준비하는 데 여념이 없다고 했다. 조금 전 그의 고충을 들었던 터라 서둘러 그를 서재로 보내드려야 할 것만 같아 냉큼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명사와 함께하는 북人북’에 빠지지 않는 명사의 추천 도서 목록 요청이었다. 형식을 파해야 했지만, 짧지만 분명하고 확신에 찬 그의 조언을 그대로 담기로 했다.
“나는 책으로 추천하고 싶지가 않아요. 그보다는 자기 자신을 아주 정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세계가 하나 있어요. 누구든 백범 김구 선생의 를 꼭 읽었으면 합니다. 더 추천할 것도 없어요. 우선 그것부터 읽어보라 하시오. 그러고 나면 자신에게 필요한 게 뭔지 스스로 알게 될 테니!”
반려동물등록제가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반려동물의 복지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5227마리의 유기동물이 발생했다. 연간 4000마리 넘는 반려동물이 거리에서 버려지거나 주인을 잃고 있다.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당신에게 꼭 필요한 반려동물등록제에 대해서 알아본다.
자료제공 웹진
동물등록제
2014년 1월 1일부터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은 전국 시·군·구청에 반드시 동물등록을 해야 한다. 단, 동물등록 업무를 대행하는 사람을 지정할 수 없는 읍·면 및 도서(島嶼) 지역은 제외되며 반려견을 등록하지 않을 경우 4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현재는 반려견만 해당된다. 최근 고양이도 동물등록제 대상으로 확대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나 검토 중이다.
동물등록 방법
01 내장형 무선식별장치 개체 삽입
02 외장형 무선식별장치 부착
03 등록인식표 부착
동물등록은 왜 해야 하나요?
산책 중 혹은 집에서 잃어버린 반려동물을 쉽게 찾고, 유기동물로 인한 질병 및 전염병 예방 및 유기·유실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동물등록제를 마쳤다면, 반려동물을 잃어버렸을 때 동물보호관리시스템(www.animal.go.kr)의 동물등록정보를 통해 쉽게 찾을 수 있다. 유기견 보호소에는 하루에 약 300마리의 유기견들이 들어온다. 각 보호소마다 상황이 다르지만 22일 안에 주인을 못 찾은 유기견은 대부분 안락사시킨다.
개와 함께 외출할 때는
반려인의 성명, 전화번호, 동물등록번호가 표시된 인식표를 착용시켜야 한다.
반려동물 인식장치의 종류
01 내장형 무선식별장치
마이크로칩은 안전할까? 동물등록제에 사용되는 마이크로칩(RFID, 무선전자개체식별장치)은 체내 이물 반응이 없는 재질로 코팅된 쌀알 크기의 동물용 의료기기다. 동물용 의료기기 기준규격에 맞는 제품이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 기준규격, 국제규격에 적합한 제품만 사용하고 있다. 강아지 목덜미 부위에 내장형 마이크로칩을 삽입하면, 리더기로 바코드 등록번호를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애완견이 유기되었을 때, 이 칩을 확인해서 소유주에게 통보한다. 가격은 4만원대로 제법 고가다.
02 외장형 무선식별장치-목걸이형
외장형 무선식별장치란, 펜던트 같은 목걸이형으로 강아지 목에 걸어주는 장치다. 상시 목에 착용시켜도 되고, 산책 갈 때 목줄이나 리드 줄에 걸어도 된다. 단점이라면, 유기되었을 때 누군가 외장형 목걸이를 떼어버리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에 내장형을 추천한다. 2만원에 제작이 가능하며 많은 사람이 등록하는 방법이다.
03 등록인식표 부착-강아지 이름표
마지막 방법은 등록인식표를 강아지 목에 걸어주는 것이다. 반려동물등록제 방법 중 가장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아볼 수 있는 등록인식표를 목걸이 형태로 부착시키면 된다. 보호자가 가지고 있는 일반 강아지 목걸이에 각인하거나 스티커를 붙인다. 이름, 전화번호 등과 같은 간단한 인적사항을 적는다.
※ 2008년에 시작된 반려동물 등록은 2014년부터 의무화되었으며, 2015년 말 기준 총 97만9000마리가 등록되었다.
동물 등록비용 할인 대상
01 전액 감면
•장애인복지법 제40조에 따른 장애인 보조견을
등록하는 경우
•유기견을 입양 또는 기증받아 등록하는 경우
02 50% 감면
•무선식별장치(내장형)가 장착된 동물을 등록하는 경우
•무선식별장치를 훼손 또는 분실해 재등록하는 경우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2조 제2호에 따른 수급자가 등록하는 경우
•중성화 수술을 한 동물을 등록하는 경우
•3마리 이상 등록하는 경우(3마리째부터 적용)
반려견을 자유롭게 뛰어놀게 하고 싶어요
반려견을 자유롭게 뛰어놀게 하고 싶지만 장소가 마땅치 않아 목줄을 채우고 산책을 해야 한다. 이러한 불편함을 배려해 서울시에서는 반려견이 목줄 없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강아지 전용 놀이터를 운영하고 있다. 강아지 전용 놀이터는 서울에 거주하지 않아도 동물등록을 마친 반려견이라면 반려인과 함께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세 곳 모두 중·소형견과 대형견의 놀이공간이 구별되어 있으며, 편의를 위해 음수대와 배변장소, 휴식공간도 마련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