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hibition
◇퓰리처상 사진전
일정 10월 18일까지 장소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
언론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퓰리처상 사진전이 6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1942년부터 2020년 퓰리처상 수상작까지 총 134점의 수상작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는 지난해 한국인 최초로 사진 부문에서 수상한 로이터통신 김경훈 기자의 작품도 공개된다. 제3전시실에서는 2014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취재 도중 사망한 여성 종군기자 안야 니드링하우스를 기념하는 특별전을 진행한다. 수상작과 더불어 다큐멘터리 필름과 퓰리처상 주요 수상작을 미디어 아트로 구성한 영상 콘텐츠도 제공한다.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0
일정 9월 30일까지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국립현대미술관과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진행한 ‘프로젝트 해시태그’ 공모사업의 결과 보고전이다. 전시에 참여한 ‘강남버그’와 ‘SQC’는 디자이너, 건축가, 연구자로 구성된 팀으로 서로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창작자들 간 협업을 지원하는 사업 취지에 따라 선발됐다. 이번 전시에서 강남버그는 ‘천하제일 뎃생대회’, ‘강남버스’ 등 강남의 과거와 현재를 표현한 작품으로 한국 사회의 쟁점을 날카롭게 분석한다. SQC는 젠트리피케이션 과정에서 밀려난 종로3가 소수자를 ‘도시퀴어’라 명명하며 이들의 문제에 주목한다.
◇새 보물 납시었네, 신국보보물전 2017-2019
일정 9월 27일까지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신규 지정된 국보·보물을 공개한다. 국보 제151-1호 ‘조선왕조실록 정족산사고본’을 비롯해 총 83건 196점이 모습을 드러낸다. ‘역사를 지키다’, ‘예술을 펼치다’, ‘염원을 담다’ 등 총 3부로 구성돼 각각 기록유산과 예술품, 불교 문화재를 소개한다. 전시실 입구에서 보여주는 국보와 보물에 대한 전문가와 시민들의 인터뷰와 영상은 문화유산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제공한다. 전시장을 찾지 못하는 관람객을 위해서 박물관 누리집을 통해 온라인 전시도 진행한다.
◇명상 Mindfulness
일정 9월 27일까지 장소 피크닉
‘코로나블루’를 겪는 현대인들을 위한 맞춤형 전시. 명상이 주는 힘과 의미를 회화, 영상, 공간디자인 등 총 8점의 설치미술 작품으로 설명한다. 영화감독 데이비드 린치, 대만 작가 차웨이 차이, 미디어 아티스트 미야지마 타츠오 등 실제로 수행을 실천하는 각 분야 예술인들이 전시에 참여한다. 동양적이고 자연적인 느낌을 주는 나선형 구조의 설치작품 ‘느리게 걷기’, 공간 전체를 주황빛으로 연출한 작품 ‘공간’ 등 신비로운 분위기가 감도는 작품들을 곳곳에 배치해 관람객들이 작품보다는 내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 Stage
◇캣츠
일정 9월 9일~11월 8일 장소 샤롯데씨어터 연출 트레버 넌 출연 조아나 암필, 앨리스 배트, 헤이든 바움 등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로 T.S. 엘리엇의 우화집이 원작이다. ‘젤리클 축제’에 모인 고양이들의 다양한 사연을 통해 인생의 희로애락을 표현한다. 초연 40주년을 기념해 세계적인 디바 ‘조아나 암필’, 한국인이 사랑하는 월드스타 ‘브래드 리틀’ 등 최고의 기량을 갖춘 배우들이 함께한다. 2017년 한국 뮤지컬 사상 최초 200만 관객을 돌파한 이후 진행되는 첫 공연이다.
◇킹키부츠
일정 11월 1일까지 장소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연출 조광화 출연 이석훈, 박은태, 김지우 등
팝 가수 신디 로퍼가 작사·작곡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폐업 위기에 처한 구두공장을 살리기 위해 여장 남자용 부츠 판매에 뛰어든 두 남자의 도전기를 담았다. 1980년대 영국 W.J. 브룩스 공장의 실제 성공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마리퀴리
일정 9월 27일까지 장소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연출 김태형 출연 김소향, 옥주현, 김히어라 등
과학자 ‘마리퀴리’의 삶을 각색한 팩션 뮤지컬로 리튬 발견이라는 업적 뒤에 가려진 인간 마리퀴리의 고뇌를 밀도 있게 그렸다. 초연 당시 5인조였던 라이브 밴드를 7인조로 보강해 무대의 완성도를 높였다.
● Movie
◇오! 문희
개봉 9월 2일 장르 코미디, 드라마 감독 정세교 출연 나문희, 이희준, 최원영, 박지영 등
평화로운 농촌마을, 뺑소니 사고의 유일한 목격자 ‘문희’와 그의 아들 ‘두원’이 직접 범인을 찾아 나서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관록이 빛나는 나문희와 리얼리티 연기의 대가 이희준의 호흡이 작품에 재미를 더한다. 특히 59년 연기 인생 최초로 액션에 도전한 나문희는 나무에 오르고 트랙터로 논두렁을 달리는 등 지금껏 보여준 적 없는 모습을 선보여 기대를 모은다. 정세교 감독이 나문희를 상상하며 시나리오를 쓴 만큼 ‘문희’가 나문희의 ‘인생 캐릭터’로 새롭게 등극할지 주목된다.
◇카일라스 가는 길
개봉 9월 3일 장르 다큐멘터리 감독 정형민 출연 이춘숙
80대 최고령 오지탐험가 이춘숙 씨의 ‘카일라스’ 순례 여정기를 담은 로드무비다. 자연을 거닐며 인생을 돌아보고 다시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는 이 씨의 모습이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개봉 9월 예정 장르 액션 감독 매튜 본 출연 랄프 파인즈, 해리스 딕킨슨 등
킹스맨 시리즈의 프리퀄 영화로 베일에 싸여 있던 킹스맨의 기원을 밝힌다. 제1차 세계대전 무렵 전쟁을 모의하는 폭군과 범죄자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 Book
◇나는 당신이 오래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박주홍 저·비타북스)
대한민국 치매 주치의 박주홍 박사가 치매 예방에 좋은 생활 루틴을 제안한다. 컴퓨터를 배우며 치매를 늦춘 할머니, 꾸준한 산책으로 기억력이 개선된 환자 등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뇌 활성화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8개 지압법과 31가지 부위별 뇌 강화 운동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소개한다.
◇소설여행 (김유정 저·나무나무)
‘냉정과 열정 사이’의 피렌체,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발리 등 소설 속 도시를 향해 떠난 작가의 에세이. 17곳의 여행지 소개와 더불어 소설의 의미를 작가만의 방식으로 해석한다.
◇코로나가 시장을 바꾼다 (이준영 저·21세기북스)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 공저자인 이준영 교수가 코로나19 이후 변화한 소비 트렌드를 7개 키워드로 정리했다. ‘홈코노미’, ‘로컬리즘’ 등 포스트코로나 시대 소비 지형을 조망한다.
◇그럼에도 삶에 ‘예’라고 답할 때 (빅터 프랭클 저·청아출판사)
나치 강제수용소에서 살아남은 빅터 프랭클이 1946년 오스트리아의 한 시민대학에서 했던 강연을 책으로 옮겼다. 고난 속에서도 삶에 대한 긍정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정보원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짧은 여름방학에 맞춰 시원하게 문화바캉스를 즐기고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소개했습니다.
문화비 소득공제는 총 급여 7000만 원 이하 근로소득자를 대상으로 도서구입비, 공연관람료 및 박물관·미술관 입장료에 대해 최대 100만 원 이내에서 소득공제를 해주는 제도로, 문화비 소득공제 홈페이지에서 소득공제 제공 사업자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꿩먹고 알먹고! 올 여름 문화바캉스 즐기고 연말에 소득공제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문화비 소득공제는 한국문화정보원에 등록된 사업자에게 책(잡지제외), 공연 티켓, 박물관 미술관 입장료를 구매 결제할 경우에만 혜택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도서 구입 소득공제 인정 범위 ISBN 979, 978로 시작되는 도서(잡지류는 해당되지 않습니다.)와 ECN이 있는 전자책, 중고책(개인 간 거래는 포함되지 않습니다.)이 해당됩니다. 단 도서와 전자책의 대여비, 문구 등과 결합된 도서(MD 기획 제품)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공연비 소득공제 인정 범위 예매, 취소수수료를 포함한 공연티켓 구입비, 공연에 특화된 축제·행사 관람권(단 공연정보가 티켓 등에 표기돼 있고, 공연티켓 형태로 가격이 책정돼 판매될 경우만)이 해당됩니다. 단 기획상품, 개인 간 중고티켓 거래, 주차비 등이 포함된 공연티켓과 회원권의 구매 및 가입비 등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박물관·미술관 입장료 소득공제 인정 범위 관람(1일 교육·체험 프로그램 포함)을 목적으로 한 입장권이 해당됩니다. 단 기념품, 음료 등 박물관·미술관에서 판매하는 상품과 장기 교육 강좌 비용, 주차비 등이 포함된 회원권 가입비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 한국문화정보원에 등록된 박물관과 미술관만 해당됩니다.
2021년 문화비 소득공제 신문 정기구독료(종이신문) 확대 시행 2021년 1월부터는 신문구독료까지 소득공제됩니다.
단, 2021년 1월 1일 신문구독 결제분부터 소득공제 반영되며 한국문화정보원에 등록된 신문 사업자에게 구매 시 가능합니다.
※ 정기구독하는 종이신문만 해당합니다.
연말정산에 문화비 소득공제가 누락됐을 경우
혹시 소득공제가 누락됐다면 해결 방법은 다음의 순서와 같습니다.
①문화비 사용분의 기타란에 누락된 금액을 직접 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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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박물관미술관 주간에서 다양한 체험 활동을 즐길 수 있습니다.
8월 14일 부터 문화N티켓을 통해 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 Exhibition
◇빅 아이즈
일정 9월 27일까지 장소 마이아트뮤지엄
큰 눈의 어린아이 그림으로 이름을 알린 미국 여성 화가 마거릿 킨의 아시아 최초 회고전이다. 팀 버튼의 동명 영화로 알려진 ‘빅 아이즈’ 시리즈를 비롯해 긴 얼굴의 여인 등 다양한 화풍의 원작 13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195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의 작품을 총망라해, ‘빅 아이즈와 키치’, ‘이름을 되찾은 화가’, ‘킨의 현재와 그 영향력’ 등 작가의 삶의 변화에 따라 5부로 구성했다. 전시기간 중에는 도슨트 운영과 함께 키즈 아틀리에와 시즌 이벤트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낯선 전쟁
일정 9월 20일까지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계기로 마련된 대규모 기획전이다. 한국전쟁으로 인한 피해와 상처를 극복하고, 전쟁과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등 전 지구적 재난 속에서 미술을 통한 치유와 평화의 비전을 제시한다. 전시는 ‘낯선 전쟁의 기억’, ‘전쟁과 함께 살다’ 등 4부로 나눴다. 한국전쟁 당시 피난길에서 제작된 작품부터 시리아 난민을 그린 동시대 작품까지 폭넓게 다룬다. 드로잉, 회화, 영상, 뉴미디어, 퍼포먼스 등 장르를 넘어 전쟁을 소재로 한 국내외 작가 50여 명의 작품 25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다.
◇2020 서울사진축제
일정 8월 16일까지 장소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올해로 11회를 맞이한 ‘2020 서울사진축제’다. 이번에는 ‘카메라당 전성시대’, ‘보고싶어서’ 2개 전시로 구성했다. 한국 사진사 연속 기획전인 ‘카메라당 전성시대’(부제 ‘작가의 탄생과 공모전 연대기’)는 공모전 제도를 중심으로 1910년부터 1980년대 초까지 한국 사진사를 조망한다. 주제 기획전 ‘보고싶어서’는 일상을 주제로 한 가족사진, 풍경사진 등을 통해 사진 본래의 의미를 짚어본다. 사회적 거리 두기 상황인 만큼, SNS를 통해 ‘작가×비평가의 만남’, ‘작가 소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퀘이 형제: 도미토리움으로의 초대展
일정 10월 4일까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세계적인 애니메이터인 스티븐 퀘이와 티모시 퀘이 쌍둥이 형제의 작품세계를 다각도로 조명한다. 형제 특유의 괴기스럽고도 동화적인 분위기를 보여주는 애니메이션, 확대경, 일러스트레이션, 초기 드로잉 등 100여 점이 전시된다. 특히 뉴욕 현대미술관에 선보인 바 있는 ‘도미토리움’은 형제의 예술세계와 철학을 함축하는 애니메이션 세트 작품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번 전시에서는 퍼핏 애니메이션(인형을 움직여 촬영하는 기법이나 작품)이라는 매체를 통해 생동감 넘치는 초현실적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 Stage
◇더 모먼트
일정 9월 6일까지 장소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 연출 표상아 출연 박시원, 유성재, 강정우 등
각자의 사정으로 깊은 산골 산장을 찾게 된 세 남자가 하나의 노트를 단서로 얽히고설킨 비밀과 사건을 풀어간다. 코믹, 판타지, 멜로,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른다. 시공간을 뛰어넘어 과거와 소통하고 미래와 만나는 판타지 요소로 극의 흥미를 더한다. 긴장감 넘치는 세 인물의 감정이 피아노, 바이올린 라이브 연주를 통해 생생하고 드라마틱하게 전달된다.
◇렌트
일정 8월 23일까지 장소 디큐브아트센터 연출 이재은 출연 오종혁, 아이비, 김호영 등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을 현대화한 작품으로, 뉴욕 이스트 빌리지에 모여 사는 가난한 예술가들의 꿈과 열정을 그린다. 한국 공연 20주년을 맞아 오리지널 브로드웨이 협력 연출가인 앤디 세뇨르 주니어가 함께 무대를 완성했다.
◇베르테르
일정 8월 28일~11월 1일 장소 광림아트센터 BBCH홀 연출 조광화 출연 엄기준, 유연석, 규현 등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원작으로 한 대한민국 대표 창작 뮤지컬. ‘베르테르’와 ‘롯데’ 두 주인공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가 현악기 중심의 오케스트라 선율과 어우러져 애틋한 감성을 증폭시킨다.
● Movie
◇오케이 마담
개봉 8월 예정 장르 코미디, 액션 감독 이철하 출연 엄정화, 박성웅, 이상윤, 배정남 등
생애 첫 해외여행에서 비행기 납치 사건에 휘말린 중년 부부의 좌충우돌 구출 작전이 펼쳐진다. 아내 ‘미영’ 역을 위해 수개월 동안 액션을 연마한 엄정화의 연기 변신이 기대를 모은다. 남편 ‘석환’ 역으로 출연하는 박성웅은 그간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과 대비되는 익살스러운 연기로 반전 매력을 선사한다. 스크린 첫 악역에 도전하는 이상윤 역시 테러리스트 리철승 역을 소화하며 고난도 액션을 펼칠 예정이다. ‘검사외전’, ‘신세계’ 등을 작업했던 충무로 흥행 제작진의 합류로 작품의 완성도를 더했다.
◇큐리오사
개봉 8월 6일 장르 드라마, 멜로 감독 루 주네 출연 노에미 메를랑, 니엘스 슈나이더 등
19세기 파리 시인 피에르와 그의 연인 마리가 주고받은 편지와 시, 사진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 ‘여성의 성적인 자유’라는 주제를 관능적인 미장센과 감각적인 음악을 통해 고혹적으로 표현했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개봉 8월 5일 장르 범죄, 액션 감독 홍원찬 출연 황정민, 이정재, 박정민, 최희서 등
마지막 청부살인 미션에 나선 암살자와 그를 쫓는 무자비한 추격자의 치열한 사투를 그린다. 배우들의 맨몸 액션부터 태국 현지를 배경으로 한 시가전까지 박진감 넘치는 시퀀스를 선보인다.
● Book
◇50부터는 물건은 뺄셈 마음은 덧셈 ()이노우에 가즈코 저 ·센시오
50대를 살거나, 살아갈 이들에게 일상의 변화를 통해 풍요로운 삶을 가꾸는 비결을 제안한다. 저자는 나이가 들수록 물건이나 관계에 대한 집착은 버리고 오직 자신을 위한 시간과 감정을 더하라 말한다. 50대부터는 절대 사지 말아야 할 물건 리스트, 집안일 줄이기, 내가 좋아하는 일 찾기 등 실질적인 방법들을 상세히 설명한다.
◇죽음을 배우는 시간 (김현아 저·창비)
중년 이후 고민해야 할 노화와 죽음의 의미부터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법까지 ‘죽음 공부’의 전반을 다룬다. 주체적으로 준비하는 죽음의 중요성과 그 매뉴얼을 구체적으로 정리했다.
◇세로토닌 (미셸 우엘벡 저·문학동네)
지독한 권태와 무력감에 ‘자발적 실종자’가 되기로 결심한 중년 남성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을 소재로 행복의 조건을 탐구하고 현대인의 고독과 우울을 묘사한다.
◇진짜 캠핑 요리 (이미경 저·상상출판)
조리 도구나 음식 솜씨가 부족해도 캠핑의 낭만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레시피를 소개한다. 구이, 전골, 디저트 등 다양한 캠핑 요리 비법과 더불어 캠핑 짐 꾸리기 노하우 등을 일러준다.
조가비는 조개 등의 껍데기라는 뜻이다. 조개껍데기 또는 패갑(貝甲), 합각(蛤殼)이라고도 부른다. 세계 조가비박물관은 제주도 서귀포시 서홍동의 천지연폭포 옆 외돌개 근처에 있다. 아름다운 조가비와 산호를 주제로 하여 운영되고 있는 전문 박물관이다. 1979년도부터 제주와 세계에서 수십 년간 수집된 다양한 조가비를 진열해놨다.
지난 2월에 박물관 현장을 찾아갔다. 전시된 모든 조가비가 본래의 형태를 유지한 채 바다의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다. 서양화가 출신 여성인 박물관장이 국내외를 돌아다니면서 직접 채취하고 수집했단다. 전시된 작품의 수가 8,800여 종 수억 점이나 된다.
많은 국내외 관광객이 찾으면서 제주 여행의 주요코스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3층 단독 건물이 온통 조가비로 가득 차, 있었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전시된 조가비 하나하나가 작품처럼 아름답고 환상적이다. 바닷속의 보물을 찾은 느낌이다. 전시된 작품 중에서 몇몇 작품을 소개한다.
세계 조가비 축제에서 월드미스 조가비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산호라는 무대 위에서 화려한 색을 뽐내며 자연의 매력을 보여주어 월드미스 조가비로 선정되었다는 것이다. 내세울 만한 작품 실력으로 보인다.
여기에 전시된 다양한 소라껍데기에서 바다 소리를 직접 체험했다. 소라껍데기를 귀에 대었더니 다양한 진동 소리가 난다. 소라껍데기가 자신의 내부 구조와 고유하게 어울리는 소리가 들린다. 소라껍데기는 주변의 여러 가지 소리 중에서도 자신에게 맞는 고유 진동 수의 소리에 맞추어 진동 폭이 증가하고 있으며 우리는 그 소리를 들었다.
바늘바퀴고둥은 아주 작은 소라와 비슷한 모습이다. 조간대에서 수심이 20m의 암반지대에서 생육한다. 일본에 분포하고 있으며 신비로운 모습이다. 어깨뿔배꼽고둥은 수심 20~50m의 바위자갈 바닥에서 서식하는 조가비다. 주요 분포지는 필리핀. 검은망치조개는 인도태평양 지역에 분포하고 망치모양을 하고 있으며 수가 적은 패류이다.
유리고둥은 우리나라에서 서식한다. 조간대에서 수심 20m의 일반 지대에 서식한다. 노랑달팽이의 패각은 중심형에서 대형까지 이른다. 형체는 원추형으로 필리핀 등 아시아 지역에 분포한다. 장군나팔고둥은 나팔 형태의 큰 고둥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에 분포한다. 그네를 타는 조가비는 여러 가지 조가비를 혼합하여 구성하였다.
가시뿔국화조개는 수심 20m 이내의 바위 바닥에 자라며 서태평양 지역에 서식한다. 눈꽃날개뿔소라는 수심 100~400m의 바위 자갈 바닥에서 자라며 일본과 필리핀 등에 서식한다. 멕시코 전복조개는 우리나라 전복과 거의 비슷한 형태다. 둥근배무래기는 아주 작은 조개류이며 우리나라에 자생한다. 황금색대추고둥은 인도와 호주에서 서식하고 흰입주름대추고둥은 열대태평양 지역에 서식하는 조가비다. 큰 핑크고둥은 핑크색의 큰 고둥이다.
세계조가비박물관은 예술적이고 환상적인 박물관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선정한 우수 박물관이며 제주관광 대상을 받기도 한 명품박물관이다. 조가비의 특징을 바탕으로 관광객들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제공한다. 단순히 조가비 수집품을 전시하는 차원을 넘어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키고자 하는 것이 이 박물관의 특징이다.
추웠던 겨울도 서서히 마무리 되는 2월!
새콤달콤 딸기와 싱싱한 대게가 제철을 맞아 이를 주제로 한 지역 축제들이 열리고요~
2월 8일 정월대보름 맞이 행사와 이른 봄을 만날 수 있는 매화축제까지…
다양한 축제와 행사 즐기시고 올 겨울도 알차게 마무리해보세요!
# 2020 삼척 정월대보름제
일정 2월 7~9일 장소 엑스포광장 및 오십천둔치 일원
정월대보름을 맞아 1973년 음력 정월보름날부터 시작된 행사다. 삼척 고유의 기줄다리기를 비롯해 천신, 지신, 해신에게 소재 초복과 풍년, 풍어를 기원하는 제례행사와 전통 민속놀이 등이 펼쳐진다.
# 휴애리 매화축제
일정 2월 7일~3월 8일 장소 제주 휴애리 매화정원
봄의 전령사인 매화를 한껏 만낄할 수 있는 휴애리의 계절축제다. 행사 기간 동물먹이주기체험, 승마체험, 거위쇼 관람과 더불어 다양한 전통놀이 체험과 상설 체험 프로그램을, 갤러리팡 사진전 등을 즐길 수 있다.
# 논산딸기축제
일정 2월 19~23일 장소 논산천둔치 관내 딸기밥
제철 딸기를 직접 수확하고, 딸기케이크 만들기, 딸기잼 만들기, 딸기 드론 만들기, 딸기 공예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체험해볼 수 있다. 논산시민과 함께하는 밴드공연, 난타공연, 불꽃놀이 등도 함께 개최한다.
# 영덕대게축제
일정 2월 20~23일 장소 영덕 강구항 일원
올해로 23회째를 맞은 대게 축제로, 올해는 ‘왕이 사랑한 영덕대게의 꿈!’을 테마로 열린다. 영덕대게를 비롯한 다양한 해산물을 맛볼 뿐만 아니라, 풍물퍼레이드를 비롯한 콘서트와 버스킹도 감상할 수 있다.
# 울진대게와 붉은대게 축제
일정 2월 27일~3월 1일 장소 울진 후포항 왕돌초 광장 일원
울진군의 특산물인 대게를 알리고,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된 지역 대표 행사다. 대게를 활용한 다양한 시식, 체험 행사와 더불어 다채로운 퍼포먼스와 콘서트와 문화공연도 즐기며 풍족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 2020 포항 구룡포대게축제
일정 2월 28일~3월 1일 장소 포항 구룡포 아라광장 일원
전국 최대 대게 생산지인 포항 구룡포에서, 많은 생산량을 기반으로 저렴한 가격의 구룡포대게를 널리 알리기 위해 지난해부터 개최한 축제다. 대게낚시, 대게퓨전요리 이벤트, 대게깜짝경매 등을 진행한다.
그녀는 오랫동안 암 투병을 했다. 유방암 말기 진단을 받았었다니 실로 격렬한 싸움이었을 게다. 음산한 죽음의 공기를 숨 쉬며 처절하게 견뎠을 게다. 알고 보면 하등에 슬퍼할 이유가 없는 게 죽음이라는 고상한 소식도 있지만, 일단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칠 수밖에 없는 게 사람의 본능이지 않은가. 한때 ‘극단적인 선택’까지 고려했었다는 이윤경(56) 씨는 불굴의 의지로 결국은 10여 년 만에 암을 물리쳤다. 투병 후반의 귀농이 일종의 묘약이었다.
인생이란 미스터리. 암과 조우하게 될 줄을 어이 알았겠는가. 지독한 지뢰가 매설된 게 삶이라는 전선(戰線)임을 어이 짐작했겠는가. 고난이 깊고 길어 하늘도 땅도 어두웠겠지. 그러나 다 지나갔다. 투병을 통해 세상을 건너는 방법을 터득한 덕일까. 이윤경 씨의 귀농생활엔 별다른 결함이나 한숨이 없다. 공연스레 지지고 볶는 강박이 없으며, 불확실성을 명백한 특징으로 하는 농업을 여우처럼 노련하게 운영해온 결과 딱히 내세울 만한 실패 기록이 없다. 귀농의 보편적 실정을 들여다본 사람들은 이미 다 안다. 그게 험악한 고행이라는 것을. 오직 그녀만이 예외라 쳐도 무방할 거라는 생각마저 든다.
이윤경 씨가 평택시 외곽의 시골로 귀농한 건 2013년, 암 투병 말엽. 방사선 치료 30회와 항암제 투약 등, 양방을 통해 해볼 건 다 해본 뒤의 귀농이었다. 항암에 좋다는 약초를 찾아 손수 재배해 먹는 자연요법으로 완치를 앞당길 수 있을 거라는 기대 하나를 품고서였다지. 사전 준비는 그지없이 충실했던 것으로 보인다. 우선은 유능한 약초를 찾아내기 위해 국내외 자료를 섭렵했고, 재배 현장을 견학하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다. 귀농지 물색에도 남달리 신중한 공을 들였다. 마지막으로 자그만 텃밭에다 갖가지 약용작물을 시험 재배, 생육의 양상을 관찰하며 재배 기술을 익혔다. 이 모든 과정을 주도한 건 남편 최창학(59) 씨였다. 국어교사였던 그는 아내를 살리기 위해 사표를 던지고 충직한 신하처럼 충성을 다했다. 그러하니 이 부부의 노정기는 차라리 멜로드라마. 뒤돌아보면, 아마도 모든 게 사랑이지 않을까.
“긍정적인 생각을 놓지 않도록 남편이 저를 자주 세뇌했어요. 농사 근육이 없는 남자임에도 관절이 망가지도록 농사에 열성을 다했고요. 덕분에 좋은 결과가 왔지요. 마침내 완치 판정을 받았으니까. 지금은 1년에 한 차례씩 추적 관찰을 위해 병원을 찾을 뿐이에요.”
“10여 년에 걸친 투병의 고통과 고독이라니. 상상만 해도 아찔합니다.”
“가혹한 전쟁을 치른 기분이었어요. 온몸 열여덟 곳으로 전이가 돼 강도 높은 항암치료를 받아야만 했어요. 거의 사람이라고 할 수 없을 지경의 몰골로 지낸 시간이 길었지요. 삶이라고 할 수 없는 삶이었어요. 뼛속까지 파고드는 통증도 견디기 어려웠지만, 연일 이어지는 불면증이 가장 괴로웠어요. 우울증도 심했고요.”
“애초 기대했던 자연 요법의 효과로 마침내 완치 판정을 받았다고 보시나요?”
“기대 이상의 효험을 봤다고 생각해요. 몸이 서서히 회복되면서 운동 이상의 노동량을 감당하기 시작했는데, 그 역시 치유에 가속을 붙여줬던 것 같아요. 완치 판정을 받은 뒤로는 매사에 자신감이 생겼지요. 특히 약용작물 재배의 유익함, 즉 곤경에 처한 환자들에게 긍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농사라는 것, 따라서 그게 유망한 농업일 거라는 판단을 했던 거예요.”
“부부 공히 농사 초심자였죠? 그럼에도 유망한 농업 장르라는 걸 대뜸 찾아냈군요.”
“소소한 시행착오가 없진 않았지만 비교적 순조롭게 정착했어요. 제가 약으로 먹기 위해 텃밭에 시험 재배했던 초기의 경험을 기반 삼아 본격적인 사업으로 확장해나갔어요. 남들이 흔히 하지 않는 새로운 트렌드의 작물들을 발굴해나간 게 적중했고요.”
연간 순소득 1억 원
창의(創意)라는 것. 기존에 없었던 기발한 고안의 힘이라는 것. 이윤경 씨 내외는 이 매력적인 기제를 농사에 도입했다. 강장(强壯)과 치병에 좋다는 약용작물을 집약적으로 재배할 경우 승산이 충분하다고 봤던 것이다. 그리고 그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썩 괜찮은 약용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장으로 입소문이 나며 성장세를 탈 수 있었다는 게 아닌가. ‘다믈농장’이라는 이름이 붙은 농장의 규모는 약 4500평. 이 중 3분의 1쯤 되는 부지에 온갖 작물을 재배한다.
사람들의 관심을 산 첫 작목은 스테비아. 남미가 고향인 이 국화과 다년초는 설탕보다 200~300배 정도 달지만 혈당에 영향을 주지 않는 특성이 당뇨병 환자에게 효용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윤경 씨는 이 스테비아를 재배+ 생산해 독특한 성과를 거두었다. 몇몇 매체에 소개되면서 신생 농장의 존재가 단박에 부각됐던 것. 이후 너도나도 스테비아 농사에 뛰어드는 바람에 시장성이 악화됐지만 그녀에겐 인상적인 경험이었다.
이후 더욱 박차를 가해 다종다양한 작물들을 재배해나갔다. 뉴욕타임스가 20대 건강식품의 하나로 선정한 히카마, ‘기적의 식물’이라는 모링가, ‘페루의 인삼’으로 통하는 마카, 샛노란 과일이 달리는 구아바, 삼채 등 똘똘한 외래종 약용식물을 비롯해 블루베리, 체리 같은 과수와 상추·고추·오이·작두콩·수세미 따위의 갖가지 채소류를 기르고 있다.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지경의 다작을 해왔다 하니 햐! 놀랍다.
“새롭고 뛰어난 작물을 발굴하기 위해 늘 공부했어요. 그러면서 어느덧 수백 종으로 작물 수효가 늘었죠. 대별하자면, 특용작물과 과수, 그리고 양봉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양봉까지? 부부가 모든 일을 전담하는 거예요?”
“그렇죠. 인건비에 돈을 쓰지 않으려면 직접 해내는 수밖에 없으니까. 애환이 많았어요. 새 작물 재배에 실패하기도 했고, 종묘 업자에게 속기도 했어요. 예초기 사고로 남편의 시신경에 손상도 왔었고, 농기계를 다루다 뼈가 바스라지기도 했지요. 저는 벌에 쏘여 병원 신세를 진 적도 있어요. 팔뚝이 몸뚱이보다 더 크게 퉁퉁 붓던걸요.(웃음)”
“농산물 가공 작업과 판로 확보 문제도 쉽지 않겠죠?”
“어느 한 가지 쉬운 게 없지요. 가령, 하나의 새 작물을 선정했다 할 경우, 우선은 재배에 성공해 수확을 해야 합니다. 수확 뒤엔 생물로 팔 것인가, 가공 판매를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죠. 가공엔 손이 많이 가는데, 건조 분쇄를 하고, 디자인과 스티커 작업을 통한 소포장을 마친 뒤 완제품검사 대행업체에 보내 품질검사를 의뢰해요. 거기서 합격성적서가 나오면 비로소 판매에 나서는 거죠. 결정적인 건 역시나 판로 문제이지요. 저희는 주로 SNS나 로컬푸드마켓,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고객들을 통해 거의 완판하고 있어요. 이렇게 해서 연간 1억 원 정도의 순소득을 올리고 있지요.”
이런! 드문 고소득이다. 당연하게도 인근 농가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음마야, 항상 요상한 것만 가져와 기른다!” 그렇게 눈총을 주던 이웃들이 이젠 덩달아 약용작물 재배에 나서기도 한다지. 이윤경 씨는 향후 농장을 본때 있는 사회적 기업으로 키워나가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이 당찬 여자의 외양은 여려 보인다. 그러나 내부에선 수학을 전공한 사람다운 기민한 두뇌와 긴 투병 과정에서 육화한 근기와 깡이 움직이고 있는 모양이다. 귀농 초기의 개척자적 근성을 지속한다는 건 만만한 내공이 아니다. 그 무엇보다 일에 대한 욕심, 성공에 대한 집념, 이 자체가 그녀의 재능일 테고. 감정의 소모와 분산을 허하지 않는 내성적 성격도 재주일 테고.
오나가나, 앉으나 서나 부지런한 근로와 연구로 농장의 생산성을 드높이는 남편은 그녀가 보유한 최적의 자산이겠지. 아내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몸 바쳐 이바지한다는 게 아닌가. 그녀 역시 남편을 사랑스러운 일꾼으로 부리기에 다시없는 재목으로 간주한다. 배우자란 흔히 암암리에 상대방의 행복을 앗아가는 음흉한 존재. 이 부부의 유대는 빛깔이 다르구나.
“낮잠을 자본 게 언제였지?”
“남편은 새벽부터 밭일을 시작합니다. 워낙 부지런한 ‘아침형 인간’이에요. 반면 저는 ‘저녁형 인간’인지라 조용한 밤 시간에 가공 작업을 주로 맡아 해요. 어느 정도 분업화가 된 셈이죠. 그런데 우리 남편은 행운아예요. 제가 경제 문제를 알아서 다 관리해왔으니까요.(웃음)”
“부군께서 말하길, 아내가 너무도 알뜰한 나머지 구두쇠로 산다는 거, 그게 문제점이라 하더군요. 좀 누리며 사는 게 좋지 않나?(웃음)”
“일찍부터 몸에 밴 습성일지도요. 남편이나 저나 어려운 가정에서 태어나 정말 힘들게 살았거든요. 신혼살림도 단돈 200만 원으로 시작했어요. 허리띠를 졸라매고 살 수밖에 없었지요. 이젠 경제적 능력이 있는 셈이지만 검소한 생활을 포기할 순 없지요.”
“일벌레처럼 산다는 인상을 강렬하게 풍겨요. 저 너른 농장과 수많은 비닐하우스, 게다가 닭과 토끼까지 기르는데 때로 괴롭지 않아요? 도시에서의 안락한 생활이 그립진 않을까?”
“아마도 주부들의 90% 이상은 귀농에 결사반대할 거예요. 그럴 만한 충분한 고충들이 있는 게 사실이고요. 어휴, 내가 왜 이러고 살지? 일에 너무 시달리다 보면 저 역시 혼자 중얼거리며 회의를 느끼곤 해요. 하지만 그게 잠시잠깐이라는 거. 아마도 행복한 비명이라는 거. 농장이 여하튼 순탄하게 굴러가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시골생활의 장점이 많더라고요. 주변에서 순환하는 자연 풍경, 다채로운 방문객들과의 상담, 돌연히 펼쳐지는 즐거운 일들. 이모저모 익사이팅하게 사는 거죠. 잠이 부족하다는 게 아쉽지만.”
“만약에 내일 하루, 완전한 자유시간이 당신에게 주어진다면 무슨 일을 하고 싶죠?”
“(한참 생각하다가)하루 종일 자고 싶어요. 낮잠을 자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거든요.”
누가 그러라고 삼엄한 명령을 내린 바 없으나 그녀는 주로 일에 묻혀 산다. 이게 시간을 선용하는 그녀의 방식이다. 밝은 쪽으로 인생을 이끌어준다는 믿음에서일 게다. 하기에 잡념이나 무슨 조바심이 끼어들 리도 없겠지. 천장의 쥐 따위에는 신경 꺼! 고양이가 알아서 잡아줄 테니까! 그런 투로 잡사는 거두고 사업에만 몰두해온 것이다. 그럼에도 어쩐지 섭섭하게도 결여된 건 삶의 여흥. 이러다가 건조한 일상에 매몰될 수 있다는 걸 알아차린 그녀는 곰곰이 궁리하다가 축제 하나를 띄웠다. 작년에 이어 올여름 두 번째 ‘해바라기 축제’를 펼쳤던 것.
“사람들과 어울려 노는 축제가 필요하다 싶어 만들었지요. 농장 밭에 모종을 심어 약 2만 송이의 꽃을 피웠지요.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꽃 풍경이었어요. 예상외로 많은 사람이 몰려오더라고요. 첫날부터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어요. ‘어, 이게 뭐지?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오지?’ 둘째, 셋째 날엔 감당이 어려워 ‘아이고 죽겠다!’ 괴로운 비명이 터져 나왔어요. 유료 입장이었는데 축제 사흘간 5000여 명이 다녀갔지요. 인터넷 실검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고요. 기대치를 상회하는 성공을 거둔 셈이었죠. 내년엔 소공연까지 곁들인 놀이판을 펼쳐볼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축제 뒤 해바라기 꽃은 어떻게 쓰였죠?”
“씨앗을 탈곡해 판매할 수도 있었지만 수익성이 낮아 포기했어요. 거름으로 활용하는 게 훨씬 나아 밭에다 그냥 갈아엎었죠.”
“세상의 트렌드에 민감하게 부응, 그에 따른 적절한 아이템을 개발해내는 머리로 농장을 성장시켰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누구나 관심을 갖는 특용 건강식품의 생산에 주력한 게 안착을 가능케 했지요. 가장 보람찬 건 환자분들이 우리 농장 제품으로 좋은 효과를 봤다는 얘기를 들을 때입니다. 저의 투병 경험을 곁들인 상담시간도 소중해요. 어쩌면 그런 보람들 탓에 일에서 발을 떼지 못하고 수렁처럼 빠져드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들어요."
“좋은 삶이란 어떤 거라 보죠?”
“긍정과 낙관이 있는 삶이랄까. 주어진 삶을 불평 없이 받아들이는 게 잘 사는 길이겠죠.”
투병 이후, 귀농 이후, 성향과 기질에 변화가 왔더란다. 지극히 내성적이어서 하고 싶은 말조차 하질 못했으나 이젠 와일드해졌다는 것. 강인한 태도로 삶의 모든 걸 긍정하게 됐다는 것.
이윤경 씨가 주는 귀농 Tip
•생계를 다 놓고 자연인처럼 살 게 아니라면 가급적 도시 근교로 귀농하자. 그래야 생산물 판매에 유리하다. 너무 외진 시골로 귀농했다가는 차후 철수할 상황이 발생할 때 땅을 매도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농사로 소득을 올리기 쉽지 않다. 특히나, 오자마자 수익이 발생할 확률은 0%라는 걸 유념하자.
•이웃 원주민들을 무조건 존중하라. 고집과 프라이드가 강한 게 농촌 어른들이다. 배울 점도 많다.
>>박원식 소설가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와 동대학원 졸업. 광주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오랫동안 자연과 문화에 관한 글을 써왔다. 사람이든 자연이든 대상을 좋아할수록 아득해지는 미스터리가 늘 그를 궁리하게 만든다. 격물치지(格物致知)의 안목을 얻는 일의 요원함을 실감한다. 그가 즐기는 것은 산촌의 적막, 암자의 풍경소리, 낯선 여행지의 선술집, 우연한 만남 등이다. ‘천년 산행’, ‘암자에서 듣다’, ‘산골로 간 예술가’ 등의 저서가 있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이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각 지하철역에서 자기 고장을 소개하고 특산품을 알리는 광고ㆍ홍보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서울의 지하철을 순회하면서 지방자치단체의 광고 실태를 조사해 보았다. 서울역, 충무로역, 동대문역, 신도림역, 영등포역, 낙성대역 등에서 지방자치단체의 광고가 많이 눈에 띄었다.
서울역은 지하철 1호선과 4호선이 다니는 역으로 서울 교통의 중심지인 만큼 7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집중적으로 광고활동을 하고 있었다. 대전광역시는 광역시 단위로 광고를 하고 있다. 4차 혁명 특별시로 대전에 투자를 요청하는 광고와 2022년 세계지방조직연합회(UCLG) 행사가 대전에서 열린다는 광고를 게재하였다.
경상북도 영주시는 영주 사과, 영주 한우, 풍기 인삼 등 ‘영주 3홍’을 중점적으로 광고하고 있다.
경상북도 경산시는 경산 대추와 경산시 남산면 반곡지릉의 사진찍기 명소 등 여행지를 소개하고 있다.
경상북도 영천시는 영천시 별빛촌 장터의 소고기, 포도, 포도주를 광고하고 있다.
경상북도 울진군는 울진군 관내 죽변항 수산물 축제를 소개하고 있다.
경상남도 진주시는 진주 시간여행을 추천하면서 수목원, 진양호 노을, 유등 마당, 진주냉면 등을 광고하고 있다.
경상남도 양산시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서 걷고 싶은 곳 양산 통도사와 무풍 한송길을 소개하고 있다.
충무로역은 서울지하철 3호선과 4호선이 다니는 역으로 여기는 특별하게 비디오 영상으로 광고 한다. 경기도 평택시 농특산물 통합브랜드와 대여주상복합아파트를 광고하고 있다.
신도림역은 서울지하철 1호선과 2호선이 다니는 역으로 경기도 연천군이 연천 쌀과 연천 율무를 소개하고 있다.
충청북도 충주시는 수안보 여행을 광고하면서 수안보 온천이 일본 온천보다 좋다고 홍보하고 있다.
동대문역은 서울지하철 1호선과 4호선이 다니는 역으로 강원도 철원군에서는 한탄강 얼음트래킹을 소개하고 있다.
충청북도 충주시는 수안보 온천에 대하여 신도림역과 함께 동대문역에서도 광고하고 있다.
전라북도 고창군은 자기 지역의 무공해 쌀과 맛이 좋다는 고구마를 소개하고 있다.
경상북도 영주시는 나무에서 뽑아내는 풍기 인견을 동양대학교와 풍기인견명품화 사업단이 공동으로 광고하고 있다.
경상북도 귀어귀촌지원센타에서는 경북 동해바다를 광고하고 있다.
영등포역은 지하철 1호선과 새마을호와 KTX가 다니는 역이다. 영등포역에는 제주도 에서만 광고하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청정 제주를 상징하는 제주도의 맑은 바다를 홍보하고 있다.
낙성대역은 서울지하철 2호선이 다니는 단일 노선인데도 지자체들이 광고를 하고 있다.
강원도 횡성군 축협에서는 국가 명품이라는 횡성 한우를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경상북도 귀어귀촌지원센터는 동대문역과 함께 낙성대역에서도 경북 동해 물고기를 홍보하고 있다.
줄광대 김대균(중요무형문화재 58호 줄타기 예능보유자·53). 그가 줄타기를 배운 건 9세 때였다. 거의 평생을 줄 위에서 살아온 인생이다. 줄에 취하고 미쳐, 줄 위에서 울고 웃고, 뛰고 솟고, 날치고 판치고, 그렇게 살아온 외길 인생. 한 우물을 팠으니 이룬 바가 자명하다. 해서, 그는 굳이 낮추거나 은근히 감출 것 없이 내세운다. “내가 줄타기 수장이오!” 자신의 눈으로나 세상의 잣대로나, 줄타기에 관한 한 비길 자가 다시없다는 자부심의 표명이다. 무릇, 예로부터 재인(才人)이란, 제 안에서 들솟는 기와 신명에 추동된 흥겨운 도취로 세상의 파도를 넘어서는 존재였다.
타고난 재능이 일러주는 대로 찾아간 길이 아니다. 취미 삼아 올라탔다가 끝내 들입다 내닫은 길도 아니다. 거미처럼 허공을 희롱하는 찬연한 기예에 홀려 입문한 길도 아니다. 어쩌다 보니 우연하게 접어든 길이 평생 업이 됐다. 우연한 시발이었으나 우연만으로 다 설명될 수는 없다. ‘우연’이 바뀌어 필연이 됐으니, ‘필연’을 불러들인 임자는 오직 김대균 자신이었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하지 않아도 저절로 흘러가는 인생은 있을 수 없는 법. 그는 필연과 사필귀정의 공리를 염두에 두고서 줄 하나에 삶의 전부를 걸어왔다는 게 아닌가. 들어볼까? 일찍이 아홉 살 그 어린 나이에 줄을 만난 내력부터.
“부친께서 용인 한국민속촌에서 일을 하셨다. 민속촌 전시가옥이라는 곳에서 일가가 살았다. 그런데 어느 날, 민속촌에서 줄타기 공연을 하던 김영철 선생(작고, 줄타기 초대 인간문화재)께서 내 손을 잡아끌더니 줄 위에 올려놓는 게 아닌가. 그렇게 우연히 접어든 줄타기 도제수업이 평생의 공부이자 직업으로 이어질 줄 어찌 알았겠는가.”
“김영철 선생은 왜 하필 당신에게 줄타기를 가르쳤을까?”
“그걸 잘 모르겠으나 진정 모를 일은 아닌 것이, 내겐 황소처럼 우직하게 뚜벅뚜벅 가는 근성 하나는 있다. 날마다 놀이판이 펼쳐지는 민속촌에서 그냥 뛰어놀던 철부지였을 뿐이지만 선생께선 뭔가 자질을 봤을지도 모르지.”
“쓸 만한 후계자로 점찍었다는?” “후계자라는 의식조차 없이 가르치시는 대로 반항 없이 받아들이며 훈련에 임했다. 열네 살 때의 어느 날, 짓뭉개진 내 엉덩이를 바라보며 스승께서 말했다. ‘야야, 내가 60년간 줄을 탔지만 너처럼 고지식한 놈은 처음 봤다!’(웃음) 줄 위에서 연습을 하다 보면 여기저기 까지고 터진다. 동아줄에 쓸리고 깨지고, 피 터진 볼기짝에 팬티가 들러붙어 피범벅 오방난전(‘나한전’의 방언)이 되더라고.”
“능란해지면 매혹되게 마련이다. 혹독한 수련을 통해 기량이 늘며 서서히 줄타기에 빠져들었나? 이게 내 길이구나, 그런 필연을 느낀 건 언제였지?”
“매력을 느끼긴 어려웠다. 스승의 가난, 외로움, 서러움, 그런 걸 가까이서 지켜봤으니까. 그런데 첫 공연을 해 내가 출연료라는 걸 받는 일이 생겼다. 아하, 이걸 하면 살림에보탬이 되겠구나, 그런 기대가 생기더라고. 우리 집안이 너무 가난해 아버지가 빚을 지며 살았지. 그걸 중3 때 출연료를 모아 갚아드렸다. 밥벌이 수단으로만 줄타기를 생각한 건 아니었다. 가물거리는 전승 민예의 맥을 이어가야 한다는 일종의 의무감이 스무 살 지나서부터 찾아왔다.”
용렬한 잔꾀 한번 부리는 일 없이 스승을 섬기어 묵묵히 따랐던 것 같다. 그렇기에 일취월장이 있었겠지. 줄은 통상 3m 허공에 걸린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는 수가 있다지만, 줄에서 허투루 실족하는 줄광대는 줄광대도 아니다. 약식 줄타기인 ‘도막줄’이 아니라 완판 공연을 할 경우엔 무릎 꿇고 걸어가기· 거미줄 내리기·뒤로 훌치기·앉아서 돌기·콩 심기·쌍홍잽이·난간치기 등 40가지의 난해한 기예를 줄줄이 펼쳐야만 한다. 하수에겐 작두날처럼 긴장이 될 외줄. 그러나 고수는 줄 위에서라야 신명이 뻗친다. 동으로 서로 풀을 눕히거나 일으키거나, 자유자재하게 휘몰아치는 바람처럼 줄을 가지고 논다. 혹은 치닫고 내닫고, 혹은 설치고 까불고, 혹은 떴다가 내려앉는다. 오두방정과 너스레로 표출되는 재담의 해학으로 관중을 사정없이 휘어잡아야 한다. 고도의 집중력, 호흡의 리듬, 막대한 힘과 균형감각, 그리고 샘솟는 기지와 언어적 순발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줄이 내 생명줄이다”
김대균의 기량에 물이 오르기 시작한 건 20대 중반부터. 그즈음 고향과도 같았던 민속촌과 결별한 건 자유롭고도 본격적인 줄판을 벌이기 위해서였다. 그래 전국 곳곳의 문화 행사나 축제 현장을 돌며 온몸으로 터져 나오는 기량을 과시했다. 덩달아 기능도, 연행 구성 솜씨도 날로농익어 가는 곳마다 대중의 갈채가 쏟아졌더란다. 서른네 살 땐 마침내 줄타기 2대 예능보유자로 지정받았다. 당시 언론들은 최연소 인간문화재 김대균에 관한 보도를 했다. 그는 한 걸음 더 내딛었다. 특유의 뚝심을 발동,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들어갔던 것.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연희과에 입학, F학점을 수시로 받으면서도 공부에 열을 내 무사히 졸업했다. 안주하지 않는 정신이비치는 행장이다. 그제야 비로소줄 아래 세상을 쿵덕거리는 마음으로 또렷이 내려다봤던 모양이다. 가슴으로 차오르는 자부심과 희열에 행복했다는 게 아닌가.
“스승이 자주 홀대 당했듯이, 줄타기에 대한 인지도와 관심도가 낮아 섭섭한 대접을 받는 일이 잦았다. 그러나 전통 연희에 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인간문화재를 대하는 눈빛들이 달라졌다. 아무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로 변신한 나 자신을 바라보게 된 것이지. 그러자 새삼 절박한 사명감이 느껴지더라고.”
“줄광대의 울분과 욕망을 다룬 영화 ‘왕의 남자’를 계기로 줄타기에 대한 인식이 별안간 높아졌다지?”
“탄탄한 시나리오, 빼어난 영상미학으로 재인들의 정신세계를 잘 녹여낸 영화였다. 이 영화의 히트와 함께 줄타기 공연 환경이 좋아진 건 사실이다. 전국 각처에서 펼쳐지는 축제들도 비슷한 작용을 했다. 줄타기만큼 민속축제에 적격인 장르가 어디 있겠는가?”
“줄에 오를 땐 어떤 생각을 할까?” “이 줄이 내 생명줄이다, 라는 생각을 매번 한다. 처자를 먹여 살릴 방편이라는 의미만은 아니다. 죽을힘을 다해 완성도 높은 공연을 해야 한다는 다짐에 사로잡히는 것이지. 그래서 무수히 거듭해온 공연이지만 늘 긴장돼 스트레스가 쌓인다. 공연이 없을 땐 하루 한 갑 정도 담배를 피우는데 줄 타는 날엔 세 갑씩 피운다.”
이미 피부처럼 몸에 붙은 기예를 실컷 즐기면 그만일 것 같지만, 줄타기란 원천적으로 아슬아슬한 곡예라 방심은 금기다. 긴장을 면제받을 길이 없다. 연희란 또한 홀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작업과 달라서, 행위자의 노출증과 관찰자의 관음증이 맞부딪쳐 교감과 만족을 야기하는 장르가 아니던가. 긴장감이 자글거릴 수밖에 없다. 매번 청심환을 먹고 무대에 오르는 가수처럼 말이다. 한 발 삐끗해 낙상이라도 한다면 스스로를 모독한 죄의식에 겨워 남몰래 슬플 게다.
“관객은 가급적 많은 게 좋겠지? 북새통을 이룬 다중의 호응과 박수소리에 힘입어 신바람이 날 테니까.” “예전 어릴 적 공연에선 박수는커녕 얼음판 같은 분위기에 질리기도 했다. 내가 이 짓을 왜 하나? 회의가 밀려올 정도로. 그러나 그건 다 지나간 일이다. 관객의 공감을 자아내는 일에 귀신처럼 능한 게 줄광대다. 관객 수에 흔들릴 게 없다는 거. 그런데, 오늘 공연이 잘될지 말지는 현장에 도착 즉시 정확하게 가늠되더군. 공연장의 환경, 바람의 동향에 따라 공연의 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더 결정적인 건 지역 정서에 따라 반응이 크게 다르다는 점이다. 유난히 점잖은 사람들만 사는 지역에선 썰렁한 반응이 돌아오더라고.” “나무토막 같은 사람마저 요절복통하게 만드는 게 줄광대의 의무 아닌가?”
“재담이 관건이다. 줄 아래서 양념을 치는 어릿광대와 주고받는 재담에 폭소가 터지는 것이지. 작고한 발탈의 명인 이동안 선생을 아는가? 남사당패 출신의 위대한 재인이었던 그는 줄타기에도 능했다. 난 선생을 쫓아다니며 판줄 재담과 타령을 배웠다. 그러나 재담에 빼어나기는 쉽지 않다. 부단히 아이디어를 찾으며 노력해왔지만 여전히 만족할 수 없다.”
“평소 애용하는 짤막한 재담 한 토막을 소개한다면? 가급적 웃기는 걸로.”
“흠. 일테면 다음처럼 사설을 늘어놓는다. ‘어떤 사람이 그럽디다. 줄 하나 잘 타면 출세한다고. 그래서 아홉 살 때 줄에 올라 한평생 줄을 타고 있지만 별 볼일 없더라고! 매번 엉덩이나 깨지고 줄광대라고 손가락질이나 당하고 말여. 그래도 딱 하나 좋은 건 있더라고! 여러분들이줄 아래서 저를 올려다본다는 것말여! 얼쑤! 자 그럼, 넋두리 그만하고, 잘하면 살판이요, 잘못하면 죽을 판이로구나, 어디 한번 살판이나 놀아볼까?’ 이런 식으로 너스레를 떠는 것이다.”
“결례되는 얘기지만, 그 정도의 재담으로 폭소 유발이 가능한가? 아마도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구사하는 재담이 진국일 것 같다.”
“다분히 형식화된 게 전통 연희다. 과거의 틀을 보존해야 하는 당위에서 초래된 박제화 경향이 있다. 이를 현대화할 필요가 있다. 그건 내가가장 진력하는 부분이지.”
줄광대 나이 서른이면 환갑
저 옛날의 광대들은 비록 천대받고 살았으나, 그 반동으로 숙성한 꿈과 갈망과 해학은 옹골찼다. 들려오는 얘기에 이런 게 있다. ‘백정은 썩은 기둥에서 나오는 노래기이고, 광대는 똥에서 나온 파리다. 노래기는 사람 눈에 띄면 밟혀 죽지만, 파리는 임금님 용안에도 앉을 수 있다.’ 광대의 숙명과 지향을 꿰뚫은 황금 언설이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광대들의 기량과 배포와 정신의 대륙붕을 어지러이 급변하는 현대에서 어떻게 다시 만날 것인가. 김대균의 고민도 이 대목에 있는 것 같다.그는 해외 공연을 수십 차례 해왔다. 그때마다 느끼는 게 전통문화의 무한한 잠재력에 관한 자각이라지. 서양인들이 오히려 더 줄타기에 열광하더라는 것이다.
“즉각 즉각 반응이 오더라고. 그들이 워낙 공연문화에 익숙해서이기도 하겠지만, 듣도 보도 못했던 한국의 줄타기에 서린 섬세한 예술성에 감동하는 것 같았다. 재담 없이도 통했다. 몸짓 언어만으로도 다 이해하는 분위기였으니.”
“가사, 발탈과 더불어 줄타기 종목이 ‘긴급보호무형문화재’로 지정돼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맥이 끊길 가능성은 없을까.”
“줄을 배우려는 사람이 점점 줄어든다. 나에겐 현재 겨우 다섯 명의 전수자가 있을 뿐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수자 등 10여 명이 있었으나 이탈했다.”
“왜지?”
“훈련이 너무 빡세거니와 긴 세월을 수련해야 수준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재미는 있다고들 하면서도, 갈 길이 너무 멀고 험하다는 걸 알아 재주 용한 아이들까지 빠져나가더라. 원래 소년 명창이 대명창으로 성장하기 힘든 법이다. 심지어 내 아들놈도 전수 장학생으로 줄을 배우다 달아나 미국에서 회계학을 공부한다. 아들 인생 간섭할 생각은 없지만, 회계학이 뭐시여? 맘에 안 든다.(웃음)”
“이상하다. 당신의 몸이 비대해지고 있다. 불면 날아갈 듯 가벼워야 줄을 탈 수 있지 않나?”
“발목 골절로 근 1년 놀았더니 부풀었다. 사실 난 늙었을지도 모른다. 줄광대의 기량은 젊어 무르익는다. 이바닥에선 줄광대 나이 삼십 줄에접어들면 환갑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난 살을 빼고 다시 줄에 올라야만 한다. 불쏘시개가 돼야 하지 않겠는가. 전수관 건립을 위한 일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과욕이야 위험하지. 평생 줄 위에서 중심을 잡으며 배운 거 하나는 ‘가운데 중(中)’ 의 지혜다.”
인터뷰를 마치고 그의 시골집 마당으로 걸어 나오자 휘영청, 밝은 달이 나뭇가지에 걸려 있다. 혼마저앗아갈 듯 황홀한 저 달빛. 마당 연습장에 설치된 동아줄이 하얗게 반짝거린다. “보름달 아래의 줄타기는 어떤가?” 그리 건네자 돌아오는 답이 허무하다. “아이고, 이젠 늙은 것을.”
자리돔은 10~18cm 정도의 바닷물고기다. 제주에서는 자리돔을 약칭으로 “자리”라고도 한다. 자리돔은 달걀 형태의 모양으로 제주 연안에서 무리를 지어 다닌다. 회와 구이 그리고 젓갈용으로 이용된다. 제주도에서는 지역별로 자리돔 축제도 연다. 요즘은 경상남도 통영지방 등에서도 잡힌다고 한다. 최근에는 제주도 연안의 수온이 높아져서 자리돔이 동해안으로 조금씩 이동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다. 젓갈은 알이 배고 살이 깊은 4~5월에 많이 담는다.
제주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자리 젓갈을 많이 먹는다. 자리젓에 얽힌 에피소드도 많이 있다.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도시락을 싸 가지고 다녔다. 1960년대 제주도에서는 쌀이 생산되지 않고 보리쌀과 좁쌀이 생산되었다. 쌀밥은 아예 엄두도 내지 못하고 보리밥이나 조밥(좁쌀밥)을 도시락으로 쌌다.
시골 초등학교에서는 도시락 반찬으로 싸갈 것이 없어서 자리젓갈을 많이 썼다. 잘 익은 자리 젓갈 냄새는 다른 어느 젓갈 보다도 냄새가 심하다. 교실에서 밥을 먹다가 선생님이 들어오면 냄새 때문에 교실에서 쫒겨나서 자리 젓갈을 반찬으로 싸고 온 친구들 끼리 운동장 한 구석에 가서 도시락을 먹곤 했다.
집에서 자리 젓갈을 먹을 때도 그 냄새가 옆집까지 풍기곤 한다. 이웃이 집 앞을 지나가다 자리 젓갈 냄새를 맡고 들어와서 자리 젓갈에 밥을 한술 뜨고 가는 일도 종종 있었다.
집에서 자리 젓갈을 반찬으로 먹을 때는 쌈이 필요하다. 지금은 깻잎이나 상추, 배추 등이 많이 있지만, 옛날에는 콩잎밖에 없었다. 제주도에서는 여름에 나는 콩잎이 그 맛을 더해 준다. 콩잎이 영양분도 좋고 향기도 있어서 자리돔 젓갈하고는 궁합이 맞는다. 콩잎을 뜯기 위하여 콩밭을 헤매고 다닌 적도 많았다.
자리 젓갈은 보통 봄에 자리가 많이 잡히기 때문에 봄에 젓갈을 담가서 여름부터 다음 해 새 젓갈을 담을 때까지 1년간 반찬으로 먹는다. 1년 넘은 것도 먹는다. 요즘에는 자리젓을 상품으로 많이 팔지만 70대 이상의 제주도민들은 집에서 젓갈을 담아서 요리해서 먹는 것을 선호한다.
가정에서 자리 젓갈을 담고 젓갈을 요리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1. 자리돔이 나오는 4~5월경에 자리를 구매해서 항아리 등의 용기에 담는다.
2. 항아리에 굵은 소금과 물을 적당하게 넣는다.
3. 항아리를 밀봉해서 햇볕이 들지 않은 처마 밑 적당한 위치에 보관한다.
4. 자리 젓갈이 숙성되는 동안 변하지 않도록 항아리를 밀봉하고 수시로 확인한다.
5. 자리 젓갈을 담은 후 6개월이 되어야 숙성하는 데 2개월 후부터는 먹을 수 있다.
6. 자리 젓갈을 반찬으로 만들 때는 자리돔을 통째로 꺼내서 먹기 좋게 잘게 짜르거나 다진다. 그냥 통째로 씹으면서 먹을 수도 있다.
7. 잘게 다진 자리 젓갈에 참깨와 참기름, 파, 마늘, 고추 등의 양념을 적정하게 넣고 자리 젓갈을 무친다.
8. 적절하게 양념이 되면 커피통 같은 것에 담아두고 먹을 때마다 조금씩 꺼내서 먹으면 된다.
프로메테우스에 관해서는 네 가지 전설이 있다. 첫 번째 전설에 따르면, 인간들에게 신의 비밀을 누설했기 때문에 코카서스 산에 쇠사슬로 단단히 묶였고 신들이 독수리를 보내 자꾸 자라는 그의 간을 쪼아 먹게 했다고 한다.
두 번째 전설에 의하면, 프로메테우스는 쪼아대는 부리 때문에 고통스러워 점점 깊이 자신의 몸을 바위 속 깊이 밀어 넣어 마침내 바위와 하나가 되었다고 한다.
세 번째에 따르면, 수천 년이 지나는 사이 그의 배반은 잊혀 신들도 잊었고, 독수리도, 그 자신도 잊어버렸다고 한다.
네 번째에 의하면, 사람들은 이유가 없어져버린 것에 대해 지쳤다고 한다. 신들도 지쳤고, 독수리도 지쳤고, 그 상처도 지쳐서 저절로 아물었다고 한다. 남은 것은 수수께끼 같은 이상한 바위산이었다.
- 프란츠 카프카의 단편소설 ‘프로메테우스’ 중에서
제우스의 미움을 받을 줄 알면서도 인간의 창조성을 위해 주신(主神) 제우스에게 반항한 프로메테우스가 좋았다. 그가 묶여서 끝내 바위가 되어버린 이상한 바위산이 보고 싶었다. 좀 더 알아보니 노아의 방주가 최종적으로 도착한 아라라트 산도 그 지역에 있었다. 카스피해와 흑해 사이 코카서스 산맥을 중심으로 퍼져 있는 곳. 고대 신화와 전설의 이야기가 흐르고, 그 흔적이 남아 있는 아름다운 초원의 산맥 지대. 그곳으로 떠났다.
문명과 종교의 충돌 지역
코카서스 지역은 인류 문명의 충돌과 종교 간 대립으로 점철되어온 역사를 가지고 있다. 팽창하려는 주변 강대국들의 침략과 저항과 지배에 늘 시달려왔다. 이런 아픈 역사와 상처 때문에 코카서스 산맥 하늘에는 안식하지 못하고 떠도는 학의 무리가 아직도 날아다니고 있다. 드라마 ‘모래시계’의 OST로 널리 알려진 러시아 대중가수 ‘이오시프 코브존’이 노래한 ‘백학’의 배경도 이 지역이다.
유럽의 지붕이라 불리는 최고봉 엘브루스 산(5642m)과 아라라트 산(5137m) 사이의 평원에 자리한 이곳에서 유럽계 백인들의 조상인 코카서스 인종과 수많은 민족이 지금까지 살아왔다. 다양한 민족이 다국가, 다민족, 다문화 사회를 형성하면서 생존을 위한 이합집산과 투쟁을 벌여온 것이다. 코카서스 산맥은 크게 ‘볼쇼이캅카스(大코카서스, 북코카서스) 산맥’과 ‘말리캅카스(小코카서스, 남코카서스) 산맥으로 구분한다(코카서스는 영어식 표현, 캅카스는 러시아어식 표현).
‘북코카서스 산맥’은 유럽의 동쪽, 아시아의 서북쪽 경계다. 전통적으로 유럽과 아시아를 구분하는 경계선의 일부였으나 지금은 전체 산맥이 아시아에 속하는 것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러시아, 조지아, 아제르바이잔에 접해 있다.
‘남코카서스 산맥’의 길이는 600km. ‘북코카서스 산맥’과 나란히 뻗어 있으며 남쪽으로 10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조지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이란과 접해 있다.
북코카서스 산맥과 남코카서스 산맥을 연결해주는 길은 ‘조지아 군사도로(Georgian Military Highway)’다. 러시아 남진 정책의 일환으로 시작해 1799년 완공되었다. 도로는 해발 3000m 이상의 가파른 낭떠러지로 이어지며 쉽게 접할 수 없는 자연 풍경을 선사한다. 조지아의 수도 티빌리시(Tibilisi)에서 러시아의 블라디카프카츠(Vladikavkaz)로 이어지는 214km의 거리다.
이 길을 통해 러시아는 흑해로 진출했고, 코카서스 지역 국가들을 식민지로 만들었다. 반대로 오스만튀르크의 힘이 강해지면 이 도로는 러시아 영토로 쳐들어가는 통로가 됐다.
1990년 구 소련이 붕괴된 후 이 지역에 있는 3개 공화국(조지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은 소비에트 연방으로부터 독립한다. 북코카서스 산맥 지역을 중심으로 있던 10여 개 소수민족들도 분리 혹은 독립을 했거나 요구하고 있다(체첸공화국, 다게스탄, 북오세티야, 남오세티야, 잉구셰티야, 압하지야 등으로 전쟁 위험이 있고 치안이 불안하므로 여행을 가지 않는 게 좋다).
코카서스 3국의 역사
요즘 우리나라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자주 소개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코카서스 3국은 남코카서스 산맥에 둘러싸인 조지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이다. 남북으로 이란, 터키, 러시아 등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 지정학적 위치에서 알 수 있듯 고대 실크로드의 요충지였던 아제르바이잔에는 동서양 문명 교류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다.
이들 세 나라는 각각 고유의 문자와 역사, 문화를 가지고 있다. 종교도 다르다.
노아의 후예들이 사는 아르메니아는 세계 최초로 기독교를 국교로 공인(301년)해 ‘신이 선택한 나라’로 불리며 ‘아르메니아 사도회’를 믿는다.
조지아는 과거 러시아명으로 ‘그루지야’로 불렸다. 소비에트 연방에서 독립한 후에는 국명을 ‘조지아’로 바꿨다. 국민의 대다수(85%)가 ‘조지아 정교회’ 신자다.
‘불’을 의미하는 페르시아어 ‘아자르’와 나라의 의미를 지닌 아랍어 ‘바이잔’을 합쳐 국가 이름을 지은 ‘아제르바이잔’은 터키와 같은 종족으로 국민의 93%가 이슬람교를 믿는다. ‘술을 마시는 것’이 다른 이슬람 국가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세속주의 이슬람 국가로 수니파와 시아파가 공존한다. 서로 접해 있는 이들 사이에 분쟁은 계속 있어왔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의 관계는 적대국이다. 지금도 심심치 않게 무력 충돌이 일어나곤 한다. 또한 신냉전 질서와 석유 자원을 둘러싸고 강대국들의 개입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신이 욕심을 낼 만큼 아름다운 자연의 나라
하지만 대립과 분쟁이라는 역사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코카서스 3국은 원초적인 자연의 아름다움과 순박한 사람의 내음이 물씬 풍기는 땅이다.
웅장한 코카서스 산맥은 만년설과 때묻지 않은 자연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해발 2000m 이상의 고지대는 야생화를 비롯해 6400여 종의 식물이 살아 있는 생태의 보고다. 또 빙하 지역 트레킹과 야생화 천국의 고산지대 트레킹, 하이킹 등을 할 수 있는, 전 세계 여행자들의 로망의 땅이다.
산악 국가인 아르메니아의 척박한 땅 목초지 언덕에 서서 두 팔을 벌리면 BC 4000년경부터 시작된 역사 속 수많은 이야기와 전설이 바람에 실려와 손가락을 간지럽힌다.
골목길 바닥에 깔린 돌들은 많은 사람이 밟고 지나간 세월에 둥그렇게 마모되어 반짝반짝 윤이 난다. 그 위로 하루에 다섯 번, 절대자를 향한 인간들의 애절한 구애의 선율이 울려 퍼진다.
신이 살려고 마지막까지 남겨뒀던 땅을 인간에게 준 곳이라는 이야기가 허투루 전해오는 말은 아닌 것 같다. 신의 마지막 땅을 받게 된 카르트벨리(Kartveli). 그들이 조지아인들이고, 그 땅이 사카르트벨로(Sakartvelo)라고 불렸던 지금의 조지아 땅이다.
이곳 사람들은 비행기의 무사 착륙에 손뼉을 치며 신에게 감사할 줄 안다. 8000여 년의 와인 역사를 가진, 인류 최초로 와인을 만든 나라답게 방문자에게 최대의 배려를 하고 와인을 함께 나눈다. 그것이 하나의 생활이다. 9월이 되면 포도송이들을 신에게 바치는 하비스트 축제가 곳곳에서 열린다. 중앙선이 없는 도로, 그 길을 점령한 소와 양떼들 앞에서 절대 서두르지 않는 풍경이 그곳에 있다.
맛있는 음식과 와인 그리고 문화가 있는 땅
생소한 곳을 여행할 때 중요한 조건 중 하나가 음식을 불평 없이 먹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지역 음식은 한국 음식과 묘하게 통하는 친밀감이 있다.
야채와 고기류를 쇠꼬챙이에 끼워 포도나무 장작에 구운 샤슬릭(Shashlyk) 므츠바디(Mtsvadi), 요구르트의 일종인 마초니(Matsoni), 다진 고기와 야채와 밥을 포도 잎에 싸서 찐 돌마(Dolma), 한국의 왕만두랑 비슷한 힝칼리(Khinkali), 치즈 피자 맛의 하차푸리(Khachapuri) 등 코카서스 3국 여행은 맛있는 음식을 함께할 수 있어서 더 의미가 있다. 그래서 러시아의 시인 푸시킨은 ‘조지아의 음식 하나하나는 마치 시와 같다’고 극찬을 한 걸까.
이뿐만이 아니다. 코카서스에는 사랑과 강인함, 낭만적 기질의 예술문화도 있다.
어디에서든 두 사람 이상 모이면 자연스럽게 화음을 맞춰 다성 창법으로 노래를 부른다. 조지아 사람들의 폴리포니(Polyphony)를 듣고 있으면 성(聖)스러움이 느껴진다. 전쟁에서 죽은 연인의 무덤을 찾는 이야기의 조지아 민요 ‘술리코(Suliko)’에서는 연민의 정이 우러나온다. 영화 ‘글레디에이터’에 등장했던 아르메니아 관악기 ‘두둑(Duduk)’의 구슬픈 소리가 바람에 실려 오면 눈이 저절로 감긴다. 코사크족 이야기인 ‘대장 부리바’에서 배우 율 브리너가 췄던 춤처럼 격렬하고 박진감 넘치는 동작에 혼을 뺐기기도 했다.
안전한 치안, 가성비 높은 매력적인 여행지
이토록 경이로움과 울림이 있는 아름다운 자연, 신과 순박한 사람들에 얽힌 이야기들, 오랜 세월 지탱해온 종교와 문화, 맛있는 음식이 있는 코카서스 3국은 치안도 안전한데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어쩌면 잘 몰라야 더 감동적일 수 있다. 가성비 높은 물가도 놀랍다. 달고 향기로운 복숭아가 10개에 800원 수준이다. 이들도 이제 변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자본주의의 때가 덜 묻어 있다.
유럽의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여행의 맛이 분명히 다르다. 화려한 감동은 아니지만 풍미가 더 깊게 느껴지는 곳이다. 누군가는 스위스 알프스 산맥을 배경으로 한 사진에서 포토샵으로 인공적인 요소들만 지우면 코카서스가 된다고 말했다.
여행의 기쁨 중 하나는 여정이 끝난 뒤에도 그곳을 생각하면 설레는 마음이 오래도록 지속되는 것이다. 나는 지금도 코카서스라는 네 글자가 눈에 들어오면 가슴이 떨린다. 많은 이야기와 감동들이 내 안에 그대로 남아 있다. 설레는 그 기억들을 ‘브라보 마이 라이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