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게이션을 따르다 보니 차가 산으로 들어간다. 자연을 한 자락 슬쩍 걸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자연 속에 있는 미술관이라 들었다. 그러나 이토록 깊은 산중일 줄이야. 씨억씨억 초록을 뿜는 숲 사이 언덕을 올라 주차장에 도착하자 아예 산꼭대기이지 않은가. 기발하게도 산정(山亭) 미술관이다. 그래서 뮤지엄 산(山)? 그러나 ‘山’이 아니라 ‘SAN’이다. 공간(space), 예술(art), 자연(nature)을 합성한 약자다.
산정이라 사방에 보이느니 산이다. 세상을 분할한 하늘 절반, 산봉우리들 절반. 하늘과 산 사이에 뮤지엄이 슬쩍 끼어든 형국이다. 간신히 자연에 가담한 약세(弱勢)가 아니다. 부지는 넓고 건물은 우람해 훤칠하다. 우람하나 이물감이 없다. 건물의 태와 됨됨이에 뾰족하게 튀는 게 없어 자연과 불화 없이 조응한다. ‘건축의 철학자’로 불리는 안도 다다오(安藤忠雄·79)의 작품이다. 그는 자연과 건축, 그리고 인간 사이의 조화로운 관계를 본때 있게 구현하는 건축가로 유명하다.
이 뮤지엄의 설립자는 어떻게 산꼭대기에다 일을 벌일 발상을 했을까? 자연을 애호하는 못 말릴 취향과 세상의 추세를 읽는 시퍼런 촉이 아니고선 감행하기 어려운 역사(役事)다. 삼성가 이병철 회장의 장녀로 한솔그룹을 이끌었던 이인희 고문(2019년 작고)이 세웠다. 그는 열렬한 아트컬렉터. 평생 모은 소장품을 자연으로 끌어들여 건립한 산상 미술관으로 허를 찌르듯 관습을 흔들었다. 뮤지엄 산의 태동부터가 이렇게 전위적이다.
판석을 깐 진입로를 따라 ‘플라워 가든’으로 들어선다. 뮤지엄의 초입일 뿐이지만 완상할 게 많아 벌써 다른 세상이다. 패랭이꽃 군락과 하얀 자작나무들, 조각정원이 어울려 뮤지엄의 서장을 열어준다. 산정의 적막한 허공엔 흩날리는 꽃잎들. 피어나는 봄꽃들 지천이라 몸에 묻을 듯 농밀한 건 꽃향기. 길은 곧게 나아가다 휘어지거나 급하게 꺾인다. 간헐적으로 등장하는 콘크리트 담장이 보도의 흐름에 편승해 시야를 슬쩍 가려주거나 별안간 확 트이게 한다. 인위적으로 풍경의 변주를 꾀한 설치다. 정교한 의도에 따른 구성이다. 직설적으로 다가오는 풍경은 여실해 명쾌하지만, 보일 듯 말 듯, 보였다 안 보였다 변전하는 풍경은 삶을 은유한다. 노골적이어서 온전한 게 있던가. 보이면 있고 안 보이면 없는가. 높낮이와 커브의 각도를 세밀하게 재단해 조성한 담장의 효과로 풍경에 철학이 실린다. 이건 뮤지엄의 절정을 보러 가는 길목에서 만난 전희? 애피타이저? 풍경을 요리하는 수완에 즐겁다.
시각적 충격에 걸음 멎어
이제 ‘워터 가든’이다. 뮤지엄 산의 예술적인 외부 공간들 가운데 아마도 가장 유별한 곳이다. 여기에 존재할 것 같지 않은 풍경이 존재한다. 산상 대지에 물을 가득 채워 꾸민 ‘물의 소국’(小國)이 있으니 말이다. 널따란 사각형 수조들에 담긴 물과 물빛으로 찬연한 공간이다. 갑작스런 물의 등장, 그 급속한 풍경의 변이라니. 시각적 충격에 걸음이 멎는다. 나는 지금, 물을 분할하며 본관으로 관입하는 보도 위에 서 있지만 수면을 밟고 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한다. 보도와 수면이 수평을 이루어서다.
워터 가든의 물 경치에 흥취를 느끼는 사람이 많다. 수변 테라스엔 커피를 마시며 물과 산과 하늘을 바라보기에 적격인 벤치가 놓여 있다. 거기에 앉고 싶지만 이미 사람들이 앉아 있다. 도시라는 욕망의 경기장을 벗어나 고요한 수변에서 차를 마시며 모처럼 자연을 만끽하는 사람의 행복이여! 행복이 아니라 고독이면 어떤가. 물가에선 ‘나’를 바라보기 좋다. 저 투명한 물빛처럼 나도 한때 순수했다고, 내 안에도 물이 있어 눈물도 많아 슬프다고, 저 무심한 수면에 물살을 일으키는 실바람은 어디로 가며 나는 흘러 어디로 가는가, 라고 요모조모 쓸모 있는 상념을 굴려볼 만한 물가이지 않은가. 그러라고 안도 다다오가 워터 가든을 설계했다.
그의 건축적 오브제는 물, 햇빛, 바람 등 자연의 질료들이다. 그의 정신적 테마는 관조(觀照) 혹은 명상이다. 자연을 불러들인 건축으로 사람의 오감과 내면을 일깨우는 건축가! 안도 다다오를 일컬어 노상 하는 말들의 요점이 그렇다. ‘뮤지엄 산’이 완성됐을 때 그는 “그저 조용한 상자 같은 미술관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고 술회했다. “사람들 모두가 자연과 예술에 대한 감성이 풍부해져,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고 살아갈 힘을 되찾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도 썼다.
본관 복도로 들어서자 조명부터 침침해 구미에 맞다. 미술관들의 과한 조명에 나는 일쑤 김새더라. 인공조명은 안도 다다오의 자연주의에 위배된다. 가급적 자제! 그는 집요하게 자연의 빛을 건물 내부로 끌어들였다. 복도 벽면의 상부와 하부에 낸 창으로 빛이 들이치게 했다. 천장을 뻥 뚫어 빛과 함께 하늘을 수용한 전시실도 있다. 노출 콘크리트 벽과 기둥, 기하학적 선형, 번뜩이는 예각 구조물, 텅 빈 중정(中庭)…. 그의 건축적 키워드를 이루는 형태와 기법이 거대한 미술관의 세부에서 깨알처럼 구현돼 요동친다.
거장들의 작품 번갈아 전시
아이들은 천진해 이 웅장하고 복잡한 미술관에서 ‘비밀의 성’(城)을 본다. 상상을 펼쳐서다. 어른들은 압도될 테다. 상상을 잃어서다. 예술이 위대한 건 상상력의 거친 날개로 신과 맞먹으려 비상한다는 데에 있지 않을까. 상상력 외에 자유정신의 높이, 자연을 읽는 섬려한 안목, 모든 살아 있는 것들에 대한 무한한 존중. 그런 게 안도 다다오의 건축세계를 가능케 했을 터인데, 햐, 그는 말하길 ‘창의적 체력’이야말로 개중에 관건이라 했다. 창의적 체력이란 건강한 몸뚱이의 에너지를 말한다. 79세 노인인 그는 오늘 아침에도 들입다 뛰었을 게 틀림없다. 흥미로운 유형의 인간이지 싶다. 그에겐 세상을 달관한 시늉이 없어 미덥다. ‘목숨을 건 강인한 도전 정신’으로 실사구시(實事求是)적 건축을 추구하는 리얼리즘과 적당한 금욕 추구도 멋있다. 뮤지엄 산의 건축미를 즐기기 위해선 안도 다다오의 이러한 성향들을 참고하는 게 좋겠다.
뮤지엄의 많은 전시실 가운데 인기를 누리는 공간을 볼까? 페이퍼 갤러리. 이곳은 종이의 역사와 가치를 알리는 국내 최초의 종이 전문 박물관이다. 종이 관련 국보와 보물, 진귀한 유물과 공예품을 전시한다. 약하디약한 게 종이이지만 강하디강한 게 또한 종이. 인류의 역사는 종이의 발명과 함께 진보하지 않았던가. 사람은 이기심으로 살고 종이는 이타심으로 존재한다. 아낌없이 나를 내주길 운명으로 삼은 종이이니 이미 득도했다. 페이퍼 갤러리에 머문 시간은 ‘종이부처’와 만난 추억을 안겨줄 것이다. 고대 이집트인들이 종이 재료로 쓴 파피루스도 여기에 있다. 유리온실 안에서 억새와 비슷한 파피루스가 푸르게 자란다. 순전히 파피루스를 보기 위해 먼 길을 달려오는 관람객도 있다. 청조갤러리는 뮤지엄 산이 소장한 이중섭, 김환기, 박수근, 이쾌대 등 거장들의 작품을 번갈아 상설 전시한다. 매년 두 차례 기획전도 열린다. 현재 ‘회화와 서사’ 전이 진행 중이다.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을 위해서는 특별히 독립공간을 마련했다. ‘백남준 홀’로 작품 ‘커뮤니케이션 타워’를 전시했다. 전깃줄을 뭉쳐 만든 타워 형태의 기반에 TV와 민속탈을 주렁주렁 매단 작품. 이게 뭔가? 현대와 전통의 통섭? 문명 굿판? 자화상? 어떻게 봐도 답일 게다. 엿장수 맘대로! 그냥 그렇게 내가 느끼는 대로 보고 즐기면 일단 그만이지 않을까. 현미경을 들이대고 종일 초파리의 겨드랑이 털 개수를 세는 곤충 학자처럼 골똘히 미술작품을 파고들 일 아니다. 궁리를 너무 하면 왜곡이 쉽고, 생각을 너무 조이면 좁아진다. 백남준이 금언을 설했다. “옷도 헐렁하고, 생각도 헐렁하고, 행동도 헐렁헐렁, 헐렁이가 일을 낸다구. 진짜 예술가는 헐렁이야!” 삶도 예술도 틀을 만들면 갇힌다는 얘기이겠다. 예술의 헐거운 정신을 보는 게 작품 감상법이라 들어도 무방하다. 백남준은 노년에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그때 더듬더듬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중얼거림은 뜻밖에도 쓸쓸한 것이었다. “신은 참 불공평해. 내가 왜 쓰러져야 하나?”
아주 특별한 두 곳
마침내 자문하게 된다, 나는 누구인가?
인간의 마음이란 물결처럼 요동치기 쉬운 것. 이걸 어떻게 다잡아야 할까. 뮤지엄 산에선 명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뮤지엄 내·외부 공간에 있는 미술작품 감상 자체가 명상적이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 명상 체험을 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 두 곳이 있다.
제임스 터렐 전시관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은 ‘빛의 예술가’로 세계에 알려진 작가다. 화가라면 당연히 ‘빛’과 무관할 수 없다. 빛을 탐구하고 묘사하는 게 화가의 본분이니까. 그러나 제임스 터렐의 작업은 많이 다르다. 그는 빛을 ‘묘사하는’ 게 아니라 빛을 ‘사용해’ 작품을 만든다. 일정한 공간에 빛을 집어넣으면, 즉 빛과 공간이 조응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관한 오랜 실험 끝에 그는 놀랄 만한 ‘빛의 아트’를 정립했다.
터렐의 작품은 빛과 공간, 그리고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프로그램에 의해 세밀하게 조정된 자연광이나 인공광을 공간에 투입, 작품을 완성한다. 다시 말해 공간이라는 캔버스에 빛이라는 물감을 투사, 다양한 테마를 신비스럽게 풀어낸다. 터렐 전시관에서 관객은 네 가지 작품에 참여할 수 있다. 가장 기이한(?) 작품은 간츠펠트(Ganzfeld, ‘완전한 영역’이라는 뜻)로 동굴 형태의 공간에 50여 종의 LED 빛을 순차적으로 살포하면서 작업을 진행한다. 이 작업의 목적은 관객에게 착시를 경험하도록 하는 데 있다. 동굴 속에 들어간 관객은 형언하기 어려운 신비와 환영에 즉각적으로 빠져들고 만다. 예컨대 공간 가득 짙은 안개가 끼고, 좁았던 공간이 무한히 확장된다. 이 돌연한 환각에 관객은 신비감과 황홀감 또는 불안감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작업 종료 뒤, 빛이 보여준 강렬한 환상의 의미를 자문하기에 이른다. 여기서부터는 명상이다. 내가 빛을 보고 살았다, 하지만 빛이 보여준 게 참일까? 삶과 세상은 허상이지 않을까? 남에게 나는 허상으로 비치지 않을까? 이 일련의 의식 흐름을 통해 마침내 묻는다. 그렇다면 나는 누구?
명상관
지난해, 뮤지엄 산 개관 5주년 기념으로 개설했다. 안도 다다오가 설계해 만든 돔 형태의 건물이다. 바닥에서 천장으로 길게 이어지며 초승달 모양으로 뚫린 틈새로 하늘이 보이고 빛이 들이친다. 쉼 명상, 여유 명상, 싱잉볼 명상 등을 전문가가 도와준다. 오픈한 지 얼마 안 됐지만 입소문이 나 참가자가 많다. 안도 다다오는 다음처럼 명상관의 의도를 피력했다. “태양의 움직임과 함께하는 공간에서의 명상으로, 자연과 우주를 만나 교감할 수 있을 것이다.” 제임스 터렐 전시관과 마찬가지로 명상관을 이용하려면 별도의 입장권을 사야 한다.
젊은 세대가 '꼰대'라고 부르는 기성세대와 '유별난 젊은이'로 지칭되는 밀레니얼 세대(20~40세) 사이의 갈등은 사회 전반에 도사리고 있다. 늘 있는 일이지만 변화가 빠른 현대에선 더 심해 좀처럼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다.
세대 갈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통계가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에서 신입사원 670명(밀레니얼 세대)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내용이다. 5명 중 4명(79.6%)은 취업이나 재취업이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이유 중 '배울 점이 없는 직장 상사'라는 답변이 24.3%나 되었다. 상사를 통하지 않는 '꼰대'로 규정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기성세대 또한 그들을 '유별난 젊은이'로 치부해버리는 경향이 있어 조직력 창출에 걸림돌이 된다. 조직은 구성원 모두의 힘을 끌어내어 시너지 효과를 가져와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20세기 주역이기에 그들과의 협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손자병법을 조직의 리더가 적용해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 지피(知彼), 상대방인 밀레니얼 세대를 제대로 알고 대응할 때 힘을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들의 특성을 외면한 채 나만의 잣대로 설계되는 일의 추진은 공감을 얻기가 쉽지 않을 터다. 어떤 특성이 있을까?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하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세상이었던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사이 출생한 젊은이들이다. 모바일 기기와 함께 성장함으로써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대화방식인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하다. “여러 소리 하지 말고 시키는 대로 하세요!”라는 기성세대의 일방적 지시에 회사에 입사하는 순간부터 당혹해 한다. 독선적이거나 상의하달식의 대화는 갈등 요인으로 작용한다.
▲불합리할 때 바로 이야기한다
기성세대는 조직 생활 중에 불만이 있어도 표현하기보다 속으로 참는 경우가 많았으나 밀레니얼 세대는 그렇지 않다. 합당하지 않거나 불합리한 경우 곧바로 이야기한다. 버릇이 없어서가 아니라 성장하면서 몸에 밴 특성이기에 그들의 이야기를 유별난 젊은이의 행동으로 볼 일이 아니다.
▲집단의식이 약하다
기성세대보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 집단의식이 강했던 기성세대는 주말 근무나 반복되는 야근도 당연히 조직을 위한 개인 희생으로 받아들였다. 밀레니얼 세대는 불필요한 야근이나 과도한 회식은 개인 생활 침해로 여긴다.
▲직장보다 직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기성세대와 달리 평생직장의 의미는 그들에게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직장보다 직업이 중요한 세대다. 글로벌 금융위기, 저성장의 시대를 겪으면서 체험했다. 경영환경이 빠르게 변해 본인이 속한 조직이 당장 망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기회가 있으면 미련 없이 직장을 그만둔다.
이러한 특성을 바탕을 이해한 후 '지피지기(知彼知己)'로 적절하게 대처한다면 밀레니얼 세대를 춤추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성세대인 조직 리더의 관심과 실천력 그리고 시대 흐름에 따른 자신의 변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유별난 젊은이로 치부하는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 그들의 아이디어를 발전 동력으로 삼아보면 어떨까?
자녀의 독립 이후부터 시니어의 주거환경에는 변화가 생긴다. 아이들과 살던 집에서 부부 둘이 지내기도 하지만, 사별이나 졸혼 등으로 혼자 살거나, 자녀 세대와 함께 대가족을 이루기도 한다. 노후에 한 번쯤은 고민해야 할 주거공간, 어떻게 계획하는 것이 좋을까?
도움말 서지은 영남대학교 가족주거학과 교수, 니콜라스 욘슨 이케아 코리아 커머셜 매니저,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사진 제공 이케아 코리아
◇ 1인 ‘편리와 안전’ vs 다세대 ‘융합과 프라이버시’
[1인 가구] 1인 가구의 경우 인테리어는 자기 마음껏 꾸미면 되지만, 그 전에 따져봐야 할 것은 편리성과 안전성이다. 한적한 외곽을 선호하는 경향도 있는데, 사실상 편리하고 안전한 곳은 도심이다. 대형 병원이나 각종 편의시설이 가까워 위기 대응이 빠르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생겨나는 노인 대상 아파트의 경우 도심에 짓는 사례가 많아졌다. 또, 다양한 편의 시스템이 접목된 고가의 소형 아파트나 오피스텔, 원룸 등도 주목받는데, 그 활용도가 관건이다. 실제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많아도 사용법을 몰라 무용지물로 여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Tip+ 편리하고 안전한 ‘스마트홈 기기’ 활용하기
혼자 살다 보면 만일의 사고에 대한 염려를 놓을 수 없다. 긴급 상황 시 ‘원 터치’(one touch)로 가족 또는 지인에게 긴급 메시지를 전송해주는 SOS 버튼이나 사람의 움직임을 파악해 사이렌이 울리는 동작감지센서 등 스마트홈 기기를 적극 활용해보면 어떨까? 대표적으로는 LG U+ ‘스마트홈 패키지’, SK 브로드밴드 ‘지키미 SOS 버튼’, KT ‘기가 IoT홈’ 등이 있고, 월 1만~2만 원대로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괜찮다면 스마트 홈CCTV 등을 설치해 가족과 공유하며 안전을 지키는 것도 방법이다.
[다세대 가구] 다세대 가구는 하드웨어적(건축물의 구조나 구성 등) 측면과 소프트웨어적(거주자 사이의 규칙 등) 측면으로 나눠볼 필요가 있다. 먼저 가족끼리 충분히 논의해 교집합을 찾고 이를 우선순위로 주거지를 찾는다. 이때 개인 공간보다는 공용 공간(거실, 주방, 욕실) 중심으로 보는 것이 좋다. 가령 주방을 자주 쓰는 사람이 누구인지에 따라 방 위치를 정하거나, 여분의 주방이 필요한지 등을 고려한다. 아울러 서로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기 위한 공용 공간 사용 규칙을 만들고 공과금 문제와 가사 역할 분담에 대해서도 미리 상의한다.
Tip+ 다세대 가구 욕실 딸린 안방, 누가 쓰는 게 좋을까?
다세대의 경우 종종 안방 욕실을 누가 사용할 것인가를 두고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가 의견 차이를 보이곤 한다. 거동이 불편하지 않다면, 가급적 부모 세대와 손주들이 함께 공용 욕실을, 자녀 세대가 안방 욕실을 사용하길 권한다. 활동량이 적은 시니어가 방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면, 공용 공간 이용이 줄어 자칫 집 안에서 소외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아이와 노인은 안전성 측면에서 안전하게 설계된 욕실을 함께 이용하는 게 좋다. 이때 미끄럼 방지 타일이나 손잡이 등을 설치하면 도움이 된다.
◇ 자녀 출가 후 주인 없는 방 vs 모두가 함께 쓰는 공유 공간
[1인 가구] 자녀가 독립하며 쓰임새를 잃어버린 방은 자칫 주거생활의 활력을 떨어뜨리거나 허전함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이유로 집의 규모를 줄여 원룸이나 스튜디오형 오피스텔을 찾지만,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은 주거 형태이기에 생활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편이다. 딱히 이사 계획이 없다면, 남은 방을 취미를 살리거나 분위기를 업그레이드해줄 공간으로 꾸며보는 것도 방법이다.
Tip+ 나만의 홈 컬렉션(갤러리)
남는 공간을 갤러리처럼 활용하면 다채로운 주거공간이 된다. 컬렉션을 구성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색상별로 아이템을 모으거나, 공간을 한 종류의 장식품으로만 진열하는 것이다. 비슷한 소품은 개별 진열보다 모아놨을 때 더 큰 미적 효과를 발휘한다. 투명한 선반이나 유리도어 수납장 등을 사용하면, 물건을 한층 더 돋보이게 연출할 수 있다.
Tip+ 홈 트레이닝 피트니스 룸
요즘처럼 바이러스나 미세먼지 등으로 바깥 활동을 자제하면 기초대사량과 근육량이 줄어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여유 공간에 홈 피트니스룸을 만들면 어떨까? 자칫 운동기구들로 바닥이 어질러지거나 공간이 좁아질 수 있는데, 이때 벽면 선반을 설치하면 효율적이다. 선반에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스피커 등을 올려놓고 헬스 동영상을 보며 동작을 따라 할 수 있다. 브래킷 사이 거리를 좁게 설치해 요가매트를 수납하거나, 후크를 달아 훌라후프, 밴드 등을 걸어도 좋다.
[다세대 가구] 함께 쓰는 공유 공간으로 ‘거실’을 꼽을 수 있지만, 대부분 텔레비전을 볼 때만 모여 앉아 있을 뿐 특별한 활동을 기대하기 어렵다. 함께 살면서 교류가 부족하면 집 안 분위기가 무겁고 무미건조해지기 쉽다. 최근에는 거실에 있는 텔레비전을 없애고 대신 책장을 두어 북카페처럼 공간을 꾸미는 등 가족 간 융합과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인테리어를 시도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Tip+ 가족 전용 홈 시네마
탁 트인 공간이 있다면 가족을 위한 전용 극장으로 꾸며볼 수 있다. 가정용 빔프로젝터를 설치해 실내 한쪽 벽면이나, 옥상·마당에 행거와 흰 천 등을 이용해 스크린을 만들어본다. 편안한 의자와 분위기 있는 조명, 텍스타일까지 준비한다면 더욱 아늑한 공간이 된다. 영화관처럼 상영시간표를 만들거나 팝콘 등을 즐기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Tip+ 휴대기기 충전 스테이션
식구가 많으면 각자의 스마트폰, 디지털카메라, 노트북 등 휴대기기 충전기만 해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간혹 제품에 맞는 충전기를 찾지 못해 곤혹스러울 때도 있다. 방마다 수납공간을 들쑤시다 보면 쓰임새가 모호한 전선이나 어댑터까지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집 안은 어수선해지고 이름 모를 물건은 쌓여간다. 거실이나 공유 공간 한 편에 각종 충전기기를 모아놓으면 이러한 불편을 줄일 수 있다. 때때로 가족이 모여 쓸모없는 충전기나 전선 등을 정리하는 시간도 마련한다.
실적 하락의 늪에 빠진 LG전자로 금융투자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증권가는 LG전자의 지난해 4분기 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수년째 반복되는 ‘상고하저’의 이익흐름을 감안하면 올 상반기를 주시해야 한다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지난해 4분기에 실적 하락이 예견된 만큼 올 상반기에는 투자 매력이 존재한다는 시각이다.
◇매년 반복되는 ‘상고하저’ 주목
NH투자증권에 따르면 LG전자의 지난해 4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2223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72%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 가전제품군(에어컨 등)의 계절적 비수기 영향 △TV사업의 연말 판매촉진 프로모션 비용 발생 △스마트폰사업 부진 등을 4분기 영업이익 감소 요인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올 하반기는 기대해 볼 만하다는 게 증권가의 전망이다. 증권사들은 LG전자가 올해도 ‘상고하저’ 이익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LG전자에 대한 투자포인트는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상반기 실적 개선 가시성이 높고 밸류에이션 매력이 존재해 매수 관점의 접근이 유효하다는 게 증권사들의 판단이다.
대신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LG전자는 올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판매 확대(전년 대비 45% 증가)가 액정표시장치(LCD) TV 경쟁 심화를 상쇄할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도 OLED 패널 공급 증가로 48인치에서 88인치 영역을 지원해 점유율 확대 및 프리미엄 전략 유지를 병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가전은 프리미엄화의 비증 확대 속에 신성장 제품군(공기청정기, 무선청소기, 스타일러 등)의 매출 증가로 높은 수익성 유지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부문은 5G 폰 매출 확대에 주력하지만 사업 재조정의 가능성이 상존해 주가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LG전자는 밸류에이션의 시점 변경과 저평가 부각, 가전과 TV의 성수기 진입 효과로 주가의 추가 상승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박원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LG전자는 올해 신 가전 확대와 스포츠 이벤트(올림픽 및 유로2020) 효과로 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H&A)와 홈엔터테인먼트(HE) 실적 호조가 기대된다”며 올해 영업이익을 2조8825억 원으로 추정했다.
또한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사업은 실적 부진 지속에도 생산공장 이전(베트남) 및 제조사개발생산(ODM) 생산 비중 확대로 비용 감소가 예상된다”며 “LG전자의 올해 연결 영업이익은 2조9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LG전자의 올 상반기 실적 회복 모멘텀과 낮은 주가 밸류에이션을 고려해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8만3000원을 유지했다. 미래에셋증권은 투자의견 ‘매수’와 12개월 목표주가 8만9900원을 내놨다. 대신증권 역시 ‘매수’와 목표주가 9만 원을 유지했다. LG전자는 지난 6일 6만9900원에 장을 마쳤다.
시니어에게는 ‘평범한 삶’을 유지하는 것도 숙제가 된다. 예전엔 일상처럼 해왔던 운전이나 일, 독서, 운동 등도 어느 날부터는 대단한 각오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초고령 국가 일본에선 최근 시니어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은 노인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
운전 능력 자가진단으로 해결
고령자에 의한 교통사고는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2014년 51건에 그쳤던 90세 이상 노인에 의한 교통사고는 2017년 131건으로 늘어나 큰 증가세를 보였다. 일본에서도 고령자 교통사고는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 3월 JAF(사단법인 일본자동차연맹)에서는 노인의 즐겁고 안전한 운전을 위한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연맹이 개설한 ‘고령 운전자 응원 사이트(jaf-senior.jp)’를 통해 공개된 이 프로그램은 안전운전과 면허갱신 등에 필요한 내용을 알려줄 뿐만 아니라 간단한 퀴즈를 통해 운전자의 시각과 인지능력을 테스트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자신의 운전 능력을 가늠해볼 수 있다.
연맹 측은 “게임 형식으로 제작돼 즐기면서 훈련을 반복할 수 있고, 운전에 필요한 인지기능 유지와 강화에 일조할 것”이라면서 “사회 문제인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방지를 위한 활동을 앞으로도 펼쳐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쿄도민의 제2인생 응원 사업
도쿄도(東京都)는 지난 3월 27일, 6개월간의 교육이 진행된 ‘도쿄 세컨드 커리어 학당’의 수료식을 진행했다. 도쿄 세컨드 커리어 학당은, 평생 현역을 위한 두 번째 경력(직업)을 원하는 희망자 중 도내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사업으로 지난해 10월 시작됐다. 총 112명의 1기 수료생은 두 곳 시설에서 커뮤니케이션 스킬, 기획 실습 강좌 등 51개 수업을 수강했다. 도쿄도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수강생 중 취업을 원하는 60명의 명단인 ‘시니어 인재 목록’을 기업을 대상으로 공개했다. 도쿄도 측은 “노인에게 취업은 단순히 수익 수단을 넘어 삶의 보람을 얻도록 하고, 사회와의 관계를 지속시켜주는 역할을 한다”면서 특히 “저출산 초고령 사회에서 발생하는 기업의 인력 부족에 시니어의 경험과 인맥은 도움이 되므로 앞으로도 노인이 활약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시니어 아지트 ‘탁구 카페’
최근 일본에선 지자체와 기업, NGO, 의료기관이 힘을 모아 시니어를 위한 아지트 ‘탁구 카페’를 만들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구와나(桑名) 시와 기업 네슬레 재팬, 구와나 시 종합의료센터, 탁구로 건강한 일본 만드는 모임 등이 참여한 이 프로젝트는, 탁구 카페를 거점으로 지역 시니어 등 다양한 계층에게 운동 등 건강에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모임 장소도 되고, 탁구대 등의 시설을 통해 운동 기회를 제공하는 헬스 공간도 된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또 필요에 따라 건강 강좌나 요리교실 등의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나이 들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가 ‘말 많은 사람이 싫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상대를 피곤하게 만든다. 짜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정보를 받아들이는 뇌 용량이 점점 줄어들어서 그런 모양이다.
어떤 술자리에서 한 사람이 명리학과 사주를 공부했다면서 자기 지식을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간단하게 했으면 분위기에 도움이 되었을 텐데 시종일관 그런 얘기를 하니 사람들이 지루해하며 하나둘씩 빠져나갔다. 그 사람은 한 사람 한 사람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간이 안 좋다”, “말년 재물운이 없다”, “자식복이 없다”는 식으로 풀이를 해줬다. 호칭은 깍듯이 하며 예의는 지키는데 더 이상 앉아 있을 수 없어 그만 일어나자고 했다. 끝나고 한잔 더 하자는 것을 뿌리치느라 힘들었다.
그 사람의 말투도 그렇다. 마치 점쟁이나 예언가라도 되는 양 사람을 평가하면서 좋은 얘기도 아니고 나쁜 얘기를 하는데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 사람 말과 맞아떨어지는 내용이 있으면 호기심이라도 생길 텐데 전혀 맞지 않았다.
말투는 상당히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고 있던 터에 서점에서 ‘모든 관계는 말투에서 시작된다’라는 제목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김범준이라는 현역 직장인이 쓴 책인데 내용이 유익했다. 이미 10만 부 이상 팔렸다고 한다.
저자는 말이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3가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위가 필요하거나, 사람됨이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기 자신을 지키는 말투를 사용하라고 했다. 월급을 주는 회사의 사장이거나 경찰공무원처럼 사법권을 가진 사람은 지위가 위력을 발휘한다. 사람됨이 좋은 사람은 지위, 인격, 외모 등 보통 사람은 갖기 힘든 요소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말투는 다듬기 나름이란다. 맞는 말을 해도, 듣는 사람이 동의할 만한 제대로 된 말투를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탈무드에는 유대인들이 사람을 평가하는 3가지 기준으로, 돈을 어떻게 쓰고, 술을 어떻게 마시고, 화가 나는 일을 어떻게 참는지를 본다고 했다. 화가 나는 일에 반응하는 말투에 따라 상대방과의 관계가 결정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분노를 삭이며 침착하게 대응하면 일단 그 자리는 평화롭게 끝난다. 그러나 이런 사람이 사실은 더 무섭다. 참지 못하면 분노를 폭발해 속은 후련할지 모르나 폭력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
메라비언의 법칙은 대화를 할 때 시각과 청각 이미지가 중요하다는 커뮤니케이션 이론인데, 사람들과 소통할 때 말이 차지하는 비중은 7%, 목소리는 38%, 신체 및 생리적 표현이 차지하는 비율은 55%로 본다. 내가 만난 명리학자라는 사람의 경우 내용도 신뢰가 가지 않았고, 사람을 빤히 보고 평가하는 표현 방식도 불편했다. 목소리라도 좋으면 나았을 텐데 점쟁이나 예언가처럼 말하는 말투가 싫었다. 술이 오르고 나니 목소리 톤이 올라가 찢어지는 소리처럼 들려 더 이상 듣고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저마다 살아온 인생 속에서 ‘고수’라 불릴 만한 영역은 존재한다. 스스로 고수라 자부할 만한 재능이 있다면 좀 더 생산적인 활동을 해보면 어떨까. 재야에 숨은 고수들을 널리 알리고, 고수들의 손길이 필요한 소비자를 매칭해주는 O2O플랫폼 ‘숨고’를 소개한다.
도움말 숨고(soomgo)
최근 ‘재능거래’, ‘재능마켓’ 등으로 불리며 전문가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이 늘어났다. ‘숨은 고수’를 뜻하는 ‘숨고’는 이러한 전문가들을 ‘고수’라 칭하며 900여 분야의 매칭 서비스를 제공한다. 900가지라는 숫자에 놀라겠지만, ‘반려견 산책’, ‘주례’, ‘게임레슨’ 등 그만큼 소소한 영역까지 폭넓게 아우르기에 가능한 일이다.
중장년 고수들 환영합니다!
은퇴 후 경제활동을 위해 그동안의 경력이나 경험을 살려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 이때 회사에 입사하지 않고 개인사업자나 프리랜서 등으로 활동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 고객유치를 위한 홍보비용이나 중개수수료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 ‘숨고’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수에게 수수료 차감 없는 수입을 보장한다. 게다가 온라인과 앱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홍보하면서 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까지 가능해 부담 없이 효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 고수들을 선정하는 기준도 따로 정해진 것은 없다. 타 플랫폼과 다르게 소비자에게 고수들에 대한 선택과 평가를 맡기는 시스템. 덕분에 누구나 자기 노력에 따라 공정한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고수는 사회 경험이 풍부하고 오랜 경력을 지닌 중장년층. 각종 외국어 과외, 번역, 인테리어, 청소, 컨설팅, 출판 등 대부분 주요 서비스에서 시니어 고수가 주목받고 있다. ‘숨고’ 박성현 마케팅 담당자는 “카카오톡이나 유튜브 정도 사용하는 시니어라면 충분히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특히 은퇴 후 경제적 부담 때문에 마음속으로만 고민했던 일에 도전하거나 창업 전 소규모 비즈니스를 시험해보기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고수들의 공통점 ‘경험×노력’
‘숨고’를 통해 고수로 활약하는 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주거 청소의 고수 김해수(60) 씨. 과거 30여 년 동안 인테리어 관련 중소·중견 기업의 관리직으로 일한 경험과 유난히 꼼꼼한 성격 덕분에 퇴직 후 제2직업으로 ‘주거 청소’ 분야로 전향할 수 있었다. 청소라면 누구보다 자신 있었지만, 내 집 아닌 고객의 집을 청소해 만족감을 주는 건 또 다른 얘기였다. 즉, 고수라 자부했어도 타인에게까지 인정을 받기란 쉽지 않은 일. 김 씨는 “청소는 손기술이 전부라 생각하지만, 공부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관련 분야 다른 고수들의 기술을 관찰하거나 새로 나온 세제나 약품 등을 조사하고, 자신만의 청소법을 연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앞으로는 주거 공간 외에 빌딩이나 공장 등으로 영역을 넓혀 진정한 ‘청소 고수’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다졌다.
오랜 세월 주부생활로 갈고닦은 살림 노하우를 살려 ‘정리수납’ 고수로 활동 중인 류현숙(57) 씨. 주거 청소와 더불어 중장년 여성들의 참여가 많은 분야다. 류 씨 역시 평범한 주부였지만, 건강만 유지된다면 노후 자금 마련도 가능하리라는 생각에 ‘숨고’에 자신의 재능을 알렸다. 정리수납 전문 자격증도 취득한 그는 “자격증보다 중요한 건 경험치”라며 “정리수납 서비스를 대행하는 업체를 통해 활동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플랫폼을 통해 프리랜서로서 개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이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정리수납 일은 거의 하루 종일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 어린 자녀를 둔 사람은 힘들 수 있다. 자녀가 독립한 중장년 주부들이 도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LG전자 연수원장과 LG플레이 총무팀장 등을 지내며 인사 관리와 교육 관련 일을 해온 권규청(58) 씨는 직장에서의 이력을 바탕으로 ‘취업 컨설팅’ 분야의 고수가 됐다. 취업난을 겪는 청년 세대에게 자신의 경험을 통해 도움을 주고 싶었고, 전문성을 더하기 위해 심리 상담이나 멘탈코칭 등 관련 공부를 해나갔다. 그는 “취업 컨설팅 관련해서는 젊은 코치들도 많지만 조직생활 경험이 적어 부서별, 업무별로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 자세히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취업자들도 사회생활 노하우가 풍부한 시니어 고수들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숨고’ 담당자는 “청년 고수들과 비교해 오랜 경력을 자랑하고 자신만의 노하우를 잘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중장년 고수를 신뢰하는 편”이라며 “꼭 직장 경험이 아니더라도 오랜 취미나 특기를 살려 고수로서 제2의 커리어를 찾길 바란다”고 시니어 고수들의 활약을 독려했다. 숨겨두기 아까운 재능이 있다면, ‘숨고’의 고수가 되어 필요한 이들에게 한 수 발휘해보는 것 어떨까?
마치 1980년대 극장가를 휩쓸었던 영화 ‘돌아이’의 주인공 황석아가 다시 돌아온 느낌이었다. 전영록은 어리숙하면서도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뜨거운 청년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채 인터뷰 내내 유쾌함을 잃지 않았다.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 ‘불티’, ‘아직도 어두운 밤인가봐’와 같은 명곡들을 부른 주인이자 ‘바람아 멈추어다오’, ‘사랑은 창밖에 빗물 같아요’ 등 히트곡 작사 작곡자, 그리고 영화비디오테이프, 만화책, LP판, 심지어 피규어까지 수집하는 소문난 마니아다. 다양한 재능과 취미를 갖고 있는 전영록을 만나 그때 그 시절 7080 추억들을 꺼내 감성과 낭만의 시간으로 꽉꽉 채웠다.
한국 대중문화의 역사 속에서 만능 엔터테이너의 모범을 보여줬던 이로 전영록을 지나칠 수는 없다. 당대 최고의 가수이자 흥행 배우로서, 그리고 작사 작곡까지 하는 아티스트로서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최고의 자리에 서 있었던 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전에 들려온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그가 심각한 암 환자였고 사경까지 헤맸었다는 얘기를 들었던 것.
“아니 그게… 용종이 좀 큰 상태였는데 방송에서 이홍렬이 한 말을, 그걸 편집해서 사람을 암 환자로 만들더라고. 환장하는 줄 알았어요. 난 오래 살 거예요. 아니, 오래 살 거 같아.(웃음)”
일단 그가 암 환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은 정말 다행이었지만 이번에는 코미디언 이홍렬 씨와 그가 친구라는 게 또 놀라웠다. 그가 동안의 대명사라 믿기지 않았지만 실제로 이홍렬 씨와는 65세 동갑내기이며 중학교 동창이라 했다. 그는 여전히 젊다. 그러나 그 젊음이 외모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요즘은 블랙핑크가 좋다
“예전에 보람이에게 ‘난 티아라보다 포미닛이 좋다. 현아가 있어서’라고 말한 적이 있었죠.(웃음) 큰아들은 요즘 아이린을 좋아해요. 둘째는 쯔위를 좋아하고. 저는 블랙핑크가 좋아요. 걸크러시잖아요. 제가 이러고 살아요. 음반사에서 레드벨벳 포스터 구해놨다고 하면 얼른 가져와서 아들 방에 붙여주고.(웃음)”
전영록의 딸 전보람은 걸그룹 티아라의 멤버였다. 티아라와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포미닛은 티아라의 라이벌 그룹이었으니, 그는 딸 앞에서 딸의 라이벌 그룹이 더 좋다고 칭송(?)한 셈이다. 요즘 아이돌 그룹에 관심이 없는 독자라면 그가 말하는 아이린, 쯔위, 블랙핑크와 레드벨벳이 누구인지 이해가 잘 안 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모두 요즘 잘나가는 걸그룹과 아이돌 이름이다. 전영록의 취향 안테나는 그렇게 여전히 현재를 달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골프 좀 치러 다니라고 하더라고. 그런데 난 아들들 케어해주는 게 더 좋아요.”
삶의 보람, 두 아들과 눈 맞추기
그 말처럼 두 아들 전유빈, 전효빈 군은 그의 삶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래서 아들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요즘 아이들이 왜 부모와 얘기를 안 할까 고민해봤어요. 결론은 부모의 태도예요. 아이들이 대화를 좀 해보려 해도 대부분의 부모들은 ‘네가 뭘 알아, 어서 밥 먹고 공부나 해’라고 말하기 일쑤죠.”
그는 자식들을 존중한다. 어떤 때는 거의 친구처럼 대할 때도 있다고 한다.
“‘아빠가 너희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응원이야. 물질적인 지원은 없어’라고 말하곤 해요.(웃음)”
그의 이러한 태도가 그를 젊게 만드는 걸까? 아마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일상에도 여전한 젊음이 있었다. 연예계에서 손꼽히는 마니아 전영록은 요즘도 행복한 마니아로 살아가고 있었다.
“음반을 한 20억 원 어치 정도 샀어요. 피규어 레진은 지금도 모으고 있고. 피규어는 한 3억 원 어치 샀을 거예요. 영화, 만화, 게임 관련 자료들도 모으고 있고…. 물론 아내가 싫어하죠.(웃음)”
음반, 피규어를 사는 데 수십 억을 썼다면 집 안은 거의 박물관 수준이 아닐까.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얼마 전에 해결책이 생겼다.
“평창 알펜시아에 세계에서 가장 큰 피규어 박물관이 들어선대요. 친한 동생이 2층은 스튜디오로 쓰고 1층은 박물관으로 만든다 하더라고요. 그래서 내 거 다 가져가라고 했죠.(웃음) 이런 제 취미 때문에 그동안 마음고생한 집사람이 그 얘길 듣고 너무 좋아하더군요.”
영화계와 만화계의 만남을 주선하다
물론 전영록의 ‘특별한 취미’가 아무 의미 없이 아내에게 스트레스만 준 것은 아니다. 그는 우리나라 영화계가 만화를 소재로 영화로 만들기 시작한 게 바로 자신 덕분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이장호 감독에게 만화책을 갖다 준 건 ‘돌아이’ 시리즈 3편이 나올 무렵이었다. 처음 이 감독의 반응은 ‘야, 장난하냐?’였다. 그러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형님, 보시고 별로면 버리시고, 이 만화로 영화를 만들어볼 의향이 있으면 이현세라는 만화가에게 연락해보세요’라고 했다. 그때 그가 건네준 만화책이 바로 이현세 원작의 ‘공포의 외인구단’이었다. 이 만화는 영화 ‘이장호의 외인구단’으로 만들어져 대성공을 거뒀다. 이 작품이 1980년대 중후반 한국 영화의 흥행을 이끌었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이 기억하고 있다.
‘돌아이’를 제작한 태흥영화사의 이태원 사장은 전영록의 이러한 감각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전영록에게 메가폰을 잡아보라고 제안했다.
“그래서 제가 액션 신을 찍으려면 카메라가 여러 대 필요하니 다섯 대만 준비해 달라고 말씀드렸죠. 그랬더니 이 사장님이 ‘미친놈, 돌아이 짓 또 하네’ 하시더라고요.(웃음) 그래서 못했어요. 정말 하고 싶었는데.”
내가 스티브 잡스를 싫어하는 이유
전영록의 얘기를 듣다 보니 그는 유행의 최첨단을 걷는, 독특한 얼리어답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스마트폰의 ‘스’ 자도 모르는 사람이다. 20년 동안 폴더폰을 쓰고 있는데 한 달 전에 고장이 나서 스마트폰 기능이 있는 폴더폰으로 겨우 교체했다. 당연히 카카오톡도 모른다.
“얼마 전에 지인을 통해 전유성 선배 어머니 부고 소식을 듣게 됐어요. 그런데 오지 않아도 된다는 소식을 페북에 올렸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물었죠. 페북이 뭐냐고.”
그는 아날로그가 좋다고 말한다. 그래서 고장 난 폴더폰을 또다시 폴더폰으로 바꿨다. 그러니까 그는 새로운 것이라고 무조건 받아들이고 애정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오랜 세월 빚어진 자신만의 공고한 세계 속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요즘 세태를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제가 스티븐 호킹 박사를 좋아하는데, 그분이 스티브 잡스를 싫어하셨어요. 저도 스티브 잡스를 싫어해요. 호킹 박사는 스마트폰에 매달리면 인성이 없어질 것이라 했거든요. 그 말대로 요즘 세대는 인성이 부족한 것 같아요. 애들이 잘못 배우고 있는 거예요.”
그는 최근의 미디어 문화와 예능 프로그램들에 대해 걱정이 많다. 요즘 사회가 점점 험해지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미디어에서는 절대 나쁜 말, 나쁜 행동을 하면 안 돼요. 그런데 처음에는 재미있어서 한 건데 그걸 방관한 게 문제였죠. 아이들이 예능인들의 거친 행동과 말투를 보고 자라면서 인성이 사라졌다고 봐요. 힙합만 봐도, 랩은 거의 욕이고 남을 헐뜯는 내용이잖아요? 그걸 왜 놔두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가수가 맛있게 불러주면 그걸로 만족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냐고 물으니 전영록은 ‘뮤직 셰프’라고 답했다. 그가 요즘 꾸준하게 밀고 있는 명칭이다.
“뮤직 셰프란 음악에 MSG를 쳐서라도 맛있게 들려준다는 의미예요. 아구찜이나 갈비찜에 설탕 풀어넣어 보세요. 정말 맛있어져요.”
음악인 전영록은 1980년대를 주름잡았던 최고의 가수이자 작사 작곡가다. 그래서 그가 ‘요즘 애들은 다 베껴서 창작이 없다, 공부를 안 한다’고 한탄할 때 그 말에는 자연스럽게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쓴 것은 40곡이고 드린 분은 여섯, 일곱 명 정도 돼요. 인순이 씨에게는 초창기에 줬던 게 있고 정수라, 김희애, 양수경, 이은하, 민해경… 얼마 전에는 남진 선배에게 ‘잘살고 싶소’를 드렸죠.”
그는 25년 동안 곡을 안 썼다. 이유는 간단했다. ‘싫어서’. 그러나 어느 순간 다시 곡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남진 선배를 필두로 선후배 가수들에게 자신이 만든 노래를 주고 있다. 그가 마음을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자식들에게 유산을 남기고 싶은 거죠. 저작권료는 사후 70년까지 나오니까. 쓸 만큼, 먹을 만큼, 입을 만큼은 남겨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계속 만들고 있어요. 이 나이에 서점 가서 사전 보면서 작업하니까 재밌어요. 예전에도 가만히 있질 못했던 편이죠. 맛있는 거 나오네? 괜찮겠네? 그럼 썼으니까요.”
그는 선후배 가수에게 노래를 줄 때 작사 작곡비도 안 받고 그냥 줬다고 한다. 히트곡을 엄청나게 보유한 사람인데 아무것도 안 받았다니, 이해가 안 되었다. 그러나 아쉽지 않다고 했다. 그저 가수가 자신이 만든 노래를 맛있게 잘 부르면 그걸로 족하다는 것이다. 과연 뮤직 셰프다운 대답이었다.
연예인 가족으로 살아간다는 것
연예인 생활 46년 동안 어려운 순간을 잘 이겨낸 원동력이 무엇인지 묻자 ‘사람과 잘 안 만나고 그 시간에 하나라도 더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그만큼 그는 음악을 체질적으로 업으로 삼았다. 문득 그의 집안이 연예인 가족이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의 아버지는 200여 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한 영화배우 황해, 어머니는 ‘봄날은 간다’를 부른 가수 백설희다. 심지어 딸 둘도 아이돌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갑자기 가족이 연예인인 집안 분위기는 어떨까. 자연스럽게 궁금해졌다.
“나쁘죠. 안 바빠도 바쁜 척, 아닌 척해야 하니까. 방송 촬영은 아침부터 나와서 김밥 먹으며 리허설을 계속해야 하니 그것도 힘든 일이고.”
그는 부모님에게 ‘유전자만 물려받았다’고 했다. 꽤 엄격한 부모였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분 다 벽이었어요 벽. 당장 당신들이 인정을 안 하는데 뭘. ‘아버지, 연기 지도해주시면 안 돼요?’라고 물은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아버지가 ‘내가 너에게 지도를 해주면 넌 황해가 된다. 전영록은 없어’라고 대답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자식들에게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해라’ 잔소리 안 해요. 그러면 전영록이 되는 거니까요. 알아서 해야지.”
죽을 때까지 노래 만들고 싶다
최근 오랜만에 그의 싱글 앨범이 나왔다. 작사 작곡가 전영록의 부활과 함께 가수 전영록 또한 출격을 준비해왔던 것이다.
“전유성 선배가 어머니 빈소에 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그래도 갔어요. 그런데 조덕배와 이문세가 먼저 왔다 갔더라고요. 얘기를 들어보니 덕배도 요즘 곡을 쓰기 시작했답니다. 덕배의 음악세계를 좋아하는데 반가운 소식이었어요.”
그는 음악 활동과 함께 연기도 다시 시작했다.
“이천희가 주연인 영화를 찍었는데, 거기 카메오로 나와 달라고 해서 오프닝과 엔딩에 등장해요. 그리고 현재 제작 중인 드라마에 방송 PD 역할로 나갑니다. 좋잖아요. 아직 내가 살아 있다는 거니까. ‘나 암 환자 아니다’라는 거고.(웃음)”
12월 미국 공연을 준비 중인 그는 여전히 공연의 엔딩곡을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로 끝낼 거라 한다. 팬들과 함께 부르기에 좋기 때문이다.
“팬들은 저와 과거를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그들이 제 노래를 들으면서 자기 과거를 회상할 수 있는….”
인터뷰 중 그의 30주년을 회상하면서, 그때 그에게 헌정하기 위해 모인 가수들이 기라성 같은 이들이었음을 얘기했다. 그러자 “이제 그들은 다 원로가 됐고, 나는 고스트가 됐다”고 말했다. 함께 한바탕 파안대소했다. 스스로를 ‘고스트’라고 칭하는 이 유쾌한 남자의 미래 계획은 ‘죽을 때까지 지인들에게 곡을 주는 것’이다. 죽을 때까지 노래를 만들겠다고 다짐하는 ‘고스트’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러나 이 영원할 것 같은 젊음의 아이콘은 그 말이 안 되는 일을 말이 되게 만들 것 같다.
올 3월에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3학년에 편입했다. 서둔 야학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들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이었다. ‘과락 하는 게 몇 과목이나 되려나? 과락을 해도 2학기 등록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공부도 제대로 하지 않고 뭘 바라?' 시험결과를 앞둔 밤, 오만가지 생각이 교차하며 두려움에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아무도 보지 못하게 쥐도 새도 모르게 새벽 1시에 살그머니 컴퓨터를 켰다. 1학기 기말고사 성적을 확인해 보았다. 한국방송통신대 홈페이지를 열고 성적확인 경로를 타고 들어가서 눈은 컴퓨터 화면에 고정하고 숨은 멈추고 확인해봤다. 조심조심 중간 과제물 성적을 합산해봤다. 이럴 수가! 과락이 없었다. 야호! 좋아도 너무 좋았다.
예상했던 대로 어려운 과목인 '그래픽커뮤니케이션'과 중간고사 성적이 제일 좋지 않은 '뉴미디어론' 성적이 간신히 턱걸이했다. 특히 뉴미디어론은 60점이 나왔다. 1점만 모자랐어도 재수강해야 했는데, 86점 나온 '현대광고와 카피전략' 점수보다도 1점이 모자라지 않아서 간신히 통과한‘뉴미디어론’과목 60점이 더 반갑고 기쁘고 고마웠다. 아침에 일본에 사는 딸에게 보이스톡으로 소식을 전해주었다. 그러다가 기어이 울고 말았다.
"딸아, 엄마 과락 없이 다 통과했어."
'엄마 이번에는 꼭 마쳐야 해'라며 그동안 격려해주던 딸애는 엄마를 마음껏 축하해주었다. 이게 제대로 된 상황인가? 엄마와 딸의 역할이 바뀐 듯한 이 상황이.
여섯 과목을 통과해야 하는데 1학기 내내 수요일 하루 스터디그룹에 끼어서 공부한 거 외에는 특별히 따로 공부 하지 않았다. 그러다 1학기 기말 고사 일인 6월 24일을 1주일 앞두고 벼락치기로 공부를 시작했다. 일단 공부는 엉덩이 힘으로 하는 거니까 일체 외출 금지 후 만만할 것 같은 '미디어와 스토리텔링'부터 방송을 들었다. 그런 후 교과서에 있는 연습문제를 차근차근 풀었다. 다음에는 흥미진진한 과목 '현대광고와 카피전략'을 같은 방법으로 차근차근 진도를 나갔다. 방송 들으랴 교과서 보랴, 문제 풀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여섯 과목을 한꺼번에 머리에 넣으려니 참으로 바빴다. 여러 과목을 욕심내다 보면 모든 과목에서 F가 나오는 건 아닐까? 두려웠다. 두, 세 과목만이라도 건지려면 걔들만 집중적으로 하는 게 나은 게 아닐까?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야 허둥지둥하는 자신이 참으로 한심했다.
6월 24일 시험 날이었다. 용어조차도 헷갈렸지만 문제를 풀어야 했다. 답이 확실하지 아니면 OMR 마킹을 하지 않고 확실한 문제만 마킹해 나갔다. 다른 학우들은 차츰차츰 다 나가고 드디어 나 혼자만 남아서 시험을 보고 있었다. 3교시 내내 이 상황이 반복되었다. 꽤 긴 시간을 시험감독 둘이서 수험생 하나를 놓고 감독하고 있었다. 끝까지 시험지를 붙잡고 있었다. 마킹이 빠진 것은 없나? 밀려서 마킹한 것은 없나? 차근차근 확인한 후 제출했다.
'가르치는 자는 배움을 게을리하면 아니 된다' 평택여고 시절 방학이 되면 공부할 계획부터 세웠다. 게으르면 안 되는 것이 컴퓨터, 영어, 과학교사이다. 자고 나면 어제의 정보는 구닥다리가 되니 쉬지 않고 업데이트를 해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 컴퓨터 연수를 600시간 이상 받게 되었다. 그렇게 나에게 '의지의 한국인'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젊은 남자들인 자기들도 계속 앉아있으려면 좀이 쑤시는데 나이 든 여교사가 늘 꿋꿋이 앞자리에 앉아서 열심히 듣는 것을 보고 젊은 남교사들이 내게 붙여준 별명이란다. 뒤에서 내 뒷담화 하는 줄 모르고 있다가 세월이 꽤 지난 후 듣게 되니 여간 재밌는 게 아니었다.
평택여고에서 워드 프로세서와 인터넷을 가르쳤고 1973년도에 최초로 컴퓨터를 배운 이후 2000년도에 워드 프로세서 1급 자격증을 땄고' 2002년도에는 컴퓨터 활용능력 2급 자격증을 땄다. 미디어 영상학과는 컴퓨터 접목학과이기 때문에 이번 시험에 알게 모르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무슨 공부든지 해놓으면 언젠가는 나를 견인해주는 힘이 될 수 있음을 1학기 기말고사를 치른 후 다시 깨닫게 되었다. 컴퓨터에 대한 기본소양이 없었으면 벼락치기로 1주일 공부해서 과락 없이 평균 C 학점 나오기가 어렵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방송대 미디어영상학과는 뉴미디어론, 그래픽커뮤니케이션, 현대광고와 카피전략, 영상제작입문, 미디어와 스토리텔링, 문화산업과 문화기획, 등의 수업이 진행된다. '1인 영상시대'인 요즘 트렌드에 잘 맞는 학과가 바로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이다. 구성된 학과목이 꽤 재미있고 흥미진진하여 다른 시니어 분들께도 공부하기를 권장하고 싶은 학과이다.
커뮤니케이션 학자 앨버트 메라비언(Albert Mehrabian)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말을 잘한다고 느끼는 데 영향을 주는 요소는 목소리(38%), 표정(35%), 태도(20%), 논리(7%) 순이다. 즉 말주변이 없어 고민하는 이들도 목소리와 표정, 제스처 등을 신경 쓴다면 충분히 말 잘하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 임유정 라온제나 스피치 대표에게 자가 목소리 진단과 개선 방법 등에 대한 조언을 들어봤다.
도움말 임유정 라온제나 스피치 대표
일러스트 원앤원북스 제공 참고 도서 ‘성공을 부르는 목소리 코칭’(임유정 저)
STEP 1 내 목소리도 문제가 있을까?
임유정 대표는 “중장년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그동안의 삶이 녹아 있다”며 “목소리가 따뜻하고 여유 있는 이가 있는 반면, 톤이 높고 빠르며 독단적인 말투를 지닌 이도 있다”고 설명했다. 나이가 들수록 오랜 세월 자기 목소리와 표정에 익숙해져 문제점이 있더라도 잘 모르거나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임 대표가 코치한 한 기업의 대표 A 씨는 평소 사람들에게 무섭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A 씨 자신은 왜 그런 인상을 주는지 몰랐다는 것. 이에 임 대표는 몰래 그가 대화하는 모습을 찍어 보여주었는데, 그제야 사람들의 반응에 수긍했다고. 이렇듯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와 표정, 제스처가 다른 이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줄 수도 있다. 이 점을 인식하고 개선 의지를 갖는 것이 좋은 목소리를 향한 첫걸음이다.
STEP 2 ‘자기 경청’을 통한 목소리 자가진단
A 씨처럼 우연히 녹음된 자기 목소리를 들으면 “내 목소리가 원래 이런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의 목소리나 표정, 제스처를 점검해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자기가 말하는 모습을 직접 동영상으로 찍거나 대화를 녹음해 살펴 듣는 것이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자기 경청을 통해 스스로 문제점을 인식하고 노력하다 보면 발음과 발성이 좋아지고, 대화의 호흡을 맞추는 방법도 자연스레 익히게 된다.
✽자기 경청 SLRF 법칙: S-말하기(speaking), L-듣기(listening), R-인정하기(recognition), F-강화하기(finding)
STEP 3 몸의 언어를 향상하는 방법들
나에게 맞는 키톤 찾기 내게 맞는 자연스러운 키톤으로 말했을 때, 듣는 사람도 편하게 들을 수 있다. 먼저 편안하게 선 자세를 취한다. 어깨를 내려 몸의 긴장을 풀자. 몸이 너무 긴장되어 있으면 내 몸을 울려 소리를 낼 수 없다. 팔을 아래로 툭툭 털고, 명치라고 불리는 공명점(맨 아래 갈비뼈 중간 지점)을 누른다. 이 상태로 “아~” 하고 소리를 낼 때 나오는 편안하고 안정된 음이 자기 몸에 맞는 키톤이다.
1) 말투와 제스처는 동그랗게
발성학자들이 꼽는 가장 좋은 목소리는 ‘동그란 목소리’라고 한다. 주변 사람들 중 말을 할 때 자신감 있으면서도 겸손하게 들리는 목소리가 있다면, ‘동그란 목소리’일 가능성이 높다. 말과 제스처는 짝꿍이다.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말투가 아닌 부드럽고 교양 있는 동그란 목소리와 제스처에 익숙해지자.
2) ‘고현정 표정 100종 세트’ 따라 하기
표정이 좋아지는 방법은 딱 하나다. 말하는 내용에 맞게 표정이 잘 따라가주면 그만. 희로애락에 따라 다양한 표정을 짓는 훈련이 중요하다. 평소 얼굴 근육을 스트레칭을 해둬야 다채로운 표정을 자연스럽게 지을 수 있다. 인터넷 포털 검색창에 ‘고현정 표정 100종 세트’를 쳐보자. 검색한 이미지를 보고 따라 하면 도움이 된다.
STEP 4 눈에 보이지 않는 말의 기술
1) 어휘보다는 에피소드를 늘리자
한 분야에만 종사해온 이의 경우 자기 일에 관한 이야기는 술술 털어놓는 반면, 그 외의 대화에는 자신 없어 하곤 한다. 말은 소재, 즉 에피소드가 많아야 한다. 여러 사람을 만나고 대화할수록 에피소드는 더욱 다양해지기 마련. 특별한 소재가 없다면 공감과 질문 기법을 활용하자. 상대 이야기를 들으며 “그래요? 대단한데요”라고 공감하거나 “참 힘들지 않으셨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라고 질문하다 보면 한결 여유롭게 대화를 이끌어갈 수 있다.
2)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뉘앙스도 중요
자기 경청을 통해 단순히 목소리나 발음만 듣는 것이 아닌 말의 뉘앙스를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임 대표는 “스피치란 내용과 표현으로 이루어져 있다”며 “가령 배우자에게 ‘당신 참 대단해’라는 말도 진정성 있게 하는 것과 비아냥거리듯 표현하는 것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고 조언한다. 아무리 발성, 발음, 톤이 완벽했더라도 이러한 뉘앙스로 인해 상대가 불쾌해하거나 말뜻을 오해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상황별 목소리&제스처 코칭
#1 취임식 스피치를 할 때
취임식에서는 “이런 중책을 맡게 되어 정말 감사하다”, “앞으로 정말 열심히 하겠다”라는 감사함과 열정의 목소리를 가득 표현해야 한다. 첫인사를 할 때는 부드러운 목소리, 중·후반부에는 강력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목소리가 필요하다. 원고를 미리 준비했다면, 보고 읽는다고 해서 리듬이 너무 빠르면 안 된다. 오히려 천천히 하나하나 또렷이 읽어야 책임감이 강한 목소리로 들린다. 또 중간중간 쉼을 줘야 한다. 특히 문장 끝머리에는 고개를 들어 청중을 바라본다.
#2 건배사를 할 때
신년회, 송년회, 동창회 등 각종 모임에 가면 으레 건배사를 한다. 자신감 없는 건배사로 흥을 깨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열정 가득한 건배사로 흥을 돋운다. 알다시피 건배사를 할 때는 목소리가 일반 말하기 볼륨보다 커야 한다. 그러나 천천히 말하는 것이 관건이다. 빠르게 말하면 너무 준비한 티가 나기 때문이다. 여유롭게 말하되, 끝에 건배 제의를 할 때는 더 큰 목소리로 카리스마 있게 외쳐야 한다.
#3 결혼식 주례사를 할 때
주례사를 할 때는 어떻게 주례를 맡게 됐는지 그 사연을 오프닝에 넣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신랑·신부에 대한 애정, 양가 부모를 향한 존경심을 가득 담아 말하되, 자기 자랑이나 ‘이렇게 살라’는 훈계는 절대 사절이다. 내용은 “첫째, 서로 대화를 많이 하자. 둘째 ~ 셋째~” 이런 식으로 크게 3가지로 압축해서 말하는 것이 좋다. 하객과 함께할 수 있는 퍼포먼스도 넣어보자. 박수를 유도하거나 말을 따라 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4 모임에서 자기소개를 할 때
자기소개가 너무 길면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사람들의 시선이 다른 곳을 향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방이 자기소개를 할 때 ‘난 뭐라고 이야기하나?’ 하고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축축 처지는 일정한 톤이 아니라 생기 넘치는 리듬감을 넣어서 말한다. 자기소개 목소리는 무조건 ‘반갑다’는 친근감이 들어 있어야 함을 잊지 말자.
>>임유정 라온제나스피치 대표
CEO스피치코칭(삼성, LG, 현대, SK외 대기업 다수 코칭), 스피치 스타일, 보이스 스타일, 소통 대화법, 프레젠테이션, 미디어 트레이닝 등 다방면에서 강의를 펼치는 스피치코칭 전문가. 저서로는 '스피치 트레이닝 60일의 기적', '트겹ㄹ한 순간, 리더의 한 말씀', '성공을 부르는 스피치 코칭', '성공을 부르는 목소리 코칭'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