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패션의 고민은 선택의 폭이 좁다는 데서 시작된다. 바지, 셔츠 혹은 원피스 하나로 완성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더더욱 커진다. 이런 고민에 대해 MACY'S, KOHL'S, MAURICES 등 세계적 의류 브랜드와 협업 중인 풍인무역 R&D팀의 김샛별 차장은 “심플한 디자인에 색상과 소재로 포인트를 주는 스타일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녀가 말하는 올여름 중장년 패션의 세계적 흐름에 대해 들어봤다.
실용적으로 변화되는 포멀룩
올여름 남성과 여성 패션의 주요 경향 중 하나는 최근 사랑받고 있는 포멀(formal)룩의 변화다. 포멀룩은 정장 또는 캐주얼하지만 격식을 차린 옷차림을 이야기하는데, 올여름에는 여기에 기능성과 실용성이 더해지고 있는 추세다.
예를 들어 심플한 디자인에 단추나 큰 주머니로 포인트를 주거나, 색상과 원단의 조화로 미적 요소를 부여하는 식이다. 여기에 레트로 빈티지 혹은 활동성이나 기능성을 강조하는 유행 역시 계속되고 있는데, 이러한 경향이 포멀룩과 일상복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패션업계에선, 매일 어디서나 입을 수 있는 옷이라고 해서 ‘everyday, everywhere’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꽃중년은 ‘플리츠’에 주목
흔히 주름치마를 연상하면 된다. 스커트에 아코디언 주름상자 모양으로 잘게 모를 내어 잡는 주름을 플리츠라고 한다. 플리츠로 가공된 원단은 고전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면서도 편안함까지 더해져 특히 여름에 각광받는다. 중장년 중에서도 액티브 시니어라면 플리츠 스타일 복장에 주목해야 하는데, 구김이 없어 여행을 위한 ‘공항 패션’으로도 제격이기 때문이다. 치마뿐만 아니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플리츠가 포인트인 옷으로 스타일링해도 요란스럽지 않은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올여름 강타할 소재는 ‘린넨’
천연섬유인 린넨은 통기성과 체온 조절 효과가 뛰어나고 가벼워서 여름에 늘 사랑받는 소재다. 최근에는 지속가능한, 즉 원자재부터 제조공정, 재활용까지 환경적 요소를 중시하는 패션업계의 경향이 더해져 사용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올여름 패션도 린넨 소재로 만든 남성 셔츠, 여성 재킷이 어김없이 유행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스타일링이 고민이라면, 린넨 셔츠에 운동복처럼 발목을 조여주는 조거(jogger) 바지를 입으면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꽃중년일 경우 여성스러운 드레스 위에 린넨 재킷을 겹쳐 입을 것을 추천한다.
편안한 초록과 빛바랜 노랑이 인기 컬러
올여름 컬러는 건강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초록색과 노란색이 유행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초록색 중에서는 자연색에 가까워 부드럽고 차분한 느낌을 주는 보태니컬 그린(botanical green)이 인기가 많다. 시원한 여름을 강조할 수 있는 색상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전환이 되며 건강한 자연의 풍요로움도 표현해준다. 노란색은 자연스러우면서 빛바랜 듯한 컬러가 인기다. 특히 중장년에게 잘 어울리며 환한 분위기로 기분 좋은 편안함을 느끼게 해준다. 여름의 대표 색상인 푸른색도 놓쳐선 안 된다. 그중에서도 차분하면서도 강렬한 비비드(vivid) 컬러가 대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푸른색 중에서 채도가 높은 케미컬 블루(chemical blue)는 클래식한 느낌을 준다.
초록이 드리우는 6월, 이달의 추천 문화행사를 소개한다.
(축제) 고성 하늬라벤더팜 라벤더 축제
일정 6월 1~23일 장소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 꽃대마을길 175 하늬라벤더팜
매년 6월이면 고성 하늬라벤더팜에는 라벤더가 만개해 보랏빛 물결을 이룬다. 이번 축제는 라벤더 수확 체험, 피자 만들기 등 허브를 활용한 다양한 체험 행사로 운영된다. 라벤더 향수 추출 시연, 향기 음악회, 포토 콘테스트 등 오감 만족 이벤트도 열린다.
(공연) 운당여관 음악회
일정 6월 4~20일 장소 서울돈화문국악당
운당여관은 조선시대 후기 전통 한옥으로 예술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그 시절의 운당여관을 추억하며 다양한 예술가들이 펼치는 음악회다. 행사기간 매일 다른 국악 예술인이 여관 주인이 되어 다채로운 공연을 펼친다.
(전시) 그리스 보물전
일정 6월 5일~9월 15일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그리스 유명 박물관들이 소장한 보물 총 350여 점이 최초로 공개된다. 황금의 시대 미케네, 트로이 전쟁에서 이기고 금의환향한 아가멤논, 동방 원정의 주인공 알렉산드로스 대왕까지 서구 문화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축제) 2019 고창 갯벌 축제
일정 6월 7~9일 장소 전라북도 고창군 심원면 애향갯벌로 320 만돌갯벌체험장 일원
2010년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고창 갯벌. 다양한 갯벌 생물이 서식하는 이곳에서 축제 동안 자연생태체험과 전통어로방식을 경험해볼 수 있다. 트랙터를 개조한 갯벌버스로 갯벌 위를 달리며 색다른 추억도 쌓을 수 있다.
(전시) 베르나르 뷔페展
일정 6월 8일~9월 15일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구상회화와 거친 느낌의 인물화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베르나르 뷔페. 생전에 프랑스의 문화훈장을 두 번이나 받았으며, 세계적인 디자이너 ‘디올’이 초상화를 부탁했을 정도로 유명했다. 한국에서 처음 여는 단독 대규모 회고전으로 4m가 넘는 대형 작품을 포함해 유화 작품 92점을 선보인다.
(클래식) 야성적인 로맨티시즘의 거장, 라흐마니노프
일정 6월 12일 장소 롯데콘서트홀
러시아의 피아니스트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는 크고 두꺼운 손으로 로맨틱하면서도 힘찬 고난도 작품들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공연에선 국제 콩쿠르대회 다회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세르게이 타라소프와 지휘자 성기완이 이끄는 ‘밀레니엄 심포니오케스트라’의 협주로 그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당신의 아지트는 어디인가? 물론 특정한 한 곳만을 아지트로 삼은 사람도 있겠지만 날씨, 기분, 개인 욕구에 따라 가고 싶은 장소가 달라지기도 한다. ‘2019 시니어 아지트’ 설문조사에서 ‘시니어를 위해 생겨났으면 하는 아지트 유형은?’이라는 질문에 대다수가 문화공간, 학습터, 쉼터를 꼽았다. 그래서 준비했다. 즐기고, 마음의 양식을 채우고, 쉬고 싶을 때 찾으면 좋을 공간을 소개한다.
연재 순서 ① 樂(즐기다), ② 學(배우다), ③ 休(쉬다)
休(쉬다)
고즈넉한 여유
학림다방
옛 서울대학교 문리대 학생, 지식인, 문화예술인의 아지트다. 대학로에서 가장 오래된 다방으로 1956년에 문을 열었다. 삐걱대는 나무계단, 책장에 빽빽하게 꽂혀 있는 LP판과 목조 구조물들이 정겹다. 클래식한 매력 덕분에 주말이면 계단에 대기 줄이 이어질 만큼 인기다. 한가롭게 음악도 듣고 이 공간을 즐기고 싶다면 평일에 방문하는 게 좋다. 로스터리 카페 ‘학림커피’도 가까운 거리(도보 1분)에 위치해 있다.
위치 서울 종로구 대학로 119 (혜화역 3번 출구 도보 1분)
운영시간 매일 10:00~23:00 (연중무휴)
싸롱마고
창덕궁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고즈넉한 한옥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로 ‘싸롱마고’다. 현재 은덕문화원에서 운영하고 있다. 서예, 사군자를 가르치는 등 다양한 문화행사도 진행된다. 1층에 진열된 옛 CD, LP판, 턴테이블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1층은 천장이 높아 탁 트인 느낌을 주며 2층엔 아담한 좌식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쾌청한 날 북촌길을 거닐다 이곳에 들려 책과 음악을 감상하며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겨보자. 대표메뉴는 마고차(직접 만든 국산 차 6000~7500원), 복분자 빙수(1만2000원).
위치 서울 종로구 창덕궁길 49 (안국역 3번 출구 도보 8분)
운영시간 매일 11:00~18:00 (월요일 휴무)
보약 같은 휴식
솔가헌
도심 속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고 싶다면 한옥 한방 카페 ‘솔가헌’에 들러보자. 진산한약국에서 운영하는 솔가헌은 한옥 내외부를 환경호르몬이 전혀 없는 원목으로 꾸몄다. 탁 트인 공간과 함께 피톤치드가 뿜어져 나오는 편백 좌식 온돌방도 마련되어 있다. 또 한방차와 더불어 각종 에이드와 스무디, 해독 피자, 다이어트 쿠키 등 다양한 먹거리도 즐길 수 있다. 솔 향 가득한 곳에서 따뜻한 햇볕을 쬐며 즐기는 족욕(20분에 1만 원)은 그야말로 신선놀음이다. 대표메뉴는 진산한약국이 개발한 10여 가지의 한방차(다과 포함 1만 원).
위치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54 (경복궁역 3번 출구 도보 8분)
운영시간 평일·토요일 11:00~20:30, 일요일 12:30~20:30 (주문마감 20시, 화요일 휴무)
카페 드 바디프랜드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카페 드 바디프랜드(Cafe′ de Bodyfriend)’는 안마의자로 유명한 헬스케어그룹 ‘바디프랜드’가 운영하는 복합힐링공간이다. 1층은 카페&베이커리, 2층은 레스토랑, 3층은 전시장으로 구성됐다. 카페&베이커리, 레스토랑에서는 친환경 식자재를 엄선해 사용하고 일체의 조미료를 쓰지 않는다고 한다. 전시장에서는 직접 바디프랜드 제품을 체험해볼 수 있으며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힐링의 격을 높여준다. 모든 층의 바닥과 벽면은 대리석, 전면은 통유리로 되어 있다. 한강과 도심을 내려다보며 안마도 받을 수 있고, 맛있는 음식과 디저트도 즐길 수 있어 호화로운 호텔 부럽지 않다.
위치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546 (청담역 13번 출구 도보 8분)
운영시간 카페&베이커리 10:00~22:00, 레스토랑 런치 12:00~15:00/디너 17:30~22:00, 전시장 10:00~21:00 (모두 연중무휴)
예약방법 070-4237-7985~7
세상 모든 사람들이 독자적인 존재로 살아가는 것 같지만 ‘~로서’라는 역할적 개념을 지니고 산다. 부모, 자식, 사회가 부여한 직위 등 다양한 얼굴을 하고 살아가니 도무지 내가 누군지 알 수 없다. 그럴 때 온전한 내 모습으로 돌아가 찾아드는 곳이 ‘아지트’가 아닐까. 그래서 물어봤다. 2019년 봄날, 인생을 살아가는 당신에게 아지트는 어떤 모습의 어디인가?
진행 본지 편집부 도움말 원영희 한국성서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김욱 경기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본 설문조사는 ‘브라보 마이 라이프’ 자체 조사이며, 104명의 50세 이상 시니어를 대상으로 진행했습니다.
시니어의 아지트 방문 목적으로 ‘배움’이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이에 대해 원영희 한국성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평균수명의 증가로 이제는 ‘노년기’가 인생을 정리하는 시대가 아닌, 제2의 청춘 시기로 탈바꿈되었다”면서 “최근 평생학습, 인생 2모작, 노후 설계 등 다방면에서 학습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져 학습 욕구도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시니어가 즐겨 찾는 아지트 유형 항목에서는 남녀의 선호도가 다르게 나왔다. 전문가는 이에 대해 관계성을 바라보는 남녀 간의 차이에 따른 결과라고 해석했다. 원 교수는 “상대적으로 관계를 중요시하는 여성 시니어의 경우 집단 및 커뮤니티를 통해 다양한 관계망을 확장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남성 시니어의 경우 기존 집단과의 교류 외에는 개별 활동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욱 경기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는 “맛집 및 카페는 여성에게 비교적 친숙한 공간이기 때문에 다수의 여성 시니어가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혼자보다 여럿이 방문하기를 선호한 여성의 설문 결과에 대해 김 교수는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여성은 나이 들수록 외향적으로, 남성은 내향적으로 변한다”고 설명하면서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는 게 비교적 익숙한 여성들은 혼자보다 여럿이 어울리기를 선호한다”고 답변했다. 반면 원 교수는 남성의 설문 결과에 대해 “직장 위주의 생활 및 가부장적 문화의 영향 등으로 여성보다 사회성이 떨어지거나 관계성이 낮아 타인과의 소통에 서툴다 보니 누군가와 시간을 맞춰 함께 활동하는 것에 대한 심리적, 상황적, 시간적 제약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찾아간 아지트가 ‘젊은 세대’가 많이 가는 장소일 경우 개의치 않고 이용한다는 답변이 70%이상을 차지했다. 이에 대해 원 교수는 “요즘 시니어는 평생학습, 인생설계 등 다양한 방면에서 스스로의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가려는 성향이 높다”면서 “이전 노인 세대와 달리 젊은 세대와 일방이 아닌 양방향의 소통을 위해 노력해 세대 간의 벽을 크게 느끼지 않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동네 아지트는?
아지트가 없다고 응답한 14명은 그 원인으로 ‘장소에 대한 정보 부족’을 꼽았다. ‘네이버 우리동네’에서 동네별 소식(동네새공간, 동네마켓, 동네행사축제, 동네강좌, 동네모임)을 확인할 수 있다.
설문조사 응답자가 추천한 아지트
•별헤는잔(칵테일 바) •필름포럼(예술영화관) •풍월당(클래식 카페)
•느티나무쉼터(55세 이상 전용 문화 여가 복합시설) •카페꼼마(복합문화공간)
매일 아침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무엇인가? 비몽사몽간에 리모컨을 집어 들고 TV부터 켜지는 않는가? 하지만 몸이 늘어지면서 오히려 더 피로함을 느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젠 TV 시청 대신 다른 아침 습관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이른 아침은 황금 같은 시간이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고요한 시간을 오롯이 자신만을 위해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귀한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몰라 그저 흘려보내고만 있다면, 조용히 눈을 감고 아침을 여는 기분 좋은 음악과 소리에 귀 기울여보자.
사운드 힐링, 고요함 속에서 눈뜨기
현대인들은 각종 소음에 노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기술 발전에 따른 강렬하고 화려한 자극들로 인해 피로가 누적되어 있다. 이럴 때 잠시라도 자연의 소리를 들으면 알파파가 증가돼 몸과 마음이 조화를 이루고 집중력이 강화된다. 또 ‘행복 호르몬’으로 불리는 뇌의 신경전달물질 ‘세로토닌’ 분비가 촉진돼 우울증, 식욕 부진 등을 방지할 수 있다.
자연의 소리가 신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도 입증됐다. 영국 브라이튼앤서섹스 의과대학 연구팀이 실험 참가자들에게 다양한 소리를 들려준 후 뇌의 변화와 과제 수행 능력을 관찰한 결과, 인공적인 소리보다 자연의 소리를 들었을 때 몸과 마음이 이완되는 변화를 보인 것이다. 특히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사람일수록 긍정적 효과가 높았는데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등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를 단 몇 분 들었는데도 몸에 변화가 나타났다. 부드러운 선율의 음악도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감소시켜준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고요한 아침, 자연의 소리와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명상에 잠겨보고, 차분히 하루를 계획해보자. 이렇게 아침 시간을 활용한다면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특히 청각 명상은 청력이 약해지는 것을 늦춰주기 때문에 시니어에게 더 효과적이다. 편한 자세로 앉아 범종이나 시계 등이 내는 규칙적인 소리나 자연의 소리를 들으면서 불필요한 생각을 멈추는 게 청각 명상법이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소리는 유튜브(YouTube)에서 ‘자연 소리’, ‘ASMR’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쉽게 찾아 들을 수 있다. 네이버가 운영하는 ‘오디오클립’도 오디오북, 팟캐스트, 자연 ASMR 등 다양한 소리 콘텐츠를 제공한다. 앱을 설치하면 더 간편하게 활용할 수 있다. 하루의 컨디션을 결정하는 아침, 이제는 좋은 소리와 함께 깨어나보자.
아침이 기다려지는 음악 서비스도 있다. 매주 목요일 아침, 새로운 음악과 이야기를 배달해주는 ‘오디티 스테이션’. 음악 편지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옛 대중가요와 팝송부터 밴드 음악, 클래식, 최신 대중가요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소개한다. 음악 편지를 받고 싶다면 ‘오디티 스테이션’ 홈페이지에 접속한 후 이메일만 작성하면 된다. 홈페이지에서는 지난 음악 편지도 보고 노래도 들을 수 있다.
네이버 ‘오디오클립’ 추천 채널
월간 소리 풍경
우리 고유의 소리를 찾아 전국 각지를 여행하는 사운드 매거진이다. 소리와 함께 직접 촬영한 사진과 글을 통해 보고 듣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강릉 오죽헌의 대나무 숲 바람소리, 봄나물 뜯는 소리, 시원한 계곡물 소리 등 듣는 것만으로도 이른 아침 숲속에서 상쾌한 공기를 들이마시는 듯한 느낌이 든다. 현재 구독자가 8000명에 달하며, 매주 월요일 그달의 주제에 맞는 자연의 소리, 우리 고유의 소리를 들려준다.
[뮤직테라피] 소리에 음악을 입히다
스튜디오 톤즈(STUDIO TONES)가 운영하는 채널로 말 그대로 소리에 음악을 입힌 색다른 음악을 연재한다. 세수하는 소리, 밥 짓는 소리, 비·바람·파도 소리 등 일상과 자연의 소리에 멜로디를 입혀 매주 목요일에 한 곡씩 연재한다. 편안하고 감성적인 선율에 매료되어 6000명에 달하는 사람이 구독 중이다. 자연(1, 2편), 일상(1, 2편), 아이, 반려동물, 비, 시간 등 총 8개 시리즈로 나뉜 100여 편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매일 아침 듣고 싶은 소리가 있는가 하면 정말 피하고 싶은 소리도 있다. 바로 알람 소리다. 아침형 인간이 되어보리라 매번 다짐하지만, 알람이 울릴 때면 이불 속으로 더 파고들곤 한다. 아침에 몸을 일으키는 게 유난히 힘든 사람들을 위해 색다른 알람 앱을 소개한다.
좋은 아침입니다
수면의 질을 높여주는 스마트 알람
상쾌한 아침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잠을 잘 자는 것이 중요하다. 알람 앱 ‘좋은 아침입니다’는 알람 기능은 물론 수면 패턴까지 분석해준다. 잠자고 있는 동안에도 매트리스의 진동을 감지해 깨어 있는 시간과 선잠, 깊은 잠 등을 기록한다. 자고 일어나면 수면 리포트로 잘 잤는지 확인할 수 있다. 수면 목표도 설정할 수 있고, 축적된 정보는 한 주 단위로 통계가 나온다. ‘알람 범위’ 설정 기능도 있어 최적의 시간에 기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상 시간을 오전 6시에 맞춘 후 알람 범위를 10분으로 설정하면 5시 50분에서 6시 사이에 알람이 울린다. 숙면에 도움을 주는 모닥불 타는 소리 등도 들려준다.
잘 잤니?
매일 새로운 음악을 들려주는 뮤직 알람
매일 같은 알람 소리가 싫증나거나, 이미 익숙해져버린 알람 음악 때문에 기상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인 앱이 있다. 바로 알람 앱 ‘잘잤니?’이다.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동그란 판을 LP판처럼 돌려서 알람이 울릴 시간과 요일을 설정하면 매일 다른 알람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지난 알람 음악은 화면을 왼쪽으로 넘겨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다시 들을 수도 있다. 잠에서 깨며 다양한 음악도 들을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기분 좋은 봄바람이 불어오는 4월, 이달의 추천 문화행사를 소개한다.
(클래식) 2019 교향악축제
일정 4월 2~21일 장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출연 17개 국내 교향악단, 중국 국가대극원 오케스트라
이번 공연의 부제는 ‘제너레이션(Generation)’으로 우리 클래식 음악을 세계에 알릴 젊은 협연자들이 교향악단과 동행한다. 또한 국내에서 초연되는 블로흐의 교향곡 ‘C#단조’도 감상할 수 있다.
(연극) 패왕별희
일정 4월 5~14일 장소 국립극장 달오름 출연 국립창극단
국립창극단과 대만 배우이자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는 우싱궈(吳興國)가 중국의 대표 경극 희곡 ‘패왕별희’를 창극화했다. 동명의 영화로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패왕별희’는 초나라의 패왕 항우와 그의 연인 우희의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별 이야기를 담고 있다. 판소리와 다양한 음악의 결합으로 재탄생한 ‘패왕별희’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를 모은다.
(공연) 이사오 사사키 벚꽃 낭만
일정 4월 6일 장소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출연 이사오 사사키, 마사츠구 시노자키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이사오 사사키가 내한 20주년 기념 콘서트를 연다. 이번 공연에서는 지브리 영화 OST 등 다방면으로 활약하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마사츠구 시노자키와 함께 따뜻한 봄에 어울리는 연주를 들려줄 예정이다.
(전시) 그림책NOW
일정 4월 12일~7월 7일 장소 서울숲 갤러리아포레 더 서울라이티움 5관
그림책 작가들의 일러스트레이션 작품과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상, 미디어아트, 조형물을 감상할 수 있다. 현대 그림책 일러스트레이션의 다양한 표현과 특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2018년 안데르센상 수상자 이고르 올레니코프의 원화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공개되며, 98개국 1844개 작품이 응모한 2019 나미콩쿠르의 수상작도 처음으로 선보인다.
(축제) 태안 세계튤립축제
일정 4월 13일~5월 12일 장소 충청남도 태안군 안면읍 꽃지해안로 400 코리아플라워파크
태안 세계튤립축제에서는 튤립뿐만 아니라 수선화, 히아신스, 겹벚꽃 등 다양한 봄꽃을 만나볼 수 있다. 곳곳에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어 3만5000평을 가득 채운 형형색색의 꽃을 배경으로 사진도 남길 수 있다. LED 빛이 반짝이는
야간 축제장은 낮과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축제) 고양국제꽃박람회 2019
일정 4월 26일~5월 12일 장소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호수로 595
고양국제꽃박람회는 국내 최대 규모의 꽃 축제이자 국내 유일의 화훼 전문 박람회다. 실내정원과 야외 테마정원, 문화 공연 프로그램, 화훼 직판장 등이 운영된다. 특히 올해는 ‘원당화훼단지’와 이원 개최된다. 박람회장에서 화훼 단지까지는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농가 견학, 체험 프로그램 등에 참여할 수 있다.
따뜻한 봄 내음이 물씬 풍기는 3월, 이달의 추천 문화행사를 소개한다.
(뮤지컬) 윤동주, 달을 쏘다.
일시 3월 5~17일 장소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출연 박영수, 신상언, 김도빈 등
서울예술단의 대표작 ‘윤동주, 달을 쏘다.’가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며 완성도 높은 무대로 돌아온다. 시인 윤동주의 치열했던 삶과 예술을 담아낸 뮤지컬로 비극의 시대에 써내려간 그의 시(詩)들이 노래와 춤으로 어우러져 감동을 선사한다.
(행사) 2019 광양매화축제
일시 3월 8~17일 장소 전남 광양시 다압면 섬진강 매화마을 일원
전라남도 섬진강변 매화마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광양매화축제는 전국에서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꽃축제다. 새하얀 눈처럼 만발한 매화와 아름다운 섬진강이 함께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산책로를 걸으며 백(白)매화뿐만 아니라 홍(紅)색, 청(靑)색 다양한 매화의 색과 향기에 취해보자. 인근 청매실농원에서 광양의 특산품인 새콤달콤한 매실도 맛볼 수 있다.
(클래식) 송영훈의 클래식 큐레이터, 낭만에 대하여
일시 3월 10일 장소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출연 해설가 및 첼리스트 송영훈, 비올리스트 이신규 등
클래식 음악이 어렵게만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인 공연이다. 음악과 미술사의 숨은 이야기들을 대한민국 대표 첼리스트 송영훈이 이해하기 쉬운 해설과 수준 높은 연주로 풀어낸다. 차세대 클래식 아티스트들의 연주로 낭만시대와 인상주의 음악뿐만 아니라 미술작품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연극) 앙리할아버지와 나
일시 3월 15일~5월 12일 장소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 출연 이순재, 신구, 권유리, 채수빈 등
까칠한 성격의 고집불통 할아버지 ‘앙리’와 꿈을 찾아 방황하는 대학생 ‘콘스탄스’가 특별한 우정을 쌓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연극이다. 세대 간의 갈등을 소통으로 풀어가는 주인공들은 보는 이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2017년 초연에 이어 이번에도 내공을 자랑하는 배우 이순재와 신구가 ‘앙리’ 역을 맡았다. ‘콘스탄스’ 역에는 권유리, 채수빈이 더블 캐스팅되어 색다른 분위기가 기대된다.
(행사) 제20회 구례산수유꽃축제
일시 3월 16~24일 장소 전남 구례군 산동면 지리산온천관광지 일원
산수유꽃이 만발하는 지리산에서 봄의 정취와 시원한 고로쇠 약수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꽃축제다. 행사장에서 산수유꽃으로 만든 먹거리를 맛볼 수 있으며, 산수유떡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행사와 공연도 펼쳐진다.
(오케스트라) 노다메 칸타빌레 인 클래식
일시 3월 24일 장소 롯데콘서트홀
일본과 한국에서 클래식 음악 열풍을 일으킨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 이 드라마 속 정통 클래식이 오케스트라로 찾아온다. ‘한국판 노다메 칸타빌레’인 KBS ‘내일도 칸타빌레’의 연주 대역을 맡은 피아니스트 이현진과 풀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연주로 클래식 음악을 새롭게 즐길 수 있다.
당구장에서 당구를 치고 있는데 한 떼의 시정잡배들처럼 생긴 사람들 5명이 술 한잔 걸치고 왔는지 얼굴이 벌게져서 몰려왔다. 큐를 잡을 때마다 멘트가 나오는가 하면 그들의 관심 업종인지 건물 계약 관련 얘기로 시끄러웠다. 목소리가 하도 커서 옆 테이블까지 다 들렸다. 너무 거슬려 당구치는 데 신경이 쓰였다.
그런데 얼마 후 한 떼의 패거리들이 또 들어왔다. 목소리가 큰 사람은 없었지만, 역시 시끄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그 덕분에 먼저 온 시정잡배들의 소음이 묻혔다. 당구장에 가면 시끄러운 UFC 격투기 방송을 틀어놓는 곳이 많다. 관중들의 응원소리와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너무 크게 들린다. 방송을 보는 사람도 없는데 그냥 틀어놓는 것이다. 알고 보니 당구장에서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를 중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나는 당구장이 조용해야 좋다. 그래야 아늑한 맛도 느껴지고 차분해진다. 클래식 음악이 나오는 곳이 가장 좋다. 국제 당구 경기장들은 요즘 클래식을 실내 음악으로 틀어놓는다. 케이블 방송에서 나오는 추억의 노래도 괜찮다. 물론 젊은 손님들이 주로 오는 당구장에는 요즘 노래가 나온다.
전철 안에서는 휴대폰으로 통화하는 소리가 많이 거슬린다. 도대체 그 사람과 전혀 상관없는 내가 왜 통화 내용을 들어야 하는지 짜증이 난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거나 잔소리를 들을 때 어느 한계를 넘어서면 “됐어, 그만해 !”라고 하게 된다. 주고받는 말이 대화가 아니라 일방적으로 들어야 하는 말일 때 그렇게 된다. 누군가 말을 하면 들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소리가 입력이 되고 저장이 되다가 어느 한계를 넘어서면 거부 반응이 일어나는 것이다.
저렴한 안주를 파는 술집에 가면 대부분 시끄럽다. 손님들 목소리가 크다. 시끄러워서 내 목소리가 상대에게 전달이 잘 안 될 것 같아 덩달아 커진다. 시끄럽고 북적여야 장사가 잘된다는 편견도 있다. 시끄러운 게 싫으면 고급 와인 바나 호텔 라운지 같은 비싼 술집으로 가면 된다. 그런데 그런 고급 술집에서는 평상시 목청을 높이며 말하던 사람도 조용해진다.
우리나라 음식점들은 소음에 대한 기본 인식이 없다. 벽면이나 천장이 평평하고 밋밋해서 소리가 그대로 난반사되어 되돌아온다. 유럽 음식점은 천장이나 벽면이 소리의 난반사를 막기 위해 흡음 재질을 사용한 곳이 많다. 수백 년 전의 건물이나 요즘 건물이나 모두 소음 관리를 염두에 두고 지은 것이다. 우리도 소음에 대한 인식을 한 단계 올려야 할 때다. 선진국이 되려면 남을 배려하는 수준에서 소음 문제를 생각해봐야 한다.
설 명절 연휴가 이어지는 2월, 이달의 추천 문화행사를 소개한다.
(뮤지컬) 파가니니
일시 2월 15일~3월 31일 장소 세종M씨어터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가 비운의 대가로 남게 된 이야기가 펼쳐진다. 파가니니의 ‘24개의 카프리스’와 ‘바이올린 협주곡 2번-라 캄파넬라’ 등을 재편곡해 매력적인 ‘록클래식’으로 선보인다.
(오페라) 테너 마르첼로 알바레즈 내한공연
일시 2월 19일 장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전설적인 테너 ‘주세페 디 스테파노’가 발굴한 천재 아티스트 ‘마르첼로 알바레즈’. 뛰어난 음악적 능력을 인정받으며 전 세계 주요 오페라 극장 무대를 석권한 그의 첫 내한공연이다. ‘카르멘’, ‘팔리아치’, ‘투란도트’ 등 총 13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100분간 오페라 세계에 흠뻑 빠져보자.
(클래식) 알리나 이브라기모바&세드릭 티베르기엥 듀오
일시 2월 21일 장소 LG아트센터
영국의 대표 신문 ‘타임스’가 ‘음악계를 평정할 듀오’라며 극찬한 바이올리니스트 알리나 이브라기모바와 피아니스트 세드릭 티베르기엥. 이들의 합주로 낭만주의 실내악 명곡인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1-3번)’을 들을 수 있다.
(연극) 자기 앞의 생
일시 2월 22일~3월 23일 장소 명동예술극장 출연 양희경, 이수미, 김한, 오정택, 정원조 등
세계 3대 문학상인 ‘프랑스 공쿠르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프랑스 작가 로맹 가리가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쓴 ‘자기 앞의 생’이 원작이다. 자신의 부모가 누구인지 모르는 아랍계 소년 ‘모모’와 돈을 받고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을 키우는 유대인 보모 ‘로자 아줌마’의 대화를 통해 사회적 차별과 약자의 현실을 고발하는 수작이다.
(콘서트) 미스터션샤인 OST 오케스트라 콘서트
일시 2월 24일 장소 롯데콘서트홀 출연 안두현, 이현진, 송민제, 이신규
20세기 초 조선 의병들의 의와 사랑 이야기로 시청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던 tvN 드라마 ‘미스터션샤인’. 각종 차트를 휩쓴 미스터션샤인 OST가 오케스트라 음악으로 재탄생했다. 뮤직비디오 영상과 함께 음악을 감상하며 드라마의 감동을 다시금 느낄 수 있다.
(영화) 칠곡 가시나들
개봉 2월 27일 장르 다큐멘터리 출연 강금연, 곽두조, 박금분 등
인생 팔십 줄에 한글과 사랑에 빠진 할머니들의 욜로(YOLO) 라이프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경북 칠곡에 사는 ‘평균 86세’ 꽃다운 청춘들이 배움의 즐거움에 빠져 인생을 재밌게 사는 비법을 전수한다.
조용했던 뜨개질 방이 술렁거렸다. 이제부터 다른 것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지금까지 안 하던 것을 하다니. 잠시나마 당황했다. 손녀뻘로 보이는 어린 선생님이 알록달록 형형색색 끈을 펼쳐보였다. 막상 눈앞에 놓아둔 것을 보니 새록새록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오른다. 엄마랑 할머니랑 도란도란 앉아서 우리네 옛 매듭을 엮어 만들던 모습이 기억 저편에서 샘솟았다. 전통매듭과 함께 소녀시대로 돌아간 송파시니어클럽의 술술맵시단을 찾아갔다.
전통매듭이 뭐길래?
“작은 선생님, 이리 좀 오셔봐요. 나 길을 잃어버렸어. 요놈 가져다가 넘기지? 하나는 잘 넘어왔는데 하나가 영 안 되네.”
어딘가에서 앓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책상에 바짝 앉아 ‘오벌가락지매듭’을 만들고 있던 한미자 씨였다. 매듭이 제 길을 찾아 잘 가나 싶었는데 결국 헤매고 말았다며 최현숙 선생을 불러 세운다. 바늘을 사용하지 않고 손을 이용해 끈과 끈이 오가다 보면 소박한 아름다움이 우러나는 전통매듭이 된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송파시니어클럽에는 60대 후반부터 80대까지 8명의 여성 시니어가 모여 매듭을 배우느라 열기가 가득하다. 작년 8월부터 시작했으니 1월이면 전통매듭을 만난 지도 5개월째다. 기초 매듭에서부터 섬세한 작업을 해나가는 시니어의 모습이 꽤나 진지하다. 젊은이들처럼 손이 빠른 것은 아니지만 세월의 노련함이 묻어난다. 나아가 예술성과 함께 상품 가치가 있는 작품을 만들어 시니어 취미를 넘은 수익활동 영역으로까지 가능성을 넓히는 중이다.
전통매듭을 시니어와 함께 해보겠다며 송파시니어클럽에 노크를 한 이들은 30대가 주축인 문화예술사업단 술술공작소다. 술술공작소 강순주 대표는 ‘과연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있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배우고자 하는 시니어의 자세가 남달라 새삼 놀랐다.
“기초적인 매듭부터 하나하나 지어나가면서 완벽하게 상품으로 만드는 과정까지가 수업입니다. 저희가 매번 와서 가르쳐드릴 수는 없어 하루는 교육하고 그다음 시간은 숙제로 내드린 것을 해오게 합니다.”
매듭을 배우기 위해 시니어 학생들이 교실 안 책상 앞에 자연스럽게 둘러앉은 것처럼 보이지만 좌석 배치에는 나름의 공식이 있다. 기본매듭을 배우는 단계와 만들어진 매듭을 적당한 색상으로 배합하는 단계, 마지막으로 끈을 정리하고 마무리하는 단계로 나눠서 일사분란하게 구성원들끼리 호흡을 맞춘다.
술술맵시단, 젊은이와 전통을 공감하다
전통매듭이라는 분야를 어떤 사람들과 어떻게 나누고 보급할까 고민했다고 강순주 대표는 말했다.
“다른 지역의 시니어 관련 기관에도 가봤습니다. 마침 송파시니어클럽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반응해주셨어요. 이곳에서 뜨개질하는 시니어분들을 만나게 해주셨습니다.”
전통매듭을 하는 시니어는 송파시니어클럽의 사업단 중 하나인 한코한코손뜨개사업단 소속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주방용 아크릴 수세미 상품을 만들어 수익사업을 해왔다.
“뜨개질도 하는데 전통매듭을 만들어보시라고 제안을 드린 것이죠. 아무래도 손뜨개를 하는 분들이니까 잘하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흥미로운 점은 어린 시절 학교에서 배웠다거나, 집에서 만드는 것을 봤던 경험이 있다고 말하는 80대 시니어가 적지 않았다고. 30대 젊은 강사가 전통매듭을 가르치기 위해 왔다가 시니어에게 옛 추억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오히려 더 많은 감동을 받는 시간이라고 한다.
“지금 만들고 계신 것이 연봉매듭이에요. 왕의 곤룡포를 비롯해서 한복이 쓰이는 단추매듭이죠. 한 어르신이 옛날에는 시집가기 전에 옷감 자투리를 말아서 단추를 해가지고 가는 것이 혼수품이었다고 알려주셨습니다. 그 당시에는 자주 만들어 쓰던 매듭이라고 합니다. 어느 날 매듭이 생각 안 나면 어른들이 그러셨대요. 내가 이제 갈 때가 됐구나.(웃음)”
세대 간 소통 부재의 세상에서 이렇게 어우러지기도 쉽지 않을 텐데 서로 상부상조하는 세대 공감 프로젝트로 보였다. 5개월쯤 함께 활동한 후 이들을 대표하는 이름도 신중한 고민을 거쳐 내놓았다. 바로 술술맵시단. ‘매듭을 만드는 시니어 모임’이라는 뜻이다.
“아직은 시작 단계잖아요. 설명해드려도 모르는 게 있다 하시면 옆에서 말씀드리고 또 말씀드립니다. 지금은 선생님이 없을 때도 작업을 꽤 잘하십니다. 앞으로의 바람이라면 이분들이 정식으로 자격증을 따고 더 나아가 또래 시니어는 물론 다양한 분들을 대상으로 우리의 전통매듭을 가르쳤으면 하는 겁니다.”
새로운 것 가르쳐줘서 고마워요
작고 아담한 작업물에 집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고요한 시간이 흐른다. 그러나 눈과 손은 예리하게 반응하며 정성을 기울인다.
뜨개질을 오래도록 해왔던 이희자 씨는 “전통매듭이 생소한 분야라 두려움도 있었지만 만들면서 가치 있는 것을 누군가에게 팔 수 있다는 자부심이 생겼다”고 했다. 수업 초반 ‘오벌가락지매듭’으로 고생하던 한미자 씨는 “어린 시절 할머니와 어머니가 만들던 모습만 봤는데 젊은 선생님에게 배우게 됐다”며 좋아했다. 술술맵시단 고령자 중 한 명인 김정애 씨는 “손을 많이 쓰는 게 치매 예방에 좋다고 들었다”면서 “특히 지역 행사 때 어린아이들한테 매듭 만드는 법을 가르쳐줬는데 보람 있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80대인 김을용 씨는 “너무 못 따라가고 민폐일까봐 고민을 했는데 여기 모인 분들과 선생님이 친절하게 가르쳐주시고 말동무도 해주셔서 만나는 시간이 늘 기다려진다”고 했다.
“나이 든 사람에게 누가 이렇게 다가와 새로운 걸 가르쳐줍니까.” 술술맵시단 시니어가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다. 느리고 서툴지만 섬세함과 정교함을 높여가기 위해 허리를 굽히고 진지하게 매듭을 알아가는 중이다. 오늘도 내일도 하루하루 성장해가는 술술맵시단의 멋진 미래를 기대한다.
mini interview 술술공작소 강순주 대표
클래식 소녀 국악을 만나 전통예술을 깨치다
“추계예대에서 클래식 작곡을 전공했습니다.”
전통매듭을 가르친다는 말에 나이 지긋한 사람을 상상했는데 만나고 보니 35세의 클래식 전공자였다.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총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여러 교수들과도 격 없이 지냈다는 강순주 대표에게 국악과 교수들은 “클래식 작곡 전공자가 국악을 하면 더 가치 있지 않겠냐”며 조언했다. 그때의 강한 끌림으로 졸업과 함께 락음국악단(예술나눔청년사업단)에 들어가 3년 여 활동했다. 뜻 맞는 음악 친구들과는 전통예술단 ‘호연(浩演)’을 만들어 11년째 활동 중이다.
“예술 분야는 사회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 수가 없어요. 지원금이 없으면 예술 단체는 힘들거든요. 지금까지 사회적으로 큰 일들이 많았잖아요. 지원도 걱정이 되고 자립 방법을 찾아보자 했는데 국악기에 달린 매듭술이 눈에 들어왔어요.”
악기는 애지중지 닦고 조율하면서 매듭술은 악기 처음 샀을 때 있던 것을 그대로 달고 있어 꼬질꼬질해졌다. ‘매듭술 만드는 곳 어디 없나?’ 하다가 공방을 찾아갔다.
“공방 선생님한테 제 전공부터 시작해서 왜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말씀드렸어요. 상황을 들으시고는 제대로 배워보라고 하셨어요. 사범증을 따고 나니 뭔가 더 해보고 싶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술술공작소다. 작년 3월에는 서울대학교 스타트업센터 예술 분야 업체로 선정돼 입주했다. 다양한 축제에 전통매듭으로 참여하다 보니 협업이 가능한 동반 집단이 있으면 좋을 듯싶어 다양한 계층을 만났다.
“다문화가정 여성들도 가르쳐보고 보호관찰소 여학생들도 만나봤어요. 꼼꼼하고 실력은 좋은데 약속을 잘 지키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시니어에게는 다가가기가 조심스러웠어요.”
전통이나 매듭을 생각하면 시니어를 떠올리게 되니 진부하게 보이면 어쩌나 걱정됐단다. 그런데 막상 만나보니 궁합이 꽤 괜찮았다. 그 시대를 살지 않으면 모를 얘기, 특히 매듭과 관련한 추억을 들려주시는 시니어 덕이 컸다. 최근엔 조금씩 수익도 내고 있다. 작년 11월에는 송파시니어클럽 술술맵시단과 작업했던 작품이 면세점에서 판매됐다. 올해는 좀 더 열심히 뛰어서 우리 전통을 시니어와 함께 알릴 계획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통 스토리를 담은 음악극도 훗날 제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서 음악가로서 포부도 밝혔다.
“우리 것을 만들자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전통매듭이 자리를 잡고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로 원활하게 돌아가면 음악과도 어우러질 수 있는 날이 언젠가는 오겠죠?”
※ 라이프@이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소개하고 싶은 동창회, 동호회 등이 있다면 bravo@etoday.co.kr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