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에 대한 인식

기사입력 2019-02-26 13:46 기사수정 2019-02-26 13:46

당구장에서 당구를 치고 있는데 한 떼의 시정잡배들처럼 생긴 사람들 5명이 술 한잔 걸치고 왔는지 얼굴이 벌게져서 몰려왔다. 큐를 잡을 때마다 멘트가 나오는가 하면 그들의 관심 업종인지 건물 계약 관련 얘기로 시끄러웠다. 목소리가 하도 커서 옆 테이블까지 다 들렸다. 너무 거슬려 당구치는 데 신경이 쓰였다.

그런데 얼마 후 한 떼의 패거리들이 또 들어왔다. 목소리가 큰 사람은 없었지만, 역시 시끄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그 덕분에 먼저 온 시정잡배들의 소음이 묻혔다. 당구장에 가면 시끄러운 UFC 격투기 방송을 틀어놓는 곳이 많다. 관중들의 응원소리와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너무 크게 들린다. 방송을 보는 사람도 없는데 그냥 틀어놓는 것이다. 알고 보니 당구장에서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를 중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나는 당구장이 조용해야 좋다. 그래야 아늑한 맛도 느껴지고 차분해진다. 클래식 음악이 나오는 곳이 가장 좋다. 국제 당구 경기장들은 요즘 클래식을 실내 음악으로 틀어놓는다. 케이블 방송에서 나오는 추억의 노래도 괜찮다. 물론 젊은 손님들이 주로 오는 당구장에는 요즘 노래가 나온다.

전철 안에서는 휴대폰으로 통화하는 소리가 많이 거슬린다. 도대체 그 사람과 전혀 상관없는 내가 왜 통화 내용을 들어야 하는지 짜증이 난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거나 잔소리를 들을 때 어느 한계를 넘어서면 “됐어, 그만해 !”라고 하게 된다. 주고받는 말이 대화가 아니라 일방적으로 들어야 하는 말일 때 그렇게 된다. 누군가 말을 하면 들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소리가 입력이 되고 저장이 되다가 어느 한계를 넘어서면 거부 반응이 일어나는 것이다.

저렴한 안주를 파는 술집에 가면 대부분 시끄럽다. 손님들 목소리가 크다. 시끄러워서 내 목소리가 상대에게 전달이 잘 안 될 것 같아 덩달아 커진다. 시끄럽고 북적여야 장사가 잘된다는 편견도 있다. 시끄러운 게 싫으면 고급 와인 바나 호텔 라운지 같은 비싼 술집으로 가면 된다. 그런데 그런 고급 술집에서는 평상시 목청을 높이며 말하던 사람도 조용해진다.

우리나라 음식점들은 소음에 대한 기본 인식이 없다. 벽면이나 천장이 평평하고 밋밋해서 소리가 그대로 난반사되어 되돌아온다. 유럽 음식점은 천장이나 벽면이 소리의 난반사를 막기 위해 흡음 재질을 사용한 곳이 많다. 수백 년 전의 건물이나 요즘 건물이나 모두 소음 관리를 염두에 두고 지은 것이다. 우리도 소음에 대한 인식을 한 단계 올려야 할 때다. 선진국이 되려면 남을 배려하는 수준에서 소음 문제를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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