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연장전 첫 홀. 두 선수가 파3인 17번 홀에 들어섰다. ‘제5의 메이저’로 불리는 이 대회 우승컵을 놓고 벌이는 연장전이었다. 두 선수 중 한 명은 가르시아였다. 그렇다. 홀에 침을 뱉기도 하고 퍼팅 그린을 퍼터로 찍기도 한 ‘버르장머리 없는’ 세르지오 가르시아 말이다. 다른 한 선수는? 이름 없는 선수다. 누군지 몰라도 그가 가르시아 콧대를 꺾어놓으면 좋겠다. 그가 먼저 티샷을 한다. 그가 친 볼이 멋지게 날아서 홀 바로 옆에 꽂히면 얼마나 좋을까? 언감생심. 그의 볼은 패널티 구역(당시로는 해저드)에 빠지고 만다. 그렇게 2008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컵은 악당 가르시아 손에 들어갔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 못 외우면 맞던 시절에 외운 시라 그런지 지금도 생각이 난다. 원숙한 아름다움을 국화꽃에 비유했다는 설명을 듣고 그때는 고개만 끄덕였다. 가슴으로는 그 뜻을 몰랐다. 그런데 30년도 더 지나 다시 떠올리는 것은 이 구절에 걸맞은 사람을 봤기 때문이다. 바로 PGA 투어 챔피언스에서 뛰고 있는 폴 고이도스(Paul Goydos)다. 2008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연장전에서 가르시아에게 아쉽게 패한 사람이 바로 그다.
내가 골프채널에서 미국 PGA 투어 챔피언스 경기를 해설할 때다. 유난히 묵묵히 플레이를 하는 선수가 눈에 들어왔다. 기가 막힌 아이언샷으로 볼을 핀에 바싹 붙여도 기쁜 내색을 별로 안 한다. 반대로 대여섯 발짝짜리 퍼팅을 몇 번이나 놓쳐도 마찬가지다. 탄식하는 법이 없다. 그런데 리더 보드 상단에는 매번 이름이 올라온다. 저 선수가 도대체 누군지 궁금해졌다. 그에 대한 기록을 찾아보다가 나는 눈이 커졌다. 2015년 투어 챔피언스에 들어온 뒤 꾸준히 우승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이 정도면 젊은 시절 PGA 투어에서도 한가락 했을 법해서 찾아봤다. 그런데 웬걸? 단 2승뿐이다. 스물아홉 살에 PGA 투어 시드를 처음 받은 뒤 무려 21년간이나 뛰었는데도 말이다. 물론 2승도 쉽지 않다. 스타플레이어와 비교하면 덜 화려하다는 얘기다. ‘이거 싱거운걸’ 하고 마음을 닫으려다가 깜짝 놀랐다. 그가 한 라운드에 59타를 기록한 몇 안 되는 선수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이다. PGA 투어에서 59타를 기록한 선수는 지금까지 단 아홉 명뿐이다. 말이 쉬워서 59타이지 68타가 최고기록인 내게는 꿈같은 숫자다. ‘뱁새 김용준 프로, 골프 좀 치는 줄 알았더니 겨우 68타가 최고기록이냐’고 비웃지 말기 바란다. 어디까지나 풀백티에서 대회 규칙에 따라 친 점수다. 그래도 59타 발끝에도 못 미친다.
아차! 얘기가 딴 길로 샜다. 폴 고이도스로 돌아가자. 폴 고이도스는 2010년 존 디어 클래식 1라운드에서 59타를 쳤다. 그때까지만 해도 59타를 기록한 선수는 단 네 명뿐이었다. 그를 포함해서. 그 뒤로 다섯 명이 더 늘었다. 총 아홉 명 중에 대기록을 수립할 당시 나이가 가장 많은 선수가 바로 폴 고이도스다. 그는 마흔여섯 살 때 59타를 쳤다. 믿어지는가? 마흔여섯 살에 잭 티클라우스가 마스터즈를 우승했을 때 골프 세상은 얼마나 놀랐는지. 노장의 승리라고 말이다. 폴 고이도스도 노장으로 불리는 나이에 59타 대기록을 작성한 것이다. 그가 꽃길만 걸었다면 나도 ‘국화꽃’을 들먹이지 않았을 거다.
그는 골프를 일찍 배우기는 했다. 어려서 입문해 고교 시절 지역 대회에서 우승도 한 모양이다. 제법 잘 친 덕에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도 진학했다. 그런데 곧바로 프로로 전향하지 못했다. 내 짐작엔 조금 부족한 기량과 가정 형편 탓이었을 것이다. 그는 대학 졸업 후 기간제 교사로 몇 년간 일했다.
끓는 피를 참을 수 없었던 걸까? ‘끓는 피’라니? 아까는 그의 경기 스타일이 차분하다고 칭찬하더니. 하여간 뱁새 칼럼은 앞뒤가 안 맞는 부분이 많다.
하여간 그는 스물일곱 살에 다시 골프채를 잡았다. 1991년과 1992년 벤 호건 투어를 뛴 것이다. 지금은 콘 페리 투어로 부르는 미국 PGA 2부 투어 말이다. 그러다 이듬해 PGA 큐스쿨(PGA 투어 참가 자격을 얻기 위해 치르는 시험으로 흔히 지옥 같은 대회라고 한다)을 가까스로 통과했다. 그리고 그의 스타일대로 묵묵히 3년을 도전한 끝에 1996년 마침내 첫 우승을 거뒀다. ‘베이힐 인비테이셔널’에서였다.
그런데 다음 우승은 무려 11년을 기다려야 했다. 2007년 소니 오픈까지. 이 무렵 그의 샷 감이 절정이었나보다. 글을 시작할 때 얘기한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연장전에 나간 것이 바로 그다음 해였으니까.
너무나 아쉬운 연장전 패배 뒤에 폴 고이도스가 권토중래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악재가 겹쳤다. 팔목 수술을 하고 부비강 수술도 하고. 그런데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골프채를 잡았다. 그렇게 도전한 끝에 만들어 낸 대기록이 바로 2010년에 친 59타다. 파71 코스에서 버디 12개에 파6개. 버디 12개라니 믿어지지 않는다. 폴 고이도스는 키가 175cm로 그리 큰 축에 들지도 않다. 드라이버 비거리도 260야드로 대단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거포들 틈에서 묵묵히 자기 경기를 하고 있다. 가을에 피는 국화처럼 기품 있게 말이다. 내 골프도, 그리고 내 삶도 그처럼 원숙함을 갖게 될 날이 오기를.
김용준
한마디로 소개하면 ‘골프에 미친놈’이다. 서른여섯 살에 골프채를 처음 잡았고 독학으로 마흔네 살에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프로가 됐다.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주관하는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KPGA 경기위원으로, 골프채널코리아에서 골프 중계 해설을 맡고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언택트 운동이 주목받는 가운데 골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넓은 그라운드에서 소수 인원이 즐겨 감염 우려가 적고, 시원하게 날리는 샷에 스트레스 해소와 재미도 느낄 수 있어서다.
하지만 연습장에서 별 어려움 없었던 스윙이 필드에서 난조를 부리는 경우가 있다. 지나친 긴장으로 근육이 경직돼서인데, 자칫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에 부평힘찬병원 박진규 원장(신경외과 전문의)의 도움말을 통해 긴장 푸는 법을 알아봤다.
◇비거리 욕심 버려라
골프는 기본적으로 척추가 꼬였다가 풀어지는 힘을 이용한 운동이다. 무리하게 스윙을 하면 척추에 부하가 생기거나 척추뼈를 지지하는 근육, 인대가 손상되기 쉽다. 비거리 욕심에 허리를 과도하게 비틀거나, 준비운동에 소홀해 주변 근육이 경직된 상태에서 스윙을 하는 것도 통증을 유발하는 원인이다. 허리를 숙이는 퍼팅 자세도 서 있일 때보다 허리에 높은 하중이 전해진다. 허리에 부담을 덜 주는 스윙법으로 바꾼다면 척추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장시간 골프를 즐기면 어떻게 주의하든 척추 관절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가능하면 전동카를 타지 말고 홀과 홀 사이에는 보행을 하는 게 근육 혹은 관절에 워밍업을 해주기 때문에 손상 받을 위험성을 다소 줄일 수 있다.
박진규 원장은 “허리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진료실에서 골프를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묻는 경우가 많다”며 “요통이 있는 사람은 허리보다 어깨와 몸통을 이용한 스윙을 해야 무리를 덜 수 있고, 풀스윙 대신 쓰리쿼터 스윙으로 부드럽게 쳐서 몸에 오는 무리를 줄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신체 균형 신경 써야
골퍼들은 골반 등 신체 불균형 진단 사례가 많다. 대개 보이는 증상은 오른손잡이 골퍼의 경우 머리와 목이 한쪽으로 기울어지거나 왼쪽 어깨가 위로 올라가고, 양쪽 어깨와 가슴 부위가 앞으로 구부러지면서 등은 과도하게 굽어지고, 허리가 삐뚤어지며 양쪽 골반의 높이도 다르다. 이런 신체 불균형은 결국 만성요통이나 디스크 질환, 척추측만 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한쪽만 사용하다 보니 특정 부위에 부하가 많이 걸려 부상도 잦다. 한 방향으로 갑작스럽게 너무 과도한 힘이 들어가 체중이 한쪽으로 실리면서 무릎이 빠르게 돌아갈 때 무릎 연골손상이나 골반 뒤틀림 등이 생길 수 있다.
골프로 인한 신체 불균형을 예방하려면 충분한 스트레칭과 운동량이 적은 방향으로 보조운동을 꾸준히 하는 게 도움이 된다. 골프와 함께 근력운동, 에어로빅, 자전거타기, 수영 등의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라운딩 전과 후에 몸 불균형을 풀어주는 워밍업을 숙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박진규 원장은 “라운딩 전에는 어깨너비보다 넓게 선 후 클럽을 뒤로 잡은 채 등 뒤로 들어 올리면서 상체를 곧게 숙여주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며 “이 때 시선은 정면을 향하고 팔과 어깨, 골반, 다리까지 균형 있게 스트레칭 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박 원장은 “라운딩 후에는 양손과 양 무릎을 바닥에 대고 기어가는 자세로 엎드린 후 한쪽 팔과 반대쪽 다리를 수평으로 들어 올려 팔, 몸통, 다리가 일직선이 되도록 하는 스트레칭을 한다”며 “운동량이 적은 반대 방향을 자주 해주면 몸의 균형을 맞추는 좋은 보조운동이 된다고 덧붙였다.
활짝 웃어보라. ‘씨익’ 하는 정도로 말고. 눈가에 주름이 잡히고 입꼬리가 위로 올라갈 때까지. 그렇게 얼마나 오랫동안 웃을 수 있는가? 열까지 셀 동안 그 미소를 유지할 수 있는가? 나는 못하겠다. 제법 잘 웃는 편인데도 그렇다. 조금 지나면 웃는 것인지 찡그린 것인지 모르게 돼버린다. 정말 즐거운 일이 있다면 오래 웃는 게 가능할까? 그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열 넘게 세도록 여전히 웃고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온 얼굴로 웃는 웃음을 ‘뒤센 스마일’이라고 한다. 19세기 프랑스의 학자 기욤 뒤센이 붙인 이름이다. 뒤센이 연구해보니 (하회탈처럼) 눈가에 주름이 잔뜩 잡히고 입꼬리도 저 위까지 올라간 미소가 진짜 웃음이더란다. 물론 뒤센이 하회탈을 알 리는 없지만.
골퍼 얘기만 하더니 느닷없이 웃음 얘기냐고? 이번 주인공이 바로 프레드 커플스(Fred Couples)이기 때문이다. 프레드 커플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그가 짓는 미소다.
1959년생인 커플스의 별명은 ‘필드의 신사’다. 흔히 ‘젠틀하다’고 말하는 그 신사 말이다. 독자는 ‘신사’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혹시 근엄함을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나라고 별다르랴. ‘신사라면 역시 묵직해야 한다’는 통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데 늘 이를 드러내고 웃는 커플스 별명이 신사라니? 왜 그럴까? 그건 딱딱함이 신사가 갖춰야 할 필수 덕목이 아니기 때문이다.
신사라면 정장을 멋지게 차려입고 근엄한 표정을 지어야 했던 시대가 있었다. 왜 그랬는지 궁금할 것이다. 바로 그 시절의 사진 기술이 지금과 다른 탓이다. 필름 비슷한 것에 화상이 맺힐 때까지 한참 시간이 걸리던 시절 얘기다. 신사가 사진 한 장 남기려면 두 시간 넘게 움직이지 않고 한 자세로 있어야 했던 시절. 아이고 차라리 초상화를 부탁하고 말지. 그 긴 시간 동안 활짝 웃고 있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아무리 옆에서 웃겨도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그 시절 신사 숙녀들 사진은 늘 무표정할 수밖에.
그러다가 신기술이 나왔다. 셔터를 한 번만 누르면 필름에 화상이 맺히는 카메라와 필름이 나온 것이다. 그 카메라 회사 이름을 굳이 밝히지는 않겠다. 독자가 다 아는 업체 중 하나다. 신기술은 혁명을 불러왔다. 사람들이 짓는 표정에 말이다. 이제 순간의 표정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웃으면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근엄한 표정이 신사 숙녀의 필수조건에서 밀려나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다.
그래서 무슨 좋은 일이 있는지 한결같이 미소 짓는 프레드 커플스를 ‘신사’로 꼽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의 미소를 무심코 넘기던 내가 놀란 것은 지난해의 일이다. 2019년 PGA 투어 챔피언스 ‘딕스 스포팅 굿즈’ 대회 마지막 날이었다. 커플스는 그날 데일리 베스트(선수 중 성적이 가장 좋았다는 얘기)를 치며 클럽 하우스 공동 선두로 경기를 마쳤다. 서너 조 뒤에서 경기하고 있던 더그 배런(Doug Barren)과 동타였다. 이 대회 전까지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철저한 무명 선수 더그 배런인지라 나도 내심 연장전이 벌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아니면 배런이 실수를 해서 커플스가 우승을 하거나.
배런의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PGA 투어에서만 15승을 거두고 챔피언스 투어에서도 13승을 거둔 대가 커플스도 얼굴이 달아올랐다. 몇 년 만에 우승 기회가 온 것 아닌가? 배런이 몇 홀만 남겨두자 커플스는 연습 그린으로 갔다. 그리고 퍼팅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연장전을 대비한 것이다.
그런데 배런은 15번 홀에서 먼 거리 버디 퍼팅을 떨어뜨리면서 한 타를 달아났다. 그는 16번 홀에서도 홀 가까이 붙여 기회를 잡았으나 버디 퍼팅을 놓치고 말았다. 이어지는 17번 홀은 긴 파3. 보기가 숱하게 나온 아주 어려운 홀이었다. 거기서 배런이 그림 같은 하이브리드 샷으로 홀에 바싹 붙여 버디를 낚았다. 두 타 차. 마지막 홀 배런 티샷이 페어웨이 왼편에 아슬아슬하게 떨어졌다.
곧이어 연습 그린에서 짐을 싸서 철수하는 커플스가 화면에 잡혔다. 그런데 커플스는 활짝 웃고 있었다. 저렇게 큰 승부에서 우승을 다툴 기회가 날아갔는데도 말이다. 흔히 속되게 말하는 ‘썩소’가 전혀 아니었다. 남을 의식해서 짓는 억지웃음(뒤센 미소와 비교해 팬암 미소라고 한다)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그날 그의 샷 못지않게 인상적인 그의 미소 때문에 나는 커플스 스토리를 찾아봤다. 그러고는 미소에 감동했을 때보다 더 많이 놀랐다. 그가 전성기인 1992년에 33세 나이로 마스터즈 대회를 우승했기 때문이었냐고? 그가 PGA 투어에서만 컷 통과를 500번이나 했기 때문이었냐고? 특히 마스터즈 대회에서는 무려 서른 번이나 컷 통과를 해서 서른일곱 번 컷 통과한 잭 니클라우스에 이어서 2위 기록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냐고? 아니다. 내가 놀란 건 그의 개인사에 슬픔과 아픔이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커플스는 한 번 이혼했다. 그런데 전 부인은 그와 헤어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시간이 조금 흘러 겨우 슬픔을 이겨낸 커플스는 새로운 사랑을 찾아 재혼했지만 곧 별거하게 된다. 무슨 일인지 별거 중인 부인도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커플스는 또다시 깊은 슬픔에 몸부림쳤다. 그 무렵 커플스는 허리를 크게 다쳤다. 마음의 병이 몸을 망쳤을 거라고 짐작해본다. 그는 평생 진통제를 복용하며 살아야 하는 신세가 됐다. 그런데도 해맑은 미소를 세상에 보낸다.
한없이 부드러운 스윙을 자랑하는 스윙 교과서 커플스가 더 위대해 보이는 것은 바로 그 미소 때문이다. 프레드 커플스는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행복해지기 위해 웃는 건지도 모른다. 독자와 나 우리의 미소는 어떻게 비칠까?
>>김용준
한마디로 소개하면 ‘골프에 미친놈’이다.
서른여섯 살에 골프채를 처음 잡았고 독학으로 마흔네 살에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프로가 됐다.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주관하는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KPGA 경기위원으로, 골프채널코리아에서 골프 중계 해설을 맡고 있다.
날씨가 화창한 날에 백사 벙커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해변에라도 온 기분이 든다. 물론 보고만 있을 때 얘기다. 일단 그 안에 빠지면? 낭만은 단숨에 사라진다. 모래 색이 하얀지 검은지 감상할 새가 어디 있으랴! 벙커 탈출이라는 숙제가 눈앞에 있는데.
아주 옛날부터 벙커를 이렇게 멋지게 만든 건 아니다. 벙커가 골프장 디자인 중 핵심이 된 것은 불과 몇십 년밖에 되지 않았다. 무슨 소리냐고? 과거에는 벙커가 지금처럼 멋지게 꾸미는 대상이 절대 아니었다는 얘기다. 그럼 벙커는 뭐였냐고? 코스 내 쓰레기장 비슷한 곳이었다.
옛날엔 벙커에 온갖 잡동사니를 다 쓸어 넣었다. 퍼팅 그린에 있던 낙엽도 당연히 벙커로 밀어 넣어 치웠다. 코스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꽁초나 담뱃갑을 버리기도 했다. 간식으로 통조림을 먹고 빈 깡통을 던져 넣기도 하고.
신사와 숙녀가 하는 스포츠가 골프라는 말은 맞다. 하지만 신사 숙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행동에 대한 기준은 시대에 따라 다른 모양이다. 그 시절 그러니까 벙커가 쓰레기통이나 다름없었던 시절, 벙커에 빠지는 건 악몽이었다.
막간을 이용해 참고문제 하나 나간다. 벙커 속 낙엽이나 나뭇가지는 치울 수 있을까? ‘치울 수 있다’가 정답이다. 2019년 1월부터 적용한 새 골프 규칙에 따라 가능하게 됐다. 그 전에는? 치울 수 없었다. 그러니 벙커 속으로 볼이 들어가 낙엽이나 나뭇가지 등에 닿으면 어쩔 수 없이 그냥 칠 수밖에 없었다.
그 시절 벙커가 악몽이었던 이유는 또 있다. 지금 같은 ‘웨지’가 없었다. 물론 그 당시에도 다른 클럽보다 짧고 클럽 페이스가 누운(하늘을 더 많이 보는) 클럽은 있었다. 그런데 지금과는 달랐다. 뭐가 달랐냐고? 바로 웨지 바닥에 바운스가 없었다. 바운스가 뭐냐고? 웨지 밑바닥을 보면 엉덩이처럼 통통한 부분이 바운스다. 바운스가 무슨 역할을 하는지 안다면 중상급 골퍼다. 바운스가 있으면 클럽이 땅속에 박히지 않는다. 내리 찍어도 적당히 땅이나 모래 속으로 들어갔다가 튕겨 나온다. 그 덕분에 벙커에서 모래를 튕겨낼 수 있는 것이다.
과거 웨지에 바운스가 없을 때는 어떻게 했냐고? 웨지 날(리딩 에지)로 모래를 아주 적당히 잘 쳐야만 했다. 조금만 뒤를 치면 벙커 탈출에 실패했다. 볼 뒤를 바싹 치려고 하다가 볼부터 맞히면? 홈런이 났다.
그때는 어땠겠는가? 아예 벙커에 넣지 않는 것이 상책이었다. 그런데 그게 뜻대로 되는가? 큰 승부는 도저히 벙커를 피하지 못하게 세팅하곤 했을 텐데. 그 시절 지독하게도 벙커샷을 못하는 골퍼가 한 명 있었다. 다른 부분에서는 출중했다. 그의 이름은 진 사라젠(Gene Sarazen). 165㎝에 불과한 단신이었는데도 파워만큼은 대단했다. 그런데 벙커샷은 신기하게 잘 못했다. 그런 그가 벙커샷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샷 자체도 연구했지만 클럽 연구를 더 많이 한 것이다. 웨지 헤드를 이렇게 갈아도 보고 저렇게 붙여도 보고. 그러다가 사라젠은 놀라운 발견을 했다. 바로 웨지 헤드 밑바닥에 쇠붙이를 통통하게 붙이면 벙커샷이 훨씬 쉬워진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랬다. 바운스를 최초로 착안한 사람은 바로 그다.
사라젠은 바운스를 붙인 웨지로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벙커에 빠져도 다른 선수처럼 탈출하려고 급급해하지 않았다. 이따금 홀에 가까이 붙이는 벙커샷까지 선보이며 몇 개 대회에서는 우승도 했다. 물론 정글에서 치열한 생존 경쟁을 하던 그였으니 ‘바운스 발명’은 비밀에 부쳤고.
그런데 언론이 관심을 갖고 추적한 끝에 그의 벙커샷 비밀을 밝혀냈다. 그러곤 어떻게 됐냐고? 골프용품 업체가 그와 계약을 맺고 바운스를 단 웨지를 판매했다. 그 웨지는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다른 업체들이 바운스 연구를 시작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쓰는 웨지가 널리 퍼진 것이다.
이탈리아계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난 사라젠. 그는 어릴 적부터 골프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목수였던 아버지는 아들이 자신의 일을 돕기를 더 바랐다. 꾀가 많았던 사라젠은 페렴으로 몸이 아팠을 때 “공기 좋은 곳에서 지내야 한다”는 의사 처방을 핑계 삼아 틈만 나면 골프장으로 달려갔다고 한다.
그는 승부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평생의 약점을 두 가지나 극복했다. 그중 하나는 작은 체구였다. 힘이 부족했지만 남다른 노력으로 장타자가 됐다. 다른 하나는 지독하게도 못하던 벙커샷이었다. 그러나 지혜와 연구로 그 약점도 극복했다. 그러곤 한 시대를 풍미하는 챔피언까지 됐다. 메이저 대회 일곱 차례 우승. 그리고 지금까지 단 다섯 명밖에 위업을 이루지 못한 커리어 그랜드 슬램(메이저 대회 4개를 한 번씩 다 우승하는 대기록)까지. 이 기록 때문에 미국 PGA 투어에서 39승을 올린 게 오히려 묻힐 정도다.
불가능은 없다. 더 위대한 골퍼가 되기 위해 이름까지 사라젠 제국에서 따와 ‘사라젠’으로 지은 그가 보여주지 않았는가! 1902년에 태어난 그는 너무 아쉽게도 내가 골프가 뭔지도 모르던 1999년 세상을 떠났다.
>>김용준
한마디로 소개하면 ‘골프에 미친놈’이다.
서른여섯 살에 골프채를 처음 잡았고 독학으로 마흔네 살에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프로가 됐다.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주관하는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KPGA 경기위원으로, 골프채널코리아에서 골프 중계 해설을 맡고 있다.
갑자기 가슴 한편이 허전해지는 소식을 들은 것은 지난해 7월이다. 가장 존경하는 골퍼 톰 왓슨(Tom Watson·70)이 PGA 투어 챔피언스를 떠난다는 뉴스였다. 내가 태어난 해에 투어 생활을 시작한 그는 50년 가까이 선수로 활동해왔다. 그런 그가 마침내 투어를 떠난다는 소식이었다. 나는 귀를 의심했다. 뉴스가 발표되기 바로 직전에 믿을 수 없는 기록을 만들어낸 그였기에. 어떤 기록이냐고?
그는 그 주에 열린 메이저 대회에서 나흘 라운드 가운데 사흘 동안 ‘에이지 슈팅’을 기록했다. 골프를 즐기지 않더라도 에이지 슈팅이 뭔지 아는 독자는 많을 것이다. 골프에서 ‘자신의 나이보다 더 적은 타수로 18홀 경기를 마치는 것’ 아닌가? 평생 단 한 번만 기록해도 꿈같을 대기록이다. 어디 홀인원을 거기에 갖다 대랴! 그런데 한 대회에서 나흘 중 사흘이나 에이지 슈팅을 기록하다니! 그것도 ‘더 시니어 오픈’이라는 메이저 대회에서 말이다. 마법 같았다. 그는 첫날 69타를 쳤다. 그리고 이튿날 68타를 쳤고. 하루 건너뛰고 마지막 날 다시 68타를 기록했다. 최종 성적은 공동 17위. 70세 생일을 불과 한 달 남짓 남겨둔, 노장 중에서도 노장 골퍼의 기량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기록이었다.
아내 위해 골프를 내려놓다
그런데 그 대회가 끝나고 바로 은퇴 발표를 한 것이다. 앞으로 대회에 나오지 않겠다고. ‘아니, 이렇게 잘 치는데, 아직 칼날이 서 있는데 왜 벌써 은퇴를 한다는 거지?’ 뉴스를 좀 더 보고서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내 힐러리 왓슨이 췌장암으로 투병 중이어서 그렇다는 내용이었다. “아내와 함께하기 위해 투어를 떠난다”고 그가 밝혔다는 것이다. 그랬다. 그의 아내는 2017년에 췌장암 수술을 받았다. 기적처럼 완치됐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다시 재발한 것이다.
프로 골프대회 출전을 ‘투어’라고 부르지 않는가?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경기를 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건 다 짐작할 것이다. 톰 왓슨이 에이지 슈팅을 연거푸 기록한 ‘더 시니어 오픈’은 영국에서 열렸다. 그의 집은 미국이고. 그는 ‘더 시니어 오픈’보다 한 달 앞서 일본에서 열린 ‘마스터 카드 재팬 챔피언십’에 참가할 때도 혼자였다. 미국에서 열리는 경기에 나갈 때도 집을 멀리 떠나기는 마찬가지였을 테고. 동부에서 서부로 남부에서 북부로. 그는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아내를 위해 인생의 전부와도 같은 골프를 내려놓기로 한 것이다. 젊은 시절 PGA 투어에서만 39승을 올린 톰 왓슨은 선수생활 마무리를 그렇게 했다. 10여 년 전 ‘2009 디 오픈’에서 59세란 나이로 우승 문턱까지 갔던 톰 왓슨. 그때 그 명승부를 잊을 수 없다. 내가 골프에 입문한 지 3년이 채 되지 않았을 때다. 그해 순수 독학으로 화이트 티에서 처음 언더파를 친 나는 골프에 더 깊이 빠져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디 오픈’ 마지막 날 중계방송을 봤다. 내게는 작은아버지뻘 되는 골퍼가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 아닌가? 그가 바로 톰 왓슨이었다. 그때만 해도 그가 누구인지 잘 알지 못했다. 그는 18번 홀에서 두어 발짝짜리 퍼팅을 남겨두고 있었다. “이 퍼팅이 들어가면 디 오픈 최고령 우승이 기록된다”고 해설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디 오픈 최고령 우승 기록을 갈아치운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솔직히 그때는 제대로 몰랐다. 그래도 덩달아 숨을 죽였다. 그는 차분히 퍼팅 루틴을 밟았고 스트로크를 했다.
우승보다 값진 ‘명승부’
아~! 내 탄식과 함께 그 퍼팅은 빗나가고 말았다. 그는 먼저 경기를 마치고 혹시나 하고 기다리던 선수와 연장전을 치렀다. 연장전은 네 홀을 쳐서 점수를 합산했다. 그때만 해도 그랬다. 한 홀씩 승부를 겨루는 ‘서든 데스’가 아니었다. 명색이 세계 최고 권위의 골프대회 ‘디 오픈’ 아니던가. 나는 누군지도 잘 모르면서 톰 왓슨을 응원했다. 결과는? 내 바람과는 반대였다. 그는 그렇게 우승을 놓쳤다. ‘디 오픈 최고령 우승 기록 경신’도 물거품이 됐고. “너무 지쳐서 연장전에서는 걸음을 떼기조차 힘들었다”고 그는 소감을 밝혔다.
그해 ‘디 오픈’ 소식에 우승자에 대한 내용은 별로 없었다. 온통 준우승을 한 톰 왓슨 얘기뿐이었다. 당시 우승자는 이런 말을 남겼다. “훗날 사람들은 2009년 디 오픈 우승자가 누군지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준우승을 한 선수가 톰 왓슨이라는 사실만 생각할 것이다”라고. 그가 한 예언은 맞았다. 나도 그해 우승자가 누군지 기억하지 못했다. 최근에 찾아보고 나서야 스튜어트 싱크라는 대선수였음을 알게 됐다. 그 명승부를 보고 나는 톰 왓슨을 존경하게 됐다. 내게 큰 감동을 준 그가 투어를 떠난다고 하니 서운했다.
얼마 전 그의 아내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얼마나 상심이 클까. 사랑하는 배우자를 떠나보내고 인생의 전부였던 골프도 내려놓은 톰 왓슨. 이제 다시는 그가 경기하는 모습을 볼 수 없는 것일까? 문득 지난해 투어를 떠나면서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이 떠올랐다. “영원히 투어를 떠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믿기로 했다. 그가 투어 무대로 돌아오리라는 것을. 그래서 내게 다시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줄 것임을. 톰 왓슨이여, 돌아오라!
김용준
한마디로 소개하면 ‘골프에 미친놈’이다.
서른여섯 살에 골프채를 처음 잡았고 독학으로 마흔네 살에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프로가 됐다. 제법 큰 사업을 하다가 아예 골프의 길로 나섰다.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주관하는 경기위원 교육과정 최고단계 타스(TARS, Tournament Administrators and Refree’s School)를 최우수 성적으로 수료했다. 그때 한 공부를 밑천으로 현재 KPGA 경기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평소 말이 앞선다고 욕을 먹는가 싶더니 그 재주를 살려 방송인으로도 변신했다. 골프채널코리아에서 골프 중계 해설을 맡고 있다. 골프쇼 ‘필드 위의 사냥꾼’에 출연해 예능 기질도 뽐내는 중이다.
걱정의 40%는 절대 현실로 나타나지 않고, 30%는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것이며, 22%는 사소한 일에 대한 고민이라는 말이 있다. 걱정의 단 4%만이 우리 힘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는 진짜 사건에 대한 고민이라는 것이다. 즉 90% 이상이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의미다. 골프선수가 마지막 18홀에서 퍼팅을 할 때 ‘꼭 1등을 해야 하는데 안 들어가면 어떡하지?’ 하며 불안해하면 실수할 확률이 급격히 높아진다. LPGA투어에서 25승을 달성하고 명예의 전당에 오른 박세리 선수는 우승 비결을 다음과 같은 한마디로 정리했다.
“나는 퍼팅할 때 ‘안 들어가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 대신 ‘반드시 들어간다’ 하고 자신 있게 퍼팅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온갖 걱정을 하며 산다. 건강한 삶이란 어떤 것일까? 건강이라 하면 신체적 건강을 우선 생각하게 되지만 신체적 건강은 일부분일 뿐이다. 오만가지 생각이 떠오르는 정신건강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신체 일부가 장애라면 불편은 하겠지만 불행하다고는 할 수 없다.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극복이 가능하다. 그러나 마음의 병은 삶을 더 불행하게 만든다. 마음의 병은 정신뿐만 아니라 신체의 병을 유발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마음이 병은 스트레스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280가지 병의 원인이 된다는 보고도 있다. 암, 고혈압, 위장장애, 발기부전 심지어 탈모까지도 스트레스에 의해 발병한다. 기분이 좋을 때 나오는 호르몬은 도파민인데 마음을 즐겁게 하고 행복하게 해준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받아 화가 나면 아드레날린이 나오는데 이 호르몬을 0.05mg만 어항에 넣어도 금붕어가 죽을 정도로 독성이 강하다고 한다.
한 대학교 수의학과에서는 스트레스가 신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실험을 통해 연구했다. 우선 토끼를 A·B 두 집단으로 나누고 몸에 안 좋은 콜레스테롤이 높은 음식을 조합해 섭취하도록 했다. 그리고 A 집단 토끼는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안아주며 친절을 베풀었다. B 집단 토끼는 목만 내놓도록 가두고 밥을 줄 때도 철창문을 덜거덕거리며 소음을 내 최대한 스트레스를 받게 했다. 심지어 맹수 울음소리도 들려줬다. 4주 후 보니 친절을 베푼 토끼들은 전혀 이상이 없었는데 스트레스를 준 집단의 토끼 중 절반이 혈관이 막혀 각막이 하얗게 변질되는 질환에 걸렸다. 녹내장이 발생해 안구가 파괴될 상황에 이른 토끼도 있었다. 단순히 스트레스만 줬을 뿐인데 4주 만에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정신건강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신체적 상처나 건강은 약물이나 수술 등으로 치료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신 건강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수술 등으로 해결하기도 힘들다. 그러므로 긍정의 마음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첫 번째, 욕심을 버려야 한다. 재산이 많아도 가족 간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는 가정이 있다. 반면 가진 것 없어도 행복하게 잘 사는 사람들이 있다.
두 번째, 비교하지 않아야 한다. 남들과 비교하는 순간 행복은 감소한다. 만족할 줄 아는 것이 행복의 비결이다. 세 번째, 배려하고 이해해야 한다.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상대를 먼저 배려하는 마음이 결국 자신에게도 행복을 가져다준다. 이 세 가지만 실천해도 스트레스 덜 받고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 긍정의 마음은 만병통치약이다.
‘파크(park)’와 ‘골프(golf)’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두 단어를 합친 ‘파크골프’는 생소하기만 하다. 골프와 비슷하면서도 색다른 매력을 가진 파크골프를 배우기 위해 강신영(67), 윤종국(72) 동년기자가 춘천파크골프장을 찾았다.
촬영 협조 춘천파크골프장(강원도 춘천시 서면 현암리 889)
소규모 녹지공간에서 즐기는 골프게임
‘파크골프’는 말 그대로 공원에서 즐기는 골프를 뜻한다. 1983년 일본에서 처음 시작되었으며 우리나라에는 1998년부터 보급되어 여의도 수변공원 파크골프장을 시작으로 현재 70여 개의 파크골프장과 2만여 명의 동호인들이 즐기는 생활스포츠로 발전했다. 파크골프장의 크기는 일반 골프장의 10분의 1 정도이며 벙커, 워터 해저드 등 일반 골프장과 다름없는 지형을 갖추고 있다. 대부분의 파크골프장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5000원 안팎의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 가능하다. 또 여러 개의 클럽을 사용하는 골프와는 달리 나무 재질의 클럽 하나로 티샷부터 퍼팅까지 하므로 장비에 대한 부담 또한 적다. 파크골프 지도자 권대현 교수는 “초보자도 금세 감을 익힐 수 있기 때문에 별도의 훈련을 받지 않더라도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스포츠”라고 말한다.
강신영 동년기자
‘파크골프’에 대해 들어는 봤으나 거의 모르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골프와 매우 흡사한데 골프의 단점은 없애고 장점을 잘 뽑아놓은 것 같다. 코스가 짧고 홀컵이 커서 기술적으로 골프보다 쉽고 무엇보다 비용이 적게 들어간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윤종국 동년기자
그동안 TV에서 보던 골프장을 축소해놓은 듯했다. 규모가 크지 않아 걷기에도 부담이 없었고 주 이용객이 50~70대의 시니어이다 보니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 골프가 비싸고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면 파크골프를 시도해봐도 좋겠다.
파크골프는 매너의 스포츠
파크골프장은 여러 사람과 함께 쓰는 공간이기 때문에 서로 피해를 주지 않는 매너가 중요하다. 공을 치고 난 후에는 그다음 팀을 위해 신속하게 이동해야 하며, 특히 앞 홀이 비어 있고 뒤의 팀이 기다리고 있을 땐 먼저 홀을 지나가도록 양보(패스)해주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또 같은 팀원이 샷을 준비할 땐 큰 소리로 떠들지 않는다. 공이 비슷한 위치에 떨어졌을 경우엔 상호 간 순서를 정한 뒤 차례대로 친다. 순서를 정하지 않고 동시에 샷을 하는 행동은 절대 금한다. 복장으로는 운동화, 운동복이 있어야 하며 필요할 경우 모자를 써도 좋다. 이때 얼굴 전체를 가리는 햇빛 가리개는 제한된다. 운동화, 골프화가 아닌 잔디를 훼손할 수 있는 등산화도 피한다.
강신영 동년기자
에티켓은 그 종목의 이미지뿐만 아니라 개인의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특히 처음 접하는 종목일수록 사전에 어느 정도 정보를 숙지하고 갈 것을 권한다. 파크골프도 신사 스포츠답게 많은 룰이 있지만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쉽게 말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 된다.
윤종국 동년기자
파크골프를 처음 배우다 보니 다른 팀보다 진도가 느렸다. 다행히 ‘패스’라는 에티켓이 있어서 뒤 팀은 앞 팀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앞 팀은 뒤 팀으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지 않아도 된다. 서로를 배려하는 문화 덕분에 좁은 공간에서도 많은 사람이 밀리지 않고 파크골프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산책과 운동을 동시에
장비가 없다면 파크골프장에서 1000원 안팎의 비용으로 클럽과 공을 대여할 수 있다. 장비와 복장을 다 갖췄다면 필드에 나갈 준비는 끝. 최대 4명의 팀원이 구성된다면 1번 홀에서 번호뽑기 또는 가위바위보 등으로 티샷 순서를 정한 뒤 홀을 향해 공을 치면 된다. 2번 홀부턴 전 홀에서 최저타한 조원이 첫 번째로 티샷을 한다. 공을 너무 세게 칠 경우 쉽게 OB(코스의 경계를 넘어선 경우)가 날 수 있다. 따라서 힘 조절을 잘하는 게 중요하다. 골프와 똑같이 18홀을 가장 적은 타수로 들어오는 사람이 승리하며 18홀을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시간 30분 정도. 파크골프장 3바퀴를 돌 경우 약 1만 보를 걷는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다. 파크골프를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다면 파크골프 카페에 가입하거나 각 지부 협회나 연맹을 통해 수업에 참여하는 방법이 있다.
강신영 동년기자
골프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앨버트로스(규정 타수보다 3타 적게 치는 것)와 이글(규정 타수보다 2타 적게 치는 것)을 여러 번 할 수 있어서 좋았다. 골프보다 쉽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코 만만하게 보면 안 된다.(웃음) 버디를 앞두고 공이 깃대를 맞고 튕겨 나왔을 땐 그 깃대가 그렇게 야속할 수가 없었다.
윤종국 동년기자
보기엔 분명 쉬워보였는데 막상 클럽을 휘두르고 보니 공이 예상치 못한 곳으로 굴러갔다. ‘아이쿠!’ 하면서 동시에 민망함이 몰려왔지만 한 홀 한 홀 발전해가는 모습에 나름 성취감을 가질 수 있었다. 함께한 동료들이 “굿 샷” 하고 엄지를 치켜줄 땐 나도 모르게 뿌듯한 미소가 지어졌다. 들어갈 듯 말 듯, 마치 나와 줄다리기를 하는 듯한 매력을 지닌 파크골프. 시니어에게 적극 추천한다.
어느날 골프 지인이 죽었는데 이상하게도 사람들 반응이 이상했다. 심지어 한 사람은 “잘 죽었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 이유는 죽은 사람이 지나치게 시간을 끌며 경기를 하는 바람에 평소 밉상이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평소에 누가 그에게 직접적으로 불평하는 사람도 없었다. 다른 사람들도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모두 같은 마음이었다.
슬로 플레이어는 골프나 당구에서 시간을 끄는 사람들을 말한다. 당구나 골프 모두 혼자 즐기는 게임이 아니라 여럿이 같이 즐기는 게임이다. 그래서 슬로 플레이어가 혼자 너무 시간을 지체하며 진을 빼면 다른 사람은 리듬을 잃을 수 있다.
골프에서는 슬로 플레이어가 주는 영향은 심각하다. 동반자들에게는 물론 뒤 팀에게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정해진 시간에 라운딩을 마쳐야 하는데 동반 캐디는 독촉할 책임을 맡고 있으므로 더 좌불안석이라는 것이다. 뒤 팀이 보복으로 앞 팀이 아직 이동하지 않았거나 충분히 이동하지 못한 시간에 일부러 공을 날려 버리는 일도 종종 있다.
골프에서 슬로 플레이어의 유형은 일단 티샷 순서에 제때 준비하지 않고 있다가 시간을 쓸데없이 보내는 유형, 흔드는 동작 왜글(waggle)을 너무 많이 하는 유형, 그린에서 요리조리 각 방향에서 재면서 퍼팅하는 유형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당구에서는 자기 순서가 되었는데 그때야 장갑을 끼는 등 늑장을 부리기도 하고 스마트 폰 볼일을 보면서 통화도 하고 문자도 다 보내고 플레이하러 나오는 유형이 있다. 그리고 당구대를 앞뒤로 돌면서 이리 재고 저리 재면서 시간을 끈다. 대표적으로 프랑스 당구 선수 제레미 뷰리(Jeremy Bury)가 슬로 플레이어로 악명이 높다. 반면 조명우, 조재호 선수는 빠른 플레이로 인기 있다.
당구 공식 게임에서는 한 샷에 40초 제한을 둔다. 한 게임에 두 번 정도 타임아웃 제도를 둬서 특별히 시간이 걸리는 난구에서는 예외로 한다. 골프에서는 투어마다 조금씩 다르고 첫 플레이어와 후속 플레이어에 차이를 두기도 한다.
슬로 플레이어가 욕을 먹는 이유는 골프나 당구 모두 승패가 달린 게임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많은 연습을 통해 척 보면 바로 플레이를 해야 하는데 막상 실전에 와서 이리 재고 저리 재면서 시간을 끌면 지나치게 승리욕이 있어 보인다.
이런 슬로 플레이어에 대한 반감은 세계 공통이지만, ‘빨리빨리 문화’에 길든 한국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전철을 타는데 스마트 폰을 보느라고 천천히 가는 사람이 있으면 비켜 가기보다는 밀쳐 버리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안양천생태공원 파크골프장은 양천구에서 조성한 천연 잔디 구장으로 2018년 5월 2일 개장했다. 구장은 A 코스 9홀과 B 코스 9홀, 총 18홀이다. 홀의 길이는 45m(파3)에서 최고 150m(파5) 코스로 만들어졌다.
안양천생태공원 파크골프장을 찾은 날은 오후 4시. 25℃를 웃도는 날씨에도 개장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많은 골퍼가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었다. 분위기는 매우 평화로웠다. 마침 셋이서 치고 있는 팀이 있어 동반해도 되겠느냐고 정중하게 물었더니 흔쾌히 허락했다. 골프장 규정에는 3명에서 4명이 한 팀이 되어야 한다고 되어있다. 진행을 원활하게 하려는 방편이다. 다행히 실력도 엇비슷해서 즐겁게 라운딩 할 수 있었다. 라운딩 도중 아는 동호인 몇 명을 만나기도 했다. 파크골프의 특성은 전국 수도권 웬만한 구장을 가도 아는 사람을 만나는 경우가 자주 있다. 그만큼 파크골프를 즐기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안양천 구장은 아직은 잔디가 많이 자라지 않아 조금 거칠다. 그러나 대부분 평지이고 지형의 높낮이가 적어서 난이도가 어렵지 않다. 지하철 신목동역이 가까이 있어 접근성도 좋다. 개장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아직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다른 구장들도 개장 초기에는 대부분 무료로 운영하다가 어느 시점부턴 유료로 전환한다.
파크골프는 배우기 쉽기 때문에 몇 번의 교육만 받으면 라운딩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즐기려면 6개월의 레슨이 필요하다. 골프클럽 한 개와 공 한 개로 티샷부터 퍼팅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이동할 때 편리하다. 체력소모는 골프보다 덜하지만 충분한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다른 파크골프의 매력은 바로 이용료가 저렴하다는 것이다. 지역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현재 65세 이하는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 3000원~ 4000원 정도.
파크골프 동호인 이정남(65) 씨는 “같은 아파트 이웃과 함께 일주일에 3번 이상 안양천생태공원 파크골프장을 찾고 있다. 교육도 이곳에서 무료로 받았으며 거주지와 가까운 곳에 구장이 있어 생활에 활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찾아가는 길은, 9호선 신목동역 3번 출구에서 안양천 방향으로 150m 걸어가면 된다. 구장이용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매주 월요일은 휴장한다. 음식물은 반입할 수 없으니 주의하자.
댄스학원에서 대충 배운 댄스로 댄스 경기 대회에 나가면 백전백패 한다. 댄스도 오래 했고 학원 내에서는 잘 한다는 소리를 들어서 나름대로 자신을 가졌으나 실제 경기에 출전해 보면 모든 면에서 다르다. 일단 경기장에서 하는 댄스는 동작이 화려하고 이동 반경이 커야 한다. 그래야 여러 경쟁자들보다 눈에 띌 수 있는 것이다. 그러려면 댄스 휘겨와 루틴 등을 경기에 맞게 짜야 한다. 일반적으로 보폭도 커야 한다. 그러나 일반 댄스학원은 작은 편이기 때문에 학원에서 익힌 루틴으로 경기장에 올라서면 넓은 경기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경기장을 제 집처럼 넓게 활용하는 선수와 넓은 경기장에 버거워하며 움추러드는 선수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당구도 그렇다. 당구도 동호인들이 늘어나면서 작게는 지인들끼리 또는 다른 당구장 사람들과 경기를 벌이는 일이 잦아 졌다. 당구 전용 TV에서도 하루 종일 당구 경기를 보여준다. 동호인들끼리 당구장에서 즐기는 당구와 실제 경기는 다르다. 동호인들이 경기 대회에 나가면 너무 긴장해서 평소 기량도 제대로 발휘 못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동호인들의 당구 경기를 보면 공격과 수비의 개념이 약한 것 같다. 4구 경기나 3구 경기 모두 공격과 수비까지 감안하고 쳐야 한다. 그런데 생각 없이 치다 보니 눈앞에 놓인 공을 치기 바쁘고 어떻게 쳤는지 우왕좌왕하다가 끝난다.
4구 경기는 다음 공을 치기 좋게 하기 위해서는 공이 모아져 있으면 좋다. 그래서 평소 지인들과 즐길 때는 모으는 방법을 쓴다. 그러나 아쉽게 실수할 경우 모아 놓은 공을 상대방이 쉽게 쳐서 낭패를 보는 것이다. 가끔 하수가 고수를 이기는 이유가 그럴 때이다. 그러므로 경기에서는 확실한 공이 아니면 공을 모으지 않는 것이 요령이다. 공이 목적구 하나는 멀리 단 쿠션 쪽에 벌어져 있고 다른 하나의 목적구는 반대편 단쿠션 쪽에 있으면 보통 두께를 조정하여 단쿠션을 먼저 맞히고 장쿠션을 거쳐 공이 돌아오게 친다. 그러나 성공할 경우는 문제가 없지만, 성공 확률이 높지 않으면 그렇게 치면 다음 공이 멀리 있던 제1목적구가 아래로 내려오며 다음 공이 가까이 모인다. 그러면 상대 선수가 치기 좋은 배치가 되는 것이다. 죽 쒀서 남 주는 꼴이다. 그래서 확률이 높지 않으면 제 1 목적구가 원래 있던 자리에서 많이 움직이지 않는 방법으로 친다. 그럴 때는 빗겨 치기나 세워치기가 요령이다. 맞으면 다행이고 안 맞으면 상대 선수가 공을 모아주기를 한 차례 기다리는 것이다.
3구 경기는 반대로 제1목적구와 제2목적구가 한쪽으로 몰리면 공략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자신이 칠 때는 포지션 플레이라 하여 다음 공을 치기 좋게 공을 친 후의 제 1목적구와 제 2목적구의 위치를 봐둔다. 한쪽은 코너 쪽으로 몰고 다른 하나는 반대쪽에 두는 것이 좋다. 그러나 자신이 없는 경우에는 목적구 두 개가 한 쪽으로 몰리는 방향으로 치는 것이 전형적인 수비 방식이다. 지인들끼리 칠 때는 우선 눈앞에 놓인 공을 치기 급급하다. 맞으면 다행이고 안 맞아서 상대방이 쉽게 칠 수 있는 공 배치가 되어도 상관하지 않는 것이다.
골프에서 드라이버의 한 타나 퍼팅의 한 타는 같은 가치를 갖듯이 당구도 마찬가지이다. 동호인 골프에서는 호쾌하게 날아가는 드라이버에 중점을 두는 경향이 있다. 퍼팅은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어지간한 거리이면 오케이를 주다 보니 상대적으로 가볍게 보는 것이다. 실제 경기에서는 오케이가 통하지 않고 공을 당연히 홀에 넣어야 한다. 당구에서도 일반적으로 초구나 경기 초반에는 대충 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초구가 중요하다. 초구가 맞으면 이어지는 공까지 성공했을 경우 초반에 기선을 제압할 수 있는 것이다. 초반에는 경기이긴 하지만, 승부욕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마음 자세로 임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초반에 대충 친다. 그러나 경기는 경기이기 때문에 한 타 한 타가 중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