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가의 사이렌 소리가 고막을 찢을 듯했다. 함께 탄 구급대원은 쉴 새 없이 무언가 물었지만 너무나 혼란스러워 제대로 대답할 수 없었다. 시끄러운 구급차의 신호음을 비집고 들리는 언니의 다급한 목소리는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짐작케 했다. 그저 가족이 함께 타고 있다는 사실이 위안이 될 뿐이었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에서 만난 김해임(金海任·57)씨는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불과 몇 달 전인 6월 6일의 일이다.
해임씨와의 인터뷰를 앞두고 우려가 앞섰던 것은 당연한 걱정이었다. 뇌출혈로 응급실에 실려온 환자는 대부분 후유증이 남기 마련이라는 것은 상식에 가까운 일이다. 당연히 뇌와 관련한 장애가 생겼다면 인터뷰 진행이 쉽지는 않겠다는 생각에 어느 정도 각오를 했다.
하지만 병원에서 만난 김해임씨의 모습은 예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뇌출혈로 쓰러졌던 사람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건강해 보였다. 의외였다. 그의 이런 건강한 모습 뒤에는 마치 드라마 속 우연처럼 기적을 만들어낸 몇 가지 요인들이 있었다.
“수영에 한창 재미 붙였는데…”
김해임씨가 수영을 시작한 것은 사건이 벌어지기 6일 전의 일이었다. 지난해에는 남편과 친오빠를 두 달 간격으로 하늘로 보내야 했다. 힘든 날들의 연속이었다. 올봄에는 운영하던 가게를 정리하는 일로 진절머리를 앓기도 했다. 즐거운 일은 조금도 찾기 어려운 시간이었다. 그럴 때 친언니가 권한 것이 수영이었다.
“수영에 푹 빠져 있었던 언니가 권하더라고요. 나이 먹을수록 체력이 떨어진다는 느낌도 들고, 운동을 좀 해야겠다 생각했는데 수영이 딱 맞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가까운 동네 문화체육센터에 등록하고 다니기 시작했죠. 올해 6월 1일부터 수업을 받기 시작했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더라고요.”
그러다 사달이 난 것은 며칠 후인 현충일이었다. 그 전날까지 전조증상 같은 것은 없었다. 그저 다음 날 수영 수업이 기대될 뿐이었다. 수영패드를 쥐기는 했지만 물에 떠 앞으로 나아가는 자신의 모습이 대견하기만 했다.
“콧속에 물이 들어가면 좀 찡하잖아요. 그날은 그렇게 찡한 기분이 수영 시작하자마자 들더라고요. 물을 들이마시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그냥 이상하다 싶었는데, 갑자기 머리가 너무 아팠어요. 수영장 안전요원에게 머리가 너무 아프다고 했더니 심각성을 느꼈는지 바로 119에 신고하겠다고 했어요. 이 정도 일로 구급차를 불러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얼마 안 가 뒷목이 너무 아팠어요. 그 이후로는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었죠.”
보기 드물게 운 좋은 환자
김씨를 치료한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의 장동규(張東奎·44) 교수는 “정말 운 좋은 환자”라고 말했다.
“이렇게 치료 결과가 좋고 후유증이 없는 뇌출혈 환자는 보기 드물어요. 빠른 대처가 환자를 살린 셈이에요. 119에 신고가 접수된 것이 오후 3시쯤이고, 병원에 도착한 것이 3시 30분이었어요. 증상이 나타난 지 30분 만에 의료진이 치료를 시작할 수 있었으니 초기 대응이 신속했던 거죠. 또 하나 운이 좋았던 부분은 환자의 출혈량이에요. 뇌출혈의 위험도를 결정하는 기준 중 하나가 출혈량인데 환자의 출혈량은 매우 적었어요. 여러모로 행운이었습니다. 처치가 늦었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죠.”
장 교수가 설명하는 김씨의 정확한 병명은 내경동맥박리로 인한 뇌지주막하출혈. 쉽게 설명하면 뇌의 우측 내경동맥 일부분이 찢겨 피가 혈관 밖으로 새어나간 것이다. 자발성 뇌출혈은 주로 고혈압에 의해 자발적으로 터지는 자발성 뇌내출혈과 뇌지주막하출혈 등으로 나뉘며, 뇌지주막하 출혈은 뇌동맥류의 파열에 의한 경우와 혈관이 찢어지는 뇌동맥박리에 의한 경우로 나뉜다. 물론 모두 다 심각한 상황이지만, 그 중에서도 뇌동맥박리로 인한 출혈의 경우 출혈량이 많으면 예후가 매우 좋지 않다. 뇌지주막하출혈 환자 중 내경동맥박리에 의한 뇌출혈 환자는 0.3% 미만일 정도로 흔치 않다.
“환자가 처음 병원에 왔을 때는 약간의 출혈이 있었지만 더 이상은 없었어요. 뇌혈관조영술을 통해 찢어진 부위가 의심되는 부위가 있었지만 뚜렷하지 않아, 일단 환자의 혈압을 안정시키고 나서 이틀 후인 6월 8일에 뇌혈관조영술을 다시 시도했어요. 혈관 모양이 변화된 것이 확인돼 뇌동맥박리에 의한 뇌지주막하출혈이라고 확진하고 스텐트 삽입술을 진행했습니다. 더 이상 출혈이 생겨서는 안 되니까요.”
혈관용 스텐트는 금속으로 된 원통형의 그물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스텐트는 제대로 자리를 잡았지만 며칠 후 확인해본 결과 혈관의 모습이 기대와는 달랐다. 가성동맥류라고 부르는, 피로 찬 주머니가 혈관 밖으로 부풀어 오른 것이다. 그대로 놔두면 재출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조치가 필요했다.
1m 퍼팅, 하지만 홀컵이 3mm라면
장 교수는 코일색전술이라는 치료법을 선택했다. 피가 고이지 않도록 주머니에 백금으로 만들어진 아주 얇은 실을 타래처럼 꼬일 때까지 삽입하는 방법이다. 백금사가 자리를 잡으면 피가 응고돼 더 이상 터질 염려가 없는 작은 혹으로 남게 된다.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다만 시술 방법이 매우 까다롭다. 허벅지에 있는 대퇴동맥을 통해 카테터를 삽입했다가 피가 고여 있는 부위까지 미세 카테터를 병변부위까지 삽입하고, 백금사를 넣는 방법이다. 스텐트 삽입술과 비슷하지만 난이도가 훨씬 높다.
허벅지에서 뇌동맥까지 거리는 약 1m 남짓. 일반적인 골프의 퍼팅이라면 초심자도 도전해볼 만한 거리이지만, 이 수술의 목적지는 108mm 홀컵과는 완전히 달랐다. 혈관에 튀어나온 부위는 높이가 1.45mm, 너비가 2.9mm로 여드름 크기에 불과했다. 1m 밖에서 얇은 실을 여드름 안에 넣어야 했다. 게다가 터지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 시술은 6월 22일에 이뤄졌다.
“아무래도 긴장이 많이 됐죠. 코일색전술은 3mm 이상의 환부에 시술하는 것이 보통이니까요. 카테터가 들어가다 출혈이 생길 수도 있고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냥 놔둘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족의 사랑이 생명 살려
다시 김씨가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로 돌아가보자. 김씨가 완벽에 가깝게 생명을 살리고 몸을 회복할 수 있었던 그날, 또 하나의 비밀이 있었다. 김씨가 응급실에 도착하고 나서 의료진이 치료를 시작했을 때, 그들에게 악다구니에 가깝게 절규하던 사람이 있었다. 바로 김씨의 언니 김해자(金海子)씨였다.
그도 그럴 것이 김씨 자매를 공포로 몰았던 것의 바탕에는 집안의 가족력이 있었다. 자매의 어머니와 큰언니도 뇌혈관이 막히는 병인 뇌경색을 앓았다. 지난해 친오빠도 뇌졸중으로 응급실에 실려가, 입원한 지 두 달 만에 세상을 떠났다. 자매는 당시 병원에서 좀 더 서둘러줬다면 오빠가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동생 해임씨마저 눈앞에서 쓰러지는 것을 지켜본 해자씨는 극도로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의료진이 서두르고 있었는데도 해자씨는 다급하게 외쳐댔다. 1분 1초가 억겁 같았다. 해임씨는 응급실에 실려와 정신이 없는 와중이었는데도 언니의 그 모습을 또렷이 봤다고 했다.
“저도 머리가 아파오자 돌아가신 오빠 생각이 났는데, 언니도 마찬가지였겠죠. 하나밖에 없는 동생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겁이 덜컥 났다고 해요. 저도 두려웠고요. 가까운 곳에 있는 작은 병원으로 가려는 구급차를 규모가 큰 이곳으로 돌린 것도 언니였어요.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큰 병원이 낫다고 판단한 것 같아요.”
골든타임 맹신하면 안 돼
그렇다면 뇌출혈은 왜 발생하는 걸까. 장 교수는 그 원인을 기본적인 데서 찾았다.
“혈관성 질환의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고혈압이에요. 혈압이 높으면 혈관에 문제가 생기기 쉽죠. 특히 나이가 들면 특별한 질환이 없어도 혈압이 오를 수 있어요. 많은 사람이 한두 해 전의 검사결과로 안심하고 자신의 건강을 맹신하곤 하는데, 혈압이 오르는 이유는 다양해요. 그러므로 자주, 정기적으로 혈압을 체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나트륨을 많이 섭취하거나, 흡연 및 기름진 식습관으로 인한 고지혈증도 고혈압의 원인이 됩니다. 신장과 같은 장기의 이상으로도 혈압이 오를 수도 있고, 운동 부족도 마찬가지이고요.”
이밖에 장 교수가 지목한 원인은 바로 가족력이다. 김씨의 경우처럼 가족력이 있다면 본인의 상태도 반드시 의심해봐야 한다는 것. 환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또 한 가지는 빠른 대처라고 했다.
“흔히 골든타임이라는 말을 쓰는데, 그 시간 전까지 오면 언제든 괜찮다는 뜻은 아니에요. 한시라도 빨리 와서 의료진의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해요. 빠른 시간에 적절한 처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부분 후유증이 남게 돼요. 너무 늦거나 상황이 심각하면 환자를 살릴 수 없는 경우도 있어요. 매초마다 뇌세포는 죽어가고 있다고 여겨야 해요.”
장 교수가 말하는 후유증이란 우리가 흔히 중풍(뇌졸중)의 후유증으로 알고 있는 것들이다. 뇌졸중은 뇌출혈과 뇌경색을 아울러 표현하는 말이다. 후유증에는 전신의 한쪽만 마비되는 편마비나 언어장애, 삼키는 데 문제가 생기는 연하장애, 혈관성 치매 등이 있고, 심하면 식물인간이 될 수도 있다. 보행장애가 오면 이동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주님이 내게 기회주신 것
김씨가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을 때 크게 걱정한 사람들 중에는 그의 학생들도 있다. 매주 하루씩 부광노인대학에서 학생들에게 노래를 가르치고 있는데, 그의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학생들이 병실로 달려와 안부를 물었다. SNS 메신저에는 쾌유를 비는 기원들로 가득했다. 또 그가 다니는 교회 교인들로 병실이 가득 차기도 했다고.
병실에 방문했던 지인들이 멀쩡히 대화하고 행동하는 그를 보고 놀라는 모습이 재미있었던 것도 병원에서의 좋은 기억 때문이라고 김씨는 말한다.
“교회 지인분들은 저 때문에 두 번이나 놀랐다고 해요. 처음엔 제가 쓰러졌다는 소식에 놀랐고, 또 한 번은 퇴원해서 교회를 나갔을 때 너무나 멀쩡한 제 모습에 또 놀라신 거죠. 제가 이렇게 건강하게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주님의 뜻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앞으로는 더 열심히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최선을 다할 거예요. 노인대학 강의도 적극적으로 할 생각이고요. 또 다른 삶을 살게 된 것과 마찬가지니까 한 사람의 몫을 더 하며 살아야겠죠.”
최성환 한화생명 은퇴연구소장·고려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드라이버는 힘, 아이언은 기술, 퍼팅은 돈’ 아마추어 골퍼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일단 드라이버는 멀리 보내고 볼 일이고 아이언은 정확하게 핀 근처로 갖다 붙여야 한다. 그리고 마무리인 퍼팅이 좋아야 내기에서 돈을 딸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중요한 퍼팅이 가끔 전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는 경우가 있다. 이때 본인의 최종적인 판단과 실제 퍼팅시 잘못은 생각지 않고 애꿎은 캐디에게 한마디 던지는 골퍼가 있다. 물론 캐디가 경사를 잘못 읽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캐디의 조언을 받아 본인이 동의를 하고 그에 따라 퍼팅을 한 사람은 바로 자신이 아닌가? 그럴 때마다 필자는 참지 못하고 꼭 하는 말이 있다. “주식투자와 퍼팅은 자기 책임이다. 우리 인생에서 또 하나 자기 책임 하에 하는 것이 있는데 무엇인지 아느냐?” 답은 ‘노후준비’이다. 우리가 주식투자에서 다양한 전문가의 조언을 참고하는 것처럼 퍼팅 시에는 홀마다 실제로 공이 굴러간 궤적 등을 보고 익힌 캐디의 조언을 참고한다. 캐디가 못 미더울 때는 동반자의 의견을 구할 수도 있다. 경험 많고 노련한 캐디가 있는가 하면 초보 캐디도 있기 때문이다. 어느 때나 최종 결정과 최종 퍼팅은 내가 하는 것이다. 그 결과가 엉뚱하게 나왔다고 해도 조언한 사람은 조언에 그칠 뿐이다. 조언을 받아들인 것도 나고 그에 따라 퍼팅을 한 것도 나이기 때문이다. 주식투자도 마찬가지이다.
노후준비는 어떤가? 노후준비 역시 주식투자나 퍼팅처럼 이 사람 저 사람으로부터 조언을 받을 수 있다. 요즘 노후준비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노후준비 또는 은퇴설계 관련 전문가가 주식투자 전문가와 캐디에 못지않게 많다. 오히려 주식투자와 퍼팅은 나름 전문성이 있어야 하는 반면 노후준비는 누구나 당면한 과제이므로 한마디씩은 할 수 있다.
그런데 주식투자와 퍼팅은 안 해도 그만이지만 노후준비는 안 하면 노후가 괴로워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좀 더 나은 노후준비를 위해 전문가는 물론 은퇴를 했거나 은퇴를 앞둔 선배들의 경험과 조언을 듣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런데 주식투자와 퍼팅에 정답이 없는 것처럼 노후준비에도 정답은 없다. 여기서 정답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맞는 답, 즉 정답(正答)도 없지만 정해진 답이라는 뜻의 정답(定答)도 없다는 것이다. 정답이 없는 대신 현명한 답, 현답(賢答)은 있다. 우문현답(愚問賢答)이 아니라 노후준비를 언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현문(賢問)에 대해 현답을 하는 것, 즉 현문현답(賢問賢答)인 것이다. 더욱이 그 현답은 자기 책임 하에 나만의 맞춤형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 누구를 탓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스스로 뭔가 계획하고 설계하기에는 뭔가 크게 부족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퍼팅이나 주식투자를 할 때처럼 전문가와 주위로부터 도움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너무 많은 조언과 정보는 헛갈리게 만들 뿐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전문가 2~3명, 이미 은퇴해서 노후를 보내고 있는 선배 또는 친구 2~3명으로부터 조언을 듣고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 더해서 관련 책을 읽기도 하고 세미나에 참석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듣고 읽으면서 은퇴자들의 실제 생활을 보다 보면 나만의 철학과 전략이 설 것이고 그에 따라 차근차근 나만의 노후라는 집을 설계하고 지으면 되는 것이다.
핑계 없는 무덤 없듯이 핑계 없는 노후불안도 없다.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무덤은 피할 수 없지만 노후불안은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노후가 불안한 사람들은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핑계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소득이 적거나 가족관계 또는 건강에 문제가 있거나 하는 식이다.
따라서 스스로 한 번쯤 짚어 봐야 할 질문은 “만약 내 노후가 불안해진다면 그 핑계거리가 무엇일까?”이다. 이때 기준은 필자가 좋아하는 ‘행복한 노후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다섯 가지 분야, 즉 5F(Finance, Field, Fun, Friend, Fitness)’이다. 분야별로 조목조목 짚어 볼 필요가 있다. 노후에 쓸 돈(Finance)이 부족하다면 왜 부족할까? 은퇴한 후 그 많은 시간을 보낼 소일거리 또는 취미활동(Field)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면 지금부터라도 뭘 해야 할까? 노후에 나와 함께 할 배우자와 가족을 포함한 친구(Friend)가 없다면 왜 없을까? 재미(Fun) 없는 노후가 예상된다면 왜 그럴까? 현재 건강(Fitness)에 문제가 있거나 문제가 예상된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부터라도 5F 중 가장 부족한 분야를 우선적으로 채워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돈만 있으면 다 되는 것 아닌가 할 수도 있다. 과연 돈만 있다고 해서 할 일과 친구, 재미, 건강이 따라올까? 그 돈을 누구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할 일과 친구, 재미, 건강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미국의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처럼 돈은 비료와 같아서 쓰지 않고 움켜쥐고만 있으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그 돈을 잘 써야 할 일도, 친구도 생기고 재미도 따라오고 건강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작은 일이 아닐 수도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담배를 끊고 술을 줄이기만 해도 돈과 건강을 한꺼번에 챙길 수 있다. 배우자와 가족, 친구들을 어떻게 대하는 것이 좋을까를 되돌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취미활동이나 문화행사 또는 봉사활동에 참가해보라.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을 뿐 아니라 뿌듯함과 자신감도 생길 것이다. 특히 걸어 다녀야 몸이 건강하다는 걸 알고 열심히 대사활동을 한다고 하지 않는가? 나이가 들수록 육체적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 건강이 더 중요해진다. 오래 살기만 하면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인가? 치매에 걸리지 않고 100세까지 건강하게 산다면 가족이나 친구 누가 뭐라 하겠는가? 인터넷을 뒤져 재미있는 건배사와 에피소드를 발굴, 여럿이 모이는 자리에서 써먹어 보라. 하다 보면 늘기 마련이고 잘 하면 나만의 주특기가 될 수도 있다. 사는 게 재미있으려면 내가 재미있거나 재미있는 사람과 친하게 지내면 되는 것이다.
‘평균화의 맹점’은 폴란드의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이 한 말이다. “다리의 수송력은 여러 교각이 떠받치는 힘의 평균값이 아니라 가장 약한 교각의 힘에 좌우된다”는 것이다. 다리는 가장 약한 곳에서 무너져 내리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5F도 평균값을 끌어올리는 것에 못지않게 부족한 부분을 메우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건강을 잃으면 다른 4F가 아무리 풍족해도 다 소용없는 것이다. 5F 중 부족한 F를 찾아내서 채워가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자 우리네 인생이다.
△ 최성환(崔聖煥) 한화생명 은퇴연구소장·고려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한국은행 과장, 조선일보 경제 전문기자, 고려대 국제전문대학원/경영대학원 겸임교수, 한화생명 경제연구원 상무, 은퇴연구소장 등 역임.
겨울은 모든 골퍼들에게 희망을 주는 계절이다. 코스에서 직접 플레이를 하지는 못하지만 그 기간을 잘 이용한다면 아무리 주말골퍼고 시니어 골퍼라고 할지라도 지금의 수준보다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수준을 유지하고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원한다면 겨울철에 자신만의 골프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세워보자. 다른 스포츠 종목과 마찬가지로 골프 트레이닝 프로그램도 시즌 오프, 시즌 전, 시즌 중으로 구분해서 계획을 세운다. 겨울철은 시즌 오프, 봄은 시즌 전, 그리고 늦가을까지는 시즌 중으로 구분해서 시즌 오프인 겨울에는 자신에게 맞는 스윙과 샷을 위한 분석과 교정을 중심으로, 시준 전에는 파워를 보강할 수 있는 체력 훈련을, 시즌 중에는 체력을 유지하는 수준으로 전체 기간을 대상으로 계획을 세워보는 것이다.
◇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스윙을 찾으려면
시즌 오프인 겨울철에 자신의 스윙을 분석하여 골프 스윙으로 인한 상해를 예방하고 원하는 샷을 구사하려면 스윙의 기초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스윙을 찾아야 한다. 최적의 스윙이란 조건반사적인 스윙을 뜻한다. 이 스윙은 관절의 가동범위 내에서 근육의 상호 작용을 이해하고 같은 동작을 반복하여 연습할 때 만들 수 있다. 우리가 익숙하게 수행해온 동작은 의식하지 않아도 같은 동작을 쉽게 반복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스윙할 때 사용되는 근육들은 모두 수의근들이다. 대뇌의 의지로 특정한 근육들을 수축하고 이완시켜서 특정한 동작을 하는 것이다. 스윙할 때 근육의 수축과 이완은 백스윙을 마쳤을 때와 피니시 위치에서 느낄 수 있다.
백스윙할 때는 오른쪽 어깨를 감싸고 있는 근육들이 수축하고 있지만 반대로 왼쪽어깨를 감싸고 있는 근육들은 이완되며, 피니시에서는 왼쪽 어깨 쪽이 수축되고 오른쪽 어깨 쪽은 이완된다. 바로 이 수축과 이완에서 파워가 나온다. 눈을 감고 스윙을 해보면 눈을 뜨고 스윙했을 때보다 더 큰 느낌을 가질 수 있다. 물론 스윙을 할 때 어깨 근육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클럽을 쥐는 손이나 팔, 게다가 몸통 전체의 근육들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또 상체를 지탱하기 위해 하체, 다리 근육들 까지도 동원되어 파워를 발생시킨다.
또한 최적의 스윙은 척추에 연결된 어깨, 어깨에 연결된 팔, 팔에 연결된 손목의 움직이는 순서가 일관될 때다. 특히 스스로 조절해야 하는 백스윙할 때 움직이는 순서를 어떻게 하느냐는 스윙을 연쇄반응처럼 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어서 더욱 중요하다.
최근의 스윙추세와 스윙분석에 관련된 연구 결과들은 이전과는 다른 백스윙의 순서를 강조하고 있다. 원피스로 테이크 어웨이한 후에 팔을 들며 몸통을 함께 돌리며 백스윙을 하기 보다는 두 팔로 클럽을 먼저 테이크 어웨이 한 후에 오른 손목, 팔꿈치, 어깨를 돌리며 백스윙하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
원피스로 테이크 어웨이한 후에 백스윙을 하면 클럽헤드를 몸 앞에 두지 못하고등 뒤로 가져가므로 다운스윙 할 때 표적선에 대해서 클럽헤드가 아웃사이드에서 인사이드로 움직이는 원인이 되어 표적을 향한 클럽페이스에 따라 슬라이스 또는 풀샷이 되고 만다. 그러나 두 팔로 클럽을 먼저 테이크 어웨이한 후에 오른 손목, 팔꿈치, 어깨를 돌리며 백스윙을 하면 클럽헤드를 몸앞에 두고 스윙할 수 있어 다운스윙할 때 인사이드에서 인사이드로 클럽헤드를 가져가므로 표적을 향한 일관된 샷을 하기 쉬워진다.
◇ 스윙을 교정할 때는
자신의 신체 조건에 적합하고 효율적인 스윙 방법은 날아가는 공이 증명해주는 것이므로 방향과 거리가 일치된 샷을 구사하지 못한다면 스윙 방법을 교정해야 한다. 골퍼라면 누구나 골프를 익히는 과정에서 스윙 교정을 시도해 보지만 성공가능성은 높지 않다. 간단하지만 클럽을 쥐는 방법을 바꿔보거나 단순한 퍼팅 동작 또는 그린 주변에서의 치핑, 피칭 방법을 바꾸는 것도 쉽지 않았던 경험은 골퍼들 모두 체험해보았을 것이다. 교정하려고 집중하면 할수록 더 많은 실수를 하고, 새로 시도하는 방법과 이미 구사하던 방법 사이에서 야기되는 심리적 혼란으로 더욱 큰 어려움과 부딪치기 때문이다.
인지 심리학자(Cognitive Psychologist)들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어느 분야의 일인자가 되려면 피아니스트는 적어도 8000시간, 골퍼는 1만 시간의 훈련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미 습관화되었던 예전 방법을 교정하고 새로운 방법을 습관화하여 일관되게 구사하려면 2000시간의 반복훈련이 소요된다고 한다.
반복된 연습으로 스윙 교정을 통해서 어느 정도 새로운 스윙 방법을 익혔다고 해도 긴장된 상황에서 플레이하다 보면 다시 예전의 스윙 방법대로 플레이하고 만다. 새로 시도하는 방법과 습관화된 방법 사이에는 심리적 갈등현상이 존재하므로 이미 습관화된 스윙방법은 아무리 바꾸려 해도 두뇌에서 바꾸어지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동과학적 입장에서 제시한 행동수정 이론은 다행스럽게도 스윙 교정에 효과가 크다고 한다. 학습과 발달 면에서 짧은 시간과 심리적 장애 현상을 최소화하고 새로운 습관을 익히는 과정을 가속시키는 방법을 스윙 교정 방법에 적용한 것을 소개한다.
△ 1 단계: 스윙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기술한다.
샷의 결과에 따른 스윙방법을 진단하여 문제점을 글과 말로 표현한다. 예를 들어 스윙 플래인이 너무 플랫하거나 업라이트하여 공을 임팩트하는 순간이 일관되지 못하다면 신체적 조건에 적합한 스윙 플래인의 형태와 위치를 찾는다.
△ 2 단계: 스윙의 문제점을 자각한다.
이미 습관화된 스윙을 의도적으로 반복하며 플랫한 스윙 플래인이 만들어지는 원인을 느끼도록 한다. 플랫하거나 업라이트한 스윙 플래인이 되었을 때 느껴지는 신체적 감각을 글로 표현한다.
△ 3 단계: 스윙의 문제점을 상기한다.
교정하려는 스윙을 잘못된 스윙이라고 하지 말고 예전에 하던 스윙으로 부른다. 예전의 스윙방법을 부정적이기보다는 긍정적으로 표현한다.
△ 4 단계: 새로운 스윙 방법을 자각한다.
새롭게 익히려는 스윙 방법을 천천히 구분하여 스윙한다. 새로운 스윙 방법으로 느껴지는 신체적 감각을 표현한다.
△ 5 단계: 새로운 스윙 방법을 상기한다.
새로운 스윙방법과 스윙 플래인을 마음속으로 상기하며 스윙한다.
△ 6 단계: 새로운 스윙 방법과 예전 스윙 방법의 차이점을 기술한다.
예전 스윙 방법과 새로운 스윙 방법의 차이점이 느껴지는 신체부위를 구체적으로 적는다. 백스윙을 마쳤을 때 손의 높이가 피니시했을 때 손의 높이를 비교하고 샷의 결과도 비교한다.
△ 7 단계: 예전 스윙으로, 새로운 스윙으로 5번씩 스윙하며 비교한다.
예전 스윙방법과 새로운 스윙 방법으로 한 번씩 샷을 한다. 예전의 스윙 방법과 새로운 스윙 방법으로 한 샷의 결과를 비교한다. 임팩트 때 느껴지는 차이점과 구질의 차이점도 비교한다.
△ 8 단계: 여러 클럽을 사용하며 새로운 스윙 방법으로 연습한다.
익히려는 새로운 스윙 방법을 강화하는 단계로 구분된 동작을 통합해서 스윙한다. 사용하는 클럽에 적합한 일관된 스윙 플래인을 익힌다.
△ 9 단계: 새로운 스윙 방법대로 코스에서 플레이한다.
샷의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새로운 스윙 방법대로 코스에서 플레이한다. 샷을 시도할 때마다 교정한 스윙방법의 구체적 내용을 말로 표현한다.
△ 10 단계: 새로운 스윙 방법을 재진단하고 다시 익힌다.
위에 예시한 9단계의 연습을 적어도 4주동안 반복해서 실시한다. 연습장에서는 거울을 통해서, 코스에서는 비디오를 통해서 예전의 스윙 방법과 새로운 스윙 방법의 차이를 확인한다. 동작 교정이 올바르게 진행되었으면 1 단계로 돌아가서 반복한다. 만약 교정되지 않았다면 티칭 프로에게 조언을 구한다.
>>>글 박영민 전 고려대 교수
국내 골프칼럼니스트 1세대. 고려대와 한국체육대에서 교수로 재직했으며 1980년대 초부터 방송 해설은 물론 일간지, 스포츠지 등에 많은 칼럼을 연재했다. ‘골프의 이론과 실제’, ‘골프’(체육고등학교 교재) 등 저서도 다수.
‘비 오는 날의 수채화’ 이것은 운치 있는 노래 제목이고,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은 심수봉의 노래 가사 중 한 소절이고. 그런데 이런 분위기 있는 노래가 골퍼들에게는 별로 달갑지가 않다.
특히 어르신 골퍼에게는 비는 그냥 귀찮은 존재일 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여름철 폭염아래서 라운드할 때 이따금 뿌려주는 이슬비 정도는 반가운 일이지만.
장마철에 접어들었다. 이전과 달리 비소식이 오면 대부분의 골퍼는 취소를 한다. 하지만 어렵게 잡아 놓은 예약을 최소하기도 아깝고, 해서 라운드를 결심하지만 정상적인 컨디션에 비해 불편하고 제 기량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플레이에 들어가면서 …빗속라운드를 할 거면 즐기면서 하라
빗속에서도 플레이를 시작했다면 “이것도 또 다른 핸디캡이겠지”하면서 “즐겁게 라운드하자”고 마음을 다진다. 그러면 오히려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미 골퍼들은 경험을 했겠지만 똑같은 상황에서 짜증을 내기보다는 즐기는 것이 정신건강에도 좋다.
사실 골프는 평소에도 그렇지만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소위 ‘멘탈’을 어떻게 자신이 조절하느냐에 따라 그날의 골프가 달라진다. 친구들끼리 작은 내기라도 할 때면 무조건 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 쉽지 않음을 우리는 안다. 이럴 때는 주문을 외우자. 좋아하는 연인을 생각하거나, 가장 즐거웠을 때를 상상하면서 티잉 그라운드에 들어선다.
플레이전에 준비는… 무조건 수건으로 닦는다
비올 때 우산과 수건 등 필요한 것은 골프장에서 준다. 하지만 자신의 것으로 준비한다. 장갑은 3켤레 이상으로 한다. 약간만 젖어도 새것으로 바꾼다. 땀에 어도 그리 건강에 좋지 않으니까.
특히 장갑이 젖으면 그립이 미끄러진다. 수건을 우산 속에 걸어 샷을 하기전에 반드시 닦는다. 그린에서 퍼팅 때도 마찬가지다. 비가 많이 올 때는 목장갑이 그만이다. 양말도 2~3켤레 준비한다. 발이 축축하면 찜찜해서 어드레스가 잘 안 된다. 참지 말고 중간에 바꿔 신는다. 우산이야 기본이겠
지만 반드시 비옷을 챙긴다. ‘그냥 맞고 치지’라고 생각했다면 하수다. 가볍고 얇은 비옷을 입으면 플레이가 달라진다.
플레이는 어떻게… 스윙은 박인비처럼 4분의 3만 하라
그립이 비에 젖으면 그립을 강하게 잡는 습관이 있다. 그러면 어깨 근육이 긴장돼 미스 샷으로 이어진다. 그럴수록 그립을 살살 잡아야 한다. 마치 사랑스러운 연인의 손을 잡듯.
문제는 비가 오면 심리적으로 급해진다는 사실이다. 빨리 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서 대충치려 한다. 라운드를 게속 할 것이라면 평소의 리듬을 갖고 프리샷 루틴대로 한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수록 이런 습관을 반드시 필요하다.
페어웨이가 젖어 있어 볼이 구르지 않는다. 거리가 20% 이상 손해를 본다. 티샷은 티를 높게 꽂아 캐리를 늘린다. 페어웨이나 그린주변에서는 자신의 거리보다 조금 길게 친다는 느낌으로 한다. 그린도 마찬가지다. 스피드가 느리므로 홀 뒤의 2~3컵을 더보고 약간 강하게 스트로크를 한다.
모든 샷은 한 클럽 크게 잡고 4분의 3정도의 크기 스윙으로 부드럽게 볼을 때린다. 하다마는 스윙 같은 박인비(26·KB금융그룹)를 떠 올리며 샷을 하면 딱이다. 습도가 높은 날에는 허리와 무릎
등에 무리가 오기 때문에 강하게 치려다가는 낭패를 본다.
페어웨이나 벙커에서 박아치는 아이언 샷은 금물이다. 이미 페어웨이가 축축한 상태에서는 뒤땅을 치게 되거나 박히기 십상이다. 어프로치도 굴려 치기 보다는 핀을 보고 볼을 조금 띄워 붙이는
것이 현명하다. 비가 오는 날의 미스 샷은 대개 그립이 미끄러지는 것이 원인이다. 마른 수간은 필수적이다. 우산에 수건을 걸어 놓고 스윙을 하기 전에 반드시 그립과 헤드를 닦아준다. 대부분의 골퍼는 귀찮아서 그냥 치기 일쑤다. 실수를 한 뒤 후회한다.
라운드가 끝나면 모든 장비는 잘 닦고 말려야 한다. 젖은 골프화는 라커룸에 있는 건조기를 이용해 잘 말린다. 그냥두면 곰팡이가 생긴다. 클럽은 그립부분을 종이로 잘 싸둔다. 헤드는 녹 방지제를 발라준다.
글 안성찬 골프대기자/ 골프문화칼럼니스트
시즌 2승을 거두며 상금 4억원을 돌파한 김효주(19·롯데)의 드라이버 임팩트 순간이다. 보기만 해도 비거리와 정확성을 느끼게 한다.
김효주의 모습에서 눈 여겨 볼 것은 왼쪽 다리와 머리 위치다. 오른발 뒤꿈치는 약간 떨어지면서 체중이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왼쪽 다리는 탄탄한 벽을 만들어 고정시키고 있다.
이것이 아마추어 골퍼가 따라하기가 쉽지 않다. 대개 왼쪽 다리가 무너지면서 거리가 줄고 방향성이 틀어진다. 특히 이때 다리를 버티지뭇하면 피니시 동작도 제대로 안 된다.
그의 머리위치는 어드레스 때보다 약간 뒤에 머물러 있다. 임팩트를 맞으면서 왼팔이 샤프트와 볼과 일직선을 이루는 것도 그가 얼마나 정확하게 볼을 때리는지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166cm의 김효주는 올 시즌 드라이브 평균 비거리 255야드, 페어웨이 적중률 88.72%, 그린적중률 798.54%, 퍼팅수 30.1개를 기록 중이다.
글 안성찬 골프대기자/ 골프문화칼럼니스트
엥, 이게 무슨 말이지? 시니어 여성골퍼가 ‘영닭’들하고 골프를 한 뒤 헤어지면서 하는 말이다. 열심히 노동하고 있을 남편이 들으면 뚜껑이 열릴 일이지만 어쨌든 이날 팔순을 바라보는 골프 시니어 어르신은 날아갈 듯 기분이 좋았을 터. 평생 남편 수발했으니, 이제는 파랑새는 아니더라도 하고 싶은 골프를 말릴 수야 있나.
중독성이 강한 골프 특성상 하루 종일 걸리는 스포츠라서 뒤따라 다닐 수도 없고, 믿는 수밖에. 사실 부부는 문지방 넘어서면 남이다. 그러니 촌수도 없지.
여성골프가 많이 늘어 전국 골프장 입장객의 30%나 된다고 한다. 골프의 즐거움은 양면성이다. 남자만 애인을 데리고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여자도 마찬가지다. 일단, 부부가 아니면 친구이거나, 애인이거나 둘 중에 하나 일테니까. 서로 남남이면 남자나 여자 입장에서 보면 마찬가지다.
그런데 재미난 사실은 부부인지 아닌지가 한 홀만 지나면 캐디에게 금방 들킨다. 아니, 그늘
집에서 만나는 앞팀 이나 뒤 팀에게도 꼬리를 잡힌다.
아마도 이글을 읽는 어르신들도 한번쯤은 애인과 라운드를 해보았으리라. 때문에 아내와
연인, 혹은 남편과 연인과 볼을 칠 때 분위기가 확 다르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골프뿐만 아니다. 아내와 연인 차이는 무엇을 해도 표시가 난다. 다만, 세월이 흘러도 여전
히 잉꼬부부, 닭살부부는 예외로 하자. 한눈을 팔지 않고 오직 ‘이 남자야’, ‘이 여자야’하고 살
아온 금슬(琴瑟) 좋은 부부도 논외다.
그러나 대부분의 부부골프는 남편이 아내에게 운전교습을 해줄 때 잔소리를 하는 것처럼 하루 종일 바람 잘 날이 없다. 이 때문에 어느 정도 골프를 치면 아내는 절대로 남편과 필드를 나가지 않는다. 재미가 있어야 할 골프가 짜증만 나기 때문이다. 골프장에 갈 때는 기분 좋게 출발했다가 남편의 잔소리에 아내는 즐겁기는 커녕 스트레스만 왕창 받고 집으로 돌아온다.
티잉 그라운드부터 다르다. 아내가 조금 늑장을 부리면 바로 튀어나오는 말, “장갑도 안 챙기고 뭐해. 미리 미리 끼고 있어야지. 순서가 돼서 장갑 찾고 있으니...”하고 짜증을 낸다.
그런데 애인에게는 다르다. 앞 팀이 비어있는데도 애인이 캐디백에서 티를 찾고 있으면 웃으면
서 티를 꽂아준다. 부부는 대개 말이 없다. 하더라도 정겹지가 않다. 퉁명스러운 것이 기본이다. 가급적 말도 섞지 않는다. 해봐야 싸움 나니까. 애인에게는 다정다감하다. 웃음소리부터 다르다.
아내가 뒤땅을 쳐보라. 티샷도 제대로 못하느냐고 핀잔을 준다. 애인에게는 “멀리건~”하면
서 “하나 더 쳐도 돼~. 내가 티를 잘못 꽂아 줬나?”하고 아부의 왕이 된다. ‘으이그 쓸개 빠진
넘.’ 이 말은 동반자들이 속으로 내뱉은 말이다.
부부는 각자 클럽을 꺼낸다. 하지만 남자는 애인에게 샷을 할 때마다 손수 클럽을 꺼내 준다. 캐디가 있는데도. 아내가 친 볼이 벙커나 워터해저드에 빠지면 “어이, 그렇게 밖에 못 치나”하고 면박을 준다. 애인에게는 “왜, 하필이면 그쪽에 장애물을 만들었을까? 코스 설계를 제대로 할 수 없나”하
고 디자이너를 탓한다.
그늘집에서는 더 가관이다. 아내에겐 “냉수나마셔”라고 하지만 애인에게는 직접 커피나 생
과일주스 등을 갖다 준다. 아내가 OB(아웃 오브 바운스)를 내면 나가서 “벌타 먹고 OB티에서 쳐”하고, 애인에게는 “멀~리~건”을 서너 번씩 외친다. ‘으이그 속없는넘.’ 이것은 캐디 생각이다.
애인이 10m짜리 버디 퍼팅을 성공시켜보라. 난리 블루스를 친다. “나이스 버디!”를 산이 떠나가도록 외친다. 홀인원을 하면 어떻게 할지 궁금하다. 아마도 깊은 포옹을 할 걸. 아내가 버디를 하면 “집안일은 안하고 매일 연습장에서 살지, 살어~”하고 못마땅해 한다.
아내가 남겨 놓은 1m짜리 퍼팅은 “들어갈 때까지 쳐야지”하면서, 3m가 넘는 애인의 퍼팅은 “OK!”를 외친다.
아내의 샷은 잘못 친 것만 말하면서 애인에게는 “뭘 믿고 그렇게 볼을 잘 치느냐”고 입에 침
이 마르도록 립 서비스를 날린다. 홀마다 더블보기나 트리플보기를 하는 아내에게는 “지금 골프를 치는 거야, 작대기를 휘두르는 거야”하고 화를 낸다. 애인의 스코어카드에 그렇게 적히면 “같은 그린피 내고 많이 치는 것이 경제적이지”하고 위로를 한다.
아내가 “여보, 경치가 참 아름답지”하면 “골프도 못 치면서 무슨 놈의 경치야”하고 볼멘소리를 한다.
애인이 이렇게 말하면 “그대가 장미꽃인데 무슨 경치를 보나”하고 닭살을 돋게 한다. ‘으이그
비잉신. 저걸 칵~.’ 이것은 캐디와 동반자가 동시에 느낀 감정을 표현한 것이다.
사랑을 하면 눈이 먼다고 했던가. 애인이 하는 짓은 다 예뻐 보이고, 아내가 하는 것은 다 미
워 보이나. 사랑해서, 눈멀어서 결혼한 사람은 아내인데 어찌 코스에만 나가면 아내는 보이지
않고, 애인만 눈에 보이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는 남자의 경우다. 시니어 여성이 젊은 놈하고 골프장에 가보라. 남자가 애인에게 하는 서
비스와 친절은 조족지혈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로 밀리지 않는다.
70을 바라보는 골드시니어 여자가 ‘영계’하고 골프하는 것을 보면 이것은 난리도 아니다. 꼴
사나워서 차마 눈 뜨고 못 본다.
그래도 골프가 좋은 것은 인생을 한 살이라도 젊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애인이건, 연인이
건, 남자건, 여자건, 시니어건, 영닭이건 모두 에게 희열을 느끼게 한다.
하루에 코스를 돌아보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오늘도 필드에 나가 클럽을 휘두르는 사람
은 행복한 ‘브라보 마이 라이프’라는 얘기다.
글 안성찬 골프대기자/ 골프문화칼럼니스트
일간스포츠, 문화일보, 스포츠투데이 체육부 골프전문기자
이투데이 부국장겸 스포츠문화부장
뉴스웨이 골프대기자,
골프문화칼럼니스트
그냥 똑바로 치세요”
골퍼에게 가장 열 받게 하는 일이 있다. 파5홀에서 2온 시켜 놓고 4퍼팅하는 것. 아마도 이처럼 뚜껑을 열리게 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사실 시니어골퍼는 퍼팅을 잘 한다. 거리가 줄면서 구력으로 느는 것은 쇼트게임과 퍼팅이다.
하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감이 떨어지는 날은 홀을 살살 벗어나며 3퍼팅을 하기 일쑤다. 퍼팅은 또 다른 골프게임이다. 10m가 넘는 퍼팅은 거리를 잘못 맞추고, 3m이내의 퍼팅은 방향성이 문제다. 퍼터는 드라이버나 우드와 달리 드로나 페이드를 구사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홀을 보고 똑바로 때리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들어갈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따라서 캐디에게 홀과 퍼터 페이스가 직선으로 되었는지 물어보고 그냥 친다. 홀을 벗어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어드레스를 잘못한 탓이 크다. 물론 경사가 있을 때는 휘어질 지점을 향해 치면 된다.
퍼팅은 생각이 많으면 안 들어간다. 볼과 홀사이의 처음 본 라인대로 믿고 스트로크를 하면 된다.
글 안성찬 골프대기자/ 골프문화칼럼니스트
일간스포츠, 문화일보, 스포츠투데이 체육부 골프전문기자
이투데이 부국장겸 스포츠문화부장
뉴스웨이 골프대기자,
골프문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