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인생 후반전을 위해 혹은 또 다른 직업을 가지려고 교육기관을 선택하는 시니어가 적지 않다. 결국 배움의 과정을 겪지 않고서는 새로운 길을 찾기도 힘들고, 또 교육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많은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일부는 아예 교육 참가 자체에 의미를 두기도 한다. 이들을 위해 운영되고 있는 교육기관은 매우 다양하다. 이 중 사이버대학은 어느새 당연한 선택지로 고려되고 있다. 학위 취득이 가능할 정도로 깊은 내용을 다루면서 일반대학에 비해 문턱이 낮다는 장점은 시니어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렇다면 교육 현장 최일선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어떨까? 김동환(60) 서울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학과장은 결과를 결정짓는 것은 학생의 ‘결심’이라고 강조한다.
사이버대학의 연령별 분포 자료를 보면 40대와 5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는다. 일반대학 대신 선택하는 20대와 직장을 다니며 학위를 취득하고 싶은 30대도 많지만, 제2의 새로운 인생을 위해 사이버대학을 선택하는 중장년도 적지 않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코로나19가 최근 경향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퇴직 후 학교 찾으면 늦어
“전통적으로 중장년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죠. 그런데 최근 1~2년 사이에 경향이 약간 바뀌었어요. 코로나19로 인해 일반대학을 다니던 학생들이 준비되지 않은 비대면 수업에 염증을 느끼고, ‘차라리 사이버대학이 낫다’며 우리 학교로 오는 경우가 꽤 돼요. 게다가 최근에 아파트 시세 급등으로 젊은 세대가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면서 우리 학과를 선택하는 지원자가 늘었어요. 실제로 평균 연령이 40대 중후반에서 40대 초반, 30대 후반 정도로 내려갔죠.”
이런 변화는 교육과정에도 영향을 주었다. 블록체인이나 인공지능, 가상현실 같은 부동산과 동떨어져 보이는 분야를 접목한 수업도 진행 중이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메타버스에 관한 수업도 준비 중이다. 김 교수는 “가상화폐나 가상현실에서의 자산은 결국 현실에서의 자산과 연동되는 경우가 많아 늘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부동산학과는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중장년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는 학과다. 실제로 김 교수를 거쳐간 중장년 창업자 수는 셀 수 없을 정도다. 김 교수 역시 부동산을 통해 인생 후반전을 바꿔놓은 제2의 인생의 주인공이다.
경제학을 전공하고 럭키금성에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는데, 이후 미국 회사에서 부동산 업무를 담당한 것이 부동산 분야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그렇게 24년간의 회사생활을 정리하고 대학원에서 부동산을 전공한 후 박사학위 취득과 함께 학교와 인연을 맺게 됐다.
그렇다 보니 새 출발을 준비하고자 하는 시니어를 보면 남일 같지 않다고 김 교수는 설명한다.
“예전에는 정년퇴직하고 나서 적당히 자격증을 취득하고 소일거리 삼아 공인중개사 일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죠. 사실 그렇게 준비해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좀 달라졌습니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업계에서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어요. 이제 부동산도 젊은 사람들이 뛰어드는 분야가 되어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부동산과 전혀 관계없는 분야 출신이라면 더더욱 힘들죠. 그래서 이제는 적어도 퇴직 5년 전부터 준비하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현직으로 나서기 전에 미리 공부도 해놓고, 자격증도 따놓고, 업계의 분위기를 익히면서 준비하지 않으면 퇴직 후 현실 속에서 좌절하기 쉽습니다.”
사이버대학도 현실세계 만남 활발
서울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도 교육과정에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은 혼자서 취득할 수 있지만 문제는 그다음. 어떻게 현장에서 뛸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부동산은 일종의 정보산업이기 때문에 재학생 사이의, 그리고 재학생과 졸업생 사이의 관계 형성에 주력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장의 공인중개사 중 상당수는 자격증 취득보다 더 어려운 것을 현장 경험 쌓는 것이라고 말한다. 나이 많은 신참에게 선선히 기회를 제공하는 곳을 찾기 힘들다.
“부동산은 혼자 할 수 있는 사업 분야가 아니에요. 네트워크를 가지고 서로 협조해나가야 성공할 수 있어요. 저희도 재학생과 졸업생이 교류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행사를 만들죠. 창업하는 학생에게는 인큐베이팅 과정을 제공하고, 취업을 원하는 학생에게는 인턴십 기회를 부여해요. 2001년부터 누적 졸업생 수가 3500명 정도 되다 보니 전국적으로 관계 형성이 가능합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거의 매 주말마다 모임이 있었어요. ‘온라인 강의인 줄 알았는데 일반대학보다 모임 참여가 더 많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였으니까요. 이 모든 것은 저희가 온라인 강의를 오랜 기간 해오면서 느꼈던 교육적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입니다.”
실제로 부동산학과의 모임은 다양하다. 기본적으로 각 지역마다 지역 모임이 존재한다. 학교에서 특강을 준비하면 각 지역별로 순회강연을 할 정도로 전국의 모임이 활성화되어 있다. 골프 모임만 두 곳이 운영 중이다. 물론 학년 모임이나 학과 동문회도 있고, 체육대회와 송년회도 빼놓을 수 없는 행사다.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특강도 학생 간 관계를 끈끈하게 만드는 접착제 역할을 한다. 사업에 도움이 될 만한 주요 정보를 특강으로 제공하면, 특강 후 모임에서 재학생과 졸업생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형식이다. 김 교수는 “부동산 업계에서는 고가의 물건을 다루다 보니 자연스럽게 신뢰를 중요시 여기게 되고 서로의 신용을 확인하는 성향을 띠게 된다”며 모임 활성화 배경을 설명했다.
코로나19 사이버대학의 터닝포인트 돼
코로나19는 많은 교육기관의 위기를 불러왔지만 사이버대학에는 기회가 됐다. 태생 자체가 언택트(Untact)에 최적화된 온라인 중심 교육기관이다 보니 관심을 갖는 학생들도 늘었다. 실제로 김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학생 수가 40% 가까이 늘었다고 했다. 그 변화는 사이버대학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과거 ‘학위장사’라고 손가락질받던 오명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설립 이후 약 20년간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면서 터득한 노하우는 일반대학이 따라오기 힘든 수준에 있다. 팬데믹 이후 많은 대학들이 서둘러 온라인 강의로 전환했지만 쉽게 따라올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코로나19는 사이버대학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예전엔 2년제 대학보다 못하다는 선입견도 있었어요. 학생뿐만 아니라 강단에 서는 교수들도 비슷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사이버대학의 강의 수준과 시스템에 대해 감탄하는 평가가 많아요. 다들 해보고 나서 어렵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죠.”
실제로 동영상 강의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이론을 정리한 후 콘텐츠를 구성하고, 방송 촬영을 하고 나면 검수 과정까지 거친다. 세세한 숫자나 정보가 틀렸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이렇게 완벽히 계획된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한 학기 동안 교과서 한 권을 해소하지 못하는 일은 없다. 일반대학과 차별화되는 부분 중 하나다.
“열심히 공부하는 입장에선 매우 좋죠. 빼놓는 것 없이 모든 수업 내용을 전달받을 수 있으니까요. 또 중장년 학생에게 유리한 부분도 있어요. 동영상 강의는 반복해서 볼 수 있기 때문에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을 알 수 있을 때까지 확인 가능해요. 주변 학생들 눈치 보는 일 없이 많은 질문을 할 수도 있죠. 게다가 등록금은 더 저렴한데 이런저런 명목의 장학금을 다 합치면 거의 대부분 학생들이 수업료 감면 혜택을 받아요. 나이 많은 학생들이 갖는 여러 가지 부담을 사이버대학은 이미 폭넓게 해결해주고 있습니다.”
가르치는 입장에선 이러한 시스템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김 교수는 대중적인 ‘사이버 문화’가 사이버대학의 특성에도 적용된다고 설명한다.
“업데이트 안 된 내용을 강의하거나 강의에 오류가 있으면 그에 대한 피드백이 바로바로 와요. 서로 대면하는 일이 적다 보니 일반적인 ‘사제 관계’가 형성되기 어렵고, 서로의 의사소통이 다소 냉정한 경향을 띠게 되는 거죠. 맘만 먹으면 학교에 발 한 번 들이지 않고도 졸업할 수 있으니까요. 졸업장도 집으로 보내주거든요.(웃음) 질문이나 불만에 대한 답글은 다른 학생들도 볼 수 있기 때문에 바로바로 답을 해줘야 해요. 또 많은 오프라인 활동으로 보완하려고 노력합니다. 최근에는 학생들이 교육 시스템에 대해서도 경제성이나 효율성을 따지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점에서 사이버대학은 강점을 갖고 있는 셈이죠.”
그는 마지막으로 제2의 인생을 위해 교육을 꿈꾸는 이들에게 “찾아보면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다”고 조언했다.
“학과 차원에서 일반인들에게 열려 있는 특강을 많이 진행해요. 현재는 온라인 위주이긴 하지만, 오프라인 특강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와서 참석해보시고, 다른 학생들은 어떻게 교류하고 정보를 나누고 있는지 경험하는 것도 도움이 될 거예요. 최근에는 산업의 사이클이 짧아져서 그대로 안주하면 업계에 적응할 수 없습니다. 와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는 것만으로도 새 인생 설계에 충분한 동기부여가 될 겁니다.”
직장에 청춘을 바친 시니어에게 은퇴는 사회생활로부터의 해방인 동시에 새로운 출발점이다. 100세 시대의 시니어들은 인생 2막을 위해서 또 다른 직업을 찾거나, 취미나 여가활동을 즐긴다. 이 모든 것을 혼자서 하기엔 부담스러운데,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평생교육’이다. 고령화 사회 속 평생교육의 의미와 더불어 다양한 평생교육을 소개한다.
평생교육은 생애를 걸쳐서 이루어지는 모든 교육 활동을 이른다. 평등교육법의 정의에 따르면 학교의 정규 교육과정을 제외한 학력보완교육, 성인 기초·문자해득교육, 직업 능력 향상교육, 인문교양교육, 문화예술교육, 시민참여교육 등을 포함하는 모든 형태의 조직적인 교육 활동을 말한다. 학교교육의 대안으로서 주로 성인 학습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사이버대학교, 한국방송통신대, 복지관,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 등 다양한 기관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고령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면서 평생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출산율 저하와 상대적인 고령 인구 증가로 생산연령 인구가 감소하고 있으며 기대수명이 대폭 늘어났다. 평균 은퇴 연령은 50대 전후지만, 실질 은퇴 연령은 70대 초반으로 차이가 크다. OECD 국가 중에서도 격차가 높은 편에 속한다. 따라서 은퇴 이후에도 전직과 재취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직과 재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자기계발이 요구되는데, 그래서 더욱 평생교육이 필요하다.
고학력 U턴 입학생이 많은 원격대학…중도탈락 많아
대면이 어려워지면서 원격교육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사이버대, 방통대 등을 중심으로 한 원격대학은 퇴직한 고학력 중장년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방통대는 고령화와 고학력화가 뚜렷이 드러났다. 원격교육연구소에서 실시한 방통대 재학생 실태조사에 따르면 재학생 평균 연령은 45.2세이며, 최근 5년간 고졸의 비중은 8%가량 줄었으나 대학교 졸업자는 5%가량 늘었다. 실제로 대졸자들이 대학에 다시 입학하는 U턴 입학 현상이 생겨났다.
김영철 한국원격대학협의회 사무국장은 “코로나19 이후 원격수업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고 있으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다양한 연령대가 원격대학에 입학하고 있다. 원격대학은 디지털이 서툰 중장년층에는 원격 지원 등을 통해 원활한 교육을 지도하고, 일반대학과 차별화를 위해 4차 산업혁명에 맞춰서 AI와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융합 전공학과를 신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이버대학교와 한국방송통신대학교는 원격대학의 ‘쌍두마차’다. 사이버대학교는 고등교육법에 따라 운영되는 사립 원격대학으로, 강의 수강과 시험 응시 등 모든 수업과 학사과정이 온라인으로 이루어진다. 다만 실습이 요구되는 교육은 오프라인으로 진행된다. 4년제와 2년제 대학과 동등하게 졸업하면 학사 또는 전문학사를 취득할 수 있는 고등교육기관인 정규 대학교다. 대학원이 설치된 대학에서는 석사학위 취득도 가능하다. 2021년 기준 21개의 사이버대학교가 있으며, 약 13만 명이 재학 중이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는 사이버대학교와 달리 4년제 국립 원격대학교다. 국내 최초로 원격교육을 도입했으며, 졸업하면 4년제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4개의 단과대학(인문과학대학, 사회과학대학, 자연과학대학, 교육과학대학) 아래 총 24개 학과가 있다. 모든 강의는 온라인으로 제공하지만, 일부 과목은 출석 수업을 운영한다. 전국에 분포한 13개 지역 대학과 학습센터 및 학습관에서 대부분 수업을 했는데,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실시간 화상회의 프로그램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두 대학의 장점은 용이성과 가성비다. 일부 과목을 제외하고 대부분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언제든 쉽게 강의를 수강할 수 있어서 좋다. 또한 일반대학과 비교해 등록금이 저렴하다. 사이버대의 등록금은 일반대학 등록금의 3분의 1 수준이다. 수업료는 1학점당 6만~8만 원으로, 수강하는 학점에 따라 등록금이 달라진다. 방송통신대는 계열에 따라 다르지만 한 학기당 약 30만 원 중후반이다.
다만 중도탈락하는 학생이 많다. 대학 알리미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방통대의 중도탈락률은 22.7%이며, 사이버대는 14~23% 정도였다. 일반대학의 중도탈락률이 한 자릿수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중도탈락률이 높은 편이다. 김 국장은 “1주에 평균 8시간 정도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데, 온라인 수업이다 보니 1주만 놓쳐도 타격이 크다. 한번 놓치면 따라가기 어려워서 중도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시간과 돈을 절약하는 학점은행제
한편 중장년들은 학점과 더불어 자격증 취득이 가능한 학점은행제에도 관심이 많다. 학점은행제는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제도로, 온라인 수업뿐만 아니라 자격증 취득, 전적 대학 학점 활용, 시간제등록제를 활용한 과목 이수 등을 통해 학점을 인정받으면 학위 취득이 가능하다. 학사는 전공 및 교양 학점을 포함해 140학점 이상, 전문학사는 전공 및 교양 학점을 포함해 80학점 이상(3년제는 120학점 이상)을 인정받아야 학위를 받을 수 있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 관계자는 “보통 학점제로 운영하지만, 학위 수여가 2월과 8월이라서 교육 훈련기관에서 사이버대의 학기제와 비슷하게 학사일정을 운영한다”라며 “원격대학은 한 기관 내에서만 들을 수 있지만, 학점은행제는 400여 개 기관에서 원하는 강의를 골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라고 설명했다.
중장년들이 학점은행제를 선호하는 이유는 자격증 취득과 효율성 때문이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발표한 ‘학점은행제 학위 취득자 사회적 경로 조사’의 자료에 따르면, 50대 이상에서 학점은행제의 목적으로 자격증 취득을 꼽은 이가 34.9%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은퇴를 준비하면서 학점은행제를 선택하는 이들은 이 제도의 장점으로 용이성(34.9%)과 시간 절약(32.6%)을 꼽았다.
비용 측면에서도 정규 대학의 5분의 1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없는 시니어들이 고려해볼 만한 제도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 관계자는 “현역에서 일하고 있는 직장인은 경력 향상을 위한 학위 취득에 관심이 많고, 은퇴하신 분들은 사회복지사, 한국어 교원 등 자격증 취득으로 제2의 인생을 꿈꾸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기술과 취미로 인생 2막을 열다
학위 이외에도 학교에서 배운 ‘기술’을 통해 재취업을 하는 중장년들도 생겨났다. 실제로 한국폴리텍대학교는 은퇴한 중장년들이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직업 역량을 강화하는 맞춤형 직업훈련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폴리텍대학은 종합기술전문학교로, 기술 중심의 실무 전문인을 양성하는 고용노동부 산하 국책 특수대학이다.
취업을 희망하는 만 40세 이상의 미취업자(학력 무관)는 이 대학의 신중년 특화과정을 통해 숙련된 기술을 취득할 수 있다. 이 과정은 시니어 헬스 케어 등 중장년들이 선호하는 학과 위주의 과정이다. 훈련비 전액 무료이고, 80% 이상 출석 시 훈련수당 및 교통비를 추가로 지급받는다.
한편 대학교 부설 평생교육원을 통해 새로운 문화적인 삶을 성취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명지대학교 미래교육원 시니어센터는 중장년을 위한 맞춤형 재취업과 취미 수업을 제공하고 있다. 다양한 취미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시니어 모델, 트로트 가수, 전통 민화 등 문화예술 분야의 수업을 마련했다. 햇병아리극단과 오페라싱어 및 뮤지컬배우 수업, 트로트 가수반 등은 무대까지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시니어센터 관계자는 “시니어 모델, 트로트 가수 등 시니어들의 관심이 많은 과정을 운영 중인데, 인기가 좋다. 새로운 문화를 배우는 동시에 동년배들과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의 장으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코로나 시대의 찾아가는 평생교육
코로나19로 혼란스러운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평생교육에 대한 갈증을 해결해준 사례도 등장했다. 대전 대덕구는 찾아가는 배달강좌를 통해 평생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전염병 우려가 커지면서 최소 학습 인원을 5인에서 3인으로 조정했고, 특정 장소를 방문해 도시농업, 생태해설 등 다양한 강좌를 진행 중이다.
대구 수성구 평생학습관은 평생교육 시 지켜야 할 방역수칙을 온라인 콘텐츠로 제작해 배포했다. ‘오오운동’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적극적인 대처의 일환으로 평생교육 현장에서 생활방역 실천을 위한 온라인 콘텐츠 개발과 공유 사업이다. 여기서 ‘오오’는 강의 5분 전, 강의 5분 후를 의미한다. ‘오오운동’은 평생교육 현장에서의 방역을 위한 실천 내용을 담은 영상 콘텐츠로, 수성구 평생학습관이 개발하여 전국에 무료로 공유됐다. 수성구 평생학습관 관계자는 “감염병 예방을 위한 수칙을 말과 글보다는 영상으로 보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아 제작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진로와 더불어 문화활동을 위한 평생교육은 행복한 노후를 위해 필요하다. 논문 ‘노년기 평생교육 참여와 삶의 질’에 따르면 평생교육에 참여한 노인집단은 인지 기능이 높고 우울감이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앞서 살펴본 것처럼 직업 진로교육에 참여할수록 인지 기능이 높았고, 취미 등 문화적 교육에 참여할수록 여가 만족도나 친구 및 지역사회 관계 만족도가 높았다.
이혜진 교육부 평생학습정책과장은 “노인은 평생교육을 통해 자기계발과 더불어 성취감을 얻기도 하지만, 나아가 평생교육을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한다. 앞으로의 평생교육은 공부 차원의 교육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공론의 장을 만들어주는 평생시민교육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요즘은 10년이 아니라 3년, 1년이다. 빨라도 너무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이제는 은행 업무, 쇼핑, 병원 예약 등을 사람이 아닌 기계가 대신한다.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 아날로그에 익숙한 시니어들의 강산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들을 위해 디지털 문해 교육을 하는 김광자, 이근석 강사를 강북 모두의 학교·평생학습관에서 만났다.
코로나19로 인해 디지털 전환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디지털 세상은 많은 가능성을 열어주지만, 시니어들에게 소외 현상을 초래한다. 무인주문기(키오스크) 사용법을 알지 못해 식당에서 음식을 사 먹지 못하고, 공공기관에 설치된 무인 민원 창구를 이용할 줄 몰라 직원과 대면할 때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아날로그에 익숙한 시니어들은 일상에서 불편함을 넘어 불이익을 받는다. 머지않아 대한민국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가 되는데, 이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는 디지털 활용 능력이 우수하고, 장노년층에 대한 이해가 풍부한 50+ 세대를 전문 강사로 양성하고 있다. 김광자(68), 이근석(61) 씨는 디지털 문해 교육 50+강사단으로서 각 지자체를 다니며 시니어들에게 ‘스마트폰 작동법’과 ‘키오스크 활용’에 대해 교육한다. 같이 나이 들어가는 처지에 디지털 이방인이 돼버린 시니어들의 상황을 마음으로 이해하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디지털 문해력을 높일 수 있게 돕는다.
자신 있는 사람도 키오스크 앞에선 식은땀
많은 직업 중 왜 하필 디지털 강사를 택했는지 묻는 말에 이 씨는 과거의 경험을 털어놨다. “햄버거를 주문하려고 키오스크 앞에 딱 섰는데, 도통 헷갈리더군요. 차분히 살펴보려 해도 뒤에 사람들이 서 있으니 마음만 급해지고 식은땀이 줄줄 났어요. 전자공학을 전공해 기계 조작은 익숙하다고 자부했지만 아니었죠. 자신 있는 사람도 위축되는데,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두려울까 싶기도 하고. 그렇게 디지털 소외 계층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강사단에 지원해 활동을 시작하게 됐죠.”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이 나이 들수록 디지털 격차를 좁히기 위한 노력을 병행하지 않는다면 문화, 경제 등의 영역에서 사회적 소외와 우울감·고립감의 심화를 겪을 것이라 우려한다. 디지털 문해 교육은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인 셈이다.
“에이, 그거 배워서 뭐 하시게?”
곳곳에 늘어나는 키오스크, 어딜 가든 찍어야 하는 QR코드. 사람과 직접 이야기하고 종이에 글씨를 적는 것이 익숙한 시니어들은 몇 번을 사용해도 헷갈릴 수 있다. 이런 불편한 점을 해결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다. 김 씨는 “처음엔 다들 가족에게 물어봐요. 스마트폰으로 친구에게 사진을 보내는 방법을 알고 싶어 자녀나 손주에게 물으면 처음 한두 번은 차근차근 알려주죠. 그렇지만 다들 바쁘기도 하고 따로 사는 분들이 많으니 만날 때마다 스마트폰을 붙들고 그것만 가르쳐줄 순 없잖아요. 결국 ‘엄마가 그런 거 배워서 뭐 하시게. 그냥 오는 전화나 잘 받으셔’라며 어르신이 해낼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죠”라며 “어르신이 해낼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라고 조언했다.
이 씨는 “나이 들면 손이 점점 건조해져요. 스마트폰 터치도 인식이 잘 안 돼요. 저는 그런 것들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됐어요. 보통 자녀나 손주는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모를 수도 있지만요. 대놓고 ‘손이 건조해서 그래요’라고 하면 마음 상할 수 있으니 ‘오늘 날씨가 건조해서 터치가 잘 안 먹을 수도 있으니 손가락을 호 불어서 눌러보세요’라고 돌려서 말해요. 나도 남 일 같지 않으니까” 라며 공감했다.
말동무에 건강관리까지 해드려요
이들은 문해 교육이 단순 정보 전달뿐 아니라 여러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코로나19 이후 어르신들은 우올과 고립감을 많이 느끼세요. 수업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얻어가기도 하지만 오는 길에 햇볕도 쬐고, 수업 중에는 사람들이랑 대화도 하면서 우울함을 해소할 수 있어요. 서로 누가 더 잘하는지 은근한 경쟁도 즐기시더군요. 저희가 어르신 건강이 어떤지도 살필 수 있죠. ‘어르신 자세를 보니 허리가 불편해 보이는데, 병원에 가보세요’ 하고요.”
덧붙여 “장점이 많아요. ‘내가 제일 못하는 거 아닌가?’ 하면서 창피하게 생각하지 말고, 일단 오는 게 중요해요. 운동 삼아 온다고 생각하시면 좋아요. 재미를 붙이면 귀찮을 정도로 저희한테 질문도 많이 하시고, 감사하다고 직접 장문으로 문자도 보내세요. 요즘 식의 소통법을 배우는 셈이죠”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시니어들을 가로막던 디지털 장벽에 조금씩 금이 가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의 눈높이에서 상황을 이해하려는 진심 어린 ‘공감’과 벌어진 격차를 좁히기 위한 ‘노력’이 아닐까. 세종대왕이 한자를 모르는 백성들을 위해 누구나 쉽게 익힐 수 있는 한글을 창제했듯 말이다.
요양원에 대한 시니어의 거부감은 대단하다. 요양보험 급여를 유지하기 위해 나쁜 짓을 한다는 식의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카톡방을 떠돈다. 특히 코로나19는 이런 거부감을 더 키웠다. 정부의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시작한 지 2년이 다 되어서야 지난 추석 첫 면회가 이뤄졌다. 이에 들어가면 가족들 보기 어렵다는 선입견까지 생겼다. 요양 서비스 업계도 이런 사회적 인식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소비자의 욕구에 맞는 요양 서비스의 개발이다. 그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곳이 휴앤락요양원이다.
사실 요양원이 대중의 입맛에 맞게 체질을 변화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운영 비용에 있다. 요양원의 수익 구조는 장기요양보험에서 지급하는 80%의 급여와 20%의 비급여로 유지된다. 환자 1인당 발생할 수 있는 비용이 정해져 있다는 이야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존 요양원들은 서비스를 개선해 수익을 높이는 것은 꿈도 못 꿨다. 그저 어떻게 하면 지출 비용을 줄일 수 있을까에만 고민이 집중됐다. 임금이나 고용 비용은 매년 상승하는데, 그 인상분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장기요양보험제도의 문제를 지적하는 이도 적지 않다.
관리 위주 요양 서비스 개선돼야
사전 예방보다는 처벌이나 징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관리감독제도도 문제다. 안전사고나 민원이 발생하면 엄중한 책임이 따르다 보니 입소자의 산책 등 활동에 인색해진다. 낙상 등 사고에 따른 비용 지출도 만만치 않다. 결국 치료보다는 안전, 회복보다는 현상유지에만 애쓰게 된다. 가뜩이나 가족과 떨어져 제한된 시설에서 답답한 생활을 해야 하는 입소자 입장에선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불만들이 요양 서비스 업계의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을 거쳐 눈덩이처럼 구르다 보면 카톡방의 가짜 뉴스가 되어 등장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정부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장기요양보험제도에 기대기에는 우리 사회 구조가 너무나 기형적인 고령화 사회다.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신체활동 능력 상실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 전문가들은 고령화에 접어든 베이비붐 세대를 800만 명에서 1000만 명으로 추산한다. 정부의 요양 서비스 정책에 대한 과감한 예산투자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대학 연구진 개발한 프로그램이 강점
‘휴앤락요양원’의 가장 큰 특징은 산학협력을 통해 만들어진 다양한 맞춤형 프로그램에 있다. 휴앤락 자체가 단국대학교 기술지주회사의 자회사 단국상의원의 브랜드이다 보니 단국대학교에서 학술적으로 연구한 인지교육과 운동역학의 최신 기술과 다양한 시도가 녹아 있다. 휴앤락요양원은 이를 ‘스마트 교육 콘텐츠’라고 부른다. 이를 통해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닌 교육받을 수 있는 요양원이 되겠다는 것이 목표다. 그래서 스스로를 ‘평생교육 요양원’이라고 표현한다.
휴앤락요양원의 스마트 인지 프로그램은 요양원 입소자 어르신에게 치매 단계별 맞춤형 인지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치매의 정도에 따라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제공해 증상의 발전을 최소화한다. 어르신들의 병을 보고만 있지 않겠다는 의지다.
이 프로그램은 단국대학교 교수진과 시니어 교육 전문기업의 협력으로 탄생했다. 치매 단계 등 환자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이 1000여 가지나 된다.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어르신의 인지 활동 능력의 정도를 감안한 교구제도 새롭게 개발했다. 산학협력으로 이뤄낸 결과였다.
단국대학교와 함께 인지 프로그램을 개발한 기업 관계자는 “어르신의 인지 단계별 상황에 맞는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활용해 치매 진도를 완화하고 인간적 삶을 영위하게 해드리는 보람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운동역학에 기반한 돌봄 프로그램도 휴앤락요양원의 또 다른 강점이다. 운동역학 물리치료 전공인 스포츠대학 교수진이 스마트 운동교육 전문기업과 협업하여 요양원의 중증도 어르신을 위한 전문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프로그램 개발을 주도한 손원호 단국대학교 스포츠과학대학 교수는 “어르신들의 운동 정도와 방법에 따라 근육 퇴화를 막는 것은 물론 상실된 근력기능을 회복해드릴 수 있다”며, “요양원 어르신들에게 맞춤형 운동역학으로 신체기능을 활성화하는 것이 기쁨“이라고 말했다.
IT 기술 접목으로 브랜드화 가능케
휴앤락요양원의 스마트 교육 콘텐츠는 여러 IT 기술과 접목된다. 미술, 공예, 퍼즐 등 인지기능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은 영상으로 제작돼, 온라인을 통해 요양원의 대형 화면에 전달된다. 현장에선 입소자 어르신들이 ‘보고 만지며’ 수업에 참여한다. 수업은 신체기능 활성화를 위해 제기차기 등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동작 중심으로 운동역학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모션 캡처와 같은 첨단 기술도 활용된다. 이런 IT 기술과의 접목은 휴앤락요양원의 ‘브랜드화’를 가능하게 했다. 이들이 업계에서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휴앤락요양원은 업계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대학 브랜드로서 브랜드 공유 시스템을 적용했다. 휴앤락요양원이 대규모 투자와 전문성을 통해 요양원 시스템과 매뉴얼을 공급하고 대학 브랜드를 제공하면, 요양원 업계가 개별 창업 형태에서 시스템 창업으로 한 단계 진화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전문성과 투자 면에서 개별 브랜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고, 사회복지 사업의 진행 주체로서 교육기관인 대학의 특성과도 맞기 때문이다.
인생이 하루살이와 비슷하다지만, 하루라도 온전한 기쁨으로 두근거리며 살기가 쉽지 않다. 나이 들수록 생활도 욕망도 가벼워지면 좋겠지만, 실상은 달라 정반대로 흘러가는 경우가 흔하다. 이럴 때 들솟는 게 변화에의 욕구이며, 시골살이를 하나의 활로로 모색하는 이들이 드물지 않다. 광주광역시에서 학원 강사로 살았던 강승호(60, ‘지리산과 하나 되기 농원’)의 귀농 역시 활로 찾기의 방편으로 결행되었다.
강승호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전남 구례군 산동면 산수유 마을로 귀농했다. 귀농의 직접적인 동기는 건강 문제였다고 한다. 그는 대입학원의 유능한 수학강사였다. 입시학원 강사란 피 말리는 직업이다. 긴장과 스트레스를 혹처럼 붙이고 산다. 그럼에도 과속질주를 습으로 삼았고, 마침내 몸에 이상이 온 것이다.
“건강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동안 주력한 건 등산이었다. 백두대간 산행에 몰두하기도 했다. 산이 주는 좋은 에너지와 자연 생태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더라. 긍정적인 가치를 산에서 발견한 것이다. 그러자 아예 산에서 살고 싶더군. 결국 아내의 동의를 얻어 지리산으로 들어왔다.”
처음의 구상은 간결했다. 조용한 산자락에 작은 집 하나 짓고 텃밭이나 일구며 한가하게 살 계획이었으니까. 일에 덜미 잡히지 않아도 좋을, 덜 벌고 덜 소비하는 산골 생활로 몸은 물론 마음까지 북돋아 진정한 만족을 누리고 싶었다. 단순 소박한 삶이 주는 행복을 원했던 셈이다. 그러나 이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딱히 일 없이 술렁술렁 텃밭이나 가꾸는 생활은 그의 적성에 부합하지 않았다. 단순한 생활이 어디 쉽던가. 채우기보다 어려운 게 비우기다. 일벌레로 살기보다 어려운 게 별 할 일 없이 빈둥거리기다. 게다가 강승호는 일을 거침없이 벌이고서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일이 없으면 무슨 재미? 적막한 산촌에 들어와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독백이 있었다면 아마도 그런 것이었을 테다.
강승호는 일을 도모하기로 작심하고 약초 농사에 뛰어들었다. 한결 야심만만하게 덤벼든 건 토종벌 농사였다. 하지만 보기 좋게 나가떨어졌다. 치사율 90%에 달하는 전염병인 ‘낭충봉아부패병’의 기습으로 벌들이 대부분 괴사했던 것. 이렇게 초장부터 확실하게 실패했다.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던 모양이다. 그래 밤잠을 설치며 궁리하고 연구해 찾은 대안이 펜션 운영이었다. 그는 자신이 보유한 최상의 무기에 속할 추진력을 발동했다. 초봄이면 와글와글 피어나는 산수유 노랑꽃 화신(花信)으로 세상의 겨울잠을 깨우는 산수유 마을 중에서도 가장 높고 수려한 언덕배기에 위치한 터를 사들여 펜션을 짓고 이사했다.
“펜션에 어울릴 땅을 마련하는 일부터 쉽지 않았다. 여기저기 뒤져 마음에 드는 터를 발견하고 지주를 찾아 매입한 뒤엔 건축 허가 문제를 해결하느라 뛰어다닌 곳이 많았다. 길을 내기 위해 마을 주민들의 동의서를 받아낸다든가, 처리해야 할 일이 많더라고.”
귀농해서 민박이나 펜션을 차리는 이들이 많지만 실패 사례가 흔하다. 당신의 펜션은 어떤가? 기대치가 있었을 텐데.
“순조롭게 돌아간다. 입지의 자연환경이 좋은 덕분이다. 보다시피 산 중턱에 자리해 조망부터 뛰어나다. 지리산의 풍치를 한눈에 만끽할 수 있는 자리로 여기보다 나은 곳이 없다는 얘기를 흔히 듣거든. 미디어에도 수차례 소개되면서 꽤 알려졌다.”
펜션 투숙객에게 인생을 배워
펜션의 성공 관건은 입지 여건에 달려 있다. 강승호는 썩 이상적인 자리를 잡았다. 터전의 저 아래로 높고 낮은 산들이 펼쳐지고, 골짜기로는 농가들이 올망졸망 들어앉아 정겹다. 그는 조경에도 공을 들였다. 널찍한 잔디 뜰과 정원수를 적절히 조합해 안락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이 집에서만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사물도 있다. 하나는 벼락을 맞고 무 토막처럼 통째로 절묘하게 갈라진 벼락바위. 산 너머 어느 집에서 구해왔다는 이 바위 두 덩어리를 그는 열린 문처럼 배치해 펜션의 상징물로 삼았다. 지하수와 약수, 계곡물 세 가지 식수를 세 개의 수도꼭지를 통해 동시에 비교하며 맛볼 수 있는 샘터도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강승호의 재주와 수완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는 어떻게든 펜션 손님들의 흥미와 호감을 사고 싶었던 것이다.
고객의 뒤치다꺼리로 피곤해지기 쉬운 게 숙박업이다. 강승호가 이를 몰랐을 리 없다. 그러나 관점을 달리해 접근했다. 손님들과 요령껏 어울려 산중 생활의 무료감을 달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거다.
“도시와 달라 시골에선 사람들과 교유할 기회가 드물다. 고립감을 느낄 수 있다. 투숙객들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귀농 이야기, 지리산 이야기 등을 허심탄회하게 나눌 수 있는 숙박업은 그래서 매력적이다. 단지 수익 목적으로만 차린 펜션이 아니라는 얘기다.”
민박집을 하다 평생의 벗을 얻는 경우도 있더라.
“손님들의 요구와 비위를 맞추기가 쉽지는 않다. 주말 밤마다 술 시중꾼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웃음) 그러나 포용해서 함께 어울리다 보면 누구나 마음을 연다. 감동적인 사연을 털어놓기도 한다. 이럴 때면 나는 인생을 배운다.”
이를테면 어떤 사연을?
“꽉 찬 예약으로 공실이 없던 어느 날, 어떤 이가 방을 하나 달라고 간청했다. 그래 예약 손님의 양해를 구해 방을 마련해줬다. 알고 보니 가슴 뭉클한 사연이 있더군. 그날이 아내의 환갑날이라며 ‘오늘을 위해 2년 전부터 색소폰을 배웠다’는 게 아닌가. 색소폰을 연주해 아내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던 거다. 그날 밤 그는 가수 하수영의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를 연주했다. 잊지 못할 풍경이었다.”
그토록 뜨거운 부부애라니! 수십 년을 함께 살아도 부부 사이에 빙하가 흐를 수 있다. 성공적인 귀농을 위해서는 부부간의 유대가 가장 중요하다고들 한다.
“무조건 아내 말을 따르면 탈 날 게 없다. 남자보다 매사에 현명한 게 여자라는 게 내 생각이다.”
강승호는 지역에서 잘 알려진 귀농인이다. 이름 있는 기관이 주는 상도 받았다. 유기농으로 지은 산수유를 가공해 현대백화점 명인명촌관에 납품도 한다. 물정도 기술도 모르는 초심자로 귀농했지만 거둔 성과가 한둘이 아니다. 아내 이경영(54)의 조력이 있어 가능했던 성적이다. 처음 귀농 제안을 했을 때 아내는 망설였다. 그러나 긴 고민 없이 동의하더란다. ‘그토록 원하는 귀농이라면 당신 뜻에 따르겠어요!’ 그 한마디 던지며.
‘분산 전략’을 구사하다
강승호에겐 할 일이 많고 많다. 벌여놓은 일이 여러 개라 몸이 닳도록 뛰어야 한다. 펜션에 쏟아부은 땀과 정성도 수북할 테지만, 갖가지 약용작물을 기르고, 찻집을 운영하고, 산수유마을학교를 이끌며, 산촌 유학을 테마로 한 마을사업까지 주도한다. 일복이 터졌다. 열심히 몸 놀려 일하는 것만이 유일한 비법이라는 듯 동으로 뛰고 서로 달린다. 여하튼 그의 귀농은 탕탕 순항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렇지만은 않단다.
“시행착오가 적지 않았다. 순탄하게 흘러온 게 아니다. 농산물을 생산해 그대로 파는 1차 농업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가공 판매와 체험 교육까지 접목한 6차 농업을 지향해야 한다. 이게 만만한 일이겠나? 가공 농가가 타산을 맞출 확률은 10% 미만이다.”
귀농 전에 농업 교육은 받았나?
“아니다. 귀농을 하고 나서야 사전 교육의 중요성을 깨달았거든. 뒤늦게 부지런히 기관을 쫓아다니며 배웠다. 숲 해설사, 문화 해설사 등 자격증도 여섯 가지나 땄다. 이렇게 나름대로 분발해 자리를 잡은 편이지만 경제적 애환도 있었다. 그로 인해 아내와 자식들을 고생시켰다. 이건 귀농 이후 내 삶에서 가장 아쉬운 대목이다.”
일의 규모와 방향을 과도하게 설정한 걸까?
“농촌에 와서 안타까운 건 주민들의 열악한 현실이었다. 나만 편하게 살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했다. 뭔가 작으나마 주민들에게도 도움 되는 일을 하는 게 좋다고 판단한 거다. 귀촌이나 귀농을 해서 이웃들이야 어떻든 나만 즐겁게 살면 된다는 생각, 살다가 정 싫으면 떠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많지만 이는 무모하다. 외지인들이 들락날락하는 바람에 더 힘들어지는 건 원주민 농부들일 뿐이다.”
똑똑하고 이타적인 귀농인이 나서서 마을 공동사업을 추진하더라도 벽에 부닥쳐 좌초하는 사례가 많다. 아예 나서지 않는 게 상책이라 조언하는 이들도 있더군.
“그 대목이 참 어렵다. 원주민들의 동참을 유도하기가 만만치 않아서다. 합리성과 효용성이 명백한 경우에도 색안경부터 쓰는 이들이 있다. 나는 현재 산촌 유학 관련 사회적 기업을 추진하고 있다. 산림청으로부터 이미 승인도 받았다. 그러나 부지 마련이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 주민들이 반대해서지. 귀농인이 선의를 가지고 앞장서도 외지인에 대한 본능적인 불신이랄까, 원주민들에겐 그런 게 있어 난처하다. 차라리 나서지 않는 게 현명한 처신이라는 견해는 어쩌면 탁견이다.”
귀농을 고려하는 사람들 중엔 ‘아주 작은 농사’로 ‘소확행’을 누리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 소규모 농사로 최소한의 생활비를 벌어 쓸 수 있을까?
“흠, 가능하다. 작물을 길러 가족이 먹고 남는 걸 수시로 로컬 매장에 가져가 손수 팔면 된다. SNS를 통한 직거래도 유망하다. 이 문제엔 관이 나서야 한다. 소규모 귀농 농가 지원을 위한 연구를 서둘러야 한다.”
강승호는 10여 종의 명함을 지니고 산다. 햐, 그는 문어발식 농업의 선수? 그게 아니란다. 분산 전략이 아니고선 가망성이 낮아 다종다양한 일을 펼쳤다. 지독한 승부욕이 그를 몰아치는 것 같다. 그런데 뜻밖에도 목표는 조신하다. “결론은 비우고 살기다!” 무욕으로 진정한 행복을 맛보겠다는 얘기다.
강승호 씨가 주는 귀촌 Tip
•배우자의 동의를 얻어 함께 귀농하지 않으면 반드시 실패한다.
•이민보다 정착하기 ㅁ더 힘든 게 귀농임을 명심하자.
•원주민과의 갈등이나 마찰을 극구 피하라. 먼저 배려하고 이해하는 게 상책이다.
•작물의 트렌드를 정확하게 읽자.
•종묘상이나 묘목 상인의 얄팍한 상술에 현혹되지 마라.
•농업기관이 주관하는 농업 교육이나 영농 상담 창구를 적극 활용하자.
극단의 홍보실장, 대한민국 한복 모델 선발대회 결선 진출, 연극 ‘패밀리 스토리’의 연기자 등 최희정 씨의 경력에는 시니어 모델다운 기록들이 적혀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게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면 믿을 수 있을까. 작년까지만 해도 평범한 주부로 살아왔던 그녀는 이제 모델과 연기에 진심인 열정으로 가득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녀가 이뤄낸 극적인 삶의 변화는 시니어들에게 말한다. ‘당신도 할 수 있다’고. 그녀를 만나 오랜 꿈과 지치지 않는 열정이 만든 새로운 인생에 대해 들어봤다.
최희정 씨는 1961년생이다. 유아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잠깐 학원 교사로 일하다 34세에 결혼했고, 이후로는 가사와 육아에 충실했다. 한마디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중년의 모습이다. 그런 그녀가 60세가 되어 시니어 모델계에 발을 내딛었다. 평생 전업주부였지만 거침없는 행보와 열정, 숨어 있는 끼를 발산하기까지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60세에 시작하니 다시 한 살이 되는 기분이에요. 어렸을 때 탤런트가 되고 싶었는데 집안이 엄해서 평범한 전업주부로 살았죠. 늦게 시작했고 기간도 짧았지만 주위에 도와주고 마음 써주는 지인들이 많아요. 이런 게 저의 큰 재산인 것 같아 너무 행복해요.”
전업주부, 가족의 적극적 권유로 모델계 입문
최희정 씨의 말처럼 그녀가 모델 일을 하게 된 것은 주변 사람들의 적극적인 권유 덕분이었다. 남편과 모델 일을 하는 동생이 그녀에게 끼가 있으니 도전해보라고 적극 권유하고 알아봐준 것이 계기였다.
“남편이 시니어 모델 전문 교육기관인 M아카데미에 데려가서 수강 신청을 해줬어요.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죠. 처음 시작한 건 작년 11월이지만 기초반은 코로나19 때문에 거의 안 나갔어요.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올 3월부터죠. 말하자면 재수를 한 거예요.(웃음) 지금은 마지막인 프로반 과정에 다니고 있어요.”
모델 일을 시작하고 한복 참 잘 어울릴 거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내친김에 대한민국 한복 모델 선발대회에 도전했다. 그리고 수상은 못 했지만 결선까지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런데 나이별로 하는 게 아니라 10~70대 중에서 뽑는 대회거든요. 60대인데 결선까지 간 것만 해도 잘한 거죠.(웃음) 어쩌다 나간 무대 위에 서니 어찌 그리 행복하고 설레던지요. 이런 묘한 매력에 푹 빠진 경험이 새롭고 또 기대됩니다.”
어렸을 적부터 꿈이었던 무대
최희정 씨가 새로운 삶에 뛰어든 것은 지금까지의 삶이 어느 정도 완성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두 딸은 잘 커서 자기 일 하고 있고…. 집에 앉아 TV나 보고 친구 만나 밥만 먹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나만의 길을 찾아보려고 했죠. 하모니카도, 드럼도 배우면서 내 나이에 할 만한 활동을 찾아보다가 모델 학원을 알게 됐죠. ‘젊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을까?’ 싶어서 초반에 걱정이 좀 됐지만 잘할 자신이 있었어요. 정말 열심히 했죠. 그러다 보니 지금은 ‘이게 바로 내가 찾으려는 행복이 아닌가’ 싶을 정도예요. 가족들도 요즘 모습이 많이 달라졌고 너무 좋아 보인다고 하고요.”
사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모델 일에 관심이 있었다. 소위 말하는 연예인으로서의 끼를 원래부터 품고 있었던 사람이다.
“어렸을 때도 공부는 뒷전이었고, 무대를 보면 설레었어요. 교육할 때 런웨이에 서니 너무 행복한 거예요. 살면서 이렇게 행복한 적이 없어요. 내게 이렇게 많은 끼가 내재되어 있구나 깨달았죠. 그래도 지금까지 평범한 주부로 살았지 이런 건 상상도 못 했기에 아직 쑥스러움이 있어요.”
진짜 모델이 되기 위해 몸과 마음을 변화시키다
모델로서의 자신의 장점을 ‘열정’이라고 말하는 최희정 씨는 주변 사람들이 ‘그동안 어떻게 그 끼를 억제하고 살았냐’고 할 정도로 재능을 평가받고 있다. 그런 그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인성이다.
“모델이나 연기자는 외모도 중요하지만 내면의 멋이 있어야 해요. 시니어 모델의 멋은 과거가 만드는 거니까 체득되어야 해요. 아쉽게도 지금까지 그렇게 못 했으면 이제부터라도 문화와 예술을 접하려고 많이 노력해서 지성미 있는 얼굴을 만들어야겠죠. 열심히 응원해주는 우리 남편은 지성미 있는 시간을 할애해야 가치가 내재화된다고 자주 말하곤 해요.”
그녀는 모델 일을 하면서부터 자신을 모델 조건에 맞추게 되었다고 말한다. 새로운 인생이 그녀에게 준 고통스러운(?) 선물 중 하나다.
“학원에 처음 갔을 때는 전형적인 중년 아줌마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많이 변했죠.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한 시간 반 정도 스트레칭을 해요. 변화하기 위해서 식단도 바꿨고요. 물론 너무 귀찮죠. 하지만 제가 남에게 뒤지는 건 싫어해요. 돈에는 욕심이 없는데 일적으로는 그렇지 않거든요.”
모델을 넘어 연기자까지 도전
최희정 씨의 ‘욕심’은 모델뿐만 아니라 연기 쪽으로도 뻗고 있다. 최근에는 극단 홍보실장으로 활동하고, 8월에는 연극 ‘패밀리 스토리’에 출연해 춤추는 할머니와 여러 단역을 맡았다,
“학원 동료가 극단에 추천해서 대표와 미팅을 하니 비중 있는 역할을 줬어요. 그런데 집안에 우환이 있어서 하차해야 했죠. 그러다 상황이 좀 좋아져서 집에서도 걱정하지 말고 연극을 하라고 하고, 극단에서도 기다렸더라고요. 그래서 ‘패밀리 스토리’에서 춤추는 할머니 역할 등 여러 역을 맡게 됐어요.”
그녀는 요즘 연기의 매력에 푹 빠져 지내는 중이다. ‘패밀리 스토리’는 한 달 남겨놓고 투입됐기 때문에 발가락에 쥐까지 나면서 춤을 배웠다. 이에 힘입어 장태령 감독의 상업영화 ‘영웅들의 눈물’ 작품에서 단역으로 촬영을 마쳤고 이어 이성현 감독의 단편영화 ‘가족 만들기 프로젝트1’도 조연으로 출연해서 편집중이다.
“당분간은 영화, 연극 쪽 일을 많이 할 거 같아요. 영역을 넓히는 중이죠. 어떻게든 해내고 말 거예요.(웃음) 아직은 수줍고 낯설지만 꿈만 같아요.”
‘열정이 없어서 늙는다’
최희정 씨가 예순의 나이에 모델 일을 하게 된 데에는 인연 같은 순간들이 있었다. 박술녀 한복 원장과의 만남도 그렇다.
“한복 모델 선발대회에 참가하기로 하면서 남편한테 ‘난 무조건 박술녀 선생님 옷 입겠다’는 말이 나도 모르게 나왔어요. 그런데 대회 지정 한복이 따로 있어서 너무 실망했죠. 박술녀 선생님 옷을 입어야 하는데 싶어서요. 그때 남편이 자문이라도 받아보자고 해서 일반 전화로 걸었는데 선생님이 직접 받더군요. 선생님은 예약 안 하면 안 받는 분인데, 전화를 받고는 제 목소리에서 에너지가 느껴지셨다고 하더라고요. 그걸 인연으로 선생님과 선생님 옷에 푹 빠졌어요. 특히 교감이 잘 되는 게, 선생님과 저는 성격이나 모든 게 비슷한 부분이 많아요.”
그간 기자가 인터뷰했던 박술녀 원장이 소위 내유외강형이라면, 최희정 씨에게선 외유내강형의 느낌이 났다. 두 사람이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그러한 아우라의 조화 덕분이 아닐까. 그녀는 겉으로 보기에는 천생 여자지만 본연에서부터 나오는 특유의 의지가 있었다. 그래서 자신이 지금 가고 있는 새로운 길에 대해서도 두려움이 없다.
“겁 하나도 안 나요. 어떻게 해서든 제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불태우고 싶은 마음이 강해요. 최선을 다하면 과정이 중요하지, 결과에 연연해하진 않아요. 그리고 제가 가슴 뛰는 일을 즐기면서 하는 게 최고죠.”
‘할 수 있다’고, 중년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싶다
주부들이 가정에서 표시 안 나는 일만 하다 나이가 들면, 아이들은 다 컸고 본인은 우울증이 오는 경우가 많다. 삶이 허무하고 이제 와 뭘 새로 시작하냐고 자조하게 된다. 최희정 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지금 모델과 연기자로서의 삶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이유는 그런 중년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싶은 의도도 있다.
“제가 귀감이 되고 싶어요. 별 볼 일 없는 주부가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학원 선생님이 그래요. ‘처음 왔을 때는 전형적인 아줌마였는데 지금은 너무 바뀌셨다’고. ‘하루하루 다르게 일취월장하는 모습에 놀랄 정도’라고요.(웃음)”
그녀는 ‘노력하면 할 수 있다. 생활 패턴을 바꾸면 정신과 마음이 건강해지고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가장 분명하게 자신의 몸으로 증명하는 중이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자신과 같은 시니어들을 위해서.
“‘늙어서 열정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열정이 없어서 늙는다’는 어떤 독일 모델의 말이 정말 가슴에 와 닿았어요. 저는 어떻게 해서든지 할 거예요. 남편이 많은 힘이 돼요. 인생의 도반인 남편이 여러모로 도와주는 중이거든요. 마누라 밖에 나가서 기죽지 말라고.(웃음)”
우리나라의 고령자 비율이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노인의 건강을 위한 정부 대책이 미흡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월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일 기준 전국 250개 시·군·구 전체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가 넘는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820만6000명으로 노인 인구 비율은 15.5%에서 16.4%로 높아졌다. 국민 6명 중 1명이 노인인 셈이다.
고령화 속도는 지금보다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10년은 ‘베이비부머’ 세대로 불리는 1955년에서 1963년 사이 출생자들이 본격적으로 고령층에 진입하는 시기다. 2020년 기준 56~64세 인구는 695만명이다. 향후 10년간 현재의 고령 인구(820만6000명)에 맞먹는 인구가 새로 고령층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노인 체육 시설, 방치 수준
고령화는 경제 문제, 세대 갈등과 같은 다양한 사회 문제를 발생시킨다. 고령화 문제의 핵심은 신체기능이 약화된 노인들이 경제활동과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 데 있다. 연금과 노인 부양, 의료비 보전 등 노인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재정압박이 늘어나 국가 재정도 악화된다. 따라서 정부는 노인의 체력과 건강을 위해 국가적 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은 얼마나 대비하고 있을까?
국민체육진흥법 제10조2(노인체육의 진흥)에 따르면 국가와 지자체는 노인체육 진흥에 필요한 시책과 노인 건강유지, 증진을 위한 체육활동 프로그램을 운영 또는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국내 실정은 노인 체육시설의 설치와 운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전문체육시설과 생활체육시설, 직장체육시설과도 구분되지 않은 채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9년 말 기준 문화체육관광부의 전국 공공체육시설은 3만185개소지만 노인 체육을 위한 시설은 별도로 구분돼 있지 않고 있다. 그나마 노인이 주로 이용하는 게이트볼장 1742개소, 그라운드골프장과 파크골프장이 147개소가 운영되고 있는데, 전체에서 6.25%에 불과한 실정이다.
통계청 ‘2020 고령자 통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25년 20.3%에 달해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런데 70세 이상 노인 중 체육시설을 전혀 이용하지 않는 비율이 32.2%로 연령별 세대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체육 정책 현황 및 문제점과 개선방향 모색’ 논문에 따르면 노인체육을 직접 규율하는 조항이 국민체육진흥법에 신설돼 있다. 하지만 노인체육을 협소한 틀로 규정한 데다가 정책을 구체적으로 규율하기에도 미비한 상황이다. 또 노인체육 정책을 문화체육관광부와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단체들이 협력하고 협업하기보다는 행정편의주의적으로 정책을 집행해 기존 정책을 반복하는 형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노인들이 운동을 할 수 있는 시설이나 프로그램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고 있다. 운영되고 있는 시설 역시 이용률이 현저하게 낮지만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다.
건강한 노인, 의료비 수십조 절감
노인이 체육활동을 적게 하면 할수록 나라는 더 큰 손해를 본다. 운동하는 노인이 적을수록 노인 의료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간한 ‘2020년 건강보험주요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건강보험 총진료비는 86조9545억 원이다. 이 중 65세 이상 인구의 건강보험 진료비는 37조4737억 원으로 2019년 35조8247억 원보다 4.6% 증가했다. 매년 65세 이상 건강보험 진료비가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전체 진료비 가운데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8년 40.8%로 처음 40% 선을 넘은 이후 2019년 41.4%, 2020년 43.1%로 해마다 증가 추세다.
노인 의료비 증가는 고령화와 맞물려 개인은 물론 국가 차원에서도 큰 문제다. 건강보험제도에서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의료비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따라서 노인 의료비 억제를 위해 ‘건강한 고령화’, ‘건강 노화’라는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나이가 드는 건 막을 수 없지만 질병을 막아 아프지 않게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한다는 개념이다.
‘국민건강보험의 노인의료비 지출추계와 장기재정 전망’ 논문에 따르면 지금처럼 노인 의료비 증가 추세가 이어지면 2018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1.7% 수준인 노인 의료비는 2060년 GDP 대비 5.2∼5.67%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반면 건강한 고령화가 진행된다면 2060년 GDP의 4.5∼4.97%로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수십조 원을 줄일 수 있는 셈이다.
건강 노화에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운동이다. 운동은 의료이용을 줄이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만4955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비운동자의 입원이용 경험률은 15.4%로 전체 평균 12.7%보다 높았다. 운동자의 입원이용 경험률은 9.9%에 불과했다. 입원일수도 비운동자가 3.09일로 평균 1.78일의 1.7배에 달했다. 이처럼 운동이 의료비 부담을 줄인다는 사실을 통계로 확인할 수 있다.
노인 건강 위해 팔 걷어붙인 선진국들
선진국들은 인구 고령화에 따라 노인들이 규칙적으로 신체활동을 하도록 유도한다. 이에 따라 신체 건강은 물론 심리적·사회적 건강을 유지하고, 자연스러운 활동 환경을 조성해 노인성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비용 부담을 감소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영국 스포츠 잉글랜드(SPORT ENGLAND)는 노인 정신건강과 치매, 외로움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액티브 에이징(Active Aging) 기금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국립노인운동촉진재단(MBVO)을 중심으로 노인 체력검사를 권유하고 있으며, 호주도 시니어 전용 웰 에이징 프로그램(Active Over 50)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7월 6일 우리나라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로부터 선진국 지위를 인정받았다. 그럼에도 노인 건강 증진을 위한 체육시설은 실태조사나 통계조차 없어 노인 복지에 대한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냈다.
양정숙 무소속 의원은 지난 5월 고령화 사회에 대처하기 위한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료‧요양‧평생교육‧노후설계와 같은 고령사회 정책 등의 업무를 전담하는 기관을 지정‧운영할 수 있도록 해, 고령사회 정책이 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시행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양 의원은 “우리나라도 2025년이 되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기 때문에 현재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전담 기관이 필요하다”며 “이번 개정안으로 초고령사회 전담 대처 기관을 지정‧운영할 수 있도록 해서 고령화 정책이 신속히 펼쳐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초고령사회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노인 건강 증진을 위한 노인 전용 체육시설과 맞춤형 프로그램이 제대도 마련돼 있지 않다”면서 “노인은 신체구조와 건강상태가 젊은 사람과 다르기 때문에 노인 맞춤형 체육 프로그램 개발과 전문 시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령화 추세가 점차 가속화하고 있음에도 노인을 위한 대책은 미비하기만 하다. 우리 모두의 미래가 '노인'임에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노인 건강을 위한 체육시설과 프로그램을 하루라도 빨리 제대로 갖출수록 노인도 더 건강해진다. 노인이 건강해야 국가 재정도 건강해진다. 노인을 위한 나라가 결국 젊은이를 위한 나라가 되는 셈이다. 이런 단순한 사실을 왜 위정자들은 모르는 것일까.
“조건 때문에 필요한 의사를 구하지 못하는 곳에서 인술을 펼치고 싶다.”
장애인의 재활 치료를 위해 일평생 헌신해 온 의사 이미경(63)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재활의학과 전문의가 올해 성천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 씨는 의사로서 안정된 삶 대신 33년 동안 장애인들의 재활치료를 위해 희생과 봉사의 길을 걸었다. 생명존중 정신을 실천한 공로를 인정받아 성천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성천상은 국내 최초 수액제 개발과 필수의약품 공급을 통해 국민 보건 향상에 이바지한 고(故) 성천 이기석 선생의 ‘생명존중’ 정신을 기려 제정한 상이다.
이미경 씨는 1984년 가톨릭의과대학을 졸업했다. 현실적 조건에 얽매이지 않고 의술을 펼치겠다는 신념으로 재활의학 전공의가 됐다. 그리고 1988년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상임의사를 자임했다. 2018년 정년퇴임 뒤 현재까지 촉탁의사로 상근하며 장애인 의료복지를 위해 힘 쏟고 있다.
이 씨는 의사와 사회복지사, 물리치료사, 특수교사 같은 각 영역 전문가들이 팀을 이뤄 운영하는 장애인 ‘전인 재활 시스템’을 정립했다. 장애재활 관련 도서 ‘스노젤렌, 우리아이 왜 이럴까?’를 발간하고, 국내 최초로 ‘장애 예방 비디오’를 제작해 재활기관에 배포하는 등 국내 장애인 재활의학 발전에 힘썼다.
1997년 ‘초영역 영유아 조기개입’ 모델을 국내 처음으로 보급했다. 또 뇌성마비 조기 진단법인 ‘보이타 진단법’을 2005년 확대해 보급한 것도 이 씨 업적이다. 의대생 700여 명에게 장애인 재활의학 분야의 임상 실습을 지도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썼다.
장애인에게 의료 치료뿐만 아니라 교육, 직업, 사회심리 등 전인(全人)적 재활치료까지 지원하는 의사는 이미경 씨가 유일했다. 현재까지도 장애인 복지관에서 상근하는 의사는 이 씨 한 명뿐이다.
이성낙 성천상위원회 위원장(가천의대 명예총장)은 “의료제도 사각지대에 있어 진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장애인을 일평생 돌보며 재활의료 분야에서 선구자로 길을 걸어온 이미경 씨의 삶이 성천 이기석 선생의 생명존중 정신과 부합된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퇴직을 앞둔 57대 A씨는 인생2막을 준비하기 위해 고민이 많다. 이제 막 취업해 직장 생활을 시작한 자녀들은 아직 안정적인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그런데 벌써 ‘정년퇴직’이 다가오고 있어 알 수 없는 걱정과 압박감에 어깨가 무겁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지만 막상 은퇴 뒤 집에 가만히 있으면 몸이 근질거리고 마음도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A씨처럼 여러 가지 이유로 은퇴 뒤에도 일을 하고 싶은 시니어에게 자격증은 사회에서 요구하는 정년이나 노인이라는 나이 문제를 넘어서며 일할 수 있는 좋은 비법이다. 자격증 취득이 재취업과 노후대비, 자기계발에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자격증을 취득하려고 공부를 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활력을 줄 수 있다. 또 자신만의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관련 자격증을 따면 탄탄한 미래를 준비하는 데도 도움된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며 변화를 통해 완전한 변신을 꾀하는 것도 좋을 수 있다.
인생 100세 시대를 고려하면 앞으로 40년 넘게 더 살아야 한다. 오래 이어질 인생2막을 다채롭게 꾸려가고 싶은 시니어들을 위해 알짜배기 자격증 4개를 소개한다.
①자녀를 키워봤다면 누구나!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는 출산한 산모와 신생아 가정을 직접 방문해 이들의 건강을 살피고 산후 관리를 돕는다. 출산 전후 산모의 안정과 빠른 회복을 위해 산모에게 유방 마사지, 복부 마사지, 찜질, 산후 체조, 건강식을 제공한다. 또 목욕과 배꼽 소독, 청결, 아기 마사지 같이 신생아 위생과 건강관리를 돕는다. 이 밖에 큰 아이가 있으면 등하교 관리와 식사, 장보기, 빨래, 청소 같은 가사도 전담한다.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가 되려면 보건복지부나 시·군·구청 홈페이지에서 정부가 지정한 교육기관을 먼저 확인한다. 그리고 지역 내 여성인력개발센터, 돌봄사회서비스센터 같은 해당 교육기관에서 이론 24시간과 실습 36시간 교육을 받는 2주 과정을 밟아야 한다.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 간호사 같은 자격증을 소지해 경력을 인정받으면 이론 12시간과 실습 28시간으로 교육 기간이 1주 과정으로 줄어든다.
다만 지방자치단체나 교육기관에 따라 시험을 치르는 곳이 있으니 시험 유무도 확인해야 한다. 수강료는 신규 과정 20만 원, 경력자 과정 15만 원이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은 교육비 50%를 감면받는다. 수료 뒤 바우처 제공 기관에 취업해 400시간 이상 근무한 재직자는 수강료 50%를 환급받는다.
교육 수료 뒤 군청과 구청 같은 각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된 바우처 제공 기관에서 ‘바우처 산모관리사’로 취업할 수 있다. 근무는 주 5일, 하루 8시간이 기본으로 단축형(1주), 표준형(2주), 연장형(4주)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보수는 단축형 33만3750원, 표준형 66만7500원, 연장형 133만5000원이다.
근무할 때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무엇보다 자신이 산후조리를 했던 방식이나 자녀 양육 방식을 고집하면 안 된다. 복장 제한도 있다. 면 소재 옷만 입어야 하고 액세서리는 금물이다. 향수도 피해야 한다.
취업한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라도 교육 수료 뒤 1년이 지나면 반드시 연 8시간 이상 보수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교육은 직무와 서비스, 직업 비전, 현장 갈등과 문제 해결, 스트레스 관리 같은 직무와 직접 연관 있는 내용이다. 또 산모로부터 불만을 2번 이상 접수받은 건강관리사는 재교육을 받아야 한다.
②공동주택 지킴이 주택관리사
주택관리사는 공인중개사 못지않게 조명되며 정년이 없어 은퇴 뒤 노후대비로 인기 높은 자격증 시험 중 하나다. 주로 아파트와 공공시설, 상가 같은 대규모 공동 주택의 각종 시설과 환경을 유지 관리한다. 또 공동시설 유지와 보수, 관련된 각종 회계 업무인 공과금 납부 대행, 관리비 징수 같은 업무를 담당한다.
주택관리사(보) 시험은 1년에 1회, 1차와 2차로 나뉘어 진행된다. 구체적인 일정은 한국산업인력공단 홈페이지에서 일정과 시험과목을 미리 확인하고 준비하면 된다. 서울시평생학습터, 아산시평생학습관, 천안시평생학습센터, 인천시민교육센터, 경기도평생학습관처럼 전국 지자체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시험에 합격해 자격증을 취득한 다음 3~5년 이상 근무 경력을 쌓으면 주택관리사로 활동할 수 있다. 주택관리사로 되려면 500세대 미만의 공동주택 관리소장으로 근무 경력이 3년 이상 또는 공동주택관리기구 직원(경비원, 청소원, 소독원은 제외함) 또는 주택관리업자 직원으로 주택관리업무 종사 경력 5년 이상과 같은 경력을 충족해야 한다.
③ 식물과 함께하는 삶, 조경기능사
조경기능사는 식물이나 토목, 물, 조형물 등을 통해 생활공간을 꾸미고 자연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자연환경과 인문환경에 대해 현장을 조사해 조경에 대한 기본 구상과 계획을 세우고, 부분적으로 실시 설계를 이해하고 있는지, 현장 여건을 고려한 시공으로 조경 결과물을 도출하고 관리할 수 있는지가 주요 평가 지표다.
시험은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을 본다. 조경 기초 설계부터 정원 설계, 잔디 식재 공사, 실내 조경 공사 같이 포괄적인 내용을 알아야 한다.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을 받아야 합격이다. 실기 시험은 3시간 30분 안에 주어진 조경 작업(도면작업·수목감별·조경실무작업)을 완료해야 한다. 도면 작업은 평면도와 단면도를 모두 완성해서 제출해야 한다. 완성하지 못하면 실격이다. 수목감별 평가 방법은 주어진 수목 사진을 보고 수목명을 맞혀야 한다. 조경 실무 작업은 주로 조경수목 식재, 포장(벽돌쌓기), 잔디 파종 같은 수행 능력을 평가한다.
조경기능사는 법적 우대사항보다 민간에서 활용도가 높은 자격증이다. 주로 건설회사 조경부서와 조경엔지니어링회사, 조경컨설팅회사, 조경설계용역업체에 취업할 가능성이 높다. 이 외에도 조경 식자재전문공사업체와 조경관리업체, 조경시설물 설치전문공사업체, 학교·아파트 단지 관리부서, 정원수·온실 재배업체로 진출할 수 있다.
실제 조경시공업계에 따르면 50~60대 중장년층에서 조경기능사 취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경시공업계 관계자는 “조경기능공이 예전엔 몸을 많이 쓰는 직업이란 인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장비가 발달해서 덜 힘들다”며 “오히려 식물과 함께하면서 은퇴 뒤 건강도 챙길 수 있는 일로 바뀌어 가는 중이라 60대 중반까지도 현장에서 조경기능인으로 활약하는 분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④웰빙시대, 우리 먹거리 안전하게! 농산물품질관리사
농산물품질관리사는 산지 생산자조직에 소속돼 농산물 품질 관리, 상품과 브랜드 개발, 물류 효율화, 판촉과 바이어 관리 같이 농산물품질을 종합적으로 조정하고 관리하는 전문가다. 주로 농산물 등급을 판정하고 농산물 출하 시기를 조절하며, 품질관리기술에 대해 자문한다. 또 농산물 품질 향상과 유통 효율화에 필요한 업무를 수행한다.
자격증 응시에 경력이나 학력, 성별 제한이 없다. 평소 농업에 관심이 있거나 귀농을 생각해볼 법한 중·장년층이 선호하는 자격증이다.
농산물품질관리사 시험은 1차 시험과 2차 시험이 있다. 1차 시험은 객관식으로, 100점 만점에 모든 과목 40점 이상, 전체 평균 60점 이상이면 합격한다. 실기시험은 단답형과 서술형으로 시행되며,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이면 합격한다. 자세한 시험 과목과 일정은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자격증을 갖고 있으면 농산물을 취급하는 대형 유통업체, 공공기관, 지역농협, 농산물품질관리원에 취업할 가능성이 높다. 덧붙여 농산물을 취급하는 공공기관과 농협에 취업하면 인사 고과와 수당, 승진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농산물품질관리사는 농업직 9급 국가공무원 채용에서 3% 가산점을 받는다.
정부가 60세가 넘은 시니어 전문인력을 투입해 연명의료 안내와 상담을 강화하여, 제도 확산과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60세가 넘은 경력이 풍부한 또래 전문가를 상담사로 배치해, 노인일자리 확대 뿐 아니라 연명의료결정제도 참가자 수도 크게 늘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정책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6월부터 삶의 경험이 풍부하고 전문성 높은 60세 이상 시니어들을 투입해, 연명의료결정제도 안내와 상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지원에 나서고 있다고 1일 밝혔다.
연명의료결정제도는 임종 시점에 다다른 환자가 무의미한 연명의료 중단 등 자기결정권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며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2018년 2월에 시행된 제도다.
시행 후 3년 동안 제도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올해 5월말 기준으로 93만2320건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등록될 정도로 65세 이상 노인이 800만 명이 넘는 상황과 비교하면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동안 연명의료결정제도 안내와 상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지원 업무는 보건소와 건강보험공단 지소, 관련 비영리법인 등 전국 503개 기관에서 진행했다. 올해 6월부터는 한국노인인력개발원과 협업해 노인일자리 시범사업으로 일정교육을 수료한 60세가 넘는 인력 10명을 6월 14일부터 서울 지역의 비영리법인과 단체 4곳에 보내 해당 업무를 수행시키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해당 시범사업 성과에 따라 전국 노인일자리 사업으로 확대를 검토할 예정이다.
관계자들은 연명의료결정제도 안내와 상담에 60세가 넘는 시니어 전문인력 투입은 노인일자리를 확대 뿐 아니라, 제도의 활성화까지 이룰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정책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명의료결정제도와 관련된 상담에 참여하는 사람들 상당수가 60세가 넘는 어르신들이어서, 같은 시대를 함께 경험한 또래 상담자와 소통하며 동질감을 얻어 참여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찾아가는 상담소’에서 활동하는 홍 상담사(75세)는 “평생 교직에 몸 담아 왔는데, 이 일을 통해 제2의 삶을 살고 있다”며 “어르신들이 삶의 마지막 순간을 존엄하게 결정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주철 보건복지부 노인지원과장은 “노년기 경험과 역량을 사회적으로 필요로 하는 서비스와 연계할 수 있도록 노인일자리 사업을 내실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