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흙은 나에게 흙처럼 살라 하네!
- 지난봄부터 주말농장을 시작했다. 그동안 황무지에 씨 뿌리고 가꾸면서 행복했다. 생명이 탄생하고 커가는 과정이 신비로웠다. 봄에 심을 수 있는 상추며 고추, 가지, 토마토, 감자, 오이, 깻잎 등 20여 가지 품종을 손바닥만 한 땅에 뿌리고 가꿨다. 그 수확물은 풍부했다. 갖가지 상추가 푸른 잎을 자랑하며 쑥쑥 자랐다. 가지 고추, 오이 등 열매 식물은 꽃이 피고 지며 열매를 맺었다. 날이 다르게 열매는 크기를 더하며 여물어갔다. 토마토가 붉고 노랗게 익어가며 식단은 더욱 풍성해졌다. 흙은 참 신비로웠다. 뿌린 씨앗은 어떤 것이든 싹을 틔워내고 길러내었다. 마치 컬러프린터가 감춰둔 색깔을 뿜어내는 것과 같았다. 손으로 움켜잡았을 때는 그냥 한 줌의 흙이었다. 흙이 태양 빛과 합작하며 만들어내는 색깔은 신비롭고 조화로웠다. 그 놀라움은 마치 밤하늘의 별들과 다르지 않다. 어린 시절 고향 집에, 어두운 밤이 되면 하늘은 반짝이는 별들로 가득했다. 지구보다 더 큰 별들이 바닷가 모래알보다 많다는 사실을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내가 별을 좋아하는 이유도 그러한 경이로움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놀라움을 주말농장을 하면서 또다시 체험하고 있다. 이 기적 같은 현장에 내가 숨 쉬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축복받은 인생이 아닌가 싶다. 기적은 또 있다. 그렇게 자란 농작물은 끝없이 수확을 계속할 것 같았다. 그러나 한여름이 지나니 하나둘 수명을 다해갔다. 그 많던 상추는 더위에 녹아 더는 잎을 키워내지 않았다. 열매채소도 더위에 지쳐버린 듯 줄기며 가지가 마르고 시들어갔다. 마치 다들 “여기까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익숙한 농부들은 벌써 마지막 열매를 따고 줄기를 뽑고 밭을 갈아엎기 시작했다. 다음 순번을 위한 기초 작업이다. 가을 수확을 위해 한여름 폭염에 뿌려야 할 씨앗이 기다리고 있다. 초보 농사꾼이 하는 일은 그저 익숙한 농사꾼을 보고 따라 하는 일이다. 흙을 새로 다듬고 골을 내어 두둑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두둑에 무와 배추씨를 뿌렸다. 흙은 또 새로운 가족을 받아들인다. 흙은 말이 없고 모든 걸 묵묵히 받아들인다. 세상에 가장 마음 좋기는 흙이 최고인 것 같다. 있는 대로 뿌린 대로 받아들이고 또 그렇게 키워낸다. 인간의 세상처럼 ‘병원에서 신생아가 바뀌었다’는 말도 ‘장례식장에서 시신이 바뀌었다’는 말도 들어본 적이 없다. 한 번도 어떤 종류이든 뒤바뀜 없이 원칙을 지켜낸다. 그래서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라는 말이 있는 듯싶다. 인간세상은 원칙을 지키지 않고 사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역설적인 말이기도 하다. 주말농장을 하면서 흙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밭이 시멘트 콘크리트 바닥이었다면 단 하나의 생명이라도 키워낼 수 있을까? 인공물의 한계다. 생명을 키워내는 것은 오직 흙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싶다. 이제 뿌린 씨앗에서 다시 싹이 나 자라고, 흙은 그 일을 또 묵묵히 수행할 것이다. 한 번도 거부하거나 싫다는 내색도 하지 않는다. 그렇게 씨앗을 키워 가을에는 예쁜 처녀처럼 속이 노란 배추를 키워내고, 장성한 총각처럼 미끈하고 통통한 무를 키워낼 것이다. 흙을 보니 부모의 마음도 흙을 닮은 것이 아닌가 싶다. 바람처럼 빠른 세월 속에서 흙은 나보고 ‘흙처럼 그렇게 살라 한다.’
- 2020-09-04 09:34
-
- 계절 과일을 활용한 간단한 여름 음식
-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우리나라 사계절 중에서 여름철 건강관리가 가장 힘들다고 했다. 요즘 같은 폭염에 지치고 땀을 많이 흘리면 체력 소모가 많다. 필요한 영양을 반드시 보충해줘야 한다. 당분이 많이 첨가된 찬 음료나 아이스크림 같은 얼음 종류의 음식은 위장을 자극하기 때문에 적당한 조절이 필요하다. 이럴 때는 참외나 수박처럼 수분이 많고 시원한 과일로 대체하는 게 좋다. 요즘은 사계절 언제든 과일을 먹을 수 있지만 제철 과일의 맛과 영양은 따라올 수 없다. 참외는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고 천연 항산화제인 베타카로틴이 풍부해서 나쁜 콜레스테롤이 쌓이는 걸 막아준다. 풍부하게 들어 있다는 엽산은 특히 씨가 붙은 부분에 많다. 식이섬유도 나트륨을 제거해주고 활성산소를 억제, 제거한다고 알려져 있다. 수박은 수분이 엄청 많아 수분 보충, 피부 보습에 좋다. 이뇨작용 효과도 커 나트륨 등 노폐물 제거와 부기 완화에도 도움을 준다. 항산화 물질인 베타카로틴과 리코펜, 칼륨과 식이섬유는 콜레스테롤을 낮춰준다. 수박의 단맛과 비타민C는 피로 해소를 도와준다. 참외와 수박은 무더위를 이기는 여름철 대표 과일이다. 참외와 수박을 이용한 손쉽고 간단한 음식으로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레시피를 소개해본다. 특별한 추가 재료도 필요 없고, 냉장고에 남아 있는 채소들을 활용하면 된다. ♧참외 샐러드 재료: 참외, 게맛살(또는 닭가슴살), 무순, 방울토마토 드레싱: 레몬즙, 까나리액젓, 올리브오일, 설탕, 매실청, 다진 마늘, 다진 견과류 *참외 외의 채소나 소스 재료는 냉장고에 있는 것으로 대체하면 된다. ♧참외 냉국 재료: 참외, 오이, 방울토마토 국물: 물, 국간장, 설탕, 매실청, 소금, 파, 통깨 ♧참외 피클 재료: 참외, 설탕, 소금, 식초, 물, 월계수 잎, 향신료 약간 *분량의 재료를 끓여 식힌 후, 슬라이스해서 병에 담아둔 참외에 붓는다. 냉장보관. ♧이국적인 수박 주스 ‘땡모반’ 재료: 수박, 얼음. 레몬즙 또는 탄산수. 소금. 꿀 또는 올리고당, 사이다 *블렌더에 재료를 넣고 갈아준 뒤 컵에 3분의 2쯤 담고 나머지는 사이다로 채운다. 수박은 잘라서 먹는 맛도 있지만 주스로 마시는 것도 좋다. 태국 음료인 수박주스는 ‘땡모반’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한 번쯤은 더위를 시원하게 날려줄 이국적인 음료를 만들어보자.
- 2020-08-28 08:53
-
- 여름 막바지, 넷플릭스로 공포영화 즐기기
- 50여 일간의 긴 장마가 끝나고 나니 이제야 제대로 된 여름이 온 것만 같다. 더위가 그친다는 절기 ‘처서’(處暑)가 지났는데도 전국 곳곳엔 며칠째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면 공포 영화를 보며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리곤 했는데, 올해는 이조차 물 건너갔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장마로 어영부영 끝나가는 여름, 이대로 보내기 아쉽다면 넷플릭스로 공포영화를 정주행 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공포영화 중에서도 마니아들 사이 명작으로 꼽히는 세 편을 추천한다. 소개하는 작품들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샤이닝 (The Shining, 1980) 소설가 '잭'(잭 니콜슨)은 책을 쓰기 위해 가족과 함께 눈 내리는 조용한 호텔을 찾는다. 느긋한 여유도 잠시 잭의 아들 '대니'(대니 로이드)는 호텔의 음산한 기운을 느끼고, 몰아치는 폭설로 호텔이 고립되면서 잭은 서서히 미쳐가기 시작한다. 영화 '샤이닝'은 스티븐 킹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공포영화로, '스릴러 영화의 바이블'이라 불린다. 잭 니콜슨의 광기 어린 연기를 극대화하기 위해 움직이는 피사체를 따라가는 ‘스테디캠’ 기법을 최초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샤이닝을 인상 깊게 보았다면 샤이닝 후속작 '닥터 슬립'(2019)을 이어서 보는 것도 좋다. 닥터 슬립은 어린 시절 아버지가 남긴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대니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2. 알포인트 (R-Point, 2004) 1972년 베트남 전쟁, 사단본부 통신부대 무전기에 ‘하늘소’를 찾는 소름 끼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반복되는 미스터리한 무전에 'CID 부대장'(기주봉)은 '최태인 중위'(감우성)에게 무전의 정체를 알아내라는 비밀 수색 명령을 내리고, 최 중위를 필두로 9명의 병사가 6개월 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 부대원을 찾기 위해 작전지역 '로미오 포인트'로 향한다. 로미오 포인트에 도착한 병사들은 기묘한 일을 겪기 시작하고, 마침내 건드리면 안 되는 것을 건드린다. 밀리터리 호러 영화 ‘알포인트’는 영화 마니아들 사이 수작으로 꼽히는 작품으로, 깜짝 놀라는 장면 없이 긴장감을 높이는 연출만으로 공포감을 조성해 한국 공포 영화의 격을 높였다는 평을 받는다. 감우성, 이선균 등 오늘날 톱배우들의 몰입감 넘치는 연기가 극의 완성도를 더한다. 3. 컨저링2 (The Conjuring 2, 2016) 1977년 영국, 한 가족이 살고 있는 집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나타나 네 남매를 괴롭힌다. 밤마다 괴이한 사건이 끊이질 않자 엄마 '페기'(프란시스 오코너)는 초자연 현상 전문가 워렌 부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문제의 집으로 찾아간 워렌 부부는 예상보다 더 강한 영혼을 마주한다. 한때 극장가를 공포로 물들였던 '컨저링2‘는 컨저링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으로, 워렌 부부가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수녀의 모습으로 위장한 악령 ‘발락’의 소름 돋는 비주얼이 역대급 공포를 선사한다. 컨저링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컨저링 유니버스' 시리즈 중 ‘더 넌’(2018)은 발락의 기원을 밝히는 영화로 컨저링2와 함께 보면 재미를 높일 수 있다.
- 2020-08-28 08:00
-
- 풍성한 가을을 닮은 꽃, 큰꿩의비름!
- 어느덧 9월입니다. 폭우와 폭염의 8월은 이제 지난 일입니다. 9월은 8월보다 단순히 숫자 하나를 더하는 달이 아닙니다. 여름에서 가을로 절기가 바뀌는 달입니다. 하늘은 나날이 높고 푸르러지고 오곡백과는 무르익어갑니다. 이즈음 천고마비의 가을을 닮은 듯 역시 하루가 다르게 싱그럽고 풍성하게 피어나는 꽃이 있습니다. 중부 이북의 높은 산 너럭바위 위에서 짙푸른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짙은 홍자색 꽃을 피우는 야생화가 있습니다. 척박한 서식환경에도 넉넉하고 환한 미소를 잃지 않는 ‘가을의 전령사’ 같은 야생 다육식물이 있습니다. 바로 큰꿩의비름입니다. 둥근잎꿩의비름과 자주꿩의비름, 새끼꿩의비름 등 국내에서 자라는 8종의 꿩의비름속 식물의 하나인데,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8월 하순 하나둘 피기 시작해 10월 초까지 비교적 긴 기간 크고 화려한 꽃송이를 초가을의 선물로 내놓습니다. 키는 30~70cm로 비교적 큰 데다, 마주나거나 돌려나는 달걀 또는 주걱 모양의 잎과 줄기 또한 두툼한 다육질로 진화하는 등 전체적으로 몸집이 큰 편입니다. 잎과 줄기의 진화는 바위 겉 등 건조한 자연환경에서의 생존이 가능토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꽃차례 또한 커다란 편인데, 꽃잎과 꽃받침이 각각 5개인 별 모양의 작은 꽃이 수십, 수백 송이가 모여 평평한 쟁반 모양의 꽃다발을 만들며 줄기 끝에 달립니다. 이른바 하늘을 향해 둥글게 퍼진 산방상(繖房狀) 꽃차례인데, 가분수처럼 줄기에 비해 과도하게 커 바람이 조금만 거세게 불면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워 보이기도 합니다. 해서 큰꿩의비름이 키나 몸집이 클 뿐 아니라, 여느 꿩의비름속 식물보다 꽃차례가 큰 데서 연유한 이름이 아닐까 짐작합니다. 처음 피었을 때 연분홍색이던 꽃 색은 가을이 깊어가면서 점점 더 짙은 홍자색이 되었다가, 나중에는 암갈색으로 여물어갑니다. 같은 돌나물과 꿩의비름속 식구인 둥근잎꿩의비름은 이름대로 동그란 잎 모양에서 쉽게 구별됩니다. 야생화 애호가들로부터 각별한 사랑을 받는 둥근잎꿩의비름은 주왕산 등 한정된 지역의 바위 절벽 등에서 줄기를 밑으로 늘어뜨린 채 맨 끝에서 짙은 홍자색 꽃을 피웁니다. 꿩의비름은 꽃 색이 희거나 흰색에 가까운 연분홍색이고, 세잎꿩의비름은 백록색이며, 새끼꿩의비름은 황백색이어서 각각 차이가 납니다. 자주꿩의비름은 줄기가 붉은빛을 띠는 특징을, 그리고 키큰꿩의비름은 수술의 꽃밥이 황색인 특징을 보입니다. Where is it? “경기 이북에 나며 만주에 분포한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의 설명이다. 실제로는 서울·경기 지역은 물론 충청도 등 중·남부 지역에도 자생한다. 다만 야생화 동호인과 사진작가 등이 가장 많이, 그리고 긴 세월 동안 큰꿩의비름을 보기 위해 찾았던 자생지는 경기도 광주의 남한산성이다. 척박한 자연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성을 쌓은 커다란 바윗돌 사이사이에 뿌리를 내린 채 파란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홍자색 꽃송이를 풍성하게 피우는 모습이 보면 볼수록 대견하기 이를 데 없다. 한 시인은 긴 원형의 성벽에 핀 큰꿩의비름이 광폭의 스크린에 비친 영화의 주인공 같다는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또 다른 인기 자생지는 강화 석모도 해명산. 서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산 정상 너럭바위에서 군락을 이뤄 피어 있는 큰꿩의비름은 광활한 가을 하늘과 푸른 바다와 어우러져 더없이 호쾌한 장관을 선사한다. 충남 서산의 가야산도 큰꿩의비름이 정상 일대 전망 좋은 곳에 뿌리를 내린 자생지로 알려져 있다.
- 2020-08-26 08:00
-
- 해바라기의 노란 희망처럼
- 장맛비가 오락가락하고 폭우와 폭염으로 주춤해진 일상이다. 그사이 해바라기는 벌써 피고 지고 있다. 길도 나지 않은 언덕을 오르기 전 백련이 가득한 연못을 지나는데 군데군데 남아 있는 수련이 생존을 알린다. 밭둑 위로 노랗게 해바라기 군락이 보인다. 풀섶 둑길을 걸어도 뜨거운 김이 훅훅 느껴지는 여름날이다. 조붓한 그 길을 따라 오른 언덕 위 넓은 밭에는 해바라기가 장마와 폭염으로 무참하게 축축 늘어져 있다. 마치 뙤약볕 아래서 처절하게 버티고 있는 모습이다. 광활한 벌판에 모두 함께 뒤섞여 피어 태생적으로 고독과 외로움이란 단어와는 거리가 멀 것 같았는데 수만 평의 풍광은 지독한 고독으로 다가온다. 태양의 꽃(sunflower)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해바라기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무자비한 무더위 속에 늘어진 채 맥을 못 추고 있다. 그 모습을 보니 안쓰러움이 발동한다. 당당하게 고개를 들고 태양을 바라보던 모습은 간데없다. 이렇게 지구가 변해가고 앞날을 예측하기 힘든 세상에 우리가 산다. 세파에 지쳐 고개 숙인 해바라기 모습만큼이나 그리스 신화 속의 해바라기도 가슴 아픈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 물의 요정 크리티에는 태양의 신 아폴론을 사랑했으나 아폴론은 바빌론 왕의 딸인 레우코토에를 흠모했다. 질투에 사로잡힌 크리티에의 모함으로 레우코토에가 죽자, 아폴론은 크리티에를 더 철저하게 외면했다. 사랑을 받지 못해 상심한 크리티에는 하루 종일 아폴론의 상징인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앉아서 해만 바라보았다. 9일 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매일 해만 바라보던 그녀의 다리는 땅속으로 들어가 뿌리가 되고 얼굴은 꽃이 되었다. 그 꽃이 바로 ‘태양의 꽃’ 해바라기다. 해바라기는 자생력이 강해 어디에서나 쉽게 뿌리내리고 번식한다. 중앙아메리카가 원산지이며, 키가 2m 정도 되는 키다리 식물이다. 까슬까슬한 털이 억세지만 꽃은 밝고 환하며 지름은 8∼60cm로 제법 크다. 해바라기는 이런 신화가 아니어도 떠올려지는 이야기가 많다. 열정적이었던 화가 반 고흐의 해바라기 그림이 있고, 잘 알려진 드라마나 노래도 있다. 그중 이탈리아 배우 소피아 로렌이 출연했던 영화 ‘해바라기’를 가장 많이 떠올릴 듯싶다. 영화 시작부터 끝도 없이 펼쳐지던 해바라기의 물결은 도대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볼 만했다. 게다가 배경 음악은 또 어찌나 가슴 저리게 했는지. 그뿐만 아니다. 어쩐지 해바라기와 소피아 로렌의 인생도 함께 겹쳐지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파스타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듯 소피아 로렌도 파스타를 광적으로 좋아해서 "내 몸은 스파게티로 만들어졌다"고 말할 정도였다. 가난했던 그녀가 영화배우가 되고 싶었던 이유도 "그냥 다섯 가지 파스타를 매일 먹을 수 있는 집에 시집가는 게 꿈이어서…"라고 했다. 미모만큼 사랑스러운 배우다. 그랬던 그녀는 16세에 만난, 이십여 년 나이 차이가 나는 영화 제작자 카를로 폰티와 결혼한다. 그리고 스타의 반열에 오른 뒤에도 스캔들이나 흔들림 없이 아름다운 인생을 살았다. 폐 합병증으로 남편 폰티가 먼저 세상을 떠난 뒤 재혼을 묻는 질문에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며 오직 남편만 바라보는 사랑을 보여줬다. 영화 해바라기에서처럼 86세인 그녀는 지금도 혼자 살고 있다. ‘해바라기’는 당연히 그녀의 인생작이고 여전히 소피아 로렌만의 작품이라고 할 만하다. 그뿐인가. 아주 오래전의 경쾌한 노래도 있다. 가수 글렌 캠벨(Glen Campbell)의 ‘선플라워’(Sunflower)는 풋풋했던 그 옛날 길거리를 걷다가 문득 들려와도 즐거웠고 무심코 혼자서 흥얼거려도 기분 좋은 리듬의 노래였다. 누군가는 케케묵은 리듬이라 웃겠지만 까맣게 잊고 있다가 해바라기 밭을 오가며 느닷없이 기억 속의 시간을 떠올리는 것은 기분 좋은 순간이다. “해바라기, 좋은 아침, 당신은 언제나 기분 좋은 시간을 만들어주는군요(Sunflower, Good morning, You sure do make it like a sunny time)"라고 시작하는 긍정적인 노랫말처럼. '당신만을 사랑합니다', '숭배', '기다림' 등의 꽃말처럼 바라보기만 해도 그 느낌이 전해지는 꽃. 영화나 그림이나 노래를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하늘을 향한 그리움과 희망으로 태양을 따라 고개를 돌리는 해바라기의 마음이 저절로 느껴진다. 비록 폭염과 폭우와 세상을 뒤덮은 바이러스가 기진맥진하게 할지라도 해바라기의 노란 희망처럼 이 험한 시절을 모두들 잘 건너가시기를.
- 2020-08-12 09:04
-
- 주말농장 결과 보고서
- 처음 그곳은 겨울을 지낸 황량한 벌판이었다. 생명이 살 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노고지리가 높이 떠 봄을 알릴 즈음 흙더미 위로 따스한 기운이 감돌았다. 초보 농사꾼인 나는 서울 도심 한편에 손바닥만 한 땅을 얻어 주말농장 간판을 내걸었다. ‘그린 텃밭’(Green family garden). 욕심껏 씨를 뿌렸다. 알이 굵은 대저 토마토, 노랑 빨강 방울토마토, 청양고추와 아삭이고추, 파프리카, 오이, 가지, 땅콩, 딸기, 쑥갓, 근대, 아욱, 깻잎 등등 겨자씨만 한 씨앗들을 뿌리고 모종도 심었다. 가지는 씨눈을 중심으로 서너 쪽으로 쪼개어 나누어 심었다. 메마른 땅에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흙으로 덮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을까. 여기저기서 싹이 트기 시작했다. 흙을 머리로 이고 살포시 파란 싹을 내민 모습이 어찌나 귀엽고 예쁜지 하루가 멀다 하고 들여다봤다. “야! 너희들 참 대단하다. 어찌 이 무거운 흙을 비비고 올라왔니?” 연신 감탄이 터져 나왔다. 그 소리를 듣기라고 하는지 새싹들은 잎을 하나둘 더하기 시작했다. 자연은 참으로 위대했다. 태양은 하루도 빠짐없이 열기를 불어넣어 줬고, 바람과 구름은 어린 싹이 폭염에 다칠세라 쉴 새 없이 그늘을 만들어 식혀줬다. 이따금씩 소나기도 생명수 같은 비를 시원하게 뿌리며 지나갔다. 잎과 줄기는 하루가 다르게 커갔다. 사람도 그렇지만, 식물들도 저 혼자 크는 게 아니었다. 주위에 모든 것이 힘을 보태어 한 생명을 키워냈다. 어느 정도 자라 꽃을 피울 때는, 나비와 벌들이 수시로 들락거렸다. 벌이 왔다 간 자리엔 어김없이 조그만 열매가 맺혔다. 가지와 오이는 풍선에 바람 불듯 쑥쑥 자랐다. 채소는 일렬종대로 무성하게 잎을 피웠다. 실컷 먹고 이웃들에게 나눠줘도 그다음 날 또 자랐다. 큰 토마토는 어른 주먹보다 커지면서 빨갛게 익었고, 방울토마토는 전깃줄에 제비들 앉아 있듯 다닥다닥 붙어 익어갔다. 태양은 더욱 센 입김을 불어넣어 깊은 단맛을 만들어줬다. 익어가는 것을 볼 때마다 감탄사가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감자는 달랐다. 닭이 알을 품고 있듯 한 번도 익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땅이 갈라지는 것을 보고서야 겨우 수확시기를 알게 됐다. 흙을 파헤치자 감동이 밀려왔다. 어미 감자는 자신의 몸을 내어 새끼들을 키워내고 생명을 마감했다. 줄기마다 크고 미끈한 감자가 대여섯 개씩 달려 있었다. 자연이 신비스러웠다. 풍성한 수확의 날, 주말농장에는 붉은 노을이 지고 있었다. 이 열매들을 얻기까지 얼마나 많은 주위의 도움이 있었는가? 텃밭을 가꾸며 아내와 나는 자식들처럼 쑥쑥 자라는 식물들을 보며 즐거워했다. 신비로운 자연의 섭리 속에서 인간이 섭취하는 양식들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도 알게 됐다. 밀레의 그림 ‘만종’에서 저녁 종소리에 기도를 올리는 부부처럼 겸손함도 저절로 밀려왔다.
- 2020-07-29 10:00
-
- 양기 충전 돕는 ‘이열치열’ 건강법
- 본격적인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여름은 양(陽)의 기운이 넘쳐 밖으로 뻗어나가는 계절이다. 우리의 몸도 마찬가지다. 더위가 지속되면 체내의 양기가 몸 밖으로 빠져나온다. 시니어들 가운데 요즘 따라 몸이 예전 같지 않고 쉽게 피곤함이 느껴진다면 더위로 인한 기력 소모가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땀을 많이 흘렸을 때 몸이 지치는 걸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양기소모는 면역력을 떨어뜨리면서 각종 질환에 취약하게 만들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 상태로 겨울을 맞이할 경우 건조한 날씨, 심한 일교차로 잔병치레를 할 수도 있다. 여름에 양기를 충분히 흡수해야 겨울을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 폭염 속 부족해진 기력을 채울 건강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흔히 ‘더위 먹었다’는 말은 기력이 쇠해 나타나는 ‘기허증’(氣虛證)을 의미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양기를 북돋워줘야 하는데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평소보다 잘 먹고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갖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 보양식 섭취다. 더위가 기승을 부릴수록 뱃속의 기운은 차가워져 소화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몸 안팎의 균형을 맞추려면 열기를 머금은 따뜻한 성질의 음식을 먹어야 한다. 열을 열로 다스리는 ‘이열치열’ 건강법이다. 많은 사람이 복날에 삼계탕, 추어탕 등 따뜻한 음식을 찾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여름철 보양식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음식이 삼계탕이다. 닭의 따뜻한 성질이 원기를 더해주고 위장을 덥혀 소화 능력을 키워주기 때문이다. 부재료인 인삼, 황기는 기운을 보충하고 생강, 마늘은 몸의 열을 올려준다. 육개장과 추어탕도 훌륭한 여름 보양식이다. 육개장에 들어가는 쇠고기는 소화를 돕고 떨어진 기운을 북돋워준다. 함께 먹는 파, 마늘 등도 따뜻한 성질을 지닌다. 추어탕은 기력 보충과 갈증 해소에 좋으며 위를 보호해 신진대사를 돕는다. 특히 미꾸라지는 단백질 함유량이 높아 소화가 잘되며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 성분이 함유돼 성인병 예방에도 좋다. 이외에 최근 인기가 높은 전복, 낙지, 장어 등도 여름철 건강관리에 도움을 주는 음식들이다. 그러나 지나친 보양식으로 양 기운이 넘칠 경우 오히려 몸의 열을 소통시키는 데 방해가 될 수 있으므로 과잉 섭취를 삼간다. 음식뿐 아니라 생활 방식도 중요하다. 날씨가 무덥다고 에어컨이나 선풍기 등을 과도하게 사용하면 몸에 해롭다. 특히 항시 따뜻하게 해줘야 하는 배가 찬 기운에 자주 노출되면 소화불량으로 인한 복통, 설사를 일으키기 쉽다. 특히 여성의 경우 자궁 등 여성 질환의 위험성이 높아진다. 복부와 허리에 냉기가 오래 머물면 주변 근육이 경직되어 요통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들은 모두 냉방병의 일종이다. 냉방병 하면 감기 같은 질환을 떠올리기 쉬운데, 냉방병의 본질은 과도한 냉방에 신체가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만큼 증상이 매우 광범위하게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더울 때는 적절히 냉방은 하되 배와 골반만큼은 따뜻하게 해주고 특히 잠잘 때는 배에 이불을 꼭 덮어준다. 반대로 머리는 시원하게 해주는 게 좋다. 머리에 열이 많으면 두통이나 어지러움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화가 나거나 오랜 시간 일에 몰입할 경우 머리가 무겁거나 몽롱해질 때가 있다. 피가 머리로 몰려 열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여름철에는 기온이 높아 머리가 과열되기 쉬우므로 시원하게 해줘야 한다. 이는 “찬 기운은 올라가고 더운 기운은 내려가야 건강하다”는 한의학의 ‘수승화강’(水乘火降) 원리와도 통한다. 적당한 강도의 신체 활동을 규칙적으로 해주는 것도 여름철의 급격한 체력 저하를 막고 몸의 기운이 원활히 순환하는 데 도움이 된다. 걷기, 조깅, 맨손체조, 스트레칭 등 유산소운동을 통해 땀을 내주면 체내 각종 노폐물 배출에도 효과적일 뿐 아니라 몸의 기혈 순환을 촉진해 건강상태를 개선할 수 있다. 또 규칙적인 운동은 근력 및 유연성을 강화하고 숙면도 돕기 때문에 면역력이 좋아진다.
- 2020-07-29 08:49
-
- 코로나19에 무더위까지… 고령층 건강 '빨간불'
-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신규 확진자 가운데 60세 이상 고령층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고령자는 물론 보호자들의 전파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급기야 올 여름 역대급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고령층의 건강까지 위협받고 있다. 기상청은 올해 최악의 폭염을 기록한 2018년만큼은 아니지만, 평년보다 더울 것으로 보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여름(6~8월) 평균기온은 평년 23.6도 보다 0.5~1.5도, 지난해 24.1도 보다 0.5~1도 높을 전망이다. 낮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을 기록하는 폭염일수도 20~25일로 평년 9.8일과 지난해 13.3일보다 많을 것으로 예했다. 열대야일수도 12~17일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무더위 쉼터 운영 축소 코로나19 확산과 때 이른 무더위가 겹치자 무더위 쉼터들이 잇따라 운영을 축소하거나 문을 닫고 있다. 지난해 무더위 쉼터로 활용됐던 996곳 중 은행이나 관공서를 제외한 모든 경로당이나 복지관이 문을 닫았다. 서울시의 ‘2020 여름철 종합대책’에 따르면 올 여름 서울시 내 무더위 쉼터는 4439곳이 운영된다. 지난해보다 약 18% 늘어난 수치지만 실제 수용인원은 줄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절반으로 줄어든 탓이다. 경기도 역시 도내 무더위 쉼터에 임시 휴관을 권고했고, 대전도 936곳 중 120여 곳만 운영한다. 전북 전주시도 올해는 감염병 확산을 우려해 경로당을 무더위 쉼터로 지정하지 않았다. 대구의 경우 실내 무더위 쉼터를 모두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 코로나19와 무더위로 인한 우려가 커지자 방역당국은 고령층의 집단감염을 막기 위해 무더위 쉼터 관련 방역수칙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현재 집단감염의 위험이 있는 50여개 업종의 시설에 대한 방역수칙을 마련하고 해당 시설로 배포 중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어르신들은 집에서 여름 폭염 시기를 지내기가 어려운 분이 많은데, 무더위 쉼터의 방역대책 강화 방안을 고려 중”이라며 “조만간 여름철 방역대책을 안내할 것”이라고 말했다.
- 2020-06-17 09:13
-
- 여름을 알리는 ‘물의 요정’, 순채!
- 여름은 누가 뭐래도 ‘물의 계절’입니다. 폭염이 시작되면 산과 들로 향하던 발길이 자연히 시원한 바다와 강, 계곡, 연못 등을 찾기 마련입니다. 앞서 나뭇가지를 타고 올라 공중에서 천상의 교향악을 연주하는 등칡꽃을 소개하면서 귀띔했듯, 우리의 삼천리 금수강산에는 땅과 하늘, 바다, 물 등 어느 곳에서든 꽃이 핍니다. 그중 연꽃과 수련을 비롯해 각시수련, 남개연, 어리연꽃, 마름, 자라풀, 통발, 물여뀌, 보풀, 물옥잠, 부들, 갈대 등 다양한 식물들이 저수지나 연못, 늪지, 습지 등에 자생하며 특유의 꽃을 피웁니다. ‘수생식물’이라 불리는 이들 중 어떤 것은 물밑 땅속에 뿌리를 내린 채 잎과 줄기를 물 밖으로 내밀기도 하고, 어떤 것은 잎을 수면에 띄우기도 하고, 어떤 것은 뿌리와 줄기를 수중에 뻗은 채 물 위를 둥둥 떠다니기도 하고, 식물체 전체가 아예 물에 잠겨서 살아가기도 합니다. 그런 식물 중 6월이면 피어나 ‘물의 계절’ 여름이 왔음을 알리는 물풀이 있습니다. 처음엔 암꽃이었다가 그다음 날부터는 수꽃으로 살기에 ‘물의 요정’이라 부르는 순채(蓴菜)가 그 주인공입니다. 지금은 이름조차 생소하지만, 20~30년 전까지만 해도 연꽃이나 수련, 마름처럼 친숙한 수생식물이었습니다. 나물 채(菜) 자가 이름에 들어 있듯, 잎과 줄기 등을 쌈과 국 등으로 식용하거나 약재로 활용했을 만큼 전국적으로 폭넓고 풍성하게 자라던 우리 꽃입니다. 하지만 근대화와 산업화의 여파로 순채가 자라던 저수지, 연못, 물웅덩이 등이 없어지거나 오염되면서 대부분 함께 사라졌고, 일부만 살아남아 멸종위기 야생식물로 지정, 관리되고 있습니다. 물이 흐르지 않고 고여 있는 연못에서 어렵사리 명맥을 이어가는 순채는 고달픈 생존 투쟁의 와중에도 어김없이 5월 말부터 늦게는 8월까지 단아하면서도 품격 높은 홍자색 꽃을 선물처럼 내어줍니다. 꽃자루마다 하나씩 달리는 2cm 안팎의 꽃은 이틀 동안 피는데, 첫날 오전 암술이 성숙한 암꽃으로 피었다가 오후가 되면 물속에 잠깁니다. 그리고 그다음 날 두 배 이상 높게 물 위로 솟아 수술이 가득한 꽃잎을 펼쳤다가 물속으로 잠깁니다. 처음 10개 안팎의 암술이 성숙한 암꽃이었다가 다음 날 20개 안팎의 수술이 암술을 감싸는 수꽃이 되어 수면 위로 높게 오르는 것은, 자기 꽃가루받이를 피해 열성 유전을 막으려는 고도의 생존 본능 결과라고 식물학자들은 설명합니다. 꽃의 크기는 지름 2cm 안팎이고, 각각 3장인 꽃잎과 꽃받침잎이 모두 꽃잎처럼 보이지만, 안쪽의 꽃잎이 바깥쪽 꽃받침잎보다 다소 길어 구분됩니다. 특히 순채의 물속줄기와 꽃줄기, 어린잎은 우무라 불리는 투명하고 끈끈한 액체에 싸여 있는데, 예로부터 약재이자 나물로 쓰였다고 합니다. 다 자란 잎은 길이 6~10cm, 너비 4~6cm 크기의 타원형으로 수면을 가득 채웁니다. Where is it? 북쪽의 강원도 고성과 속초에서 시작해, 중부의 충북 제천, 남으로는 경남 합천, 그리고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10여 곳 정도의 몇몇 오래된 연못이 순채의 자생지로 남아 있다. 제주의 경우 북제주의 선흘곶자왈을 비롯해 김녕, 동복, 덕천, 남제주의 하천과 신풍 등 6곳의 연못에 순채가 자라고 있어 비교적 만나기가 수월한 편이다. 자생지의 수는 적지만 자생지에 서식하는 개체 수는 풍부해, 찾아가기만 하면 만나기는 어렵지 않다.
- 2020-06-04 08:00
-
- 서울 자치구, '슈퍼폭염' 대비해 노년층 안전 챙긴다
- 올 여름 유례없는 슈퍼폭염이 예상되는 가운데 서울시 자치구들이 노년층의 건강 및 안전관리를 위한 대책을 수립하고 선제적인 대응에 나섰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집콕’ 생활자가 늘어남과 더불어 올 여름은 특히 기록적인 폭염이 예상된다. 이에 서초구는 27일 돌봄이 필요한 고령자 1125명에게 ‘여름용 마스크 키트’(덴탈 20매, KF94 2매)와 쿨베개, 쿨토시, 쿨스카프세트, 쿨내의 등 ‘맞춤형 냉방용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특히 폭염특보 발효 시 응급상황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생활지원사 교육을 실시하고 비상연락체계를 구축한다. 사물인터넷(IoT)기기 286대를 활용해 어르신 댁의 온도, 습도, 움직임 등 생활데이터를 감지하고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에 대해 생활지원사가 전화나 방문 등의 방법으로 안전을 매일 확인하며 건강수칙과 온열질환 예방법을 문자로 발송한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어르신들이 폭염에 특히 취약한 만큼 효도하는 마음으로 더욱 꼼꼼히 살피겠다”고 말했다. 종로구는 올 여름 폭염에 대비하기 위해 노년층을 비롯한 취약계층 가구에 에어컨 184대를 지원한다고 25일 밝혔다. 대상 가구는 주거환경이 열악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를 비롯해 조손·한부모·소년소녀·장애인 등이다. 앞서 종로구는 주민센터 추천으로 대상자를 선정했으며 다음달 중순까지 설치를 완료할 방침이다. 소요비용 절반은 구민 성금과 기업체 후원금으로 충당한다. IoT 기술을 활용해 홀몸어르신에 건강관리 서비스도 도입한다. 온도, 습도, 움직임 등을 감지하는 장비를 설치해 상시 관리체계를 운영하고 폭염특보 발령 시에는 어르신의 건강상태를 수시로 확인한다. 어르신들이 폭염에 쉴 수 있는 무더위심터도 68개소 확대한다. 영등포구는 기초생활수급자·홀몸어르신 등 안전취약가구를 전기·가스 안전사고 및 화재 등 각종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안전점검 및 정비사업을 추진한다. 영등포구는 오는 10월까지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홀몸어르신, 장애인 등 안전취약가구를 중심으로 600여 가구에 대한 안전점검 및 정비에 착수한다. 화재경보기 등 화재예방 장비를 지원하고 노후화된 전기·가스설비를 집중적으로 정비해 화재에 취약한 노후 주거시설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은 “안전에 취약한 주거 밀집지역 등에서 화재 등 사고가 발생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취약가구에 대한 정비를 지속적으로 실시해 사전에 위험요소를 제거하고 안전을 지키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 2020-05-27 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