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7명 중 1명이 앓고 있는 당뇨병은 국내 5대 사망 원인 중 하나다. 특히 당뇨는 날씨가 추워지는 겨울을 가장 조심해야 한다. 겨울에는 신체의 혈액순환이 둔해져 당뇨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소변에 당이 섞여 나온다는 의미에서 당뇨병으로 불린다. 당뇨병은 인슐린(insulin)의 분비량이 줄거나 인슐린이 정상적인 기능을 못해 혈액 속의 포도당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질환이다.
포도당은 우리 몸이 활동할 수 있게 하는 에너지원을 만들고, 인슐린은 이 과정을 돕는 호르몬이다. 만약 인슐린이 부족하거나 작용을 잘 못하게 되면 포도당이 소변으로 배설되고, 이 때문에 많은 양의 소변을 보게 된다. 이로 인해 몸 안에 수분이 모자라 갈증이 심해지고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이 에너지로 이용되기 어려워 피로감을 쉽게 느끼고 공복감을 자주 느끼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먹어도 몸 안의 세포에서는 포도당을 이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체중은 오히려 줄고 점점 쇠약감을 느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30세 이상 당뇨병 유병률은 13.8%로 약 494만 명이 당뇨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병 전 단계인 공복혈당장애를 포함하면 유병률은 26.9%까지 증가한다. 인구로 환산하면 1000만 명에 가까운 인구가 당뇨병의 위험에 노출된 셈이다.
모은영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당뇨병이 무서운 것은 그 자체보다도 당뇨병으로 인한 합병증이 위험하기 때문이다”며 “족부괴사, 망막병증, 당뇨병성 신증, 뇌혈관질환, 관상동맥질환 등 당뇨 합병증은 전신에 나타날 수 있고 한 번 발생하면 돌이키기 힘들고 심지어 죽음까지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예방·치료, 식이요법+운동 중요… 겨울철엔 외부 노출 줄여야
당뇨병의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인 요인과 비만, 연령, 식생활, 운동부족, 호르몬 분비, 스트레스, 약물 복용 등의 환경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모가 모두 당뇨병이면 자녀가 걸릴 확률은 30% 정도, 한 사람만 당뇨병이면 15% 정도다. 65세 이상 인구에서 당뇨병 환자 비율이 2배 정도 높아진다.
당뇨병은 기본적으로 혈당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8시간 이상 공복혈당 126㎎/㎗ 이상, 75g 경구당부하검사 후 2시간 혈당 200㎎/㎗ 이상, 당화혈색소(HbA1c) 6.5% 이상 또는 당뇨병의 전형적인 증상(다음, 다뇨, 다식, 원인을 알 수 없는 체중 감소)이 있고 마지막 음식 섭취와 무관하게 측정한 혈당이 200㎎/㎗인 경우 진단한다.
당뇨는 췌장에 문제가 생겨 인슐린이 분비되지 못하는 ‘제1형 당뇨병’, 인슐린은 분비되지만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인슐린이 제기능을 못하는 ‘제2형 당뇨병’으로 나뉜다.
제1형 당뇨병은 췌장에서 인슐린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인슐린 주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주로 소아 환자가 많다. 제2형 당뇨병은 국내 당뇨병 환자의 약 97%를 차지하는 질환으로 식습관, 운동, 비만 등 생활습관과 관련이 많다. 고열량 음식을 피하고 지방 감소와 근육 강화를 위해 꾸준한 운동을 해야 한다.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으면 혈당강하제를 복용하거나 제1형 당뇨병처럼 인슐린 주사제로 치료한다.
모은영 교수는 “당뇨는 완치가 어렵고 합병증 발병 위험이 높은 질병이지만 사전에 예방하고 꾸준히 관리하면 발병 시기를 늦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반인처럼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다”고 했다.
체중 1㎏ 증가 시 당뇨병 위험 9% 늘어… 아침 식사 챙겨야
당뇨병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식이요법은 물론 운동에도 신경 써야 한다. 운동을 하게 되면 말초 조직의 인슐린 사용이 높아져 인슐린 활동을 돕고, 이는 세포가 인슐린에 더욱 잘 반응하도록 해 혈당 조절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겨울철에는 새벽보다는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낮에 운동해 갑자기 추운 날씨에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 되도록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체조나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당뇨병의 고위험군에 속하는 사람은 비만이 많다. 체중이 1㎏ 증가하면 당뇨병이 생길 위험이 약 9% 증가한다. 아침 식사를 거르는 것은 당뇨병에 좋지 않다.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식사하고 반찬은 영양 균형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3~4가지를 곁들여 먹도록 한다.
설탕이나 꿀 같은 단순당의 섭취에 주의하고 식이 섬유소를 적절히 섭취한다. 트랜스지방의 섭취를 최소한으로 하고, 포화 지방산(고기류, 버터, 치즈 등) 대신 불포화 지방산(식물성 기름, 연어 등 생선, 견과류)을 먹도록 한다. 나트륨 섭취는 1일 2g(소금 5g) 이내로 줄인다. 음주는 금하는 것이 좋다. 음주 시에는 저혈당에 주의한다.
모은영 교수는 “당뇨병은 완치의 개념이 아닌 평생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다”며 “당뇨는 평생 지고 가야 하는 질병이라는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극복하려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이겨낼 수 있다”고 했다.
영하 10℃를 오르내리는 한파가 이어질 때 가장 걱정은 고혈압 환자다. 실내외 온도 차를 줄이고 건강관리에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고혈압은 우리 몸의 중요한 장기인 심장, 뇌, 신장, 눈을 손상시킨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뇌혈관질환(특히 뇌출혈)이다. 전체 뇌혈관질환의 50%가 고혈압으로 발생한다. 협심증과 심근경색 등 심장병의 30~35%, 신부전의 10~15%는 고혈압 때문에 생긴다.
고혈압은 동맥을 천천히 딱딱하게 만든다. 동맥이 딱딱해지는 병은 ‘동맥경화증’이다. 고혈압과 동맥경화증은 서로 영향을 미치고 악순환을 반복해 혈관 상태를 점점 악화시킨다. 어느 혈관에 문제가 발생하느냐에 따라 뇌혈관질환, 만성 신부전, 대동맥질환, 안저출혈(망막의 혈관이 터져 생기는 출혈)이 발생하고, 혈압이 높아지면 심장에 부담을 줘 심부전과 같은 심장병이 발생한다.
전두수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수돗물을 높은 곳으로 보내려면 수압을 올리는 모터가 필요하다. 사람도 심장이라는 모터를 이용해 혈압을 올려 몸 구석구석에 피를 공급한다”며 “이때 필요 이상으로 수압을 올리면 모터의 수명이 짧아지거나 수도관이 터지듯, 혈압도 지나치게 높아지면 심장과 혈관이 손상되면서 여러 가지 합병증을 일으킨다”고 했다.
뇌혈관질환의 절반은 고혈압이 원인
동맥경화증은 우리의 목숨을 빼앗아 가는 3대 질환 중 심장질환과 뇌혈관질환 발생과 깊은 관련이 있다. 전두수 교수는 “동맥경화증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인 고혈압을 치료하면 심장질환과 뇌혈관질환으로 목숨을 잃는 일을 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신체 마비, 치매, 심부전에 의한 호흡곤란 등도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혈압은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뀐다. 흡연, 불안, 근심, 노여움, 운동, 자세, 식사, 계절, 온도 등에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혈압을 측정할 때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3분 이상 안정을 취한 뒤 측정하고 최소 30분 전에는 흡연, 커피, 식사, 운동을 금한다. 반드시 바른 자세로 의자에 앉은 뒤 팔을 책상 위에 놓고 심장 높이에서 측정한다. 몸과 마음이 가장 편한 상태에서 2분 간격으로 2번 이상을 재고, 진찰할 때도 2~3회 측정해 그 평균치를 얻고 날짜를 바꿔 몇 번 더 측정한 후에 진단한다.
또 아침과 저녁에 한 번 이상 같은 시간에 측정하는 것이 좋고, 혈압이 잘 조절될 때는 일주일에 3일 정도, 약을 바꾸는 시기라면 적어도 5일 동안 재야한다. 아침 기상 뒤 1시간 이내, 소변을 본 뒤, 고혈압약을 먹기 전, 아침식사 전이 좋다. 혈압을 잰 뒤에는 잰 시각과 심장이 1분 동안 뛴 횟수인 심박수도 함께 기록한다.
뇌졸중과 심장질환에 따른 사망률은 겨울에 증가한다. 기온이 떨어지면 열 손실을 막기 위해 혈관이 수축하기 때문이다. 추위에 따른 혈압 상승은 활동량이 적은 밤보다 많이 움직이는 낮에 많다. 특히 노인과 마른 체형에서 자주 관찰된다.
고혈압 환자가 실내외 온도 차에 의한 뇌졸중을 예방하려면 체온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외출할 때는 따뜻한 외투는 물론 모자·장갑·목도리를 챙겨야 한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진 날에는 실외운동은 삼가고 실내운동으로 대신한다. 실외운동을 꼭 해야 한다면 이른 아침보다는 기온이 상승한 낮에 하는 게 혈압 상승을 피하는 방법이다.
“금주하면 심혈관질환·뇌졸중 위험 낮춰요”
고혈압 환자에게 이보다 많은 양의 술은 ‘독주’가 될 수 있다. 하루 3잔 이상을 습관적으로 마시면 혈압이 상승하고, 심근경색증·뇌졸중·심부전·부정맥 등을 부추겨 결국 사망률이 증가한다. 고혈압 환자라면 심혈관질환 예방을 목적(?)으로 소량의 알코올을 마시는 것보다는 금주를 하는 게 상책이다.
술을 마시던 사람이 금주를 하면 수축기 혈압은 3~4㎜Hg, 확장기 혈압은 2㎜Hg 정도 떨어진다. 이렇게 되면 심혈관질환의 발생은 6%, 뇌졸중 발생은 15% 각각 줄어든다.
수면무호흡증 있다면 고혈압 조절 어려워
코골이는 비만하거나 목이 굵고 짧은 체형에서 많이 나타난다. 여성은 중년까지 남성보다 코고는 빈도가 낮지만 폐경기 이후에는 비슷해진다. 고혈압 환자가 코를 곤다면 단순히 소음을 일으키는 수면 습관으로 치부하지 말아야 한다. 코골이 중 30%는 10초 이상 숨이 멎는 수면무호흡증을 일으켜 피로·두통·집중력 저하로 이어진다. 게다가 만성적인 산소 부족으로 심장과 폐에 부담을 줘 고혈압·부정맥 등 심혈관질환을 유발하기도 한다.
특히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고혈압 환자는 혈압약의 치료 효과가 적거나 없다는 보고도 있다. 실제 혈압 조절이 잘되지 않는 고혈압 환자 중 남자 96%, 여자 65%가 수면무호흡증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50세 이하 고혈압 환자 중 약물치료 효과가 작다면 수면무호흡증을 의심하고 개선해야 한다.
코골이는 체중 감량에 따른 기도 확보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고, 금주·금연·수면 자세 개선(엎드리거나 옆으로) 등도 코골이를 줄인다.
전두수 교수는 “금연, 금주, 체중 조절, 적절한 식사요법(과식과 짠 음식 피하기), 스트레스 관리, 규칙적인 운동 등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은 고혈압의 근본적인 치료이면서 당뇨병, 고지질혈증과 같은 성인병도 함께 치료할 수 있는 이상적인 방법이다”라며 “모든 고혈압 환자는 ‘약물치료 전에’ 혹은 ‘약물치료와 같이’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약물 투여량을 최소로 한 상태에서 고혈압에 의한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배종빈 교수팀이 알츠하이머병의 조기 진단에 활용될 수 있는 ‘딥러닝 기반 알츠하이머병 판별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유발하는 가장 흔한 원인으로 치매 환자의 약 60-80%가 알츠하이머병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알츠하이머병은 사소한 기억력 감퇴로 증상이 시작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인지기능이 점점 더 저하되고 신체적 합병증까지 동반되며 일상생활을 유지가 불가능해 지기도 한다.
안타까운 부분은 많은 환자가 좀 더 일찍 알츠하이머병이나 치매 진단을 받지 못해 치료와 관리 시점을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더욱이 완벽한 예방 및 치료가 불가능한 만큼, 알츠하이머 치매는 조기 진단을 통해 진행을 늦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은 뇌 MRI 영상 자료를 분석해 알츠하이머병 여부를 판별해 내는 알고리즘 개발에 나섰다.
연구팀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촬영한 뇌 MRI 영상 자료를 분석해 알츠하이머병 판별 알고리즘을 도출해내는 딥러닝 모델을 설계했다. 이 모델을 가지고 한국인 390명과 서양인 390명의 뇌 MRI 자료를 4:1의 비율로 학습용과 검증용 데이터셋으로 구분, 학습용 데이터셋을 기반으로 동양인과 서양인 각각의 알츠하이머병 판별 알고리즘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이후 검증용 MRI 자료로 해당 알고리즘이 알츠하이머병 여부를 얼마나 정확하게 판별하는지 정확도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동일 인종에서의 판별 정확도는 곡선하면적(AUC) 0.91-0.94 한국인 MRI 자료 기반의 알고리즘에 한국인 자료 대입: 판별 정확도(AUC) 0.91, 서양인 MRI 자료 기반의 알고리즘에 서양인 자료 대입: 판별 정확도(AUC) 0.94로 매우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한 사람의 뇌 MRI 분석에 소요된 시간도 평균 23-24초 밖에 되지 않았다. (*AUC=정확도를 판별할 때 사용하는 지표. 1에 가까울수록 그 정확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
이어 한국인의 MRI 자료를 학습해 만들어진 알고리즘으로 서양인의 MRI 자료를 분석한 경우 정확도가 AUC 0.89였으며, 반대로 서양인의 자료를 학습해 만든 알고리즘으로 한국인의 MRI 자료를 분석했을 때는 AUC 0.88의 정확도를 보였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연구진은 “뇌 MRI 자료를 학습해 만들어진 딥러닝 알고리즘은 서로 다른 인종이라 할지라도 상당히 높은 정확도로 알츠하이머병을 판별해 냈다”며 “이번 딥러닝 모델을 계속해 발전시킨다면 다양한 인종에서도 뇌 MRI를 분석해 알츠하이머병을 판별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해당 딥러닝 모델의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임상시험이 2020년 4월부터 9월까지 진행됐을 뿐만 아니라, 현재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를 진행한 배종빈 교수는 “두통, 어지럼증과 같은 증상일 경우에도 뇌에 이상이나 병변이 있는지 보기 위해 MRI 검사를 받을 수 있는 만큼, 이때의 영상을 알고리즘을 통해 분석한다면 알츠하이머병 여부도 쉽고 빠르게 판단할 수 있게 된다”며 “결과적으로 딥러닝 모델의 활용은 알츠하이머병의 조기 진단은 물론, 치료와 관리에도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의료데이터를 활용한 지능형 소프트웨어 닥터앤서(Dr.Answer) 기술개발 사업’의 하나로 진행됐으며, 네이처(Nature)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 12월 17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척추는 우리 몸을 지탱하는 기둥 역할을 한다. 33개의 척추뼈로 구성되고 경추와 흉추, 요추, 천추로 나뉜다. 위로는 머리를 받치고 아래로 골반과 연결된다. 각 척추뼈 사이에는 추간판(디스크)이라는 연골이 존재하는데 척추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작용을 한다.
흔히 ‘디스크’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추간판 탈출증은 척추뼈와 척추뼈 사이에 존재하는 추간판이 여러 원인에 의해 손상을 받거나 퇴행성 변화를 겪으면서 나타나는 척추질환이다. 추간판 내부의 젤리 같은 수핵이 탈출하거나 후관절 주위 골극과 섬유륜이 비후돼 주변을 지나는 척추신경을 압박하며 통증과 근력 저하 등 다양한 신경학적 이상 증상을 일으킨다. 흔히 사용되는 “디스크가 터졌다”는 표현은 의학적인 표현은 아니지만 탈출한 디스크의 크기가 크거나 위 또는 아래로 전이되는 경우 사용된다.
추간판 탈출증의 치료하면 먼저 수술을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많지 않다. 이재원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비교적 흔한 질환인 추간판 탈출증은 대부분 주사 치료 같은 보존적 치료로 호전되는 경우가 많지만 적극적 보존 치료에도 통증이 호전되지 않거나 근력이 감소한 경우에는 제한적으로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대표증상은 허리통증과 다리 저림
추간판 탈출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허리 통증과 다리저림이다. 허리 통증만 심하거나 다리 저림만 심한 경우도 있고, 두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다리를 펴서 들어 올리려고 하면 극심한 통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통증이 심한 경우 보행이 어렵고 추간판 탈출증이 발생한 부위에 따라 간혹 하지 근력이 저하돼 발목이나 발가락이 잘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근력 저하가 발생한 경우에는 보행 시 발과 발목의 움직임이 제한돼 제대로 걷지 못하거나 넘어지는 일도 있고 방치할 경우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
추간판 탈출증의 원인은 한두 가지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대개 나이가 들면서 발생하는 퇴행성 변화에 생활습관이나 자세(근무조건)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가족력 역시 추간판 퇴행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추간판 탈출증의 진단은 증상, 진찰, 단순 X-레이로도 추정할 수 있지만, 보다 정확한 진단은 MRI(자기공명영상)로 이뤄진다.
환자 70%는 비수술적 치료로 2개월 내 호전
추간판 탈출증의 치료는 안정과 휴식, 약물치료, 물리치료 등으로 대표되는 비수술적 치료가 주로 시행된다. 환자의 70% 이상이 비수술적 요법으로 보통 2개월 이내에 증상이 호전된다. 통증이 심하거나 치료 기간이 길어지는 경우 주사 치료, 시술 등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수술을 해야 하는 환자는 적극적인 보존적 치료로 호전되지 않거나 근력 저하가 발생한 경우로 전체의 3~5% 정도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수술을 무조건 피하는 것 역시 답은 아니다. 이재원 교수는 “허리 수술은 부정적인 인식이 많아 꼭 필요한 경우에도 수술적 치료를 피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수술이 크고 부작용이 많다는 오해 때문이다”라며 “최근에는 수술 기술의 발전으로 척추 내시경 수술 등 다양한 기법이 개발되고 발전하면서 좋은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양방향 척추 내시경 수술 ‘눈길’
특히 최근 눈길을 끄는 수술은 척추 내시경 수술이다. 척추 내시경 수술은 작은 구멍 1개 또는 2개를 이용해 수술이 이뤄지는데, 근육의 손상이 거의 없고 주변 조직을 잘 보존해 회복이 빠르고 후유증도 거의 없는 것이 장점이다. 예전에는 절개해서 수술하던 것을 구멍만 뚫어 수술하는 방식이다. 환자의 질환에 따라 양방향이나 단방향으로 수술한다. 수술을 위해 구멍을 두 개 뚫는 것이 양방향이고, 구멍을 한 개만 뚫는 게 단방향이다. 척추 내시경 수술은 발전을 거듭해 현재는 어린이 측만증이나 성인 척추변형 등 특별한 질환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질환에 적용할 수 있다.
이재원 교수는 “척추 수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예전에 일부 병원에서 수술이 꼭 필요하지 않거나 불필요한 경우에도 수술을 하거나 척추 수술 후 생기는 통증(근육 손상)과 합병증(감염)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양방향 척추 내시경 수술은 절개 하지 않고 두 개의 작은 구멍을 뚫어 수술하기 때문에 근육 손상이나 감염의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다”라고 했다.
추간판 탈출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허리 운동을 지속해서 하는 것이 좋다. 20~30분가량 평지나 낮은 언덕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자유형이나 배영 중 편한 것) 등 유산소운동 역시 권장된다. 또 올바른 허리 사용법을 익히고 습관화하는 것도 추간판 탈출증 예방에 중요하다. 이재원 교수는 “척추 건강을 위해서는 특히 바른 자세가 중요하다”라며 “허리와 등 근육이 튼튼하면 일어날 때 척추에 지지하는 하중을 분담할 뿐 아니라 허리를 움직일 때 척추의 후관절 등 주변 조직의 안정성을 높여준다. 따라서 허리와 등 근육을 튼튼하게 관리하면 허리에 발생하는 문제를 줄일 수 있다”라고 했다.
봄의 전령사 ‘매화’. 누군가는 치매를 일컬어 ‘매화에 이르는 길’[致梅]이라 비유한다. ‘맑은 마음’이라는 꽃말처럼 순진무구한 어린아이가 되어가는 병이라서, 또 인생의 겨울 지나 아픔 없이 새봄을 맞이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아버지의 치매 발병 이후 의사로서, 자식으로서 오랜 세월 치매를 연구해온 최낙원(崔洛元·68) (사)대한통합암학회 이사장(성북성심병원장). 그 역시 더는 치매가 ‘어리석은 병’[癡呆]이라 불리지 않길 바라며 ‘나는 치매를 다스릴 수 있다’를 펴냈다.
뇌신경외과 전문의인 동시에 한의학을 전공한 최낙원 이사장. 현대의학과 전통의학의 융·통합 치료를 구상해온 그는 대한기능의학회 창립회장, 보건복지부 치매진단위원, 국민건강보험공단 치매등급판정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다양한 활동 중에서도 그가 ‘치매’에 집중하게 된 데에는 그만한 사연이 있었다.
“제가 수련의였던 당시만 해도 신경과가 없었어요. 치매 환자 대부분을 신경외과에서 진료했죠. 덕분에 치매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높았던 것 같아요. 사실 그보다 더 강력한 계기는 아버지의 치매였어요. 당뇨 합병증으로 치매에 걸리셨는데, 당뇨는 우리 집안 내력이었죠. 주변에서는 ‘네가 의사면서 아버지 병도 못 고치느냐’며 핀잔을 주기도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치매는 진전되면 나아지기 어렵잖아요. 게다가 유전적인 요인을 생각하면 저 또한 안심할 수는 없었죠. 그렇게 의사로서도, 개인적으로도 치매라는 병을 제대로 알아야겠다 싶더군요.”
현장형 의사로 곳곳을 누비다
최 이사장은 자신이 연구해온 치매를 총망라하여 2018년 ‘치매의 모든 것’을 발간했는데, 이 책은 이듬해 세종도서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됐다. 그만큼 훌륭한 양서로 평가받았지만, 아무래도 전문적인 용어와 내용이 많아 대중이 접근하기엔 무리가 따랐다. 이에 그는 최근 일반 독자도 쉽게 읽고 이해하게끔 ‘나는 치매를 다스릴 수 있다’를 선보이게 됐다. 치매 환자나 가족이 자주 하는 질문을 일러스트로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했고, 270여 개의 항목을 질의응답식으로 친절하게 풀이했다. 의학용어 설명을 비롯해 직접 확인하는 체크리스트도 충실하게 담아 그때그때 궁금증을 해소하도록 배려한 점이 돋보였다.
“어떤 병도 제대로 알면 마냥 두렵지만은 않죠. 특히나 치매는 막연히 공포를 느끼는데, 그럴수록 적극적으로 공부해둘 필요가 있어요. 가령 뇌수두증, 만성경막하혈종 등 양성 종양으로 인한 치매는 뇌신경외과적 수술로 환원할 수 있습니다. 또, 우울증 및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발생하는 치매도 호르몬 요법을 쓰거나 우리 몸속 미세 금속의 균형을 잡아주면 얼마든지 개선 가능합니다. 이렇게 전체 치매의 15%는 초기에 잘 대응하면 완전히 기능을 회복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병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가 치료 시기를 놓치는 환자가 많은 게 너무 안타깝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대중이 치매를 쉽게 이해하고 조기에 대응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서 이번 책 구성에 특별히 신경을 쓰게 됐죠.”
이번 책에는 의학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치매 진단 후 환자와 가족의 대처법, 요양시설의 선택, 치매 관련 제도와 지원책 등 치매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이 들어가 있다. 이렇듯 폭넓은 분야를 다룰 수 있었던 것은 그 스스로 ‘현장형 의사’를 자처했기 때문이라고.
“치매등급판정위원회에서 12년 정도 지역에서 봉사하며 전국 요양기관을 직접 답사했습니다. 물론 대학에서 연구하는 의사도 있습니다만, 저는 전천후로 현장을 누비며 그 병을 이해하고 싶었어요. 예전보다는 많이 발전했다 해도, 제가 겪어온 바로는 아직 국내 요양시설은 열악한 편입니다. 물론 업계 종사자에 대한 처우 개선 문제도 따르기에 마냥 비판할 수는 없죠. 가능하다면 치매에 걸리셔도 익숙한 공간에 모시길 권해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요양기관에 보낼 수밖에 없는 심정도 이해합니다. 안타까운 건 그런 치매 환자를 보면 가족의 애정이 덜할수록 빨리 돌아가시더군요. 시설에 모시더라도 가급적 자주 찾아뵙고 스킨십도 많이 하시고, 환자가 애용하던 물건이나 추억거리를 가져가면 좋습니다. 기억은 사라져도 정서는 남아 있으니까요.”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를
최 이사장은 매일 시시때때로 ‘내가 치매인가?’라는 생각을 한단다. 무엇보다 예방과 조기 발견이 중요한 질환이기에, 특히나 가족력이 있기에 염려를 놓을 수는 없다고. 그런 그도 한때는 약물에 의존한 해결책을 찾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치매 치료를 위해 환자가 처방받는 약은 아세틸콜린분해효소 억제제와 염산메만틴,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두 약물은 어느 정도 효과는 보일 수 있지만 한계가 있어, 완화제로 사용된다. 그는 약물치료와 함께 좀 더 복합적인 측면에서 증세를 파악하고 예방할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
“주변에 내로라하는 전문의들이 있는데, 제게 주는 약들을 보면 소위 혈압 하강제와 아스피린류 등이에요. 무심코 먹다 보니 불현듯 공포가 생기더군요. 이거 내가 약만 먹어서 해결될까 싶었던 거죠. 발병 원인이라는 건 한두 가지가 아니거든요. 스트레스나 음주, 흡연, 비만 등 그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다르죠. 그런 고민을 하다 결국 2007년에 한의학을 공부하기로 결정한 거예요. 왜냐, 현대의학은 증상 치료인 반면 한의학은 원인 치료니까요. 현재의 몸은 내가 그동안 살아온 결과물입니다. 제 나이쯤 되면 내가 뭐 때문에 건강이 안 좋다는 걸 다들 알고 계시죠. 그렇게 원인을 알면 치매나 다른 질병도 새롭게 접근하고 예방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어요.”
실제 프랑스나 독일 쪽에서도 두침(頭針), 이침(耳針) 등 침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무엇이 최선이라는 건 없지만, 증상의 원인이 복합적이듯 그 치료법 역시 다양화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제 오랜 화두는 ‘의학은 하나다’라는 겁니다. 여러 학문이 합쳐져서 하나의 질병을 제대로 치료할 수 있다면 그것이 환자에게 최선이죠. 그러나 우리는 양방과 한방을 서로 나눠 분리 의학을 하고 있어요. 서로 견제하고, 등한시하기도 하죠. 환자들은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고, 우왕좌왕하다 자칫 적절한 치료를 놓치기도 합니다. 이제는 여러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고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가오는 9월 21일은 ‘치매극복의 날’입니다. 그렇게 우리만의 ‘K-의학’을 모색한다면, 치매를 극복할 날도 조금은 더 빨리 찾아오지 않을까요?”
당뇨는 흔한 성인 질환으로 2030년경에는 세계적으로 5억5000만 명의 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초고령화가 가속화되면 당뇨 유병률도 더욱 증가할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당뇨 합병증인 당뇨병성 말초신경병도 함께 가파른 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연구에 따라 다양한 유병률을 보이지만 최근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다기관 연구에서 33.5%의 유병률을 보고했다.
당뇨병성 말초신경병 위험인자로는 연령, 당뇨병 유병기간, 혈당, 고혈압, 흡연, 이상지질혈증, 비만, 인슐린 분비기능 저하, 심혈관계 질환 등이 알려져 있다. 대체로 점진적인 진행 양상을 보여 임상에서 간과하기 쉬우나 증상 악화로 인해 환자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은 족부 궤양과 절단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까지 초래할 수 있어 정확히 진단하고 초기부터 적절히 치료하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실제 임상에서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에 대한 관심이 심혈관 질환, 신장병, 망막병 등과 같은 다른 당뇨병성 합병증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당뇨병성 말초신경병 진단은 병력 청취, 임상적 양상, 신경학적 검사를 통한 신경계 결손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당뇨병성 신경병 환자의 30~40%는 신경병 증상을 호소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가장 흔한 증상은 사지 통증이며 밤에 악화되는 특징을 보인다. 그중 통증성 말초신경병은 국내 연구에 의하면 전체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의 43.1%에서 보고되었다. 전체적으로는 제1형 당뇨병 환자보다 제2형 당뇨병에서 유병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5.8%vs.17.9%). 전형적인 감각 이상은 사지 말단부로 갈수록 심해지는데, 상지보다 하지 말단부 침범이 더 흔하며 운동신경보다는 감각신경 이상을 주로 호소한다.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은 이상감각, 이질통, 통각과민, 저린감, 통증과 같은 양성 증상과 통각감퇴, 온도, 진동, 압력에 대한 감각저하, 반사저하, 무감각 같은 음성 증상으로 나눌 수 있다. 따라서 환자가 전형적인 증상을 호소하면 임상 증상만으로도 진단을 할 수 있으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환자마다 증상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고, 신경병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전체 신경병 환자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므로 임상 증상에만 의존하면 진단을 놓칠 수 있다.
전문의와의 상담 꼭 필요
객관적인 검사는 모노필라멘트검사다. 발에 10g 정도의 압력을 줘 신경감각이 정상인지 알아볼 수 있다. 정량적 감각신경 검사법은 온도, 진동, 전기적 자극 등의 강도를 점차 올려가면서 환자가 어느 시점부터 감지하는지를 확인해 이상 여부를 진단하는 검사다. 신경전도검사는 진단에 가장 유용한 검사법으로, 말초신경에 전기적 자극을 가하여 발생한 복합전위를 통해 신경기능의 이상 여부를 판단한다. 유발전위 검사는 팔이나 다리의 말초신경에 반복적으로 약한 전기 자극을 주면서 대뇌에 나타나는 미세한 전기적 파를 컴퓨터로 분석한다. 중요한 점은 증상이 없어도 말초신경 손상이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제1형 당뇨병 환자는 진단 후 5년부터, 제2형 당뇨병 환자는 진단과 동시에 말초신경병 선별검사를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또 비슷한 증상을 유발하는 다른 질환도 많으므로 감별진단을 위해 전문의와의 상담과 정확한 검사가 필요하다.
당뇨병성 말초신경병 치료의 주요 목적은 통증 및 증상을 완화해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신경 퇴축을 막아 재생을 돕고, 사지 손상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막는 것이다.
치료는 크게 신경병 원인에 대한 병인론적 치료와 환자의 통증을 치료하는 대증치료로 나뉜다. 병인론적 치료에는 혈당 조절 및 위험 요소를 관리하는 치료와 신경병의 발병 및 병리기전에 대한 치료가 있다.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을 치료할 때는 근본 원인인 혈당 조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미 여러 연구들에서 고혈당과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의 중증도는 밀접한 관계가 있어 적극적인 혈당 조절이 치료에 중요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혈당 조절 외에도 흡연, 심혈관 질환의 과거력,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과 같은 심혈관 위험인자도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에 중요하게 관여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어 이와 같은 위험 요소의 관리도 중요하다.
대사증후군, 당뇨 전 단계 및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생활습관 개선은 당뇨병성 신경병 발생을 예방한다. 약물 치료제인 알파리포산은 산화스트레스에 의한 신경내막 혈관 손상을 저하시키는 약제다. 여러 임상 연구에서 매일 600mg의 알파리포산을 3주간 정맥 투여했을 때 특별한 부작용 없이 위약군에 비해 신경병의 주요 증상들을 호전시켰다.
마지막으로, 신경병 통증 치료에 임상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건 대증치료다. 신경병 통증은 수면장애, 우울증, 불안 등 삶의 질 저하를 초래하므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공통적으로 1차 치료제로 제시하는 약제는 듀록세틴과 프레가발린이다. 이외 삼환계 항우울제, 항경련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등의 경구약제가 사용될 수 있다. 초기 용량에서 서서히 늘려가며 증상 호전이 없으면 기전이 서로 다른 약물로 변경, 병합요법 또는 아편유사제를 추가할 수 있다. 조기에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합병증을 예방하는 길이다. 또 증상 개선을 통해 삶의 질도 개선할 수 있다.
무릎 건강은 고령화 시대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노년층에 무릎 통증이 생기면 거동이 불편하고 근력이 약해지며, 만성질환이 악화하는 데다 우울감이 깊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까운 거리를 걷는 것조차 힘들고, 가만히 앉아 있어도 무릎이 쑤시며 잠을 설칠 정도로 통증이 심하다면 참고 견디기보다는 인공관절수술을 고려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고령에는 마취나 부작용에 부담을 느껴 수술을 꺼릴 수 있지만, 오늘날은 의학 기술의 발달로 고령 환자도 안전하게 인공관절수술을 받고 건강한 노년을 보낼 수 있다.
◇만성질환 있어도 내과 협진으로 안전한 수술 가능
노년층은 관절염 외에도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등 다른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수술 중 발생하는 출혈, 합병증, 수술 후 더딘 회복 등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무릎 인공관절수술은 만성질환이 있어도 정형외과 전문의와 내과 전문의의 긴밀한 협진체계 하에 안전하게 인공관절수술을 받을 수 있다.
무릎 인공관절수술은 손상된 연골과 관절을 대신하는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수술이다. 통증을 줄이고 관절 기능을 회복 시켜 극심한 통증으로 일상생활이 힘들었던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관절염으로 활동에 제약이 생기면 우울증, 체중 증가, 근력감소 등은 물론 만성질환도 악화할 수 있어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안전한 수술을 고려해보는 것이 좋다.
◇로봇 인공관절수술, 회복 빨라 고령 환자도 부담 적어
무릎 인공관절수술은 고관절에서 무릎, 발목까지 이르는 다리의 축을 정확하게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의 정렬이 바르게 이뤄져야 하중이 무릎 전반에 고르게 분산돼 수술 후 관절의 기능을 정상적으로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수술 중 오차를 줄이는 로봇 인공관절수술은 회복이 느린 고령 환자의 부담을 줄이는데 도움을 준다.
일반 인공관절수술은 허벅지 뼈에 30~50cm 정도 길게 구멍을 내 기구를 고정하는 방식으로 정렬을 맞추지만, 로봇 수술은 이 과정 없이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정확한 수치로 계산한다. 따라서 수술 중 발생하는 출혈과 조직 손상이 적어 감염, 부작용, 통증 등을 줄인다. 또한 인공관절 삽입을 위해 관절뼈를 절삭하는 과정에서도 로봇시스템을 활용해 최소한으로 정확하게 깎아내는 동시에, 주변 건강한 조직이 손상되지 않도록 막는다.
목동힘찬병원 이정훈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로봇수술은 뼈에 구멍을 뚫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수술 중 출혈을 줄일 수 있어 환자의 빠른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며 “환자 상태에 따라 무수혈 수술도 시행할 수 있는데, 수혈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감염, 혈전증 등 각종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어 고령 환자도 보다 안전하게 수술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역대 최장기간의 장마로 무릎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비가 오는 날 무릎의 통증은 저기압과 연관이 있는데, 무릎 관절 안쪽 공간의 압력이 높아져 신경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날씨가 맑아졌는데도 통증이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그 환자가 장년, 노년층이라면 퇴행성관절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약학정보원에 따르면 60세 이상 노년층의 약 3분의 1이 퇴행성관절염을 앓고 있다.
퇴행성관절염은 만성통증을 유발할 뿐더러 방치 시 증상이 악화돼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야기 할 수 있다. 따라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초기에는 도수치료, 약물치료 등으로 증세가 호전될 수 있으나 말기로 진행돼 증상이 악화되면 효과가 미미해져 인공관절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인공관절수술은 관절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닿은 연골 부분을 제거하고 인공관절로 교체하는 수술로, 관절의 운동 기능을 회복시키고 만성통증을 완화시켜주는 효과를 줄 수 있다.
안성성모병원 관절센터 김형준 과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의료 선진국인 미국에서는 연간 100만 건 정도 시행될 만큼 보편화된 수술이지만, 좋은 결과를 위해서는 충분한 요건이 갖춰져야 한다”며 “그렇기에 수술 전 수술을 집도하는 병원의 시설, 전문의의 많은 경험과 숙련도, 재활프로그램 등을 꼼꼼히 따진 후 수술을 받을 정형외과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형준 과장은 “인공관절수술의 경우 증상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60세 이상 노년층에 적합한 수술로 수술 후 아주 길게는 3개월 정도의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며 “물리치료와 재활치료를 병행해야 하기에 충분히 해당 사항을 고려하고 수술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골든타임이 중요한 뇌경색 치료에서 ‘동맥 내 혈관 재개통 시술’은 증상이 나타난 뒤 10일까지도 치료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김범준 교수팀은 뇌경색 환자 중 동맥 내 혈관 재개통 시술을 받은 환자와 약물치료를 받은 환자의 신체기능장애 정도를 비교해 이 같은 연구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뇌졸중은 뇌로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거나 뇌혈관이 터져 뇌에 손상이 오고 신체적 증상을 야기하는 질환이다. 뇌졸중은 크게 뇌경색(허혈성 뇌졸중)과 뇌출혈(출혈성 뇌졸중)로 구분하는데, 이 중 뇌경색은 혈액 및 산소공급을 받지 못한 뇌세포가 괴사하고 죽는 경우에 해당한다.
문제는 죽어 버린 뇌조직은 어떤 방법으로도 다시 살릴 수가 없다. 때문에 빠른 시간 안에 막힌 혈관을 열어 혈류를 공급하는 게 치료의 핵심이다.
막힌 혈관을 열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으로는 정맥에 혈전 용해제를 투여해 혈전을 녹여내는 ‘정맥 내 혈전 용해술’이 있다. 하지만 이 치료법은 혈전 용해제가 혈관 속에서 작용하고 효과를 지속하는 시간이 짧아 혈전의 양이 많거나 큰 혈관이 막힌 경우 열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개발된 방법이 동맥으로 직접 관을 삽입해 막힌 뇌혈관을 찾고, 혈전을 제거하는 ‘동맥 내 혈관 재개통 시술’이다. 급성 뇌경색 치료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인정되고 있지만, 뇌경색 치료의 골든타임인 증상 발현 후 6시간 안에 혈관을 재개통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부터 최근에는 16시간 혹은 24시간 까지도 치료가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결과들이 계속돼 도출되는 상황이다.
이에 연구팀은 뇌경색 증상 발생 이후 많은 시간이 경과한 후에도 ‘동맥 내 혈관 재개통 시술이 효과적 일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워 연구를 진행했다.
우선 2012년부터 2018년까지 분당서울대병원에 입원한 뇌졸중 환자 8032명의 데이터를 확인했고, 증상이 발생한 뒤 16시간에서 최대 10일까지 경과된 후 내원한 대혈관 폐색 뇌경색 환자 150명(평균 연령 70.1세)을 대상으로 치료 예후를 분석했다.
연구 대상자 150명 중 동맥 내 혈관 재개통 시술을 받은 환자는 총 24명이었으며, 그 외 126명은 항응고제 및 항혈소판제제 등의 약물치료를 받았다. 치료방법에 따른 두 그룹의 예후를 확인하기 위해 신체기능장애를 평가하는 수정랭킨척도(mRS, modified Rankin Scale) 점수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혈관 재개통 치료 그룹에서는 54.1%, 그렇지 않은 그룹에서는 33.3%가 기능적인 독립성을 의미하는 mRS 0-2점 수준에 도달했다. 두 그룹의 기초 특성 차이를 통계적 기법으로 보정한 결과에서는 기능적 예후가 개선돼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될 확률이 혈관 재개통 치료 그룹에서 11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에 혈관 재개통 치료를 받은 환자는 뇌출혈 발생 위험성이 4배 높아 혈관 재개통 치료의 주요 합병증인 뇌출혈에 대한 위험성을 주의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범준 교수는 “동맥 내 혈관 재개통 시술은 뇌경색 치료의 골든타임이 지났더라도 10일이라는 긴 기간에 걸쳐 장애예방 즉, 치료효과가 유지됐다는 사실을 확인한 연구”라며 “증상 발생 후 많은 시간이 경과했더라도 죽지 않은 뇌조직이 남아 있을 수 있고, 이를 놓치지 않고 적시에 혈전을 제거한다면 환자가 겪을 장애와 고통을 경감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다만, 혈관 재개통 치료는 모든 환자에게 적용해 효과를 볼 수 있는 치료는 아니다”며 “뇌출혈과 같은 합병증을 초래할 수도 있는 만큼, 의료진은 이 치료를 통해 환자의 증상이 개선되고 회복 가능성이 높은지 신중히 고민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미국 의사협회 신경학 저널(JAMA Neurology, IF 13.608) 8월 10일자에 게재됐다.
장맛비가 오락가락하고 폭우와 폭염으로 주춤해진 일상이다. 그사이 해바라기는 벌써 피고 지고 있다. 길도 나지 않은 언덕을 오르기 전 백련이 가득한 연못을 지나는데 군데군데 남아 있는 수련이 생존을 알린다. 밭둑 위로 노랗게 해바라기 군락이 보인다. 풀섶 둑길을 걸어도 뜨거운 김이 훅훅 느껴지는 여름날이다.
조붓한 그 길을 따라 오른 언덕 위 넓은 밭에는 해바라기가 장마와 폭염으로 무참하게 축축 늘어져 있다. 마치 뙤약볕 아래서 처절하게 버티고 있는 모습이다. 광활한 벌판에 모두 함께 뒤섞여 피어 태생적으로 고독과 외로움이란 단어와는 거리가 멀 것 같았는데 수만 평의 풍광은 지독한 고독으로 다가온다.
태양의 꽃(sunflower)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해바라기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무자비한 무더위 속에 늘어진 채 맥을 못 추고 있다. 그 모습을 보니 안쓰러움이 발동한다. 당당하게 고개를 들고 태양을 바라보던 모습은 간데없다. 이렇게 지구가 변해가고 앞날을 예측하기 힘든 세상에 우리가 산다.
세파에 지쳐 고개 숙인 해바라기 모습만큼이나 그리스 신화 속의 해바라기도 가슴 아픈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 물의 요정 크리티에는 태양의 신 아폴론을 사랑했으나 아폴론은 바빌론 왕의 딸인 레우코토에를 흠모했다. 질투에 사로잡힌 크리티에의 모함으로 레우코토에가 죽자, 아폴론은 크리티에를 더 철저하게 외면했다.
사랑을 받지 못해 상심한 크리티에는 하루 종일 아폴론의 상징인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앉아서 해만 바라보았다. 9일 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매일 해만 바라보던 그녀의 다리는 땅속으로 들어가 뿌리가 되고 얼굴은 꽃이 되었다. 그 꽃이 바로 ‘태양의 꽃’ 해바라기다.
해바라기는 자생력이 강해 어디에서나 쉽게 뿌리내리고 번식한다. 중앙아메리카가 원산지이며, 키가 2m 정도 되는 키다리 식물이다. 까슬까슬한 털이 억세지만 꽃은 밝고 환하며 지름은 8∼60cm로 제법 크다.
해바라기는 이런 신화가 아니어도 떠올려지는 이야기가 많다. 열정적이었던 화가 반 고흐의 해바라기 그림이 있고, 잘 알려진 드라마나 노래도 있다. 그중 이탈리아 배우 소피아 로렌이 출연했던 영화 ‘해바라기’를 가장 많이 떠올릴 듯싶다. 영화 시작부터 끝도 없이 펼쳐지던 해바라기의 물결은 도대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볼 만했다. 게다가 배경 음악은 또 어찌나 가슴 저리게 했는지. 그뿐만 아니다. 어쩐지 해바라기와 소피아 로렌의 인생도 함께 겹쳐지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파스타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듯 소피아 로렌도 파스타를 광적으로 좋아해서 "내 몸은 스파게티로 만들어졌다"고 말할 정도였다. 가난했던 그녀가 영화배우가 되고 싶었던 이유도 "그냥 다섯 가지 파스타를 매일 먹을 수 있는 집에 시집가는 게 꿈이어서…"라고 했다. 미모만큼 사랑스러운 배우다.
그랬던 그녀는 16세에 만난, 이십여 년 나이 차이가 나는 영화 제작자 카를로 폰티와 결혼한다. 그리고 스타의 반열에 오른 뒤에도 스캔들이나 흔들림 없이 아름다운 인생을 살았다. 폐 합병증으로 남편 폰티가 먼저 세상을 떠난 뒤 재혼을 묻는 질문에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며 오직 남편만 바라보는 사랑을 보여줬다. 영화 해바라기에서처럼 86세인 그녀는 지금도 혼자 살고 있다. ‘해바라기’는 당연히 그녀의 인생작이고 여전히 소피아 로렌만의 작품이라고 할 만하다.
그뿐인가. 아주 오래전의 경쾌한 노래도 있다. 가수 글렌 캠벨(Glen Campbell)의 ‘선플라워’(Sunflower)는 풋풋했던 그 옛날 길거리를 걷다가 문득 들려와도 즐거웠고 무심코 혼자서 흥얼거려도 기분 좋은 리듬의 노래였다. 누군가는 케케묵은 리듬이라 웃겠지만 까맣게 잊고 있다가 해바라기 밭을 오가며 느닷없이 기억 속의 시간을 떠올리는 것은 기분 좋은 순간이다.
“해바라기, 좋은 아침, 당신은 언제나 기분 좋은 시간을 만들어주는군요(Sunflower, Good morning, You sure do make it like a sunny time)"라고 시작하는 긍정적인 노랫말처럼.
'당신만을 사랑합니다', '숭배', '기다림' 등의 꽃말처럼 바라보기만 해도 그 느낌이 전해지는 꽃. 영화나 그림이나 노래를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하늘을 향한 그리움과 희망으로 태양을 따라 고개를 돌리는 해바라기의 마음이 저절로 느껴진다. 비록 폭염과 폭우와 세상을 뒤덮은 바이러스가 기진맥진하게 할지라도 해바라기의 노란 희망처럼 이 험한 시절을 모두들 잘 건너가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