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공공기관 퇴직자로 구성된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이하 NIPA 자문단)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에서 운영하는 해외봉사단 사업으로, 개도국 정부 및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전공 분야의 기술 및 산업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전수하고 있다. 정보통신, 산업기술, 에너지자원, 무역투자, 지역발전 등의 자문을 통해 파견국의 경제, 사회 발전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퇴직 후 자신의 경력을 나눈다는 보람뿐만 아니라, 한 나라의 성장에 일조했다는 자긍심까지 느낀다는 그들. NIPA 자문단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미래를 여는 사람 ‘퓨처 오프너’(future opener). NIPA 자문단원 유기열(73) 씨가 직접 지은 닉네임이다. 1970년 전북 순창북중고등학교 교사로 직장생활을 시작한 그는 1976년 제12회 농림기술고시에 합격, 이후 30년 넘게 농림수산부 본부와 산하기관에서 근무하다 국립종자원 서부지원장으로 정년을 맞았다. 자신의 닉네임에 걸맞게 퇴직 후에도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한 그의 도전은 계속됐다.
“현직을 겸하며 전북대학교 외 3개 대학에서 20년간 초빙강사로 활동했습니다. 정년 후에도 강의를 이어가면서 숲해설사 자격증을 취득했어요. 2009년부터 국립수목원에서 숲해설사로 활동하다가, 2012년 말 KOICA 자문관 겸 르완다대학교 농대 교수직을 맡게 돼 르완다로 떠났습니다. 좀 더 머물 수 있었는데 집에 일이 생겨 빨리 귀국했죠.”
그는 르완다에서의 경험을 담은 글을 SNS에 올렸고 모인 글들은 ‘아프리카의 심장 르완다’와 ‘눈에 밟혀 그곳에 다시 가고 싶다’라는 책으로 출간됐다. 그래도 못내 아쉬움이 남았던 것일까. 그는 NIPA 자문단의 이름으로 다시 개도국 쪽에 발길을 돌렸다. 이번엔 베트남이었다.
베트남에서 마주한 과거의 ‘나’
그는 이미 르완다에서 NIPA 자문단에 대한 정보는 물론, 실제 활동하는 이들까지 알고 있었다.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곳이 나타나길 기다리던 차, 베트남에서 농산업기술과 관련한 자문을 원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그렇게 막힘없이 지원했고, NIPA 자문단이 되어 한국-베트남 인큐베이터 파크(KVIP)로 향했다.
“베트남을 비롯한 개도국들은 경제 및 과학기술 등이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합니다. 제가 근무했던 곳 역시 역사가 짧고 기술력이 좋지 않았죠. 젊은 인력이 대부분이었고요. 그래서일까요? 타임캡슐이라도 발견한 듯 젊은 시절이 떠오르더군요. 저와 한국이 발전했던 것처럼, 그들도 제대로 된 교육과 훈련을 거치면 충분히 성장 가능하리라 판단했죠.”
시간을 거슬러 ‘청년 유기열’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그는 베트남 청년들에게 물심양면으로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했다. 그 밖에도 그에겐 3가지의 목표가 주어졌다. 첫째, 벼 가공시설을 포함한 농수산식품 가공장비의 정상화. 둘째, KVIP 창업입주회사에 대한 자문. 셋째, 메콩 델타지역 농수산업, 특히 쌀 생산, 가공, 저장 및 유통에 대한 자문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당초 요구했던 것들을 거의 100% 수행하고 돌아왔습니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수십 년간 전문 분야의 이론과 현장을 모두 경험한 덕분인 것 같아요. 개인적인 보람과 즐거움도 있지만, 제 성과로 두 나라가 더욱 가까워진 것 같아 자긍심이 생기더군요.”
겸손한 마음이 보람을 키운다
정책 자문 이외에도 기술이전, 교육, 세미나 발표, 학회 기고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했으며 스스로 많은 일들을 찾아 하고자 했다. 덕분에 성취감과 만족감 또한 높았다고. 그는 “말보다는 행동이 중요하다”며 NIPA 자문단을 희망하는 이들을 위한 몇 가지 조언을 들려줬다.
“파견 전 준비할 건 크게 3가지가 있어요. 우선 건강, 그리고 자기 분야의 전문 지식, 마지막으로 그 나라의 언어입니다. 그렇게 잘 준비해서 갔다면, 이제 필요한 건 겸손한 마음이에요. 개도국이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해서 무시하거나 대접받으려 하면 안 됩니다. 그 나라에도 유능한 전문가가 있는데 나만 잘났다고 위세를 부려서도 안 되고요. 겸손하고 경청하는 자세로 다가가야 그들도 마음을 열고 자문 내용을 잘 수용하려 노력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의견 충돌이 일어나 업무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죠. 그만큼 보람도 적을 테고요.”
그는 봉사하는 마음으로 많은 것을 주고 오려 했지만, 정작 자신이 받은 게 더 많았다고 말했다. 더불어 NIPA 자문단으로 활동하며 얻은 보람과 자신감, 즐거움 등은 그에게 새로운 미래를 열어줄 열쇠 꾸러미 역할을 했다.
“정년은 지났지만 퇴직은 아직 하지 않았다는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벌써 2021년이 다가오네요. 현재 활동 중인 GLG 그룹 컨설턴트 일을 계속하며, 조만간 르완다처럼 베트남에서의 이야기로 책을 내려고요. 또 최근 고경력과학기술인 자격을 얻었는데, 그에 관한 활동도 해나갈 예정입니다. 독서코칭에도 관심이 생겨 그쪽으로도 활동 범위를 넓혀보려 해요. 그걸 다 해내려면 무엇보다 건강이 중요하니, 매일 ‘만 보 걷기’도 해나갈 계획입니다.”
△ 유기열 자문관
ㆍ파견 국가 베트남
ㆍ파견 기간 2017년 8월 14일~2019년 8월 13일
ㆍ파견 분야 산업기술
ㆍ파견 직종 농산업기술
ㆍ파견 기관 한-베 인큐베이터 파크
ㆍ자문 내용 농수산물 가공 산업 자문 및 시설 정상화
여행을 하면서, 현지 맛집 중에서 어떤 음식을 먹을까 고민하고 망설여본 경험이 다들 있을 것이다. 여러 가지 음식을 먹어보고 싶지만 시간이 한정돼 있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없는 게 정말 아쉽다. 그런데 제천시에서 운영하는 ‘가스트로투어’는 이런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해준다.
가스트로투어란 음식과 여행을 함께 즐기는 미식여행이다. 제천 가스트로투어는 2시간 동안 도심의 약선거리와 전통시장을 걸으며 5~6가지 음식을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많이 드시고 싶은 분을 위한 A코스’와 ‘적당히 드시고 싶은 분을 위한 B코스’ 두 가지 중 선택할 수 있다. 나와 친구들은 최근 TV에서 본 덩실분식이 포함돼 있는 B코스를 선택해 문화해설사 안내에 따라 최고의 맛을 찾아다녔다.
화로에서 구워주는 ‘대파불고기’는 불맛에 대파 향이 더해진 인상적인 메뉴였다. 고기를 재울 때 황기를 사용한다는 주인의 설명을 들으며 역시 황기의 고장답다고 생각했다. 흰민들레에 대추, 표고버섯 등을 넣은 ‘하얀민들레밥’도 근사했다. 돌솥밥에 흰민들레를 넣은 것도 색달랐고, 주인이 직접 담근 장에 비벼 먹는 맛도 일품이었다. 약선도시의 특징을 살린, 건강 약재가 들어간 건강 밥상이 특별하고 좋았다.
도심의 골목길을 돌아다니며 구경도 하고 요즘 핫한, 덩실분식의 찹쌀떡도 맛보았다. 줄을 서도 사기 힘들다는 찹쌀떡은 오전 물량이 이미 다 팔린 상황이었지만 가스트로투어 참가자들은 미리 확보해둔 수제 찹쌀떡을 맛볼 수 있었다. 배는 이미 불렀지만 전통시장에서 먹는 제천의 명물 빨강오뎅과 향기로운 커피 한 잔까지 맛보며 2시간 내내 즐거운 발걸음이었다. 우리 일행 4명이 식당에 들어갈 때마다 2인분씩 식사가 제공되어 양이 적당하다고 생각했는데 뒤로 갈수록 배가 불러왔다. 빨강오뎅을 먹을 때는 더 이상 못 먹겠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한 입 베어 먹으니 또 먹고 싶어지는 맛이어서 다시 꼬치를 집어 들었다.
제천 가스트로투어는 100% 사전예약제로 운영된다. 참가하려면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제천 시티투어 홈페이지를 통해 4인 이상이면 수시로 예약 가능하다. 사전예약을 하면 문화광광해설사가 나와 안내도 하고 음식에 깃든 스토리도 들려준다. A코스는 1인 18000원, B코스는 1인 14000원. 가격도 혜자스러워 대만족이었다.
가을 제천은 참 아름답다. 모노레일이나 케이블카를 타고 비봉산에 올라 청풍호의 가을을 감상하고, 관광유람선에 올라 청풍호의 수려하고 멋진 풍광과 옥순봉의 비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코로나19로 움츠러들었던 마음이 저절로 펴진다. 하루 또는 1박 2일, 가스트로투어로 제천의 다양한 맛과 재미를 만끽하면서 깊어가는 가을도 감상하는 언택트 여행을 제안해본다.
로하스 연천이라고도 불린다. DMZ가 인접한 청정지역답게 때묻지 않은 가을 햇살이 바삭하다. 그 햇살에 덮인 자연은 렌즈에 필터를 한 겹 더 씌운 듯 깊이 있다. 연천은 구석기부터 고구려시대까지의 성(城)을 비롯한 유적이 가장 많은 곳이다. 순수한 자연을 누리며 오랜 역사를 되짚어보는 시간이 가능하다. 경기 북부 연천의 가을 들녘, 마음이 풍성해지는 외출이다.
연천 지역에서 고구려 문화유산 흔적은 일상의 풍경이다. 자동차를 타고 연천의 들길을 달리다 보면 나지막한 민둥산처럼 보이는 성이 나타난다. 호로고루성, 당포성, 은대리성이다. 연천을 대표하는 고구려 문화유적이다. 임진강변의 높은 절벽 위에 흙을 쌓아 다지고 돌을 높이 올려 성벽을 이룬 천혜의 요새로서 지금도 그 자취를 볼 수 있다. 유유히 흐르는 임진강을 따라 동서로 길게 뻗은 주상절리, 적의 방어기지이자 물자 이동의 상업적 지역이었던 고랑포구, 한탄강과 장진천이 만나는 은대리성의 숲 등 연천은 민통선과 가까운 전방 도시이지만 역사도시이기도 하다.
해바라기가 함께하는 호로고루성
꽃철마다 붐비는 곳이 있듯이 가을이 시작될 무렵이면 물결을 이룬 해바라기를 보러 사람들이 몰려온다. 호로고루성은 독특한 이름만으로도 솔깃한데 언제부터인가 고구려 성벽 아래 펼쳐진 해바라기 밭으로 사람들이 찾아든다. 이제는 북새통의 절정기가 지나고 한가하다. 이미 노란 꽃잎을 떨구고 씨를 내민 해바라기 밭 건너편으로 우뚝 솟아오른 호로고루성, 그 주변으로 한가롭게 오가는 이들의 모습이 가을 풍경과 잘 어울린다.
성 위에 올라서 보면 낮게 흐르는 임진강과 연천의 산천이 따스한 가을볕에 덮여 있다. 흙과 돌을 이용해 토성과 석성의 이점을 결합한 축성술이 돋보이는 호로고루는 그 옛날 개성과 서울을 잇는 중요한 길목이었다. 연천과 개성 간의 거리는 30km 정도. 강 건너편의 개성이 보일 듯 말 듯하다. 든든한 주상절리를 믿고 유유히 흘러가는 임진강은 물이 깊지 않아서 예로부터 육상통로이자 전략적 요충지였다고 전해진다. 그 강을 옆에 둔 호로고루성 위에서 내려다보는 해바라기 밭이 계절을 물씬 전한다. *사적 제467호
고랑포구의 추억
연천은 산을 돌아 들길과 강을 따라 길이 이어진다. 호로고루성 들판을 건너 바로 근처의 고랑포구는 한국전쟁 이전엔 무역항으로 이름을 떨치던 곳이었다. 전쟁 이후 그 명성은 사라졌지만 지난해 '고랑포구 역사공원'을 개관하면서 다시 재조명받기 시작했다.
역사관 실내엔 교역이 왕성했던 고랑포구의 옛 풍경을 재현해놓았고 체험실과 첨단의 콘텐츠를 설치 전시해서 찾아드는 여행객들을 맞고 있다. 특히 역사공원 앞마당에 들어서면 ‘레클리스’(Reckless)란 이름의 군마 동상이 눈길을 끈다. 그 앞으로 멀리 임진강변의 고랑포구를 바라보며 강물 따라 흘러간 역사를 그려본다.
신라 마지막 왕 경순왕의 무덤
고랑포구 역사관에 왔으니 바로 옆 5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한 신라 마지막 왕의 무덤 경순왕릉에 들르지 않을 수 없다. 경주나 개성 어디쯤에 있을 듯한 신라의 왕 무덤이 연천에? 하면서 의아해할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고려 태조 왕건에게 나라를 위탁하고 개성에서 여생을 마친 후 경주로 운구되는 중 고려 조정에서 “왕의 구(軀)는 백 리 밖으로 나갈 수 없다” 하여 이곳 고랑포리 언덕에 장례를 모셨다고 한다. 민란이 염려되어 임진강도 못 건너고 연천에 머물게 된 비운의 왕릉이다. 경순왕릉은 소박하고 석물의 배치나 종류도 간소하다. 조선시대의 여느 왕릉처럼 거대하지는 않지만 병풍처럼 두른 산이 있어 제법 위엄 있다. 잠시 넓은 잔디밭과 숲 그늘을 거닐어본다. 역사 저편의 사연을 안고 연천 땅에 묻힌 경순왕의 고뇌를 경건하게 되새겨보는 시간이다. *입구에 문화해설사가 상주해 있다.
고려 왕조의 역사가 깃든 숭의전(崇義殿)을 아시나요
고려 왕조의 위패가 봉안된 숭의전, 입구의 태조 왕건이 마셨다는 약수터 어수정에서 물 한 모금 마시고 홍살문을 지나 5분쯤 천천히 길을 오른다. 마치 오래된 옛 길을 걷는 듯하다. 그 숲길에 간간이 밤이나 도토리가 툭툭 떨어져 떼구루루 구른다.
조선시대에 고려 태조를 비롯한 7왕의 위패를 모신 사당, 고려의 부흥을 이끈 옛 고려 왕조를 향한 충절이 깃든 곳으로 태조 왕건의 위패와 초상화를 볼 수 있다. 입구의 담장과 기와에서 자라는 푸른 이끼가 오랜 세월을 말해준다. 고려 왕실을 지켜준 550년 수령의 느티나무 숲 절벽 아래로는 임진강이 흐르고 우거진 숲 사이로 캠핑하는 사람들이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역사 유적이 자리 잡고 있는 힐링 숲, 그 아래 고즈넉하게 흐르는 임진강, 온통 정적만 감도는 경내 한쪽에서는 보도자료 영상을 촬영하는 팀이 보이기도 한다. 고요한 태곳적 숲의 사적에 내려앉은 따사로운 가을볕에 마음이 여유롭다. *평화누리길 11코스가 시작되는 곳이다.
언덕 강벽 위의 옛 진루, 사적 제468호 당포성
숭의전을 내려와 5분쯤 달리면 삼각형 절벽의 땅 위에 쌓은 당포성이 가을바람 속에 있다. 마치 호로고루성과 쌍둥이 성인 듯 흡사하다. 성의 생김새나 임진강을 옆에 두고 있는 주변 지형도 비슷하다. 나루 위에는 동벽과 전망대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다. 당개나루로 불렸다는 옛 포구는 교통상 중요한 위치였음을 짐작하게 한다.
고구려시대의 성(城)이 연천에 많은 이유 중 하나가 주상절리에 있다. 임진강과 한탄강을 따라 병풍처럼 이어진 주상절리라는 자연적 성벽 위로 흙과 돌로 쌓아 올려 적의 침입을 방어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삼은 것이다. 성 위로 단 한 그루의 나무가 오롯하게 서 있다. 역사의 한 장면인 듯 바라보았다.
켜켜이 쌓인 시간의 아름다움, 주상절리
멀리서 바라만 봐도 주상절리를 품은 임진강의 잔잔한 물결이 평화롭기만 하다. 화산활동 후 용암대지가 강의 침식을 받아 생겨난 기하학적 형태의 현무암 주상절리, 그곳엔 긴 시간의 이야기가 켜켜이 스미어 있을 것이다. 천년 요새였던 그 강가에 강태공 한 명 세월을 낚으며 앉아 있다. 이따금씩 불어오는 바람은 마냥 다디달다. 사람의 손길이 많이 닿지 않은 듯 잡초와 야생화가 가득 피어 있는 주상절리 둑방길도 한적하다.
휴전선과 가까운 민통선 북방지역답게 연천은 철원, 포천 등과 함께 흔히들 말하는 군 전방지역이다. 그 들길과 강을 따라 달리다 보면 삼엄한 전방 군부대를 군데군데 지나치게 된다. 출입금지 표지판이 붙은 철조망 철책 따라 줄지어 걷는 군부대 장병들이 심심찮게 눈에 들어온다. 이 땅 최북단의 군부대에서 국민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씩씩한 아들들을 한참 바라봤다. 고마운 청춘들.
DMZ와 인접해 있는 연천은 유네스코가 인정한 임진강 생물권 보전지역이다. 풍부한 수자원과 수려한 자연경관 속에서 멸종위기종이나 희귀한 생물 자원이 서식하는 등 생태적 가치가 높은 구역이다. 또한 구석기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역사와 문화를 품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구석기인들의 생활 흔적이 발견된 전곡리 선사유적지는 세계 고고학계에서 매우 중요한 곳으로 인정하는 지역이다. 이곳에 오면 누구라도 시간여행을 즐길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최초로 강을 중심으로 형성된 지질공원, 한탄강 하류에 위치한 아름답고도 슬픈 전설을 품고 있는 재인폭포(才人瀑布)의 장관도 빠뜨릴 수 없다.
연천의 하루, 심신이 편안하다. 그 옛날 우리의 오천년 시간 속에서 고구려가 써나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읽어낸 시간이기도 하다. 돌아오는 길에 연천의 시골 인심 한 보따리를 차에 실었다. 민통선 청정지역답게 맑은 물, 비옥한 토지에서 자란 각종 채소와 과일 등 다양한 농산물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일. 그 들녘엔 지금 가을이 풍성하다.
◇영화처럼 맛보기
기왕 연천에 갔으면 북쪽으로 조금 더 달려 군부대 앞의 망향비빔국수를 맛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다. 이 국숫집은 연천에서 군생활을 했던 병사들이라면 거의가 다녀간 집이다. 그런 추억 때문에 일부러 먼 길 달려가 먹는 국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영화 '강철비'에서 대한민국 외교안보수석과 북한 최정예 요원으로 분한 배우 곽도원과 정우성이 국수를 후루룩 맛있게 먹는 장면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국수 위에 올린 상추 한 잎은 '망향의 시그니처'로 불린다.
대한민국을 재발견하는 재미와 별개로 간절한 것이 바로 ‘먼 이국’으로의 여행이지만 지금은 해외로 나가는 발길이 묶여버린 상황. 언제까지 코로나19가 잦아들기만을 넋 놓고 기다릴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홀로,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저비용 고효율로 즐길 수 있는, 이름하여 ‘한국에서 즐기는 외국 여행’ 가이드. 인생은 짧고 갈 곳은 많다. 한국에서 만나는 독일, 스위스, 사막, 지중해, 중국, 스페인 산티아고, 아프리카 등 지금 당장 가슴이 끌리는 그곳으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해외여행)을 떠나보자!
한국에도 사막이 있다?
신두리 해안 사구
우리나라 최대의 해안 사구 지대로서 해안 사구가 지닌 환경적, 생태적 가치가 인정되어 2002년 11월 해양수산부에 의해 생태계 보존 지역으로 지정됐다. 오랜 세월 바람에 의해 날려온 해안의 모래가 쌓여 만들어졌으며 길이 약 3.4㎞, 폭 약 200m에서 최대 1.3㎞ 규모로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사구 표면은 대부분 사초로 덮여 있으나 육지 쪽에는 방풍림이 조성되어 있고 해안 가까이 해당화도 자라 사구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신두리 해안 사구는 현재 서해안 고속도로 개통으로 많은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 생태계 보존 지역이니 자연을 아끼는 각별한 마음도 가져가야 한다.
위치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
유럽풍 숲속 정원을 거닐다
제이드 가든
숲속 정원 ‘제이드 가든’(Jade Garden). 새소리와 물소리가 어우러진 자연의 공간 만병초원을 비롯해 어릴 적 즐겨 읽고 보던 동화 ‘백설공주’와 ‘신데렐라’를 모티브로 지은 유럽풍 마을, 젊은이들의 프러포즈 장소로 인기가 좋은 이탈리아 웨딩가든, 그리고 수생식물원, 고산식물원, 꽃물결원, 피크닉가든, 은행나무미로원, 키친가든, 재배온실 등을 천천히 거닐며 몸과 마음을 치유해보자. 레스토랑, 카페, 기념품점 등의 휴게 공간도 마련돼 있고 가든 가꾸기 프로그램도 상시 진행한다. 하절기 기준 오전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입장료는 성인 9500원, 경로우대 7000원. 굴봉산역-제이드 가든 왕복 셔틀은 1시간 간격으로 운행된다.
위치 강원 춘천시 남산면 서천리 햇골길 80
독일 교포들의 생활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곳
독일마을
1960년대 독일의 광산과 병원에서 일해온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은퇴 후 한국에 돌아와 살 수 있도록 마련한 생활 터전이다. 독일에서 반백 년 가까이 살았던 교포들이 실제로 살고 있어 독일 정취와 문화를 느끼고 경험하기에 좋은 곳이다. 2001년, 남해군이 사업비 30여 억 원을 들여 40여 동의 건축물 택지를 교포들에게 분양했다. 그 후 이 주택들은 교포들의 주거지 또는 휴양지로 쓰이는 동시에 일반 관광객들을 위한 민박으로도 운영되고 있다. 독일 전통 소시지와 맥주 맛보기, 독일마을 추억 만들기, 전통의상 입어보기, 파독 전시관 관람하기 등이 대표 체험 프로그램이다. 상주하는 독일 교포들이 해설사 역할도 한다.
위치 경남 남해군 삼동면 물건리 1074-2
오감 만족 스위스
에델바이스 스위스 테마파크
아름다운 숲과 마을, 스위스풍 건축물과 공원을 통해 스위스의 자연과 문화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커피, 치즈, 초콜릿, 와인 등 스위스를 대표하는 다양한 주제별 박물관을 포함해 스위스 테마관, 동물농장, 양떼목장, 사랑의 연못, 에델바이스 광장, 갤러리, 포토존 등 전시 시설과 전원 시설을 다채롭게 누릴 수 있다. 어둑해지면 인터라켄 마을의 아름다운 야경을 만날 수 있다. 주말 기준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운영되며 입장료는 성인 9000원, 경로우대 7000원.
위치 경기 가평군 설악면 다락재로 226-57
포천 숲속에서 느끼는 아프리카의 숨결
아프리카예술박물관 카라반펜션캠핑장
태천만 관장이 수년 동안 아프리카 대륙 30여 개국을 다니며 150여 부족에게 수집한 유물과 민예품 560여 점, 석목 조각 330점, 미술품 30점 등을 통해 아프리카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성인식, 토속 춤, 혼례 및 장례 등 제례의식과 왕족, 족장, 전쟁과 사냥 등과 관련한 유물 및 악기, 각종 생활용품도 감상할 수 있다. 최근에는 카라반펜션캠핑장도 함께 운영하고 있어 도심을 벗어난 자연에서의 낭만적인 하룻밤까지 즐길 수 있다. 월요일을 제외하고 오전 10시에서 저녁 6시까지 운영하며 요금은 성인 1만2000원, 경로우대 1만 원.
위치 경기 포천시 소흘읍 광릉수목원로 967
산토리니의 호젓한 골목을 걷고 싶다면
지중해마을
푸른 지붕에 파스텔 톤 골목들이 알록달록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은 지중해에 접한 그리스의 섬과 프랑스 남부의 건축 양식을 빌렸다. 지중해마을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17년. 원래는 너른 포도밭이었는데 주변 땅이 개발하면서 탈바꿈의 시기를 거쳤다. 3층짜리 60여 동 건물에는 레스토랑, 와인바, 베이커리, 카페, 기념품 숍, 식당, 예술가들의 창작 공간, 주민들의 거주 공간 등이 마련돼 있다. 야간에는 골목 위로 은하수 조명이 매달려 마을 분위기를 한층 돋운다. 또 마을 공원 곳곳에는 벤치가 있어 이국적인 건물을 바라보며 호젓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입장료는 무료.
위치 충남 아산시 탕정면 탕정면로8번길 55-7
사진 출처 충남 홈페이지
한국적 정취와 어우러진 작은 산티아고
기점·소악도 순례자의 길
신안군 다도해에 자리 잡은 작은 섬이다. 목포나 무안에서 배를 타고 30분에서 1시간이면 갈 수 있다. 썰물 때면 드러나는 노둣길이 대기점도, 기점도, 소악도, 진섬을 마치 하나의 섬처럼 이어준다. ‘기점·소악도 순례자의 길’은 하나로 이어진 이 섬들을 걷는 12㎞ 트레일이다. 길을 이어 걷는 중간에 예수의 제자 12사도의 이름을 딴 열두 개의 예배당을 쉼터처럼 만날 수 있다. 참고로 섬에는 마을 사무국에서 운영하는 식당과 게스트하우스가 한 곳 있으며 섬 누리집에는 교통편과 노둣길 물때 등 여행에 필요한 정보가 잘 정리되어 있어 처음 가는 사람도 편하게 다녀올 수 있다.
위치 전남 신안군 증도면 병풍리
어딜 가도 좋을 때다. 혼자여도 좋고 함께라도 좋다. ‘걷기의 3요소’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함께 걷기의 3요소’는 확실히 있는 것 같다. 날씨가 좋아야 하고, 풍광이 좋아야 하고, 마지막으로 함께 걷는 일행이 좋아야 한다. 특히, 처음 가보는 곳에 해설자가 있다면 금상첨화다. 같은 풍경도 해설을 들으면 다르게 보이고, 안 보이는 것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강서지역의 테라피 장소인 개화산 둘레길로 트레킹을 간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서울 근교를 걷는 ‘감성테마여행’ 밴드에 가입한 건 몇 년 전이었다. “북한산과 한강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고, 김포공항이 보이는 하늘길 전망대에서 풍경을 감상하겠습니다. 초록의 숲에서 ‘힐링 오침과 음악감상 테라피’의 시간도 가질 예정이니 개인용 돗자리를 준비해서 오시기 바랍니다.”
도보여행가이자 ‘여행과 인간’ 호비문화연구소장 이성한 씨의 안내 글이 걷기 욕망을 충동했다.
햇살이 따가운 평일 오전에 40대부터 60대까지 남녀 회원 25명이 모였다. 출발 지점인 개화산 미타사를 시작으로, 공원 조망점, 해맞이 전망대, 약사사, 치현산 꿩고개, 메타세쿼이아 숲을 거쳐 돌아오는 11km를 5시간에 걸쳐 걸었다. 미타사는 큰 절의 말사 같은 곳으로 암자처럼 규모가 작았다.
강서 둘레길이라고도 불리는 개화산 둘레길은 오르막이나 내리막의 경사가 심하지 않다. 초급자나 시니어들도 쉽게 걸을 수 있다. 마스크를 쓰다 보니 초반부터 땀이 쏟아졌지만 앞서거니 뒤서거니 두세 명씩 짝을 지어 녹음이 우거진 숲길을 걸었다. 이렇게 천천히 걸으면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하늘은 파랗고, 산은 초록이고, 망초꽃은 하얗다.
개화산은 서울시 강서구 방화동에 있는 산으로 한강을 사이에 두고 행주산성과 마주 보고 있다. 높이는 약 128m이며 신라시대 주룡거사(駐龍居士)가 득도를 하기 위해 머무른 곳이란다. 그런 이유로 한때 주룡산이라고 불리기도 했는데, 그가 열반한 자리에서 꽃이 피어나 개화산(開花山)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멀리서 바라보면 산 모양이 꽃의 형상처럼 보인다.
특히 이곳은 주변을 두루 살필 수 있는 군사 요새로 활용됐다. 산 정상 두 곳에 있는 봉수대는 서쪽과 남쪽에서 봉화를 받았고, 임진왜란 당시 군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래서 불화(火) 자를 넣어 개화산(開火山)이라 부르기도 했다. 풍수지리상으로는 ‘화리생연(火裏生蓮)’, 즉 불꽃 속에서 연꽃이 피는 형국이다. 말하자면, 개화산은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꽃이 피어나는’ 산세라 할 수 있겠다.
한강, 방화대교, 북한산 등 멀리까지 보이는 해맞이 전망대를 지나 약사사, 치현산 꿩고개 둘레길을 거쳐 메타세쿼이아 숲에 들어서자 키 큰 나무들이 세 줄로 길게 늘어서 있었다. 초록 잎이 무성한 길을 걸으며 피톤치드를 들이마시려 심호흡을 했다. 산책로 끝까지 걷고 난 뒤에는 인적이 드문 숲속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었다.
이날 걷기의 하이라이트는 식사 후 1시간가량 숲에서 낮잠을 자는 것이었다. 평소 잠을 깊이 자지 못하는데 숲의 기운 때문이었는지, 편안함 때문이었는지 눕자마자 바로 잠이 들었다. 일행은 ‘숲속의 잠자는 공주’가 아니라, ‘숲속의 잠자는 시니어’가 되었다. 얼마 후 해설자가 틀어주는 음악소리에 부스럭거리며 일어났다. 피곤이 가셨는지 개운했다. 숲에서 잠이 든 것은 처음이었고, 깊은 잠을 잔 것도 신기했다. 사소한 피로와 가벼운 감기는 숲에 머물러 있으면 치료가 된다고 하던데 산림욕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해설사는 ‘걷기 예찬’의 작가 다비드 르 브르통의 책 ‘느리게 걷는 즐거움’을 꺼내 몇 구절을 읽어줬다.
"걷기는 세상의 쾌락으로 이어지는 통로이다. 잠깐 쉬었다 갈 수도 있고, 내면의 평정도 찾을 수 있으며, 주변 환경과 함께 끊임없이 살을 맞대며 아무런 제한도 장애도 없이 장소의 탐험에 몰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여행은 감각을 통한 전진이요, 관능으로의 초대이다. 행복한 감각들은 내가 존재하고 있음을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순간, 그곳에 있음을 수없이 확인시켜준다."
서울 근처에는 걷고 싶은 길이 많다. 개화산 둘레길도 그중 하나다. 원점 회귀 직전의 하늘길 전망대에서는 김포공항 활주로에 줄지어 있는 비행기들과 그 옆으로 광활하게 펼쳐진 논, 멀리 녹음이 우거진 계양산까지 보였다. 순간 바람이 불어왔다. 무겁게 마음을 누르고 있던 것들이 바람과 함께 흩어지는 듯했다. 상쾌했다. 디톡스란 생리학적 용어로 신체에서 노폐물이나 독성물질을 없애는 방법이다. 풍광이 좋고, 일행이 좋고, 날씨까지 좋을 때의 걷기는 마음의 불순물들을 사라지게 하는 것 같다. 불꽃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꽃중년들이 함께 걸었다. 함께 걷는다는 것은 그 꽃들을 하나하나 만나는 일이다.
올해에는 벚꽃놀이도 없었고 봄꽃의 흐드러짐도 만나지 못하였다. 계절의 변화를 느낄 새도 없이 지나는 가장 젊은 날의 봄이 아쉽다. 연두색 새잎이 초록으로 물들어가는 5월을 느끼기 좋은 곳이 어딜까 고민하다 창덕궁 후원을 떠올렸다. 가을에는 몇 번이나 갔으나 봄은 처음이다.
창덕궁은 조선의 3대 임금인 태종 때 만들어졌다. 형제의 피를 묻히고 왕위에 오른 태종은 경복궁으로 돌아가는 것을 꺼렸다. 1405년 새롭게 창건된 창덕궁은 이궁(離宮)이었으나 조선의 역사 속에서 종종 법궁(法宮)의 역할을 하였고 현재 가장 한국적인 궁궐이라 평가받고 있다.
창덕궁의 정문인 돈화문을 들어서면 회화나무 여덟 그루가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수백 년 된 노구에 연두색 새잎이 돋고 있다. 궁궐 안의 가장 오래된 돌다리인 금천교를 건너 좌측으로 방향을 틀면 정전인 인정전이 나온다. 그 뒤로 편전이었던 선정전, 왕의 침전이었다가 편전으로 사용한 희정당과 대조전이 있다.
왕과 왕비의 침실이기도 했고 왕자와 공주의 교육 장소로 쓰였던 대조전은 조선 멸망을 지켜본 비운의 전각이다. 한국을 일본에 넘기는 합병조약이 이곳에서 체결되었고 ‘창덕궁 전하’라 불리던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인 순종이 이곳 대조전에서 승하하였다.
전각들은 대부분 촘촘하게 붙어있어 수월하게 둘러볼 수 있다. 사대부 양식의 건물인 낙선재만 주 전각들과 약간 떨어져 있다. 이에 반해 후원은 꽤 발품을 팔아야 한다.
양옆에 긴 담벼락이 늘어선 길을 따라 후원으로 들어간다. 비밀의 정원답게 들어가는 입구가 길다. 이때부터 초록 샤워기를 틀고 그 아래에 선 듯 느껴진다. 대여섯 살 정도 된 딸 둘과 고궁 나들이에 나선 한 가족이 앞서 걷다가 감탄사를 터뜨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니나 다를까 구부러진 길 끝부터는 더 깊은 초록의 터널이다.
싱그러움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치열하게 달린다. 뽕나무, 은행나무, 쪽동백나무, 함박꽃나무, 느티나무.... 나뭇잎을, 그러쥐어 꾹 짜면 연두와 녹색이 절묘하게 섞인 5월의 색이 주르르 흘러내릴 듯하다.
숲 터널 끝에 자리한 부용지가 은밀하다. 사각의 연못을 가운데 두고 동쪽에는 영화당이 남쪽과 북쪽에는 각각 부용정과 주합루가 서 있다. 정조가 즉위한 해인 1776년에 만든 주합루는 계단식 구조물 위에 2층 누각 형태를 띠고 있는데 1층은 도서관인 규장각이, 2층은 학자들의 배움터이자 토론장으로 애용되었다.
부용지를 나와 숙종 때 만들어진 애련지와 조선 시대 양반가옥을 본떠 만든 연경당을 둘러보고 다시 시작되는 초록 샤워 길을 지나 왕의 휴식공간이었던 존덕정에 이르러 발길을 멈춘다. 쉼조차 싱그러운 봄이다. 너른 숲길에 작은 오솔길이 나 있다. 길을 따라 들어가면 인공적으로 물길을 낸 옥류천이 나타난다. 이곳 또한 휴식처이다.
5월의 창덕궁은 어느 곳 하나 싱그럽지 않은 곳이 없다. 전각과 후원의 생기 가득한 풀과 나무 사이를 걸으며 코밑까지 온 봄을 느낀다. 숨바꼭질 동무를 찾아 기쁘듯 숨어있다 얼굴을 내미는 연못과 정자에서 휴식의 기쁨을 누린다. 가는 봄날의 아쉬움이 달래 진다.
관람 안내 : 창덕궁의 전각은 휴관 일(매주 월요일)을 제외하면 상시 관람이 가능하지만 후원은 궁궐 전각 관람료(대인 3000원)와는 별도의 후원 관람료(대인 5000원)를 내고 들어간다. 후원 관람은 90분 정도 소요되며 해설사와 함께 회차 별 100명으로 입장을 제한하고 있다. 예약은 6일 전 오전 10시부터 입장 전날까지 받는다. 예약인원 50명, 당일 발권 50명이다.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해설사 없이 회차별로 입장하여 자유 관람하는 형태로 운영 중이다.
‘서울 암사동 유적’지에 세라 밀리지 넬슨 (Sarah Milledge Nelson, 미국 덴버대 명예교수, 1931년 11월 29일 ~ 2020년 4월 27일) 박사의 별세를 애도 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일반인들은 넬슨 박사를 잘 모른다. 필자도 ‘서울 암사동 유적’에서 문화 해설사로 활동하고 나서야 넬슨 박사를 알게 되었다. 아는 것만큼 보인다고 넬슨 박사를 소개하고 싶다.
‘서울 암사동 유적’은 1925년(을축년) 대홍수가 일어나 땅속에 묻혀있던 토기와 석기 등이 노출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로는 일본 식민지 시대였으므로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그 뒤 1968년 장충고등학교 야구장을 이곳에 건립하려고 터를 닦으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곳 한강 지역이 지금으로부터 6400년에서 3500년 전의 신석기 시대의 주거지임이 밝혀졌다. 그 뒤 추가 발굴 작업을 거쳐 1979년 사적 제267호로 지정되고 준비과정을 거쳐 1988년 8월 30일에야 비로소 일반인에게 처음 공개되었다.
넬슨 박사는 1970년 미군 군의관이던 남편을 따라 한국에 왔다. 늦게 고고학을 공부하면서 한국 선사 세대에 깊은 관심을 가졌고 미시건대 대학원에서 '한강 유역 신석기시대 빗살무늬 토기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6년 하와이 세계 동아시아 고고학대회에서 한국 고고학이 처음으로 중국이나 일본에 종속되지 않은 독립 분과가 되게 하는데 기여하였다. 나아가 강원도 양양군 오산리 신석기 유적을 소재로 한 소설 '영혼의 새'(영어: Spirit Bird Journey)를 집필하기도 했다. 이 소설은 한국 출신으로 미국에 입양된 여성 고고학도 ‘클라라’가 한국에 유학 와 오산리 유적 발굴에 참가하며 출생의 뿌리와 인류의 선사시대 문화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넬슨 박사는 이토록 한국을 사랑하였다.
넬슨 교수는 “그동안 한국 고고학이 국제적 관심 덜 받는 이유로 거대한 피라미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아메리카처럼 고대 도시유적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라면서 “이제는 문화를 그렇게만 보는 시대는 아니다.” 고 단언했다. 서울 암사 유적의 움집과 빗살무늬토기처럼 선사시대에 우리의 조상들이 “식량은 어떻게 저장했으며, 겨울에 움집 속에서 어떻게 잘 살 수 있었을까, 등이 앞으로 우리가 연구해야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암사동 유적지는 한국의 주거양식을 알려주는 소중한 유적으로서 더 깊이 연구해야 한다며 그 가치를 인정했다.
넬슨 박사는‘서울 암사동 유적’에 대해 ‘훌륭하고(wonderful) 매우 인상 깊다(very impressive)라고 말하며 “유적이 중요하다고 그대로 두면 누가 아느냐? 중요한 점을 앞세워 널리 얘기해줘야 일반 사람도 이해할 것”이라고 현실적인 말을 했다. 넬슨박사의 뜻을 살려 ‘서울 암사동 유적’을 세계에 널리 알려 선사시대에 한반도에 살던 사람들의 생활상을 제대로 연구하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가 되도록 우리 모두 모든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김용택 시인은 ‘봄날’이라는 시에서 “나 찾다가 / 텃밭에 / 흙 묻은 호미만 있거든 / 예쁜 여자랑 손잡고 / 섬진강 봄 물을 따라 / 매화꽃 보러 간 줄 알그라”라고 노래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일상이 바뀐 이즈음, 책을 가까이하며 위로를 받는 이들이 많을 듯하다. 정갈하고 고즈넉한 책들의 고향, 종이의 고향에서 시집을 펼쳐 보고 흐드러진 벚꽃 사이로 봄맞이 산책을 떠나도 좋겠다.
‘종이의 고향’으로 떠나는 소박한 여행
파주출판도시는 책들의 고향이자 건축의 도시, 영화의 도시, 생태의 도시다. 출판인들이 모여 도시 건립을 위한 ‘위대한 계약’을 체결한 지 올해로 20년이 흘렀다. 이곳에는 출판사, 인쇄소, 영화사를 포함해 500여 개의 업체가 자리를 잡았다.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설계한 건물들부터 책방, 박물관, 북카페, 갤러리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있다. 근거리에는 야트막한 심학산이 있고, 거리 곳곳에 아담한 벤치가 있어서 잠시 멈춰 쉬기에 좋다. 겨울에 갈대가 우거졌던 샛강 변은 지금 서서히 초록빛으로 변하고 있다. 운이 좋으면 얕은 강 위를 한가롭게 거니는 재두루미도 만날 수 있다.
서울에서 자유로를 타고 오다가 문발IC로 진입하면 오른쪽에 ‘출판도시의 심장부’라 불리는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가 있다. 이곳은 건축물과 주변 환경의 조화가 돋보이는 건물로 2004년 제14회 김수근 건축문화상을 받았다. 박물관, 강연장, 숙박 시설이 있는 대규모 복합문화공간으로 인문학 강연, 작가와의 만남, 예술작품 전시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
2014년 이곳 1층에 개관한 ‘지혜의숲’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동의 서재이자 독서공간이다. 여기에 있는 책들은 모두 개인과 출판사에서 기증받은 것으로, 15만여 권의 책들이 빽빽한 숲을 이루고 있다. 내부에는 카페도 있어 커피를 한잔 마시며 독서삼매경에 빠질 수도 있다. 안쪽에는 ‘북소리’라는 할인서점이 있고, 2층에는 헌책방 ‘보물섬’이, 3층에는 출판산업체험센터가 있다. 햇살이 따사로운 봄날, 책에 둘러싸여 느긋하게 하루를 지내면 어떨까.
바로 옆 ‘지혜의숲3’ 1층도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기증한 책들이 다양한 형태의 서가에 들어차 있고, 좌석들은 편안한 형태로 꾸몄다. 2층부터 5층은 게스트하우스 ‘지지향紙之鄕’이다. ‘종이의 고향’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이곳 객실은 TV가 없는 대신 책들이 비치돼 있다. 79개의 객실 중 박경리, 박완서, 김훈 등 작가들의 전집이나 소장품으로 꾸민 ‘작가의 방’과 출판사 책으로 구성한 ‘출판사의 방’도 있다. 객실 크기는 9평 정도로 TV없는 하룻밤을 보내기에 적당하다.
건물 왼편의 응칠교 근처에는 전북 정읍에서 ‘김동수 씨 작은댁’의 사랑채를 옮겨 세운 ‘서호정사’가 있다. 열화당 이기웅 대표가 쓴 안내문을 보면, 1971년 중요민속자료 제26호로 지정된 ‘정읍 김동수 가옥’은 김동수의 육대 조상 김명관이 1784년경에 지었다. 김명관의 둘째 아들 김상하가 1834년에 김동수 씨 작은댁을 십여 년에 걸려 지었으니, 현재 186년의 역사를 지닌 고가다. 출판도시에 하나뿐인 이 건물에는 한옥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문화도시를 지향한다는 출판도시의 뜻이 담겨있다. 5월이면 한옥 담장을 따라 흰 꽃 등나무에 향긋한 꽃이 주렁주렁 피어날 것이다. 국어학자이자 시인인 일석 이희승 선생이 아끼던 50년 수령의 나무를 옮겨 심었다.
지혜의숲 뒤편에 놓여있는 야외 벤치에 앉아 갈대 샛강을 구경하거나, 건너편 책방거리까지 갈 수 있도록 꾸며놓은 ‘김소월 시의 다리’를 산책하노라면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잎이 얼굴을 간질인다. 진달래꽃을 형상화한 조형물과 야간조명 덕분에 밤에는 더 낭만적이다. 출판도시에서는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부터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책 만들기’까지, 책과 관련한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열화당책박물관, 미메시스아트뮤지엄,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등을 해설사와 함께 투어할 수 있는 특별한 산책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건물 정면 맞은편에 있는 피노키오뮤지엄과 카페 헤세도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다. 한가롭고 여유 있게 책과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소박한 여행을 떠나보자.
주소: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145 파주출판도시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울진 금강 소나무 숲길은 산림청이 국비로 조성한 숲길 1호다. 현재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위해 준비할 정도로 보존 가치가 높아서 숲에 들려면 삼림보호법에 의해 철저하게 예약제다. 누구나 마음대로 오를 수 있는 산이 아니다. 트레킹 가능 인원은 숲해설가를 동반한 하루 80명만 탐방할 수 있다.
숲은 조용했다. 걷는 이들의 발걸음 소리와 간간히 이어지는 해설가의 설명이 소리의 전부다. 물론 새소리와 계곡을 흐르는 자연의 소리는 당연히 배경음이다. 숲해설사가 자기를 앞지르지 말고 탐방로 지역을 벗어나지 말라고 당부한다. 멧돼지가 나오기도 한단다.
금강 소나무 숲길은 다섯 구간이 있다. 12개의 고개를 넘어야 하는 십이령바지게 길이란 이름도 있다. 울진과 봉화로 꼬불꼬불 열두 고개의 먼 길을 오가던 바지게꾼들이 오가며 장사를 하던 길이다. 소금과 미역, 간고등어, 그리고 피륙과 곡물을 등에 진 보부상들의 애환이 깃든 길이고 김주영의 소설 '객주'도 이런 이야기들이 바탕이 된 곳이다. 발걸음마다 스토리가 있는 길을 따라 걷는 맛이 쏠쏠하다.
숲에 드니 기분이 상쾌하다. 울진 금강송 숲길은 다른 곳보다 피톤치드가 5배라고 하는데 몸으로 느껴질 정도다.
가다가 멈춰서 듣는 숲 이야기와 소나무에 얽힌 내력을 배우며 비로소 자연을 이해하게 된다. 소나무의 성장이나 수난을, 꽃과 나무 그리고 그에 얽힌 이야기가 흥미롭다. 금강송은 궁궐을 짓거나 임금의 관을 만들었다고 한다. 숲해설사의 해박한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들으며 숲에 드는 일,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을 실감시킨다. 손에 들고 있던 장대로 멀리 가리키며 못난이 소나무라고, 미남송이라고 알려준다. 암벽에 뿌리내리고 긴 시간 굳건히 자라온 잘난 나무다. 대체로 평이하고 짧은 코스인데도 마지막 오르막은 만만찮다.
미인송이 보인다. 깊은 산속에 독야청청 굳세게 그 자리를 지키며 하늘 높이 솟아오른 잘 생긴 소나무. 우람하고 지조 있어 보인다. 사람들이 두 팔 벌려 미인송을 안아본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소나무, 귀하신 몸을 영접하고 땀을 식히니 하늘에서 쨍하고 늦가을 볕이 비춘다. 마음까지 깨끗해지는 소나무 숲이다.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것, 자연이란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더니 이렇게 다가가 만나보는 귀한 가치를 느껴본다.
내려오며 비로소 막바지 가을 단풍이 눈에 들어온다. 올라올 때 보지 못한 꽃 내려올 때 보았네 하듯이 숲엔 단풍이 절정이다. 걷느라 수고했다 쓰다듬듯 그 길을 걷는 머리 위에서 자연은 최상의 색감으로 빛나고 있었다.
▶탐방 코스:산림수련관 집결→500년 송→못난이송→미인송→제2탐방로→산림수련관(5.3km/3시간 소요)
▶장소/시간: 울진군 금강송면 대광천길 83/오전 10시
▶운영 예정일: 2019. 4.20 ~11.30(매주 화요일 휴무)
자격증에 관심을 두는 중장년이 늘어났다. 젊은이들이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의 도구로 자격증을 취득하듯, 시니어 역시 재취업을 위한 발판으로 여기곤 한다. 그러나 노소를 떠나 무분별한 자격증 취득은 시간, 돈 낭비에 그치기도 한다. 2019년 등록된 자격증 수는 3만2000여 개. 관심 있는 자격증 정보를 선별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고민인 중장년을 위해 자격증을 분야별로 나눠 알아보려 한다. 이번 호에는 ‘이번 호에는 ‘문화·예술’ 분야를 소개한다.
자료 제공 및 도움말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관광공사
은퇴 후 국내외 여행을 다니며 지역 대표 미술관, 박물관 등에 방문하는 등 문화생활을 즐기는 중장년이 많아졌다. 큐레이터나 도슨트, 문화해설사 등 문화·예술 계통의 직업군에도 관심이 모아지며, 관련 자격증이나 교육을 희망하는 이도 늘어나는 추세다.
PART1. 국가기술자격
문화·예술 분야 국가전문자격으로는 ‘박물관및미술관준학예사’(이하 준학예사)가 있다. 소위 ‘큐레이터’라 일컫는 ‘학예사’가 되기 위한 초입 관문 중 하나로 보면 된다. 학예사는 준학예사와 1·2·3급 정학예사로 나뉜다. 석·박사 학위(전공무관)가 없다면 준학예사 자격 취득과 경력인증을 통해 정학예사에 도전할 수 있다. 상위 급수로 올라갈 때마다 경력이 추가로 요구되는데, 누적경력이 아닌 하위 급수 취득 후 경력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3급에서 1급까지 최소 12년의 경력이 필요하다. 준학예사의 경우 학력에 따라 준학예사 자격시험 합격 후 실무경력을 1년(학사 이상)에서 5년(학사, 전문학사 미취득자)까지 쌓아야 한다. 즉, 목표하는 급수에 따라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수십 년을 투자해야 하는 셈이다.
정학예사부터는 경력인증(재직경력, 실습경력 등)을 통해 급수가 올라가기 때문에, 관련 시험은 준학예사 필기만 치르면 된다. 그야말로 한 우물을 파는 전문 분야라 응시자와 합격자 수가 타 자격증에 비해 많은 편은 아니다. 지난해 기준 50대 이상 필기 합격자는 15명으로 20대 이하 합격자(158명)의 10%에 못 미쳤다. 그러나 50대의 합격률은 44%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물론 관련 전문가들이 응시했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PART2. 국가기술자격
손재주가 좋은 이들이라면 기술을 익혀 개인 공방을 여는 꿈을 가져봤을 것이다. 몇몇 기관이나 아카데미 등에서 공예수업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자격증을 위한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어렵다. 공예기능사는 응시자격에 제한은 없고 실기시험 시 주어진 도면에 따라 6시간 정도 작업을 수행하면 된다. 지난해 공예기능사 실기 합격자 수는 목공예 59명, 석공예 2명, 도자기공예 283명으로 많지 않은 편이다. 목공예기능사의 경우 최근 3년간(2016~2018) 응시자 수는 2배 이상씩 증가했으나(46명→131명→274명) 평균합격률은 38%→73%→48%로 변화폭이 크게 나타났다.
PART3. 민간자격
준학예사나 공예기능사 등은 자격 취득 후에도 전문가로 활동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중장년에겐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이 때문에 은퇴 후 문화·예술 분야 활동을 원하는 이들은 민간자격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고, 자격시험보다는 훈련이나 교육이수 등을 통해 수료증을 취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활동할 수 있는 주요 직업으로는 문화관광해설사, 역사문화체험지도사, 전통놀이강사, 도슨트 등이 있다.
문화관광해설사의 경우, 광역지자체에서 연간 선발 계획 수립 및 선발 공고를 하는데 지자체별 선발 시기, 규모, 자격요건 등이 달라, 주기적으로 관련 정보를 살펴봐야 한다. 지자체에서 신규 교육생으로 먼저 선발된 후 한국관광공사 또는 지자체에서 선정한 위탁교육기관을 통해 신규양성과정(100시간) 수강 신청이 가능하다. 이후 지자체에서 정한 현장수습(105시간)을 이수해야 문화관광해설사로서 활동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는다. 주로 지방자치단체나 지역 내 문화재시설 등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할 수 있다.
문화관광해설사는 2019년 8월 기준 전체 인원 대비 50대 이상의 비율이 약 90%에 달한다. 교사(역사, 과학, 미술 등) 출신이거나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외국어 가능자가 활동에 유리한 편이다. 많은 돈을 벌기엔 적합하지 않고, 거의 자원봉사 형태로 문화재 탐구를 즐기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자 하는 이들이 도전하기에 좋다. 지속적으로 문화, 역사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하며, 관광객들에게 자신의 지식과 정보를 흥미롭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과 청중 장악력 등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