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에 선발 되면 해당 국가로 파견된 후 1년마다 컨펌을 받는다. 그래서 1년 있다가 오는 사람도 있고, 2년 있다가 오는 사람도 있다. 최장 활동기간은 3년이다. 윤희식 선문대학교 글로벌소프트웨어학과 부교수도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원’으로 활동했다. 작년 말 그는 네팔에서 ICT 분야 자문 업무를 보면서 3년의 활동기간을 꽉 채우고 귀국했다. 그에게 자문단의 롤과 네팔에서의 삶, 그리고 자문단원으로서의 마음가짐에 대해 물어봤다.
“NIPA 자문단원 활동이 끝난 후에도 뒷정리하며 왔다 갔다 했는데 우연한 기회에 선문대학교에서 불러주셔서 주저앉았죠.(웃음) 올 3월부터 글로벌소프트웨어학과 부교수가 됐고 아직 적응기간이에요.”
2012년 무렵 해외 봉사활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던 윤 교수는 관련 계획을 세워놓고 지내다 2015년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원’에 지원했다. 탈락하는 건 아닌가 하고 걱정도 했단다.
“HP와 CJ에서 근무하고 대학에서 좀 있다가 퇴직한 후 다른 쪽 활동을 한번 해보면 어떨까 하던 차에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고 해서, 잘됐다 하고 지원했어요. 그런데 인터뷰할 때 보니까 50대 중반인 제가 막내였어요. 특히 동남아는 지리적으로 가까워서 그런지 경쟁도 심해 내가 스펙이 안 될 수도 있겠구나 했죠.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렇다면 자신이 선발된 이유를 알고 있을까? 그는 자신의 의지를 나름의 강점으로 꼽았다.
“요새는 머릿속에 있는 지식보다 지식이 어디 있는지가 중요하죠. 그래서 노하우(Know-how)라고 안 하고 노웨어(Know-where)라고 하잖아요? 저는 그런 쪽 경험도 있고 네트워크도 있어 커리어적 강점이 된 것 같아요. 그 외 부족한 부분은 내 의지로 끌고 가겠다고 다짐한 게 좋은 결과로 나온 것 같습니다.”
부족한 부분은 의지로 메꾼다
윤 교수가 네팔에서 한 일들의 우선순위는 첫 번째가 정부의 거버먼트 마스터플랜 수립이었고 두 번째는 재난복구센터(DRC)의 구축이었다. 그 외 강의 등 소소한 일들이 더 있었다. 주말에는 요가학원을 다니고 근처 네팔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고 한다. 그는 두 번째 프로젝트인 DRC의 구축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귀국해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봉사활동은 아니었지만 열심히 기여하고자 했어요. 그리고 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시야가 넓어지고 마음의 폭이랄까, 여유가 생기는 걸 느꼈어요. 남자가 군대 갔다 오면 두세 달 정도는 철든다고 하던데 그런 느낌?”
그는 프로젝트를 완수하지 못한 게 아쉽지만 자문단원은 자문단원일 뿐이지 그 안에 들어가서 ‘지지고 볶을 수는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이삼 년 지나면서 그들에게 같은 얘기를 해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걸 알고 그 노하우를 살릴 수 있었다.
그가 자신의 ‘노하우’로 네팔에서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었는지는 인터뷰를 하면서 확인되었다. 그와 같이 일했던 네팔인들이 카카오톡으로 계속 메시지를 보내는 통에 인터뷰가 잠깐 중단될 정도였다. 네팔에서의 삶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자문단원의 최고 덕목은 ‘함께하는 것’
네팔에서 가장 힘들었던 일을 묻자 그는 곧바로 ‘없었다’고 대답한다. 식사나 건강관리도 큰 문제가 없었다고 말한다. 이런 긍정적인 마인드는 삶에 대한 그의 태도에서 자연스럽게 배어나온 것이라 생각됐다.
“해외에 나가 활동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면 음식 문제 정도는 감수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그것도 다 경험이고 배우는 일이니까요. 물론 식당이 더러워서 물티슈로 닦아야 하긴 했어요.(웃음) 네팔은 ‘달밧’ 요리가 주식인데 먹는 데는 별 무리가 없었어요. 오히려 귀국 후 그 음식이 생각나 수원에 있는 네팔 식당에 가서 먹었어요. 그런데 맛이 좀 다른 거 같더라고요.(웃음)”
그는 네팔 문화를 적극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노력했다. 당연히 자문단원으로서의 최고 덕목도 ‘흡수되고, 함께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어떤 분 말씀을 들어보면 ‘나는 고참이고 그들은 젊은 친구들이다, 나는 잘사는 나라에서 왔다’며 그 나라 사람을 깔보는 게 있어요. 이런 태도는 결국 자신한테 손해예요. 내가 아무리 잘났다고 생각해도 남이 알아줘야 진짜로 인정받을 수 있는 거니까요. 특히 자문단은 개도국 실무진들의 평가가 중요해요. 그래야 같이 일할 수 있어요. 저는 먼저 그들과 동화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저절로 겸손해질 수밖에 없더군요.”
10여 년간의 성과, 정리하면 혁신 전략 나올 것
윤 교수는 “일하는 게 쉬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울러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원으로서 애정을 담아, 지난 10여 년간의 국가별 성과와 자문단원의 효과적 활용에 대해 주목해볼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국가별로 쌓인 자료들이 있는데 잘 활용되지 않고 있는 것 같아 너무 아까워요. 콘퍼런스 등의 성과물을 가시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보는 거죠. 그리고 진심 어린 봉사에 열정적인 사람들이 있어요. 그들에 대한 발굴과 대우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윤 교수는 건강과 언어에 문제가 없다면 NIPA 자문단에 꼭 도전해서 성취감을 얻고 시야를 넓히는 기회를 가져보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우리나라가 국제 사회로부터 존경받고 품격 있는 나라로 가기 위한 긴 여정에서, 자신이 담당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NIPA 자문단을 하면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자부했다.
하반기 신청은 월드프렌즈NIPA자문단의 공식 홈페이지(senior.nipa.kr)에서 하면 된다. 만 50세 이상의 퇴직(예정)자로 정보통신, 산업기술, 에너지자원, 무역투자, 지역발전 등 5개 파견 분야에서 10년 이상 또는 이에 상응하는 경력이 있다면 지원이 가능하다. 서류 및 면접심사를 거쳐 선발하며, 개도국 정부나 공공기관에 파견돼 1년간 자문단원 활동을 하게 된다. 평가에 따라 최대 3년까지 활동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1997년 촉발된 IMF 외환위기로 기업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내가 다니던 회사도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해 1999년 결국 문을 닫아야 했다. 봉급이 유일한 수입원이었던 월급쟁이로서 충격이 켰다. 아내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여러 차례 아내와 상의한 끝에 집 주변에서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한 보습학원을 열기로 했다. 나는 전문적인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학원 운영을 아내에게 맡기고 다른 일을 찾아봤다. 내게 적합한 일은 무엇일까. 고민이 시작되었다. 기업들이 강점(strength), 약점(weakness), 기회(opportunity), 위협(threat) 요인을 토대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기법인 SWOT 분석을 통해 제2인생을 설계해보기로 했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뒤 건설업체에서 10년, 무역회사에서 10여 년간 근무하면서 해외 관련 부서 일을 했던 나는 영어 회화력이 그나마 내가 가진 ‘강점’이라 생각했다. 또 학원을 창업하면서 여유 자금을 사용해버려 더 이상의 투자 자금이 없다는 것이 ‘약점’이었다. 내 능력만을 필요로 하는 일을 해야 했다. 그래서 찾아낸 일이 영어 통번역이었다.
먼저 번역 관련 책을 읽으며 실력을 쌓았다. 얼마 후 여러 번역 회사와 접촉을 해, 한 업체와 프리랜서로 일하기로 계약을 했다. 3년 정도 기술 관련 문서를 번역하면서 경험이 늘어나자 더 높은 목표가 생겼다. 기왕이면 단순 문서가 아닌 한 권의 책을 번역하고 싶어졌다. 출판 번역은 뛰어난 전문성을 필요로 할 뿐 아니라 책 표지에 번역자의 이름도 들어가서 도전 욕구를 자극했다. 바로 인터넷 검색을 해봤다. 여러 번역 회사가 눈에 띄었고, 그중 한 번역 회사에서 수습생을 모집했다. 전화를 해보니, 교육을 받고 능력을 인정받으면 바로 책 번역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나는 즉시 지원했다.
그때가 2004년, 54세의 나이였다. 아내가 학원 일을 도맡아 했으므로 수습 번역가로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는 충분했다. 이것이 내게 주어진 ‘기회’라 생각했다. ‘위협’ 요인은 경쟁자로서 같이 공부하는 동료들이었다. 동료들이 나보다 실력이 뛰어나면 번역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것이었다. 그래서 번역 노하우를 담은 책들을 찾아 읽으며 더 열심히 공부했다. 동료들과는 매주 두 차례 만났다. 각자 동일한 내용을 번역해와 서로 비교하면서 토론을 했고 최종적으로 활동 중인 번역가로부터 모범 답안을 받았다. 다들 빨리 일하고 싶어 했지만 강사나 사장으로부터 먼저 능력을 인정받아야 기회가 주어졌다.
훌륭한 번역가가 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첫째, 뛰어난 외국어 실력을 갖춰야 한다. 둘째, 완벽한 우리말 구사 능력이 있어야 한다. 우리말 구사 능력은 외국어 실력보다 더 중요했다. 결과물이 한국어이기 때문이다. 셋째, 번역하고자 하는 분야의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전문 분야의 책은 그 분야와 관련한 독자들이 읽는다. 번역가가 전문성이 없다면 그 내용을 정확하게 해석할 방법이 없다. 넷째, 검색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외국 서적들이 국내에 소개될 때 새로운 용어나 정보들을 포함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인터넷 등 다양한 소스를 통한 정보검색 방법을 익혀야 한다. 다섯째, 체력이 강해야 한다. 장시간 의자에 앉아 번역을 하다 보면 허리디스크로 고생할 수도 있으므로 항상 건강을 챙겨야 한다.
내가 처음 번역한 책은 2005년 조선일보사에서 출판된 ‘마이크로소프트 재창조’다. 그 후로는 주식 관련 책을 주로 번역했다. 주식투자로 부자가 된 워런 버핏에 관한 책을 포함해 2012년까지 총 13권을 번역하면서 전문번역사의 길을 걸었다. 경제·경영서를 번역하게 된 것은 사장의 권유 때문이었다. 내가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는 이유였다. 덕분(?)에 주식 관련 공부를 하느라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지금은 무역회사에서 일하던 경험을 되살려 한국무역협회 소속 통번역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람들은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살아간다. 그동안의 삶을 되돌아보면 분명 자신만의 ‘강점’과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잘 알지도 못하는 분야로 뛰어들면 실패할 확률도 많고, 성공하더라도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 인생에는 세 번의 기회가 온다는 말이 있다. 기회가 주어지면 놓치지 말아야 한다. 전문번역가가 되기까지의 기록이 비록 나의 단편적인 경험에 불과하지만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의 제2인생 설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도움말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김은혜 책임연구원
CHECK POINT 1 환율위험
해외 주식은 거래 국가의 통화로 환전해 투자하기 때문에 환율 변동이 투자 손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경험이 부족하다면, 환율 변동성이 높은 이머징 국가보다는 미국 등 선진국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CHECK POINT 2 세금
해외 주식 투자는 국내 주식 투자와 달리 주식 매매손익(매매차익-매매차손)에 대해 양도소득세(22%, 주민세포함)를 분류과세한다. 특히 양도소득은 소득자가 직접 국세청에 소득신고 후 세금을 내야 하며 불성실 납부 시 가산세가 부과되므로, 양도소득 및 양도소득세 계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CHECK POINT 3 환전 및 거래 수수료
해외 주식은 반드시 거래 국가 통화로 투자해야 하므로 환전 수수료가 발생한다. 투자에 앞서 환전 수수료를 고려해 목표 수익률을 설정하고, 잦은 환전으로 불필요한 환전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CHECK POINT 4 국가(시장)별 상이한 주식시장 거래제도
투자하려는 해외 주식이 어느 시장에 상장되어 있느냐에 따라 거래통화부터 거래시간, 거래단위, 가격제한폭(상하한가) 등 주식시장 거래 제도가 달라지므로 빠짐없이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CHECK POINT 5 해외 주식 투자 정보 부족
대부분 증권사는 해외 전용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운용하며 해외 투자 정보를 제공한다. 종목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 분석, 환율 전망 등 다양한 리서치 자료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Q&A
Q. 해외 주식 결제금액 상위 종목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A. 2017년 해외 주식 결제금액 상위 종목 대부분이 미국에 상장된 글로벌 초우량 기업이며, 특히 인터넷·IT기업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해외 주식 결제금액 순위] 1위 CHINA AMC CSI300 INDEX ETF(홍콩), 2위 아마존(미국), 3위 엔디비아(미국), 4위 알리바바(미국), 5위 텐센트홀딩스(홍콩), 6위 알파벳(미국), 7위 애플(미국), 8위 넥슨(일본), 9위 비자(미국), 10위 페이스북(미국) *자료: 예탁결제원
Q. 해외 주식 거래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A. 증권회사 해외 주식 온라인 매매 서비스를 이용한다. 먼저 해외 주식 거래가 가능한 증권계좌를 개설 한다. 최근 비대면계좌 개설이 가능해져 지점 방문 없이 온라인으로 계좌 개설 및 외화증권 약정을 등록할 수 있다.
*계좌 개설 및 외화증권 약정 등록→증권사 MTS 또는 HTS 설치→입금 및 환전→해외 주식 주문→환전 및 출금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들의 목록을 일명 ‘버킷리스트(bucket list)ʼ라고 한다. 한 번쯤은 들어보고, 한 번쯤은 이뤄야겠다고 다짐하지만 실천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버킷리스트를 어떻게 작성하는지, 또 어떤 방법으로 실행해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해결하기 위해 매달 버킷리스트 항목 한 가지를 골라 실천 방법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그에 앞서 서베이를 통해 시니어가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여행, 취미, 관계·가족, 일·성취, 보람, 도전 등 총 7가지 주제로 나눠 알아봤다.
서베이 대상 브라보 동년기자단,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 수강생, 낭랑18세 시니어 치어리더팀 등 50세 이상 남녀 140명(50대 61명, 60대 53명, 70대 이상 26명)
서베이 방법 주제별 버킷리스트 예시 항목 15가지 중 선택(중복 선택 가능) 및 그 외 항목이 있는 경우 별도로 작성
◇브라보 버킷리스트 상위 20위 목록
7가지 주제 중 가장 인기가 높았던 것은 ‘여행’이다. 상당수 시니어가 ‘제주에서 한 달 살기’, ‘제주 올레길 투어’ 등 제주 여행과 관련한 버킷리스트를 희망하고 있었다. “쉽게 이룰 수 있으니까”, “외국어 부담 없이 여행하고 싶어서” 등이 대표적인 이유다.
그밖에 혼자 여행 떠나기(27), 시베리아 횡단열차 타기(25), 캠핑카/크루즈 여행하기(18), 해외에서 크리스마스 보내기(9) 등
운동이나 레포츠 등 몸을 쓰고 활동적인 취미보다는 배움, 글쓰기, 책 읽기, 전시회 관람 등 문화적, 정서적 활동을 원하는 이가 많았다. 아직 특별한 취미를 찾지 못해 ‘새로운 취미 갖기’(24)를 버킷리스트로 선택한 이도 적지 않았다.
그밖에 텃밭 가꾸기(21), 그림 관련 취미 갖기(19), 수영 배우기(16), 취미 동호회 가입(14), 수화 배우기(6) 등
가족을 향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항목들이 상위권에 올랐다. 외국인 친구를 사귀거나 애인 같은 친구를 만드는 등 새로운 관계 확장에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휴대전화번호를 정리하거나 불편했던 관계를 해소하는 등 관계 정리에 관한 항목들도 눈에 띈다.
그밖에 외국인 친구 사귀기(21), 7명 용서하기(17), 휴대전화번호부 정리하기(15), 첫사랑에게 편지 쓰기(7) 등
제2직업을 향한 욕구와 더불어 전문 분야에 대한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포부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자기 이름으로 책을 펴내고, 강연, 전시회를 여는 등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연륜을 통해 새로운 일에 도전하려는 경향이다.
그밖에 귀농하기(15), 창업하기(12), 10년 후부터는 일 안 하고 놀기(8), 자격증 10개 따기(8) 등
버킷리스트 서베이 전체 항목 중에서 ‘재능기부’가 1위에 올랐다. 단순히 봉사활동에 참여하거나 기부를 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능력을 살린 사회적 활동에 관심을 두는 모습이다.
그밖에 장기기증 신청하기(16), 아프리카 봉사활동 가기(15), 봉사활동 1000시간 채우기(13), 유기견 돌보기(6) 등
건강하고 즐거운 일상을 추구하는 웰빙(well being)을 넘어 ‘어떻게 죽을 것인가’,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 등 웰다잉(well dying)에 대한 욕구가 높아졌다. 유언장 작성 등 웰다잉 관련 항목이 상위권에 올랐다.
그밖에 드레스 입고 파티하기(17), 세컨드하우스 짓기(14), 레스토랑에서 고급 코스요리 먹기(13), 주식·펀드 투자하기(12)
아직 버킷리스트가 없는 이들이 가장 빠르게 실행하고 이룰 수 있는 항목 중 하나가 바로 ‘버킷리스트 만들기’다.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는 순간 이미 한 가지 항목은 해낸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밖에 공모전 참가하기(14), 파격적으로 염색하기(13), 무인도에서 살아보기(7), 타투(문신) 해보기(6)
◇나만의 버킷리스트를 위한 7가지 방법
도움말 박창수 작가
하나, 원대한 목표를 먼저 정하라 ‘여행’이라는 주제를 가지고도 목표는 유럽 배낭여행부터 서울 나들이까지 천차만별이다. 그중에서도 돈이나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을 먼저 정해두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해외여행의 경우 오랜 시간 머물게 되면 그만큼의 비용과 체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이는 하루아침에 가능한 것이 아니다. 여행 자금을 위해 적금을 든다거나 평소 걷기운동을 해서 건강을 유지하는 등의 세부적인 목표들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또 귀농이나 창업 등 오래 준비해야 할 목록도 마찬가지다. 장기간 실천할 원대한 목표를 먼저 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리스트를 차례로 적어나가자.
둘, 작은 목표는 매년 갱신하라 큰 목표가 담긴 버킷리스트와 작은 목표를 써놓은 버킷리스트를 따로 마련하고, 작은 목표 리스트는 매년 갱신한다. 원대한 목표만 적어놓고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면 의욕도 저하되고, 실천 의지도 약해진다. 한 해, 한 달 정도 투자해 부담 없이 이룰 수 있는 목표를 작성하자. 작은 목표들을 달성해나가며 얻은 자신감은 큰 목표를 이루는 데 긍정적 에너지로 작용한다.
셋, 유행에 편승하지 마라 버킷리스트는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이뤄가는 데 의미가 있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이 너도나도 원하는 목표나 유행에 따라 버킷리스트를 꾸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신이 정말 뭘 원하는지, 어떤 것을 해야 만족도가 높을지 등을 깊이 생각해보고 진정 나만을 위한 목록들을 채워가는 것이 중요하다.
넷, 남의 눈치 보지 마라 돈이 많이 든다거나 스스로 주책없어 보이는 행동이라 여기고 가족이나 친구들 눈치를 보면서 버킷리스트를 고민하는 이들이 있다. 또 나만을 위한 것이라고 해도 남에게 보였을 때 더 그럴싸하고 훌륭해 보이는 일들을 적곤 한다. 이른바 체면치레 때문에 시니어들의 버킷리스트를 보면 여행, 공부, 취미, 봉사 등에 국한된 경우가 많다. 물론 좋은 목표이지만, 그중에 한두 가지만이라도 나만의 개성과 욕망을 분출할 수 있는 것을 적어보면 어떨까?
다섯, 크게 쓰고 소문을 내라 자기 꿈을 소문내는 것은 용기가 없는 사람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혼자서 마음속에만 담아두고 차일피일 미루는 것보다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기분 좋은 속박(?)을 느끼는 편이 낫다.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안 되게끔 선언을 하거나 큰 종이에 적어 서재나 화장대 등에 붙여 자주 인식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타인은 물론 스스로와의 약속 이행에 대한 책임감이 더해진다.
여섯, 1+1을 생각하라 나를 위한 버킷리스트이지만, 그것이 사회나 어려운 이웃을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예를 들어, ‘외국어 배우기’와 같은 단순한 목표를 뛰어넘어 ‘외국어를 배워 어려운 아이들에게 방과 후 재능기부하기’ 등 이웃과 사회에 보탬이 되는 방법까지 생각해본다면 더욱 뜻깊은 버킷리스트가 될 것이다.
일곱, 버킷리스트에는 점수가 없다 목표로 정한 버킷리스트를 꼭 다 이루지 못하더라도 상처받지 말자. 물론 그것을 이뤄내기 위해 노력을 했을 경우에 말이다. 버킷리스트는 숙제나 시험처럼 누군가에게 검사받고 평가받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만족과 즐거움을 위해 시작한 일인 만큼 부담 갖거나 서두르지 말고 목표를 향해 천천히 다가가길 바란다. 무엇을 이뤘느냐보다, 꿈을 향해 도전하는 발걸음이 더 소중하고 아름답다.
※독자제보 브라보 버킷리스트 랭킹 20위 안에 해당하는 버킷리스트에 도전해 이뤄내신 분들을 찾습니다. 제보할 이야기가 있으신 분은 bravo@etoday.co.kr로 접수 부탁드립니다.
‘저금리 파티’가 끝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략 10년간 지속돼온 저금리시대가 저물고 있다. 이미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금리 인상의 기운이 꿈틀거리고 있다. 금리 인상은 은퇴 후 예금 이자로 생활하는 이들에게는 다소 숨통을 틔워줄 수 있지만, 빚을 가진 이들에게는 직격탄이 될 수 있다. 당장 은퇴 후 자영업에 뛰어든 ‘베이비부머(1955~1963년)’ 세대가 빚의 굴레에 갇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美 금리인상, 국내 영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지난 1월 말 성명을 통해 “시장을 기반으로 한 물가가 최근 수개월간 상승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며 자산시장을 요동치게 했다. 글로벌 증시는 폭락했고, 미 국채 금리는 급등했다.
미 연준은 지난 2015년 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며, 금리 인상의 시동을 걸었다. 2006년 이후 10년 만이었다.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접어드는 2018년에는 약 3차례 수준의 금리 인상이 예고돼왔다.
문제는 금리 인상의 속도가 예상외로 빨라지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4차례 금리 인상도 가능한 것으로 본다. 최근 한국은행 뉴욕 사무소에 따르면, 주요 해외투자은행(IB) 16개 기관 중 6개 기관이 올해 미 연준이 금리를 4차례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월 조사 때보다 2개 기관이 더 늘었다. 올해 3차례 인상을 전망한 곳은 9개 기관으로, 전월보다 한 곳이 늘었다.
이민구 한국씨티은행 WM상품부 부장은 지난해 말 한국경제매거진 ‘MONEY’와의 인터뷰에서 “2018년 연 3회 수준의 완만한 금리 인상과 점진적인 유동성 축소를 예상하기 때문에,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이지만 주식시장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예상을 뛰어넘어 금리 인상이 급격히 진행될 경우 국내 증시에 먹구름이 드리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한미 간 ‘금리역전’의 경우 국내 증시에서 막대한 자금이 유출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올해 미국은 3~4차례의 금리 인상 예상이 우세하지만, 한국은 1400조 가계부채 등으로 1~2차례 금리 인상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현재 연 1.25∼1.5%인 미국의 정책금리와 연 1.5%의 한국 기준금리는 10년 만에 역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미국인의 한국 상장주식 보유금액은 265조1180억 원에 달한다. 미국이 제로금리 정책을 시작한 2008년 말(64조5080억 원) 이후 미국의 한국 주식 보유액이 4배 이상 급증했다. 향후 미국의 금리가 높아져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경우 외국인의 자금유출로, 국내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임대수익으로 노후 준비 ‘빨간 불’
올해 말 은퇴를 준비하는 50대 중반의 L 씨는 최근 금리 인상 소식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L 씨는 “향후 은퇴하면 퇴직금으로 월세를 받는 임대사업을 고려했는데, 부동산 규제도 많아지고 대출 문턱도 까다로워져 걱정”이라고 말했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라 국내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가 크게 들썩이고 있다. 금리가 올라 대출 부담이 늘수록 임대수익은 떨어지는 구조다. 한국은행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60대 이상 임대가구는 2012년 28만 가구에서 2016년 43만 가구로 5년 새 15만 가구나 늘었다. 이 기간 임대가구의 금융부채는 180조 원에서 226조 원으로 증가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은퇴 세대 상당수가 비은행권 대출을 이용하고 있는 점이다. 50~59세의 저축은행·비은행금융기관 대출비중(담보 및 신용대출 기준)은 17.7%, 60세 이상이 25.7%였다. 이는 30대 7.3%, 40대 11.9%에 비해 단연 높은 수준이다. 비은행권 대출의 경우 고금리인 데다 소득 수준이 은퇴 이후 급격히 줄어들게 돼 위험가구에 포함될 개연성이 높다.
특히 지난 1월 말부터는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까지 시행되면서, 소득이 적은 은퇴자의 시중은행 거래가 어려워짐에 따라 비은행권 대출을 부추길 수 있다. 신DTI는 소득증빙 요건이 까다롭고, 은퇴 전후세대의 경우 소득 변화 등을 구체적으로 따져 대출 한도를 낮춘다. 이처럼 대출 문턱은 높아지는데, 대출 이자마저 치솟고 있어 빚이 많은 은퇴 세대나 자영업자의 이중고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금리 상승기에는 늘어나는 이자 부담을 고려해 안정적인 자금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금융사회적기업인 ‘희망만드는사람들’의 서경준 본부장은 “부채를 안고 임대사업이나 창업을 한 경우 금리 인상에 따른 실질적 영향을 세밀하게 살펴봐야 한다”며 “월 상환 부담이 급격하게 커지는 것이 아니라면 소비규모 등을 줄여 현금흐름을 합리화하고, 임대사업 수익 등이 매우 저조한 경우 매각도 신중하게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연말 은행 가계대출(신규취급액 기준) 금리는 연 3.61%로 2014년 10월(3.64%)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은행 가계대출 금리는 지난해 8월(3.39%)부터 4개월 연속 오르며 0.22%포인트나 올랐다. 이 기간 주택담보대출은 3.28%에서 3.42%로 0.14%포인트 상승했고, 신용대출은 3.78%에서 4.49%로 무려 0.71%포인트 올랐다.
그간 저금리에 애태웠던 예금생활자들에게 금리 인상은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다. 금리 상승기를 맞아 금융권은 금리 혜택을 높인 예·적금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증시는 불안하고 금리는 올라가면서 시중의 돈이 안전 자산인 ‘예금’으로 몰려들고 있다.
올 들어 연 2% 이상의 금리를 내세운 시중 은행의 특판 예금 상품은 ‘조기 완판’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연 2.1% 금리로 특별 판매한 ‘우리투게더 더드림 정기예금’은 출시 후 4거래일 만에 완판됐고, SC제일은행의 공동 구매 정기예금도 출시 11일 만에 1000억 원을 조기 달성해 가입 고객 모두 최고 금리인 연 2.3%를 적용받는다.
전북은행은 2월 5일부터 3월 2일까지 ‘상반기 고객감사 특판 예·적금’을 판매한다. 가입기간이 12개월 및 24개월인 특판 예금은 최대 연 2.4%(우대금리 포함), 만기 12·24·36개월로 판매되는 특판 적금은 최대 연 2.65%의 금리가 적용된다. 판매 한도는 1000억 원으로, 조기 소진될 수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금리도 눈에 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2월 둘째 주 기준 예금금리는 별다른 조건 없이 연 2.2%다. 저축은행 예금상품 금리는 2% 중후반대로, 시중은행에 비해 높은 편이다. 2월 13일 기준 만기 12개월 기준으로 저축은행의 고금리 예금을 살펴보면, 페퍼저축은행이 최고 연 2.27%의 정기예금을 판매 중이다. 세종저축은행은 연 2.66%, 안국저축은행과 키움YES저축은행은 연 2.65%의 정기예금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최대 4% 적금 상품도 등장했다. 우리은행 ‘우리웰리치100여행적금’은 최고금리가 연 4.7%로, 여행 고객을 잡기 위한 특화상품이다. 우리은행·우리카드 실적에 따라 높은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노후의 삶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장수리스크’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준비 없이 맞이하는 긴 노년은 괴로움만 더할 뿐이다. 따라서 나이에 맞는 ‘생애자산관리’가 뒤따라야 하며, 은퇴 직전인 50대뿐만 아니라 30~40대부터 노후필요자산에 대한 적정성 점검과 자산 극대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은퇴 이후에는 노후 기간을 세분화하여 자산의 적정한 인출과 소득의 보완에 신경 써야 한다. 금융업계 전문가들이 꼽은 시니어가 알아야 할 재무 설계 키워드를 은퇴 전·후로 나눠 정리해봤다.
도움말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골든라이프연구센터
PART1. 은퇴 전 시니어 재무 설계 키워드
◇ By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김동엽 상무·은퇴교육센터장
#1 '5565'
직장에서 정년퇴직하기 직전 5년부터 퇴직한 뒤 5년에 해당하는 55세부터 65세 사이의 시기를 말한다. 직장생활을 잘 마무리하면서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는 시기로 매우 분주한 때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인간관계 중심이 회사에서 가정으로 바뀌므로 회사형 인간에서 가정형 인간으로 변화해야 한다. 아울러 노후자금 관리도 돈을 모으는 ‘적립’에서 ‘인출’ 중심으로 변화한다.
#2 임금피크 ≠ 인생피크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면서 55세 전후로 임금피크를 실시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 근무연한이 늘어나면 임금도 상승하는 연공서열방식 임금제도와 달리,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특정 연령부터 임금이 줄어든다. 임금이 줄어들면 덩달아 퇴직급여도 줄기 때문에 대응을 잘해야 한다. 기업에 따라 임금피크에 해당하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사전은퇴 교육을 시행하는 곳도 있으니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노후준비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임금피크 전후를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인생 후반전이 달라진다. 자칫 이 시기를 무의미하게 보내면 임금피크가 인생피크가 될 수도 있다.
#3 이중부양
은퇴를 앞둔 50대는 자녀부양과 부모봉양이라는 두 가지 짐을 짊어진 경우가 많다. 그나마 현재 50대는 경제가 고도성장할 때 직장에 다니며 부를 축적하고 노후준비도 할 수 있었지만, 그들의 부모 세대는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노후를 맞이했다. 게다가 고도성장의 열기가 식으면서 그들의 자녀 세대 또한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지 못해 생계를 꾸려가기 힘든 상황이다. 부모봉양과 자녀부양이라는 이중의 짐이 50대 어깨 위에 얹혀 있는 셈이다. 게다가 자신의 노후준비까지 하려면 연금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공적연금과 퇴직연금을 통해 기초생활비를 만들고, 여기에 개인연금과 주택연금을 더해 기본 생활비를 마련하자.
◇ By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조명기 수석연구원
#4 퇴직금을 지켜라
우리나라 남성 근로자의 평균 근속연수는 6.7년으로 OECD 주요국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평균 근속연수가 짧으면 이직 때마다 노후자금의 주요 축인 퇴직(연)금을 일시금으로 찾아 다른 용도로 활용해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노후자금 축적에 큰 위협 요인이 된다. 따라서 이직 시 IRP(개인형 퇴직연금, 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계좌에 이관된 퇴직금은 절대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말고, 55세 이후 5년 이상 연금으로 받는 것이 좋다. 이 경우, 퇴직금을 노후자금의 목적대로 보존할 수 있으며 퇴직소득세 감면 효과(30%)까지 누릴 수 있음을 기억하자.
#5 자녀 리스크 회피
자녀 지원을 아끼지 않는 우리나라 부모 세대는 오랜 기간 자녀 리스크에 노출된다. 사교육비부터 결혼자금 지원까지, 생애 지출의 상당 부분이 자녀를 위해 쓰인다. 즉 소중한 자녀가 노후준비의 걸림돌이 되는 것. 2016년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5년 내 자녀를 출가시킨 부모의 3분의 1은 결혼자금 지원을 위해 노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산(부채, 퇴직금, 개인연금 등)을 활용했다. 자녀에 대한 무분별한 지원보다는 자녀에게 부담 주지 않는 독립적인 노후를 보내는 것이 결국 자녀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임을 명심하자.
#6 연금라이프 점검
평균수명 증가로 은퇴기가 길어지면서 필요한 노후생활 자금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소득이 사라지는 은퇴기에도 삶의 질 하락 없이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생활에 꼭 필요한 ‘필수생활비’를 확보해두는 것이 핵심이다. 이때 필수생활비는 살아있는 한 꾸준한 소득흐름을 보장하는 연금으로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본적인 국민연금 이외에 종신연금처럼 죽을 때까지 소득흐름을 보장하는 연금상품이 충분히 갖춰져 있는지 확인해, 필수생활비를 연금으로 충당하는 연금라이프를 누릴 수 있을지 점검해보자.
◇ By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박 진 소장
#7 집, 소유 말고 사용하자
우리나라 사람들의 자산을 보면 다른 나라에 비해 부동산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선진국의 경우 가계의 부동산 비중이 약 50%이지만, 우리나라는 70%가 넘는다. 집은 소유하는 개념이 아닌 사용하는 개념으로 바꿔 생각할 필요가 있다. 집을 사용하는 것으로 여기면 무리하게 투자해 집을 사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7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10억짜리 집을 사기 위해 3억을 대출받는 것보다, 5억짜리 집에 살면서 2억을 연금보장형 상품 등으로 넣어두는 편이 낫다. 10억짜리 집을 사면 이자를 내야 하지만, 5억짜리 집에 살면 이자를 받는 셈인데, 이는 매우 큰 차이다. 여기서 나오는 이자를 노후자산에 톡톡히 활용할 수 있다.
#8 자산관리 분배 원칙 '5533'
5: 총자산의 50%를 금융자산으로! 가계의 총자산 내에서 26% 수준에 불과한 금융자산의 비중을 큰 폭으로 늘리자. 노후에 필요한 것은 정기적인 현금흐름이고, 이를 만들어내는 금융자산을 최소 50% 수준까지 확대하는 것이 좋다.
5: 금융자산의 50%를 투자형 자산으로! 저금리 시대를 맞아 금리연동형의 안전형 상품으로는 자산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없다. 40%를 훌쩍 넘는 예금자산을 줄이고, 20% 수준에 불과한 투자형 자산의 비중을 늘려보자.
3: 투자형 자산의 30% 이상은 해외자산으로! 투자형 자산에 투자할 때는 해외자산의 비중을 늘려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 우리나라 증시는 전 세계 주식시장의 2%도 안 된다. 국내 종목에만 집중투자하기보다는 글로벌 분산투자의 개념에서 해외 종목을 30% 이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
3: 연금자산은 총자산의 30% 이상으로! 100세 시대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자산은 결국 연금자산이다. 아무리 많이 잡아야 8% 수준에 불과한 연금자산을 최소 총자산의 30%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
◇ By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골든라이프연구센터 황원경 센터장
#9 장기보장자산 마련
장기보장자산 마련을 위한 재무 설계는, 늘어난 노년기에 경제적으로 독립된 노후생활을 고려하는 상황에서 주요 키워드가 될 것이다. 장기보장자산 마련을 위해서는 일정 소득을 제공하는 노후자금기본형성 계획과 인플레이션을 따라가면서 ‘인플레이션+α’의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자산 확대 계획이 필요하다. 노후자금기본형성을 위해 개인형 IRP, 연금보험 등에 대한 이슈가 중요하며, 노후자금자산 확대를 위해 일정 부분 위험을 감수하는 자산관리 전략의 혼용이 필요하다.
*경제활동기 이후 노후생활기 증가: 1985년 13.4년, 2016년 26.8세.
단순히 ‘노후자산관리’라고 뭉뚱그려 말하기엔 은퇴 이후, 즉
#10 '1세대가구형' 생존전략
가구에 대한 개념 변화와 기대수명의 연장, 부모에 대한 부양의식의 약화, 에이징인플레이스(Aging in Place)의 개념 등으로 은퇴 후 1인가구나 부부가구 증가가 예상된다. 전통적 방식의 2세대 이상 가구 유형(부모-자녀 세대)은 감소할 것이다. 특히 재무 설계의 목적을 설정할 때 1인 또는 부부가구 중심의 노후자금준비 목적이 이뤄지도록 반영해야 한다. 이는 1세대가구 생존을 위한 노후자금준비 목표에 대한 재점검과 자산관리 재조정으로 이어진다.
* 부양의식의 변화: 부모부양 부담에 대해 가족의 책임 2002년 70.7%, 2016년 30.6%.
* Aging in Place: 연령, 소득, 능력 수준에 관계없이 자신이 살던 집과 공동체에서 안전하고 자립적으로 살고자 하는 욕구.
PART2. 은퇴 후 시니어 재무 설계 키워드
◇ By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김동엽 상무·은퇴교육센터장
#1 일병식재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수명이 늘어났다고 기뻐할 일만은 아니다. 일본은 75세 이상 고령자 중 30% 이상이 와병 상태에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 나이가 들면 밥보다 약을 더 많이 먹는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늘어난 수명을 병상에서 보내지 않으려면 건강관리에 매진해야 한다. 보통은 아무런 질병이 없을 때 건강을 돌본다는 의미로 ‘무병식재(無病息災)’라는 말이 있지만, 사실 이때는 오히려 자신의 건강을 과신해 별다른 준비를 안 하고 무리하게 된다. 건강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시기는 은퇴하고 나서 체력이 떨어지고 가벼운 질병을 하나 정도 갖게 됐을 때다. 이때부터라도 건강관리에 힘쓰면 장수할 수 있는데, 이를 두고 ‘일병식재(一病息災)’라 한다.
#2 평생월급
은퇴 후 삶의 시기를 크게 3단계로 나눠 정년퇴직 후 부부가 사망할 때까지 받을 수 있는 ‘평생월급’이 얼마나 되는지 살펴야 한다. 1단계는 정년퇴직 이후부터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을 수령할 때까지다. 월급이 끊긴 뒤 공적연금을 받을 때까지의 소득공백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퇴직금과 모아둔 금융자산으로 매달 얼마의 소득을 낼 수 있는지 점검해본다. 2단계는 공적연금수령 기간이다. 부부가 받는 공적연금으로 기본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부족하다면 주택연금을 받는 방법도 고려한다. 3단계는 독거생활 기간이다. 본인이 먼저 사망했을 때와 그 반대의 경우 소득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본다. 이런 점검을 통해 퇴직 후 부부가 사망할 때까지 소득이 얼마나 확보되어 있는지 알아보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며 평생소득을 만들어가야 한다.
#3 딴 지붕 한 가족
자녀들도 나이 든 부모와 함께 살기를 원하지 않지만, 부모도 자녀와 함께 사는 것을 반기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아주 먼 곳에 떨어져 살려고도 하지 않는다. ‘방금 끓인 수프가 식지 않을’ 거리에 떨어져 살면서, 프라이버시는 지키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부모·자식 관계가 일상화되고 있다. 한 지붕 아래서 얼굴을 맞대고 사는 전통적인 가족관계에서 벗어나, 다른 지붕 아래 살면서 보고 싶을 때만 보는 ‘딴 지붕 한 가족’이 보편화되고 있다.
◇ By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조명기 수석연구원
#4 '100세' 보장
민간 건강보험으로 탄탄한 의료비 보장을 해놓은 이가 많다. 그러나 평균수명이 연장돼 100세 시대가 눈앞에 다가오며 과거에 해둔 보장이 불충분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의료비 보장이 80세까지만 되어 있는 경우다. 특히 고령화 후기로 접어들면 간병비도 늘어난다. 이에 100세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 의료비와 간병비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5 '4% 인출' 법칙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그동안 저축한 은퇴자산에서 자금을 찾아 써야 하는 은퇴자가 많아지고 있다. 은퇴자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는 평생토록 소득이 고갈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때 한정된 은퇴자산에서 매년 생활비로 인출할 수 있는 금액을 알려주는 법칙이 있다. 일명 ‘4% 법칙’이라고 하는데, 은퇴 직전 자산의 4%를 기준으로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금액을 더해 인출하면 평생토록 소득이 고갈될 우려가 없다는 법칙이다. 인출하고 남은 은퇴자산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다소 달라지겠지만 은퇴자의 생활비 인출 범위를 대략적으로 가늠하는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다.
#6 버킷 전략
시니어도 젊은 시절에는 자산운용에 할애할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비교적 적극적인 투자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은퇴 이후엔 투자 실패 시 만회할 시간이 부족해 적극적 자산관리를 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자산관리를 소홀히 했다가는 보유한 자산이 생전에 고갈되는 장수 리스크에 빠지게 된다. 이럴 때 은퇴자산을 인출 시기별로 나누어 각각 달리 관리하는 이른바 ‘버킷 전략’을 활용할 수 있다. 올해 당장 써야 할 자금은 현금성 자산으로, 앞으로 10년 이내에 꺼내 쓸 자금은 각각의 인출 시기까지 운용할 수 있는 상품으로 보유한다. 나머지 자산은 향후 10년 이상 운용 가능하게 되어 더 적극적인 투자관리를 할 수 있다. 이 방법을 버킷 전략이라 하는데 최근 외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 By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박 진 소장
#7 장수리스크, ‘일’로 대비하자
오래 살게 되는 상황에 대한 리스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반드시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더라도 사회적 관계와 정신건강 측면에서도 ‘일’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노인 빈곤율이 전 세계 1위이고, 이 중 47%, 즉 둘 중 한 명은 절대빈곤을 겪고 있다. 먹고살기 위해 일해야 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재능기부 등의 일이라도 하면서 지내는 것이 좋다. 물론 이러한 활동이 가계에 도움이 된다면 금상첨화다.
#8 발품을 팔아야 한다
대부분 금융기관에서는 매월 시장의 동향과 좋은 투자 상품 등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한다. 퇴직 후 시간이 여유로운 시니어는 이런 프로그램을 직접 찾아다니며 들어보고, 자신이 거래하고 있는 금융기관의 담당 직원에게 관심을 가져볼 만한 상품에 대해 적극적으로 묻고 정보를 얻어 활용해야 한다. 이때 투자 결정을 할 때는 한 사람에게 들은 정보만을 과신해서는 안 된다. 누군가에게 솔깃한 이야기를 들었다면 그 정보를 같은 기관의 다른 직원이나 타 기관 직원에게 반드시 크로스체크하자.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투자 종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때 담당 직원에게 “왜 올랐나요?”, “왜 떨어졌죠?” 등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물어보는 것이 좋다. 그래야 다음에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을 때 스스로 판단하고 대응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 By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골든라이프연구센터 황원경 센터장
#9 합리적 인출전략
기대수명 연장으로 늘어난 노후생활기, 에이징인플레이스의 확산 등에 따른 새로운 영역의 필요노후자금 등이 발생하면서 합리적 노후자금 인출전략 수립이 중요해졌다. 새로운 자산 증가나 소득 창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 보유한 자산으로 여생을 살아가기 위한 인출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인출전략 수립에 앞서 보유자산 진단, 예상되는 자산 유출 진단, 노후 라이프스타일 결정 등의 과제가 선행되어야 인출전략 수립이 제대로 이루어진다.
#10 은퇴 후 기간 세분화
100세 시대라 할 정도로 기대수명이 증가하고, 노후생활기도 늘어나고 있다. 시니어 재무 설계에 대한 접근이 바뀌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지금까지는 은퇴 후 기간을 하나의 통으로 보고 재무 설계를 추진해왔으나, 이제는 개인의 자산 현황, 활동성 정도, 인생계획 등이 반영된 기간 세분화가 필요하다. 재무 설계는 이러한 분석 아래 시도해야 하며, 아울러 노후자금 인출전략을 세울 때도 주요 자료로 참고해야 한다.
#11 현금 가능한 고정수입 유동화
은퇴는 고정수입 창출에 큰 변화를 발생시킨다. 근로자의 경우 근로소득이, 사업자의 경우 사업소득이 발생하다가, 은퇴 후에는 초기 연금이나 금융자산의 이자소득 등으로 수입이 창출된다. 이후에는 금융자산, 부동산자산 순으로 유동화하여 수입을 창출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가구주 연령 60세 이상 가구에서 부동산자산 비중은 80%에 이른다(2016년 3월 통계청 기준). 이를 노후자금으로 유동화하는 과정은 대부분의 가구가 거치게 될 것이다. 자산 감소와 유동화 시기 점검으로 재무 설계 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시니어에게 재산은 돈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평생 노력해왔음을 증명하는 징표이자 보상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 재산이 거동이 불편해졌을 때, 더 나아가 사망한 후에도 제대로 쓰이길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은 돈을 모으는 일만큼이나 쉽지 않은 과제다. 재산 운용 능력을 잃으면, 나를 위해 쓰이지 않을 수도 있고 자녀 혹은 사위, 며느리에 의해 낭비될 수도 있다. 최근 떠도는 소문에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가상화폐에 투자했다는 젊은이들이 있다는데 남 얘기 같지 않다. 이런 걱정을 덜어주는 제도가 있다. 바로 금융기관에 내 재산 운용을 믿고 맡기는 유산대용신탁이 그것이다.
신탁제도가 대중에게 각인된 계기는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사망을 통해서다. 마이클 잭슨은 가족신탁계약서를 통해 사후에 자신의 유산이 어떻게 운용될지 미리 정해놨다. 이를 통해 사후 유산의 20%는 자선재단에 기부됐고, 장례비, 변호사비 등의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재산은 아내와 세 자녀에게 상속됐다. 계약 내용에 따라 자녀들은 유산을 한 번에 받을 수 없었고 성인이 되고도 한참 후인 30세가 넘어야 일부 상속을 받았다. 계약서상 상속이 완전히 끝나는 시기는 자녀가 40세 되는 생일이었다. 이는 자녀의 삶이 유산으로 망가질까 걱정한 마이클 잭슨의 요구 때문이었다.
유언장 작성보다 절차 간단
신탁에 의한 상속관리는 2012년 개정된 신탁법 제59조 유언대용신탁과 제60조 수익자연속신탁이 도입되면서 시작됐다. 신탁은 말 그대로 믿고 맡긴다는 의미다. 금융기관을 수탁자로 지정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나 부동산, 주식 등을 내가 원하는 대로 운용하게 하는 상품이다. 유언대용신탁은 재산의 수익자와 상속받을 사람을 정하는 신탁으로서, 생전에는 자신을 수익자로 정해 생의 마지막까지 일정한 수입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불효방지신탁’으로 부르기도 했다. 업계에선 2020년이 되면 2조 원 규모로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유언대용신탁 상품은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은행권이 시장을 선점한 형태이며, NH투자증권이나 신영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증권회사들이 은행권을 추격하는 모양새다.
유언장과 신탁 계약은 내 재산을 물려줄 방법을 선택한다는 점에서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은 많이 다르다. 유언장은 상속 이해관계인이 아닌 보증인 2명과 공증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보증인에게 개인 재산 내역이 밝혀지는 것은 유언장 작성 시 가장 껄끄러운 부분 중 하나. 만약 유언 내용을 변경하고 싶다면 똑같은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이에 반해 신탁은 금융기관과의 계약으로 충분하다. 계약 의지와 계약 능력만 있으면 된다.
성용배 법무법인 정앤파트너스 변호사는 “유언장의 경우 사망 이후에 개봉돼 그 효력을 갖기 때문에, 생전에 법적으로 요구되는 절차와 형식을 충족하지 못하는 하자를 인지하지 못해 유언으로서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있고, 공증의 불편함이나 보관 과정에서 위·변조나 분실의 위험도 있다”고 지적하며 “유언대용신탁은 계약의 상대방인 금융기관이 존재하고 생전에 계약에 따른 쌍방의 이행이 이뤄지기 때문에 계약상 하자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있고, 계약서의 분실이나 변경 등의 우려도 적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상속, 치매 후 관리도 해결
유언대용신탁이 최근 관심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골치 아픈 상속 문제의 해결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손주에게 안전하게 재산을 상속하려면 유언대용신탁이 유용하다. 여러 세대에 걸친 수증자 지정도 가능하다. 1차 상속자를 자녀, 2차 상속자를 손자로 지정하는 식의 상속 설계가 가능하다. 유언장의 경우는 다음 세대 수증자 지정만 가능하다.
또 유언에 따라 상속 재산에 차등이 생겨 자녀 간에 분쟁이 생길 우려가 있을 때도 유용하다. 일반적으로 유언이 집행되면 상속인 중 한 명이 상속 집행인이 되는데, 분쟁이 생기면 상속 과정에서 집행인이 고통을 받는다. 그러나 신탁은 집행인의 역할을 대신하기 때문에 상속인끼리의 분쟁 발생 가능성이 낮다.
유산대용신탁의 장점 중 하나는 부동산에 있다. 부동산은 현금에 비해 운용이 쉽지 않고, 분할도 어렵다. 상속자들이 매각을 결정해도 분쟁 발생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시니어의 상당수가 부동산 형태로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상속은 반드시 넘어야 할 숙제다. 신탁 상품은 이런 경우 또 다른 대안이 된다. 부동산의 상속, 증여뿐만 아니라 신축이나 리모델링, 임대위탁관리 등도 가능하다. 특히 해외에 거주하는 자녀에게 부동산 임대 수익을 나눠주고 싶다면 신탁을 고려해보는 것이 좋다.
물론 이런 신탁 상품이 만능은 아니다. 부동산을 신탁하려면 수탁자인 금융기관에 소유권이 이전되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다.
배정식 KEB하나은행 신탁부 리빙트러스트센터장은 “재산을 보전하고 사후 상속하려면 등기이전을 통해 수탁자가 관리하는 형태가 되어야 하는데, 일부 고객은 은행이 마치 내 소유권을 가져가고 마음대로 처분할 것 같은 부담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하며 “신탁은 재산을 맡기는 고객의 요구사항에 맡게 정확하게 관리되고 언제든 해지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고령화에 따른 치매 관련 불안을 해결하는 방편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치매안심신탁 같은 상품이 그것이다. PET-CT와 같은 알츠하이머 진단 장비 개발로 인해 치매 발병의 예측이 상당 부분 가능해지면서 스스로 치매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방법으로 신탁이 활용된다. 치매 발병 전이나 초기에 신탁을 통해 자산관리와 상속설계를 해놓으면 병원비나 간병비, 생활비에 필요한 돈을 은행이 관리하는 방식이다.
이렇듯 치매와 관련한 일반의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KEB하나은행에서 신탁 상품을 위해 대면상담한 고객 중 치매 관련 상품 상담자가 전체의 약 30%를 차지했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12시 땡땡땡’. 고전 속 신데렐라는 자정이 임박하자 허겁지겁 궁을 빠져나간다. 12시를 알리는 종이 울리면 마차는 호박으로 바뀐다. 금융상품도 일몰 시간이 되면 혜택이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 올해 12월 31일은 금융상품의 홍수 속에서도 좀처럼 찾기 힘든 대표적인 절세 상품 중 하나인 해외주식형 비과세 펀드의 막차 운영시간이다. 내년 말이면 ‘만능통장’으로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막차도 떠난다.
막차 시간
2017년 12월 31일
해외주식형 펀드, 3000만원 한도 비과세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박모(58)씨는 추석 연휴 직후 증권사를 찾았다. 오랫동안 국내 주식 투자는 해왔지만, 좀처럼 해외 투자는 못하고 있던 때에 지금이 해외 투자 전용 통장을 만들 적기라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1만원짜리 통장이라도 연내 만들어둬야 앞으로 10년간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고, 분산 투자 관점에서도 해외 주식 투자가 필요해 가입을 서둘렀다”고 말했다.
올해 말로 비과세 혜택이 종료되는 해외주식형 펀드에 ‘막차’ 타기가 한창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출시된 비과세 해외주식형 펀드의 판매 잔고는 지난 8월 2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지난 8월 한 달에만 2179억원이 몰리는 등 올 하반기 들어 자금 유입이 두드러지고 있다.
모든 투자가 그렇듯이, 혜택 종료기간이 임박했다고 ‘묻지 마’ 가입은 외려 실(實)을 부를 수 있다. 그러나 금융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올해가 가기 전에 소액으로라도 비과세 해외주식형 계좌를 만들어둘 것을 적극 추천한다.
비과세 해외주식형 펀드는 해외 투자 비중이 60% 이상인 펀드와 국내에 상장된 해외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할 경우 펀드 매매차익 및 환차익에 붙는 세금을 면제해주는 상품이다.
이 상품은 가입 후 10년 동안 납입 원금 기준 1인당 30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기존 해외 상장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하면 15.4%의 배당소득세를 물어야 한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이사)은 “앞으로 절세 상품은 줄어들고 종합과세 적용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연내 가입하면 향후 10년간 비과세 혜택이 적용되는 해외주식형 펀드는 하반기 가입해야 할 우선 추천 상품”이라고 말했다.
국내 투자자들의 경우 국내 자산 선호 성향이 유별하고, 연령대가 높을수록 특히 해외 투자를 망설이는 경향이 높다. 그러나 글로벌 주식시장 규모의 채 2%가 안 되는 ‘좁은 국내’에 투자를 집중하기보다, 글로벌 차원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 위험을 낮추고 수익을 높이는 분산 투자전략이 될 수 있다.
실제 비과세 해외주식형 펀드 출시 이후 지난 8월 말까지 설정 규모 상위 10개 펀드의 수익률은 13%에서 53% 수준이다. ‘KB통중국고배당증권’이 가장 높은 53.4%를 기록 중이고, ‘피델리티글로벌테크놀로지’는 46.8%다.
이러한 비과세 해외주식형 펀드를 활용하는 효과적인 투자 전략은 한곳에 뭉칫돈을 넣기보다 소액이라도 여러 개의 통장을 만들어두는 것이다. 일단 올해 안에 1만원이라도 넣어 여러 개의 펀드를 만들어둔 뒤 내년부터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추가 납입하는 방식이다. 이를테면 이 상품의 비과세 한도가 3000만원까지이므로, 1만원씩 300만원 한도로 10개의 전용계좌를 개설하는 식이다. 이때 ‘여러 개의 통장’이 강조되는 것은 장기 투자를 고려한 다양한 지역 포트폴리오 구성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홍춘욱 팀장은 “장기적으로 보면 시장이 순환하는 특성상 한 국가에 들어가기보다 선진국, 신흥국 국가에 고루 분산 투자하는 것이 안정적으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3000만원의 비과세 한도는 거액 자산가들에게는 넉넉지 않을 수 있지만, 가족의 경우 개인별 가입이 가능하다. 신동일 KB국민은행 대치역PB센터 부센터장은 “비과세 해외주식형 펀드는 가족이라도 개인별 한도가 적용되므로, 4인 가족이면 최대 1억20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주식 간접투자를 통해 이러한 혜택을 보려면 반드시 기존 해외주식 펀드가 아닌 전용 신규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또한 내년부터는 펀드 종류를 변경하면 혜택을 받을 수 없음을 유의해야 한다.
막차 시간
2018년 12월 31일
개인종합자산관리계, 비과세 한도↑, 수익률 개선
‘만능절세통장’으로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는 지난해 혜성처럼 등장했다. ISA는 한 계좌 안에서 예금과 적금, 채권, 주식 등 각종 금융상품을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데다 절세 혜택까지 부여되는 상품이다. 연간 2000만원, 5년간 최대 1억원까지 다양한 금융상품을 편입할 수 있다. 때문에 금융권의 사전 예약 경쟁이 치열할 정도로 등장 전부터 초미의 관심을 불러일으켰지만, 이내 ‘찻잔 속 태풍’으로 잦아드는 듯했다. 이러한 ISA가 보다 강력하게 업그레이드된다. 이른바 ‘ISA 시즌2’다.
세법개정안에 따라 내년부터 비과세 한도금액이 일반형은 기존 2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서민형(총급여 5000만원 이하 근로자 또는 종합소득 3500만원 이하 사업자)은 종전 25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올라간다. 비과세 초과분은 분리과세(지방소득세 포함 9.9%)가 적용된다.
까다로웠던 중도인출 제한도 유연해진다. 종전에는 5년의 의무가입 기간 동안 퇴직이나 폐업 등의 중대한 사유가 아니면 중도인출이 불가능했지만, 내년부터는 조건 없이 자유롭게 중도인출이 가능해진다. 그동안 저조했던 운용 실적도 최근 개선되고 있어 국민 재테크 상품으로 매력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강우신 IBK기업은행 한남동 WM센터장은 “ISA 안에서 글로벌 주식과 해외채권을 절반씩 섞어 투자하면 일시적 손실은 있어도 중장기적으로 연 5%의 수익은 안정적으로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25개 금융사의 ISA 누적수익률(운용한 지 3개월이 넘은 상품 기준, 일임형)은 평균 6.3%다. 최근 1년간 누적수익률은 4.5% 수준으로, 정기예금보다 3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모델포트폴리오(MP)로 보면 초고위험이 12.69%로 가장 높고 고위험 9.02%, 중위험 5.37%, 저위험 2.95%, 초저위험 1.78%순이다. 위험 성향에 따라 모델포트폴리오를 선택하면 되는데, 고수익 추구형은 그만큼 위험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한 의무가입 기간은 5년이며, 내년 말까지 가입해야 한다. 금융소득종합과세자는 제외된다. 또한 소액이라도 소득이 있어야 가입이 가능해 전업주부 등의 가입은 제한된다.
와인은 역사상 인류가 가장 오래 즐긴 술로 꼽힌다. 최근에는 미국의 사우스플로리다 대학 연구팀이 학술지를 통해 시칠리아 동굴에서 6000년 된 와인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기존 가설보다 3000년이나 앞선 것이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우리 조상들도 일찍부터 와인과 접해왔다. 사료에는 중국 원나라 쿠빌라이 칸이 사위로 삼은 고려 충렬왕에게 포도주를 하사했다는 기록도 나온다. 본격적으로 국내에 와인이 소개된 것은 조선 후기 선교사들을 통해서다. 그런데 오랜 인연에 반해 실생활 속에서 왜 우리 와인은 찾아보기 어려울까. 충북 영동의 한 와이너리를 찾아 우리 와인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재 국산 와인은 충북 영동과 경북 영천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곳 이외에 전북 무주와 경기 포천에도 많은 와이너리가 운영되고 있다. 현재 국내 와이너리는 150여 곳 이상 될 것이라고 업계에선 추산하고 있다.
충북 영동의 대표적 와이너리 중 한 곳으로 꼽히는 컨츄리와인은 3대째 와인을 만들어오고 있는 와이너리다. 컨츄리와인의 시작은 196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 컨츄리와인의 대표 김덕현(金德賢·34)씨의 할아버지인 김문환(金文煥)씨는 일제강점기 미크로네시아로 강제 징용을 떠나게 된다. 한때 스페인의 영토였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지배를 받고 있던 당시 그곳에서 김문환씨는 스페인 병사와 친분을 쌓게 되고 포도와 와인의 매력에 대해 눈을 뜨게 된다. 영화 같은 이야기다. 해방 이후 고향인 영동으로 돌아와 포도농사와 포도로 가양주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 1965년이다.
그리고 그 뜻을 2대 김마정(金摩廷·63)씨가 이어받아 2010년 개인농가로는 최초로 주류제조면허를 취득해 본격적인 와인 생산에 나서게 된다. 현재는 3대인 김덕현씨가 생산과 판매 모두를 책임지고 있다.
한국의 와이너리가 살아가는 법
2대 김마정씨가 혼자 공부해 와인 제조에 뛰어든 독학파라면 3대 김덕현 대표는 정통 학구파라 할 수 있다. 미대를 졸업하고 업계에서 활약하던 디자이너였던 김 대표는 2009년 직장을 그만두고 와인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다. 국내 와인스쿨을 통해 기초를 닦은 후 대학 와인발효·식음료서비스학과에서 다시 공부했다. 소믈리에 자격증도 받았다. 이후 프랑스 보르도부터 LA 나파 밸리, 호주 바로사 밸리 등 와인으로 유명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갔다. 그 국가들 중 컨츄리와인은 어디서 많은 영향을 받았을까. 의외의 답이 나온다. 바로 일본이다.
“일본 와인시장의 80% 정도는 자국산 와인이에요. 그만큼 와인의 품질도 높고, 소비자들도 일본 와인을 인정해주죠. 자국 와인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요. 또 스시와 같은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일본 음식의 파트너로 세계시장에 많이 소개되어서 국제적으로도 알려지기 시작했어요. 그에 반해 우리는 와인시장의 95% 이상이 수입 와인이에요. 국산 와인에 대한 평가도 아직은 낮은 편이고요.”
국산 와인이 외산과 경쟁이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높은 주세(酒稅)에 있다. 수입 와인은 FTA로 인해 관세가 사라져 저가로 유통이 가능하지만, 국산 와인의 경우 ‘전통주’에 속해 높은 주세를 감당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반면에 전통주의 범주에 속한 만큼 갖게 되는 장점이 있다. 바로 온라인 판매의 허용이다. 그동안 전통주는 우체국 등 제한된 곳에서만 온라인 판매가 가능했다. 하지만 국세청 고시 및 주세사무처리규정 개정안이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되면서 온라인 판매가 허용됐다. 실제로 컨츄리와인 역시 포털 쇼핑몰을 통해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온라인 판매가 허용되면서 우리 와인의 주 고객층이 많이 낮아졌어요. 그간 와서 사가시거나 주문해주시는 분들의 연령은 40~50대가 대부분이었거든요. 그런데 온라인 판매가 시작되면서 20~30대 고객이 늘었어요. 입소문을 타서인지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서울 홍대나 강남에서 저희 와인이 식당을 통해 소개된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국산 와인 깔끔한 과일 향이 특징
김 대표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와인의 특징을 깔끔한 과일 향으로 정의한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대표적 포도 품종으로는 캠벨 얼리(Cambel Early)가 있어요. 가장 재배가 많이 되는 품종인데, 과일 향이 무척 강해요. 가볍지만 깔끔한 맛이라서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있어요. 가벼운 디저트와 잘 어울린다고 평가받죠.”
국내 대표 품종인 캠벨 얼리는 수입 와인과 국산 와인 맛의 차이가 나는 가장 큰 요소로 지목된다. 수입 와인에서 많이 쓰이는 품종은 카베르네 쇼비뇽(Cabernet Sauvignon), 피노 누아(Pinot Noir), 시라(Syrah), 메를로(Merlot) 등이 있는데 캠벨보다 타닌 성분이 많아 무겁고 떫은 느낌이 상대적으로 강하다. 오히려 이런 맛의 와인 재료로는 국내에서는 포도(캠벨)보다는 산머루가 꼽힌다.
“캠벨과 산머루 와인 모두 또 하나의 특징을 갖는데 바로 단기숙성에 적합하다는 것이에요. 수입 와인에 비교하자면 갓 만들어진 와인을 즐기는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에 가깝죠. 우리 와인으로 장기숙성을 해보면 어떨까 하고 다양한 시도를 해봤는데, 여러 소믈리에분들이나 와인 애호가분들과 평가를 한 결과 장기숙성엔 맞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어요. 컨츄리와인이 1년산과 2년산만 판매되는 것도 이 때문이에요.”
김 대표는 수입 와인에 비해 갖고 있는 경쟁력으로 안전 식품으로서의 가치를 꼽았다. 와인 역시 우리가 먹고 마시는 음식인 만큼 안심하고 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 와이너리의 경우 첨가물에 대단히 관대한 편이에요. 특히 저가 와인일수록 그렇습니다. 와인이 숙성되는 과정에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산화방지제나 보존제를 많이 쓰죠. 우리 와인의 경우 이런 첨가물을 넣지 않으려고 멸균 작업을 별도로 진행합니다. 파스퇴르 살균법이라고도 불리는 저온 살균법으로 변질을 막고 있어요. 또 포도를 선별하는 과정에서도 철저히 선별하고요. 최종적으로 병입될 때까지 산소와의 접촉을 최소화하다 보니 한 번에 생산할 수 있는 양에도 한계가 있어요. 대량생산 방식과는 거리가 있죠. 그래도 우리의 고집을 알아주시는 애호가들이 꾸준히 찾아주셔서 자긍심을 갖고 와인을 만들고 있습니다.”
▲▲국산 와인의 역사는?▲▲
우리가 직접 와인을 만든 기록은 찾기가 쉽지 않다. 포도를 으깨어 설탕과 소주를 부어 가양주(家釀酒)로 만들어 먹었다는 이야기는 일제강점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해방 이후 공식적인 최초 와인의 재료는 아이러니하게도 포도가 아니라 사과였다. 1967년에 파라다이스 주식회사가 출시한 ‘애플와인 파라다이스’가 그것. 사과의 고장 대구에 공장을 차려놓고 12도의 사과주를 생산한 것이 시작이다.
포도주로는 1968년 주식회사 한국 산토리가 생산한 선리프트 와인·로제 와인·팸포트 와인이 꼽힌다. 이후 한국 산토리는 해태주조로 매각됐다. 1977년에는 토종 기술과 포도로 만든 ‘마주앙’(구 동양맥주·현 롯데주류)이 나오면서 한국 와인 역사에 새 장이 열린다. 1970년대에 정부가 식량 부족을 이유로 곡주보다는 과일주를 장려하는 정책을 펼쳐 한때 와인은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수입 와인이 소개되면서 국내 와인의 위세는 갈수록 떨어졌다.
시절이 하 수상하다.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할 때마다 국내 증시가 빠지고 원화 가치가 추락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 경고음이 울린다. 북핵 외에도 미국 금리인상, 중동 불안, 유럽 부채 등 정치·경제 이슈들이 수시로 국내 자산의 가치를 위협한다. 경제·금융 전문가들은 “자산의 일부(10~30%)는 외화(달러)로 가져가라”고 한목소리를 낸다. 위기 시 자산을 지키기 위한 차선의 방어책이다.
# 제약회사 임원을 지낸 뒤 정년퇴임한 지모(62)씨는 요즘 북핵 관련 뉴스를 들을 때마다 걱정이 앞선다. “혹여나 전쟁이 발발하면 집과 주식의 가치가 사라질까 두렵다”며 “위기를 대비해 안전자산인 금과 달러 매입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 중견기업에 다니는 김모(51)씨는 매월 급여일마다 가슴을 졸인다. 미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학비와 생활비를 송금해야 하는데 환율에 따라 금액이 크게 변동되어서다. 김씨는 “연초에는 5000달러 송금에 약 600만원이 필요했는데, 지난달에는 원·달러 환율이 1130원 수준으로 내려오면서 대략 550만원이 들었다”며 “환율이 떨어질 때마다 꾸준히 달러를 사서 적립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따라 환율이 널뛰기를 하고 있다. 연초 1210원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9월 11일 현재 1130원 수준으로 밀렸다. 우리나라는 ‘신흥국의 자동인출기(ATM)라고 불릴 정도로 유독 조그만 충격에도 자금이 크게 출렁이는 특징이 있다. 작은 폭격에도 충격파가 매우 큰 국내 금융환경에서 생존 자산, 가치보존 자산으로 외화(달러) 자산이 주목받는 이유다.
위기 때 강한 ‘가치보존 자산’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개인 달러화 예금잔액은 105억2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전월보다 5억3000만 달러가 증가했다. 이 중 달러화 예금이 48억4000만 달러가 증가했고, 엔화 예금이 4억7000달러 늘었다.
박해영 하나은행 Club 1 PB센터 PB팀장은 “전쟁을 경험한 어르신 세대는 가격(환율 등)에 상관없이 금과 달러에 관한 매수 문의가 많다”며 “대한민국에 위기가 오면 달러가 제값을 한다는 것을 경험상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전쟁과 같은 극단적 상황이 아니더라도, 국내 자산 가격이 폭락하고 달러 가치가 치솟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은 수시로 반복 재현되고 있다.
실제 북한의 핵실험이 단행될 때마다 코스피지수는 어김없이 하락했다. 환율도 크게 요동쳤다. 6차 북핵 실험이 단행된 9월 3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영업일 대비 달러당 10.20원 상승했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8.04포인트 내려앉았다. 뿐만 아니라 (금리가 오를수록 가치가 떨어지는) 국고채 3년물의 금리는 0.04%포인트 상승 마감해 주식과 원화, 채권 가치가 동시에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를 기록했다.
비단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만이 국내 자산의 가치를 위협하는 요인이 아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유럽 부채 문제, G2(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 등 끊임없이 불거지는 대내외적 불안 요인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한국 경제가 구조적으로 위기에 취약한 허약체질이어서 국내 주식, 채권, 부동산 등의 분산투자뿐 아니라 ‘통화분산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장호준 SC제일은행 자산관리본부 전무는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금융 선진국 투자자들은 자산의 40% 정도를 달러 등의 해외 통화로 보유하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대개 연수나 여행 목적으로 외화를 매입하는 수준으로 그 비율이 자산의 5% 이하에 그치고 있다”며 “자산 포트폴리오의 통화 다변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달러화 등을 자산 포트폴리오에 넣으면 위기상황에 급락할 위험이 있는 원화 자산의 실질적인 가치를 상당 부분 보전할 수 있고, 상황에 따라 수익을 낼 수 있다. 오세준 알펜루트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저서 에서 원·달러 환율의 높은 변동성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오히려 ‘축복’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에 보릿고개가 찾아왔던 1997년 외환위기(IMF)로 되돌아간다고 가정해보자. 코스피지수는 역대 최저치인 280선까지 밀렸고, 부동산시장도 폭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종전 900원을 밑돌다 순식간에 1900원대 중반까지 치솟았다. 만일 이때 달러를 보유하고 있었다면, 가치가 급등한 달러를 팔아 국내 주식과 부동산을 헐값에 사들여 경제 회복 후 막대한 차익을 얻었을 것이다.
통화분산, 달러 외에는 대안이 없나
부침이 심한 국내 자산의 국제적 실질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통화분산은 다양한 통화에 이뤄질수록 효과적이다. 그러나 통화시장에서 미국 달러화는 기축통화로서 단연 독보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달러의 역습이다.
이민구 한국씨티은행 WM상품부 부장은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위기의 원인은 미국에 있었지만 미국 달러화의 가치는 더 치솟았다”며 “불확실한 금융환경에서는 안전자산으로 금이 우선 주목받지만, 진짜 위기가 오면 달러가 상승한다”고 말했다.
미국 달러 외 통화분산 차원에서 주로 고려되는 통화는 현재 일본 엔화, 유로화, 중국 위안화 등이다. 신동일 KB국민은행 대치역 PB센터 부센터장은 “자산가들이 통화분산 차원에서 주목하는 통화는 단연 미국 달러화로, 외화 거래의 70~80%가 미국 달러화에 집중되고 있으며 일부 위안화나 엔화 등도 매입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중국이 미국을 위협하는 강대국으로 빠르게 성장 중이지만, 위안화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게 중론이다. 이민구 부장은 “미국 달러화의 가치는 시장에 의해 결정되지만, 중국 위안화는 펀더멘털(기초체력)에 상관없이 중국 정부의 정책에 의해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 안전자산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달러화에 비해 위안화나 엔화, 유로화 등으로 투자할 곳은 제한적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