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에 선발 되면 해당 국가로 파견된 후 1년마다 컨펌을 받는다. 그래서 1년 있다가 오는 사람도 있고, 2년 있다가 오는 사람도 있다. 최장 활동기간은 3년이다. 윤희식 선문대학교 글로벌소프트웨어학과 부교수도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원’으로 활동했다. 작년 말 그는 네팔에서 ICT 분야 자문 업무를 보면서 3년의 활동기간을 꽉 채우고 귀국했다. 그에게 자문단의 롤과 네팔에서의 삶, 그리고 자문단원으로서의 마음가짐에 대해 물어봤다.
“NIPA 자문단원 활동이 끝난 후에도 뒷정리하며 왔다 갔다 했는데 우연한 기회에 선문대학교에서 불러주셔서 주저앉았죠.(웃음) 올 3월부터 글로벌소프트웨어학과 부교수가 됐고 아직 적응기간이에요.”
2012년 무렵 해외 봉사활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던 윤 교수는 관련 계획을 세워놓고 지내다 2015년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원’에 지원했다. 탈락하는 건 아닌가 하고 걱정도 했단다.
“HP와 CJ에서 근무하고 대학에서 좀 있다가 퇴직한 후 다른 쪽 활동을 한번 해보면 어떨까 하던 차에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고 해서, 잘됐다 하고 지원했어요. 그런데 인터뷰할 때 보니까 50대 중반인 제가 막내였어요. 특히 동남아는 지리적으로 가까워서 그런지 경쟁도 심해 내가 스펙이 안 될 수도 있겠구나 했죠.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렇다면 자신이 선발된 이유를 알고 있을까? 그는 자신의 의지를 나름의 강점으로 꼽았다.
“요새는 머릿속에 있는 지식보다 지식이 어디 있는지가 중요하죠. 그래서 노하우(Know-how)라고 안 하고 노웨어(Know-where)라고 하잖아요? 저는 그런 쪽 경험도 있고 네트워크도 있어 커리어적 강점이 된 것 같아요. 그 외 부족한 부분은 내 의지로 끌고 가겠다고 다짐한 게 좋은 결과로 나온 것 같습니다.”
부족한 부분은 의지로 메꾼다
윤 교수가 네팔에서 한 일들의 우선순위는 첫 번째가 정부의 거버먼트 마스터플랜 수립이었고 두 번째는 재난복구센터(DRC)의 구축이었다. 그 외 강의 등 소소한 일들이 더 있었다. 주말에는 요가학원을 다니고 근처 네팔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고 한다. 그는 두 번째 프로젝트인 DRC의 구축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귀국해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봉사활동은 아니었지만 열심히 기여하고자 했어요. 그리고 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시야가 넓어지고 마음의 폭이랄까, 여유가 생기는 걸 느꼈어요. 남자가 군대 갔다 오면 두세 달 정도는 철든다고 하던데 그런 느낌?”
그는 프로젝트를 완수하지 못한 게 아쉽지만 자문단원은 자문단원일 뿐이지 그 안에 들어가서 ‘지지고 볶을 수는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이삼 년 지나면서 그들에게 같은 얘기를 해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걸 알고 그 노하우를 살릴 수 있었다.
그가 자신의 ‘노하우’로 네팔에서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었는지는 인터뷰를 하면서 확인되었다. 그와 같이 일했던 네팔인들이 카카오톡으로 계속 메시지를 보내는 통에 인터뷰가 잠깐 중단될 정도였다. 네팔에서의 삶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자문단원의 최고 덕목은 ‘함께하는 것’
네팔에서 가장 힘들었던 일을 묻자 그는 곧바로 ‘없었다’고 대답한다. 식사나 건강관리도 큰 문제가 없었다고 말한다. 이런 긍정적인 마인드는 삶에 대한 그의 태도에서 자연스럽게 배어나온 것이라 생각됐다.
“해외에 나가 활동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면 음식 문제 정도는 감수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그것도 다 경험이고 배우는 일이니까요. 물론 식당이 더러워서 물티슈로 닦아야 하긴 했어요.(웃음) 네팔은 ‘달밧’ 요리가 주식인데 먹는 데는 별 무리가 없었어요. 오히려 귀국 후 그 음식이 생각나 수원에 있는 네팔 식당에 가서 먹었어요. 그런데 맛이 좀 다른 거 같더라고요.(웃음)”
그는 네팔 문화를 적극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노력했다. 당연히 자문단원으로서의 최고 덕목도 ‘흡수되고, 함께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어떤 분 말씀을 들어보면 ‘나는 고참이고 그들은 젊은 친구들이다, 나는 잘사는 나라에서 왔다’며 그 나라 사람을 깔보는 게 있어요. 이런 태도는 결국 자신한테 손해예요. 내가 아무리 잘났다고 생각해도 남이 알아줘야 진짜로 인정받을 수 있는 거니까요. 특히 자문단은 개도국 실무진들의 평가가 중요해요. 그래야 같이 일할 수 있어요. 저는 먼저 그들과 동화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저절로 겸손해질 수밖에 없더군요.”
10여 년간의 성과, 정리하면 혁신 전략 나올 것
윤 교수는 “일하는 게 쉬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울러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원으로서 애정을 담아, 지난 10여 년간의 국가별 성과와 자문단원의 효과적 활용에 대해 주목해볼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국가별로 쌓인 자료들이 있는데 잘 활용되지 않고 있는 것 같아 너무 아까워요. 콘퍼런스 등의 성과물을 가시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보는 거죠. 그리고 진심 어린 봉사에 열정적인 사람들이 있어요. 그들에 대한 발굴과 대우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윤 교수는 건강과 언어에 문제가 없다면 NIPA 자문단에 꼭 도전해서 성취감을 얻고 시야를 넓히는 기회를 가져보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우리나라가 국제 사회로부터 존경받고 품격 있는 나라로 가기 위한 긴 여정에서, 자신이 담당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NIPA 자문단을 하면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자부했다.
하반기 신청은 월드프렌즈NIPA자문단의 공식 홈페이지(senior.nipa.kr)에서 하면 된다. 만 50세 이상의 퇴직(예정)자로 정보통신, 산업기술, 에너지자원, 무역투자, 지역발전 등 5개 파견 분야에서 10년 이상 또는 이에 상응하는 경력이 있다면 지원이 가능하다. 서류 및 면접심사를 거쳐 선발하며, 개도국 정부나 공공기관에 파견돼 1년간 자문단원 활동을 하게 된다. 평가에 따라 최대 3년까지 활동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