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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나리 아줌마’ 옥금 씨, 신바람 났다!
- 그녀가 들려주는 얘기의 톤도 내용도 화창하다. 꽃 핀 개나리처럼 밝다. 전공은 미나리 농사. 청초하기로 개나리에 맞먹을 미나리와 자신이 딱 닮았단다. 미나리의 억센 생명력, 그걸 집어 자신의 정신적 초상으로 여기는 거다. 미나리의 초록처럼 싱그러운 시절은 아쉽게도 이미 몸에서 떠났다. 그러나 이옥금(62) 씨가 누리는 귀농생활은 베어낸 자리에 다시 싹눈이 돋는 미나리처럼 싱싱하다. 농사란 정한(情恨)의 사업이다. 흠뻑 정을 쏟아도 일쑤 허무한 결산이 돌아오는 게 농사이니까. 그러나 미나리 농군 옥금 씨는 구슬피 우는 일 한 번 없이 쾌속 직진했다. 미나리 농사를 시작한 첫해부터 오붓한 결산을 봤으며, 지금까지 줄곧 그래왔으며, 앞으로도 거침없이 질주할 게 빤하다는 게 아닌가. ‘뭐시라? 그럼 나도 미나리 농사에 뛰어들어볼까나!’ 이렇게 솔깃해하며 미나리를 믿고 귀농에 용기를 내는 이가 있다면 그는 머잖아 싱긋 웃을지도 모른다. 썩 유능한 작목을 선택했다는 안도감으로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옥금 씨의 믿을 만한 귀띔에 따르면, 개중에 유망하면서도 수월한 게 미나리 농사라는 게 아닌가. 물론, 남의 흉내만으로 덩달아 성취할 수는 없는 게 농사다. 야무진 자립 의지와 노력, 그리고 속 깊은 꾀주머니가 필요하다. 행운을 배달하느라 늘 업무에 바쁘신 천사의 내방도 필요하다. 여하튼 농사 초보자에게 미나리만큼 대견한 작물이 다시없다는 게 옥금 씨가 주는 금쪽같은 힌트다. 그녀 자신이 일련의 성취를 이룬 본이라는 자부심도 크다. 미나리 연간 매출액 약 7000만 원 흔히 남편의 근사하고도 집요한 꼬드김에 따라 부부 귀농이 이루어진다. 옥금 씨의 경우는 달랐다. 옥금 씨가 먼저 남편 정덕근(69) 씨를 유인했다. 아마도 신혼 첫 밤의 속삭임처럼 자못 감미로운 유혹이지 않았을까. 지루한 서울 생활을 접고 시골에서 자연을 즐기며 인간의 고유한 의무인 평온한 삶을 구가하자, 피로에 찌든 두 사람의 영혼에 생기를 부여해보자는 요지의 제안을 했던 모양이다. 거기엔 아무런 먹구름이 없었다. 해서, 은퇴 이후의 나날을 다소 따분하게 보냈던 덕근 씨는 노년의 신세계가 멋들어지게 펼쳐질 것을 기대하며 마침내 아내와 함께 시골로 내려온 것이다. 저 멀지 않은 곳에서 희양산의 우뚝한 바위 봉우리가 눈부신 빛을 뿜는 경북 문경군 가은읍의 변두리께 시골로. 그게 10년 전의 일이었다. “제가 원래 여행을 좋아했어요. 문경으로 귀농한 것도 여행 중에 만난 문경 산수에 반한 호감 때문이었지요. 명산이 많아 어딜 보나 아름다운 지역이니까요. ‘문경’(聞慶), 즉 ‘기쁜 소식을 듣는다’는 지명의 뜻도 아주 기분 좋더라고요.” “귀농하자마자 미나리 농사를 시작했나요?” “처음 한동안은 오미자 농사를 했어요. 오미자가 문경의 명산물이거든요. 지역의 대세를 따랐던 셈이죠. 그런데 전지(剪枝) 작업을 비롯해 모든 게 너무 힘들었어요. 특히나 부부 둘 다 키가 작아 오미자 덩굴을 지지대 위에 올려주는 작업이 엄청 힘들더군요. 남편의 불평불만마저 심해져 자칫하면 이혼 법정에 설 것 같은 상황이기도 했어요.(웃음) 이래저래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미나리로 바꿨지요.” 미나리엔 두 종류가 있다. 물속에서 길러 뿌리째 생산하는 물미나리와, 밭에다 재배해 잎자루를 수확하는 밭미나리. 옥금 씨는 비닐하우스를 지어 밭미나리를 기른다. 경지 면적은 1200평. 그간의 연간 매출은 평균 6000만~7000만 원이며 이것의 70%가 순소득이란다. 미나리 재배 첫해부터 이런 수준의 성과를 거두었다니 놀랍다. 더욱 기똥찬 건 연중 작업기간이 다만 두어 달이라는 점. “미나리 농사의 매력은 한둘이 아니에요. 우선은 첫해부터 수익 발생이 가능하다는 점이지요. 생산까지의 작업 과정도 단순하고, 다년초라서 한 번 심으면 과수처럼 해를 이어 계속 수확이 됩니다. 농약이나 농기계가 필요한 일도 아니고요.” “연중 작업기간이 불과 두어 달이라 했죠? 그 이상은 생산이 어려운가요?” “연중 생산이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늦겨울과 초봄 사이 두어 달만 집중해도 채산성이 좋기에 그리 하고 있어요. 이 시기엔 잡초도 거의 없어 일이 한결 쉽지요.” “판로 문제는? 생산이 쉽더라도 판매조차 쉽지는 않을 텐데요?” “그게 가장 중요한 대목이죠. 즙으로 가공하지 않는 한 저장 판매가 불가능해 생물로 즉시 팔아야 하는 게 미나리이니까. 저는 밭을 살 때 일부러 차량 내왕이 많은 도로변을 택했어요. 관광지구 문경을 드나드는 관광객들이 직접 재배 현장을 구경하고 시식까지 겸할 수 있도록 찻길 가에 간이식당이 딸린 농장을 조성한 게 주효했지요. 지인들을 통한 택배 판매나 SNS 마케팅도 겸해왔지만 현장 판매가 참 재미있어요. 주말이면 허리에 찬 전대가 순식간에 불룩해지던걸요.(웃음)”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밤낮없이 식은땀을 흘리기 쉬운 게 농사다. 물정에 어두운 귀농인의 시련은 더 자심할 수밖에 없다. ‘하이고, 이건 뭐 모래성을 쌓는 거 아녀?’ 그런 푸념이 푸짐하게 터져 나올 수 있는 것. 하지만 옥금 씨는 까딱없다. 오미자로 초기에 잠시 죽을 쑨 것 외엔 순풍을 만난 돛배처럼 길찬 행보를 거듭해왔다. 이게 오로지 자력으로 이뤄진 것만은 아니란다. 지자체 공무원들이 적극 거들어준 대목이 많다는 게 아닌가. 멘토를 붙여주고 판로를 함께 모색하는 식으로. 올봄부터는 관에서 주도하는 ‘문경 미나리삼겹살 식당 단지’에 미나리를 납품할 예정이며, 공급 물량의 지속을 위해 미나리를 연중 생산할 계획이다. “사견이지만, 제가 파악하기로는 전국의 미나리 농가들이 대체로 안정적인 운영을 하는 것 같아요. 경북 청도군에 이어 미나리 농업 특화지구로 부상하고 있는 문경군으로 귀농한 건 행운이었지요. 애초 농사에 전념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정말 재미있게 빠져들었어요. 귀농 이후 할일이 많아졌지, 사귄 사람 많아졌지, 갈 곳과 오라는 곳 많아졌지, 이모저모 즐거워요.” 고충은 낙관적 근성으로 해결했다 신바람 났다, 옥금 씨. 예상하지 못한 고난으로 어혈이 든 심정으로 헤매기 쉬운 게 귀농생활. 그러나 그녀에겐 무관한 얘기다. 두루두루 즐거운 일 속에서 활갯짓하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만족과 기쁨을 느낀다는 게 아닌가. 이는 옥금 씨가 몹시 사랑해 마지않는 희양산의 정기를 받은 덕택이라기보다는, 그녀 자신이 스스로 기른 활달한 기상의 정기를 받은 덕이라 봐야 할 것 같다. 타고난 근면성, 낙관적인 근성, 거침없는 사교성을 겸비했으니, 한마디로 어느 물에 던져놔도 물방개처럼 능숙히 활개칠 성향이지 않겠는가. 게다가 딱 부러지게 대찬 투지마저 타고났다. 귀농 초기, 그녀는 여기저기서 몇 번 맞붙었단다. “귀농인들에게 던지는 눈초리부터 차가운 게 시골 분위기입니다. 초기에 저는 세 차례 들었다 놨다, 원주민들과 싸워 이겼어요. 한번은 공무원들과도 싸웠지요. 농지원부 관련 일처리에 너무도 미온적이라 분통을 터트렸던 건데, 누가 그러더라고요, 일단 책상을 탕탕 치며 ‘면장 나오라고 해!’라고 버럭버럭 고함을 치라고요. 그래 그대로 했더니 비로소 태도를 바꾸더라고요.(웃음)” “원주민 한 사람과 싸우고 나면 마을 전체가 돌아앉을 수 있지요. 미운 털이 박힐 걱정은 하지 않으셨나?(웃음)” “통과의례를 피할 수는 없지요. 충돌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하는 긍정적 관계의 조성을 앞당겼다고 봐요. 뭐 사실, 저의 단점은 인정합니다. 매사 너무 적극적이라는 거!” “문경군 귀농귀촌협의회장으로도 활동했죠? 조용하고 한가한 시골 생활을 계획했던 처음의 구상과 다른 방향으로 살아온 셈인가요?” “별안간 방향이 달라진 게 사실이지요. 그런데 일이 즐거워 집 안에만 박혀 있긴 힘들더라고요. 이왕 시골에 온 김에 남들과 어울려 더 즐겁고 더 보람찬 일을 찾아 해보고 싶다는 욕구를 누를 수가 없어서.” “나만의 이익이 아니라 남들의 유익까지 생각했다는?” “남들에게도 득이 되는 일이 결국은 저 자신에게 보람으로 돌아오는 거 아니겠어요? 저는 지인들이 일손을 필요로 할 경우엔 무조건 달려갑니다. 불편하고 험한 일에 더 큰 흥미를 느끼는 게 저의 특질이기도 해요. 예전엔 혼자 떠나는 배낭여행을 자주 했는데 그때에도 주로 오지를 누볐지요. 그런 여행이 삶의 본질 같은 걸 사색하게 하니까.” 귀농을 통해 자연 속에 살다 보니 이젠 딱히 여행 충동을 느끼지도 못한단다. 가만히 바라보면 주변의 자연 풍경이 경이로워 이미 이색이며 충분한 사색의 재료이기 때문에. “삶의 본질? 그걸 뭐라고 보죠?” “황량하고 쓸쓸한 게 인생의 본질 같아요. 그러나 다 긍정하고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것. 가급적 재미있게 살아야겠다는 것. 그런 걸 자주 생각해요. 제가 한번은 국수집을 차려 즐거웠어요. 문경 아줌마들이 모이는 수다방을 만들고 싶어 한 그릇 가격을 3000원으로 정해 문턱을 낮췄지요. 그런데 이게 대박이 났어요. 어휴, 남녀노소 손님이 어찌나 많던지 남편의 원성이 하늘에 뻗치던걸요.” “박수가 아니라 원성이?” “일을 거들던 남편이 질려 나가떨어진 겁니다. ‘이거야 원, 농사도 힘들어 죽을 맛인데 내가 국수까지 말아야 하느냐? 이젠 정말 못 살겠다!’ 그런 비명을 지른 거예요. 냉큼 가게를 접었지요. 하하하!” 투덜이 남편은 하나뿐인 길벗 옥에 티라 할까. 옥금 씨의 미끈한 시골생활에도 폐단이 있다. 남편과 앙앙불락 실랑이가 잦았으니 말이다. 이는 사실 간단한 ‘티’가 아니라 토네이도의 전조일 수 있었지만 용한 곡예로 어렵사리 넘어온 것 같다. 내외는 한집에 살면서도 3년째 별거하고 있다. 옥금 씨는 안채에, 덕근 씨는 별채에. 이렇게 소가 닭 보듯이 사는 게 서로 속 편하단다. 규격화된 부부 시스템에서 진취적으로 벗어나 호젓하게 개체의 인권과 자유를 누리기에. 용무가 있을 때면 상대의 주둔지로 면회를 가겠지. 영치금을 넣어주듯이 간간이 풍미 넘치는 별식을 넣어줄지도 모르겠다. 잠이야 창문을 톡톡 두드리는 달빛이 있으니 한 이불을 덮지 않아도 될 테지. 아직 불후의 저작을 내지는 못했지만 옥금 씨는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해 시(詩)로 등단도 했다. 덕근 씨는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에서 항공교통관제 공무원으로 35년을 근무하다 퇴직했다. 사회와 이웃을 교란한 적 없는 이 무고한 사람들은 제각각 억울하다고 하늘에 대고 탄원서를 쓴다. 할 만한 일이라는 일은 모두 찾아 나를 쏟아 부음으로써 명랑 사회 건설에 이바지하는 게 무슨 죄냐고 옥금 씨는 툴툴거린다. 반면, 덕근 씨는 무슨 억하심정으로 날이면 날마다 나를 일에 처박아 골병들게 하느냐고 투덜거린다. 그것도 ‘무보수 명예직’으로 말이다. 덕근 씨는 괜스레 아내의 꾐에 코 꿰여 애초 기대했던 시골이라는 낙원은커녕, 만고에 허무한 지옥에 풍덩 빠졌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씩 웃으면 해맑은 표정이 드러나는 이 순둥이 남자는 낙원을 찾아 모퉁이를 돌다가 왕퉁이 벌에게 쏘인 격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옥금 씨는 고고싱! 어디까지나 직진이다. 인생이란 저마다 외로운 별처럼 홀로 광을 내야만 하는 고독 드라마가 아니고 뭐란 말인가. “제가 이젠 남편을 완전 포기했어요. 남편 역시 저를 도저히 뜯어고칠 수 없는 여자라는 걸 명석하게 알아차린 것 같아요.(웃음) 그러자 살짝 평화로운 분위기가 감돌아요. 연민이라 하나? 그런 감정도 생기고요. 알고 보면 남편이 엄청 착한 사람이거든요.” 유유상종할 게 드문 연이라는 걸 귀농하고서야 알았단다. 그러나 근 한평생을 동행한 남편이란 앞에도 없었고 뒤에도 오지 않을 하나뿐인 길벗. 그걸 인정하고 이젠 연민으로 남편을 보듬을 생각인 것 같다. 그러나 옥금 씨의 머릿속에는 지금도 일 생각으로 꽉 차 있다. “이 좋은 시골을 놔두고 왜 아비규환 같은 도시에서들 살까요? 요즘 저는 어떻게 해서든 도시 주부들을 한 트럭씩 실어다 1주일이라도 시골 체험을 하게 할 생각에 골몰해 있어요. 귀농을 유도하기 위해.” 이옥금 씨가 주는 Tip •시골에서 살고 싶다면 주저 없이 용기를 내라. 이것저것 재다 보면 세월만 축난다. 어떻게든 기어이 살아남겠다는 결심이면 길이 열린다. •시골에 으리으리한 집을 짓지 말자. 이웃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뿐만 아니라 나중에 팔기도 어렵다. •사전에 잠깐이라도 살아보고 귀농지를 결정하자. 농사는 지역 환경이 중요 변수이니까. •유아독존할 게 아니라면 경치 좋다고 깊은 산중에 올라가 살지 마라. 눈길이나 빗길에 구르기 십상이다. 3년쯤 지나면 다 내려온다. 좋은 경치야 슬슬 근방을 찾아다니며 즐기면 된다. >>박원식 소설가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와 동대학원 졸업. 광주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오랫동안 자연과 문화에 관한 글을 써왔다. 사람이든 자연이든 대상을 좋아할수록 아득해지는 미스터리가 늘 그를 궁리하게 만든다. 격물치지(格物致知)의 안목을 얻는 일의 요원함을 실감한다. 그가 즐기는 것은 산촌의 적막, 암자의 풍경소리, 낯선 여행지의 선술집, 우연한 만남 등이다. ‘천년 산행’, ‘암자에서 듣다’, ‘산골로 간 예술가’ 등의 저서가 있다.
- 2020-02-03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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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의 강남’ 가능성··· 여전할까
- 한강변의 노른자위 땅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중 한 곳인 성동구. 그리고 성동구의 중심지가 된 ‘성수동’. 서울숲공원과 최고급 주상복합단지 호재에 강남 접근성까지 갖춘 성수동 상권의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높을까.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작은 골목에 공장들과 자동차공업사들이 들어선 준공업지역이다. 하지만 서울숲공원이 인접한 데다 강남 접근성이 좋고 지하철 2호선(뚝섬역·성수역)과 분당선(서울숲역)이 지나는 더블역세권이라는 장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 최고급 주상복합건물의 등장과 기존 수제화거리, 카페거리, 갈비골목으로 몰리는 수요를 등에 업고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긍정적인 요인만 있는 건 아니다. 아파트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한 정부 규제와 치솟는 임대료는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부분이다. 또 새로운 상권이 기존 상권을 몰아내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부작용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높다지만 실제 모습을 살펴보기 위해 성수동을 찾아봤다. 예술과 문화가 있는 ‘성수동’ 1970년대부터 주택단지가 형성된 성수동은 현재 도로 폭과 주차 등이 열악한 편이지만 동서남북으로 골목이 정돈돼 실용적이며 편안한 느낌을 준다. 교육재단 등이 공익문화사업에 기여하고 있으며 혁신을 거듭하는 창의적인 젊은이들의 사회적기업이 정착했다. 유명 영화사와 스튜디오, 갤러리, 디자인, 공방 등 문화공간이 들어오면서 예술적 가치를 품었다. 길을 따라 상권이 형성되는 것은 아니며 지역 전체(Sector)가 예술문화지역(Zone)로 변모하는 형태라 다른 지역과 확연히 구별된다. 특히 서울숲공원은 면적 43만 ㎡에서 60만 ㎡로 40% 정도 확장될 전망이라 주목할 만하다. 서울시는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에 중랑천 둔치와 이어지는 수변문화공원을 조성하고 인근에 위치한 승마장터와 뚝섬유수지는 생태숲 등 자연녹지로 꾸밀 예정이다. 삼표레미콘 공장 이전이 2022년 6월까지 진행되는 만큼 가능한 구역부터 단계적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또 이 지역은 압구정 청담동 등 강남 업무 중심지를 마주하고 있다. 또 지하철을 이용하면 분당선 서울숲역에서 5정거장 거리에 선릉역이 있고 2호선 뚝섬역이나 성수역에서 5~6정거장 거리에 잠실역이 있어 앞으로 더욱 진화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성수동=부촌’으로 거듭나다 성공한 사업가나 연예인 등 유명인이 꼬마빌딩이나 아파트를 사들이는 것도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미스지콜렉션의 패션디자이너 지춘희와 가수 지코, 배우 권상우, 이시영 등이 성수동에 위치한 빌딩을 매입했다. 분양가가 40억 원이 넘어 화제가 된 갤러리아포레는 배우 김수현과 유아인, 가수 지드래곤 등이 거주하고, 204㎡가 33억 원 정도 하는 트리마제에는 가수 써니와 김재중, 김희철 등 유명 연예인이 살고 있어 ‘성수동=부촌’ 이미지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최고급 주상복합단지의 등장은 확실한 호재로 나타났다. 한강이 보이는 지상 45층, 230가구 규모의 갤러리아포레와 지상 47층, 76가구 규모의 트리마제는 현재 서울시의 일반 주거지역이 35층으로 제한된 상황에서 오히려 혜택을 본 경우다. 갤러리아포레와 트리마제뿐만이 아니다. 앞으로 지상 49층, 280가구 규모의 아크로서울포레스트가 2021년 입주를 시작한다. 또 지상 49층, 340가구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와 5성급 호텔 1개 동을 짓고 있다. 초고층은 아니지만 지상 20층, 292가구 규모로 재건축할 예정인 장미아파트도 지역 발전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지식산업센터와 동반성장 중 새로운 환경이 조성되면서 상업시설도 덩달아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시가 성수동 일대를 지식산업센터 등 정보기술(IT) 산업개발진흥지구로 지정하면서 첨단산업을 비롯해 스타트업 기업들의 입주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덕분에 인근 뚝섬 상업시설과 성수지구 전략정비사업 등의 개발호재도 갖춰 성수동의 가치가 높아질 전망이다. 현재 성수동에는 코오롱디지털타워, 한라시그마밸리 등이 있으며 앞으로 프리미엄 첨단 지식산업센터 ‘성수동 선명스퀘어’가 들어설 예정이다. 지식산업센터는 IT 관련 산업을 기반으로 한 일종의 아파트형 공장이다. 일반적으로 지식산업센터 한 곳이 들어서면 최고 1000명 이상의 임직원이 상주하게 돼 인근 상권에 호재로 작용한다. 임대료 상승이 가파른 이유는? 다만 성수동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가치를 판단하고 접근해야 한다. 이 지역이 임대료 상승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주택이나 상가의 임대인은 월세를 더 올려주겠다는 임차인들의 제안에 스스로 차임을 올렸고, 뜬다는 지역을 잘 아는 건물의 매입자는 소위 뜬 지역의 임대료 기준을 그대로 적용했다. 게다가 주변 임대인들도 덩달아 임대료를 높게 책정하는 비정상적이고 복잡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시설비, 영업비 등 권리금도 문제다. 테이크아웃, 커피, 디저트, 공방 등을 차린 임차인들은 나중에 권리금 등이 상승해 큰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어 가격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성수동은 젠트리피케이션 부작용을 앓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본래 낙후된 지역에 새로운 문화 또는 상권이 생기며 지역 경기가 활성화되는 현상인데, 이로 인해 지역의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기존 자영업자들의 ‘둥지 내몰림’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수제화거리 떠나는 ‘구두 장인’ 성수동의 수제화거리는 과거엔 외부인의 왕래가 뜸한 지역이었지만 현재는 많은 사람이 오가는 핫플레이스로 변신했다. 교통편도 좋고 먹거리도 두루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 지역은 임대료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기존 점포의 이탈을 초래하고 있다. 보증금과 월세, 특히 권리금이 오르면서 몇몇 수제화 점포가 부담을 견디지 못해 다른 지역으로 밀려나가고 있는 상황.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아직은 수제화 점포가 많이 남아 있지만 아무래도 시간이 지나면 부담에 치인 점포들이 빠져나가 수제화거리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수제화거리는 5년 전, 33㎡ 기준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100만 원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보증금 2000만 원에 월세 120만 원 수준으로 상승했다. 특히 권리금이 많이 올랐다. 5년 전에는 1500만 원 수준이었는데 현재는 4000만 원 정도가 보통이고 많게는 5000만~7000만 원 하는 곳도 있다. 폐공장으로 번진 ‘권리금’ 진통 카페거리도 마찬가지다. 이 지역의 카페는 폐공장과 창고였기 때문에 5년 전만 해도 권리금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곳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아주 가끔 권리금이 없는 곳이 나오긴 하지만 곧바로 임차인이 나타나기 때문에 구하기가 어렵다”며 “보증금과 임대료도 수제화거리처럼 최근 몇 년 사이에 많이 오른 상태”라고 말했다. 카페거리는 젊은 예술가들이 문을 닫은 공장이나 창고를 활용해 만든 새로운 공간이다. 대표적으로 대림창고가 꼽힌다. 공연과 전시회를 여는 등 새로운 시도로 주목받고 있는 공간이다. 이외에도 폐공장과 창고를 활용한 색다른 카페가 많아 외부인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 상가정보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성수동 카페거리 일평균 유동인구는 9만6492명으로 월평균 약 300만 명이 성수동 카페거리를 찾는다. 같은 시기 카페거리의 평균 매출은 3113만 원. 유사 업종 11월 평균 매출 2155만 원에 비해 958만 원가량 더 많은 셈이다. 수요 몰리자 갈비골목도 ‘시끌’ 갈비골목도 임대료 상승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 갈비골목은 1980년대부터 인기를 끈 먹자골목이다. 한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기도 했지만 서울숲공원과 최고급 주상복합단지가 들어서면서 다시 몰리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미국에서 넘어온 커피전문점 블루보틀 1호점과 아모레퍼시픽의 체험공간인 ‘아모레성수’가 들어서면서 20~30대 수요까지 끌어안았다. 하지만 이곳 역시 수제화거리나 카페거리와 다르지 않았다. C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지난해 59㎡ 갈비가게 점포가 보증금 6000만 원에 월세 500만 원 수준이었는데 요즘엔 물건이 별로 없다”며 “게다가 권리금은 내부 시설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많게는 1억 원을 호가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성수동은 몇 년 전부터 뜨는 상권으로 소문이 나서 보증금과 월세, 권리금이 많이 올랐다. 확실히 예전보다는 더 큰 부담을 안고 들어가야 할 지역이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여전히 성수동의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성수동은 여전히 성장 가능성을 품고 있는 상권”이라며 “일시적인 가격 상승 등의 요인이 있지만 지식산업센터와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등이 계속 들어서면서 나타나는 유동인구 증가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2020-02-0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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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 자유로운 나를 꿈꾸는 시기
- 늙지 않으려는 노력 같은 것은 없다. 잘 늙어가기 위한 원칙과 소신이 있을 뿐이다. 멋진 에이징 철학을 인생 선배들에게 들어봤다. ✽어르시니어: 새로운 어른+시니어 나이 듦의 품격, ‘어르시니어’에게 듣는다 이근후(85세) 이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 나이 들어 가장 좋은 일을 꼽으라면 단연 책임과 의무로부터의 해방이다. 나이 들어 찾아오는 우울감의 원인 중에는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해보지 못했다는 자책감도 크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진정 자유로운 자신을 꿈꿔보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다. 내가 나답게 살 때 가장 빛나는 나의 존재감이 있다. 하루를 살아도 내 인생이다. 이런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시기가 바로 노년기이고, 인생 후반전에 들어선 때부터 준비하면 더욱 좋다. 지금까지 환경에 자신을 맞춰 살아왔다면, 이제부터는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중심에 놓고 살면 된다. 나이 들수록 좋은 것 중 한 가지는 자유로움 아닌가.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없다면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지내도 괜찮다. 조금씩 야금야금 해볼 만한 일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만약 어느 시점에 이르러 후회와 불안으로 잠을 설친다면 이제는 지나온 삶을 수용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라. 내 인생은 내가 만든 독창적인 예술품이다. 세상에 딱 하나뿐인 삶이다. 습관적인 비교와 가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으로 자기 인생의 격을 떨어뜨리지 않았으면 한다. 끝으로 우리 속담에 “복은 짓는 대로 간다”는 말이 있다. 스스로에게 복을 준다면 그것이 넘쳐 주변에도 선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러니 ‘올해도 선한 마음으로 복 많이 지으시길’ 바란다.
- 2020-01-13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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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내섬에서 듣는 태고의 겨울바람 소리
- 그 섬에 서면 느리게 출렁이는 시간을 본다. 느릿한 바람 속에서 태고와 현재가 넘실거리는 것을 느낄 것이다. 아침이면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가을이면 풍성한 갈대와 억새꽃이 군락을 이루어 눈부신 곳 , 생명이 살아 숨 쉬는 무인도 비내섬에서 알싸한 겨울을 맛보는 건 자신에게 때 묻지 않은 겨울을 선물하는 시간이다. 억새꽃 피어나던 섬으로 떠나는 겨울여행 충주에서 앙성면의 비내섬까지는 자동차로 약 30분 정도 달리면 나타나기 시작한다. 차창 밖으로 남한강 줄기와 함께 어우러진 섬이 보이고 벌써부터 가슴이 탁 트인다. 입구의 섬을 향한 다리를 건너서면 바로 자연적으로 형성된 사구 형식의 99만 2천㎡(약 30만 평)의 광활한 무인도가 펼쳐진다. 울퉁불퉁한 길에는 요즘 어디든 놓인 그 흔한 인위적인 데크길이나 여행자를 위한 친절한 안내문도 없다. 초입의 길 옆에 비내쉼터 하나 있을 뿐이다. 오지(奧地)와도 같은 비내섬의 자갈밭과 흙길을 따라 억새의 숲에 파묻힐 일만 남았다. 인적이 드물다. 한적함이 어울리는 섬이다. 언제까지나 덜 알려져서 늘 이랬으면 싶다. 숨겨놓고 나만 알고 싶은 곳, 그 섬에 들면 금방 자연 속으로 푹 잠기는 자신을 본다. 억새 사이로 난 부드러운 흙길에 사람의 발자국과 자동차 바퀴 흔적이 있다. 드넓은 갈대숲에 자동차를 세워놓고 취하는 조용한 휴식도 좋은 방법일 수 있겠다. 갈대와 억새꽃이 만발한 가을에 비해 겨울 들판에 서면 자연스럽게 차분함을 장착시켜 준다. 그 사이로 군데군데 서 있는 버드나무 뒤로 섬을 휘감아 도는 남한강 줄기가 흐른다. 산이나 들에서 주로 자라는 억새와 습지나 물가에서 자라는 갈대가 이곳에서는 사이좋게 공생을 한다. 사람들의 손 타지 않은 이런 풍경 덕분에 드라마 사극이나 사색적인 배경의 촬영지로 자주 등장하기도 한다. 최근엔 이곳 비내섬과 이 지역의 탄금호 무지개길에서 촬영된 배우 현빈과 손예진 주연의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방송되고 있는 중이다. 비내는 갈대와 나무가 무성해서 비어(베어) 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또는 큰 장마가 지는 바람에 내(川)가 변했다 해서 비내라고 불린다는 말도 있다. 갈대숲을 지나던 마을 어르신이 “예서 뭐 볼게 있어서 이렇게 왔남? 하면서 가던 길을 익숙하게 지나가신다. 눈을 돌리는 곳마다 갈대와 억새가 무리를 이루어 일렁인다. 그 너머로 강변을 끼고 나지막한 산과 들이 배경을 이룬다. 그리고 멀리 몇 채의 시골집과 다 따낸 휑한 사과밭이 겨울 속에 오롯하다. 모든 것을 비운 사람의 멋을 떠올리며 꽃도 잎도 열매도 떨군 겨울 풍경을 본다. 우리 기억 속의 유년기의 마을 풍경처럼 아련하다. 이 모든 것이 제각각 따로 분리되어 보이지 않고 시간이 멈춘 듯 순하고 평화로운 정취로 눈에 들어온다. 발길 닿는 대로 옮기다 이토록 때 묻지 않은 이 섬에는 생태자원이 풍부하다. 람사르 습지 보호지역으로 관리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지자체의 입장이다. 생물의 다양성과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서식·도래 지역, 지형·지질학적 가치를 위해 환경부에 비내늪의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건의 검토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군사 훈련과 캠핑 차량 통행 등에 따른 훼손이 아직 남아있는 문제로 알려져 있다. 발길 닿는 대로 이리저리 헤매듯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끝없이 호젓하다. 바스락거리며 흔들리는 억새 수풀 사이에서 길을 잃고 싶다는 생각조차 든다. 천천히 걷다 보면 간간이 들려오는 새 울음소리나 곤충들의 조용한 움직임이 숲의 정적을 깬다. 이곳이 계절마다 찾아오는 철새도래지이기도 하다. 비내섬 갈대밭의 자연은 우주만물이 공생하는 곳이었다. 이 지역에서 나고 자란 신경림 시인은 ‘갈대’를 이렇게 노래했다.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한겨울이다. 실내에서만 옹송거리다 보면 몸과 마음이 경직되기 쉽다. 하루 코스로 훌쩍 떠나볼 수 있는 곳 충주 비내섬을 향해 달려보자. 그 섬의 억새 수풀 속에 서서 아스라한 태고의 겨울바람 소리를 들어보라. 뒤엉킨 머릿속이 은은하게 평정된다. 그리고 차분한 겨울 추억의 결을 하나 더 보태는 날이다. -비내섬 : 충북 충주시 앙성면 조천리 412 △가볼 만한 곳 충주 ‘중앙탑’ 비내섬에서 자동차로 20분쯤 거리에 중원 탑평리 칠층 석탑(일명 중앙탑)이 있다. 넓은 잔디밭에 사적공원(史跡公園)이 멋지게 조성되어 산책을 하거나 휴식공간으로 더없이 좋다. 통일신라시대에 건립된 국보 6호 중앙탑이 시원하게 우뚝 선 공원엔 예술적 조각 작품들을 비롯해서 야외음악당, 음악분수대, 향토민속자료관 등 볼거리가 많다. 호수 쪽으로 걷기 좋은 코스 탄금호 무지개다리가 있고, 호수 저 편에 [대한민국 중심고을 충주(CHUNG JU KOREA)]이란 글자가 보인다. 이곳이 바로 이 나라의 중간 지점이다. 탑 주변을 벗어나면 그 옆으로 한옥이 보인다. 의상 대여소 '입고 놀까'는 중앙탑공원에서 인싸 되기 놀이마당이다. 이미 sns상에서 핫플레이스로 이슈가 되고 있다. 거길 나오기 전에 술박물관도 들러볼 만하다. 그리고 가까운 거리에 세계무술공원이 있다. *중앙탑: 충청북도 충주시 중앙탑면 탑평리 11 남한강 물길의 중심 목계나루, 그리고 종댕이길 지금은 그 흔적만 남아있지만 그 옛날 남한강 수운을 따라 물류교역의 중심지가 되었던 충주가 전국 동서남북 교통의 요지가 되는 역할을 했던 엄정면 쪽의 목계나루터. 오늘날 그 가치를 살리고자 복합 문화공간이 형성되었고 목계나루의 옛 추억을 되살려 볼 수 있다. *목계나루: 충청북도 충주시 엄정면 목계리 산35-8 그리고 산책 코스로 좋은 충주호 종댕이길은 1~3코스로 30분에서 4시간까지의 코스의 트레킹이 가능한 행복한 둘레길이다. 2코스의 조망대에서는 해맞이를 할 수 있고 출렁다리도 있다. *충주공용버스터미널 농업기술센터 정류장에서 514번(용관,시외버스터미널), 515번(터미널,국민은행) 버스 타고 마즈막재 삼거리 주차장 하차. 그 외에도 시내 중심의 충주 호암저수지, 관아공원은 물론이고, 잘 알려진 탄금대와 이화령을 지나 멋스러운 한지박물관과 주변의 문경까지 냅다 달려 볼 수 있다. 하루나 이틀쯤 선비의 풍류가 흐르는 곳 충주에서 겨울여행을 즐긴다면 정감 어린 힐링의 시간이 될 것이다. 충주의 맛 뭐니 뭐니 해도 사과를 빼놓고는 충주의 맛을 이야기할 수 없다. 충주의 사과 작가로 유명한 강병미 화가는 말한다. 대학교 때부터 사과를 그리다 보니 운명처럼 사과의 고장 충주에 와서 살게 되었고 이곳에서 사과 그림 작업은 당연한 일상이라고. 충주시 농업기술센터와 농업회사법인 페트라가 공동 개발한 사과빵이다.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주문하면 오븐에서 직접 구워 식혀서 포장해 준다. 호두과자에는 호두가 들어있듯 사과 빵에는 당연히 충주 사과가 들어간다. 부드러운 빵 속에 상큼한 사과 필링이 입안 가득 퍼지는 맛, 따뜻할 때 더 맛있다. *애플스토리 : 충북 충주시 지현동 963 (충주휴게소, 수안보 휴게소, 주암휴게소, 수안보 상록호텔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가을에 수확한 사과는 사시사철 먹을 수 있도록 저장도 하지만, 충주에서는 다양한 제품으로도 나온다. 사과 한과, 사과 손약과, 사과 강정 외에도 사과 국수와 주스나 와인 등이 있다. 충주 버스터미널 안에 충청북도 우수 판매전시장이 있어서 귀갓길에 구입할 수 있다. 맛있는 한 끼 올갱이(다슬기)요리는 주로 충주와 괴산에서 먹을 수 있는 맛이다. 푸르스름한 올갱이국이 일품이다. 그리고 충주 부근으로 드라이브 삼아 나가면 그 산에서 나는 산채비빔밥집이 많다. 직접 발효한 효소를 넣은 양념장과 청포묵을 넣은 비빔밥의 맛. 만일 여유있게 하루나 이틀쯤 머문다면 숙소는 비내길에서 20분 이내의 가까운 거리에 앙성 탄산온천지역이 있다. 수안보 온천도 멀지 않아서 온천욕을 하며 편안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 겨울여행의 알찬 마무리다.
- 2020-01-06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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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기짝이 피범벅 오방난전이 되더라고!
- 줄광대 김대균(중요무형문화재 58호 줄타기 예능보유자·53). 그가 줄타기를 배운 건 9세 때였다. 거의 평생을 줄 위에서 살아온 인생이다. 줄에 취하고 미쳐, 줄 위에서 울고 웃고, 뛰고 솟고, 날치고 판치고, 그렇게 살아온 외길 인생. 한 우물을 팠으니 이룬 바가 자명하다. 해서, 그는 굳이 낮추거나 은근히 감출 것 없이 내세운다. “내가 줄타기 수장이오!” 자신의 눈으로나 세상의 잣대로나, 줄타기에 관한 한 비길 자가 다시없다는 자부심의 표명이다. 무릇, 예로부터 재인(才人)이란, 제 안에서 들솟는 기와 신명에 추동된 흥겨운 도취로 세상의 파도를 넘어서는 존재였다. 타고난 재능이 일러주는 대로 찾아간 길이 아니다. 취미 삼아 올라탔다가 끝내 들입다 내닫은 길도 아니다. 거미처럼 허공을 희롱하는 찬연한 기예에 홀려 입문한 길도 아니다. 어쩌다 보니 우연하게 접어든 길이 평생 업이 됐다. 우연한 시발이었으나 우연만으로 다 설명될 수는 없다. ‘우연’이 바뀌어 필연이 됐으니, ‘필연’을 불러들인 임자는 오직 김대균 자신이었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하지 않아도 저절로 흘러가는 인생은 있을 수 없는 법. 그는 필연과 사필귀정의 공리를 염두에 두고서 줄 하나에 삶의 전부를 걸어왔다는 게 아닌가. 들어볼까? 일찍이 아홉 살 그 어린 나이에 줄을 만난 내력부터. “부친께서 용인 한국민속촌에서 일을 하셨다. 민속촌 전시가옥이라는 곳에서 일가가 살았다. 그런데 어느 날, 민속촌에서 줄타기 공연을 하던 김영철 선생(작고, 줄타기 초대 인간문화재)께서 내 손을 잡아끌더니 줄 위에 올려놓는 게 아닌가. 그렇게 우연히 접어든 줄타기 도제수업이 평생의 공부이자 직업으로 이어질 줄 어찌 알았겠는가.” “김영철 선생은 왜 하필 당신에게 줄타기를 가르쳤을까?” “그걸 잘 모르겠으나 진정 모를 일은 아닌 것이, 내겐 황소처럼 우직하게 뚜벅뚜벅 가는 근성 하나는 있다. 날마다 놀이판이 펼쳐지는 민속촌에서 그냥 뛰어놀던 철부지였을 뿐이지만 선생께선 뭔가 자질을 봤을지도 모르지.” “쓸 만한 후계자로 점찍었다는?” “후계자라는 의식조차 없이 가르치시는 대로 반항 없이 받아들이며 훈련에 임했다. 열네 살 때의 어느 날, 짓뭉개진 내 엉덩이를 바라보며 스승께서 말했다. ‘야야, 내가 60년간 줄을 탔지만 너처럼 고지식한 놈은 처음 봤다!’(웃음) 줄 위에서 연습을 하다 보면 여기저기 까지고 터진다. 동아줄에 쓸리고 깨지고, 피 터진 볼기짝에 팬티가 들러붙어 피범벅 오방난전(‘나한전’의 방언)이 되더라고.” “능란해지면 매혹되게 마련이다. 혹독한 수련을 통해 기량이 늘며 서서히 줄타기에 빠져들었나? 이게 내 길이구나, 그런 필연을 느낀 건 언제였지?” “매력을 느끼긴 어려웠다. 스승의 가난, 외로움, 서러움, 그런 걸 가까이서 지켜봤으니까. 그런데 첫 공연을 해 내가 출연료라는 걸 받는 일이 생겼다. 아하, 이걸 하면 살림에보탬이 되겠구나, 그런 기대가 생기더라고. 우리 집안이 너무 가난해 아버지가 빚을 지며 살았지. 그걸 중3 때 출연료를 모아 갚아드렸다. 밥벌이 수단으로만 줄타기를 생각한 건 아니었다. 가물거리는 전승 민예의 맥을 이어가야 한다는 일종의 의무감이 스무 살 지나서부터 찾아왔다.” 용렬한 잔꾀 한번 부리는 일 없이 스승을 섬기어 묵묵히 따랐던 것 같다. 그렇기에 일취월장이 있었겠지. 줄은 통상 3m 허공에 걸린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는 수가 있다지만, 줄에서 허투루 실족하는 줄광대는 줄광대도 아니다. 약식 줄타기인 ‘도막줄’이 아니라 완판 공연을 할 경우엔 무릎 꿇고 걸어가기· 거미줄 내리기·뒤로 훌치기·앉아서 돌기·콩 심기·쌍홍잽이·난간치기 등 40가지의 난해한 기예를 줄줄이 펼쳐야만 한다. 하수에겐 작두날처럼 긴장이 될 외줄. 그러나 고수는 줄 위에서라야 신명이 뻗친다. 동으로 서로 풀을 눕히거나 일으키거나, 자유자재하게 휘몰아치는 바람처럼 줄을 가지고 논다. 혹은 치닫고 내닫고, 혹은 설치고 까불고, 혹은 떴다가 내려앉는다. 오두방정과 너스레로 표출되는 재담의 해학으로 관중을 사정없이 휘어잡아야 한다. 고도의 집중력, 호흡의 리듬, 막대한 힘과 균형감각, 그리고 샘솟는 기지와 언어적 순발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줄이 내 생명줄이다” 김대균의 기량에 물이 오르기 시작한 건 20대 중반부터. 그즈음 고향과도 같았던 민속촌과 결별한 건 자유롭고도 본격적인 줄판을 벌이기 위해서였다. 그래 전국 곳곳의 문화 행사나 축제 현장을 돌며 온몸으로 터져 나오는 기량을 과시했다. 덩달아 기능도, 연행 구성 솜씨도 날로농익어 가는 곳마다 대중의 갈채가 쏟아졌더란다. 서른네 살 땐 마침내 줄타기 2대 예능보유자로 지정받았다. 당시 언론들은 최연소 인간문화재 김대균에 관한 보도를 했다. 그는 한 걸음 더 내딛었다. 특유의 뚝심을 발동,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들어갔던 것.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연희과에 입학, F학점을 수시로 받으면서도 공부에 열을 내 무사히 졸업했다. 안주하지 않는 정신이비치는 행장이다. 그제야 비로소줄 아래 세상을 쿵덕거리는 마음으로 또렷이 내려다봤던 모양이다. 가슴으로 차오르는 자부심과 희열에 행복했다는 게 아닌가. “스승이 자주 홀대 당했듯이, 줄타기에 대한 인지도와 관심도가 낮아 섭섭한 대접을 받는 일이 잦았다. 그러나 전통 연희에 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인간문화재를 대하는 눈빛들이 달라졌다. 아무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로 변신한 나 자신을 바라보게 된 것이지. 그러자 새삼 절박한 사명감이 느껴지더라고.” “줄광대의 울분과 욕망을 다룬 영화 ‘왕의 남자’를 계기로 줄타기에 대한 인식이 별안간 높아졌다지?” “탄탄한 시나리오, 빼어난 영상미학으로 재인들의 정신세계를 잘 녹여낸 영화였다. 이 영화의 히트와 함께 줄타기 공연 환경이 좋아진 건 사실이다. 전국 각처에서 펼쳐지는 축제들도 비슷한 작용을 했다. 줄타기만큼 민속축제에 적격인 장르가 어디 있겠는가?” “줄에 오를 땐 어떤 생각을 할까?” “이 줄이 내 생명줄이다, 라는 생각을 매번 한다. 처자를 먹여 살릴 방편이라는 의미만은 아니다. 죽을힘을 다해 완성도 높은 공연을 해야 한다는 다짐에 사로잡히는 것이지. 그래서 무수히 거듭해온 공연이지만 늘 긴장돼 스트레스가 쌓인다. 공연이 없을 땐 하루 한 갑 정도 담배를 피우는데 줄 타는 날엔 세 갑씩 피운다.” 이미 피부처럼 몸에 붙은 기예를 실컷 즐기면 그만일 것 같지만, 줄타기란 원천적으로 아슬아슬한 곡예라 방심은 금기다. 긴장을 면제받을 길이 없다. 연희란 또한 홀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작업과 달라서, 행위자의 노출증과 관찰자의 관음증이 맞부딪쳐 교감과 만족을 야기하는 장르가 아니던가. 긴장감이 자글거릴 수밖에 없다. 매번 청심환을 먹고 무대에 오르는 가수처럼 말이다. 한 발 삐끗해 낙상이라도 한다면 스스로를 모독한 죄의식에 겨워 남몰래 슬플 게다. “관객은 가급적 많은 게 좋겠지? 북새통을 이룬 다중의 호응과 박수소리에 힘입어 신바람이 날 테니까.” “예전 어릴 적 공연에선 박수는커녕 얼음판 같은 분위기에 질리기도 했다. 내가 이 짓을 왜 하나? 회의가 밀려올 정도로. 그러나 그건 다 지나간 일이다. 관객의 공감을 자아내는 일에 귀신처럼 능한 게 줄광대다. 관객 수에 흔들릴 게 없다는 거. 그런데, 오늘 공연이 잘될지 말지는 현장에 도착 즉시 정확하게 가늠되더군. 공연장의 환경, 바람의 동향에 따라 공연의 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더 결정적인 건 지역 정서에 따라 반응이 크게 다르다는 점이다. 유난히 점잖은 사람들만 사는 지역에선 썰렁한 반응이 돌아오더라고.” “나무토막 같은 사람마저 요절복통하게 만드는 게 줄광대의 의무 아닌가?” “재담이 관건이다. 줄 아래서 양념을 치는 어릿광대와 주고받는 재담에 폭소가 터지는 것이지. 작고한 발탈의 명인 이동안 선생을 아는가? 남사당패 출신의 위대한 재인이었던 그는 줄타기에도 능했다. 난 선생을 쫓아다니며 판줄 재담과 타령을 배웠다. 그러나 재담에 빼어나기는 쉽지 않다. 부단히 아이디어를 찾으며 노력해왔지만 여전히 만족할 수 없다.” “평소 애용하는 짤막한 재담 한 토막을 소개한다면? 가급적 웃기는 걸로.” “흠. 일테면 다음처럼 사설을 늘어놓는다. ‘어떤 사람이 그럽디다. 줄 하나 잘 타면 출세한다고. 그래서 아홉 살 때 줄에 올라 한평생 줄을 타고 있지만 별 볼일 없더라고! 매번 엉덩이나 깨지고 줄광대라고 손가락질이나 당하고 말여. 그래도 딱 하나 좋은 건 있더라고! 여러분들이줄 아래서 저를 올려다본다는 것말여! 얼쑤! 자 그럼, 넋두리 그만하고, 잘하면 살판이요, 잘못하면 죽을 판이로구나, 어디 한번 살판이나 놀아볼까?’ 이런 식으로 너스레를 떠는 것이다.” “결례되는 얘기지만, 그 정도의 재담으로 폭소 유발이 가능한가? 아마도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구사하는 재담이 진국일 것 같다.” “다분히 형식화된 게 전통 연희다. 과거의 틀을 보존해야 하는 당위에서 초래된 박제화 경향이 있다. 이를 현대화할 필요가 있다. 그건 내가가장 진력하는 부분이지.” 줄광대 나이 서른이면 환갑 저 옛날의 광대들은 비록 천대받고 살았으나, 그 반동으로 숙성한 꿈과 갈망과 해학은 옹골찼다. 들려오는 얘기에 이런 게 있다. ‘백정은 썩은 기둥에서 나오는 노래기이고, 광대는 똥에서 나온 파리다. 노래기는 사람 눈에 띄면 밟혀 죽지만, 파리는 임금님 용안에도 앉을 수 있다.’ 광대의 숙명과 지향을 꿰뚫은 황금 언설이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광대들의 기량과 배포와 정신의 대륙붕을 어지러이 급변하는 현대에서 어떻게 다시 만날 것인가. 김대균의 고민도 이 대목에 있는 것 같다.그는 해외 공연을 수십 차례 해왔다. 그때마다 느끼는 게 전통문화의 무한한 잠재력에 관한 자각이라지. 서양인들이 오히려 더 줄타기에 열광하더라는 것이다. “즉각 즉각 반응이 오더라고. 그들이 워낙 공연문화에 익숙해서이기도 하겠지만, 듣도 보도 못했던 한국의 줄타기에 서린 섬세한 예술성에 감동하는 것 같았다. 재담 없이도 통했다. 몸짓 언어만으로도 다 이해하는 분위기였으니.” “가사, 발탈과 더불어 줄타기 종목이 ‘긴급보호무형문화재’로 지정돼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맥이 끊길 가능성은 없을까.” “줄을 배우려는 사람이 점점 줄어든다. 나에겐 현재 겨우 다섯 명의 전수자가 있을 뿐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수자 등 10여 명이 있었으나 이탈했다.” “왜지?” “훈련이 너무 빡세거니와 긴 세월을 수련해야 수준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재미는 있다고들 하면서도, 갈 길이 너무 멀고 험하다는 걸 알아 재주 용한 아이들까지 빠져나가더라. 원래 소년 명창이 대명창으로 성장하기 힘든 법이다. 심지어 내 아들놈도 전수 장학생으로 줄을 배우다 달아나 미국에서 회계학을 공부한다. 아들 인생 간섭할 생각은 없지만, 회계학이 뭐시여? 맘에 안 든다.(웃음)” “이상하다. 당신의 몸이 비대해지고 있다. 불면 날아갈 듯 가벼워야 줄을 탈 수 있지 않나?” “발목 골절로 근 1년 놀았더니 부풀었다. 사실 난 늙었을지도 모른다. 줄광대의 기량은 젊어 무르익는다. 이바닥에선 줄광대 나이 삼십 줄에접어들면 환갑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난 살을 빼고 다시 줄에 올라야만 한다. 불쏘시개가 돼야 하지 않겠는가. 전수관 건립을 위한 일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과욕이야 위험하지. 평생 줄 위에서 중심을 잡으며 배운 거 하나는 ‘가운데 중(中)’ 의 지혜다.” 인터뷰를 마치고 그의 시골집 마당으로 걸어 나오자 휘영청, 밝은 달이 나뭇가지에 걸려 있다. 혼마저앗아갈 듯 황홀한 저 달빛. 마당 연습장에 설치된 동아줄이 하얗게 반짝거린다. “보름달 아래의 줄타기는 어떤가?” 그리 건네자 돌아오는 답이 허무하다. “아이고, 이젠 늙은 것을.”
- 2020-01-02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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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의 반복을 표현한 '강박 X 강박'전
- 서울시립미술관은 2020년 3월 8일까지 이색적인 타이틀인 '강박 제곱' 전을 연다. 굳이 제목을 강박 제곱으로 한 것은 강박이 보이지 않는 우리의 내적인 강제에 의한 것이고 그것은 일상에서 반복으로 나타난다는 의미다. 이것은 비단 개인의 문제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는 이 시대의 사회적 구조 문제 속에서도 살피려는 것이다. 현대인의 강박 중 하나는 늘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더욱 심해지고 미래에 대한 불안, 욕망 등으로 이어진다. 1. 뉴 미네랄 콜렉티브 팀(에밀리아 스카눌리터와 타냐 부스)의 '공허한 지구(Hollow Earth)' 에밀리아 스카눌리터는 1987년 리투아니아에서 태어났다. 지금은 세계적인 작가이고 무명 때 인천 레지던시에서 2년간 살았다. 삼겹살도 좋아한다. 타냐 부스는 캐나다에서 태어났다. 두 작가가 만난 곳은 비옥한 토양과 녹지로 뒤덮인 노르웨이의 트롬쇠이다. 두 작가는 지질학과 환경에 관심이 많아 현대 강대국들의 채굴 산업, 국제 정치, 인간과 자연의 상호관계 등에 대한 느낌을 영상으로 관람객에게 선사한다. 2. 우정수 작가의 강박은 불안과 공포에서 출발한다. 고대나 중세의 공포가 ‘죽음’에서 왔다면 현대의 공포는 ‘가난’ 정확히 말하면 ‘미래의 가난’에서 온다. 그렇다면 현대인들은 가난에 대한 불안, 부에 대한 강박이 있다. 작가는 최근에 ‘뉴트로’도 현대인이 가진 강박의 일종일지도 모른다는 점을 표현했다. 작품은 ‘서사’ ‘젊은 화가들’ ‘물 위의 남자’ ‘데우스 엑스 마키나’ 등이 있다. 3. 오메르 파스트 작가는 다큐멘터리, 극, 판타지의 경계를 넘나들어 관객을 혼란스럽게 한다. 주인공은 주로 전쟁이나 테러에 같은 충격적인 사건 후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덧붙여지고 윤색되어가는 기억과 과거의 환영이 뒤엉킨 복합적인 이야기가 반복, 변형, 순환된다. '5,000피트가 최적이다' 라스베이거스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미국 프레데터(predator-마국 군 최첨단 무인정찰기 겸 공격기) 드론 조종사와의 대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다큐멘터리와 재연의 형식을 번갈아 가면서 드론 조종사의 경험과 라스베이거스에서 일어나는 범죄 이야기를 엮어간다. 기억은 결코 완전히 복원되지 않고 매번 재구성되며 반복되는 과정에서 그 차이는 틈을 만든다는 점을 제시한 작품이다. 4. 차재민 작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의 지배와 폭력이 도시개발, 노동, 국가 권력과 정책 등으로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으로 특히 소외된 사람이나 물건들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을 예술로 풀어낸 것이다. 영상 작품 '사운드 가든' 가로수가 된 훈련목이 뿌리째 뽑혀 옮겨지는 모습은 자신의 상처를 말하면서 새로운 삶을 모색하는 상담의 과정과 닮았다. 둘 다 상처가 있고 새로운 삶에 적응하며 상처를 치유하고 적응하는 과정에서 회복을 꿈꾸고 있다. 이 반복되는 영상 이미지는 상처에서 벗어나 회복을 희망하는 인간의 강박과 완전히 치유되지 못한 채 상처를 안고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의 삶을 보여준다. 5 정연두 'DMZ 극장 시리즈' 작가가 DMZ에 관심을 가진 것을 어느 날 외국에 사는 친구가 남북문제로 나라가 어지러우면 자기 집으로 피난 오라는 전화를 받고 나서부터다. 이 작품은 파주의 ‘도라 극장(도라산 전망대)’이다. 도라산이라는 이름은 신라 마지막 왕 경순왕이 고려에 투항한 뒤 태조 왕건의 딸 낙랑공주 왕 씨와 결혼한다. 나라를 잃은 슬픔에 잠겨 있는 경순왕을 위해 낙랑공주는 산 중턱에 암자를 짓고 그 산에 도읍을 의미하는 ‘도’자와 신라의 ‘라’자를 합쳐 ‘도라’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장소는 분단의 현실과 통일이라는 이 시대의 강박을 담고 있다. 6. 김용관 '신파(New Wave) 60분 애니메이션' 과학을 근거로 한 미래의 상상이 SF(사이언스 픽션 science fiction)이고 예술을 근거로 새로운 세계를 상상하는 것이 아트 픽션(art fiction)이다. 시간과 공간의 이동이 자유로워진 미래에서 현재의 인간과 미래의 인간이 종횡무진 누비며 경험하는 가운데 작가의 미래 예술에 대한 집요한 상상이 나타나 있다. 또한, 미래 어느 시점에는 과거, 현재, 미래 모든 시공간의 이미지들이 데이터화돼 ’새로운 예술’이 불가능해진다. 신파는 매 순간 새로운 예술을 찾는 현대 예술과 현대 예술가들의 강박에 대해 생각해 보는 작품이다 7 .이재이 '한때 미래였던' 미국 텍사스의 로이스시티와 코르시카나 고속도로변에 버려진 퓨투로 주택 (futuro house 타원형 비행접시 모양의 이동 주택)은 1960년대 후반 완벽한 형태의 미래지향적 주택이다. 그러나 이것은 과거에 기대했던 미래이지만, 그냥 지나가 버린 미래이다. 미국과 소련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우주개발에 대한 기대로 지어진 퓨투로 주택이다. 미래에 대한 강박이 만든 폐허의 현장에 찰나를 상징하는 꽃들이 무더기로 피어 있다. 8. 김인배 '건드리지 않은 면 untouched side' 작가는 잘린 연근으로 통 연근을 만드는 작업을 했다 ‘압출법 단열재’인 10cm의 ‘아이소 핑크’를 사용한 것이다. 반복을 나타내고 하나하나 쌓는 단면은 그 앞에 있는 것과 같다. 하지만 이 반복에는 굴곡의 차이가 있듯이 모든 반복에는 차이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나타낸 것이다. 또한, 쌓다 보면 그 안은 건드릴 수 없는 면이 되는 것이다 9. 에밀리아 스카눌리터 'T1/2' 이 작품은 올해 우크라이나 키예프의 핀추크아트센터에서 주관하는 ‘퓨처 제너레이션 아트 프라이즈(Future Generation Art Prize) 2019 대상’을 수상했다. 시립미술관에서는 상 타기 전에 섭외하였기 때문에 이것은 상 받은 후 첫 전시다. 이것은 반감기 즉 방사성 물질의 양이 방사성 붕괴 때문에 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뜻하는 기호이다. 이 작품은 5년간에 걸친 작업과 리서치 전문가와의 협업으로 인어의 시선을 통해 지구에 거듭 상처를 내는 인간과 그들의 세계를 초인류적인 관점에서 다시 바라보고 있다 10. 리메인더 라운지 (remainder lounge) 전시 참여 작가들이 작품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떠오른 이미지, 영감을 받은 책, 각종 리서치 자료들, 제작하는 동안 파생된 글, 사진, 드로잉 등 작품과 직, 간접으로 관계가 있으면서 작품으로 실현되지 못한 나머지들을 펼쳐 놓았다 김용관 작가의 여러 버전 글, 정연두 작가의 앨범, 이재이 작가의 퓨투로 하우스 도면, 이재이 작가의 영어책 등이다 이번 전시회는 우리의 반복되는 일상 속에는 어떤 것이 있나 한 번 뒤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아! 나는 ‘나의 강박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려 들어가면서 강박에 빠지고 말았다.
- 2019-12-30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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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울림으로 차오르는 따뜻한 공간
- 어린 시절의 겨울을 떠올려보면 추운 날씨에도 바깥 활동을 참 많이도 했다. 팽이치기, 자치기, 썰매타기, 딱지치기, 구슬치기, 얼음땡 등 겨울 놀이가 풍성했다. 요즘은 세상이 변해서 따뜻한 실내에서도 다양한 놀이와 체험을 할 수 있다. 손주 손 잡고 가족과 함께 즐길 만한 핫 플레이스를 찾아봤다. 1. 힐링과 웰빙을 담는 곳 ‘미리내 힐빙클럽’ 이 겨울 따뜻한 곳에서 제대로 된 휴식을 하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미리내 힐빙클럽’(경기도 양평군 지평면). 몸과 마음을 함께 보해주는 예방 의학과 ‘마음 챙김’ 철학이 만난 공간으로 서울 송파구 잠실에서 50분 거리에 있다. 안정적이고 편안한 상태로 심신을 내려놓고 일상생활에서 느꼈던 피곤함을 떨쳐버릴 수 있는 곳이다. 스트레스 체크를 시작으로 유산균이 배합된 팩을 얼굴에 바르고 누워서 하는 ‘바디스캔 명상과 디토피팩’은 미리내 힐빙클럽의 특별 프로그램이다. 깊은 휴식을 통한 이완과 재충전도 하고 피부 노폐물도 제거할 수 있다. ‘실내 체험존’에는 ‘풀이 우거진 곳’이라는 의미를 지닌 순우리말 이름의 ‘가든푸실’이 있다. 100여 종에 이르는 초록 식물과 반신욕, 족욕 등 물을 테마로 한 공간으로 조용하고 편안하게 안정을 취할 수 있다. 말초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는 테마별 족욕탕도 곳곳에 있다. 잇꽃 입욕탕, 겨우살이덩굴 입욕탕, 쑥탕 등 생약초 족욕탕, 오감 족욕탕, 게르마늄 족욕탕 등으로 나뉘어 있어 취향대로 선택할 수 있다. 바이오 세라믹볼 찜질도 방문객들에게 사랑받는 공간이라고. 인체에 유익한 다섯 가지의 광석 물질이 몸속 깊숙이 열을 전달해주는 원적외선을 방출한다. 옛날 아랫목이 있던 구들방을 연상케 하는 ‘구들잠休’는 평소 숙면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인기다. 잠깐 자고 일어나도 개운함을 느낄 수 있다. 힐빙체험존에는 간, 비위, 콩팥, 폐, 심장을 중심으로 한 오행 테라피와 향기, 명상, 소리, 색깔을 이용한 오감 테라피 등이 있다. 2. 도시 속 예뻐지는 정원 ‘아모레 성수’ 이곳에 가면 예뻐질 수 있다! 건물 안에서 정원도 감상하고 아모레퍼시픽의 다양한 제품들을 직접 써볼 수 있는 공간, 바로 ‘아모레 성수’다. 모두에게 열려 있지만 특히 여성들에게 관대한 이곳은 지난 10월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에 문을 열었다. ‘아모레 성수’는 아모레퍼시픽의 30개 브랜드를 중심으로 이뤄진 만들어진 뷰티 라운지다. 1층에서 3층 옥상까지 총면적은 300평 규모. 어린 시절 엄마의 콜드크림을 얼굴에 조금씩 발라보던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곳이다. 마치 그때 그 시절 화장대를 넓은 공간에 예술적으로 표현해놓은 곳이라고 생각하면 될까? 아모레 성수 건물 안 중앙에는 ‘성수가든’이라고 이름 붙인 정원이 있다. 이곳을 중심으로 다양한 공간을 배치해 건물 어디에서나 정원을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정원수로 쓰인 꽃들은 비비추, 앵초 같은 우리 강산에서 나고 자란 식물들이 대부분이다. 한국적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놓았다. 매장 입구에서 간단한 웹 체크인을 하고 나면 아모레 성수에서 체험할 수 있는 미니어처 교환권과 오설록 할인권 등을 스마트폰으로 다운로드해 쓸 수 있다. 화장품을 사용하기 전 세안을 할 수 있는 클렌징 룸을 지나면 만날 수 있는 ‘뷰티 라이브러리’. 아모레퍼시픽 30여 개 브랜드의 2000여 개 제품을 마치 도서관에서 책을 빼서 보듯 꺼내 쓸 수 있다. 뷰티 라이브러리 맞은편에 있는 가든라운지는 아름다움을 함께 공유하는 공간이다. 비치된 의자에 앉아 성수가든을 바라보며 다양한 제품을 사용해볼 수 있다. 2층에는 오설록 아모레 성수점이 입점했다. 3층은 옥상으로 연결돼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성수동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3. 기차 안에서 놀자! 크루즈 열차 ‘해랑’ 크루즈 여행은 한 장소에서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목적지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탑승과 함께 진행되는 유람선 안 프로그램이 낭만적이다. 아주 멀리 배를 타고 가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다면 기차 안에서 놀고 즐길 수 있는 해랑을 타고 달려보자. 일명 레일크루즈라 불리는 ‘해랑’은 코레일관광개발에서 운영한 지 11년째 된 관광열차다. 상시 여행 코스는 2박 3일 전국일주(서울-순천-경주-동해-태백), 1박 2일 동부권(서울-단양-경주-서울), 1박 2일 서부권(서울-고창-보성-순천-서울) 3가지가 있다. 오는 12월 30일과 31일에는 해맞이 특별 열차가 운영될 예정이다. ‘해랑’으로 운영되는 열차는 총 2대로, 1대당 8량으로 구성돼 있다. 중심 차량인 4호와 5호는 레스토랑 카페와 이벤트 라운지이고, 나머지 6량은 객실이다. 2인실(스위트·디럭스룸)과 3~4인실(2층 침대) 패밀리 룸과 스탠다드룸 등 4개 타입이 있다. 호텔식을 지향하기 때문에 시설 또한 고급스럽다. 관광 전용 열차에 걸맞게 침대, 소파, 화장실, 헤어드라이기 등 여행과 휴식에 필요한 시설들이 구비되어 있다. 여행이 시작되면 승객과 승무원들은 이벤트 라운지에 모여 여행 시작을 알리는 작은 파티를 연다. 다양한 이벤트를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준비하는데 승무원들의 장기자랑도 이때 볼 수 있다. 승객들은 각자 자기소개를 하면서 새로운 여행 친구들과 인사한다. 보다 친근한 여행을 즐길 준비를 하는 시간이다. 해랑 승무원들은 맡은 소임은 물론 각 여행지에서 관광객 인솔과 이벤트 공연, 식음료 등을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해랑에 올라타는 순간부터 내릴 때까지 쇼핑을 강요받는다거나, 추가 요금을 내는 일이 없다는 게 큰 장점이다. 시니어들에게는 화요일과 금요일에 출발하는 전국일주 2박3일 코스가, 어린 자녀가 있는 부부에게는 1박 2일 코스가 인기 있다. 4. 손주들과 함께 가는 실내 동물원 ‘주렁주렁’ 주렁주렁은 도심 속에서도 동물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겨울철에는 엄두도 낼 수 없었던 동물원 나들이를 하게 된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실내 동물원 ‘주렁주렁’은 동물들과 함께하는 테마파크로 하남, 일산, 경주,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들어서 있다. 시간 여행자와 생명의 나무(타임스퀘어), 잃어버린 기억(하남), 여행자의 추억(일산), 숨겨진 비밀(경주) 등 각기 다른 주제를 가지고 운영된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간이라 실내 평균온도와 내부 환경에 각별한 신경을 쓴다고. 실내는 23℃에 맞춰져 있어 외부 날씨 영향을 받지 않고 사시사철 이용이 가능하다. 춥거나 미세먼지가 많아도, 눈비가 와도 즐길 수 있는 동물원이다. 운영 프로그램도 각 동물원마다 색다른 특색이 있다 ‘하남 주렁주렁’에서는 전 연령 대상으로 앵무새 ‘민트’와 함께하는 토크쇼 ‘모퉁이 상담소’, ‘주렁숲 요정의 산책’이라는 환영 행사를 진행한다. 올해 7월에 문을 연 영등포 타임스퀘어점은 1000평 규모의 실내 동물테마공원으로 대중교통이 편리할 뿐만 아니라 복합쇼핑몰 안에 있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다. 시간 여행자와 생명의 나무 콘셉트에 맞춰 게임을 하듯 미션을 하나씩 수행하면서 동물원을 관람할 수 있다. 미션을 마친 뒤에는 영상 불빛 쇼도 볼 수 있다 하니 이번 겨울에 꼭 한 번 가보시길. 아기자기한 프로그램이 많은 ‘일산 주렁주렁’은 파충류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생생 도슨트 체험 파충류 대사전’과 ‘걱정인형 만들어주기’, 동물에게 먹이를 줄 수 있는 ‘생태체험 주렁쿠키’, 앵무새 비밀 친구(마니토)를 뽑아 특별 간식을 선물하는 ‘생태체험 나의 마니또는?’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경주에서는 동물먹이주기 체험이 주를 이룬다. 상어, 사바나캣, 카피바라에게 먹이를 주고 싶으면 현장에서 신청하면 된다. 방문 전 주렁주렁 사이트에서 가고 싶은 곳 정보를 확인하면 보다 알차게 동물들과 교감할 수 있다. 5. 숲속 맑은 공기와 찜질 스파 ‘테르메덴 풀앤스파’ 서울에서 멀지 않은 경기도 이천. 복합휴양 공간인 ‘테르메덴 풀앤스파’가 있다. 추운 날씨에도 실내외 온천 사우나와 수영장은 물론 카라반 캠핑 시설과 한옥을 갖추고 있어 유럽에 온 듯한 숲속 정취와 우리 전통의 향취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실내에 마련된 풀앤스파는 각종 질병 예방과 요양, 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개발된 건강보양온천 시설이다. 이를 바데풀(Bade Pool)이라고 하는데 독일의 바데하우스(Bade Haus)를 모델로 했다. 유수풀, 유아풀, 테마 이벤트탕, 아로마 사우나 닥터 피시 등이 마련돼 있다. 실내 시설 중 하나인 찜질 스파는 전형적인 온천에 찜질을 더한 것. 온천욕을 즐긴 후 편백나무방, 황토방, 소금방, 맥반석방 등에서 찜질을 할 수 있다. 일본의 편백나무와 히말라야의 암염, 전북 고창의 최고급 황도, 경북 예천의 맥반석을 사용해 최고의 건강관리를 할 수 있도록 꾸며놓았다. 찜질방과 함께 패밀리룸, 가든 커뮤니티, 안마의자룸, 키즈라이브러리 등의 시설도 갖추고 있다. 이밖에 건·습식 사우나, 온천탕, 노천 이벤트탕은 일상의 지친 몸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춥다고 해서 꼭 실내 시설만 이용할 필요는 없다. 노천 이벤트탕은 생각보다 춥지 않다고. 겨울에는 바닥에 살얼음이 낄 수 있어 걸어 다닐 때 조심해야 한다. 추위가 걱정된다면 긴팔로 된 래시 가드를 착용할 것을 권한다. 테르메덴 풀앤스파에서는 수영복 대여가 안 되므로 꼭 챙겨가야 한다.
- 2019-12-24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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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마별 실내 5樂 “안에서 놀면 안 춥지!"
- 춥다고 외출을 피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때때로 발걸음을 옮겨 즐길 거리 가득한 실내 놀이터를 찾아보자. 찬바람에도 끄떡없는 테마별 실내 5樂 공간을 소개한다. 1樂 문화를 즐기다 ◇ CGV 특별 상영관 국내 최초의 잔디 슬로프 특별관 ‘씨네&포레’는 영화와 숲을 테마로 한 콘셉트로 자연 친화적 스타일로 꾸며졌다. 숲속을 재현한 분위기와 더불어 영화 상영 전 피크닉타임, 캠핑 감성 메뉴, 그리너리 라운지 등을 즐길 수 있다. 또 거실에 대한 로망을 담은 거실형 극장 ‘씨네&리빙룸’은 가죽소파와 칸막이를 설치해 프라이빗한 공간을 연출했다. 각 좌석에는 개인 테이블, 쿠션, 휴대폰 충전기 등을 놓아 편안함을 더했다. 어두운 상영관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실제 거실처럼 밝은 조도의 관람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씨네&포레: CGV 강변·광주금난로·천안터미널·부천점, 씨네&리빙룸: CGV 왕십리점. enjoy + ‘씨네드쉐프’는 고급 레스토랑 식사에 이어 영화 관람까지 가능하다. 상영관은 침대관인 ‘템퍼시네마’와 다양한 소파가 마련된 ‘살롱S’ 중 선택하면 된다. CGV압구정·센텀시티·용산아이파크몰 등에서 즐길 수 있다. ◇ 송파책박물관 책장의 레이어를 본뜬 외벽이 돋보이는 ‘송파책박물관’은 다양한 연령대가 찾는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먼저 가장 눈에 띄는 건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널찍한 중앙 계단. 관람객이 쾌적하게 독서를 하거나 각종 문화 행사를 즐기도록 설계했다. ‘책을 통한 소통’을 주제로 꾸며진 1층에는 카페라운지를 비롯해 북키움, 키즈스튜디오 등 어린이를 위한 공간이 마련됐다. ‘책 속에 들어가 바라보다’라는 콘셉트가 담긴 2층에서는 책과 독서를 소재로 한 상설·기획 전시실과 미디어 라이브러리 등 다양한 사료와 자료를 살펴볼 수 있다. 날씨가 포근할 때는 야외정원에서 책을 읽으며 여유를 만끽해도 좋다. 서울시 송파대로37길 77, 화~일요일 10:00~18:00 enjoy + 송파책박물관의 특별 공간은 바로 ‘보이는 수장고’다. 대부분의 수장고는 유물처럼 귀한 자료가 많아 접근이 어려운 반면, 이곳에선 유리창을 통해 수장고의 모습과 소장품의 관리·보존 상황을 엿볼 수 있다. 2樂 자연을 즐기다 ◇ 서울식물원 지난해 개방한 ‘서울식물원’은 지하철 9호선·공항철도 마곡나루역 3·4번 출구와 연결돼 바깥으로 나가지 않고도 쉽게 방문 가능하다. 지중해 12개 도시 식물을 전시한 온실에서 추운 겨울에도 따뜻하게 자연을 만날 수 있다. 야외 활동이 괜찮은 날엔 한국 자생식물로 전통정원을 재현한 야외 주제정원을 거닐어보자. 그밖에 식물문화센터, 어린이정원학교, 마곡문화관, 숲문화학교, 수변데크 등을 둘러봐도 좋다. 서울시 강서구 마곡동로 161, 화~일요일 09:30~17:00(동절기) enjoy + 서울식물원 내 식물문화센터에서는 각종 행사와 전시 등을 통한 다양한 식물문화 체험이 이뤄진다. 온실과 보타닉홀(대강당), 식물전문도서관, 씨앗도서관, 기획·상설 전시관을 비롯해 푸드코트, 카페테리아 등 편의시설도 이용할 수 있다. ◇ 식물관PH 유리온실과 닮아 자칫 식물원으로 보이는 ‘식물관PH’는 ‘식물과 사람이 함께 쉬는 고유한 경험의 공간’을 지향한다. 실제 사람과 식물이 더불어 활동하기 적합한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이곳에선 팥배나무, 야자나무 등 100여 종의 나무들과 다육식물을 전시한 재배온실을 볼 수 있다. ‘식물관’은 식물원과 미술관을 합친 이름이다. 입장료 1만 원을 내면 식물원과 3층 미술관을 구경하고 음료 주문까지 가능하다. 서울시 강남구 광평로34길 24, 화~일요일 11:00 ~20:00(동절기) enjoy + 식물관PH 3층에서는 12월 15일까지 도예가 한정용 서울대학교 교수와 그의 제자들이 참여한 기획전시 ‘Formation’이 열린다. ‘흙’이라는 집중된 소재 안에서 만듦새의 확장성을 연구하고, 그 쓰임을 바탕으로 형태를 짓는 도예의 작은 시도를 들여다볼 수 있다. 3樂 놀이를 즐기다 ◇ 숲, 숨 Gray ‘PLAY=HEALING’ 노는 게 곧 쉼임을 실현하게 해주는 복합문화공간이다. 평일 1시간 5000원(주말 6000원)의 이용료를 내면 보드게임, 노래방, 오락실, 만화방, 안마의자, 영화 감상 등을 모두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여기에 아메리카노 1잔이 공짜로 제공되고, 3시간 이용 시에는 케이크까지 함께 증정한다. 5층으로 이뤄진 다양한 공간을 체험하다 보면 1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맨 꼭대기 층에는 와인을 곁들일 수 있는 바(bar)도 마련돼 있어 각종 모임 장소로 활용해도 좋다(대관 별도 문의). 서울시 강남구 강남대로156길 45, 연중무휴 24시간 영업(제주점: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 965) enjoy + 액션, 어드벤처 등 인기 플레이스테이션 게임부터 농구, 다트, 레트로 오락기와 수준별 보드게임, 최신 코인노래방, 고급 안마의자까지 남녀노소 즐길 거리가 풍부해 누구와 함께해도 만족스럽다. 물론 혼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 VR스퀘어 화이트·그린·블루·레드·옐로 등 총 5가지 콘셉트로 나뉜 5층 공간에서 각종 VR 어트랙션(가상현실 체감형 기기)을 체험할 수 있다. 이용요금은 평일 기준 어트랙션 수에 따라 BIG1 8000원, BIG3 2만 원, FREE PASS 2만9000원(3시간 자유이용)으로 나뉜다. VR 체험이 처음이라면 어지럽거나 멀미를 할 수도 있으니 1회권이나 3회권으로 먼저 이용해본 후 횟수를 늘리는 게 좋다. 여럿이 함께 간다면 원하는 시간 동안 인기 콘텐츠 13종을 즐길 수 있는 VR 파티룸(평일 3만6000원)을 이용하는 게 실용적이다. 서울시 마포구 어울마당로 68, 일~금요일 11:00~23:00, 토요일 11:00~24:00 enjoy + 실제 사용자의 행동이 게임에 그대로 반영되는 VR 워킹 어트랙션을 비롯해, 기계에 탑승해 운전이나 비행 등을 즐기는 VR 시뮬레이터, 근래 유행하는 VR 방탈출까지 몰입도 높은 가상현실 기기들이 설치돼 있어 다양한 VR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사진 제공 서울식물원, 식물관PH, 숲, 숨 Gray, VR스퀘어 4樂 여가를 즐기다 ◇ 통의동 보안여관(BOAN 1942) 1942년부터 2005년까지 약 60여 년간 수많은 나그네가 머물렀다 간 쉼터 ‘통의동 보안여관’은 2007년 복합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재작년부터는 본래의 기능을 되살리는 의미에서 숙박시설인 ‘보안스테이’를 새롭게 열었다. 북악산, 경복궁, 서촌 한옥마을 등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과 더불어 휴식을 극대화하는 객실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빈티지한 분위기의 외관과 실내 디자인뿐만 아니라 보안책방, 아트스페이스보안(전시 공간), 보안클럽 등 볼거리가 많아 이따금 여가를 보내기에 제격인 장소다. 서울시 종로구 효자로 33, 화~일요일 12:00~18:00, 잔술집33 18:00~24:00 enjoy + 통의동 보안여관 1층에 자리 잡은 33마켓은 한국적 정취와 계절의 흐름을 담은 공간이다. 낮에는 차를 우리는 티 카페로 운영하고, 밤에는 크리에이터들이 공예 작가들의 작품 잔에 술을 파는 ‘잔술집33’이 되어 손님을 맞이한다. ◇ 국립현대미술관 X 더 플라자 호텔 국립현대미술관은 개관 50주년 기념전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이하 ‘광장’)의 개최를 맞아 더 플라자 호텔과 함께 제휴 프로그램 ‘국립현대미술관 50주년 x더플라자’를 진행한다. ‘광장’은 한국 미술 100년을 조명하는 대규모 기획전으로 서울관, 덕수궁관, 과천관에서 내년 2월까지 만날 수 있다(과천관은 3월 29일까지). 해당 기간 호텔 클럽층 투숙 고객에게 국립현대미술관 3개관 초대권과 무료 아트셔틀버스를 제공하는 등 편안한 휴식과 함께 다양한 예술적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더 플라자 호텔 서울시 중구 소공로 119 enjoy + 기본 제휴 프로그램 외에 미식과 예술이 결합된 ‘코리아 모던 아트 패키지’를 운영한다. 프리미어 스위트에서 1박과 함께 미쉐린 가이드가 선정한 한식 레스토랑에서의 식사와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투어까지 누릴 수 있다(가격은 53만5000원부터). 5樂 취미를 즐기다 ◇ 상생상회 상생상회는 지난해 11월, 서울시가 지역 중·소농을 돕고 판로를 지원하기 위해 만든 곳이다. 1층에는 지역물품 판매장과 카페가, 지하 1층에는 전시 홍보 및 상생공유의 장이 마련돼 있다. 전시 홍보 공간에서는 지역 축제, 특산물, 관광자원 등을 주제로 정기적인 전시를 진행하며, 국내 여행 및 귀농·귀촌 등 유용한 지역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상생공유주방은 상생상회에서 판매하는 식재료를 활용해 요리하는 ‘서로맛남’과 금요일 점심시간 셰프가 만드는 제철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금요미식회’를 진행한다. 요리가 취미인 이들이라면 한 번쯤 찾아가 보길 권한다.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 39, 1층 매장 11:00~20:00, 자원홍보공간 9:00~18:00 enjoy + ‘서로맛남’과 ‘금요미식회’는 제철 식재료에 따라 매달 프로그램이 달라진다. 일정 확인 및 예약은 홈페이지(sangsaeng.seoul.go.kr)에서 가능하고, 상생상회 SNS나 카카오톡 플러스친구를 통해서도 신청할 수 있다. ◇ 엔젤공방거리 진득하게 자리 잡고 앉아 취미를 즐기기엔 공방만 한 곳이 없다. 서울 강동구에 조성된 엔젤공방거리에는 도자기, 커피, 디저트, 플라워, 캔들, 금속, 목재 등 다양한 소재를 다루는 공방이 즐비하다. 각 공방에서 판매하는 이색 공예품들은 물론 데일리 클래스나 정기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원하는 공예품을 제작하거나 배울 수 있다. 서울시 강동구 성안로 일대. enjoy + 강동구 엔젤공방거리에 입점한 공방은 현재 총 18곳이다(2019년 11월 기준). 도자기 공예 수업을 진행하는 ‘베이크 포터리’(성안로 109)를 1호점으로 시작해 18호점인 애견 관련 수공예품점 ‘오늘도 예쁘구나’(성안로 43)까지 각양각색의 공방이 자리하고 있다. 핸드드립 커피와 디저트 등을 즐기고 배우는 ‘커피 플라스크’(성안로 41), ‘알라망’(성안로 75) 등을 비롯해 테라리움 DIY 공방 ‘고니네미’(성안로 47), 젓가락 예절교육을 진행하는 ‘시와저’(성안로 101), 업사이클 금속공예방 ‘메탈룸’(성안로 35) 등 취미에 따라 공방을 선택해 즐길 수 있다.
- 2019-12-17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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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들은 인생 포기한 걸로 알지만
- 생활이란 우리가 자주 착각하는 것처럼 멍에가 아니라 사방으로 열린 활공장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지향에 있다. 오체투지처럼 궁구하는 삶이 있으며, 경주마처럼 각축하는 삶이 있고, 바람의 사주를 받아 가뿐히 떠도는 삶이 있다. 연극인 최영환(49)은 아마도 바람과 동맹을 맺은 계열에 속할 것이다. 그는 한결 자유로운 삶을 원해 귀촌했다. 누군들 자유로운 삶을 갈구하지 않으랴. 단 한 번 주어진 생을 가급적 자유롭게 쓰고 가고자 하는 갈망. 이는 거의 가당찮은 꿈일망정 고달픈 일상을 견디게 하는 힘과 탄력을 가져다준다. 인생이란 근본적으로 고(苦)라지. 그러나 고통 속에 나뒹굴 때라야 비로소 자유로운 지평을 절박하게 찾아 나서는 게 사람이다. 최영환이 그랬다. 요컨대 그는 삶을 바꾸고 싶었던 것이다. 자유롭다고 믿었던 그간의 삶에 섞인 혼선에 몹시 식상했던 것 같다. ‘괴로운 자각’이라 할 만한 격렬한 회의가 우레처럼 그의 머리를 쳤던 모양이다. 그는 서울에 살며 연극판에서 땀 흘려 뛰었다. 극단 ‘죽죽’에 소속, 연기활동을 해왔다. 일찍이 열일곱 나이 때 연극에 입문했던 그는 1991년, ‘부산연극제’ 최연소 신인연기상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배우로 나섰다. 이후 서울의 대학로를 근거로 삼아 20여 년간 연극인으로 살았다. 그러나 대차게 덤벼들어 긴 세월 비지땀을 쏟은 만큼의 결과가 돌아오지 않는 이상한 현실을 발견하고 남몰래 울상을 지었던 것 같다. ‘나, 연극배우 맞아? 이건 뭐 이룬 게 없질 않은가?’ 그는 아마도 그렇게 독백했을 게다. 그간 수없이 무대에 서서 대사를 읊조렸겠지만, 오직 자신에게만 들려준 그 독백의 톤은 연극이 아니라서 한결 절절했을 것이며, 번뇌의 산물이었기에 그 맛은 유감스럽게도 소태처럼 쓰디썼을 테지. “배우로서의 정체성이 사라지는 느낌이었어요. 날마다 대학로에서 살다시피 하며 연극활동을 해왔고, 딴에는 자유롭게 살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사실은 점점 퇴행하고 있다는 회의가 몰려들었던 거죠. 딱히 스케줄 없는 날이 늘어났고, 그저 술이나 마시게 되고. 야, 이건 참 무의미한 생활이구나, 타성에 젖어 휩쓸려가고 있구나, 그런 자각으로 괴로웠지요. 연기자다운 활동의 미비와 열악한 생계 상황, 이중고가 있었던 겁니다.” 그는 새로운 생활 속으로 뛰어들어야 할 필요를 느꼈다. 황급히 활로를 찾아야 했다. 궁리 끝에 찾은 대안이 시골살이였다. 그즈음 마침 일단의 대학로 연극인들이 단양군의 농촌으로 귀농을 했다. 최영환도 거기에 합류했다. 적적하고 적막한 농촌에 연극판을 펼쳐 고독한 시골 사람들의 삶을 어기영차 북돋우고, 손수 농사까지 지어 생계를 해결함으로써 연극과 농사가 융합된 새로운 문화 공동체의 모델을 본때 있게 구축하겠다는 취지를 표방한 동아리였다. 독특한 패기에 찬 이 공동체에 동참한 최영환은 서울의 집과 단양을 오가며 지냈다. 즉 절반쯤 귀농한 상태로 3년여를 살아왔다. 그러다 성향이라는 게 맞질 않아 동아리를 탈퇴했단다. 그리곤 팍팍한 서울생활을 아예 싹 청산, 처자를 대동하고 단양군 영춘면 면 소재지로 본격적인 귀촌을 했다. 달랑 3000만 원 들고 귀촌 이후 2년이 흐른 현재, 그는 찻집을 운영하며 낯선 객지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용을 쓰고 있다. 그가 추구하는 건 언제 어디서건 자유로운 영혼. 해서, 사방팔방으로 자신을 개방하고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사람들을 척척 받아들이기 위해 그간의 반백년 인생에서 쌓은 모든 재능을 쏟아 붓고 있다. 이번 여로의 종착만큼은 근사한 것이길 기대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만만치 않은 게 귀촌생활이다. 또 그러나 최영환 역시 만만치 않은 인간이 보유할 만한 자질을 가지고 있을 터인즉, 이 사람이 펼쳐 보이는 귀촌생활의 양상이란 어쩌면 연극보다 흥미진진할지도. “이곳에 내려온 지 불과 2년이 지났지만 5년 이상이 지난 것처럼 친숙함을 느낍니다. 주민들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한 결과죠. 서울은 머릿속에서 거의 지워졌어요. 전화통화량을 가만히 따져봤더니 서울 지인들과는 10%, 이곳 주민들과는 90%. 어느 사이에 그렇게 변해 있더라고요.” “별안간 대학로를 떠난 당신을 두고서 지인들이 아쉬워하지 않았어요? 연극 동네 특유의 동지 의식이라는 게 있을 텐데.” “웬 귀촌? 그러면서 다들 놀라는 눈치이던걸요. 아예 인생 포기한 걸로 알더라고요.(웃음) 사실, 연극인들의 이탈은 흔합니다. 대략 60% 정도가 중도에 분야를 바꿔 빠져나가죠. 경제문제 등 여러모로 한계 상황에 봉착해서.” “연극배우란 배고픈 직업이라고 알려졌죠. 유능한 데다 열정마저 겸비한 인재들이 결국 견디지 못하고 다른 길을 찾아가는 건 참 섭섭한 현실이에요.” “이름난 배우들에겐 큰 문제가 아니겠지만 저 같은 사람에겐 난감하기 마련이죠. 대리운전 기사를 하는 식으로 생활비를 벌며 버텼으나, 뭔가 확실한 타개책이 아니면 더 가혹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겠더라고요. 그렇다면 시골에 가서 소박한 생활을 하자, 그런 작정을 했던 겁니다.” 혼자 살 때엔 그럭저럭 지냈더란다. 혼밥과 혼술도 홀가분한 자유의 증빙으로 보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40대 중반, 좀 늦은 나이의 결혼으로 아이까지 얻은 뒤론 사정이 급박해졌다. 아자아자! 시골에서 나를 맘껏 풀어놓고 생활의 야전 속으로 들어가자! 그는 그리 자신과 담판을 짓고 귀촌했던 것이다. 연극이야 버릴 수 없는 동행. 미련 이상의 관습으로 삶에 이미 들러붙은 것이라서 이삿짐에 실려 함께 시골에 내려왔다. 연극 행위가 없는 삶은 식물인간처럼 절망적일 지경은 아닐지라도 좌우간 탁 놔버릴 수 없는 애착이 이미 깊었기에, 그는 귀촌의 나날을 연극을 위해서도 사용하기로 했다. 다시 말해, 어엿이 먹고 살 수 있는 생활 방편을 찾고, 덩달아 연극활동에도 새로운 피를 수혈하자는 것. 최영환의 귀촌 청사진엔 그 두 가지 목표가 새겨져 있다. “이곳에 오자마자 이웃들에게 제가 어떤 사람인가를, 무얼 하기 위해 귀촌했는가를 기탄없이 밝혔지요. 연극단체를 만들어 주민들과 함께 공연을 하고 싶다는 뜻을 전하자 모두들 귀를 기울이더군요. 물론, 호의적인 반응만 있는 건 아니었어요. 아하, 그 무슨 극단을 만들어 지원금이나 빼먹으려는 속셈 아니여? 그런 의심에 찬 소문들이 돌기도 했으니까.” “낯선 사람 하나가 시골에 등장한다는 건 시골이라는 무대 위에 배우 하나가 올라선 것과 같은 효과를 낳게 마련이죠. 모두가 그의 동태를 예의주시 감상하게 되니까. 감상 평론도 중구난방으로 무성하고요.” “통과 의례라는 게 있게 마련이죠. 면 소재지 상가 거리 복판에 찻집을 차리자 주변 상인들이 긴장하는 분위기도 완연했어요. 그렇잖아도 가뜩이나 영세한 상가에 경쟁자 하나가 출현했다고 본 거죠.” “다양한 자영업 중에 찻집을 선택한 건, 그게 가장 유망하다 판단해서?” “아내가 바리스타예요. 커피집이 적격이라 봤어요. 소자본으로 오픈할 수 있는 업종이기도 했고요. 저희는 달랑 3000만 원을 가지고 귀촌했는데, 가게를 차리고 셋집 주택을 얻는 데 다 썼지요. 찻집 운영으로 연 1500만 원 정도의 매상을 올립니다. 월세 나가지, 겨울 비수기엔 힘들지, 아직 자리가 잡히지 않았지만 차차 호전될 거라 봐요.” 찻집엔 ‘꽃피는 커피’라는 상호가 걸려 있다. 아담하고 소박해서 정겹다. 가게 좌우로는 식당, 옷집, 식육점, 주점, 빵집 등속이 있고, 맞은편엔 하나로마트가 있다. 상업이 성행할 리 없는 고즈넉한 시골이지만 그나마 요지에 자리를 잡았다. 그렇더라도 세 식구의 믿을 만한 호구지책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해서, 최영환 부부는 찻집일 외에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해치운다. 가게는 한 사람이 지키면 되기에 나머지 한 사람은 일거리가 생기면 쪼르르 달려간다. 의외로 일거리가 많은 게 시골이란다. 주로 막노동이지만 최영환은 가리지 않고 일을 찾아 전전해왔다. 아로니아 가공공장에 단기 취업을 하기도 했다. 아내는 인근 사찰에서 총무 일도 봤다. 생존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뭐든 다 해야만 한다. 그보다 더 절박한 진실이 달리 어디에 있겠는가. 첫발 내딛은 ‘청춘극단’ 면 소재지의 하오 풍경은 나른하다. 부스스 마른 볏짚처럼 광택 없는 거리. 별 목적 없어 보이는 한가한 걸음새로 어슬렁거리는 사람들. 저녁 반찬거리를 사기 위해 마트를 드나드는 몇몇 아낙네들. 수족관처럼 조용한 정경이지만 스피커로 외쳐대는 물오징어 판매 차량이 등장하자 별안간 사람들이 북적이며 몰려든다. 최영환도 덩달아 바빠진다. 아는 사람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일을 참을 수 없어서다. 2년여 사이에 발휘한 사교성 덕분에 이미 그는 이 동네 사람 다 됐다. “제가 서울에서보다 더 바쁘게 삽니다. 이웃들과 적극적으로 어울리며 사는 것이죠. 청년회나 탁구동호회 등 소소한 모임들에 참여하고 있으며 감투를 쓰기도 했어요. 시골의 배타성이나 텃세에 대해 많이 듣고 내려왔지만 여기는 다르더라고요. 상당히 개방적이고 우호적이에요.” “원주민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일. 이건 귀촌 성공 필살기 1칙이라 할 만하죠.” “제가 원래 가만히 있질 못하는 스타일입니다.(웃음) 체육대회나 축제에서 사회를 보기도 하고 마이클 잭슨 춤을 신나게 추기도 했어요. 이웃과 어울려 살지 않고선 무슨 재미가 있을까? 극단을 꾸려 키워나가기 위해서도 주민 속으로 파고드는 일이 필요해요. 부지런히 눈도장 찍으며 살아왔어요.” “서울의 연극단체들도 흔히 가시밭길을 걸어요. 도발적인 투지가 아니고선 시골 극단을 착상조차 하기 어려울 것 아니겠어요? 현재 어떤 연극활동을 하고 있죠?” “겨우 첫발을 내딛은 단계입니다. 천천히 가되 충실히 기반을 다지고자 해요. 참여 인력은 이 지역 사람들로 영입할 생각이고, 우선은 제가 연기와 연출 등 모든 걸 도맡아 해나갈 참입니다. 구상과 포부는 크지만 재정 문제 등 하나하나 해결해나갈 과제들이 산적해 있어요. 극단 이름은 ‘청춘극장’입니다. 올여름엔 낭독공연물 ‘절대사절’을 선보였지요.” “단원은 몇 명이나 되죠?” “저를 포함, 세 명입니다. 당분간은 2인극 정도 공연할 수 있는 상황이에요. 단원 중 한 명은 제 아내이지요. 연극에 대한 아내의 열정이 은근히 대단해요. 작은 동네이지만 열심히 씨를 뿌리면 열매를 맺을 거라 굳게 믿으며 함께 노력하고 있지요. 일단은 생활 안정이 화급한 과제이지만, 부부가 공히 추구하는 가치 있는 일과 목표를 가지고 산다는 게 즐겁습니다.” 최영환은 대학로 극장에서 아내 이동순을 만났다. ‘관객모독’이라는 작품에 출연 중 관객으로 찾아온 이동순과 눈이 맞았던 것. 연극 애호가였던 이동순은 ‘관객모독’을 자그마치 100여 회나 관람했더란다. 그 바람에 극단 단원들의 환대를 받았는데, 유독 최영환에게 필이 꽂혔던 거다. 부부 사이엔 어여쁜 유치원생 딸 하나가 있다. 아내의 나이는 올해 33세로 최영환보다 열여섯 살 연하. 남녀의 가슴에 연정이 돋으면 술 취하듯 흥겨운 황홀이 밀려드는 법이니 그걸 사랑이라 한다. 여기엔 경계나 모순이 없어 나이 차 따위는 무의미하다. 세상을 보는 촉에선 세대 차가 있겠지만. “아내가 워낙 긍정적인 스타일이라서 매사 공감대가 넓은 편입니다. 다소 이견이 있어도 합리적이다 싶으면 곧바로 긍정하지요. 어! 그래? 해보지 뭐! 이게 우리 부부가 살아가는 방식이에요. 뭐든 두려움 없이 해보자는 것, 하다하다 안 되면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된다는 것, 그런 낙관을 공유하며 사는 겁니다.” 오랫동안 스타 등극을 소망하며 연극배우로 진력했던 사람.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흥흥거리며 살아왔으나, 이제야 세상 무서운 걸 알겠노라’고 술회하는 남자. 그, 최영환은 여전한 물적 부실 앞에 서 있으나 훌훌 벗어던져야 할 껍질은 이미 벗어던졌다. ◇ 최영환이 주는 귀촌 Tip ◇ •이민보다 더 힘든 게 귀촌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목적 설정부터 정확하게 하자. 막연한 낭만이나 도피적 망상에 의한 귀촌은 절대 금물이다. •경관을 기준 삼아 귀촌 지역을 선택하는 건 위험하다. 충분한 사전답사와 원주민 접촉을 통해 지역의 인심과 풍토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소읍이나 면 소재지에서의 자영업은 그리 이상적이지 않다. 친척이나 동창 등 인맥 중심으로 고객이 형성되는 게 시골의 자영업이기 때문이다. •원주민과의 융화를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누군가 무거운 짐을 들고 갈 때 같이 거들어줄 수 있는 정도의 심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박원식 소설가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와 동대학원 졸업. 광주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오랫동안 자연과 문화에 관한 글을 써왔다. 사람이든 자연이든 대상을 좋아할수록 아득해지는 미스터리가 늘 그를 궁리하게 만든다. 격물치지(格物致知)의 안목을 얻는 일의 요원함을 실감한다. 그가 즐기는 것은 산촌의 적막, 암자의 풍경소리, 낯선 여행지의 선술집, 우연한 만남 등이다. ‘천년 산행’, ‘암자에서 듣다’, ‘산골로 간 예술가’ 등의 저서가 있다.
- 2019-12-13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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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격검정시험 어렵다면 과정평가형 취득으로
- 자격증에 관심을 두는 중장년이 늘어났다. 젊은이들이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의 도구로 자격증을 취득하듯, 시니어 역시 재취업을 위한 발판으로 여기곤 한다. 그러나 노소를 떠나 무분별한 자격증 취득은 시간, 돈 낭비에 그치기도 한다. 2019년 등록된 자격증 수는 3만2000여 개. 관심 있는 자격증 정보를 선별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고민인 중장년을 위해 자격증을 분야별로 나눠 알아보려 한다. 이번 호에는 ‘농업·원예’ 분야를 소개한다. 자료 제공 및 도움말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한국산업인력공단 시골에서 농사를 짓던 추억이 있는 중장년 세대의 경우 아예 귀촌을 하거나 도심에서 텃밭을 가꾸고, 원예나 정원 관리 등 자연을 벗삼은 활동을 통해 유년 시절의 향수를 달래곤 한다. 집에서 취미로 꽃이나 나무를 키우기도 하지만, 농업·원예 분야 자격증과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일자리를 꾀할 수도 있다. 각 지역 농업기술센터를 중심으로 도시농업전문가 과정이 늘었고, 정원문화 확산을 위한 정원지원센터가 곳곳에 생겨나는 등 관련 시장과 수요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PART1. 국가기술자격 먼저 농업 분야에서 중장년의 관심이 가장 높은 국가기술자격은 ‘유기농업기능사’다. 유기농업이란 화학비료나 농약, 제초제 등 합성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유기물과 미생물 등 자연재료만을 활용한 농사 방식이다. 최근 환경오염이 화두로 떠오르며 유기농업의 중요성과 수요가 증대되는 추세다. 실제 도심에서 직접 먹을 농작물을 키우거나, 귀농 후 농사를 지을 때도 유기농법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자격시험에서는 유기농 재배 및 관리를 비롯해 생산, 토양관리, 가공, 유기축산 등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데, 평균 합격률은 95.6%로 꽤 높은 편이다(2018년 기준). 특히 50대 이상 합격자 수가 타 연령대에 비해 많다는 점에서, 관심 있는 중장년이라면 도전해볼 만하다(응시자격제한 없음). 또 다른 국가기술자격으로는 ‘원예기능사’가 있다. 원예기능사는 묘목을 재배하거나, 생육 시설 설치 및 관리, 관수(물주기), 시비(거름주기), 제초 등의 작업을 수행한다. 자격시험을 치르려면 시설 원예를 비롯해 채소·과수·화훼 원예에 대한 이론과 실제 작업 과정 전반을 익혀야 한다. 지난해 시험 결과를 보면 필기시험 평균 합격률 35.4%, 실기시험 평균 합격률 61.1%로, 합격이 수월해보이지는 않는다. 근래 합격자 수 역시 한 해에 100명이 채 안 될 정도로(2018년 80명, 2017년 95명, 2016년 69명) 적었다. 농업·원예 분야의 국가기술자격에는 종자기능사와 화훼장식기능사도 있다. 전체 합격자 수로만 본다면 유기농업기능사나 원예기능사보다 훨씬 많지만, 젊은 세대가 주를 이룬다. 농업·원예 분야의 자격증은 산업수요 맞춤형 고등학교 및 특성화 고등학교 학생 중 필기시험 면제자를 위한 실기 응시기간이 따로 있어, 이러한 결과를 낳은 것으로 보인다. PART2. 민간자격 최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등록된 농업·원예 관련 민간자격들을 살펴보면, 다양한 스마트 기술 또는 예술 분야와 접목된 종목들이 눈에 띈다. 드론농업장제전문가, 스마트정밀농업전문가, 힐링농업지도사, 원예심리상담전문가, 생활원예아트, 정원놀이지도사 등 단순히 작물 재배나 가꾸기에 머무르지 않는 참신한 자격증이 많다. 물론 이들 종목들 대부분이 아직 시작 단계인 경우가 많아 관련 제도와 훈련 기관 등이 미흡한 편이다. 관련 교육과 양성 과정이 궁금하면 각 지역 농업기술센터(또는 농업기술원)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서울특별시 농업기술센터의 경우 ‘원예활동생활화 교육’, ‘치유농업 프로그램’, ‘도시농업전문가 양성 특별교육’, ‘도시농업 힐링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해왔다. 특히 최근에는 치유농업, 원예치료 등 농사가 목적이 아닌, 심신 회복과 안정을 위한 농업·원예 분야 자격과 프로그램이 주목받고 있다.
- 2019-12-02 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