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사는 사람들은 맨해튼에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웬만해서는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기 어렵다는 말을 흔히 한다. 고층 빌딩이 빼곡한 맨해튼은 아주 삭막해 보이지만 어디와도 견줄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곳이기 때문이다. 뉴요커들은 브로드웨이 뮤지컬극장, 카네기홀, 링컨센터, 메트로폴리탄이나 현대미술관(MoMA)과 같은 세계적인 명소보다 외지인들이 잘 알지 못하는 작은 문화공간에 오히려 더 애착을 가지곤 한다. 포장마차의 음식과 광장에서 열리는 즉석 이벤트를 즐기고 창고 같은 갤러리에서 개최되는 무명작가의 전시회와 소극장 공연을 나만의 세계로 받아들인다.
그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책 문화다. 아마존의 위세와 임대료 폭등으로 세계 최대 서적 체인인 반스앤노블(Barnes & Noble)마저 미국 내 점포를 800여 개에서 600여 개로 줄일 정도로 서점들이 타격을 받고 있지만 맨해튼에서는 여전히 진한 책 향기를 맡을 수 있다. 42번가에 위치한 뉴욕공공도서관은 세계 5대 도서관으로 뉴요커의 자랑거리다. 구텐베르크 성서 초판본, 콜럼버스가 신대륙 발견을 알린 첫 번째 편지, 토머스 제퍼슨의 독립선언문 초고 등과 같은 역사적 귀중품을 포함해 5100만 점의 서적과 마이크로필름 등을 소장한 이 도서관은 수많은 국내외 관광객으로 늘 붐빈다.
독립서점의 산역사, 스트랜드·알거시
뉴욕시에 있는 10개의 반스앤노블 매장은 서점이라기보다는 지역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뉴요커들은 이 서점에 들러 단순히 책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만사를 잊고 책에 파묻혀 시간을 보내고 학생들은 함께 모여 온종일 공부를 하는 장소로 활용하기도 한다.
다양하면서도 전통 있는 독립서점들도 뉴요커들이 애호하는 문화공간이다. 서울 청계천과 부산 보수동의 헌책방 거리가 쇠퇴하듯 유니언 스퀘어 인근의 서점거리(Book Row)도 번창했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쇠락해 버렸지만 곳곳에 흩어져 있는 100여 개 독립서점은 뉴요커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센트럴파크와 접해 있는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의 건너편에 위치한 앨버타인 서점은 미국에서 가장 다양한 불문학 서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고, 스타킹스 서점은 페미니즘 서적을 전문으로 취급하면서 관련 인사들의 아지트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요리사와 미식가들의 모임터가 된 요리 서적 전문 서점인 보니슬로트닉, 여행서 전문서점인 아이들와일드, 미스터리 서적 전문서점인 미스터리어스, 문학 서적 전문서점인 맥널리잭슨 그리고 일본 서적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북오프 등과 같은 서점도 뉴요커들이 아끼는 곳이다. 기증받은 책과 소장품을 커피와 와인을 곁들여 판매하면서 얻은 수익금으로는 홈리스와 에이즈환자를 지원하는 하우징웍스 북스토어카페는 감동이 함께하는 공간이다.
고서적 수집가들이 신뢰하는 고서적 전문서점도 주목을 받고 있다. 희귀본과 수집용 서적을 선별해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의 서적 애호가들에게 공급해주고 있는 미국고서적상협회(ABAA)의 회원사는 220여 개. 이 가운데 40여 개사가 맨해튼을 중심으로 활약하면서 큰 거래를 성사시키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뉴요커들이 손꼽는 대표적인 서점은 세계 최대 규모의 중고서점인 스트랜드(Strand Book Store)와 1925년 뉴욕 최초로 개점한 알거시(Argosy Bookstore). 스트랜드서점은 48개에 달했던 책방들이 사라진 서점거리에 홀로 덩그러니 남아 89년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월 타계한 의 저자 움베르토 에코가 생전에 ‘미국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곳’이라고 예찬을 하면서 이제는 세계적인 명소로 인정을 받고 있다.
이 서점의 휘트니 휴 마케팅 담당 이사는 “소장한 서적만 250만 권으로 서가의 총길이가 18마일(29㎞)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물론 자로 재어 본 것은 아니고 책 두께를 감안할 때 그런 계산이 나온다는 뜻이다. 수만달러를 호가하는 희귀본에서 1달러 미만의 헌책까지 망라하여 독서 애호가와 수집가들이 마음껏 책을 고를 수 있는 것이 이 서점만의 생존비법이다. 해외에도 널리 알려지면서 책을 좋아하는 세계인들의 탐방코스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3층에 위치한 희귀본 및 수집용 서적 코너에서는 한인 2세 김현영(미국명 Jane Jaiswal)씨가 전문가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 영어강사로도 일한 경험이 있는 김현영씨는 우리말이 능숙한 데다 섬세하고 친절해 한인 방문객에게는 더없이 좋은 안내자다.
그가 가장 먼저 자랑스럽게 소개한 책은 1885년 발간된 제임스 조이스의 . 2권으로 된 딜럭스 하드커버 초판본은 1000달러 수준이지만 야수파의 거장인 앙리 마티스가 직접 그린 삽화가 삽입된 희귀본은 4만5000달러(약 5000만원)를 호가한다. 오래된 종교서적과 컬러 삽화가 곁들어진 조류서적 등 3만달러 안팎의 희귀서적도 잇달아 선보였다. 1793년에 3권으로 발간된 아담 스미스의 은 경제학자들이 탐낼 만한 책이라 눈길이 갔다. 가격은 2000달러 수준.
수집 목적은 투자 보다 취미가 우선
김현영씨는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유형의 서적을 상태가 좋은 초판본으로 구입하는 것이 책 수집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투자 목적으로 수집을 했다가 실망을 하는 사례가 적지 않으니 좋아하는 책을 즐기면서 소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그가 추천하는 권장 서적은 영국 유명배우이자 작가인 이안 맥켈런이 2014년에 발간한 법정소설 . 판매 가격은 20달러 내외에 불과하지만 작가의 이력과 소설의 내용 및 제본 상태 등을 감안했을 때 소장할 가치가 있다는 의미다.
“희귀본을 수집할 때는 미국고서적상협회와 같은 공신력 있는 기관이 인증하는 서점이나 전문가를 통해야 낭패를 보지 않는다”고 그는 강조했다. 값비싼 희귀본의 경우 서적의 주제와 내용, 발간 시기와 지역 등에 따라 200여 분야로 분류되고 그 분야 전문가의 감정 없이는 정상적인 거래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3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이 서점은 고객과 서적 관리 노하우가 차곡차곡 축적되면서 규모도 광화문의 교보문고를 능가할 정도로 커지고 있다.
센트럴파크 인근 파크 애비뉴 59가의 부자동네에서 위치한 알거시 서점도 비싼 임대료를 거뜬히 견뎌내면서 3대째 가업이 이어지고 있다. 코헨 가문의 세 딸 주디스, 나오미, 아디나와 주디스의 아들 벤저민이 함께 끌어가는 이 서점은 뉴요커들로부터 친근감과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어 웬만한 역경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미국과 세계 고서적상협회, 그리고 고서적감정협회 등 각종 서적 관련 단체의 창립을 주도하여 서적 역사의 산증인으로도 존경을 받고 있다. 지하 1층, 지상 6층의 서점에는 미국 관련 고서적, 과학과 의료분야 역사서적, 각종 초판 서적 등이 빈틈없이 차 있고 이스트강 건너 브루클린의 창고도 비좁을 정도로 다양한 서적을 구비하고 있다. 산수(傘壽· 80세)를 이미 넘긴 맏딸 주디스 라우리 공동대표는 “두 동생과 아들과 함께 서점 일을 하는 것이 마냥 즐겁다”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나 자신이 태어난 연도, 지역이나 동·식물 등과 관련된 서적을 수집하다 보면 흥미와 전문성이 함께 높아진다”고 서적 수집 원리를 알려줬다.
한국인 고객들의 발길도 줄이어
족히 칠순은 된 듯한 막내 딸 아디나 코헨 공동대표는 “감동적인 소설과 세계를 변화시킨 서적, 그리고 위인의 서명이 담긴 서적을 접하다보면 자신도 그 세계의 일원이 된다”면서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세계를 선물하는 것보다 모든 세계를 담고 있는 책을 선물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고 조언했다. 연말에는 많은 고객들이 소중한 선물을 알거시 서점에서 고르곤 한다. 아디다 코헨 대표는 아름다운 화집과 사진집을 선물용이나 소장용으로 권장하고 있다.
알거시는 고객의 수집 성향을 세세히 파악하여 관련 서적이 입수되면 바로 연락하는 체제를 갖추어 고객의 만족도를 높여 나가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한국의 고객들도 정기적으로 알거시를 찾고 있다. 한국 고객들은 교육적인 아동서적에 관심이 많은 것이 특징이라고 코헨 공동대표는 덧붙였다.
세계에서 거래된 가장 비싼 책은 빌 게이츠 회장이 1994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낙찰 받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업 노트로, 발명품을 구상한 라는 필사본이다. 중 한 권인 72쪽 짜리 를 손에 넣기 위해 지불한 돈은 3080만달러. 지금의 시세로는 4920만달러(약 570억원)를 호가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열렬한 팬인 빌 게이츠는 시대를 앞서간 위대한 천재의 예술적인 스케치와 과학적인 아이디어가 담긴 메모를 보면서 많은 영감을 받고 있다고 미국 방송사 CBS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책을 통해 세계 최고의 부자 빌 게이츠는 그 가격보다 훨씬 더 높은 가치를 얻고 있는 것이다. 책 속에 길이 있고 그 길은 무한한 가치로 이어지는 탄탄대로다.
봄바람 따라 왁자지껄 피어나던 바람꽃들이 어느 순간 기세가 꺾여 눈에서 사라지기 시작하는 4월의 깊은 계곡, 높은 산기슭에선 꽃 걱정 말라는 듯 순백의 탐스러운 꽃들이 여기저기 자리를 잡고서 방긋방긋 눈인사합니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이 풀리고, 산기슭과 계곡에 두껍게 쌓였던 눈이 녹아 폭포수가 되어 흘러내리는 계곡의 푸른 이끼 곳곳에 달덩이처럼 환한 야생화가 꽃잎을 활짝 열어젖히고 봄날의 환희를 노래합니다.
“청산리 벽계수(靑山裏 碧溪水)야, 수이 감을 자랑 마라 / 일도창해하면 돌아오기 어려우니 / 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어간들 어떠리.”
그렇습니다. 높고 푸른 산속에 눈 녹은 맑은 물이 폭포수가 되어 콸콸 흘러내리고, 그 곁에 한국 특산식물인 모데미풀이 무더기로 피어 ‘산꽃 들꽃’, 우리의 야생화를 찾아 나선 벗들을 등산객들을 반갑게 맞이합니다. 한국 특산식물이란 전 세계에서 우리 땅에서만 피고 자라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식물종의 하나라는 뜻입니다. 1935년 지리산 자락인 운봉의 ‘모뎀골’ 또는 ‘모데미마을’이란 곳에서 일본인 학자 오이 지사부로(大井次三郞)가 처음 발견해 모데미풀이란 이름이 유래했다고 합니다. 학명에 오이(Ohwi)란 일본 성이 들어간 이유입니다.
그런데 모뎀골이나 모데미마을이란 동네 이름이 확인되지 않아 꽃이 피어 있던 ‘무덤’을?일본어로 옮기는 과정에서?‘모데미’라는 엉뚱한 이름이 붙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학명 중 종명 메갈에란티스(Megaleranthis)는 ‘크다’는 뜻의 그리스어 메가스(megas)와 너도바람꽃(Eranthis)의 합성어입니다. 실제로 10~20cm 안팎의 줄기 끝에 흰색의 꽃잎처럼 보이는 꽃받침 잎 5장과 노란 수술을 가진 꽃송이가 하나씩 달리는데, 꽃은 순백의 너도바람꽃을 닮았지만 크기는 2배쯤 됩니다. 첫 발견지인 전북 남원의 ‘운봉금매화’란 별칭으로도 불리는데, 영어 이름은 한국 특산식물답게 한글명인 모데미풀(Modemipul)입니다.
다행인 것은 세계적으로는 한국만의 고유종, 한국의 특산식물이기는 하지만, 아직은 만나기 힘들 정도로 매우 희귀하지는 않다는 사실입니다. 남으로 제주도 한라산부터 북방한계선으로 알려진 강원도 점봉산까지 폭넓게 분포하는데, 대부분 해발 800m가 넘는 습지나 능선 부근에서 자생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고산·아고산 지대가 자생지인 특성으로 인해 늦은 봄인 4~5월 개화함에도 불구하고 설중화(雪中花)의 주인공이 되곤 합니다. 산자락 아래에서는 분명 비가 내리지만, 같은 날 같은 산이라도 정상 부근 고지대에서는 눈발이 흩날리기 때문입니다.
Where is it?
첫 발견지라는 학술적 기록에도 불구하고 전북 남원 운봉의 지리산 자락에서는 정작 모데미풀을 한 포기도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대신 한라산, 설악산, 태백산, 점봉산, 오대산, 광덕산 등 전국적으로 폭넓게 자생지가 확인되고 있는데, 개체 수가 많기로는 소백산과 덕유산이 꼽힌다. 특히 소백산 정상 부근은 한국 최대(한국에만 있으니 세계 최대라는 말도 된다) 규모의 자생지가 펼쳐지는 곳으로 유명하다. 야생화 사진작가들이 최고로 꼽는 모데미풀 자생지는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청태산 자연휴양림. 졸졸졸 흐르는 계곡 물과 무성한 초록색 이끼, 바위 사이사이에 하얗게 핀 모데미풀을 한꺼번에 담을 수 있는 명소다.
야생화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이라면 그 이름을 들어보았을 꽃, 그리고 야생 상태의 꽃을 만나기를 로또복권 당첨만큼이나 소원하는 꽃, 그러나 정작 만나고 나면 혹시라도 소문이 퍼져 안 좋은 일이 벌어질까 애태우는 꽃, 바로 ‘광릉요강꽃’입니다. 오랜 세월 동호인은 물론 식물학자나 관련 부처의 지대한 관심과 사랑, 보호, 연구 대상이 되어 왔지만, 이렇다 할 안정적인 보전·증식 대책이 나오지 않아 여전히 ‘보호 대상 1호’ 신세를 면치 못하는 꽃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지각 있는 이들은 자신이 본 광릉요강꽃의 자생지를 밝히지 않는 것은 물론 꽃이 피어 있는 동안에는 꽃 사진 등의 공개를 금기시하고 있기도 합니다.
에 개화 시기인 5월 초가 아닌 한겨울에 광릉요강꽃을 소개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31년 경기도 광릉에서 처음 발견되었다고 해서 ‘광릉’이, 타원형 꽃의 중앙이 움푹 파인 게 ‘요강’을 닮았다고 해서 ‘광릉요강꽃’이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8㎝ 안팎의 꽃을 가운데 두고 앞뒤 대칭으로 펼쳐진 합죽선 형태의 넓은 잎 2장이 주름치마를 닮았다고 해서 ‘치마난초’라고도 불립니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야생화, 특히 야생난 중에서 20~40㎝가량의 전초나 꽃의 크기는 물론 꽃의 생김새나 색상이 아름답고 활달하고 화려하기가 단연 손에 꼽을 만합니다.
옛날 중국 4대 미녀의 하나라는 서시가 지병인 심장병 통증으로 얼굴을 찡그리자 무엇이든 서시를 흉내 내면 아름답게 보일 거란 생각으로 뭇 여인들이 눈살을 찌푸리는 바람에 ‘효빈(效嚬)’이란 말이 생겼다는데, 광릉요강꽃에서도 그런 전천후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잎이든 줄기든, 어린 꽃봉오리든 만개한 꽃이든 시들어 가는 꽃이든, 햇살이 역광이든 순광이든, 백의 얼굴로 천의 표정으로 보는 이에게 각양각색의 황홀감을 선사합니다. 어떤 꽃은 어릿광대의 몸짓으로, 어떤 꽃은 하회탈의 웃음으로, 또 어떤 꽃은 절세미인의 요염한 표정으로, 또 다른 꽃은 시골 처녀의 순박한 미소로 보는 이를 행복하게 합니다.
세계적으로 일본과 대만에도 자생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경기도 포천과 가평, 강원도 화천, 전북 무주, 전남 광양 등 6개 산악지역 18곳에서 모두 800~1000개의 개체가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되지만, 그중 순수한 자생 개체는 절반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광릉요강꽃은 희귀성과 뛰어난 관상미 등으로 여전히 남획의 위험에 처해 있는데, 자생지에서 강제로 옮겨지면 길어야 2~3년 안에 거의 죽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공생 관계에 있는 자생지 토양 내 곰팡이균이 파괴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Where is it?
국립공원인 덕유산을 비롯해 죽엽산, 천마산 등 주요 자생지의 경우 철조망을 두르고 보호·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인의 접근이 불가능하다. 다만 경기도 광릉 국립수목원에서는 몇 년 전부터 수목원 안에 펜스를 치고 광릉요강꽃을 공개하고 있다. 대량 뿌리증식에 성공한 강원도 화천의 한 보호시설로부터 몇몇 개체를 옮겨 놓고 일반에 공개하는 것. 이전에 복원한 광릉요강꽃을 통해 일반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줌으로써 실제 자생지들이 훼손되는 것을 막자는 취지에서다. 또 강원도 화천군 환천읍 동촌리에서는 마을 주민이 수십 년 전 평화의 댐 공사 부지의 광릉요강꽃 몇 개체를 인근 산에 옮겨 심은 뒤 독자적인 노력으로 500여 개체에 이를 만큼 대량으로 ‘뿌리증식’하는 데 성공한 군락을 볼 수 있다.
충청도는 서울에서 멀지 않은 데다 바다와 산 계곡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어 사람들이 즐겨 찾는 여행지다. 그중에서 금강자연휴양림은 금강 젖줄에 자리 잡아 탁 트인 풍경과 아기자기한 골짜기가 어우러져 다양한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여름의 끝자락 귀여운 손자손녀들과 금강자연휴양림에서 싱그러운 숲체험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서울에서 출발해 경부고속도로에서 천안-논산고속도로 빠져 다시 당진-대전고속도로 상주 방면으로 길을 틀었다. 1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곳은 공주시 반포면. 충남의 긴 젖줄인 금강이 흐르고 군데군데 울창한 자연습지도 눈에 띈다. 예전에는 황새나 왜가리, 가마우지, 검은머리물떼새 등 다양한 새들이 날아와 사시사철 이들의 날갯짓을 볼 수 있었지만 4대강 공사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아쉽게도 이들의 모습은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금강에 가로놓인 빨간 아치 모양의 불티교를 건너면 충남산림환경연구소 간판을 단 금강자연휴양림이 나온다. 정문에 들어서면 넓은 주차장부터 눈에 들어온다. 충청도 사람들은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해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수가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에서는 이곳을 생소하게 여기거나 아예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금강자연휴양림은 원목 펜션에서 숙박을 할 수 있는 것은 기본이고 체계적으로 구성된 산림박물관, 동물원을 비롯해 수백 가지 희귀한 식물을 전시하고 있는 열대 온실, 여름이면 피서객들로부터 인기를 모으는 계곡 수영장과 야영 캠프장 등 자연을 테마로 즐길 수 있는 시설은 모두 갖추고 있다.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으니 당일치기 여행보다 주말을 이용해 숙박하는 것이 금강자연휴양림을 구경하기에 여러모로 좋다.
◇ 100명이 먹어도 남는다는 잭후르츠
입구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62ha에 달하는 광활한 면적의 수목원이 나온다. 휴양림과 별도로 주소를 가지고 있을 만큼 광활한 넓이의 수목원은 17개의 전시수목원과 7개의 전문수목원으로 꾸며져 있다. 활엽수, 침엽수, 약용수, 야생화 등과 함께 가을에 찾으면 붉은색으로 갈아입은 울창한 단풍나무 숲이 관람객들을 맞는다니 숲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10월 중순께 이곳을 다시 찾아도 좋을 듯하다.
수목원 한가운데에는 충남산림환경연구소가 자랑하는 첫 번째 보물인 열대온실이 나온다. 마치 유리로 만든 궁전인 듯 둥근 돔의 모양을 띠고 있는 열대 온실에는 전 세계에서 자생하는 500여 종의 다양한 식물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부처님이 득도하셨다는 인도 보리수나무와 성경에 등장하는 올리브나무, 인류 최초로 종이를 만드는 데 쓰인 이집트의 파피루스 등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꾸며진 문화식물원은 인류사에 깊은 의미가 담긴 스토리텔링을 아이들에게 들려주기에 제격이다.
바로 옆 열대화원에는 하와이언 훌라댄서처럼 화려하고 다채로운 색을 지닌 적도지방의 식물을 볼 수 있다. 전통의상의 재료이자 하와이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선사하는 꽃다발인 플루메리아 등 열대지방 특유의 컬러풀함이 무척이나 이색적이다. 열대과수원에도 관람객들을 놀라게 하는 특이한 나무가 있다. 과일 한 개의 무게가 자그마치 50kg에 달하는 잭프루트는 100여 명이 둘러앉아야만 열매 하나를 간신히 해치울 수 있다. 열대지역에서 식량 대용으로 쓰이는 빵나무는 고구마 맛이 나며, 체리모야, 파인애플, 망고, 파파야 등 열대 과수들의 달콤한 향기가 아이들의 발목을 붙잡는다.
열대온실 바로 위에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산림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전통적인 백제 양식을 따라 지붕의 귀솟음과 기둥의 배흘림을 반영한 산림박물관은 6개의 테마별 전시실을 비롯해 시청각실로 이루어져 있다. 산림박물관을 둘러보고 나올 때쯤이면 당신도 이미 나무전문가가 되어 있을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자연체험을 할 수 있는 엘리트 체험코스를 갖추고 있으니 산림박물관에 들어올 때는 필기도구를 꼭 준비하자.
◇ 숲길 걸으며 듣는 생생한 자연학습프로그램
금강자연휴양림이 유명해진 이유는 비단 큰 규모만이 아니다. 숲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양질의 숲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이용객들로부터 높은 만족도를 얻고 있다고 한다. 숲체험은 동절기를 뺀 3~11월 내내 휴무 없이 계속된다. 단 추석연휴에는 숲체험을 하지 않으니 잊지 말고 체크할 것.
숲체험은 자연학습프로그램과 숲해설로 구분된다. 자연학습프로그램은 8세 미만의 어린이들을 위한 유아숲체험교실, 초중고생 단체를 대상으로 하는 자연휴양림 숲교실, 장애인 및 다문화가정 등 취약계층을 위한 나눔의 숲교실, 일반인과 숲속의집 이용객을 대상으로 매주 토요일에 진행되는 명상의 숲교실 등으로 꾸며져 있다. 이와는 별도로 개별 탐방객을 대상으로 숲해설 프로그램이 1일 3회씩 무료로 진행되고 있으니 관심 있는 독자들은 아이들과 함께 여름이 가기 전에 숲이 선사하는 싱그러움을 만끽해보자.
◇ 숲을 연주하는 동물들의 교향곡
금강자연휴양림에는 식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동물마을은 동물의 관람 및 생태 관찰, 특히 어린이들의 생태학습과 다양한 볼거리 제공을 위해 수류와 조류로 구분하고 있다. 하늘의 제왕인 독수리는 거대한 발톱과 부리만 봐도 두려움이 생긴다. 연못을 자유롭게 노니는 오리 떼는 원앙과 백조와 함께 관람객들을 반갑게 맞는다.
두 발로 걷다가도 먹이를 한 손에 들고 그루터기에 앉아 맛있게 점심을 먹는 일본원숭이는 꾀도 많고 호기심도 많다. 사람들이 나타나면 이내 달려와 함께 눈을 맞추며 대화라도 하자는 듯 팔을 내밀기도 한다. 울타리가 쳐진 넓은 들판에서 사는 꽃사슴은 자태가 우아하고 수줍음이 많다. 관람객들이 주는 먹이에 호기심을 보이면서도 이내 먼 곳으로 뛰어가더니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사슴에 비해 키는 작아도 씩씩한 염소와 양떼가 관람객들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으려고 울타리로 성큼성큼 다가오고, 땅 속에 굴을 파고 사는 귀염둥이 토끼는 소리가 나면 두 귀를 쫑긋 세우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사람들을 발견하곤 굴 안으로 숨기에 바쁘다.
수목원, 박물관, 동물원 등 다양한 시설을 체험하다보면 어느새 해가 저물고 만다. 이제 숙소를 향해 발길을 돌릴 차례다. 숙박시설은 잣나무, 벚나무, 잎갈나무 등 다양한 목재로 지어져 있다. 나무를 비롯해 자연친화적인 황토, 자갈 등으로 만들어져 아늑한 분위기 속에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크기는 작게는 6명부터 30명이 머물 수 있도록 다양하게 꾸며져 여행의 용도에 맞도록 선택할 수 있다. 펜션 내부에는 기본적인 취사 및 취침 시설이 구비돼 있으니 간단한 먹을거리를 준비하기만 하면 된다. 금강자연휴양림은 모두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으니 사전 문의 후 여행일정을 잡아보자. 주말에 이용하려면 가급적 2~3주 전 예약하는 것이 좋으며 9~10월 간절기를 대비해 두툼한 옷을 꼭 챙겨가도록 하자.
◇ 금강자연유양림(충남산림환경연구소)
홈페이지 www.keumkang.go.kr
문의 041-635-7400
위치 세종특별자치시 금남면 산림박물관 길 110
숲해설 시간 1일 3회(10:30~11:30, 13:30~14:30, 15:00~16:00)
※추석 연휴엔 휴관하며, 숲속의 집 펜션과 야영장 숙박, 자연학습 및 숲해설 프로그램은 인터넷을 통해서만 예약 가능
◇ 금강자연휴양림 주변 아이들과 가볼 만한 곳
- 석장리박물관
금강을 따라 발달한 선사시대 주거촌의 유적을 전시하고 있다. 구석기와 신석기시대 위주로 선사문화의 이해를 돕도록 체계적인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다.
홈페이지 www.sjnmuseum.go.kr 위치 충남 공주시 금벽로 990(석장리동)
관람시간 09:00~18:00 문의 041-840-8924
- 국립공주박물관
화려하고 찬란했던 백제 문화의 진수를 알아볼 수 있는 공주박물관에는 무령왕릉실, 충남 고대문화실, 야외 정원 등 다양한 시설이 구비돼 있다. 2004년 개관, 효과적인 체험을 위한 첨단시설을 갖추고 있다.
홈페이지 gongju.museum.go.kr
위치 충남 공주시 관광단지길 34(웅진동 360) 문의 041-850-6300
- 무령왕릉
백제 무령왕과 왕비의 능으로 한반도 역사상 가장 화려하고 예술적 완성도가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 무령왕릉은 한국 사람이라면 꼭 한 번 가봐야 할 필수 체험 코스. 위치 충남 공주시 송산리 일대
>>>글 임도현 프리랜서 veritas11@empas.com 사진 김남헌 프리랜서 포토그래퍼
굳이 전문가나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 그 이름을 들어봤음직한 우리 야생화, 이름을 들어봤기에 많은 이들이 직접 만나보기를 원하는 우리 야생화를 꼽는다면 아마 금강초롱꽃이 가장 앞 순위에 들 것입니다.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이 있던가요. 우리나라에만 자생하기에 가장 한국적이라고 말할 수 있고, 식물학적으로 희귀하기에 세계적으로도 큰 관심의 대상이 되는 우리나라 특산식물의 하나가 바로 금강초롱꽃입니다.
꽃의 크기나 모양, 색 등 미학적으로도 전 세계 어느 야생화에 뒤지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우리 야생화에 대한 사진과 글을 연재하면서 금강초롱꽃을 건너뛰는 것이 가시가 목에 걸린 듯 편치 않았지만, 칼럼이 실리는 시기와 꽃 피는 시기가 맞지 않아 불가피하게 때를 기다려왔습니다.
지독한 봄 가뭄 속에 일찍이 불볕더위가 시작됐고, 여전히 8월 늦더위가 남아 있지만, 달도 차면 기우는 법. 지리한 무더위 속에서도 가을이 잉태돼 무르익어 갑니다. 특히 설악산 대청봉에선 금강초롱꽃이 이미 7월 중순부터 하나둘 피어 가을이 오는 길목을 밝히며 풍성하고 태평한 세상을 기원하고 있습니다.
제비 한 마리를 보고 봄이 온다는 걸 알 수 있다지만, 어디 금강초롱꽃 한두 송이로 성이 차겠습니까. 폭죽이 터지듯 하늘을 가득 메우는 꽃무더기를 만나지 않고서야 어디 금강초롱꽃을 보았다고 하겠습니까. 7월 대청봉에서 피기 시작한 금강초롱꽃이 서서히 남진해 8월 중순이면 오대산 등 강원도의 높은 산은 물론 명지산과 화악산, 용문산 등 서울 근교의 산등성이 곳곳에서도 청사초롱 밝히듯 무더기로 환히 피어나 힘든 산행을 마다치 않고 찾아오는 이들을 황홀경에 빠져들게 합니다.
초롱꽃은 물론 친숙한 산나물인 더덕과 도라지를 비롯해 만삼과 소경불알, 모시대, 잔대 등이 모두 종 모양의 꽃이 피는 초롱꽃과의 식물들입니다. 그중 꽃의 생김새나 색 등이 단연 뛰어난 금강초롱꽃은 우리 민족이 백두산만큼이나 각별히 여기는 금강산에서 처음 발견된 초롱꽃이라는 의미 이상을 내포하고 있는 식물입니다. 금강초롱꽃은 다시 금강초롱꽃과 흰금강초롱꽃, 검산초롱꽃 등 3개 하위 종으로 나뉘는데, 셋 모두 앞서 말했듯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특산식물입니다.
그러나 금강초롱꽃에는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일제 식민 지배의 슬픈 역사가 오롯이 남아 있습니다. 국제식물명명규약(ICBN)에 보고된 학명 가 생생한 증거입니다. 즉 일제 강점기 한반도 식물 연구를 선점했던 나카이 다케노신(中井猛之進)이 1911년 세계적인 특산종 금강초롱꽃을 발견하고선, 자신을 적극 후원했던 초대 일본 공사 하나부사 요시타다(花房義質)의 공을 기린다며 학명의 속명에 하나부사(Hanabusaya)를 가져다 붙이고 맨 뒤엔 자신의 이름 나카이(Nakai)를 쓴 것이지요.
>>Where is it?
처음 발견된 금강산은 물론 설악산 태백산 오대산 대암산 도솔산 화악산 용문산 광덕산 복주산 등 경기도와 강원도의 유명한 산에 두루 자생한다. 그중 경기도 가평 화악산의 금강초롱꽃은 청자색 색감이 진하고 곱기로 단연 손꼽을 만하다. 개체 수도 풍성하다.
화악산 야생화 탐사 등반은 통상 경기도 가평군과 강원도 화천군을 잇는 화악터널에서 시작한다. 해발 1468m로 경기도 내 최고봉인 화악산은 3개의 큰 봉우리 가운데 정상인 상봉과 매봉이 군사통제구역으로 묶여 있어, 현재는 해발 1423.7m인 중봉까지만 접근 가능하다. 화악터널에서부터 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군사도로를 따라가다 막판에 중봉을 올라도 되고, 등산로를 택해도 된다.
그 어느 곳을 택해도 오르는 내내 금강초롱꽃은 물론 희귀식물인 닻꽃을 비롯해 물봉선 구절초 까실쑥부쟁이 진범 바위떡풀 돌바늘꽃 쥐털이슬 투구꽃 눈빛승마 등 천상의 화원이 펼쳐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중봉 표지석(사진) 바로 옆에 올라서면 명지산과 운악산 국망봉 백운산 등 크고 작은 산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것이 경기도 내 최고봉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계절의 여왕’ 5월입니다. 3월 물이 오르기 시작한 봄이 4월을 거치면서 농익을 대로 농익어가자 어느덧 사람들의 발길이 물가를 향합니다. 지구온난화의 여파인지 갈수록 봄은 실종되고 여름이 일찍 시작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제아무리 기온이 솟구친다 해도 벌써부터 물속으로 뛰어들 수는 없는 일. 아쉽게 발걸음을 돌리려는 순간 연한 홍자색 꽃이 천변에 한 무더기 피어나 옷깃을 잡습니다.
송이풀, 흰송이풀(사진), 한라송이풀(사진), 구름송이풀, 만주송이풀, 큰송이풀 등 10여 종의 송이풀속 식물 가운데 유독 ‘애기’란 접두어가 붙은 애기송이풀. 그 연유를 쫓다 보면 애기송이풀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됩니다.
애기가래에서 애기황새풀에 이르기까지 각종 식물도감에 나오는, 40여 종의 ‘애기’ 식물들이 대개 그러하듯 전초나 꽃의 크기가 작거나 여린 데서 연유할 것이란 선입견과 달리 애기송이풀은 결코 잎이나 꽃이 다른 송이풀에 비해 작지 않습니다. 쑥갓처럼 생긴 잎은 길이가 20~30cm에 이를 정도로 넓고, 5월 초순 피는 홍자색 꽃도 지름이 4~5cm에 이를 만큼 대형입니다.
게다가 꽃도 많게는 십여 송이가 뭉쳐서 피기 때문에 멀리서도 눈에 들어올 만큼 화려하고 화사합니다. 다만 뚜렷한 줄기가 없이 키가 크지 못하고 잎이 땅바닥으로 퍼지기 때문에 다른 송이풀에 비해 왜소해 보일 수는 있습니다.
또한 클로즈업한 꽃 사진에서 알 수 있듯 막 태어난 병아리나 어린 새가 부리가 달린 고개를 내밀며 세상을 살피는 듯한 윗입술, 어린 새 생명이 날갯짓을 하는 듯한 아랫입술의 모습은 애기송이풀 꽃이 가진 특유의 이미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애기송이풀. 세계적으로 경기 연천과 가평, 강원 횡성, 충북 제천, 경북 경주, 경남 거제 등 일부 지역에서만 자라는 우리나라 특산식물입니다. 연천에서 거제도까지 비교적 넓은 지역에 분포하지만, 전체 자생지가 10개에도 못 미치는 데다 자생지 개발과 남획 등으로 훼손 가능성이 높아 멸종위기종 2급으로 지정·보호되고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 개성의 천마산에서 처음 발견돼 당시엔 ‘천마송이풀’로 불렸던 데서 알 수 있듯 북한에도 자생합니다.
Where is it?
멸종위기종 희귀식물이라는 이름이 주는 이미지와는 달리 애기송이풀의 자생지는 대개 사람들의 거주 지역과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다. 경기 연천과 가평, 충북 제천의 경우 반경 100~200m 내에 인가가 있고 도로도 지나간다. 특히 경기 연천군 신서면 내산리 절골계곡과 충북 제천시 백운면 덕동계곡의 애기송이풀 자생지의 경우 홍수 등으로 계곡물이 넘치면 바로 휩쓸려 갈 수 있는 저지대인 데다 인근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 행락지까지 있어 각별한 보호 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남북으로 200km쯤 떨어진 덕동계곡과 절골계곡을 2년 전 5월 5일 하루에 둘러봤는데 양쪽 모두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김인철의 야생화 포토기행④]
한여름 폭염과 장맛비에도 꽃은 핀다 '한탄강 꽃장포'
불면 날아갈세라 만지면 터질세라 가냘픈 풀꽃이 핍니다.
학명은 Tofieldia nuda Maxim.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
한여름 찜통더위에도 꽃은 핍니다. 태풍과 장맛비에도 꽃은 핍니다. 든든한 뒷배를 가진 나무 꽃이 아니라, 불면 날아갈세라 만지면 터질세라 가냘픈 풀꽃이 핍니다.
한탄강변에 피는 꽃장포가 그 주인공입니다. 잎새는 난초의 잎 못지않게 날렵합니다. 청초하고 풍성한 연록색 잎 사이에서 길게 뻗어 나온 꽃대에 촘촘히 달린 순백의 꽃은 단아하기가 소심이니 석란이니 하는 난 꽃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해마다 7월 폭염이 시작되고 태풍과 장맛비로 인해 강물이 불기 시작할 즈음이면 하얀색 꽃무더기가 한여름 밤하늘에 총총히 별이 뜨듯 위험천만한 강원도 철원 한탄강 바위절벽에 어김없이 피어나 숱한 야생화 동호인들을 어서 오라고 유혹합니다. 와서 꽃장포 만나러 오는 바람, 꽃장포 만나고 가는 바람이 전하는 여름 이야기를 들어보라고 손짓합니다.
한여름 우리 땅에는 꽃장포 외에 숙은꽃장포(사진)와 한라꽃장포 등 모두 세 종류의 꽃장포가 핍니다.
모두 다 백합과의 여러해살이 식물인데, 숙은꽃장포는 백두산과 가야산 등에, 한라꽃장포는 한라산에서 자생하고 있습니다. 한결같이 높은 산 정상 근처 바위틈에 자라고 있으니, 그야말로 전형적인 북방계 고산식물이라는 뜻입니다. 때문에 현재 꽃장포를 만나는 경기·강원 접경 지역이 꽃장포의 남방한계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백두산 천지 바로 아래 해발 2000m가 넘는 고산평원에서 만난 숙은꽃장포는 꽃장포보다 짧지만 더 굵고 튼실한 꽃대 끝에 붉은색이 감도는 횃불 모양의 꽃송이를 당당하게 곧추세우고 있었습니다.
이렇듯 야생의 꽃장포, 숙은꽃장포, 한라꽃장포는 희귀 고산식물이어서 만나기 쉽지 않지만, 화원 등지에서 분재로 거래되는 꽃장포는 흔하게 볼 수 있다니 한탄강변 꽃장포도 혹여 수난을 당하기 않을까 심히 우려됩니다. 붓꽃의 일종으로 잘 알려진 꽃창포는 이름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식물입니다.
Where is it?
경기도 연천, 강원도 양구·화천 등 휴전선 인근의 내륙 골짜기나 냇가에 핀다고 하는데, 현재까지 전해지는 자생지는 철원의 한탄강변이 거의 유일하다. 꽃 피는 시기가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장맛비가 내리는 7~8월로, 강물이 불어나면 위험하다. 실제 폭우로 물이 불면 접근이 차단되기도 한다. 한국전쟁 전 북한이 공사를 시작해 전후 남한이 완공했다는 교각인 승일교(사진)로부터 한탄강을 따라 100m쯤 북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강기슭 바위틈에서 만날 수 있다. 강변을 따라가다 보면 또 다른 여름 꽃인 물레나물(사진)과 패랭이꽃(사진) 이 무더기무더기 활짝 핀 것도 볼 수 있다.
전문위원/야생화 칼럼니스트│김인철
서울신문 기자로 29년 일했다. '김인철의 야생화산책(ickim.blog.seoul.co.kr)' 블로그를 운영 중이다. '야생화 화첩기행'(푸른 행복) 저자
국내 대표 야생화 200여 종의 모습을 담아낸 사진집이 나왔다.
지난 31일 발행된 ‘야생화 화첩기행(김인철 지음, 푸른행복출판사)’가 ‘야생화의 극치미를 사진으로 형상화한 작품집’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눈길을 끌고 있다. 야생화의 혁명, 생태 정보와 특징뿐만 아니라 그 유래와 이야기까지 소개해 볼거리와 읽을거리가 풍성하다.
한라에서 백두까지 국내 대표 야생화 149종을 비롯해 멸종위기종, 희귀식물, 특산식물 51종을 함께 소개한다. 월별로 구분해 야생화의 자생지와 사진마다 셔터 속도·노출값 등 촬영 정보까지 상세하게 담아 야생화 촬영 시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이 책에서는 손대지 않은 자연 상태의 우리 야생화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보여줌으로써 왜 우리의 자생식물을 보호하고, 자생지를 보전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아울러 학생은 물론 교사와 학부모 등 남녀노소 모두가 산과 들의 자연생태를 이해하고, 우리 자생식물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우리 꽃 교과서’라 하겠다.
2월부터 10월까지 무거운 사진 장비를 짊어지고 다니며 찍은 수십만 장의 사진 가운데 한 폭의 그림 같은 장면들만을 추려냈다. 굽이쳐 흐르는 동강을 굽어보는 절벽위의 동강할미꽃, 설악산 여심폭포 절벽에서 만난 금강초롱꽃, 백두대간 연봉을 굽어보는 솔나리 등 야생화와 자연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사진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저자는 "야생화를 만나는 일이 상처 입고 병든 마음과 영혼을 달래는, 이른바 힐링"이라며 "너도 나도 힐링을 말하는 시대, 우리의 산과 들에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야생화들을 통해 마음의 상처를 위로하고 치유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신문기자로 29년간 활동했던 그는 2008년부터 ‘김인철의 야생화 산책’(http://ickim.blog.seoul.co.kr)을 운영하며, 올해 6월부터는 격주간지 ‘브라보 마이 라이프’에 ‘김인철의 야생화 포토기행’을 연재 중이다.
최근 한 논문 분석 자료에서 ‘손주를 돌본 경험이 있는 할머니가 그렇지 않은 할머니보다 삶의 만족도가 더 높다’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들의 만족도 점수는 100점 만점에 61.07점으로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손주를 돌보는 할머니도, 함께 지내는 손주도 매일 집에만 있긴 답답하고 좀이 쑤실 터. 지루한 일상, 하루쯤은 손주 손잡고 공짜 나들이 한번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공짜인데 뭐 볼 게 있겠나’라는 생각을 바꿔줄만한 곳이 있다. 시니어와 손주의 오감만족은 물론 친밀감까지 높여줄 서울 한의약 박물관을 소개한다.
청각: 시니어 도슨트가 들려주는 한의약의 역사와 문화
서울 한의약 박물관은 조선 초기 가난하고 병든 백성들을 돌보던 ‘보제원(普濟)’이 있던 유서 깊은 곳으로, 현재는 우리나라 최대의 한약 유통 중심지인 ‘서울 약령시’에 자리하고 있다. 다양한 한의약 관련 유물과 약재가 전시된 이곳을 그저 눈으로 스윽 보기만 한다면 손주에게도 시니어에게도 시시한 관람으로 끝나기 마련이다. 혹여 호기심 많은 손주가 이것저것 질문을 쏟아내기라도 하는 날엔 온종일 진땀을 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곳 전시관에는 관람객을 위한 시니어 도슨트가 항시 대기하고 있으니 걱정 없다. 단 한 명의 관람객이 오더라도 동행하며 한의약의 역사부터 각종 유물과 약재 하나하나의 쓰임까지 자세하게 들려준다.
시각: 실물로 보는 500여 종의 한약재와 각종 전시물
식물성, 동물성, 광물성 등으로 구분된 500여 종의 한약재를 실물로 확인할 수 있다. 일상에서는 보기 힘든 희귀약재와 독성약재들을 비롯해 버섯, 인삼, 녹용 등도 따로 전시돼 있다. 국산약재와 수입산약재를 함께 두어 돋보기를 통해 비교해 볼 수도 있다.
각종 약재뿐만 아니라 우리 몸에 있는 360개의 경혈과 경락의 종류와 기능을 패널과 영상 등으로 소개하고, 한방차와 한방 음식 등에 사용된 약재도 함께 전시하고 있다.
1960년대 한약방을 축소한 모형과 관련 영상을 통해 그때 당시 서울 약령시의 넉넉한 분위기와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후각: 직접 맡아보고 확인하는 향이 좋은 약재들
전시관 내에는 ‘향이 좋은 약재’를 따로 모아 직접 그 향을 맡아볼 수 있다. 일반인에게 친숙한 박하부터 자단향, 팔각회향, 고량강 등 깊은 향을 내는 약재들이 전시돼 있다. 한의약 박물관으로 가는 길에 약령시장을 거쳐 가면 입구에서부터 솔솔 풍기는 한약재 내음을 맡을 수 있어 그 향만으로도 보약 한 첩을 먹은 듯한 기분을 낼 수 있다.
촉각: 손주가 직접 만지고 체험해보는 한의약
일반 박물관에 가면 ‘만지지 마시오’라는 문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한창 호기심이 왕성해 온몸이 근질근질한 손주에겐 인내심을 요하는 일이다. 이러한 아이들을 위해 한의약 박물관에는 어린이들이 직접 만져보고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어 재미를 더한다.
나무, 풀, 꽃, 동물 등에 설치된 패널을 열어보기도 하고, 동식물 모양을 새긴 패널 동판에 종이를 대고 문질러 색칠도 해가며 한약재 채집여행을 즐길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직접 한약재를 갈아보거나 약첩 싸기 등을 체험해보며 온몸으로 한의약을 익힐 수 있다. 관람을 마치고 방문기념 스탬프도 쾅쾅 찍어가면 소중한 추억거리가 하나 더 생기는 셈이다.
미각: 쉬어가며 맛보라, 한방문화쉼터
한의약 박물관에서는 관람객들을 위해 우리 몸에 좋은 한방차를 제공한다. 그날그날에 따라 칡차, 십전대보탕 등 다른 종류의 차를 준비한다. 맛좋은 차를 마시고 한방문화쉼터에서 잠시 쉬어가며손주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
할아버지 할머니가 더 좋아하는 한방체험실
손자만 즐기고 가는 게 아닌가 하고 아쉬운 마음이 남았다면 그냥 가지 말고 한방체험실에는 들러 가자. 사상체질 감별을 비롯해 현재 스트레스 지수와 피로도, 혈관 나이 등을 측정해 볼 수 있어 간단하면서도 재미있게 자신의 건강을 체크해 볼 수 있다.
APG(가속도맥파·혈관검사), HRV(자율신경계균형검사·스트레스검사)등을 이용해 2~5분정도만 투자하면 스트레스 지수와 저항력, 평균 심박수와 심박안정도, 자율신경활성도, 말초혈관 유형과 혈관 나이 등에 대한 결과 값을 확인할 수 있다.
박물관을 둘러보며 ‘나는 어떤 체질에 속할까?‘라는 궁금증이 생겼을 것이다. 궁금해만 하지 말고 간단하게 몇 가지 질문을 통해 체질을 알아보자. 더 정확한 결과를 원한다면 시간을 조금 투자해 사상체질분류검사(ASCC-병원용)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체질을 알아보고 난 후엔 자신의 체질에 대한 설명과 조언이 담겨있는 결과지도 챙길 것.
혈압측정기가 있는 박물관이 또 어디에 있을까. 주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해오지 않았다면 기왕 방문한 김에 혈압도 체크해보고 그 결과도 꼼꼼하게 기억해 두자.
서울약령시 한의약박물관 문의안내: 02-3293-4900~3 (http://museum.ddm.go.kr)
학명은 Papaver radicatum var. pseudoradicatum (Kitag.) Kitag.
우리 민족의 성산(聖山)으로 불리어온 백두산. 까마득한 옛날부터 국토와 민족과 국가의 시원(始原)으로 숭상 받아온 백두산은 식물학에 있어서도 이미 사라졌거나 사라져가고 있는 한반도내 북방계 식물의 고향과도 같은 곳으로 막중한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 옛날 빙하기 때 백두대간을 타고 저 멀리 제주도까지 밀고 내려갔던 북방계 식물들이 후빙기 이후 기온이 상승하면서 점차 절멸해가고 있는 가운데 높이 2750m의 백두산은 한반도에 뿌리 내렸던 북방계 식물들의 마지막 안식처가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발 2500m를 넘는 봉우리만 16개에 이르는 백두산에는 2300종이 넘는 식물들이 서식하는데, 특히 해발 2000m 안팎의 고산 지대에는 두메양귀비를 비롯해 두메자운, 바위구절초, 노랑만병초, 가솔송, 좀참꽃나무, 구름범의귀, 돌꽃 등 북방계 식물의 특성을 가진 300여 종의 야생화들이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을 뽐내며 무더기 무더기로 피어납니다.
이렇듯 한반도 북방계 식물의 고향, 희귀 야생화 및 고산식물의 보고인 백두산은 그러나 5월 말에야 기온이 0도로 올라가 8월 중순이면 다시 영하로 떨어지기 때문에 그야말로 6~8월 3개월 짧은 기간에 모든 꽃들이 한꺼번에 피었다가 지는 특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당연히 백두산 꽃 탐사도 대략 6월 초부터 8월 중순까지 단기간에만 가능합니다.
그런데 해발 3000m에 이르는 고산지대인 만큼 여름철 수시로 비가 오거나 바람이 강하게 부는 악천후 때문에 천상의 화원이 펼쳐지는 산정 부근까지 접근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남한에서는 만날 수 없는 두메양귀비는 이른바 백두산 고산지대 평원에서 자라는 대표적인 고산식물의 하나로 꼽기에 손색이 없습니다. 백두산 중턱 수목한계선을 지나면 나타나는 고산 평원지대에서부터 눈에 띄기 시작해 천지 주변 큰 바위와 자잘한 돌, 흙이 뒤섞인 벼랑 끝에 이르기까지 많은 곳에서 무더기로 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꼭 1년 전인 지난해 7월초 갑작스런 폭풍우로 산문이 폐쇄되는 바람에 이튿날 겨우 오른 백두산 천지 바로 아래서 만난 두메양귀비는 모처럼 활짝 벗겨진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연노랑 꽃잎을 살랑거리며 ‘한여름 밤의 꿈’ 같은 황홀경을 선사하더군요. 양귀비과의 두해살이 유독성 식물인 두메양귀비의 ‘두메’는 이른바 두메산골의 두메에서 따온 접두어가 맞습니다. 그러나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깊은 산골이나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 변두리”라는 두메의 사전적 의미를 넘어, 그야말로 심심산천에 피는 꽃, 백두산 정도는 되는 오지나 높은 산에 피는 꽃들에 붙는 단어입니다.
두메자운, 두메양지꽃, 두메애기풀도 마찬가지입니다. 백두산의 모든 꽃들은 고산지대 특유의 강풍에 살아남기 위해 저마다 필사의 노력을 하는데, 두메양귀비의 경우 바람의 반대 방향으로 꽃잎을 돌리며 꽃술과 꽃가루를 지켜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고 합니다.
“아~ 우리 동네 공원에서 본 꽃과 닮았네!” 누군가 두메양귀비를 보면서 이런 말을 하시더군요. 동네 화단에 심어진 꽃양귀비가 두메양귀비를 닮았다는 이야기인데 “그런 섭한 말씀 마세요. 원조 양귀비더러 ‘꽃양귀비’를 닮았다고 하면 듣는 두메양귀비가 서운해 합니다” 하지만 꽃양귀비와 달리 정말 ‘아편’의 원료가 되는 유독성 식물이 바로 두메양귀비입니다.
*Where is it?
현재 백두산 야생화 탐사를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오직 하나. 남과 북의 통로가 막혔으니 중국을 통해 가는 수 밖에 없다. 중국명 ‘장백산’으로 불리는 백두산에 오르는 길은 세 개. 북백두(북파), 서백두(서파), 남백두(남파) 등 세 개 코스를 이용해 정상의 천지까지 오른 뒤 주변 고원지에 펼쳐진 꽃밭을 살피면 된다. 다만 최근 북백두 부근 달문이나 서백두의 장백폭포, 소천지, 지하삼림 등 중요 탐방지에 대한 통제가 심해 야생화 탐사가 예전처럼 수월하지가 않다. 사진의 두메양귀비는 북백두의 천문봉 아래 주자창 부근 초원에서 담았다. 기상대에서 숙박한 뒤 새벽 천지가 열리는 것을 보고 내려와 아침 햇살에 찬란하게 빛나는 두메양귀비를 보았다.
전문위원/야생화 칼럼니스트│김인철
서울신문 기자로 29년 일했다/ '김인철의 야생화산책(ickim.blog.seoul.co.kr)' 블로그를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