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인가 추석 즈음 닭실마을에 간 적이 있다. 푸른 논 너머로 기와집들이 보였다. 기와지붕 뒤로는 나지막한 산이 봉긋 솟았다. 마을 앞에는 계곡이 흘렀다. 풍수지리를 몰라도 이곳이 명당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마을 아낙네들은 부녀회관에 모여 추석 한과를 만드느라 분주했다. 한 할머니가 손에 쥐여준 한과를 맛봤다. 500년 전통을 이어온 닭실한과였다. 그 뒤로 이맘때면 닭실마을이 생각난다. 걷기 코스 봉화공용터미널에서 택시 탑승▶ 석천계곡 입구 하차▶ 삼계서원▶ 석천계곡▶ 석천정사▶ 솔숲길▶ 징검다리▶ 닭실마을 충재박물관▶ 청암
병산서원 앞 병산 아래로 낙동강이 굽이친다. 서원 답사 뒤에는 강변 산책을 즐겨볼 만하다. 인근 부용대 쪽엔 서애 유성룡이 ‘징비록’을 집필한 옥연정사가 있다. 병산서원을 기점으로 하는 둘레길인 ‘선비길’도 운치 있다. 한 시간쯤 걸으면 하회마을에 닿는다. 꽃다운 시절은 저물었어도, 꽃 하나쯤 마음에 두는 맛까지 포기할 수 없다. 때로 꽃 보러 뜬금없이 길을 나선다. 해동 무렵엔 동백꽃 보러 월출산에 간다. 몸통에서 분리된 멸치 대가리처럼 이미 맹탕이 된 꿈, 그게 꽃을 본들 푸르륵 새삼 날갯짓을 하겠는가. 꽃을 봐도 꽃이 없다.
‘네덜란드-벨기에로 열흘간 여행 간다’고 하니 많은 사람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곳에서 그렇게 볼 게 많아?” 하면서. 결론부터 말하면, 미술 작품 순례만으로도 볼 것이 차고 넘쳐 시간이 부족할 정도다. 누가 여전히 같은 질문을 또 한다면 자신 있게 대답해줄 것이다. “네덜란드, 벨기에 미술관 어디까지 가봤니?”라고. 고흐, 렘브란트, 루벤스, 페르메이르, 마그리트 등 스탕달신드롬(뛰어난 예술작품을 접했을 때, 그 충격과 감흥으로 인해 일어나는 정신적·육체적 이상 반응)까진 아니어도 명작을 코앞에서 감상하면서 작가들의 삶의 편린
지난 뜨거웠던 여름 마음은 가슴 트이는 바다로, 시원한 계곡으로 향하고는 있지만 더위 탓에 바깥나들이가 쉽지 않았다. 여름 휴가를 가지 않았던 분들에게 치일 필요 없이 우아하게 가을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마음에 쏙 들 핫한 셀럽 명소를 소개한다. 하와이 오아후섬 - 미국 - 호놀룰루 국제공항이 있는 오아후 섬은 필수로 들러야 하는 곳이다. 일정을 잡을 때 4박을 기준으로 그 이하일 경우 오아후 섬만 충분히 관광하는 것이 좋다. 하루를 더 보낼 수 있으면 한 곳 정도 다른 섬 투어를 가는 것도 괜찮다. 렌터카 여행이 활성화되어 있어
화산섬 제주도는 탄생 후 수만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화산 활동이 이어졌다. 360여개의 오름은 무른 대지를 만난 용암이 분출하면서 만들어졌다. 그곳에 세월이 쌓였다. 제주인에게 오름은 단순한 지형으로서의 의미를 넘는다. 그곳에서 터전을 일구고 마소를 기르며 죽음 후에 묻히는 묘지까지, 삶과 죽음의 무대이자 마음의 안식처 역할을 해온 특별한 땅이다. 단순히 제주다운 풍경을 만나는 것 외에 제주도 사람들의 삶의 기록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오름이다. 관광지 제주가 아닌 마음으로 다가가 새로운 제주를 만나기 원한다면 오름에 올라보자.
인천 무의도에 딸린 섬, 소무의도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2012년에 소무의도 둘레길인 무의바다누리길이 완공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소무의도는 해안선 길이가 2.5km에 불과한 작은 섬이지만 섬 여행의 매력을 다 갖췄으니 가성비 좋은 섬이라고나 할까. 섬 둘레를 걸으며 고깃배가 들락거리는 아담한 포구와 정겨운 섬마을 풍경, 74m 높이의 아담한 산과 푸른 바다를 두루 즐길 수 있다. 추천 코스 용유역에서 무의도행 1번 버스 탑승▶광명항 하차▶소무의인도교길▶마주보는길▶떼무리길▶부처깨미길▶몽여해변길▶명사의해변길▶해녀섬길▶키작은소나무길▶광
심리학자들은 “행복하고 싶으면 친구와 여행을 가 맛있는 것을 먹으라”고 말한다. 이보다 행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친구들과 장기여행을 하다 보면 갈등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것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오죽하면 ‘친구를 알고자 하면 사흘만 같이 여행해보라’는 말이 있을까. 여행 중엔 본성이 숨김없이 드러난다. 일정에 지치고, 취향과 지향이 부딪치다 보면 날카로워지기도 한다. 특히나 해외 자유여행은 사전에 준비할 일도, 멤버 간 선택할 일도, 조정할 일도 많다. 요컨대 ‘갈등은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예방하는 것’이 최선
경북 문경시 가은읍에 있는 ‘선유동천 나들길’의 총 연장은 8.4km. 선유동촌을 중심으로 한 구간이 1코스(4km), 용추계곡 일원은 2코스(4.4km)다. 백미 구간은 선유구곡이며, 용추계곡의 용추폭포도 하트(♥) 모양의 소(沼)로 유명하다. 구간마다 차량 접근도 쉬운 편이다. 산만큼 완벽한 미학과 안정감을 구현한 건축이 다시 있을까. 조물주의 전공은 디자인. 산을 지어놓고 보기에 좋아 한판 거하게 놀았을 거다. 바위들아 모여라, 새들아 오라, 당실당실 흘러가는 구름아, 너도 멈추어라. 그렇게 불러 모아 축연을 펼쳤으리라. 비
여고 동창생, 특히나 여고 졸업반 친구들은 아련하고 각별하다. 돌이켜보면 인생의 갈피갈피를 같이하는 게 고교 친구가 아닐까. 방과 후 수다를 조잘조잘 나누던 여고 동창생들이 이제는 며느리, 사위 볼 이야기까지 나누게 되었다. ‘거울 앞에 선 누이’가 된 적잖은 나이이지만, 함께 모이면 여전히 단발머리, 교복 입었던 그 시절로 달음질친다. 추억은 돌아보는 것이지만 만들기도 해야 한다는 소신 하에 계를 부어 여행을 계속 떠나며 추억을 만들어온 지 어언 12년째다. 서로를 안 지 40년 남짓. 강산은 네 번이나 변했지만 우정은 한결같다
하루 동안 여수를 알차게 여행하고 싶다면, 오동도를 중심으로 한 해양공원 일대를 둘러보길 권한다. 동백숲이 그윽한 오동도와 스릴 넘치는 해상케이블카, 항구 정취가 가득한 종포해양공원, 여수 밤바다를 즐길 수 있는 빅오쇼와 낭만포차 등을 두루 경험할 수 있다. 걷는 내내 여수의 비췻빛 바다가 펼쳐지는 이 코스를 소개한다. 걷기 코스 여수엑스포역▶ 여수엑스포박람회장▶ 여수엑스포해양공원▶ 아쿠아플라넷 여수▶ 오동도▶ 해상케이블카(지산공원- 돌산공원 왕복)▶ 하멜등대▶ 종포해양공원▶ 이순신광장▶ 여수수산시장▶ 차량 이동▶ 여수엑스포역 여수
추사고택에서 화암사에 이르는 용산 둘레길의 길이는 약 1.5km. 가볍게 올라 산책처럼 즐길 수 있는 숲길이다. 추사를 동행으로 삼으면 더 즐겁다. 추사고택을 둘러본 뒤, 추사기념관을 관람하고 산길을 타는 게 이상적이다. 추사가 중국에서 가져온 씨를 심어 자랐다는 백송공원의 백송도 볼 만하다. 산(山)에 산을 닮은 사람[人]이 살면 선(仙)이다. 세사의 난리법석 가운데 태산처럼 우뚝 솟은 사람을 선인(仙人)이라 한다. 달인이라고, 초인이라고, 거인이라 해도 되겠지. 여기 용산에도 거인이 왔다가 갔다.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 1
오래전 TV에서 전자회사 광고를 보다가 눈이 크게 뜨고 화면을 본 적이 있다. 당시 신인 연기자였던 김태희가 스페인 전통 의상을 입고 이국적인 풍경의 광장에서 플라멩코 춤을 추는 영상이었다. 배경이 된 아름다운 광장이 어디인지 궁금했다. 그곳이 스페인 세비야에 있는 ‘스페인 광장’이라는 사실을 알고 난 뒤 내 버킷 리스트 목록에 들어갔다. 세비야는 스페인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다. 구시가지 옆으로 ‘과달키비르 강’이 흐르는 이 도시는 이슬람 왕조 점령기에는 ‘이스빌리아’로 불렸다. 이사벨 여왕 시대에 되찾은 뒤에는 무역 중심지로 성
남과 북으로 땅이 갈리고 길이 막힌 지 오래. ‘분단 50년’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70년을 넘어섰습니다. 흐르는 세월 속에 잊히고 사라지는 것이 한둘이 아니겠지만, 식물 분야에서도 각종 도감에 나오는 엄연한 ‘우리 꽃’들이 갈수록 이름조차 생소해지고 기억이 가물가물해집니다. 노랑만병초니 두메양귀비, 구름범의귀, 개감채, 홍월귤, 두메자운, 비로용담, 화살곰취, 구름꽃다지, 두메분취, 구름국화 등 해발 1000m가 넘는 고산에서 자라는 각종 북방계 식물들이 그들입니다. 이 중 노랑만병초와 홍월귤, 비로용담 등 몇몇은 설악산과 한라
요즘 감성도 아니고 ‘갬성’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감성의 신조어로 ‘감성+추억’쯤으로 해석하면 되겠다. 아날로그적 향수가 그립다면 나주여행을 떠나보자. 나주는 천년 고도인 도시다. 고샅길(시골 마을의 좁은 골목길)을 따라 나주 시내를 걸으며 갬성 나주와 마주할 수 있다. 뜨거운 국물을 여러 번 붓는 토렴이라는 과정을 거쳐 75℃의 먹기에 알맞은 온도로 나오는 나주곰탕과 입천장이 훌러덩 벗겨질 정도로 톡 쏘는 영산포 홍어는 나주여행의 특미다. 나주여행의 요즘 테마는 쉼이다. 특별한 잠의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한옥게스트하우스에서의 하룻
모든 현상에는 이유가 있는 법. 일본의 북쪽 섬 홋카이도는 최근 TV 속 다양한 여행 프로그램을 통해서 주목받았다. KBS2 ‘배틀트립’, SBS ‘동상이몽2’, JTBC ‘뭉쳐야 뜬다’, tvN ‘짠내투어’ 등을 통해 홋카이도가 소개됐다. 이곳이 여름 휴가지로 각광을 받는 이유는 역시 시원한 기온과 가까운 날씨에 있다. 직항 항공편의 비행시간은 2시간 40분 정도밖에 안 되고, 8월 평균 낮 최고기온은 24.9℃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일 뿐, 진짜 매력은 더욱 다양하다. 홋카이도를 여행하기 전에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