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에 바라본 지구 이야기

기사입력 2020-07-10 09:45 기사수정 2020-07-10 09:45

AD 2020년 ‘창백한 푸른 점’이라 불리는, 은하계 행성 중 하나인 지구에 큰 혼란이 일어났다. 당시 지구에 사는 인간들은 그 혼란이 재앙인지, 유행인지, 축복인지 구분하지 못했다. 하지만 무지는 회복탄력성이 되었다. 곧 눈앞에 벌어질 일에 대해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하는 것만 인간의 무지는 아니었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지난 일을 잊어버리는 증상도 있었다. 그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지구를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은, 개인별 감(지구의 다른 생명체와 결정적으로 차별화되는 인간만의 능력)으로 충격이 강한 몇몇 일과 현상을 일정 기간 뇌에 저장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인간은 용량을 규정할 수 없는 뇌라는 저장장치를 가지고 있다). 인간은 그것을 기억 혹은 추억이라고 불렀다.

당시 발생한 혼란의 원인은 지구를 지배해온 인간의 욕심 때문이었다. 그들은 지구가 푸른색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편리와 효율성을 위해 지구를 붉은빛을 띠는 별로 오염시켰다. 한 줌도 안 되는 추상적, 독점적 지배논리(이데올로기, 종교, 국가 개념 등)로 서로 반목하면서 인간의 특징인 ‘따스한 마음의 결’도 황폐화시켰다. 결국 이러한 욕심은 인간의 생명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는 바이러스를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지구의 모든 것을 완전히 바꿔버린 AD 2020년의 ‘코로나19’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지구별 전체의 합쳐진 힘이 필요했다. 근본 원인이 된 인간의 욕심을 내려놓은 ‘공존과 배려의 공동체 의식’이 치료제다.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했을 때 다른 외계에서는 지구 회복과 그곳에 사는 인간의 보편적 행복 증진이 동시에 진행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어리석게도 인간은 그러지 않았다.

인간이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시작할 때 우리 ‘K-1625(지구로부터 7500광년 떨어진 곳에 있다) 행성’의 연구자들은 한반도 남쪽에 있는 녹색 점을 주목했다. 파란 바다에 떠 있는 섬이 유독 싱그럽게 보였다. 자연과 인간이 잘 어울려 공존하는 장소였다. 두 개의 큰 섬과 부속 섬으로 이뤄진 이곳은 수려한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한려해상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특별 관리를 받아온 ‘남해’다. 바이러스가 발붙일 틈을 보이지 않았다.

인간은 일정한 규칙과 방법에 따라 신체 기량이나 기술을 겨루는 운동을 하거나, 보는 것을 즐겼다. 남해는 천혜의 경기장들을 갖추고 있어 운동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훈련을 하러 온다. 그만큼 인간의 신체가 최고의 쾌적함을 느낄 수 있는 자연환경을 지니고 있다.

그 밖에 남해에는 몇 가지 숨겨진 보물들이 있다.

(사진 서동환 시니어기자)
(사진 서동환 시니어기자)

1. 남해 바래길

2010년에 개통한 문화생태탐방로인 ‘남해 바래길’은 총 16개 코스로 이뤄져 있다. 이 중 ‘가천 다랭이 길 4km’와 ‘물미 해안길 2km’ 코스는 해안을 따라 걷는 ‘해안 누리길’이다.

살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외로움이 파도처럼 밀려와 앞으로 나아갈 길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 ‘남해 바래길’은 걷는 것만으로도 영혼을 토닥거려주는 치유제가 된다. 남해의 길들은 풀잎을 보고도 우주를 상상할 수 있게 해주고, 도처에서 요정을 만나게 해주는 묘한 힘이 있다. 길은 난이도에 따라 4등급으로 나눠져 있다. 자신에게 맞는 코스를 선택해 걸으면 된다. 단, “너무 빨리 걷지 마라. 영혼이 따라올 시간을 주어라”는 아프리카 격언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남해 바래길은 치유의 길이자 성장의 길이기 때문에.

(사진 서동환 시니어기자 )
(사진 서동환 시니어기자 )

2. 독일마을

1960~70년대에 한국 경제를 끈 주역들이 있다. 바로 산업 역군으로 독일에 파견된 광부와 간호사들이다. 이 마을은 그들의 고국 정착을 위해 조성된 곳이다. 남해의 아름다운 자연과 잘 어우러진 주황색 지붕의 예쁜 독일식 주택. 이 마을의 이국적 풍경은 많은 드라마 촬영의 배경이 됐다. 파독 전시관에 들러 어려웠던 시절의 기억을 회상해보는 시간도 의미 있다.

(사진 서동환 시니어기자 )
(사진 서동환 시니어기자 )

3. 토피아랜드

언덕 경사지에 조성한 편백나무 숲 체험장이다. 평온과 안식의 휴식처인 이곳에 오르면 아름다운 꽃과 나무와 정원에 스며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어떤 노력과 기도에도 열리지 않던 문이 저절로 스르륵 열릴 것만 같다. 자연과 타인과 접속하기 위한 영혼의 준비 운동을 하기에 최고의 공간이다.

세상을 치유하는 깊은 힘의 원천이 남해에 있다. 인생이 이기적 목적을 위한 경쟁으로 채워지는 것만큼 슬픈 일은 없다. 막다른 골목에서도 ‘혼자’가 아님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지구의 인류가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길이다. 남해의 길과 자연에서 그 깨달음의 온기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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