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는 “조상을 기리는 마음은 음식 가짓수에 있지 않으니 많이 차리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며 차례 간소화 표준안을 발표했다.
과일 놓기
흔히 아는 홍동백서나 조율이시는 예서에 따로 나오지 않으니 굳이 지킬 필요는 없다. 준비한 과일을 편하게 놓으면 된다.
음식 마련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을 차례상에 꼭 올리지 않아도 된다. 힘들어 하며 애써 전을 부치는 일은 그만해도 된다는 얘기다.
신위(神位)
사당이 없는 일반 가정에서는 지방을 모시고 지내곤 했다. 조상의 사진을 올려두고 제례를 지내는 방식도 괜찮다.
성묘 시기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가든, 차례를 지내지 않고 성묘를 가든 상관없다. 가족끼리 방법을 논의해 정하면 된다.
지나친 제례 문화를 고수할 필요 없다. 형식보다는 형편에 알맞게, 상차림은 소박해도 마음은 충만하게 조상을 기리면 된다.
가족과 함께 즐겁고 풍선한 설 연휴 보내세요!
전염병이 극성이던 지난 설날. 강력한 거리두기 지침에 경북 칠곡군의 한 종가에서는 ‘음복 도시락’을 마련했다. 제사 말미 종친들이 함께하던 음복을 각자 집에서 예를 다하는 방식으로 대체한 것이다. 같은 시기 요양원의 어르신들은 영상통화로 손주들의 세배를 받기도 했다. 코로나19가 바꿔놓은 비대면 명절 문화의 모습이다.
올해로 코로나19 5년 차, 일상의 많은 부분이 비대면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변화는 명절 문화에도 영향을 끼쳤다. 화상회의 플랫폼을 통해 제사를 지냈고, 온라인 성묘, 사이버 차례상 등 언택트 명절 서비스가 생겨났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예상보다 앞당겨졌을 뿐, 이러한 변화는 불가피했으리라 말한다. 한국 사회에 만연했던 명절 스트레스와 가족 갈등 문제를 해결할 긍정적 흐름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비대면으로 조상을 모시는 상황을 성의가 부족하다거나 전통 방식이 아니라는 이유로 석연찮아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김미영 한국국학진흥원 민속·사회학 박사는 “옛 풍습 중에 ‘망제’(望祭)라고 있다. 명절이나 기일에 멀리 타향에 있을 때 고향이나 조상의 무덤 쪽을 바라보고 지내는 제사를 말한다. 연초에 유학자나 선비들은 임금이 계신 곳을 향해 세배를 올리기도 했다. 쉽게 말해 조선시대에도 비대면 제사와 세배가 행해졌던 것”이라며 “전통을 따져 비대면을 거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제는 현 시대의 문화로 이해해야 할 비대면 명절. 어떤 방법으로 즐기면 좋을지 상황별로 자세히 알아보자.
STEP 1 모임 ▶ 우리 가족 설날 생중계
자녀 또는 손주와의 영상통화는 일상이 된 지 오래다. 특별히 명절에는 일가친척까지 모이는 만큼, 여럿이 함께할수록 즐거운 분위기가 더해질 것이다. 최근 비대면 회의나 강의 용도로 쓰이는 ‘줌’(Zoom)에 익숙한 중장년이라면 이를 가족 모임 수단으로 활용해보자. 한 사람이 회의방을 개설하고 링크를 공유하거나 초대하는 식으로 진행하면 된다. 그밖에 ‘구글 미트’, ‘팀 뷰어’ 등 줌과 같은 방법으로 이용 가능한 플랫폼이 다양하다. 이러한 화상회의 서비스는 각각의 창을 통해 서로의 얼굴을 확인한다는 게 장점이다. 때를 맞춰 함께 집안 어른께 세배를 하거나 담소를 나누기에 적절하다.
만약 한 화면으로 제사나 성묘 과정을 보여주는 정도의 서비스를 원한다면 ‘카카오톡 라이브톡’을 추천한다.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포함된 이들을 대상으로 주최자가 특정 상황을 라이브로 중계할 수 있다. 라이브톡이 진행되는 동안 대화 주고받기가 가능하고, 서비스 종료 후 카카오톡 채팅방에 기록이 남아 추억을 곱씹기에도 좋다. 김미영 박사는 이러한 서비스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최근 유튜브 영상 애청자의 나이가 50대 이상이라고 한다. 이제는 중장년도 모바일에 익숙해졌고, 비대면 만남에 대한 거부감도 줄었을 것이다. 온라인 제례 문화는 점차 확대될 전망이며, 물리적 한계가 없다는 점에서 가족 참여도를 높일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Tip] 무료 화상회의(다중 영상통화) 앱 & 웹
①줌: 가장 널리 알려진 화상회의 플랫폼으로 100명까지 동시 접속 가능하다. 무료 버전은 40분까지 제공해, 그 이상 사용하려면 유료로 가입해야 한다.
②구글 미트: 무료 버전은 100명까지 참석할 수 있으며, 최대 1시간까지 가능하다. 유료 버전을 쓰면 녹화된 영상을 구글 드라이브(웹 저장소)로 자동 저장해준다.
③마이크로소프트 팀즈: 가정용 무료 버전의 경우 최대 1시간 그룹 통화를 할 수 있다.(비즈니스 무료 버전도 동일) 채팅과 투표 기능을 활용해 가족회의를 진행해도 좋다.
④미더스: SKT가 출시한 고품질 영상회의 서비스로, 통신사와 관계없이 사용 가능하다. 휴대폰 연락처를 기반으로 일반 전화를 걸 듯 회의를 만들고 공유할 수 있다.
STEP 2 제례 ▶ 형식 덜고 정성 담아
김미영 박사는 “명절이든 제사든 형식보다는 정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말하는 ‘정신’은 ‘조상에 대한 기억과 감사’다. 그는 “우리가 제사를 지내는 근원적인 이유는 바로 조상에 대한 고마움이다. 나를 존재하게 하고, 생명을 준 것에 대한 감사의 의미를 담으면 된다. 제례 역시 그 마음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일 뿐, 지나치게 형식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최근 생겨나고 있는 ‘사이버 추모관’을 적극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는 ‘e하늘장사정보시스템’(www.15774129.go.kr)의 ‘온라인 성묘·추모 서비스’를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홈페이지 가입 후 온라인 추모관을 개설해 가족, 친지 등에게 공유하면 된다. 글, 음성, 영상 등 고인을 추억할 자료를 올리거나 메시지도 남겨 추모관을 꾸며볼 수 있다. 가상의 공간에 차례상 차리기 및 헌화, 분향, 지방 쓰기 등도 가능하다. 서울시설공단에서 운영하는 ‘사이버추모의집’에서도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Tip] 비대면 제사라도, 대면한 조상까지
몇 대 조상까지 차례를 모시는 게 좋을까? 이러한 물음에 김미영 박사는 정해진 원칙은 없으나 가급적 ‘대면한 적이 있는 조상’을 기준으로 제례를 지내길 권했다. 앞서 언급한 제사의 정신을 염두에 둘 때, 기억이 존재하고 교감했던 경험이 있는 조상이라야 그 의미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가령 손주는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부모나 조부모가 “돌아가신 증조부께서 살아 계실 적에 너를 참 귀여워하셨지”라며 대신 이야기해줄 정도는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렇게 자신의 뿌리를 기억하고 기리는 과정을 통해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행’으로 설 연휴를 보내길 바란다고 전했다.
STEP 3 상차림 ▶ 스트레스 No! 밀키트도 Ok!
명절 스트레스 중 하나는 바로 ‘차례상 차리기’다. 지난해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는 ‘차례 간소화 표준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의례적으로 행해온 것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내용도 적지 않다. 가령 ‘예법을 다룬 문헌에 홍동백서나 조율이시라는 표현은 없다’, ‘전은 차례상에 꼭 올리지 않아도 된다’ 등이다. 위원회 측은 “유학 경전 ‘예기’에 따르면 큰 예법은 간략해야 한다. 의례를 너무 화려하게 할 필요 없다. 조상을 기리는 마음은 음식 가짓수에 있지 않으니 많이 차리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지나친 상차림 문화를 고수할 필요 없다는 얘기다. 자칫 상차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고부 갈등이 빚어지는 것은 오히려 명절의 의미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에는 밀키트, 간편식 등을 활용하는 방법도 환영하는 추세다. 형식보다는 형편에 알맞게 마련하고, 상차림은 소박하더라도 충만한 마음으로 조상을 기리면 된다.
[Tip] 조선시대 비대면 상차림 ‘감모여재도’
‘감모여재도’(感慕如在圖)는 집 안에 사당이 없거나 외지에서 지방(紙榜)으로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하던 그림이다. 타지에서 사당을 대신하기 위해 활용한 일종의 제례 도구로, 휴대와 보관이 용이하게끔 족자나 병풍으로 만들곤 했다. 조선시대에 온라인 서비스가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감모여재도’는 현재의 사이버 차례상이나 언택트 성묘 등에 비유된다. 선조들 또한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무리하게 형식을 갖추기보다 약식으로나마 예를 다했던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STEP 4 화합 ▶ 형식은 달라도 가족과 함께
전통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무형식으로 명절을 보내라는 뜻은 아니다. 가족 구성원이 논의해 서로가 인정하는 가정의 명절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김숙기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장은 “차례를 지내지 않기로 했더라도 너는 너, 나는 나대로 흩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가족끼리 가볍게 산소를 둘러보고 한 끼 식사를 하는 것도 좋고, 함께 1박 2일로 여행을 떠나도 괜찮다. 어렵다면 온라인 공간에 모여 덕담이라도 나누자. 바쁜 현대 사회에서 평상시는 잊고 지내더라도, 명절만큼은 가족을 생각하고 함께하는 시간을 마련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1년 중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기에 ‘설날’만큼 좋은 때가 없다고 했다. 그는 “설에는 가족 모두가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새해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한다. 후손들은 감사의 의미를 담아 세배를 하고, 어른들은 덕담을 전하는 훈훈한 분위기 속에 가족의 결속력을 다질 수 있다. 이렇게 가정에서 얻은 긍정적인 기운이 한 해를 나고 일상을 보내는 데 큰 힘으로 작용한다”고 조언했다.
[Tip] 우리만의 명절 ‘가가례’를 만들자
우리 예법 중 ‘가가례’(家家禮)라는 것이 있다. 집집마다 제사를 지내는 절차와 형식이 다름을 이르는 말이다. 기존에 지켜오던 방식이라도 현재의 형편과 여건에 따라 가능한 부분만 남겨두고, 편의대로 바꾸거나 생략해도 괜찮다. 다만 조상을 기리고 가족이 화합할 수 있는 방법은 간소하게나마 마련해야 한다. 돌아가신 조부모의 사진을 보며 옛이야기를 나눠보는 식이라도 좋다. 으레 내려오던 방식으로 명절을 지냈다면, 한 번쯤 가족의 명절 문화를 점검해보고 함께 논의해 가가례를 만들어보자.
新명절증후군 시집살이 하는 시어머니?
전 부치고 차례상 차리느라 며느리들이 명절증후군을 앓는 시대도 저물어간다. 김숙기 원장은 “최근 명절 모습을 보면, 시어머니들이 큰댁에 모여 제사상을 준비하고 며느리들은 뒤늦게 인사만 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당신들이(지금의 시어머니 세대) 한 집안의 며느리로 살며 겪었던 고충을 자식 세대에 물려주고 싶지 않아서 또는 눈치가 보여서 스스로 감내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몸도 마음도 상하는 이중고를 겪는 시니어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을 고수하던 과거와 편의를 우선시하는 현재가 오묘하게 섞이면서 과도기를 겪는 최근 명절 풍속도에서 중장년 세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머리로는 최근의 변화를 이해하면서도 서운하고 야속한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김 원장은 “상담을 해보면 부모들은 겉으로 표현하지 못한 채 속상해하지만, 자녀들은 ‘말해주지 않아 몰랐다. 미리 일러줬더라면’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서운한 감정은 ‘바라는 것’이 있는데 이뤄지지 않았을 때 생긴다. 명절에 자녀들이 지켜줬으면 하거나 원하는 부분이 있다면 미리 얘기해주는 게 좋다. 가령 ‘설 당일 점심은 꼭 함께 먹었으면 좋겠다’라든가 ‘떡국은 꼭 차례상에 올리자’ 등 명확하게 공지하면 자녀들도 그에 맞춰 계획성 있게 움직일 수 있다”며 가능한 한 사전에 단체 대화방 등을 활용해 논의하고 합의점을 찾는다면 금상첨화라고 했다.
서울시가 추석 연휴 기간 소외되기 쉬운 취약계층 챙기기 위해 ‘추석 명절 취약계층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해당 대책의 주요 내용은 △기초생활수급 가구 및 취약 어르신 위문품비 지급 및 안부 확인 △노숙인·쪽방 주민 결식 예방 및 명절 특식 제공 △시설 이용·입소자 위문 금품 및 명절 특식비 지원 △민간자원·복지관 등 연계 위기가구 특별지원 △시립 장사시설 정상 운영 및 상황실 통한 지원 총력 등이다.
우선 시는 기초생활수급(생계·의료급여 수급자) 약 21만 8000가구에 추석 명절 위문품비를 지원한다. 지난해에 비해 약 1만 7000가구가 늘어난 규모로, 지난 1일부터 가구당 3만 원씩 위문금이 지급되고 있다.
만 65세 이상 기초생활수급 또는 차상위계층, 기초연금수급자 중 거동 불편 등으로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 3만 5728명에게는 추석 연휴 전·후로 전화 안부 확인 및 비상시 가정 방문이 이뤄진다. 더불어 3047명의 생활지원사 및 전담 사회복지사가 수행인력으로 참여해 연휴 기간 1회 이상 모든 대상자에게 안부 확인 전화를 한다. 2회 이상 전화를 받지 않는 경우 직접 방문해 안전을 확인한다.
시설 거주 또는 거리 노숙인에게는 연휴 공백 없이 1일 3식을 제공한다. 31곳의 생활 시설과 7곳의 이용시설에서 하루 세끼를 모두 지원하며, 거리 노숙인 보호시설인 종합지원센터와 일시보호시설은 매일 24시간 운영한다.
연휴 기간 동안 시설 이용 노숙인의 퇴실 조치 없이 운영되는 종합지원센터와 일시보호시설에서는 응급상황 발생 시 비상연락망을 통해 관할 자치구 및 시 자활지원과로 통보한다. 5곳(창신동·동자동·남대문·영등포·돈의동)의 쪽방상담소에서는 쪽방 주민 2460명에게 명절 특식을 지원한다.
시설에 입소한 어르신이나 장애인에게도 위문품금이 지원된다. 장애인 거주시설 41개소에서는 이미 지난 8월 25일부터 총 2025명의 당사자에게 지원되고 있으며 22개소(무료 양로시설 6개소·기초생활수급 우선 입소 요양시설 16개소)에 입소한 1176명의 어르신에게는 지난 2일부터 위문 금품이 배분 중이다.
서울광역푸드뱅크센터, 자치구 등과 연계해 어려운 이웃을 직접 찾아가 식품 및 생활용품을 지원하는 희망마차는 16일까지 집중 운영된다. 서울광역푸드뱅크센터를 비롯한 잇다푸드뱅크센터 38개소에서는 23일까지 지원 품목 선택 사항을 대폭 확대, 제공한다. 푸드뱅크는 저소득 가정, 한부모 가정 등 약 3만여 가구가 센터를 찾아 생필품 등을 제공받는 곳이다.
이 밖에도 139개소 종합복지관에서는 송편빚기, 합동 차례 등 총 300개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서울시립승화원을 비롯한 시립 장사시설 14개소(분묘 4만 6500여기·봉안 8만 3700여위)는 코로나19 이전과 마찬가지로 정상 운영하며 부득이한 사정으로 직접 성묘가 어려운 시민을 위해 온라인 성묘시스템인 ‘사이버 추모의 집’도 마련된다.
흔히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고 한다. 인생이 그렇듯이 사랑에도 정답이 없다. 인생이 각양각색이듯이 사랑도 천차만별이다. 인생이 어렵듯이 사랑도 참 어렵다. 그럼에도 달콤 쌉싸름한 그 유혹을 포기할 수 없으니….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고, 한 번도 사랑하지 않은 것처럼 헤어질 수 있다면 당신은 사랑에 준비된 사람이다. ‘브라보 마이 러브’는 미숙했던 지난날을 위로하고 남은 날의 성숙한 촉매제가 될 당신의 중년 사랑을 보듬는다.
언제나 그렇듯 추모공원 입구에 차를 세웠다. 1년마다 어김없이 해온 일이다. 특별히 나들이 철도 아니고 성묘객이 몰리는 명절도 아닌데 길이 막히는 것이 짜증스러웠지만 옆자리에 앉아 있는 아내에게 내색조차 못 했다. 평소에는 앞차가 시야를 가리고 브레이크를 자주 밟게 되면 구시렁거리며 불평을 내뱉곤 하지만 아내의 성묫길에는 교통체증에도 입을 꾹 다문다. 옹졸한 내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다. 하지만 늘 통 큰 남편인 척하는 것도 솔직히 지겹다. 아내는 내가 통 큰 척하고 있는 것에도 관심이 없다. 내가 통이 크든 작든 아내에게는 아무 상관도 영향도 미치지 않는 것이다. 도대체 이 짓을 언제까지 해야 하나. 내가 왜 이래야 하나. 벌써 20년째다. 이제는 그만둬도 되지 않나. 그런데 왜 나는 아내에게 이제 그만둘 수 없냐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는 걸까.
“조심해서 다녀와. 같이 갈까?”
“아니에요. 혼자 갈게요. 운전해줘서 고마워요. 쉬고 계세요.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무거울 텐데… 제수(祭需)만 들어다주고 난 내려올게.”
“그러실 필요 없어요. 늘 하던 일인데요, 뭐.”
그래, 늘 하던 일이지. 20년을 한결같이. 추모공원 앞에서 나누는 우리의 대화도 늘 똑같고. 그런데 왜 오늘따라 짜증 나고 답답하고 억울한가 말이다. 아니 억울할 것까진 없지만.
전남편 제사 지내는 아내
아내와 나는 20년 전에 재혼했다. 아내와 나 둘 다 30대 중반에 배우자와 사별했다. 혼자 지낸 지 3년쯤 지나 지인의 소개로 만났을 때 동병상련이 서로의 마음을 움직였다. 당시만 해도 이혼보다 사별이 재혼에는 유리하게 작용했다. 사별은 불가항력이니까. 그러나 이혼은 선택이니 사정이야 어쨌든 자기주장이 강하고 드센 사람이란 인상을 준다. 특히 여자에게는. 이렇게 생각하는 나를 보수적이라고 비난해도 하는 수 없다. 어쨌든 나는 그랬다.
혹자는 이혼은 자기 의지로 관계를 끊었기 때문에 전 배우자에 대한 미련이 더 이상 없지만, 사별은 생전에 사이가 나빴던 부부조차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이유로 애틋한 환상에 빠져 없던 사랑도 만들어내서 내내 잊지 못한다고 했다. 돌이켜 보면 아내의 경우가 그랬던 것이다. 죽은 남편을 잊지 못하는 것도 모자라 매해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으니. 그럼 나는?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같은 때 죽은 아내가 생각나기도 했지만, 그리고 이따금 꿈에 나타나기도 했지만 그냥 그뿐이었다. 아이들 엄마로서 아이들을 볼 때 떠오를 수밖에 없는 존재이지 내 삶에서는 이미 떠나간 사람이었다.
아무튼 재혼 상대로 나온 여자가 전남편과 사별했다는 것이 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결혼 전 아내가 들고 나온 약간 이상한 조건도 상대에 대한 나의 호감을 더했으면 더했지 감하지는 않았다. 그 조건이란 재혼을 하더라도 전남편의 기일을 지키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집에서 제사를 지내겠다는 건 아니고 성묘를 가고 싶다고 했다.
죽은 사람 못 이기는 산 사람
아내가 좋았기 때문에 무슨 부탁을 해도 들어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뜻밖의 제안을 할 줄이야! 그토록 지고지순한 사람일 줄이야! 세상 떠난 남편에게 그 정도의 순정이라면 살아 있는 내게는 얼마나 정성스러우랴. 죽은 남편을 못 잊어 하는 것은 남이 들어도 그 자체로 칭찬받을 갸륵한 마음씨 아닌가. 그런 여자를 흔쾌히 받아들인 나는 더 넓은 마음씨의 소유자고. 이 모든 것이 나의 상상 속 이야기이자 착각이었다 해도 나는 통 큰 남자가 되기로 하고 그렇게 해온 지 20년째다. 그랬던 내가 뒤늦은 심술이 동한 것일까. 설마 죽은 사람에게 질투를 느끼는 것일까. 왜 내 심사가 이리 꼬이냔 말이다. ‘죽은 남편을 죽도록 사랑했나 보지. 그렇다 해도 세월 앞에 장사 있나. 몇 년 그러다 말겠지.’ 처음부터 이런 마음을 먹었던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랬다면야 예상이 빗나간 게 약올라서 심통을 부릴 수도 있겠지만.
아내는 왜 전남편을 잊지 못하는 것일까. 전남편과 산 기간보다 나와 함께 산 기간이 두 배나 긴데도. 세월조차 지우지 못하는 둘의 추억은 무엇일까. 물론 나는 물어보지 않았다. 그런 걸 물어볼 정도로 얼간이는 아니다. 자존심이 있지. 그렇다고 아내와 사이가 나쁜 것도 아니다. 우리 둘은 잘 지낸다. 둘 사이에 자녀는 없지만 재혼할 때 각자 데리고 온 남매들끼리도 무난하게 잘 지낸다. 이젠 모두 성인이 되어 자주 만날 일이 없지만 나도 아내도 내 자식, 네 자식 나눠서 서운한 마음이나 갈등을 겪은 일이 없다. 오히려 상대의 자녀들을 서로 잘 챙긴다.
우리는 건강한 편이며 돈도 아주 없지 않고 주변의 관계도 원만하다. 이만하면 노후를 대비해 부족함 없는 복 받은 중년 부부다.
문제는 아내의 전남편이다. 전남편이 우리 사이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아니, 나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허,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나. 죽은 사람이 산 사람 일에 끼어든다고? 하긴 산 사람은 결코 죽은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지. 아내는 죽기 전까진 ‘저 짓’을 그만둘 의향이 없는 듯하다. 저러다 내가 먼저 죽으면 아내는 내 제사는 안 지내고 저 인간만 챙기는 거 아냐?
아내가 전남편을 못 잊는 이유
아내의 전남편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늦은 밤 집 앞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에 치었다고 했다. 빨간색 보행자 신호등에서 건너간 남편 쪽 과실이었다고. 딴생각을 하다가 순간적으로 착각했던 것 같다. 아니면 자투리 초록 신호등에서 무리하게 뛰어 건너다 변을 당한 것일지도. 남편은 즉사했다고 한다. 나는 그렇게만 알고 있었는데 재혼 후 5년쯤 되었을 때 아내의 친구에게서 사고 당일 밤 부부가 크게 다투었다고 들었다. 화가 난 남편은 술이라도 마실 생각으로 집을 뛰쳐나간 것 같은데 진정되지 않은 마음에 보행자 신호등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던 것 같다고.
그러면서 아내의 친구는 그 순간은 일부러라도 차에 뛰어들어 죽고 싶지 않았겠냐는 야릇한 여운을 남겼다. 아내의 전남편이 죽고 싶을 정도로 격렬했던 싸움의 원인은 뭐였을까. 내 얼굴에 어쩔 수 없는 궁금증이 피어오르는 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아내의 친구는 당시 아내가 잠깐 한눈을 판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니까 아내의 외도 사실이 남편 귀에 들어가 부부가 대판 싸움을 했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구태여 내게 말하는 이유를 따져 묻고 싶었지만 그만두고 말았다. 그 사실 자체로 불쾌했고, 무슨 속내인지는 몰라도 친구의 치부를 폭로하는 그 여자에게도 불쾌했다. 안달이 난 쪽은 아내의 친구, 그 여자였다. 하지만 나는 그 입을 더 이상 열게 하지 않았다. 불쾌를 넘어 불안했다. 아내에 대해 내가 모르는 무슨 말이 더 나올까 싶어서.
그냥 아내에 대한 시기 질투로 이해하기로 하고 마음을 정리했다. 그 친구는 아내가 사별한 비슷한 시기에 이혼하고 혼자 살고 있었기 때문에 안정된 재혼 생활을 하는 아내가 부러울 수도 있었을 테니까. 그렇다면 더구나 캐묻고 싶지 않았다. 물론 아내는 내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걸 모른다. 자존심을 지켜주고 오히려 아내를 이해하는 쪽으로 작용한 나머지 전남편의 기일 성묘를 이제 그만둘 수 없냐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내의 영혼은 누구에게?
그랬다. 지난번 결혼에서 아내는 남편이 자기 때문에 죽었다는 죄의식으로 20년간 남편의 기일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나하고는 아무 상관 없는 일에, 그것도 아름답지 않은 일에, 따라서 보람도 없는 일에 나까지 발을 담그고 있다는 사실에 자괴감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다. 남들이 이 일을 알면 나를 바보라고 할 테지. 무엇보다 저 여자는 너무 뻔뻔하지 않나. 아무리 내가 허락했고 약속했다고 해도 20년을 한결같이 그의 기일을 챙기고 있으니. 나를 무시하고 깔보는 마음이 없고서야 미안해서라도 스스로 알아서 그만뒀어야 하지 않나.
더구나 아내는 한 번도 나를 성묘에 참여시키지 않고 있다. 나를 위한 배려라고 하지만 현 남편인 나를 전남편에게 한 번쯤 인사를 시켜줄 법도 하건만. 이쯤 되면 전남편과 오붓한 시간을 갖겠다는 심사가 아니고 뭔가. 아내는 죽은 남편의 묘 앞에서 매해 무슨 말을 할까.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고 또 사과하며 용서를 비는 걸까. 만약 그날 그 사고가 없었다면 저 사람이 아닌 당신과 해로할 수 있었을 텐데 하고 눈물을 찍어내는 걸까. 그나저나 조신한 아내가 어쩌다 그런 실수를 저질렀을까.
자동차 사이드미러 저 멀리서 성묘를 마치고 내려오는 아내가 보인다. 가까워올수록 평온하고 만족스러운 표정이 드러난다. 아까 올라갈 때의 스산한 표정이 아니다. 상념에서 깨어나, 시동을 걸어놓고 아내의 손에 들린 제사 음식 보따리를 받아들기 위해 차에서 내린다. 이제 아내는 다시 내게로 돌아오고 있다. 하지만 내가 차지하고 산 건 아내의 몸뚱이뿐이고 아내의 영혼은 늘 저곳, 저 남자에게 있었던 게 아닐까. 아니 몸조차 거기에 있고 지금 내게 오고 있는 여자는 아내의 모습을 한 허깨비가 아닐까. 내 아내는 여전히 묘 앞에서 전남편과 도란도란 사랑을 속삭이고 있는 건 아닐까.
✽브라보 마이 러브는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오늘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방안과 설 특별방역 대책 등을 발표했다.
정부는 오미크론의 확산을 최대한 늦추면서 오미크론에 의한 유행규모 폭증이 일어나지 않도록 거리두기 조정속도를 조절하기로 결정했다. 접종여부 관계없이 4인까지 가능한 사적모임 인원기준을 6인으로 소폭 완화하고, 다중이용시설 운영시간, 행사·집회 및 종교시설 등 나머지 조치는 종전 기준이 그대로 유지된다. 이번 거리두기 대책은 오는 17일부터 2월 6일까지 3주간 시행된다.
이와 함께 설 특별방역 대책도 발표됐다. 설 특별방역 대책은 이달 20일부터 오는 2일까지 2주간 적용된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철도 승차권은 거리두기를 위해 창측 좌석만 판매된다. 연안여객선도 승선인원의 50% 제한 운영을 권고한다는 계획이다. 철도 승차권의 경우 100% 비대면으로만 구입 가능해 고령자들의 불편이 예상된다.
고속도로 통행료는 정상적으로 징수하고, 휴게소 실내에서 음식을 먹는 것은 불가능하다.
성묘·봉안시설의 경우 제례실이 폐쇄된다. 실내 봉안시설이나 유가족 휴게실은 사전예약을 통해서만 방문할 수 있다.
요양병원‧시설 역시 예약이 필요하다. 설 연휴기간(1.24.∼2.6, 2주간)에는 접촉면회가 금지되고 사전예약제로 운영된다. 다만 임종 등과 같이 긴박한 경우에는 기관 운영자 판단하에 접촉 면회가 허용된다.
국공립 시설이나 박물관과 같은 문화예술시설 역시 사전 예약을 해야 방문할 수 있고, 요금은 정상적으로 징수된다. 물론 방역패스가 적용된다. 공연장과 영화관 역시 방역패스를 적용된다.
정부는 고향 방문이나 여행을 자제시키기 위해, 온라인 추모‧성묘서비스 등을 지원하고, 가정에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온라인 문화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슬픈 일일수록 알리고 나눠야 한다는 핑계로 허례허식만 늘어난 우리나라 장례·추모 문화가 코로나19와 맞물리면서 변화하고 있다. 감염 우려로 인해 접객이 어려운 상황에서 기존의 불필요한 절차를 줄이고 추모에 집중하자는 취지다.
실제로 적지 않은 사람이 우리나라의 장례 문화가 과도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크로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서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인식 조사를 한 결과, 80.9%가 ‘우리나라의 장례문화는 소모적인 경향이 있다’고 평가했다. 장례 준비 및 절차에 따른 경제적 부담, 추모보다 접객에 치우친 문화 등 관례에 얽매여 피로감이 쌓인 데 따른 응답으로 해석된다.
한겨레두레협동조합연합회는 복합장례 공간 ‘채비’를 마련해 조합원을 대상으로 삼일장을 간소화한 ‘1일 가족장’과 빈소 임대료·식대를 없앤 ‘무빈소 가족장’ 서비스를 제공한다. 1일 가족장은 채비에 빈소를 차려 하루 동안 직계존비속을 비롯한 친인척을 초대해 고인을 기리고 추억을 나눈다. 무빈소 가족장은 일회성 추모식을 진행한 후 장례를 마무리한다.
고인이 운명한 직후부터 부고하고 빈소가 차려지면 정신없이 조문받기에 치우친 장례식 대신 오롯이 가족들끼리 진심으로 지나간 이를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김기혁 채비 홍보팀장은 “코로나19와 시기가 맞물리면서 의식은 간소하게 하고 추모와 애도가 중심이 되는 고인 중심의 장례식이 더욱 성행하고 있다”며 “국내 상조 회사가 이익을 독식하는 불합리한 구조의 개선을 위해 장례용품의 원가를 공개하고 공동 구매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 상조 회사와는 달리 불필요한 품목을 제외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비대면 추모·성묘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는 모양새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에 따르면 623개의 국내 장사시설에선 코로나19에 따라 성묘객의 안전을 위해 온라인 성묘·추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진흥원이 위탁 운영하는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 누리집을 통해 제공되는 이 서비스는 유족들이 직접 고인에 대한 온라인 추모관을 만들고, 차례상·분향·헌화·사진첩 등 기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가상현실(VR) 조문·추모관 서비스 업체 별다락은 3D 모델링으로 만든 샘플 조문·추모관을 자체 누리집에서 선보였다. 별다락은 코로나19로 인해 조문조차 꺼려진 상황에서 누구나 빈소를 방문할 수 있도록 무빈소 온라인 장례식을 기획했다. 박수인 별다락 대표이사는 “장례 이후에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납골당 예약과 방문이 어려운 상황을 개선하고자 서비스를 만들었다”며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이어 “현재 부고장 서비스와 함께 메타버스 추모관 제작을 진행하고 있다”며 “우선 안정적인 3D 화면으로 추모관을 볼 수 있게 구축하고, 이후 가상공간 안에서 아바타가 돌아다니며 다른 사람과 소통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가 추석 연휴에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매일 정상 운영하며, 지하철과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 막차 시간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전통시장 주변도로에 한시적으로 주정차를 허용하며 지역경제 활성화도 꾀한다.
서울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 상황에서 이와 같은 ‘2021년 추석 종합대책’을 가동한다고 13일 밝혔다.
먼저 코로나19 4차 대유행 상황에 따라 강화된 방역과 대응 체계를 유지한다. 보건소 25개소는 추석 연휴 기간에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해, 매일 코로나 검사를 지원한다. 다만 임시선별검사소는 일부 시설에 한해 문을 닫거나 단축운영한다. 방문 전에 서울시 홈페이지와 앱, 120 다산콜센터 등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툭히 17일 오후 6시부터 23일 오전 9시까지 서울시청 1층에 24시간 종합상황실을 설치운영해 연휴에 발생하는 긴급상황애 신속하게 대처한다.
SRT 수서역, 남부터미널, 김포공항 등 추석연휴에 사람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대중교통 요충지에 ‘찾아가는 선별진료소’ 추가로 설치했다.
또 서울 5개 터미널(고속, 센트럴시티, 동서울, 남부, 상봉)에 감염의심자 격리소를 운영해 감염의심자 발생 시 즉시 격리한다. 터미널 내 방역 소독은 하루 3회 이상 진행하고, 주요 역사(서울역·고속터미널역·남부터미널역·김포공항역 등) 8곳의 소독방역 횟수를 하루 4회에서 5회로 늘린다.
120다산콜센터를 24시간 운영하며, 코로나19 전용코드 ‘0’번도 별도로 가동한다. 연휴 기간에 문을 여는 병·의원 2932곳과 약국 4741곳을 지정하고, 24시간 운영하는 응급의료기관 66개소를 통해 응급환자에 대비한다.
또 성묘객 방문이 집중되는 18일부터 22일까지 시립 장사시설 실내 봉안당을 폐쇄해, 시민들의 직접 방문 대신 온라인 성묘를 권장한다.
서울시는 추석연휴에 취약계층을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무료양로시설 등 시설입소 어르신과 거주시설 입소 장애인에게 추석 위문금품을 지급한다. 연휴 기간에 노숙인 시설 41곳에서 매일 2~3식 무료급식을 재공한다. 또 쪽방주민 2778명에게는 도시락을 지급한다. 결식 우려 아동 2만여명에게도 무료급식을 계속 제공한다.
추석 물가 관리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나선다. 사과와 배, 밤, 조기 등 9개 성수품 공급물량을 3년 평균 거래물량의 110% 수준으로 공급해 가격안정을 도모한다. 전통시장 93곳의 주변도로 주·정차 단속을 한시적으로 완화해 지역경재 활성화와 이용개 편의를 높인다.
13일부터 2주간 요양시설·요양병원 접촉 면회가 허용된다. 또 17일부터 일주일 동안은 가정 내에서 최대 8인까지 가족모임을 할 수 있다.
13일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26일까지 2주간은 ‘추석 특별방역대책’ 기간이다.
정부는 지난해 추석에는 이동 자제를 권고했다. 하지만 올해는 고령층을 중심으로 예방접종을 완료한 최소 인원으로 고향 방문을 권고했다. 물론 고령층이라도 백신 접종을 완료하지 않았다면 방문 자제를 권고했다.
구체적으로는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와 상관없이 요양병원·시설 접촉 면회가 허용된다. 접촉 면회는 입원환자, 면회객 모두 백신 2회 접종 후 2주가 지나야만 가능하다. 얀센은 1회만 접종하면 접촉 면회가 허용된다. 이 외에는 비접촉 면회만 할 수 있다.
접촉 면회는 1인실이나 독립된 별도 공간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채 진행된다. 비접촉 면회는 병실 면회가 금지되고 별도 공간에서 차단막을 설치해 신체 접촉을 피해야 한다. 마스크 착용과 손 소독은 기본이다.
요양병원·시설 종사자들은 유전자 증폭(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거리두기 4단계 지역은 주 1회, 3단계 지역은 1~2주 1회다. 정부는 매일 방역수칙 준수 여부를 전화로 확인하고 확진자가 다수 발생하면 긴급현장대응팀을 파견한다.
한편 고향 방문 시에는 예방접종과 진단검사를 하고 이상증상이 있다면 방문 취소를 권고했다. 고향 이동 땐 자가용을 이용하고 휴게소 체류 시간 최소화, 고향 짧게 머무르기, 모임 시 마스크 착용 등 방역 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거리두기 4단계 지역 가정 내 가족 모임은 예방접종 완료자 포함 최대 8명까지 허용되는 건 이번 주 금요일인 17일부터 추석 연휴 다음 날인 23일까지 일주일 동안이다. 이때도 1차 접종자나 미접종자는 4명까지만 모일 수 있다.
가정 내 가족 모임 한정이므로 성묘나 벌초 등 가정 밖에선 접종 완료자 포함 여부와 상관없이 오후 6시 이전 4명, 이후 2명까지만 참여할 수 있다.
다만 거리두기 3단계를 적용하고 있는 비수도권 지역에선 연휴와 상관없이 예방접종 완료자를 포함해 8명까지 사적모임을 진행할 수 있다.
이 같은 방역수칙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정책과는 배치되는 결정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유행이 2년 가까이 길어지면서 국민 피로도가 높아진 점, 백신 1차 접종률이 추석 직전에 전 국민 70% 달성할 것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일부 완화 조치를 내놓았다.
추석을 앞두고 벌초와 성묘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 9월 가을에 야외에서 활동하면 진드기나 쥐를 통해 쓰쓰가무시병과 유행성출혈열 같은 가을 전염병에 감염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김시현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9~11월 야외에서 진드기나 쥐를 통한 감염병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면서 “벌초나 등산을 포함해 밖에서 일을 할 때는 긴소매나 긴 바지를 입으며 피부가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주 내 증상 발생 시 바로 병원 찾아야
쓰쓰가무시병은 얕은 풀밭에 사는 털진드기에 기생하는 오리엔티아 쓰쓰가무시균을 통해 발생한다. 외부 활동 후 1~3주인 잠복기가 지나 갑자기 오한이나 섭씨 40도에 가까운 고열과 두통 등이 나타난다. 이어 기침과 구토, 근육통, 복통, 인후염을 동반하며, 발진과 진드기에 물린 부위에 까만 괴사 딱지가 특별하게 생긴다. 대부분 진드기에 물린 지 모른 채 생활하다가 증상 발생으로 병원을 찾고서야 안다.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어 대부분 2주면 낫는다. 하지만 일부에게는 폐렴과 급성 신부전, 뇌수막염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적절하게 치료를 받지 못하면 사망률이 30~60%에 이른다는 보고가 있다.
또 다른 가을 감염병으로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이 있다. 2009년 중국에서 처음 발견된 신종감염병으로 SFTS 바이러스로 발생한다. 중국과 일본, 한국에서만 발생한다.
SFTS는 참진드기의 일종인 작은소피참진드기가 매개체로 추정된다. 또 일부는 환자의 체액과 혈액이 노출되는 과정에서 2차 감염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까지 치료제와 예방백신이 없고, 치사율이 10~30%에 달할 정도로 높아 위험한 감염병이다.
보통 4~15일의 잠복기를 거쳐 섭씨 38도에서 40도에 이르는 고열과 혈소판 감소, 구토, 백혈구 감소 등을 동반한다. 중증에 일면 근육 떨림과 혼동, 혼수 등 신경계 증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건강한 사람은 대부분 가볍게 앓거나 자연적으로 낫는다.
한타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유행성출혈열은 들쥐의 타액과 소변, 분변이 마른 것이 공기에 떠다니며 호흡기를 통해 감염된다. 신장의 염증과 급성 출혈을 유발해 ‘신증후군 출혈열’로도 부른다.
평균 2~3주의 잠복기를 거친 뒤 몸살이나 장염과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하지만 일반 몸살이나 장염과 달리 피부 홍조와 점상 출혈, 결막 충혈 같은 증상을 나타낸다. 시간이 지나면서 발열기, 저혈압기, 소변량 감소, 소변량 증가, 회복기라는 5단계 과정을 보인다. 치사율이 2~7%로 알려져 있는데, 다행히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다. 1개월 간격으로 2회 접종하면 95% 이상 항체가 만들어진다.
또 렙토스피라균에 감염된 쥐나 소, 돼지, 개의 소변에 노출돼 발생하는 렙토스피라증도 조심해야 한다. 렙토스피라증도 주로 9~11월에 발생한다. 고열과 근육통, 두통, 설사, 발진, 결막 충혈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나이가 많고 다른 질병이 있으면 야외활동 더 조심해야
쓰쓰가무시병과 유행성출혈열 같은 가을철 감염병을 예방하려면 진드기나 들쥐가 있는 풀밭에서의 야외활동을 최소화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야외활동을 해야 한다면 진드기 기피제를 사용한다. 또 일상복 대신 작업복을 입어 감염 가능성을 줄인다. 소매와 바지 끝은 단단히 묶고, 토시와 장화를 이용하면 좋다. 풀밭에 앉을 때는 돗자리를 이용하고, 쓴 돗자리는 꼭 씻어서 햇볕에 말린다. 풀밭에 눕거나 옷을 벗어놓지 않도록 하고, 용변도 삼간다.
집에 돌아오면 야외활동 중에 입었던 옷을 털어서 세탁한다. 바로 샤워나 목욕을 하고 머리카락이나 귀 주변, 팔 아래, 허리, 무릎 뒤, 다리 사이 등에 진드기가 붙어 있지 않은지 꼼꼼하게 확인한다.
김시현 교수는 “야외활동 후 2주 정도 지나 갑작스러운 고열과 함께 구토나 설사, 복통 같은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병원을 찾아 검사와 진료를 받아야 한다”며 “고령자나 만성질환자는 감염되면 사망률이 높아지므로 특히 더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예년과 달랐던 지난해 명절 풍경. 아쉽고 서운하지만, 올해 역시 서로의 안위를 위해 거리를 둬야 하는 상황이다. 몸이 멀다고 해서 마음마저 멀어질 수는 없는 법. 온택트로 소통하고 비대면으로 연휴를 즐기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여느 해와는 다른, 코로나 시대의 명절 풍속도를 들여다봤다.
지난 1월 소셜커머스 티몬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일가친척이 모여 명절을 보낸다는 이는 단 4%였다(티몬 고객 1043명 대상). 부모님만 뵙고 오겠다는 이들도 16%에 그쳤다. 자녀와 떨어져 사는 부모 세대라면 자식과 손주들을 보지 못해 섭섭한 마음이 클 터. 전화나 스마트폰 영상 통화로 안부를 전해도 좋지만, 좀 더 색다른 비대면 만남도 가능하다.
생방송으로 세배 받고 유튜브도 함께 보고
요즘은 다양한 기능을 접목한 영상 통화 서비스와 앱이 주목받고 있다. 그중 LG유플러스의 ‘U+tv 가족방송’은 IPTV를 통해 생방송 영상 통화가 가능하다. TV를 켜고 가족 채널 970번을 누른 뒤 발신자의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는 등 손쉬운 방법으로 연결이 된다. 스마트폰보다 훨씬 큰 TV 화면을 통해 영상을 제공하는 덕분에 시력이 안 좋은 시니어들도 실감 나고 편안하게 가족을 만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을 살려 TV를 마주 보고 세배를 받거나, 차례 지내는 모습을 생중계하는 등 명절 분위기를 공유하면 좋다.
또, KT의 영상 통화 앱 ‘나를’(Narle)은 사용자 얼굴을 기반으로 만든 3D 아바타나 증강현실(AR) 스티커를 적용해 색다른 영상 통화가 가능하다. 최대 8명이 함께 그림 퀴즈, 마피아 게임을 즐기거나 유튜브 콘텐츠도 동시에 시청할 수 있다. KT는 지난해 해당 영상 통화 서비스를 일부 노인요양원에 지원해 아쉬워하는 가족들의 마음을 달래기도 했다. 올해 또한 요양원 등 시설의 면회가 쉽지 않아, 이러한 서비스가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금 또는 건강·프리미엄 선물이 대세
지난해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의 리서치에 따르면, 부모님 명절 선물 1위는 현금(59.5%)이 가장 많았다(30~50대 남녀 3041명 대상). 같은 시기 60대 1001명에게 ‘자식에게 명절 용돈을 받으면 기분이 어떤가’라고 묻자, ‘자식 마음이라 생각하고 고맙다’(62.6%)는 흡족한 반응을 보인 이가 과반수였다. 자칫 무성의한 선물이라 인식되기도 했던 ‘현금’이, 코로나 시대에는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기 맞춤한 수단이 된 것이다.
현물 역시 비대면 배송이 가능하다. 지난 1월 롯데마트에 따르면, 올해 설 선물 예약판매 항목에서 건강 기능 식품이 78.7%를 차지했고, 그중 홍삼 관련 제품 매출은 349.9%에 달했다. 코로나19로 건강과 면역력에 관심이 높아진 영향일 테다. 또, 이마트가 설 선물 예약 실적을 분석한 결과 20만 원 이상의 프리미엄 선물 세트가 46.8%의 신장세를 보였다. 부모를 뵈러 가지 못하는 송구한 마음을 고가의 선물세트로 대신한다는 이유에서다. 혹여 현금이나 선물만 보냈다고 섭섭해하기보다는, 상황이 상황인 만큼 부모들도 이 또한 자녀들의 정성임을 헤아려야겠다. 센스 있는 시니어라면 자녀와 손주에게 모바일 선물을 보내 마음을 표현해도 좋겠다.
온라인 성묘 서비스로 접촉 최소화
설날 차례를 지내고 일가친척이 모여 성묘 가던 풍경도 올해는 보기 어려울 듯하다. 최근에는 온라인을 통해 조상에게 인사를 전하기도 한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거리 두기를 위해 온라인 성묘 서비스를 권고한다. 대표적인 온라인 성묘 서비스로는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는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www.15774129.go.kr)이 있다. 홈페이지에 접속해 장지를 모신 시설을 선택하고 영정사진을 비롯한 가족사진이나 상차림, 헌화 등 이미지를 넣어 추모관을 꾸미면 된다. 이를 모바일을 통해 가족이나 친지들과 공유해 고인을 기리고 메시지 등을 남길 수 있다.
인천시와 인천시설공단도 이번 설 연휴에 인천가족공원의 전 시설에 대해 ‘잠시 멈춤’(임시 폐쇄)을 시행한다. 대신 지난해 추석 때 반응이 좋았던 온라인 성묘 서비스를 2월 8일부터 21일까지 운영한다. 인천가족공원 온라인 성묘 홈페이지(grave.insiseol.or.kr)에 사전 접수 후 이용 가능하고, 가족들이 원하면 봉안함 사진도 찍어서 제공한다. 아울러 왕래가 어려운 친지간에 유대감을 형성하도록 유가족 덕담 콘텐츠와 포토 갤러리도 확대할 계획이다.
쏠쏠한 연휴를 위한 소소한 Tip
65세 이상은 전화로 승차권 예매
연휴 기간 장거리 이동이 불가피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최근 KTX, SRT 등은 스마트폰 앱이나 온라인 승차권 예매만 진행한다. 거리 두기로 창가 좌석만 판매해 자칫 비대면 예매 시스템이 익숙지 않은 시니어라면 곤란할 것이다. 이에 코레일과 SR은 만 6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전화 접수를 하거나 전체 좌석의 10%를 우선 배정하는 등 편의를 돕고 있다.
드라이브스루 전통시장 이용하기
자동차에 탄 채로 쇼핑이 가능한 ‘드라이브스루’(drive-through)는 거리 두기에 효과적인 서비스 중 하나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대형마트, 편의점뿐만 아니라 노량진수산시장을 비롯한 군산, 울산 등 전통시장에서 이러한 드라이브스루 시스템을 도입했다. 연휴 전후에 간헐적으로 서비스하는 곳도 있으니, 지역 시장을 찾는다면 관련 정보를 꼭 확인해보자.
VR 콘텐츠로 즐기는 온라인 박물관
손주와 연휴를 보낸다면 유익한 무언가가 필요하다. 외출 대신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 내 ‘온라인 전시관’에서 무료 전시를 만나보자. 최근 전시와 더불어 지난 전시 영상이 다양하게 마련됐다. 특히 인기리에 진행됐던 ‘지도예찬’, ‘황금문명 엘도라도’ 전 등을 비롯해 경주, 전주, 부여 등 지역 박물관 전시장을 VR 콘텐츠로 더욱 실감 나게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