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추억과 휴식, 함께하는 여행의 매력

기사입력 2021-08-04 08:46 기사수정 2021-08-31 08:54

[송어게인] Sloop John B - The Beach Boys

기쁠 때는 노래의 멜로디가 들리고, 슬플 때는 노래의 가사가 들린다는 말이 있다. 음악을 듣는 건 어떤 마음을 느끼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1980~90년대 포크밴드 ‘동물원’의 멤버로 활약했던 가수 김창기는 서정적인 노랫말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런 그가 기타를 세심하게 매만지던 손으로 초크 대신 펜을 들고 음악과 삶에 관한 얘기를 독자에게 들려주고자 한다.

“앞마을 냇터에 빨래하는 순이, 뒷마을 목동들 피리 소리. 그리운 고향 그리운 친구, 정든 내 고향 집이 그리워지네!” ‘그리운 고향’의 1절 가사인데, 시니어 독자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 곡은 1970년대 ‘노래의 전령사’로 불렸던 작곡가 전석환이 미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비치 보이스’의 ‘Sloop John B’를 개사한 것이다.

사실 이 곡의 주인은 비치 보이스가 아니다. 비치 보이스의 리더 브라이언 윌슨이 카리브해의 섬나라 바하마의 민요를 편곡한 노래다. 노래의 내용은 주인공이 긴 여행을 마치고 ‘Sloop John B’라는 배를 타고 고향 바하마로 돌아가는데 항해 중 선원들이 반란을 일으켜서 주인공의 모든 것을 약탈당하고 엉망진창이 된다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이 여행은 내 생애 최악의 여행이야! 난 집에 가고 싶어!”라는 하소연을 되풀이하며 노래를 마친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주인공 검프가 베트남전에 참전했을 때도 같은 곡이 흘러나온다. “이건 최악의 여행이야! 난 집에 가고 싶어!” 하는 부분이 강조되며 겁에 질린 검프의 마음을 대변해준다. 하지만 그 최악의 여행이 검프에게 전혀 새로운 관계와 기회를 열어준다. 이처럼 노래도 반전 매력이 있다. 가사의 내용과 달리 비치 보이스의 화음은 여름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12줄 기타 소리는 언제 들어도 시원하다.

▲The Beach Boys(위키백과)
▲The Beach Boys(위키백과)

일상의 소중함

코로나19로 꼼짝 못 했던 작년과는 달리 올해 여름휴가에는 여행을 가겠다고 벼르는 사람들이 많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사람들 가운데 가족 여행을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들은 지난번 여행을 떠올리며 벌써 걱정되고 불안해서 약을 더 달라고 한다. 가족끼리 즐겁게 지내자고 떠나서, 결국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오는 경우는 의외로 많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 좋겠지만, 막상 닥치면 잘 안 된다.

가족 여행의 목적은 가족과 함께하는 즐거운 추억을 쌓는 것이다. 여행 계획을 독단적으로 세우는 것은 좋지 않다. ‘함께’하는 여행이기 때문에 계획도 같이 정해야 한다. 같이 가는 사람들의 의견을 최소한 하나씩은 반영해야 한다. 물론 각자의 취향과 의견이 다를 수 있다. 그래서 균형이 필요하다. 무조건 손주가 좋아하는 대로, 부모가 좋다는 대로 하는 여행은 다른 구성원에게 최악의 경험으로 남을 수 있다. 이때는 리더의 적절한 중재가 필요하다. 가족 구성원 중 가장 현명한 이가 리더를 맡아서 여행의 목적을 잃어버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계획을 융통성 있게 수정할 필요가 있다.

함께 즐겁게 여행을 하려면 ‘함께 살아가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 물론 지름길은 없다. 일단 인정과 칭찬이 들어간 언어적인 소통이 필요하다. 즐거움과 행복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기에 한 걸음 물러나는 지혜 혹은 인내할 줄 아는 미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하얀 거짓말이 때론 필요하다. 여행의 리더는 독단적인 결정 대신 의사를 먼저 물어보고, 함께하는 사람들은 리더가 “좋지?”라고 물어보기 전에 먼저 좋다고 말해주는 게 좋다. 다만 반응을 강요하는 것은 좋지 않다. 싫다는 표시가 없는 무언의 긍정도 수긍하자.

비언어적인 소통도 중요하다. 계획을 이행하는 것도 좋지만, 같이하는 구성원의 마음 상태를 살펴보는 것이다. 서로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고 배려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배려하는 것이다. 소중한 존재일수록 기대를 많이 하고 상처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마음 상태가 되어야 성공적인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여행에서 함께하는 시간 동안 기쁨을 나눌 수 있도록 열린 마음을 갖추고 행동할 필요가 있다.

요즘처럼 힘든 시기일수록 여행을 통해서 쌓는 소소한 추억의 즐거움과 휴식이 주는 재충전이 필요하다. 이번 여름엔 가까운 곳으로라도 잠시 떠나보기를 권한다. 우리는 여행을 통해 일상의 가치를 깨닫는다. 여행에서 돌아올 때 변함없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집, 가족, 일터, 평범한 일상의 감사함과 소중함을 느낀다. 떠나는 목적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시금 돌아온 일상의 소중함을 아는 것. 그것이 여행의 또 다른 매력 아닐까?

▲Sloop John B가 수록된 앨범 커버(지니뮤직)
▲Sloop John B가 수록된 앨범 커버(지니뮤직)

Sloop John B - The Beach Boys

미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비치 보이스는 윌슨가의 형제와 사촌 형제들이 모여서 만든 5인조 밴드다. 당시 미국 서해안 젊은이의 문화를 바탕으로 한 서프 음악(Surf Music)의 선두주자였다. 원래 그룹명은 ‘Pendletones’였으나, 첫 싱글 앨범 발표를 앞두고 당시 레코드 회사에서 서핑이라는 곡 주제에 맞게 이름을 ‘The Beach Boys’로 바꿔버렸다. 원곡은 섬나라 바하마의 낫소에 살던 선원들 사이에서 전해져 내려오던 민요로, 미국 시인 칼 샌드버그가 출간한 민요 모음집에 실리면서 알려졌다. 비치 보이스는 비틀스 타도(?)를 목표로 이 앨범을 만들었는데, 이를 위해 최신 녹음 기술을 활용하고 편곡에도 굉장히 신경을 썼다.

<이 기사는 브라보 마이 라이프 2021년 8월호(VOL.80)에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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