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쁠 때는 노래의 멜로디가 들리고, 슬플 때는 노래의 가사가 들린다는 말이 있다. 음악을 듣는 건 어떤 마음을 느끼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1980~90년대 포크밴드 ‘동물원’의 멤버로 활약했던 가수 김창기는 서정적인 노랫말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런 그가 기타를 세심하게 매만지던 손으로 초크 대신 펜을 들고 음악과 삶에 관한 얘기를 독자에게 들려주고자 한다.
“앞마을 냇터에 빨래하는 순이, 뒷마을 목동들 피리 소리. 그리운 고향 그리운 친구, 정든 내 고향 집이 그리워지네!” ‘그리운 고향’의 1절 가사인데, 시니어 독자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 곡은 1970년대 ‘노래의 전령사’로 불렸던 작곡가 전석환이 미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비치 보이스’의 ‘Sloop John B’를 개사한 것이다.
사실 이 곡의 주인은 비치 보이스가 아니다. 비치 보이스의 리더 브라이언 윌슨이 카리브해의 섬나라 바하마의 민요를 편곡한 노래다. 노래의 내용은 주인공이 긴 여행을 마치고 ‘Sloop John B’라는 배를 타고 고향 바하마로 돌아가는데 항해 중 선원들이 반란을 일으켜서 주인공의 모든 것을 약탈당하고 엉망진창이 된다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이 여행은 내 생애 최악의 여행이야! 난 집에 가고 싶어!”라는 하소연을 되풀이하며 노래를 마친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주인공 검프가 베트남전에 참전했을 때도 같은 곡이 흘러나온다. “이건 최악의 여행이야! 난 집에 가고 싶어!” 하는 부분이 강조되며 겁에 질린 검프의 마음을 대변해준다. 하지만 그 최악의 여행이 검프에게 전혀 새로운 관계와 기회를 열어준다. 이처럼 노래도 반전 매력이 있다. 가사의 내용과 달리 비치 보이스의 화음은 여름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12줄 기타 소리는 언제 들어도 시원하다.
일상의 소중함
코로나19로 꼼짝 못 했던 작년과는 달리 올해 여름휴가에는 여행을 가겠다고 벼르는 사람들이 많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사람들 가운데 가족 여행을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들은 지난번 여행을 떠올리며 벌써 걱정되고 불안해서 약을 더 달라고 한다. 가족끼리 즐겁게 지내자고 떠나서, 결국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오는 경우는 의외로 많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 좋겠지만, 막상 닥치면 잘 안 된다.
가족 여행의 목적은 가족과 함께하는 즐거운 추억을 쌓는 것이다. 여행 계획을 독단적으로 세우는 것은 좋지 않다. ‘함께’하는 여행이기 때문에 계획도 같이 정해야 한다. 같이 가는 사람들의 의견을 최소한 하나씩은 반영해야 한다. 물론 각자의 취향과 의견이 다를 수 있다. 그래서 균형이 필요하다. 무조건 손주가 좋아하는 대로, 부모가 좋다는 대로 하는 여행은 다른 구성원에게 최악의 경험으로 남을 수 있다. 이때는 리더의 적절한 중재가 필요하다. 가족 구성원 중 가장 현명한 이가 리더를 맡아서 여행의 목적을 잃어버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계획을 융통성 있게 수정할 필요가 있다.
함께 즐겁게 여행을 하려면 ‘함께 살아가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 물론 지름길은 없다. 일단 인정과 칭찬이 들어간 언어적인 소통이 필요하다. 즐거움과 행복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기에 한 걸음 물러나는 지혜 혹은 인내할 줄 아는 미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하얀 거짓말이 때론 필요하다. 여행의 리더는 독단적인 결정 대신 의사를 먼저 물어보고, 함께하는 사람들은 리더가 “좋지?”라고 물어보기 전에 먼저 좋다고 말해주는 게 좋다. 다만 반응을 강요하는 것은 좋지 않다. 싫다는 표시가 없는 무언의 긍정도 수긍하자.
비언어적인 소통도 중요하다. 계획을 이행하는 것도 좋지만, 같이하는 구성원의 마음 상태를 살펴보는 것이다. 서로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고 배려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배려하는 것이다. 소중한 존재일수록 기대를 많이 하고 상처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마음 상태가 되어야 성공적인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여행에서 함께하는 시간 동안 기쁨을 나눌 수 있도록 열린 마음을 갖추고 행동할 필요가 있다.
요즘처럼 힘든 시기일수록 여행을 통해서 쌓는 소소한 추억의 즐거움과 휴식이 주는 재충전이 필요하다. 이번 여름엔 가까운 곳으로라도 잠시 떠나보기를 권한다. 우리는 여행을 통해 일상의 가치를 깨닫는다. 여행에서 돌아올 때 변함없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집, 가족, 일터, 평범한 일상의 감사함과 소중함을 느낀다. 떠나는 목적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시금 돌아온 일상의 소중함을 아는 것. 그것이 여행의 또 다른 매력 아닐까?
Sloop John B - The Beach Boys
미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비치 보이스는 윌슨가의 형제와 사촌 형제들이 모여서 만든 5인조 밴드다. 당시 미국 서해안 젊은이의 문화를 바탕으로 한 서프 음악(Surf Music)의 선두주자였다. 원래 그룹명은 ‘Pendletones’였으나, 첫 싱글 앨범 발표를 앞두고 당시 레코드 회사에서 서핑이라는 곡 주제에 맞게 이름을 ‘The Beach Boys’로 바꿔버렸다. 원곡은 섬나라 바하마의 낫소에 살던 선원들 사이에서 전해져 내려오던 민요로, 미국 시인 칼 샌드버그가 출간한 민요 모음집에 실리면서 알려졌다. 비치 보이스는 비틀스 타도(?)를 목표로 이 앨범을 만들었는데, 이를 위해 최신 녹음 기술을 활용하고 편곡에도 굉장히 신경을 썼다.
올해 여름휴가에 펜션을 예약해 두었다며 동해안 바닷가와 설악의 계곡에서 보내자는 아들네의 전화를 받았다. 즐거운 제의다. 이제 아기들도 웬만큼 자라서 저희끼리 놀러 가도 될 텐데 엄마를 생각해 같이 가자는 아들이 있어 행복하다. 냉큼 가겠다고 답하고 여행 준비에 나섰다. 딸만 있는 친구들이 들으면 또 눈치 없다고 핀잔할 것이지만 나는 모른 체 따라나서기로 한다.
막상 준비하려니 할 것이 없다. 그 옛날엔 휴가 가기 전 밑반찬부터 먹을거리 챙기는 게 일이었는데 요즘은 집 나서면서부터 무엇이든지 살 수 있으니 거추장스럽게 미리 음식준비는 하지 않는다. 그저 복용 중인 약과 화장품, 칫솔, 그리고 옷만 챙기면 되었다. 얼마 전 새로 산 레이스 달린 하얀 블라우스와 바닷가에서 수영복 대신 입을 탱크톱과 짧은 바지도 잊지 않았다. 바닷가 해변에 서 있을 나를 상상하니 날아갈 듯 즐거운 기분이 들었다.
근래에 휴가는 그저 유명 휴양지의 호텔에서 보냈다. 손녀 손자가 어릴 때라 주로 호텔 내의 수영장이나 놀이시설을 이용해서 불편한 점 없이 놀다 왔었다. 올 휴가는 바닷가에 간다니 좀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젊은이에게는 낭만의 태양과 푸른 바다가 제격이겠지만 언젠가의 기억대로라면 태양이 작열하는 해변은 나 같은 시니어에는 결코 낭만적이기만 하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뜨거운 햇볕에 달구어진 모래사장에서 비치 파라솔까지 가는 것도 고역이고 쨍쨍한 햇볕에 가린다고 해도 탈 수밖에 없는 피부도 걱정이다. 또한, 바닷물에 들어갔다 나올 때마다 온몸에 붙는 모래도 고민스럽고 협소하고 복잡한 샤워장도 불만이지만 어쩔 수 없는 바닷가의 풍경이다. 그러나 그런 소소한 불만보다는 멋진 해변의 낭만과 옛 추억, 넓고 푸르른 바다를 가슴에 담을 수 있다는 사실에 고마워해야 할 것이다.
해변의 파라솔은 너무도 중요한 존재다. 아무리 햇볕이 따가워도 파라솔 아래 그늘은 바닷바람으로 부드럽고 시원하다. 그저 파라솔 아래 누워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아찔한 수영복의 선남선녀를 구경하며 즐기면 좋을 텐데 어린 손녀는 자꾸만 바다에 같이 가자고 손을 끌어당기니 나는 할 수 없이 손녀의 손을 잡고 바닷속으로 들어선다.
이번에 간 동해안의 중광정해수욕장은 작은 규모의 예쁜 해변이었다. 서핑을 즐기는 사람만 들어가는 해변과 튜브 타고 파도타기 하는 해변을 분리해 놓았고 모래도 매우 깨끗한 아이들이 함께 놀기에 좋은 바다였다.
개인이 가져간 파라솔을 펴는데 5000원, 파라솔만 빌리면 만 원, 평상의 파라솔은 3만 원으로 그렇게 바가지도 아니어서 다행이다. 우리는 빨간색의 예쁜 파라솔이 있지만, 그냥 3만 원을 주고 평상 파라솔과 노란색의 커다란 튜브를 만 원에 빌렸다.
천방지축 신난다고 뛰어다니는 손녀 손자에게 모래찜질로 인어 다리도 만들어주며 참으로 오랜만에 원시적인 피서를 했다. 숙소로 돌아오니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피곤하다. 바다에서 파도를 타고 모래밭을 오르내리는 일이 이 나이엔 어울리지 않는 피서 방법일지 모르겠지만, 마음만은 그 옛날 팔팔했던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해주어 즐거웠던 기분 좋은 피서 여행이었다. 이열치열 무더운 여름을 뜨거운 햇볕 아래 뜨거운 모래사장을 거닐며 보냈다.
예전에 키보이스라는 그룹이 부른 바닷가에 울려 퍼지던 ‘연인들의 해변으로 가요, 해변으로 가요~’멜로디가 아직도 귀에 맴돈다.
음악을 좋아하게 되기 시작한 초기에는 그때그때 새로 유행하는 음악들을 주로 들었다. 그러나 음악실에 자주 다니고 음악을 많이 듣다 보니 그 전에도 좋은 음악들이 엄청나게 많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시의 가수나 연주자 중 가장 오래전부터 활동을 시작한 사람은 영화이야기에서 소개한 ‘사랑의 종이 울릴 때’에도 출연했던 루이 암스트롱일 것이다.
그는 1920년대의 St. Louis Blues부터 1930년대 Stardust, When The Saints Go Marchin’ In, 1940년대 High Society, Blue Berry Hil, 1950년대 Your Cheating Heart, Cest Si Bon, La Vie En Rose, Kiss Of Fire, 1960년대의 What A Wonderful World에 이르기까지 화려한 트럼펫 연주와 함께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로 음악팬들을 사로잡아 왔다.
그러나 당시 자주 들을 수 있던 것들은 대개 1950년대 이후의 음악들이었다. 지난 달 소개했던 곡 외에 그때 유행하던 50~60년대의 곡들을 살펴보면, 대학 초년생이던 당시도 지금의 집사람과 만나고 있을 때여서 그랬는지 냇 킹 콜이 부른 Too Young이 가사와 함께 마음에 많이 와 닿았고 Mona Lisa나 Ramblin’ Rose도 좋았다.
패티 페이지의 Tennessee Waltz, Mockin’ Bird Hill, I Went To Your Wedding, Changing Partners나 로즈마리 클루니의 Beautiful Brown Eyes, Half As Much 등도 엄청나게 유행했다. 프랭키 레인이 부르는 High Noon, Gunfight At O.K. Corral, Rawhide, Hanging Tree 등 서부영화 주제가들도 많이들 들었다.
에디 피셔의 Oh! My Papa, 앤디 윌리암스의 Love Is A Many Splendored Thing(모정), Moon River, More, Charade, The Shadow Of Your Smile, Love Story, 팻 분의 Love letters In The Sand, Exodus Song, Speedy Gonzalez, 빙 크로스비가 부른 Hawaiian Wedding Song과 크리스마스 캐롤 White Christmas, 토니 베넷의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 페리 코모의 Papa Loves Mambo, The Rose Tattoo, 도리스 데이의 Secret Love, Que Sera Sera, My Blue Heaven 등도 있었다.
그러나 이 시기에 누구보다 두드러지게 활약한 가수는 로큰롤의 황제라던 엘비스 프레슬리일 것이다. 그는 Love Me Tender, Don’t Be Cruel, Kiss Me Quick, Crying In The Chapel, It’s Now Or Never, Anything That’s Part Of You(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의 원곡), Viva Las Vegas 등 수많은 히트곡뿐만 아니라 여러 영화에도 출연하면서 50~60년대의 연예계를 휩쓸다시피 하였다.
폴 앵카의 Crazy Love, Tell Me That You Love Me, 프랭크 시나트라의 South Of Border, My Way, 레이 찰스의 What’d I Say, Unchain My Heart, I Can Stop Loving You, 딘 마틴의 Volare, Sway(Quien Sera), Return To Me, 보비 대린의 Early In The Morning, Mack The Knife, 리키 넬슨의 Lonesome Town, Travelin’ Man, 데비 레이놀즈의 Tammy, Am I That Easy To Forget, 플래터즈의 Only You, Smoke Get In Your Eyes, Harbour Light, 에브리 브라더스의 Bye Bye Love, Let It Be Me, 킹스턴 트리오의 Tom Dooley, Where Have All The Flowers Gone, Greenback Dollar 등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얼 그란트의 The End, 사라 본의 Broken-Hearted Melody, 자니 마티스의 A Certain Smile, The Shadow Of Your Smile, A Time For Us을 많이 좋아했다.
또 닐 세다카의 You Mean Everything To Me, Calendar Girl, 레이 패터슨의 Tell Laura I Love Her, Corina Corina, 보비 비의 One Last Kiss, More Than I Can Say, 짐 리브스의 Am I Losing You, Adios Amigo, 벤 이 킹의 Stand By Me, Spanish Harlem, 브렌다 리의 I’m Sorry, 씨씨알(C.C.R.)의 Cotton Field, Proud Mary, 밥 딜런의 Blowin' In The Wind, 바비 베어의 Detroit City, 500 Miles(Away From Home), 매트 먼로의 From Russia With Love(007 위기일발의 주제가), Wednesday’s Child, Walk Away, 코니 프란시스의 Pretty Little Baby, Lipstick On Your Collar, Everybody’s Somebody’s Fool 등도 다 그 시기에 유행하던 노래들이었다.
이밖에 폴 앤 폴라의 Hey Paula, 노래하는 수녀들(The Singing Nun)의 Dominique, 브라더스 포의 The Green Leaves Of Summer, Try To Remember, 드리프터즈의 Save The Last Dance For Me, 피터 폴 앤 메리의 Lemon Tree, 비치 보이스의 Surfin' U.S.A. 일본가수 사카모토 큐의 Sukiyaki(위를 보고 걸어라), 바비 빈튼의 Mr. Lonely, 알 마티노의 I Love You Because, I Love You More And More Everyday, Spanish Eyes, 닐 다이아몬드의 Sweet Caroline, 존 덴버의 Rocky Mountain High, Sunshine On My Shoulder, 마리안 페이스풀의 As Tears Go By, This Little Bird, 라이처스 브라더스의 Ebb Tide, Unchained Melody, 롤링 스톤즈의 As Tears Go By 등도 내가 좋아했던 노래들이다.
별이 쏟아지는 해변으로 가요. 별들이 넘치는 계곡으로 가요. 올 여름 바캉스에서 가족과 아내와 남편. 또는 애인과 달콤한 사랑을 속삭일 LP곡을 뽑아봤다. 우리 5060이 중고등학교 재학시절, 긴 머리 휘날리며 온 세상을 누비던 시절 들었던 추억의 곡들이다. 올 여름 바캉스에는 근사한 턴테이블 하나 들고 가는 것은 어떨까?
◇ 키보이스, 골드
“별이 쏟아지는 해변으로 가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여름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곡이 바로 이 ‘해변으로 가요’일 것이다. 한국의 비틀즈라는 별칭으로 국내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키보이스. 그들의 앨범 골드(Gold)는 여름을 위해 만들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캉스에서 들을만한 LP를 추천해달라고하자 박 대표의 입에서 가장 먼저 나온 앨범이다. ‘해변으로 가요’외에도 ‘바닷가의 추억’, ‘정든 배’ 등 주옥같은 곡이 있으니 가히 여름을 위한 LP라 할만하다.
◇ 한상일, 애창곡집
한상일의 애창곡집 중 ‘애모의 노래’는 노랫말이 몹시 구슬프다. 그러나 멜로디가 꽤나 감성을 자극하고 서정적이다. 박 대표는 바캉스에서 느지막한 저녁. 밤하늘의 별을 보며 들을 수 있는 노래로 한상일의 ‘애모의 노래’를 추천했다. ‘나는 짝 잃은 원앙새 나는 슬픔에 잠긴다’. 노랫말처럼 되지 말고, 바캉스에서 옆에 있는 짝과 앞날의 기쁨을 만끽했으면 좋겠다.
◇ 윤형주, 골든 포크 앨범
고개가 절로 흔들린다. 휘파람 소리와 통기타 소리가 신나게 어우러져 어깨가 들썩거린다. ‘쎄시봉’ 윤형주의 ‘즐거운 하이킹’이다. 통기타를 배운 사람이라면 가족들과 모닥불 피워놓고 부를 수 있는 노래다. 물론 기타가 없어도 걱정 없다. 감성을 자극하는 스크래치 음성이 들리는 LP가 있으니까. 통기타 대신 가족을 위해 또는 동행자를 위해 이 LP를 준비했다면 그날 만큼은 당신이 쎄시봉의 주인공이다.
◇ 은희, 골든 디럭스 20
분위기 잡기 좋은 노래다. 10대 20대의 자식들과 함께라면 우리 때는 이런 노래가 있었다고 자랑 할 수도 있다. 은희의 ‘물새우는 해변’이다. 드넓은 밤바다가 외로워 보인다면 이 노래를 듣고 눈물이 왈칵 쏟아질지도 모른다. 바캉스의 여름밤이 즐거워야만 하랴. 슬픔의 눈물을 훔치며 옛 추억을 회상하는 것도 여러 여름 밤 중 하나이니. 사무치는 외로움을 만끽하고 싶다면 이 곡에 빠져 보길 추천한다.
◇ 4월과 5월, 베스트
7월과 8월 듣기 좋은 노래로 박 대표가 추천한 곡이다. 4월과 5월의 ‘바다의 여인’이다. 새로운 인연을 만날 것이란 기대감에 부풀었던 젊은 날의 바캉스. 그러나 그 기대는 한 줌의 모래알과 같았던 적이 많지 않은가. 그 설렘과 허무함이 이 곡에 담겨있다. 추억할 수 있다면 이 곡만 한 것도 없다. 노랫말 그대로 ‘바닷가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 바닷가에서 추억을 맺은 사람’들도 이제 그 시절을 그리워하고 있을 것이다.
◇ 비치보이스 (The Beach Boys), 베스트 오브 더 비치 보이스(Best Of The Beach Boys)
자식들과 함께 들어라. 신나게 발을 땅에 비벼라. 몸을 흔들어라. ‘신난다’라는 표현은 약하다. 가족 사이에 웃음이 만개할 것이다. 비치보이스(The Beach Boys)의 ‘서핑 유에스에이(Surfing USA)’다. ‘외국곡 추천해도 돼죠?’. 박 대표가 물었다. ‘예’라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추천했다. 이 곡을 듣자마자 여름곡이라는 확신이 생길 것이다. 다리도 저절로 움직일 것이고, 나도 모르게 ‘트위스트 킹’이 돼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식들 앞이라고 부끄러워 하지말라. 그들도 똑같을테니. 소통? 이 노래하나면 끝이다. 몸으로 말하면 된다.
◇박임선 대표 소개
동굴에 35년 동안 살고 있다. LP의 동굴이다. 황학동에 위치한 ‘장안레코드’의 대표인 박임선(55)씨는 LP와 음반의 산 증인이다. ‘지지직’ 소리가 나는 LP를 CD보다 더 좋아한다. 그야말로 음반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