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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쓸모’에서 밀려난 50대 여성의 이야기… ‘우리가 안도하는 사이’
- 북인북은 브라보 독자들께 영감이 될 만한 도서를 매달 한 권씩 선별해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해당 작가가 추천하는 책들도 함께 즐겨보세요. 하여간 그렇대. 우리 나이가 한참 늙느라 바쁜 나이래. 여기저기 삐거덕거리면서 고장 나는 데 생기고, 마음은 공허하고. 살아 뭣하나, 싶은 나이라는 건데. 그게 당연한 마음이라니까 너무 난감해하지 마. - ‘우리가 안도하는 사이’ 149p ‘피하고 싶은, 그러나 엄존하는 세계 속으로 우리를 이끄는 소설가’(제9회 김현문학패 심사평) 김이설의 신작 소설이 출간됐다. 2006년 등단 이후 18년간 꾸준히 ‘나쁜 피’, ‘환영’, ‘선화’,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 등의 작품을 통해 여성과 가족에 대해 질문해온 그가 이번에는 50대를 앞둔 난주, 미경, 정은, 세 친구의 강릉 여행을 통해 ‘그럼에도 살아가는 것’을 이야기한다. 난주, 미경, 정은은 1975년생 동갑내기 친구다. 오랜 친구지만 각자 사느라, 하루하루 살아가는 데 최선을 다하다 보니 자주 만나지 못했다. 사는 거리가 먼 만큼 마음도 멀어진 무렵이었다. 매번 여행 한번 가자는 말만 할 뿐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올해 강릉에 가자고 한 건 난주였다. 늘 그렇듯 말뿐일 게 뻔했다. 혼자 노모를 모시는 미경은 하루 시간 빼는 것도 쉽지 않다. 모두 속으로는 올해도 여행은 어려울 거라 생각하는데, 불쑥 미경이 “가자!”고 호응한다. 강릉 여행을 떠나기로 한 당일, 세 친구는 서울역에서 만난다. 강릉 여행은 스물넷 이후 25년 만이고, 셋이 다 함께 모인 건 난주 아버지의 장례식 이후 7년 만이었다. 낯선 것도 잠시, “왜 이렇게 부었어? 살찐 거야, 아픈 거야?”, “넌 왜 이렇게 늙었니?”라며 서로 장난스럽게 안부를 주고받는다. X세대, 신세대, 수능 0세대. 한때 이들을 가리키던 말이다. 싱그럽고 통통 튀고 정의할 수 없는 젊음 그 자체로 예쁜 시절이 있었다. 이들은 이제 요실금과 고혈압, 탈모 등 다양한 신체 변화를 겪고 있다. 세 명은 소위 말하는 ‘인스타 감성’의 펜션을 잡고, 여행 내내 잔뜩 먹고 마신다. 강릉에서 유명하다는 순두부, 장칼국수를 먹거나 허난설헌의 생가도 가고, 커피도 여섯 잔씩 시켜 나눠 마시고, 질리도록 술을 마신다. 이렇게 셋이 모이는 날이 또 없을 거라는 듯 최선을 다해 즐긴다. 그간 다른 삶을 살아왔기에 부딪치는 구석도 많다. 기혼인 난주, 정은과 미혼인 미경은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에 한계가 있고, 투잡을 뛰며 생활고에 시달리는 정은과 상대적으로 부유한 삶을 사는 전업주부인 난주는 자주 투덕거린다. 싸움을 푸는 방식은 간단하다. 마시고, 웃고, 푼다. 술 한잔에 이야기를 털어놓고 나누다 보면 당장 해결되는 것이 없더라도 괜찮다. 이들의 여행 또한 술 한잔과 같다. 앞으로 똑같은 삶이 반복돼도 버틸 수 있는 잠시의 안도, 찰나의 틈이 바로 여행인 것이다. 그렇게 각자의 사정을 견디며 나이 듦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김이설 작가의 사이 “50대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 생각보다 없어요. 각자의 세계와 인생이 있을 텐데 그저 엄마, 아줌마, 며느리, 딸이라는 단어 속에 숨어버린 이들의 목소리를 담고 싶다고 느꼈습니다. 표지 속 거위처럼 시끄럽고 우악스러운 이미지가 있지만, 들여다보면 그렇지만은 않거든요.” ‘우리가 안도하는 사이’는 2023년 6월 초, 김이설 작가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 하나에서부터 시작됐다. 무료 소설 연재를 구독할 독자를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가을까지 경장편소설을 마감하려면 스스로를 강제해 진도를 내는 방법밖에 없을 것 같다는 이유였다. 신청자들의 메일 주소로 매주 1회씩, 원고지 30매 분량을 전송하는 ‘소설가의 생초고 메일링’, ‘스불재’(스스로 불러온 재앙)였다. 쉽지는 않았지만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원동력이었단다. “재앙이 매주 제법 많은 양의 원고를 써야 하는 저에게 해당하는 말인지, 정리 안 된 소설을 읽게 될 메일링을 신청한 분들인지 모호했지만 일단 썼어요. 어떤 노래를 들으며 무슨 마음으로 작업했는지도 함께요. 응원과 애정이 담긴 답장은 물론, 바다 사진을 꾸준히 보내기도 하셨어요. 두 번의 펑크를 내면서도 ‘무리하지 마라, 그저 기다리겠다’는 말에 용기를 얻었습니다. 덕분에 3개월 동안 한 편을 완성할 수 있었어요.” 강릉으로 떠난 중년 여성들 ‘우리가 안도하는 사이’의 주인공 난주와 정은, 미경은 어디에나 있을 법한 공감 가는 구석을 가진 인물들로 구성했다. 노안이 찾아왔지만 ‘안 보면 안 봤지, 돋보기라니’라며 마지막 자존심을 부리거나, 자녀들이 독립할 시기에 빈둥지증후군을 겪고, 요실금이 의심되는 상황에도 병원 가는 것을 미루는 등 낯선 몸, 낯선 자신을 만나며 혼란을 겪는다. “50대가 되면 몸 여기저기가 하나씩 고장 나지만 마음은 여전히 설익은 상태인 것 같아요. 젊지도, 늙지도 않은 애매한 때랄까. 아직 힘은 있는데, 40대보다는 ‘쓸모’라는 영역에서 다소 밀려났다고도 느껴요. 우울하고 주눅이 들죠. 하지만 다들 각자만의 큰 세계가 있었을 거예요. 그걸 풀어내고 싶어도 세상이 귀 기울여주지 않는 겁니다. 학창 시절 친구들을 만나 반가운 마음에 그걸 한꺼번에 터뜨리려니 목소리가 커지는 게 아닐까요. 난주와 정은이, 미경이 같은 ‘아줌마’들은 쓸쓸함을 견뎌내고 나이 듦을 받아들이는 중인 거예요.” “세상에 안 힘든 이십대가 어딨니? 이십대는 그냥 이십대인 것만으로 힘든 거야.” 미경은 끝을 내지 못했던 학생운동과 이뤄질 수 없었던 성희 언니와의 관계를, 정은은 일도 연애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자신이 세상의 패자가 된 기분에 빠졌던 나날을, 난주는 두 아이를 키우느라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 채 아줌마로 전락해버렸던 시절을 떠올렸다. 셋은 제각기 고개를 끄덕였다. - 우리가 안도하는 사이’ 197p 삐거덕거리는 몸과 마음을 안고 세 친구는 강릉으로 떠난다. 김 작가는 강릉이라는 지명 자체가 동년배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킬 만하다는 생각에 배경지로 선정했다고 한다. 1970년대 대학가에 MT 문화가 퍼지면서 강원도는 그 시절 학생들에게 낭만의 장소가 됐기 때문이다. “강릉은 세 친구의 젊은 시절이 켜켜이 쌓인 상징적인 곳입니다. 저 역시 처음으로 부모님을 속이고 첫사랑과 여행한 곳이에요. 소설의 원제도 ‘강릉에 가자’였어요.” 등장인물들은 맛있다고 정평이 나 있는 카페를 찾거나, 관광지를 들르려 애쓰지 않는다. 안목해변 주변을 그저 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니고, 순간마다 하고 싶은 것을 한다. 그 와중에도 빠지지 않는 건 술이다. 과거 서로에게 느꼈던 감정과 오해, 깊어진 상처를 가감 없이 드러내며 다투지만, 담백한 건배와 함께 목구멍으로 털어 넘긴다. “여행 왔다는 것 자체가 일상에서 벗어났다는 의미잖아요. 술에 잔뜩 취해 해방감을 느끼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어요. 이들이 인연을 이어온 25년이 짧은 시간이 아닌 데다 처한 환경이 너무도 다르니 적당히 술 한잔으로 흘려보내는 게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방법이겠죠. 그래야 아프고 잊고 싶던 기억 위로 이번 여행이 씌워질 테고, 또 살아가니까요.” 앞으로 안도할 우리 김이설 작가는 이번 소설을 통해 삶에 지친 이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때가 되면 자신도 모르게 달라져 있는 인생을 알아차리게 된다’(110p)는 강릉의 커피 명장 박이추 선생의 말을 빌렸다. 자녀와 부모를 동시에 부양하면서 사회적인 위치까지 공고히 해야 한다는 압박에 고단하더라도, 살다 보면 지나고 보면 결국 모든 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든단다. “흔히들 특정 시절이 가장 찬란했다 말하지만 지나고 나니까 그렇게 느끼는 거거든요. 실수했던 순간이 자꾸 생각나고 숨고 싶어져도 어느 날부터는 되레 아름답게 여겨져요. 한동안 번아웃이 심하게 와서 글을 전혀 못 읽고 못 쓰던 때가 있었어요. 지금은 극복했지만요. 작가에게 그건 죽음과 같은 건데요, 등단하고 10년 동안 육아와 원고 작업을 병행했더니 지쳤던 것 같아요. 과거와 지금을 비교하면 날카롭고 거칠던 문체가 둥글둥글하고 편해졌어요. 어느 쪽이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안도하고 감사하면서 계속 쓰다 보면 모르는 새 영글지 않을까요. 여러분의 쓸쓸함도 곧 잦아들기를 바라요.”
- 2024-07-22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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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키와 골프 함께 즐기는 관광 명소… 日 홋카이도 루스쓰 골프 리조트
- 루스쓰 골프 리조트는 72홀 규모에 830개 객실을 보유한 홋카이도의 최대 골프 리조트다. 매년 여름이면 골퍼들로 가득 차며, 한국에서도 5개월간 5000명 이상 방문하는 골프장이다. 루스쓰로 가는 길은 공항에서 약 1시간 30분 소요되는데, 길가에서 사슴들이 맞아주어 지루함이 덜하다. 때로는 곰도 출몰한다고 하니 주의가 필요하다.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 신치토세 공항(Shin-Chitose Airport, 新千歳空港)은 직항으로 약 3시간 소요되며, 저가항공도 다수 운항하고 있다. 루스쓰 골프 리조트는 공항에서 동쪽으로 90km 지점에 위치한다. 삿포로 동계올림픽 열린 곳 루스쓰에서의 저녁 식사는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대게와 북해도산 소고기로 만든 스테이크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특히 요리사들의 친절한 매너는 더욱 감동적이었다. 루스쓰 리조트는 홋카이도를 대표하는 복합 리조트 단지로, 각종 레저 시설과 스키장, 4개의 18홀 코스, 다양한 숙박 시설을 갖추고 있다. 놀이공원도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인기가 높다. 루스쓰 리조트는 사실 골프보다는 스키가 더 유명하다. 1972년 삿포로 동계올림픽이 열렸으며, 동계아시안게임도 세 차례나 개최된 바 있다. 골퍼들이 머무는 루쓰스 리조트 호텔&컨벤션(Rusutsu Resort Hotel & Convention)은 각 코스까지 모노레일이나 버스로 10분에서 20분 정도 소요된다. 다양한 식당에서 제공하는 식사는 최고 수준이다. 일식당, 중식당, 웨스틴 호텔과 컨벤션 리조트의 뷔페는 풍성한 산해진미를 자랑한다. 골퍼들을 위한 온천도 제공해 휴식과 힐링에 적합하다. 골프장은 타워(Tower) 코스, 이즈미카와(Izumikawa) 코스, 리버(River) 코스, 우드(Wood) 코스 등 4개 코스 72홀 규모로 이루어졌다. 타워 코스는 겨울 스키장을 이용할 수 있는 리프트가 있으며, 이즈미카와는 물이 많다는 의미로 코스 주변과 지하에 물이 자주 보인다. 아름다운 자작나무로 둘러싸여 우드 코스는 미국의 유명 골퍼이자 설계가인 커티스 스트레인지(Curtis Strange)가 1992년 처음으로 일본에서 디자인한 코스로, 리버 코스와 함께 설계했다. 우드 코스는 멀리 보이는 설산인 요테이(YoTei)산의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물이 거의 없으며 굴곡진 레이아웃과 좁은 페어웨이로 4개 코스 중 가장 어려운 코스다. 혹한의 기후에도 견디는 자작나무가 많이 자라 있다. 리버 코스는 초보자도 쉽게 공략할 수 있는 코스로, 전장이 짧아 가장 긴 블루 티에서 라운드를 했다. 9번 홀과 12번 홀은 티 박스에 거대한 절벽의 숲 해저드가 있어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준다. 13번 홀은 티 박스 아래로 추락하는 페어웨이의 모습이 공포스러울 정도다. 주변에 다양한 관광 명소 루스쓰 골프 리조트는 자연의 보고라 할 수 있다. 라운드 중 사슴, 여우, 토끼 등 다양한 야생동물을 자주 볼 수 있다. 코스는 잘 관리되어 있으며, 그린 스피드는 아마추어에게 적당한 수준이다. 루스쓰 리조트는 골프와 더불어 다양한 레저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종합 리조트로 매년 많은 한국 골퍼들이 방문하고 있으며, 앞으로 중국·대만·홍콩 골퍼들의 방문도 기대된다. 루스쓰 리조트 주변에는 다양한 관광 명소가 있다. 삿포로 시내는 쇼핑과 식사를 즐기기에 좋으며, 오타루는 아름다운 운하와 유서 깊은 건물들로 유명하다. 또한 니세코는 스키와 온천으로 유명한 지역이지만, 여름에도 자연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액티비티를 제공한다. 삿포로 맥주 박물관은 맥주 제조 과정을 배우고 시음을 즐길 수 있는 명소다. 이외에도 다양한 온천과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는 홋카이도는 사계절 내내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이다.
- 2024-07-19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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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장년 창업의 작지만 큰 세계, ‘스몰브랜드’ 전략 다섯 가지
-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영화계의 거장이라 불리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말이다.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감독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이 수상 소감을 말하며 언급해 더 널리 알려졌다. 소비자와 브랜드가 가치를 공유하는 ‘브랜딩’ 세계에서도 스코세이지 감독의 말처럼 개인의 가치관이 녹아든 ‘스몰브랜드’(Small Brand, 작은 브랜드)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스몰브랜드를 정의하는 기준은 뭘까? 매출 규모, 직원 수, 공간 크기, 판매하는 제품 수 등 우리가 숫자로 볼 수 있는 것들은 기준이 아니다. 스몰브랜드라는 용어는 아직 보편적으로 쓰이는 말은 아니지만, 전문가들은 대부분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자신만의 속도로 성장하는 브랜드’라고 정의한다. 왜 스몰브랜드인가? 프랑스 파리에서 ‘최고로 짐 잘 싸는 사람’으로 소문나 황후의 전담 패커까지 되었다가 여행 가방 전문 브랜드를 만든 것,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의 시작이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해 최근에는 중년들도 즐겨 찾는 온라인 편집숍 ‘무신사’는 ‘무지하게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는 커뮤니티에서 시작됐다. 누구나 스몰브랜드에서 출발한다는 의미다. 창업 시장에서 스몰브랜드가 주목받기 시작한 이유는 소비의 개인화, 가치 소비, 1인 가구 증가, 취향의 다양성 등에서 찾을 수 있다. 나이를 불문하고 1인 가구가 늘었고, 개인의 삶과 취향이 다양해졌으며, 브랜드의 철학을 보고 소비하는 것이 곧 나를 나타내는 시대가 되었다. 이청수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정책실 사무관은 “우리나라에서 기술 창업이 중요하게 언급되지만, 최근 비기술 창업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면서 “과거에는 ‘창업’이라면 은퇴 후 아버님들이 치킨집 차리는 걸 생각했지만, 지금은 자신의 가치를 반영한 창업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스몰브랜드를 나타내는 가장 핵심적인 단어는 ‘철학’, 그리고 ‘나다움’이다. 전문가들은 창업이 ‘먹고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나를 나타내는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본다. 이런 현상이 스몰브랜드로 표현되는 셈이다. 작은 브랜드 전문 컨설팅 회사 ‘스몰브랜더’의 최용경 공동대표는 “과거 스타트업이라는 단어가 벤처기업과 혼용되어 쓰이다가 이제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용어가 된 것처럼, 앞으로 스몰브랜드도 용어로 자리 잡을 것”이라 전망했다.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과 소비 패턴에 더해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기술 발전은 ‘스몰브랜드 전성시대’를 만들었다. 이청수 사무관은 “산업혁명 이전이 소상공인 시대였다면 4차 산업혁명, 그러니까 디지털 혁명 이후 인터넷과 모바일의 발전이 개인화 생산 시대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신애 스몰브랜더 공동대표도 다양한 디지털 도구에 주목했다. 김 대표는 “SNS 환경이 크리에이터를 등장시켰고, 디지털 마케팅 도구를 활용해 내가 브랜드가 돼 자신의 콘텐츠를 만드는 게 무척 쉬워졌다”면서 “생산부터 고객 소통까지 스스로 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봤다. 이제는 ‘작은 브랜드 창업’이라는 키워드로 강의나 동아리도 생겨나는 추세다. ‘나=브랜드’라는 공식은 진정성으로 이어진다. 소비자들은 스몰브랜드의 진정성에 지갑을 연다. 김신애·최용경 대표는 베이비붐 세대가 창업 시장에서 ‘스몰브랜드’로 거듭날 요소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본다. 최 대표는 “‘강한소상공인’처럼 정부 지원 사업에 참여하는 중장년이 많고, 장년을 위한 지원이 마련되어 있다. 인생의 과업을 많이 지나온 중장년이 이 시장을 잘 활용한다면 오히려 젊은 친구들보다 더 유리할 것이라 본다. 지금까지는 젊은 세대가 스몰브랜드 시장을 주도했지만, 은퇴 후 자본과 시간이 있고 교육에 적극적인 베이비붐 세대에게 더 적합한 것이 스몰브랜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스몰브랜드 꿈꾼다면 성공한 스몰브랜드의 특징은 △창업자의 가치관을 따른다 △단순 판매에 집착하지 않는다 △브랜드 문화를 즐기게 한다 △팬덤이 확고하다 △정성적으로 성장한다는 점이다. 창업가로서 스몰브랜드를 꿈꾼다면 다음 다섯 가지를 유념하자. 첫째, ‘자기다움’을 끈질기게 파고든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와 같이 나에 대해 알아가야 한다. 창업자의 ‘나다움’이 브랜드의 방향성과 일치하거나 최소한 비슷한 결이어야 지속 가능한 브랜드로 살아남을 수 있다. 그래야 스몰브랜드 핵심 가치인 ‘진정성’도 전달될 수 있다. 둘째, 이야기를 전한다. 창업자의 일상도 좋고,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해가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도 좋다. 블로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의 온라인 채널을 활용해 나와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해보자. 실패하는 것도, 시간이 지나 변화하는 모습도 소비자에게는 메시지가 된다. 만약 자신이 전면에 나서는 게 어렵다면 페르소나(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를 설정하자. 브랜드를 나타내는 캐릭터를 만들어도 좋다. 초창기 캐릭터와 3년 뒤 캐릭터가 달라지는 과정조차 브랜드 이야기로 남을 것이다. 셋째, 꾸준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매일’ 이야기를 전하라고 조언한다. 혹은 나만 볼 수 있는 공간에 기록이라도 해두어야 한다. 이 기록이 쌓여 브랜드 역사가 된다. 아무리 바빠도 반드시 짬을 내어 나의 브랜딩 과정을 아카이빙하자. 중요한 건 ‘꾸준히’ 하는 것이다. 넷째, 팬과 소통한다. 앞서 언급한 세 가지를 꾸준히 하다 보면 나의 브랜드 성장을 응원하고 브랜드 가치에 공감하는 팬덤이 생긴다. 스몰브랜드에게 ‘팬’은 브랜드의 위기를 함께 헤쳐나갈 든든한 지원군으로 뗄 수 없는 존재다. 팬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과정은 브랜드의 ‘신뢰 자본’이 되어 지속 가능한 브랜드가 될 기반이 된다. 다섯째, 작게 시작한다. ‘적어도 누군가의 연봉만큼은 벌어야지’ 같은 기준보다 나만의 작은 기준을 세워 시작하자. ‘나는 하루에 딱 30개만 팔 거야’라고 규모를 정하는 것조차 스몰브랜드의 가치가 될 수 있다. 스몰브랜드를 꿈꾸는 중장년에게 김신애·최용경 스몰브랜더 공동대표는 위의 다섯 가지 외에 다음의 조언을 덧붙였다. “아마 ‘나 은퇴하고 창업할 거야’라고 말하면 10명 중 9명은 말릴 거예요. 스몰브랜드를 만들겠다 마음먹었다면, 주변 지인들의 말에는 잠시 귀를 닫고 업계 사람들 혹은 전문가들과 소통하길 바랍니다. 스몰브랜드 대표가 된다는 건 누구나 처음 해보는 일일 거예요. 브랜드를 만든다는 거창한 생각보다 그냥 배워간다는 마음으로 가볍게 시작하면 성공 확률도 높아질 겁니다.” ◇스몰브랜드를 위한 지원 사업 브랜드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 즉 나만의 독창성이다. 나와 브랜드의 정체성을 만드는 과정이 중요한 이유지만, 쉽지 않은 과정이기도 하다. 스몰브랜드를 만들어가는 데 도움이 될 지원 사업을 소개한다. 네이버 프로젝트 꽃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중소 상공인과 창작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 온·오프라인 지원 사업 및 ‘네이버 SME 브랜드’ 등 성장 프로그램이 시기별로 진행된다. 프로그램 참여 공지는 네이버 공식 블로그 ‘NAVER DIARY’를 참고하자. 교육을 받고 싶다면 ‘네이버 비즈니스 스쿨’도 활용해볼 수 있다. 배민 아카데미 외식업에 초점을 맞춘 지원 사업이 필요하다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 정기 교육과 1일 교육을 선택할 수 있고, 시기별 집중 교육도 진행된다. 온라인 영상 교육과 다른 사장님들의 사례도 볼 수 있으니 참고하자. 강한소상공인 성장지원사업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시행하는 지원 프로그램. 라이프스타일, 로컬 브랜드, 글로벌 세 분야 중 하나를 선택해 지원할 수 있다. 초기 창업자보다는 창업 후 유지 기간이 어느 정도 있는 경우에 활용하기 좋다. 초기 창업자라면 초기 창업 패키지 등의 사업을 이용해보자. ◇사례로 보는 스몰브랜드 대표적인 스몰브랜드 사례를 소개한다. 브랜드별 이야기와 가치관, 그들이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법 등을 보며 나의 스몰브랜드를 상상해보자. 바다가 허락한 만큼, 동해형씨 동해형씨는 반려동물 수산물 간식 전문 몰이다. 반려동물 식품 중에서도 수산물에 집중한 사례로, 국내산 수산물을 원재료 그대로 쓴다는 특징을 강조한다. 체중 조절이 필요한 반려견이나 건강한 단백질 식품이 필요한 노령견 가족들이 동해형씨의 팬이 되었고, 이제는 해외 진출까지 준비하는 브랜드로 거듭났다. 동해형씨는 “3년의 기획과 1년의 준비기간, 6개월 이상의 정리로 브랜드가 탄생했다”면서 “‘작은 것에도 정성을 다해야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다’는 ‘중용 23장’의 글귀를 믿는다”는 가치를 전한다. 청춘의 여신, 헤베더유스 헤베더유스는 가슴 사이즈가 B컵 이상인 여성을 위한 브래지어를 만드는 브랜드다. 회사에서 중요한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하던 중 꽉 끼는 속옷에 숨이 막혔던 경험을 계기로 창업을 결심했다. 이렇듯 ‘개인의 불편함’에서 창업 아이템이 나오기도 한다. 헤베더유스는 제품 출시 전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9개월간의 시장조사와 제품 개발로 첫 판매부터 6000만 원의 펀딩 매출을 달성했다. 이제는 한국 여성의 15%에 해당하는 “큰 컵 여성들을 편안하고 자연스러우면서 아름답게 해줄, 오래 그리고 자주 손길이 닿는” 속옷을 만드는 브랜드가 됐다. 제주 로컬 브랜드, 한림수직 한림수직은 1959년 아일랜드에서 온 신부가 설립한 제주 로컬 의류 브랜드다. 성이시돌 목장에서 자란 양의 양모를 채취해 뜨개질로 만든 니트인데, 품질이 너무 좋아 대대로 물려주는 니트로 유명하다. 요즘은 빈티지 애호가들 사이에서 높은 가격에 거래될 정도. 중국산 양털이 등장하며 사라진 브랜드인데, 콘텐츠그룹 재주상회와 이시돌농촌산업개발협회가 2021년부터 ‘한림수직 재생 프로젝트’로 상품을 복원하고 ‘장인니팅스쿨’로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제주 여성의 자립을 도왔다는 한림수직만의 특별한 이야기에 많은 사람이 한림수직의 부활을 응원하고 있다. 행복을 파는 브랜드, 오롤리데이 문구류에서 시작해 NFT 등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는 오롤리데이는 고객을 ‘해피어’, 브랜드 캐릭터를 ‘못난이’라 부르며 ‘행복을 판다’는 세계관을 쌓은 브랜드다. 오롤리데이 대표가 개인 SNS에 자신의 이야기를 올리며 ‘롤리’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쌓아간 것에서 출발했다. ‘찐팬’들이 모이면서 오롤리데이의 ‘디자인 도용 사건’까지 함께 해결했다. 브랜드 커뮤니티 구축의 교과서라 불리는 오롤리데이는 “당신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 다정한 제품을 만든다”는 모토로 진심을 전하고 있다. 참고 도서 ‘작지만 큰 브랜드’(우승우 외 3인 저), ‘작은 브랜드를 위한 지침서: 스몰브랜드북’ (김시내·최용경 저)
- 2024-07-17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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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구감소지역으로 여행 가요…연예인들이 나선 까닭
- 한국방송연기자협회(이사장 최수종)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 이하 문체부)와 함께 인구감소지역의 숨은 명소를 관광 콘텐츠로 제작·홍보하는 ‘숨핫’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한국방송연기자협회는 최근 이와 같이 밝히며 “‘숨핫’은 국민들에게 친숙한 연기자들이 인구감소지역의 관광 자원을 직접 체험하며 소개함으로써 소멸이 우려되는 지역에 관한 관심을 촉구하고, 나아가 해당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배우들이 직접 나선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올해 소개되는 숨핫은 충청남도 부여, 강원도 고성, 경상북도 봉화, 전라남도 강진 등 4개 지역이다. 부여는 홍은희·김용희·박주희(MBC 27기 공채 탤런트), 고성은 보이그룹 위아이(WEi) 멤버인 김요한·김동한, 봉화는 배우 이효정·이유진 부자, 강진은 배우 이장우·선한국 등이 출연한다. 최범호 한국방송연기자협회 사무총장은 “정부에서 89개 시군구를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해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숨핫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앞서 지역 선정위원회를 꾸렸고, 전문가분들이 지역을 선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영상 콘텐츠는 가족, 친구, 선후배가 함께하는 여행 콘셉트로 구성된다. ‘부여’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탈것(주행 열기구, 수륙양용버스 등), 사진 맛집 ‘고성’ 바다를 배경으로 즐기는 해양스포츠와 밀리터리 서바이벌 게임, ‘봉화’의 백두대간 자연 속에 녹아든 정자와 한여름의 산타마을, ‘강진’의 푸소농가 체험과 월출산을 바라보며 즐기는 차 오마카세 등 지역별 특색을 보여줄 예정이다. 최수종 이사장은 “연기자들도 대한민국의 구성원으로서 인구감소로 인한 지역소멸 위기가 우려된다”라며 “지역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찾던 중, 연기자들의 재능을 이용해 지역관광을 활성화해보자는 아이디어로 ‘숨핫’이 시작됐다. 배우들의 참여가 선한 영향력으로 인구감소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나아가 살맛 나는 대한민국을 위한 관광 콘텐츠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며, 지역을 살리는 따뜻한 숨결이 되도록 미력하나마 힘을 쏟을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최범호 사무총장은 “최수종 이사장님과 함께 좋은 뜻에 동참하겠다는 생각에 많은 연예인분들이 참여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다”라면서 “지역소멸문제는 우리 모두가 고민해봐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숨핫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유동 인구가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전했다. 콘텐츠는 7월부터 부여·고성·봉화·강진 순으로 유튜브 채널 ‘숨핫’ 및 문체부 SNS 등을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유튜브 채널에는 최수종 이사장과 최범호 사무총장 및 부여와 고성 출연 배우들의 홍보 영상이 게재되어 있다.
- 2024-07-15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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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을 지붕으로, 적막을 전각 삼은 원주 법천사ㆍ거돈사 터
- 절만 절이랴. 터로만 남은 폐사지도 절이다. 전각이며 석물 따위는 이미 스러져 휑하지만 오히려 절의 본질이 느껴진다. 삼라만상은 변하고 변해 마침내 무(無)로 돌아간다. 제행무상이다. 절은 그걸 깨닫게 하기 위해 지은 수행 도량이다. 그렇다면 무위로 잠잠한 폐사지 역시 통째 경전이며 선방이다. 가장 적나라한 절집의 한 형태다. 흔히 폐허 이미지에서 야기되는 선입견을 가지고 폐사지를 보잘것없는 곳으로 오해한다. 빈 절터에선 마음을 덩달아 비울 수 있다. 깨끗이 비움으로써 되레 순수한 충만감을 맛볼 수 있는 역설적·철학적 공간이다. 문화유산 답사를 즐기는 이들 가운데 폐사지 답사를 최고로 치는 이들이 드물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주시 부론면 야산 아래에 있는 법천사지는 폐사지의 우뚝한 본이다. 터의 넓이는 무려 5만여 평으로 드넓다. 신라 말에 창건돼 고려 중기에 법상종의 본산으로 전성기를 누린 법천사의 옛터다. 이곳에선 2001년부터 2022년까지 12회에 걸친 발굴 조사가 이루어졌다. 건물지 20여 곳과 우물지, 계단지, 담장 유구와 석축, 연화대석, 금동불입상 등 다양한 유물이 확인되었다. 이 유물들을 상상력으로 재구성해 법천사의 본색과 영화를 가늠해보라. 고려의 중견 사찰다운 위용이 저절로 눈앞에 떠오른다. 비록 폐사지로 주저앉았지만 흔적만으로도 여전히 웅장하다. 하늘을 지붕으로 하고 적막을 전각으로 삼은 특유의 폐사지 도량이라 할까. 법천사는 고려시대에 대대적으로 중창된 거찰이었다. 특히 왕사를 거쳐 국사에 올랐던 지광국사 해린(984~1070)의 위력에 힘입어 사격을 널리 떨쳤다. 고려의 왕들은 지광을 극진히 우대했다. 생불로 대접했다. 이는 불교 국가 고려의 왕들이 지닌 불심의 발로이기도 하겠지만, 불교의 장악력을 왕권 강화에 활용하고자 한 정치적 계산의 소산이기도 했으리라. 문종은 아예 지광을 어가(御駕)에 태우고 다니며 법화경과 유식학 강의를 듣기도 했단다. 지광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사소한 언설조차 도(道)의 강물로 간주해 경청했다지. 지광의 위세가 어떠했을지 눈으로 똑똑히 본 듯 환히 비친다. 법천사지엔 화려한 탑비 한 점이 고스란히 현존해 사람을 매혹한다. 사지 뒤편 산비탈에 있는 지광국사현묘탑비(국보 제59호)가 바로 그것. 형상을 빚고 문양을 새겨 넣은 석공들의 우거진 솜씨가 완연한 탑비다. 특히 비신의 좌우 측면에 조각한 쌍룡문은 살아 꿈틀거리는 듯 극히 사실적이다. 비석을 받치고 있는 귀부에 무수히 새겨진 임금 왕(王)자, 그리고 비석에 얹은 왕관 모양의 머릿돌은 왕실 권력의 비호를 받은 지광국사의 존엄성을 추앙한 신호일 터다. 비석 상부엔 고려인들의 유토피아였던 미륵정토, 즉 용화세계를 표현한 문양들을 깨알처럼 세밀하게 흩뿌렸다. 이는 지광국사를 용화세계의 선도자로 보는 대중적 정서를 고려한 장식으로 보인다. 그런데 법천사지가 보유한 걸작 성보가 더 있다. 지광국사현묘탑(국보 제101호)이야말로 눈부신 석물이다. 이건 지광국사의 유골과 사리를 봉안한 부도다. 보통 부도탑은 원형이나 종형 형태, 그리고 전체적으로 단순한 구조를 보이지만 이 탑은 매우 다르다. 파격적인 사각형 구도를 근간으로 삼은 데다 탑의 모든 부위를 실로 미묘한 조각으로 채웠다. 조각 기법은 능란하기 그지없어 차라리 경악스럽다. 높이 6m에 달하는 거대한 체구 역시 탑의 장엄함을 돋우어 드높은 품격을 구현했다. 고려 승탑의 백미로 꼽힌다. 전무후무한 부도탑이다. 지광국사현묘탑은 원래 지광국사현묘탑비 바로 앞쪽에 있었다. 그런데 수난이 잦았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 모리배들에 의해 서울로 빼돌려졌는가 하면, 오사카로 밀반출되기도 했다. 용케도 한국으로 돌아온 뒤엔 경회루에 설치되는 등 10여 차례 위치 변동이 잇달았다. 한국전쟁 와중엔 폭격으로 심각하게 파손되기도 했다. 2015년까지 국립고궁박물관 뜰에 전시되었던 이 부도탑은 이후 대대적인 보수와 보존처리 작업을 완료하고, 지난해 112년 만에 고향 법천사지로 귀환했다. 올해 하반기면 완전히 복원된 탑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하니 반가운 소식이다. 오감이 열리는 폐사지 서정 법천사지에서 6km쯤 떨어진 산자락에는 거돈사지가 있다. 통일신라 때 창건돼 고려 초기에 이름을 드날린 거돈사의 옛터다. 1만여 평에 이르는 터의 규모도, 간신히 남아 옛일을 두런거리는 석조 유물들의 위용도 만만치 않지만, 법천사지에 비해서는 조촐하다. 군살과 치레가 없는 미모처럼 말쑥한 풍경이 수평으로 펼쳐진다. 법천사지의 뭔가 동적인 분위기에 반해 이곳엔 정적인 운치가 감돈다. 어쩌면 거돈사지는 별유천지다. 세상의 소음과 어지러움이 침범할 수 없는 고요가 깊어서. 거돈사가 침몰한 시기는 조선 전기로 추정된다. 이 폐사지에 들어서자마자 한눈에 쑥 들어오는 건 삼층석탑이다. 천년을 버틴 노구다. 그러나 훼손된 구석이 드물어 의외롭다. 삼층석탑 뒤편엔 장대한 규모의 금당지가 있다. 금당지 중앙부엔 화강암으로 큼직하게 만든 불좌대가 불상을 잃은 채 자못 처연한 표정을 짓고 있다. 거돈사에 족적을 남긴 걸승은 단연 원공국사(930~1018)로, 사지의 외진 자리에 원공국사승묘탑비(보물 제78호)가 있다. 크고 당차고 수려한 탑비다. 세련된 문양의 행진도 볼 만하다. 다만 비석 크기에 비해 머릿돌이 너무 커 안정감은 다소 떨어진다. 탑비의 비문은 ‘해동공자’로 통한 대학자 최충이 지었다. 탑비 부근엔 원공의 사리를 봉안한 부도 원공국사승묘탑(보물 제190호)이 있었다. 탑비와 짝을 이루는 승탑이다. 현재는 복제품이 놓여 있다. 왜 이런 일이? 일제강점기 때 조선총독부가 작성한 ‘조선 고적조사 약보고’엔 이런 구절이 있다. ‘원주에는 철불, 석불, 석탑이 흔해 빠지게 널려 있어 경주도 놀라 맨발로 도망갈 정도다.’ 일본인들이 원주 지역의 불교유산에 침을 흘렸던 걸 알 수 있다. 학자들은 물론 도굴꾼까지 원주를 노다지가 묻힌 곳으로 지목하고 여러 사찰의 석물 약탈에 나섰다. 그들은 법천사지 지광국사현묘탑을 빼돌렸듯이 이곳의 원공국사승묘탑을 훔쳐 서울로 가져갔다. 해방 뒤에야 회수된 원공국사승묘탑은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이리저리 거돈사지를 거닌다. 폐사지의 서정을 오감으로 느낀다. 발길에 밟히는 풀과 흙이 융단처럼 푸근하다. 여기에서 바라보이는 세상엔 숲이 절반이고, 구름을 매단 하늘이 절반이다. 절반의 적막감과 절반의 먹먹함이 칵테일처럼 뒤섞여 문득 몽유하는 기분을 자아내기도. 옛 스님들의 독경 소리도 문득 허공을 떠돌다 흩어지는 것 같고. 천년 전 스님들은 지금 어디에 머무나? 무명에서 벗어나 해탈에 이르는 길은 어디에 있나? 알 바 없다. 분명한 건 폐사지에 겨우 남은 유적들마저 종내는 흙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일 따름이다. 이상현 원주문화원 원장 ‘대중가요 박물관’ 건립 추진중 “원주 사람들은 배타성이 없다. 사람들끼리 잘 어울려 지내는 풍토가 정착됐다. 여느 도시보다 살기 좋은 곳이다.” 이상현 원주문화원 원장의 얘기다. 원주엔 이른바 ‘텃세’도 없단다. 이건 어디서 유래한 경향일까? 사통팔달의 교통 요충지로 성장한 도시라는 데 그 배경이 있다고 한다. 원주는 일찍부터 중앙선 원주역을 통해 드나드는 외지인들로 무척 북적인 지역이었다. 따라서 한껏 개방적인 풍조가 지역 구석구석에 만연했다. 현대 문화는 물론 전통문화의 파워도 만만치 않은 지역이다. “원주의 문화자산은 매우 풍성하다. 강원도에서 ‘문화의 도시’로 약진한 첫 도시가 원주다. 이를테면 1971년 군사도시라는 특수성을 살려 민·관·군 3자가 어우러져 펼친 ‘군도제’(軍都祭)는 도내 최초의 종합문화축제였다. 원주문화원이 주도한 행사다.” 원주시의 동의어는 치악산이 아닐까? 치악산이 원주 문화에 미친 영향은? “치악산은 구룡사와 상원사로 대변되는 불교 문화의 발흥지다. 생태의 보고이기도 하다. 치악산 남쪽 신림면의 신림 성황림(천연기념물)에선 예부터 이어진 성황제가 펼쳐진다. 원주의 빼어난 지성이었던 고 장일순(호 무위당) 선생은 치악산을 일컬어 ‘모든 생명을 품어주는 산’이라는 뜻을 담은 모월산(母月山)이라 했다. 이러한 치악산의 힘과 포용력이 원주의 정신적 바탕이 되었다. 나아가 문화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근원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부도탑의 걸작 지광국사현묘탑이 112년 만에 제자리를 찾아 원주시 법천사지로 돌아왔다. 원주문화원의 역할이 컸다지? “지광국사현묘탑 환수는 국가 귀속 석조 문화재가 원래 있었던 지역으로 이관된 첫 사례로 굉장한 평가를 받았다. 많은 지자체의 관심을 모은 사안이었다. 원주문화원은 지광국사현묘탑 환수 운동 초기부터 시민 서명에 나서는 등 갖가지 역할을 도맡아 했다. 문화재 환수 기법을 배우기 위한 타 지자체 관계자들의 방문을 받기도 했다.” 이 원장이 현재 추진하는 문화 프로그램 중 특별한 게 있으면 소개해달라. “원주시에 혁신도시와 기업도시가 들어서면서 이주해온 인구가 크게 늘어났다. 이들에게 원주 문화를 알림으로써 유대감과 애향심을 갖게 하는 가족형 역사 문화 캠프인 ‘원주역사문화사랑캠프’를 운영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원주문화원이 처음 시작한 ‘부부의 날’ 기념 축제인 ‘원주부부축제’에 대한 반응도 매우 좋다.” 원주문화원 특유의 운영 방식이 있다면? “문화원에 있는 공연장, 전시실, 강의실 등을 문화원 회원만이 아니라 모든 시민에게 개방했다. 문화원에 소속된 문화 동아리들과 지역의 모든 문화 동아리들이 동참해 실력을 겨루는 ‘생활 동아리 감성축제’도 펼친다.” ‘대중가요 박물관’ 건립을 추진 중이다. 어떤 목표를 설정했는지? “대중가요계의 가수, 작곡가, 작사자에 관한 다양한 소재, 또는 소장가치 높은 자료를 모아 박물관을 만들 참이다. 독특한 문화 콘텐츠와 관광 콘텐츠를 운영해 원주 문화의 폭을 확장하자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이미 지난해에 사업설명회를 마쳤다. 지금은 유관기관, 한국가요작가협회와 함께 논의 중이다.”
- 2024-07-05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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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뉴스] 중장년을 위한 자유여행 7계명
- ‘자유여행은 청년, 패키지여행은 중장년’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구글 지도를 켜고 배낭을 멘 채 가본 적 없는 도시로 떠나는 중장년이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여전히 그 자체로 용기를 내야 하는 일. 4060이 자유여행에 첫발을 내딛기 전 알아야 할 것들을 이종원 상상콘텐츠연구소 소장과 함께 정리했다. 1. 혼자보다는 여럿이 떠나라 4060 여행자라면 혼자보다는 여럿이 여행을 즐기는 편이 좋다. 가족도 좋고 가까운 지인도 좋다. 다만 역할분담하기를 추천한다. 교통편, 숙소, 식사 등을 나누어 찾는 것이다. 그래야 계획하는 과정이 쉽지 않음을 모두가 공감하며 여행을 떠날 수 있다. 2. 시간을 적극 활용하라 은퇴 후라면 많은 시간을 적극 활용하자. 평일 위주로 여행할 수도 있고, 비수기를 노려 저렴한 해외 항공권을 구매할 수도 있다. 보통 출발 2주 전쯤 판매하는 ‘땡처리’ 상품이나 항공사 자사몰에서 판매하는 ‘미판매분’을 노려보자. 3. 투어 상품 필수로 챙겨라 원데이 투어나 시티투어 상품을 활용하면 체험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해외 원데이 투어 상품은 패키지 상품으로 가기 어려운 곳들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외국인도 함께 하기 때문에 다양한 나라 사람들과 만날 수도 있다. 4. 구글 지도와 친해져라 구글 지도 앱은 필수다. 야놀자, 호텔스컴바인 등 여러 숙소 예약 플랫폼을 통해 묵고 싶은 곳을 10개 정도 고른 뒤 구글 지도에서 다시 검색해보자. 보다 저렴한 경우가 있다. 다양한 리뷰도 볼 수 있다. 해외여행이라면 구글 지도가 내비게이션 역할도 해준다. 5. 앱을 적극 활용하라 여행 앱을 깔아 수시로 들여다보자. 여행 정보는 KLOOK(클룩), 와그, 마이리얼트립, KKday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항공 티켓은 skyscanner, playwings, 와이페이모어, 땡처리닷컴, 인터파크 투어, 항공사별 자사앱 등을 활용하자. 6. 여행 정보는 커뮤니티에서 챙겨라 포털사이트에서 ‘가고 싶은 지역 + 네이버 카페’라고 검색한 뒤 이용자가 가장 많은 카페에 가입해 둘러보자. 숙소, 볼거리, 식사, 쇼핑까지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어느 정도 예산을 사용했는지도 참고할 수 있다. 7. 체력을 안배하라 체력 안배는 매우 중요하다. 여행을 많이 안 다녀봤다면 특히 나의 ‘여행 체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되지 않을 수 있다. 만약 5박 6일 여행이라면 사흘은 체험형 여행 코스를 구성하고 이틀은 쉴 수 있도록 안배해야 한다. “조금 느리고 약간 불편할 수 있지만 두려워하지 말고 떠나보세요.” 에디터 조형애 취재 이연지 도움말 이종원 상상콘텐츠연구소 소장 디자인 유영현
- 2024-06-27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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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0만 부 베스트셀러, '바다 100층짜리 집' 뮤지컬로 재탄생
- 베스트셀러 도서, '바다 100층짜리 집'이 가족뮤지컬로 재탄생한다. 이 작품은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으로 그린 시리즈로, 출간 15주년, 최근 6번째 신간이 나오면서 국내에서 사랑받고 있는 베스트셀러 도서를 원작으로 세계 최초로 창작되는 뮤지컬이다. 유람선을 타고 여행 중이던 소녀가 사랑하는 인형 콩이를 바다에 빠뜨리며, 콩이가 소녀를 만나기 위해 바다 100층짜리 집을 여행하며 펼쳐지는 바다 속 판타지와 어드벤처가 담긴 진정한 성장 로드 가족뮤지컬이다. 원작 도서 작가이자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인 ‘이와이 도시오’의 방한이 확정된 것도 이 작품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내달 13일 토요일에는 ‘이와이 도시오’가 공연장을 직접 찾아 아이들과 함께 공연을 관람하고, 사인회도 진행될 예정이다. ‘이와이 도시오’는 100층짜리집 시리즈 원작자로 국내에 알려져 있지만, 지브리박물관의 줄넘기 뛰는 토토로로 알려진 이웃집 토토로 스트로보스코프 작품에도 관여하는 등 게임, 인터렉티브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 중이며, 아스 일렉트로니카 그랑프리 수상 등 다양한 미디어 아티스트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머시브 뮤지컬로 제작되는 뮤지컬 '바다 100층짜리 집'은 내가 직접 그린 그림이 공연 중 등장하기도 하고 다양한 방식의 객석플레이와 사전 엽서 이벤트를 통해 극 중 당첨되면 선물도 받으며 공연장 로비에서 다양한 이벤트에 참여하는 등 공연 전후로 다양하게 관객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 아트큐브 컴퍼니 엄윤기 대표는 “보통은 공연만 보고 바로 가기 바쁘셨지만 뮤지컬 '바다 100층짜리 집'은 공연 전, 후 그리고 공연내에서도 다양한 경험을 하실 수 있도록 준비했다. 공연을 포함하여 2시간 이상은 충분히 사진도 찍고 다양한 이벤트를 통한 새로운 경험들을 꼭 느껴보시길 권한다"고 밝혔다. 뮤지컬 '바다 100층짜리 집'은 7월 6일부터 8월 15일까지 600주년기념관 새천년홀에서 공연하며, 인터파크 티켓에서 예매 가능하다.
- 2024-06-26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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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어나는 황혼동거, 사실혼으로 보호 받으려면?
- 3월 28일 헌법재판소는 사실혼 관계에 있던 당사자 중 일방이 사망한 경우 그 상대방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권이나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법률혼에 부여되는 상속권, 재산분할청구권과 같은 법적 효과를 사실혼 관계의 경우에 동일하게 인정해줄 수 없다는 취지다. 하지만 일부 법령에서는 사실혼 관계를 법적으로 보호해주기도 한다. 사실혼이란 정확히 무엇이고, 사실혼과 법률혼은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사실혼이란? 사실혼이라는 단어를 흔히 사용하지만, 정확히 어떤 개념인지 정의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대법원 판결에 의하면 사실혼은 당사자 사이에 주관적으로 혼인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 사회 관념상 인정할 만한 혼인 생활의 실체가 있는 경우를 일컫는다. 요즘 젊은 세대는 가족과 친지를 비롯한 여러 하객 앞에서 결혼식을 치르고, 신혼여행도 다녀오고, 서로 부부라는 생각으로 함께 살면서도 혼인신고를 상당한 기간 미루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가 대표적인 사실혼 관계다. 또한 중년기나 노년기의 남녀가 향후 복잡한 재산분쟁이 발생하거나, 자녀들이 법률적으로 재혼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등의 이유로 혼인신고를 하지는 않았지만 부부처럼 살아가는 형태(이른바 황혼 동거)도 있다. 하지만 사실혼인지 아닌지 밝히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다. 이때 사실혼과 구별되는 개념으로 동거 관계나 내연 관계, 간헐적인 정교 관계 등이 있다. 그런데 근본적으로 서로의 관계는 당사자 두 사람만 정확히 알 수 있다. 서로 단순한 애인 관계라고 생각했는지, 혼인신고만 하지 않았을 뿐 서로 부부라고 생각하는 관계였는지 구분하기 쉽지 않다. 두 사람의 생각이 서로 달랐을 수도 있다. 장기간 동거했다 해도 그것이 반드시 부부로서의 공동생활을 의미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동거와 부부 공동생활의 경계도 모호하다. 실제 다툼이 생기는 경우(이런 다툼은 사실혼 배우자에게 일정한 법적 권리를 부여하기 때문에 생긴다) 사실혼 관계가 아니라는 쪽에서는 단순히 동거 관계나 간헐적인 정교 관계였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한편, 사실혼 관계가 맞다는 쪽에서는 사실혼 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여러 증거를 제출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사실혼 관계가 있었다고 볼 만한 정황과 자료는 무엇이 있을까. 결혼식을 올렸거나 신혼여행을 다녀왔는지에 관한 자료, 동거 여부와 동거 기간에 관한 자료, 일상적으로 어떻게 생활하고 어떻게 재산을 모으고 관리했는지에 관한 자료, 주변 사람들이 이들을 부부라고 인식했는지에 관한 자료, 상대방 당사자의 (조)부모, (손)자녀, 친지들과의 교류 관계를 보여주는 가족사진이나 편지 등의 자료, 장례식이나 제사, 친지의 결혼식, 가족 모임 등 상대방 당사자의 집안 행사나 지인들과의 모임에 어떤 자격으로 참여했고 어떻게 행동했는지에 관한 자료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두 사람이 부부로서 정서적·사회적 실체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는지 살펴본다. 사실혼의 일반적 효과 사실혼이 성립될 경우 사실혼 부부에게는 혼인신고를 전제로 하는 것을 제외한 나머지 권리의무가 인정된다. 대표적으로 사실혼 부부는 법률상 부부와 마찬가지로 상호 간에 동거, 부양 및 협조의무가 인정된다. 즉 정상적이고 원만한 부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생활공동체로 함께 지내면서 자신과 같은 상대방의 생활 정도를 보장함으로써 공동생활 유지를 가능하게 해야 하고, 서로 협력해야 한다. 상대방 배우자가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사실혼 파탄의 책임이 있으며, 이러한 사유로 사실혼이 해소된다면 사실혼 파탄의 책임이 있는 상대방 배우자는 법률혼과 마찬가지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사실혼 배우자 서로 간에 일상 가사(부부 공동생활에서 필요한 통상적인 사무)에 대한 상호 대리권이 있고, 일상 가사에 관한 채무에 대해서도 연대책임이 있다. 하지만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으므로 사실혼 배우자는 서로 민법상 친족이 아니며, 사실혼 배우자의 원가족과 인척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따라서 친족을 전제로 한 규정은 서로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예컨대 법률상 배우자가 상대방 배우자를 위해 범인 은닉 및 도피 행위를 하면 처벌받지않지만, 사실혼 배우자가 상대방 배우자를 위해 그런 행위를 하면 처벌받는다. 형법은 매정(?)하게도 애정 관계가 실제로 있는지가 아니라, 민법상 친족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처벌 여부를 정한다. 사실혼 배우자의 권리 인정 앞서 말했듯, 헌법재판소에서 현행 민법상 사실혼 관계의 일방 배우자 사망 시 생존한 상대방 배우자에게는 상속권이나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되지 않고, 법률혼 관계 배우자에게만 인정된다고 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상속인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혼인신고라는 객관적인 기준에 의해 파악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상속을 둘러싼 분쟁을 방지하고, 상속으로 인한 법률 관계를 조속히 확정시키며, 거래의 안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혼 배우자는 혼인신고를 함으로써 상속권을 가질 수 있다. 그럼에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것은 사실혼 배우자의 자발적인 선택이라는 점, 또한 사실혼 배우자는 생전에 증여나 유증 등의 방법으로 상속에 준하는 법률적·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것이다. 그리고 사실혼 관계의 일방 배우자 사망 시 생존한 사실혼 관계의 상대방 배우자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을 부여할 것인지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다수 의견은 입법자가 입법적인 규율 자체를 전혀 하지 않은 것일 뿐이며, 그렇다고 하여 헌법에 위반되지는 않는다고 보았다. 한편 소수 의견은 재산분할제도의 본질이 실질적인 부부 공동재산의 청산 및 분배에 있는데 사실혼 해소 시에도 법률혼 해소 시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청산 및 분배가 필요하며, 사실혼이 생존 중에 해소되었는지 아니면 사망으로 해소되었는지에 따라 그러한 필요성이 달라지지 않으므로(참고로 대법원 판결에 의하면, 사실혼이 사별로 해소된 것이 아니라 생존 중에 파탄으로 해소된 경우에는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된다. 이때 법률혼에서 인정되는 재산분할청구권 규정의 유추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행 민법 규정은 생존 사실혼 배우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결국 사실혼과 법률혼 해소 시에 재산 관계 변화는 앞의 표와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사실혼 관계가 사망으로 해소된 경우, 남겨진 사실혼 배우자에게 불리한 결과가 초래되는 것은 현행 민법상 부득이하다. 따라서 이러한 경제적 결과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현행법상으로 혼인신고를 하거나, 생존 중에 사실혼 관계를 해소하여 재산을 분할하거나, 생전 증여 또는 유증의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다. 참고로 외국에서는 이러한 경우에 사실혼 배우자에게 부양청구권 등을 부여하기도 한다. 사례 사실혼 관계의 당사자 중 일방(갑)이 2007년 3월 갑자기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병원에 입원했다. 그러자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을)는 2007년 4월 사실 혼 관계가 해소되었다고 주장하면서 법 원에 재산분할심판을 청구했다. 이후 병 원에 입원한 갑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 고2007년5월결국사망했다.이때을 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인지가 문제되었다. 위 사례에서 대법원은 “사실혼 관계는 사실상의 관계를 기초로 하여 존재하는 것으로서 당사자 일방의 의사에 의해 해소될 수 있고, 당사자 일방의 파기로 인해 공동생활의 사실이 없게 되면 사실상의 혼인 관계는 해소되는 것”이라고 판단하면서, 을이 비록 갑이 의사불명이라 하더라도 갑의 사망 전에 사실혼 해소 의사표시를 하여 사실혼 관계가 해소됐고 공동생활 사실도 없게 됐다고 보았다. 따라서 을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된다고 보았다. 을의 행위는 의식불명에 빠진 사실혼 관계 배우자인 갑을 두고 비정하게 행동한 것이라고 평가될 여지도 있는 반면, 갑작스러운 갑의 사망 시 현행 민법상 을이 별다른 재산적 보호를 받기 힘들다는 구체적 타당성의 측면에서 대법원이 을의 입장을 헤아린 것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기타 사실혼 배우자의 권리 그 밖에 사실혼 배우자에게 어떠한 권리가 법률상 명시적으로 인정되는가에 대해 살펴보자. 사실혼 배우자는 상속인이 없는 경우에는 민법상 특별연고자에 대한 분여를 받을 수 있고, 피상속인이 상속인 없이 사망한 경우 또는 사망 당시 상속인이 주택에서 가정 공동생활을 하고 있지 아니한 경우 일정한 범위 내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임차권을 승계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공무원연금법, 군인연금법,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 국민연금법,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유족급여 등을 받을 권리가 인정되기도 한다. 사실혼 배우자의 거주권 보호, 생활안정(생계 보호) 등을 이유로 이러한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예전에 비해 사실혼이 점점 많아지는 추세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부부라 하더라도 합리적인 범위에서 법적인 보호가 필요함은 물론이고, 그러한 방향으로 법은 발전해왔다. 가족을 어떤 범위로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고, 어느 정도로 법적 보호를 부여할 것인지는 사회문화적 환경이나 가족 관념에 따라 국가별·시대별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 문제이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영역이다. 근본적으로는 ‘가족의 본질이 무엇인가’라는 이슈이기도 하다. 사회 변화에 발맞추어 사회 구성원들이 수긍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실혼에 대한 논의와 법적 규율이 점차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 2024-06-2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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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 확률 낮은 게 귀농”, 중년이 지켜야 할 전제는…
- 올해로 환갑에 이른 귀농인 진용기(은현농장 대표)에겐 좌우명이 하나 있다. ‘진정한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게 아니라 두려워도 뛰어드는 데 있다’는 것이란다. 자신의 이름을 위트 있게 풀어낸 기치를 삶의 돛대에 매단 셈이다. 그가 충주시 신니면으로 귀농한 건 5년 전이다. 남다른 용기를 쏟아부어 거둔 성과일까? 진용기는 험악한 암초 한 번 만난 일 없이 순항을 거듭했다. 전공으로 삼은 수박 농사로 귀농 첫해부터 7000여만 원에 달하는 순소득을 올렸다는 게 아닌가. 바야흐로 그는 귀농인의 본으로 떠오르고 있다. 귀농 이전에 진용기는 전국 각지의 농촌을 돌아다녔다. 귀농 또는 농업의 실정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농부들이 흔히 하는 얘기가 이랬다. 농사란 믿을 수 없는 직업이라는 것. 마지못해 매달려 하는 행위라는 것. 그건 귀농에 뜻을 둔 사람의 기를 꺾어놓을 수 있는 얘기였다. 그러나 진용기의 관점은 달랐다. 농업을 첨단 산업으로 바라봤다.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읽었다. 이렇게 그는 매우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농사에 입문했다. 신선한 시각으로 농업을 읽은 다음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식의 신중한 태도로 사전 준비부터 철저히 했다. 그러곤 농사에 투신, 첫해부터 기세를 돋우었다. “서울에서만 살았던 사람이 귀농을? 진짜 네가 농사를 짓는다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 그렇게 힐난했던 지인들 사이에서 그는 이제 ‘농사로 성공에 이른 대단한 친구’로 회자되고 있다. 진용기는 대기업 임원 출신이다. 회사원으로 전성기를 누리던 중에 모두 내려놓고 방향을 급선회해 농부로 변신했다. 무슨 이유로? 직장 생활의 만족도가 낮아서였다. 무언가 새로운 일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속박 없이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일을 찾아 삶을 바꾸고 싶었다. 요식업을 할까, 해외여행을 할까, 갖가지 궁리 끝에 내린 결론이 오래전부터 관심 가졌던 귀농을 하자는 것이었다. “서울에서 열린 귀농귀촌박람회에 구경 간 게 귀농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였다. 박람회에서 지자체들이 귀농 홍보를 하고 있었는데, 나는 지자체가 운영하는 귀농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해 귀농 선진지 견학을 할 수 있었다. 유익한 탐방이었다. 이를 기점으로 귀농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귀농을 통해 삶을 좋은 쪽으로 이동시키고 싶다는 포부를 품었던 거다. 그래 우선은 농업 현장을 두루 돌아다니며 공부부터 하고 보자는 생각으로 2~3년간 틈틈이 특산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촌 곳곳을 견학했다.” 견학을 통해 어떤 느낌을 받았나? “농부들은 흔히 농사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 농사에 뛰어드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라는 말을 했다. 돈벌이가 되지 않는 직업이라는 얘기였다. 서울에서 그냥 직장 생활을 하는 게 낫다는 충고를 듣기도 했다. 선진 농업을 한다는 귀농인들의 형편도 겉으로 보기와 달리 여의치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다들 열심히 일하지만 그 대가는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 것 같았다.” 녹록지 않은 농업 현장을 목도하고 귀농의 뜻을 접을 생각을 하진 않았나? “오히려 귀농을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구상하는 계기가 됐다. 농업의 문외한에서 벗어나 귀농에 관한 어느 정도 이해와 견해를 갖게 되었으니까. 무엇보다 중요한 건 투철한 사업 마인드를 가지고 농사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걸 알았다. 이를테면 적당히 전원생활도 즐기며 적당히 농사짓자는 식의 적당주의는 아예 배제하는 게 옳다는 걸 확인한 기회였다. 귀농을 하나의 창업으로 간주하고 심도 있는 준비부터 해야 한다는 생각을 다지게 됐다.” 귀농인마다 나름 단단한 각오와 준비를 하고 농사에 뛰어든다. “누군가 도시에서 치킨집을 차린다고 치자. 그는 치밀하게 상권을 분석해 위치 선정을 하는 등 주도면밀한 사전 작업부터 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귀농인들의 준비 수준은 대체로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리스크를 끌어안고 귀농하는 셈인데, 난 그런 폐단을 답습하고 싶지 않았다.” 6개월 일하고, 6개월 쉬자는 목표 사실 농사를 은근히 만만하게 보고 귀농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아무런 준비 없이 무작정 시골에 들어가, 참을 수 없는 충동에 이끌린 듯 곧장 과감하게 농사를 시작하는 이들도 있다. 이처럼 괴이한 방식은 필패의 첩경이라는 게 진용기의 지론이다. 성공한 귀농인 대열에 올라선 그가 보기에 실패 확률이 매우 낮은 게 귀농이다. 다만 전제가 있다. 냉정한 사업 마인드를 장착하고, 물샐 틈 없는 사전 준비를 하는 게 필수 조건이라는 것. 그는 귀농 준비에 무려 7년여의 기간을 투여했다. 기이할 지경으로 오래 뜸을 들였다. “최소 2~3년에 걸친 충실한 준비와 연구를 할 경우 성과가 주어지는 게 귀농이다. 난 다각도로 준비 작업을 했다. 잦은 귀농 투어로 농사 물정을 익힘과 동시에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갖가지 공부를 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감이 붙었고, 비로소 귀농 창업을 결심했다. 아울러 구체적인 밑그림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어떤 내용이 담긴 밑그림이었나? “우선 가족은 서울에 두고 혼자 내려가기로 했다. 가족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서였다. 희생을 강요할 순 없는 일이었다. 아내에겐 좋은 직장이 있기도 했다. 철수해야 할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서울에 있는 자산은 건드리지 않겠다는 원칙도 정했다. 따라서 농토나 집은 임대해 사용하기로 했다. 귀농 첫해부터 수익을 올릴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걸 기본 지표로 삼기도 했다. 중요하게 여긴 게 더 있다. 노동에 매몰되는 귀농은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점을 생각해, 충분히 휴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6개월은 일하고, 6개월은 쉴 수 있는 농장 조성을 목표로 삼았던 거다. 이러한 청사진을 만든 뒤 다시 현장 투어에 나섰다.” 햐! 또다시 견학을? 이번엔 무엇을 얻었나? “작목 선정을 위한 견학이었다. 숙고 끝에 수박 농사가 유망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비교적 수월한 재배 기술, 상당히 안정적인 수익성, 낮은 진입장벽 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잘 하기만 하면 1년 중 6개월만 일해도 지속 가능한 작목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그래 수박 주산지인 충주시 신니면을 재배지로 정했다. 이쯤에서 남은 문제는 수박 재배 기술을 어떻게 익히느냐는 것이었다.” 어떤 방법으로 기술을 숙달했나? “신니면 수박 농가를 통해 6개월 동안 빡세게 기술을 배웠다. 서울에서 출퇴근하면서. 일당 같은 건 받지 않았다. 밥만 얻어먹는 조건으로 일을 도우며 수박 농사의 메커니즘을 두루 익혔다. 이것으로 모든 준비가 완료됐으며, 비로소 농지와 집을 빌려 2019년에 귀농했다.” 귀농 이후 진용기는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자비로운 힘의 보호와 감독을 받은 양 순탄하게 탕탕 질주했다. 사실 그 힘이라는 건 오직 진용기 자신의 머리와 가슴에서 발원했을 뿐이다. 그의 비결인즉 준비에 준비를 거듭한 데 있었다. 어떤 리더십 연구자는 이런 말을 했다. ‘준비에 실패하는 건 실패를 준비하는 것과 같다.’ 그러고 보면 인간이 지닌 재능 중 위대한 건 준비 능력? 딱히 그런 건 아니겠지만 진용기가 노련하게 연출한 귀농 드라마에 박힌 키워드는 ‘준비의 파워’ 바로 그것이다. 40대 때 귀농이 바람직해 그는 3500평의 농지를 빌려 지은 비닐하우스 20개 동에 수박을 재배한다. 시설과 임대에 들어간 투자비 총액은 1억 5000여만 원. 지난 5년간의 연평균 순수익은 7000여만 원. 투자 비용을 회수하고도 남는 게 무척 많은 실적이다. 회사 생활을 할 때 그가 받은 연봉은 1억 원 수준이었단다. 수박으로 거둔 연 소득은 거기에 미치진 못한다. 그러나 지출 항목이 즐비한 도시에서보다 한결 여유로운 경제효과를 누리고 있다지. 게다가 그는 허투루 돈을 쓰지 않는다. 농장 저편 마을에 얻어둔 셋집 대신 거의 모든 나날을 농장에 설치한 농막에서 숙식하는 그가 지닌 전자제품은 대부분 주변 지인들을 통해 구한 중고품이다. 집을 놔두고 굳이 불편한 농막에서 거주하는 건 왜일까? “수박과 함께 24시간을 동행하다시피 해야 건강한 생육을 거들 수 있다. 가령 밤중에 돌풍이 몰아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하우스로 달려가 단속한다. 농막의 활용도는 굉장히 크다.” 충실한 사전 준비를 한 귀농인도 궁지에 몰리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수박 농가들도 예외는 아닐 것 같은데? “농가 대다수가 안정적인 운영을 한다. 아이고, 좀 더 빨리 귀농할걸! 그렇게 아쉬워하는 이도 있을 정도다. 두어 농가는 실패해 철수하기도 했다. 성패를 가르는 건 수박의 품질이다. 제대로 잘 기를 경우 수집상들이 귀신같이 알고 찾아와 밭떼기로 통째 가져간다. 유통 문제로 신경 쓸 게 없다는 얘기다. 재배 시기엔 푼돈이 연달아 나가지만 수확기엔 일거에 목돈을 거둘 수 있다는 게 수박 농사의 매력이기도 하다. 아직은 진입장벽도 낮다. 향후 시장성도 밝다. 그래서 내가 귀농인들에게 수박 농사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예전엔 드물었던 청년 귀농이 요즘엔 흔해졌다. 귀농 시점은 언제가 적합하다고 보나? “농사에 뜻을 두었다면 가급적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귀농하는 게 좋다. 농사는 기본적으로 체력 싸움이다. 따라서 60대 이후의 귀농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귀농 정책자금도 주로 청년층에게 지원된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이래저래 인생의 단맛 쓴맛을 아는 40대쯤에 귀농하는 게 이상적이라고 본다.” 귀농할 뜻은 있지만 실패가 두려워 망설이는 이들이 많다. 사실 초기에 이미 궤도에 오른 당신의 사례는 상당히 독특하다. “실패의 불씨는 준비 부족에 있다. 완벽에 가까운 준비를 한다면 실패란 있을 수 없다. 40대에 준비를 잘하고 귀농할 경우, 초기엔 좀 고생을 하겠지만 신속하게 자리 잡을 수 있다. 농업도 즐거운 직업일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다. 도시에서보다 스트레스 덜 받고 돈을 벌 수 있는 게 농촌이라는 걸 널리 알리고 싶다.” 애초 진용기의 목표는 6개월간 일하고 6개월간 노는 데에 있었다. 이건 아직 미완이다. 하지만 머잖아 완성될 조짐이 완연하다. 이미 8개월은 일로, 4개월은 휴식으로 보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으니까. 이쯤의 귀농이면 발군(拔群)이다. 진용기가 주는 귀농 Tip •철저한 사전 준비와 치열한 사업 마인드. 이 두 가지에 귀농의 성패가 달려 있다는 걸 유념하자. •일단 귀농 현장 경험부터 충분히 쌓아라. 그러면 안목이 생긴다. 과연 내가 농업의 현실에 어울리는 능력과 소양을 지녔는지 객관적인 눈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 •땅이나 집은 서둘러 사지 말고 우선 임대해 귀농하자. 나중에 철수할 경우 팔리지 않아 곤욕을 치를 수 있다. •귀농을 반대하는 가족을 억지로 설득해 동반 귀농하지 마라. 심각한 갈등이 빚어져 정착에 실패할 수 있다. 단독 귀농이 오히려 바람직하다. 남편만의 ‘나 홀로’ 귀농, 이게 요즘의 귀농 트렌드다. •대부분의 텃세는 귀농인의 오만한 태도에서 발생한다. 자세를 낮추라. 그러면 융화되기 쉽다. 약간 어수룩한 처신을 하면서 합리적인 거리를 두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초기엔 농사 수입이 전무할 수 있다. 최소한 1년 정도는 먹고살 수 있을 정도의 자금을 비축하고 내려가자.
- 2024-06-21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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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팡이 짚고 휠체어 타도” 제약 없이 즐기는 무장애 여행
- 장애인·고령자·영유아 가족 등 관광 약자도 활동 제약 없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여행을 ‘무장애 여행’이라고 한다. 나이 들어가며 어쩔 수 없이 체력이 부족해지고 거동이 불편해져도, 무장애 여행지라면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무장애 자유여행을 꿈꾸는 이들을 위해 방법을 알아봤다. 보행이 불편한 사람에게 여행지는 ‘가고 싶은 곳’과 ‘가기 편한 곳’으로 나뉜다. ‘또 가고 싶은 여행’이 되려면 출발 전 준비해야 할 것도, 확인해야 할 것도 많다. 무장애 여행지를 고를 때는 먼저 휴게 공간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앞서는 의욕만큼 몸이 따라주지 않을 때 앉아서 쉴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휠체어나 이동 보조수단이 갖춰져 있는지도 살펴보자. 바닥에 턱은 없는지, 보호자와 함께 이용 가능한 다목적 화장실이 있는지 등도 알아두면 좋다. 고령자 전용 맞춤 여행 상품을 개발하는 어뮤즈트래블의 정수진 팀장은 여행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점으로 ‘이동 접근성’을 꼽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접근성을 높이거나 편의 시설을 만드는 등 관광 약자를 위한 여행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2015년부터 무장애 여행이 가능한 여행지를 ‘열린 관광지’로 선정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열린 관광지는 132개소다. 무장애 여행자가 방문하기 편한 음식점과 숙박 안내는 물론, 여행 코스도 추천하고 있다. 여행을 위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가족과 함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관광 약자의 여행을 돕는 ‘트래블 헬퍼’와 함께 가거나, 무장애 여행 전용 여행사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동할 때는 파파택시, 블랙캡 같은 슬로프 택시를 이용하거나, 지역별로 운영하는 저상 시티투어 버스를 활용해보자. 여행지의 환경과 이동 접근성을 알아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사전 준비다. 전윤선 작가는 책 ‘아름다운 우리나라 전국 무장애 여행지 39’에서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두어야 무장애 여행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고령자라면 복용약을 여유 있게 챙겨야 한다. 약을 분실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여행 일정의 두 배 정도를 챙겨두면 좋다. 해외여행을 가는 경우라면 영문으로 된 복용약 명칭과 지병을 명시한 영문 진료 기록을 가져가면 응급 상황에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전동휠체어 이용자라면 자신이 사용하는 휠체어 사양과 배터리 사양을 확실하게 알아두자. 배터리 사양 인증서를 판매처에서 발급받아 가면 좋다. 배터리 충전기는 필수이고, 휠체어 바퀴 여분을 반드시 챙기자. 정수진 팀장은 “관광 약자는 관광 정보가 없으면 아예 집을 나서지 않는 등 활동에 제약을 받는 사례가 많다”면서도 “생각보다 물리적 환경이 조성된 관광지가 많이 생겼고, 전화로 물어볼 수 있는 기관들도 있으니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여행을 시도해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 팀장은 고령자가 무장애 여행을 준비할 때 단발성 여행으로 끝나지 않도록 다양한 체험을 해볼 것도 권유했다. 예를 들어 여행지에서 바리스타 체험을 한 후 집으로 돌아와 취미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연결해보라는 것이다. 삶의 가치를 높이는 체험을 통해 여행이 외부 활동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또한 “관광 약자도 보통의 여행자처럼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 개선이 함께 이뤄진다면 무장애 여행지는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움말 정수진 어뮤즈트래블 팀장 참고 ‘아름다운 우리나라 전국 무장애 여행지 39’(전윤선 저)
- 2024-06-13 08: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