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 기술, 고령 사무직 근로자 퇴직 위험 3.6배 높였다

기사입력 2022-09-23 17:32 기사수정 2022-09-23 17:32

(어도비 스톡)
(어도비 스톡)

자동화 기술 도입이 50대 이상 사무직 고령 근로자의 퇴직위험을 3.62배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무직 고령 근로자의 경우 젊은 근로자보다 퇴직위험이 1.3배 높았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정종우 과장과 이철희 서울대 교수는 최근 ‘기술도입이 고령자 퇴직위험에 미치는 영향 연구’ 보고서를 발표, “기업의 새로운 기술 도입이 근로자의 퇴직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기술 도입은 전반적으로 근로자의 퇴직위험을 낮추지만, 50세 이상 사무직 고령 근로자의 퇴직위험은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2015~2017년 사업체 패널과 고용보험을 결합한 자료를 이용해 3033개(2015년 초 기준) 기업에 종사 중인 25~69세 근로자 96만2404명을 대상으로 기업별 기술 도입 후 3년간 근로자의 고용상황을 추적 조사했다.

특히 한국은행은 근로자들이 현재 근무하는 기업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고용상태를 유지하는지 알아보는 생존분석을 통해 기술이 근로자의 퇴직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다. 생존분석은 근로자 성, 연령, 직종, 근속연수 등 특성과 산업, 규모 등 기업 특성을 통제한 상황에서 기술도입 시 근로자의 퇴직위험(생존하지 못할 가능성)을 추정한 것이다.

분석 결과 자동화 기술 도입, IT 투자 확대, IT 관련 장비 구입 등 기술도입은 전반적으로 근로자의 퇴직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술도입으로 인한 생산성 증대가 노동 수요 증대, 고용 유지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50세 이상 고령 근로자의 퇴직위험 하락 폭이 젊은 근로자에 미치지 못해 기술이 고령 근로자에게 상대적으로 덜 우호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연령대별로 보면, 자동화 기술 도입으로 인해 고령 근로자의 퇴직위험은 0.88배로, 젊은 근로자는 0.77배로 낮아졌다. IT 관련 장비 구매 역시 고령 근로자의 퇴직위험을 0.51배로, 젊은 근로자의 퇴직위험은 0.45배로 낮췄다. 기술도입의 긍정적인 영향이 젊은 근로자에게 더 크게 나타났다.

한편 직종에 따라 기술도입이 고령 근로자의 퇴직위험을 절대적으로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화 기술 도입은 사무직 고령 근로자의 퇴직위험을 3.62배로 높였다. 젊은 근로자 대비 1.3배나 높은 것이다. 또 IT 관련 장비구입은 고령 근로자의 비자발적 퇴직위험을 1.48배 높였다. 젊은 근로자에게는 영향이 없었다.

비자발적 퇴직은 근로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경영상의 이유 등으로 해고된 경우를 말하는데, IT 관련 장비 구매가 고령 근로자의 퇴직 위험만 높였다는 의미다. 정 과장은 “비자발적 퇴직은 사용자 측에서 해당 근로자를 더 고용할 의사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노동수요 측면에서 고령 근로자의 퇴직위험을 높인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정 과장은 “인구감소에 대비해 노동력 유지를 위한 정책 수립 시 기술 도입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근로자 연령에 따라 상이할 수 있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새로운 기술 도입 시 고령자의 고용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원인에 대해 면밀한 분석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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