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 막으며 건강을 위협”…‘조용한 살인자’ 고지혈증

기사입력 2024-09-30 08:19 기사수정 2024-09-30 08:19

당뇨 환자는 더욱 위험… 여성은 폐경 이후 더욱 조심해야

(어도비스톡)
(어도비스톡)

당뇨병, 고혈압과 함께 3대 만성질환으로 꼽히는 고지혈증. 혈액 속에 지방이 과도하게 존재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상지질혈증이 정확한 용어다. 심뇌혈관 질환 합병증으로 이어지기 전까지 눈에 띄는 증상이 없는 것이 특징으로 ‘조용한 살인자’(Silent Killer)라고도 불린다. 고지혈증에 대한 궁금증을 홍준화 대전을지대학교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와 함께 풀어봤다.

고지혈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콜레스테롤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한다. 알고 보면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홍준화 교수는 “콜레스테롤은 몸 안의 다양한 호르몬의 원료이며, 인체가 형성되고 유지되기 위한 필수 성분”이라고 설명했다. 고지혈증은 혈액에서 ‘좋은 콜레스테롤’이라고 불리는 HDL(고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 수치가 감소하고,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저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 총콜레스테롤(HDL+LDL), 그리고 중성지방 수치가 증가한 상태를 말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고지혈증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304만 명이 넘는다. 4년 전인 2019년(219만 명)보다 무려 38.4%가 늘었다. 환자는 50~60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여성은 50대 이상에서 유병률이 급격하게 증가하는데, 이는 폐경의 영향으로 해석된다. 폐경 이후에는 혈중 지질을 낮추는 역할을 하는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부족해 콜레스테롤이 상승하며, 관련 혈관 질환 역시 증가한다.

Q.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 콜레스테롤의 역할이 궁금합니다.

A. 주로 L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등이 과다한 경우 혈관 질환을 유발합니다. 동시에 우리 몸에서는 과다한 콜레스테롤을 적정 수준으로 낮추기 위한 노력을 합니다. HDL 콜레스테롤이 바로 그 역할을 하죠. 때문에 혈중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은 상태는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그러나 무조건 수치가 높을수록 좋다는 근거도 부족합니다. 너무 높을 때는 신장으로 배출되지 못한 HDL이 남아 있거나, HDL이 나쁜 콜레스테롤을 제거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Q. 고지혈증을 조용한 살인자라고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고지혈증으로 혈관벽에 기름기가 쌓이면 혈관이 좁아져 혈액순환이 제한되는 동맥경화증을 일으킵니다. 당시에는 증세가 전혀 없지만, 심혈관이 막히는 합병증이 발병하면 증세가 나타납니다. 뇌혈관이 막히면 뇌경색으로 몸이 마비되고, 심장 혈관이 막히면 생명이 위험해집니다. 이처럼 합병증이 첫 증상이면서 사망률이 높아 고지혈증을 ‘조용한 살인자’라고 하는 것입니다. 세면대를 예로 들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세면대의 물이 잘 빠지지 않을 때는 체감하지 못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합니다. 막히면 그제야 머리카락이나 노폐물을 빼내는 청소를 합니다. 그러나 우리 몸은 청소할 수 없고 악화될 뿐입니다.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미리 검진을 통해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를 낮춰야 합니다.

Q. 고지혈증과 당뇨병 동반 발병 환자가 많은 까닭을 알고 싶습니다.

A. 대표적인 원인으로 인슐린 저항성을 꼽을 수 있습니다. 혈당을 몸속에서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때 인슐린이 작용하는데, 저항성이 커지면 더 많은 인슐린을 분비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그러면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의 기능이 더욱 약화돼 당뇨병이 진행됩니다. 또한 혈액 속에 증가한 인슐린은 남은 에너지원을 지방으로 축적하면서 고지혈증 발생을 유발합니다. 여기에 탄수화물 식사, 운동 부족, 과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당뇨병과 고지혈증 모두 악화됩니다. 특히 연령이 증가할수록 두 질환 모두 발병률이 높아집니다. 폐경 이후 여성은 혈관 질환 발병이 증가해 당뇨병까지 영향을 끼칩니다.

Q. 고지혈증 발병 사실을 알 수 있는 검진 방법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A. 혈중 콜레스테롤 검사를 통해 확인해야 합니다. 국가 검진에서는 4년에 한 번 검사를 시행하는데 체중이 급변하거나, 다른 질병을 진단받았거나, 폐경이 도래하면 4년 이내라도 추가적인 혈중 콜레스테롤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검사 후 이상 소견이 있다면 관련한 혈관 합병증 동반 여부도 검사해야 합니다.

Q. 고지혈증 약은 부작용이 심하다고 알려졌는데, 사실인가요?

A. 운동, 식사 요법 등이 중요한 치료 방법이긴 하지만 대략 3~5%의 콜레스테롤 감소 효과를 보입니다. 약물은 대체로 30~50%의 감소 효과를 보여줍니다. 따라서 약물 30%, 운동 3%, 체중감량 3%, 총 36% 감소시키는 치료 방법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대표적인 콜레스테롤 조절 약물인 스타틴은 부작용이 심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90% 이상 환자가 안전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저용량 스타틴을 바탕으로 다양한 조합 치료법이 대두되면서 과거 고용량 스타틴을 사용할 때보다 부작용 빈도가 많이 줄었습니다. 치료 방법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주치의와 상의 후에 결정하면 되겠습니다.

Q. 비만인 사람이 위험도가 높은데, 어떤 식습관을 가져야 할까요?

A.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이 중요한데, 적정량을 잘 모르는 이들이 대부분입니다. 식빵 3조각은 밥 한 공기를 먹는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식사 후 빵을 간식으로 먹는 식습관은 비만과 고지혈증, 당뇨병 등을 유발하는 원인이 됩니다. 또한 하루 커피 2~3잔은 고지혈증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도한 경우 탈수를 유발해 칼슘 소실을 조장할 위험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시럽이나 크림을 추가해 마시거나 비스킷, 케이크 등을 같이 먹는 경우가 고지혈증 유발에 크게 기여합니다.

[도움말 홍준화 대전을지대학교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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