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골든타임 앞으로 5년” 천만 노인, 어떻게 감당할까?

기사입력 2024-12-12 08:26 기사수정 2024-12-12 08:26

[우리는 준비되어 있을까? | 노인 천만 쇼크] 소득, 돌봄, 주거 보장이 열쇠

(어도비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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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의 장래 인구 추계에 따르면, 2022년 44.9세의 중위연령은 2072년 63.4세로 늘어난다. 이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속도의 고령화로, 초고령사회가 눈앞에 다가왔음을 실감할 수 있다. 초고령사회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전문가들은 신노년층을 위한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 사회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65세 노인에 진입하는 베이비부머 세대(1955~1974년생)는 ‘신노년층’으로 불린다. 이들은 과거 노인과 비교해 소득·자산 및 교육 수준이 높고, 건강하며 사회 활동을 활발히 한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낸 홍석철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노년 삶의 중요한 조건으로 소득, 돌봄 서비스, 주거 보장에 대해 언급했다. 홍 교수는 “현재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노인 소득 보장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은 아직 부족하다”며 “노인의 지속적인 사회 활동을 지원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돌봄 서비스와 주거 보장은 보건의료 서비스와 연계되며 ‘통합 돌봄’으로 묶을 수 있다. 특히 통계청의 ‘2023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독거 노인은 213만 8000명으로 집계돼, 국가 차원의 통합 돌봄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노인 의료비 급증, 해결책은?

노인의학계 원로인 윤종률 한림의대 가정의학과 명예교수는 법적 노인 기준을 현재 65에서 70세로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윤종률 교수는 “70세로 상향되면 신체와 인지기능이 정상이며 활발한 사회참여가 가능한 상태인 성공 노화를 촉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노인 연령을 75세로 상향해야 한다는 말도 나오지만, 윤 교수는 반박하며 “70세부터 75세 사이에는 질병에 고통받는 인구가 늘어난다. 70세까지는 사회활동을 열심히 하고, 이후에는 건강관리를 열심히 해서 노쇠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의견을 전했다.

노인 환자는 복합 만성질환, 다제약물 복용, 신체적·정신적 기능 저하 등의 특성을 보인다. 윤 교수는 “노인의 의료비 급증은 질병별로 분절된 세분화된 의료 체계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앞으로 노인 주치의 제도가 자리 잡아야 한다. 다제약물 부작용 및 의료비 절감에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1차 베이비부머가 70대에 진입하는 2030년까지 노인 보건 의료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종률 교수의 주장은 정부가 2026년 시행을 목표로 하는 ‘지역사회 통합 돌봄’과 이어진다고 할 수 있다. 돌봄이 필요한 주민이 지역에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 보건의료, 요양, 돌봄 등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사회 서비스다. 마을 내 주치의 참여가 핵심이다. 윤 교수는 “고령 환자에게는 퇴원 후 추가적 만성질환과 건강 문제를 치료하는 전환기 의료가 매우 중요하다. 지역사회 내에서 환자의 종합 관리가 잘 이루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석철 교수는 돌봄 서비스의 일환으로 국민건강보험을 언급했다. 2022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 건강보험 진료비는 44조 원으로 전체 진료비의 43%를 차지했다. 노인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의료비가 늘어날 것은 분명하므로 건강보험률을 높여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홍 교수는 “국민의 합리적인 의료 이용 방법을 찾아 건강보험 체계가 지속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건강보험료는 올라갈 수밖에 없고, 청년의 부담이 가중된다. 결국 그 피해는 노인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의견을 전했다.

주거와 의료의 시너지 효과

홍석철 교수와 윤종률 교수는 결국 고령자가 원하는 것은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라고 봤다. 자신이 살아온 집이나 지역사회에서 여생을 보내는 것을 뜻한다. 정부는 현재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가 한 팀으로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자 가정을 방문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사회 요양·돌봄 서비스를 연계한다.

홍석철 교수는 최근 ‘고령자 돌봄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제안한 바 있다. 노인복지주택 설치 및 운영에 대한 현행 기준을 완화하고 서비스와 품질을 향상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홍 교수는 “노인복지주택에 대한 고령자의 수요는 많아지는데 여러 가지 법적 규제로 인해 공급이 늘지 못하는 실정이다. 특히 중산층을 위한 주거시설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홍 교수는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는 노인복지주택 모델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우리나라는 노인복지주택은 물론 요양원 등의 노인요양시설에도 의사가 상주하지 않는다. 홍 교수는 “의사가 부족한 상황에서 의료 서비스는 어떻게 공급해야 하냐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 비대면 진료, 센서 모니터링 등 기술 활용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윤석률 교수 역시 동의하며,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대상으로 의료와 생활 지원을 해주는 미국의 거주 방식인 어시스티드 리빙(Assisted Living) 형태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홍석철 교수는 앞으로의 5년을 ‘골든타임’이라고 진단하며 “2030년까지 제도나 정책을 전향적으로 바꿔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매년 40만~50만 명씩 늘어나는 노인 인구를 감당하기 힘들어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대응의 키워드를 ‘유연성’이라 짚으며 “현재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은 대부분 분절되어 있다. 노인의 삶의 질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유연한 정책과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움말 홍석철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윤종률 한림의대 가정의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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