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리더들에게 묻다… 권력의 맥 짚는 스토리텔러, 김지윤 박사

기사입력 2025-01-07 08:47 기사수정 2025-01-07 08:53

“트럼프, 빈살만 만나 이야기 나누고파”… 좋은 엄마 되고픈 욕심도


소탈함과 강인함이 공존한다. 소소한 농담에도 환한 웃음으로 화답하고, 밝은 에너지를 발산한다. 김지윤 정치학 박사(53) 이야기다. 그녀를 만나 정치는 물론, 소탈한 삶을 나누었다.


평소 자주 입지 않는 한복을 입고 화보 찍은 기분이 궁금해요.

처음 연락받았을 땐 ‘왜 나를? 연예인도 아닌데?’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이번 인터뷰뿐 아니라 그간 출연했던 예능 프로그램에서 처음 연락을 받았을 때도 이런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어요. 전 연예인이 아니니까 이런 연락 자체가 신기한 거죠. 그런데 또 ‘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동시에 해요. 실제로 해보면 재미있기도 하고요. 제가 언제 이렇게 화보를 찍어보겠어요.(웃음) 새로운 경험의 기회를 주셔서 감사한 마음이에요.


(브라보 마이 라이프)
(브라보 마이 라이프)

말씀하신 대로 TV 예능 출연도 많아지셨어요.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인문학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문화 유튜브 채널인 ‘지식Play’, 친한 친구와 함께 만드는 ‘롱테이크’ 이렇게 두 개의 유튜브를 진행하면서 책을 준비 중이에요. 종종 강연도 하고요. 2022년에 아이들을 위한 책을 내긴 했지만, 전문 분야 책을 준비하는 건 굉장히 오랜만이에요. 그동안 출간하자는 연락이 꽤 있었는데 때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고사했어요. 이제 미국 대통령도 바뀌고 여러모로 책을 내도 될 시점인 것 같아 시작했어요. 그런데 전 세계가 너무 복잡하고 정신없으니 괜히 시작했나 싶기도 해요.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긴 하지만 여름이 지나기 전에 출간하는 게 목표예요.


정치학을 전공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이런 질문에 답하기가 정말 민망한데요. 확실한 건 어릴 때부터 소설보다는 백과사전을 좋아했고 문학보다는 비문학을 더 선호했어요. 자연스레 문과 중에서 가장 비문학스럽고, 그나마 관심 있던 정치외교학을 선택한 셈이죠. 더 솔직하게 얘기하면 그냥 점수 맞춰서, 남학생이 많아서 전공을 선택한 거예요. (웃음) 학생이 100명이면 9:1 비율로 여학생이 정말 극소수였거든요.


전공으로 선택하고, 정치학자의 길을 걸으면서 후회하신 적은 없나요?

‘이거 해서 먹고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재미없는 시기가 있었죠. 게다가 석·박사,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하는 나이가 20대 후반, 30대 초반이잖아요. 이때 친구들은 이미 사회에 나가 일하는데 ‘나는 아직 학교에서 뭘 하고 있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후회 많이 했죠. 근데 왜 못 그만뒀는지 아세요? 결정적으로 게을러서예요. 부지런하고 호기심 많은 성격이었으면 이것저것 해보면서 다른 살길을 알아보지 않았을까요.(웃음) 그리고 엉덩이 붙이면 잘 안 일어나는 스타일이에요. 하기 싫어도 꾸역꾸역 하다 보니 지금까지 하게 된 거죠.


아산정책연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신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처음에는 다른 전공자들처럼 교수를 생각했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모교(연세대학교)에서 2~3년 강사로 지냈어요. 이후 은사님께서 정책연구원에서 일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해주셨어요. 계속 학교에 남느냐 마느냐로 고민하다가 연구원을 선택했어요. 그리고 ‘연구 결과를 내면 교수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희망이 있었는데…. 사람 일이 맘대로 되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연구원 생활도 나름 재미있었어요. 학교와 달리 연구원에서만 할 수 있는 흥미로운 일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연구원 생활에 익숙해지고 적응 한거죠. 안정적이기도 했고요.


갑자기 연구원을 퇴사하셨어요.

연구원 재직 중에 방송 출연을 겸하고 있었어요. 몇 개의 방송을 동시에 하다 보니 정책연구원의 이미지나 결에 맞지 않은 것도 있었어요. 이런 것들이 조금 불편하다는 주변의 반응도 있었고, 저도 민폐 끼치고 있다고 생각했죠. 사실 제가 방송한다고 자리를 비우면 제가 해야 할 일을 누군가 대신할 수 밖에 없잖아요. 연구원에서 편의를 봐주긴 하셨지만 그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컸달까. 이대로 계속할 수는 없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죠.


그만두실 때 고민은 없으셨어요?

왜 없었겠어요. ‘모험을 할 것인가, 안정을 택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엄청 많았죠. 다음 스텝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이니 퇴사 후 어떻게 먹고살 것인지 고민의 연속이었죠. 무엇을 하든 매사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것이 디폴트 값이고, 여기에 약간의 운이 따라준다면 경제적인 면은 걱정 안 해도 되겠다는 판단이 들었어요. 당연히 예상대로 흐르지 않는 것이 인생이니까 거기에 대한 대책도 세웠죠. 플랜 B, C를 명확하게는 아니지만 대충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이 있었어요. 학원 강사도 생각했어요. ‘MIT 나온 정치학 박사가 가르치는 사탐’이라고 하면 수강생 좀 있지 않았을까요?(웃음) 그러다가 얼떨결에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어요.


‘적’을 두고 있지 않은 사람이 불안한 이유가 루틴이 없어서라고 하는데, 박사님의 하루 루틴이 궁금해요.

아침에 5시 30분쯤 일어나서 브레이킹 뉴스를 체크하고 정리해요. 그리고 엄마로서의 일을 하죠. 예를 들면 아이를 깨워 아침 준비해서 먹이고 학교 보내는 일 같은거요. 봄부터 가을까진 학교 보내기 전 새벽 시간에 주 5일 러닝을 했는데, 요즘은 너무 어두워서 낮이나 저녁 무렵에 주 3회 정도 뛰어요. 그 외 시간에는 제 일을 하죠. ‘적’은 없지만 책도 쓰고, 유튜브 촬영도 하고, 강연 준비 등 할 일이 꾸준히 있는 편이라 감사해요.


(브라보 마이 라이프)
(브라보 마이 라이프)

유튜브를 시작한 후 달라진 삶의 변화가 있을까요?

일단은 처음 유튜브를 하고 10만, 20만 구독자가 생겼을 때 아이들이 ‘엄마 멋있다’면서 자랑스러워했어요. 요즘은 감흥 없는 것 같지만.(웃음) 최근엔 TV 예능에 출연하면서 알아보는 분이 많아졌어요. 덕분에 이렇게 화보도 찍게 됐고요. 어느 순간부터 지식 인플루언서라고 불러주시더라고요. 저는 원래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에요. 굉장히 내향적이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해요. 약속 취소되면 행복한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지식 인플루언서’, ‘월드클래스 인터뷰어’ 같은 말을 들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겁도 나고요.


유튜브 채널의 댓글도 다 보세요?

저는 거의 다 읽는 편이에요. 악플도 많죠. 하지만 어떤 종류의 악플인가에 따라 제 마음 상태도 좀 다른 것 같아요. ‘할머니 다 됐네’ 식의 댓글은 개의치 않아요. 나이 든 건 사실이니까. 그런데 어떤 논지를 가지고 반박하는 댓글은 같이 토론해보고 싶어요. 하지만 제가 대댓글을 달 순 없으니 참아요. 제가 한 말이 확대 재생산되고, 사실과 다름에도 확산되니까요. 또 저의 정치 성향에 대해 이야기하는 댓글은 상처가 돼요. 그래도 다 읽어봅니다.(웃음)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등 유명 인사 인터뷰가 화제가 됐습니다.

운이 좋았죠. 제가 특별해서 할 수 있었던 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할 땐 제대로 해야 하니 정말 많이 준비해요. 기존 인터뷰를 찾아보면서 주로 어떤 단어를 쓰는지, 말하는 속도는 어떠한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등 인터뷰이의 모든 것을 찾아보고 공부하죠. 현장에서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르니 인터뷰하는 동안에도 신경을 바짝 쓰고요. 앞으로 이렇게 유명 인사를 인터뷰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총리도 한번 해보고 싶어요. 그런 행운이 올까요?


(브라보 마이 라이프)
(브라보 마이 라이프)

트럼프 대통령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2기 트럼프 시대가 개막하면 세계는 더 혼란에 빠질까요?

단순히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혼란스러워진다기보다 제2차 세계대전 전후 유지되던 암묵적인 국제질서에 균열이 생겨 세계는 이미 혼란스러운 상태에요. 그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돼 혼란이 가중됐다고 느끼는 거죠.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말도 굉장히 세게 하고 태도도 거칠기 때문인데 사람들의 예측이 완전히 틀렸다고 보진 않아요. 그리고 1기 때는 얼떨결에 당선돼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면 지금은 경험이 쌓였고 본인이 가진 힘을 제대로 쓰는 방법을 터득했으니, 이전보다는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강력해질 거라 예상해요.


우리나라는 물론 많은 국가들이 공약은 차치하고 정치인을 맹목적으로 지지 또는 비판한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성숙하게 정치에 참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10~20대 때 만들어진 정치적 성향은 잘 안 바뀌어요. IMF처럼 큰일이 생기지 않는 한 거의 안 바뀐다고 보면 돼요. 그렇기 때문에 속된 말로 덮어놓고 지지한다고 비판할 수 있어요. 이게 나쁜 건 아니에요. 저는 유권자가 맹목적인 것보다 이를 이용하는 정당이나 정치인들이 더 나쁘다고 생각해요. 표를 얻으려고 지지자들을 이용하니까 결국 양극단으로 몰리고, 중도인 사람들은 ‘이도 저도 다 싫다’는 마음으로 아예 정치에 대한 관심을 끄게 되는 거죠. 이런 것들이 복잡하게 얽혀서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지 못한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2025년 정치학자로, 엄마로, 인간 김지윤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요.

일단 제가 하고 있는 유튜브 ‘지식Play’와 ‘롱테이크’를 사랑해주시는 분들을 위해 우리만 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해서 잘 만들고 싶고요. 엄마로서는 아이들을 공동체 일원으로 잘 살 수 있도록 키우는 것과 동시에 아이들에게 비빌 언덕이 되고 싶어요. 엄마 품만큼 안전한 곳이 없잖아요. 무엇보다 건강한 삶을 살면서 멋지게 나이 들어가는 인간 김지윤이고 싶습니다. 여러분도 2025년에 건강한 한 해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멋지게 나이 들어보아요.

(브라보 마이 라이프)
(브라보 마이 라이프)



Bravo Question - 나에게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은?

진부하다고 할 수 있지만 가족을 향한 사랑만큼은 절대 변할 수 없다고 믿어요. 저희 아이들이라면 저는 웃으면서 목숨도 대신 버릴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제가 지금껏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하고요. 가족만큼 소중하고 절실한 존재가 또 있을까요.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더 궁금해요0

관련 기사

  • 트롯계 아이돌이 전하는 진심… 김수찬 “60대에도 행복한 가수이고파”
    트롯계 아이돌이 전하는 진심… 김수찬 “60대에도 행복한 가수이고파”
  • 송일국, 무대 위 슈퍼맨 도약… 대선배들과의 공연 ‘영광’
    송일국, 무대 위 슈퍼맨 도약… 대선배들과의 공연 ‘영광’
  • 식지 않은 40년 열정… 댄스 전설 박남정 ‘새 삶 그리며’
    식지 않은 40년 열정… 댄스 전설 박남정 ‘새 삶 그리며’
  • 여전히 사랑 꿈꾸는 예지원, “연예 활동으로 인한 연애 공백 아쉬워”
    여전히 사랑 꿈꾸는 예지원, “연예 활동으로 인한 연애 공백 아쉬워”
  • 뮤지컬 배우 서영주, “오직 뮤지컬만” 우직함으로 채운 33년
    뮤지컬 배우 서영주, “오직 뮤지컬만” 우직함으로 채운 33년
저작권자 ⓒ 브라보마이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브라보 스페셜